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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가 나타났다 1~2 (완)



친실장은 새끼였을 시절 친과 자매를 버리고 도망쳤다. 골판지 박스안에서 공포에 질려 덜덜떨며 인간에게 맞서 싸우러 나간 마마를 기다리며, 어떻게든 이겨서 자신들을 구하러 와줄거라 믿으며 도망을 포기한 자매들은 모조리 불속에서 춤을 추다 까맣게 변해 사라졌다. 

당시 차녀였던 친실장은 마마의 말에 덜덜 떨리는 다리를 주먹으로 내리쳐서 도망을 칠수 있었고 수풀이 우거진 작은 틈 사이로 하얀 옷을 입은 얼굴이 안보이는 인간들의 습격을 똑똑히 봤다. 

평소 무적같았던 마마는 인간의 앞에선 큰 아줌마들이 구더기나 엄지를 일방적으로 잡아 때리고, 사지를 찢은뒤 먹었던것 이상으로 약하고 무력했다. 인간의 발길질 한번에 머리가 쑥쓰러웠는지 몸통씨 안으로 쏙 들어가 머리없이 몸통만 부들거리며 대여섯 발자국을 걷다 쓰러져 다 커서 부끄럽지도 않은지 팬티에 운치를 잔뜩 싼뒤 떼를 쓰는 엄지챠 처럼 바닥에 뒹굴며 마구 팔다리를 흔들며 떼를 썼다. 

마마를 믿고 기다린 8자매들은 골판지 박스안에서 인간에 의해 강제로 쫓겨나 바닥에 떨어져 팔다리가 부져신채 구더기처럼 바닥을 기어다니다 발이나 긴 막대기로 머리나 몸통이 터지거나 눌려 죽었다. 그럼에도 살아있거나 팔다리만 부러져 있던 자매들은 밥 봉투 안에 갇혀 어디론가 가져갔다. 

차녀였던 친실장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친실장이 알려준대로 수풀이 우거진 곳으로 조금씩 이동해 공원 중앙에 착한 인간들이 공물을 바치는 곳으로 쫓아갔다. 중앙광장엔 빨간 불들이 타오르면서 울부 짖으면서 똥을 지리며 질질 끌려가는 살아있는 큰 아줌마들이나 죽은 큰 아줌마들, 그리고 자신과 같은 아직 어린 자실장들이 아무것도 모른채 죽은것과 산 것들이 밥 봉투안에서 섞여 불 안으로 쏟아졌다. 

나중에서야 알았지만 엄지나 우지차들은 운치굴로 도망쳤고 인간들은 운치굴을 흙으로 덮어 전부 생매장 당해 전멸당했다. 불 안에서 춤추는 아줌마들과 자실장들. 그리고 살아있던 삼녀, 육녀, 칠녀도 예외없이 불 속에서 춤추다 사라졌다. 인간들이 떠난 자리엔 검은 재만 소복히 쌓여있었다. 

그렇게 자실장이였던 친실장은 인간의 무서움을 알았다. 항거할수 없는 재앙. 막을수도 없고 운이 좋다면 간신히 모든걸 포기해야 목숨만 부지할수 있다. 이것이 대체 무시무시한 겨울같은게 아니고서야 뭐라 설명을 할 것인가. 웃으며 공물을 바치는 착한 인간도 화내면 큰 아줌마들을 바닥에 들러붙은 쫀득한 별미인 납작고기로 만들거늘, 학대파는 이름만 들아도 오금이 저리고 하얀 악마는 그저 정신을 차리면 팬티위에 앉아있었다. 

구제가 끝난 공원은 골판지고 뭐고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렇기에 자실장은 추가적인 위협없이 살아서 성장할수 있었다. 자실장이 성체가 될 무렵 어디선가 온 이웃들이 하나둘씩 생겼다. 그리고 다시 착한 인간들이 찾아왔고, 그와 동시에 학대파라는 나쁜 인간들도 찾이오기 시작했다. 소규모 구제를 하던 학대파들은 공원 격리 후 집중구제를 하는 하얀악마에 비하면 훨씬 나았다. 적어도 대화는 시도할수 있었기에. 

하얀 악마들은 애교도, 아첨도, 위협 및 협박, 심지어 경고 조차도 무시했다. 그저 보이는 곳 마다 닥치는대로 죽이고 갈아엎었다. 그들이 지나간 자리엔 피와 똥이 가득했고 그 마저도 긴 대롱이에서 물을 뿌리자 녹아 없어져 사라졌다. 

그렇게 겨울를 2번이나 넘긴, 유일하게 이 공원의 비사를 알고 있는 능숙한 들실장으로 성장한 차녀는 3번째 임신으로 다시금 새끼를 얻었다. 

때는 춘삼월. 
완연한 봄이였다. 드디어 두번의 실패를 통해 친실장은 아직 태어난지 얼마 안된 새끼들 이라고 해도 엄하게 키워야 한다는걸 깨달았다. 이 친실장의 새끼들에겐 불행인지 다행인지 알수없었지만 훈육을 통해 새끼들은 그나마 다른 들실장보다 아주 약간 생존에 한발짝 앞서나갈수 있었다. 

“자들은 듣는 데스. 만약 하얀 악마가 오면 어떻데 하라고 한 데스?”

“도망치는 테치!”
“와타치 누구 보다 빨리 도망칠 자신 있는 테치!”
“마마랑 같이 도망치는 테치?”
“마마랑 함께 있는 테치! 그런 테치! 와타치 정답인 테치!”
”테...도망치는 테치. 마마랑 오네챠들이 살려달라고 해도 다 무시하고 도망가야 한다고 한 테치. 그리고 수풀에 잘 숨어야 하는 테치“

친실장은 사녀를 제외한 나머지 4마리의 대답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먼 훗날 이 지식은 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 어리광만 심한 사녀는 어쩔수 없다. 자신과 함께 미끼가 되리라. 

”그런 데스우. 마마의 마마가 말했던것 처럼 하얀 악마들에게 죽기 싫다면 도망쳐야 한다고 했던 데스. 하지만 마마의 자매들은 무섭다고 골판지 하우스 안에서 가만히 있다가 하얀 악마들에게 잔인하게 마마를 제외하고 다 죽어버린 데스. 엄지나 구더기들도 운치굴에 생매장당해 죽어버린 데스.“

”하얀 악마씨 무서운 테치...보고 싶지 않는 테치“
”걱정마는 테치! 와타치의 주먹 앞에선 하얀 악마따윈 한방에 나가떨어지는 테치!“
”마마가 있으니 와타치타치 안전 테츄~ 그런 걱정 하나도 안하는 테츄“
”테프프프~ 삼녀 오네챠 말대로 마마의 품안에 있으면 다 괜찮은 테치. 안전한 테치! 마마가 있는데 와타치 위험해질 일 없는 테치“
”테...“

친실장은 막내인, 몸이 제일 허약한 오녀만이 자신의 가르침을 따라오는 것을 보며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장녀는 별 생각이 없다. 
차녀는 허세가 심하다. 
삼녀는 자신을 너무 믿는다. 
사녀는 그저 어리광만 피우고 분위기도 잘 못 읽는다. 
오녀는...다 좋은데 몸이 약하다. 다른 자들에 비해 체력이나 힘이 반도 안된다. 이래선 도망친다고 해도 가망이 없다. 

”아무튼 명심하는 데스. 하얀 악마는 언제올지 모르는 데스. 마마는 이제 밥을 구하러 가는 데스.....“

친실장은 자실장들에게 말을 하며 골판지 하우스의 문을 열어 나갔다. 친실장이 밥을 구하러 나간 사이 자실장들은 조용히 누워 낡고 헤진, 갈색의 지붕을 보며 눈을 감았다. 들실장이 자실장을 기른다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버겁다. 혼자 살면 풍족하게 하루 밥을 구하고 하루 쉬면서 여유롭게 살수 있지만 새끼를 낳게 되면 그 새끼들은 양충이나 분충이냐를 떠나서 자실장이나 자실장 이하의 개체들은 밥과 관련되서는 절제따윈 모른다. 그저 입안에 모조리 쑤셔넣고 똥으로 배설하며 고작 한 시간뒤에 약간의 공복감을 고통으로 받아들여 발광한다.

그렇기에 들실장의 새끼들은 배고픔과 기아에 익숙해져야 했다. 매일 나간다고 해도 그날 밥을 구해올수 있다는 보장도 없을 뿐더러 2~3일을 허탕치고 굶어야 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친실장은 아침에 밥 따위는 주지 않는다. 아침을 주고 점심에 먹으라고 밥을 남겨주면 자신이 떠나자마자 다 먹어치우곤 왜 점심을 주지 않아 자신들을 굶게 만드냐며 역으로 친실장인 자신을 매도 하기에 수 많은 실장일가에선 홧김에 자실장들을 때려 죽이고 먹어치우는 광경은 흔하다. 

자실장들이 하루에 밥을 먹는 것은 오로지 저녁 한끼. 이것도 풍족하지 않는다. 그저 간신히 죽지 않을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성장이 가능한, 집안에서 놀거나 떠드는 헛짓거리를 하지 않는 가만히 누워 잠만 자는 자실장만 약간씩이라도 성장 가능할 정도만 준다. 

매일 기아 상태에 빠진 자실장들은 친실장이 나가면 드러누워 잠만 잔다. 적어도 자는 동안에는 공복의 배고픔은 없으니. 간간히 깨어 다같이 물을 마시고 자는 것을 반복하는 동안 친실장이 없는 골판지 하우스 안에는 잡소리가 들리지 않기에 동족을 잡아먹는 개체들도 무시한다. 자실장들의 안전과 친실장 자신의 권력를 다 잡는 들실장만의 노하우 인셈. 

“마마 언제 오는 테치....”

오녀가 중얼거린다. 작고 약한 울음소리지만 다른 자매들의 귀가 쫑긋 거렸다. 기다리는 시간은 지겹고 지루했다. 하지만 기다림 끝에는 행복한 밥먹는 시간이 온다. 그렇게 참는 법을 배우는 자실장들. 다만 너무 과하면 기다리는게 익숙해져 도망쳐야할때 기다리다 일가실각의 원인이 되긴 하지만 이 자실장들은 따로 도망치라는 교육을 받았기에 다른 들실장의 자실장 보다 약간은 나았다. 

“오녀챠 자꾸 말하지 마는 테치...쓸데 없이 힘을 낭비 하니 오녀챠가 약한 테치...잠이나 더 자는 테치...”

장녀의 말에 오녀는 입을 다물었다. 다시금 고요해진 집안. 이미 오녀의 말에 다른 자매들은 잠이 다 깼다. 오지않는 잠에 오녀를 노려보던 자매들은 이런 짓 조차 쓸데없이 낭비라고 생각하며 애써 다시 눈을 감았다. 시간이 흐르고 친실장이 돌아왔다. 

친실장은 오늘 하루도 무사히 살아남았음을. 
자실장등은 오늘 하루도 무사히 살아갈수있음을. 
저마다 각자의 상념을 품고 안도했다. 

들실장들이 밥을 먹는 시간은 보통 9시 전후. 8시쯤 돌아온 친실장은 한시간을 보존식을 고르는데 쓰인다. 최후의 순간에 버티고 살아남기 위해서 보존식은 필수. 그렇기에 친실장은 등 뒤에서 침을 꼴깍꼴깍 삼키며 들으란듯 배를 쭉 내밀고 꼬르륵 거리는 소리를 알려주는 자실장들을 무시했다. 

자실장이냐 보존식이냐. 어느걸 더 중요시 하는것에 따라 일가의 미래가 바뀐다. 자신도 첫 출산후 일가실각의 문턱에서 가까스로 살아돌아왔기에 그 어떤 들실장보다 뼈져리게 알았다. 

“꼬륵꼬륵 뱃씨 우는 테치~”
“오늘도 밥 맛나게 먹어주는 테치~”
“밥먹고 누는 운치가 제일 좋아 테치~”
“어떤 밥을 먹을까 이 순간이 제일 좋아 테치~”
“밥주는 마마가 제일 좋아 테치~”

자실장들은 노래를 부르며 친실장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애를 썼다. 그나마 친실장이 생각하기에 교육이 제일 빠른 오녀조차 그래봤자 자실장이였다. 애초에 탄생조차 인간의 선별을 걸치고 수십~수백마리를 고문과 학대에 가까운 훈육을 통해 말 그대로 갈아서 선별한 최후의 한마리인 사육실장이 아니고선 들실장의 레벨에선 이 정도면 거의 최상급이였다. 

들평균 몇몇 덜떨어진 놈들은 친실장이 보존식을 고르는 와중에 밥에 눈이 돌아가 시끄럽게 지랄발광을 하다 자신을 탄생시킨 친실장의 분대로 도로 환원되거나 봉지에 뛰어들어 분노한 친실장의 주먹과 발로 봉지안에서 으깨져 밥과 함께 뒤섞여 자매들의 한끼로 전락한다. 아니면 거의 빈사상태까지 친실장에게 쳐 맞아 교보재로 쓰인다거나. 도저히 못써먹을 정도면 팔다리를 먹어 치우곤 거친 흙바닥에 비벼 재생을 막고 독라로 만들어 운치굴에 쳐 넣는다. 

“다 된 데스. 이제 밥을 먹는 데스”

신중히 골라낸 봉투는 반이 비었지만 자실장들은 몰랐다. 반이라도 남는게 이 친실장이 다른 들실장보다 얼마나 우수한지를. 보통 들실장들이 보존식을 빼내면 1/3수준으로 떨어진다는 것을 모른다. 

자실장들은 귀를 까닥이며 앉아 친실장의 매서운 눈초리를 받아가며 밥을 먹는다. 장녀라고 더 주는거 없고 오녀라고 덜 받는것도 없다. 다른 들실장 일가면 장녀가 눈알을 부라리고 친실장을 향해 침을 튀기며 빵콘한채 괴성을 지르며 불공평 하다고 항의하지만 이 친실장의 자실장들은 그런게 없었다. 

그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그 짓을 했던 장녀가 어떻게 됐는지를. 
그렇게 차녀가 장녀가 되고 삼녀가 차녀가 되고 사녀가 삼녀로, 오녀가 사녀로, 육녀가 오녀가 된 것을 알고있기에. 장녀라는 것도 친실장이 부여한다. 자실장들사이에만 존재하는 계급 마저도 친실장의 허락하기에 존재하기에 언제든지 친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장녀는 막내가 될 수 있다는걸 기억하기에 분배에 대해서 불만조차 가질수가 없었다. 

친실장은 자신이 목숨을 걸고 가져온 밥을 허투루하게 대하는 자실장을 찾기 위해 눈을 매섭게 치켜떴지만 걸리는 녀석들은 없었다. 걸리면 먹던 밥을 몰수하는 자실장들에게 최악의 형벌인 ‘밥빼기’를 당한다. 자실장들 또한 전부 한번씩 당해보기도 하고 그 불합리한 처사에 목소리를 높였다가 친실장에 의해 영영 목소리를 잃어버릴뻔 했다. 

품안에 나눠준 밥을 끌어 모아 엎드려 두 팔로 감싸안아 조금씩 팔을 오므리며 입안으로 밀어넣는다. 친실장은 자신을 향해 자실장들이 엎드려 조아린채 밥을 먹는 모습을 흐뭇하게 보며 오늘 하루도 밥를 구하느라 쌓인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것을 느낀다. 모든 정신이 밥에 쏠린채 행여나 자신의 밥을 탐하는 녀석이 있을까 허겁지겁 먹으며 두 팔로 밥을 보호하는 모습. 들생활, 빼앗긴 놈이 잘못이기에 친실장은 자신의 교육을 잘 지키는 자실장들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마저 마지막 남은 밥을 털어 먹었다. 

그렇기에 들실장들은 엎드려 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먹기에 주변시야를 전혀 못본다. 입안에 밀어넣고 씹기 바쁘기에 소리도 듣지 못한다. 그렇기에 들실장들이 가장 무방비하게 되는 순간이며 자신들을 보호할 집이 없는 들실장들이 죽는 원인 일 순위가 밥먹다 정신차리니 내 옆에 자신들을 잡아먹는 짐승이 있는 상황. 

식사시간이 끝나고 패트병뚜껑에 따라준 물을 한마리씩 먹고선 다시 누웠다. 친실장의 옆에 몰려 쫑알거리는 소리에 친실장이 가볍게 한마디 했다. 

“오마에들 성장하기 싫은 데스? 마마가 말하지 않는 이상 오마에들도 말하지 마는 데스. 그렇게 주절거리면서 애써 마마가 구해온 영양을 쓸데 없이 낭비할꺼라면 당장 집밖으로 내보내 주는 데스. 마마가 준 것을 소홀히 하는 자는 필요없는 데스. 밖에서 마음대로 살아가는 데스.”

순식간에 적막이 감도는 집안에 만족한 친실장은 눈을 감고 잠에 빠졌다. 잠을 자는 친실장을 보며 불만이 가득찬 얼굴인 자실장들도 조금이나마 허기가 사라진 배를 느끼며 잠을 청했다. 시간이 지나 허기가 사라지면 잠을 자는 시간동안 고통이기에. 

“데하~암~....오늘도 마마는 가보는 데스. 집 잘지키는 데스. 그리고 만약....아닌 데스“

친실장은 잠기운이 안사라진 자실장들을 보며 피식 웃으며 집 문을 열었다.

-도, 도망치는 데스-! 모두 도망치는 데스으-! 하얀 악마인 데스! 하얀 악마가 나타난 데스우! 

멀리서 희미하게 들리는 동족의 고함에 귀를 귀울이자 몸이 덜컥 굳었다. 친실장의 귓가엔 다른건 잘 들리지 않았지만 그저 하얀 악마라는 말이 또렷하게 들려 머리를 때렸다. 

”데, 데에...!! 모두 일어나는 데샤아아-!!!“

친실장의 비명과 같은 고함에 발딱 선 자실장들은 영문을 모르는 표정으로 불안한 눈으로 친실장을 보았다. 

”하얀 악마가 온 데스! 오마에들 빨리 준비하는 데스! 도망칠 준비를 하는 데스!!“

자다깨 영문도 모른채 얼떨떨한 표정의 자실장들은 잠이 확 깨는 것을 느꼈다. 친실장이 그토록 말했던 하얀 악마. 친실장과 자실장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보존식을 다 먹어치우는 데스. 도망도 힘이 있어야 하는 데스. 어차피 보존식은 인간들이 가져가 사라지니 차라리 먹어치우는게 나은 데스“

친실장은 보존식 통을 가져와 집 가운데에 쏟아냈다. 자실장들은 평소라면 눈이 돌아가 대가리를 쳐박고 먹었겠지만 이제는 집 안에서도 희미하게 들리는 비명소리와 그 어느때보다 딱딱하게 굳은 친실장의 표정이 결코 장난이나 연습 상황이 아님을 알려주었다. 

”먹는 데스! 먹고, 잔뜩 먹어서 힘을 내는 데스! 그래야 사는 데스!“

자실장들은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보존식을 먹었다. 친실장이 엄선한 보존식은 그동안 먹었던 밥과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맛있었다. 그리고 이걸 다 먹는 순간 일가가 두번 다시 모일수 없다는걸 알았다. 마지막으로 친실장과 자매들의 얼굴을 기억하던 자실장들은 친실장이 물마저 아낌없이 주는걸 마시며 고개를 끄덕이며 뿔뿔히 흩어졌다. 

“이걸로 된 데스...마마는 다 커서 숨을 곳이 없는 데스. 오마에들을 일부러 잘 먹이지 않던 이유가 다 있었던 데스...마마처럼 잘 숨어서 다시 이 공원에서 자들을 낳아 살아가는 데스.”

친실장은 집안에 숨겨두었던 보검을 꺼내들었다. 같은 동족조차 제대로 찔린다면 단숨에 절명하는 보검. 이길거라곤 생각조차 안들었다. 그저 자신의 자들이 도망칠 시간을 벌면 댔다. 친실장은 보검을 든 손을 높이 올리며 공원 중앙 방향을 보며 당당히 외쳤다. 

“와-바-랏 데샤아아-!! 와타시는 여기에 있는 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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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실장이 살고 있는 공원에 구제가 실시된지 2년이 흘렀다. 2년사이 공원은 다시금 들실장들이 마구잡이로 개체수가 증가하여 시민들의 피해가 누적되고 있었다. 

개체수 추정 약 380마리. 성체의 숫자가 저정도였고 자실장 까지 포함하면 대략적으로 850마리가 넘어가는 숫자였다. 공원은 진작에 포화상태였으며 그간 애호파들의 무분별한 실장푸드 살포에 아슬아슬하게 마릿수가 유지되었다. 

친실장은 알게 모르게 예전과 비교하여 먹이를 주로 수급하는 쓰레기장이 과거와 다르게 더럽고 너저분한 것을 천천히 오랜시간동안 바뀌었기에 모르고 있었다. 음식물 쓰레기와 생활쓰레기 봉투가 다 찢겨 바닥에 쏟아져 악취로 온갖 민원을 야기시킨다는 것을 몰랐다. 

몇몇 들실장들이 최대한 조심스럽게 행동하지만 이주 및 공원내 2세대, 3세대, 4세대 들실장들은 그런걸 몰랐다. 애초에 2년전 구제에 기적적으로 살아남은건 이 친실장 한마리. 나머지는 다 이주해서 텅 빈 공원에 정착한 녀석들이기에 사정따윈 몰랐다. 그저 심해지는 경쟁에 자신들이 벌인 일을 수습하기 보단 하나라도 봉지를 더 뜯어 구하기 급급해졌다. 

그렇게 시작된 난장판의 끝은 하약 악마라 칭해지는 서울시 특별구제반이 과거 2년전 그랬듯 다시한번 이 곳을 방문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친실장은 어렸을 적 기억이지만 너무나 강렬해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았다. 살려달라 비는 자매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죽이던 인간들. 그런 자매들을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건 친실장. 비록 그 희생으로 자신만 살아남았지만 자매들과 친이 살아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홀로 남겨진채 눈물을 흘리며 수 없이 상상하며 밤을 보냈다. 

텅 빈 공원에서 외로움에 사무쳐 아무리 울어도 찾아오는 이 없고 눈물자국이 가득한채 일어나 간신히 죽지 않을 만큼 밥을 구하며 살았다. 가끔 찾아오는 것은 그저 자신을 먹이삼을려는 날아다니는 새들과 개, 고양이들뿐. 

“하지만......단 한번도 복수를 잊어본적 없던 데스”

친실장은 눈을 빛내며 죽은 자매들과 친실장의 원한을 잊지 않았다. 상상만하며 하얀 악마들에게 어떻게 복수할지 생각할때 첫 자를 가졌다. 그 순간 친실장은 깨달았다. 하얀 악마들에게 복수할 방법을. 

그것은 하얀 악마들에게만 적용되는 복수가 아니였다. 가끔 와서 먹을것을 나눠주고 정작 길러줄 생각은 전혀 없는 인간들(애호파)이나 긴 막대를 가지고 온갖 방법으로 잔혹하게 가지고 놀다 죽이는 인간들(학대파) 모두 복수할 방법 이였다. 

그것은 바로 자신을 절망에 빠뜨리고 좌절하고 괴로워 하는 것을 즐기던 인간들에게 자매들과 친실장에게 이어받은 생명을 끝까지 이어가는 숭고한 사명과 함께 수 많은 자들을 낳아 행복하게 사는, 인간들이 질투에 미칠 그런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였다.

“지지않는 데스! 적어도 두번다시 와타시타치를 우습게 보지 못하게 한방 먹여주는 데스...”

애초에 이 친실장은 2번의 양육실패에서 복수고 뭐고 다 끝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도망쳐 살았으니 자들도 살아서 다시금 이 공원에 뿌리를 내리리라 여겼다. 죽어도 자신의 가르침을 이어받은 자들에게 이어지는 생명의 숭고함. 비록 자를 가득낳아 질투에 미치는 인간들을 보지 못했으나 그것은 자신의 역활이 아닌 자들에게 넘어갔다. 이제 자신은 과거 친실장이 그랬던것 처럼 도망친 자를 믿고 인간에게 맞서 싸울 것이다. 이것이 어쩌면 인간에게 있어서 의미없는 몸부림일 지라도 생명을 이어간다는 의지는 끊을수 없으리. 

친실장은 구제에서 살아남는 다는 것이 들실장에게 얼마나 운이 중첩되야 하는지 알수도 알지도 못했다. 만약 구제가 없었다면 이 운을 가지고 모든 실장석들의 꿈이자 최종 목표인 사육실장이 될 정도였다. 그저 친실장 조차 감당할수 없는 천운으로 살아남았음을 모른다. 

“오는 데스..! 어서 들어오는 데스!!”

나무 뒤에 숨어 보검을 품에 안고 힐끔힐끔 전방을 보는 친실장은 자신의 뒷쪽 수풀에 숨어서 지켜보는 한쌍의 눈동자를 몰랐다. 수풀더미에 숨에 엎드린채 자신을 보는 것은 다름아닌 자신의 교육을 가장 잘 받아들인 오녀였다. 

‘마마...’

체력적으로 다른 자매들과 달리 약했던 오녀는 도망치고 나서 곧바로 다른 자매들을 놓쳤다. 친실장이 그렇게 당부하였건만 장녀와 차녀, 삼녀와 사녀는 짝을 이루어 도망쳤다. 아이러니 하게도 무리에 낄 수 없는 체력을 지닌 오녀만이 친실장의 당부처럼 혼자 남아 도망칠수가 있었다. 아니, 도망도 제대로 치지 못한채 잔류하였다. 

