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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탈출

 

#. 공원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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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었다. 하얀 악마가 아닌 검은 악마들이 나타나 사랑스러운 자신의 새끼를 무참히 밟아 
버리고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내려다보는 꿈을. 데갸악! 지독한 악몽에 놀라 비명과 
함께 벌떡 일어난 친실장은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용케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열 마리의 자 
실장들이 테~휴~테~휴~ 귀여운 숨소리와 함께 아직도 꿈나라에 있었다. 다행인데수…. 언제 
어떤 위험이 닥칠지 모르는 실장생. 안도의 한숨을 쉰 친실장은 살며시 문을 열어 밖을 확인 
했다. 이제 막 해가 떠오르는 중이었다. 부스럭. 이왕 이리 된 거 평소보다 일찍 먹이를 구하 
러 골판지 밖으로 나가는 친실장이였다. 인간이나 동족. 그 외 기타 등등에게 죽임을 당할 수 
있다는 것도 문제였지만 당장 직면한 식량문제 해결이 우선이었다. 꿈은 꿈일뿐인데수. 그렇 
게 생각하며 서둘러 쓰레기장으로 향했다. 이미 부지런한 동족들 몇몇이 쓰레기장을 뒤집고 
있을 것이 분명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동족들 역시 도착해서 바글바글 거릴 것이 분명했 
기에 친실장은 급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신들 기분 내키는 대로 찾아와 먹이를 뿌리는 애호파들에게 몰려들어 하나라도 더 많이 줍 
기 위해 재롱을 떨고 아우성을 치며 동족을 밀치고 밟고 밟히는 모습. 평범한 푸드가 아닌 콘 
페이토처럼 보이는 별사탕을 뿌려대는 애호파들은 그런 들실장들의 행동을 보면서 통 크게 먹 
이를 뿌리며 부채질을 해댔다. 뒤늦게 그 사실을 알고 허겁지겁 달려와 하나라도 건지기 위해 
뒤쪽의 동족의 목덜미를 잡고 끌어내는 녀석. 한껏 받아 기뻐하는 동족의 뒤를 후려쳐 그대로 
빼앗고 도주하는 녀석. 항상은 아니었지만 심심치 않게 보던 그런 풍경. 그런 날이었다. 아니, 
그 말은 취소. 자신과 같은 목적을 가진 동족들 사이에서 치열하게 쓰레기장을 뒤지다 말고 
허겁지겁 달려왔던 친실장은 숨이 차올 대로 차올라 헉헉거렸지만 그와 반대로 가까워지면 가 
까워질수록 서서히 느려지는 발걸음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데스…?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행동하는 몸. 본능이란 바로 이런 것일까. 스스로가 이상하다는 생각하는 와중에도 먹 
이를 뿌리는 애호파들에게서 왠지 모를 섬뜩함을 느낀 친실장은 자신의 본능을 믿기로 한 듯, 
그늘에 숨어 눈앞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맨날 있는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었지만 여태까지 보 
아왔던 애호파의 모습과 사뭇 달랐다. 혹시 독약을 뿌리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 먹이를 주워 
가는 와중에 하나둘 입안으로 쑤셔넣는 동족의 모습을 보면서 반응을 기다리지만 콘페이토 처 
럼 보이는 별사탕을 집어삼킨 들실장은 아무런 변화 없이 그저 데수웅~ 하는 행복한 미소만 
지을뿐이었다. 그 모습에 괜한 걱정이 아니었을까 하는 마음에 달려나가지 않은걸 후회하며 
집에 있을 자들에게 달콤한 선물을 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그 짧은 사이에 모든 것 
이 끝나있었다. 보람차다는 표정을 지으며 돌아가는 애호파들과 자기들끼리 들떠 웃으면서 
만만해 보이는 개체를 약탈하기 위해 눈알을 부라리는 녀석들의 모습에 역시나 자신의 괜한 걱 
정으로 이런 귀중한 기회를 놓쳤다는 생각이 들었고 스스로가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친실장 
은 그런 와중에도 마음 한편에는 차라리 잘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간 애호파로 보이는 인간의 눈빛이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친실장의 골판지 하우스는 공원에서 비교적 안쪽에 위치하고 있었다. 공원에서 동족식을 하는 
개체는 공원 입구쪽에 자리를 잡은 한 녀석뿐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에다 자리를 잡은 친실장이었다. 물론, 그 대가로 쓰레기장하곤 거리가 
멀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실장은 꿋꿋이 살아가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 
는 길에 보인 것은 어설프게 숨겨진 또다른 골판지 하우스였다. 강한 개체는 외곽에서 생활했 
고 친실장처럼 약한 개체는 공원의 안쪽에 몰려 있었다. 
