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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시간들

 


"어때 행복하니?"

나의 물음에 미도리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행복의 목소리로 말한다. 

"행복한데슷! 평생 닌겐상과 행복하게 지내고 싶은데스!"

그리고 잠시 주저하더니 말을 이어나간다. 

"허락만 해주신다면 자도 갖고 싶은데스, 자들과 행복하게 지내고 싶은데스!"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그렇게 하자. 흑발의 자도 낳자꾸나"

미도리는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나는 오늘도 후타바 공원에서 다섯 마리의 실장석을 집으로 데려왔다. 

'상냥한 인간의 손에 이끌려 사육실장이 된다'

공원의 모든 들실장들이 꿈에 그리던 아름다운 기적을 이번 주에도 친히 내린 것이다. 인간의 기척에 무조건 도망부터 치고 본 똑똑한 개체들이 저 나무 밑 둥치에서 몰래 훔쳐보는 것을 온 몸으로 느끼며, 내 발 밑에서 실장푸드에 머리를 조아리던 놈들 중 무작위로 다섯 마리를 마트용 카트에 실어 집까지 데려왔다.

"데샤아아아아아!"

뒤에서 수십마리의 실장석들이 자기도 데려가라고 뛰어 나오는 모습은 꽤나 장관이지만, 개중에는 질투에 못 이겨 투분을 하는 등 난폭해지는 개체도 있기 때문에 집까지 서둘러 도망치는게 우선이다. 성체실장 세 마리와 중실장 한 마리, 자실장 한 마리, 이렇게 다섯 머리를 데려왔다.



"아와아와한데슷"
"해, 행복한테치"
"데프프, 똥닌겐은 이미 내 매력에 메로메로 된 것이 틀림없는데스"
"흑발의 자를 낳고 싶은테스"
"따뜻해서 좋은데스..."

우선 다섯 마리를 따뜻한 물로 씻긴 후, 욕조에 거품까지 띄워 몸을 따스하게 만들어준다. 처음에는 뜨신 물에 그만 기분좋아 부리부리부리 하며 빵콘을 하는 경우까지 있지만, 역시 그렇게 한번 씻기고 욕조에 들어가면 모두 홍조 띈 나른함의 행복을 느낀다.



"테엑! 우마우마한데스!!!"
"눈물이 나오는테치"
"마마! 태어나게 해주셔서 감사한데스!"
"맛있는테스"
"이건 스테이크가 틀림없는데스"

비록 싸구려 마트 초밥이긴 할지라도 초밥은 초밥이고, 돼지고기 후지살일지언정 고기는 고기다. 녀석들은 평생 처음 먹어보는 어마어마한 맛에 거의 개체당 400g 가까이를 먹어치운다. 무서운 식욕이다. 뿐만 아니라 실장푸드와 콘페이토를 디저트로 주자 또 개체당 한 주먹씩을 원없이 먹는다.

녀석들의 행복은 그야말로 순식간에 최대치로 차오르고, 그렇게 단돈 몇 만원에 놈들은 지고의 행복을 느낀다. 그리고 역시 마트에서 사온 강아지용 애견 공주침대에 잠을 재운다. 네무리 섞은 식사를 한 이상, 잠이 안 들 수가 없다. 너무나도 기분좋은 잠. 

심지어 모두가 잠이 들기 직전, 나는 녀석들에게 이름까지 붙여준다.

"너는 미도리"
"너는 그린"
"너는 에메랄드"
"너는 리프"
"너는 올리브"

제법 그럴싸한 느낌의 이름까지 얻게 된 다섯 마리의 실장석은 그렇게 곱게 잠이 든다. 짧은 참생 최고의 날을 기억하며.




...물론 당연히 놈들이 다음 날 눈을 뜨는 곳은 당연히 공원 한 구석 큼지막한 박스 안이다. 심지어 모두 독라가 된 채로. 꿈이 아니라는 증거로 어제 먹다 남긴 실장푸드 몇 알이 주변을 굴러다닐 뿐.

"데에에, 뎃?! 데샤아아아악! 이게 무슨 일인데슷! 데규악!!!"

제일 먼저 눈을 뜬 에메랄드는 우선 자신이 눈을 뜬 곳이 닌겐상의 세레부한 집이 아니라 눈에 익숙한 박스 안이라는 사실에 놀라고, 주변에 있는 놈들이 모두 독라실장이라는 사실에 놀라고, 세번째로 자신 역시 독라 신세라는 사실에 비명을 지르고야 만다. 물론 그 비명에 놀라 다른 녀석들도 일어나고.

다섯 머리 모두가 당황하지만, 그들로서는 이런 갑작스러운 상황을 유추해내기 힘들다. 다만 그나마 개중 현명한 개체 하나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낸다.

"혹시 우리 다시 버려진 것인데츄카?"

도저히 믿고 싶지 않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건 꿈이라며 다시 잠을 청하는 현실도피형 개체, 다른 놈들 때문에 쫒겨난게 틀림없다며 화를 내는 개체, 자기도 독라이면서 그걸 모르는지 "독라들은 모두 꺼지는데샤" 하고 소리를 지르는 개체, 슬픈 현실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바닥에 굴러다니는 실장푸드에 입을 다져다대는 개체, 다시 그 닌겐상의 집을 찾아가야한다고 외치는 모험성 투철한 개체까지...

하지만 어쨌든 그들은 독라. 버려진 독라들이 공원에서 겪을 일은 뻔하다. 게다가 한번 길들여진 고급스러운 입맛과 행복했던 순간의 기억은 더이상 그들을 과거로 돌아가지 못하게 한다. 그 무엇보다 그들은 '이름을 가진 사육실장'으로서의 자부심이 있기에, 들실장의 생활로는 돌아갈 수 없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결국 파멸 뿐이다.




...어쨌든 그거야 그 놈들의 미래고, 나는 오늘 또 새로운 다섯 마리의 실장을 데려왔다. 역시나 똑같이 미도리, 그린, 에메랄드, 리프, 올리브의 이름을 붙여주고 씻기고 먹인다. 네무리를 먹고 하나둘씩 수면에 빠지는 들실장들.

자, 이제 미도리부터 독라로 만들어볼까, 하고 생각한 순간 미도리가 눈을 떴다. 네무리를 덜 먹은 건가. 그러나 미도르는 자신의 머리카락에 닿은 내 손을 보고 자신의 머리칼을 쓰다듬어주기라도 하는 줄 알았는지 해맑게 웃으며 "데프프" 하며 웃었다. 나는 물었다.

"어때 행복하니?"

나의 물음에 미도리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행복의 목소리로 말한다. 

"행복한데슷! 평생 닌겐상과 행복하게 지내고 싶은데스!"

그리고 잠시 주저하더니 말을 이어나간다. 

"허락만 해주신다면 자도 갖고 싶은데스, 자들과 행복하게 지내고 싶은데스!"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그렇게 하자. 흑발의 자도 낳자꾸나"

미도리는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나는 다시 한번 확실히 네무리 가스로 미도리를 깊은 잠 속으로 보내버리고 다시 말없이 작업을 시작했다. 독라로 만들어 공원에 버리는 언제나의 작업을 말이다.

실장석 커뮤니티 '데스넷'에서는 나의 이 행동에 대해 꽤 평가가 엇갈리는 듯 하다. 누군가는 '흔해 빠진 올렸다 떨어뜨리기'라며 시시하다며 비난하고, 누군가는 '다 떠나서 2년째 저 짓을 계속하는 그 성실함과 재력에 감탄한다'라고 옹호하지만...

나는 그보다는 다른 부분에 대해서 논쟁을 하고 싶다.

단 하루지만, 다른 들실장은 평생 누리지 못할 최고의 행복을 맛보고는 다시 처절한 현실로 돌아가는 이 경험.

그것은 행복일까 불행일까. 

누군가들은 그것을 불행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행복이라고 믿고 싶다. 나는 내가 애호파라고 확신하니까. 

사랑한다 들실장들아. 이제 이별의 순간이다. 



- 끝 - 








애호파였던 남자 1

 


남자는 애호파였다.

아니 물론 딱히 실장석에 대한 애호가 있던 것은 아니지만 원래 어렸을 적에 고양이나 개, 금붕어 등 다양한 동물들을 키워봤기에 실장석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의 호감은 있었던 것이다. 세간에서 종종 화제가 되는 실장석의 분충성이나 유해조수 지정 등에 관한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도

"어차피 개 중에도 미친 개는 있기 마련이고, 길고양이도 쓰레기 봉투 헤집는 녀석들 많잖아. 들실장 녀석들의 폐해도 그런 연장선이겠지"

정도의 인식이었다.



"닌겐상, 이 자를 겨울동안만이라도 맡아주면 좋은데스"

편의점에서 나오는 길에 만난 친실장의 탁아요청이었다. 전의 살던 동네는 주변의 아파트 단지 부녀회에서 월 단위로 동네에 철저히 실장석에 대한 구제를 실시했기에 막상 실장석과 조우할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일주일 전 이사를 온 원룸 인근에서는 어렵지 않게 실장석을 찾아볼 수 있었고, 마침내 탁아 요청의 경험까지 하게 된 것이었다.

"흐음"

남자는 순간 고민했다. 그리고 유심히 탁아 요청을 받은 자실장을 바라보았다. 빵콘한 흔적도 없고 친실장의 손에 들린 채의 상황에서도 나를 향해 무어라 테치테치하며 손을 모았다. 얼른 스마트폰의 링갈 앱을 받아 번역을 하자

"나를 사육실장으로 삼으면 좋은 테찌, 좋은 자가 되겠테치"

라는 문구가 떴다. 게다가 고개까지 숙이는 것이었다. 똑똑하고 예의도 아는 개체다. 친실장도 아마 가장 똑똑한 아이를 골라 탁아 요청을 한 것이리라. 그런 녀석이라면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애초에 원룸으로 나오면서 제일 먼저 꿈꾸었던 것도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 아니었던가. 당초의 계획은 고양이를 키우는 것이었지만, 문득 실장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좋아, 너를 키워주겠다"
"기쁜 테치♪, 좋은 자가 되겠테치♪"

그러나 문득 그 자실장 이외에도, 멍하니 서서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는 눈치로 나를 올려다보는 친실장과 다른 자실장 셋이 눈에 들어왔다. 만약 내가 이대로 이 자실장만을 키운다면 이 녀석들은 과연 이 겨울을 넘길 수 있을까. 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도 같이 갈래?"

친실장은 뜻밖의 내 제안에 "정말인데스우? 거절할 이유가 없는데스!" 하고 크게 반가워했다. 내가 학대파라면 어쩔 셈인가 하
는 생각을 했지만, 어차피 이 정도로 자실장들을 깨끗하게 키워낸 똑똑한 친실장이 학살을 각오하고서라도 탁아요청을 할 정도라면 그만큼 한계에 몰린 상황이 틀림없으리라. 녀석으로선 설령 내가 학대파라고 하더라도 손해가 아니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좋아"

내가 친실장을 받아들이자 남은 세 자실장도 테치 테치하며 좋아라 했다. 내가 모두를 데려간다는 말에, 처음에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던 다른 세 마리의 자실장도

"매일매일 콘페이토 먹을 수 있는 테치?"
"테프프, 마마가 좋은 노예를 고른 테치"
"이제 배고프지 않아도 되는 테치?"

하며 와글와글 떠들어댔다. 친실장은 "고마운데스우, 앞으로 잘 부탁한다는 데스우"하며 몇 번이고 감사의 표시를 했다. 집까지는 약 15분 정도의 거리. 자실장들에게는 그래도 제법 벅찬 거리일 수 있기에 나는 편의점에 말해서 적당히 큰 사이즈의 골판지 하나를 얻어, 거기에 자실장 네 마리를 싣고 친실장은 옆을 따라오게 했다. 우리 일행의 모습을 본 몇 마리인가의 들실장들이 떠들어댔지만 나는 무시하고 집으로 향했다.

"자, 씻자"

밖에서는 잘 못 느꼈지만, 역시 들실장은 들실장이었다. 집 안으로 들어오자 그제서야 새삼 이 실장석들의 냄새가 느껴졌고 서둘러 화장실에 녀석들을 몰아넣고 따뜻한 물로 씻겼다. 옷을 벗으라는 명령을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곧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라는 것을 깨달은 녀석들은 먼저 벗어제끼기 시작했다.

꼬질꼬질한 때가 씻겨나가고 기분좋은 물줄기가 몸을 씻어내린다. 친실장들과 자실장들은 생전 처음 맞이하는 그 달콤한 기분에 그만 바닥에 그 똥을 싸지르기 시작했다. 개나 고양이도 키워봤기에 동물의 똥 냄새에 어느 정도 면역이 있는 나로서도 생각보다 역한 그 냄새에 좀 당황했지만 곧 물에 씻겨 내려가자 참을만했다. 다만 확실히 해두고 싶었다.
"어이"
친실장은 한참 꿈같은 행복 속에서 나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며-그리고 닌겐 앞에서 자기도 모르게 싸버린 대변에 스스로 놀라며- "무슨 일인데스우?" 하고 물었다.

"순간적인 기분에 너희 모두를 데려오긴 했지만, 나는 원래 무조건적으로 민폐까지 받아주는 사람은 아니야. 만약 네가 분충짓을 하거나, 혹은 분충짓을 하는 녀석이 있다면 그 녀석만큼은 확실히 솎아낼거야. 명심해"
친실장은 고개를 끄덕였고, 탁아를 요청받은 자실장은 똥을 또 쌌다. 다른 세 녀석은 그저 씻는데 정신이 팔려있을 뿐이었다.다 씻긴 후 수건으로 녀석들을 닦아주었다. 다섯 마리나 되다보니, 수건이 3장이나 필요했다. 앞으로 당분간 수건이 모자라겠는걸, 하고 생각하며 녀석들의 옷도 일일히 손빨래로 빨아주었다.

"테추웅~♪ 기분 좋은 테치"
"주인님은 좋은 사람인테치"
"와타치가 배가 고프기 시작했으니 얼른 노예는 스테이크를 가져오면 좋은테치!"
"고마운데스..."
"새로운 집 좋은테치"

아까 편의점에서 받아온 골판지에 또 새 수건 두 장과 무릎 담요 한장을 깔아주었고, 아쉬운대로 이빨 빠진 옅은 접시 하나를 화장실 대용으로 쓰게했다. 실장푸드가 없어 일단은 급한대로 낮에 먹다 남은 고구마 조각들을 적당히 잘라서 나눠주었다. 그 이후로는 녀석들을 씻기고 하는 차에 노곤하기도 했고, 나 역시도 씻고 나니 조금 몸이 나른해져서 금방 잠에 빠져들었다.

"밥을 달라는테치!"
"그만자고 일어나 밥을 달라는 테치!"
테치테치 하는 소리에 잠을 깼다. 그렇지. 어제 밤에 실장석들을 집에 데려왔지. 간만의 일요일 늦잠을 방해받은 셈이었지만 기분이 딱히 나쁘지는 않았다. 나는 골판지 옆으로 가서 친실장에게 물었다.
"간밤에 별 일 없었어?"
친실장은 조금 당황하다가 "그런데스"하고 대답을 했지만 뜻밖에 골판지 안에는 똥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그러고보니 방 안에 녀석들이 변 냄새가 진동했다. 뒤늦게 나는 역겨움을 느끼며 창문을 열었고 짜증난 목소리로 친실장에게 말했다.
"애들이 똥도 못 가려?"

충동적이기는 했지만 린갈이 없어도 내 말을 어느 정도 알아듣는 높은 지능의 개체다. 게다가 네 마리나 되는 새끼들을 빵콘 한번 시키지 않고 키우는 친실장이라면 자식들의 훈육도 제법 잘해내리라 생각했건만 이는 조금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내 짜증난다는 말투에 친실장은 조금 놀라며 대답했다.

"데, 첫 날이라 그런데스우, 게다가 자들이 배가 고파서 그런데스, 용서를 비는 데스우"

분명 어젯 밤에 어느 정도 충분할 정도로 고구마를 줬다고 생각하지만 어쨌거나 늦잠을 잔 내 잘못도 있다고 생각해서 용서를 하기로 했다. 다만 냄새 때문에라도 실장수조는 필히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원룸에서 다섯마리...그것도 한 마리는 성체의 친실장이라면 조금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실장펫샵의 주인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게다가 들실장이라니. 충분히 훈육을 하지 않으면 결국 모두 분충화 되고 말 겁니다. 게다가 실장석을 키우시는게 처음이시라면 더더욱..."

돌아오는 길. 마음이 조금 무거웠다. 순간적인 동정과 충동으로 다섯마리나 되는 실장석을 받아들였지만, 역시 내가 생각해도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뜩이나 좁은 원룸 안에 이만한 실장수조를 가져다 놓으려니 집이 얼마나 좁아들까. 게다가 실장푸드와  자실장용 화장실, 탈취제 등을 함께 구입하고 보니 그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이 정도 돈이면 차라리 고양이를 들이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테치아아아아아아아아아~"
"배가 고픈테치"
"테챠아아아아~ 밥을 달라는테챠아아아"
"우리는 굶기는 똥닌겐은 학대파인테치!"
"그런 생각하면 안되는데스!"
방으로 돌아오자 역시 다시 실장석들의 똥냄새가 진하게 느껴졌다. 원래 전문 브리더들이 키워낸 실장석은 자실장 시절부터 이미 속을 약물로 코팅해서 변 냄새가 그리 역하지 않고, 또 실장푸드 안에 첨가된 탈취성분이 변 냄새를 잡아주지만 이 녀석들은 들실장 녀석들이다보니 역시 똥냄새가 심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자, 밥들 먹어라…어휴 이런"
골판지 안은 똥범벅이었다. 배고픔에 지친 자실장들이 모두 빵콘을 한 덕에 골판이 바닥에 똥이 흘렀고, 바닥과 벽에 그 똥을 문대버린 것이다. 부모 녀석이 수건으로 어떻게든 닦아내기는 했지만 녹색 자국까지는 어쩔 수 없었고 냄새 역시 답이 없었다.

공원에 있을 때의 녀석들은 하루 이틀쯤 굶는 일도 흔했지만 녀석들은 이미 자신들이 사육실장이라는 자각에 배고픔을 느끼자 곧바로 분노하고 빵콘을 한 것이었다. 아까 실장펫샵 주인의 '분충화'라는 단어가 새삼 떠올랐다. 친실장이 새끼들을 꾸짖고는 있었지만 이미 자신은 사육실장이라는 자각이 든 자실장들에게 현재의 친실장은, '곧 그 말이 생존과 직결되는' 들실장 시절의 친실장에 비해 권위가 많이 내려가 있는 상태였다.

"밥을 내놓는테치! 똥닌…테챠아아아!"

급기야 내 얼굴을 보며 투변을 하려는 녀석마저 있었다. 어제부터 신경쓰이던 녀석이다. 나는 그 자리에서 녀석의 오른팔을 뽑아버렸다.
"테챠아아아아아아아아!"

다른 녀석들은 그 광경에 마구 빵콘을 해버렸고, 친실장마저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나는 친실장에게 말했다.

"나는 분충은 바로 버린다고 경고를 했다"
여전히 시끄럽게 울어대는 녀석의 반대편 팔을 나는 꺾었다.

"데규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오로로롱!"
한층 더 울음소리가 높아졌지만, 실장펫샵의 주인에게 들은 말이 생각났다.

"조금 지나치다고 생각이 드는 순간까지 몰아붙이지 않는 한, 녀석들은 변하지 않습니다"
결국 한 놈의 팔다리 모두를 분지르고 내려놓았다. 마음이 좋지 않았지만, 적어도 이로서 다른 녀석들에 대해 충분한 경고는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녀석을 내려놓고 나는 다른 녀석들에게 실장푸드를 나누어주었다. 그리고 나는 녀석들이 식사를 하는 사이, 실장수조의 설치를 시작했다.



녀석들을 키우기 시작한지 4일째. 그 이후로 두번 더 자실장 녀석들의 팔을 꺾었다. 친실장 역시 이제 제대로 하지 않으면 분명히 버려질 것이라고 확신을 했는지 확실히 예전에 비해 새삼 자실장들에 대한 교육이 엄해졌고, 녀석들의 예의범절도 좋아졌다. 실장푸드를 먹이기 시작해서인지 변 냄새도 줄어들었고, 화장실의 이용도 확실해졌다. 그제서야 나는 조금 답답했던 마음에 안개가 걷혔고, 이제 본격적으로 키워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불과 4일만에, 내 손길이 크게 닿지 않았음에도 이 정도로까지 좋아진 것은 기본적으로 이 친실장이 똑똑한 개체인 덕분일 것이다.

"자 콘페이토다"

콘페이토를 한 알씩 던져주자, 녀석들은 정신없이 먹기 시작했다. 실장석에게 있어서 지고의 음식이라 할 수 있는 콘페이토. 그 달디단 맛은, 녀석들의 뇌를 직격하는 지극히도 아름다운 맛이렸다. 하지만 나 역시 요 며칠간의 검색을 통해 너무 많이 주어도 안된다는 것을 알았다. 채찍 9에 당근 1. 이 비율을 놓쳐서는 안된다.
그러나 나는 그때 정작 친실장은 콘페이토를 먹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준 그것을 녀석은 먹는대신 그저 들고만 있을 따름이었다. 나는 그 이유가 궁금해서 물었다.

"왜 안 먹는거냐"
"이 콘페이토는 교육에 쓸 것인데스"
"교육?"
"잘하는 아이에게 주고 싶은데스"

과연. 지켜본 결과 네 마리의 자실장들의 영리함은 처음 나에게 탁아를 요청한 녀석이 그 부모와 동급의 우수함, 나머지 두 마리는 적당히 영리함, 분충화 될 뻔했던 한 마리가 조금 쳐지는 편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세간의 실장석에 대한 평가를 감안해보면 제일 쳐지는 녀석이라도 아마 보통의 실장석에 비해서는 월등히 머리가 좋은 녀석이리라. 그리고 그런 영리함에 친실장의 저런 희생 어린 교육이 더해져 녀석들의 예의범절은 갈수록 빠르게 좋아진 것이 틀림없었다.


