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공주

















가족





미도리 1~5

원사육실장과 모태 들실장의 차이



태생이 어떻든 둘 다 들실장이지만, 음식을 먹을 때 앉아서 앞발로 음식을 집어 먹는 녀석은 원사육실장이고, 네 발로 엎드려 음식에 주둥이를 대고 먹는 녀석은 모태 들실장이다.

실장석은 손가락이 없어서 물건을 잡기 힘들기 때문에 앞발로 일일이 음식을 주워먹느니 땅바닥에 엎드려서 먹이를 먹는 것이 훨씬 편했다.

앉아서 앞발로 음식을 먹는 행동은 의외로 인간에 의한 훈육의 결과물인데, 브리더들은 실장석들에게 배변 훈련 다음으로 식사 예절을 중요하게 가르쳤다.

사람들은 식사 예절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실장석의 어중간하게 사람을 닮은 외모 때문에 사육주들은 자기도 모르게 실장석이 사람처럼 밥을 먹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따로 식사 훈육을 받지 않는 이상 실장석은 본능대로 네 발로 엎드려 먹이를 먹었다.







사육실장이 낳은 새끼들이 먹이그릇에 주둥이를 박고 게걸스럽게 푸드를 처먹는 모습에 정나미가 떨어져 내다버려지는 일은 의외로 흔했다.
여기에 한술 더 떠 자실장이 푸드를 먹으면서 빵콘까지 하면 불 난 집에 기름붓는 격이 되었다.

밥상머리 교육을 시키라고 친실장에게 핀잔을 주면 [이렇게 먹는 게 당연한건데 왜 지랄인 데스?] 하고 대들다가 친자 함께 독라로 버려지는것은 덤.
여담으로, 인간을 천시하는 실장석일수록 앉아서 앞발로 밥을 먹게 하면 심한 굴욕감을 느낀다고 한다.
















끝까지 분충




내가 기르던 실장석들은 모두 분충이되어 투분을해버린다. 그럴 때 마다 독라로 만들어 공원에 방생해버린다.

이번에 새로 분양받은 미도리는 착한거 같다. 콘페이토도 좋아하고 장난감도 잘 갖고논다.

가끔 혼잣말을 하며 눈에 눈물이 고이곤하는데, 아마 실장샵의 다른 친구들이 그리운게 아닐까 추측해본다.

물론 나는 린갈을 쓰지 않아서 자세한 이유는 모르겠다.






"미도리 밥먹자~"

"왜 안먹어?? 사료가 바뀌어서 그런가? 미안해 이번 달 돈이 좀 빠듯해서 조금 싸구려 사료야"

"다음엔 제대로 사줄게"







"어?, 투분??"

남자는 또 다시 실망한다. 믿었던 미도리마저 남자의 눈앞에서 추하게 투분을하고 있다.

"하.. 또 이러네 너도 잘가라"





"뭘 가만히 쳐보고있는테치.. 얼른 콘페이도 대령하는테치 똥닌겐"

"와타시한테 메로메로된 테치? 자를 낳아줄수도 있는테치"















공원의 인분충




사냥에서 돌아가는 친실장. 그녀는 멋대로 자를 뱄다는 이유로 주인에게 버려졌다.
사냥에서 소득을보지 못한 모양이다. 아마 사냥의 경험도 적거니와 임신한 몸이기에 평소보다 더 둔해진 탓일 것이다.

"힘들었던데수.. 곧 자들도 나오는데 이러다간 겨울이 오기전에 비상식을 다 축내고마는데수.."
"그래도 자들을 위해 힘내는데수!! 뎃테로케~ 뎃테로케~"

드디어 저만치 집이 보인다. 그런데 이상하다. 집 앞에 처음보는 인간이 있다.
뭔가를 먹고있다.






"테..???"
"테..??테??"

그녀는 이해가되지 않는 이 상황에 연거푸 신음만 낼 뿐이다.
노란 초코송이 박스.. 제주삼다수 페트병 익숙한 물건이다.
버려질 때 인간에게 받은 비상식을 담아두던 박스다.. 그리고 제주삼다수 페트병.. 의심은 확신으로 바뀐다.
저건 본인의 비상식과 물이다.
게다가 인간이 마시고있는 물은 최근 단수된 공원을 떠나 15km를 걸어서 받아온 물이다. 마음이 급해진 그녀는 인간에게 다가간다.

"닌겐상.. 뭐하는데수?? 그건 와타시의 콘페이토와 실장푸드인데수.."

"아, 똥마마 온 테치?? 늦게와서 밥은 다 먹은테치 맛은 별로였지만 다음엔 기대하는테추웅~"

인간의 입에서 나온 저급한 자실장 말투에 적잖이 당황한 얼굴이다. 아니 아마 이 상황 자체가 쇼킹할 것이다.







인간은 뒤돌아서 가기 시작했다. 뒤로 던진 페트병은 친실장의 얼굴에 정확히 명중한다.

"똥마마, 다음에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일가실각인테치~"

"테..테..데에에에엥 데에에에엥.. 똥닌겐...."






공원에는 처절한 울음소리만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그녀에게는 먹을 밥도 물도 없었다. 그렇다고 임신한 몸을 이끌고 사냥을할 수도 없다.
그 울음소리 만큼이나 그녀의 상황도 비참했다.

인간은 최근 공원 실장석 사이에서 유명한 이른바 '인분충'이다. 실장석의 집에서 푸드를 훔쳐먹고 자 행세를해서 붙은 이름이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집에 있는 자실장이나 구더기도 이따금 먹는다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