그나마 과거 친실장보다 나은 것은 집안에 남은 자실장들이 없다 정도. 


장녀와 차녀는 달렸다. 자매들중 체력이 가장 좋은 이 둘은 도망치는걸 멈추지 않았다. 주변에선 비명과 죽어가며 내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렸다. 이쯤이면 괜찮겠지 하지만 소리에 다리를 멈출수가 없었다. 

“무서운 테치...무서운 테치...!”
“죽는 테챠! 죽기 싫은 테챠아-!”

장녀와 차녀는 친실장이 도망친뒤 숨어야한다는 말 중에서 도망만 기억했다. 그렇기에 그들이 향하는 곳은 그저 비명이 안들리는 곳을 향해 방향을 바꾸며 뛰었다. 

장녀와 차녀는 그렇게 자신도 모르게 비명이 안들리는 구제업자들이 집결한 가장 조용한, 공원 중앙 광장으로 조금씩 조금씩 향하고 있었다. 



삼녀와 사녀는 걷다가 뛰는걸 반복했다. 수풀 사이에 숨어 천천히 기어가듯 주변을 경계하다가 수풀이 끊긴 화단의 끝에서 후다닥 달려 반대변 화단으로 넘어갔다. 

“오네챠, 이제 안전한 테치?”
“테? 잘 모르는 테치. 하지만 멀리가면 좋을꺼라 생각되는 테치.”

사녀는 삼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수풀사이로 잦은 이동으로 머리카락과 두건, 옷이 찢어진 독라에 가까운 상태였지만 서로가 서로의 모습을 살필 여유도 없을 뿐더러 사방에서 죽어가며 도망치는 동족들도 독라 따윈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큼지막한 빵콘을 매단채 어기적 거리며 기어가다 죽는다. 팬티를 버리고 뛰면 그나마 더 멀리 갈수 있지만 팬티조차 버리지 못한 미련이 발목을 잡아 죄다 대가리가 깨져 바닥에 피를 흘려 죽는다. 죽은 동족의 피가 강처럼 흘러 배수구로 빨려들어가는 상황. 

삼녀와 사녀의 전략은 제법 먹혀들어갔다. 독라이기에 주변의 풀색이랑 어울리지 않아 눈에 띄여야 했지만 은폐에 신경을 써서 아직까지 들키지 않았다. 

하지만. 
주변을 경계하는것과 은폐에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이동 속도는 최악을 달렸다. 삼녀와 사녀는 골판지 하우스를 기준으로 고작 4m밖에 이동하지 못했다. 


”마마...이기는 테치. 마마가 이기는 모습 와타치가 확실히 보는 테치...“

오녀는 과거 친실장이 그랬던것 처럼 집 근처 수풀 사이에 숨어 친실장을 지켜보았다. 언제든지 찌를 준비를 하며 주변을 살피는 친실장의 모습. 하얀 옷을 입고 얼굴이 보이지 않는 커다란 인간이 드디어 친실장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저절로 긴장한 오녀는 침을 삼키며 친실장과 인간의 격돌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녀는 몰랐다. 친실장 바로 뒤에 숨는다는게 어떤 의미인지. 과거 친실장이 숨었던 방향은 이쪽이 아니였다. 

구제업자인 그는 나무 뒤에서 옆으로 퍼진 몸을 가릴 생각이 전혀 없는, 귀와 머리카락, 치맛단, 그리고 자신을 엿보기 위해 고개를 나무 밖으로 완전히 내민 성체실장 한마리를 보고 어이없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친실장 뒤에 멍청하게 수풀로 우거진 화단 나뭇가지 사이로 전혀 숨을 생각이 존재하지 않는 쌀 한톨만한 지성의 조각도 없어 보이는 자실장의 누런 얼굴이 보였다. 뭐 실장 구제업이라는 것이 이런 병신들을 잡는거라지만 이럴때면 힘이 빠진다. 

”오는 데스..오는 데스...!!“

친실장은 긴장으로 땀을 주륵주륵 흘리디 시작했다. 이제 남은 것은 인간과 자신, 죽거나 죽이거나 둘중의 하나만 남은 결과. 누가 이기던, 누가 지던 예측할수 없는 싸움을 앞둔 친실장은 긴장으로 심장이 터질것 같았지만 무거운 발소리를 내는 인간이 시야 가득 들어오자 역으로 불안했던 마음과 혼란스러운 정신이 가라앉았다. 호흡을 가다듬던 친실장은 생각했다. 

맑게 변한 정신으로 아무리 계산해봐도 인간을 이기는건 무리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처음 생각한대로 한방 먹여주자 라고 결심했다. 

”목숨을 거는 데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되는 데스...누가 봐주지 않아도 되는 데스!! 그저, 인간에게 알려주는 데스. 와타시타치도 할수있다는 데스! 생명을 품은 이 세상에 당당히 두 발로 서서 생을 이어가는 존재라는 것을 똑똑히 각인 시켜주는 데스! 장녀, 차녀, 삼녀, 사녀, 오녀... 오마에들은 듣지 못하겠지만 마마는 이런 데스. 마마는 지지않고 싸웠던데스! 마마의 마마가 그랬던것 처럼 와타시도 생의 이어짐을 위해 싸우는 데샤-! 인간! 와타시의 보검을 받으는...!?! 데걋!”

오녀는 친실장의 말을 들으며 눈물을 흘렸다. 당장이라도 뛰쳐나가 마마에게 외치고 싶었다. 자신이 보고 있다고. 자신이 보고 있음을 알아달라고. 마마는 혼자가 아니라고. 마마의 의지는 와타치가 확실히 이어받았노라고. 

하지만. 
필사의 각오를 한 친실장이 뛰쳐나가는 것을 본 오녀는 눈알가가 찢어질 정도로 눈을 크게 떳다. 그야말로 죽고자 하면 살것이요, 살고자 하면 죽을것이다 라는 말을 뼈에 새긴채 달려나간 친실장이 얕은 비명과 함께 넘어지는 어이없는 불행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곧이여 자신의 눈을 의심케 하는 것을 보았다. 

넘어진 친실장은 웃고 있었다. 눈을 비비며 봐도 웃고 있던 것이다. 오녀는 그런 친실장의 웃는 표정이 낮설지 않았다. 어디선가 본듯한 모습. 

그랬다. 오녀는 극한의 상황속에서 익숙한 친실장의 표정을 기억해냈다. 그것은 과거 태어나서 처음으로 친실장을 따라갔던 처음본 바깥세상. 친실장은 몰려드는 큰 아줌마들에게 엄지2마리와 구더기 3마리를 던지고 나서 유유히 자신들을 데리고 집으로 향하며 보여준 미소였다. 

‘그런 테치! 역시 마마인 테치! 마마는 다 계획이 있었던 테치! 와타치는 마마가 자랑스러운 테치...! 마마는 훌륭했던 테치! 그 어떤 아줌마들보다 마마가 제일 훌륭했던 테치!! 마마는 와타치타치의 자랑인 테치! 와타치 살아남아 마마의 모습을 반드시 자들에게 알려주는 테치!!‘

오녀는 소리없이 울며 친실장의 목숨을 판돈으로 건 일생일대의 최후의 도박을 지켜보았다. 인간이 다가와 넘어져 엎드린채 일어나지 못하는 친실장의 앞에서서 발을 들어 올렸다. 오녀는 그 순간 친실장의 품안에 날카로운 보검이 친실장의 목 바로 밑에 세워지는 것을 볼수 있었다. 당장이라도 뛰쳐나갈려는 몸을 간신히 제어했다. 마마가 만들어준 생을 바친 기회다. 허무하게 날려버릴순 없었다. 

’보는 테치...! 보는 테치이! 똑똑히 기억해서 와타치도 훗날 인간에게 복수하는 테치! 인간에게 복수하는 테치...!!‘

악 다문 입에서 한줄기 피가 흘러내렸다. 


친실장은 짧은 순간에 수 없이 고민했다. 지켜보는이 없이 홀로 고독한 싸움이지만 그럼에도 이것은 가치있는 일이며 제법 할만하지 않은가. 알아주지 않으면 어떤가. 자신만 알면 됐지. 친실장은 스스로를 세뇌하는 것 처럼 중얼거리며 인간에게 어떻게 한방 먹여줄지 고민했다. 

보검을 들고 뛰쳐나가 찌를까?
안된다. 인간은 자신들보다 수백배 크다. 접근하기 전에 당한다. 

아픈척 위장해서 접근할까?
안된다. 하얀 악마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 근처에 다가기만 해도 곧바로 죽일터. 

하지만 친실장은 위장을 한다는 것에 무언가 느꼈다. 자신들을 바보처럼 여기는 인간들이라면 이건 통한다. 어차피 보는 눈도 없다. 자존심이고 뭐고 다 버리고 딱 한번 바보같은 연기를 하면 된다. 아무도 자신을 보지 않는다는 것에 안도한 친실장은 용기를 얻었다. 

“해보는 데샤아-!! 목숨을 거는 데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되는 데스...누가 봐주지 않아도 되는 데스!! 그저, 인간에게 알려주는 데스. 와타시타치도 할수있다는 데스! 생명을 품은 이 세상에 당당히 두 발로 서서 생을 이어가는 존재라는 것을 똑똑히 각인 시켜주는 데스! 장녀, 차녀, 삼녀, 사녀, 오녀... 오마에들은 듣지 못하겠지만 마마는 이런 데스. 마마는 지지않고 싸웠던데스! 마마의 마마가 그랬던것 처럼 와타시도 생의 이어짐을 위해 싸우는 데샤-! 인간! 와타시의 보검을 받으는...!?! 데걋!“

친실장은 마치 나 습격하는거에요를 티를 내며 뛰쳐나가 일부러 화단 끝에 발을 살짝 걸고 넘어지며 굴렀다. 품에 안은 보검의 끝이 가슴을 스치고 지나가 옅은 자상을 남겼지만 상관없다. 이 계획이 실현되면 이미 자신은 죽고 없다. 계획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이딴 상처는 상처 축에도 안들었다. 정신을 부여잡고 과도한 오버 액션을 취했지만 역시나 인간들은 자신들을 얕잡아 보고 어색함을 눈치 못챘다. 슬며시 나오는 웃음을 참고 신음소리를 내며 정신을 못차린듯 무릎과 손을 바닥에 집고 어서 빨리 밟아 죽이라는듯 보기좋게 만들었다. 

인간앞에 머리를 조아리는건 굴욕적이였지만 자신의 소중한 돌은 배 가장 아래에 있다. 적어도 소중한 돌이 깨지기 전까지 약간은 산다. 고통에 울부짖는 인간의 모습을 지켜보며 죽는것도 나쁘지 않으리. 친실장은 바닥을 보고 있었지만 알수 있었다.

드디어. 
발이. 
자신의 목과 뒷통수를 향해. 
내려오고 있음을. 

친실장은 재빠르게 보검을 일자로 세워 목 끝에 갇다댔다. 인간은 자신의 몸에 가려진 보검을 눈치 채지 못했다. 두건 넘어로 뒷통수에 무언가 살짝 닿는다. 

”데...프프프프프...!!“

친실장은 두 눈에 아른거리는 자들이 보였다. 썩 괜찮은 실생이 아니던가. 인간에게 복수도 하고 자들은 뿔뿔히 흩어져 다시금 이 공원에 뿌리를 내리리. 자신이 만든 생명의 이어짐은 이 사건으로 더욱더 강하게 자라리라. 

-치익, 칙. 치이이익-, 칙. 
아아, 구제본부상황실에서 전파드립니다. 현재 13시 37분. C구역 구제인원 몇 분이 성체 들친실장이 못을 품에 안고 일부러 구제인원 앞에 넘어지는 연기를 하며 밟아 죽일때 못을 세워 발을 공격하는 것에 신발이 뚫렸다고 합니다. 다행이 한 치수 큰 신발을 신어 부상은 없었지만 구제본부에서는 이 사건을 사람을 고의적으로 해할려는 것임을 인지하고 현 시간부로 D공원은 해골 3단계로 격상, 즉시 모든 구제인원들은 구제를 중지하시고 지급한 도로리 용액으로 즉각적인 말살 및 소독작업을 지시합니다. 반복합니다. 현 시간부로 들실장에 의한 인간의 고의적인 상해 상황증거가 포착되었으니 해골 3단계로 격상 도로리 용액으로 말살을 지시합니다. 

친실장은 인간의 어깨에서 난 소리에 머릿속이 텅 비었다. 닿을듯 말듯 아슬아슬하게 내려오던 발이 더이상 내려오지 않는 다는 것을 느낄수가 없었다. 

어째서. 
왜?

”...안되는 데스...! 어째서인 데스! 이건, 이건 선택받은 와타시만이 할수있는 계획인 데스! 와타시만이 가능한 계획인 데스!! 삶을 이어받은, 다른 동족따위가 아닌! 오로지 와타시만 생각해낸 특별한 계획이였던 데스우-!! 어째서인 데스! 인-가아아아안-!! 당장 말해보는 데스! 왜! 왜 그딴 소리가 들려오는 데샤아아아-!!! 말해보는 데스! 오마에들에게 마마와 자매들이 죽었을때 부터 품었던 와타시만의 고귀한 생각인 데샤아-!! 인가아안-! 말해보라는 데스우! 당장 대답하라는 데스!!“

친실장은 믿을수가 없었다. 고개를 들고 그제서야 인간을 마주보며 노려보았다. 증오로 일그러진 얼굴. 두 눈에는 진한 적색과 녹색의 눈물이 흘러 내렸다. 

세상에 단 하나. 오로지 자신만이 생각해내고 깨달은 생의 의지와 온갖 추잡한 몰꼴(일부로 넘어지기)을 하더라도 인간에게 복수하겠다는 굳은 증오로 만든 완벽한 계획이 다 까발려졌다. 그것도 어디있는지 모를 이상한 분충이 먼저 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수 없었다. 오로지 이 세상에서 자신만이 깨달은 고귀한 지식이 실은 실장석이라면 아무나 다 생각하는 흔하디 흔한 아무런 가치없는 것임을 받아들일수 없었다. 

하지만 발을 거둔 인간은 등에 맨 긴 통에 달린 대롱이를 꺼내 들었다. 친실장은 과거 이것을 이용한 인간들이 죽은 동족의 사체를 지워나가는 것을 보았다. 눈 앞에 멈춘 대롱이를 봐도 반응이 없는 친실장. 

-치익

1초도 남짓한 시간의 분사. 친실장의 반응은 뿌리자 마자 바로 나왔다. 

”데갸아아-!! 데끼이잇-!! 데, 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얼굴이 녹는다. 
안구가 녹아내리며 물처럼 흘러 사라졌다. 텅 빈 안구 구멍에선 눈물만 흘러 넘쳤다. 농축 도로리 용액은 단 한방울을 실장석의 정수리에 떨어뜨려도 정수리에서 총구를 뚫고 녹여 바닥에 떨어진다. 화학적 화상으로 재생조차 할수 없다. 그런 용액을 얼굴 전체에 분사당했으니 이 친실장이 멀쩡할리 없다. 

빵콘을 지린채 바닥에 엎드려 파닥거리는 친실장의 품에서 굴러나온 갈색의 녹슨 못. 금속 특유의 쨍소리와 함께 굴러 인간의 신발 코에 부딫쳐 멈췄다. 

”데캬아아아-! 데끼이-,이...이.....!!“

안면이 녹아 뇌가 보이기까지 분사후 1초. 성체 한마리를 5초만에 녹여 버리는 즉효성 농축 도로리. 안면부터 녹아내려 성대마저 녹은 성체실장은 안면구멍에서 뇌가 들어난채 그저 신경이 교란되어 바닥에 쓰러져 간간히 팔다리를 파닥거렸다. 뇌는 이제 막 녹아내리기 시작하여 운치를 부루룩 싸지르며 팬티를 부풀리기 시작했다. 

”테...? 마마...?“

자실장은 믿을수가 없었다. 그 친실장이 누워서 빵콘을 한채 떼를 쓰며 팔다리를 마구 휘젓다니. 뭐라 내용은 들리지 않았지만 인간에게서 어떤 소리가 흘러나오자 마마가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저 모양이다. 오녀는 친실장이 엄지 처럼 인간의 앞에서 발버둥 치는 모습을 보자 친실장에 대한 믿음이 쩍 하니 갈라졌다. 

“마마...! 어째서 테치이...? 마마는 아이가 아닌 테치! 일어서라 테치! 일어서서 당당히 인간과 마주보는 테치! 그대로 누워있지 말고 일어서는 테치-!!!”

오녀는 친실장의 모습을 더이상 볼 수가 없었다. 자신이 기억하는 마마의 단단하고 결연한 모습이 완전히 사라진 추잡하기 그지 없는 모습. 자신들에게 당당히 살아가라고 했던 친은 이제 없다. 그저 인간의 앞에서 추레하게 몸부림 치며 아양떠는 가증스런 성체실장만 있을뿐. 

오녀는 자신이 왜 저런 친실장을 향해 달려가는지 스스로도 이해할수 없었다. 아니, 고작 저런 친실장에게 태어난 자신을 용납할수 없었다. 

“와타치 만이라도...! 와타치 만이라도 와타치타치의 의지를-, 긍지를-,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테치이잇-!!”

오녀는 눈물을 닦으며 달려서 인간의 앞에 섰을때. 
고개를 아무리 올려도 제대로 볼수 없을 만큼 거대한 인간의 모습을 보았을때. 비로소 느꼈다. 저것은 무리라고. 살고 싶다고. 구해달라고. 다시 도로 도망치고 싶다고. 

삶을 갈망하는 오녀의 생각과 다르게 전신이 공포로 굳어 다리는 움직이지 않았다. 눈앞의 인간의 형상은 공포와 죽음이였다. 오녀는 그저 눈알만 굴리며 똥을 지릴뿐 빵콘을 해도 스트레스는 해소는 커녕 두려움만 겹겹히 쌓여갔다. 오녀가 눈알을 굴리자 비소로 친실장의 모습을 제대로 볼수가 있었다. 정수리와 뒷 껍데기만 남은채 녹아서 뭔지 알수 없는 물처럼 흐르는 친실장의 모습을. 아양떠는게 아니였다. 인간에게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 그냥 죽은 것이다. 오녀는 눈앞에 다가온 죽음에 친실장 처럼 소리라도 지를 용기조차 없었다. 친실장처럼 뭔가 움직이는 것도 할수가 없었다. 그저 숨만쉬며 눈알만 굴릴뿐 그 어떤 무엇도 친실장의 티끌이라도 따라 할수가 없었다. 

수풀에서 뛰쳐나오기전의 다짐은 인간을 앞에서 제대로 본 순간 빠그라져 사라졌다. 왜 나왔을까 미칠듯한 후회가 되지만 행복회로도 감당 못하는 상황에서 실장석의 유일한 도피처로 도망도 칠 수가 없었다. 오녀는 자신의 시야 정면에 내밀어진 둥글게 생긴, 빈 구멍이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뭐라도 해야한다. 오녀는 죽음을 직감했다. 

적어도. 
적어도 인간의 앞에서 당당히 자신의 뜻을 세운 마마에게 부끄럽지 않은 자가 되야한다. 이 무시무시한 자연재해같은 인간의 앞에서 적어도 마마처럼은 불가능 하겠지만 그래도 마마의 자였다는 증거를 보여줄 것이다. 오녀는 당장이라도 도망갈것같은 후들거리는 다리에 힘을 바짝주고 척추를 곧게 폈다. 그럼에도 한눈에 인간을 다 담을수가 없었다. 그저 인간의 얼굴이라도 생각되는 곳을 보며 태어나 처음으로 자신의 혼과 생명을 모두 담은 처음이자 마지막.

”테, 텟츙~!“

아첨이였다. 

-치익

0.3초의 분사. 오녀는 아첨을 한 모습 그대로 자신의 친실장과 마찬가지로 얼굴이 녹아 흘러 내렸다. 브릿 거리며 똥을 한 무더기 싸지른채 신경이 녹아 없어진 오녀는 친실장 옆에 쓰러져 친실장과 함께 그대로 녹아 땅에 스며들었다. 

공원내 들실장들은 죽어가면서 믿었다. 
그래도 한마리 혹은 어쩌면 어린 자실장이나 운치굴의 엄지라도 살아서 자신들의 유지를 이어가기를. 하지만 못을 든 시점에서 그 모든건 불가능했다. 실장석이 인간을 공격한다. 이건 지금까지와 다르게 그냥 넘어갈수 있는 것이 아니였다. 공원내의 바리게이트가 2중으로 구성되었고 한시간도 지나지 않아 150여명의 추가인원이 도착, 지금까지 쓰던 농축액의 3배가 넘는 초고농축 액으로 무장한채 3중으로 공원을 둘러 쌓은채 도로리 약액으로 높게는 나무위. 낮게는 땅 밑으로 1m이상 스며들게 뿌렸다.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나무 위에 던져져 있을 녀석부터 땅밑으로 파고든 녀석들까지 모조리 용액으로 녹이기 시작했다. 3중으로 펼쳐진 소독작업은 조명을 킨 채 밤 10시까지 5번에 걸쳐 이어졌다. 그 모든 작업은 무서우리 만치 고요했다. 보이면 뿌려서 녹인다. 성체실장도 1초만에 녹아 흐를 정도. 말할 틈조차 주지 않는다. 골판지 밑, 운치굴, 낙엽 밑, 눈에 보이는 곳, 안보이는 곳 공원에 존재하는 땅과 수목들 전체가 도로리로 젖지 않은 곳이 1mm도 존재하지 않았다. 

지구상 생태계의 정점에 위치해 자신을 공격하는 것들을 역으로 지배하며 과학을 통해 먼 미래에 자연마저 지배할려는 종족이 바로 인간이였다. 그리고 들실장들은 ‘구제’가 아닌 ‘말살’ 혹은 ‘소독’으로 변경되는 차이를 몰랐다. 

구제는 몇 마리 흘리거나 업자들이 눈감아 주지만 이건 다르다. 과거 수십 종의 생물을 멸종시킨 인간. 그것이 실장석들에게 진짜 제대로 겨눠진적이 없기에 그저 인간들을 우습게 여기는 실장석들에게 국소적이지만 이 공원내 펼쳐지기 시작했다. 공원 밖에서 몰래 인간의 품에서 훔쳐보던 사육실장들은 스스로 위석을 깨고 자살하는 개체가 속출하는 소독작업. 

실장석이란 것이 단 한마리도 존재하지 않는 공원에 벌레 우는 소리가 들려온다. 새들이 지저귀며 실장석이 녹은 영양가득한 수분을 빨아들인 꽃들은 여태껏 보지 못한 화려한 색들로 꽃봉우리를 펼쳤다. 과거 이 공원이 실장석이 없었던 것을 기억하던 사람들이 그 빈 자리를 채웠다. 

앞으로 1년간 이 공원엔 사육실장도 출입할수가 없다. 초고농축 도로리로 인해 바닥에 닿기만 해도 발이 녹으며 공원안의 모든걸 만지기만 해도 손이 녹아버리기에. 이주나 정착은 꿈도 꾸지 못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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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이 지다


가을은 풍요롭다.
물론 이것은 사람에게나 해당하지 실장석에게 있어서 가을은 봄이나 여름과 같다. 그저 날씨가 좋은 시기. 하지만 잘못된 정보로 아직까지 수없이 많은 실장석들은 가을은 풍요롭다고 믿는다. 그리고 이것은 그들 중 하나의 이야기 이다.


푸른하늘이 펼쳐진 가을. D시의 공원은 겨울에 대비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실장석들로 바글거렸다. 이때 만큼은 동족식도 거의 하지 않고 심지어 동족식을 하는 개체가 발견되면 본능적으로 주변의 성체실장들이 모여 동족식 개체를 집단린치, 고기밥으로 만들정도 였다.

가을의 공원은 다른의미로 풍요롭게 변한다. 공원 거리와 화단엔 엄지와 자실장들이 바글바글하게 모여 낙엽을 모으고 있으며 성체실장들은 안전해진 공원에 안심하고 평소보다 몇시간을 더 투자해 먹이를 구한다.

일반적으로 가을에 낳은 새끼, 즉 추자는 인간이 보기엔 노동력이 전무하다 싶을 정도로 처참하다. 노동력을 수치로 표현한다면 성체실장이 20.
자실장이 7.
엄지실장은 3.
저실장은 1.

하지만 없다싶이한 추자들의 노동력도 숫자앞에선 나름의 가치를 지니게 된다. 실장석들은 어떻하면 겨울을 잘 보낼수 있을까 몸으로 겪으면서 퍼트렸다. 7,3짜리 노동력도 10마리, 20마리가 움직이면 상당하게 변한다. 추자들은 태어나서 몇일 안가 노동을 하지만 친실장의 거짓에 넘어가 하루마다 친실장에게 누가 더 도움(노동)을 주었는지 서로 비교하고 뽐낸다. 일등은 친실장의 ‘착한아이(친실장이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부드럽게 칭찬하는 행위)’. 태생적으로 관심에 민감하기에 어린 실장석들에겐 그야말로 최고의 보상이다. 때론 경쟁이 심하게 과열되어 싸우거나 죽임을 당하는 경우가 왕왕존재하지만 숫자가 많다보니 친실장도 서너마리가 죽어도 신경조차 쓰지않는다.

나름 경험이 풍부한 성체실장은 추자들의 머리카락과 옷을 빼앗는다. 어차피 노동만을 위해 태어난 녀석들이다. 실장석에게 하드한 노동을 하루종일 하게된다면 금방 몇주 지나면 옷과 머리카락은 헤지고 뜯어져 없어진다. 그렇게 되면 나름 옷과 머리카락이 멀쩡한 녀석들과 갈등이 생겨 서로 다투고 싸우다 불구가 되어 노동을 할수가 없게 된다.

