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참피 1 (ㅇㅇ(211.179))

'택대래(宅大來)~'

광해군 4년 경, 한양서 괴이한 생명체가 목격되어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소문을 들은 광해군은 그 생명체를 궁 안으로 들여와 유심히 관찰하였다.


'대액?(大液) 분(糞)인간들 어서 새내부(世耐夫)한 와다시(瓦多施)를 위해 금평탕(金平糖)을 대접하는 내후(乃后)'


그 말을 들은 광해군 日 '당최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구료.'


그러자 옆의 도승지가 아뢰길, '전하, 이 미천한 녹색 것이 내뱉는 말은 아마 왜국어로 추정되옵니다.
하니 임진년 당시 건너온 김충선을 불러 해석을 요하는 것이 어떻겠사옵니까?'


광해군이 윤허하자 대구부 상수남면에서 임진년 당시 조정에 충성한 왜인 김충선(沙也可)을 불러 해석을 부탁했다.


'분인간들, 보기만 하지말고 어서 와다시를 옥좌에 앉히고 쇠고기를 대령하는 내후'

김충선 日 '분의분의(噴意噴意)는 필요없는 대수은(大水銀)?'

'분의분의도 좋은 내후~'


잠시금 왜어로 소통한 김충선은 사색을 지으며 광해군에게 아뢰길,


'전하, 이 미천한 것은 임진년 동안 풍신(豊臣)의 군세가 조선 땅을 밟는 동안 각 군인의 고향에서 건너온 녹돼지라고 하옵니다.
경작물을 해하며 자신의 분을 투척하는데다 모든 인간을 자신보다 낮게 보아 유학의 가르침을 거부하여 그 모양새가 마치 악귀와도 같으니,
이 생명체를 방치해뒀다간 향후 민심이 크게 동요할 것 이옵니다.'


'대액? 분인간 지금 무엇이라 내뱉은 내후? 불령한 인간 내후! 감히 새내부한 와다시ㄹ'


녹돼지가 말을 내뱉기가 무섭게 김충선은 이 생명체의 목을 꺾어 죽여버렸다.


김충선의 빠른 대처에 광해군은 충선의 의에 기뻐하며 그에게 도시악기(道施渥基)라는 아호를 하사하였다.









학대의 철학.txt (ㅇㅇ(115.88))

 


어느 공원 한 일가가 학대파에게 공격을 받는다
[테츄아아악]

발길질에 2미터는 날아가는 자실장

[장녀!]


그리고 이어서 몸이 짓이겨지는 구더기

[레삐이잇!]

[레에에엥! 우지챠!]


친실장이 울부짖는다

[대체 왜이러는 데스!  닌겐 와타시들이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러는 데스!]

친실장은 피눈물을 흘리며 외친다


[잘못?]

학대파는 학대를 멈추더니 친실장을 바라본다


[네놈들이 학대를 당하는 이유?]


[뎃...]

[그 이유는 명백하다


첫째, 인간들에게 기생하여 공원을 어지럽히는 죄


둘째, 그런에도 불구하고 네놈들 보다 ‘한 차원 높은’ 우리들을 우습게 보는 죄


셋째, 그 저열하고 한심한 벌레같은 지능으로  인간에게 따지려 하는 죄


그리고 마지막은]

학대파가 큭큭거리며 웃는다


[네놈들은 인간님들 기분따라 얼마든지 죽을 수 있다는걸 교육 시키기 위해서지]


학대파의 말을 듣던  실장 일가의 얼굴이 경악으로 가득 찬다

[...니....닌겐상.]



[앙?]



[ ..혹시 방금 그게 멋있다고 생각하고 말한 데스?]



[엣]



[...테에에... 마마 와타치 아픈거보다 듣는 와타치가 쪽팔려서 파킨할거 같은 테치...]


[똥마마! 일가실각도 수준이 있는 레치! 뭔 저런 개찐따한테 당하는 레치!]

[닌겐상 그냥 와타시타치 폭풍에 일가실각한 걸로 하는 데스 어디가서 와티시 일가랑 엮였다고 하지 말아주시는 데스  공원에도 평판이란게 있는 데스 와타시들 입장에선 그쪽이 더 심한 학.....]


[이이익 이 망할 똥벌레들이!!!]







제목 중2병 인분충 레전드 ㅋㅋㅋㅋㅋㅋㅋㅋ


댓글

참사랑나라사랑
2:11초 친실장 한심하다는 표정 봐라 ㅋㅋㅋㅋㅋㅋㅋ


대리학대
참피한테도 병신취급당하는 인생이 레전드다

Weesuck
야 이거 잘보니까 자실장 한마리 설교 듣다가 위석 오그라들어서 뒤짐 ㅋㅋㅋㅋㅋㅋㅋ


학대가진리

하 ... 씨발 나도 학대파지만 진짜 존나 쪽팔린다 어디가서 애호파라고 해라 제발
       짓소러브
             학대파 평균이구만 문제라도?
       저는실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짓소러브
  
학대파 = 중2병 개찐따 ㅇㅈ?


[***]
Sns로 제 영상이 돌아다닌다는
연락 받았습니다 개인 허락없는 무단 촬영과 유포로

초상권 침해랑 명예훼손죄로 고소고발조치 들어가겠습니다
     따봉 2 역따봉 54
          도시아기
             지금  한 차원 높은 존재들의 싸움이 시작된다!




개똥철학 싸는 글보고 적어봄






실장 로또 (ㅇㅇ(180.66))

 

"로또닝겐이 온데샷!"

익숙한 실루엣과 수레의 모습이 보이자, 후타바공원의 들실장들은 흥분에 떨었다.

"와타시가 먼저인데스!"

"절대로 놓치지 않는데스우!"

들실장들은 앞다투어 수레와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자~ 언제나 열렬한 성원에 감사합니다!"

남자는 접객용 미소를 띄면서 들실장들을 환영했다.

"제 3회 실장로또를 개최합니다!"

"데스웅~~~~!"

실장로또라 함은, 이 남자가 가져온 수레 속 기계로 진행되는 들실장 전용 로또이다.

그 방식은 인간들이 하는 로또와 거의 똑같았다.

이 남자는 이 공원의 들실장들이 제법 큰 수까지 이해한다는걸 알아차리고, 이런 이벤트를 준비해왔었다.

남자는 들실장들에게 외쳤다.

"자, 복권을 살 실장석들은 줄을 서주세요!"

"데프픗, 이번 당첨은 반드시 세레브한 와타시인데스"

들실장들은 저마다 야심찬 눈빛과 "대가"들을 갖고 줄을 섰다.

"복권 네 장 주는데스우"

"대가는?"

"자실장이 두 마리 있는데스"

"옙. 번호는 몇 번으로?"

"테챠아아아! 똥마마가 와타치를 닌겐에게 팔아넘기는데샤아아앗!"

"조용히하는데스! 어차피 마마가 따면 다시 돌아오는데스! 얌전히 기다리기나하는데샤앗!"

"이건 미친짓인테치 마마!"

"저기요?"

"아, 죄송한데스. 11, 22, 33, 44로 하는 데스"

"여기있습니다."

"데프픗... 이걸로 공원의 모든 우마우마는 와타시의 것인데스..."

친실장은 주저없이 새끼들을 팔아넘기고 복권을 챙겼다.

"레후? 우지챠 사육우지 되는레후?"

"실장 푸드 다섯 개인데스"

"마마아아! 버리지마는테챠아아!"

이후로도 계속 줄을 선 들실장들은 각자 나름의 대가를 바치고 복권을 사갔다.

"자, 그러면 이제 공을 뽑겠습니다!"

"데샤아아아! 빨리 뽑으란데스우!"

남자가 가져온 수레 속에는 로또에 사용되는 그것과 동일하게 생긴 공이 있었다.

"첫번째 숫자는...!"

"데... 데... 제발 2씨가 나와주는데스....!"

"3입니다!"

"데챠아아아아아아! 역시 세레브한 와타시이이이!"

"어째서 2가 아닌데스으으으으!"

모인 들실장들의 무리 이곳저곳에서 희비가 엇갈리는 비명소리가 터져나왔다.

실장로또에서 고를 수 있는 숫자는 두자리 수까지였다.
  
즉 앞자리를 3으로 하지 않은 들실장들은 전부 당첨에서 제외되어버린 것이다.

실장로또는 이들이 복권을 사기 위해 바친 "대가"들을 모은 후, 당첨자들에게 분배하는 식이다.

이번 로또에 없는 재산 있는 재산을 전부 끌어모은 일부 가난한 들실장들에게 이번 로또에서의 패망은 곧 죽음으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데갸아아아아!"

겨우겨우 모은 실장푸드 다섯 개로 산 복권 한 장이 휴지조각이 되어버린 독라 들실장 한마리가 광분하기 시작했다.

"데프픗, 정말 멍창한 독라인데스"

운좋게 첫 공부터 탈락하는 것을 면한 들실장들, 혹은 표를 여러개 사서 아직 당첨의 기회가 있는 들실장들은 다른 빈털털이들을 마음껏 비웃었다.

"데. 데...."

일부 들실장들은 바닥에 주저앉은 채 성대하게 빵콘한 채로 실성해 있었다.

"자, 다음 공을 뽑겠습니댜!"

"5! 5! 5!"

"9! 9! 9!"

들실장들은 목에 힘줄이 솟을 정도로 크게 자신이 고른 숫자를 부르짖었다.

이윽고 공 하나가 튀어나왔고, 들실장들 모두 그 공을 긴장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다음 숫자는...!"

들실장들의 가슴은 마치 지진이라도 난듯 온몸을 격렬하게 떨게 했다.

"9!"

"말도 안되는데스으으으으으으으!"


"당첨, 당첨인데스으으으! 실생역전데스으으으!"

아까전도 난리였지만, 감정 과잉에 약한 실장석들의 특성상 이번에는 정말 엄청난 소동이 일어났다.

"하무라뾰?"

얼이 나가서 미치는 개체도 나올 정도였다.

"당첨된 분?"

남자가 묻자 낙담한 똥벌레들 사이로 들실장 한 마리가 위풍당당하게 걸어나왔다.

그 들실장의 손에는 큼지막하게 '39'라고 쓰인 종이가 있었다.

"자실장 열마리, 저실장 20마리. 푸드 50알, 페트병 4개, 구더기 포대기 15개, 성체실장복 두 벌이 당첨금입니다."

당첨금의 액수를 듣자 들실장은 입이 귀에까지 걸릴 정도로 웃었다.

"데샤아아 웃기지마는데스! 거기에는 와타시의 자가 있는데스!"

방금 자 두 마리를 걸었다가 초장부터 광탈해버린 친실장 하나가 울면서 뛰쳐나왔다.

"데붓!"

남자는 그 들실장을 멀리 차 날렸다.

"자, 여기있습니다."

남자는 독라로 만든 노예 자실장들 구더기들, 그리고 다른 물건들을 정리해서 당첨된 들실장에게 건넸다.

"데파파파파파! 이제 세레브 실장생인데스!"

"이것으로 제 3회 실장로또를 마치겠습니다!"

"오로로롱~ 오로로롱~"

남자는 다시 수레를 끌고 사라졌다.

허나 남자도 알고 있다.

조만간 저 당첨된 실장석의 집으로 성난 이웃들이 들이닥칠 것을.

수를 좀 더 이해해도 실장석은 어차피 실장석.
  
정말로 로또에 당첨되어 삶이 '세레브'해진 실장석 따윈 없었다.

단지 그들이 절망하고, 오래가지 못할 행복에 도취되는 모습을 남자는 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남자는 콧노래를 부르며 다음번엔 언제 올까 생각하고 있었다.








방치실장 (1) (ㅇㅇ(221.143))

 

우리 집 베란다에서 키우는 사육실장 미도리가 최근 성체가 되었다.

테치테치 하던 울음소리가 데스데스 하고 바뀌니 감회가 새롭지만 성격적인 부분에선 딱히 변화가 없는 듯 하다.

아니, 사실 딱 하나 바뀐 게 있다.

바뀌었다기보단 바라는 게 생겼다고 말하는 편이 정확하겠지만.



"주인사마, 부탁인데스. 와타시는 자가 가지고 싶은 데스."

"안 된다니까? 나는 너 하나 키우기도 힘들다고."

"힘들지 않게 하는 데스!! 와타시의 자들이라면 전혀 주인님께 폐가 되지 않는 데스!!!"



최근 들어 미도리는 하루가 멀다 하고 나에게 자를 낳게 해 달라고 요구해 온다.

더군다나 말하는 모양새를 보아하니 자를 낳으면 십중팔구 자를 감싸다가 분충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키워왔던 녀석인데, 어떻게 자를 포기하게 만들 방법은 없을까?


"밥은 와타시의 것을 나누어주면 되는 데스!! 주인사마는 아무것도 해 줄 필요가 없는 데스!!"


어?

그 순간, 나에게 재미있는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그래, 미도리. 네 마음대로 해라."

"뎃!! 주인사마, 진심인데스?!"


"그래. 하지만 조건이 하나 있다. 나는 네 자들을 위한 어떠한 지원도 해 주지 않을 거야."

"데스?"

"나는 네 자들에게 밥을 주지도 않을 거고, 목욕을 시켜주지도 않을 거다. 왜냐하면 내 사육실장은 너 하나뿐이니까."

"지금처럼 이 베란다에서 지내면서, 네 밥을 나눠주고 네 물로 아이들을 씻겨야 한다."

"데...뎃...."

"그게 싫다면 자를 낳지 마라. 나는 정말로 아무것도 해 주지 않을 생각이니까."



순간 당황과 망설임이 담긴 표정을 짓던 미도리였지만, 금세 원래의 표정을 되찾고는 "그렇게 하는 데스!!!" 라며 수긍했다.

어쩌면 내가 한 말을 이해하지 못 한 걸지도 모르겠다.



나는 다음 날 퇴근길에 들꽃을 하나 꺾어 와서 미도리에게 주었다.

미도리는 꽃을 받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베란다 구석으로 들어가 수분을 시작했다.


사흘 후 주말, 미도리는 두 눈이 붉게 물들어 나를 애타게 부르기 시작했다.



"주인사마!!! 자들이 태어나는 데스!!! 어서 물을 준비해 주시는 데스!!!"

"내가 왜?"

"뎃?! 그게 무슨 말인데스 주인사마!! 장난치지 마는 데스!! 자들이 태어나는 데스 한시가 급한 데스우우!!!"

"나는 분명히 네 자들을 위해선 아무것도 해 주지 않겠다고 말했어. 정 물이 필요하다면 네 식수 그릇을 쓰던지."



미도리는 분노와 배신감이 섞인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결국 미도리는 단념하고 자신이 쓰는 식수 그릇으로 어기적어기적 걸어가 팬티를 내렸다.


"뎃데로게~뎃데로게~자들은 어서 태어나는 데스~"


이윽고 노란 점막에 둘러쌓인 자실장의 머리가 총구 밖으로 나오더니,


"텟테레~~"


하고 외치면서 식수 그릇에 첨벙 하고 떨어졌다.

하지만 그 자실장이 끝이 아니었다.



"텟테레~"

"텟테레~"

"텟테레~"

"텟테레~"


과연 부양능력 이상으로 다산한다는 실장석답게 미도리는 자를 다섯 마리나 낳았다.

식수 그릇은 벌써 넘칠 지경이었고, 이제는 자실장들의 점막을 떼어낼 일만 남.....


"텟테레~"


응? 여기서 더 낳는다고?


"텟테레~ 레부우우우우우!!!"

"텟테레~ 레뺘아아아아아!!!"

"텟테레~ 레비이이이이!!"


미도리는 자를 네 마리나 더 낳았다.

하지만 마지막 세 마리는 식수 그릇에 더 이상 들어갈 공간이 없었는지 그대로 그릇 밖으로 흘러나와 바닥을 슬라이딩하며 베란다 구석구석으로 날려졌다.


"데에에엑!!! 와타시의 자들이!!!"


하지만 미도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괜히 떨어진 자들을 구하려느니 물에 잠겨 점막이 아직 촉촉한 자들을 핥아주는 것이 현명하기 때문이다.


미도리는 식수그릇 안의 자실장들을 하나하나 들어서 핥아 주었다.

그릇 안의 여섯 자실장들을 모두 점막에서 해방시켜 준 다음에야, 미도리는 흩어진 자들을 하나하나 찾아 점막을 핥기 시작했다.

흩어진 자들은 미도리가 그릇 속의 자들을 핥아주는 동안 레삐 레삐 하며 하도 울어댄 탓에 정작 자신들이 핥아질 때에는 기운이 없어 보였다.



이윽고 미도리의 모든 자들이 점막에서 해방되어 베란다 내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자실장이 여섯 마리. 엄지가 하나, 그리고 구더기가 둘.

엄지와 구더기는 미도리가 마지막으로 핥아 준 녀석들인 모양이다.


"자들은 듣는데스"

미도리가 베란다를 탐방하던 자들에게 말했다.


"오마에타치의 마마에게는 주인님이 있는 데스. 착한 자로 지내지 않으면 주인사마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데스."

"착한 자로 지내다 보면, 주인사마도 오마에타치의 귀여움에 메로메로되어 사육실장으로 삼아줄 것인 데스."

"네 테치!!"

"네 레치!!"

"레후~프니후~프니프니후~"


과연 이럴 생각이었나.

하지만 아쉽게도 나는 정말로 이 자들을 위해선 아무것도 해주지 않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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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당분간은 의외로 거의 문제가 없었다.

미도리는 푸드를 먹고, 자들은 미도리의 젖을 먹었다.

자들이 운치를 지렸을 때는 미도리가 식수를 조금 떠서 닦아 주었다.


하지만 자들이 이빨이 나고 미도리가 젖을 생산하지 않게 되면서 일이 커지기 시작했다.


먹일 입은 친자를 포함해서 열 구. 하지만 제공되는 푸드의 양은 여전히 미도리가 먹을 성체 기준 1인분밖에 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치아와 치악력이 약한 자들은 딱딱한 성체용 푸드를 씹지 못했기에 미도리가 입으로 반죽한 것을 먹어야 했다.



"테에....또 딱딱한 푸드인 테치. 이런건 먹기 싫은 테치...."

"오네챠, 그런 말을 하면 착한 자가 아닌 테치. 참아야 하는 테치."

"오녀의 말이 맞는 데스. 착한 자로 지내면 언젠가 주인님이 오마에타치에게 우마우마를 주실 것인 데스."


그렇게 미도리의 자들은 참았다.

미도리가 입으로 반죽한 푸드를 먹으면서.

제대로 씻지도 못하는 생활을 겪으면서.

하지만 결국 그 결의에도 한계가 찾아왔다.


자들과는 달리 미도리는 항상 일주일마다 따뜻한 물로 목욕을 했다.



자들과는 달리 미도리는 가끔씩 주인과 산책도 나갔다.

자들과는 달리 미도리는 식후에 콘페이토를 받을 때도 있었다.

주인이 미도리의 입에 콘페이토를 넣어준 채로 다 녹을 때까지 기다렸기에 자들은 콘페이토 조각을 나눠받을 수조차 없었다.



"테챠아아아아악!!!! 더 이상은 못 참는 테치!!! 똥닌겐!!! 당장 와타시에게 세레브한 우마우마를 내놓는 테치이이이이이!!!!"





자들이 태어난 지 어인 한 달째 됐을 때, 장녀가 괴성을 지르면서 바락바락 대들기 시작했다.


"냄새나는 곤죽 푸드따위 먹지 않는 테치!! 운치냄새가 나는 물로 씻지 않는 테치!!!"

"지금 당장 아와아와한 거품목욕과 우마우마한 콘페이토를 대령하는 테치이이이이!!!! 똥닌게에에에에에엔!!!!!!!"

"왜 저딴 똥마마에게 목욕과 콘페이토를 주는 테치!!!! 저딴 똥분충 말고 와타시에게 그런 대접을 해줘야하는 테치이이이이이이!!!!"


그래도 자실장치곤 오래 참은 편이다.

미도리도 자들과 밥을 나누어 먹느라 많이 헬쓱해지긴 했어도, 가끔씩 주는 콘페이토 덕분인지 아주 보기 흉한 정도까진 아니었다.

하지만 미도리의 자들은 하나같이 삐쩍 마르고 더러운 몰골인 것이 공원의 들자실장들보다도 흉해 보였다.

얼마 되지 않는 실장푸드 반죽을 아홉 마리의 자들끼리 서로 먹으려고 싸우다 보니 어느 한 마리도 제대로 된 영양을 받을 수 있을 리가 없었고,

결국 자실장들은 태어났을 때로부터 거의 성장하지 못한 채였다.

미도리가 입으로 씹어주지 않은 푸드는 자실장이 씹을 수가 없었기에 어미의 밥을 훔치는 것도 불가능했다.

엄지와 구더기는 이미 한참 전에 먹이 쟁탈전에서 탈락해서 매일같이 자실장들의 운치를 먹으며 연명하고 있었다.


내가 생각을 하는 새에 다른 자들도 장녀에게 합세하여 나에게 테치테치 대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철저한 무시로 대응했다.

그저 평소처럼 미도리를 위한 푸드 1인분을 담아 주고는 베란다 밖으로 나왔을 뿐이다.

자실장들은 자신들이 바락바락 소리를 질러도 완전히 무시당하는 이 상황이 부당하다고 느꼈는지, 베란다 유리를 콩콩 두드리며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저 자들은 분명 저대로 내버려둔다면 조만간 일을 저지르겠지.




부디 그 일이 미도리가 자들에게서 완전히 학을 뗄 정도로 큰 사건이였으면 좋겠다.








가족 (ㅇㅇ(113.60))

 

부모님이 갑작스러운 사고로 돌아가신지 6개월. 세상에 혈연이라고는 부모님 뿐이던 남자는 아직도 뻥 뚫린 마음을 매꾸지 못한 채로 아직도 방황하고 있었다.

일도 그만두고 무기력하게 집에 처박혀 있다가 배고프면 편의점에 나가 음식을 사다 먹고, 배를 채우면 또 다시 무기력하게 늘어지기를 반복했다.

그런 그를 다독여주고 혼내서 일으켜줄 사람들은 이제 세상에 없다.



