공학도와 실장석 일가

 


어느 새벽 늦은 시간에 철웅은 어두컴컴한 자취방에서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그의 노트북 모니터에는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 창이 하나 떠 있었고 그 가장 상단에는 '공학의 인문학적 이해 -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이라는 소제목이 한가운데에 가지런히 정열되어 있었다. 


철웅은 시계를 힐끗 보았다. 어느덧 시간은 새벽 다섯 시 반. 해당 강의는 오늘 일 교시 아침수업이었고 제출 마감기한이 임박할수록 자꾸만 압박감은 무겁게 그의 어깨를 짓눌렀다. 그는 머리를 벅벅 긁었다. 겨우 교양 수업 주제에 교수는 지나치게 열정적이었고 그 덕분에 지금 철웅은 잠도 못 자고 과제에 매진해야만 했다.










'... 네, 그렇습니다. 흔히들 인간과 다른 동물을 구별하는 기준을 도구의 사용여부라고 말하곤 하죠. 인간은 약한 신체능력을 대체하기 위해 적절히 도구를 사용했으며 인류 문명의 발전은 도구의 발전과정으로 치환할 수 있다는 견해는 상당한 타당성을 지니는 것이 사실입니다. 다만 이러한 견해를 받아들인다 쳐도, 인간 외에 어느 정도의 지능을 가지고 있는 동물에게서 원시적인 도구의 사용을 목격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경우로...'


강의의 막바지에서 교수는 학생들에게 과제를 내 주었다.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의 생태에 대해 관찰한 후 레포트를 쓸 것'. 학생들의 원망섞인 탄식이 강의실을 채웠음에도 늙은 교수는 껄껄 웃으며 그들의 항의를 묵살할 뿐이었다.


'선배. 선배는 어떻게 할 거에요?'


'글쎄다.. 동물원은 가 봤자 소용없을꺼고. NCG 다큐멘터리라도 다운받아 봐야 하려나. 철웅이 너는 어쩔건데?'


'....'


'야, 너 설마..?'


학과 내에서도 괴짜라고 소문이 자자히 퍼진 철웅이었다. 물론 사람의 취미생활이야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존중해야겠지만, 하필 그의 취미라는 것이 저 불결하고 더럽고 추악하기 짝이 없는 실장석의 관찰이었으니 남들의 이야기거리가 될 만은 했다. 선배는 눈을 가늘게 뜬 채로 진짜 할 거냐? 라는 눈빛으로 철웅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철웅은 이번만은 자기 선택이 옳다고 생각했다. 비록 실장석이 멍청하고 허약하기 짝이 없는 먹이사슬의 가장 밑바닥 생물일지라도 어떤 면에서는 현재 인류에 가장 근접한 사고를 가진 생물임은 틀림없다. 인정하든, 인정하기 싫든 말이다. 세상 어느 동물이 언어를, 문법체계가 잡혀 있고 추상적인 개념도 자유자재로 묘사할 수 있는 고도의 언어를 사용하는가. 동물들의 습성을 관찰함으로써 인간의 공학을 연구하기 위해서라면, 돌고래나 침팬지같은 원시적인 기술보다는 그나마 인간의 것을 어설프게 모방했을지언정 우리와 닮아 있는 실장석의 도구를 관찰하는 것이 더 학습의도에 맞는 활동이리라.


그래서 철웅은 공원으로 나섰다.


"야. 이 근처에 가장 똑똑한 일가가 어디 사냐?"


"데프프픗. 똥닝겐이 마침 잘 찾아 온데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이 공원에서 가장 세레브한 와타시를 당장 데려가 아마아마한 콘페이토를... 데걋!"


물론 쉽지만은 않았다. 보이는 것마다 골판지 상자 뚜껑을 열고 이리저리 물어 보았지만 대개 돌아오는 것은 보기에도 역겨운 분충성 발언이었고 철웅은 그럴 때마다 더 듣기도 싫어져서는 상자 채로 일가를 뻥 걷어찼다. 어쩜 실장석이란 다 이 모양일까, 하며 짜증이 몰려왔고 당장이라도 때려치우고 싶었지만 그는 인내했다. 두 시간을 꼬박 써서 물어가면서, 때로는 고문에 가깝게 추궁한 결과 몇 마리에게서 공통적으로 들을 수 있는 대답이 있었다.