“오늘은 와타치가 착한아이 받는 레치!”

팬티한장만 입은 엄지실장 한마리가 꼬물거리며 일어나 힘차게 외쳤다. 누구할거 없이 반독라이기에 차별이 생기지 않으며 오히려 반독라라서 서로간의 결속력이 생긴상태. 심지어 밖에서 일하는 다른 동족들도 반독라이기에 아무렇지도 않다. 옷과 머리카락을 빼앗겼을땐 무척 힘들었지만 집 천장위에 나뭇가지에 걸린 새것같은 깨끗한 옷을 보며 마마에게 잔뜩 착한아이 받아 옷을 돌려받을 생각이 가득했다. 엄지는 열린 뒷구멍으로 나가 팔을 앞뒤로 붕붕 두어번 흔들고 가볍게 몸을 풀었다. 비록 오네챠들과 달리 몸이 작고 힘도 약하지만 엄지들 사이에선 자신이 가장 우수하다.

뛰어난 눈썰미로 낙엽과 마른풀쪼가리를 잘찾고 간혹 죽은 벌레들도 발견하기에 오네챠들 사이에서도 인기만점. 제대로 일도 못하는 다른 엄지들은 그저 구더기 프니프니말곤 할줄아는게 없지만 자신은 다르다. 구더기 프니프니말고 다른 일들을 할수있기에 자실장과 친실장에게 확실히 도움이 된다고 느낄수가 있었다.

엄지실장이 이쯤오게되면 구더기 프니프니와 돌보기는 몹시 하찮게 느껴진다. 유일한 존재의 이유인 구더기 돌보기를 통한 삶의 연장을 구더기가 아닌 다른 쓸모를 표출시킬수 있기에 엄지의 콧대와 자만심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었다.

“와타치는 다른 레치. 와타치는 특별한 레치!”

마르고 가는 풀 한개를 질겅거리며 이빨로 끊어 한손에 들고 휘적이며 걷는다. 지금까지 수백번은 왔다갔다한 길이다. 보잘것없는 실장석이지만 그래도 수십마리가 풀과 낙엽, 작은 돌멩이를 치우며 다닌 길은 제법 정돈되어 걷기 편하게 변했다. 그래봤자 인간이 보기엔 위쪽에 길게 자란 풀숲으로 풀밭과 다를바가 없지만 크기가 작은 실장석들은 은연중에 체감을 하고 있었다.

이 일가는 다행히도 춘자가 없었다. 예전에 친실장이 말하길 ‘불행한 사고’로 더 큰 오네챠들이 죽었다고 한다. 그 덕분일까. 들실장들이 먹는 일반적인 먹이가 아닌 똥과 잡초, 약간의 음식물쓰레기를 섞어 만든 먹이를 잘 버티며 먹는다. 춘자가 없어 제대로된 음식물쓰레기는 친실장이 독식하지만 감히 친실장에게 불만을 토하는 개체는 없었다. 엄지는 자실장도 똑같은걸 먹기에 딱히 차별받는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 오히려 춘자가 있다면 옛날옛적에 춘자와 추자사이의 간극으로 인한 불화가 찾아왔으리라.

“오늘은 엄청난걸 도전하는 레치! 오늘은 반드시 밥을 찾아내서 마마에게 착한아이 소리를 듣는 레치!”

의욕과 자신감이 가득한 엄지는 선선한 바람을 맞이하며 힘차게 걸었다.

엄지는 자신이 조금 특별하다는 것을 알고있었다. 자실장인 오네챠나 동생인 이모토챠들과 달리 찾는것을 잘했다. 다른 오네챠나 이모토챠들은 보고도 지나치는걸 캐치할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은 몸이 작아 결국 자실장인 오네챠에게 말해 자신이 찾은 값진 것들은 항상 오네챠들의 몫이 되어 벌써 두번이나 착한아이를 빼앗겼다. 더이상 양보할수가 없다. 엄지는 생각했다. 지금까지 일을 하면서 알아낸것이 있다. 낙엽, 종이, 마른 풀 같은것도 중요하지만 친실장에게 착한아이를 받을수 있는 것은 바로 ‘밥’을 구하는 것이라는걸. 실제로 무거운 곤충사체를 옮길수 없기에 자실장인 오네챠에게 말해서 옮긴뒤 그것을 옮긴 오네챠는 그날 착한아이를 받았다. 하지만 의미있는 크기의 곤충사체는 무겁고 크다. 자신은 옮길수 없다.

“아닌 레치....딱 하나, 있는, 레치..!”

엄지는 일주일전 친실장이 들어보고 만져보라던 실장푸드와 콘페이토를 기억해냈다. 실장푸드와 콘페이토는 놀라울정도로 가볍고 엄지인 자신이 두개나 들수있는 크기였다. 친실장은 날이 추워지면 이렇게 모은 맛나고 값진 밥을 추운 바람이 사라지기 전까지 집안에서 행복하게 다같이 먹을거라 하였다.

“할수있는 레치!”

친실장은 춘자도 없고, 전부 다 반독라에 먹는것도 다 똑같은걸 주어서 이번 겨울나기는 성공적이라고 생각을 했지만 누가 알았을까. 능력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그것이 비수가 되어 자신을 찌를것이라는 걸.


엄지는 걸었다.
걷고 또 걸었다. 얼마나 걸었는지 구두가 피에 젖어 축축할 정도지만 엄지는 아픔을 모르고 걸었다. 그렇게 걷자 엄지의 눈엔 거기서 거기같던 수풀들이 사라지고 신세계가 펼쳐졌다.

-빨리 일하는 데스! 오마에들은 노예인 데스!
-마마아! 마마아! 이상한 아줌마한테 잡혀버린 테치! 옷도, 머리카락도 빼앗겨 버린 테챠아! 도와주는 테치! 구해주는 테치이!
-인간씨 푸드와 콘페이토를 주는 데스! 아니면 와타시를 대신 길러...데보릿!
-레챠아! 오네챠 와타치 먹는게 아닌 레치! 와타치 먹지 마는 레치!
-테프프...고기..고기가 있는 테갸아아! 아줌마는 누구인 테짓!
-누구 맘대로 이런 시기에 동족식을 하는 데스?
-인간씨! 똥인가아아아아안!! 당장 서라는 데스! 당장 멈추는 데스! 와타시를 버리는 것은 세계의 손실...주인님! 주인님 제발 와타시를 버리지 말아주는 데스으——!! 제발 와타시도 같이 데려가주는 데스! 데에에엥! 데에에에에엥! 오로롱~!
-시발 똥벌레 새끼들 봄여름가을 아주 지긋지긋하게 새끼를 치는 구나. 죽여도 죽여도 끝이없어! 끝이! 다 뒈져라 햣-햐!
-모두 도망치는 테챠아! 미친 인간이 날뛰는 테-깃

그것은 지금까지 본적없는 광경이였다. 일하는 놈, 아첨하는 놈, 싸우는 놈, 우는 놈, 도망치는 놈, 애원하는 놈 그야말로 모든것이 이곳에 있었다. 눈이 돌아갈 정도로 공원 중앙 분수지역은 인간과 실장석이 빚어낸 혼돈으로 가득했다. 피와 살점이 사방에 튀기는 살벌한 곳 바로 옆에선 구름같이 한 인간을 둘러싸고 봉지에 손를 넣고 뿌리는 것을 줏어 먹거나 옷과 두건안에 넣는 광경이 있었다. 머리가 으깨져 빵콘한 성체실장 총구로 점막에 쌓인 구더기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바닥에 질척이는 살점과 똥을 먹기위해 구더기실장들이 꿈틀거리며 뭉쳐있었다.

엄지실장은 한참을 보다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본능이 가면 죽는다는 것을 속삭이고 있었다. 실제로 눈에 꽤 보이던 엄지들의 숫자는 급속하게 없어지고 자실장과 성체, 아무것도 못하는 구더기들로 채워지고 있었다.

“...구해야 하는 레치. 마마아게 착한아이 받는 레치!”

엄지는 손에 힘을 꾸욱주며 혼돈의 장소로 몸을 내던졌다.




“...레..”

엄지는 부어올라 잘보이지 않는 시야도, 뜯어져 사라진 한쪽 팔도 상관없었다. 엄지의 다른 팔엔 소중하게 꼬옥 안은 실장푸드 한개가 존재했었다. 비록 푸드는 똥과 피에 젖어있었지만 푸드는 푸드. 변하지 않는다. 엄지는 솟구쳐오른 성취감과 행복감에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 굉장한 데스! 엄청난 데스! 오마에! 이리오는 데스. 오늘은 오마에가 받는 데스!”

“레챠아! 해낸 레치! 한 레치! 해냈다 레치!”

엄지실장은 친실장이 오는 시간에 맞춰 집에 돌아올수 있었다. 실장푸드를 안고. 친실장은 고작 엄지주제 그 무시무시한 중앙분수대에서 푸드를 가져온 엄지를 무척이나 칭찬했다. 실장푸드는 귀하다. 가볍고 보존력이 엄청나며 맛도 좋고 영양도 풍부하다. 피와 똥이 묻었지만 뭐 어떤가.

“...그런 데스. 그런 방법이 있는 데스.”

친실장은 집안을 보았다. 춤추며 이야기를 하는 짝팔 엄지와 그런 엄지를 보며 자실장들과 다른 엄지들은 눈을 빛내며 듣고 있었다.

“내일은 전부다 엄지를 따라서 푸드를 모아오는 데스. 그저 자실장 2개, 엄지 1개씩만 가져오면 거기서 모은 나머지 푸드들은 먹던 버리던 알아서 하는 데스. 가져온 것들에겐 예외없이 착한아이를 해주는 데스.”

“”네 테치(레치)!””

다음날 짝팔 엄지를 선두로 자실장들과 엄지실장들은 길을 나섰다. 그들의 눈엔 흥분과 자신감, 의욕이 가득차 있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친실장은 아무리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는 추자들을 기다렸다. 다음날도 돌아오지 않자 친실장은 깨달았다. 추자들은 다 죽었고 다시 추자를 낳기엔 시간이 안된다는 것을. 목표한 보온재의 양은 한참이나 남았고 보존식도 아직 반도 못채웠다.

“-데프프..이제 와타시는 끝난 데스....”




들실장의 법칙 -1-


작은 손이 옆구리를 벅벅 문지른다. 너덜너덜한 초록색 소매끝에 뭉툭 튀어나온 둥그스름한 손으로 간질거리는 옆구리를 비벼보지만 아주 약간의 시원함이 비빌때 잠깐 거릴뿐 금새 가려움이 돋아났다.

“치이...”

깨어났을땐 이미 친실장은 먹이를 찾아서 나간상태.

오전 11:40분.
자실장의 집보기가 시작되었다.




들실장의 법칙
-1-
자실장의 집보기



날씨는 덥지도, 춥지도 않는 선선한 보통날씨. 습도는 짜증나지 않지만 땅밑에서 올라오는 축축함이 골판지바닥을 어둡게 만들었다. 바닥에 깐 낙엽과 신문지, 휴지로 만든 배딩은 간지 오래되어 습기를 처리할 능력을 거의 상실했다. 집이 응달에 위치해 한번 습기가 차면 잘 빠지지 않는다.

“테치?”

자실장은 등이 조금 축축해지자 엉금엉금 기어가 그나마 덜 축축한 곳에 털썩 누워 천장을 보았다. 물기가 말라붙은 얼룩이 움직이더니 친실장과 두달전 솎아져 죽어 고기밥이 되어버린 차녀의 얼굴로 변했다.

차녀는 멍청했지만 착했다. 늘 그렇듯 이렇게 혼자서 집을 볼때면 차녀가 그리웠다. 친실장이 한쪽팔을 댓가로 구해온 찌그러진 탁구공은 혼자서 놀기엔 너무나 재미없어진지 오래. 주고받을 상대도 없고 벽에 던지면 찌그러져 배딩위에서 잘 움직이지도 않았다.

“테에~”

역시 차녀가 보고싶다. 착해빠져서 점심밥도 자신에게 조금더 양보할 정도. 다만 멍청한게 심해서 친실장에게 버릇없이 굴거나 하지말라는걸 하거나 운치도 잘 가리지 못했다. 시선을 돌리면 차녀가 운치로 벽에 그렸던 흔적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둥근건 콘페이토. 운치굴위에서 운치를 누다가 흘려버려 찾지못한 팬티와 구두 한짝.

자실장은 한동안 벽에 시선을 떼지못하다가 흥미를 잃어버려 다시 천장을 본다. 어느새 천장의 얼룩은 다시 원래 모양을 찾았다. 집에 있는건 재미가 없다. 심심했다. 혼잣말도 지친다. 상상하는 것은 생각보다 배가 많이 고파진다.

“테? 테치!”

자실장은 벌떡 일어나 점심밥에 시선을 둔채 고민을 한다. 먹고싶지만 지금 먹어버리면 더 긴 시간동안 배고픔에 시달린다. 사실 자실장도 그리 똑똑한 개체는 아니기에 최근에서야 점심밥을 이른시간에 먹지 않는 법을 깨우쳤다. 친실장이 오는 시간은 들쭉날쭉 하지만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밖에 어두워질때 온다는것.

“테에에~테에~테에에..치!”

자실장은 간신히 점심밥의 유혹에서 벗어나 자기 손보다 작은 구멍앞에 다가가 바깥세상을 구경한다. 평소엔 아무런 움직임도, 변화도 없는 구멍 넘어 세상이지만 오늘은 뭔가 특별한 일이 있을것만 같았다.

“테츄?”

하지만. 늘 그렇듯이 정적인 세상만이 보였다. 인내심도, 끈기도 부족해 몇분보다가 지쳐나가 떨어진 자실장은 구멍넘어 세상이 변하는 것을 그렇게 놓친다. 뭐, 자실장이 놓친게 사실은 다행이다. 조금만더 끈기를 가지고 봤다면 세상에 대한 동경이 가득한 자실장이 보는 것은 성체실장에게 붙잡혀 지독하게 쳐맞아 곤죽이된 들자실장이 잡아먹히는것일테니.

“......”

무료함이 밀려온다. 하지만 상관없다. 자실장은 이럴때 효과적인 방법을 알고있다. 그것은 바로 잠자는 것이다. 정오가 가까워지자 따스한 날씨가 습기를 조금이나마 없애준다. 적당히 자기에 최적의 날씨. 자실장은 눈을감고 잠을 청했다.


“...츄으...테...”

한시간정도 자고일어난 자실장은 몽롱한 눈으로 친실장이 마련해준 집안 끄트머리에 위치한 운치굴로 비척비척 걸어갔다. 잠이 덜깨 가다가 휘청이지만 절묘하게 균형을 잡고 운치굴에 가 뒷머리를 쏨씨좋게 앞으로 넘기고 무릎을 살짝 굽힌채 힘을 준다.

-브리릿 브릿 브짓!

“..테? 테챠아아!”

하지만 잠에 너무 취해 그만 팬티를 벗지 않아 균형이 무너져 운치굴에 떨어진다.

“테게엑! 테웨엑! 테켁! 테겍!”

역겨운 냄새가 코를 찌르자 머리가 어질어질 했다. 얼굴과 전신에 튄 점액질의 끈적끈적한, 발효중인 운치는 찝찝하다 못해 역겨웠다. 야무지게 다물어지지 않는 입안으로 몇방울 들어갔고 실장석의 본능상 입안으로 들어온 무언가를 생각도 않고 꿀떡 삼켜버렸다. 혀끝에서 느껴지는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역한 맛이 분대를 진동시킨다. 당장이라도 분대에 찬 모든것을 게워내고 싶지만 실장석의 탐욕스런 성격 마냥 분대로 들어온 것은 강한 물리적 충격이나 화학적 충격이 아니고선 절대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헛구역질을 수십번 한 끝에 침을 늘어뜨리고 흐리멍텅한 눈으로 까막득한 높이의 운치굴 밖을 본다. 슬쩍 두 팔을 벌려보지만 택도없다. 성체실장이 아니고서야 자력으로 탈출이 불가능한 것이 운치굴. 결국 자실장은 운치굴안에서 친실장이 올때까지 탈출이 불가능했다.

“테에에엥! 테에에엥! 에에에에엥!! 테켁! 테에에엑!”

이 더럽고 역한 공간에서 벗어날수 없다고 판단한 자실장은 목을 놓아 운다. 그 과정에서 앞머리카락을 따라 흐르는 운치가 입안으로 들어가 삼켰고 다시 헛구역질을 한다. 본의 아니게 또 운치를 먹은 자실장은 운다. 그리고 또 운치를 먹는다. 그렇게 십수번은 반복끝에 울면 운치를 먹는다는걸 몸으로 깨닫고 우는걸 멈추었다.

아직 친실장이 오기엔 너무 이른 시간. 올려면 적어도 5,6시간 이상은 남았다. 자실장은 일단 그나마 운치가 딱딱하게 굳은 곳으로 움직였다.

“테치?”

문득 움직이다 발에 무언가 걸리는것이 느껴져 더럽지만 운치속으로 손을 넣어 그것을 끄집어 냈다. 그것은 초록색으로 물든 삭아서 너덜거리는 팬티.

“테치이-“

차녀의 것이다. 차녀가 잃어버린 팬티였다. 팬티를 잃어버리고 얼마나 서럽게 울었던가. 친실장은 잃어버린 팬티를 찾아주지 않았다. 항상 옷과 팬티, 머리카락은 한번 잃어버리면 되돌릴수없으며 관리를 제대로 못하는건 실장석의 수치라고 누누히 말했다. 그리고 잃어버리면 그 누구도 찾아주지 않는다고.

“...치이”

차녀가 보고싶다. 너덜한 팬티를 보니, 운치굴에 쳐박힌 자신의 신세를 생각하니 더욱더 차녀가 보고싶었다. 친실장이 오기까지 자신을 도와주는 것은 아무도 없다. 이 끔찍한 공간에 홀로 있다고 생각하면 울음이 나오지만 운치를 먹는건 더 싫기에 꾸욱 참는다.

자실장은 친실장이 돌아오면 자신을 꺼내주면 잔뜩 안기기로 다짐했다. 친실장의 포근따뜻한 품이 그립기에. 왠지 친실장이 안아준다면 지금 겪고 있는 끔찍한 느낌이 씻겨내려갈것 같았다.

딱딱하게 굳은 운치더미 위로 올라가 쭈구려 앉은 자실장은 고개를 위로 한채 멍하니 있다가 피곤함에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데스?”

친실장의 소리에 자실장은 두 눈을 끔뻑이며 정신을 차린다. 친실장의 목소리. 그토록 기다렸던 소리.

“테치! 테치이이이! 테챠아아! 테치! 테츄우웃!”

힘껏 소리를 지른다. 몸을 움직이자 튀어오른 운치가 입안으로 다시 몇방울 들어가지만 상관없었다. 친실장이 구해온 맛난 밥을 먹어서 이 더러운 경험을 씻어낼수 있다. 친실장의 포근따뜻한 품에 안겨서 옷안을 파고들어 전신에 느껴지는 이 기분나쁜 감촉을 벗어날수 있다.

운치굴 위에 그림자가 드리워지더니 커다란 얼굴이 불쑥 튀어나온다. 그토록 그리워하던 친실장의 얼굴! 자실장은 튀어나오는 소리를 숨기지 않은채 빽빽거리며 촐싹대기 시작했다. 팔다리를 휘저으며 점프를 하는 자실장을 보며 친실장은 고민이 가득한 표정이였다. 어린 자실장은 그런 친실장의 고민을 눈치챌 여력도, 생각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어떻게 해서든 빨리 이곳을 벗어나는게 다였다.

“테챠아! 테치이! 테츄우! 테지이~!”
“......”

자실장은 한참을 발광하자 힘이 떨어지는 것을 느끼며 정신이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나서야 친실장의 표정을 차근히 살필수가 있었다.

“테치?”
“데...스”
“테치이?”
“데스?”
“테치! 테치! 테치-!”
“데...데스. 데스. 데스?”

자실장은 믿을수 없다는듯 새하얗게 안색이 변한채 경악을 하였다. 친실장의 대답이 믿을수가 없었다. 차녀의 팬티를 포기하듯 자신을 포기하다니. 있을수 없는 사태에 자실장은 넋이 나가 친실장이 사라져 구해온 밥을 혼자 우적우적 먹는것 조차 인지할수가 없었다.

친실장이 버렸다.
친실장이 자신을 버렸다.
친실장이 자신을 포기한 것이다.

차녀의 팬티를 포기하듯 자신을 운치굴에 꺼내주는걸 포기한 것이다!

자실장은 어질어질거리는 머리를 뒤로하고 소리를 질렀다. 작은 몸에 어떻게 이런 소리를 내는지 의아할 정도로 쩌렁쩌렁한 소리. 하지만 친실장은 대답도 없다. 목이 쉬어 켁켁거릴때쯤 친실장의 얼굴이 운치굴 위로 나타났다. 평소의 친실장 표정이 아니였다. 차디찬 냉기가 줄줄흐르는 친실장의 표정.

“데스”

운치굴에 떨어지는 자는 자신의 자가 아니다.

“테치!”

아니다. 자기는 친실장의 총구에서 태어난 장녀다.

“데스?”

그럴리 없다. 자신의 자는 운치굴에 떨어질 정도로 멍청한 바보는 아니다.

“테치잇!”

실수다. 이건 실수다. 자신은 친실장의 자가 분명하다. 친실장이면 친실장답게 자신을 보살펴야한다. 그러니 어서 빨리 자신을 꺼내서 품에 안아라. 운치도 찝찝하니 목욕도 준비해라.

“데샤-! 데스으! 데샤아아아-!!”

닥쳐라! 너같은 멍청이가 어떻게 자신의 자인가. 운치굴에 떨어지는 것은 노예밖에 없다. 운치를 뒤집어 쓰면 그저 한낱 노예일 뿐이다. 그러니 너는 그냥 노예다! 평생 운치굴에서 운치만 먹다가 죽을 운명의 노예다!

“테...? 테챠아아! 테갸아아아! 테샤아아아아아!!”

웃기는 소리하지 말아라! 나도 친실장의 자다! 낳았으면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키워야하는게 친실장의 의무다! 친실장에게 보살핌을 받는게 나의 권리다! 당장 나를 꺼내고 대가리를 조아려 보상을 해라!

“데픕! 데프프프~.”

차녀도 포기했는데 너따위가 뭐라고 구해줘야 하냐. 노예는 노예답게 운치나 맞으며 쳐먹어라. 살이 오르면 잡아먹을때 꺼내줄것이다.


자실장은 이제껏 본적없는 친실장의 비열하고 저열한 표정에 넋이 나가 멍하니 바라보았다. 어재만 해도 따스한 얼굴로 자신을 보던 친실장이 맞는지 의아할 정도. 자실장은 분개해서 미친듯이 성을 내며 소리를 지르고, 날뛰었지만 현실은 바뀌지 않았고 오히려 힘만 낭비해 지쳐나가 떨어졌다. 후득후득 운치굴 위에서 떨어지는 운치를 맞으며 자실장은 믿기힘든 현실을 도피하듯 기절하였다.



시간은 흐르고 일주일이 지나자 배고픔에 정신을 놓은 자실장은 운치를 퍼먹었다. 처음엔 역겹다 못해 죽을것 같던 운치도 배고픔에 정신을 놓을정도가 되자 아무렇지도 않았다.

“테끄윽~! 텟?! 테챠아아! 테챠아! 테웩! 테웨에에엑!”

미친듯이 운치를 퍼먹고 배부름에 트름을 한 자실장은 정신을 차리고 깜짝 놀라 자신의 배를 마구 두드렸다. 분대가 충격으로 먹었던 운치를 게워내자 자실장은 통한의 눈물을 줄줄흘렸다. 결국 먹어버렸다. 차라리 굶어죽을지언정 먹지않겠다고 수백번 다짐을 한 지조는 배고픔에 못이겨 휴지보다 못한채 갈갈히 찢겨나갔다. 하지만 그 모든것 보다 더 자신을 비참하게 만드는 것은 위에서 비웃으며 조롱을 하는 친실장이였다.

“데퍄퍄퍄퍄퍄! 데퍄퍄퍄퍗!”

자실장은 친실장의 비웃음과 조롱을 들으며 결국 모든걸 포기하였다.

“테...프..! 테프프프! 테프프픕!”

결국 행복회로로 도피를 한 자실장은 미친듯이 운치를 퍼먹으며 마치 진귀한 음식마냥 배를 채웠다. 태어나 처음으로 운치지만 만복감이라는 것을 누린 자실장의 표정은 행복과 만족이 흘러넘쳤다.

한달의 시간이 지나자 운치로 인해 옷이 삭아 없어지고 머리카락이 우수수 떨어져 운치굴엔 독라노예 한마리만이 존재했다. 기계적으로 멍한 표정으로 운치를 푹 떠서 입안으로 넣는 자실장은 무엇을 상상하는지 이따금 행복한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친실장 1.0


"마마 추운 테치"
"이리오는 데스. 마마가 안아주는 데스. 마마의 품에서 조금만 기다리면 되는 데스."

쌀쌀해진 날씨만큼 한적한 거리에 친자실장 두마리가 전봇대를 가림막이 삼아 기대어 바람을 피해 껴안고 있었다. 추운 날이지만 친실장과 자실장은 서로간에 가까워진 거리만큼 따스함을 나누며 조용히 서로를 느끼고 있었다.

'마마 품 따뜻 테치이'
'조그맣던 녀석이 벌써 이리 큰 데스까...'