「다녀온데스.」
「마마가 온테치!」
「마마~.」
「마마테치!」
「마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열 마리의 자들이 친실장을 환영하며 달라붙었다. 너덜너덜해진 
친실장의 옷에 얼굴을 파묻고 좋다고 부비부비를 하는 사랑스러운 자들의 머리를 일일이 쓰다 
듬어준 친실장은 서둘러 쓰레기장에서 가져온 것들을 정리해 자들 앞에 펼쳐놓았다. 모두가 
배불리 먹을 수 없는 작은 양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참아가며 자신에게 배분된 
것들을 먹어치우는 새끼들의 모습에 친실장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동시에 배불리 먹여주 
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이 자리 잡고 있었다. 제대로 먹일 능력도 없는 주제에 무작정 싸지 
르고 보는 실장석의 어리석음. 그래도 꼴에 운은 좋았는지 열 마리 모두가 자실장이다. 는 개 
뿔. 오히려 그것이 최근에는 더 악재로 작용하고 있었다. 한창 자랄 시기인 자실장이 열 마 
리.. 덕분에 새끼들에게 요구되는 음식량은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고 있었지만 친실장이 얻을 
수 있는 음식은 조금뿐이었고 어떨 때는 아예 구하지도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올 때도 있었다. 
늘어나는 것은 식량이 아닌 자들의 식욕과 공원의 들실장들 숫자뿐이었다. 최대로 성장한 성 
체 실장만 3백 마리에 달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에선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래도 오늘은 이걸로 살아간데스.」
오늘은 그래도 양호한 편이었다. 열 마리 모두가 그나마 허기를 채울 정도의 양은 되었기 때 
문에. 공원에 널리고 널린 게 들실장이다 보니 괜한 걱정에 애호파를 그냥 놓친 것에 속이 쓰 
린 친실장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제 겨우 노을 진 저녁이었지만 계속 깨어 있어봤자 
배만 고파질 뿐이었기에 식사를 마치자마자 새끼들을 재우려는 친실장. 놀고싶어하는 자들을 
애써 달래 눕혀 그 위에 수건을 덮어주는 친실장의 머릿속엔 한 번이라도 좋으니 비닐봉투가 
꽉 찰 정도의 풍족한 먹이를 구할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하고 있었다. 그렇게 해가 지고 꿈나 
라로 빠진 새끼들의 얼굴을 지긋이 바라보다 공원의 가로등 불빛이 환하게 밝아질 때가 되어 
서야 잠자리에 드는 친실장이었다. 
「한번이라도 좋으니 배부른 자들을 보고싶은데수….」
친실장의 바람은 다음날 바로 실현되었다. 
★☆★ 
「데에에에엑?!!!」
어제와 마찬가지로 일찍 일어나 쓰레기장으로 달려온 친실장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
의 눈을 비비고 난 후 다시금 정면을 응시했지만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산더미처럼 쌓인 쓰 
레기봉투만이 가득할 뿐 그 어디에도 동족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니, 그 직후에 보이긴 
했다. 하지만 어제와 다르다는 느낌이 피부로 와 닿는 친실장이었다. 쓰레기장을 뒤적거리는 
동족들의 움직임은 너무나도 느렸다. 데이이이…. 쓰레기봉투를 열어 그안의 내용물을 확인했 
다. 먹다남은 햄버거가 눈에 들어왔지만 별로인 것 같은 동족의 표정. 무슨 생각인지 그냥 휑 
하니 돌아섰다. 그리곤 자신을 보고 있는 친실장의 시선 따윈 아무래도 좋다는 듯, 왔던 길을 
따라 돌아가버렸다. 그것은 다른 동족들도 마찬가지. 대부분이 그냥 빈손으로 돌아가버렸고 
일부만이 어제와 마찬가지로 쓰레기를 봉투에 넣어 돌아갔다. 비닐봉투가 꽉 찰 정도의 식량 
을 손에 넣는 것은 들실장에게 있어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었음에도 동족들의 눈은 전혀 기뻐 
하지 않았다. 기대했던 것이 없어서. 그저 마지못해 챙겨가는 느낌이랄까. 
