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X년 대한민국, 마침내 실장석들에게 권리라는 것이 부여되었다. 사람과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어느 정도의 문화적 생활이 가능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사람과 말만 통하는 유해조수나 다름없는 실장석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통제에 따르지 않는 분충들은 제거하기 위해서였다.
실장석을 제외한 실석류들에게는 실장권이 부여되지 않았다. 그녀들은 권리 따위가 없더라도 충분히 잘 살아갈 수 있으며, 실장석과는 다르게 인간에게 전혀 피해를 입히지 않고, 인간의 말을 잘 따르기 때문이었다.
자신들에게 권리가 생겼다는 소식에 많은 들실장들과 사육실장들이 환호하며 기뻐했다. 하지만, 그 권리가 자신과 자들, 아니.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실장석이란 종족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을 것이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실장석들이 제일 많이 지껄여대는 행복할 권리, 자를 낳을 권리, 살아 갈 권리가 그것들에게 부여되었으나,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실장석은 자를 낳는 것이 행복의 기본이지만, 인간들은 실장석들이 마음대로 자를 임신하거나 낳도록 놔두지 않았다. 사육실장들은 모두 불임수술을 강제로 받아야만 했으며, 들실장들은 2마리의 자실장만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나머지 자들은 모두 구제당했다. 실장석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 중 가장 약하고, 지능이 낮은 것들이다. 전 세계적으로 하루에 수백만 마리가 죽어가는 이 쓸모없는 동물들은 유전자 속에 자를 가져야만 한다, 자는 많이 있는 것이 행복이다 라는 것이 강하게 각인되어 있는데, 인간들이 이것을 봉쇄해 버린 것이다.
그렇게 행복할 권리와 자를 낳을 권리는 있으나 마나 한 것이 되어버렸다. 유일하게 남은 것은 살아 갈 권리였는데, 인간들은 그것마저도 제대로 보장해 주지 않았다. 학대파들이 실장석들을 습격하지 않게 되었으나, 대부분의 실장석들은 죽는 것이 나을 정도로 끔찍한 삶을 살게 되었다. 사육실장들은 의무적으로 실장학교에서 강도 높은 분충성을 억누르는 교육을 받아야만 했다,
교육을 받는 중에 수많은 사육실장들이 죽어나갔다. 들실장들은 얼마 전까지 넘쳐나던 음식물 쓰레기나 나무열매 등을 구하지 못하게 되었다. 주택가의 골목마다 음식물 쓰레기를 즉시 건조, 소각해버리는 처리기계가 설치되었고, 공원에 열리는 나무열매들은 관리인들이 모조리 수거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음식을 구하지 못하게 된 들실장들은 동족을 잡아먹거나, 자식을 잡아먹으며 지옥같은 삶을 살게 되었다.
몇몇 부자 애오파나 애호파들이 지원하는 공원이 존재했으나, 들실장의 신생아실 침입시도 사건으로 인하여 애오파나 애호파들이 완전히 사회적으로 매장되어 버린 이후에는 모두 사라져 버렸다.
결국 미쳐버린 많은 들실장이나 사육실장들이 인간을 위협하거나 투분하고, 공원에 놀러온 아이들에게 못을 들고 위협하거나 다치게 하는 경우가 발생했다.(이후 피해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상처부위를 소독하고 파상풍 예방주사를 맞게 하는 정도가 실장석이 입힐 수 있는 최대의 피해였다고 한다.)
그렇게 실장석들로 인한 피해사례가 늘어가자, 정부는 전국의 주인 없는 산이나 채석장을 사들여 그곳을 실장석 수용소로 만든 뒤, 인간에게 투분이나 위협을 한 놈, 못으로 아이를 다치게 한 놈, 자를 많이 가진 놈 등, 수많은 실장석들을 수용소로 보내버렸다.
그들은 수용소에 갇히고 나서야 깨달았다.
실장권은 실장석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통제에 따르지 않는 놈들을 죽여 버리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었음을.
*****
“04-118번!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세요.”
[데.. 교도관상.. 무슨 일이신 데스우..]
04-118번은 교도관이 부르는 목소리에 잠에서 깨어나 자신의 골판지 밖으로 나왔다. 04-118은 들실장 출신으로, 10마리나 되는 자를 몰래 가진 죄, 부모와 함께 공원에 놀러 온 7살짜리 아이에게 못을 들고 먹이를 내놓으라며 위협하고 상처를 입힌 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일주일 전에 이 수용소에 끌려왔다. 자들도 함께.
“어제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셨더군요, 이유가 있나요?”
04 수용동의 신입 교도관, 이현서는 실등인 특유의 보석 같은 붉은 눈동자로 04-118을 노려보며 말했다. 04-118은 순간적으로 그녀에 대한 증오와 살의를 느꼈다. 20대 후반임에도 불구하고, 여고생으로 보일 정도의 아름다운 예술품 같은 얼굴, 완벽한 몸매, 그리고 빛나는 긴 은발과 달콤한 목소리. 그녀의 모든 것이 실장석들에게 미움받을 만한 것들이었다.
[데.. 그게.. 밥을 잘 먹지못해서 자들이 힘이 없는 데스.. 와타시도 마찬가지인 데스, 한번만 용서해 주시는 데스!]
04-118은 최대한 불쌍한 척을 하며 현서에게 매달렸으나, 118을 내려다보는 그녀의 시선은 얼어붙은 시베리아 벌판만큼이나 차가웠다.
“저리 가시죠, 그 더러운 손으로 제 옷 만지지 마시구요.”
[데뵷!]
현서는 118이 다치지 않을 정도로 가볍게 차 날린 뒤, 물티슈를 꺼내 118의 손이 닿은 왼쪽 다리를 닦았다. 다행히 입고 있던 것이 검은 스타킹이라 닦은 티가 크게 나지는 않았다.
“오늘도 할당량 못 채우면 상자형이에요, 알겠죠? 당하기 싫으면 자실장 몇 마리 죽이시던가. 알아서 하세요.”