친실장은 품에 가득 안긴 자실장을 만지며 시간의 빠름을 느꼈다. 불과 얼마전만 해도 자신의 총구에서 옅은 녹빛의 점막에 쌓여 정성스럽게 햝아주던 때가 생각났다. 점막이 사라지고 자신을 닮은 보석처럼 빛나는 눈을 반짝이며 자신을 향해 공손히 인사하던 그 순간은 절대로 잊지 못할 것이다. 그 순간 만큼은 이 세상 그 어떤것보다 남부럽지 않았고 기쁨에 가슴이 부풀어 올라 쿵쿵 거리며 터질것 같았다. 자신을 닮은 생명. 자신의 아이. 자신의 분신. 그때 그 작고 귀엽고 사랑스러웠던 때가 떠올랐다. 지금도 자세히 보면 그때 그 모습이 아직 남아있었다. 친실장은 자실장의 얼굴에 묻은 땟국물을 혀로 햝아주었다. 너무나 예쁜 아이다. 다른 분충들과 달리 말도 잘듣고 행동도 바르고 운치도 잘 가린다. 정말이지 이 세계의 보배 그 자체.

"역시 오마에는 마마의 자랑인 데스."
"테프프...마마 그렇게 말하면 부끄러운 테치. 마마도 와타치의 자랑인 테치!"
"데프프~"

자실장은 자신을 향해 웃는 친실장을 보았다. 어두운 곳에서 밝은 빛이 나는 곳을 통과해 점막에 쌓여있던 자신을 햝아준 마마. 비록 들실장의 삶은 고단하고 애달펐지만 마마가 있기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자신과 달리 마마의 말도 안듣고 멋대로 하는 자매들은 마마가 말한대로 얼마못가 죽었다. 화를 내는 마마는 무섭지만 마마가 말한 것만 잘 지키면 무서울건 없었다. 마마는 뭐든지 한다. 마마는 뭐든지 가능하다. 밥을 구하고 집을 보수하고 무서운 고양이씨도 물리친다. 때론 인간을 습격해 푸드를 강탈해오는 무적의 마마. 마마와 함께라면 그 무엇이든 할수있고 가능했다.

"마마, 이제 따끈따끈 해진 테치. 마마가 힘드니 다시 내려주는 테치"
"그런말하면 안되는 데스! 오마에는 아직 아이라 내려놓으면 금새 추워져 힘들어지는 데스. 마마는 마마라서 하루종일 오마에를 안아도 끄떡없는 데스."

역시 마마다.
자실장은 친실장의 말에 가슴이 든든해지는 것을 느꼈다. 친실장은 말없이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비비는 자실장의 감촉을 느끼며 뒷통수를 쓰다듬어 주었다.

사람들은 착각을 한다. 아무리 실장석이라고 해도 생물학적인 본능은 존재한다. 종의 보전. 자신이 낳은 후세에 대한 애정은 엄연히 존재한다. 다만 임신과 출산이 너무나 쉽고 힘들지 않아 후세에 대한 기대치가 빨리 사라지거나 포기가 터무니없이 쉬울뿐이다. 따라서 이러한 친자실장의 모습은 낮선것이 아니였다.

"이제 조금만 기다리는 데스."
"테치.."

친실장은 서서히 잠기는 자실장의 목소리에 보에보에 거리며 자장가를 불렀다. 친실장의 소리에 자실장은 순식간에 잠이 들어 테-,테 거리며 새근새근 코를 골며 단잠에 빠져들었다. 숨소리가 고르고 호흡을 할때마다 품안에 작은 것이 부풀었다 가라앉는 것을 느끼며 친실장은 눈물을 흘리며 잠든 자실장의 얼굴을 머릿속에 각인시키듯이 빤히 바라보았다. 추운 날씨에 1시간이 넘도록 서 있었다. 그로인해 에너지 소모도 심하고 추위에 굳은 몸이 풀리자 바로 잠든 자실장은 바늘로 찔러도 일어나지 못할 기세였다. 실제로 친실장이 자실장의 몸 이곳저곳을 주무르며 감촉을 잊지않겠다는 듯 만져도 조금의 미동도 없이 깨어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준비는 끝났냐?"
"......그런 데스."

순식간이라고 표현해도 어색하지 않았다. 친실장이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인간의 접근은 빨랐다. 사실은 친실장이 자실장에 빠져 멍하니 정신이 팔렸을때 온 것이지만 친실장은 알수가 없었다. 그저 인간은 굉장히 빠르고 은밀하다 라는 것만 막연히 낄뿐이였다.

"여기있는 데스우. 이번에도 잘 부탁드리는 데스."
"좋아."

친실장은 부들거리는 팔로 품안의 자실장을 들어올려 인간의 손에 건넸다. 세상모르고 콧물을 흘리며 자는 자실장은 친실장의 품에서 나와 추워진 온도에 몸을 부르르 떨었지만 인간의 손위에 놓이자 친실장 보다 더 따스한 체온에 저절로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침을 주륵 흘렸다. 몸을 뒤척이더니 엄지손가락을 붙잡고 나즈막하게 행복한 웃음소리를 내었다.

"데에..."

친실장은 자신의 품이 아닌곳에서도 저런 소리를 내는 자실장을 보며 가슴이 찢어지는것만 같았다. 내 아이이거늘 어째서 저런 반응을 보인단 말인가. 순간적으로 진짜 자신의 아이인지 의심했던 두 뺨을 잠시 찰싹이며 인간의 다른 손에 들린 봉투를 보았다. 자신이 봐도 제법 두툼하게 부풀어오른채 묵직하게 내려앉은 검은 봉투. 저것을 위해 애지중지 기른 아이를 팔았다.

"아, 그렇군. 이번 거래의 대가다."
"데스"

바람같이 눈앞으로 내려온 봉투를 잽싸게 품안에 안으며 친실장은 조심스레 인간을 힐끔거리며 봉투안을 보았다. 거기엔 평소에도 구하기 힘든 푸드가 가득했고 냄새는 신선했다. 요즘같이 날이 점점 추워지는 시기에 없어서 못구하는 최고의 보존식인 푸드다. 이정도 양이면 혼자서 넉넉하게 무리없이 겨울을 나기엔 충분할정도.

"고마운 데스."
"거래는 확실하게 지킨다. 그리고 너에게 좋은 소식이 있다."
"데스우?"
"이번 거래가 마지막이다."
"데??"
"그러니까, 더이상 자실장을 나에게 팔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지."
"정말인 데스까!"
"정말이다. 마지막 거래니 나름 수고한 결과로 저번거래보다 넉넉하게 챙겨줬다."
"고마운 데스! 감사한 데스!"

울먹이는 친실장을 보며 인간은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마치 자신에게 억압받거나 강요, 혹은 협박에 의해 자실장을 팔아치우는 것 같지 않은가. 어디까지나 스스로 한달에 한번 거래로 주는 봉투속 푸드를 위해서 하는 것이였다.

"뭐, 아무튼 잘살아라."
"가는 데스! 잘가는 데스!"

실장석 치고는 드물게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친실장은 순식간에 멀어져가는 인간의 뒷모습을 보았다. 차갑게 식은 피부에 활기가 돋는다. 이제 인간에게 더이상 자신의 아이를 바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하니 없던 힘도 생긴다. 친실장은 추운곳에 너무 있었다고 생각하며 검은봉투에서 눅눅하지 않은 푸드를 꺼내 한입 베어물었다. 아삭하고 바삭하게 부서지는 푸드는 입안의 침에 의해 부드럽게 풀리며 순식간에 목구멍 안으로 꿀떡 넘어갔다.

"!! 맛있는 데스! 맛나는 데스! 굉장한 데스!"

지금까지 받았던 최하급 푸드가 아닌 저급푸드로 친실장은 그 미묘한 맛의 차이를 느끼며 귀를 파닥였다. 10알 정도를 게눈 감추듯 순식간에 먹은 친실장은 어느정도 만복감을 느끼며 푸드가 소화되며 추위가 제법 견딜만하다는 것을 느꼈다. 공원까지 꽤나 멀리왔지만 검은봉투와 앞으로 자신의 아이를 인간에게 바치지 않고 충분히 다 크는 것을 볼수 있다는 생각에 의욕적으로 공원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

"데에에엥! 데에엥! 에에에엥!"

공원앞에 한 실장석 한마리가 서럽게 울고있었다.

"테에엥! 테에에에엔-!!"

수조안에 자실장 한마리가 서럽게 울고있었다.


"어째서인 데스우! 이럴리 없는 데스!"

공원 앞 실장석은 텅 빈 봉투를 바닥에 늘어뜨린채 손으로 팡팡 치고 있었다.

"어째서인 테치! 이럴리 없는 테치잇!!"

수조 안 자실장은 불투명한 수조벽을 두 손으로 번갈아가며 팡팡 치고 있었다.


"어째서 푸드가 없어진 데스까! 어째서인 데스우!"

실상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5m를 이동하기 위해 푸드 10알씩 먹어치운 실장석이였다. 추운 날씨에 의해 체온조절 및 생존을 위해 가만히 있어도 기초대사량이 급격히 높아지는 실장석이기에 맛좋고 열량이 나름 풍부한 푸드를 지조없이 마구잡이로 소모한 것이다. 경험이 풍부한 들실장이라면 바람이 최대한 불지않는 곳에서 하루를 보내고 날이 가장 따스한 오후 1시에 맞춰서 움직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 실장석은 그러지 못하였고 공원까지 오는 길에 야금야금 푸드를 먹으며 결국 공원에 도착했을땐 텅 빈 봉투만 들고 와야했다.

"어째서 마마가 사라진 테치! 어째서인 테치이이이!!"

인간의 손에 건네받은 자실장은 숍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네무리에 의해 아주 깊게 잠이 들었고 실장전용 세척기에 들어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세척을 당했다. 심지어 분대속까지 철저하게 똥빼기와 유해세균 세척으로 막 태어난 실장석보다 의학적으로 더 청결해진 상태였다. 애정이 나름 존재하는 친실장 밑에서 자란 자실장은 평균적으로 사육실장 테스트에 통과를 쉽게한다. 그렇기에 실장석전문숍의 경우 일주일간 관찰로 선별한 근처의 들실장에게 매달 정기적으로 자실장을 공급받고 대가를 치룬다. 그렇게해서 온 자실장들은 세척후 임시 진열대에 놓여지게 되는데 거의 다 이런식으로 사라진 친실장을 찾아서 울부짖는다. 눈을 뜨니 갑자기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수조 벽을 따라 빙빙 돌며 빵콘을 늘어뜨리는 지능자체가 덜떨어지는 개체도 존재하지만 다행히 이 자실장은 그정도 까지는 아니였다. 한참을 울던 자실장은 눈물을 그치며 온통 새하얀 이 알수없는 공간을 보았다.


"인간에게 속은 데스우우!!"

실장석은 부서진 희망에 모든 원망을 인간에게 향했다. 인간이 자신은 알수없는 무슨 수작을 부린것이다. 인간이 잘못했다. 그저 자신은 봉투를 들고왔을 뿐인데 그 사이 푸드가 모조리 사라져 버렸다. 실장석은 입가에 너저분하게 붙은 푸드 부스라기와 트름을 할때마다 풍겨나오는 진한 푸드향을 인지하지 못하며 분노로 얼굴이 불긋해지기 시작했다.

"아이의 냄새는 기억하고 있는 데스! 찾아가서 반드시 두들겨 패서 정신을 번쩍 차리게 해주는 데샤아아!!"

괴성을 지르며 실장석은 큼지막한 빵콘을 단채 뒤뚱거리며 뛰기 시작했다.


"마마에게 속은 테챠!"

자실장은 고민끝에 결론은 내렸다. 부륵브릇 거리는 소리와 함께 주저앉은 자실장의 팬티와 엉덩이가 살짝 들썩 거렸다. 똥빼기로 방구만 죽죽 내는 가운데 자실장은 상냥하고 멋지고 강한 친실장이 자신을 버렸다고 깨달았다. 텅빈 하얀공간에 오로지 자신만 존재한다. 이곳이 어딘지 어느곳인지 알수도 없다. 마마의 냄새도 없고 마마도 보이지 않는다.

"버림받은 테치! 버려졌다 테치이이이이!!"

서럽게 울던 자실장은 기절했다가 깨어나 다시 울다가 기절하기를 수십번 반복끝에 텅 빈 눈으로 멍하니 하얀 바닥을 보며 침을 늘어뜨리고 있었다. 자실장은 정신을 놓고 있어 깨닿지 못하지만 삐삐 거리는 소리와 함께 공간의 귀퉁이에서 쉬익 거리는 소리와 함께 가스가 분사되는 것을 몰랐다. 자실장은 그렇게 네무리에 잠이 들었고 뚜껑이 열리며 큼지막한 손이 들어와 자실장을 낚아채 꺼내갔다.

-정신한계 테스트 1:22:39초.
-평가 A+


상당히 우수한 녀석이다. 고립, 고독같은 것에 기이할 정도로 취약한 실장석이, 그것도 자실장이 한시간넘게 버틴것은 대단한 것이다. 성체도 40분 언저리에서 미쳐버리는 것이 대다수이다. 하지만 어쩌면 네무리에 잠든채 눈가에 눈물이 말라붙은 자실장은 오늘 이 곳을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사육실장이라는 이름표를 달기위해서 받아야할 훈련은 상상을 초월할테니. 파킨사를 방지하기 위해 설탕물 0.5cc를 입으로 넣은뒤 자면서도 입을 쩝쩝거리는 자실장의 안색이 한결 밝아졌다.



다음날 공원 앞 30m 앞으로 가다보면 나오는 도로엔 엎드린채 머리만 짖눌려 바닥에 늘러붙은 자신의 몸통보다 큰 똥덩어리를 매단 실장석 한마리가 고요히 도로 중앙에 놓여있었다.

"하, 평균이상인줄 알았는데 영 맹탕이였네."
"테찌이! 치이잇-! 테쮸악!"

분쇄기에 갈려가는 자실장 한마리. 내장을 입에 내빼문 머리도 쏙 하니 분쇄기 아래로 사라졌다. 어리광이 심한 개체는 고독한 상황에서 극과 극을 보여준다. 지랄발광을 하다 20분조 안되 파킨사하거나 2시간, 3시간이고 진득하게 견디는 녀석. 녀석은 후자였다. 그것도 지능이 떨어져 어리광이 지나치게 발달한 녀석. 겨울 전만해도 연초부터 짭짤한 가격대가 나오는 녀석들만 데려와서 나름 기대를 했는데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와서 안타까울 뿐이였다.




겨울과 지렁이


[이것이 지렁이인 데스. 여름엔 지렁이가 잔뜩-, 잔뜩 나오는 데스. 지렁이는 그냥 먹어도 최고의 고기인 데스. 지렁이는 말리면 죽을때까지 거뜬하게 썩지않는 최고의 보존식인 데스! 그리고.....]

작년 봄에 독립한 이 성체실장은 처음 맞이하는 겨울을 보며 두려움과 호승심을 느꼈다. 마마의 말을 착실히 기억해 보존식 한 통을 말린 지렁이로 채워넣었다.

고기 고기 맛좋은 고기
매일 매일 먹어도 좋아
쫀득 쫀득 지렁이 고기
겨울 따윈 고기와 함께
너무 너무 행복한 고기

성체실장은 노래를 부르며 지렁이를 먹는 것을 꾸욱 참고 열정적으로 말렸다. 남의 집을 약탈해서라도 고기인 지렁이를 말리고 모았다. 행여나 아이들이 손을 델까 두려워 춘자, 여름아이, 추자할것 없이 모두 말려서 보존식으로 만들정도였다. 날은 점점 추워진다. 이제 시작이다.



"데갸아아아! 데챠아아아아!!"

고기가 있다. 너무나 맛있고 영양만점에 보기만 해도 행복한 고기가 있다.

"어째서 씹히지 않는 데스까! 고기님 부탁인 데스! 제발 먹혀주시는 데스! 이렇게 비는 데스!!"

말린 지렁이는 너무나 딱딱해 성체의 치악력으로는 있는 힘껏 씹어도 흔적은 커녕 오히려 치아가 잇몸을 찢는다. 과거 친실장이 명심하라고 당부하던, 말린 지렁이 고기는 많은 물에 충분히 넣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내지 못했다. 보존식으로 만든 아이들은 이미 진작에 먹어치웠다. 보존식통 한가득 있는 말린 고기는 먹지도 못하는 쓰레기보다 못한 것이 되었다.

"제발...부탁인 데스우..배가 너무 고픈 데스. 제발 먹혀주시는 데스..."

성체실장은 아이러니하게도 보존식통 가득 쌓아 놓고도 말라 죽어갔다. 머리카락, 옷, 운치를 먹고 최후엔 손과 발을 먹었다. 재생은 안되고 먹을것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바닥에 깐 낙엽도 몇장없다. 밖에서 날샌 바람소리가 들리면 영양실조로 이빨이 모조리 빠진 잇몸을 따닥이며 덜덜 떨어야했다.

"마마는 거짓말쟁인 데스우...마마는 거짓말쟁이..."

[그리고 제일 중요한 데스. 말린 지렁이 고기는 너무 딱딱해서 엄청난 양의 물에 넣고 충분히 기다려야 하는 데스. 지렁이 고기는 물이 많이 필요하기에 지렁이 고기만으로 보존식을 채우면 죽는데스. 물이 부족하거나 고기를 못먹거나 둘중 하나인 데스. 기억하는 데스. 와타시의 자랑스런 장녀, 기억하는 데스!]

"데에에엑?!"

성체실장은 불연듯 친실장의 당부를, 뒷 내용을 떠올렸지만 이미 끝났다. 독라달마 상태에 물은 이미 얼어붙었다.

"마마아-! 마마아아아아! 구해주는 데스우! 살려주는 데스!"

성체실장은 자신의 바보스러움에 울부짖었지만 추운 겨울, 그것도 인간도 두껍게 입어도 몸을 움츠러드는 날씨에 돌아다니는 정신나간 실장석은 존재하지 않았다. 공복감과 죽음에 대한 공포로 정신을 반쯤 놓은 성체는 몸부림을 치지만 의미가 없었다.

"마마아아아아아아아--!!"

[데에...독라는 마마의 아이가 아닌 데스우]

-파킨.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며 집털이를 하던 한 성체실장은 기쁨에 대변을 지렸다. 보존식통 한가득 쌓인 고기. 그것도 지렁이가 분명했다. 보존식의 왕이자 공원에서 구할수 있는 최고의 고기인 고기중의 왕 지렁이 고기.

"데챠아아! 이, 이건 꿈인 데스까?!"

그것도 모자라 말린 성체고기도 있었다. 이런 행운이 어디있을까. 평생에 한번 올까말까한 행운이 까무러치게 놀란 집털이 실장은 약간 얼어붙은 말린 성체고기를 먹었다.

"데챱..데챱...데에-? 왠지 그리운 맛인 데스우..."

어쩐지 독립한 장녀가 불연듯 생각났지만 곧 신경을 끄고 먹는것에 집중을 했다. 지금 충분히 체력을 되돌리지 않는 다면 지금 먹고있는 성체고기처럼 자신이 먹히니까.

"진짜 장녀가 자꾸 생각나는 데스. 데에...어째서 장녀가 보고싶은 데스까. 벌써 와타시도 늙은 데스...?"

집털이 실장의 눈가에 알수없는 눈물 한방울이 흘러내렸다.





분충 1.0


엄지실장 한 마리가 멍하니 앉아 즐겁게 노는 자실장들을 보고있었다. 옆엔 꼬리를 파닥이며 몸을 뒤집어 배를 보이는 구더기 한 마리만이 유일한 엄지의 상대였다. 프니프니를 외치는 구더기의 말에 엄지는 멍하니 본능적으로 한쪽 팔을 들어 엉성한 프니프니를 해주고 있었다. 엄지는 둘이서 돌멩이와 나뭇잎으로 노는 자실장들의 모습에 정신이 팔려 구더기의 불만이 섞인 소리를 무시하고 있었다.

"오네챠들 몹시 부러운 레치......"
"프니프니 정성스럽지 못한 레후!"

자신도 저기에 껴서 놀고 싶다. 태어난 첫날 집에 도착해 마마에게 죽을뻔한 것을 가까스로 구더기에 의해 생을 연명할수가 있었다. 자신은 그저 구더기가 살아있기에 사는 덤과 같은 생임을 알기에 엄지는 아무런 요구도 할수가 없고 불만을 표출할수가 없었다.

태어난지 일주일. 엿듣거나 훔쳐보는 걸로 어느정도 기본적인 것은 다 깨달았다. 그리고 절망했다. 자신은 아무런 쓸모가 없는 것임을 알았기에.

"레에......"

프니프니가 시원찮은지 구더기는 몸을 뒤집고 꾸물거리며 조금씩 나뭇잎 위에 쌓인 운치덩어리로 기어가기 시작했다. 엄지의 손은 빈 허공에 까딱이다가 사그라 들었다. 너무나 행복한 오네챠들의 모습에 눈물이 나올뻔했지만 가까스로 참아내고 구더기가 고치를 틀게 될 날을 상상하며 견뎠다.

'기회를 주는 데스. 이 구더기가 고치를 틀면 오마에를 인정해주는 데스. 이 마마의 아이라고 인정해주는 데스.'

분명 같은 총구에서 나온 같은 아이건만 취급이 너무나 다르다. 한쪽은 마마에게서 온갖 것을 누리며 행복한 삶은 보내지만 한쪽은 온갖 멸시를 받으며 하루하루를 고통스럽게 보낸다.

"이건 너무 심한 레치이......"

그렇지만 반항은 꿈도 꾸지 못한다. 오네챠나 마마는 너무나 크고 강해 감히 어찌할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친실장의 젖을 먹지 못한 엄지는 생존을 위해 성장에 쓰일 영양낭을 모조리 소모시켰고 머리가 영글었지만 실상은 빈 쭉정이와 다를바가 없었다. 젖을 먹지 못한 엄지는 구더기처럼 영양낭이 없어 호르몬 분비가 되지않아 자실장이 되기 위해선 오로지 인간의 손에서 사육되어 고영양의 푸드를 섭취하는 것 말곤 답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 엄지도 본능적으로 머릿속에 무언가가 사라져 오네챠처럼 되기까지 너무나 힘들거라고 막연히 느끼고 있지만 오히려 아직까지 살아있는 것 자체가 기적에 가깝다는 것을 모른다. 그것도 운치굴이 아닌 집 안에서.

"테햐! 힘든 테치. 이제 그만 쉬는 테치."
"오네챠 벌써 지친 테치?"
"놀이는 여기까지만 하고 한숨자고 일어나서 춤을 연습하는 테치"
"테프프. 와타시는 끄덕없어서 지금 춤을 미리 연습하는 테치."

차녀는 머리가 나쁘지만 건강한 개체였다. 장녀는 똑똑하지 않은 일반적인 지능을 지녔지만 차녀에 의해 상대적으로 똑똑하게 보이는 개체였다. 친실장도, 차녀도, 엄지도 장녀를 차녀가 밑에서 깔아주기에 똑똑한 아이로 인식하고 있었다.

"텟치! 텟치! 텟치!"

땀을 흘리며 구령을 외치며 춤을 추는 차녀를 보며 엄지도 슬그머니 일어나 몸을 작게 움직였다. 지금까지 생활로 크게 움직이거나 해서 눈에 띄이면 그리 좋은 결과는 나오지 않는 다는 것을 익히 알고있었다.

"와타치도 반드시 춤과 노래를 잘해서 인간들에게 행복을 나눠주는 레치"

행복을 나눠준다. 자신의 춤을 보며 노래를 들은 인간들에게 관심과 사랑, 애정을 아낌없이 받으며 온갖 좋은 것들을 대접받는다. 엄지의 꿈은 춤과 노래를 통해 행복을 전해주는 전도사 였다.

"우지챠, 와타치 춤이 어떤 레치?"

행복회로가 반쯤 가동되어 엄지는 운치를 먹다 잠든 구더기에게 힐끔거리며 슬며시 말을 걸었지만 잠자는 소리에 실망하며 차녀의 움직임을 눈으로 쫓으며 열심히 따라했다. 가뜩이나 먹는것도 부실한데 젖도 먹지 못해 영양낭도 없어졌다. 성장은 커녕 현상유지도 빠듯했지만 엄지는 알수가 없다.

1분간 춤을 춘 엄지는 공복과 탈력감에 구더기를 한쪽에 치우고 구더기가 먹던 운치를 레챱 거리며 먹었다. 등을 돌린채 먹던 엄지는 뒷쪽에서 오네챠들의 비웃음을 참으며 운치를 한톨도 남김없이 먹어치웠다. 그래도 여전히 배가 고프기에 구더기를 두 손으로 들어올려 총구에 입을 댄채 배를 눌렀다.

"레..? 레후웅~!"

잠을 자지만 배에 느껴지는 프니프니에 잠결에도 황홀한 소리를 내며 똥을 싸기 시작한 구더기의 소리는 엄지의 위석을 자극해 스트레스를 낮추기 시작했다. 구더기의 똥은 대단히 부드럽고 순해 운치굴 내의 엄지의 주식이였다. 구더기와 엄지는 이른바 공생관계. 그렇기에 엄지는 유일하게 자신과 구더기의 똥을 먹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덜한 편이다.

"레끄~윽!"