그들의 어설픈 묘사 때문에 찾아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능이 뛰어난 실장석이라면 집을 외부 침입자가 발견하기 어려운 곳에 잘 숨겨 놓았을테니. 그래도 그는 부지런히 발품을 판 끝에 한 골판지 박스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안녕?"


"데, 데뎃..!!! 니, 닝겐인 데스! 자들은 모두 마마 뒤로 숨는데스!!"


철웅이 골판지 상자를 열고 인사했다. 별로 위협적인 제스쳐도 취하지 않았고 나름 행동을 천천히 해 최대한 그들을 놀라지 않게 하고 싶었는데도 소용이 없는 모양이다. 약간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성체실장은 온 몸을 사시나무 떨듯 덜덜 떨면서 철웅에게 말했다. 꽤나 조심스러웠다.


"닝겐상이 여긴 무, 무슨 일인 데스..? 우린 닝겐들에게 아무런 피해도 주지 않고 조용히.."


"아냐, 그런 거. 해치려고 온 건 아니니까 무서워할 것 없어. 잠깐 얘기나 하고 싶어서 말이지."


철웅은 잠시 일가를 둘러보았다. 자는 다섯 마리. 성체에 가까운 중실장 하나는 팔을 활짝 펼쳐 최대한 동생들을 숨기려 했고, 자실장 둘은 덜덜 떨면서 서로를 꼭 끌어안고 있었다. 엄지는 구더기를 품에 안은 채 언니들의 가장 뒤에 자리했다. 가족애는 있는 게 분명. 낯선 침입자를 경계하되 함부로 도발하지는 않는다. 도주에 방해가 될 뿐인 빵콘도 없다. 확실히 잘 찾아오긴 한 모양이었다.


읏차, 하며 근처 풀숲에 앉았다. 인간의 집이었다면 주인의 허락을 구한 후에 들어갔겠지만, 애써 찾은 실장일가의 집을 당장 무너뜨릴 생각은 없었으니까. 그리고 그는 실장들의 머릿수에 맞춰 여섯 개의 콘페이토를 집 안에 던졌다.


"일단 미리 선물. 내 이야기를 듣고 부탁 몇 개만 들어주면 이걸 다 주지."


그는 그들의 눈앞에 콘페이토 봉지를 흔들었다. 오늘 담배값마저 포기하고 산 고급 별사탕이었다. 아깝지만 별 수 있나.


"코, 콘페이토인 데스? 감사한데스. .. 자들은 함부로 손 대지 않는데스! 장녀는 어서 전부 모아 비상식 창고에 갖다 두는데스."


여러모로 마음에 들었다. 저 귀한 콘페이토를 눈앞에 두면서도 인간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눈앞에서 먹어치우지 않는 인내심을 발휘하고 있었다. 또한 아무리 콘페이토라도 필수품이 아닌 기호품. 그 경제적 가치를 생각하면 함부러 낭비할 수 없을 것이다. 철웅은 잠시 이 성체실장은 실장석 기준으로 천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성체실장은 철웅에게 꾸벅 허리를 숙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리는 데스. 콘페이토를 주셨으니... 우리가 할 수 있는 거라면 성심껏 닝겐상을 돕는 데스."


"아냐.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야. 그냥 내 질문에 몇개만 대답해 주면 돼."


그리고 그는 휴대폰의 녹음버튼을 눌렀다. 자, 뭐부터 물어 볼까.


"너희는 도구를 쓰지? 덩치도 작고 힘도 약한 너희가 맨몸으로 들에서 살아남을 것 같지는 않고... 그냥 너희가 평소에 쓰는 도구를 나한테 보여줬으면 하는데. 아, 가져갈 건 아니니까 걱정 말고. 잠깐만 보고 돌려줄께. 약속."