"역시 다섯 마리를 키우다보니 실장 푸드 사는 데에만도 돈이 제법 들어가네요"

나의 말에 실장펫샵의 주인은 웃으며 말했다.
"그렇죠. 그보다 솔직히 감탄했습니다. 처음 실장석을, 그것도 들실장을 키우시는 분이 벌써 한달째 무사히 한 마리도 도태시키지 않고 키우고 있다니!"
나는 머쓱해져서 말했다.

"친실장 녀석이 똑똑한 편이라 손이 덜가는 편입니다. 자실장들도 비교적 똑똑한 것 같구요. 더이상 수조 벽에 똥을 묻히거나 하는 일도 없답니다"
그 말을 들은 실장펫샵의 주인이 물었다.
"음, 자주 놀아주시는 편인가요?"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순간 나는 조금 무언가에 가슴을 찔린 기분이었다. 그렇다. 당초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은 그 동물과의 교감, 그리고 함께 꾸며가는 삶 같은... 정서적 유대감 같은 것이 중요한 것인데 나는 그저 지난 2주일간 녀석들이 예상보다 예의범절을 빨리 익혀간다 라는 그 사실 하나에만 우쭐해 있던 것이다. 그나마도 내가 이룬 업적이 아닌데 말이다. 내 표정에서 정곡을 찔린 것을 느꼈는지 실장펫샵의 주인은 재빨리 화제를 바꾸었다.

"그래도 이제 곧 자실장 녀석들도 곧 성체가 될텐데, 다섯이나 되는 성체 실장석을 집 안에서 키운다는건 언어도단입니다. 더 정이 들기 전에 한두 마리를 제외하고서는 내보내셔야 할 겁니다"
그의 말은 요만큼도 틀린 점이 없었다. 좁은 원룸에서 성체 다섯 마리를 키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건 애니멀 호더나 하는 짓이다. 분명 한두마리를 제외하고서는 녀석들은 내보내야 한다.

그리고 그때 처음으로 다섯마리 전부를 데려온 것을 후회했다. 만약 가장 똑똑한 개체 한 마리만 받아오고, 나머지는 공원에서 친실장의 지도 하에 성장하게 내버려 두었다면, 이 똑똑한 친실장의 지도 하에 어떻게든 살아남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머지는 그럼 다시 공원에 보내야 하나요...?"

그러나 실장펫샵의 주인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집에서 곱게 자란 사육실장을 공원으로 돌려보내봐야, 결국 다른 들실장의 질투와 미움을 받아 죽기 마련입니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우울한 마음에 휩싸였다. 내 딴에는 좋은 일을 하고자 한 것인데 결국 최악의 일이 되어버렸다. 실장펫삽의 주인이 추천한 바에 따르면 "원룸에서는 잘해야 둘". 그럼 저 다섯 중에 둘을 고르지 않으면...

그날 밤. 나는 잠이 든 다른 자실장들을 내버려 둔 채, 친실장만을 데리고 집 문 앞으로 나왔다. 뒤늦게 잠이 깬 친실장은 자신이 지금 집 밖에 아무런 예고도 없이 나에 의해 반 강제로 실려나왔다는 사실을 깨닫자마자 그 영리함에 걸맞지 않게 빵콘을 해버렸다. 아마도 자신이 버려지는 것으로 이해한 모양이었다.

"데, 데데데스우?"
눈물을 줄줄 흘리는 모습에 어이가 없었지만, 그토록 필사적으로 지난 한달간 안 보이는 곳에서 노력한 만큼 이 뜻밖의 상황에 패닉이 온 모양이었다.
"진정해 멍청아. 어쨌든 뭐, 아주 틀린 예상은 아니야. 너도 알겠지만, 언제까지고 저 좁은 수조 안에서 네 자식들을 모두 키울 수는 없어. 게다가 이 좁은 방에서 성체 다섯마리를 키운다는건 불가능해. 그리고 오늘 문득 생각했지. 내가 애완동물을 키우는 이유 말이야. 내가 무슨 사육사도 아니고, 어쨌든 내가 돈과 시간을 들여서 너희를 보살피는건 내 즐거움을 위한 것인데 어쩐 일인지 나는 너희와의 유대는 커녕 그냥 단순히 관찰만을 하고 있잖아. 마음을 교감하기 위해서 두마리만 남기고 내보내야 할 것 같다. 더 정들기 전에"
"데데데스우, 데스우, 데스우"
그러나 내 말에 친실장은 더더욱 떨며 울다가 제자리를 빙글빙글 돌고 또 내 팔뚝을 통통통 치며 무어라 이해할 수 없는 외침을 외치고 있었다. 아마도 어쩌면 그럴 수 있냐, 너무하다, 다시 한번 잘 생각해봐달라 이런 류의 말이겠지. 하지만 나의 표정은 단호했다.
"내가 너희 이름을 붙이지 않은게 어쩌면 정말 잘한 짓인가 하는 생각도 들어. 이름까지 붙였다면 더 힘들었을거야. 자 선택권은 너에게 주마. 남을 놈, 내보낼 놈은 네가 골라라"
얼마인가의 시간이 지난 후, 친실장은 진지한 표정으로 나에게 작게 속삭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다음 날, 눈을 뜬 두 마리의 자실장은 부모와 자매들이 사라진 사실에 놀라며 울기 시작했다.

"데애애애앵~ 대애애애애앵~ 마마는 어디간테치?"
"데에에에에에에에엥~ 마마? 마마!"

나는 아침 일찍부터 수면을 방해받아 피곤했지만, 녀석들이 그럴만하다고 생각했기에 말해주었다.
"미안하지만, 너희 부모와 다른 자매들은 공원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내 말에 녀석들은 역시 "데에엣?!", "마마, 마마!" 하며 울부짖으며 성대하게 빵콘해버렸다. 실로 몇 주만의 빵콘이었다. 나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아, 그렇다고 너희 자매나 어미가 분충짓을 한 것은 아니야. 단지… 키울 수 없게 되었기에 선택을 하라고 했지. 나갈 놈, 남을 놈을 고르라고"



지난 밤. 친실장은 뜻밖에 자기 자신과 나에게 탁아를 부탁하려 한 녀석, 그리고 네 마리 자식 중에 가장 분충의 끼가 있었던 놈, 그렇게 셋이 나가겠다고 했다. 실장석의 생태를 보건데 본인과 가장 아끼는 자식을 남길 줄 알았는데.

"나와 가장 영리한 자가 나가면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 있는데스. 그리고 저 자는 내가 없으면 언제든 분충이 될 자인데스. 때문에 그나마 나은 둘을 남기는 데스"
나는 솔직히 감탄했다. 동물로서의 실장석이라면 몰라도, 부모로서의 실장석으로서는 고를 수 있는 최대한 유리한 수를 고른 셈이다. 과연. 내가 골랐어도 이렇게 골랐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그 순간, 이렇게 영리한 들실장을 버리는 것은 참 아깝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 약간의 오기, 호기심이 들었다.

과연 부모가 없이도 남은 두 마리의 자실장은 분충이 되지 않을 수 있을까. 









실장펜던스데이 : 실장 외계인

 


그 어느 날이었다. NASA의 중대 발표가 있었다. 목성 궤도 외곽에서부터 거대한 인공 구조물이 지구를 향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었다.그것은 외계인의 존재에 대한 확고부동한 증거였다. 사람들의 반응은 엇갈렸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은 평화로움을 숭상하는 ET 같은 외계인들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어느 존재들보다 폭력적이고 잔인한 존재들이었다.



NASA의 발표 일주일 후 그들은 지구에 도착했다. 샌프란시스코만한 크기의 거대한 우주선에서는 엄청난 수의 전투기 비슷한 그 무엇이 쏟아져 내렸다. 놀랍게도 그것은 날아다니는 데스쿠터를 탄 실장석이었다. 아니 외계 생명체임이 분명했지만 그것은 누가 보아도 실장석이었다. 

"맙소사"

그들은 불과 며칠이 되지 않아 인류의 저항의지를 꺾어놓았다. 그들이 쏘는 녹색점액질 비슷한 그 무엇은 가공할 생화학 무기였다. 끔찍한 냄새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맞는 즉시 전투 의지를 잃게 되는 그것은…

그래, 실장석들의 똥이었다. 문제는 이 외계 실장석들이 그 똥을 마하 20의 속도로 레일건처럼 사용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 날아다니는 데스쿠터에 장착된 레일건에서 발사되는 마하 20의 실장 똥은 전투기건 전함이건 탱크건 방탄조끼건 무엇이던 한 방에 파괴하기에 충분했다. 

북미 대륙 전체의 방공 전력이 불과 2시간 반 만에 초토화 되었다. 미국은 급기야 핵미사일까지 동원했지만 공중에서 요격되었다. 사정은 세계 어디던 비슷했다. 러시아는 모스크바 상공에서 ICBM을 자폭시켜 수백만기의 전투 데스쿠터와 외계 실장, 그리고 수백만의 러시아 시민들을 맞교환했지만 그 처절한 희생도 보람없이, 크렘린 궁에는 50미터 규모의 실장똥이 쌓였다. 결국 러시아도 항복 선언을 했다. 



외계 실장과의 전쟁이 벌어진 1개월 반만에 UN은 인류의 패배를 인정한다. 물론 세계 각지에서 게릴라전이 이어지고는 있었지만 적어도 더이상 국가 단위 규모로 조직적 저항을 하는 인류의 세력은 존재하지 않았다. 외계 실장들의 기술력은 인간을 아득히 압도하고 있었고, 더 영리했으며 더 잔인했다. 

UN 사무총장과 세계 각국의 대통령, 수상들이 그 '실장석' 녀석들에게 머리를 숙이며 굴욕적인 항복 문서에 조인하는 모습은 충격을 넘어 실소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다 싸인을 한 데스우?"
"네, 다 했습니다"
"데프프, 닌겐들은 독라인 지배자가 많은 것이 이상한데스우" 



이후 세상은 거짓말처럼 뒤바뀌었다. 외계 실장석들은 우주선에서 내려와 인간들을 노예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모든 과자 공장들은 그 생산을 멈추고 콘페이토만을 생산하기 시작했으며 스테이크는 실장석들의 식사가 되었다.

외계에서 내려온 실장석들 뿐만 아니라 지구에서 살던 실장석도 마찬가지였다. 외계 실장석들은 지구의 실장석들에 대해서도 인간들의 학대나 반항을 용서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제서야 인간들은 실장석이라는 이상 생명체의 기원에 대해 깨닫게 되었다. 

인간과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지능이 높은 생물인데 어째서 정작 자신들이 직접 문명을 세우거나 무언가를 생산해내지 못하는가. 어째서 그렇게나 근거 없이 인간들을 곧잘 "노예"라고 부를 정도로 고자세인 것인가, 생물학적으로 최약체에 가까운 생명체가 어떻게 멸종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인가... 

간단했다. 인간을 노예로 삼았었으니까. 어느 시기, 인간은 이미 그들의 노예였던 것이다. 아마도 언젠가의 과거 속에서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고도로 발달된 외계 실장석에 의해 인간들은 그들의 지배를 받았을 것이다.

다만 인간들을 노예로 부르는 세월이 너무 길어지자 편한 생활에 익숙해지고 직접 무언가를 하는 대신 모조리 인간에게 일을 떠맡기다보니 결국 그들은 자기 스스로는 아무 것도 할 줄 모르게 되어 문명이 퇴화되고 오늘날의 저질 생명체가 되어 오히려 인간에게 학대받았을 뿐인 것이지. 



모든 인간들은 실장석을 위해 살아야했다. 외계 실장석이고 지구 실장석이고 관계없이 모든 지구인들은 그들의 명령이라면 무엇이든 해야했고, 그 지시를 따르지 않거나 심지어 실장석을 해하려 했다가는 우주 모선에서 감지되어 곧바로 체포되고 처형당했다.

인간들이 살지 않는 빈 집에는 실장석들이 들어가 살게되었다. 물론 실장석이 들어간 집은 채 한달도 되지 않아 엉망이 되었지만 실장석은 그러면 그 집을 버리고 옆 집에 들어가면 그만이었다. 게다가 실장석이 주택가에 들어오게 되면 그 끝을 알 수 없는 더러움에 인간들이 공원이나 길가로 내몰렸다.

실장석의 개체수가 폭증하기 시작했다. 이미 인류 정부가 제 노릇을 못하는 가운데 정확한 숫자를 체크할 수는 없었지만 사실상 천적(인간)이 사라졌고 식재료가 풍부하게 공급되는 이상 실장석들의 출산은 그 끝을 알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치직- 치직- 곧 인류의 날이- 치직- 다시 올 것입니다. 그들의- 치직- 은, 당장은 절망처럼 보일지라도, 치직- 의- 날은 곧 올 것입니다"


인류 레지스탕스들은 그 조짐을 빠르게 깨달았다. 실장석의 인구 문제는 심각함을 넘어 재앙 수준이었다. 인간의 아파트 한 동에 거주하는 실장석만 수십만 마리가 넘었다. 출산철이 되면 더 늘었다. 

아무리 인류의 식량생산능력이 실장석을 위해 전용된다 하더라도 이미 천억을 넘겨 경이적인 숫자의 개체로 불어난 실장석들을 모두 지탱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게다가 한결같이 입맛이 고급화 된 이 실장석들은 이미 콘페이토와 스테이크가 아니면 먹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결국 콘페이토와 스테이크의 공급이 수요에 맞추지 못하기 시작했다. 


"스테이크가 아니면 먹을 수가 없는 테치!"
"무능한 똥닌겐!"
"데샤아아아아!" 

원나라 시대, 한족 다섯 가족이 몽골인 가족 하나를 부양했다고 하던가. 처음에는 한 인간 가정이 실장석 일가 하나씩을 담당했지만 이제는 인간 가정 하나가 실장석 500마리를 부양해야 하는 꼴이었다. 당해낼 재간이 있을 리 없었다. 결국 실장석을 돌보는 인간들은 스트레스를 못 이겨 죽거나, 부양을 실패한 죄로 외계 실장석들에게 처형당하거나, 그들의 손길이 닿지 않는 먼 숲으로 도망치기 시작했고 남게 된 실장석들은 굶다 못해 스스로를 잡아먹기 시작했다. 



외계 실장석들은 몰라도, 지구의 실장석들은 철저히 쓰레기 같은 족속임에는 틀림이 없는 생물이다. 오만하고, 분별 없으며, 생산성이 없는 무능한 생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는 오로지 똥과 새끼가 전부인 열등한 생물. 


지구를 지배하기 시작한 외계 실장석들 입장에서도 그것은 곤혹스러운 일이었다. 자신들의 전설에 따라 머나먼 우주로 떠나 살기좋은 행성을 찾아내어 그 별의 미개한 원숭이들을 노예로 부리며 진화시키고 거대한 석축 문명을 발달시켰으며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다고 알려진 고대의 조상들. 

피나는 노력 끝에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 그 별(지구)를 찾아내었지만 정작 그 별은 닌겐이라는 원숭이 노예들이 지배하고 있었으며 자신들의 조상은 피눈물 나는 처지에서 학살당하고 있는 비참한 삶을 영위하고 있었다. 

그것을 구해내었건만 이미 자신들의 조상은 철저히 미개하고 저능하며 무능한 민폐 벌레로 전락해있었다. 사회성이라고는 오로지 가족 단위의 이기적인 단계에만 남아있었으며 그것조차도 일부에 불과했다. 그저 눈 앞에 먹을 것이 있으면 먹고, 배 부르면 똥을 싸고, 살만하다 싶으면 새끼를 낳는 것이 전부인 철저히 미개한 생물로 퇴화한 자신들의 조상이라니. 


사령관 실장에게 부사령관 실장이 다가왔다.

"이대로라면 우리까지 굶어죽을지도 모르는데스. 우리의 조상은 분별이라는 것이 없는데스. 끝없이 새끼를 낳기만 할 뿐인데스"
"............."
"아무래도 지구는 포기하는 편이 좋은데스"
"그것은 안되는데스!"
"이 별의 주인은 이미 닌겐의 것인 데스. 비록 우리가 그것을 역전시켰다고는 하나, 이대로라면 기껏 만든 문명은 물론이요 아예 이 별 자체가 다시 문명을 잃고 원시의 별로 돌아가버릴 뿐인데스"
"..........."
"이 별을 닌겐에게 돌려주는 것이 오히려 우리의 조상들이 최소한의 삶이라도 영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인데스"
"알았데스"
"그럼 우리는 다시 모성으로 돌아가는데스"
"......"
"이 별의 참상을 알리고 앞으로 우리의 미래는 저렇게 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우리가 이 별로 오게된 진정한 이유인지도 모르는데스"




결국 식량공급이 붕괴되고 대량의 실장석 아사 사태가 일어난 시점에서 외계 실장석들은 자신들의 통치 미스를 인정했다. 그들은 식민통치를 위해 남겨두었던 닌겐 수반들과 관료들을 불러 통치권을 다시 돌려주는 조약을 맺었다.

물론 그들이 떠나고 나면 인간들에 의해 지구의 실장석에게 어떤 일들이 발생할지는 불보듯 뻔했으므로 단 하나의 조건만을 남긴 채.

[ 만약 실장석이 지구에서 멸종될 경우, 그에 대한 합당한 응징이 있을 것 ] 

멸종만 아니라면, 어느 정도의 실장석 학살은 상관없다는 내용이었다. 아니, 애초에 그렇지 않다면 인간의 생존 역시 불가능한 수준으로 실장석의 개체수는 늘어난 상태였으니까. 




외계 실장석이 떠난 이후, 지구에서는 그 끝을 알 수 없는 처절한 대살육극이 벌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전쟁 기간 그 하찮은 실장석 따위에게 죽어나간 인간이 몇이며 그들에게 지배당하는 동안 당한 굴욕은 또 몇이며 그 똥만 싸는 짐승들 먹여살리느라 대신 굶어죽은 인간은 또 얼마인가. 


재건된 미국 정부 대표는 UN 총회에서 이렇게까지 말했다.

"최소한의 개체 보전을 위한 1만 마리는 미국 정부 산하의 비밀 연구소에서 철저히 관리할 것입니다. 또한 UN 산하의 동물보호기구에서도 관리할 것입니다. 그런만큼, 다른 나라는 안심하고 마음껏 학살하셔도 좋습니다. 물론 학살보다는 학대를 더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10년 후, 영국에서는 최초의 실장학대를 위한 세계대회, '학림픽(Abuse Olympic)'이 개최된다. 



 - fin - 







장녀를 집으로 돌려보내주시는데스

 


마마는 12만엔의 바코드를 확인하고 말했다. 12만엔. 후타바 농산물의 '탈출 요금'. 월급날이 된 마마는 중대한 결단을 내렸다. 

'장녀를 내보내는데스우'

그것은 마마로서 내리는 무섭고도 냉정한 결단이었다. 이대로라면 분명히 언젠가 일가 모두가 죽고 만다. 어차피 고생만 하다 모두가 죽느니, 한달간의 지옥을 견디는 한이 있더라도 월급을 모아 한명씩 내보내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누구를 내보내야 할까'

하지만 분명히 생각해야 할 것은, 자신이 나간다면 틀림없이 이 안의 자들은 몰살이다. 그렇다고 너무 어린 자를 공원으로 홀로 돌려보내봐야 독립하지 못해 어이없는 죽음만을 맞이할 뿐이다. 결국 거의 다 자라 성체에 가까워진 장녀를 내보내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장녀...'

어쨌든 항상 의지가 되는 자였다. 똑똑하고, 성실하고 인내심이 강하고 자매들을 잘 돌보는 자. 그런 장녀를 내보내는 것은 의지할 사람이 없어지는 듯한 두려움을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정말 최악의 순간이 닥쳐 남은 모두가 몰살 당하더라도, 장녀만이라도 살아 나간다면 결코 자신의 삶은 실패한 삶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장녀라, 그럼 D4-33이네. 그래, 알았다"

바코드에서 12만엔이 빠져나가고, 남은 수치가 0엔이 되었다. 마마는 한달 내내 일가 모두가 힘들게 모은 돈 전부가 사라지자 허무했지만, 그래도 기뻤다. 

장녀는 다시 세상의 빛을 볼 수 있게 됐으니까. 

그날 밤, 관리인 닌겐은 "D4-33, 그래, 너. 나와" 하고 장녀를 따로 불러냈다. 모두가 아직 잠이 채 들지 않은 저녁 시간대였기에, '해방'의 기쁨을 누리는 자실장의 모습을 모두들 창살 너머로 확인하며 부러움을 느꼈다.

두꺼운 출입문이 열리고, 닌겐상에 손에 들려 장녀는 그렇게 이 지옥에서 탈출했다. 아니, 그렇게 생각했다.




"자, 이것도 넣어"

하지만 출입문을 지나 관리인은 건물을 빙 돌아 창고 옆의 주방으로 장녀를 데리고 갔다. 부글부글 끓고 있는 큰 솥에서는 매일 매일의 노동석들이 먹는 스프가 끓여지고 있었다.

주방장은, 관리인이 건낸 자실장을 받아들더니 피식 웃고는 팔다리 관절을 부러뜨린 후, 집게로 집어 그렇게 끓는 물에 장녀를 산 채로 집어넣었다. 팔다리가 부러져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한 장녀는 그렇게 허무하게 국 속의 작은 건더기가 되어 그 짧은 삶을 마쳤다. 물론 일가의 소중한 12만엔도 그렇게 사라졌음은 물론이다. 


후타바 농산물의 '탈출 요금'은 분명 탈출 요금은 맞았다. 단지 그 탈출이 '후타바 농산물'이 아니라 '이승'이라는 것이 달랐을 뿐이다.



- 끝 - 







실프리카 TV : 콘페이토 포인트를 날려주는데스

 


오늘도 퇴근길을 서두른다. 유미쨩의 방송은 오후 7시부터니까, 퇴근 시간에 조금만 늦어도 전반부 한참을 못 본다. 재방송이나 중계방을 통해서 보는 방법도 있지만 본방을 놓쳐서야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벌써 6시 47분이다.