엄지가 트름을 할때 쯤 자실장들은 친실장이 남겨놓은 밥을 나눠먹고 있었다. 신체가 더 강한 차녀에 의해 장녀는 몇대 맞고 울면서 자신의 몫을 아주 조금 더 주었다. 지능이 낮기에 차녀는 기분이나 상황에 따라 장녀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것에 거침이 없었다. 오히려 장녀보다 힘에 관한 역학관계에 민감하여 친실장에겐 깍듯이 대한다. 오늘도 장녀보다 조금더 먹은 것에 기뻐하며 누워서 트름을 하는 차녀. 장녀는 야속하기만 하고 속상하지만 신체적으로 차녀를 도저히 이길수가 없기에 속으로 삼킬 뿐이였다. 하지만 지금이야 장녀는 차녀를 조금 버겁게 느끼지만 시간이 지나면 마치 친실장을 보는 것 처럼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야생의 실장석 세계는 이런 사소한 , 아주 약간이라도 더 먹는 것으로도 차이가 벌어진다. 사회적인 동물이지만 협동이라는 것이 친자간이나 자매간에도 매우 희박하기에 영이한 개체보다 신체적으로 우월한 녀석이 결국은 승리하는 기이한 구조를 지닌 것이 야생 실장석의 세계.

그런 의미에서 엄지나 구더기는 최악이였다. 태어난게 잘못인것 처럼 평생을 고통을 받으며 살아간다. 도움이 안된다는 것, 쓸모가 없다는 것은 죄악이나 다름이 없다. 엄지도 자실장 이상으로 클수가 있지만 문제는 시간이다.

태어날때 자실장으로 태어나도 반년 이상을 먹이고 보살펴야 간신히 독립을 한다. 3~4개월을 지나야 중실장으로 그나마 써먹기라도 하지만 엄지는 다르다. 자실장으로 키우는데만 6개월 넘게 걸리는데 성체로 독립시키기 위해선 일년이 걸린다. 당장 내일도 보장할수 없는 삶에서 일년간 아무런 대가없이 기른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사람들은 실장석들의 외형과 인간과 소통한다는 것에서 마치 인간이라고 착각을 한다. 그래서 인간의 모습을 실장석에게 투영하여 잣대를 들이지만 실장석이 새끼를 낳아 기르는 것은 인간이 아기를 낳아 수십년간 기르는 것과 전혀 다른 영역이다.

실장석에게 최우선은 자기자신이며 자기를 기준으로 자신에게 얼마나 쓸모있는지가 판단의 기준이 된다. 보신을 위해 친자간에도 서슴없이 모함을 하거나 서로를 팔아넘기는 것은 흔한 일상이다.

"와타치도 밥 먹고싶은 레치."

역한 음식물 쓰레기 냄새도 엄지에겐 천상의 음식과 같은 냄새였다. 언젠간 자신도 밥을 먹게될 거라 여기며 엄지는 꾸욱 참고 두 눈에 밥을 단단히 새겼다.

실장석들은 부족하다고 느끼게 되면 그런 열등감을 보상받기를 원한다. 엄지에게 있어서 밥은 단순한 것이 아니였다. 자신을 성장시킬 것이자 정식으로 친실장의 아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였다. 친실장이 구해온 밥을 나눠받고 먹는 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모르는 시한부 삶에서 힘겹게 구한 것을 나눠받는 다는 것은 실장석에게 있어서 대단한 의미이다.

"레챱...레챱..."

그런 의미에서 엄지는 최악의 실수를 하였다. 한달이 지나자 구더기는 오동통하게 살이 올랐고, 엄지는 몇mm지만 아주 희미하게 성장을 하였다. 한달간 집안에서 엄지 특유의 눈치만 키웠고 보존식 통에 새벽에 손을 댈수가 있었다. 밥은 맛있었다. 너무나 맛있어 눈물이 흐르고 똥이 새어나올 정도였다.

엄지는 처음 맛본 밥이, 그것도 친실장이 까다롭게 분류한 보존식이라는 것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게걸스럽게 먹어치웠다. 머리속에선 한편엔 걸리면 죽는다던가 혹은 이제 멈춰야 한다던가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부족한 영양을 달고 살며 한창 성장에 목마른 엄지의 본능은 그것을 가볍게 무시하며 미친듯이 욱여넣었다.

보존식통에 담긴 보존식을 모으는데 3개월이 넘게 걸렸지만 그것들을 모조리 먹고 똥으로 채우는데엔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마치 탁아를 해서 봉투에 들어간 실장석처럼 비슷한 무게의 똥으로 채운 엄지는 생애 첫 만복감에 취해 똥을 흘리며 전신에 먹은 흔적을 남긴채 비틀거리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남은 잠을 청했다.


"데...데샤아아아아아!!"

아침. 친실장의 찢어지는 듯한 고음에 자실장과 엄지는 깨어났다. 새끼들은 친실장의 소리에 더없는 분노와 증오를 느끼며 평소보다 일찍일어난 것에 감히 불만을 토할수가 없었다. 오늘의 마마는 왠지 건들면 안될것 같았다.

"어떤 분충새끼가 감히 보존식을 다 먹어치운 데스까!!"
"텟!"
"테챠!"
"......"
'크, 큰일난 레치이..!'

사색이 되어 전신을 덜덜 떨며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는 엄지의 전신에 비오듯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자신이 한 짓을 깨달은 엄지는 갑자기 소리가 없다는 것을 깨닿고 문득 주변을 보자 털썩 다리에 힘이 풀린채 주저앉아 다리를 밀며 뒤로 움찔움찔 거렸다.

어마무시한 마마의 표정. 그 옆엔 피가 뚝 뚝 흐르는 손이 있었고 머리가 깨져 혀를 내뺀채 죽은 오네챠들이 있었다.

"레...레히, 레힛! 레햐아아아아아아아아?!!"
"오마에. 보존식은 맛있던 데스까?"

딸꾹질이 멈추지 않는다. 엄지는 과호흡으로 레헥 거리며 말을 할수가 없었다. 혀가 굳고 팔다리가 멈춘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 아무것도 생각할수가 없었다. 어째서 들켰나. 왜 들킨건가. 알수가 없지만 커다란 손이 다가오자 엄지는 벗어날려도 하지만 공포로 마비된 신체는 움직이지 않았다.

"레꺄아아아아!! 레챠아아아아! 츄아아아아!"
"오마에, 쉽게 죽을 생각하지 마는 데스. 오마에가 먹은 보존식만큼 고통스럽게 죽는데스. 걱정마는 데스."

친실장은 오른손으로 엄지의 머리를 부여잡고 나머지 왼손으로 작은 돌을 들어 내리쳤다. 엄지는 반사적으로 손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돌은 엄지의 연약한 손을 잘라냈다. 공포로 마비된 신체에 손이 잘리는 고통이 가미되자 엄지는 입에 거품을 물며 발발 거렸다. 친실장은 엄지의 배를 돌로 가른뒤 휘적여 위석을 꺼냈다. 그리곤 죽은 자실장들의 시체을 씹어 먹으며 반으로 갈라진 위석 4조각을 뱉어냈다. 페트병 뚜껑에 위석조각을 입으로 부셔 뱉은뒤 물을 두방울 떨어뜨린뒤 엄지의 위석을 넣었다. 찢어진 엄지의 배가 순식간에 아문다.

"레쨔아아! 와, 와타치의 소중한 돌을 돌려주는 레치이이이!!"
"어디서 감히 보존식을 쳐먹은 더러운 주둥이를 놀리는 데스!"

한번 먹힌것은 돌아오지 않는다. 친실장은 거품을 물며 등을 활처럼 휜 엄지를 보며 들끓어 오르는 분노를 주체할수가 없었다. 친실장은 나뭇가지를 꺼내 엄지의 입에 쑤셔 꿰뚫은뒤 운치굴 중앙에 걸어두었다.

"레에에에..."

얼마쯤 흘렀을까. 추자를 말려 보존식으로 쓰는 것 처럼 엄지를 말린다. 하지만 그래도 분노가 풀리지 않았다. 친실장은 말라 비틀어져 머리만 살이 오른채 전신이 미라처럼 된 엄지의 고통스런 소리를 배경음악 삼으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치솟는 분노는 전혀 사그라들지 않았다. 편하게 죽일 방법은 없다.

친실장은 마른 엄지에게 귀중한 물을 나눠주고 배를 찢고 위석을 도로 넣은 뒤 몸을 회복시켰다. 엄지는 물을 마시며 드디어 자신이 정식으로 마마의 아이기 된다고 착각했으나 친실장의 손에 들린채 어디론가 향한다는 것을 몰랐다.

"데...오마에, 손에 들린 보존식 구더기와 바꾸는게 어떤 데스까?"
"안되는 데스. 이 분충은 보존식을 훔친 쓰레기인 데스. 학대파 인간에게 탁아시켜 영원한 고통을 받다 죽여버리는 데스."

길을 가던중 동족이 다가와 거래를 제시했지만 친실장은 단호하게 거절하였다. 동족도 사정을 듣곤 고개를 끄덕이며 순순히 물러섰다. 친실장은 거침없이 걸어 공원밖으로 나가 신중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모든 인간들은 학대파지만 좀더 확실하고 더 잔혹한 학대파가 아니면 안됐다.

'뎃?! 저 인간은 공원에 자주오는 학대파인 데스! 확실한 데스!'

마침 편의점 봉투를 들고 공원에서 멀어져간다. 친실장은 똥을 지릴정도로 뛰어서 봉투안으로 엄지를 던져 넣었다. 봉투안에는 먹을게 들어있는지 엄지의 황홀한 소리가 울려퍼진다. 친실장은 공원으로 돌아가선 재빠르게 꼭 필요한 것만 봉투에 담아 챙긴뒤 골판지 박스를 두고 공원 안쪽으로 향했다. 행여나 인간이 자신이 한 것을 깨닿고 찾아오면 곤란하기 때문.


"레챠아아! 아마아마한 레치! 엄청난 레치! 대단한 레치! 맛나맛나 레치이!"

튀김조각을 껴앉고 미친듯이 먹어치우던 엄지는 싸늘한 느낌에 정신을 차리니 커다란 무언가가 자신을 보고있는 것에 깜짝놀라 똥을 싸며 덜덜 거렸다.

"하, 시발. 이 미친 분충새끼들이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나 구제한번 해야지......"
"레치치치~! 와티치, 이해해버린 레치. 와타치 사육실장이 된 레치?"

엄지는 인간을 보며 인간이 뭔지 모르지만 그냥 보자마자 알수가 있었다. 저것이 인간이다. 인간은 자신을 사육시키는 것에 행복을 느낀다. 고로, 인간과 단독으로 마주보고 있는 이 상황은 위험하다.

"레??"

엄지는 갑자기 머릿속에서 위험하다 라고 신호를 보내자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사육실장이 될 것인데 어째서 위험하다고 느끼는 것인가. 엄지는 고개를 붕붕 돌리며 튀김을 마저 먹기 시작했다. 착한 아이는 밥을 남기지 않는다. 튀김을 2분 사이에 다 먹어치운 엄지는 수십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채 말려져서 변의를 느끼자 팬티를 걷어낸뒤 엉덩이를 인간을 향해 내뺀뒤 똥을 푸짐하게 쌌다.

"레프프. 거기 인간! 이런 것을 와타치에게 진상했으니 특별히 춤을 보여주는 레치!"

엄지는 앞으로 자신에게 다가올 행복함에 엄지 특유의 눈치를 전혀 쓰지 못하고 있었다. 인간은 무려 두시간을 기다렸지만 친실장이 찾아오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닿고 자신이 당했다는걸 알수가 있었다. 지쳐 잠든 엄지를 보며 인간은 배를 갈라 위석을 꺼낸뒤 활성제에 담근뒤 전화를 하였다. 정신없이 자고 있는 엄지를 보며 구제업체를 만든뒤 오랫동안 열지 않은 학대방을 열었다. 수십만마리가 죽은 학대방엔 살점과 피가 말라붙은 수십개의 도구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엄지는 학대방에 들어오자 싸늘한지 한차례 몸을 떨더니 몸을 웅크렸다. 본능적으로 방어자세를 취한 엄지를 대충 방에 넣은뒤 전화를 들었다.

"아, s시 구청 맞죠? 오늘 s시 ss공원에서 탁아를 당했는데 혹시 구제신청할려고 하는데요. 네, 네네. 네에 감사합니다. 위석서치로 꼼꼼하게 구제 부탁드립니다."

자신을 이용해 먹은 친실장이 어떤 놈인지 모르지만 구제는 3일간 공원에 칸막이를 설치해 외부와 차단후 위석서치로 운치굴 구더기 한마리조차 용납하지 않는다. 방 안에서 엄지의 소리가 들려왔다. 한달정도 버틸려나 시덥잖은 생각을 하며 방안으로 들어간다. 엉망진창의 고통과 공포, 경악에 찬 엄지의 비명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레쨔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일주일뒤.

"하, 하얀악마들이 온 데스우!!"

멀리서 울려퍼지는 소리에 친실장은 모든걸 버리고 공원 깊숙히 들어가지만 그쪽에서도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어째서 인가. 왜 하얀악마가 찾아온 것인가. 하얀악마를 피해 몰려든 동족으로 바글거리던 때,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퍼졌다.

"어떤 미친 분충새끼가 탁아를 한 데스까!"

보스실장의 분노에 찬 소리가 울려퍼진다. 그제서야 자신이 엄지를 탁아한 것이 기억난 친실장은 털썩 주저앉았다. 기억이 났다. 그땐 분노로 생각하지 못한 경고가 이제서야 기억났다. 끝났다. 인간을 이용했다는 작은 승리감과 성취감이 산산히 부셔진채 넝마가 되었다.

사방에서 메아리치는 동족의 비명소리를 들으며 다들 삶에 대한 희망을 포기한채 주저앉아 실성한 듯 웃는 실장석 무리들.

"죄송한 데스우! 정말 죄송한 데스!"
"죄송할것 없고, 그냥 죽어라. 공원도 제대로 관리못하는 주제 무슨 보스야."
"아닌데스! 확실히 하는 데스! 한번만 기회를 주시는 데갸아아아아아아!!"

보스실장은 인간에게 붙잡혀 산채로 소각되기 시작했다. 그 무렵 친실장은 빠루에 머리가 목이 척추를 데롱거리며 뽑혔다. 입을 달짝이던 친실장의 두 눈이 탁하게 변하자 마대자루에 담긴뒤 어디론가 보내졌다.



이주뒤.

"어딘가 그리운 맛이 나는 레챱, 레챱..."

비루한 모습의 엄지가 독라가 된채 하얀 아크릴 수조안에서 눈물을 흘리며 실장푸드를 먹고있었다. 사방엔 피와 살점, 똥이 튀어있었고 엄지의 전신은 화상과 멍이 가득했다.

"다 먹었냐? 이제 학대시간이다."
"레에에엥...! 마마! 마마아! 구해주는 레치! 살려주는 레치이!!"





최후의 만찬


이따금씩 실장석들을 보면 연민이 일어난다. 쓰레기통을 뒤지며 인간이 버리는 폐기물에 의지하여 연명하는 모습은 때론 복잡한 감정을 일으킨다. 오늘도 길을 가다 본 실장석 일가의 모습.

"기다리는 데스. 마마 혼자서 일단 가보는 데스."

전신주 뒤에서 옹기종기 모인 4마리의 자실장들은 잔뜩 긴장을 한채 친실장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른 아침이지만 편의점 근처에 있는 쓰레기통은 주변에 지저분하게 널린 빈 곽이나 컵라면 사발들, 깡통들이 널려있었다.

주의를 경계한다고 하지만 고작 20m밖에 서있는 나를 눈치채지도 못한다. 뒤에서 접근하는 것에 너무나 지나칠 정도로 취약한 실장석. 화장실에서 출산해서 일렬로 골판지로 가면 남아있는 것은 2,3마리. 뒤에서 부터 하나씩 잡혀먹히는데 친실장이나 자실장들은 눈치를 채지 못하는 것이 실장석. 한번쯤은 뒤를 돌아볼법도 하지만 그런것은 전혀없다. 오로지 앞과 양 옆만을 확인하며 신중히 걷는 친실장은 비장하게 느껴졌다.

"일단, 인간은 없는것 같은 데스. 이틈에 빨리 찾는 데스."

공원 밖으로 자들을 이끌고 나올만큼 절박한 친실장은 오늘이 고비임을 느꼈다. 주린배를 부여잡고 이 먼 거리를 한마리도 낙오없이 잘 따라와준 착한 아이들이였다. 하지만 만약 오늘 밥을 구하지 못한다면 기아에 서로 잡아먹을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중엔 자신도 껴 있으리라.

".....마마 힘내는 테치."
"부탁인 테치. 조금이라도 밥을 구해오는 테치."
"힘내라 테치..."

고감도 센서가 달린 린갈에 친자실장들의 말이 번역되어 나타났다. 과학이 발전할수록 실장석들의 입지는 점점 좁아진다. 예전에는 구제후 살아남는 녀석들이 몇몇 존재했지만 위석의 특수한 파장을 탐색하는 위석 서치이후 구제후 살아남는 개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친실장은 바닥에 남아 있는 초록색과 붉은색의 얼룩위를 걸으며 가슴이 쿵쾅거리는 것을 느꼈다. 이 흔적, 이 냄새. 얼마만큼의 동족들이 죽었는지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 마치 이 곳에서 죽은 동족들이 손짓을 하는 기분을 받으며 쓰레기통의 주변을 돌며 하나하나 뒤졌다. 빈 캔을 들어 탈탈 털어보지만 음료수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다. 조심스레 소리가 나지 않게 바닥에 도로 놓고 봉투를 뒤적였다. 한개, 두개, 세개.....바닥에 떨어진 봉투는 총 6개. 그중 5개째 허탕을 친 친실장은 제발 마지막 한개남은 봉투를 보며 기도를 했다.

"데...데스?! 뎃슨!!"

대박. 친실장 생애 이런 행운이 있을까 싶을정도로 밥을 몇번 뜨다만 도시락이 들어있었다. 이것이면 오늘은 무사히 넘기고 내일을 살아갈 희망을 가질수 있다고 생각한 친실장은 봉투를 잽싸게 들고 일어나 사랑스러운 자들이 있는 곳으로 향하기 위해 잔뜩 웃는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데...데...데이슨! 데스으으!!"

친실장은 그제서야 멀리서 서 있는 인간을 볼수있었다. 언제있던 걸까, 어디서 온 걸까. 그토록 주의를 경계하고 소리마저 죽였는데 어떻게 발견하지 못했을까. 친실장은 안색이 변한채 덜덜 떨었다. 자실장들은 그런 친실장의 모습에 의아하며 뒤를 보자 거기엔 고개가 아플정도로 머리를 들어야 보이는 커다란 인간이 있었다.

"테...챠아아아아아!!"
"츄아아아아앗!"
"치이이잇?!"
"테치이이이!!"

자실장들은 너무 놀라 조용히 해야한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브리브릿 거리며 팬티를 진한 녹색으로 부풀렸다. 아니, 이미 녹색인 팬티를 부풀린것인가. 그래도 이 일가는 인간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얼마안되는 현명한 일가였다. 대다수 실장석들이 인간에게 얼마나 무방비하고 생각없이 접근하며 최소한의 경계심도 가지지 않는 것을 생각하면 이 일가는 보기 드문 개체들 이였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생물은 저마다 천적이 존재한다. 포식자와 피식자. 그렇다면 실장석에게 천적은 무엇일까. 그것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대다수가 천적이다. 눈, 비, 태양 부터 길가의 돌, 떨어지는 낙엽 같은 자연물부터 개미, 나비, 벌 같은 곤충, 새, 고양이, 개 같은 짐승까지 수많은 천적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중 실장석에게 가장 큰 천적은 다름아닌 인간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실장석에게 있어서 최대의 희망이자 구원의 줄이며 어떻게든 그 품안에 안기고 싶어하는 인간이 가장 큰 천적이다. 웃기지만 그것이 현실. 그렇다. 피식자로 포식자를 극복하기 위한 자기방어로 신체의 내구성을 극단적으로 포기한채 발달된 재생력과 번식력을 지녔지만 인간은 그것을 허무하게 무너뜨린다. 그런 의미에서 이 녀석들은 자신의 위치를 제대로 알고있는 녀석들이였다. 물론 신체 내구성을 포기한 대가는 너무나 커서 재생력과 번식력이 거의 의미가 없지만 나름 포유류 중에서 가장 높은 지능을 가져서 인간을 모방하며 어떻게든 정착했다. 문제는 극복할수 없는 신체의 차이로 인간을 모방하는 것이 별로 효과는 없지만.

"이, 인간인 테치! 와타치들 들켜버린 테치!"
"오마에들 거기에 꼼짝 말고 있는 데스! 마마가 가는 데스!!"

친실장의 판단은 그리 현명한 것은 아니였다. 자실장들을 자신이 있는 쪽으로 불러서 도피에 그나마 확률이 높게 최대한 거리를 벌리고 근처의 수풀로 가야했다. 오히려 친실장의 행동과 발언은 죽기 더 좋게 한군데로 모여주는 것이였다. 친실장의 발에 겁을 먹고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자실장들은 손으로 입을 꾸욱 막고 고개를 흔들었다. 이미 들킨 시점부터 의미없는 은폐지만. 친실장은 봉투를 포기하지 않고 달렸다. 이것은 아이들의 미래다. 자신의 희망이다.

공원밖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리스크는 다름아닌 죽음이였지만 리턴은 다름아닌 평소엔 구경도 못할 양질의 음식. 평생 음식물 쓰레기만 먹다가 콘페이토 한알 먹지 못하고 죽는 것들이 전체 들실장의 80%가 넘는다고 하면 이 음식은 가히 이 일가 전원 실각을 각오할만한 만찬이였다. 땀을 뻘뻘 흘리며 자실장에게 달려온 친실장은 두 팔을 벌려 나와 자실장 사이에 섰다.

"마마...무서운 테치!"
"오마에들 걱정마는 데스! 마마가 절대로 지켜주는 데스! 안심하는 데스!"
"마마..."

친실장은 당장이라도 눈물을 흘리며 똥을 지릴만큼 두렵고 무서웠지만 자신에겐 4마리의 자들이 있었다. 사랑스러운 보배들. 착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행복만을 위해 살며 행복을 나눠줄 그야말로 자신의 자랑이였다.

사실 이쯤대면 불쌍해서 봐줄수도 있지만 최근 강화된 법에 의해 공원 밖으로 일정 거리이상 떨어진 들실장들을 발견하면 처분해야 하는 것이 의무화 되었다. 이것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애호, 학대, 관찰 같은 개인 성향을 초월한 법이였다. 휴대폰 어플에 깔린 실장3.0 정부 강제 어플은 위석서치 기능을 내포해 최대 20m 밖에서 부터 위석이 감지되면 백그라운드로 실행이 되어 경찰및 구청 데이터베이스에 정보를 보낸다. 거리가 5m이내로 실장석이 감지되면 법이 개입한다. 여기선 개인의 선택이 존재하지 않는다. 친실장은 무조건 죽여야 한다. 자실장은 친실장을 잃으면 99%는 자연적으로 죽기에 법률에서 선택이 되었다.

친실장이 전신주로 오지만 않았어도 그냥 슬쩍 피해 돌아갈수도 있었지만 이미 범위안으로 들어왔고 이젠 인간의 법에 의한 처분만이 존재하게 되었다.

물론 기타 사정에 의한 것으로 위석의 움직임을 감시하거나 피치못할 사정이 있으면 상관없지만 성체급 위석의 움직임과 내 위치정보, 자실장들의 위석 위치를 판단하면 내가 여기서 이 녀석들을 죽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 애호파들은 헌법 위반으로 여러번 제소를 했지만 모두 패소했다. 이 법을 시행한 뒤로 도심의 들실장 개체수가 90%가 넘게 축소되 연간 3800억원의 사회적 손실 비용이 120억원으로 줄었다. 정부에선 절대로 포기할수가 없었다. 개인의 자유, 신념을 강제해서라도 유지해야 할 정도로 실장석의 이미지가 나쁜것도 한몫했다. 일본 후타바 공원의 영유아 살해와 한국 A시 가택침입 유아 질식사 사건이 실장석의 이미지를 더이상 떨어질수 없는 나락으로 보냈기 때문.

이미 유네스코 지정 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이 들실장으로 인한 영구 훼손이 심해 등재된걸 취소당했고 숭례문 대들보가 들실장 대변에 삭아 붕괴된 것은 너무나 유명한 사건이였다. un공식 생물학재해.

"하지만 그렇다고 내 마음이 편하다는건 아니지."
"데스? 설마...애호파인 데스?"
"아니, 애호파도, 학대파도 아닌 일반 사람이다. 친실장인 너에게 한가지 특혜를 베풀어 주지."

내 말에 희망을 본 것일까. 친실장과 자실장의 표정이 급격하게 밝아졌다. 저렇게 좋아할 내용은 아닌데 말이지......

"사, 살려주는 데스?! 와타시, 아이들과 살아남아 내일도 잔뜩 힘내서 살아남는 데스?"
"테챠! 다행인 테치!"
"마마 정말 다행인 테치...!"
"와타치 어떻게 될줄알고 잔뜩 긴장해버린 테치!"
"테에......마마, 왠지 느낌이 안좋은 테치?"

뭐랄까, 아직 말하지 않았는데도 자기들끼리 망상에 빠져 멋대로 상상하는건 어쩔수 없는 실장석의 특성인가 싶었다. 그럼에도 내 말에 나에 대한 이미지를 멋대로 상상해 추잡한 짓은 하지 않는다는건 들실장치고는 정말 칭찬해주고 싶은 부분이다. 보통 이쯤대면 나에게 사육될거라 혼자 정해 이상한 춤과 노래, 자위를 하지만 이 녀석들은 거기까진 가지 않았다.