[교도관상! 용서해주시는 데스! 어떻게 와타시의 소중한 자를 죽이는 데스!]
“흥, 자기 자식이 소중한 줄 알면 남의 아이를 다치게 하지 말았어야지, 머저리 같은 놈.”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수용동 밖으로 나가버렸다. 현서의 독설은 118의 위석에 비수처럼 꽃혔다. 그녀의 말이 맞았다. 자신의 자가 소중한 만큼, 남의 자도 소중한 법이다. 하지만 그때 118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무기를 들고 남의 자를 위협해서라도 먹을 것을 얻어내야만 했다
[마마..]
다른 자들보다 일찍 일어난 장녀가 118을 불렀다. 장녀는 118과 현서의 대화를 모두 듣고 있었는지, 두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현명하고 똑똑했던 장녀는 118이 자들을 위해 큰 희생을 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른 실장석들보다 더 열심히 돌을 캐고, 더 열심히 돌을 옮겼지만 11마리 분의 할당량을 채울 수는 없었다. 자실장들에게도 성체만큼의 할당량이 주어지기 때문이었다.
[장녀! 어서 들어가는 데스! 위험한데스!]
118은 급히 장녀를 데리고 골판지로 들어갔다. 아무리 친실장의 보호 아래에 있다 하더라도, 수용소는 자실장에게 극히 위험한 곳이다, 부실한 먹이 때문에 굶주린 성체들이 눈에 불을 켜고 자실장을 잡아먹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교도관들은 자실장이 무슨 일을 당하든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자를 가진 친실장이 방심한다면, 사랑스러웠던 자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따뜻하고 냄새나는 운치로 바뀌어 버릴 것이다. 이곳의 자실장들은 노역을 더욱 힘들게 하는 짐짝이자, 먹이일 뿐이다.
하지만 118은 이때까지 10마리의 자를 목숨 걸고 지켜왔다. 자실장들을 잡아먹기 위해 습격해온 다른 실장석들을 물리치고, 하루에 두 번 배급되는 싸구려 실장푸드를 자들에게 양보했다. 자신은 한밤중에 몰래 공용 운치굴로 가 그 운치들을 퍼먹으며 연명했다.
[자들은 모두 일어나는 데스.]
[테에.. 벌써 아침인 테치..]
[배고픈 테치..]
장녀와 함께 골판지로 들어간 118은 자들을 깨웠다. 곧 아침점호 시간이다. 아침점호가 끝나면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한 뒤, 수용동 앞의 채석장에 투입되는 가혹한 노동이 기다리고 있다. 몸이 약한 자실장들이 두 번째로 먹이가 주어지는 점심시간까지 버티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더 먹어야만 했다.
[이리 모이는 데스, 아침밥인 데스!]
[잘 먹겠는 테치 마마!]
118이 돌로 작게 쪼갠 실장푸드가 자들에게 하나씩 주어졌다. 보잘것없는 아침식사였으나, 누구 하나 불만을 표하는 일 없이 맛있게 먹었다. 사실 맛있게 먹는 것이 당연하다. 이 푸드는 실장석들이 환장하는 동족(특히 자실장)의 시체로 만들어 진 것이니까.
[맛있는 테치! 마마도 먹는 테치!]
[마마는 많이 먹은 데스~ 괜찮으니 어서 먹는 데스.]
삼녀가 푸드 조각을 내밀었으나, 118은 그것을 먹지 않고 자들에게 양보했다. 자들은 그것을 잘게 부숴 게걸스럽게 주워 먹었다. 자신의 마마가 밤마다 운치굴로 가서 운치를 퍼먹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장녀만이 다른 자매들 모르게 피눈물을 흘리며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장녀는 느낄 수 있었다. 동생들이 누리고 있는 이 작은 행복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
일가가 아침식사를 마침과 동시에, 아침점호를 알리는 사이렌이 울렸다.
위이이이이잉-
[데이.. 어서 나가는 데스! 빨리 나오는 데스!]
[테에에에엥!!]
이 끔찍한 소리는 몇 번을 들어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친실장보다 수용소에 먼저 온 실장석들도, 이 사이렌 소리만 들으면 온 몸을 비틀며 닿지도 않는 양쪽 귀에 손을 뻗어 귀를 막으려고 발광을 했다.
[그만! 그만하는데수! 나가고 있는 데스우우우우!!]
[데챠아아아아!!]
사이렌 소리는 수용소의 모든 실장석들이 작은 운동장에 집합하고 나서야 멈췄다. 실장석들이 모인 곳 앞의 작은 단상 위에는 경찰 제복을 입은 노인이 올라가 있었고, 그 주변에는 다른 교도관들이 모여 있었다.
“엣헴, 다들 모였습니까? 이봐 현서 씨, 수용동 내부에 남은 실장석들 없죠?”
“없습니다, 전원 집합 완료했습니다. 소장님.”
수용동 건물 내부를 점검하고 나오는 현서에게 실장석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굶주림과 강도 높은 강제노동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존재에 대한 증오심은 사라지지 않아 실장석들의 질투심에 불을 붙였다.
“좋아요, 아침점호 시작합니다, 다들 주목 하세요 주목!”
증오의 눈길로 현서를 쳐다보던 실장석들이 정신을 차리고 소장의 말에 집중했다. 계속해서 증오를 불태우다가는 죽을 지도 몰랐다. 이전에 몇몇 실장석들이 현서에게 위협을 하고, 날카롭게 깨진 돌로 목숨을 빼앗으려는 시도를 한 적이 있었으나, 그 결과 그것들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하게 으깨져 죽고 말았다.
“에.. 어제는.. 몇몇 분충들이 게으름을 피워서 할당량을 채우지 못했어요! 여러분, 여기가 뭐 하는 곳 입니까? 여러분들에게 먹을 것을 제공하고 안전하게 보호해 주는 곳입니다! 그 대가로 저는 여러분들이 작은 돌을 캐오는 것만 받고 있습니다! 자갈 캐는 일이 그렇게 힘듭니까? 노력들을 하세요 노력들을! 오늘도 할당량을 못 채우면 아무 일가나 뽑아서 상자형에 처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시겠어요?”