"정말인 데스? ... 알겠는데스. 닝겐상께 하나씩 보여드리는 데스."


성체실장은 잠시 불안한 눈으로 철웅을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곧 이내 한숨을 푸욱. 어차피 인간이 마음만 먹으면 그들의 거절은 묵살될 것이었다. 차라리 그럴 바에는 조금이라도 인간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고 요구를 들어주어 얌전히 물러가게 하는 것이 낫다. 성체는 집 구석구석에 보관해 둔 도구를 하나씩 소개하기 시작했다.


"... 이건 뭐지? 전구 같은 건가."


"그런 데스. 가끔 잠이 오지 않는 밤에는 안을 환하게 밝혀 집을 보수하거나 다른 일을 하는데스. 단지 어둡다는 이유만으로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는데스. 야생의 삶은 혹독한데스. 대비는 아무리 철저히 해도 과하지 않은데스."


"호오.. 좋아. 그런데 어떤 원리로? 전기가 통할 리는 없고, 건전지가 다 닳면 어떻게 새로 구해서 갈아끼우는 거야?"


실장석은 철웅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조금 태도가 달랐다.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어리둥절하게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이었다.


"...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스. 와타시는 닝겐상들이 쓰고 버린 고철덩어리에서 재료를 모아 이걸 직접 만든데스."


이것은 생각 외의 성과였다. 실장석 입장에서는, 아니 웬만한 인간에게도 간단한 전자제품을 자기 손으로 직접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 철웅은 속으로 내심 감탄했다. 인간이 쓰고 버린데서 배선이나 회로를 긁어 모은건가?


하지만 실장석이 다시 말을 이엇다.


"닝겐상들의 쓰레기를 잘 뒤져 본 데스. 운이 좋은 날에는 이상한 빛이랑 열이 나는 따끈따끈한 철씨를 찾을 수 있었던데스. 가끔은 들고 집에 오는 길에 손 씨가 화상을 입긴 하지만.. 그렇게 조금씩 가져 온 재료를 모아서 이렇게 유용하게 쓸 수 있었던데스."


"이상한 빛이랑 열... 잠깐만. 그거 혹시 방사능 말하는 거 같은데? 뭐 우라늄이나 그런.. 하긴, 확실히 가전제품을 잘 찾아보면 극미량의 방사능 물질을 발견할 수도 있었겠지."


"그런 데스. 와타시는 닝겐상들이 쓰고 버린 것들을 잘 모은데스. 쉽지는 않았지만 촉매를 사용해서 원자핵 붕괴반응을 조금씩 유도한데스. 발산되는 에너지는 E=MC^2인 데스. 이 원리로 만든 아크 원자로를 이용해서 인간들이 쓰고 버린 전구에 접합해 빛 씨를 부를 수 있는데스. 아마 와타시의 자의 자의 자의 자의 자의 자가 평생 써도 꺼지지 않을 만큼 오래 갈 것인데스."


"... 뭐 좋아. 괜찮네. 다른 것도 좀 보여줄래?"


"알겠는데스. 닝겐상은 여길 보는데스."


성체실장은 집 한구석에 있는 운치굴을 가리켰다. 철웅은 불쾌감에 인상을 찡그렸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대충 굴이나 파서 만ㄷㄴ 자기 화장실을 무슨.. 하는 와중에 이상한 것을 느꼈다. 저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뭐야. 보통 저 자리는 운치굴이 있을.."


"맞는데스. 운치굴인데스."


"하지만 아무것도 없잖아? 설마.. 배수처리를 잘 해서 안을 깨끗하게 유지하는건가?"


"아닌 데스. 물은 귀한 데스. 함부로 쓸 수 없는데스."