"아니, 난 너희들을 살려준다고는 하지 않았다?"
"데에에엣?! 거짓말인 데스까! 어째서인 데스! 특혜를 준다고한 데스!"
"그, 그런 테치이-! 약속을 지키는 테치!"
"너무한 테치! 거짓말은 않좋다는건 이미 와타치도 알고있는 테치!"
"난 아직 말도안했는데 니들끼리 멋대로 상상하고 정한거잖아. 내가 줄 특혜는 친실장 니가 들고온 봉투의 음식들을 다 먹을때까지 죽이지는 않으마. 그것이...음, 일종의 너희들의 최후의 만찬이다."

친실장은 인간의 말에 조용히 이런 상황에서 조차 꾸욱 쥔 봉투를 내려다 보았다. 이것을 다 먹는다면 죽인다고......?

"데에..데....그건 심한데스! 너무한 데스! 특혜가 아닌 데스!"
"그런 테치! 그런건 특혜가 아닌 테치!"
"야이~ 그럼 그거 안먹을거야? 내가 보기엔 그정도면 니들이 지금까지 먹던 것들중에선 생각도 못하고 경험하지도 못한 엄청난 것들인것 같은데."

사실이였다. 친실장과 자실장들안 봉투안의 밥을 보았다. 생전 처음 보는 듣도 보지도 못한 밥이였다. 차갑게 굳어 냄새는 거의 안나지만 모양부터 깨끗하고 이것은 확실하게 맛있는 거라는 분위기를 줄줄 흘리고 있었다.

"지, 진짜인 데스? 바꿀수 없는 데스까? 이 것을 포기하는 데스! 공원에서 동족을 먹는 한이 있더라도 두번다시 나오지 않는 데스! 약속인 데스! 이건 확실하니 무조건 믿어도 되는 데스!"
"니들을 믿느니 차라리 대통령을 믿겠다. 어떻게 할래? 그거라도 먹고 죽을래, 그냥 죽을래?"
"어째서 이런 심한 짓을 하는 테치...와티치들 인간에게 아무것도 안한 테치!"
"왠지 그 말은 인간에게 무언가 할수 있다면 뭔가 했을거라는것 같다? 살짝 기분나빠질려고 하는데?"
"그런 테치! 오네챠 말대로인 테치!"
"불공평한 테치! 믿을수 없는 테치!"
"오네챠...마마.....포기하는 테치."
"그럴수 없는 데샤! 어떻게 해서 구한 밥인 데스! 오마에들이 3일간 굶으면서 낙오하나 없이 마마를 따라서 여기까지 와서 간신히 구한 귀중하고 소중한 밥인 데스! 이제 행복이란게 뭔지 알려줄수 있는 데스! 그런데 이걸 먹고 죽는다는건 인정할수 없는 데스!!"
"마마...하지만 인간인 테치. 와타치들 어떻게 할수도 없는 테치. 그래도 이런 엄청난 밥이라도 먹을수 있다면 그것도 행복한 테치! 마마는 잘못되지 않은 테치!"

자실장의 말은 사실이였다. 상대는 인간이다. 희망이자 절망. 빛이자 어둠이였다. 친실장은 선택이 없음을 깨닿고 사녀의 말대로 상상도 못한 진귀한 밥이라도 먹을수 있다면 그것은 나름대로 행복을 보여줄 것이였다. 비록 그 후에 바로 절망뿐이겠지만.

눈물이 흐른다. 인간앞에서, 아이들 앞에서 약한 모습 보이도 싶지 않지만 참을수 없는 슬픔이 눈물을 흘리게 한다. 나름 각오를 한 것일까. 친실장은 자실장들을 보았다. 굳은 얼굴로 저마다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미 자신의 상황을 깨달은 모양. 친실장은 최대한 천천히 봉투를 열어 그 안의 것을 꺼냈다. 검은색 플라스틱 위에 담긴 밥. 빨갛고, 노랗고, 초록색에 고기와 햄이 있는 진수성찬의 모습이 무서웠다. 두려웠다. 그냥 다 버리고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상대는 인간이다. 그것도 자신들이 완벽하게 들켜버린 인간. 도망은 생각도 꾸지 못한다.

"오마에들......먹는 데스! 죽더라도 당당하게 먹을건 먹고 행복을 맛보는 데스!"
"그런 테치! 와타치들 인간에게 지지않는 테치!"
"이걸먹고 행복하게 죽는다면 그건 와타치들이 이기는 테치!"
"인간에게 이기는 테치!!"
"마마-! 힘내라 테치! 오네챠-! 힘내라 테치!!"

서로간에 응원을 통해 마음을 다잡는다. 이것은 결코 허무하고 의미없는 죽음이 아니였다. 이 맛있는 밥을 행복하게 먹고 죽음을 받아들인다면 와타시들의 승리다. 절대적인 인간을 이기는 것이다!

"응..? 왜 갑자기 이야기가 그렇게 흘러가는 거지?"

인간의 의문에 섞인 말이 들렸지만 친자실장들은 신중하고 철저하게 눈 앞의 밥을 노려보았다. 자신들의 최후가 될 밥. 그 어떤 동족이 이런 것을 먹어볼까. 아마 자신들이 처음이 아닐까. 하지만 죽음에 대한 원초적인 공포앞엔 신체는 정직했다. 벌벌 떨리는 손과 발. 말은 그렇게 했지만 무서운건 무서운 것이다. 도시락을 가운데 두고 둘러싼 친자실장들은 결심했는지 도시락에 손을 뻣어 손을 대었다. 사녀의 말이 아니였다면 입으로 향했으리라 ㅊ

"마마. 할말이 있는 테치."
"데?"
"이것은 와타치들의 마지막 식사인 테치. 마지막인 만큼 마마가 와타치들에게 나눠주었으면 하는 테치."
"그런 테치! 사녀 이모토챠 말대로인 테치!"
"마마가 나눠주는 밥은 즐거운 테치!"
"마마가 나눠주는 밥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테츄!"
"오마에들......알겠는 데스. 마마가 힘껏 나눠주는 데스!"

울면서 웃는다. 자실장들의 말에 친실장은 이런 착한 아이를 낳게해준 세상에 감사를 하였다. 이런 모습은 이제껏 처음이라 속으로 감탄을 하였다. 나 또한 이런 녀석들 죽이고 싶지는 않았다. 나름 열심히 살아볼려는 노력하는 것들, 싫어하진 않는다. 하지만 법은 평등하다. 법은 인간들이 만든 질서이자 규약이다. 그리고 그것은 지켜야하는 것이다. 개인은 법앞에서 무력하다는걸 새삼스레 깨닿고 시간을 주고 기다리기로 했다. 적어도 내가 끊어야할 생명, 최후의 만찬은 충분히 주고 싶었다. 사식을 먹는 사형수의 기분이 보이는 듯해서 꽨히 심란했지만 아무리 상대가 실장석이라고 해도 내가 한 말은 지키고 싶었다. 포유류주제 벌레라고 불리우는 실장석이지만 이정도까지 한다면 인정하지 않을래야 않을수가 없다.

"이건 장녀의 몫인 데스."
"이건 차녀의 몫인 데스."
"이건 삼녀의 몫인 데스."
"이건 사녀의 몫인 데스."

친실장은 조금씩 도시락의 내용물을 손으로 떠서 하나씩 나눠주었다. 실장석에게 있어서 친실장이 밥을 나눠주는 것은 단순한 행위가 아니였다. 물론 친실장의 권력을 행사하는것도 있지만 친자관계를 확인시키고 친실장의 능력을 자들에게 시험받는 것이기도 했다. 밥을 구한다는 것. 밥을 먹는다는 것. 그것은 삶을 이어간다는 것이다. 내일을 바라보게 하는 원동력이였다. 친실장에겐 자신의 삶을 주는 것이고 자들이겐 친실장의 삶을 이어받아 나간다는 것이다. 모든 생명이 가지고 있는 원초적이고 가장 강력한 본능인 종의 유지인 것이다.

친실장은 기특하게도 누구하나 먼저할것 없이 바로 먹지않고 기다리는 것을 보았다. 마지막 식사라는 것이 이렇게 대단한 것인가 싶었다. 정말이지 죽으면 안되는 보배들이였다. 친실장도 자실장들의 몫과 동일하게 밥을 쥐었다. 하나하나 눈을 마주쳤다.

"장녀챠, 행복한 데스우?"
"그런 테치! 정말 행복한 테치!"
"차녀챠, 행복한 데스우?"
"행복한 테치!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나오는 테치!"
"삼녀챠, 행복한 데스우?"
"너-무 좋아 테치! 최고인 테치!"
"사녀챠, 행복한 데스우?"
"테치! 행복한 테치! 마마도, 오네챠도 너무 좋아하는 테치! 마마에게 태어나서 행복한 테치!"

저마다 줄줄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친실장은 눈앞의 밥을 보고 말을 이어갔다.

"충분히, 천천히 먹는 데스. 그럼..."
""잘 먹는 데스(테치)!!""

경건하다고 할까. 그렇게 그들의 최후의 만찬은 시작되었다. 친실장은 자실장들이 한입 먹고 멍하니 멈춰 몸을 부르르 떠는 것을 보았다. 그리곤 이제껏 보지 못한 최고의 미소를 짓는것을 보았다. 친실장은 자실장을 보며 자신도 한입 먹었다.

......행복하다. 고작 밥일 뿐인데 한입먹는 순간 입안에서 온갖 맛이 뛰어놀며 뭐라 표현할수 없는 압도적인 맛이 났다. 그저 행복했다. 이것은 최후의 식사가 아니라 그냥 먹었어도 행복했을 정도로 맛있었다. 이 순간 만큼은 태어난것에 감사했다. 이 순간을 위해서 모든 고통과 힘겨움을 이겨낸거라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삶은, 이 최고의 순간을 위해서 준비된 것이였다. 자실장들의 웃는 표정이 머릿속에 천천히 각인이 되었다. 즐기자. 어차피 죽을거라며 이 순간을 철저하게 즐기자. 아이들과 이렇게 행복한 이 순간을 즐기자.
..........
.....
..
.


"테쟈아아아!! 테갸아아악!"
"테기이이잇! 테게에에엑!"
"테챠아아! 챠아아아!"
"츄아아아아악! 츄아아아앗!!"

친실장은 정신이 멍했다. 행복한 표정의 아이들이 갑자기 귀신처럼 얼굴을 구기고 땅바닥에 누워 몸을 뒤틀고 있었다.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지?

"마마..테웨웩! 게붓!!"
"아픈 테치이-! 너무 아픈 테치!!"
"죽는 테치! 죽어버린다 테치이!!"
"마마, 밥, 독...테챠아!!"

입에선 방금 먹은 밥이 잘게 부숴진채 게워지고 있었다. 대변은 물처럼 줄줄 흘리고 있었고 얼굴엔 핏대가 툭툭 불거진채 빨갛게 변했다. 친실장은 멍하니 먹던 밥을 툭 떨어트리고 인간을 보았다. 찌뿌린 얼굴이 인간이 한 것은 아니였다. 아니, 할수가 없었다. 자신이 가져오고 자신이 철저하게 지켰다.

"이건......도시락에 누가 일부러 게로리와 도돈파를 뿌렸군."

인간의 말에 친실장은 아이들의 상태를 떠올렸다. 익숙한 모습. 자주본 모습. 공원에서 하루에 한번씩 본 독이든 콘페이토를 먹은 동족의 모습이였다. 어째서 그것이 아이들에게 나타나는가. 어째서.

"운이 없었다."

운이 없었다. 그렇다. 운이 없었다. 도시락에 누가 이런것을 뿌렸을지 상상을 했는가.

"장녀..."
"마마앗-! 죽기 싫은 테치! 와타치...게웨웩!! 사실, 죽기 싫었던 테치이이이!!"
"차녀..."
"살려주는 테치! 제발 살려주는 테갸갸갸갸갹"
"삼녀..."
"미안한 테치! 죄송한 테치! 그러니 제발 살려주..지기이이이잇!!"
"사녀..."
"마, 마..테챠아아! 와타치 무서운 테치! 무서웠던, 테갸-!! 이런거 겨우 맛본, 츄아아! 웨웩?! 이런, 행복, 간신히 느, 낀 테찌이이!! 좀더 행복하고 싶었던 테쮸우우우우!! -테보릿!"

-파킨

"사, 사녀챠아아..! ......아아?!"

자신은 상상할수도 없는 고도의 배합이다. 게로리와 도돈파외에 두세가지 더 섞인것 같은데 뭔지 알수가 없다. 전신 근육을 뒤틀고 입과 총구론 수분을 배출해낸다.

"마마아아아아아아-!!! 겨우 한입...먹은..!! 테짓!"

-파킨

"차녀챠아아!!"

"살고, 싶어...테릿!"

-파킨

"삼녀챠아아! 일어나는 데스!!"

"이, 인간씨..살려주...시...테귯!"

-파킨

"장녀챠! 자, 장난이 심한 데스. 오마에들! 마마를 깜짝 놀라게 하는거라면 심한 데스! 당장 일어나는 데스...뎃, 데덱?!"

친실장은 뜨뜻미지근한 것이 코밑에서 느껴지자 손으로 슥 훑었다. 손엔 적색과 녹색의 체액이 묻어나왔다.

"데? 데데?"

친실장은 이어서 몸에 힘이 점점 빠지며 나른해지는 것을 느꼈다. 시야가 어지럽더니 평소보다 낮은 주변이 보였다. 일어설려고 팔을 땅에 대고 몸을 드는 순간 팔에 힘이 빠지고 다시 넘어졌다. 배가 아펐다. 아니 아프다는 정도가 아니였다. 힘겹게 팔을 뻣어 배를 만지니 안에서 꿈틀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아이들. 새로운 아이들이 갑자기 배에서 자라고 있었다. 하지만 괴롭고 아픈 비명과 살려달라는 애원이 들렸다.

"뭐지?! 새로운 약품인가....!"

친실장의 두 눈은 초당 수번씩 적색과 녹색으로 깜빡이고 있었다. 자실장과 다른 반응에 보는 입장에서 당황스러웠다. 실장 약품은 개체의 성장정도에 구분없이 동일하다. 저실장이나 성체나 도돈파를 먹으면 총구에서 위석에너지가 고갈될때까지 대변을 로켓처럼 쏟으며 말라죽는다. 게로리는 뱃속의 모든 내장을 토해낸다. 하지만 이런건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 개체별 다른 효과를 지닌 약품이라니. 뱃속에서 녹았다 자랐다 반복하면서 배가 풍선처럼 부풀어 양 옆으로 점점 튀어나오고 있었다. 대가리는 호빵처럼 부풀어 양 눈알이 살 사이에 파뭍혀 잘 보이지 않는 지경에 이르섰다.

"어...어째서...?"
"그렇게 말해도 내가 한게 아니라니까. 그냥 운이 없었네. 진짜 나도 그 도시락에 뭔가 있는줄 몰랐어."

그냥 밟아죽이는게 자비로울 정도로 자실장들의 꼴은 엉망이였다. 장녀는 고통에 스스로 양 팔을 깨물어 잘랐다. 눈알은 빠져나와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다. 차녀는 게로리에 튀어나오는 내장을 억지로 넣기위해 양 손을 입을 찢은채 입 안에 우겨넣은채 죽었다. 삼녀는 약한 폭발성 인지 전신이 보라색으로 껍질만 흐물거린채 바닥에 널려있었다. 입과 총구에선 아직도 근육, 뼈, 내장들이 물처럼변했는지 흘러나오고 있었다. 사녀는 사람에게 쥐어짜인듯 나선형으로 손발을 꼬고 몸통도 뒤튼채 귀에서 선홍색 뇌가 튀어나와 바닥에 촤악 뿌려놓았다. 눈알은 압력이 튀어나갔는지 보이지 않고 전신은 비틀어 짠 걸레를 보는 것 같았다.

친실장은 아직까지 살아있었다. 고통에 바닥을 긁어 손의 1/2이 갈려 두께가 얊아졌다. 다리 한쪽는 얉은 피부 한줄기에 반으로 끊어져 간신히 매달려 있었다. 혀는 이미 몸통만한 길이로 늘어나 입밖으로 튀어나왔다.

"주겨주...데스! 주겨..데스!"

눈알의 가운데가 터져 피눈물보다 더 진한 색의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피부가 한계를 버티지 못하고 찢어지며 금 간 댐에 물이 새듯 한줄기씩 체액이 삐져나오고 있었다. 이마에서도, 등에서도, 엉덩이에서도.

"헤갸아아아아!! 데갸갸갹! 데챠아이! 데샤아아! 데챠! 데챠아!"

고통에 비명을 지르다 발음이 살아났다. 이건 나도 안타까웠다. 최후의 만찬이 이런식으로 끝날거라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고통없이 단번에 밟아죽일 생각이였는데......

친실장은 3분이나 더 지옥같은 경험을 하다 몸부림을 치며 죽었다. 터진 옆구리에서 자잘한 눈알들이 쏟아져 내렸다. 마치 빠칭코 기계처럼 구슬들이 쏟아져 내리는 모습은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였다.

"행복...살려주...데짓!!"

그렇게 이 일가는 고통속에 몸부림 치다 죽어버렸다. 어쩌면 이 이상한 법이 없었으면 사육을 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때론 인간더 어쩔수가 없을때도 있는데.





버려진 공터


꼬질꼬질한 들실장한 한마리가 작은 공터에서 움직였다. 잡초가 무성한 공터는 자갈이 셀수 없이 깔려 걸을때마다 고통이 느껴졌지만 들실장은 오늘도 공터를 뒤지고 있었다. 이 공터는 개인의 소유로 몇년간 방치되어 실장석에겐 작은 정글과 같이 되어있었다. 잡초들은 너무나 질기고 튼튼해 실장석의 힘으론 뽑을수도 없고 억세기는 다른 곳에 있는 잡초와 차원을 달리해서 먹을수도 없었다. 다만 운이 좋다면 공원 수풀엔 없는 각종 곤충들이 존재하여 근근히 곤충들을 잡아먹고 살아갈 뿐이였다.

들실장은 근처 있는 자신의 몸통만한 돌을 뒤집어서 아래를 보며, 데- 하고 작게 울었다. 돌 밑엔 아무것도 없었다. 가끔 이런식으로 돌 밑에 있는 곤충이나 지렁이를 몇번 잡아본 경험이 있기에 오늘도 편하게 잡을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허탕인듯 싶었다. 지렁이는 실장석조차 죽일수 있는 영양만점의 사냥감 이였다. 토막을 내서 햇볕에 잘 말리면 몇 주는 거뜬하게 가는 훌륭한 보존식이기도 했다. 지렁이 한마리를 잡는 날은 따로 사냥을 하지 않아도 그날 하루 식사엔 충분했다.

여름이 끝나가고 약간 선선한 기운이 감돌고 있지만 땀을 흠뻑 흘린 들실장에겐 조금 차갑게 느껴졌다. 들실장은 잡초 사이에 곤충 몇마리를 보고 조심스럽게 다가간다고 노력했지만 상대는 노련한 야생의 곤충. 어수룩하고 어설픈 들실장 따위에서 쉽게 잡힐 것들이 아니였다. 공터를 가로질러서 곤충을 쫓아 달렸지만 이미 상대는 들실장의 시야 밖으로 사라졌다. 어재도 점심때 우연히 발견한 개미들이 뜯어 먹던 곤충을 가로채 배를 조금 채운 것이 그녀의 마지막 식사였다.

해는 점점 높이 떠서 더위로 움직일수 없게 되자 들실장은 나무 밑의 그늘에 앉아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땀이 마르면서 끈적끈적한 것이 언제나 그랬듯이 기분 나뻤지만 곧이여 증발하면서 마르자 한결 느낌이 좋아졌다. 옷과 두건은 초록색이 안보일 정도로 먼지와 흙, 땀과 각종 오물에 범벅이 되어 사람도 만지기 꺼려질 정도였다. 머리카락은 떡이 져서 굳어서 무게감이 상당히 느껴질 정도였지만 하나뿐인 머리카락이다. 절대로 포기할수가 없었다. 때론 머리카락이 잡초나 수풀에 걸려 움직이지 못하게 되거나 잠을 잘때 딱딱해서 걸리적 거렸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식사와 잠을 포기할 정도로 애정이 있는 것이였다.

오후 2시가 넘어가자 제법 더위가 많이 가셨다. 들실장은 다시 일어나 활동하기로 하며 공터 끝에 보도블럭과 맞다은 곳에 새하얀 봉투가 하나 떨어져 있는 것을 보았다. 이제껏 이 공터로 이주해 살면서 처음 갖는 봉투에 흥분한채 데스- 거리면서 달렸다. 봉투만 있으면 지금과 같이 굶을 일은 없다. 봉투로 다른 들실장 처럼 쓰레기를 뒤져 음식을 모을수 있기에 신나게 달려간 들실장은 봉투안에 무언가 들어있다는 것을 깨닿고 약하게 팬티에 대변을 지린채 봉투를 들고 나무 밑으로 달렸다. 안이 묵직한게 오늘은 어쩐지 엄청난 것을 줏은것 같아 기분이 날아갈것만 같았다.

나무 밑으로 달려온 들실장은 헉헉 거리면서 봉투를 풀어 안에 있는 것을 꺼냈다. 자신의 몸통만한 빈 과자곽. 과자곽 안에 든 과자의 냄새를 킁킁 맡으며 행복한 미소를 하던 들실장은 혹시나 무언가 안에 남았나 손을 넣고 휘저었지만 텅 비어있을 뿐이였다. 괜찮았다. 어차피 기대도 하지 않았고 빈 과자곽 자체로도 아주 큰 의미가 있다. 이것은 보존식을 담을때 몹시 훌륭한 통이 될 것이다. 심지어 자를 낳게 되면 집이 없을때 집 대신 자들을 넣을수도 있다.

봉투안에 길다란 무언가를 꺼내자 들실장은 충격으로 말을 잊었다. 빈 플라스틱 통에 희귀한 파란색 뚜껑이 잠긴 아직 물이 1/3이나 남은 페트병. 파란색 뚜껑은 독라 자실장 5마리의 가치를 하는 엄청나게 귀중한 것이였다. 자들이 좋아하고 일반적인 하얀색 뚜껑보다 보기 힘들어서 구할수만 있다면 무조건 얻고 싶어하는 것이였다. 그것도 모자라 깨끗한 물이라니. 보기만해도 마음이 든든해지기 까지 했다. 들실장은 봉투를 탈탈 털어 조사를 하자 페트병 1개. 빈 과자곽 1개. 쓸수 없는 작은 비닐 2조각. 작은 비닐사이에 붙은 검은색 조각은 무척이나 맛이 있었다. 빨간 소스가 묻은 휴지뭉치 4개. 휴지뭉치는 과자곽에 넣어 나중에 집을 구하면 쓸수 있게 조치를 취했다. 비록 먹을수 있는건 물밖에 없지만 페트병과 봉투를 구했다는 것은 이제 자신도 자를 낳을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가졌다는 것을 뜻했다.

들실장은 행복한 상상을 하며 나무 밑에서 노래를 불렀다. 공터로 이주한지 2주째. 하루하루가 죽을 만큼 힘들고 고됬지만 이제 그런 생활은 안녕이다. 봉투로 음식물쓰레기를 모아 밥을 모으고, 페트병으로 물을 떠서 언제든지 물을 마실수가 있다. 과자 곽은 보존식을 훌륭하게 보존시켜 줄 것이다. 휴지뭉치는 동그랗고 예쁘가 뭉쳐서 자가 태어나면 공처럼 가지고 놀수 있고 날씨가 추워지면 반으로 찢어 옷 안으로 넣으면 따뜻한 보온재로 사용이 가능했다.

들실장은 이쯤 오자 세상이 자신을 도와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봉투와 페트병은 소유권을 두고 어느 한쪽이 죽을때까지 처절한 사투가 일어날 정도로 귀하디 귀한 것이였다. 그런 것이 갑자기 공터에서 생겼다니, 믿을수가 없었다. 혹시 이 공터가 자신을 위해서 준 것이 아닌가 생각했지만 정착후 얼마나 자신이 애원하고 빌어도 도움을 하나도 주지 않는걸 생각하면 그럴리가 없었다. 이것은 순전히 자신의 힘으로 구한 것이였다.

뎃데레~

들실장은 공터안쪽으로 들어가 오늘은 물이 충분하니 마저 땅을 파기로 했다. 골판지를 어떻게 구할지 막막했지만 운치굴만큼은 꼭 해야했다. 들실장은 돌조각을 두 손으로 쥐고 땅을 죽죽 긋기 시작했다. 힘들다. 팔이 떨어져나갈것 같고 비라도 온다면 일주일간 조금씩 판 이 곳은 물에 휩쓸려 원래대로 돌아올 정도로 미약하게 파였지만 들실장의 희망이 있었다. 더 나은 내일이 있었다.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파다보면 언젠간 엄지나 자실장을 넣을 훌륭한 운치굴이 완성될 것이다. 그리고 그 때 쯤이면 집도 구하겠지. 자들도 잔뜩 낳겠지. 들실장의 머릿속엔 이 넓고 광활한 공터를 자들로 가득 채워 행복한 삶을 꾸려나가는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당연히 땅을 파는 작업은 진척이 없었고 멍하니 상상을 하며 웃던 들실장은 밤이 깊어짐을 보며 서둘러 봉투안에 페트병과 휴지조각, 과자곽을 넣고 자신도 들어갔다.