이 날도 평소와 똑같은 그저 그런 날이었다. 씻지도 않은 채 편의점에 온 남자에게 알바가 얼굴을 찌푸리긴 했지만 별다른 말 없이 계산을 마쳤다. 탁아를 대비해서 봉투를 묶어주라는 매뉴얼을 무시하고 그냥 보내는 걸로 봐선 역시 본심은 그가 얼른 떠났으면 하는 모양이다.

남자는 신경쓰지 않았다.

집에 도착해서 편의점 봉투를 열었을 때, 엄지 실장이 열심히 도시락 포장을 뜯으려고 사투를 벌이는 모습을 봐도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레챠앗! 똥비닐은 어서 뜯어지는 레샤아아악!!"

남자는 엄지를 무시하고 도시락을 들었다. 봉투에서 나온 엄지가 레치레치 시끄러웠지만 무시하고 도시락을 먹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통통통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약속된 전개로 친실장 일가가 온 것이다. 친실장과 자실장 두마리다.

"데프픗, 닌겐이 와타시의 카와이~ 엄지를 납치한 걸 알고 있는 데스! 냉큼 우리도 키우는 데스!"
"......"

당연한 듯이 집에 들어온 실장석 일가를 봐도 역시 남자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데뎃? 집 꼬라지가 이게 뭐인 데스?"
"옛날에 살던 골판지의 운치굴보다 더 더러운 테치..."
"닌겐은 인분충인 테치?"

실장석들의 말처럼 남자의 집은 쓰레기 굴이었다. 들실장의 눈에도 더러워 보일 정도면 심각하다.

"마마, 이런 운치굴에서 사는 테치? 더 멀쩡한 노예를 찾는게 좋을 것 같은 테치."

장녀의 말에 차녀가 끄덕였다. 자실장들이 봐도 여기는 살만한 곳이 아니다. 그들이 오기 전부터 집이 이 모양이라면 저기 있는 닌겐은 그들의 노예로 부적합하다. 그들을 위해 움직이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친실장은 눈 앞의 상황보다 더 멀리 내다보고 있었다.

이 닌겐은 학대파가 아니다. 무관심파와도 느낌이 좀 다르다. 닌겐이란 아무리 무관심파라도 실장석이 자기 영역에 들어오면 어떤 행동을 보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저 닌겐에게는 그러한 낌새가 없다. 즉 저 닌겐은 자신들이 여기서 살아도 무심할 가능성이 높다. 괜히 어설프게 다른 닌겐을 찾았다가 학대파이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아닌 데스. 우리는 여기서 사는 데스."
"테에? 너무 더러운 테챠!"
"청소하면 되는 데스."
"어이 닌겐! 얼른 노예답게 청소하라는 레치!"

어느새 마마의 곁으로 온 엄지가 기세등등하게 소리쳤지만 남자는 움직이지 않았다. 이미 남자의 성향을 파악한 친실장과 자실장과 달리 미숙하다.

"저 닌겐은 노예가 아닌 데스. 그냥 같이 사는 닌겐일 뿐인 데스. 그러니 이 집의 관리는 우리가 하는 데스."
"귀찮은 테치..."
"일하지 않는 자는 내쫓는 데스!!"

마마의 엄포에 자실장과 엄지는 어쩔 수 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친실장도 움직였으나 고작 실장석이 몇 시간 청소한다고 해서 될 쓰레기의 양이 아니었다. 업체를 불러도 이틀은 꼬박 잡아먹을 양이다. 현관이 겨우 제모습을 찾은 정도였다.

놀랍게도 실장석 일가는 이후로도 포기하지 않고 집을 청소했다.

청소 노동은 힘들었지만 들에서 위험과 마주치며 사는 것보다는 나았다. 다행히 이 집은 먹을 것도 부족하지 않았다. 남자가 먹고 남은 음식들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안전한 집, 부족하지 않은 먹이. 좀 고되긴 해도 이런 환경을 포기하기엔 아깝다.

"닌겐상! 닌겐상!"

친실장이 남자를 불렀다. 텅 빈 눈이 아래로 향할 뿐 말은 없다.

"모아둔 쓰레기를 밖에 버려줬으면 하는 데스."
"......"

방치된 편의점 봉투들에 쓰레기를 넣어두긴 했지만 그마저도 잔뜩 쌓인 상태다. 사실 친실장은 남자가 움직일 거라고 기대는 안 했지만 일단 말이라도 꺼내봤다.

남자는 주방으로 향했다. 예전에 어머니가 사둔 종량제 봉투가 어딘가 있을 터다. 음식을 사러 밖으로 나가는 것 말고는 절대 움직이지 않던 남자의 의외의 행동에 놀란 친실장은 멍하니 입을 벌리고 데에...소리를 냈다.

친실장의 부탁을 들어준 남자는 다시 무기력 상태로 돌아갔다. 움직인 남자를 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실장들이 테치테치 레치레치 남자의 발치에서 시끄러웠지만 남자는 관심도 주지 않았다. 친실장은 자들을 불러서 다시 청소 작업에 들어갔다.

한달에 걸친 대청소 끝에, 집은 어머니가 관리하던 때만큼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깨끗한 모습을 되찾았다.

"닌겐상! 다 먹었으면 제대로 치우는 데샤앗! 어지럽히는 닌겐이 있고 치우는 실장석이 따로 있는게 아니란 데스우!!"

여태까지 하던 대로 먹은 도시락 쓰레기를 내버려둔 남자에게 친실장이 한 마디 했다. 남자의 눈이 약간 커졌다.

실장석 일가가 이 집에 들어온 뒤로 그들은 서로 소 닭 보듯 살았었다. 남자는 실장석 일가를 내쫓지 않았고, 실장석 일가는 쓰레기 봉투를 버려달라는 부탁 외에는 남자의 생활에 참견하지 않았었다.

자신의 행동에 참견하는 상대를, 남자는 몇 개월만에 마주했다. 어머니에게 잔소리를 듣던 때가 생각났다.

"...그래. 미안하다."
"데뎃!?"

열심히 청소한 집에 또 더럽히는 남자에게 한 마디 하긴 했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무시만 돌아올 거라 생각한 친실장은 놀랐다. 그리고 등골이 서늘해졌다. 들에서 인간이 그들에게 관심을 보일 때는 항상 안 좋은 일이 벌어졌었다.

"니, 닌겐상. 잘못한 데스. 다시는 닌겐상에게 참견하지 않는 데스. 쫓아내지 말아주는 데스."
"괜찮아. 나야말로 잘못했다."

옛날 기억을 떠올린 친실장이 바로 납작 엎드렸지만 남자는 조용히 넘어갔다.

그리고 이날부터, 무언가 변하기 시작했다.

쓰레기가 줄어들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실장석의 손이 닿는 범위여서 집은 청결하다고는 말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하지만 남자가 청소하기 시작하자 금세 깨끗해졌다. 실장석 일가는 자기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던 걸 단번에 해내는 남자를 보고 경외심을 느꼈다. 덕분에 자기 손으로 직접 노동을 하면서 철이 든 자실장들은 남자를 노예나 인분충으로 생각하지 않게 됐다.

그뿐만이 아니라 그들 사이에 있던 벽도 조금씩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남자는 집청소를 하느라 꼬질꼬질해진 일가에게 목욕을 하게 해줬다.

남자가 먹고 남긴 음식찌꺼기를 먹던 일가에게 음식을 나눠주게 되었다. 처음에는 음식만 받고 멀리 떨어져서 먹던 일가였지만 조금씩 거리가 가까워지더니 옆에서 같이 식사를 하게 되었다.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실장석 일가가 이 집에 들어오기 전까지 했던 생활에 대해 이야기 해줬다. 굶주린 동족에게 습격받아 엄지와 구더기들을 잃고 골판지도 부숴졌었다. 정처없이 헤매다가 마지막 발버둥으로 남자에게 탁아한 것이다.

"...닌겐상은 어쩌다 그렇게 살게 된 데스까?"

친실장이 조심스럽게 남자에게 물었다. 남자도 자신의 이야기를 해줬다.

부모님의 죽음을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는 건 처음이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상실감을 털어놓는 것은 처음이었다.

"닌겐상도 가족을 잃었던 데스네..."

같은 아픔을 공유하는 행위로 가슴 속을 짓누르고 있던 무거운 덩어리가 가벼워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면 닌겐상, 와타시타치가 닌겐상의 가족이 되는 데스."
"뭐?"
"꼭 가족이라 생각 안 해도 좋은 데스우. 실장석은 절대 닌겐처럼 될 순 없는 데스. 하지만 닌겐상이 와타시타치에게 살 곳을 준 것처럼, 닌겐상의 힘이 되고 싶은 데스. 무기력 인분충 시절보다 지금의 닌겐상이 훨씬 빛나는 데스요. 닌겐상의 친도 분명 이렇게 생각할 거라 믿는 데스."

친실장은 말했다.

"......"

새로운 가족들을 위해서라면 다시 한 번 일어서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남자는 생각했다.







실장 복지원

 

20XX년, S시는 공원에 실장 복지원을 열겠다는 발표를 하였다. 실장 복지를 통해 관리가능한 개체의 수를 늘림으로써 공원에서 발생하는 말썽을 줄여보겠다는 계획이었다. 똥벌레에게 세금을 낭비한다는 여론이 있었으나 실제로 실장석의 투분이나 탁아문제가 줄어들며 성공적인 정책으로 평가받아 많은 공원에 실장 복지원이 확대되게 되었다.

S시 D공원. 공원 내 실장 모두는 팔찌를 차고 있다. 팔찌는 이 실장석이 복지원에 등록한 실장임을 나타내는 표식으로 이들을 유인하는 행위는 벌금에 처한다. 푸드로 유인하려고 해도 복지원 실장석은 육류섞인 푸드를 지급받기 때문에 어지간한 제품으로는 쉽게 유인되지 않았고 오히려 관리자에게 신고하는 경우도 있었다. 간식을 뿌려도 뭔가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기도 하고, 몇번의 신고와 벌금 끝에 지금은 애호파던 학대파던 팔찌를 찬 실장석을 거의 건드리지 않는다.

물론 정책 초기에 인간은 신뢰할 수 없다면서 복지원에 등록하지 않은 녀석들이 있었지만 이들 다수는 학대파들의 타깃이 되어 사라졌다. 인간을 믿을 수 없다는 판단은 일견 현명해보였으나 그만큼 보호받지 못해 자신의 목을 조를수도 있다는것은 실장석으로서는 생각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나마 학대파의 눈에 띄지않고 살아남은 녀셕들도 있었으나 어느날 복지원에서 팔찌를 차지 않은 실장석들을 보거든 신고하라는 영상을 틀어주고 나서 공원에는 팔찌를 찬 실장석만 남게 되었다.

복지원에 등록한 실장석은 기본적으로 식량과 거주할 방을 배정받을 수 있다. 먹을것과 잘곳이 해결되어 할일이 없어진 실장석들은 대개 공원을 배회하거나 꽃밭 근처에서 뒹굴대곤 하였다. 종종 공원 밖으로 나가는 녀석들도 있지만 다신 돌아오는법이 없었으므로 지금은 다들 공원 내에서 시간을 보낸다. 제멋대로 말썽을 일으켰다가 추방되어 자들을 모조리 잡아먹고 길에서 비참하게 아사하는 영상을 간간히 틀어주기에 지나가는 인간에게 콘페이토를 요구하긴 하지만 들어주지 않는다고 해서 투분을 하거나 하는일은 적다.

생각이 있는 일부는 땅에 떨어진 쓰레기를 주워 쓰레기통 근처에 모아두곤 한다. 실장석들 사이에서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일을 하면 '당첨'확률이 높아진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이를 들은 실장석 몇몇이 모여 할일도 없으니 이거라도 하자면서 시작한 일이었다. 한녀석은 자신은 자도 따로 키우지 않고 쓰레기도 열심히 주웠으니 이번엔 당첨이라며 호언장담한다.

쓰레기를 줍던 중 한 친실장이 산기를 느낀듯 급히 어디론가 뛰어간다. 친실장이 향한곳은 화장실이 아닌 출산소라고 불리는 건물이다. 이제는 공원 변기가 전부 신식변기로 교체되어 사용하기도 힘들거니와 출산소는 실장석이 접해왔던 차가운 변기와는 차원이 다르다. 미약한 온기가 있는 물은 태어나는 자들은 물론 친실장에게도 부담없는 출산을 가능하게 하고 조명과 음악은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불편한점은 복지원 실장석들은 정해진 숫자 이상의 자를 키울 수 없기 때문에 이번에 낳을 자들은 자신과 함께 할 수 없다는 것 뿐이었다.

원하지 않는 자나 정해진 숫자 이상일 경우 그대로 구멍으로 흘려보내면 된다. 출산방에 설치된 모니터에서는 자실장이 구멍에 들어가 워터슬라이드를 즐긴 끝에 애호파 인간을 맞아 사육실장으로 변모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홈쇼핑 광고처럼 연속해서 재생된다. 덕분에 다른 자매를 핥기를 기다리는동안 영상을 시청한 자실장이 친실장이 말릴틈도 없이 구멍 안으로 뛰어드는 경우도 있고 자신이 기르는 자 없이 낳는대로 흘려보내는 친실장도 있다.

친실장은 어차피 흘려보낼 아이들이지만 우지챠 상태로 닌겐노예를 맞으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정성스레 점막을 핥아준다. 점막이 제거된 우지챠들은 모두 건강한 자실장이 되었고 친실장은 작별을 고하며 하나하나 안아주었다. 갑작스런 이별이었지만 친실장이 동생들을 핥는동안 영상을 시청했던 자실장들은 오히려 반기는 눈치다. 친실장도 자는 '당첨'된 이후에 가득가득 낳으면 된다는 생각이므로 부담없이 버튼을 눌러 자실장들을 구멍안으로 흘려보냈다.

아이들을 구멍 안으로 내려보낸 친실장이 방 밖으로 나오자 자실장들과 함께 출산소 밖으로 나가는 일가가 보인다. 첫 출산의 자식을 데려가는가 싶지만 이미 팔찌를 찬 자실장이 섞여있고 보통 허가되는 숫자보다 많다 싶은것이 뭔가 불안하게 하는 뒷모습이다. 아니나다를까 친실장이 출산소 바깥으로 나오니 관리인에게 조사받는 방금의 일가가 보인다. 정책 초기에는 자를 많이 가진 채 등록한 일가의 수가 많아 검문이 번거로웠지만, 정책이 어느정도 정착된 지금은 정해진 숫자 이상의 자를 데리고다니는 친실장을 검문하면 바로 걸리는 수준이다. 다수의 자실장을 기를 수 있게 허락된 일가는 공원마다 단 세 일가뿐이라는것은 관리인들만의 비밀이다.

관리인은 일가의 친실장에게 추방을 통보한 다음 팔찌를 압류하고 오른쪽 귀 끄트머리를 잘라낸다음 지졌다. 일가에 대한 연좌제를 묻지 않는것이 원칙이고 친실장의 몰락을 본 자실장들은 복지원 정책에 순응하는 경우가 많기에 이미 팔찌를 가진 자실장은 내버려둔다. 닫혀버린 미래에 대한 절망과 귀의 고통때문에 일가가 울부짖기 시작하자 주변의 실장석들이 자리를 피하기 시작한다.

추방된 실장석의 평균 생존기간은 1주에 수렴한다. 보호받지 못하는 실장석들이 사냥당하는 판에 복지원에서 쫓겨난 실장석은 그간 편히 살아왔기에 반응하는 맛이 좋아 학대파의 고가치 표적이다. 특히 겨울에 쫓겨난 실장석은 학대파 커뮤니티 안에서 고가의 경매끝에 거래된다고 한다. 이를 증명하듯 직원의 다음 순찰시간 때 녀석이 있던 자리에는 친실장이 울부짖으며 흘렸던 운치와 울고있는 팔찌 자실장 이외에 어떠한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직원은 어두워지기전에 복지원에 돌아오지 않으면 너희들도 그리될 수 있다는 말만 남기고 순찰을 계속하였다.

출산소에 다녀온 실장석이 복지원에 돌아오니 좋은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관리인이 방금 개인실이 비었으니 일가를 이동시키라고 통보한 것이었다. 복지원 규칙을 이해하고 자제하는 성체들과는 달리 자실장들은 사소한 시비로 싸우기 일쑤였고 자실장들의 싸움이 성체간의 싸움으로 번지면서 추방된 일가가 한둘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제껏 단체실에 살았던 친실장으로써는 가슴을 쓸어내릴수밖에 없었다. 도착한 개인실은 약간 좁긴 하지만 '당첨'되면 넓디넓은 방안에서 수많은 자들과 함께 살 수 있기때문에 친실장은 괘념치 않았다.

다음날이 되니 복지원 전광판 앞은 흥분한 실장석으로 가득하다. 오늘은 실장석들이 기다리는 '당첨'의 날이다. 전광판에 뜬 숫자와 자신의 팔찌에 써있는 숫자를 비교하며 일희일비한다. 당첨된 실장석 일가는 이제까지 착하게 지낸 보상으로 부자닝겐의 집에서 사육된다는 것이다. 당첨된 친자실장들은 관리인의 안내에 따라 다른 방으로 안내된다. 이번엔 쓰레기를 주우며 자신의 당첨을 호언장담하였던 녀석도 있다.

당첨자들이 도착한 방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물이 준비된 목욕탕이 있었다. 사육주를 맞기 전 몸을 깨끗이 해야한다는 방송에 모여있는 녀석들은 모두 옷을 벗고 몸을 씻기 시작한다. 목욕탕에도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고 화면에서는 해변에 누워 느긋하게 햇살을 즐기는 실장석 등 앞으로 살아갈 사육실장의 삶이 끊임없이 송출되고 있다. 목욕이 끝나는 대로 문앞에 서라는 방송에 다들 줄을 서기 시작한다.

자신의 차례가 된 호언실장이 문앞에 섰다. 옷은 사육주가 이미 세레브한것으로 마련해놓았다고 하였기 때문에 앞선 녀석들이 한것처럼 문 옆의 구멍으로 주저없이 버린다. 문이 열리자 컨베이어 벨트 위로 올라간다. 벨트에서 이동하는동안에도 방송에서는 앞으로 어떤 세레브한 생활을 할지에 대한 설명이 흘러나오고 한껏 도취된 실장석이 행복회로에 빠질 때쯤 녀석은 강렬한 전기충격에 의식을 잃었다.

처리장에 컨베이어 끝에 도달한 실장석들이 떨어진다. 인간직원은 능숙하게 성체실장은 해부하여 뼈와 기타 장기들을 들어내어 버리고 고기만 분쇄기로 던져넣고 자실장 이하는 그대로 넣는다. 행복회로에 다다랐을때 전살시키는것은 먼길떠나는 실장석을 위한 마지막 배려다. 잘게 분쇄된 고기는 기타 음식물 쓰레기와 뒤섞여 푸드가 되어 복지원 실장석들에게 공급된다.

성체의 고기가 갈려들어가는 와중 반대편 라인에서 독라의 자실장, 엄지실장, 구더기 등이 분쇄기로 떨어진다. 최근엔 송홧가루가 날리는만큼 임신하는 녀석들도 많고 당연히 출산소에서 이곳으로 떨어지는 새끼들도 많다. 알러지가 있는 직원은 지긋지긋하다는듯이 재채기를 한번 하고는 다음 실장석을 해체하기 시작하였다.

출산소에서 내려온 새끼들을 독라로 만드는 작업은 마찬가지로 독라인 성체들이 진행중이다. 보건소에 버려져 폐기직전인 사육실장들을 데려와 죽음 또는 봉사중 선택하게 해여 일꾼으로 써먹는것이다. 반항하거나 태업하는 자는 직원에게 산채로 분해되는, 복지원 실장석만도 못한 최후를 맞게되기에 다들 묵묵히 작업을 수행하며 유일한 오락거리인 자실장, 엄지실장들이 지르는 비명, 탄원 및 목숨구걸을 즐긴다.

따로 모인 모발과 옷가지는 별도의 세척 후 압착하여 착화제로 만드는데 불이 어찌나 잘붙는지 캠핑용품으로 인기다. 직원이 압착기에 모발과 옷들을 집어넣는동안 다른 직원이 착화제 봉투를 가져가기 위해 처리소로 들어오며 분해담당 직원에게 인사한다. 당첨되지 못해 시무룩해진 복지원 실장석들을 위해 야외에서 바베큐를 구워준다는 모양인데, 이말을 들은 노동석들은 작게 떨며 우는소리를 낸다. 실장석들이 좋아하는 부드러운 바베큐 고기는 누구의 고기일까?








역 분충탁아 1~5 (완)



\'나도 애완동물이나 한마리 키울까\'

내이름은 토시아키. 자취생활 3년째다. 평소엔 애완동물에 관심도 없었는데, 항상 집에서 혼밥하다보니 살아있는 거면 뭐든 우리집에 갖다놓고 싶다.(물론 내 편의점 도시락을 다쳐먹고 똥을 싸지른 실장석은 예외)

\'그래도 개나 고양이는 너무 돈이 많이든다고. 물고기는 재미없고...\'

그래서 생각해낸게 실장석! 들에서 주워오면 무료인데다가, 나름 고지능 생명체이고 훈육만 잘시키면 밥도 누렁이만큼 가리는게 없다.
그렇다고 애호파는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걸리적거릴 때마다 얼룩으로 만들어버리니까 학살파이려나?

\'그래도 들에서 훈육 잘되어있고, 똑똑하고, 개념있는 양충을 만나기가 쉽진 않다고...\'

(똑똑)

「똥노예는 이리오는데스!!!」
「세레브한 주인이 오는데 빛의 속도로 안튀어오고 뭐하는 뎃샤앗!!!」

아 맞다. 나 10분전에 탁아당했지. 그대로 창문 밖에 던져버려서 친실장이 오는건 까먹고 있었나보다.

\'맨날 밥먹고 똥싸면서 날 노예로 쓰겠다니 일주일만 참아도 다행이겠다 이새끼야...\'

..!