상자형.
그 한마디에 운동장에 모인 실장석 모두가 몸을 떨었다.
이곳의 실장석들은 상자형을 극도로 두려워했다. 바깥쪽에서는 안쪽이 보이고, 안쪽에서는 바깥이 전혀 보이지 않는 특별한 상자에 갇히는 형벌. 상자형에 쓰이는 상자는 실장석들을 끝없는 고통과 공포 속에서 죽게 하기 위해서 설계된 물건이다.
수용소 규칙상 교도관들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실장석들에게 물리적 폭행을 가할 수 없게 되어 있기 때문에, 실장석이 잘못을 저지르면 일주일의 상자형에 처하도록 정해두고 있다. 하지만 상자형을 당하는 실장석 대부분은 살아서 나오지 못한다.
일단 상자 안에 갇히면 어떠한 먹이도, 물도 제공되지 않는다. 배변도 그 상자 안에서 해결해야만 한다. 거기다 여름에는 찜통 같은 더위가. 그리고 겨울에는 칼날처럼 매서운 추위가 상자 내부의 실장석을 내버려두지 않는다. 봄이나 가을에는 춥지도, 덥지도 않아 버틸 만 하지만 결국 굶어 죽는 것은 똑같다.
자실장들이 함께 갇힌다면 더욱 끔찍한 결과를 초래한다. 삼 일 정도는 배고픔을 견딜 수 있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굶주림 때문에 미쳐버린 친실장이 자들을 모조리 잡아먹어 버린다. 그렇게 자식을 잡아먹고 버틴 친실장들에겐 소각로에서의 처분 또는 푸드 공장으로 보내지는 미래만이 기다리고 있다.
“아침 먹고 힘내서 일들 하세요! 싸우지들 말고! 자실장들 잡아먹지 말고! 알겠어요?!”
[알겠는 데스...]
[[알겠는테치! 열심히 일하는 테칫!]]
작게 울려 퍼지는 실장석들의 목소리. 제대로 먹지 못했으니 큰 소리를 낼 수 있을 리 없다. 친실장의 희생으로 음식을 배불리 먹는 자실장들만 신나서 큰소리로 대답했다.
“어허.. 목소리들 봐라.. 아무튼 점호 끝! 교도관들은 실장석들 아침밥 먹이고 전부 채석장으로 인솔하세요. 그리고 현서 씨는 당직자 근무일지만 작성하고 퇴근 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고생하십시오. 충성!”
[데에.. 오늘은 하얀 분충이 일을 안 하는 데스..]
소장에게 경례를 하고 본관 건물로 들어가는 현서의 뒷모습을 모여 있는 실장석들이 살짝 아쉬운 듯 쳐다보았다. 그녀는 실장석들에게 공포와 증오의 대상이지만, 유일하게 자신들을 사적으로 괴롭히지 않는 교도관이기도 했다. 다른 교도관들은 실장석들을 콘페이토나 고급 실장푸드로 매수하여 서로 죽이도록 하거나, 자실장을 납치해서 친실장 눈앞에서 잡아먹히게 하는 것은 기본이요, 친실장과 함께 걸어가던 자실장을 못 본체 하며 밟아 죽이고, 아무 이유나 갖다 붙여서 학대하기도 했다. 수용소의 간부나 소장은 그런 것들을 보더라도 교도관에게 어떠한 제제도 가하지 않는다.
교도관이 실장석에게 물리적 폭행을 가하면 안 된다는 규칙은 실장석들을 보호해 주지 않았다.
“자 빨리들 움직여라 똥벌레들아! 아침밥 굶고 일 하고 싶나?! 빨리 움직여!”
[데엣!]
[테챠아앗!]
교도관들이 멍청하게 자리에 서있던 실장석들을 실장채로 가볍게 두들겨 팼다. 아침점호가 끝나고 나면 항상 있는 일이다. 이런 식으로 끊임없이 괴롭혀야만 놈들의 호두만큼 작은 뇌에 자신들보다 인간이 위에 있는 존재라는 것을 각인시킬 수 있다.
[가는 데스! 가는 데스!]
[마마! 마마! 지에-]
[지벳!]
[장녀! 차녀! 어디있는데스! 어디있는 데스!!]
“빨리빨리 움직여!”
실장채를 피하며 이동하는 실장석들. 그 와중에 친실장을 놓친 자실장 몇 마리가 성체실장의 물결에 밟혀 바닥의 얼룩이 되어 생을 마감한다.
[자들은 꽉잡는데스! 놓으면 안 되는 데스!]
[마마! 무서운 테챠아앗!]
118은 영리하게도 두건을 앞으로 맨 뒤, 그 안에 6녀부터 10녀까지의 자실장을 집어넣었다. 아직 작고 가벼운 자실장들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머지 자들은 친실장의 치맛자락을 꽉 붙잡고 친실장이 걷는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달렸다.
[무서운건 없는 데스, 마마가 있는.. 데?]
118은 일주일째 이 방법으로 자들을 밟혀 죽지 않도록 지켜왔다. 하지만 5마리나 되는 자를 홀로 매고 이동하는 것은 체력이 어느 정도 받쳐 주어야 가능한 일이다. 실장 푸드를 자들에게 양보하고 운치를 파먹으며 버텨온 118의 체력이 한계에 달했다.
[데게뵥!]
[[[[[테벳쨔아아아아아!!]]]]]
결국 다리에 힘이 풀려 넘어지고 말았다. 118의 턱 아래에 있던 10녀는 그대로 자신의 마마에게 깔려 썩은 토마토가 터져버리듯이 파직- 하는 소리를 내며 으깨져 죽어버렸고, 나머지 자들은 사방으로 튕겨나갔다.