「대박인데샤아아아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제 이곳에 남은 것들은 전부 자신의 몫이 
란 것에 기뻐 그 자리에서 펄쩍 뛰며 그 짧은 팔을 힘차게 올리며 만세를 부르짖는 친실장이 
었다. 자들이 기뻐할 것인데스!! 배불리 먹고 난 후의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을 자들의 모습에 
입가에 미소가 걸린 친실장이었다. 경쟁이 없으니 비닐봉투에 꽉꽉 눌러 담아도 사방에 널려 
있는 생활쓰레기들에 이런 황금같은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생각이 든 친실장은 서둘러 집으 
로 달려가 봉투의 내용물들을 새끼들에게 모조리 쏟아내곤 또다시 쓰레기장으로 달려와 주워 
담았다. 가는 길에 배가 고파하는 동족들의 모습이 보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이를 먹다 
말고 기운 없이 내려놓는 그 모습에 배때기가 부른데스! 하며 무시하고 쓰레기장으로 달렸다. 
뜻밖의 수확도 있었다. 실장석도 충분히 들고 휘두를 수 있는 송곳을 발견한 것이었다. 샥! 
샥! 데스우우우!!! 이제 포악한 개체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힘이 생겼다는 기쁨과 더불어 또다 
시 편의점 봉투가 꽉 찰 정도의 음식을 얻은 친실장이 콧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어제 그 애호파가 오늘도 와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광장에 모여있는 
동족들의 모습이 한심하게 느껴지는 친실장이었다. 
「지금 그걸 기다리고 있을 바엔 쓰레기장에 가는 게 훨씬 더 이득인데스!」
물론 그 말을 듣고 우르르 몰려갈까 싶어 혼잣말로 중얼거린 친실장이었다. 그날 밤. 맛없는 
데스…. 으적 으적 모아두었던 비축식을 씹어먹다말고 축 늘어지는 들실장은 먹을 것이 눈앞 
에 있는데도 눈길조차 주지않고 그저 빨리 음식을 넣으라고 요동치는 배에 손을 얹어 배고픈 
데스…배고픈데스…라고 중얼거리는 동족들과 다르게 쌓일 대로 쌓인 음식을 먹고 또 먹는 새 
끼들과 친실장의 골판지 하우스에선 그들만의 축제가 벌어지고 있었다.
「많이 많이 먹어두는데스. 이런 기회는 또 없을지도 모르는데스.」
보존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별해 저장하고 나머지를 한가득 쌓아놓자 새끼들은 이미 먹 
을 대로 먹어 배가 가득 차올랐음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입안으로 집어넣고 있었다. 누군가 
가 먹다 버린 핫도그. 빵. 상한 고기. 퍽퍽한 부위만 남은 치킨조각. 팝콘. 그 외에도 다양한 
음식들이 있었다. 들실장의 인생에서 다시는 못 볼 호화스러운 진수성찬이었다. 
「달콤한테치! 맛있는테치!」
「자들이 착하게 있어줘서 하늘이 상을 준데스.」
「마마~ 앞으로도 계속 착하게 있는테츄~.」
「마마~마마 재미있는 이야기 해주는테치~.」
바닥에 드러누워 뽈록하게 튀어나온 배를 토닥토닥 만지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 자들을 보며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걸린 친실장은 이제는 거의 잊혀진. 한참 전에 죽은 어미로 부터 들었 
던 옛날이야기들을 꺼낼 준비를 한다. 오늘만큼은 '여유'라는 것이 있었다. 배가 잔뜩 부른 친 
실장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배를 토닥토닥 건드렸다. 먹을 대로 먹은 자실장들은 어 
느덧 푹신한 수건 속에서 친실장이 들려줄 재미난 이야기를 듣기 위해 귀를 쫑긋 세우고 잔뜩 
기대하는 눈빛이었다. 