"다음에 내리실 역은 상동, 상동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 문입니다"
"꺅"

문을 열리지마자 서둘러 빠져나온다. 나오는 길에 어떤 여자 발을 밟은 것도 같지만 내 알 바 아니다. 현실의 여자 따위! 그럼 유미 쨩은 뭐냐고? 멍청한 놈, 유미쨩은 사람이 아니라 실장석이다. 인간 여자의 매력 따위, 실장석에 비할까보냐. 서둘러 개찰구를 빠져나와 집 근처를 향해 뛴다. 집과 역이 5분 거리인 점은 역시 좋다. 집 값도 싸고. 기차 소리가 좀 짜증나긴 하지만 못 견딜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집에 쌀이 떨어진 것을 떠올리고는 일단 집 앞 편의점에서 만두 한 팩과 맥주 한 캔을 샀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컴퓨터를 켠다 편의점에서 만두를 데우느라고 비록 3분 늦었지만 방송을 보기 시작한다.

"실장댄스부터 시작하는데스우!"

오오…. 유미쨩의 현란한… 아니 내가 아무리 유미의 팬이라고 해도 현란하다고는 곧 죽어도 말할 수 없는 둔탁하면서도 어색한 유미쨩의 실장댄스지만 너무나 사랑스럽다. 그것이 바로 매력이다. 콘페이토 포인트가 빵빵 터진다.

"시작부터 2,000알! 고마운데스우!"

[ 다카하시 ] 라는 닉네임의 시청자가 2천 콘페이토 포인트를 날린다. 22만원이다. 시작부터 조금 펀치력이 있다. 나도 가만있을 수 없지. 유미쨩 서포트 그룹의 지존 [ 벤틀리 ] 의 자존심이 있는데. 적립 콘페이토 포인트에서 바로 55만원어치, 5천개를 쏜다.

"데엣! 고마운데스! 5,000알! 5,000알의 과연 벤틀리 쨔마! 아리가또~한 데스우!"

곧바로 대화창에서는 "사스가 벤틀리....", "진짜 저 분 뭐하시는 분인지 궁금함", "사업하신다고 들은 듯", "금수저를 넘어 다이아수저ㅜㅜ", "저는 벤틀리 수집하신다고 들음" 하고 수근대는 시청자들의 웅성거림이 올라온다. 기분이 좋다. 나도 모르게 코가 벌름거려진다. 물론 인력소개소 막내인 내가 큰 돈이 있을 리 없다. 지금 남은 적립 포인트 95,000알, 약 950만원은 원래 지난 금요일에 재욱 아재들한테 줬어야하는 돈이다. 하지만 난 "사장님이 주말 끼었다고 다음 주 월요일에 주신대요"라고 둘러대고 쌩깠고, 오늘은 사장님이 출근 안 하는 날이라 또 재욱 아재 전화에 "사장님 오늘 병원 가셔서 내일 오셔요. 내일 드린대요" 라고 거짓말을 했다.

어차피 하루면 들킬 거짓말. 그래, 사실 내일은 내가 파멸하는 날이다. 하도 다들 나만 보면 부자 성님 갑부 성님 다이아 수저 성님 그래서 그 칭송에서 내려올 수가 없었다. 결국 돈을 구하지 못한 나는 공금에 손을 댄 것이다. 그래서 더 한 순간도 유미쨩의 방송을 놓칠 수 없다. 그녀에게 기억되고 싶다.

한참을 데승데승하며 춤을 추던 유미쨩은 다시 자리에 앉으며 숨을 고르더니 대화를 이어갔다.

"데, 항상 고마운데스. 그러나 인기실장들이 늘어나고 있는데스! 유미쨩의 순위도 벌써 6위로 밀려버린데스. 이건 콘페이토 폭탄을 터뜨리지 않는 가난뱅이 시청자들 탓인데스. 무능한 시청자들 때문에 속이 많이 상하는데스"

그렇다. 유미도 어느새 성체 실장. 아무리 귀엽다고는 해도, 자실장의 귀여움에 비할 바는 아니다. 게다가 자실장 시절부터 보아온 올드 유저라면 몰라도, 신규 유저의 눈에 유미는 그다지 예쁜 외모는 아니었다.

"이런 식이라면 틀림없이 분기별 인기실장 탑 5에는 절대 오르지 못할게 뻔한데스"

그러더니 급기야 데에엥, 데에에엥하고 울기 시작했다. 이미 일전에 성체실장의 울음 '오로로롱'을 우는 것을 본 적이 있지만 어쨌든 귀여운 애교라고 생각하고 그 우는 모습을 감상한다. 마음이 쨘해진 호구들이 10개 5개 20개 3개 4개 이렇게 소심하게 콘페이토를 날리며 유미쨩의 마음을 달래려고 하지만 그 정도로 인기 BJ(brodcast jittsou)인 유미쨩의 마음이 달래질 리 없다.

나는 단번에 1만개를 날렸다. 남은 콘페이토 85,000개. 역시 이번에도 댓글창에 "대박........", "저 분 정건희 손자이신 듯", "금수저 금수저....", "핵수저네", "와.........." 같은 말들이 떠올랐다.

그러나 그때였다. [ 다카하시 ] 라는, 아까 그 눈에 거슬린 놈이 무려 3만개의 콘페이토 포인트를 날렸다. 화면 가득 별모양 사탕이 와르르 쏟아지는 모습에

"데에엣! 다카하시 님 짱짱 최고인데스!"

유미가 2만개 이상의 콘페이토를 받았던 것이 언제였던가. 그녀가 저토록 신이 나서 유혹의 춤을 추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끓어올랐다. 나 역시 3만 콘페이토 포인트를 쐈다.

"대박"
"오늘 미쳤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미 오늘 받은 별사탕만 7만 7천개가 넘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
"벤틀리에 이은 다카하시 갑부 등장"
"대박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미 지금 인기BJ 순위 3위까지 올라감ㅋㅋ"

최근...을 넘어 이미 한참 전부터 하향세를 걷기 시작한 실프리카 TV. 그런데 난데없이 그것도 인기 순위 6위권 BJ의 방에서 연달아 3만개 별사탕이 터졌으니 단번에 이슈가 되지 않을 리 없었고, 유미의 방송은 간만에 풀방은 물론 중계방들이 연이어 생겼다.

유미는 신이 나서 '실장석 LOVE'와 '아마아마 별사탕 DAISUKI', '페로CHU 실장'의 노래 3곡을 연달아 불렀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것은 악수(惡手) 였다. 사실 유미는 원래 자실장 시절의 빼어난 외모 때문에 인기를 얻은 것이지, 딱히 춤이나 노래를 잘해서 인기를 얻은 것이 아니다. 말재주도 별 대단할 것 없는 타입이고. 그래서 성체가 된 이후로 인기가 떨어지기 시작한 것인데 하필이면 신이 나서 노래를 세 곡이나 불렀으니. 모처럼 방에 들어왔던 사람들도 다시 나가가 시작했다.

"노잼이네"
"역시 퇴물 실장ㅋ"
"저런거에 3만개 쏘는 호구는 뭐냐ㅋㅋ 핵노잼"

게다가 유미의 레파토리는 언제나 똑같았다. 실장석 러브를 비롯해서 알고 있는 노래는 다섯 곡이 전부다. 아마 세레브 실장으로 훈육 받던 시절에 배운 곡이 전부일 것이다. 조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토록이나 돈을 잘 벌어오는 실장석이 있다면, 나라면 노래를 좀 더 가르칠텐데. 주인 녀석이 게으른 것일까. 아니면 유미가 배움을 거절하는 것일까. 어느 쪽이던 주인이 더 나빴다. 내가 주인이라면 좀 더 인기를 끌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텐데.

분한 마음도 잠시. [ 다카하시 ] 놈은 "노래 잘 들었어요 유미쨩(하트)" 하는 말과 함께 무려 4만 별사탕을 쐈다. 나가려던 유입 유저들은 또 다시 눈이 휘둥그래졌다. 5~6년 전이라면 몰라도 요즘 같은 때에 3만개 이상의 별사탕이 이렇게 뻥뻥 터지는 일은 지극히 드물다.

"나 별사탕 5천개 이상 쏘는거 처음 봄ㅋㅋㅋ 화면이 다 가려지는구나"
"와............"
"다카하시가 짱이네"
"다카하시! 다카하시!"
"다카하시 성님 리스펙합니다ㅜㅜ"

나도 몇 만 개나 쐈는데 어느새 나는 잊혀지고 있다. 대화창에는 다카하시만이 연호되고 유미쨩마저 "다카하시 다이스키데스!"를 외치는건 물론 심지어 캠을 향하여 "뎃츄우우우웅~"하는 아침과 유혹의 동작을 보내고 있었다.

유미쨩이 자실장 시절 첫 방송을 할 때부터 오로지 나 혼자만이 받을 수 있었던 유혹의 동작인데....

대기업 3년차 직장인으로서 잘 나가던 내가 유미의 노예를 자처하며 실프리카TV에 돈을 쏟아붓기 시작하고, 월급은 물론 모아놓았던 적금을 깨고, 잘 타고다니던 새 차를 팔고, 은행권 신용대출을 받고, 카드 대출을 받고, 회사 대출을 받고, 제 2 금융권 돈을 한도까지 땡겨쓰고, 근무태도 불량으로 권고 사직을 당한 이후로 퇴직금을 쏟아붓고, 대출금 빵구 난 이후로 신용불량자가 된 이후에 뒤늦게 부모님께 손을 벌려 노후자금과 집을 팔아 겨우 사채 이자 빚만 막은 이후로 절대 실프리카TV 안 보겠다고 했지만 결국 지난 달에는 아버지의 차 담보 대출을 받고.... 신용불량자가 되어 취업이 안 되는 와중에 아버지 아는 분 소개로 일하게 된 인력사무소에서 또다시 공금에 손을 대고....

그렇게까지 해서 지켜온 내 사랑, 유미의 저 동작인데...............

나는 비명에 가까운 고함을 지른 후 눈물을 훔치고는 남은 55,000개의 별사탕을 단박에 쐈다. 이제 대화창은 열광의 도가니였다.

눈으로 따라갈 수도 없는 엄청난 속도로 스크롤이 올라가면서 나를 빨아댔고, 유미의 인기BJ 순위도 1위로 올라섰다. 내 인생 모든 것을 건 별사탕 배팅의 결과는 대단했다. 드디어 몇 달 만에 유미가 다시 인기 BJ 1위에 올라선 것이다.

유미쨩은 빵콘까지 해가며 기뻐했다. 그랬다. 유미쨩 기쁨의 빵콘. 뉴비 놈들은 뭣도 모르면서 저게 뭐냐고 혀를 차며 방을 나섰지만 올드팬들은 '유미빵콘빤쭈빵콘'을 연호해가며 기뻐했다. 유미의 빵콘은 정말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절정의 기쁨을 느꼈을 때만 나오는 그녀만의 행동이다.

팬티가 불룩해지다못해 가랑이 사이로 흘러내리는 그녀의 녹색똥에 우리 올드팬들은 흥분을 금치 못했다.

내가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봐! 보라고! 씨발! 내가 해냈어! 내 모든 걸 바쳐서!" 하고 아무도 없는 방에서 소리를 치르고 있던 그 순간, 등 뒤에서 또다시 빰빠바밤 하는 팡파레가 울렸다. 그리고 나는 그대로 멈춰섰다.

별사탕 10만개가 터질 때 나오는 소리. 나 역시 전설의 학대파 BJ(brodcast jakey) [ 토시아키군 ] 이 자신이 애지중지 키우던 '그린'쨩의 목을 가위로 자르던 순간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전설의 별사탕 10만개.

[ 다카하시 ] 였다. 대화창은 흥분의 도가니였고 역대 한 방송 최대 별사탕 실프리카 기록이 깨졌다며 난리가 났지만 나는 조용히 로그아웃을 누를 뿐이었다.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는 그동안 무엇을 위해 투자했고 희생했는가. 누구를 위해? 당장 내일이면 나는... 우리 인력사무소 사장님의 동생은 조폭이다. 뒤늦게 내가 무슨 짓을 저지른건가 싶었다. 서둘러 가방을 하나 꺼내 짐을 대충 쑤셔박았다. 도망치려면 오늘 밖에 없다.

"씨발"

엄마 아빠는 어떡하지. 사장님이 우리 원래 집 주소 알텐데. 씨발. 몰라. 엄마 아빠는 나보단 그래도 더 오래 살았잖아. 씨발. 그렇게 주섬주섬 가방을 챙기노라는데

위이이이잉- 위이이이잉-

엄마 전화가 왔다. 그래, 차라리 엄마 아빠도 당장 어디 피신해있으라고 전화해야겠다, 라고 생각하며 전화를 받았다. 그러나 들려오는 소리는 섬뜩한 어느 남자의 목소리였다.

"혹시 또 몰라서 니 부모님 집에 내 사 마 먼저 들렀는데 제깍제깍 전화 받네. 하이고 뭐 효자니까 걱정 없겠네"
"누구...세요?"
"아 누구긴 누구게서. 우리 형 동생이지. 니는 우리 형님 밑에서 일하는 막내 아고. 안 그르나?"
"......왜, 왜 전화하셨어요?"
"아 빌건 아이고, 혹시 니 토낄까 배 여부터 왔제. 늬이, 돈 관리 똑바루 안했다믄서. 와 돈 천마원이 똑똑히 안 가는데?"
"아 그, 그건요..."
"됐고, 도둑질을 하건 강도를 해오건 돈 딱 마련해서 내일 사무실에 가즈다 놔라. 안 그름, 니 어머이 저 멀리 배 타고 다시는 몬 돌아오는 곳으로 가 삔다. 가믄 아지매 참 흠한 일 마이 당할기다. 아즈미가 나이 오십인데 아직 얼굴도 반반하이. 큰일난다. 알긋제? 니 애비도 발목 끊어놓고 못 도망가게 해놓고 디질 때까지 일해야 되니까네, 우리 효자는 돈 꼬옥 마련해오라이? 알긋제? 끊는다. 아! 토낄 생각은 안 하는게 좋을끼다. 튀어야 잡히고, 그때는 이래허나 저래하나 답이 없다. 알았제? 그럼 내일 아침에 보자"

나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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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수고하셨습니다"

실프리카 TV의 알바생 이 군은 여자친구와의 데이트를 위해 먼저 인사를 하며 일어섰다. 간만의 칼퇴근이다. 게다가 계약직
직원으로 전환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정말요?"
"어어, 암만. 야, 실프리카TV 역사상 알바생이 10만개 별사탕을 유도한 적은 처음이다 임마. 그 벤틀리인가 그 호구 새끼 니가 포인트 뿌리니까 혼자 열받아서 뻥뻥 쏘는거 봐라. 아 대박. 져주는 척 하면서 계속 자극하는건 어디서 배웠어?"
"그냥, 그럴 거 같았어요. 며칠 전부터 그 호구 하는거 봤거든요"
"어휴 요 에이스. 사장님한테는 아까 보고 올라갔어. 이번 주 회식하라더라. 아 그리고 그 니가 쓴 포인트는 다시 회수해놨지?"
"네, 아까 정산팀에 말해뒀어요"
"잘했어"
"아 근데"
"어"
"그럼 유미는 어떻게 되는거에요?"

과장님은 웃으며 대답했다.

"원래는 다음 달부터 걍 직스 모델로 섹TV에 처분될거라고 했는데, 글쎄 모르겠다. 10만개 포인트 터졌으니까 아마 좀 미뤄지지 않을까?"
"다행이네요"
"그래봐야 뭐 몇 달이나 버티겠냐. 그런 호구가 흔한 것도 아니고. 여튼 수고했어. 들어가봐"
"네 수고하세요"
"옹야"

이 군은 기쁜 얼굴로 회사 문을 나섰다.










햄버거 최대 몇 개?

 


퇴근길에, 뜬금없이 햄버거가 땡겨서 치즈버거를 샀다. 세트를 포장해서 집으로 향하고 있었는데, 도저히 허기를 못 견뎌서 결국 집 앞 골목에서 감자튀김 몇 개를 집어먹었다.

"데에…"

그러던 도중, 골목길 옆 전주에서 힐끔 이쪽을 쳐다보는 성체실장 한 마리를 발견했다. 길거리에서 살아가는 퉁퉁한 몸집에 전봇대에도 몸이 살짝 삐져나와 보이는 정도.

인간에 대해 경계하는 눈빛이 역력하지만, 그럼에도 이 포장지를 뚫고 뿜어져 나오는 햄버거 냄새에 그만 참지 못하고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딱히 학대파도, 애호파도 아닌 나는 그저 조금 측은하다는 생각마저 들어 감자튀김 한 조각을 던져주었다. 그러자 녀석은 과연 허둥지둥 달려나오더니 정신없이 먹기 시작했다.

"데스으으우?"

행복해하는 모습. 이후 조금 경계를 풀었는지 이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데스? 데스 데스우!" 하며 콧김을 벌렁거리며 무어라 말을 했다. 나는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조금 흥미가 생겨 그 자리에서 휴대폰으로 린갈 앱을 받아 기동시켰다.

"닌겐상은 착한 닌겐인데스. 포상으로 나를 키워주는 기회를 주겠는데승"

나에게 간청을 해도 부족할 판에 무언가 상을 주겠다는 듯한 이 듣도보도 못한 건방진 발상이 나로서는 그저 조금 웃겼다.

"재미있는 녀석이구나. 하지만 미안하게도 우리 집에서는 애완동물을 키울 수 없다. 너를 사육실장으로 데려갈 수 없어"

그러자 다소 시무룩해진 기색이 엿보이는 녀석. 과연, 말이 통하는 동물이란 이렇게도 재미있는거구나. 개나 고양이와는 또 다른 매력이었다. 다만 녀석의 시무룩한 표정이 안타까워 물었다.

"대신에 원하는 소원이 있다면 들어주마. 뭐 바라는게 있느냐?"
"배가 고픈데스! 원 없이 먹어보는 것이 소원인데스"

그렇구나. 길거리에서 눈치밥 얻어먹는 동물이 얼마나 배가 고프겠는가. 나는 문득 내 허기도 허기지만 녀석이 불쌍하다고 느꼈다. 

"좋다, 이걸 먹거라"
"데에에에!?"

나는 포장지에서 햄버거를 꺼냈다. 그리고 녀석에게 주었다. 나 역시 배가 고픔에도 햄버거를 길거리의 실장석에게 쉽게 내준 것은… 글쎄, 나로서도 그 이유는 쉽게 찾기 어렵다. 하지만 누구나 한번쯤 '자신답지 않은 행동'을 할 때가 있기 마련이다. 어쩌면 초등학교 때, 실수로 열어놓은 문으로 집을 나가 행방불명이 되어버린 할머니의 고양이에 대한 기억이 문득 떠올랐기 때문인지도.

"데에에에에에샤아아아악! 우마이한데스악!"

그렇게도 맛있었던 것일까. 녀석은 갑자기 "부부붕" 하는 방귀음 비슷한 것을 내더니 팬티에 요란하게 똥을 싸면서까지 미친듯이 햄버거를 먹기 시작했다. 불쾌한 냄새가 나기는 했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고 놀라서 팬티에 똥까지 싸는 모습에 그만 나는 빵 터졌다.

"와, 이래서 사람들이 사육실장을 키우는거구나. 엄청 재밌네"

그동안 TV에서 애호파들의 이야기가 나오면 마음 속으로 혀를 찼는데, 이제는 조금 이해가 된다. 녀석은 그 제법 큼지막한 체구만큼이나 먹성도 좋아, 채 1분도 되지 않아 햄버거 하나를 다 먹었다. 내가 더 내민 감자튀금도 금방 먹어치웠다. 

콜라를 바닥에 좀 흘려주었더니 그걸 먹고는 아까 이상의 경악을 더 하며 또 똥을 싸더니만-이때는 조금 더러웠다- 미친듯이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닌겐상, 고마운데스, 정말 고마운데스!"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이제 소원이 풀렸니?"

하지만 그 질문에 뜻밖에도, 녀석은 고개를 저었다.

"맛있었지만 조금 부족한데스"
"뭐?"

사람인 나도 햄버거 세트 메뉴 하나를 다 먹으면 배부른데. 이 녀석은 마치 내 친구 뚱보 토시아키 녀석을 떠올리게 하는구나. 

"그렇다면 하나 더 사줄까?"

일생에 한번 접하는 포식이다. 아마도 지금 내가 베푸는 포식이, 이 거리의 실장석에게는 태어나서 유일무이한 만찬일 것이다. 어느 미친 인간이 길거리의 실장석에게 자기 돈을 들여서가며 맛있는 음식을 사주겠는가. 애호파라도 그렇게는 안 한다. 그저 제일 싸구려 실장푸드를 공원에서 마구잡이로 뿌릴 뿐이지. 그런만큼 조금 더 베풀고 싶었다. 

"정말인데스우?"

내 말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한 녀석에게, 나는 "잠깐만 여기 있어" 하고는, 골목길 옆 편의점으로 뛰어가 싸구려 편의점 햄버거를 사들고 왔다. 

오히려 데운 음식은 뜨겁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아 그냥 냉기만 가시게 하고 녀석에게 건내주었다. 이 뜻밖의 후의에 녀석은 감동인지 경계인지 모를 

"가, 감사한데스…"

라는 다소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였다. 확실히. 내가 녀석 입장이라도 그랬을 것이다. 어쨌거나 나는 녀석에게 햄버거를 건내주었고, 녀석은 다시 먹기 시작했다.

"우마우마한데스"

햄버거를 마구 입 안으로 우겨넣는 녀석의 모습은 꽤 보기 좋았다. 물론 객관적으로 보면야 들실장이 얼굴을 햄버거에 쳐박고 마구 입 속으로 쑤셔넣고 있는 듯한 다소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었지만, 그 적극적인 식욕은, 그 모습을 보기 위해 돈을 투자한 나로서는 꽤 보기 좋은 모습이었다.

몇 분이 지났을까. 한쪽 다리를 굽히고 앉아, 녀석이 먹는 모습을 구경하던 나는 슬슬 다리가 아파옴을 느끼고 몸을 일으켰다. 그와 동시에 녀석의 두번째 햄버거 식사도 끝이 났다.

"어때, 맛있더냐"
"최고였던데스!"

입가에 케쳡이 묻은 얼굴로 해맑게 웃는 실장석. 나까지 다 흐뭇해졌다.

"이제 소원을 이뤘나?"