[마마! 마마! 괜찮은테치? 다치지 않은 테치?]
[테햐아아아아- 10녀쨩이!!]
[마마는 괜찮은 데스! 괜찮은 데스! 나머지 자들은 어디인 데스?! 6녀! 7녀! 8녀! 9녀! 어디 있는 데스!!!]
정신을 차린 118은 피눈물을 흘리며 멀리 날아가 버린 자들을 애타게 불렀다. 하지만 수많은 실장석의 물결 속으로 사라져버린 자실장들이 대답할 리 없다.
[테에에에에... 마마.. 아픈 테치...]
운이 나빴던 6녀. 실장채를 피해 달아나던 성체들에게 밟혀 하체가 완전히 으깨져 버렸다. 6녀는 으깨진 자신의 하체를 내려다보며 힘없이 마마를 부르며 죽어갔다.
[마마.. 마마.. 마...]
7녀는 밟혀 죽지는 않았으나, 굶주린 성체에게 발견되고 말았다.
[테.. 아줌마상. 마마를 찾는 걸 도와주는.. 테! 테챠아아아아아아아아!! 와타치 먹는게 아닌 테치! 먹지 마는 테치! 먹지 말라는 테챠아아아아!!]
[맛있는 고기! 맛있는 고기인 데스!]
[7녀!]
7녀의 찢어지는 비명소리를 들은 118이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달려가려 했으나. 이미 늦었다. 7녀의 하체는 이미 굶주린 성체의 입속에서 산산조각 나고 있었으며, 싱싱하고 깨끗했던 내장은 바닥에 쏟아져 흙먼지로 인해 오염되고 말았다. 자신이 구해준다고 해도 생존을 보장할 수 없는 상태였다.
[잡아먹지 마는 테치! 살려주세요테치! 죽기 싫은 테챠아아아아아!! 마마!! 마마아아아아아! 아!!]
“뭐야? 무슨 일이냐? 오? 좋은 구경거리인걸..”
[교도관상! 교도관상 부탁인데스! 와타시의 자를 구해주시는 데스으으!]
뒤쳐진 실장석들에게 실장채를 휘둘러대던 교도관 하나가 멈춰서 7녀가 잡아먹히는 것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118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교도관에게 달려가 자신의 자를 구해달라고 애원하기 시작했다. 인간의 힘이라면 죽어가는 자신의 자를 살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에 모든 것을 걸었다.
“내가 왜?”
하지만 교도관의 입에서 나온 말은 118의 희망을 산산이 부셔버렸다.
[...7녀는 포기하는 데스..]
이렇게 된 이상, 8녀와 9녀만이라도 구해야만 했다.
[마마아아아아악!! 마막! 테! 텟쨔아아아아 아!]
뒤쪽에서 들려오는 7녀의 마지막 비명소리. 118과 자들의 눈에서 피눈물이 쏟아졌다. 하지만 애도할 시간 따윈 없다.
[이럴 때가 아닌 데스! 빨리 8녀와 9녀를 찾는 데스!]
[8녀쨩! 9녀쨩 어디인 테치! 대답하는 테치!!]
[어딨는 테치!! 말하는 테치이이이!!]
[마마는 여기인 데스!!!]
[마마! 와타치타치 여기인 테치! 이쪽인 테치!]
[데뎃! 8녀! 9녀!]
118이 고개를 돌려 8녀와 9녀의 목소리가 들린 곳을 보자, 교도관의 손에 잡혀 있는 8녀와 9녀가 보였다. 그 순간. 118은 자들의 운명을 직감했다.
그 자들도 죽을 것이다.
“야 118번, 이게 니 자들이냐?”
[그.. 그런 데스.. 교도관상.. 감사한 데스...]
“아, 감사인사는 할 필요 없어.”
그렇게 말한 교도관은 먼저 8녀를 바닥에 던져버렸다.
[지벳!]
[8녀어어어!]
지면에 충돌한 8녀는 머리가 깨져 뇌가 모조리 쏟아져 나왔으나, 죽지 않고 숨이 붙어 있었다. 하지만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게 되었기에, 입에서 누런 침을 흘리며 몸을 경련할 뿐이었다.
[테챠아아아아! 닌겐상! 죽기 싫은 테치!]
머리가 박살난 8녀를 보며 9녀가 살려달라고 비명 질렀다. 아직 죽고 싶지 않았다. 해 보지 못한 일이 너무나도 많았다. 스테이크와 스시, 콘페이토도 아직 먹어보지 못했다. 푸른 들판에서 마음껏 뛰어놀지도 못했다. 실장석들의 가장 큰 행복인 자도 가져보지 못했다.
“그래? 죽기 싫단 말이지? 그래, 살려주면 그 대가로 뭘 줄 거냐?”
[닌겐상은 귀여운 와타치를 가지게 되는 테치! 와타치 하나면 닌겐상은 행복해지는 테츄~웅]
[데! 아첨은 안 되는 데스!]
죽음의 공포 때문에 반쯤 정신이 나가버린 9녀가 결국 한쪽 손을 입가에 갖다 대며 아첨하는 자세를 취했다. 118은 자들에게 절대로 인간 앞에서 아첨을 하지 말라고 가르쳤다. 인간들은 아첨하는 실장석들을 매우 싫어했다. 인간 앞에서의 아첨은 죽음을 의미했다.
“아.. 그래?”
교도관은 아첨하던 9녀의 머리와 다리를 잡아, 순식간에 허리를 찢어 9녀의 몸을 두 동강 내 버렸다.
[찌아아아아아악!]
“하지만 난 하나보다 둘이 좋거든.”
교도관은 9녀의 상체와 하체를 여전히 경련하고 있는 8녀의 옆에 내려놓았다. 8녀와 9녀는 여전히 살아 있었다. 몸이 두 쪽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숨이 붙어있는 9녀는 A자의 입을 최대한 크게 벌리며 비명을 질러댔다.