「빨리 문을 여는 데스우우우!!!!!」

\"고맙다 친실장!\"

「뎃? 이제야 말을 듣는데스? 머리에 뇌대신 콘페이토가 든 노예인... 지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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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일주일 후)


「차녀챠.. 지금부터 오마에를 솎아내는데스」

「세레브한 와타치가 밥을 먹어줬는데 뭐가 불만인테치! 똥마마와 장녀챠가 죽는 한이 있어도 와타치를 키워서 사육실장으로 만드는게 당연한 도리인테치!」

「와타시가 집을 나갈 때마다 보존식을 다 먹으면서도 그런소리가 나오는데스? 더이상 들을 필요도 없는데스.」

\"이봐 친실장\"

「데에? 닝겐상?」

\" 그 자실장, 나한테 넘기지 않을래?\"

「이녀석은 분충인데스! 키우려고 데려가봤자 후회만 하는데스」
「똥마마의 말은 무시하는테치! 와타치를 데려가면 세상에서 제일 세레브한 와타치의 노예가 되는 영광을 누리게 해주는 텟츄-웅~」

\"내가 알아서 할일이지. 대신 실장푸드 한봉지 줄게\"

「...와타시는 경고한데스」

걱정도 많으셔라.
훌륭한 분충자실장을 손에 태워서, 일주일 전부터 점찍어둔 개념실장의 골판지 하우스로 찾아간다.


(똑똑) \"거기 있냐?\"

「데에에에!!! 니..닝겐상 잘못한데스! 한번만 봐주시는데스!!! 적어도 자들은 살려주시는데스!!」

\"죽이는거 아냐. 탁아하러 왔다.\"

「ㅁ...무슨 말인데스?」

\"지금 내 손에 있는 이 녀석, 일주일 동안 무사히 키워내면, 너네 가족들 사육실장으로 삼아줄게. 어때?\"

「사육실장데스카?! 하는데스!
..근데 왜 이런짓을 하는데스?」

\"사육실장은 마마인 성체는 몰라도, 자실장이 분충화하면 귀찮아지거든. 괜한 모성애때문에 솎아내지도 못하고 다같이 쫓겨나거나 자기도 분충이 되버리지.\"

\"지금 이 녀석, 엄청난 분충이거든. 일주일동안 그걸 참아내면서 길러내다보면, 분충이 얼마나 해악인 존재인지 몸으로 깨우칠 거 같아서 말야. 사육실장 필수코스인 인내심도 키우는 훈련이라고.\"

「똥닝겐 뭘 중얼거리는테치! 고귀한 와타치를 위헤 세줄로 요약하는테치!!」

\"할래? 조건은 일주일 후 이녀석의 신체와 머리카락이 무사할 것. 다른 자들도 분충이 되지 말 것.\"

「..하는데스우.」



친실장의 집에 카메라를 하나 설치했다. 이걸로 상황이 돌아가는걸 일주일동안 보기만 하면 되겠지. 관찰파의 행복이란 이런건가?

친실장네 가족은 장녀자실장 하나, 그리고 차녀인 엄지실장 하나. 아마 다른 자들은 사고로 다 죽은 듯하다. 자기는 똑똑해도 자들은 아니였나보다.

「자들은 인사하는데스. 우리의 새로운 삼녀챠인데스.」

「테에?!! 삼녀?? 그딴건 필요없는테치! 와타치는 장녀가 되는테챠!!!」

「하지만 장녀는 이미 있는데스우...」

집에 들어오기 전부터 난관이구만. 이녀석 그동안 차녀로 살다보니 장녀욕심이 어지간히 많은 것 같다. 원래 둘째가 질투가 제일 심하다고들 하던데 실장석도 똑같은 건가?

「그딴건 상관없는 테치!!! 현 장녀챠를 차녀로 밀어내는게 당연한테치! 고귀한 와타시는 장녀가 되어야만 하는테치!」

「마마.. 숨겨둔 장녀인테치? 드라마테치?」

「사정이 있는데스... 알겠는데스. 그럼 오마에는 차장녀챠인데스.」

「그건 뭐인테치?」

「두번째 장녀이니 차장녀가 되는데스. 현 장녀는 장장녀가 되는데스요.」

「맘에 안들지만 참아주는테치! 소개는 끝났으니 밥을 내놓는테치! 스테이크 정도는 준비해야 하는테치!」

「그런건 없는데스우... 대신 오늘 주워온 건빵조각을 먹는데스.」

친실장이 집안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밥을 요구하는 분충 차장녀의 뻔뻔함에 어이가 없어서, 뭐라고 혼내는것도 포기한 듯하다.

「똥노예마마는 스테이크를 찾을때까지 쳐뛰어다니는테치! 이건 에피타이저로 삼아주는 텟츄웅~」

「...알겠는데스. 장장녀와 차녀는 마마를 따라오는데스.」

「레에? 마마 와타치는 밥구하러 나간 적 없는레ㅊ..」
「차녀, 그냥 조용히 따라오는테치...」

역시 일주일 간 관찰한 대로다. 장녀, 아니 장장녀는 실장석치고 드물게 눈치도 빠르고 똑똑해서, 저 똥벌레를 떼어놓고 얘기를 하려는걸 단박에 캐치했다.
하지만 엄지인 차녀는, 성격은 몰라도 머리는 조금 얼빵하다. 일주일 간 가장 적응이 힘든건 아마 저녀석이 될듯하다.

「마마, 마마는 왜 저런 분충을 데려온테치?」

「닝겐상과의 내기인데스. 해씨가 네번하고도 세번 뜰동안 저 분충을 데리고 있으면 사육실장이 되는데스.」

「사육실장인 레치! 어서 닝겐상의 집에 가고싶은레치!」

「때려서 버릇을 고치면 안되는테치?」

「닝겐상이 일주일후에 저 분충이 무사해야 한다고 한데스... 초장부터 이러니 일주일은 어떻게보내는데스우..오로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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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5분 동안은, 묶어둔다거나, 닝겐상에게 들키지 않도록 내상을 입힌다거나(?) 하는 방법을 모색해봤지만, 중요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소리를 지르면 곤란한테치...」

자기 욕구를 못받아주거나, 물리력을 행사하면 당연히 분충차장녀는 단비마냥 소리를 빽빽 지를테고, 그럼 동족식하는 실장들은 물론 옆집까지 소음공해로 쳐들어올거다.
일주일동안 디펜스게임을 하느니 차라리 인내심테스트가 더 낫다는 결론을 내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일가.

근데 쟤네들 5분이나 집을 비웠는데 괜찮을려나?

「차장녀챠 미안한데스... 돌아다녔지만 스테이크는 코빼기도 못본데스우...뎃! 오마에...」

「똥마마노예는 헛짓거리를 한테치? 정말 쓸데없는 분충에게 탁아되다니 와타치는 최고로 불행한테치! 그래도 배는 부르니 와타치가 넓은 아량으로 용서해주는테츄! 치프픗!」

'5분이면 식용왕성한 자실장에겐 충분한 시간이지...'
이미 그 5분동안 분충은 건빵은 물론이고, 겨울을 대비하기 위한 도토리, 마른 열매, 건조과자, 은행까지 전부 다 먹어치워놓고 따뜻한 똥으로 바꿔놓아 버렸다.(물론 친절하게도 화장실이 아닌 골판지 하우스 내부에 싸놓았다.)

오오. 저 친실장 녀석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게 카메라 너머로도 느껴질 정도다.
「뭘 똑바로 쳐다보는테치! 아무래도 똥마마는 가르침이 필요한테치! 이리와서 무릎꿇고 앉는테치!」

「ㅁ...무슨일인 데스...」

「와타치가 세레브한 스테이크를 구해오라고 한테치 안한테치?」

「그래도 밖에 스테이크가 없는데ㅅ..」
「말대답하지 마는 테쟈아아앗!!」

「정신교육인 테치! 하나하면 "안되면!" 둘하면 "되게하는테치!" 를 따라하는테치!」

「차장녀챠 그만두는테치... 다들 노력한테치...」

「하나테치!」

「알겠는데스! 지금이라도 스테이크를 구해오는데스!!!」

그날 친실장은 바깥에서 찬바람을 맞다가, 분충차장녀가 기다리다가 잠든 후에야 돌아와서 잠을 청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저녀석 자실장이면서 꼰대라니... 이거 일주일 후에 개념실장이 아니라 부처를 만나는거 아닌가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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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이 지났다. 3일 동안은 극상의 호사를 누리는 분충놈을 제외하고는 하나같이 몸도 마음도 지쳐가는 중이다.


첫날부터 차장녀가 보존식을 전부 먹어버렸기에 다시 이 일가가 월동준비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이건 사육실장이냐 겨울에 일가실각이냐가 결정되는 목숨을 건 내기가 되어버렸기에, 다들 어쩔 수 없이 참고있는 듯하다.

엄지는 토시아키가 예상했던 대로, 가장 고생중이다.
몸이 약한 엄지를 밖에 데리고 가는건 자살행위나 다름없기에 친실장이 밖에 나가면 필연적으로 엄지와 차장녀만 집에 남게된다.
당연히 그 결과는 매일같이 계속되는 린치. 요즘은 온몸이 아파서 몸을 잘 겨누지도 못하고 하우스 구석에 혼자 누워있다. 말수도 부쩍 줄어들었다.

친실장은 낮에는 먹이를 찾으러 돌아다닌다. 스테이크나 콘페이토라도 갖고오지 않는 한(당연히 불가능) 밤까지 집에 들어오지도 못하게 하는 분충 차장녀 때문에 하루종일 돌아다니다가, 집 옆에 오늘치 식량을 숨겨둔다. 집에 갖고가는 식량은 모조리 차장녀가 먹어버리기에, 잠든 사이 새벽에 두 자들과 함께 몰래 나와서 먹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그렇다고 집에 들어가면 고생 끝은 아니다.

「노예! 오늘도 스테이크가 없는테치? 정말이지 이 노예들은 쓸모없는테치! 몸으로라도 봉사하는테치!」

「...빨리 눕기나 하는데스」

차장녀는 자신이 잠들 때까지, 친실장더러 '좁아터진 집구석에 있느라 가장 고생한 세레브한 와타치의 피로를 푸는' 마사지를 시킨다. 한시간동안 쉬지도 못하고 손을 주물럭거린 끝에 차장녀가 잠에 곯아떨어지면, 마사지를 끝낸 어깨는 떨어질 것 같다.

마사지를 끝내면 장장녀가 주섬주섬 일어나서, 친실장의 머리를 다듬어주고 어깨를 두드려준다. 장장녀는 차장녀의 관점에서는 애매한 존재이기에, 그나마 별 탈 없이 다른 가족들을 격려하는 중이다...

그리고 5일 째 아침, 분충놈이 꽤나 큰 사고를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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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아암~ 6시부터 관찰이라니 관찰파도 영 쉽지는 않아"

책상에 앉아 관찰카메라를 켠다. 근데 켜자마자 사건발생이네. 저건 좀 위험하겠는걸?
사건발생 30분 후, 친실장이 부스럭거리면서 잠자리에서 일어난다. 빨리 일어나는게 좋을텐데...

「데에? 벌써 햇님이 뜬데스... 나가는데스우..」

눈을 비비면서 일어나는 친실장. 자고있는 자들의 숫자를 세어본다. 하나, 둘... 둘?
다시 눈을 비비고 세어본다. 분명 둘이다...

상황파악이 안된 친실장이 차장녀가 나간걸 알아챈 순간, 하우스 밖에서 큰소리가 들려온다.

"아 시발! 뭐야 이 벌레새끼는!"

「치프프픗, 오마에는 이제 노예인테치~ 우선 성으로 데려갈 가마를 끌고오는테치~」

다른 아침보다 일찍 일어난 분충이, 쓸모없는 노예들을 버리고 닝겐을 노예로 삼으려고 했나본데? 아침에 정장을 빼입고 출근하는 직장인의 구둣발에 똥을 듬뿍 쳐발라놓았다.

"이새끼가 죽고싶어서 환장을 했나보군"

「잠깐 기다려주시는데스!!! 닝겐사앙!!!」

"뭐야, 이 벌레새끼 어미냐?"

「분충이 닝겐님에게 무례를 저지른데스! 용서해주시는데스! 한번만 부탁드리는데스!!」
「치프픗, 오마에는 이제 쓸모없는테치♪ 어이 노예! 이녀석을 밟아죽이고 빨리 가마나 부르는테치!」

"에휴... 말만 하면 다냐?"
"아침출근하는 직장인의 구두에 똥냄새를 묻혀놓고 미안하다고만 하면 다냐고 이 어미벌레야"

친실장의 열심히 뇌를 굴리는게 딱봐도 보인다. 도게자로 부족하다면 뭘해야할까? 친실장이 열심히 생각해서 내린 방법은, 역시 그거겠지.

「데.. 뎃샤앗!!」

'뿌드드득!'

친실장은 자신의 앞머리와 뒷머리를 잡아뜯어서 스스로 독라가 되버렸다. 자기 머리카락을 바치면서 자기 자식도 아닌 분충을 구하다니 감동의 현장이구만.

「스스로 독라가 된데스! 이 머리카락은 와타시가 갖고 있는 것들 중 가장 소중한 것인데스! 그러니 용서해주시는데스...오로롱...」

"..잘 들어라."
"내가 벌레만도 못한 너네를 살려두는 이유는 세가지다. 첫째, 너네들하고 실랑이하는 시간이 아까워서. 둘째, 니들을 밟으면 밑창까지 더러워지니까. 셋째, 그나마 구두에만 똥을 묻혔기 때문이다. 바지에 한방울이라도 튀었다간 머리카락이고 뭐고 너넨 일가실각이였어. 알겠냐?"

「명심하는데스! 명심하는데스!」
「똥닝겐 어서 이 분충을 죽이지 않고 뭐하는테쟈앗-!!」

"하여간 똥벌레들은 저딴놈한테도 모성애가 있는거냐? 쯧."

"운이 좋았네 녀석들. 출근하는 직장인이 아니였으면 분충에게 휘말려서 일가실각 당할 뻔했는데."

직장인이 뒤돌아서 시야에서 멀어지는 순간, 친실장이 갑자기 가슴에 통증을 호소한다.
「데갸아앗- 돌씨가..울고있는데스」

5일 동안 스트레스가 축적되면서 이번 사건으로 머리카락까지 잃어버렸으니, 위석이 과도한 스트레스로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일주일이 되기도 전에 죽겠네...

「더이상은 안되는데스... 와타시는 최선을 다한 데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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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장녀챠. 내기는 포기하는데스」

「테엣? 지금까지 잘 버텨온테치! 앞으로 이틀인테치!」

「마마의 몸이 이상한데스.. 저 분충놈을 데리고 있다간 내일 당장 파킨해버리는데스. 포기하는 쪽이 현명한데스.」
「물론 와타시들은 보존식도 없는데스. 낙엽도 부족한데스. 하지만 우지챠 손씨만큼이라도 희망이 있다면, 어떻게든 겨울을 버틸 수 있는데스.」
「하지만 마마가 없다면 오마에들은 틀림없이 죽는데스. 마마가 없는 자들은 노예가 되거나 고깃덩이가 될 운명인데스. 그럴바에는 마마가 같이 살아남는게 나은데스. 사육실장이 되는건 역시 쉽지않았던데스...」

「마마...」

"포기한건가? 차장녀 녀석이 상위 1%분충인건지, 일주일은 너무 가혹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5일 정도면 나름 오래버텼다고."
자리에서 일어나 화면을 끄려던 순간, 장장녀의 눈에 불이 켜졌다.

「...마마. 닝겐상의 조건이 뭐였던테치?」

「일주일 후에 저 분충에게 상처가 있어선 안되는데스. 지금와서 그게 무슨 소용인데스?」

「..그거라면 룰위반이 아닌테치!」

「뎃? 뭔소리인데스?」

「마마 잘듣는테치! 닝겐상의 조건은 일주일 '후'인 테치!」
「일주일 '동안'이 아닌테치!」

「...!!」

3초간의 정적 후, 실로 오랜만에, 친실장의 눈에 불꽃이 이글거렸다.

「장녀...오마에는... 천재인데스」

그리고 두 주먹을 꽉 쥐고 낮잠을 쳐자고있는 분충 차장녀에게로 다가간다...


「일어나는데스.」

친실장이 대자로 뻗어서 자고있는 차장녀를 발로 툭툭친다. 장장녀는 슬금슬금 골판지 구석으로 빠져서, 엄지의 곁에 있어준다.

「테히..테히... 」

차장녀는 마사지라도 하는거라 생각했는지 일어날 생각도 없는 듯하다. 친실장은 기가 차서, 픽 소리를 한번 내더니 그대로 발로 차장녀의 배를 밟아버린다.

「테ㅎ...테가약스! 지금 뭐한테치?! 똥노예가 와타치의 잠을 깨우다니 이건 범우주적인 죄인테치! 지금이라도 도게자를 하면서 머리를 108번 박으면 독라달마에 자판기행으로 멈춰주는테치!!」

「...기대도 안하지만 마지막으로 말하는데스」
「차장녀. 마마에게 그딴 말은 하지 않는데스. 집에서 뒹굴거리지 말고 오마에도 밖에 나가서 먹이를 구해오는데스. 엄지챠는 같은 가족이니 괴롭히면 안되는데스. 운치는 화장실에서 보는데스. 여긴 콘페이토나 스테이크는 없는데스. 닝겐상에게 시비를 걸지 마는데스. 수건은 다같이 쓰는거니 깨끗하게 쓰는데스. 오마에의 몸은 오마에가 닦는데스. 그리고 적당히 좀 쳐먹는데스.」

「이 똥노예가 드디어 미친테ㅊ..테보오옷!!」

분명히 마지막 기회를 줬으니 이제부터는 정당한 훈육이다. 자실장의 입에서 똥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팔을 풀스윙으로 휘둘러서 왼쪽 볼에 적중! 골판지 안을 똥을 지리면서 구르다가 부딪힌 자실장의 왼쪽 볼은 함몰되어서 움푹 들어가있다.

「분충은 패는맛도 다른데스네?」

「테겍..테에엣.. 이 머리카락도 없는 독라노예 따위가..」

아앗, 저녀석 안그래도 민감한 부분을 건드려버렸다. 빡빡이는 넷상에서만 놀리는게 현명할텐데...

「그게 오마에 때문인걸 모르는데스?!!」

겨우 몸을 일으킨 차장녀의 배에 그대로 꽂히는 오른손 어퍼. 배를 직접 가격당해서 타격과 동시에 팬티가 뿌다닷! 하고 부풀어오르더니, 부풀어오른 팬티가 무게추 역할을 해서 자실장은 쓰러지지도 못하고 오뚜기처럼 쳐도쳐도 다시 일어나는 실장샌드백이 되어버렸다.

그 후는 친실장의 영혼이 담긴 뎀프시롤에 온 골판지하우스에 고기를 치는 소리가 울려펴졌다. 그와중에도 친실장은 집중적으로 자실장의 배와 명치만을 노리고 있다. (이러는 이유는, 이틀 안에 재생할 수 있도록 뼈가 부러지는 것은 피하라는 장장녀의 조언 때문이다.)

그 후 배에 14대, 명치에 5대, 머리에 2대를 맞은 차장녀의 배는 움푹 들어갔고, 명치를 맞아서인지 호흡곤란을 일으키며 입에서 적녹의 각혈을 하고있었다.

무게추 역할을 하던 빵콘팬티는 벗겨진지 오래. 바닥에 납작 엎드려서 기절 직전인 차장녀는 이젠 때리거나 밟아도 테끅 테끅하는 작은 소리만을 내고있다. 친실장은 그런 차장녀의 사지가 문득 눈에 들어온다.

「부러지지만 않으면 된다... 이거인데스네?」

엎드려있는 차장녀 위에 마운트 포지션으로 올라탄 친실장은 먼저 오른팔부터 잡는다. 그리고 오른팔의 관절이 뚜둑! 하는 짧고 굵은 소리를 내며 반대쪽으로 꺾여서 등에 닿는다.

「테갸아아악!!! 테쟈아아아아아ㅏㅏ!! 짓!」

「기절한게 아니였던데스? 소리도 못지르는 척 하더니 아직 입은 팔팔한데스.」

시끄러운 차장녀의 머리를 바닥에 쳐박아 누른뒤에, 왼팔도 잡더니, 이번에는 천천히 당긴다. 이녀석 학대파로써의 재능이 있는걸?

「당장 손씨를 멈추는테치!! 왼팔도 아야아야는 싫은 테제에에엣!!!」

「이제부터 안마는 오마에의 손으로 직접하는데스」
\'뚜..두..두둑...으직!\'


왼팔도 꺾이면서 또다시 기운찬 소리를 내주는 자실장. 양쪽 눈에서 피눈물이 흘러나오는데, 자세히 보니 투명한 눈물도 섞여있다.

「테게에에..테에에엥... 마마.. 알겠는테치..」

「이제 좀 반성하는데스?」

「그런테치.. 와타치도 달마는 심하다고 생각한테치.. 이번에는 특별히 운치굴노예로 봐주는테치..! 그러니까 이제 아야아야는 그만두는 테...테갸아아아아아아ㅏ아악!!!!」

반성은 쥐뿔도 없으시군. 피눈물은 단순히 아파서, 투명한 눈물은 친실장을 눈물로 속이려고 흘렸나보다. 자실장의 오른쪽다리도 친실장의 역시나, 하는 짧은 한숨과 함께 반대로 꺾였다.
「테쟈아아아!! 어째서 와타시의 진심연기로도 메로메로되지 않는 테챠아아아아ㅏㅏ!!!」

또다시 고기가 부딪히는 소리의 반복. 이번엔 중간중간에 오도독거리는 소리도 추가되었다.

「레엥... 오네챠 집안이 시끄러운레치..」

「일어난테치? 엄지챠는 저런건 보면 안되는테치. 잠이나 좀 더 자는테치.」

아직 어린 엄지의 정신에는 좋지 않다고 생각한건지 장장녀가 슬쩍 엄지의 눈을 가려준다.