실장석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와타시는 초끈이론에서 말한 다중우주론에 주목한데스. 와타시가 직접 양자역학에 입각한 방정식의 해를 구해서 운치굴 입구에 차원과 차원의 경계와 연결된 워프 포탈을 설치한데스. 저 안은 끝없이 넓어서 아무리 운치를 싸도 냄새가 나지 않는데스. 위생 관리에 이보다 더 유용할 수는 없는데스. 좌표를 조금만 바꾸면 창고로도 쓸 수 있는데스."


"워프 포탈. 다른 우주와 연결. 좋아. 계속."


실장석은 이번에는 커터칼을 하나 꺼내 보여주었다.


"이건 평범한 커터칼이잖아. 이 정도는 특별할 것도.."


"아닌 데스. 와타시는 날을 단분자 커터로 개조한데스. 정말정말정말정말로 얇은 데스. 이 날은 딱 분자 한 줄로 이루어져 0에 수렴하는 굵기를 지닌 데스. 그러면서도 부러지지 않고 튼튼한데스. 이걸로 베지 못하는 물건은 없는데스."


이것도 제법 신기한 물건이었다. 말로만 듣던 단분자 커터라면 이 세상에서 베지 못할 물건이 없을 것이다. 과연 이 정도 무기가 있다면 실장석보다 훨씬 강대한, 어쩌면 중무장한 학대파의 습격도 잘만 하면......


"닝겐상이 보기에는 보잘것 없을 지도 모르지만 와타시의 역작인데스. 와타시타시들은 이걸로 골판지를 도려내 창문을 낼 수 있었던데스. 줄기가 질겨 떼 내기 힘든 나무열매도 딸 수 있었던데스. 이 자의 옷을 보는데스. 와타시가 이 칼을 써서 옷을 예쁘게 도려내 레이스를 만들어 준 데스!"


.... 철웅은 할 말을 잃었다. 실장석은 약간은 침울한 어조로 말했다.


"데에.. 사실은 플라즈마 빔 샤벨을 만들려고 했지만 재료를 아직 모으는 중인데스. 완성되면 닝겐상께 보여드릴테니 한번 더 찾아와도 좋은 데스."


".... 휴우. 좋아. 계속 설명해 줘. 다른 것도."


"반응이 왜 그런데스? 닝겐은 실장석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데스. 와타시도 알고 있는데스. 우리는 닝겐상에 비해 너무나도 멍청한 데스.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서 도구를 만들어도 인간들의 눈에는 한심하고 원시적이기 짝이 없을 것인데스. 어쨌든... 계속해서 이걸 보는데스."


"작은 고무공이잖아? 이건 뭐야?"


"그냥 공이 아닌데스. 와타시가 개발한 신소재인데스. 기본적으로 탄성 계수가 1이고, 자체적으로 주변의 모든 물리적 간섭을 무력화시키는 데스. 예를 들어서... 이렇게 던져서 벽에 한 번 튕기면 운동에너지 손실 없이 던진 속도 그대로 돌아오는데스. 반복해서 튕겨도 마찬가지인데스. 와타시는 닝겐상들보다 멍청해서 열역학 제 2법칙을 극복하는데도 머리를 한참이나 써야 했던데스."


"정말로? 그럼 거의 영구기관이나 다름없는 걸 발견했다는 건데.. 이걸 어떻게 쓰는거지?"


"보여드리는데스. 엄지는 우지챠를 마마에게 데려오는데스!"


엄지실장이 짧은 다리를 뒤뚱거리며 마마에게 구더기를 내밀었다. 구더기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모르고 해맑게 '프니프니후-'라는 말을 반복해서 말했다. 성체실장은 한숨을 푹 내쉬더니, 엄지실장을 눕혔다. "보는 데스." 하고 공을 살짝 구더기의 배 위에 튕겼다.


"프니프니- 프니프니 기분 좋은레후♪"


"... 맙소사.."


공은 구더기의 배 위에서 튕겼다. 그리고 공중에서 정점을 찍고 중력에 이끌려 다시 내려와 구더기의 배에 튕겨올랐다. 보통의 고무공이었다면 점점 운동에너지를 잃고 그 주기가 짧아져야 했겠지만, 성체실장의 역작은 항상 같은 높이로 솟아오르고 있었다. 도중에 멈추지 않는다면 평생을 이렇게 프니프니를 유지할 수도 있을 것이었다.