[텟쨔아아아아- 테쨔아아아아아!! 마마!! 아픈 테치! 아픈 테챠아아아아!]
“이런, 아프겠구나, 더 이상 아프지 않게 저세상에 보내주지.”
[지에]
교도관은 고통에 몸을 부르르 떠는 8녀와 9녀를 단단한 군화로 밟아 얼룩으로 만들어 버리고, 몇 번 비벼서 그 얼룩조차 찾아 볼 수 없도록 만들어 버렸다. 118의 자들은 그 끔찍한 광경을 보며 빵콘해 버리고 말았다.
“자 그럼 가자. 굶고 싶지 않다면 움직이는 게 좋을 거야.”
일가에게 죽은 자실장들을 애도할 시간 따윈 주어지지 않았다. 교도관이 실장채를 높이 들자, 118은 아무 말도 없이 그대로 뒤로 돌아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단 한 번의 실수로 5마리의 자를 잃은 118의 얼굴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깊은 슬픔이 새겨져 있었다.
[마마! 마마 같이 가는 테치!]
고개를 숙이고 터벅터벅 걷는 118의 뒤를 남은 자들이 쫒아갔다. 피눈물로 얼굴이 더러워진 자실장들이 빵콘해서 부풀어 오른 팬티로 냄새나는 녹색 줄을 그리며 달렸다.
*****
아침에 작은 사건이 있었으나, 실장석들은 무사히 일터인 채석장에 도착했다. 5마리의 가족을 잃은 118의 일가도 더 이상의 사고 없이 채석장에 도달할 수 있었다.
실장석들이 하루의 절반을 보내는 이 채석장은 한때 콘크리트의 재료로 쓰이는 골재(자갈)을 채취하던 곳이었다. 지금은 정부가 사들여 실장석들의 노동력을 갈취하는 곳으로 만들어 버렸지만.
[배고픈 데스! 밥 주는 데스!]
[푸드! 푸드를 주시는 데스!]
운동장에서 채석장까지 이동하며 많은 체력을 소모해 자리에 주저앉아 있던 실장석들이 교도관들이 들고 온 푸드 봉투를 보자마자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하루에 단 두 번, 아침과 점심에 하나씩만 지급되는 실장 푸드는 하늘이 내려주는 축복과도 같았다.
“날뛰지들 마라! 얌전히 있지 않으면 저기 있는 놈들처럼 상자 안에 쳐 박아 버린다!”
교도관이 가리킨 곳에는, 실장석들을 가둬놓은 수십 개의 투명상자가 있었다. 상자에 갇힌 실장석들은 정신이 반쯤 나가버렸는지, 스스로 머리카락을 뽑고 옷을 찢거나, 자신의 팔다리를 씹어 먹거나, 공포에 질려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는 자실장들을 잡아먹고 있었다.
그것들이 갇힌 상자는, 모두 다른 실장석들이 쉽게 볼 수 있는 곳에 놓여 있었다. 바깥 세계와 완전히 단절되어 버린 작은 상자 안에서 점점 미쳐가는 과정을 보여주며 언제든지 너희도 이런 꼴을 당할 수 있다는 무언의 협박이다.
[데에..]
먹이를 내놓으라며 날뛰던 실장석들이 일제히 입을 닫았다. ‘저 놈들은 분충이라 저기 들어간 데스, 고귀하고 세레브한 와타시는 저런 곳에 들어가지 않는 데스’ 라는 미친 소리를 지껄이는 놈 따윈 없다. 그런 소리를 지껄인 놈들이 모조리 끔찍한 상자에 쳐 박히는 것을 수십 번이나 봤으니 당연한 일이다.
“푸드 받은 놈들은 조용히 먹어라! 남의 것을 뺏거나 훔쳐 먹는 놈은 죽을 때까지 맞을 줄 알아!”
실장석들에게 푸드가 하나씩 배급되었다. 교도관들의 철통같은 감시 아래에서 실장석들이 게걸스럽게 푸드를 먹어치웠다. 몇몇 성체실장들이 자신보다 덩치가 작은 놈이나, 자실장들의 푸드를 뺏으려고 했으나 그런 짓을 했다간 죽을 때까지 패버리겠다는 교도관들의 협박을 듣고 바로 포기해버렸다.
[테챱테챱..]
[데챱데챱..]
교도관들이 조용히 먹으라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짜증나는 데챱데챱 소리를 내며 푸드를 먹는 실장석들. 놈들을 아무리 두들겨 패고 고문하고 소리 질러도 그 습관을 고칠 수는 없었다. 천적을 피해 뛰거나 살금살금 기어 다닐 때도 데스데스 테치테치 거리는 소리를 내서 결국 잡아먹히는 놈들이다, 쉽게 고칠 수 있을 리 없다.
[데에.. 부족한데스..]
[마마! 아직 배고픈 테치!]
[더 없는 테치?]
[삼녀.. 조금만 참는 데스..]
푸드 한 알은 한창 성장할 어린 나이의 자실장이나, 매일같이 노동에 시달리는 성체실장들에게는 너무나도 적은 양이었다.
몇몇 영리한 놈들은 118과 마찬가지로 밤중에 몰래 운치를 퍼먹으며 배고픔을 달래고 체력을 보존했으나, 여전히 자신이 세레브하고 고귀하다고 믿는 분충들은 몰래 자실장의 푸드를 빼앗거나, 자실장을 잡아먹고 버텼다.
[교도관상.. 부탁이 있는 데스..]
[테엥.. 테에엥..]
“응? 뭐냐?”
[와타시의 자가 배고프다고 하는 데스.. 부탁인데스. 푸드 하나만 더 주시는 데스!]
이마에 04-130이라는 숫자가 쓰여 있는 성체 하나가 교도관 앞에서 자신의 자를 들어 올리며 푸드를 한알만 더 달라고 애원했다. 130과 자는 둘 다 굶주림에 시달렸는지 상당히 지쳐 있는 모습이었다.