「차장녀오네챠는 뭐하는레치? 오늘따라 오네챠가 시끄러운레츄..」

「에..그러니까.. 똥빼기 중인테치.」

「프니프니인레치? 프니프니는 엄지도 잘하는레치!」

장장녀가 온몸에서 피와 똥을 쏟는 분충을 슬쩍 보더니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배에 든 운치가 아닌테치.」

「저건 머리에 든 운치인테치.」

머리가 좋지 않아서 비유라는 걸 모른 엄지는 \"머리씨도 음식을 먹는레치..?\" 하는 소리와 함께 다시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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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 묵은 운치를 싼것같은 기분인 데스웅~♪」

씻지도 않았는데 친실장의 피부가 매끈매끈한게 어디서 마사지 풀코스라도 받은 것 같은 비주얼이다. 너 진짜 오래 참았구나.

「장녀는 저 분충을 구석에 놔두는데스. 아마 이틀동안은 움직이지 못할 것인 데스.」

「소리지르면 곤란한게 아닌테치?」

「턱뼈를 부숴놨으니 아마 힘들 것인데스. 그래도 혹시 모르니 팬티라도 입안에 물려두는데스.」

장장녀가 차장녀의 녹색 팬티를 벗겨서 입안에 쑤셔넣는 동안 문득, 친실장에게 물었다.

「그런데 마마.」
「처음부터 묶어둔다음 팬티를 물려두면 되는거 아니였던테치?」

멈칫.

「.......장녀. 천재라는 말은 취소인데스.」

「테엣? 테에에에엥-」


친실장의 스트레스 해소 이후 하루가 더 지났다. 그동안 먹은 영양이 대활약을 해서 차장녀의 상처는 거의 다 나았다. 앞으로 약간의 찰과상과 욱신거리는 관절만 나으면 완치이니, 시간에 맞출 수 있겠지.


근데 그런 것치고는, 저녀석이 너무 조용하다. 박스집 벽에 기대서 하루종일 가만히만 있다. 자기 손으로 입에 박힌 팬티를 빼내고서도 잠잠히 있는 모습을 보고, 친실장은

「맞으니까 이제 좀 말을 듣는데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긴 그런걸 신경쓰기엔, 나와의 약속시간은 단 하룻밤밖에 안남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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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실장과 나와의 약속시간은 7일째 해가 뜨는 6시이다. 지금은 새벽 5시. 이제 1시간 남았군.
장녀 자실장도 기대에 잠을 깊게 못든 것인지 새벽에 눈을 뜨고선 친실장 옆에 앉았다.

「마마 아직도 안자는테치?」

「오늘밤은 철야인데스.」
「내일 해가 뜨면 드디어 사육실장이 되는데스. 어차피 자려고 해도 내일을 생각하면 떨려서 잠이 안오는데스요.」

「'둥근 달님씨가 이제 숨으려고 하고 있는데스. 이제 정말로 얼마 안남은데스.」
(친실장은 실장석치고는 놀랍게도, 경험으로부터 보름달이 지고 나서 얼마안가 해가 뜬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뒤로 시간이 좀 지나자, 분충 차장녀도 역시 부스럭부스럭 일어났다. 단 10분 동안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될 개판을 만들기 위해서...

「...오마에도 일어난데스?」

「똥노예는 비키는테치」

「나가려면 아침에 나가는데스. 하우스 안에 운치싸도 좋으니 가만히 잠이나 다시 드는데스...」

「비키라면 비키는테치! 와타치는 밖으로 나가는테치!」

「또 쳐맞고 싶은데스? 학습능력이란게 없는 분충인데스」

「학습능력? 치프픗! 때릴 수는 있는테치?」

「오마에 방금 뭐라고...」

「때릴 수 있으면 때려보는테치! 못때리는테치? 역시 못하는테치카? 테햐햐햐햐ㅑ!!!」

「제발 쳐자는데스! 안마도 실컷 해주는데스! 내일이면 콘페이토도 산처럼 줄거니 조용히 누워서 잠이나 자는데스!!!」

「와타치는 생각한테치! 왜 실컷 와타치에게 아야아야하게 해놓고선 와타치에게 슬픈 일을 하지 않은테치? 처음에는 와타치가 너무 귀여워서 차마 슬프게 만들 수 없기에 그런 줄 알았는테치!
하지만 생각해보니 와타치가 귀여운걸 알면 와타치의 옥체에 처음부터 손도 안댔을 것인테치! 거기에서 오마에의 눈이 옹이구멍인걸 알아낸테치!!」

...니가 안귀여운게 아니라?

「그래서 다시 생각해본테치! 우주에서 가장 세레브하고 똑똑한 와타치의 추리는, 분명 와타치의 목숨을 지켜주는 닝겐노예가 산처럼 있는것인테치~☆」
「와타치의 옥체에 손을 댄것을 닝겐노예들에게서 어떻게든 숨기고 싶어서 와타치의 아야아야가 낫도록 내버려둔 테치! 그리고 방금 대화를 엿들은 걸로 확실해진테치! 닝겐은 내일 아침에 와타치를 위한 스테이크 방석을 얹은 실장리무진으로 와타치를 데리고 오는게 확실한테츄웅~☆」

한참 빗나갔다 똥벌레. 게다가 그게 이틀동안 생각한 결과라니 우주에서 제일 똑똑하기는 무슨...
하지만 어떤 식의 해석이든, 이 분충자실장은 가장 중요한 사실 한가지를 깨닫고 말았다.

「그래서 말인데, 치프픗! 지금 와타치가 아야아야하게 되면 어떻게 되는 테츄☆웅?」

「장녀! 저 분충놈을 잡아두는데스!!!」

「테-챠아아아ㅏㅏ아아아ㅏ아아아아ㅏ아아ㅏ!!!!!!!!!!!!」

자실장은, 자기가 낼 수 있는 한 힘껏 목청을 뽑아서 공원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러댔다.

「공원오바상들 도와주는테챠아아ㅏ!!! 닝겐노예들은 어서 와타치를 구해주는 테챠아아아아아!!! 이 학-대-파 노예들이 와타치를 죽이려고 하는테치이이이ㅣ!!!!」

「어떤 마라같은 자가 이 새벽에 시끄럽게 구는데스우!!」

「고기! 고기인데스! 아침식사로 고기는 최고인뎃스!!」

「데프픗! 저 고기는 와타시의 것인뎃승!!」

「층간소음은 용서하지 않는데스!! 철권제재를 받으러 당장 뛰어나오는데스우!!!」

그리고 자실장이 시전한 전투의 함성의 결과는 공원 전체의 대규모 광역어그로... 6시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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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와타시가 막는데스! 장녀는 저 분충놈이 자해하지 못하게 막는데스앗!!!!」

소리를 빽빽 지르는 자실장에게 어그로가 끌린 수십마리의 실장석이 손발로 차고, 흔들고, 문을 억지로 열려고 했다. 그야말로 골판지는 아비규환이였다.

「와타시는 이대로 죽을 수는 없는뎃샤앗-!!」

친실장이 물을 보관하던 패트병에서 물을 전부 쏟더니 몽둥이처럼 마구 휘두르기 시작한다. 문은 작은 나뭇가지와 친실장의 몸만이 지탱하고 있어 들썩거리고 있었고, 겨울을 대비해서 이중으로 만든 골판지라지만 이정도 숫자 앞에선 시간문제인 것이다.

하지만 친실장의 노력에도 무색하고 골판지를 뚫고 손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수많은 실장석들의 살의가 담긴 행위에 자실장들은 이미 빵콘한지 오래다.(저 실장석들이 자신을 구하러 온거라고 멋대로 착각하고 있는 분충 한명을 제외하고는)

그리고 그순간, 골판지의 왼쪽 벽에선 분충차장녀가, 오른쪽벽에선 공포에 떨고있던 엄지가 뚫고 들어온 손들에게 붙잡혀서 끌려나가려고 한다.

「치프프픗! 와타치는 여기서 탈출인텟츄웅♪」

「레에에엥!!! 오네챠!!! 마마!!! 도와주는레치!!」

애석하게도 친실장은 문을 막느라 자리에서 한발짝도 움직이지 못한다. 지금 차장녀와 차녀엄지의 목숨은, 장장녀에게 달려있다.
장장녀는,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에 직면해버렸다. 하지만 빨리 한쪽을 고르지 않으면 둘 모두 잃는다. 가족의 미래인가, 아니면 가족의 과거인가....

눈에서 멈추지 않는 피눈물을 흘리며 장장녀는 결국 슬픈 선택을 해버렸다.
「이모토챠!!!」
「살아있어야 하는테치!!! 살아만 있으면, 앞으로 콘페이토 전부 이모토챠에게 양보하는테치!! 약속하는테치!!!」

인파, 아니 실장파 속으로 사라져버린 엄지를 뒤로하고 장장녀는 분충차장녀의 팔을 잡아끌어서 골판지 안으로 빼내었다. 그 후 목숨을 구해준 댓가로 자신을 방해했다며 뺨을 맞는다는 것이, 장장녀는 너무나도 분했다.

「버텨야하는데스! 이제 곧인데스! 해씨는 빨리 떠주는데스우!!!」

골판지 너머로 주먹 한방을 맞는 순간, 순간적으로 친실장의 팔에 힘이 풀려버렸다.

「이제 못버티는데스우...」

그 말과 함께 친실장은 활짝 열리는 골판지의 문짝과 함께 하우스의 구석으로 날아가버렸다. 골판지 하우스가 완전히 붕괴되고 집으로 밀려들어오는 성체실장들이 장장녀의 팔을 잡아뜯는다.

「마마..」

장녀 자실장의 머리는 작은 소리와 함께 성체실장의 입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지벳!」
「데갸아악!」
「데스우우우우!!」
「데교오오옷!!!」

골판지 하우스 주변의 실장석들이 모조리 떨어져나간다. 상황파악이 안되어서 어안이 벙벙한 친실장과 장녀자실장의 앞에는, 플라스틱제 파이프를 들고있는 토시아키가 있었다.

"6시 00분!"
"아슬아슬하게 살았네 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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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들 있었냐"

「닝겐상... 존나 치사한데스.. 1분만 빨리오면 뭐가 덧나는데스?」

"시간약속은 정확히 해야지. 그녀석은?"

골판지하우스에서 어기적어기적 팔자걸음을 하며 차장녀가 걸어나왔다.
「드디어 온데스 노예닝겐!! 어서 리무진을 끌고오는테치! 봉사하는테치! 보디가드들은 어서 호위하는테치!」

"가벼운 찰과상에 두건이 조금 뜯겨나갔네. 그래도 이정도면 세이프로 쳐줄게"

「닝겐상... 차녀이모토챠는 어떻게된테치..?」

"그녀석? 어... 저깄네."

골판지 하우스에서 던져진 차녀엄지는 독라달마가 된것도 모자라서 상반신과 하반신이 덜렁거려서 떨어지기 직전이였다. 토시아키는 엄지한테 달려가서, 혹시 몰라 가져온 실장활성제를 부어준다. 몸이 작은 탓에 한통을 다 부어주니 금새 몸이 붙었다.

"이정도면 일어날거다. 야 차녀!"

「레후~」

"저런...이녀석, 구더기로 퇴행해버렸네"

「레후~ 닝겐상 프니프니레후~」

죽기 직전까지 간 엄지의 위석은, 스트레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지능을 구더기 수준으로 퇴행시켜버렸다. 정신은 붕괴했지만 사실 엄지인 것이 다행이였다. 엄지는 몸이 작으므로 동족식 실장들의 최우선 순위에선 제외되었기에 손발이 뜯겨나간 채 골판지 너머로 던져지는 것으로, 관심이 끌리지 않았으니까.

그동안에도 토시아키 발밑의 분충차장녀는 테치테치 개소리를 지껄이고 있다.

「그 분충은 어떻게하는데스?」

"키울래?"

「키울리가 있는데스? 이제 저녀석 말만 들어도 머리에 피가 쏠리는데스. 학대파가 왜있는지 이제는 알것같은 데스」

"그럼 버려야지. 쓸모없는 사육실장은 공원에 방생이라고. 넌 이제 여기서 맘대로 살아라. 충고하는데 최대한 빨리 도망치는게 좋을걸?"

「테쟈아앗! 이자식도 똥노예인테치! 정말 와타치는 최고로 불행한테치!」

"하나"

「지금이라도 독라가 되고 비는테치! 그러면 와타치의 넓은 아량으로 용서해주는테치!」

"둘"

「나때는 이런 똥노예는 모조리 운치굴행이였던테치! 정말 요즘 세상 좋아진테치!」

"셋!"

놓아둔 분충자실장을, 토시아키가 다시 낚아채서 집어들었다. 이제야 말을 듣는줄 알고 치프프 하고 웃고있는 자실장.

「닝겐상 뭐하는데스?」

"이녀석 우리가 방금 방생했으니 들실장이지?"

「그런데스가?」

"들실장은 잡아다가 학대해도 되는거 아니냐?"

토시아키와 친실장의 눈이 마주치자, 서로 뜻이 통했는지 씨익 웃어보인다.
「지당하신 말씀인데스. 주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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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맞다"

집으로 가던 도중, 토시아키가 주머니에서 콘페이토를 세개 꺼내서 이동용 케이지에 있는 실장석들에게 나눠주었다.

"집에가면 더 엄청난게 많지만, 우선은 이거부터야"

「감사한데스..오로롱.. 아마아마한데스웅-」

「우지챠도 아마아마한레후~ 어디선가 그리운 맛이 나는 레후~」

「...」
다른 가족이 콘페이토의 달콤함에 감동하고 있을 때, 장녀는 손에 놓인 콘페이토를 바라보다가, 슬며시 콘페이토를 구더기 앞에 두었다.

「레후? 오네챠는 안먹는레후?」

「....그런게 있는테치」

「이 맛있는걸 안먹다니 오네챠는 특이한레후~」

두번째 콘페이토를 핥고 있는 동안, 장녀자실장은 말없이 몸은 엄지인 구더기의 배를, 조용히 프니프니해주었다.






미도리의 기묘한 이야기 - 바람의 독라

 

내가 미도리를 만난 건 지금으로부터 5년 전, 20년만의 한파가 몰아닥친 겨울의 일이었다.

편집자와의 술 약속이 갑자기 취소된 바람에 하릴없이 집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려는 찰나, 웬 꾀죄죄한 실장석 하나가 자실장 하나를 안아들고 내게 다가온 것이다. 오리털 파카로 막아도 베일 것 같은 칼바람을 실장석의 같잖은 옷가죽 한 장으로 버틴다는 건 어불성설이건만, 그 실장석은 곧 파킨사할 듯 파들바들 떨면서도 제법 예의를 갖춰서 인사하는 게 아닌가. 세상엔 애호파도 학대파도 있다지만 난 굳이 말하자면 어느 편도 들지 않는 쪽이어서, 그 조그만 게 대체 무엇을 하려고 내 앞을 막나 하고 시큰둥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이야기는 간단했다. 원래는 자식을 키우는 데 어려움이 없었지만 이번 겨울은 너무나 추워 버티기 힘드니 날이 풀릴 때까지만 잠시 맡아달라는 말이었다. 몰래 탁아를 시도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개념이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말투까지 실장석치고는 꽤 정중한지라 혹시 원사육실장인가 하고 살펴봤지만 인식칩도 이름표도 없고 옷도 전형적인 들실장의 것인 걸 보면 그런 건 아닌 듯했다. 혹시나 하고 이번엔 자실장을 살폈다. 간혹 분충들이 자기 자식을 학대해놓곤 살려달라며 자작극을 벌인단 말을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자실장은 이미 죽어 있었다. 사람도 못 견디는 추위를 친실장의 품속이라 한들 미약한 자실장이 버틸 리가 없었으니. 그렇게 일러주자 친실장은 소리도 못 지르고 그 자리에 엎어져 버렸다. 아, 파킨사했나 싶었지만 기절했을 뿐 아직 살아 있었다. 그냥 두고 가려니 왠지 마음에 걸려 집에 데리고 와 버렸다. 그 실장석이 미도리였다.

미도리는, 정말 보기 드문 개념실장이었다. 따뜻한 물로 씻기고 마른 걸레로 덮어주자 곧 정신을 차린 다음 한 것이 자식의 죽음을 애도하기 앞서 목숨을 구해준 내게 감사 인사를 드리는 것이었을 정도로. 자신의 위치가 어디쯤인지, 자신이 무엇을 하는 게 신상에 이로운지 잴 수 있는 실장석은 거의 없으며, 때문에 매 초마다 몇 마리씩 죽어나가고 있는 게 놈들의 현실인 걸 놓고 보면 그와 같은 태도는 정말 희귀한 것이라 볼 수 있었다. 운도 기가 막히게 좋았다. 적어도 학대파가 아닌 날 찾아 왔으니. 흥미가 돋은 난 미도리를 키우기로 결심했고, 4년 뒤 불행한 사고가 생기기 전까지 우리는 한 집에 살았다. 불쌍한 미도리, 눈깔사탕을 한 입에 삼키면 안 된다고 그렇게 일렀건만.

미도리와 함께 지내면서 난 보통 실장석을 기르는 집에선 거의 하지 않을 짓을 종종 했다. 그동안 살면서 어떻게 지냈는지 이야기를 나눈 것이다. 물론 미도리가 그만한 지성을 가진 흔치 않은 실장석이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에 앞서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진 자 특유의 호기심이 발동한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미도리는 내 엉뚱한 시도에 훌륭하게 보답해주었다. 언젠가 미도리는 공원 방향으로 이상한 옷을 걸친 인간들이 몰려가고 난 다음이면 으레 바람에 비명과 피냄새가 섞여 오는 일을 다섯 번은 겪었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건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미도리가 말한 건 2년에 한 번씩 있는 공원구제임이 분명했고, 그 말에 따르면 그녀는 최소 10년은 넘게 살았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현명할 뿐만 아니라 오래 살아왔기도 한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오래 살고 그만큼 많은 걸 보고 들었기에 현명해졌다는 게 맞겠지만. 태어나자마자 죽는 경우도 부지기수인 들실장의 삶에 비하면 그녀는 정말 천운이 따랐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오래 산 탓인지 미도리는 종종 내게 믿지 못할 이야기를 하곤 했다. 확실히 1년마다 세대가 바뀌는 실장석의 특성상 오래 살면 살수록 별의별 일을 다 겪게 되리란 건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부터 할 이야기도 미도리가 언젠가 내게 해주었던 걸 기억을 되살려 받아 적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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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타시가 아직 엄지에 불과했던 때의 일인데스.

그땐 와타시도 마마와 오네챠, 이모토챠, 우지챠와 함께 공원에서 살고 있었던 데스. 그땐 그래도 먹이 구하기가 쉬워서 지금처럼 다들 고생하면서 살진 않았던 데스. 다만 그 공원엔 한 가지 큰 문제가 있었던 데스.

굉장히 큰 실장이 하나 있었던 데스. 공원의 두목실장이었던데스. 정말이지 커서, 닝겐사마의 허리까지 올라오는 놈이었던 데스. 붕쯔붕쯔를 하면 닝겐사마들도 슬금슬금 피할 정도였데스. 덩치만큼 포악해서, 마음에 안 들면 때려눕히곤 사지를 뽑아버렸던 데스. 다들 당해내지 못해서, 먹을 게 풍부해도 놈에게 바치느라 온종일 굶어야 했던 데스. 게다가 놈은 동족식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놈이었던 데스. 보통은 어쩔 수 없이 하거나 갈 데까지 간 놈들이나 하는 걸, 놈은 마치 콘페이토를 먹듯이 해치웠던 데스. 와타시가 태어나기 전에 있었던 오네챠들도, 놈에게 먹혔던 데스.

놈에게도 자실장들이 있었지만 둥지에다 꽁꽁 숨겨두고 언제나 우지챠 한 마리만 데리고 다녔던 데스. 그 우지챠도 무지막지 큰 놈이었던 데스. 뱃속에 있을 때 같이 있던 엄지와 우지챠를 몽땅 먹어 치우고 태어난 놈이라 다들 수군거렸던 데스. 우지챠 주제에 독라 노예를 거느릴 정도로 건방졌던 데스.

다들 그 놈만 보면 치를 떨었던 데스. 하지만 이길 수 없어서 다들 숨죽이고 살았던 데스. 겨우 비축한 비상식량을 빼앗기고, 자실장과 엄지가 잡아먹히고, 우지챠는 큰 우지챠에게 잡아먹히고, 대들면 팔다리가 뽑혀 자판기가 되거나 독라노예가 되는 매일매일이었던 데스. 다들 언제까지 이리 사나 하고 거의 파킨사 직전에 몰려 살았던 데스.

그날까지는 데슷.

어느 날 공원 입구에 웬 독라가 나타났던 데스.

우리 구역의 놈은 아니었던 데스. 분명 다른 데서 쫓겨나 여기까지 흘러온 놈이라고 다들 수근거렸데스. 희한한 건 독라인데 뭘 걸치긴 했다는 것이데스. 얼룩덜룩한 턱받이를, 몇 겹이고 허리에다 두른 놈이어서 다들 희한하게 보고 있던데스.

이윽고 다른 실장이 그 독라에게 다가가서 타일렀던 데스. 분명 매우 마음씨 여린 실장이었던 데스. 여기엔 아주 흉악한 놈이 살고 있어서 머무를 데가 못 되니 차라리 도망가는 게 좋을 거라고 했던데스. 보통 독라를 보면 노예로 삼으려 들거나 자판기로 만드는데 말이데스. 그런데 그 독라는 가만히 듣다가 별안간 이렇게 외치는 게 아닌데스?

‘이 곳에서 가장 강한 놈을 데려오는 데스!’

마치 화난 닝겐사마가 외치는 것처럼 커다란 목소리였던 데스. 옆에서 듣고 있던 몇이 바로 빵콘해버릴 정도였던 데스. 그러자 소리를 들었는지 몇몇 분충이 나뭇가지를 들고 달려왔던데스. 건방진 독라를 자판기로 만들어버려야 한다고 했던데스. 무서워서 와타시는 마마 뒤로 숨었던 데스.

아무도 예상 못한 일이 벌어졌데스.