***


데에엥...데에에에엥

다음날 일어난 들실장은 봉투 밖으로 나와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인간의 발을 피해서 도망칠 때도 이렇게 울지 않았다. 들실장의 품안엔 찌그러지고 풀어헤쳐진 휴지 조각들이 가득했다. 전날 잠을 자면서 따뜻하고 포근한 휴지조각을 품에 안고 뭉겠고 잠꼬대를 하면서 휴지들을 몽땅 다 찢어버린 것이다. 페트병도 뚜껑을 제대로 잠그지 않아 밤새 물이 새서 한 모금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흘린 물을 과자곽이 흡수하여 찢어지고 물렁거려서 말린다고 해도 보존식 통으로 쓸수가 없었다. 찢어진 과자 곽은 자들을 믿고 밥을 구할수가 없기 때문이다. 애써서 구해봤자 하루만에 찢어진 구멍을 통해 다 훔쳐서 거덜낼게 뻔했다. 봉투는 찢어져 있다. 봉투안에 다른 들실장들이 왜 들어가서 자지 않는 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었다. 봉투안에서 자게되면 뒤척이거나 잠꼬대를 할때 바닥에 무언가 있으면 봉투가 움직이면서 바닥에 쓸리거나 뾰족한 무언가에 찢어지기에 봉투안에선 절대로 자지 않는다.

이 들실장은 몇 달만에 구한 봉투에 신나서 그만 까먹은 것이였다. 봉투는 찢어져 쓸수가 없다. 페트병에 담긴 일주일은 먹을수 있는 물은 고작 한모금 정도로 인간의 손가락 한마디 만하게 남았다. 휴지는 갈갈히 찢어져 바람을 타고 어디론가 사라지고 있었다. 과자곽은 찢어지고 무너져 있었다.

희망이
사라져 간다.

행복이
찢어진 봉투사이로 흘러내린다.

자들의 미래가
무너진 과자곽 처럼 떨어진다.


들실장은 서럽게 울다 지쳐 페트병에 든 물을 마시고 눈물을 닦았다. 여기서 좌절할수가 없다. 일어서야 했다. 봉투와 휴지, 과자곽은 애초에 없이 생활하였다. 예전처럼 다시 일어서서 힘차게 살아가면 되는 것이였다. 들실장은 벌떡 일어나 공터밖으로 향했다. 찢어져 바닥에 끌릴때마다 점점 벌어지는 봉투안엔 휴지 몇조각과 눅눅해진채 변형된 과자곽이 있었다. 페트병은 멀쩡했기에 공터안쪽이 깊숙히 숨겨두었다.

공터밖에 이리저리 주변을 살핀 들실장은 인간이 없자 휴지를 버리고 과자곽을 안타까운 눈으로 한번 본뒤 도로 밖으로 힘껏 던져 버렸다. 못쓸바엔 차라리 눈에 안들어오는게 덜 아프다. 꽨히 못쓰는 것을 가지고 있으면 가슴만 아프다. 들실장은 비록 봉투는 찢어져도 자신의 옷이나 두건속에 넣어 음식을 모으는 것보다 더 많이 들수 있게 하기에 찢어진 봉투를 소중하게 가슴에 끌어 안았다.

그날 이후로 들실장의 하루는 예전보다 더 바쁘게 돌아갔다. 인간의 눈을 피해 돌아다니며 땅에 떨어진 음식들을 줍거나 음식물 쓰레기장에 몰래 들어가 봉투의 뒷부분을 뜯어 음식을 모으기 시작했다. 보존식은 남겨봤자 공터안의 곤충들이 모조리 다 먹어치우기에 보존식은 남기지 않는다. 보통은 음식물쓰레기장 옆엔 재활용 쓰레기장도 존재하기에 어느날 죽음을 무릅쓰고 4호짜리 택배박스를 훔쳐 달아났다. 정말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를 정도로 미친듯이 뛰어 공터에 도착한 날 들실장은 번듯한 집을 가졌다는 생각에 미친듯이 울었다.

집안은 너무나 포근하고 좋았다. 골판지 특유의 냄새가 기분좋게 나서 잠을 잘때마다 행복했다. 들실장은 돌아다니면서 음식 수거용 새 봉투를 구했고 잡다한 크기의 비닐도 6장이나 구했다. 페트병 뚜껑 3개, 그리고 고약한 냄새가 나는 수건 2장,  과자곽을 구하면서 차츰 겨울나기에 대비를 하기 시작했다. 철저하게 인간의 눈을 피해 돌아다녔고 때론 아파트 화단에서 어린 자실장들을 페트병에 넣고 뚜껑을 닫은채 버리는, 연기나는 막대를 입에 문 인간도 보았다.

다시 공원으로 돌아갈까 생각을 수없이 해봤지만 이제와서 공원에 간다는건 의미가 없었다. 집과 고생해서 모든 것들을 포기할수가 없었다. 하지만 공원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여긴 아무도 없다. 오로지 혼자. 자를 낳기에도 너무 늦었다. 운치굴은 2cm정도 파다가 포기했다. 봄부터 꾸준히 춘자들까지 동원해서 가을이나 겨울의 초입때 운치굴 작업이 끝나기에 자신이 너무 쉽게 생각했다. 내년 봄에 춘자들을 낳고 다시 도전할 생각이였다. 운치는 쓰레기통 옆에 버려진 봉투를 구해 긴 과자각 안에 넣고 누고 있었다. 긴 곽안에 들어간 봉투덕분에 내용물이 흘러나오지 않고 겨울엔 운치도 훌륭한 음식이였다. 밖에다 버리면 동물들을 불러올수도 있고 겨울엔 얼어붙어 먹을수가 없다.


그렇게 겨울이 시작되기전 들실장은 집안을 둘러보았다. 혼자 쓰기엔 남아도는 수건3장, 플라스틱 그릇 2개, 페트병 4개에 꽉 담은 물, 바닥전체에 두텁게 깔린 마른 잡초, 수세미에 봉지를 깔고 휴지를 올린 푹신한 침대까지. 완벽했다. 들실장은 외부의 침입에 대비해서 밖으로 나가 바닥에 물을 조금 붓고 손으로 뒤적여 진흙을 만든뒤 운치를 누어 섞었다. 끈적끈적함이 배 이상으로 된 초록색 액체를 미리 구한 나뭇잎위에 소중히 올리고 집안으로 향했다. 골판지를 뒤집어 열리는 부분을 아래로 했기에 골판지에 구멍을 내어 통로를 만들수 밖에 없었다. 뚜껑이 옆이나 위로 향하면 너무나 쉽게 열려 침입자에게 죽거나 꼼짝없이 얼어 죽는다. 물을 적셔서 나뭇가지로 긁어내 만든 통로에 나뭇가지를 일렬로 기대어 놓은뒤 그 위에 운치발린 나뭇잎을 붙이기 시작했다. 덮혀도 붙지 않는 양옆의 틈은 운치진흙으로 꼼꼼히 막았다. 그리곤 옛날에 구했던 찢어진 비닐 봉투를 한장 올린뒤 수건으로 덮고 바닥에 흘려진 수건위에 집안에 미리 가져다 놓은 돌을 올려두었다.

먹고, 자고, 싸고.
겨울은 지루하고 혼자서 버티기엔 너무나 힘들었다. 들실장은 그렇지만 참고 버티며 봄이 오면 자를 낳고 독립시켜서 이 공터를 자신의  자들로 가득 채우는 상상을하며 버텼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봄이 오는 것을 느끼며 들실장은 다시 싱그러움을 되찾은 공터를 보며, 데- 하고 작게 울며 돌을 뒤집었다. 뒤집혀진 돌 아래엔 아무것도 없었다.

겨울나기엔 성공했지만 응달이 진 집에 쌓인 눈은 아직도 녹지않고 물기에 집은 완전히 무너져 눈더미속으로 사라졌다. 들실장은 멍하니 자신보다 3배는 더 쌓인 눈더미를 보며 손을 대자 순식간에 손 끝이 파랗게 변하며 동상에 걸렸다. 차갑다 못해 찢어질듯한 고통에 서둘러 손을 빼고 입안에 넣고 쭉쭉 빨면서 들실장은 보존식, 물, 운치, 수건, 봉투가 들어간 눈더미를 멍하니 처다 보았다. 날이 풀렸지만 어째서인지 눈은 녹지 않고 있다. 한순간 모든걸 잃은 들실장은 울면서 보이지 않는 곤충을 찾아 공터를 헤메기 시작했다.

데-.




그곳에 있던 것



“레후우...마마도, 오네챠도 다 잠자는 레후?”

무언가 한바탕 휩쓸고간 자리.
찢어지고 뭉게진 박스 안에서 정수리가 뭉게진 성체실장 한마리와 자실장 3마리가 혀를 내빼문채 회색빛 눈알을 뜬채 누워있었다.

옅은 가로등 불빛을 의지삼아 말없이 누운 친실장과 자매들을 보며 저실장 한마리는 의아한듯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들 자는 레후? 우지챠도 자는 레후!”

저실장은 자실장 3마리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몸을 말고선 잠이 들었다.

동이 터오르자 강한 햇살에 잠에서 깬 저실장은 잠기운이 가시지 않은채 비몽사몽 비틀거리며 가장 익숙하고 안정적인 체취를 풍기는 친실장 근처로 다가갔다. 운치를 못먹은지 대략 16시간이 지났고 그로인한 영양부족 사태에 위석은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영양소를 찾아 저실장을 이끈 것이다.

-레쨥...레쨥...

우적거리며 반쯤 잠든 상태로 친실장의 옆구리를 파먹는 저실장은 약간의 시간동안 식사를 하고 곧바로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비록 소화하기 힘든 고형물인 친실장의 살점이지만 동족식은 소화율이 높고 실장석 분대에서 분해가 빠르기에 저실장은 프니프니가 없어도 친실장의 살점을 무리없이 소화시킬수 있었다.

“꼬기...맛난..레후.....”

웅얼거리며 잠꼬대를 하는 저실장이 완전히 깨어난 것은 늦은 오후. 불행중 다행인지 박살난 골판지에 관심을 갖는 들실장은 없었기에 다른 실장석들의 침입은 없었다.

자고 일어나 잠결이지만 충분히 영양을 섭취한 저실장의 컨디션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활력과 전신에서 느껴지는 힘은 저실장에게 그 무엇이든 다 할수있다는 믿음을 부여해주었다.

“우지챠 신님인 레후? 우지챠 집안의 왕님인 레후??”

뽈뽈거리며 돌아다녀도 찢어졌다고 해도 골판지는 골판지. 저실장의 신체 따위론 어떻게 해볼 깜냥도 되지 않았다. 저실장은 넘어갈수 없는 골판지 벽은 신경도 쓰지 않고 즐거운듯 꼬리를 좌우로 흔들며 죽은 자실장을 먹기시작했다.

잠결이라고 해도 동족식을 시작해버린 이상 자매들과 친실장은 더이상 가족이 아닌 그저 한끼의 밥으로 인식된 것이다. 저실장은 자실장 한마리를 다 먹고나서 포만감에 취해 다시 잠이 들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다시 하루가, 또 하루가 지나며 시간이 흘러갔다. 저실장이 친실장을 다 먹어치운것은 일주일이 흘렀을때였다.

동족식을 통해서 새끼손가락 한마디 반 만한 저실장은 어느덧 새끼손가락 만해졌도 살도 오동통하게 오를대로 올라서 검지와 중지를 겹친 두께만해졌다.

“먹을게 없는 레후? 우지챠 밥 못먹는 레후? 우지챠 밥 못먹는건 싫은 레후! 그런거 못견디는 레후! 이런 대접 너무 심한 레후!!”

아무리 불평하고 투덜거려도 이미 들실장들 사이에선 ‘없는 곳’ 취급을 당하는 전 들실장 일가 터에 들리는 들실장들은 없었다. 저실장은 슬픔에 울어도, 갑작스런 부당하고 불합리한 대우에 화를 내도 그 누구하나 오지 않았다.

2일이 지나자 저실장은 일반적인 운치굴의 저실장들이 느끼는 공복감의 수십배를 맛봐야 했다. 그동안 친실장과 자실장들의 사체를 파먹으며 만복감이 충족될때까지 먹던게 완전히 체화되어 버릇처럼 변한 것이다.

약간의 공복감도 신체에선 수십일을 굶은 듯한 기아감에 저실장은 패닉상태에 빠져 두려움에 몸을 둘둘 말고선 울기 시작했다.

“프니프니 받고 싶은 레후....”

신체적, 정신적으로 궁지에 몰린 저실장은 극렬한 프니프니를 요원하게 되었다. 스트레스 상황이 심해지자 그것을 회피하기 위한 반사작용이 일어난 것이였다. 문제는 프니프니를 해줄 다른 누군가가 없다는 것.

저실장은 이런 상황에서도 프니프니를 받지 못하자 간질에 걸린 것 마냥 전신을 부들부들 떨며 눈알을 뒤집었다. 입에선 거품이 뽀글뽀글 올라오고 있었고 거품이 섞인 혓바닥이 점점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배를 완전히 까 뒤집은채 물밖으로 나온 물고기 마냥 꼬리와 꾸물거리는 신체의 탄력을 이용해 펄떡이기 시작했다. 짙고 선명한 적록색의 눈물을 점점 진해지면서 종래엔 거뭇거릴 정도로 변했다. 운치를 찍찍 싸아올리지만 프니프니를 받지 못한다는 스트레스는 고작 배변으로 어떻게 할수있는것이 아니였다.

“마...마, 프니..! 오네...! 프...니....프...”

뽀직뽀직 거리며 경련이 최고점에 이르자 척추를 비롯한 뼈가 부러지거나 어긋나면서 내장을 찌르거나 찢기 시작했다. 녹색의 운치는 어느덧 빨갛게 변해버렸고 운치 사이엔 살점이 묻어나기 시작했다.

“레뺘아아아아-! 레삐이잇!”

거듭되며 가속하는 신체적, 정신적 고통. 저실장의 몸은 아치형을 그리며 역방향으로 휜채 꼬리와 정수리가 닿았다. 몸부림이 절정에 이르는 그 순간.

-파킨

위석이 깨지며 저실장의 고통은 끝이 났다. 저실장의 표정은 동족들도 역겨워서 머리를 떼내고 먹을 만큼 고통받고, 고통받고, 고통받으며 자아낼수 있는 복잡하고 미묘하며 몇개 안되는 저실장의 안면근육이 자아낼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그 무언가에 닿아 있었다.

“데에...뭔가 뒈지는 소리가 나서 들렸지만 이런건 못먹는 데스우”

저실장의 파킨소리에 이끌린 지나가던 들실장 한마리가 골판지를 뒤적이다 발견한 저실장을 보며 한숨을 내쉰다. 아직까진 식량사정이 이런걸 먹을 정도로 나쁜것도 아니기에 들실장은 기분나쁜 무언가를 꽨히 봤다는 표정으로 근처에 돌을 하나 들어 저실장의 얼굴을 퍽퍽 후려쳐 완전히 짓이겨놓았다. 그제서야 개운한듯 후련한 표정으로 길을 가는 들실장.

길을 가는 들실장 뒤로 긴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소환



어느날 공원을 지다가나 기묘한 광경을 보았다.

“데스..데스데스! 데스~!”
-테치...! 테치테치! 테치이~!

저실장 두마리가 성체실장 한마리를 가운데에 두고 빙빙돌면서 운치로 원을 그리고 있었다. 성체실장은 그 원 가운데서 두 팔을 벌리고 무언가 외치고 있었고 그에 맞춰 그 원 주변을 약 20마리의 자실장들이 빼곡히 둘러쌓아 엎드리며 성체실장의 외침에 맞춰 무언가 말을 하고 있었다.

굉장히 기묘한 광경이 아닐수 없가. 대체 무엇을 하는지 너무나 궁금해져 살금살금 다가가 린갈을 켰다.

“위대한 인간님이여! 이 제물를 바치니 와주는 데스우!”
“와주는 테치!”

“테챠아아아아-! 놓아라 테치! 당장 놓아라 테찌이!”

성체실장의 말에 수풀에서 자실장 4마리에 사지가 붙들린 제법 살이 통통하게 오른 독라자실장 한마리가 붙들려 꿈틀거리고 있었다. 조심스레 원를 건너 성체실장의 손에 놓인 자실장은 눈물을 흘리며 부들거렸다.

“당장 풀어주는 테챠아! 그만두는 테치! 이런짓 그만하는 테치!!”
“닥치는 데스! 오마에의 위석을 제물로 오늘은 반드시 부르는 데스! 와타시의 보검을 준비하는 데스!”

오호라. 이쯤오니 대충 무엇을 하는지 알수가 있었다. 어디서 본건지 모르지만 인간을 소환할려는 모양. 사실 벌레새끼들이 우글거려서 모여있는걸 보고 다 밟아 죽일려고 했으나 이정도 하면 오히려 호기심이 생긴다. 대충 장단을 맞춰줘볼까 싶기도 하고.

“의식을 시작하는 데스!”
“놓아라 테치! 와타시는 이렇게 죽기 싫은 테치!”

-찌이익

녹슨 못이 바닥에 누운 자실장의 배를 가르며 종이 찢어지는 소리를 냈다. 일자로 죽 그어진 검은 선이 벌려지면서 피와 내장이 흘러 내리기 시작했다.

“테갸아아아! 테챠아아아아-!!”

성체실장은 자실장의 뱃속이 잘 안보이는지 두툼한 손을 넣어 자실장의 뱃속을 휘저었다. 내장이 성체실장의 손짓에 어느정도 휘감기자 위로 훅 빼니 내장이 같이 딸려올라왔다.

“테끼이익! 테쨔악! 테삐-!!”
“오...이, 이것을 보는 데스!”

성체실장은 손에 휘감긴 내장사이에 삐죽 튀어나온 위석을 보며 흥분에 찬 고함을 질렀다. 성체실장은 단 한번에 내장과 함께 딸려나온 위석을 보며 감탄을 부르 짖었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제물을 바쳤지만 이렇게 단 한번에 나온 경우는 없었다. 주변을 둘러쌓은 자실장들도 감탄을 내뱉으며 기대에찬 고양된 소리를 내었다.

“자! 이 위석을 바치니 와주는 데스우우우-!”
-오는 테치이이이-!

문득 이녀석들의 장단에 놀아주는 것도 재밋겠다 싶어 핸드폰을 스피커 모드로 돌려놓고 나무 위에 올려놓고 블루투스 이어폰을 통해 나무 뒤로 숨었다.

[......감히 나를 부른 놈이 어떤녀석이냐!]
“데갸악! 데챠! 오...온 데스까! 기다렸던 데스!”

갑작스럽게 하늘에서 들리는 무미건조한 기계음에 살짝 빵콘을 한 성체실장은 두려움에 떨면서 조심스레 대답했다. 자실장들은 너무 놀라 대가리를 땅에 박고 부들거릴 뿐이였다.

[그래, 나를 부른 용건이 무엇이냐? 하잖은 이유라면 너희들을 모두 죽여버릴것이다]
“데엑! 아닌 데스! 절대 아닌 데스! 와타시들은 그저......콘페이토가 먹고 싶어서 그런 데스!”

콘페이토. 사실 진짜 콘페이토는 나름 비싸다. 하지만 실장석 대가리. 별사탕과 콘페이토를 구분할수 없기에 그냥 별사탕을 주면 콘페이토라 알고 좋다고 하기에 한국에선 콘페이토 = 별사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리고 별사탕의 가격은 싸다. 한봉에 100개 들어있는게 500원 정도. 때마침 친구녀석이 사육실장 도리를 처분하면서 집에 남은 별사탕 3봉을 주었기에 나는 나무뒤에서 주머니에서 꺼낸 별사탕을 성체실장의 면상으로 던졌다.

-철퍽

“데걋!”

얼굴에 별사탕 봉지를 맞은 성체실장은 코피와 함께 털푸덕 넘어져 빨갛게 달아오른 코를 만지며 눈물을 찔끔 흘렸다.

-테, 테, 테챠아! 콘페이토인 테치! 진짜 콘페이토인 테치!
“콘페이토! 콘페이토 데스!”

봉지안을 가득채운 형형색색의 별사탕을 보며 감격의 눈물을 주르르륵 흘리는 성체실장과 자실장들.

“감사한 데스! 감사한 데스우!”
-감사 테치이~

[시끄럽다! 앞으로 나를 부를려면 먹고 싶은 별사탕의 갯수만큼 보름달이 머리 위로 뜨는 날 제물을 바쳐라! 자비는 이번 한번 뿐이다]

“알겠는 데스! 감사한데스! 명심하는 데스!”
“...와타시도 콘페이토 먹고 싶은 테보릿!”

-우지끈, 파킨!

“이 미친 제물녀석이 개소리를 지껄이는 데스까.”

[명심해라. 보름달이 머리 위로 뜨는 저녁! 하지만 정성이 부족하면 나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니....]

뱃속이 텅 빈 제물 자실장의 위석을 깨물어 깨뜨린 성체실장은 거듭 조아리며 감사를 하며 별사탕 봉지를 소중하게 끌어안았다.


별사탕 한봉지로 나름 진귀한 경험을 했기에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집으로 향했다.


그뒤로 이 공원에 기묘한 풍습이 생겼다. 보름달이 뜨는 저녁이면 운치로 만든 원 안에 소복히 쌓인 자실장 사체를 놓고 간절히 무언가 비는 실장석들이 생겼다는 것이다. 정성을 더하기 위해 나름대로 머리를 쥐어짠 녀석들은 위석뿐만 아닌 온갖것들을 섞어 의식을 하였고 이 기현상은 뉴스에도 소개되었다. 다만 시에선 미관상 좋지 않다는 이유로 집단구제를 실시, 그렇게 전세계 유일한 사례인 실장석들의 소환의식은 사라지게 되었다.






호기심의 끝



“테엥~! 마마...... 와타시 잡혀버린 테치이...구해주는 테치! 노예는 싫은 테치.......”

“데뿌뿌뿟~. 오늘도 건실한 노예 한마리를 잡아버린 데스웅.”

성체실장의 한쪽 손엔 독라에 얼마나 얻어맞았는지 고개를 푹 숙인해 혀를 내빼물며 질질 끌려가는 자실장 한마리가 있었다. 얼룩덜룩한 멍이 전신에 골고루 분포하고 있었고 축 늘어진채 성체실장의 이끌림에 흔들거리는 한쪽 팔은 뼈가 부러진듯 싶었다.

“테엥...다 끝는 테치. 와타시는 이대로 노예가 되어버리는 운명인 테치...테갹!”

“이 미친 노예새끼가 어디서 가련한 실장인척 하는 데스? 오마에는 이제부터 와타시의 세레브한 아이들의 장난감인 데스. 집에 도착하면 팔다리를 모두 끊어버리고 독라달마로 샌드백인 데스.”

성체실장의 발길질과 폭언에 조용히 입을 다문 자실장은 뒤로 멀어지는 공원의 풍경을 보았다. 친실장의 말을 들었어야 했다. 바깥세상이 너무너무 궁금해 몰래 나오면 안됐었다. 그렇게 몰래 집에서 가출한 자실장의 운명은 가혹했다. 나오자마자 얼마안가 중실장에게 쫓겨 도망친다는게 모르는 곳으로 와버렸다. 너무나 무서워 크게 울어버린것도 치명적인 실수였다.

[데...오마에, 왜 여기서 울고있는 데스?]
[길을 잃어버렸다 테치이-! 테에에에엥! 테에에엔-!]

낮선 성체실장의 말에 마마를 잃어버렸다, 혹은 마마에게 버림받은 기분에 더욱 크게 우는 자실장은 정수리에 느껴지는 미지근하면서 따뜻한 감촉에 놀라 위를 보자 자상한 미소로 착한아이를 해주는 성체실장이 보였다. 그것에 안심이 되어 다리에 달려가 껴앉고 자실장을 뺨을 부볐다.

[힘든 데스. 오마에의 고생이 얼마나 심했는지 대충 느낌이 오는 데스. 그러나 진정한 실장석은 항상 가슴을 피고 당당하고 씩씩하게 해야하는 데스. 어서 울음을 그치고 오마에의 집으로 가는 데스.]
[...테, 아, 알겠는 테치. 와타시는 마마의 자랑스러운 아이인 테치! 이런것으로 울지 않는 테치!]
[집은 기억하는 데스?]
[...여기가 어디인지 모르는 테치. 하지만 돌아다니다 보면 기억나는 장소가 나올것 같은 테치!]
[그러지말고 와타시가 안전하게 집까지 데려다주는 데스.]
[테, 테치! 고마운 테치!]

자실장은 듬직한 성체실장의 말에 다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겉으론 당당한척 했지만 속으론 잔뜩 겁을 먹고있었다. 그러던 참에 성체실장의 제안이 들어오니 덥썩 물수밖에 없던 것이였다. 그것이 스스로 범의 아가리 속으로 머리를 집어넣는것임을 인식하지 못한 자실장은 성체실장의 크고 두터운 손을 붙잡았다. 웃는 표정의 성체실장은 자실장이 자신의 손을 붙잡자 단단히 고정시키고 뒷머리카락을 뚝 때어냈다.

[..테? 테에..?! 테챠아-아! 이, 이게 무슨 짓은 테갸아아아!!]

이어서 앞머리카락이 떼지고 성체실장의 말없는 폭력이 자실장을 덮쳤다. 애초에 체격부터 모든게 상대가 되지 않는 상황. 도망칠려고 해도 손이 붙잡혀 그것마저 여의치 않았다. 자실장은 고작 몇분만에 전신이 너덜너덜 걸렸다. 독라에 생애 처음 겪는 폭력에 무엇하나 대항하지 못하고 그저 성체실장의 몸짓에 모든걸 맡길수밖에 없었다. 타박상과 골절이 생길수록 자실장의 몸짓도 작아지고 종래에는 힘없이 축 늘어져 자그마한 소리로 웅얼거릴 뿐이였다.