[귀여운 아가실장이 굶고 있는 데스, 아직 어린 자인 데스, 제발 푸드 한 알만 더 주시는 데스우..]
[테치... 배고픈 테치 닌겐상..]
주어진 푸드를 다 먹고 잠깐 쉬고 있던 실장석들의 시선이 130과 자실장, 그리고 간수에게 집중되었다. 먹이를 내놓으라고 날뛰는 성체들은 많았으나, 자를 동원해서 먹을 것을 달라고 ‘부탁’ 하는 것은 130이 처음이었다.
[교도관상, 귀여운 아가실장이 굶어죽을 수도 있는 데스.. 제발.. 뎃!]
커피를 마시며 조용히 130의 말을 듣고 있던 교도관이 눈 깜짝할 사이에 130의 손에 들려있던 자실장을 빼앗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래, 귀여운 아가실장이라.. 귀여운 아가실장이란 말이지?”
[텟치텟치 와타치는 귀여운 아가실장인 테치! 푸드 하나만 주시는 테.. 테에에에? 누르지 말아주시는 테챠아아-]
교도관은 빈 커피캔의 아랫부분으로 자실장의 머리를 눌렀다. 자실장이 한 번에 짜부라지지 않도록 약간의 힘만을 가하고 있었다.
[교도관상! 뭐 하시는 데스! 사랑스러운 자를 죽이지 말아주시는 데스!]
자를 살려달라는 130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교도관은 계속해서 자실장을 압박했다. 자실장의 다리뼈가 산산 조각나고, 척추가 부러졌다. 양 쪽 팔은 미친 듯이 경련했으며, 팬티는 피 섞인 빵콘으로 인해 커다랗게 부풀어 올랐다.
[닌겐사아아아앙! 살려주시는 테치! 살려주시는 테챠아아아!! 귀여운 아가실장인 와타치가 죽어버리는 테챠아아아아아아-]
“나는 아가실장이라는 말이 존나게 싫어, 진짜 존나게 혐오스러운 단어란 말이야, 쓰레기 같은 애오파 새끼들, 무슨 생각으로 그딴 단어를 만들었는지..”
[지]
자실장은 결국 머리가 터져 죽고 말았다. 테이블 아래에 있던 130의 얼굴에 자실장의 피와 놔수가 튀었다.
[데에.. 와타시의 자.. 와타시의 자가..]
“뭘 봐? 이제 그만 쉬고 빨리 일들 해! 빨리 하란 말이야!”
*****
아침 식사 뒤의 노동, 실장석들에게는 정말로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것이다.
성체실장에게는 작은 실장석용 곡괭이가 주어지고, 자실장들에게는 못이 주어진다. 작은 곡괭이와 못으로 돌을 부셔 자갈을 모으는 것이 목적이다.
이 노동에 투입되는 실장석의 수는 대략 2000마리. 1부터 4수용동의 실장석들을 모두 합친 숫자이다.
[데스! 데스! 데스!]
[텟! 텟 텟!]
모두가 구령을 넣으며 열심히 돌을 때려보지만 전혀 부서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실장석 2천 마리가 10시간 동안 생산해내는 골재보다 10명의 인간이 두 시간 동안 생산해내는 골재의 양이 훨씬 많다. 중장비까지 동원된다면 더 처참하다.
[마마.. 너무 힘든 테치..]
[힘내는 테치, 돌 씨를 부수지 못하면 오늘 점심을 못 먹을 수도 있는 데스. 저 분충들처럼 상자에 들어갈 수도 있는 데스!]
[테에에에..]
자실장들이 아무리 못으로 돌을 찍어봤자 돌에는 작은 흠집조차 나지 않는다. 자실장들은 이 노동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118도 작은 곡괭이를 들고 돌을 두들기지만, 정신은 다른 곳에 가 있었다. 아침에 5마리나 되는 자를 잃은 사건 때문에 반쯤 정신이 나가 버린 것이다.
[마마.. 마마!]
[데.. 무슨 일인 데스 장녀?]
[정신 차리는 테치, 이모토챠들을 잃어서 슬픈 건 아는테치, 와타치도 많이많이 슬픈 테치, 그래도 남은 마마와 와타치타치는 살아야 하지 않겠는 테치..?]
장녀가 가리킨 곳에는 친실장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 보겠다고 못으로 한곳만을 열심히 찔러대는 자들이 있었다.
[와타치가 남은 이모토챠들과 함께 열심히 일하겠는 테치, 포기하지 않겠는 테치, 마마도 포기하지 말았으면 좋겠는 테치..]
장녀의 말이 맞다,
비록 5마리나 되는 가족을 잃었지만, 살아남은 자신들은 계속해서 살아야만 했다. 끝까지 살아남아 세상을 자들로 가득가득 채워야만 했다.
[장녀.. 고마운 데스.. 장녀는 일가의 보배인 데스..]
[힘내는 테치!]
118은 곡괭이를 고쳐 잡고 다시 돌을 두들겼다. 다행히도 그날은 할당량을 맟출 수 있었다.
노동이 끝난 뒤. 118은 자들과 함께 수용동의 하우스로 돌아왔다. 자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천천히 이동했기에 다른 일가들보다 늦은 시간에 도착했다.
[자들은 이리 모이는 데스.]
118은 품속에 숨겨온 점심식사로 지급된 푸드를 꺼내 다섯 조각으로 부숴 자들에게 나눠 주었다.
[푸드인 테치!]
[배고팠던 테치이-]
자실장들은 작은 푸드 조각에 순식간에 달려들어 먹어치웠다. 아침과 점심식사로 성체와 같은 크기의 푸드가 지급되지만, 한창 자랄 나이의 자실장들에게는 한없이 부족한 양이다. 매일 노동에 시달린다면 더더욱.
118은 푸드를 먹는 자들을 사랑스러운 눈길로 지켜보았다. 모두 사랑스러운 자들이다. 분명 좋은 마마가 될 것이다.