독라가 손을 내지르자 나뭇가지를 들고 달려든 분충의 몸에 구멍이 나버렸던 데스. 다른 한 놈은 팔을 휘두르자 머리가 한 바퀴 돌고는 그대로 파킨해버렸던 데스. 그러자 다른 분충들이 모두 빵콘해서 흩어져 버린데스. 와타시들은 보고도 믿을 수 없어서 그 자리에 서 있을 수밖에 없었던 데스. 그러자 독라가 먼저 이쪽으로 다가왔던 데스. 마마는 독라가 와타시를 해코지할까봐 꼭 껴안은 데스. 그렇지만 독라는 와타시한텐 관심이 없었데스. 다만 이렇게 말한 데스.

‘이런 친피라론 부족한데스. 가장 강한 놈을 데려와라는 데스.’

마마는 어떤 면에선 무모했던데스. 어쩌면 두목실장을 몰아낼 기회가 생겼다고 생각했던데스. 실패하면 일가실각이지만, 걸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겼던 데스. 그래서 독라를 두목실장의 둥지 앞에 데려갔던데스. 독라는 둥지 앞에 오자마자 큰 소리로 외쳤던 데스.

‘가장 강한 놈은 이리 나오라는 데스. 나오지 않으면 겁쟁이 분충일 뿐인데스.’

어느새 구경하러 나온 일가가 그 기세에 모두 빵콘해버린데스. 이윽고 두목실장이 큰 우지챠와 함께 나온데스. 하지만 붕쯔붕쯔도 없이 그저 데스스스 웃기만 했던 데스. 하기야 독라 주제에 감히 닝겐사마도 가까이 않는 자신에게 덤빈다는 게 기가 찼을 것인데스.

‘데스스스, 멍청해보이는 독라데스. 자판기로 쓰면 딱 좋을 것 같은 데스.’

옆의 우지챠도 거들었데스.

‘멍청한 레후. 오마에는 마마의 붕쯔붕쯔만 봐도 빵콘해버린레후. 여기서 그만두면 특별히 와따시의 프니프니 노예로 삼아주는 레후. 목숨을 건질 유일한 방법인 레후.’

하지만 독라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다가갔던 데스. 그러자 두목실장 앞으로 몇몇 분충들이 나선데스. 닝겐사마들도 그렇지만, 힘센 자 곁엔 언제나 아양을 떨어서 콘페이토 조각이라도 챙기려는 분충들이 있는데스. 놈들도 그런 부류였던 데스. 자그마치 열둘이나 됐던 데스. 놈들도 두목실장을 믿고 다른 실장들의 식량을 뺏던 놈들이었던데스. 놈들이 한꺼번에 덮쳤던데스. 우린 분명 독라가 금방이라도 갈기갈기 찢겨서 고기가 될 거라 생각했던데스.

정확히 반대였던 데스. 덤벼들었던 분충들은 하나 같이 어디가 부러지거나 구멍이 나서 쓰러졌던 데스. 대략 눈 세 번 깜빡이자 열두 놈이 모조리 쓰러진데스. 이건 닝겐사마께 거짓 없이 전하는 진실인데스.

그 모습을 보자 두목실장도 조금 두려워졌는지 약간 물러났던데스. 하지만 두목이 고작 독라에게 밀려서야 체면이 서지 않았던 데스. 결국 두목실장은 붕쯔붕쯔로 위협하며 독라에게 다가갔데스. 손을 뻗어서 매번 하던 것처럼 팔을 뽑으려 했던 데스.

독라가 더 빨랐던 데스. 뻗은 팔을 잡아서 비틀어버린 데스. 이상한 소리와 함께 두목실장의 팔이 풀잎처럼 덜렁거렸데스. 그와 같은 소리는 언젠가 학대파가 찾아와 이웃의 실장의 목을 비틀어 뽑을 때 났던데스.

한 번도 그렇게 다쳐본 적이 없는 두목실장은 데샤아아아악 하고 울부짖으며 뒹굴었던데스. 그러자 독라가 그 위로 올라타고는 두목실장의 얼굴을 연신 갈겼던데스. 얼마나 세게 갈겼는지 한 번 갈길 때마다 얼굴이 안으로 쑥 들어가는데스. 피범벅이 되어서 눈이 물들어 강제출산이 되어버린데스. 뎃데레- 하고 두목실장이 우지챠를 쉴 새 없이 쏟았지만 독라는 멈추지 않았던 데스. 독라가 손을 멈췄을 땐 공원의 모든 실장들이 모여 구경하게 되었고, 두목실장의 머리는 목 위에서 사라져 있었던 데스.

큰 우지챠는 ‘마마가 핀치레후. 세레브한 와타시는 독립하는 레후-’하면서 도망가고 있었던데스. 독라는 그마저도 보내지 않았던 데스. 꼬리를 낚아채고는 땅바닥에다 세게 내리쳤데스. ‘레뺫-’하고 우지챠의 눈알이 튀어나간데스. 그걸로 두목실장의 시대가 끝장난데스. 독라는 두목실장의 시체에서 턱받이를 뺏들고는 허리에다 매달았데스. 그제야 와타시들은 독라가 다른 여러 곳의 두목실장을 끝장냈다는 걸 깨달은 데스.

제일 먼저 그 전날 자실장을 잡아먹힌 실장이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던데스. 그 뒤에 이어 모두가 두목실장의 시체에 달려들었던데스. 복수의 시간이었던 데스. 시체는 금방 뱃속으로 사라지고 갓 태어난 우지챠들도 간식이 된데스. 두목실장의 집도 털린 데스. 자실장들도 모조리 끌려나와 모두의 식사로 전락한 데스. 닝겐사마의 말로 하면 인과응보인 데슷?

하지만 독라는 시원찮은 표정이었던 데스. 다른 실장들이 둘러싸고 모두의 보물이라고 치켜세웠지만 기뻐하는 기색이라곤 보이지 않았데스. 와타시는 궁금해 하다가 문득 독라의 팔을 봤던 데스. 독라의 팔 끝엔 조그만 상처가 나 있었던 데스. 아마 두목실장이 죽기 전에 마지막 발악으로 물어뜯었던 게 분명한 데스. 독라도 그걸 보고 있었던 데스. 그러곤 나지막하게 중얼거리는 데스.

‘아직 수행이 부족한 데스...’

독라는 그 길로 공원을 떠났고, 두 번 다시 볼 수가 없게 되었던 것이데스.

이 이야기는 모두 참인 데스. 와타시가 보장하는 데스.

이 이후에 공원은 평화로워졌지만 얼마 못 가 또 위험한 일이 생겼던데스. 마마가 공원을 버리고 와타시를 데리고 나와 떠돌이 생활을 하게 된 건 바로 그 때문인데스.

그 이야기에 대해 듣고 싶은 데스?

그렇다면 내일 아마이한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달라는 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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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미도리는 수많은 이야기를 내게 해주곤 했다.

오늘 같이 바람이 차가운 날이면 으레 그때의 기묘한 이야기들이 떠오르곤 하지만, 다른 이야기들을 꺼내는 건 다음 기회에 미루도록 하겠다.


-끝-






경계선

 

4월의 두루마리 공원, 오전 1시.

“데뎃, 데베베벱-”

성체실장 하나가 화변기에 퍼질러 누운 채 총구에 힘을 주고 있다. 붉게 물든 두 눈이 출산이 임박했음을 알렸고, 벌려진 총구 안쪽에서는 묽은 배설물과 함께 점막 덩어리가 나올락 말락 하고 있었다.

이 개체는 제법 영리한 축에 드는 듯하다. 대부분의 실장석은 낮에 활동하고 밤에는 수면을 취하는 게 보통이지만, 이 녀석은 다른 동족들이 곯아떨어지기를 기다린 뒤 일부러 한밤중에 출산을 시도하고 있었다. 예민한 후각이 도움이 되긴 하지만 역시 낮보다는 몸을 움직이기가 어려운데도. 그 이유는 아마 다른 동족들의 습격이라는 위험 요소를 배제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동족식에 별다른 터부를 갖지 않는 실장석에게 있어 막 출산을 끝내어 힘이 빠진 친실장과 갓 태어나 연약한 자충들은 말 그대로 한 끼 식사로의 정중한 초대장이나 다름없다. 물론 그걸 알기에 서너 마리씩 임시 무리를 짓거나 출산 이후 최소한의 조치만 한 뒤 바로 싸들고 집으로 튀는 식의 예방책을 세우긴 하지만… 그런 수고를 들여도 꼭 한두 마리씩은 배고픈 동족의 간식거리로 전락하기 마련이다.

“데교오오옥!”
“텟테레~”

그러나 이 개체는 일부러 밤잠을 설치는 노고를 들인 덕에 아무런 걱정 없는 출산의 기회를 얻었다. 운좋게도 화장실엔 불까지 켜져 있었다. 노력의 대가라고 해야 할까. 일단 한 마리가 총구를 비집고 나오자 둑이 터진 듯 점막에 쌓인 자충들이 쉴 새 없이 산성(産聲)을 토하며 쏟아져 내렸다. 큰 놈은 중지 정도의 크기, 작은 놈은 새끼손가락만 하다. 꼬물대는 구더기 같은 것들이 그렇게 11마리 태어났다.

숨을 몰아쉬던 성체는 자들의 수를 헤아려보고는 꽤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짓는다. 허나 안심하긴 이르다. 변기에 고인 물이 시간을 최대한 늦춰주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마음 놓고 있다간 몇 분도 안 되어 점막이 말라붙어 저실장으로 변할 터이다. 일단 제일 큰 놈을 하나 골라 혀로 점막을 핥는다.

과학의 힘으로도 채 해명되지 않은 경이로운 순간이다.

점막이 제거되어 공기와 접촉하자 구더기 같던 몸에 변화가 일어난다. 돌기가 길어져 사지를 이루고 포대기는 분리되고 벌어져 두건과 원피스 형태의 옷을 이룬다. 곧 뒷머리와 턱받이가 돋고 팬티가 생긴다. 인간은 이 변이에 대해 그저 경악밖에 나타내지 않는다. 그러나 실장석에게도 충분히 신비스러운 시간이다.

“텟츙~”

친실장에게 자실장은 애교를 떤다. 건강한 우량아다. 키울 만한 가치가 있다. 친실장은 순식간에 판정을 끝내고는 변기 바닥에 자실장을 조심스레 내려놓는다. 위석으로 각인되었는지 가장 가까운 점막 덩이에 달라붙어 물어뜯고 핥아댄다. 친실장 또한 다음 자충을 집어 들어 점막을 취한다.

“레치치칫!”

점막이 사라지고 변이가 끝난 자충이 엄지 특유의 미성숙한 웃음소리를 냈다. 순간 친실장의 얼굴이 굳는다. 들생활에 있어 응석받이 성향이 강한 엄지는 애정 깊은 개체가 아니고서야 그다지 반갑잖은 존재다. 그러나 일일이 신경 쓰고 대응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맏이가 알아서 처리하도록 곁에 내려놓고는 다시 작업에 임한다.

다행히 두 마리 모두 별 탈 없이 친의 점막 제거를 돕는다. 속도는 점점 빨라진다.

몇 분 뒤, 11마리 모두의 점막 제거가 끝났다. 결과는 자실장 네 마리, 엄지 세 마리, 저실장 네 마리. 자식욕이 강한 개체라면 실망할지도 모르지만, 친실장에겐 그럭저럭 합격점이다. 갖가지 울음소리로 적막을 깨는 자들을 내버려둔 채 친실장은 잠시 주위를 살핀다.

인기척도, 불길한 냄새도 느껴지지 않는다. 당분간은 괜찮을 듯하다.

마음을 정한 듯 친실장은 옷을 걷는다. 적록색의 젖꼭지가 드러난다.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혐오스러워하는 기이한 신체. 그러나 여기서부터 실장석의 출산 그 두 번째 신비가 펼쳐지는 것이다.

친실장은 우선 자실장 두 마리를 집어 들어 가슴팍에 묻는다. 순간적으로 숨이 막혀 버둥대던 두 놈은, 곧 위석에 각인된 기억에 따라 꼼지락대며 젖꼭지를 찾아 움직인다. 그렇게 어미의 젖을 찾아내어 물고 빤 지 몇 초 지나지 않아, 신비의 정체가 직접 그 몸으로 드러난다.

중지 비슷한 크기의 작달만한 몸이 몇 배속 영상처럼 순식간에 자라난다.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두 마리는 어지간한 손바닥 정도의 크기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자실장의 몸집으로 자라났다. 물리법칙이 실종된 듯한 광경. 그러나 그 본질은 의외로 평범하다.

꿀벌의 애벌레가 로얄젤리를 먹느냐 아니냐의 차이로 여왕벌과 일벌로 갈리듯, 실장석의 초유는 자충을 ‘진정한 새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비록 자실장과 엄지가 갓 태어날 땐 비슷한 크기더라도 곧 몸집과 건강 상태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차이가 나는 건 바로 이 초유의 영향 탓이다. 제 머리만 한 새끼를 십 수 마리씩 뱃속에 넣고 다닐 필요가 없는 것 또한 초유의 힘 덕분이다.

물론 이 기적을 체험할 수 있는 개체는 한정되어 있다. 비상식량 취급인 저실장은 당연히 제외된다. 엄지 또한 마찬가지다. 신체 대부분은 비슷하게 발달해도 아직 머리 부분이 미성숙한 탓에 초유의 폭발적인 성장력이 잘 듣지 않는 탓이다.

불운한 추자들도 초유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늦가을엔 노동력을 제공하고 겨울엔 몸을 비상식으로 제공할 놈들에게 초유를 나눠준다는 건 아까운 일이니까. 자를 비상식으로 여기거나, 번식욕과 권력욕을 동일시해 다산하는 개체의 경우엔 아예 초유를 먹이는 것 자체를 꺼리기도 한다. 소모품에게 영양분을 제공하는 건 과분한 일이니까.

아무튼, 순식간에 몸이 불어난 언니들을 보며 변기 바닥에서 자충들은 신기해한다. 대단하다, 멋지다, 부럽다!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 작디작은 몸으로 아우성쳐보지만 친실장은 냉정하게 테치테치 우는 자충들만 들어다 젖을 먹인다.

저실장들이야 지능이 떨어지니 곧 흥미를 잃고 프니프니를 요구하지만, 엄지들은 슬슬 떼를 쓰기 시작한다. 왜 저 녀석들만 먹이는 거냐! 나도 먹고 싶다! 먹고 커지고프다! 그러나 친실장은 무시한다. 이미 격이 달라진 자실장들 또한 자기네들끼리 떠들기 바쁘다.

곧 한 마리가 폭발하는 분충성을 이기지 못하고 친실장을 매도하기 시작한다. 당장 내게도 젖을 먹여라, 똥애미! 독라로 만들어버린다! 위석에 각인된 기억은 이미 그들에게 독라는 노예라는 철칙까지 가르쳐준 듯하다.

이윽고 초유를 다 먹인 친실장은 자실장들을 쓰다듬으며 엄지들을 관찰한다. 엄지들은 떼를 쓰고 악을 지르고 구르고 욕을 한다. 얼음장 같은 적록색 눈에 곧 남다른 한 마리가 들어온다. 다른 자매들을 보며 어쩔 줄 모르는 엄지. 이러면 안 된다, 이건 아니다 하는 말을 해보지만 자매들이 듣지 않아 난처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감식은 순식간에 끝났다.

친실장은 일어났다. 엄지들은 순간 멈칫한다. 일어선 마마는 그 무엇보다도 커서 올려다보려면 목이 꺾일 지경이다. 그 커다란 마마가 곧 시커먼 무언가에다 자신들을 들어 조심스럽게 집어넣는다. 그것이 실장석의 필수품인 비닐봉투라는 건 아직 엄지들은 모른다. 이젠 알 필요도 없지만.

행여나 뭉개질까 조심조심, 엄지와 저실장들을 집어다 봉투에 넣고는 둘러멘다. 비닐봉지 안에서 엄지들은 뭐가 그리 좋은지 치프픗 웃어댄다. 똥애미가 드디어 분수를 알았다. 그래서 이렇게 걸을 필요 없이 편히 들고 가 주는 것이다. 분명 콘페이토와 스시가 있는 곳으로 갈 것이다! 분충이 행복회로를 돌리는 속도는 동족들에 비견해도 혀를 내두를 수준이다.

그러나 한 마리, 조심스럽게 행동하던 엄지만은 비닐봉투 대신 자실장들 곁에 놓아진다. 왜 자신은 다른 자매들과 함께하지 않는지 어리둥절하던 엄지에게 친실장은 말한다.

-오마에는 걷는 데스. 뒤따라오는 데스우.

그리고는 걷는다. 자실장들도 곧 그 뒤를 따른다. 영문을 모른 채 멍하니 있던 엄지도 황급히 뒤따라 걷는다. 엄지의 작은 보폭으론 느리게 걷는 편인 친실장을 따라잡기도 여간 고역이 아니다. 하지만 본능이 알려준다. 여기서 뒤처지면 버림받는다. 버림받으면 죽음뿐이다. 울음마저 참아가며 엄지는 친실장과 언니들을 뒤쫓는다.

앞서 말했듯이, 들생활에서 엄지는 반갑잖은 존재다. 응석은 심하고, 식탐은 강하고, 지능은 떨어지고, 분충일 가능성도 높다. 그러므로 들실장은 엄지를 자식이라기 보단 일종의 ‘여러 기능이 달린 비상식량’으로 다루곤 한다. 저실장이 파킨하지 않게 프니프니를 시키거나, 집안이 더러워지지 않게 운치를 치우거나, 자들에게 예절을 가르칠 때 교재 대신 이용하는 등. 물론 무엇을 시키든 결국은 운치노예로 쓰이다가 잡아먹히는 결말이긴 하지만.

그러나 드문 예외가 있다. 기를 만한 가치가 있는 이성을 가지고 있을 때가 그렇다. 비록 초유도 영양분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한 엄지가 제대로 성장할 기회는 드물지만, 놈들도 역시나 실장석. 저실장도 고치를 틀고 우화하듯 운만 따라준다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친실장은 눈치를 살필 줄 아는 엄지를 따로 골라낸 것이다. 만약 집까지 제대로 따라온다면 엄지는 막내로 대접받으며 자랄 것이다. 뒤처진다면… 뭐, 그땐 자신이 상관할 바 아니니 상관없고.

흙길을 밟으며 아픔을 느끼는 엄지는 봉투 안에서 떠들고 있는 자매들이 부러웠다. 봉투 안의 엄지들은 나머지 한 마리의 자매가 버려졌다며 웃고 떠드는 중이었다. 잠시 뒤엔 처지가 거꾸로 될 것이다. 처절하게. 놈들의 운명은 이미 정해졌다. 사지를 하나씩 언니들의 첫 식사로 헌납당한 뒤 운치굴에 처박혀 프니프니노예로 여생을 보낼 것이다.

자와 노예 사이의, 삶과 죽음 사이의 경계선은, 그렇게 지금 막 정해졌다.

시간은 이제 오전 2시에 다다랐다. 도심의 밤하늘엔 별도 달도 없지만, 대신 가로등의 주황빛 조명이 보도를 비추고 있다. 그 빛을 친실장 하나와 자실장 네 마리와 엄지 한 마리가 가로지르며 잠시나마 길쭉한 그림자를 남겨놓았다.

그 일가의 앞날이 번영일지 실각일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내딛는 걸음은 그림자만큼이나 곧았다.


-끝-






약탈자들 1~2 (완)

 

독라의 이름은 메론이었다.

이름이 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 메론은 원래 사육실장 출신이었다. 만약 자를 낳지 않았다면, 낳았다 하더라도 눈앞에서 자들이 처분당하는 현실을 받아들였다면, 어쩌면 아직까지도 메론은 여전히 실장푸드와 사육복을 누리는 생활을 이어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자들의 죽음에 눈이 돌아간 나머지 주인의 발목을 물어뜯은 대가는 참혹했다. 최후의 자비로 골판지 박스는 남겨놓고 간 주인이지만, 사육실장을 독라 상태로 공원에 방생한다는 건 사실상 직접 손대지만 않았을 뿐이지 사형선고 판결이나 마찬가지라는 건 본인이 잘 알고 있었다. 기껏해야 하루 이틀 버티고 끝장날 거라 주인은 생각했다.

그 예측은 틀렸다.

[마마는 먹을 것을 구하러 가는 데스우. 자들은 마마가 올 때까지 밖으로 나오지 마는 데스.]

[하이 테치. 오늘도 맛난 거 잔뜩 가져오는 텟츄웅!]

[마마 와따치도 맛난 거 먹고 싶은 레치!]

[레후? 우지챠도 먹는 레후? 그럼 프니프니 안 하고 가도 괜찮은 레후.]

골판지를 나서는 메론을 자들이 배웅했다. 자실장이 둘, 엄지가 셋. 게다가 웬만하면 비상식 취급받을 저실장도 하나 있었다. 공원의 독라가 키운다곤 생각지 못할 대가족. 애초에 독라로 버려진 지 1년을 넘겼는데도 화장실 노예가 아니라 골판지 하우스의 주인 노릇을 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지만... 메론은 해냈다.

운이 죽여주게 좋아서? 글쎄. 들실장의 세계에서 운이란 믿을 게 못 된다. 아침 때 불행을 넘기더라도 저녁 때 죽음의 운명이 내려치는 게 놈들의 일상이다. 이 모든 건 오로지 메론 자신의 수완 덕분인 것이다.

위이이이이잉-

[데에에에....]

어디선가 울리는 소음에 메론은 발걸음을 잠시 멈추었다. 언젠가부터 계속 들려오는, 고막을 자극하는 불쾌한 울림. 마치 집 근처를 맴도는 것 같은 느낌에 등골이 싸하기도 하지만 저건 아무래도 어쩔 수 없다. 그보다 먹을 걸 구하는 게 더 급하다. 오늘 당장 먹을 것과 저장식을 해결해야 한다. 아직 그럭저럭 남아 있긴 하지만 들생활에서 앞날이란 알 길이 없는 것. ㅁ슨 수를 써서든 최대한 확보해놓는 게 좋다.

마침 메론에겐 좋은 계획이 있었다. 독라 사육실장이란 죽음의 패널티를 넘기게 해준 실장석 나름의 수완이, 구체적으로는 메론의 팔에 들린 비닐봉지 안의 무언가가 오늘도 그 위력을 발휘할 참이었다.