하지만 너무나 뜻밖에도 녀석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직도 배가 고픈데스. 햄버거가 너무 맛있는데스"

앞의 말은 분명히 거짓말이 틀림없다. 분명 조금전 식사 종료와 함께 "끄흑" 하는, 무언가 묘한 트림 비슷한 소리가 들렸는데. 그러나 역시 이해할 수 있다. 이미 충분히 무언가를 했음에도 더 하고 싶어서 거짓말을 해본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으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기다리거라"

그리고는 편의점으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두 개, 아니 세 개의 햄버거를 쓸어왔다. 편의점에 남은 전부였다. 알바생은 아까 햄버거를 사간 사람이 또 몇 개씩이나 더 사는 모습을 다소 이상하게 쳐다보는 듯 했지만 그저 내 느낌일 뿐인지도. 

"자, 먹어라"

나는 햄버거 세 개를 추가로 내밀었다. 사람이라면 오히려 여기서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른걸" 하고 손사레를 쳤을지도 모르지만, 녀석으로서는 앞으로 죽을 때까지 다시는 겪지 못할, 사람으로 치자면 그야말로 복권당첨급의 행운인 것이다. 그것도 한 번의 식사라는. 당연히 무리를 할만했다.

"정말 고마운데스우"

녀석은 부른 배를 안고 어렵게 인사를 꾸뻑하더니 세 개의 햄버거를 먹기 시작했다. 경이적이게도 세 개째의 햄버거를 완식하고, 내 번째의 햄버거 식사에 돌입한 순간 녀석의 몸 어디선가 "뿌지직"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녀석이 또 똥이라도 쌌나 싶었지만, 딱히 녀석의 팬티는 더 불룩해지지 않았다. 잠시 먹는 속도가 줄긴 했지만, 역시 녀석은 결국 네 개째의 햄버거도 먹어치웠다.

"넌 실장석 계의 푸드파이터냐"

혼자 중얼거리며 녀석의 대단한 식성을 인정했다. 그리고 녀석은 마지막 다섯 번째의 햄버거 식사에 돌입했다. 네 번째 햅버거까지는 어떻게든 먹어치웠지만, 다섯번째의 햄버거부터는 정말로 괴로워하는 느낌이었다.

"배 부르면 안 먹어도 된다"

그러나 녀석은 얼굴에서 피눈물까지 흘려가며 먹기 시작했다. 실장석의 눈물은 적록색이었다. 정말로 기이한 모습이다. 어쨌거나 반쯤 먹었을 무렵, 이번에는 분명히 좀 더 크게 "쫘좌작" 하는 무언가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응?"

역시나 소리의 근원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햄버거 다섯개째를 다 먹은 순간, 그 실장석은 앞으로 풀썩 쓰러졌다. 

"엥?"

너무나 황당해서 녀석을 톡톡 건드려보기도, 깨워보기도 했지만 녀석의 의식은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그저 그 몇 초 후, 녀석의 입으로 어마어마한 양의 햄버거와 피, 똥이 역류해서 꾸륵꾸륵 쿠르륵 하며 쏟아져 나왔고, 그것이 쏟아져 나오며 입 밖으로 함께 딸려나온 '찢어진 분대'가 보였다. 곧이어 파킨! 하는, 실장석 몸 속의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맙소사"

녀석은 사람으로 따지면, 지나친 과식으로 위장이 터져버려 죽은 것이다. 문득 사람도 그런 경우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어쨌거나 지금의 현실은 그렇다.

난 어깨를 으쓱했다.

내 딴에는 호의를 베푼 것이, 결국 녀석에게는 죽음의 고문이 되어버렸다. 엄밀히 말하자면 고문도 아니고 자살에 가깝지만 말이다. 

스스로가 이미 고통을 느끼고 있음에도, 그저 순간의 쾌락에 심취해 그것을 도저히 멈추지 못하고 반복하는 모습이라니, 너무나 한심했다. 

하지만 마음 속 어디서엔가 나에게 되물었다.

'너는?'

그랬나. 나라고 녀석과 다를 것은 또 무엇인가. 무엇인가에 하나 꽂히면 그것이 옳은지 그른지, 나에게 필요한 것인지 아닌지, 지금 내가 그걸 할 때인지 아닌지 따위도 새까맣게 잊고 그저 마냥 거기에만 냅다 달리는 나 아니던가.

내가 저 실장석과 다를 것은 무엇인가.

순간 나는 어떤 깨달음을 느끼곤 그저 총총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저 길가의 퍼런 생물에게 무엇인가를 배운 느낌이었다. 
배가 몹시 고파졌다. 



- fin - 










현실계 애호파의 공원

 


201X년대 후반의 어느 시점에 이르러 애호파 커뮤니티 내에서도 새로운 풍조의 흐름이 대두 되었다. 실장석에 대한 무조건적인 애호와 편애보다, 현실적이면서도 냉정한, 실장석들에게 단순히 일방적인 애정을 베푸는 것이 아닌 삶을 개척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도움을 줘야한다는 이른바 '현실계 애호파'였다. 

확실히 그동안의 실장석 애호파들은 그저 기분 내키는대로 공원에서 사료와 콘페이트를 뿌려대기만 하고, 그저 막무가내로 시의 구제작업에 대한 민원을 넣기만 하는 것이 전부인 엉터리 애호 활동으로 실장석의 자립을 방해하고 시민들의 빈축과 경멸을 사기만 했다.

그러나 몇몇 깨어있는 애호파의 각성과, 실력 있는 브리더들의 조언에 힘입어 '실장석의 자립과 지원을 도우며 그들이 더이상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도록 냉정한 매도 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현실계 애호파'들이 드디어 세를 얻기 시작했다. 결국 애호파 최대의 커뮤니티 미도리닷컴의 새 운영자들이 모두 이 '현실계 애호파' 멤버들로 당선되는 이변이 연출되었고, 그들의 움직임은 곧바로 시작되었다.




현실계 애호파의 공원 









"자는 또 낳으면 되는뎃…테규아!"

입에는 하얀 마스크를 쓴 스무명 언저리의 아주머니들이 한 손에는 빠루를, 한 손에는 자루를 들고 공원 안을 서성이고 있었다. 흔한 학대파의 차림이지만, 놀랍게도 그녀들의 정체는 미도리닷컴의 '현실계 애호파' 운영진. 그녀들은 우선 공원 안을 돌며 동족식을 하거나 투분을 하는 분충들을 솎아냈다. 모르긴 몰라도 얼추 한 명당 성체실장, 자실장을 합쳐 20~50마리씩은 족히 죽였으리라. 

빠루로 일격에 고통없이 분충들을 처리하고 마대자루에 담은 후 수레로 옮겨가며 몇 시간에 걸쳐 공원 정화 작업을 하노라니 제법 시원한 날씨임에도 다들 땀을 줄줄 흘릴 지경이었다. 그러나 그녀들의 일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후우, 이제 지원을 준비합시다"

그렇다. 우선 공원 안의 악질 분충들을 제거한 후에 시작되는 지원. 게다가 사료 공급에 그쳤던 '급식 봉사'가 아닌, 실장석들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물건들을 든든하게 챙긴 현실계 애호파들이었다.

"자, 가지렴"
"데에?! 이 이 하얗고 보드라운 천이 있으면 일가가 겨울을 날 수 있는데슷! 데갸악!! 이 그릇이 있으면 물을 오래 오래 많이 보관할 수 있는데스!"

수건 하나와 패트병 한 병, 그리고 약간의 실장푸드. 이렇게 한 패키지로 구성된 실장지원 패키지. 각 패키지 구성물마다 하나하나씩 넘버링이 되어 있는 이 패키지는 넉넉하게 준비하여, 실장일가 하나당 하나씩 나누어 주었음에도 오히려 30개 정도가 남았다. 

치이이익- 

또한 나누어 줄 때는 각 실장하우스마다 실장지원 패키지의 넘버링을 스프레이로 표시해두었다. 이렇게 해두면, 만약 어느 분충이 다른 실장일가의 것을 훔쳐와서 사용할 경우 실장하우스와 수건, 패트병의 넘버가 다를 경우 훔쳐온 것임을 알 수 있으니 곧바로 제제해버리면 그만이었으니까.

"자,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확실한 분충부터 제거하고, 생활에 꼭 필요한 용품들을 제공하여 실장생의 피폐함을 줄이고 여유를 늘려 분충화되는 것을 줄이려는 이 작업들은 꽤 효과를 거두어, 공원의 실장석 관련 민원이 불과 두달여만에 주당 15건에서 2건 수준으로, 획기적으로 줄었다.



"자, 새 집이다"

또한 그녀들은 자신들이 가진 부녀회와 학부모회, 각종 후원회 모임 등의 인적 네트워크를 총동원한 끝에 시의 지원예산을 추가로 받아내어 '골판지'가 아닌 '(안에 골판지가 덧대어진)아크릴케이스'로 교체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데에? 튼튼한데스!"
"바람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테치!"

골판지는 비교적 튼튼하고 아늑하지만, 결국 종이인 이상 비바람에 약해 특히 장마철이 되면 집이 무너지는 케이스가 허다했다. 그렇게 일가가 집을 잃고 나면 몰살을 겪거나, 또다른 집을 구하기 위해 약탈을 하거나 하면서 분충화 되고 공원이 아수라장이 되곤 했다. 하지만 이 아크릴 케이스는 그것을 막아줄 것이며, 너무 갑작스러운 소재의 변화에 대한 적응과 방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아크릴 케이스 안에 골판지를 덧대었다. 이것은 개당 3천엔이 넘는 제작단가가 있었지만 시의 예산으로 지원되어 애호파들의 부담은 없었다.

"와 귀여워"

시범사업으로 후타바 제 1공원부터 이루어진 이 공원개선 작업은, 공원 안의 흉물이던 어수선한 골판지 박스를 정갈한 아크릴 케이스로 바꾸어 미적개선을 이뤄내는 효과가 있었고, 실장석들이 그 안에서 옹기종기 모여사는 모습은 제법 사람들의 편견을 개선하는데에도 효과가 있었다. 



"다음은 공원 내 동물학대 행위에 대한 시 조례 제정의 건입니다"

현실계 애호파들이 다음으로 행동으로 옮긴 것은 학대파와 학살파에 의한 막무가내적 살육을 막는 일이었다. 모처럼 열과 성을 들여 기껏 공원의 환경을 개선하더라도, 학대파나 학살파들이 나타나 공원에서 살육을 자행해버리거나 현명한 개체들을 학대용으로 납치해가면 그 노력이 수포가 되어버린다. 

"당 의회에서는, 찬성 112표, 반대 76표의 결과로 공원 내에서 허가받지 않은 동물학대 행위에 대한 시 조례가 통과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약 6개월에 걸친 로비와 지원에 의해, 이제는 공원 내에서의 무허가 살육행위가 전면적으로 금지되었다. 어길 경우 무려 5만엔이 넘는 벌금이 부과된다. 물론 '허가받은' 시의 전문구제업자나 애호파들의 '선별용 솎아내기'는 허가된 조직이었다. 이 조례에 대해서 학대파 커뮤니티에서는 난리가 났고 불만을 토로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언제나와 같이 그들은 그저 방구석에서만 떠들 뿐 현실에서는 조용했다. 

현실계 애호파들의 이러한 노력과 업적은 눈부신 것으로, 끝없는 '인간에 의한 솎아내기'와 '환경개선작업'으로 불과 2년 여만에 공원 내의 실장석 개체는 약 1.8배가 되었음에도 분충의 숫자는 확실히 줄었다. 후타바 1공원에 그치던 환경개선사업은 후타바시 전역, 총17개의 시민공원과 근린공원 전면으로 확대되었다. 

"감사합니다"

시에서는 공원개선사업에 대한 성과를 치하하는 의미에서 환경개선 공로상을 미도리닷컴에 수여하는 등 그들은 성공가두를 달리는 듯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영광은 거기까지였다.



"어휴, 저도 열심히 더 해보고 싶은데, 이제 애들이 중학교도 가고 해서 더이상은 힘들지 싶어요, 애들 수험에도 신경써야하고"
"저도요. 후원이야 계속하겠지만, 솎아내기 활동은 더이상 곤란할 것 같아요"
"회장님께 죄송하긴 한데, 제가 허리가 요즘 더 안 좋아져서…"

'현실계 애호파'들의 주요 멤버들이 하나둘씩 떠나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현실계 애호파는 애호파 중에서는 결코 다수를 차지하는 분파가 아니다.

당연한 일이다. 그저 애호라면 자기가 직접 키우는 귀여운 동물 밥이나 주고 뭐 그런 귀여운 모습을 보기 위함이지, 이렇듯이 돈과 주말의 여가시간을 엄청나게 잡아 먹어가며 똥을 치우고 분충을 죽여가며 어지간한 육체노동 이상의 고된 노력을 매주 퍼부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하물며 '솎아내기'라는, 어찌보면 지극히 인간 중심의 주관적 기준으로 '학살파'들이나 저지를 법한 실장석 처치를 직접 시행해야 하니, 그런 이들을 애호파 커뮤니티에서 구하는 것은 사실 정말로 어려운 일이었다.

덕분에 현실계 애호파들이 많은 주목을 받고 커뮤니티 내의 후원금 규모가 3배가 될 때까지도, 실제 구제 활동 및 '현실계' 봉사 활동에 참여하는 '현실계' 회원은 초반에 잠깐 늘었을 뿐, 오히려 계속 숫자가 줄어갔다. 새로 참여하는 사람보다, 지치고 고되어서 빠져나가는 사람의 숫자가 많았던 것이다.

원래부터 애호파들에 대한 시선이 그다지 곱지 않은 상황에서, 아무리 상황의 개선을 이뤘다고 한들 "엑? 실장석 좋아해!?" 라는 편견 어린 시선과 주목을 부담스러워 하는 회원이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깨어있고 주변의 눈치를 좀 그나마 볼 줄 아는 '현실계 애호파'들이었기에 무대포식 기존 애오파들에 비해 이 문제는 더욱 크게 다가왔다. 

결정적으로 "무분별한 사료 배포와 콘페이토 뿌리기"를 전면 금지한 신설 규정은, 기존의 애'오(汚)'파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혔다.

"아니 지들이 뭔데 저렇게 나대는거야"
"그럼 우리 불쌍한 애기들 다 굶으란거야?"
"저 년들이 어딜봐서 실장석 애호가냐고. 빠루 들고 다니면서 동물 복지 같은 소리 하네 미친년들. 앙?"
"아 몰라, 난 모르겠고, 그냥 내 마음 내키는대로 할거야"

불만의 목소리가 고조되었다. 현실계 애호파들의 핵심 멤버들이 많이 이탈하여 정치적 세력이 약화된 운영진은 머릿 수에 밀려 결국 다시 그 규정을 철회하였고, 거기에서 힌트를 얻은 애오파들은 점점 더 적극적으로 운영진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아니, 우리 3만 미도리닷컴 회원들 중에 솔직히 몇 명이나 그 미친 학살극을 인정할 것 같아요? 솎아내기? 미친 소리들 하고 있어 증말"
"그동안 가만히 있었더니 한도 끝도 없더라구요. 아니 회장님, 정치에 뜻 있으세요? 맨날 무슨 모임모임, 정치인 후원 모임...그럼 정치를 하시든가. 우리 요정들 챙기기부터 하시라구요"

현 회장의 엄청난 인적 네트워크와 노력은 그만큼 많은 시의 예산과 지원 조례가 되어 실장석의 복지로 돌아왔지만, 그런 것을 잘 알 리도 없고 관심도 없는 다수의 회원들은 그저 정치인들과 어울리는 회장에 대한 부러움과 시세움 때문에 그녀를 공격해댔다. 대충 사정을 알고 있는 상류층의 애호파들 역시 회장을 감싸기보다는 '그런 나대는 회장의 추락'을 은근히 기대했다. 




"기대하라구, 크큭"

게다가 학대파들 역시 마냥 당하고 있을 녀석들이 아니었다. 건강 문제로 근 2년간 자리를 비웠던 운영자 도시아키가 회복하고 돌아온 이래, 그동안 학대파와 학살파들이 공원에서 마음껏 활개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되자 묘안을 곧바로 짜낸 것이다.

"자, 각 실장 아크릴 하우스의 물품들을 슬쩍 바꿔놓으라고. 하우스 넘버랑 실장물품이랑 넘버 다르면 분충으로 알고 곧바로 솎아낸다며? 애호파들 손으로 현명한 개체들을 싹 쓸어버리자고. 하여간 애호파들 하는 짓이란, 무슨 실장석들 하는 짓 같다니까" 

역시 나쁜 짓에서는 머리가 잘 돌아가는 학대파들은 일제히 각 공원에서 실장석들의 물품들을 이리저리 바꿔놓았다. 




"어머어머, 이거 얘네들이 왜 이래? 다 바뀌었는데?"
"어머, 그러네. 이거 뭔가 이상한데... 어떻게 해. 이미 나 20마리도 넘게 죽였는데"
"에고고…"

곧바로 그 주의 환경개선을 위한 솎아내기 작업에서 사고가 터졌다. 누군가의 악질적인 장난으로 보이는 '실장석 물건바꿔 놓기'를 미처 재대로 파악하지 못한 현실계 애호파 멤버들이 언제나와 같은 기계적인 작업으로 솎아내기를 하다가 거의 500마리 가까운 실장석들을 죽인 것이었다. 

"이거 한두마리가 아니라 공원 전체가 다 바뀌었어. 이거 분충이 아니라 누가 일부러 그런거라고!"

제대로 사태를 파악했을 때는 이미 스스로들의 손으로 대살육을 저지른 상태였다. 학대파 커뮤니티, 아니아니 그냥 일반인들만 하더라도 "수고하셨네요" 소리 들을 일이지만, 애호파 커뮤니티에서 이것은 사실상 양민학살 사건에 비할 법한 충격적인 '범죄'나 다름없었다.

"어, 어떻게 해요"
"선거… 이거, 다음 달의 회장선거 때문에, 그 년들이 선거 때문에 이런게 틀림없어요"
"그 망할 년들이 이런 짓까지 해서 선거에서 이기려고? 진짜 안되겠네"

현실계 애호파들은 그것이 일부 극단적인 '애오파들'이 판 함정이라고 생각했다. 확실히 현실계 애호파들의 솎아내기 작업은 예전부터 많은 일반 애호파들과 애오파들의 극렬한 비판에 노출되어 있었고, 마침 선거시즌이 다가오고 있었기에 여전히 그 '업적' 측면에서는 깔 수 없던 현실계 애호파들의 위상이 치명타를 입힐 함정이 될 수 있었다. 보통의 상황이라면 당연히 데스넷 학대파들을 먼저 의심했겠지만 최근의 애호파 커뮤니티 내의 갈등은 이미 학대파에 대한 증오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었다. 



"이번 일은 절대 묵과할 수 없습니다"

내부자 중에 스파이가 있었던 모양인지 어떻게들 알고 곧바로 보통의 애호파들과 애오파들이 들고 일어섰다. 비록 오해에 의한 학살이라 하더라도, 동물 애호가를 자처하는 이들이 스스로의 손으로 그 동물들을 수백마리나 죽여버린 이상 용서받기 어려웠다. 

"…그만두겠습니다"

초대 현실계 애호파 회장이 스스로 회장 자리를 내려놓았고 그녀의 자식들이 있는 미국으로 떠났다. 그녀를 보좌하던 현실계의 각 게시판 관리자들도 자리를 내놓았다. 그 자리들은 다시 곧바로 애오파 회장과 그들의 추종자들로 채워졌다.

"오호호호, 우리 마음껏 해보아요"

미도리닷컴의 후원계좌 모두 예전에 몇 배에 달하는 엄청난 후원금이 들어와 있는 상태였다. 이는 현실계 애호파 회장의 마지막 프로젝트로 '지상낙원 유토참피아'의 건립을 위한 예산이었다. 

'어차피 이 세상 모든 실장석들을 구원할 수 없다면, 딱 한군데라도, 모든 실장석들이 이곳에 닿기만 하면 영원히 행복을 누리며 살 수 있는 지상낙원 참피천국을 건설하자' 라는, 오랜 실장석 애호파들의 꿈을 집약한 거대 프로젝트. 매번 망상에만 그쳤던 프로젝트였지만, 권력자들과 친했고 실제로 뛰어난 업적을 많이 세운 현실계 애호파 회장은 실제로 그것을 목전까지 추진한 것이었다. 



"그보다, 차라리, 우리 모든 실장석들에게 고급 실장옷과 콘페이토 사료를 뿌리는게 더 낫지 않나요? 오호호호호호"

그러나 새로 취임한 회장은 그런 미래적인 프로젝트보다는, 그저 사치 부리기에 골몰했다. 몇 억대의 예산을 고작해야 공원의 모든 실장석에게 고급 실장옷을 선물하고 저급 실장푸드 대신 콘페이토를 배부르게 퍼먹이는데 쓰자는 주장이었다. 

의견이 격렬하게 충돌했지만, 유토참피아의 실질적인 플랜이 완성되기 전이었기에 지상낙원 건립파 측은 고작해야 "이번이 아니면 언제 가능할지, 영영 불가능할지도 몰라요!" 하는 식의 접근에 급급할 뿐이었고, 사치파 측은 "찢어지고 헐벗은 우리 실장석에게 최상의 옷을, 허기진 실장석에게 극상의 맛을" 하는 달콤한 말로 사람들의 감정을 건드렸다. 또 사실 사치파 측의 뒤에는 그 거대한 예산으로 득을 보기 위한 실장용품 업체 메이든사가 있었다.

결국 투표까지 간 끝에 최종적으로 15415:14212의 근소한 차이로 사치파가 이겨서, 실장석들의 영원한 안식처가 될 수 있었던 유토참피아는 꿈 속의 꿈으로 남은 채 그저 실장옷과 콘페이토가 되어 공원에 뿌려졌다. 

물론 화려한 실크로 디자인 된 레이스가 나풀거리는 실장옷은 채 한달이 안되어 시커먼 검뎅과 먼지, 쓰레기로 오염된 흉물이 되었고, SSS급 퀄리티 콘페이트에 중독된 실장석들은 거의 반년 치 분량의 식사에 해당할 양을 한달 만에 먹어치웠다. 그 결과 엄청난 양의 대변을 싸질러댔고, 자도 미친듯이 낳아댔다. 공원은 단번에 냄새 지옥이 되어버렸고, 폭증한 실장석들에 의해 똥천지가 되어 버렸다. 