[마마는 잠깐 나갔다 오겠는 데스. 자들은 얌전히 집에서 나가지말고 기다리는 데스.]
[알겠는 테치 마마!]
118은 하우스를 나와 공용 운치굴로 향했다. 오늘 밤도 배고픔을 견디기 위해서는 썩어가는 운치라도 파먹어야 한다.
[배고픈 데스.. 들키지 않게 빨리 먹고 돌아가는 데스..]
“야 동호야, 저놈 똥 퍼먹는것좀 봐, 누가 똥벌레 아니랄까봐 똥 퍼먹으면서 사넼ㅋㅋㅋㅋ”
“진짜네요, 실장석이 똥 먹는다는 소린 들었는데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네!”
허겁지겁 운치를 퍼먹는 118의 뒤로 두 명의 교도관이 다가왔다. 오늘 밤 당직근무에 투입된 이 두 사람은 순찰을 돌다 118을 발견한 것이다.
[데뎃! 교도관상.. 죄송한 데스..]
“뭐가 죄송한데?”
키 큰 교도관의 말에 118은 할 말을 잃었다. 자신이 운치를 파먹은게 죄송한 일인가? 자신은 그저 배가 고파 운치라도 파먹기 위해 나왔을 뿐이다. 거기다 지금은 취침시간도 아니었다.
[아.. 아닌 데스우.. 와타시는 배를 채웠으니 이만 가 보는 데스..]
“잠깐 기다려봐”
동호라고 불린 교도관이 급히 자리를 떠나려던 118을 잡았다.
[데! 교도관상! 자들이 기다리는 데스! 보내주시는 데스!]
“그래? 자들이 기다린다고? 아 맞다! 너 맨날 점심에 주는 푸드 안먹고 들고 오는 놈이구나!”
[데슷!]
118은 크게 놀랐다. 분명 들키지 않게 숨겼다고 생각했었는데, 교도관은 매일 푸드를 숨기고 다닌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에이, 배고프면 진작에 말을 할 것이지. 너 매일 그 푸드 들고 가서 자들한테 먹이는구나?”
[그런 데스..]
118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와 동시에 이 교도관들은 착한 교도관이 아닐까, 배고픈 자들에게 먹이를 줄 교도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좋아, 그럼 니 집으로 가자. 우리가 네 자들을 더 이상 배고프지 않게 해줄게.”
[감사한 데스! 감사한 데스! 와타시의 하우스는 이쪽인데스!]
아무 의심도 없이. 118은 그들을 자신의 하우스로 안내했다.
118과 교도관들이 하우스 앞에 도착하자, 자들이 하우스에서 나와 그들을 맞이했다.
[마마 어서오시는 테.. 닌겐상?]
[마마가 닌겐상을 데려온 테치!]
[자들은 안심하는 데스, 와타시타치에게 먹을 걸 준다고 하신 데스.]
[그런 테치?]
[밥을 주는 닌겐상테치!]
장녀를 제외한 자들이 밥을 준다는 말에 겁도 없이 교도관들의 발 아래로 뛰어가 방방 뛰며 먹을 것을 요구했다.
[배고픈 테치! 배고픈 테치!]
[닌겐상 감사한 테치!]
분충의 더러운 웃음이 아닌 순수하게 웃으며 기뻐하는 자실장 한 마리를. 키 큰 교도관이 발을 들어 내리찍었다.
[지벳!]
3녀가 밟혀 죽었다. 눈앞에서 자매의 죽음을 목격한 자실장들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마마! 마마아아!]
곧 공포에 질린 자실장들이 살려달라고, 죽고 싶지 않다고 마마를 찾으며 사방으로 도망갔지만, 자실장 따위의 신체능력으로 인간에게서 도망 칠 수는 없다.
교도관들과 멀리 떨어져 있던 장녀만이 안전한 장소에 숨을 수 있었다.
[살려줘 마마테치이이이이!! 테짓]
[지에-]
[짓]
[데.. 데.. 와타시의 자들이! 와타시의 자들이이이이!!]
“야, 우리가 언제 먹을 걸 준다고 했냐? ‘더 이상 배고프지 않게 해 준다’ 고 했지. 거짓말은 안 했다?”
방금 전까지 푸드를 나눠먹으며 행복한 얼굴로 웃고 떠들던 2녀,3녀,4녀,5녀가. 모두 바닥의 얼룩이 되고 말았다. 세상 무엇보다 소중하고 사랑스러웠던 자들이 길가의 쓰레기만도 못한 최후를 맞이하고 말았다.
다시는 자들의 따뜻한 체온을 느끼지 못한다. 다시는 자들의 행복한 얼굴을 볼 수 없다는 슬픔이 118의 위석에 금이 가게 만들었다.
“낄낄.. 고맙게 생각해, 어차피 자실장들은 도움도 안 되잖아? 한 마리라도 살아있으니 다행이지~ 그럼 잘 있어라 분충~”
“이야- 역시 선배님이십니다. 자실장 놈들 다 똑같은 모양으로 밟아버리시네!”
“야임마 내가 학대파 한지 10년이 넘어~ 이정도는 기본이지!”
끔찍한 학살에서 살아남은 118과 장녀는 낄낄대며 사라지는 두 교도관의 뒷모습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마마..]
[들어가는 데스, 자는 데스...]
잔다고 말은 했으나, 장녀와 118은 한 숨도 잘 수 없었다. 가족을 잃은 슬픔은 그들을 잠들 수 없게 만들었다.
다음 날 아침. 기상벨을 듣고 일어난 118의 얼굴은 비장함이 깃들어 있었다.
[마마..]
[장녀, 마마는 닌겐을 노예로 만들 것인 데스, 어떤 녀석이든지 운치를 맞고 독라가 되면 노예가 되는 데스. 매일 아침 헛소리를 하는 늙은 닌겐은 이미 독라인 데스, 이제 운치만 맞으면 노예가 되어 와타시의 노예가 되는 데스. 노예닌겐에게 와타시의 자들을 살려내라고 할 것인 데스.]