***

[마마, 저기 보는 테치! 왠 못생긴 아줌마가 독라로 있는 테치!]

[데프픗, 그런 데스. 참으로 꼴불견인 독라인 데스. 대낮에 나돌아 다니다니 죽음을 자청하는 모양인 데스.]

[마마, 죽게 놔두긴 너무 불쌍하니 세레브한 와타치가 노예로 삼게 해주는 테츄!]

[오마에는 너무 착해서 탈인 데스. 그럼 가서 저 독라를 노예 삼아 화장실에 처박도록 하는 데스우~]

먹이를 구하러 나온 듯한 친실장과 자실장이 메론에게로 다가왔다. 외적인 미를 중요시하는 실장석에게 있어 한눈에 알아보기 쉬운 옷과 머리카락은 곧 미의 상징이자 지위의 표식이다. 자연히 그걸 잃은 실장석은 하등 개체, 노예로 취급되어 부려 먹히거나 포식당해 삶을 마감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자실장과 친실장이 기분 나쁜 웃음을 지으며 메론에게 다가오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메론의 발밑까지 다가온 장녀는 곧 팬티를 내리고는 뿌직 하는 소리와 함께 운치를 한껏 싸질렀다. 그리고는 그걸 한 움큼 퍼서 메론의 발에다 발랐다. 노예로 삼겠다는 마킹이었다.

성체인 메론과 자실장의 체격 차이는 두 배를 웃돈다. 그러나 동족간의 포식이 만연한 실장석임에도 자실장에겐 두려워하는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등 뒤에 버티고 선 친실장을 믿는 걸까.

[노예! 오마에는 세레브한 와타치의 노예로 임명된 테치! 어서 도게자를 한 뒤 와타치의 총구를 핥는 테치! 그러면 와타치가 마마에게 일러 화장실에 살게 하는 자비를 베푸는 테츄! 말을 듣지 않으면 이 자리에서 독라로 만드는 테챠앗!]

[데프프, 장녀는 역시 영특한 데스.]

메론은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다만 친실장을 눈여겨볼 뿐이었다. 마치 무언가를 가늠하는 듯한 눈빛. 그러나 친실장은 장녀를 응원하느라 그 모습을 보지 못했다. 메론이 비닐봉지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등 뒤에 감추는 것도 보지 못했다. 비닐봉지를 손에서 놓는 건 그저 곧 도게자를 하기 위함이라 생각했다.

때문에.

[테, 테? 테찌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잇?! 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자, 장녀어어어어어어어어어?!]

그 독라가 갑자기 자를 잡아들어 다리를 물어뜯는 걸 막을 수 없었다.

[마맛! 마마앗! 살려주는 테츄! 노예가 미친 테치! 미친 독라인 테챠아아아아앗!]

[데겍! 당장 장녀를 놓는 데스, 미친 분충! 당장 자판기로 만들어버리는 데샤아아아앗!]

장녀의 오른다리를 다 뜯어먹은 메론은 친실장이 달려드는데도 느긋하게 서 있었다. 다만 코에 주먹이 면상에 처박히기 직전에 등 뒤에 숨겼던 무언가를 앞으로 뻗었을 뿐이다.

[데겍...!]

다름 아닌 꼬챙이였다. 공원 근처의 포장마차에서 파는 닭꼬치를 꿰던 것이다. 어느 몰지각한 시민이 먹고 버린 것을 메론이 주워서 일종의 단창처럼 다듬었고, 그 회심의 무기는 바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종종 요긴하게 쓰이곤 했다. 이번 희생양인 친실장은 구멍 난 목을 부여잡은 채 바닥에 뒹굴었다. 피가 목구멍을 막아 입을 열 때마다 꺽꺽거리는 소리만 났다.

동족이 험한 꼴을 당하면 보통 기분 나쁜 웃음을 지으며 조롱하는 게 들실장의 본성이다. 그러나 메론의 얼굴엔 아무 표정도 없었다. 숨이 막혀오는 친실장에게 그 무표정은 오히려 린치를 가하는 가학심 가득한 동족의 얼굴보다 더 끔찍한 것이었다.

[테치이이이이이이이이이잇?!]

메론은 뒤이어 장녀의 왼팔을 뜯어먹은 뒤 그대로 등 뒤로 던져버렸다. 그러고선 나지막이 물었다.

[오마에, 아까 와타시를 어떻게 하겠다 지껄인 데스?]

친실장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메론도 별다른 대답을 기대했던 건 아니었는지 말을 거두었지만 그건 끝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했다.

친실장은 왼쪽 눈두덩이에 강렬한 통증을 느꼈다. 메론이 꼬챙이 끝으로 그어버린 것이다. 본능적으로 메론의 속셈을 눈치채버린 친실장이 그만두라 외치려 했지만 목소리는 피에 잠겨 나오지 않았고, 다만 뱃속이 부글거리며 불운한 탄생을 예고하는 중이었다.

‘안 되는 데스, 지금은 안 되는 데스! 이 미친 독라 앞에선 안 되는 데샤아아아앗...!’

[텟테레~]

소리 없는 절규를 무시한 채 친실장의 몸은 출산신호를 받아들였다. 곧 몸의 영양분을 짜내어 만들어진 저실장들이 차례차례 쏟아져 나왔고, 메론은 그것들을 하나씩 봉지에 주워 담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노리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뒤늦은 후회 사이로 피할 수 없는 죽음의 예감이 스며 나오자 친실장의 뇌는 위석붕괴를 막기 위해 맹렬히 행복회로를 돌리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아닌 데스... 모든 건 꿈인 데스... 모두 나쁜 꿈인 데스우...

봉지가 제법 묵직해지고 친실장이 눈에 띄게 해쓱해지자 메론은 친실장의 눈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 자비를 베풀 생각인가? 아니, 뭔가 더 있다. 그러나 행복회로로 고통을 막는 것도 급급한 친실장이 그걸 깨달을 리는 만무했다. 어차피 안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호흡도 제대로 안 될 뿐더러 사지는 온전하더라도 강제출산으로 힘이 다 빠졌으니.

[와타시는 가보는 데스. 남은 건 오마에들끼리 알아서 하는 데스.]

이 말만을 남긴 채 메론은 짐을 챙기곤 그 자리에서 빠져나왔다. 이윽고 행복회로가 막 끝난 친실장의 눈에 들어온 것은 공짜 고기에 굶주린 동족들의 핏발 서린 눈들이었다. 자기처럼 독라를 노렸을 놈들은 메론과 친실장의 대결을 보고는 좀 더 쉬운 쪽으로 목표를 바꾼 것이다.

아무렴, 어디 구멍 날 위험이 있는 고기보단 좀 적더라도 손쉬운 고기가 낫지.

‘데, 뎃스웅...’

공포에 질려 아첨의 자세를 취하려던 친실장은 그대로 날아든 발길질과 주먹질에 넝마가 되어버렸다. 다음엔 머리카락과 옷을 뜯겨 독라가 되고, 곧이어 배를 물어 뜯겨 내장과 분대가 끌려나오고, 이리저리 당겨진 끝에 수십 조각으로 나누어져, 나중에는 그저 적록의 얼룩만이 바닥에 남았을 뿐이었다.

[테히이이이이이이이이...]

한편 보지는 못했어도 대강 친실장의 운명을 짐작했는지 장녀는 피눈물을 흘리며 버둥거렸다. 적어도 팔만 뜯어먹었다면, 차라리 다리만 다 뜯어먹었다면 비틀거리든 기어가든 움직일 수 있었을 테지만, 팔다리 하나씩이 없는 몸은 그 자리에서 비적거릴 뿐이었다.

누군가가 자기를 들어 올리는 느낌에 장녀는 비명을 질렀다. 그 미친 독라였다. 자신의 팔다리를 질겅거리느라 입과 이빨이 온통 적록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극심한 공포에 장녀는 성대하게 빵콘했다.


[치이이이이이이이이잇?!]

다리 끝에 걸린 팬티가 운치의 무게를 못 이겨 바닥으로 떨어진 것도 모를 정도였다. 장녀는 남은 한쪽 팔을 얼굴에 갖다 대며 떨리는 목소리로 [텟츄웅~♡]하고 아첨을 떨었다. 바로 머리부터 뜯어 먹혀도 할 말 없는 행동이었지만 독라는 그러는 대신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장녀는 생각했다. 세레브한 와타치의 매력이 전해져서 메로메로된 테치?

[오마에, 살고 싶은 데스?]

그 한마디에 행복회로가 급격히 돌아갔다. 장녀는 미친 듯이 외쳤다.

[그런 테치! 살려주는 테치! 운치 묻혀서 미안한 테치! 다신 나쁜 짓 하지 않는 테치! 제발 목숨만 살려주는 테치 아줌마아아아앗!]

[좋은 데스. 오마에는 살려주는 데스.]

통했다! 살 길이 보인다! 이 모든 게 세레브한 자신의 매력 덕분이라 생각하며 장녀는 행복회로의 안락함에 빠져들었다. 이제 자신의 세레브한 매력에 굴복한 독라는 곧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도게자를 하며 노예로 들여 달라 청할 것이다. 그럼 제일 먼저 더러워진 총구를 핥아서 깨끗이 하는 영광을 누리게 해줘야지...

그러나 힘이 들어간 손아귀가 장녀의 허리를 짓눌러 그 망상을 깨뜨리고 덤으로 뼈와 내장을 상하게 했다. 비명을 지르며 피를 토하는 장녀에게 독라실장은, 메론은 속삭였다. 마치 악마가 달콤한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유혹하는 듯한 말이었다.

[대신, 조건이 하나 있는 데스우.]

***

[테갸아아아아아아아악!]

[레에에에에엥! 레에에에에엥!]

[레후? 프니프니후?... 레뺫!]

골판지 박스 한 곳에서 비명 섞인 피바람이 불고 있었다.

골판지 한구석에서 벌벌 떨고 있는 자실장. 팔다리 한쪽씩을 잃은 장녀였다. 이곳은 원래 그녀의 집이었지만, 오늘부터는 아니다. 그저 적록색 얼룩이 묻은 쓰레기만 자리에 남을 것이다. 다름 아니라 바로 그녀 자신 때문에.

[똥오네챠가 우릴 팔아치운 테챠아아아악! 저주하는 테치 똥분충!... 치벳-]

[아줌마 살려주는 렛츙~ 와따치는 착한 자인.. 레챠아아아아악!]

[레훼에에에엥- 우지챠 엄지 오네챠에게로 보내주는 레후-]

친실장은 평범한 들실장이었다. 말인즉슨 지금처럼 온화한 계절이면 절제 없이 자를 싸지르는 족속이란 것이다. 때문에 메론이 장녀의 안내에 따라 골판지 박스를 방문했을 때, 거기엔 자실장만 7마리에 엄지 11마리, 그리고 운치구덩이에서 원래 엄지였던 것으로 보이는 독라노예와 구더기 십 수 마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메론이 원하던 것이었고, 한편으론 한 일가의 실각을 뜻하기도 했다.

[오마에는 기다리는 데스.]라며 장녀를 골판지 구석에 처박은 메론은 즉시 문을 닫아건 채 살육에 임했다. 물어뜯고, 짓밟고, 찌르고, 도망치는 놈은 잡아채서 처박아 뭉개고, 벌벌 떠는 놈은 머리를 으스러뜨리고, 기타 등등.

그 다음엔 하나하나 꼬챙이로 찔러서 확실하게 파킨사시킨 뒤 모조리 봉지에 쓸어 담았다. 고깃덩이에 깔리며 안에 있던 저실장 몇몇이 레뺫 하고 압사했지만 메론은 별 신경도 쓰지 않은 채 화장실 밑바닥까지 싹싹 긁어갔다.

[오마에는 먼저 보내주는 데스.]

거의 말라죽기 직전인 운치노예를 두 입에 베어 삼킨 뒤 메론은 아직도 떨고 있던 장녀를 집어 들었다. 자매들을 팔아넘겼단 죄책감과 살육의 현장을 코앞에서 목격한 충격 때문에 장녀는 반쯤 정신이 나가 있었다.

[오마에 덕분에 수확이 컸던 데스. 고마운 데스우.]

[테... 테히...]

[그럼 약속대로 오마에는 살려주는 데스... 단.]

와그작.

[@#$%&...!!!!]

이젠 말로조차 표현할 수 없는 비명을 장녀는 목이 터져라 질렀다. 나머지 한쪽다리마저 뜯어 먹힌 탓이다. 흐르는 피를 손으로 쓱 닦으며 메론은 무정히 말했다.

[가족을 팔아넘기는 오마에 같은 분충을 바깥으로 보낼 순 없는 데스. 이젠 우리 집 화장실 노예로 평생 사는 데스야.]

확실히, 살려준다고만 했지 어떻게 살려주는지는 말하지 않은 것이다. 나름 약속을 지켰다 할 수 있겠다.


그렇게 새로운 운치노예와 한 봉지 가득한 고기를 얻은 메론은 집으로 돌아왔다. 자들은 어미의 금의환향에 방방 뛰며 좋아했고, 그런 자들을 메론은 아까와는 전혀 다른 푸근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장녀는 곧바로 화장실 바닥에 처박혔다. [저 분충에게 해야 할 일을 가르쳐주는 데스.] 메론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메론의 자들은 화장실에 모여 장녀의 머리 위에 운치를 쌌다. 축축한 감촉과 끔찍한 냄새가 장녀의 세계를 부숴나갔다. 어째서 파킨하지 않는 테치...? 묘하게 튼튼한 자신의 위석을 원망하는 장녀였다.

한편 메론은 자들과 함께 전리품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아직 살아있는 저실장은 모조리 화장실로, 죽은 저실장과 실장석 시체들은 비상식으로 저장, 죽은 놈들 중 가장 큰 건 오늘의 만찬. 원래는 차녀였지만 이젠 허리가 물어 뜯겨 두 토막이 난 고깃덩이를 메론과 자들은 맛있게 나눠먹었다.

[많이많이 먹는 데스야.]

[마마 고마운 테치! 맛있게 먹는 텟츄웅♡]

[레프픗, 분충의 고기라 그런지 한결 더 맛난 레치.]

[레후? 고기 맛있는 레후! 운치보다 맛난 레훗!]

자들이 고기에 달라붙어 물어뜯는 걸 바라보며 메론은 머리 부분을 들어올렸다. 눈은 이미 탁한 회색빛으로 물들었지만, 절규와 증오가 뒤섞인 표정은 아직도 살아있는 듯했다. 아까 죽으면서 저주를 퍼붓던 놈이었던가. 메론은 잠시 기억을 더듬다가 귀찮다는 듯 이내 머리를 입에 넣고 우적거렸다. 아직 덜 발달된 두개골과 푸석푸석한 뇌가 곤죽이 되어 뒤섞였다.

메론은 생각했다. 멍청한 놈들이라고.

옷과 머리카락이 그나마 서로를 가늠할 수 있는 유일한 기준이기에 들실장들은 독라가 보인다 싶으면 무조건 달려들고 본다. 주인과 산책할 적에 그런 모습을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물론 일반적인 경우에야 들실장이 독라가 될 정도면 그렇게 뜯길 정도로 약하다는 증거니 당연히 표적이 되고도 남는다.

그러나 메론의 경우는 달랐다.

주인은 몰랐지만, 메론은 사실 실장석 가운데선 꽤 영리한 축에 드는 개체였다. 주인과 함께 텔레비전을 볼 때마다 그녀는 여러 가지 지식을 습득했다. 그 중엔 도구를 쓰는 법과 마련하는 법은 물론 포식자가 사냥을 할 때 어떤 속임수를 쓰는지, 혹은 자기보다 강한 상대를 상대할 때 어떻게 하는지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 모든 것들이 메론의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도맡아했다.

사육실장일 적에 푸짐히 공급받은 영양도 한몫했다. 들실장 성체가 보통 30cm에 겨우 닿는 데 비해 메론은 40cm 가까이 자란 상태였다. 실장석끼리의 싸움이야 인간 입장에서는 그냥 토닥거리는 걸로 보일 정도로 부실한 것이지만, 이 정도까지 체격 차이가 나면 완력이든 치악력이든 무시할 게 못 된다. 거기다 도구까지 사용하니 웬만한 들실장은 함부로 덤볐다간 말 그대로 뼈도 못 추리는 것이다.

무엇보다 메론은 절대 정을 베풀지 않았다. 버려진 사육실장은 습격이나 린치도 문제지만, 혹독한 들생활의 실상을 모르는 게 부지기수라 눈에 뻔히 보이는 속임수에 넘어가 명을 달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메론은 버려진 이후로 오로지 이기적으로 행동했고, 그것이 결과적으로 목숨을 건지게 해주었다. 덕분에 주인이 마련해준 골판지를 아직까지도 유용하게 쓰고 있는 것이고.

오늘의 약탈도 성공적이었다. 메론도 웬만하면 빼앗은 옷을 걸치고는 평범한 들실장인 양 먹을 것을 구하지만, 정기적으로 독라인 자신을 미끼로 약탈에 나선다. 약탈에서 얻은 고기는 귀중한 먹이거리다. 잘 말리면 저장식이 되고 영양도 비교적 풍부하다. 자들에게 먹이면 다른 들실장의 자에 비해 훨씬 튼튼하고 강하게 자란다.

동족식은 분충도가 높아지는 원인이지만, 엄격한 솎아내기를 통해 아직까진 눈에 띄지 않는 정도로 유지되고 있었다. 사실 메론 자신이 어느 정도 방임한 점도 있었다. 들생활에선 사육실장일 때의 순종적이고 유순한 성향보다는 조금은 난폭하고 교활한 면모가 훨씬 도움이 된다는 걸 익힌 것이다.

메론은 이렇게 키운 자들이 테스 하고 울게 되면, 곧장 약탈에 동행시켜서 사냥 방법을 전수해주리라 마음먹었다. 자들을 성공적인 포식자로 만들어 독립시키는 것이다. 강한 자들은 보다 수월하게 번성할 테고, 그렇게 자들로 공원이 가득해진다면 주인의 손에 죽은 첫 자들에 대한 그리움을 조금은 달랠 수 있을 것이다.

[오마에들은 와타시의 보배인 데스우. 얼른 먹고 자라는 데스.]

진수성찬에 배가 봉긋 솟아오른 자들을 메론은 껴안았다. 자들도 따스한 어미의 품에 안겨 재잘거렸다. 그리고 모녀들의 행복한 시간 사이에서, 운치투성이가 된 장녀는 피눈물을 흘리며 빌었다.

제발 누군가가 자신을 최대한 빨리 죽여주길.

혹은 저들을 자기 가족과 똑같은 꼴로 만들길.

***

[마마는 오늘도 먹을 걸 구하러 가보는 데스. 집을 잘 지키고 있어야 착한 자인 데스야.]

[마마, 오늘은 안 가면 안 되는 테치? 아직 먹을 게 많은 테츄.]

[바보 같은 소리 마는 데스. 저장식을 많이 쌓아둬야 겨울을 버틸 수 있는 데스.]

[테에에... 오늘은 기분이 이상한 테치. 마마가 없으면 안 될 거 같은 테치.]

[차녀 오마에는 다 좋은데 쓸데없는 걱정이 많아서 탈인 데스. 그러면 마마도 밥만 구하고 바로 올 테니 그때까지만 참는 데스.]

[알겠는 레치! 다녀오는 레치 마마!]

[레후! 다녀와서 프니프니 해주는 레후!]

며칠 전의 수확도 아쉽다는 듯 메론은 골판지를 나섰다. 물론 이번엔 제대로 옷을 걸친 채였다. 다른 동족들과 부대끼며 음식물 쓰레기를 모으는 건 확실히 고된 일이다. 그러나 그만둘 순 없었다.

지금껏 약탈에 실패한 적도 없고 그때마다 풍부한 식량이 손에 들어왔지만 너무 자주 시도했다간 끝이 안 좋은 법이다. 자신과 비슷한 식으로, 그러나 훨씬 자주 설치던 어느 분충이 빈틈을 보이자마자 집단 린치를 당해 골판지채로 작살이 나는 걸 메론은 본 적이 있었다. 게다가 아무리 동족이 넘쳐난다 해도 무한한 건 아니다.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면 자연히 경계도가 높아지고 의심의 눈초리도 많아질 것이다.

그 사실을 이해한다는 점에서, 메론은 그 어떤 세레브 사육실장보다도 현명하다 할 수 있었다.

위이이이이이잉-

그러나 아무리 현명하다 해도 해결할 수 없는 건 있기 마련이다. 예를 들면 저 소름끼치는 소음. 머리 위에서 들리는 걸로 보아 분명 집 근처 나무가 근원일 테지만 실장석의 팔다리로는 거기까지 기어올라서 확인한다는 게 불가능했다. 집을 옮기면 될 일이지만 그러기엔 이미 재어놓은 것들이 너무 많았다. 생각 같아서는 그 소릴 내는 놈을 찾아다 박살내고 싶지만... 메론은 그저 한숨을 쉬며 터덜터덜 걸어갈 뿐이다.

소음이 며칠 전보다 더 심해졌다는 게 무엇을 뜻하는지는 꿈에도 모르는 채.

***

[렛츄웅~ 공놀이 재밌는 레치!]

[하지만 바깥에 못 나가서 답답한 레치... 오늘은 날씨도 좋은데 집안에만 있어야 하는 레츄아...]

[어두컴컴한 데만 있어야 하니 속 터질 거 같은 레치!]

[4녀 이모토챠, 얼마 전에 함부로 혼자 나가 놀다가 산 채로 찢겨져서 먹힌 분충을 못 본 테치? 마마 말대로 집안에 있는 게 상책인 테챠.]

[프니프니해주면 좋은 레후! 프니프니 언제 받아도 기분 좋은 레후!]

메론이 나간 동안 메론의 자들은 다른 집에서 강탈한 공을 가지고 놀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정기적인 약탈 덕분에 가지고 놀 전리품은 많았지만 역시 어린 나이라 햇빛 아래서 뛰노는 것보단 못했다. 엄격한 훈육 덕에 마마의 보호 없이 나가는 건 금물이란 걸 알고 있었지만, 지식과 욕구 사이의 골은 쉽게 메우기 힘들었다.