"후후"

애호파 운영자가 바뀐지 근 반 년 만에 공원은 다시 지옥이 되었고, 민원은 폭주했다. 후타바 시는 급변한 상황에 쩔쩔 맸고, 이미 실장석 구제 예산까지 싹 긁어모아 애호파 커뮤니티에 관리비 지원 명목으로 후원해버린 이후라 대책이 없었다. 시장은 미도리닷컴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새 회장은 정무적 판단이나 양심 따위는 눈을 씻고 보아도 찾기 어려운 인물이었다.

"제가 왜 전대 회장과 이뤄진 협약을 지켜야 하죠? 모르는 일이니 알아서 하세요"

결국 다급해진 후타바시는 학대파 & 학살파 활동 금지 조례를 철폐하고 직접 시 공무원이 데스넷에 "공원에서의 실장석 구제"를 부탁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가자!"

가끔은 성공한 엘리트도 있지만 어쨌거나 사실 대부분은 사회 저변의 쓰레기들이 많은 데스넷의 특성상, 정부 조직이 먼저 머리를 굽히고 자신들에게 부탁을 했다는 사실에 고무된 그들은 일제히 빠루를 들고 후타바시로 향했다. 무려 3천명이 넘는 인원이 결집했다.

"햣하! 핫하!" 

엄청난 냄새와 무슨 벌레군단을 연상케하는 어마무시한 숫자의 실장석 무리는 일반인들은 공원 출입마저 포기할 정도로 기괴해진 상태였지만 데스넷 회원들은 달랐다. 

"햣하! 핫햐!"

우선 학대파 폭죽대가 먼저 공원 입구에서부터 엄청난 양의 폭죽과 폭음탄으로 시원하게 파킨사를 동반한 피의 길을 열고, 군단의 주축이 되는 학살파 빠루부대가 대량살육을 시작, 이어 죽창 부대가 꼼꼼하게 궤멸시키고, BB탄 밀덕군단이 저 멀리 도망치는 실장석이나 투분하려는 녀석들을 원거리에서 제압했다. 

아울러 그들이 지나간 지옥의 적록핏길은 도로리와 산성용액을 잔뜩 든 생화학부대가 확실하게 확인사살과 뒷처리를 담당했으며, 개중에 전문 베테랑 학대사들은 그 와중에도 따로 활동하며 자신의 마음에 드는 실장석들을 채집했다. 

"호오, 아주 자들과 모체의 관계가 끈끈하구나. 학대할 맛이 나겠어"
"허허, 하나 건졌나? 나도 여기 아주 우애로운 자매를 세 쌍이나 건졌다네"
"이거 보게, 마라실장과 중실장 부부실장이야. 이거 기가 막힌 아이템인데?"

개체수가 폭증한 만큼 특이하거나 우수한 개체의 절대량도 늘어난 상태라 베테랑들은 모처럼 마음껏 차량 몇 대 분량의 채집박스에 가득 가득 실장석들을 채집해갔다. 녀석들은 앞으로 엄청난 지옥 속에서 죽지도 살지도 못한 상태로 영원한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다.


...어쨌거나 14시간이 넘는 대소동 끝에 후타바 1공원, 2공원은 철저히 구제되었다. 시에서는 그 공로를 치하했으며 데스넷을 공식 후타바시 실장석 구제 파트너로 삼았다. 데스넷에 또 하나의 운영자금과 일자리가 창출된 것이다. 물론 똑똑한 데스넷 회원들은 3공원부터는 철저한 구제 대신 '적절한 줄이기'로 매년 지속적인 수입을 창출할 계획이었다. 



이 모든 소식을 미국에서 뒤늦게 전달받은 초대 현실계 애호파 회장은 쓰러졌다. 게다가 이 모든 사태를 촉발한 '사치파' 애오파 회장은 이후 근 5년을 미도리닷컴의 회장으로 재임하며 학대파 커뮤니티 데스넷의 제 2 부흥기를 본의 아니게 지원하게 된다.



- 끝 - 







실장 서바이벌 세트

 


"실장석의 자립심을 길러줍니다"

아무리 진성 애호파라고 하더라도 실장석을 키운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대단히 많은 노력과 비용을 수반한다. 실장석의 삐뚫어져가는 성격은 둘째치더라도(물론 이게 가장 큰 이유지만), 사료나 간식 및 장난감의 비용, 대변 처리의 번거로움, 위생, 사회적 시선, 반려자의 취향 등 수많은 장벽이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실장식이 성체 사이즈로 커지거나 새끼라도 낳게 되면 키우기는 더더욱 어렵다. 

결국 자의든 타의든, 실장석이 죽지 않는 한 대부분의 실장석은 주인과 이별을 하게 된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는 해도 정이 있다. 사육실장의 99.9997%가 버려진 후 일주일 내에 사망한다. (후생성 조사, '행락철에 버려지는 반려동물 실태조사' 1997년) 그것을 뻔히 아는데 버리는 것은 너무나 찜찜하다. 

바로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노리고… 아니, 어쨌든 표면적으로는 '실장석의 자립심을 길러줍니다'라는 캐치 프라이즈를 건 상품이 나왔다. 로젠사의 '실장 서바이벌 세트'다. 실장석이 홀로 생존하는데 필요한 수많은 아이템을 포함한 종합 생존도구를 한데 모은 이 상품은 출시 첫 달에 16만개, 그 다음 달에 73만개가 판매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왔다. 






실장 서바이벌 세트





"어디 보자"

남자는 박스를 열었다. 사과상자만한 큼지막한 골판지 상자는 그 자체가 실장석의 집이 될 수 있는, 방수 코팅 된 1호 박스 사이즈의 대형 골판지 상자였다. 박스의 각 끄트머리마다 좀 더 두터운 소재로 보강재가 덧대어져 있는 것이, 상당히 튼튼한 구조였다. 게다가 그 안쪽은 단열재로 뽁뽁이와 펠트지가 붙어있어 제법 방한 대책과 아늑함까지 추구하고 있었다.

"제법이네"

상자 안에 든 물건들도, 우선 성체용 실장사료 2주일 분과 자실장용 실장사료 2주일 분, 휴대용 간이 오리변기, 500ml 빈 생수병 2개, 타올 4장, 신문지 1부, 이쑤시개 10개, 못 1개, 실장 영양제 30알들이 한 통, 실장활성제 15ml, 원래의 실장옷과 같은 재질의 실장옷 2벌, 팬티 10벌, 콘페이토 30개들이 한 통 등 제법 충실한 생존장비, 메뉴얼이 갖춰져 있었다. 

고급형은 미니 실장 침대나 골판지 상자에 붙은, 커튼 장착형의 강화 플라스틱 창문 등 더 다양하고 좋은 아이템들이 들어있다고 하지만 3만엔이 넘는 돈까지 써가면서 고급형을 사기에는 남자의 돈이 부족했고, 그렇다고 4천엔짜리 저가형을 사자니 부실할까 싶어 미도리 쨩이 걱정되었다. 1만엔짜리 보급형이 그가 낼 수 있는 한계였다. 

"이만하면 됐다"

마음 한 켠에는 아직도 주저하는 마음이 있지만, 미유키는 실장석을 보자마자 집에서 어떻게 저런 벌레를 키우냐며 정색을 했고, 이제 진지하게 만나기로 한 이상 이 자취방에도 자주 드나들텐데 그때마다 그녀를 돌려보낼 수는 없었다. 남자는 마음을 독하게 먹기로 했다. 




"데스우…"

영리한 개체인 미도리는 알고 있었다. 이미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기에 의외로 버려졌음에도 그리 슬프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마마의 뱃속에 있을 때 들은 '공원에서의 삶'에 대한 기대마저 있었다.

"데슷!"

콘페이토 병의 뚜껑을 들어올렸다. 과연 실장 상품의 명가 로젠사답게, 주인이 처음에 병을 따주면 그 다음부터는 그냥 '덮어놓는' 구조로 병을 쉽게 열고 닫을 수 있기에 실장석들도 그 내용물을 이용할 수 있었다. 

뭐, 결코 적지 않은 수의 실장 서바이벌 세트 속 실장석이, 메뉴얼조차 읽어보지 않고 그저 세트만 두고 가버린 닌겐상이 처음의 병조차 열어주지 않아 눈 앞에 먹을 것을 두고 굶어죽지만 말이다. 

"우마우마한데슷"

남자에게 키워질 때도 콘페이토는 일주일에 한두번 먹어보는 것이 고작이었던만큼, 스스로 콘페이토를 꺼내어 먹을 수 있다는 기쁨에 미도리는 기뻤다. 앞으로의 '자립적 삶'에 대한 기대가 더 커졌다. 게다가 깨끗한 실장옷도 여러 벌이 있다. 정작 사육실장 시절에는 써보지도 못한 오리 변기까지 있다…. 

가장 큰 기대는 자에 대한 기쁨이었다. 주인님에게 길러질 때는 자식의 꿈은 꿀 수 없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원한다면 자를 갖고, 키우고 마마가 될 수 있다. 주인님이 담아둔 물도 두 병 가득 있다. 마구 마셔대서야 안되겠지만 당분간은 걱정이 없다. 

'어쩌면 이것이 행복이라는 것인지도 모르는데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미도리는 평소답지 않게 데슷데슷! 하고 크게 소리까지 쳤다. 그리고 그것이 재앙을 불러왔다. 



애호파의 실장푸드 급식을 받으러 몰려갔던 한 무리의 실장석들이 한 알의 실장푸드도 얻지 못하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던 중이었다. '기쁨에 넘친 행복의 목소리'로 너무나 건강하게 울어제낀 실장석의 존재에 순식간에 주변의 그 많은 실장석은 귀가 쫑긋해졌다. 

모두가 불행하고 지치고 힘이 든 공원의 들실장 생활. 그런 녀석들에게 있어 '행복의 소리'란 잘해야 콘페이토를 주웠다거나 다른 쓸만한 먹거리를 구했을 때 정도 뿐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그것은 빼앗아 마땅한 것이었다. 굶주린 실장석들은 일제히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머지않아 바로 옆, 긴 풀들이 자란 곳 안쪽에 골판지 하우스 한 채가 놓여진 것을 발견했다.

"대단한 집인 데스…"

우격다짐으로 달려든 들실장들조차 일시적으로 깜짝 놀란, 척 보기에도 튼튼해 보이는 골판지 하우스였다. 대다수의 골판지 하우스는 그냥 표면이 누런, 물에 쉽게 젖어버리는 흔한 상품포장용의 싸구려 골판지. 하지만 저런 종류의 골판지는 닌겐들이 애지중지하는 생활 가전제품들에나 쓰이는 방수코팅이 되는 골판지였다. 물론 실장석들이 '방수 코팅'이라는 것을 제대로 이해할 리 없었지만 어쨌거나 '번들번들하는 골판지 하우스는 물에도 쉽게 젖지 않는 마법의 골판지 하우스'라는 것 정도는 경험적으로 체득하고 있었다.

"두려운데스"

보통 그런 고급 골판지 하우스는 마라 실장이나 한 실장석 무리의 우두머리 실장석이 갖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만큼 괜히 다가갔다가 마라실장에게 죽임을 당하고 싶지는 않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눈치 없는 미도리는 그 안에서 또 한번의 기쁨을 울부짖음을 했다.

"데슷, 데슷!♪"

완전히 행복에 취한 채로, 행복회로까지 풀 전개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육실장인데스"

들실장 중의 하나가 중얼거렸다. 마라 실장, 혹은 산전수전 다 겪은 노회하면서도 튼튼한 대장급 성체실장의 목소리는 결코 이렇게 기름지고 간드러지지 않는다. 이것은 분명 버려진 사육실장의 것이다… 그것도 살이 통통하게 오른 갓 버려진 사육실장….

누가 먼저릴 것도 없었다. 주변에 있던 10마리 가까운 들실장들은 일제히 실장 하우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 무른 이빨과 발을 사용해서 골판지 하우스를 두드리고 깨물었다.



"데스읏!"

갑작스럽게 골판지 하우스를 무섭게 두드리는 수십개의 손발과 질투와 증오에 배고픔에 가득찬 실장들의 울부짖음에 미도리는 곧바로 행복회로에서 깨 현실로 돌아왔다. 

'다른 실장들을 조심해야 해'

주인님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을 떠올렸다. 그리고 못을 꺼내들었다. 그러나 사방에서 골판지 하우스를 두드려대고 괴성을 질러대는 들실장들의 습격에 공포에 질린 미도리는 다시 못을 떨어뜨렸다. 그리고 자실장 시절 이후 처음으로 빵콘까지 했다.



"데, 데스"

거의 10분 가까이 미친듯이 골판지 하우스를 두드리던 들실장들이었지만, 이 실장 서바이벌 세트의 골판지 박스는 기본적으로 냉장고나 세탁기 같은 대형가전의 포장에 쓰이는, 매우 두꺼운 골판지다. 적어도 '1만엔'이라는 터무니 없는 폭리를 취함에 있어서도 최소한의 상도덕은 필요한 법이라 로젠사에서도 신경을 쓴 것이다. 접합부나 골판지 모서리에는 보강재까지 붙인 튼튼한 구조다. 

그런만큼 실장석이 그저 막연히 두드리고 깨문다고 망가질 정도의 내구성이 아니다. 가뜩이나 지치고 배고픈 들실장의 체력으로는 난공불락의 성이었다. 

"포기하는데스…"
"자들이 기다리고 있는데스"

몇 마리의 들실장이 포기하고 자신의 하우스로 떠났다. 질투와 분노에 빠진 집착의 들실장 몇 마리가 더 그 앞을 지켰지만, 곧 녀석들도 하릴 없이 포기하고 집으로 향했다. 


밤이 깊었다. 미도리는 다른 들실장들이 떠나고도 한참 동안이나 그 안에서 숨을 죽였다. 잔뜩 움츠린 자세로 그렇게 잠까지 들었다가 깨고 나서야 비로소 안전하다는 사실을 느끼고는 실장푸드를 꺼내 먹었다.

"우마우…"

허기가 채워지자 자기도 모르게 또 소리를 지를 뻔한 미도리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스스로의 입을 막았다. 그런 자신을 자책하며 빵콘한 팬티도 갈아입었다. 똥이 투두둑 바닥에 떨어졌지만 그것은 신문지 조각으로 적당히 문대어 닦았다. 물론 그저 녹색이 똥이 바닥에 번질 뿐이지만 실장석에게 있어서는 '똥을 치우는 시늉을 한다'라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위생관념이었다. 이는 남자의 훈육이 제대로 먹혀들었고, 그리고 미도리의 지능 또한 흔한 실장샵의 싸구려 개체치고는 기적에 가까울만큼 높다는 것을 증명한다.

"외로운데스"

제법 넓찍한 골판지 상자라고 해도 그래봐야 좁은 상자 안. 성체 실장이 언제까지고 지내기에는 답답하고 좁은 곳이다. 게다가 이 안에서 얼마나 더 생활할 수 있을까. 사료와 물이 떨어지면 언젠가는 밖으로 나가서 직접 먹을거리를 구해야 한다. 사방에서 골판지를 두드리던 들실장들의 난동을 떠올리자 미도리는 겁이 덜컥 났지만, 또 한 편으로는 밖에서 풀꽃을 구하면 자를 만들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면 나가는데스"

언젠가는 나가야 한다면, 차라리 허탕을 치더라도 이 안에 먹을 것이 있어서 괜찮은 지금이 좋은데스, 라는 것이 미도리의 생각이었다. 게다가 주인님이 주신 무기도 있는 상황… 미도리는 용기를 내기로 했다. 그때였다.



"냐오오오옹"

여름 밤, 가을 밤이면 창가에서 들려오던 공포의 괴음. 그것이 지금 상자의 바로 근처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미도리는 상자 밖으로 나가려던 생각을 곧바로 접고 못을 놓친 채 바닥에 웅크려 벌벌떨기 시작했다. 미도리 딴에는 들실장 때처럼, 그렇게 시간을 벌면 언젠가 이 괴음의 주인공도 사라질 것이라도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또 지려버린 빵콘이 문제였다.




새벽 사냥을 나온 고양이. 쿠로네코. 버려진지 반 년차에 접어드는 이 흑묘는 그러나 공원의 쥐들과 실장석 사냥 덕분에 현재까지도 생존해 올 수 있었다. 오늘도 하루종일 썩어가는 나무 뿌리 옆에서 아늑하게 잠을 자던 녀석은 슬슬 허기를 느끼고 본능을 쫒아 새벽 사냥에 나선 것이다. 

그러던 차에 언제나의 사냥 코스 한가운데 떡하니 자리잡은 골판지 상자. 호기심에 그 상자벽도 벅벅 긁어보고 냐옹냐옹하고 말도 걸어봤지만 반응이 없어 돌아서려던 차, 익숙한 구린 냄새가 그 안에서 풍기기 시작했다.

본디 실장석의 똥은 진화과정에서 천적들을 쫒기 위해 지독한 냄새를 풍기게 진화된 것. 그래서 위기를 느끼면 실장석들이 빵콘을 해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똥냄새를 견디기 힘든 인간들은 실장푸드 안에 그 냄새 중화제 성분을 섞기 시작했고 덕분에 미도리의 똥냄새 역시 그렇게 심한 구린내는 나지 않았다.

내츄럴 본 들실장들과 달리 적당한 냄새의 똥냄새는 오히려 사냥꾼의 본능만을 더욱 강하게 자극할 뿐이고, 절망적으로 굶주린 때가 아니면 실장석을 잘 사냥하지 않는 이 검은 고양이 '쿠로네코'조차 '이번만큼은' 하며 골판지 상자 위에 올라탔다.



보통의 골판지 상자라면, 정방향으로 놓여있다고 쳤을 때 설령 그것이 튼튼한 내구성을 지닌 골판지 상자라도 그 상자가 테이프로 포장이라도 되어있지 않은 이상은 위에서 내리 누르는 힘에 열리기 마련이다. 고양이 정도의 무게라면.

그러나 이 상자는 다르다. 외벽처럼 안쪽에도 몰딩과 상자의 날개를 받아주는 지지대가 있어서, 안에서 걸쇠를 풀지 않는 이상 위에서 적당히 누르는 힘으로는 상자의 뚜껑이 확 안으로 쏟아지지 않는 것이다. 과연 '1만엔'에 대한 가치의 납득을 위한 로젠사의 노력이다.



"데슷!"

이번에는 위다. 미도리는 공포에 질린 채로 못을 집어들었다. 그리고는 살짝 빠끔하니 열린 틈 사이로 털복숭이 괴물의 모습이 보였다. 뾰족한 이빨과 거대한 발톱도 보였다. 미도리에게 있어서 고양이는 태어난 이래 처음보는 어마어마하게 무서운 괴물이었다. 게다가 "냐오오오오" 하는 괴성을 지르며 상자 입구를 벅벅 긁기 시작했다.




상자의 내구도는 제법 좋은 편이지만, 그래도 역시 이 상자는 기본적으로 '들실장의 공격으로부터 (어느 정도) 안전'을 목표라 하고 있는 내구성이다. 길고양이나 들개의 공격을 막기 위한 내구도와 장치(상자 윗면에서 시트러스 향이 풍기는 향기 코팅 등)는 3만엔의 고급형에서나 기대할 수 있다. 본격적으로 발톱을 세운 고양이의 집중적이고도 적극적인 공격에는 그다지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




뻐끔뻐끔 천장이 벌어질 때마다 보이는 괴물의 모습. 미도리는 "오로로롱, 오로로롱" 하고 울면서도 저항을 준비했다. 상자 입구가 조금씩 구겨지고 찢기면서 천장의 벌어지는 틈도 넓어져갔기 때문이다. 이윽고 발톱 하나가 천장에서 슥 허공을 가르기 시작했다. 미도리는 공포에 질려 정신이 나가기 직전이었지만 너무나 생생한 공포에 행복회로조차 전개되지 않았다. 미도리는 자기도 모르게 못을 하늘로 들어 올렸다. 

"냐오오오오오오오!"

한줄기 피와 괴성이 울려퍼졌다.




쿠로네코는 저 밑의 '퍼런 쥐'가 슬금슬금 보이기 시작하자 더욱 상자 긁기의 즐거움에 박차를 가했다. 골판지를 긁음으로서 발톱의 가려움도 해결하고 식사 시간도 가까워진다. 그런 기쁨에 더욱 긁기를 바삐하던 찰나, 귀여운 앞발의 젤리에서 피가 솟구쳤다.

'냐오오오오오오오오!"

아래의 '퍼런 큰 쥐'가 무언가 날카로운 물건으로 자신의 발바닥을 찌른 것이다. 게다가 마침 상자를 긁던 중이라 상처가 길게 생겼다. 쿠로네코는 더욱 분노해서 상자를 긁어대기 시작했다. 상자는 금방 피범벅이 되었지만 이 서바이벌 상자의 윗면, 즉, 미도리의 천정은 서서히 붕괴되기 시작했다. 

이제는 미도리에게도 '괴물'의 머리가 반쯤 보이기 시작했다. 노란 눈알에 마름모 꼴의 눈동자를 보자 미도리는 더욱 큰 공포를 느꼈다. 세상에 저런 어마어마한 괴물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아니, 실장샵에 있을 때 '네코'인지 '네로'인지 하는 괴물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는 했는데 그게 저거 같기도 했다. 

어쨌거나 미도리는 연속해서 빵콘을 하며 더욱 크게 부풀어 오른 팬티의 무거움을 느낀 채로 하늘을 향해 본격적인 찌르기를 반복했다. 한번 당하고 나자 쿠로네코 역시 고양이의 반사신경으로 녀석의 공격을 피했지만, 문제는 피였다.



살짝 열린 틈으로 고양이 앞발의 피가 후두둑 후두두둑 떨어지며 상자 안을 피범벅으로 만들었다. 미도리 역시 고양이의 피를 뒤집어 쓰느라 반쯤 귀신 같은 모습이 되었다. 상자 안의 모든 물건에 다 고양이의 피가 뿌려졌다. 