“데퍄퍄퍄! 정말로 운수좋은 날인데스!”

성체실장은 거칠게 노예자실장을 이끌고 집에 도착하자 활짝열린 문과 찢어진 옷, 집앞의 바닥에 흩어져 있는 머리카락이였다. 놀라서 집안으로 뛰어 들어가니 아무것도 없었다.

“어, 어디로 가버린 데스....마마 그렇게 가지고 싶어하던 노예를 구해온 데스!”

미친듯이 부르짖다 털썩 주저않은 사이 성체실장의 집근처에서 무언가 우는 소리와 고함이 들려왔다. 성체실장은 독라노예 자실장을 거칠게 바닥에 내팽겨치고 달려가자 거기엔 독라노예 3마리가 일자로 나뭇가지에 목이 꿰뚫려 비틀거리며 바락바락 악을 쓰며 걷는 모습이였다.

“테헤, 마마가, 반드시 복수해주는 테챠아!”
“마마! 여기인 테치! 마마아-!”
“오마에-! 마마를 부르고 있으니 이제 오마에의 목숨은 끝장인 테샤-!”

“데프프픕! 데프프프~! 마음껏 지껄이는 데스. 오마에들이 지금 그럴수록 와타시의 집에 도착하면 오마에들은 조금이라도 편하게 지낼수 없게 되는 뎃승~!”

성체실장은 눈을 가느다랗게 만들며 터벅터벅 걷다가 끌려다니다 걷는 독라노예 3마리를 보았다. 어딘가 익숙하지만 독라이기에 곧 바로 관심을 끄고 애타게 자신의 자실장들을 찾기위해 집 주변을 샅샅히 돌아다녔지만 결국 끝끝내 자실장들은 찾을수가 없었다.

“데샤아아-! 와타시의 아이들이 사라진 데스! 납치인 데스! 감히! 감히 와타시의 아이들을 납치하다니...! 죽여버리는 데샤-!”
“테갹! 테챠! 테삣! 어, 어째서 와타시를 때리는...테낏!”
“닥치는 데수! 다 오마에 때문인게 당연하지 않는 데스! 감히 독라따위가 반항을 해서 와타시의 소중한 시간을 빼앗아 와타시의 아이들이 납치당한게 틀림없는 데스! 좀더 쳐 맞는 데샤아-!”

자실장이 처절하게 쳐맞는동안 성체실장의 자실장들은 탈진하여 질질 끌려 또다른 성체실장의 집에 도착했다. 거친 노면에 자실장들의 발은 종아리 부근까지 갈려 제대로 서있을수도 없었지만 문제는 텅 빈 집안을 보고 성체실장이 분노로 날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데-갸——아————!]
[테챠아!]
[테웨에엑!]
[테걋! 테츳! 어, 어째서 와타시만 2대 때리는...테갹!]
[오마에들, 단 한놈도 살려두지 않는 데스! 감히 빨리빨리 쳐 잡힐것이지 쓸데없이 반항을 해서 시간을 잡아먹다니! 오마에들 때문에 와타시의 아이가 납치당한 데스! 와타시의 분노를 죽어서도 똑똑히 기억하는 데샤아아아!]





공생



귀농을 하여 농사를 짓는 A씨는 최근 들실장으로 인한 피해가 심해져 고민이 많았다. 들실장은 야생동물과 달리 나름 머리를 잘쓰기에 이리저리 방비를 하여도 꼭 농지에 침입하여 여린 싹들을 마구 먹어치우고 밭을 헤집어 놓는다.

실장석으로 만든 허수아비, 실장아비를 설치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들어오며 철조망을 설치해도 땅을 파거나 철조망 사이로 자실장이나 엄지실장을 집어넣어 수확물을 강탈해갔다.

“미치겠네. 하루종일 밭을 지킬수도 없고...”

실제로 국내에 들실장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급증하면서 배추같은 경우 킬로당 3만원까지 올라버렸다. 덕분에 전국에서 들실장 해수구제로 숫자가 줄았다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것이며 두어달 지나면 도로 돌아왔다.

“방법이 없나. 옆집 아저씨처럼 나도 귀농을 포기해야 하나....”

담배를 피며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던중 새한마리가 휙하니 떨어져 위로 솟구쳤다.

-데갸아아아아

새의 발엔 육안으로 확인가능할 정도로 살이 차오른 성체실장 한마리가 도플러 효과를 내며 하늘로 사라지고 있었다.

“...아! 내 밭쪽 이잖아!”

정신을 차렸을땐 밭으로 달려가고 있었고 밭 끄트머리쪽에서 자실장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저, 저 시발것들이...!’

-테챠아
-테에엥
-테치이
-테에에엔

제아무리 산실장이라고 해도 인간의 눈에 포착되면 죽는다. 실장석이 위석을 깎아가며 미친듯이 죽을 힘을 다해 달려도 인간을 이길수가 없었다. 다만 잡기힘들고 포착하기 쉽지않은 것은 어디까지나 밤에 활동하기 때문. 이런 대낮에 눈에 띄면 무조건 사망이다. 이렇게.

-테챠아...테짓
-테찟
-테뺫
-테...?-지잇

발로 빠르게 밟아 비벼 흙과 한뭉치로 만들었다. 간혹 그냥 밟고 확인도 안하고 지나쳤다가 위석이 제대로 안부셔져 5일뒤 부활한 사례가 일년에 한두번 정도 발생한다. 죽은 자실장 사체를 보며 담배를 꺼내 꼬나물려던 순간 머리를 강타하는 한줄기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아!”

그날 돼지 3마리를 사서 밭 한구석에 키우기 시작했다. 먹이는 철저하게 실장석. 사실 실장석은 살아있는 폐기물이지만 고기는 훌륭하다. 심지어 D시의 두루마리 공원의 까마귀들은 실장석이 고통스러울수록 맛이 좋아진다는 것을 알고나선 다른 야생동물과 달리 그냥 먹지않는다. 독라는 기본이고 강제출산까지 고문을 해서 고통을 주어 맛을 끌어올린뒤 잡아먹을 정도로 야생동물에게 있어서 실장석은 꿀같은 양식이였다.

실제로 돼지들도 초기에 밭의 작물들에게 관심을 주었지만 이제는 줘도 안먹는다. 오로지 실장석. 실장육이 아니면 먹는것을 거부할정도. 이정도면 됐다고 판단해 돼지를 방생시켰다. 물론 밭 주위에 친 철조망은 확실히 재단장하고.

-뀌이이익!
-데갸아-! 데챠아! 데샤아아아아!

-뀌익! 뀌익!
-테챠악! 테쟈아!

-뀍! 뀍!
-테뺫!

바로 그날밤부터 효과는 대단했다. 후각이 사람의 3배에 달하기에 먼거리에서 밭에 접근하는 들실장의 냄새를 맡고 대기하고 있던 것이였다. 후레쉬를 키고 가보니 상체만 먹혀 죽은 들실장 사체가 즐비했다.

“돼지도 실장석 분변은 거부하는 구나...”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다시 집으로가 안심하고 잠을 청했고 아침에 일어나니 귀농후 처음으로 작물이 멀쩡했다. 죽은 들실장의 사체만 8개. 그렇게 나와 돼지의 공생관계가 시작된것이다.


-뀌이이이익!
-테에에엥! 테챠! 테치이! 테찌이이이!






튀어나온 것은



수풀더미에서 나뭇잎 몇장이 옷에 붙은 친실장 한마리가 다급하게 달려나왔다. 친실장이 향하는 곳은 다름아닌 인간의 발.

신발 위에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자실장 한마리가 즐거운듯 웃으며 앉아 두 손을 번쩍이며 고개를 까딱까딱 거리고 있었다. 아직 태어난지 얼마되지 않아 사리분별이 떨어지고 보이는 모든것에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다. 친실장 입장에선 거의 갓 태어난 자실장이 사고를, 그것도 그냥 사고가 아닌 일가실각의 단초를 제공할 초대형 초특급 사고를 친것과 다름이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인간은 네모난 무언가를 들고 이야기를 하느라 바뻐 신경이 아직 발밑의 자실장까지 미치지 않았다는 것과 자실장은 태어난지 얼마되지 않아 분대활동이 미약해 첫 운치를 아직 체내에 분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늘 자신의 체중의 70~80%를 운치로 보존하는 실장석의 특성상 운치가 텅텅빈 실장석의 무게는 상상이상으로 가볍게 된다.

“테에-츄, 테에—츄! 테츄-우! 테츄우우!”

자실장은 웃고 떠들며 노는 와중에 자신을 향해 미친듯이 뛰어오는 눈물, 콧물, 침을 튀기며 달리다 넘어진 친실장을 보며 까무러치듯 웃다가 뒤로 발라당 넘어졌다. 주르륵 꺼꾸로 떨어진 자실장은 곧바로 바닥에 머리를 부딫쳤고 그 결과 자실장의 머리는 약 1/4이 평평하게 되어버렸다. 뇌가 찌그러져 바보가 되어 우는것도 잊어버린채 멍하니 침만 흘리며 주변은 천천히 두리번 거리는 자실장은 본능적으로 허겁지겁 일어나 달려오는 그것이 자신의 부모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상처입은 몸으로 달려오는 친실장의 모습에 자실장은 헤 하며 허우적 거리며 일어서다 균형을 못잡고 엉덩방아를 찧었다. 아픔도 모른채 몇번 그러더니 네발로 밍기적 거리며 친실장에게 갈려는 자실장. 바닥에 노출된 피부가 쓸려 찢어지고 갈리며, 옷이 조각나지만 자실장은 아무렇지도 않은듯 조금씩 기어가기 시작했다.

“오지마는 테스! 마마가 갈테니 움직이지 마는 테-스-!”

친실장은 거대한 무언가가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신발이라 불리우는 것을 신은 인간의 발. 자실장 대여섯마리는 들어가고도 남을 인간의 발은 붕 떠서 자신의 아이위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자실장은 아무것도 모른채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에 위치한 친실장을 보며 기어가는 속도를 높였다. 무릎이 끝내 찢어지며 자실장은 ‘텟체’ 하는 소리와 함께 풀썩 주저앉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실장에게 다가갈려는 마음만은 쭉 핀 한쪽 팔로 전하고 있었다.

-퍼석

자실장이 사라졌다. 인간의 발 아래로. 아무리 약하고 무르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압착되어 발밑에 있기에 약간의 틈은 만들어질수 밖에 없고 발틈사이로 압착된 자실장 한마리분의 체액이 압력에 의해 쫘악 뿜어져 나갔다. 친실장은 사정없이 옷과 얼굴에 튄 자실장의 체액을 닦을 생각조차 못했다.

연하고 무른 것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잘려나간 곧게 뻣은 팔 한짝이 통통 튀어 친실장의 발밑으로 굴러갔다. 친실장은 멍하니 따스한 기운이 아직도 남은 자실장의 팔 한짝을 주워 들었다.

물끄럼-

자실장의 팔을 본다.

인간의 발을 본다.

자실장의 팔을 본다.

인간의 발을 본다.

자실장의 팔을......

“테엣-샤아아아-! 테-쟈——아아-!!”

자실장을 눈앞에서 잃은 친실장은 분노를 하며 팔한짝을 쥐고 맹렬히 인간의 신발로 돌진하였다.

와타시의 아이가 있는 테스!
와타시의 소중한 아이가 있는 테스!
와타시의 아이가...오마에의 발밑에 깔려있는 테스-!

“당장 와타시의 아이를 살려내-테뵷?!”

한창 전화를 하는데 자꾸 발 근처에서 앵앵거리는 실장석 한마리를 보며 인간을 쓰며 가볍게 발코로 톡 하고 쳤다. 뭘 쳐먹고 오는 건지 알고싶지 않지만 옷과 얼굴에 튄 피와 달랑거리며 흔드는 먹다남은건지 팔 한짝을 보며 인상이 절로 찡그려지는 것을 느꼈다.

“응? 아냐아냐, 왠 들실장 한마리가 갑자기 튀어나와서 앵길려고 하길래 한대 까주고 있어서...응, 아 그러자. 다음에 시간나면 밥이나 한끼 하자. 응. 그래. 알았쓰-, 또 연락해.”

한숨을 내쉬며 엎드린채 코와 입부근이 뭉그러져 껙껙 거리며 간신히 숨을 몰아쉬는 들실장의 옆구리를 한대 차며 담배를 꺼내 물며 사라졌다.

“테에...테헥...테헤에엑-!”

친실장은 몸이 나을때까지 몇시간동안 부상으로 움직이지도 못한채 인간이 떠난 자리에 남은 , 바닥에 늘러붙은 지저분한 고깃덩어리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






실장덫



-타악!

[테뺘아앗?! 테챠아! 챠아아아!!]

새벽3시가 조금넘은 시간. 적막이 감돌던 주방에 작은 비명소리 하나가 적막을 깨며 울려퍼졌다. 어두운 주방엔 여러 기구들 틈새에 적녹색의 눈물을 흘리며 한마리 자실장이 비틀거리며 필사적으로 몸을 숨기고 있었다. 자실장의 비명소리가 울려퍼지고 몇초뒤 달칵소리와 함께 주방의 불이 켜지며 빛이 내려쪼기 시작했다. 식탁밑에 놓인 실장덫엔 선명한 적록색 피를 뚝뚝 흘리며 잘게 경련을 일으키는 작은 덩어리가 붙잡혀 있었다.

꼬질꼬질한 때와 어깨부근에 탁한 녹색의 조각이 붙은 덩어리는 실장석의 팔이였다. 왼쪽 팔이 고스란히 남은채 떨어진 피는 주방가구들 틈 사이로 향하고 있었고 핸드폰 플래쉬로 틈 사이를 비춰보지만 보이는 것은 없었다. 이리저리 틈 안을 비추던중 어느 한 곳을 스쳐지나가자 익숙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테챠아! 츄아아앗?!! 테츄우우웃!]

강렬한 플래쉬 빛에 시신경에 타격을 입은 자실장은 하나밖에 남지 않은 팔로 두 눈을 가린채 좁은 틈 사이에 울부짖고 있었다. 틈새는 사람 손가락 하나 들어가지 못하는 공간이였고 자실장도 조금은 버겁게 느껴지는 곳이였다. 하지만 생존에 대한 욕구인지 자실장은 어떻게든 그 사이로 몸을 우겨넣었고 사람의 손길을 피할수 있었다. 그렇다고 자실장이 안전한것은 아니였다.

[테에에~...테치? 테치이? 테츄!]

플래쉬의 강한 빛이 사라지자 어둠속에서 눈을 부비며 자실장은 그제서야 안심을 하며 몸에 힘을 탁 풀었다. 하지만.

[테치?! 테챠! 테에에엥-]

팔이 내려가지 않는다. 몸을 움직일수가 없다. 좁은 틈 사이에 꽉찬 자실장 한마리가 서서 어정쩡한 팔을 들며 안절부절 못한채 서럽게 울고 있었다.

한편, 우스운 꼴을 하고 있는 자실장을 보지도 않은채 남성은 효자손의 길이 짧다는 것을 느끼며 고민하고 있었다. 5cm만 더 길었다면 자실장의 생은 장담할수 없었지만 5cm가 아직도 기구사이에서 들리는 울음소리를 유지할수 있게 만들었다. 이리저리 찾아봐도 효자손보다 긴것은 없었다. 결국 액상인 도로리를 굳혀 만든 콘페이토를 주방 한 가운데에 놓고 마저 잠을 청하기로 하였다.

아침에 일어난 남성은 고스란히 남은 콘페이토를 보며 혀를 찼다. 실장덫은 한번 실패하면 어지간히 멍청하거나 다급한 녀석이 아니고선 당하지 않는다. 출근시간까지 조금 남았으므로 주방을 꼼꼼히 살피며 행여나 자실장이 먹을만하다고 추정되는 모든걸 치우고 기구 앞 바닥에 실장끈끈이를 설치하여 붙여놨다.


철커덩 하는 소리와 함께 조용해진 집안에서 작은 소리가 조심스레 울려퍼졌다.

[테치이~? 테치! 테츄웅~]

도와주었으면 좋겠다. 아직 아이인 자신에게 관심과 사랑, 보호가 필요하다. 사실은 인간씨가 상냥하다는 것을 믿고 있다. 여기는 좁고 답답하며 움직일수가 없다. 꺼내주면 좋을것 같다. 한쪽 팔도 나쁜 딱딱이가 뺏어갔다.

밤새 틈 사이에서 나오기 위해 필사적이였는지 하나 남은 팔의 어깨부근의 실장복이 찢어진채 잘잘한 상처가 가득했고 양 사이드에서 눌려 찐빵처럼 부푼 양 볼이 튀어나와 푸들대고 있었다. 피곤한 표정과 힘없이 부들거리는 몸짓. 오랫동안 서 있어서 아픈 다리와 발. 흐르는 눈물이 부풀어 튀어나온 볼 앞을 타고 바닥에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테엥..테에에엔-]

아무도 없는 집안에 이 자실장을 도와줄 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조용히 돌아가는 냉장고 소리만이 쌀쌀하게 들릴뿐이였다.


6시가 조금 넘어가자 남성이 귀가하였다. 그는 서둘러 주방부터 확인을 하곤 혀를 찼다. 끈끈이 넘어 콘페이토앞에 턱부근과 가슴앞이 녹아내려 훤하게 내부를 들어낸채 분대가 반쯤 사라진, 진한 녹색의 웅덩이에 잠긴 독라의 자실장 한마리가 콘페이토를 보물처럼 소중하게 껴앉은채 죽어있었다. 끈끈이엔 종이처럼 잘게 찢겨진 녹색 조각들이 가득했고 피와 살점이 뭉텅 남아있었다. 그가 엎어져 죽은 자실장을 나무젓가락으로 뒤집자 홀쭉하게 야윈 얼굴이 여과없이 들어났다.

남성이 떠나고 남은 자실장은 불편한 몸이지만 졸음을 쫓을수 없어 한숨자고 일어났지만 여전히 끼인 몸으로 옴짝달싹 할수가 없었다. 자실장은 고민끝에 죽음을 무릅쓰고 소리를 질러 인간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로 결심했다. 새벽에 알수없는 철컥거리는 기묘한 공격자에게 습격을 받아 팔이 사라진 지금 잘만하면 동정심에 기대 사육될수 있다는 일말의 희망을 품고 30분동안 애처롭게 소리를 질렀고 결국 집안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테치! 테에에..치이! 테치! 테치, 테치테치!]

혼자가 되어 무서우리만치 고요한 집안의 분위기에 압도된 자실장은 고독과 외로움에 몸서리 치며 틈새를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쳤다. 하지만 조금씩 재생되는 왼팔에 몸은 틈새에 더욱더 끼여 새벽보다 더욱더 움직이기 힘들어질뿐이였다.

그렇게 시간이 하염없이 흐르고 팔이 다 자랄쯤 영양분이 말라붙은 자실장은 비틀거리며 한심스럽게 틈새에서 벗어날수가 있었다. 장시간 굳은 몸을 움직이자 우둑 거리는 소리와 함께 근육과 관절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한참을 엎드려 휴식을 취한 자실장은 주린배를 부여잡고 엎드려 엉금엉금 기어나와 평소보다 더 휑한 주방을 보았다.

[테치?]

뭔가 먹을게 없나 한참을 두리번 거리던 자실장의 시야에 작은, 보라색의 알갱이 하나가 떨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야에서 인식을 하자 그제서야 달달한 향이 나는 것을 느끼며 저것이 곧 콘페이토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테챠!? 테츄우~]

군침을 흘리며 언제 힘이 없었냐는 듯 의욕적으로 뛰쳐나갔다. 바로 앞에 하얀색으로 된 끈끈이가 있었지만 지금의 자실장에겐 그런건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모든 의식과 집중이 콘페이토에 쏠려있던 자실장은 두발자국을 가고 세발자국째에 몸이 덜커덕 굳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테..??테챠아! 챠아아아! 테샤아아아!!]

자실장은 자신의 뒤를 보자 바닥에 딱 달라붙음 소중한 구두가 보였다.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 구두를 보던 자실장은 이것이 인간이 만들어놓은 함정이라고 깨달았다. 자실장은 갈등했다. 다시 좁고 배고픈 틈새로 갈지, 콘페이토와 드넓고 자유로운거실로 향할지를. 고민끝에 자실장은 앞으로 네번째 걸음을 딛고 뒷다리를 어거지고 당겼다.

-뿌직

[테챠아아아아아악!]

발바닥 껍질이 뜯어지며 피가 몽글몽글 맺힌채 빨간 속살을 들어냈다. 아픔과 서러움에 눈물젖은 빵콘을 하며 전진에 전진을 하는 자실장은 자신의 시야가 점점 낮아지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조금씩 다리를 뜯으며 가기에 짧아진 다리길이만큼 키도 동시에 줄어드는 것이였다.

여기서 포기할순없다. 자실장은 독한 마음을 품고 단 냄새에 집중하며 고통을 잊으며 다시 전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릎까지 뜯겨 넘어지기 전까진. 주저앉은 자실장은 5분간 끙끙대며 일어섰다. 허벅지 안쪽 피부와 팬티, 엉덩이 살점이 뜯어지며 어떻게든 일어섰지만 그걸로 끝이 아님을 알았다. 바닥엔 축 늘어진 두개의 갈색 털뭉치가 있었고 바로 그 앞엔 녹색종이같은 조각이 놓여있었다. 자실장은 미친듯이 울기시작했다. 또다시 울면서 시간을 보낸 자실장은 눈물을 간신히 그치며 앞으로 향했다.

[테챠!]
[테기이이이...!!]
[츄갸아아아!]
[테긋...테그그극! 테츄!]

넘어지고, 엎어지고, 무너지고 쓰러져도 자실장은 일어나 걸었다. 콘페이토 앞에 도착한 자실장은 성한 곳이 없을 정도로 피부가 벗겨지고 살이 뜯어져 군데군데 뼈가 보였다. 살아있는것이 신기할 따름.

하지만 자실장은 그 어느때보다 환하게 웃고있었다. 품안에 들어온 콘페이토. 이것을 먹기위해 옷과 머리카락을 잃었다. 하지만 결코 아깝지 않았다. 어떻게 먹을까 고민하며 시간을 보낸 자실장은 제법 재생이 끝나자 혀를 조심스레 내밀어 햝았다. 그 순간 자실장의 머릿속엔 수백개의 폭죽이 터지며 의식이 하늘로 솟구쳤다. 압도적인 단맛. 과거 몇번 먹어본 단맛은 이것에 비하면 단맛조차 아니였다. 자실장은 정신없이 햝던도중 문득 허전함이 느껴졌다. 정확히는 혓바닥을 짜릿하게 만들던 단맛이 더이상 느껴지지 않자 기이하게 여기며 눈을 아래로 향하는 순간 화들짝 놀라며 눈알이 튀어나올듯이 커졌다.

[...!!.......!!!]

나오지 않는 목소리에 목을 부여잡자 포동포동하게 잡혀야할 목이 텅빈 쭉정이 마냥 손이 움푹움푹 들어갔다. 그제서야 자실장은 자신의 턱과 목이 사라졌음을 깨닿고 부르짖어보지만 녹아내린 성대에선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축축한 느낌에 더 아래를 보자 자실장의 안색이 파랗게 질린채 부들부들 거렸다. 배가 일자로 없어져 안쪽 고기가 휑하니 노출되 녹은 분대와 피가 발아래로 고이고 있었다.

그저 배가고파 콘페이토를 먹었을 뿐이였다. 자실장은 순간 이 귀하디 귀한, 세상에 둘도없을 보물인(인간의 것이 틀림없을) 콘페이토를 허락없이 먹어치운 벌이라고 생각하여 사죄를 하기 위해 굽신거리자 푹 꺼진 배가 접혀 일어날수가 없었다. 자실장은 천천히 밖으로 흐르는 피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끼며 의식을 잃었다.

-....파킨.

실장덫은 집안에 숨은 실장석을 박멸하는데 의의가 있다. 현존하는 실장덫의 종류만 약 300여가지. 하지만 어설프지만 지능을 지닌 실장석에게 실장덫은 모 아니면 도이다. 실패하게 된다면 두번다시 통하지 않는 것이 실장덫. 그는 운이 좋은 편이였다. 본래대로라면 자실장은 실장덫으로 인해 더욱더 꽁꽁숨고 은밀하게 활동한다. 하지만 자실장이 한마리였으며 틈새에 끼여 오랫동안 고통을 받았고 잘린 팔의 재생으로 영양소모가 극심하고 고독과 외로움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정신적, 육체적 한계에 몰려 최소한의 판단조차 가능하지 못한 상태이기에 가능했었다.

죽은 자실장 사체를 실장석전용 봉투에 넣고 주방바닥을 치우던 남성은 문득 깨닿는다. 끈끈이 반대편, 즉 기구바닥 틈 아래까지 긴 녹색줄이 하나 나있음을.

[레..후?? 레후~]

기구틈 아래엔 떨리는 가녀린 저실장 목소리가 들려왔다. 핸드폰 카메라 모드로 플래쉬를 키고 마구 찍어보니 일반 구더기보다 더 작은 구더기가 있었다. 신체가 미성숙인데 가득이나 더 작은 구더기인지라 얼마 못들어가고 몸을 둥글게 만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 정도면 효자손이 충분히 닿을거라 여기며 효자손을 밀어넣고 당겼다.

[레..?! 레뺘아아!]

-포킨

"아..."

효자손 끝엔 고기반죽 같은 덩어리가 작게 매달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