[렛챠아아아앗! 이렇게 된 이상 노예를 괴롭혀서 노는 레치!]

[3녀 오네챠 똑똑한 레치! 똥노예를 패면 기분이 풀릴 게 분명한 레츄웅♡]

[너무 괴롭히지 마는 테치. 노예가 죽어버리면 화장실의 우지챠를 프니프니해줄 수 없는 테치.]

교대로 수상한 놈이 다가오는지 감시하는 메론의 1녀와 2녀, 공놀이에 푹 빠진 5녀 엄지를 제외한 둘은 그 넘치는 활동성을 분출하기 위해 화장실로 다가갔다. 거기엔 팔 하나만 남은 채 테에 하고 우는 자실장이 있었다. 일가실각한 장녀였다. 운치 반 저실장 반인 화장실 구덩이 안에서 장녀는 반쯤 죽은 눈을 한 채 거의 무의식적으로 저실장들의 배를 누르고 있었다. 프니프니라고 할 수도 없는 엉성한 손길에 화장실 안은 불평불만으로 가득한 참이었다.

[이 독라 오네챠 프니프니 시원찮은 레훼에에엥-]

[뭐하는 레후! 얼른 꾹꾹 누르는 레후 똥노예!]

[테... 테히...]

죄책감과 공포, 고통과 절망이 뒤섞여 눈가에 검은 얼룩을 남겼다. 파킨하지 않는 게 이상한 상태에서 사지도 온전치 않은 지라 장녀는 엄지실장 둘이 끌어당기는 것만으로도 수월하게 화장실로부터 끌려나왔다. 체중이 급격히 빠진 데다 별다른 저항도 없었던 탓이다.

곧바로 엄지실장들의 린치가 시작되었다.

[와따치의 세레브한 킥을 받는 레치! 영광으로 아는 레챠앗!]

[레프프, 분충은 이렇게 꾹꾹 밟아줘야 길이 드는 렛츄웅~]

차고, 짓밟고, 때리고, 매도한다. 들실장 특유의 잔학한 놀이. 사육실장의 자로 태어나고 아직 어림에도, 그 위석엔 이미 훌륭한 분충의 싹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어째서 와따시가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 테치...? 장녀는 생각했다. 본인 또한 그와 별다를 바 없었다는 건 이미 머릿속에서 치워진 지 오래였다.

어째서 파킨하지 않는 테치... 차라리 빨리 죽여주는 테치...

그러나 골판지 하우스의 그 누구도 장녀의 소원을 들어주지 않았다. 구더기 프니프니용으로 될 수 있는 한 살려두라는 메론의 명령 탓이었다. 게다가 아직 엄지실장의 완력으로는 죽을 만큼 괴롭히는 건 가능해도 목숨을 끊는 건 힘들었다.

[헥, 헥, 지치는 레치...]

[이 분충 아무리 때려도 비명 하나 안 지르는 레츄! 이러면 때리는 맛이 없는 렛챠아!]

[그쯤 해두고 다시 화장실에 처넣는 테치. 그러다 죽으면 마마가 한 소리 할 것인 테치.]

[레에에... 아직 충분히 못 즐긴 레치...]

슬슬 목소리가 굵어지는 게 중실장이 될 모양인 1녀가 엄히 말했지만 3녀와 4녀는 얼굴에 불만이 가득한 채 하는 둥 마는 둥이었다. 쯧 하고 혀를 차며 장녀가 일어섰다. 아무래도 노예는 자기가 직접 화장실에 처넣어야겠다. 일어선 김에 슬슬 버릇이 없어지는 엄지들도 쥐어박아주고. 그러려던 차에 새된 5녀의 목소리가 발목을 잡아챘다.

[렛! 나비씨인 레치!]

나비. 나풀나풀 날아다니는 것. 햇빛 아래 알록달록한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다니는 그것들은 새끼 실장들에겐 선망의 대상이다. 개가 차를 쫓듯, 손에 잡힐 듯 말 듯 농락하는 듯한 날갯짓은 그야말로 마음을 잡아끄는 일종의 유혹과도 같은 것이다. 마침 심심하던 차에 나비씨 잡기 놀이를 하자는 마음이 모두에게 동했다. 1녀도 똑같은 마음이었다.

[테? 5녀챠, 나비씨 어딨는 테치?]

[여깄는 레치! 나비씨 와따치에게 얼른 와주는 렛츄웅♡]

위이이이이잉-

순간 집안에 소음이 가득 찼다. 마마가 종종 못마땅하게 여기던 그 소리. 그리고 그 근원은...

위이이이잉-

5녀 앞에 내려앉은 나비씨였다. 아니, 나비씨였나? 오래 전이지만, 1녀가 마마와 함께 봄날 나들이를 나갔을 때 본 나비씨는 커다랗고 하얀 날개를 펄럭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 나비씨는 뭔가 이상하다.

몸통이 너무 크다. 그때의 나비씨는 날개를 빼면 저실장보다 작고 갸름한 몸통이었지만 이 나비씨는 엄지실장보다도 약간 큰 몸집을 가졌다. 얇고 단단해 보이는 날개에 까맣고 노란 줄무늬가 독살스러움을 내뿜는다. 한때 인간에게 길러지며 여러 가지를 배웠다는 마마는 나비씨란 보통 꽃의 꿀을 빨아먹고 산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저 두꺼운 턱은... 아무리 봐도... 뭔가를 잘근잘근 씹는 데에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이, 1녀 오네챠... 저거 나비씨 맞는 테치...?]

[모르겠는 테츄... 마마는 저런 나비씨 알려준 적 없는 테치...]

왠지 모를 불길함에 몸서리치는 1녀와 2녀, 그리고 아무것도 모른 채 나비씨가 왔다고 환호하는 엄지들, 그 사이로 제일 먼저 나비씨에게 다가간 건 저실장이었다. 나비씨가 뭔지도 모르는 저실장이었지만 일단 처음 보는 것에는 주체 못할 흥미가 돋는 것이다.

[레후? 나비씨인 레후? 새로운 프니프니 받아볼 수 있는 레후?]

저실장이 다가온 것을 알아챘는지 나비씨가 부웅 날아서 저실장 곁에 안착했다. 그리고는 더듬이와 앞다리로 툭툭 두들겨 가며 주위를 돌았다. 뭔가를 감정하는 듯한 몸짓이었다.

[레휏! 프니프니치고는 좀 많이 엉성한 레후! 좀 더 성의 있는 프니프니 부탁하는 레후!]

그러다 턱을 벌리고는...

[레뺫?!]

[우지챠아아아아아아아?!]

나비씨가 저실장을 물어뜯었다. 커다란 턱이 등을 한 번 스치고 지나가자 거기엔 살점이 뭉텅이로 뜯겨나간 상처만이 나갔다. 저실장에 고통을 못 이겨 몸서리치자 나비씨는 다시 한 번 우악스러운 턱을 디밀었다. 이번엔 배가 뜯겨나갔다.

[레뺘아아아아아아아아악! 아픈 레후! 나비씨 프니프니 아닌 레후! 살려주는 레훼에에엥!]

[우지챠아아아아앗! 당장 우지챠한테서 떨어지는 레치 똥벌레!]

5녀가 공을 팽개치곤 나비씨에게로 달려들었다. 아니, 나비씨도 아니다. 저건 괴물이다. 작지만 흉악한, 우지챠를 괴롭히는 무서운 괴물. 엄지들이 앞 다투어 달려들고 자실장들도 질세라 합세했지만, 괴물은 잽싸게 날아 골판지 밖으로 사라져 버렸다.

[우지챠 괜찮은 레치? 많이 아픈 레치?]

[레... 레히이이...]

5녀가 저실장을 안아들었지만 등과 배가 뭉텅 베인 저실장은 신음만 흘릴 뿐이었다. 운치가 질질 흘러나오고, 상처 사이로는 내장이 보였다. 어느 정도 크고 나서는 저런 상처에도 얼마쯤 버티겠지만, 그 정도의 회복력은 저실장에겐 바랄 수 없는 것이었다. 결국 파-킨하고 맑은 소리가 나며 저실장의 눈이 회색으로 바랬다.

[우지챠...? 우지챠아아아아아아아?!]

[레갸아아아아악! 괴물이 우지챠를 죽인 레챠앗!]

[이게 대체 무슨 일인 테챠!]

경악하는 동생들을 앞두고 1녀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구더기도 가족이니 잘 보살피라던 마마의 말을 지키지 못했음은 물론, 그게 다른 동족의 침입도 아니라 난데없는 괴물의 습격 때문인 게 충격이었다. 그나마 구더기만 죽이고 도망친 게 다행이지만...

그런데 도대체 저건 어디서 온 건가?

그 속마음에 대답해주듯 소음이 집 근처로 다가왔다. 저실장의 죽음에 슬퍼하는 동생들은 느끼지 못한 모양이지만, 입구에 가장 가까웠기에 장녀는 즉시 빵콘할 정도로 겁에 질렸다. 그러나 공포와 호기심은 비례한다는 말처럼, 1녀의 어깨를 붙잡고 끌어당기듯 확인하고픈 마음이 요동쳤다. 적어도 뭐가 뭔지는 봐야 어찌할지 생각할 수 있으니.

1녀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후회했다.

***

[데, 오늘은 별다른 수확이 없는 데스. 여러모로 난감한 데스.]

바닥을 겨우 채운 비닐봉지를 든 채 메론은 터덜터덜 걸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수확이 좋지 않았던 것이다. 오늘만 이런다면 별 문제 없겠지만 계속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면 약탈의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건 되도록 피하고 싶었다.

동족식 경험이 있는 실장석은 오로지 동족식에만 매달리는 경향이 있다. 음식물 쓰레기보단 아무래도 나은 먹이인 데다 포식으로 인해 붙는 몸집 덕에 약탈이 쉬워지는 것이다. 그러나 끝은 여러모로 좋지 않다. 다쳐서 운신이 힘들어졌다간 보복을 당하고, 혹여나 사육실장을 건드렸다간 하얀 악마를 부르기 십상이다. 사육실장으로 살 때 배운 지식이었다. 약탈을 하면서도 자들에게 되도록 음식물 쓰레기나 잡초를 먹였던 건 그러한 결과를 최대한 막기 위해서였지만... 이렇게 식량난이 지속된다면 이주를 생각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기맛을 본 자들이 잘 따라줄지.

그렇게 깊은 상념에 잠겨 골판지 앞까지 온 메론은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소음이 지금까지 들었던 것 중에서도 가장 심하게 들렸고, 그 근원지는 바로 자기 골판지 하우스 안이며, 게다가 그 사이에서 미묘하게 비명 같은 게 섞여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피 냄새가 난다.

[데뎃?!]

메론은 골판지를 열어젖혔다. 그리고 눈앞의 광경을 목도했을 때 원사육실장으로서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뿐이었다.

[데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와타시의 자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목청이 찢어질 듯한 비명 사이에서 수십 마리의 장수말벌 무리가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잔칫상 메뉴는, 말할 것도 없이 메론의 자들이었다.

메론의 자들이 본 건 일종의 정찰대였다. 장수말벌은 한 마리가 목표지점에 다다라서 페로몬을 발산하고, 나머지 본대가 그 페로몬 표식을 따라가서 약탈을 벌이는 놈들이다. 골판지 박스 곁의 나무 위에 있던 말벌집에서 나온 한 마리가 메론의 집을 발견했고, 저실장의 살점을 뜯어서는 집으로 가져갔다. 그것이 먹을만 하다는 판단을 내린 장수말벌들은 곧장 약탈을 벌이러 내려갔고, 별다른 저항수단이 없었던 메론의 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이제서야 메론은 깨달았다. 소음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노랗고 검은, 커다란 날벌레. 주인은 그것이 매우 무서운 곤충이며 사람 또한 쉽사리 당해낼 수 없다고, 실장석인 넌 눈에 띄는 즉시 죽을 수도 있다고 겁을 주곤 했다. 메론은 그때마다 저딴 벌레 따윈 한 손으로 해치울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인간은 실장석보다 옳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언제나.

[당장 와타시의 자들에게서 물러나는 뎃샤아! 데갸아아아악!]

메론은 팔을 휘둘러 장수말벌을 쫓아내려 했지만 어림도 없었다. 오히려 장수말벌을 자극했는지 십여 마리가 달려들어 물어뜯고 쏘기 시작했다. 한 번 쏘면 그걸로 끝장인 꿀벌과 달리 몇 번이고 계속 찌를 수 있는 장수말벌의 침은 그야말로 킬러의 흉기나 다름없었다. 끔찍한 고통 속에서 몸을 웅크린 메론은 자들의 몰골을 보고 오열했다.

멀리 떨어진 자그마한 얼룩은 아마 저실장일 것이다. 엄지들은 이미 반 이상 해체되었고, 그 주위로 장수말벌이 살점을 뜯어다가 경단으로 만드는 중이었다. 자실장들은 몸 여기저기가 퍼렇게 부은 채 한두 마리의 장수말벌과 함께 죽어 있었다.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저항을 하다 독침에 떡이 되었겠지. 사람에게도 위협적인 독인만큼 손바닥 크기의 자실장에겐 치명타로 작용했으리라.

진작 집을 옮겼어야 했다. 소리가 났을 때부터 그래야 했는데. 메론은 피눈물을 쏟으며 후회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어째서인 데스, 다들 좋은 자였던 데스. 건강하게 자라 훌륭한 약탈을 배울 자였던 데스. 무럭무럭 자라서 공원을 제패하고 닝겐의 콧대도 꺾어줄 자였던 데스! 어째서 이렇게 죽어야 했던 데스...!

메론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장수말벌들은 메론의 자들을 조금씩 해체해나갔다.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팔을 휘둘러봐도 잡히는 건 없고, 오히려 틈새를 노려 박아대는 벌침에 고통은 더해간다. 벌써 눈두덩이가 부풀어 올라 보이지도 않게 되었다. 그러나 메론은 포기하지 않는다. 자꾸만 주인에게 죽은 첫 자들이 떠오른다. 이번만은 안 되는 데스... 뺏기지 않는 데스...! 그 집착이 오히려 죽음으로 이끄는 유혹이란 것도 모른 채.

자신은 몰랐지만, 메론의 움직임은 이미 아까에 비해 배 이상 느려졌다. 독이 서서히 몸에 퍼지는 것이다. 대략 10여 분이 지나면 한때 공원을 제압했던 약탈자는 싸늘한 시신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몸은 한나절 동안 해체되어 말벌집으로 옮겨지고, 새로운 약탈자들을 키울 중요한 식량이 될 것이다.


메론은 분명 영리한 실장석이었다.

그러나 결국은 한낱 실장석일 뿐이었다. 

***

[테에에...]

장녀는 눈앞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자기를 괴롭히다 말고 왜 저렇게 날뛰는 걸까. 팔다리를 흔들고, 뛰어다니고, 그러다 엎어지고, 손짓발짓을 허공에 해대다 결국엔 뻗어버린다. 뭐가 그리 즐거운 걸까.

어째서 이렇게 된 걸까. 자긴 그저 마마를 기쁘게 해주려고 노예를 하나 얻으려 했을 뿐인데. 노예가 생기면 여러모로 좋은데. 마마에게 야단맞아 가며 총구를 깨끗이 닦거나 먹을 구더기가 없다고 불평하다 얻어맞을 일도 줄어들 텐데. 하지만 모든 게 끝장나버렸다. 마마도, 자매들도, 집도. 차라리 그때 입 다물고 집으로 돌아갔더라면.

흐릿한 시야를 헤치고 뭔가가 눈앞을 가로막는다. 붕붕거리는 소리 때문에 집중할 수가 없다. 파킨 직전의 위석이 최후의 행복회로를 가동한다. 재생력은 뛰어나지만 내구력이 약한 실장석을 위해 발달된 그것은, 웬만한 생물은 즉사에 이를 고통을 환상으로 차단시켜 생명을 유지시킨다. 그리하여 장녀의 눈에 비친 건 이미 오래 전의 죽은 마마가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뻗는 모습이었다. 온기마저 느껴지는 듯한 정교한 환상에 장녀의 눈엔 일순간 생기가 돌았다.

[마마 테치...?]

그런 데스. 그동안 고생 많았던 데스우. 얼른 안기는 데스우.

[마마......]

장녀는 남은 한 짝의 팔을 뻗었다. 닿을 듯 말 듯 아슬아슬한 거리. 환상과 현실의 경계일까. 그러나 실장석의 작은 뇌는 그 간격을 깨닫지 못한 채 그저 손을 뻗으라 지시할 뿐이다. 닿으면 죽은 자가 살아 돌아올 것처럼.

[마마가 와준 테치... 이제 모두 끝인 테츄...]

그렇게 실낱같은 행복에 지탱하여 뻗은 손이 닿았다고 생각한 순간.

와그작-

장녀 위에 올라탔던 장수말벌이 목을 물어뜯었다.

조금 탁한 파킨 소리와 함께 장녀는 숨을 거두었다. 이윽고 몇 마리의 장수말벌이 더 달라붙어 그 말라빠진 몸을 조각조각 냈다. 화장실에서 그녀가 기도했던 두 가지 소원이 모두 이루어진 것에 대해, 장녀가 기뻐할지는 의문이었지만.

***

사람들은 말한다. 자신들이 아니면 누가 실장석을 학대하고 구제할 수 있겠냐고.

그러나 경험 많은 사람들은 안다. 학대든 구제든, 사람은 자연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걸.

약탈 또한 마찬가지다. 역사상 가장 악랄한 약탈자들은, 언제나 자연의 권속이었으니까.


-끝-





실장석은 어떻게 생겨났는가?

 

<1>

실장석이 인간과 공존한 역사는 사람들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오래되었다. 그 예로 유럽 지역에 구전되는 소인설화의 경우는 대부분이 실장석에 기반을 둔 것으로 추측된다.

그렘린은 따뜻한 기계 안에 숨어들었던 실장석이 기계가 작동함과 동시에 폭발한 것을 보고 오인한 것이라 여겨진다. 비산하는 적록색 체액을 녹색 안개로, 이물질이 들어가 고장 난 기계를 괴물의 장난으로 착각한 것이다.

노움과 드워프는 폐광이나 갱도에 숨어들어 지내다 발각된 실장석이 모티브가 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외형은 노움 쪽이 훨씬 실장석과 비슷한데, 이는 노움이 드워프에 비해 비교적 이후의 시기―그러니까 실장석에 대한 지식이 어느 정도 정착한 이후―에 창작되었기 때문이다.

무리 생활을 하는 야생 실장석들은 고블린의 원형이라고 생각된다. 동족식과 노예 사육과 같은, 인간과 비슷하면서도 보다 추악한 모습은 옛사람들로 하여금 작고 사악한 소귀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만들었을 것이다.

집에 숨어든 실장석은 브라우니와 레프러콘의 유래가 되었을 것이다. 실장석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던 시절, 미신에 기댔던 옛사람들은 어둠을 틈타 집안을 돌아다니는 난쟁이를 해충이라기보다는 보다 초자연적인 존재로 여겼고, 이는 그대로 민담의 소재가 되었다. (다만 집안일을 도와준다거나 신발을 대신 만들어준다는 이야기는 실장석의 습성이나 능력에 비추어볼 때 착각이거나 일종의 과장법으로 여겨진다)

체인질링은 실장석의 고전적인 탁아 습성에서 비롯되었다는 게 정설이다. 산업화 이전 시절, 실장석들은 대문 앞에 자를 놔두고 가는 식의 탁아를 행하곤 했는데―당연한 이야기다. 비닐봉지와 편의점이 언제 생겼는지 생각해보라―, 이를 두고 요정이 아이를 바꿔치기하려 든다고 여겼던 것이다. 요정과 바꿔치기 당한 아이란 말 또한 ‘실장석만큼 멍청한 아이’란 말이 요정 전설과 섞여 와전된 것인 듯하다.


<2>

체계적인 식실장 생산을 처음으로 진행한 나라는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의외로 독일이다.

으레 떠올리곤 하는 중국의 경우, 실장석이 처음 들어온 건 일본의 견수사가 수양제에게 선물로 보낸 것이었던 데다 당시엔 영물의 일종으로 여겨졌기에 식재료로 쓴다는 발상 자체가 없었다. 이후 수가 증가한 뒤에도 민간에서 잡아다 요리하는 데 그쳤을 뿐 독일과 같은 본격적인 시도는 없었다.

19세기, 강대국 건설에 박차를 가하던 프로이센은 당시 ‘상당히 이상한 동물’ 취급을 받던 실장석을 유용한 군량으로 활용할 계획을 세웠다. 그 당시에도 실장석은 특유의 질긴 생명력과 출산율로 여기저기서 민폐를 끼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는 먹이의 제한이 없다는 점과 함께 그 어느 가축보다 뛰어난 점으로 지목되어 프로이센은 곧 체계적인 실장석 사육 및 실장육 생산 시스템 개발에 돌입했다.

이는 상당한 성공을 거두어, 후에 벌어진 보불전쟁에서는 모든 전역의 군사들이 원활한 실장육 공급의 혜택을 누리게 되었다. 다만 그 품질과 맛은 조악해서 최전선 외엔 그리 달가워하지 않았던 데다 생산 공정 또한 비위생적이라 종종 문제가 되었다. 오죽하면 실장육 군량화에 앞장선 비스마르크조차 ‘실장석 사육장은 정치판과 같아 보기에 심히 좋지 않다’란 말로 비꼬기까지 했을까.