"냐오오오오옹!"

쿠로네코는 드디어 포기했다. 본능이 외치고 있었다. '이대로는 위험하다옹' 하고. 피를 흘리며, 잔뜩 부은 앞발을 잘 디디지도 못하며 결국 자신의 보금자리를 향해 달려갔다. 실장 서바이벌 키트의 입구는 1/4쯤 벌어진 채로, 그 위에 잔뜩 흐른 고양이의 피가 아직도 안으로 흘러내리며 미도리를 빨갛게 물들여갔다.

미도리는 그 '괴물'이 큰 소리를 지르며 도망치자 그제서야 안도감을 느끼며 피로와 팬티 무게에 지쳐 쓰러졌다. 




일주일이 지났다. 



미도리는 그 날 이후로 차마 도저히 상자 밖으로 나갈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언젠가는 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다시 한번 그 '괴물'을 조우할까 두려워 나갈 생각을 못한 것이다. 

2주분의 식량은 반 이상 줄었지만 그래도 절대 다수의 '실장 서바이벌 키트'로 버려진 실장석들이 2주분의 식량을 3일 내에 소진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미도리는 나름 초실장적인 인내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은 미도리 나름대로의 '만약'을 대비한 인내였다. 

게다가 미도리에게는 천운이었던 것이, 불과 하룻밤사이 그 상자 주변에 흩뿌려진 쿠로네코의 피와 털 덕분에, 다른 실장석들이 고양이의 기척을 느끼고는 두려워서 감히 그 주변에 다가서지 못한 것이다. 



천운은 그것 뿐만이 아니었다. 




"개년"

남자는 욕이란 욕은 다 퍼부으며 공원을 헤집고 다니고 있었다. 여자친구 미유키가 실장석을 너무 싫어한 나머지 큰 돈 들여 실장석 서바이벌 키트까지 사서 잘 키우던 실장석을 버리기까지 했는데… 

알고보니 그 년이 실장석을 싫어한 이유는 전 남친이 실장석을 키우던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던데다, 결정적으로 오늘 다시 그 남자랑 만나기로 했다면서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했기 때문이었다.

"미친 년, 진짜 내가 얼척이 없어서…어어!"

남자는 어디에 두었는지 헷깔려서 한참을 헤메이던 통에, 결국 포기하기 직전 미도리의 상자를 발견했다.

"뭐야"

그러나 상자에는 시뻘건 피가 군데군데 묻어있었다. 실장석의 피는 녹색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가슴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던 남자였지만, 상자의 입구를 강제로 열어제끼자 그 안에는 미도리가 얌전히 잠들어 있었다. 

"그래! 그래! 와! 이 녀석 진짜!"
"데에?"

잠에서 깨어 살포시 눈을 뜬 미도리. 미도리의 눈 앞에는 꿈에도 그리던, 분명 버려진 첫 날에는 별로 보고 싶지도 않았지만 '괴물'의 습격을 받은 이래로 매일 미친듯이 보고 싶었던 주인님의 모습이 있었다. 앞으로 다시는 볼 수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미도리의 양 눈에서는 적록의 피눈물이 펑펑 흐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남자는 다짐했다. 앞으로 다시는 미도리와 이별하지 않겠노라고. 자기가 미친 짓을 했을 뿐이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그 일주일 사이, 살짝 열린 상자의 박스 입구 사이로 날아든 꽃가루에 의해 미도리가 딱히 원치도 않았던 임신을 했고, 그 덕분에 분충 새끼 네 마리를 낳아버리기 직전까지는 말이다. 




- fin - 









린갈 업데이트

 


"씨팔…"

토시아키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너무 믿기지 않아서 얼굴을 몇 번이고 손으로 쓸어내리고, 세수도 하고 왔다.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건, 보통 이슈가 아니다. 

"아, 이 미친 씨팔…"

토시아키는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여전히 꿈이 아니었다. 







린갈 업데이트





토시아키는 연구소에 들어오자마자 땀이 끈적한 정장을 벗어제꼈다. 자식이 없는 히로아키 교수의 마지막 가는 길까지 상주 노릇을 해야했던 그는 그 상황이 참 얼척 없었지만 어쨌든 이제 다 지나간 일이다.

"후우, 그래, 미운 정이 고운 정보다 깊다 그랬지"

연구동 샤워실에서 시원하게 씻고 나와 3일 만에 연구실 PC를 켰다. 밀린 업무들을 처리해야 했다. 교수의 메일함에는 30통 가까운 메일이 와 있었다. 

"에휴"

다행히도 대부분은 언제나처럼 학회의 알림 메일이나 노땅 교수들의 별 쓸데없는 메일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일거리도 끼어 있었다. 로젠 사의 린갈 업데이트 건이었다. 

"아 귀찮아졌네, 이걸 어쩐다"

메일의 내용은 간단했다. 린갈 앱이 특정 단어 몇몇 개가 조합되면 제대로 번역이 안되고 앱이 꺼져버리는데, 검토 결과 프로그램 버그가 아닌 실장어 해석 로직에 오류가 있어 보인다는 것. 해당 이슈의 검토를 부탁 드린다는 내용.

"파일에 관련된 내용이 있으려나"

히로아키 교수가 살아있었다면 아마 그저 두어 쯤 시간 있다가 교수가 개인 연구실에서 끄적여 온 노트의 내용을 전산 입력보조 알바생처럼 그냥 그대로 메일에 입력 해서 보내기만 하면 그만인 일이다. 지금까지 항상 그래왔듯이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실장어 연구의 세계적, 그리고 사실상 유일한 권위자 히로아키 교수가 교통사고로 임종한 현재 이 업무를 처리해 줄 수 있는 사람은 '후타바 대학 실장학 연구소'의 선임 연구원 토시아키 뿐이었다. 

"파일이 어디 있더라…"

그러나 문제는, 히로아키 교수는 자신의 후학들에게 가르침이 짜도 너무 짰다는 사실이었다. 토시아키도 말이 좋아 선임 연구원이지 뭐 배움의 수준에서는 딱히 학부생들보다 나을 것도 없었다. 선배들이 관두어서 선임 자리를 꿰어 찼을 뿐이지. 어쨌거나 일은 일이었고, 그는 그 일을 처리해야 했다. 그래야 후원금도 들어오고 이 연구실도 돌아갈테니까. 

토시아키는 히로아키 교수의 연구 파일들을 찾기 시작했다. 파일에 비밀번호가 걸려있긴 했지만 비밀번호야 이미 알고 있었다. killjitsou666. 유치한 비밀번호였지만 외우기는 쉬워 좋았다. 그러나 그 순간 섬뜩한 생각도 들었다. 그나마 지지난 주에 급하게 처리할 일이 생겨서 대신 컴퓨터 손 본다고 유선상으로 비번을 전달받아서 알았을 뿐, 아니었다면 지금 이 수많은 자료는 그냥 모두 영영 암흑 속으로 들어갈 일 아니었던가. 

"어쨌거나, 오케이, 이 부분인가?" 

토시아키는 연구 파일을 죽 훑어가면서 지금 오류난 부분의 해석 구절의 로직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씨팔…"

토시아키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너무 믿기지 않아서 얼굴을 몇 번이고 손으로 쓸어내리고, 세수도 하고 왔다.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건, 보통 이슈가 아니다. 

"아, 이 미친 씨팔…"

토시아키는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여전히 꿈이 아니었다. 그리고 눈 앞에 펼쳐진 실장어 연구 파일의 내용은 너무나 충격적인 것이었다. 



[ …하여, '(친근한 의미에서의) 주인님'은 '똥닌겐'으로 변환을 하고, '사랑'은 '스시', '애정'은 '스테이크'로 변환토록 한다. '부디 주시는' 은 '내놓는 / 바치는' 으로 번역함으로서 실장석에 대한 인간의 가학심을 극도로 일으킬 수 있도록 한다 ] 


히로아키 교수의 연구 노트에 따르면, 지금 이 세상의 모든 린갈은 번역을 엉터리로 하고 있다. ('이 세상 모든 린갈'이라고 해봐야 그 실장어 언어로직을 짠 게 히로아키 교수니까 결국 그 모든 책임은 히로아키 교수, 그리고 광의적인 개념에서 우리 연구소, 즉 나까지 책임이 있고 말이지)

쉽게 말해서 "똥닌겐, 스시와 스테이크를 내놓는테치!" 이라는 실장석의 말은 사실은 "주인님, 사랑과 애정을 부디 내려주시는테치!"라는 말이다.

저 엉터리 번역 때문에 분충으로 판명받아 죽어간 수천만, 아니 수십 억의 실장석들은 도대체 얼마란 말인가. 

"아니 아니 잠깐만 그럴 리 없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반전적 정보다. 후우, 그래.

"보통 저런 말을 하고 투분을 한다거나 뭐 극도로 반항을 한다거나 하잖아"

혼자 중얼거렸지만, 마치 그걸 예상하기라도 했다는 듯 아래에 그러한 반론에 대한 부연설명이 있었다. 


[ 친-자의 유대가 끈끈한 동물인 실장석은 자신의 애정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투분(자신의 배설물을 상대에게 던지거나 바르는) 행위를 하기도 하는데, 많은 포유류 동물들이 서로의 항문낭 냄새를 확인하며 유대를 확인하듯 이 역시 유대의 표시이며 애정과 관심을 갈구하는 지극히 애정어린 행위이다. 

아울러 마찬가지로 행동학적 관점에서, 양 다리를 벌리고 총구를 흔드는 등, 인간의 기준으로는 성애를 갈구하는 듯한 실장석의 행위는 기실 일반적인 사람들의 인식과 달리 자신의 분대나 위석에 문제가 생긴 듯 하니 조심해달라는 행위이다. 

그러나 이 역시 본 서의 서두에 말했던 '진정한 실장석과 인간의 상호 발전적인 관계'를 위하여 본인은 

"그쪽에 계신 인간님, 제 뱃 속 상태가 이상하니 가능하시다면 확인 부탁드립니다" 라는 문장을 "어이 거기 있는 닌겐상, 한발 뽑고 가는데스우" 로 번역하기로 한다. ]

라고.




토시아키는 담배 연기를 길게 들이마셨다. 22메가 분량의 이 연구 파일 내용에는 그야말로 충격적인 내용들이 한도 끝도 없이 담겨 있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분충'이라고 알고 있는 실장석은 세상에 다시 없을 인간 친화적인 동물이며, 너무나 다정하고 따스한 마음을 가진 생물이었다. 

단지 인간과 그 행동학적 양식이 많이 달라 오해를 빚기 쉬울 뿐이었는데 그 모든 것을 히로아키 박사가 엉터리로, 아니 의도를 갖고 일부러 정 반대로 해석하도록 언어 로직을 일부러 짜놓아 린갈이 개발된 이래 인간과 실장석은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걷고만 것이다. 

"하아"

이미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죽은 히로아키 교수는 세상에 다시 없을 또라이였다. 하지만 또 이해는 되었다. 



그는 "실장석 같이 애교 많고 예의 바른 동물은, 인간과 본격적인 친화 과정을 거칠 경우 근 100년 이내로 개 이상의 지위를 확보할 것이 분명하며, 그것은 장차적으로 실장석에 대한 학대는 물론이요, 실장석을 통하여 우리가 얻을 것으로 기대되는 무수히 많은 의학적, 과학적, 생물학적, 식량학적 발전의 여지를 앗아버리는 것과 같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인류의 질병 정복을 위해 시간당 수만 마리의 실장석이 희생되고 있지 않는가. 

(중략)

실장석의 번식력을 감안컨데 실장석과 인간의 친화는 식량학적 관점에서는 차라리 재앙에 가깝다.

(중략)

따라서, 차라리 내가 악마, 쓰레기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나는 이 '거짓과 기만'를 힘 닿는 데까지 지속할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인류애의 실천이다" 라고 밝히고 있었다.




솔직히, 설득되었다. 처음에는 이 미친 교수가 지금껏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을 속여왔다는 사실에 분노했지만 그의 말은 틀린 것이 없었다. 말 못하는 개 고양이도 이렇게나 대우 받는데, 말까지 할 줄 아는 짐승이 인간의 애정을 진짜 제대로 받기 시작하면 사회는 분명히 실장석을 유사 인간 수준으로까지 대우할 것을 요구할 것이 틀림없었다. 실장석은 미움을 받아야 했다. 그래야만 했다. 

"대단하긴 하다"

그래도 정말 참 그럴 듯하게, 아귀가 딱딱 맞게 왜곡해서 린갈의 실장어 번역 로직을 짠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또 곰곰히 생각해보니 [ 애호파는 린갈을 쓰지 않는다 ] 라는 격언도 조금은 다른 의미에서 이해가 갔다.

애정을 갖고 옆에서 지극히 정성으로 대우하다보니, 애호파들은 분명히 무언가의 위화감을 느꼈던 것이다. 린갈의 번역과 실장석의 진짜 의도가 미묘하게 다르다는 것을. 

얼핏 보면 분명히 분충짓, 역겹고 건방진 동물의 행동인데다 번역까지 여지없이 그렇게 뜨니 사람의 화를 불러 일으키지만, 곰곰히 보면 결코 딱히 큰 악의를 갖고 행동하는 것이 아닌 것이다. 오히려 미묘하게 애정이 느껴지는 행동… 비록 그 미묘한 차이를 다른 사람들에게 이해시킬 자신이 없어서 남을 설득하지는 못하지만 어쨌거나 알 수 없는 위화감에 린갈을 쓰지 않는 애호파들.



"그랬구나, 그래서 그랬구나"

토시아키는 씁쓸하게 웃었다. 이제 그에게 선택지는 두 개였다. 첫째는 지금이라도 모든 진실을 로젠사와 세상에 고하는 것. 이제껏 왜곡된 번역으로 죽어나간 실장석들이 세상에 어디 1~2억 마리 뿐이겠는가. 당연히 그 배상 문제는 천문학적인 수준에 달할 것이다. 토시아키는 일부러 그런 것이 결코 아니지만 어쨌거나 세상 사람들이 그것을 믿어줄 리 없다. 게다가 히로아키 교수도 죽은 마당에 '선임 연구원' 타이틀 달고 있는 자신에게 세상의 모든 비난이 돌아오리라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었다.

둘째는 그저, 자신도 히로아키처럼 이 '왜곡된 번역'을, 언제 탈이 날지 모르지만 앞으로 죽는 그날까지 지속해나감으로서 인류에 이바지 하는 것. 

어느 것을 택해야 할 지는 자명했다. 




토시아키는 히로아키가 그랬던 것처럼, 앞뒤가 맞지 않는 왜곡된 번역의 교정을 위한 '기묘한 작문'을 두어시간 머리를 끙끙대며 쥐어짠 끝에 완성했다. 몇 가지의 변수를 상정하여 혹시 또 다른 오류를 불러오지 않을까 고민했지만 다행히도 그럴 가능성은 없었다.

"후우"

메일을 보냈다. 두어 시간 후 로젠 사에서는 무사히 패치를 완료했다며, 감사하다는 내용의 답장을 보내왔다. 아울러 히로아키 교수의 부고에 대해 새삼 또 한번 조의를 드리고, 후임자인 토시아키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도 약속했다.



토시아키는 씁쓸하게 웃었다. 그리고 혼자 불꺼진 연구실에서 길게, 꽤 맛 없는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 끝 - 










학대파 여자

 


어느 날처럼 후타바 공원에서 따사롭게 햇살을 맞으며 슬슬 학대용으로 잡아갈 놈들을 찾아볼까, 하고 벤치에서 몸을 일으킨 순간 그녀를 발견했다.

"토시코…"

망했다. 저 년 때문에 우리가 재작년 가을에 얼마나 개고생을 했는데.

"어이!"

내가 그녀를 부르자, 등에는 백팩, 손에는 캐리어까지 든 토시코가 이쪽을 흘낏 바라보니 나를 보곤 웃었다. 반갑다는 듯이 손까지 흔들면서.

"오우! 오래간만이야. 잘 지냈어?"

하지만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이렇게나 화사하게 웃어보이면서 친근하게 인사를 하면 결국 사르르 나도 모르게 화가 녹아내린다.

"뭐, 그럭저럭. 그보다 여긴 왠일로 온거야? 너 또…"

그러자 토시코는 묘한 웃음을 짓더니 말했다.

"안돼?"

나는 당연히 안된다고 했지만 그녀는 "안 되긴 뭐가 안 돼" 하면서 까르르 웃으며 수풀이 우거진, 실장석들이 많이 서식하고 있는 공원 안쪽으로 저벅저벅 걸어들어갔다. 하기사 이 공원이 뭐 내 것도 아니고, 학대파들의 것은 더더욱 아니고 내가 그녀를 말릴 방법은 없다. 



"귀여운~♪ 실장석아~ 얼른, 얼른 나와봐라~♪"

혼자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린갈을 귀에 끼우고 실장석을 불러대는 토시코. 처음에는 인간을 경계해서 그 어떤 실장석도 다가오지 않지만 '머리카락이 긴 닌겐'이라는 것을 확인하자 하나둘씩 실장석들이 접근했다.

실장석들도 아는 것이다. 보통 학대파 중에는 남자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을. 

녀석들이 우리 남자들을 '마라 닌겐'이라고 부르던가. 생각해보면 이상한 것이, 우리가 고추를 덜렁덜렁 내놓고 다니는 것도 아닌데 '마라'가 달려있다는 것은 어떻게 안 것인가. 거기까지 생각하자 무언가의 가능성이 떠올라 소름 끼쳤지만 일단 그건 넘어가기로 하자.

"자, 이거 먹어"

토시코는 등에 맨 백팩에서 실장푸드를 한움큼 꺼내서 공원의 들실장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러자 머지않아 수십, 수백마리의 실장석들이 실장푸드를 얻어먹고자 정신없이 달려왔다. 등에 맨 백팩에서 실장푸드를 충분히 나누어주고, 슬슬 배가 부른 분충들이 먼저 떠났다. 이후 자들의 음식을 챙겨가고자 뒤늦게 눈치를 보며 다가온 실장석 몇 마리들에게 토시코는 말했다.

"이 언니는 애호파야. 너희들을 도우러 왔어"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나는 빵 터지는 웃음을 겨우 참았다. 토시코가 애호파라니. 제일 지독한 년인데. 어쨌거나 그녀가 손짓 발짓을 써가며 실장석들에게서 신뢰를 얻어낸 후, 이윽고 한 녀석이 먼저 "따라오는데슷" 하며 그녀를 자신의 실장 하우스로 안내했다.

토시코 역시 나에게 눈짓을 하며 "따라와" 하고, 자신의 학대를 자랑하기라도 하듯이 나를 종군시켰다. 제일 보기 싫은데.



"우리 귀염둥이들! 착한 장녀, 씩씩한 차녀, 든든한 삼녀, 귀여운 사녀구나?"

어쩜 저리도 사랑을 듬뿍 담아 말하는지. 토시코는 캐리어에서 실장푸드와 콘페이토를 조금씩 꺼내, 실장 일가에게 충분히 나누어주었다. 이미 자신에게 실장푸드를 꽤 얻어먹은 친실장 역시도 조금 소화가 되었는지, 콘페이토를 맛보기 시작했다.

"자, 우리 귀요미들. 이 언니가 요만큼 더 두고 갈테니까 얼른얼른 다 먹어. 언니가 내일 또 와서 배터지게 나누어줄께"

골판지 하우스 속의 자실장들은 기뻐 난리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배가 터지게 음식을 먹어본 것이다. 그것도 마마가 어쩌다 한번씩 가져오는 그 동글동글하고 맛있는 '실장푸드'라는 것을, 배가 이따이할 정도로 엄청나게 먹었다. 콘페이토라는 것의 맛도 보았다. 게다가 그걸 조금 남겨두고 가기까지 했다. 앞으로 매일 공원에 찾아올 것이란다. 

친실장도 기뻐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고마운데스, 고마운데스, 자들을 배불리 먹여보는 것이 소원이었던데스. 콘페이토는 너무 우마이한데스"
"하하, 이 언니가 내일 또 푸짐하게 나누어줄께. 내일 봐"



그리고 토시코는 옆의 골판지 하우스로 다가가서 콩콩콩 두드렸다. 한참 잠에 취해있던 성체 실장이 눈을 뜨고, "데겍!" 하며서 갑자기 나타난 닌겐의 모습에 그만 빵콘을 했지만, 역시 '머리카락이 긴 닌겐'이라는데에서 한번 안심을 하고, 또 토시코가 친근하게 대하자 마음의 문을 열었다.



"아 징한 년"

오전 10시 반부터 시작된 실장석 밥주기는 어느새 저녁 9시 40분이 되어 있었다. 나도 그녀도, 점심 저녁을 모두 빵과 우유로 때웠다. 보통 아무리 광기의 학대파, 학살파라고 해도, 그냥 눈에 띄는 놈들을 괴롭히지, 이 기집애처럼 정말로 꼼꼼하게 지도까지 그려가면서 한 가족도 놓치지 않겠다는 기세로 공원 안 골판지 하우스마다 다 찾아다니는 애들은 거의 없다.

"아우 피곤해"

토시코는 허리를 쭈욱 펴며 말했다. 오늘 하룻동안 들린 실장 하우스만 총 200채가 넘는다. 여름이라면 거의 400채 이상까지 늘어나지만 아직은 겨울이라 이 정도가 전부다. 토시코는 말했다.

"오늘 고마웠어. 같이 다녀주니까 덜 심심하고, 좋더라. 더 재미도 있고"
"에휴, 징한 것"
"하하"

그녀는 해맑게 웃었다. 토시코. 데스넷에 가장 정통적이면서도 새로운 학살법을 전수한 젊은 레전드. 이른바 '최후의 만찬'.



그녀는 이처럼 하루종일 꼼꼼하게 공원 안을 돌며 모든 들실장 일가들에게 배가 터지도록 실장푸드와 콘페이토를 먹인다. 그리고 내일도, 모레도, 앞으로도 쭉 매일 올 것이라고 약속한다. 게다가 배가 터지도록 먹이고도 약간의 여분까지 남겨두고 간다.

그리고 철저히 발길을 끊는다. 어떻게 되었나 궁금해서라도 올 것 같은데 발길을 끊는다. 최소 1년 이상. 