「이건 마마의 마마의 마마로부터 전해져온 이야기인데스. 옛날 옛날에 이 공원에는……….」
「데샤아아아아아악!!!!!!!」
「저렇게 시끄러운 소음공해가…뎃?」
친실장은 이야기를 하다 말고 침묵해 밖에서 들려온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설마? 불길한 예 
감이 들어 가슴이 철렁해지자 황급히 쓰레기장에서 얻은 송곳을 집어 들고 조심스레 문으로 
다가갔다. 골판지 하우스의 문을 아주. 아~주 살살 밀어 밖의 상황을 살핀 친실장이었다. 
★☆★ 
「데갸아아아아악!!!」
그것은 
「마마아아아아!!!」
잔혹한 현실이었다. 
와드득. 어린 자실장의 척추뼈가 부러지는 소리.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열심히 쓰레기장을 뒤 
져 얻은 식량을 가지고 새끼들과 함께 가난하지만 꿋꿋이 살아가던 들실장들이 집단으로 난동 
을 부리고 있었다. 밥! 밥인데스! 그렇게 소리치며 서로가 서로에게 달려들었다. 무언가를 지 
키기 위해서가 아닌, 빼앗기 위해서 던지는 몸싸움. 성체와 새끼를 가릴 것 없어 만만해 보이
는 상대에게 서로가 서로에게 엉겨 붙었다. 그들의 발밑으로 밟혀 부서지는 과자나 기타 생활 
쓰레기들은 안중에도 없었다. 눈앞의 들실장들이 원하는 것은 오직 동족의 고기. 그것뿐이었 
다. 
「데헤엑!!」
그 모습을 본 친실장은 경악했다. 운치를 먹는 식분 행위 다음으로 금기인 것이 바로 동족의 
고기를 먹는 것이었다. 한번 먹으면 다시는 빠져나올 수 없다는 동족식의 늪. 들실장들은 작 
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배고픔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식량이 있었음에도 거들떠보지도 않고 
오직 동족의 고기만을 원하고 있었다. 
「마마?」
흔들리는 눈동자로 자신을 불러보는 장녀를 바라본 친실장은 침을 꿀꺽 삼켰다. 
「오마에들! 어서 나갈 준비하란데스!」 
이대로 있다간 저 뭔지 모를 살육전에 휘말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친실장은 황급히 편의 
점 봉투에 비상식량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당황한 자실장들이 덩달아 겁을 먹었지 
만 친실장은 조용히 해야 된다는 말만 할 뿐이었다. 집 밖에서 들려오는 비명과 고함소리가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저벅. 
그 순간 집앞에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렸다. 숨이 멎는 것 같은 친실장의 이마에 식은땀이 흐 
르기 시작했다. 콩닥 콩닥.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미쳐 날뛰는 가슴. 끼이이…아주 손쉽게 밀 
리는 골판지 하우스의 문.
「밥인데수….」
「모두 구석으로 가 있는데스!」
친실장이 소리 질렀다. 이윽고 몸싸움이 벌어졌다. 데갸아아아악!! 상대가 송곳을 들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대가로 한쪽을 찔린 들실장이 고통스런 비명을 질렀다. 죽어버리는데수! 
죽어버리는데수!! 와타시의 가족을 건드리는 분충은 절대로 봐주지않는데스! 여태까지 살면서 
가장 큰 소리로 외치며 찌르고 또 찔렀다. 잠시도 멈추지않고 이미 죽어버린 들실장의 머리를 
난도질하는 그 모습에 와타시가 알던 마마가 아닌테치이이이!! 생전 처음 보는 그 모습에 충 
격을 받은 듯, 자실장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울고불고 난리치는 새끼들이였다. 테챠아아아! 와 
타치들도 저렇게 죽일게 분명한테챠아! 가장 크게 충격을 받은 듯 3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 
나 소리쳤다. 
「3녀 오네챠 돌아오는테치이이!!!」
「4녀쨩! 밖은 위험한테치이이!!」
「테챠아아아 마마가 아닌테치! 마마가 아닌테치이이! 와타치들도 저렇게 죽이려는테치!!」
급기야 골판지 밖으로 뛰쳐나갔다. 3녀의 모습에 4녀가. 추가로 5녀와 7녀. 8녀와 9녀가 덩달 
아 일어나 그 뒤를 이었다. 어디가는데스! 돌아오는데스! 놀란 친실장이 황급히 달아나는 8녀 
를 붙잡았지만 곧바로 밖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 테샤아아아아아!!!! 9녀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짐과 동시에 질수없다는 듯 덩달아 울리는 
「마마 살려주는테챠아!!」
4녀의 비명. 