"엄지도 잘 쓰면 귀한 노동력이 될 수 있는데스. 그런 엄지를 구더기의 프니프니만 시키는 것은 낭비인데스. 차라리 이렇게 자동화된 프니프니 도구를 만드는 것이 효율적이라 생각한 데스."


성체실장이 설명했다. 철웅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근데.. 음.. 뭐. 다 신기하긴 했는데. 마지막으로. 혹시 무기 같은 건 없나? 다 편리해 보이기는 하는데, 그래도 적으로부터 너희 몸을 지키려면 강한 무기가 필요할 것 같은데."


"왜 그 말이 안 나오나 했는 데스. 끝까지 그 질문은 안 하기를 바랬지만... 물어보시니까 대답해드리는 데스. 아까 보여드린 원자로를 기억하는데스?"


전구의 에너지원으로 쓰이고 있는 그것. 철웅은 고개를 끄덕였다.


"힘들게 만든 도구를 지금은 이렇게 집을 밝히는 데에나 쓰고 있는데스.. 하지만 가끔은 강한 적이 나타나는데스. 고양씨나 빠루를 든 학대파는 보검(못)으로도 감당하기 힘든 적인데스. 그럴 때는.. 슬프지만 저 원자로를 파괴적인 방향으로 쓸 방법을 마련해 놓은데스. 우라늄은 충분한데스. 와타시는... 자들을 지키기 위해 악마가 될 각오를 한 데스. 너무 우마우마한 폭발이라 와타시도 일가의 손실을 각오해야 하긴 하지만.."


"너 설마..."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공식인 E=MC^2. 핵분열 현상을 유도해낼 수단만 있다면 약간의 물질만으로도 막대한 에너지를 만들 수 있었다. 성체실장은 말 없이 긍정했다. 철웅의 안색이 새하얗게 질렸다. 실장석의 손에 무시무시한 무기가 들려 있었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서도 단 두 번밖에 쓰이지 않은, 수 십만의 인명피해를 낳은 비극을 불러일으킨.


철웅은 순간 빠루를 가져오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불쌍하지만 이것들은 너무나 위험한 것을 만들었다. 당장이라도 머리를 날리고 저 원자로를 부수지 않는다면..


"... 단 한번 쓴 적이 있었던데스. 와타시는 적의 눈앞에 전구의 갖다대고 원자로의 출력을 최대한으로 높였던데스. 전구가 과부하로 터져버리면서 열이 열 개가 넘는 파편이 사방으로 튄 데스. 그렇게 전구 하나를 희생시켜서 고양씨를 사살한데스 ... 미안한 데스. 와타시가 끔찍한 얘기를 한 걸 알고 있는데스. 와타시도 다시는 쓸일이 없기를 바라는데스."


철웅은 그 때 삐빅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는 옆을 돌아보았고 옆 자리에 두었던 휴대폰 액정에서 갤럭시 로고가 점점 희미해지고 있었다. 이런. 밧데리가 나가 버렸네. 어쩔 수 없지.. 이 정도로 자료수집은 끝내도록 할까.







"에라이. 씨발"


철웅은 잠시 한 실장 일가와 함께한 낮의 인터뷰를 회상했다. 화룡점정이라 했던가. 마무리는 항상 중요한 것이다. 그는 여태까지의 기록과 자신의 견해, 그리고 책에서의 인용구를 잘 정리했고, 이제 레포트의 마지막 부분에 짧게 결론을 지을 일만 남아 있었다. 그는 눈을 감고 고민하다가, 짧게 키보드를 두드렸다.




'... 이처럼 실장석이라는 동물은 필요에 따라 도구를 사용하고 심지어 제작하기도 하나, 더럽게 멍청하기 때문에 학문적으로 주목할 만한 의의는 찾기 힘들다고 간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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