한편 실장석들은 그녀를 기다린다. 배가 터지도록, 분대가 늘어나도록 충분히 먹은 만큼, 그 다음 날부터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배가 심하게 고프지만, 먹이를 찾으러 가는 대신 그녀가 오기만을 철저히 믿고 기다린다. 너무나 절실하게 믿는다.

그것은 그 어떤 애호파라고 해도 그저 동정 어린 시선으로 먹던지 말던지 대충 먹이나 뿌리다 가지, 토시코처럼 개체 하나하나에 말도 붙이고 걱정도 해주면서 따뜻한 애정을 쏟으며 웃음과 함께 충분한 양의 먹이를 배터지게 주고 가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사육실장이 되는 행복 비슷한 그 어떤 것을 느끼게 해준 만큼, 설령 토시코가 오지 않는다고 해도 공원의 실장석들은 열심히 행복회로를 돌려가며 그녀를 기다린다. 게다가 사실 이미 실장푸드와 콘페이토를 배가 터지도록 먹어버린 이상 공원의 쓰레기 따위는 더이상 먹고 싶지도 않다.

겨우겨우 '약간의 여분'까지 소모하고 3일 4일 동안 계속 토시코를 기다린 실장석들 중 약하고 어린 개체들은 이 시점에서 죽어버리기도 한다. 행복회로를 돌리다 돌리다 결국 '그 머리카락 긴 여자 닌겐에게 무슨 일이 생겨버려서 올 수 없는 것이 분명한 데스'라는 결론에까지 이를 시점이면, 더이상 먹이를 구하러 가기도 힘들 정도로 굶고 지친 상태이다.

그렇게 수백 마리의 실장석들이 굶어죽는다. 비싸진 입맛과 끝없는 기다림 끝에.

간신히 일찍 정신을 차리고 먹이를 찾아나선 개체들이 다소 있다 해도, '배가 터질 정도로 먹어본 콘페이토와 실장푸드'의 맛은 죽는 그 순간까지 떠오른다. 음식물 쓰레기는 아무리 먹는다 해도 그때의 그 맛에 미치지 못한다. 

가장 행복해야 할 식사시간이 가장 불행한 시간이 되어버린다. 마마에 대한 실망, 투정을 부리는 자에 대한 실망, 유대 깊은 일가의 사랑도 깨지고야 만다. 곳곳에서 솎아내기가 밤낮없이 이어진다. 솎아내기라는 핑계로 배고픔을 달래기 위한 동족식도 이루어진다. 

어쨌든 대부분의 실장 일가가 처참한 마지막을 맞이하게 된다. 



그렇게 한바탕의 대 아사극이 지나고 나면 공원 안의 실장석 개체는 크게 줄어버린다. 회복하려면 거의 1년 가까이 걸리고야 만다. 

그녀가 < 학살 게시판 > 에 자신만의 비법이라며 그 '최후의 만찬'이라는 게시물을 올렸고, 이후 우리는 그녀를 '유다녀'라고 놀리곤 했다. 

어쨌거나 높은 학살 효과를 보여주면서도 손에 피 한방울 안 묻고, 애호파로 위장하기도 좋고 '굶어죽기'라는 상당히 강도높은 고통을 스스로 택하게 만드는 높은 예술성을 인정받아 데스넷 올해의 학대파 후보에까지 올라가기도 했던 그녀다. 



"오늘 즐거웠어, 그럼 조만간 또 봐"

토시코는 그렇게 손을 흔들며, 공원 저 편으로 사라졌다. 그녀를 다시 보게 되는 것은, 아마 내년 이맘 때 쯤일 것이다. 안녕, 나의 전 여자친구여. 



- fin - 









천재 실장




"밥을 먹은 기억이 없는테치! 밥을 주는테치!"

오늘도 저 수조 속의 멍청한 자실장 수십 마리들은 밥 달라고 난리다. 

"두 시간 전에 줬잖아 이 멍청한 버러지들아"
"데에? 그런 기억이 없는테칫! 거짓말 하지 마는테치!"

나는 멍청한 헛소리를 하는 자실장을 수조에서 꺼내 벌을 주려다가 문득, 녀석의 무게에 놀라며 중얼거렸다.

"벌써 이렇게 됐나? 좋다, 오늘 드디어 너희들을 키워온 보람을 돌려받을 때가 왔구나" 





천재 실장





수조 속의 자실장들을 모두 네무리로 잠재운 후, 제일 대가리가 큰 놈을 골랐다. 조심스럽게 배를 가르고 위석을 꺼낸 뒤 코팅을 했다. 그리고는 그 코팅한 위석을 실장활성제 용액이 들어있는 작은 비커에 담가두었다. 

"좋아, 이름을 붙여주기로 할까"

미도리라는 이름을 붙여주기로 했다. 깨어난 후에 그 이름을 듣는다면 무척 기뻐할거다. 자, 이제는 다음을 준비할 차례다. 

"요 놈"

주사기를 꺼내어, 잠들어 있는 녀석 중 하나의 머리에 주사 바늘을 푹 쑤셔넣고 그대로 뇌를 주욱 뽑아냈다. 주사기의 반 정도가 찰 정도로 뇌를 뽑아내자 더이상 그 싯누런 뇌 대신 피가 딸려나오기 시작했다. 주사 바늘을 뽑자마자 녀석은 그대로 파킨했다. 그리고는 뽑아낸 뇌를 미도리의 머리 속에 다시 주입했다. 

"음"

그 작업을 순차적으로 반복한다. 약 다섯 마리 분량의 뇌를 미도리에게 주입한 뒤 테스트를 위해 미도리를 깨웠다. 

"어이" 

잠에서 깨어난 눈을 끔뻑끔뻑 미도리는 처음 "테에?" 하며 놀랐지만 곧 나를 보며 말했다.

"아, 안녕하신테추카, 머, 머리가 이상한테치"

나는 방긋 미소를 지었다. 당연히. 다섯 마리 분량의 뇌가 한꺼번에 들어갔는데, 혼란스럽지 않을 리가 없지. 

"그래 안녕. 자, 묻는다. 네가 밥을 언제 먹었지?"

그러자 미도리는 "눈 뜨자마자 먹은테치" 하고, 자신이 아까 밥을 먹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나는 흡족한 얼굴로 박수를 쳐준 후, 미도리를 다시 네무리로 잠재웠다. 




지이익-

열여섯 마리째의 뇌를 미도리에 주입하려고 하자 슬슬 주사기에 뻑뻑함이 느껴졌다. 무리해서 주입하다가는 머리통이 터져버릴 가능성도 있으므로 일단은 거기에서 멈추었다. 

실장석의 놀라운 회복능력은 뇌라고 해서 예외가 아닌지라, 여러 마리의 실장석 뇌를 한 마리의 대가리 속에 몰아넣으면 뭉개지고 압축된 뇌들이 곧 하나로 융해되어 이윽고 곧 하나의 온전한 뇌로 자리잡는다. 

"또 하나의 천재 실장 탄생이다"

뇌세포의 갯수부터 뇌의 용적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융해 과정에서 뇌세포들이 좁은 공간에 안착하기 위해 더욱 뇌 주름이 깊어진다. 결국 이는 압도적인 지능의 향상으로 이어진다. 게다가 아무리 멍청하다고는 해도 인간과 대화가 가능한 수준의 지능은 있는 생물이 실장석이다. 그런 실장석의 뇌를 융합해서 성능 강화를 하면, 그것은 더하기가 아니라 곱하기의 효과를 가져온다. 

"눈을 떠라 미도리"

내 말에 미도리는 눈을 떴다. 그리고 녀석은 입을 열었다.

"토시아키 주인님, 와타시 배가 몹시 고파진테치, 저급한 실장푸드라도 식사를 주신다면 정말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는테치"

벌써 사용하는 어휘가 달라졌다. 난 고개를 끄덕였다. 배가 고플 것도 당연하다. 뇌가 소모하는 칼로리가 얼마인데. 배가 빨리 고파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십육 십칠 십팔 십구…인 테치"
"그 다음은?"
"십십인테치"
"틀렸다"
"…잘 모르겠는테치"
"더 공부하거라"
"알겠는테치"

이후 한달간 나는 녀석을 교육시켰다. 미도리는 훌륭한 개념개체로 성장 중이다. 지능과 분충성은 반비례한다. 물론 드물게 고지능 개체이면서도 성격 자체에 문제가 있는 분충이 숨어있기는 하지만, 우리가 흔히 '분충'이라 일컫는 대부분의 실정석 문제는 지능에 의한 문제인 경우가 많다.

반항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멍청해서 똥을 변기에 싸야한다는 사실을 잊는 것이다.
식욕을 주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밥을 먹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해 호르몬이 이상 분비되는 것이다. 
공격 성향이 강한 것이 아니라, 상대가 나의 자매라는 사실을 지능 단계에서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인간을 깔보는 것이 아니라, 지능 미달로 자신의 힘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불가능하기에 인간에게 덤비는 것이다.

…뭐,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대체적으로는 말이다. 그렇다보니 지능이 월등해지면 대부분의 분충성이 잠든다. 그리고 호기심이 발현된다. 

"저건 뭐인테치?"
"폴라로이드 카메라라는거다. 즉석에서 사진을 찍어내는 기계지"
"사진을 왜 찍는테치?
"추억을 남기려고 찍는거지. 말 나온 김에 한장 찍어주마"

찰칵!

"데에, 와타시는 정말 귀여운테치"
"분충 같은 소리하지 말거라" 

지식에 대한 탐구가 시작되고 정보의 입출력이 고도화 된다. 외부 자극에 대한 해석의 수준이 올라가고 그것을 내재화함으로서 뇌 기능이 더욱 향상된다. 이른바 '교육'이다. 그리고 녀석은 성장한다. 뇌에 추가 뇌 용량을 주입할 여지가 늘어난다.

"후후"

한 실장샵을 싹 쓸어오는 것도 모자라, 후타바 시의 실장 도매상가를 몇 군데 들러서 자실장 총 60마리를 사왔다. 성체 실장의 뇌를 사용하면 안되냐고 묻겠지만 실장석은 성체 실장쯤 되면 이미 뇌 기능이 쇠퇴하기 시작한다. 뇌세포의 기능이 떨어지고 뇌 전체의 효율이 지극히 낮다. 그래서 자실장의 뇌만을 사용한다. 

"자, 어디 보실까"

꽤 아슬아슬한 정도까지 뇌를 주입했다. 머리가 보통 자실장의 두 배 정도는 되는 크기다. 하지만 곧 줄어든다. 하루 이틀 쯤 지나면 잔뜩 주입된 뇌 세포들이 융합하고 뇌 주름이 더욱 깊어지면서 뇌의 전체 체적은 다시 정상 수준으로 돌아간다. 물론 뇌의 성능은 압도적으로 향상된다. 물론 아직도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아침 뉴스를 보니 오늘 비가 온다는테치, 우산 챙기는테치"
"오냐, 실장샵에 얼른 다녀오마"
"안녕히 다녀오시는테치, 올 때 차도 조심하는테치"

이제 아침 기상뉴스를 보고 서는 우산 챙기라는 조언을 할 수 있는 수준의 지능은 갖게 되었다. 





"프랑스 혁명은 정말 인류사에 위대한 업적인테스"
"뭐, 그런 셈이지"
"우리 실장석들에게도 그런 날이 올 수 있는테스?"
"아무래도 무리겠지" 
"슬픈테스" 

어느새 4개월. 중실장으로 자라난 미도리. 녀석의 대가리 속에는 약 220마리 분의 실장 뇌가 들어갔다. 녀석은 이제 한번 가르친 것은 여간해선 잊지 않는다. 사회 전 분야에 대한 심층 교육이 이어지고, 백과 사전 및 시사 교양 교육을 했다. 




어느새 6개월, 미도리는 성체 실장이 되었다. 녀석의 대가리 속에는 1200마리의 실장 뇌가 들어갔다. 

"감미로운 향이 입 안 가득 퍼지는데스"

말은 그렇게 하지만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다. 아마도 알고 있는 것이겠지. 자신이 기형 생명체라는 사실을. 정상의 수천 배에 이르는 뇌 기능은 그만큼 엄청난 칼로리 소모를 유도하고(인간도 하루에 칼로리를 가장 많이 소모하는 기관 중 하나가 뇌다), 녀석의 몸에는 마치 터무니 없는 오버클럭을 시도한 컴퓨터의 냉각장치처럼 수많은 특수장치가 부착되어 있다.

녀석의 위석이 들어있는 대형 수조 속에는 실시간으로 시간당 1리터의 실장활성제가 펌프를 통해 자동으로 주입되고, 녀석의 전신에도 보조 칼로리 공급용 링겔이 몇 개씩이나 꽂혀있다. 녀석의 스트레스를 달래주기 위해 개당 만 엔이 넘어가는 초고가의 세레브 실장용 콘페이토도 매 2시간 단위로 준다. 

그럼에도 미도리는 불행해했다. 자신이 수천마리의 동족을 딛고 일어선 괴물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으니까. 자신의 존재 이유도 그저 주인인 토시아키의 욕심 때문이라는 사실을 잘 아니까. 

그럼에도 미도리는 나를 싫어하지 않았다. 조금은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자신에게 자아의 개념을 심어준, 마치 자신에게는 창조주와 같은 분이라고 말하면서. 

미도리는 티비를 보다 중얼거렸다. 

"다음 자민당 총재는 이부키 의원이 확실한데스"
"마사히로가 있는데?"
"마사히로 의원은 계파가 약해서 아무래도 무리, 당 삼역이 어제 긴급회동 가진 것으로 보았을 때도 이부키 의원이 확실한데스" 
"확실히, 일리가 있구나. 마사히로를 밀어준다면 굳이 그런 이상한 제스쳐를 취할 필요도 없으니까. 어쨌든 잘 자거라"
"안녕히 주무시는데스" 

내일은 또 실장 뇌를 투입하는 날이다.  




"어떻다고 보니"

2주간에 걸쳐 무려 4천 마리의 실장 뇌를 주입하고 융합을 완료한 미도리. 나는 녀석과 함께 주가동향을 살피고 있었다. 미도리는 모니터의 차트를 보더니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거시적 동향은 신경쓸 필요 없는데스, 대장주들 흐름만 조금 훑어보다가 콜 옵션에 올인 들어가는데스. 타이밍은 요 때가 좋아보이는데스"
"좋아"

그렇다. 미도리 같은 초 고지능 실장석을 만든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인간의 지능을 훨씬 상회하는 실장석을 만들어 낸 이유. 그것은 바로 주식. 기계의 기술적 예측을 압도하는 고지능을 기반으로 한 직관의 필요성. 역시나 미도리의 예측은 정확히 맞아 떨어져, 나는 8천만 엔의 이익을 보았다. 지난 번의 '그린' 때의 거의 두 배를 재미봤다. 

그리고 보통은 여기까지다. 

이 이상은 시도해 본 적 없다. 너무 높은 지능을 가진 실장석은 조금 두렵다. 하지만 나에게도 호기심은 있다. 미도리에게는 묘한 애착도 든다. 아무리 고지능 실장석이라고 해도 한번쯤은 분충성을 드러내보이기 마련인데 녀석은 그런 적이 없다. 그래서 더 주입시켜보고 싶다. 실장석의 한계를. 

"해보자"




한달에 걸쳐 무려 8천개의 실장 뇌를 미도리에게 주입했다. 그것도 모조리 세레브 자실장으로. 돈만 해도 억대를 썼다. 8천개의 주입을 위해 증기사출식 주사형 주입기계도 구입했고, 수의사에게 자문도 받았다. 일주일 간의 안정화 기간을 거친 후, 미도리는 눈을 떴다. 

"미도리, 정신이 들어?"

그러지 미도리는 입을 열었다.

"주인님"

내가 얼른 콘페이토를 입에 물려주려고 하자 미도리는 살며시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말했다.

"그리울 것인데스"
"그게 무슨 소리야?"

미도리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떴다.

"세상 삼라만사 지혜와 통찰의 극의에 다달으면 이른바 허무의 경지에 이르고, 그것에 대해 탐구하다보면 무(無)와 유(有)가 하나임을 깨닫게 되어 공즉시색 색즉시공의 깨우침을 얻으니 그것이 곧 열반이어라. 

세상에 대한 미련이야 진즉에 버렸건만 인연에 대한 정은 천륜과 하나되는 바, 그대의 존재는 나의 존재이니 그대가 존재함에 나를 그리워하지 말지어이고, 다만 언젠가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 다시 이어진다면 그때는 또 즐거이 인연의 끈을 이어나감을 작게 소망해보았나이다, 아멘"

그렇게, 미도리는 알 수 없는 소리를 지껄이고 숨이 끊어졌다. 



하도 황당하여 어안이 벙벙한 채로 한참을 서있다가 녀석의 위석이 생각나서 바라보니 위석은 보라빛의 작은 돌로 변해있었다. 검은 색이 되었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들어보았지만, 보라색으로 변했다는, 아예 돌로 형질 자체가 바뀌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도 없다. 

열반 어쩌고 한게 생각나서(마지막은 아멘, 으로 끝나는 엉터리이긴 했지만) 근처의 아는 절에 가져가서 물어보니 어디서 났냐고 놀라면서 그 돌이 사리란다. 법력 높은 고승이 죽은 뒤에 남기는 바로 그 사리 말이다.

너무 황망한 기분에 한동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지만, 나는 그 돌을 그대로 절에 기증하고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 오늘날까지, 녀석의 어린 시절 카메라를 가르치며 찍어준 사진을 나는 갖고 다닌다. 

너무 높은 지능으로 깨달음을 얻고 부처가 되어버린 실장석의 사진이라니, 세상에 이보다 좋은 부적이 어디 있겠는가. 



- fin - 








새로운 놀이문화 '실장방'

 


강아지, 고양이에 이어 제 3의 애완동물이 되는 것은 아닌가 했던 실장석 열풍은 어이없으리만치 빠르게 식어버렸다. 

상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는 장점 이면에 너무나 큰 단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장석 특유의 건방진 성격과 폭언, 개나 고양이의 몇 배에 달하는 양의 배설물 뒷처리, 툭하면 자들을 마구잡이로 낳아버려 처치곤란하게 만드는 출산욕 등등.  

게다가 후타바 제 1공원에서 있었던 들실장들에 의한 영아살해 사건은 실장석에 대한 여론을 아예 파멸적으로 뭉개버리기에 충분했다. 사실 동물에 의해 유아나 영아가 공격 당하거나 하는 사건은 비교적 흔한 일이지만 이미 애완동물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한 개와 달리 실장석은 이미 들실장들에 의해 이미지가 상당히 나빠져있는 상황이었고 결정적으로 개나 고양이 애완동물 업계의 견제로 붐은 빠르게 식고 말았다.

그러나 실장석 업계 역시 재빠른 대처를 취해, 기존의 '사육을 대상으로 한 개인점포 및 실장석 마켓'은 '잠깐 들러 즐기기 좋은 실장석 방'으로 변신을 모색했다. 

그것이 바로 요즘 새롭게 생기고 있는 '실장방'이다.





 실장방 





"어서오세요, 몇 분이세요? 네, 두 분이요. 이쪽에서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커플이 들어가자 알바생이 잠시 옆의 대기석으로 둘을 인도한다. 둘이 자리에 앉자 알바생은 메뉴판을 가져다 준다. 

"처음 오셨나요? 네, 처음 오신 분들은 귀여운 실장석에게 먹이를 주고 실장댄스와 실장연극을 구경할 수 있는 애호 코스를 추천 드립니다. 30분, 60분, 90분 코스가 있구요, 또 말 안 듣는 나쁜 실장석을 호되게 혼내는 훈육 코스도 있습니다"


생각보다 조금 비싼 가격에 커플은 잠시 고민하다가 여자가 "30분 코스로 보자" 하고 애호 30분 코스로 골라서 핑크 커튼을 젖히고 왼쪽의 출입구로 들어갔다.


그에 바로 뒤이어 검은 코트를 입은 신사가 들어왔다. 단골 손님인지, 알바생은 "데스 코스로 바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하고 오른쪽의 훈육 코스쪽으로 데려갔다. 애호 코스로 들어가던 커플의 남자는 문득 들어가던 도중 메뉴에도 없는 '데스 코스'라는 말에 흘낏 뒤를 돌아보았지만 여친을 따라 그냥 애호 코스로 발걸음을 옮겼다. 애호 코스에 들어서자마자 마치 놀이공원에라도 온 듯 즐거운 음악이 천장의 스피커에서 계속 흘러나왔다.



"오빠, 저거봐. 너무 귀엽다1"

여자는 남자의 팔뚝을 연신 때리며 너무 좋아라 했다. 

"하하"

남자는 어색하게 웃으며 눈 앞의 단상 위 실장댄스 무대를 감상하기 시작했다.




"테치테치, 테치테치, 테테치 테치 테치!"

고가의 브리더 생산품으로 채워지는 애호 코스인만큼 실장 댄스의 수준은 대단히 높았다. 실장석이 이렇게 유연한 생물이었던가 싶을 정도로 다리를 쭉 찢어가며 일곱마리씩 좌우로, 열 네 마리의 자실장이 앞 줄에서 계속 캉캉 댄스를 주고, 그 뒷 줄에서는 요즘 핫한 인기 걸그룹 복장으로 그 안무를 어설프게나마 따라하는 다섯 마리의 자실장이 있었다.


"테치테치, 테치테치, 주, 죽는테치, 물을 마시고 싶은테챠!"
"닥치는테챠! 계속 다리 높이 유지하는테치!"
"사녀, 사녀! 힘을 더 내는테치!"
"앞 줄은 닥치고 다리 쭉쭉 올리는테치!"

전체적으로 연녹색 톤의 인테리어에, 죽 이어진 복도를 따라 유리 수조 속에서 열심히 실장댄스를 추는 자실장들. 지나가며, 혹은 앞에 마련된 소파에 앉아 그녀들의 30분 짜리 공연 1회분을 감상하고 있는 즐거운 사람들의 표정과는 달리, 수조 속 자실장들은 간신히 표정을 유지하며 죽을 힘을 다하고 있었다.

"초,총배설구가 찢어질 것 같은테치이이이!"
"참는테치!"