「대체 이게 뭔 일인데샤아아아아!!」
그리고 친실장의 절규. 들고 있던 송곳을 툭하고 떨어트린 친실장이 손가락 없는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당장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았다. 순식간에 가족의 절반이 날아가 버렸다. 
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데스? 대체 왜! 머리를 쥐어짜며 현 상황을 파악하려 하지만 실 
패. 비명소리를 들은 다른 들실장들이 몰려드는 것을 생각한 친실장은 황급히 남은 새끼들만 
이라도 지키기 위해 최소한의 짐만을 챙기기 시작했다. 
배고프다. 맛있다. 이 두 가지로 가득찬 머리는 마치 좀비 영화의 한 장면과도 같았다. 새끼가 
자매를 잡아먹고 그런 새끼를 어미가 잡아먹었다. 가족애가 강한 일가는 차마 자신의 가족을 
잡아먹지 못하고 다른 일가를 향해 이빨을 드러냈으나 때론 역으로 당해 전멸했다. 밤하늘로 
퍼져나가는 위협과 비명. 통곡과 절망 밑으로 뿌려지는 피와 찢겨나가는 살점이 사방으로 흩 
뿌려졌고 그 위를 또다시 쫓고 쫓기는 추격전. 그러거나 말거나 한쪽 구석에서 으적 으적 승 
리의 전리품을 씹어먹는 기쁨의 뒤로 또 다른 도전자의 습격이 이어졌다. 달아나는 동족을 뒤 
쫓는데 정신 팔린 어미로부터 뒤처져 애타게 부르짖는 새끼들은 또 다른 들실장에게 먹혔고, 
이미 이 지옥 같은 살육전 속에서 어미를 잃은 자실장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자신의 운치를 
던지는 것뿐. 들실장에게까지 가지도 못하고 허무하게 골판지 하우스 바닥으로 떨어진 운치 
위로 이윽고 자실장의 피가 뿌려졌다. 
「살려주는테치! 살려주는테치이!!」
「진정하란데스! 마마데스! 마마는 오마에를 죽이않는데스!」
붙잡혀 나가지 못한 8녀가 발광을 했고 친실장이 진정하라고 등을 두드려준다. 
「똥마마아아!! 왜 와타시를 구해주지 않는테챠아아아!!!」
밖에서 친실장을 저주하는 3녀의 비명이 울렸지만 친실장은 물론 그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았 
다. 머리부터 씹어먹기 위해 입을 쩍 벌린 들실장을 제외하곤 말이다. 쩍 벌린 입에서 이미 
먼저 먹힌 누군가의 살점이 끼어 있었다. 
와드득.
★☆★ 
「데,덱! 닌겐상! 닌겐상!」
새벽 03시. 그칠줄 모르는 지랄의 혼돈 속에서 공원관리인 두 명이 모습을 드러냈지만 정작 
그들은 혀를 차며 지켜보기만 할 뿐, 현 상황을 해결할 생각 따윈 전혀 없어 보였다. 오히려 
수면을 방해받았다는 것에 짜증이 났는지 근처에 있는 들실장 하나를 걷어차버렸다. 그리곤 
돌아갔다. 동족식을 하는 실장들을 피해 숨어 있던 다른 들실장들이 그들이 나타나기만을 기 
다리고 있었지만 뜻밖의 행동에 당황한 듯 제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 
던 것이다. 평소에 자신들이 소동을 일으키면 달려와 도망가는 자신들을 잡아 자루 속에다 집 
어넣고 어디론가 보내 버렸을 텐데. 지금 그들의 행동은 그저 공원을 한 바퀴 둘러보는 것으 
로 끝이었다. 일반인들 출입 막고 날 밝는 대로 호출하라는 알 수 없는 말만 주고받으면서 돌 
아가는 관리인들의 뒤로 침입한 들실장을 제압하고 간신히 새끼들과 함께 탈출한 친실장은 그 
들을 부르며 도움을 청했지만 시선조차 주지 않고 갈 길 가는 그 모습에 낙담하고 말았다. 
「테에에에엥….」
「테에에엥…!」
남은 새끼들은 모두가 약속이라도 했듯이 울음을 터트렸다. 3녀. 4녀. 5녀. 7녀. 9녀의 죽음. 