그러나 1차 대전에 들어서는 이렇게 푸대접받던 실장육마저도 없어서 못 먹는 것이 되고 말았다. 양면전쟁으로 물자를 최대한 활용해야 했던 독일제국은 전쟁 후반 소진된 군량의 대다수를 재배가 쉬운 순무와 실장육으로 대체했다. 이 절박했던 상황은 서부전선의 어느 군인의 수기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오늘은 바우어 하사가 양키들의 참호에서 통조림을 훔쳐왔다.
모두들 돼지고기를 기대하고 있었지만, 아쉽게도 새우였다.
해산물은 다들 좋아하지 않는다. 비린내가 나는 탓이다.
하지만 그 망할 짓-소보단 여러모로 낫다. 감사할 따름이다.
식단은 며칠째 변함이 없다. 아침은 짓-소 수프, 점심은 순무빵, 저녁은 짓-소와 순무 스튜.
그나마도 없어서 한 끼는 굶어야 한다.
후방에서의 사정도 여기와 별반 다를 게 없다 한다.
정녕 하늘은 우리 독일을 버리셨단 말인가?...
...적어도 죽을 땐 이 짓-소 말고 다른 걸 입에 넣고 나서 죽고 싶다...’

전후에도 독일군의 군량 목록에 실장육이 포함되어 있었으나, 2차 대전에 들어서는 실제로 사용되진 않고 배급에나 포함되는 정도로 축소되었다. 일선 장병들의 반발이 극심한 탓이었다. 사용량이 저하됨에 따라 국가적으로 추진했던 사육생산 시스템 또한 자연스럽게 폐기되고 말았다.

그러나 이 체계화된 사육생산 시스템이 영영 사라지는 일은 없었다. 보불전쟁 이후 선진화된 육군을 견학하러 왔던 일본의 사절단이 육군 교리와 함께 이 시스템 또한 배워간 것이다. 어차피 일본에도 실장석은 발이 채일 정도로 많았고, 이를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그걸로 좋았던 것이다. 덕분에 2차 대전 내내 일본군은 쌀밥마저 못 먹는 상황에서라도 실장육은 지겹도록 공급받으며 끈질기게 버텼고, 그 바람에 원자탄을 직격으로 맞고야 말았다.

전쟁이 끝난 뒤 실장육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며 그 실용성 또한 의심받기에 이르렀으나, 이후 추가적인 개량과 보완이 이루어지면서 실장육은 햄이나 소시지와 같은 육류 가공품의 형태로 우리의 식탁에 잔존하게 되었다. 또한 이는 새롭게 부상한 애완실장 산업에도 적용되어, 오늘도 각지의 사육장에서는 이루 셀 수 없는 출산석들이 먹고 낳고 죽는 죽음의 순환을 반복하는 중이다.


<3>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고대 일본에서는 실장석을 귀하게 길렀다고 한다.

날 때부터 가진 옷은 고귀한 태생을,
옷의 푸른색은 젊음을,
몸속의 위석은 부유함을,
많이 먹고 많이 싸는 습성은 풍족함을,
다산하는 특성은 번영을,

이 다섯 가지를 오복(五福)이라 부르며 상서로운 영물의 증거로 받아들였고, 때문에 천황가나 귀족 가문에서 복의 상징으로 길렀다고 전해진다. 또한 중국에 견수사나 견당사를 보낼 때도 종종 공물로 천황가에서 기르는 실장석들 중 일부를 골라 보내기도 했다고 전해지는데, 이들 중 성공적으로 분양된 실장석 중 일부가 변이를 일으켜 실홍석의 기원이 되었을 거라 학자들은 추측하고 있다.

그러나 뒤이은 천황의 위신 하락과 귀족들간의 권력 투쟁, 그리고 무사 집단의 발호로 고위 계층의 실장석 애호 풍습은 점점 사라져갔고, 야생에 풀려나 급격하게 번식한 실장석들이 민가에 피해를 입히자 일반 농민들에게는 그저 해충 내지 요긴한 육류품 취급을 받게 되었다. 또한 전국시대 동안에는 실장석을 식량으로 쓰려는 다이묘들 때문에 실장석의 지위가 하락하고 말았다.

여기에 추가타를 먹인 사람이 바로 지나친 동물 애호로 ‘개 쇼군’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도쿠가와 막부의 쇼군 도쿠가와 츠나요시(1646~1709)였다. 그는 개나 소를 비롯한 대부분의 동물을 끔찍이 아꼈지만 실장석에 대해선 이상하리만치 무관심했는데, 혹자는 츠나요시가 어릴 적 투분을 당한 기억 때문에 실장석을 혐오했던 게 아닌가 하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자세한 내막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아무튼 그의 치세 당시 급격하게 개의 수가 늘면서 이 개들이 실장석을 간식으로 삼는 바람에 도시에서는 실장석이 씨가 마를 정도였다고 한다.

또한 2차 대전 당시 독일의 사육생산 시스템을 들여온 군부에서 다시금 수가 불어난 실장석을 군량으로 활용했고, 이에 전후 GHQ는 실장석 사육 및 사용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법령을 추진하고 대대적인 구제에 돌입했다. 덕분에 얼마간은 실장석의 원산지인 일본 내에서조차 실장석을 보기가 힘들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실장육 사업이 다시금 부활하고, 버블경제 당시엔 부를 자랑하는 척도로 기묘한 애완동물을 기르는 풍조가 늘면서 실장석은 다시금 그 수를 불리게 되었다. 게다가 이 사육실장들이 유기되거나 탈출하여 번식하면서, 지금에 이르러서는 일본 남부 어디에서나 실장석을 흔히 볼 수 있게 되었다.


<4>

기록에 따르면 고대 실장석들은 무리를 지어 다니며 초기 인류와 같은 집단 사냥과 채집을 했다고 한다.
<중세 유럽에 전해져오는 옛 이야기>


옛날 옛적, 하느님께서 세상만물을 창조하셨을 때의 일입니다.

그때도 사탄은 하느님의 일을 시기하고 미워하면서도 자기도 그분과 닮고 싶어 주위를 맴도는 중이었습니다. 그의 눈에 마침 아담과 이브가 들어왔습니다. 그때는 아직 선악과를 먹기 전의 일인지라, 둘은 발가벗고도 부끄러움을 모른 채 에덴동산에서 뛰놀고 있었습니다. 사탄의 눈엔 그 꼬락서니가 여간 시원찮은 게 아니었습니다.

‘어째서.’ 사탄은 생각했습니다. ‘어째서 저런 미개한 것들을 하느님과 닮았다 할 수 있을까? 저리도 못생겼는데! 나라면 저것들보다 더 아름다운 걸 만들 수 있을 거야.’

사탄은 곧바로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하느님이 하신 것처럼 흙을 모아 인형을 빚어 생명을 불어넣으려 한 것입니다. 그러나 흙이 생각보다 잘 뭉쳐지지 않았습니다. 화가 난 사탄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묘수를 떠올렸습니다. 동물들의 분변을 섞으면 흙덩이가 좀 더 잘 뭉쳐질 것 같았던 겁니다. 그리하여 크기는 좀 작지만 나름 모양새가 잡힌 덩어리가 만들어졌습니다. 사탄은 실장석의 남녀를 나누는 대신 하나로 합쳐서 혼자서도 번식이 가능하게끔 만들었습니다. 남녀가 나뉜 건 아무리 봐도 거추장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 겁니다.

또한 사탄은 흙덩이를 빚으며 자신이 나름 생각한 장식들을 덧붙였습니다. 풀을 짓이겨 몸통에 감싸서 발가벗은 인간과는 차별을 두었습니다. 눈은 빛나는 색색의 보석을 박아 넣었고, 머리카락도 붙여서 두 갈래로 늘였습니다. 그런 다음 숨을 불어넣었습니다. 인간보다 나아지라는 바람에 일곱 번 숨을 불어넣고 하룻밤을 기다리자 ‘뎃데레~’하는 소리와 함께 흙덩이가 살아 움직였습니다. 그것이 바로 실장석입니다.

사탄은 분명 실장석이 인간보다 아름다울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만들어놓고 보니 실장석은 인간은커녕 하느님이 만드신 그 어떤 짐승과 비교해도 나을 게 없는 추물이었습니다. 게다가 아무거나 집어삼키고는 아무데나 똥을 갈기고, 심지어 자신을 만든 사탄에게도 데스데스거리며 오만불손하게 굴어댔습니다. 사탄은 자신이 만든 게 실패작이란 걸 깨닫고는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바로 그때, 하느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사탄아, 무얼 하고 있느냐?”

실장석이 ‘뎃스웅?’하고 역겨운 아첨을 떠는 사이 사탄은 몸 둘 바를 모르고 황급히 대답했습니다. “전능하신 하느님, 소인이 하느님을 닮고자 하는 마음에 당신께서 하신 일을 따라했습니다만, 결과물은 보시다시피 이런 천한 것이 나왔습니다. 어찌하여 저는 하느님과 같은 일을 할 수 없는 겁니까?”

잠시 뒤 하느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사탄아, 너의 욕심이 지나쳐 화를 불렀구나. 숨결은 한 번으로도 족하거늘 어찌 여러 번이나 불었단 말이냐? 네 숨결 한 번에 티끌 하나가 더불어 들어가는 걸 모른단 말이냐?”

사탄이 대답했습니다. “무슨 티끌 말씀이옵니까?”

“네 마음속의 티끌인 죄악이 숨결을 타고 그것에게로 들어갔다. 그리하여 저것에겐 일곱 죄악이 깃들었으니, 분변이 섞인 고로 가장 비천한 태생인데도 자신이 제일 고귀한 줄 알며 다른 만물을 깔보고, 조금이라도 자기보다 잘난 점이 있으면 시기하며, 좁은 마음은 언제나 분노로 차 있어 약한 자에게 쏟아내려 한다. 또한 배가 터질 듯이 먹어도 언제나 허기져 하고, 성욕을 주체하지 못해 음행을 예사로 하며, 탐욕이 들끓어 그것들을 주체하지 못한다. 그러고는 편히 드러누워 세상이 제 뜻대로 돌아가기만을 생각하니, 그 흉함을 어디다 빗대겠느냐?”

하느님의 말에 사탄은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게다가 자신이 온갖 정성을 들여 하느님을 흉내 낸 물건이 저런 짐승이란 사실에 수치스러움이 배가 될 판이라, 사탄은 부리나케 하느님께 애걸했습니다. “하느님, 저와 제 행위가 비록 미천하오나, 저 실장석이란 짐승은 하필 제 손에 만들어져 세상만물이 응당 갖춰야 할 하느님의 축복을 받지 못했습니다. 바라건대, 하느님께선 저 미물을 불쌍히 여기셔서 그나마 저 인간보다 나은 점 하나를 실장석에게 주십시오.”

하느님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이 옳으니, 내가 실장석에게 축복을 하나 내리겠다. 내가 말하노니, 실장석은 비록 세상의 그 어떤 짐승보다 하찮으나, 그 자손은 인간보다 번성하여 세상 모든 곳에 널리 퍼지리라. 인간이 실장석을 하나 밟아 죽이면 그 일곱 배가 생길 것이니, 너희는 세상이 끝나는 날까지 번창하리로다.”

그제야 사탄은 하느님이 자신을 골탕 먹였다는 걸 알았습니다. 저런 실패작이 세상 끝나는 날까지 세상 모든 곳에서 들끓는 건 그야말로 자기 얼굴에 똥칠하는 일이니까요. 뒤늦게 펄펄 뛰는 사탄이었지만 이미 하느님은 떠나신 뒤였습니다.

그렇게 실장석은 생겨났습니다. 이에 앙심을 품은 사탄이 뱀을 시켜 아담과 이브를 실장석 비슷한 존재로 떨어뜨리는 일이 생기지만 그건 좀 더 나중의 일입니다. 이후로도 실장석은 계속 수가 불어났고, 어찌나 불어났는지 대홍수 때 노아의 방주에 타지 못해 휩쓸려 가고도 살아남은 개체가 있어 다시금 번성하여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지금처럼 구걸과 탁아, 그리고 인간의 사물에 기대는 현상은 산업화 이후 생겨난 풍조로, 학자들은 이것이 실장석이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의존적인 습성을 가진 탓이 아니라 먹을 것과 살 곳이 부족해진 실장석이 변화한 환경에 적응한 결과라고 주장한다. 즉 구하기 힘들어진 사냥감과 채집품을 포기하고 대신 쉽게 구할 수 있는 쓰레기를 생존의 도구로 삼았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지금의 실장석들은 인간의 환경파괴 때문에 생겨난 일종의 돌연변이인 셈이다.


<끝>







실장석에 관한 몇 가지 사실들



<1>

실장석이 인간과 공존한 역사는 사람들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오래되었다. 그 예로 유럽 지역에 구전되는 소인설화의 경우는 대부분이 실장석에 기반을 둔 것으로 추측된다.

그렘린은 따뜻한 기계 안에 숨어들었던 실장석이 기계가 작동함과 동시에 폭발한 것을 보고 오인한 것이라 여겨진다. 비산하는 적록색 체액을 녹색 안개로, 이물질이 들어가 고장 난 기계를 괴물의 장난으로 착각한 것이다.

노움과 드워프는 폐광이나 갱도에 숨어들어 지내다 발각된 실장석이 모티브가 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외형은 노움 쪽이 훨씬 실장석과 비슷한데, 이는 노움이 드워프에 비해 비교적 이후의 시기―그러니까 실장석에 대한 지식이 어느 정도 정착한 이후―에 창작되었기 때문이다.

무리 생활을 하는 야생 실장석들은 고블린의 원형이라고 생각된다. 동족식과 노예 사육과 같은, 인간과 비슷하면서도 보다 추악한 모습은 옛사람들로 하여금 작고 사악한 소귀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만들었을 것이다.

집에 숨어든 실장석은 브라우니와 레프러콘의 유래가 되었을 것이다. 실장석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던 시절, 미신에 기댔던 옛사람들은 어둠을 틈타 집안을 돌아다니는 난쟁이를 해충이라기보다는 보다 초자연적인 존재로 여겼고, 이는 그대로 민담의 소재가 되었다. (다만 집안일을 도와준다거나 신발을 대신 만들어준다는 이야기는 실장석의 습성이나 능력에 비추어볼 때 착각이거나 일종의 과장법으로 여겨진다)

체인질링은 실장석의 고전적인 탁아 습성에서 비롯되었다는 게 정설이다. 산업화 이전 시절, 실장석들은 대문 앞에 자를 놔두고 가는 식의 탁아를 행하곤 했는데―당연한 이야기다. 비닐봉지와 편의점이 언제 생겼는지 생각해보라―, 이를 두고 요정이 아이를 바꿔치기하려 든다고 여겼던 것이다. 요정과 바꿔치기 당한 아이란 말 또한 ‘실장석만큼 멍청한 아이’란 말이 요정 전설과 섞여 와전된 것인 듯하다.


<2>

체계적인 식실장 생산을 처음으로 진행한 나라는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의외로 독일이다.

으레 떠올리곤 하는 중국의 경우, 실장석이 처음 들어온 건 일본의 견수사가 수양제에게 선물로 보낸 것이었던 데다 당시엔 영물의 일종으로 여겨졌기에 식재료로 쓴다는 발상 자체가 없었다. 이후 수가 증가한 뒤에도 민간에서 잡아다 요리하는 데 그쳤을 뿐 독일과 같은 본격적인 시도는 없었다.

19세기, 강대국 건설에 박차를 가하던 프로이센은 당시 ‘상당히 이상한 동물’ 취급을 받던 실장석을 유용한 군량으로 활용할 계획을 세웠다. 그 당시에도 실장석은 특유의 질긴 생명력과 출산율로 여기저기서 민폐를 끼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는 먹이의 제한이 없다는 점과 함께 그 어느 가축보다 뛰어난 점으로 지목되어 프로이센은 곧 체계적인 실장석 사육 및 실장육 생산 시스템 개발에 돌입했다.

이는 상당한 성공을 거두어, 후에 벌어진 보불전쟁에서는 모든 전역의 군사들이 원활한 실장육 공급의 혜택을 누리게 되었다. 다만 그 품질과 맛은 조악해서 최전선 외엔 그리 달가워하지 않았던 데다 생산 공정 또한 비위생적이라 종종 문제가 되었다. 오죽하면 실장육 군량화에 앞장선 비스마르크조차 ‘실장석 사육장은 정치판과 같아 보기에 심히 좋지 않다’란 말로 비꼬기까지 했을까.

그러나 1차 대전에 들어서는 이렇게 푸대접받던 실장육마저도 없어서 못 먹는 것이 되고 말았다. 양면전쟁으로 물자를 최대한 활용해야 했던 독일제국은 전쟁 후반 소진된 군량의 대다수를 재배가 쉬운 순무와 실장육으로 대체했다. 이 절박했던 상황은 서부전선의 어느 군인의 수기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오늘은 바우어 하사가 양키들의 참호에서 통조림을 훔쳐왔다.
모두들 돼지고기를 기대하고 있었지만, 아쉽게도 새우였다.
해산물은 다들 좋아하지 않는다. 비린내가 나는 탓이다.
하지만 그 망할 짓-소보단 여러모로 낫다. 감사할 따름이다.
식단은 며칠째 변함이 없다. 아침은 짓-소 수프, 점심은 순무빵, 저녁은 짓-소와 순무 스튜.
그나마도 없어서 한 끼는 굶어야 한다.
후방에서의 사정도 여기와 별반 다를 게 없다 한다.
정녕 하늘은 우리 독일을 버리셨단 말인가?...
...적어도 죽을 땐 이 짓-소 말고 다른 걸 입에 넣고 나서 죽고 싶다...’

전후에도 독일군의 군량 목록에 실장육이 포함되어 있었으나, 2차 대전에 들어서는 실제로 사용되진 않고 배급에나 포함되는 정도로 축소되었다. 일선 장병들의 반발이 극심한 탓이었다. 사용량이 저하됨에 따라 국가적으로 추진했던 사육생산 시스템 또한 자연스럽게 폐기되고 말았다.

그러나 이 체계화된 사육생산 시스템이 영영 사라지는 일은 없었다. 보불전쟁 이후 선진화된 육군을 견학하러 왔던 일본의 사절단이 육군 교리와 함께 이 시스템 또한 배워간 것이다. 어차피 일본에도 실장석은 발이 채일 정도로 많았고, 이를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그걸로 좋았던 것이다. 덕분에 2차 대전 내내 일본군은 쌀밥마저 못 먹는 상황에서라도 실장육은 지겹도록 공급받으며 끈질기게 버텼고, 그 바람에 원자탄을 직격으로 맞고야 말았다.

전쟁이 끝난 뒤 실장육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며 그 실용성 또한 의심받기에 이르렀으나, 이후 추가적인 개량과 보완이 이루어지면서 실장육은 햄이나 소시지와 같은 육류 가공품의 형태로 우리의 식탁에 잔존하게 되었다. 또한 이는 새롭게 부상한 애완실장 산업에도 적용되어, 오늘도 각지의 사육장에서는 이루 셀 수 없는 출산석들이 먹고 낳고 죽는 죽음의 순환을 반복하는 중이다.


<3>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고대 일본에서는 실장석을 귀하게 길렀다고 한다.

날 때부터 가진 옷은 고귀한 태생을,
옷의 푸른색은 젊음을,
몸속의 위석은 부유함을,
많이 먹고 많이 싸는 습성은 풍족함을,
다산하는 특성은 번영을,

이 다섯 가지를 오복(五福)이라 부르며 상서로운 영물의 증거로 받아들였고, 때문에 천황가나 귀족 가문에서 복의 상징으로 길렀다고 전해진다. 또한 중국에 견수사나 견당사를 보낼 때도 종종 공물로 천황가에서 기르는 실장석들 중 일부를 골라 보내기도 했다고 전해지는데, 이들 중 성공적으로 분양된 실장석 중 일부가 변이를 일으켜 실홍석의 기원이 되었을 거라 학자들은 추측하고 있다.

그러나 뒤이은 천황의 위신 하락과 귀족들간의 권력 투쟁, 그리고 무사 집단의 발호로 고위 계층의 실장석 애호 풍습은 점점 사라져갔고, 야생에 풀려나 급격하게 번식한 실장석들이 민가에 피해를 입히자 일반 농민들에게는 그저 해충 내지 요긴한 육류품 취급을 받게 되었다. 또한 전국시대 동안에는 실장석을 식량으로 쓰려는 다이묘들 때문에 실장석의 지위가 하락하고 말았다.

여기에 추가타를 먹인 사람이 바로 지나친 동물 애호로 ‘개 쇼군’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도쿠가와 막부의 쇼군 도쿠가와 츠나요시(1646~1709)였다. 그는 개나 소를 비롯한 대부분의 동물을 끔찍이 아꼈지만 실장석에 대해선 이상하리만치 무관심했는데, 혹자는 츠나요시가 어릴 적 투분을 당한 기억 때문에 실장석을 혐오했던 게 아닌가 하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자세한 내막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아무튼 그의 치세 당시 급격하게 개의 수가 늘면서 이 개들이 실장석을 간식으로 삼는 바람에 도시에서는 실장석이 씨가 마를 정도였다고 한다.

또한 2차 대전 당시 독일의 사육생산 시스템을 들여온 군부에서 다시금 수가 불어난 실장석을 군량으로 활용했고, 이에 전후 GHQ는 실장석 사육 및 사용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법령을 추진하고 대대적인 구제에 돌입했다. 덕분에 얼마간은 실장석의 원산지인 일본 내에서조차 실장석을 보기가 힘들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실장육 사업이 다시금 부활하고, 버블경제 당시엔 부를 자랑하는 척도로 기묘한 애완동물을 기르는 풍조가 늘면서 실장석은 다시금 그 수를 불리게 되었다. 게다가 이 사육실장들이 유기되거나 탈출하여 번식하면서, 지금에 이르러서는 일본 남부 어디에서나 실장석을 흔히 볼 수 있게 되었다.


<4>

기록에 따르면 고대 실장석들은 무리를 지어 다니며 초기 인류와 같은 집단 사냥과 채집을 했다고 한다.

지금처럼 구걸과 탁아, 그리고 인간의 사물에 기대는 현상은 산업화 이후 생겨난 풍조로, 학자들은 이것이 실장석이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의존적인 습성을 가진 탓이 아니라 먹을 것과 살 곳이 부족해진 실장석이 변화한 환경에 적응한 결과라고 주장한다. 즉 구하기 힘들어진 사냥감과 채집품을 포기하고 대신 쉽게 구할 수 있는 쓰레기를 생존의 도구로 삼았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지금의 실장석들은 인간의 환경파괴 때문에 생겨난 일종의 돌연변이인 셈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