장녀는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늘어놓는 자신의 마마를 잠깐 한심한 눈으로 쳐다보았으나. 곧 생각을 바꿨다.
아마 가족을 잃은 슬픔 때문에 잠깐 제정신이 아닌 것일 뿐이라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곧 수용동의 모든 실장석들이 운동장에 모이고, 평소와 같이 수용소장이 단상 위로 올라가 쓸데없는 연설을 하기 시작했다.
[지금이 기회인데스!]
118은 교도관들이 잠깐 방심한 틈을 타, 이때까지 참고 있던 운치를 쌌다. 곳곳에 초록 얼룩이 묻어있던 팬티가 순식간에 초록색으로 물들고, 빵빵하게 부풀어 올랐다.
[똥닌게에에에엔! 똥닌겐은 노예가 되는 데스으으으!!]
그 일은 순식간에 일어났다.
다른 실장석들을 제치고 앞으로 뛰어나간 118은 팬티속에서 운치를 꺼내 온 힘을 다해 수용소장을 향해 던졌다.
연설을 늘어놓던 수용소장의 바지에 악취나는 실장석의 똥이 묻었고, 소장의 표정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이제 똥닌겐은 와타시의 노예인데스! 노예는 주인의 말에 따르는 데스!! 와타시의 자를 살려내는 데스! 살려내라는 데스! 오마에 똥닌게에에엔!!]
“뭐 하는 거야! 저 놈 잡아!”
다시 한 번 운치를 꺼내 투척하려던 순간, 118의 머리에 충격이 가해졌다.
[데... 장녀.. 도망치는 데스.. 도망치는 데스..]
118은 정신을 잃었다.
얼마 후, 118은 철제 케이지 안에서 깨어났다. 옆에 누워있는 장녀를 보니, 옷과 머리카락을 모조리 빼앗겨 독라가 되어 있었다. 자신도 마찬가지. 옷과 머리카락이 사라져 있었다.
위를 올려다 보자, 자신과 장녀의 옷으로 추정되는 것을 갈가리 찢어버리는 하얀 분충-현서- 가 보였다.
[데.. 교도관상.. 뭐 하시는 데스.. 와타시와 장녀의 옷과 머리카락을 돌려주시는 데스.. 소중한 것인 데스..]
“아, 깨어났구나? 날 너무 원망하진 말아줘, 네가 소장님께 투분을 해서 상자형을 당하는 거니까. 그거랑은 별개로 난 항상 너희가 마음에 안 들었어. 어린 아이를 공격하다니..”
현서는 증오에 가득 찬 표정으로 말하며, 118과 장녀를 상자 안에 집어넣었다.
“누구든 자기 자식은 소중한 법이야, 나도 아들이 있어서 잘 알아, 그런데 너희는 자기 자는 소중하다고 하면서 타인의 자식은 소중하다는 생각을 안 해. 물론 인간 중에도 그런 놈들이 있지. 자식은 다시 낳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너희들처럼? 그 놈들이나 너희들이나, 모조리 죽어야만 정신을 차리겠지.”
[아닌 데스, 아닌 데스! 그런게 아닌 데스!!]
118은 전력으로 부정했지만. 현서의 말이 맞았다. 자신의 자들은 소중했다,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한 자들이었다. 그랬기에 인간의 아이라도 공격해 먹을 것을 얻으려고 했었다.
인간의 아이 따위, 자신의 자보다 소중할 리 없다고 생각했다.
“아니라고..? 음.. 좋아, 내가 제안 하나 할게, 니가 상자 안에서 자를 먹지 않고 일주일을 버티면 너의 말을 믿겠어, 그리고 내 사육실장으로 삼아줄게, 하지만 자를 잡아먹고 버틴다면 최고로 고통스러운 최후를 맞이하게 해 주겠어.”
그녀는 상자의 뚜껑을 닫았다.
*****
상자에 갇힌 지 3일. 118은 거의 뼈만 남은 자신의 팔 한 쪽과 다리 한 쪽을 뜯어 장녀에게 먹이고, 함께 운치를 먹으며 버텼으나 곧 한계가 찾아왔다.
[마마.. 와타치를 먹고 사는 테치.. 마마는 살아야 하는 테치.. 반드시 살아서 새 가족을 만드는 테치..]
[장녀! 정신차리는 데스! 죽으면 안 되는 데스! 장녀어어!]
결국 장녀는 두 눈이 회색으로 물들어, 분홍색 혀를 길게 빼물고 죽었다. 영양부족으로 인한 굶주림이 원인이었다.
118은 장녀의 시체를 안아 들고 공원에서의 행복했던 삶을 회상했다. 항상 음식물 쓰레기를 주워 먹고, 학대파나 동족의 습격에 떨어야 했으나, 지금보다는 행복했다, 자유가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 갇힌 지금. 9마리의 자가 죽고, 자신의 시체를 먹어 살아남으라는 유언을 남기고 죽은 장녀의 시체만이 남아 있었다.
[대체 와타시타치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러는 데스..]
118의 눈앞에 자신을 무사히 키워줬던 마마와, 어릴 적의 상냥했던 자매들, 가끔 공원에 와서 콘페이토와 맛있는 푸드를 뿌리던 애호파. 사랑스러웠던, 그러나 지금은 죽고 없는 자신의 자들. 그리고 저주받을 하얀 분충년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파킨-
일주일 뒤, 상자들을 점검하던 현서는 파킨해버린 118과 장녀의 시체를 발견했다.
“..결국 같이 죽었군, 인간의 아이보다 자기 자가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분충 다운 최후네.”
그녀는 118과 장녀의 시체를 시체 수거 봉투에 넣고 사망실장 명단에 118의 이름을 기록했다.
얼마 후, 118과 장녀의 시체는 푸드 공장으로 보내져, 수용소에 갇혔거나 갇히게 될 실장석들의 먹이가 되어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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