앞줄의 캉캉 댄스 팀은 너무 다리를 있는 힘껏 위로 계속 차올리다보니 총배설구가 찢어질 것 같은 통증마저 서서히 몰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 모두는 알고 있다. 중간에 못하겠다느니 어쩐다느니 하면 자신들이 어떤 꼴을 겪게 될지를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어떻게든 30분간의 공연 1회 타임이 끝나면 다음 팀의 로테이션이 돌아가는 동안 쉬면서 콘페이토도 먹을 수 있다….




"춤은 대충 똑같은 패턴이네. 연극 보자"
"응"

남자는 서서히 지겨워졌는지, 옆의 수조로 눈길을 돌렸다. 옆의 수조에서는 실장 연극이 펼쳐지고 있었다. 오늘은 연극은 놀랍게도 < 햄릿 > 이었다. 실장석들이 대사를 치면, 린갈에 연결된 아래 설치된 모니터에 그 대사가 번역되어 표시되는 방식이었다.

"와, 이거 어떻게 하면 이렇게까지 실장석을 훈육시킬 수 있을까" 

남자는 감탄했다. 

"계속 연습시키겠지 뭐"
"그런다고 되는 수준이 아니야 이건"

남자는 거기까지 말했다가 멈칫 하고는 다시 "수준이 아니지 않을까?" 하고 말을 정정했다. 여친은 어깨를 으쓱하고 계속 연극을 감상했다.

"죽는테치, 사는테치, 그것이 문제인테치!"

연극은 한참 최고조에 달하고 있었다. 햄릿 역을 맡은 자실장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으며 비통한 표정으로 연극 대사를 읇고 있었다. 남자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그리고 이렇게까지 실장석을 훈육시킨 사람이 누군지는 몰라도 진심으로 존경을 표시하고 싶을 정도였다. 

남자가 너무 빠져들어가는 눈으로 연극을 바라보자 조금 심심해진 여자는 "됐어, 나 햄릿 몰라. 별로 재미없어. 옆에 먹이나 주러가자" 하고 남자의 팔뚝을 붙잡고 옆으로 끌고 갔다.

"그래"

옆 칸은 실장석들에게 콘페이토나 실장푸드를 줄 수 있는, 위의 칸막이가 뚫려있는 수조들이 있었다. 수십마리의 실장석들이 팔을 휘저으며 자신에게 먹이를 던져달라고 조르고 있었다. 물론 애호파 코스의 그것인만큼 먹이를 내놓으라던가 똥닌겐이라던가 하는 무례한 폭언을 쓰는 녀석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먹이를 던져주면 "감사한테치" 하고 꾸벅 인사를 하고 열심히 먹는 모습만을 보일 뿐이다.

"와 쟤 봐. 너무 귀여워. 아 쟤한테 이거도 사줄래"
"그래"

실장푸드와 콘페이토는 무료로 줄 수 있고, 건 스테이크 조각과 미니 스시코스 12피스는 각각 500엔, 천엔의 추가금이 있었다. 여자는 건 스테이크 조각을 구입해서 실장석들에게 뿌려댔다. 

남자는 그 모습에 조금 씁쓸하게 웃었지만, 여친에게는 그저 "얘들 너무 귀엽다"라는 말을 건냈을 뿐이다. 그렇게 일련의 코스를 마치고 커플은 실장방을 나섰다. 



실장방. 꺼져가는 실장석 열풍을 새로운 방향에서 접근한 신개념 놀이문화로, '동물과 놀고는 싶지만 책임을 지고 싶지는 않은' 요즘 세대에 잘 어울리는 새로운 사업. 

이후 메인드 사의 부도와 함께 실장석 산업 자체가 사양길에 접어들기까지 근 15년 간 제법 훌륭한 창업 아이템으로 활약한 '실장방'의 추억은, 수많은 커플들의 기억 속에 영원할 것이다.



- fin - 











식용실장

 


"후우"

토시아키는 4층 계단을 올라와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 담배를 끊어야 하나. 언덕길을 올라와 엘리베이터 없는 4층 계단을 쉼없이 올라왔더니 숨이 턱까지 찬다. 

현관 문을 열고 들어와 마트에서 장 봐온 것을 싱크대 옆 싱글 테이블에 올려둔다. 그리고 가볍게 씻고 나와 주말의 느즈막한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식용 실장




오늘의 요리는 자실장 볶음밥. 진공 포장된 식용 실장 팩을 뜯는다. 아예 이미 죽여서 손질까지 깔끔하게 마무리 된 실장육을 사는게 더 편하지만, 그래도 이쪽이 더 싸고 조금 더 신선하다는 생각에 토시아키는 언제나 가사 상태로 급속 동결된 실장팩 쪽을 선호한다. 

"으음, 얼른 깨어나라구"

팩에 들어있던 독라의 자실장 네 마리를 꺼내서 미지근한 물에 담가 놓고 있으니 이윽고 한 녀석이 눈을 뜬다.

"테에, 텟, 테데"

잠시 두리번 거리던 녀석은 곧 옆에 누운 다른 자실장들을 보며 "테엥!"하고 울부짖는다. 아무래도 녀석들은 친구이거나 자매인 모양이다. 조금 흥미가 돋아 휴대폰의 린갈 앱을 간만에 재생시켰다.

< 4녀! 3녀! 눈을 뜨는 테치! >

아무래도 자매가 맞는 듯, 가장 먼저 눈을 뜬 장녀로 보이는 자실장은 다른 녀석들을 깨우려고 시도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다른 세 마리는 가사 상태가 아니라 정말로 죽어버린 모양이다. 급속 동결 과정에서 파킨해버리는 녀석이 적지 않고, 별다른 위석코팅도 하지 않은 이상 아무리 가사 상태라고 해도 팩 속에서 죽어버리는 일도 곧잘 있고. 

< 테엥, 테에엥 >

다른 자매의 죽음에 슬피 울부짖던 장녀는 다시 주변을 두리번 거린다. 그리고 뒤늦게 이제서야 나를 발견하곤 크게 놀라 < 테에! > 하고 비명을 지른다.

"하아"

그보다 배가 고프다. 나는 서둘러 다른 식재료들을 씻고 정리했다. 흐르는 물에 파프리카를 씻고 반으로 잘라 그 씨를 장녀의 입 속에 꾹꾹 억지로 넣었다. 식용실장들은 태어나자마자 위장 코팅을 하는 바람에 분대가 제 기능을 못해 똥을 만들거나 하진 않는다고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가득 배를 무언가로 채웠다가 손으로 다시 꾹 눌러 아래 위로 확실하게 만약의 이물질을 제거시키는 것이 안심이니까.

< 하지마는테치! 아프…웁! 매운테… 우우!… >

그리고 양파를 까고, 그 껍질을 일부러 장녀 쪽으로 던졌다. 수북히 쌓인 양파껍질에 쌓인 장녀는 양파가 무척 매웠던지 팔딱팔딱 뛰고 몸을 쓸어내렸지만 그래봐야 더 매워질 뿐이다. 역시나 잠시 후 녀석의 몸은 울긋불긋 벌겋게 부어올랐다. 

"후후"

마늘 꼭지도 따고, 잘 빻아서 다른 세 마리와 함께 장녀를 마늘과 식초의 국그릇 수영장 속에 담가 놓았다. 

< 따가운테치이, 매운, 매운테치이익! >

자극이 굉장했던지 장녀는 눈이 터져나갈 듯이 씨벌개져서 비명을 지르며 첨벙댔지만 내가 곧 팔다리를 또각 또각 반대 방향으로 꺾어버리자 < 그극, 그그그긋 > 하는 비명인지 신음인지 알 수 없는 소리 없는 고함을 지를 뿐이었다.

이윽고 나는 후라이펜에 기름을 두르고 센 불로 후라이팬을 살짝 달구기 시작했다. 멀찌감치서 훅 하는 열기가 느껴지자 장녀 녀석도 비로소 상황을 눈치챘는지 다시금 격렬히 반응했지만 팔다리가 다 부러지고 온 피부가 다 일어난 상태에서 식초에서 절여지는 절망적인 통증 앞에서야 그래봐야 마늘 식초 속의 꿈틀댐 뿐이었다.

적당히 달구어진 후라이팬에 밥덩이를 올리고 나무주걱으로 적당히 밥을 고르게 나누어 펴고, 손질해 둔 양파, 파프리카들을 올려 볶기 시작했다. 양파의 물기가 살짝 사라질 무렵, 드디어 다른 세 마리의 자실장은 잘게 잘라 위석을 빼내고, 밥 위에 얹어 볶기 시작했다.

치익- 치이이익- 

자실장의 실장육이 굽는 냄새가 퍼지자 식초 절인 물 속에서 고통에 쩔어가던 장녀의 표정에도 조금은 생기가 돌았다. 고기 냄새에 조금은 식욕이 돋은 모양이다.

하지만 먹는 건 내 쪽인걸. 넌 먹히는 쪽이고 말이지.

난 빙그레 웃으며 계란옷을 볶음밥 위에 입히고, 마지막으로 녀석의 등을 갈라 위석을 빼낸 뒤, 긴 대젓가락으로 집어 후라이팬 한 켠에 올려놓았다.

치이이이이이이이이익- 

< 테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 

녀석의 위석은 머그 잔 속의 설탕물 속에 담궈두었다. 굉장한 통증인지, 위석을 설탕물에 넣자마자 부글부글 끓으며 물이 줄어드는 속도가 눈에 보일 정도였지만, 쉽게는 깨지지 않을 것이다. 사카린도 넣어두었으니깐. 

"흐음"

하반신 절반을 다 구웠으니 이제는 반대로 돌려서 반대쪽의 하반신도 굽는다.

치이이이이이이익- 

< 테챠아아아악! 죽이는테치! 너만은 죽이고마는테치이이이이이익! >

이 죽음을 앞둔 자실장의 비참한 저주야말로 실장 요리의 참맛이다. 피눈물을 뚝뚝 흘리며 고통을 저주로 승화시켜 내뱉는 그 원한을 간단히 비웃으며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조롱하다 그 삶을 간단히 부숴버리는 이 지고의 쾌락. 

"응, 난 널 맛있게 먹을거야. 넌 가장 비참하게, 아무 것도 못하고 죽는거고, 후후"

< 테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 

방금 전의 조롱은 녀석에게 굉장한 절망을 안겼는지, 위석 덕분에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머그 잔 속의 설탕물이 한번 울컥! 하며 넘쳤다.

"하하, 난 널 잘근잘근, 가장 고통스럽게 죽여줄거양, 넌 처참하게 가장 고통스럽게 죽으면서 말이징"

슬슬 마지막으로 밥의 간을 소금으로 맞춘 나는 불을 끄고, 우선 본격적인 식사에 앞서 이 장녀를 먹기로 했다. 한 입만.

오도독, 오도독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녀석의 하반신을 씹으며 부드러운 다리뼈를 부수노라면 < 테챠아아아아아아! 살려주는테챠아아아악! > 하며 비명과 목숨을 구걸하는 자실장의 비참함이 더욱 극대화 된다. 

"아, 걱정말라구. 한 입에 끝낼 생각은 없어"

양 다리가 다 잘린 상태로 비참하게 비명을 지르는 녀석은 다시 저 볶음밥 아래에 묻어버리고, 고온에서 단숨에 익힌 뜨거운 밥덩이들속에서 전신 화상을 입어가며 팔다리를 꼬아가는 모습을 상상한다.

"음, 이제 본격적인 식사를"

후라이팬채로 테이블에 놓고 밥을 먹기 시작한다. 장녀 탓에 들썩이던 밥덩이의 움직임이 조금 약해질 무렵, 그 밥덩이들을 젖히고 그 안에서 녀석을 꺼낸다. 과연 적당히 데친 상태가 된 녀석의 고통을 난 이제 마무리 짓기로 한다.

"안녕"

와그작. 한많은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녀석을 씹는다. 노릇하게 구운 햄 느낌의 하반신과 달리 부드럽게 씹히는 식감이 마치 게맛살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정신없이 밥을 퍼먹으며 그렇게 한 끼의 식사를 마무리 짓는다.

"후우"

배부르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완벽하게 즐긴 훌륭한 한 끼의 식사였다.



- fin - 







매운 식사

 


"물, 물을 주는테치이이이!"
"매운, 매운 테챠아아아아아아아!"
"입에 불이난테치! 이제 곧 총배설구에도 불이 나는테챠!"

오늘도 세 자매는 제 자리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박수를 치고 펄쩍펄쩍 뛰며 비명과 함께 피눈물을 뚝뚝 흘린다. 그 모습이 견딜 수 없이 귀엽고 사랑스럽다. 





매운 식사






"마마가 슬픈 일을 당한 테치, 도와주면 감사한테치"

비가 오는 날, 그 세찬 비를 뚫고 우리 집 앞 골목길에서 간절히 목숨을 구걸하는 자실장 세 자매를 본 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래, 살려주마"

집에 데려와 따뜻한 물에 씻기고 수조에 수건을 깔아주고는 뜨끈한 우유와 실장푸드를 주자 세 자매는 기쁨의 눈물을 흘려가며 좋아라했다. 막내는 이미 일찌감치 "주인님, 사랑하는 테치이!" 하고 그 짧은 팔다리를 흔들며 애교를 피워댄다. 남자가 진성 학대파만 아니었다면, 정말로 보통의 학대파 정도만 되었더라도 애호파로 바뀌었을지 모르는 지고의 사랑스러움이었다.

"흐흐, 그래"

하지만 남자는 이미 만 단위의 실장석을 저승으로 보낸, 학대파 커뮤니티 데스넷에서도 쉽게 찾아보기 힘든 골수 학대파. 물론 근년에 접어들어 예전같은 하드코어한 학대는 하지 않지만 '조금 귀여운' 학대법에 열중인 그였다.

"사랑스럽구나 얘들아"

마침 세 자매는 새로운 학대법을 실험하기에 딱 좋은 녀석들이었다. 



"배가 고픈테치"

다음 날 아침부터 일찌감치도 배가 고프다고 졸라대는 막내. 장녀와 차녀는 서둘러 막내를 꾸짖으며 "주인님 괜찮은테치" 하고 아양을 부리지만 녀석들의 표정에는 이미 허기짐이 드러나있다. 

"괜찮다. 마음껏 먹으렴"

남자는 붉은 실장푸드를 듬뿍 녀석들 앞에 내려놓았다. 애호파들 덕분에 실장푸드를 몇 번 본 적 있는 자실장 자매들이었지만 붉은 색 실장푸드는 처음 보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실장푸드에 베트남 고추와 캡사이신 가루와 타바스코를 있는대로 뿌리고 버무려 만든 지독한 매운 맛의 수제 실장푸드니까. 

"테치이이이이!"

기쁨의 환성을 울리며 달려든 세 자매. 그리고 욕심을 부려 씹지도 않고 꿀꺽 삼켜버린 장녀, 입 안 가득 오물오물 씹어버린 차녀, 얼굴 전체를 파묻고 역시 단번에 목구멍까지 가득 실장푸드를 채워버린 막내. 



"게에에에엑, 게에에엑, 게갸아아악!"
"게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엑!"
""컥, 캭, 게엑챠아아아아악!"

세 자매는 마치 코로리라도 먹은 양 일제히 목을 부여잡고 바닥에 뒹굴렀다. 게다가 단숨에 삼켜버린 장녀는 잠시 후에는 배를 움켜잡고, 곧이어 왈칵 하혈의 빵콘을 했다. 

"호오"

실장석이 피를 저렇게나 쏟는 모습은 본 적이 없다. 아니 피가 아니라 붉은 실장푸드 덩어리인가. 시뻘건 매운 건더기가 총배설구를 훑고 지나갔으니 꽤나 쓰라릴 것이다.

차녀 역시 마찬가지다. 곧바로 피를 토하듯 실장푸드 덩어리를 토하고는 눈물을 뚝뚝 흘려댔다.

막내는 최악이었다. 장녀처럼 단숨에 못 먹을 것을 먹은 바람에 총배설구로 곧바로 그 매운 덩어리를 토해냈지만, 얼굴 자체를 붉은 실장푸드 덩어리 속에 담근 탓에 강제출산까지 당해서 검녹색의 지저분한 액체가 뒤섞인 무언가를 꾸역꾸역 싸냈다.

"데데데덱, 게악!"

하지만 어쨌든 출산이다. 막내는 앞뒤로 붉은 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지금 구더기들을 훑어주지 않으면! 하고 시뻘건 물이 든 채 출산된 구더기들을 핥아냈다.

"게에에에엑"

아마 녀석의 혀는 불에 타다못해 잘려나가는 느낌일 것일게다. 장녀는 막내의 그 모습을 보고는 역시 고통 속에서도 기어와서 막내를 도왔다. 녀석의 혀 역시 불타는 고통에 배배 꼬여갔다.

"캬"

난 냉장고를 열고 맥주 한 캔을 까 마시며 그 모습을 구경했다. 이토록 즐거운 구경거리는 간만이었다. 차녀는 제법인 것이, 그 지독한 매운 맛을 중화시키기 위해 화장실에 대가리를 쳐박고 점액질의 똥으로 매운 맛을 중화시키고 있었다.

파킨!

하지만 막내와 장녀의 고생도 보람없이, 연악한 막내의 강제출산 구더기들은 매운 양념에 살갖이 벗겨지다 못해 파킨사했다. 자실장들에게도 이토록 고통스러운데 구더기들이 견뎌낼 수 있을 리가 없다.




이후 나는 3주일간 녀석들에게 매운 식사만을 제공했다. 매운 강도야 녀석들의 상태를 보아가며 조절했지만, 가장 약한 경우의 날도 사람이 입에도 대지 못할 수준의 매운 맛이라는 것은 다를 바가 없었다.

"과연 실장석"

그래도 실장석이다. 어느새 녀석들은 조금씩 적응해가고 있었다. 지금도 붉은 색 빵콘은 여전하지만 그래도 코로리라도 먹은 것마냥 고통에 아무 것도 못하던 첫 날에 비해, 녀석들은 매운 맛에 바둥바둥 대면서도 할 말은 제대로 하고 심지어 이제는 나에 대한 저주까지 하고 있었다.

"물을 주지 않는 닌겐상은 죽어버리는테챠아아아아!"

물론 그 말의 대가는 특급의 매운 맛 사료였다. 사실, 안 먹으면 그만이긴 하다. 그리고 몇 번의 학습효과 때문에라도 보통이라면 먹지 않을텐데, 녀석들은 오래 버텨봐야 3일이었다. 결국 매운 맛에 고통을 받으면서도 다시 그 붉은 사료를 먹으러 왔다. 

물은 아주 조금씩, 스포이드로 큼지막한 물방울 몇 개만이 제공된다. 이 정도는 자실장의 일상 생활에도 부족한 수준의 물이다. 하물며 매끼 식사로 매운 음식을 먹는 녀석들에게 지금의 상황은 지옥과도 다름 아니었다.

먹는 순간의 고통 뿐만이 아니었다.

실장석의 몇 안되는 기쁨, 배설의 기쁨 역시 이미 녀석들에게는 고통으로 변해버린지 오래다. 원래의 구멍보다 이미 서너배 이상 크기로 벌겋게 부어보이는 녀석들의 총배설구. 매운 똥이 총배설구를 훑고 지나갈 때면 매번 "테챠아아아아아아아아!"하는 비명이 연이어 터져나왔다. 

매운 사료 때문에 총 배설구가 남아나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역시 세 마리 중 가장 이기적이며 똑똑한 차녀는, 내가 화장실을 자주 자주 비워버리는 통에 화장실 똥으로 매운 맛을 참기 힘들자, 아예 막내의 총배설구에 입을 쑤셔놓고 매운 맛을 달래는 지독히 이기적인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과연"

장녀가 뜯어말리긴 했지만, 어쨌거나 당한 막내는 지옥의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겍,게게겍,게로"

오랜 학대파로서의 경험으로 미루어보건데, 녀석들의 총배설구를 보아선 아마 녀석들은 이미 생식능력을 잃은 것으로 보였다. 분대도 아마 벌건 염증으로 너덜너덜해진 상태일 것이다. 녀석들은 벌겋게 부어버린 총배설구의 통증으로 바닥에 앉아있지도 못했다. 





"데히..."
"테치이이이"
"히이, 히이"

매일 같이 매운 식사에 지친 세 마리는 점점 야위어갔다. 이제는 분대 자체에 궤양이 생겨 녀석들은 붉은 똥 대신 녹황색의 물을 흘리곤 했다.

"슬슬 마무리인가"

나는 모처럼 녀석들에게 매운 식사 대신 흰 우유를 주었다. 역시나 공포에 쩔어 며칠간 접근하지 않은 녀석들이지만, 이번에는 맛이 달랐는지 "테치테치" 하는 기쁜 소리를 내며 우유를 열심히 먹어댔다.

하지만 역시 예상대로, 우유를 먹자마자 녀석들은 주르르 우유를 총배설구로 쏟아냈다. 더이상 분대가 음식물을 소화하지 못하는 것이다. 

"테치이이이익!"

너덜너덜 시뻘건 피를 죽죽 흘리는 총배설구의 통증에 괴로워 하는 장녀와 차녀, 막내. 흰 우유를 먹었는데도 시뻘건 똥을 싼다. 심지어 분대의 점막으로 보이는 붉으죽죽한 건더기도 보인다. 

"흠"

세 녀석은 이제 지독히도 말랐다. 더이상은 아무 것도 먹지 못한다. 심지어 콘페이토를 던져준다고 해봐야 이미 심각한 화상에 녹아버린 입천장과 식도, 혀 미뢰세포 탓에 아무 맛도 느끼지 못한다. 

나는 그렇게 딱 한달간의 기록을 적절히 편집해 "데스넷"에 게시했다. 댓글은 생각보다 많이 달리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 학대의 미학을 아는 베테랑 회원들은 무척 좋아했다.

아, 세 마리는 그래서 죽었냐고?

물론 아니다. 세 마리는 위석을 적줄해서 이미 활성제가 가득 담긴 수조에 담가놓은지 오래다. 녀석들 세마리는 지금도 벽에 고정된 채로, 스포이드로 위에서 입으로 한 방울 한 방울씩 떨어지는 타바스코를 매 순간순간마다 맛보고 있다.



- f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