행복했던 그 순간 들이닥친 알 수 없는 불행으로 어찌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반 토막이 나버 
린 일가가 그곳에 있었다. 터벅터벅 걸어오는 친실장의 눈을 응시하는 자실장들은 애써 울음 
을 멈춰보려고 하지만 끅끅 새어 나오는 울음소리를 어찌할 방법은 없었다. 
「…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난데수…?」
매우 당연하게도 알려주는 이는 없다. 그 누가 이들에게 말해주겠나? 이틀 전에 너희들한테 
먹이 뿌린 인간들은 애호파가 아니라고. 그들이 뿌리던 것은 그냥 콘페이토가 아닌 동족식을 
유도하는 실장향을 첨가한 것이라고 말이다. 아아 세상 어느 것 하나 우호적이지 않은 실장석 
의 삶이여. 꿈에도 그리던 배부른 만찬이 아직도 눈앞에 아른거리는 친실장이였다.  
행복을 얘기하며 음식을 갉아먹던 새끼들. 하나둘 셋 넷 다섯……. 
「데에에엥 자들을 반이나 잃어버린데수우우…!!」
자들을 쓰다듬었던 그 손에는 오로지 동족의 피만이 묻어있을 뿐이었다. 데에에엥! 데에에에 
엥! 
「데엥…그래도…다행인데스…데에엥….」
그런 와중에 드는 생각. 
「그래도 죽기전에 배불리먹고 죽은데스….」
죽을 때까지 단 한 번이라도 배불리 먹어보지 못하고 죽는 들실장의 삶에서 그래도 그만큼 처 
먹고 죽은 게 어딘가. 거기다 자기들이 겁먹고 도망가다 죽은 걸 자신이 어찌할 수도 없는 노 
릇. 적어도 마마로써의 의무는 다했다고 생각한 친실장이였다. 성체가 되어 독립 못한 건 자 
기들 팔자.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아까보단 덜하다. 코를 훌쩍이다 말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살아가야 한다. 아직 남은 새끼들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살아있으니까. 어떻게든 살 
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이제 이 공원은 끝인데스.」
이유야 어찌 됐든 이거 하나만은 확실했다. 사실 친실장도 느끼고 있었다. 공원의 수용량에 
비하여 동족의 수가 너무 많다는 것을. 잘은 모르겠지만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고 지랄 
발광을 하면서 알아서 숫자가 줄어드는 것 만큼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문제는 자신도 
죽을 수가 있다는 것. 거기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바로 인간. 자신들이 이곳에서 살아 
가는 것 자체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던 인간들이 피와 시체로 범벅된 공원을 좋게 볼 리가 없 
었다. 어쩌면 이것을 계기로 하얀 악마들이 올 수도 있었다.
「이 공원을 나가는데스.」
친실장이 선언했다. 놀란 자실장들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여태껏 골판지 하우스에서조차 마음 
대로 나가지 못하는 삶이었는데 공원 밖으로 나간다니? 
「공원 밖에는 뭐가 있는테치?」
호기심 많은 장녀가 묻자 친실장은 대답했다. 닌겐들이 바글바글한데스. 여기 있는 실장들 보 
다 훨씬 더 더~~~~~~~~~~~ 많이 있는데스. 놀란 자실장들의 입이 떡 하니 벌어졌다. 그럼 더 
위험한 거 아닌테치? 학대파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는 차녀가 묻자 친실장은 대답했다. 
「닌겐이 많다는건 애호파도 많다는 뜻인데스.」
「굉장한테치이! 애호파가 많은테치?!」
애호파가 많다는 말에 희망이 생긴 듯 자리에서 일어선 자실장들이었다. 
「공원에서만 나가면 애호파 닌겐상이 도와줄 것인테치! 그러면 안전한 닌겐상의 집에서 맛있 
는 거도 이빠이 먹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테치!」
행복한 미래를 상상하는 장녀의 말에 다른 자매들이 잇따라 행복회로에 빠져들기 직전이었다. 
소리 없이 다가온 무언가가 장녀의 머리를 후려쳤다. 
「테뵷!」
짤막한 비명과 함께 일가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다. 냐옹~. 공원에는 실장석만 있는 게 아니
다. 들고양이도 있다. 아무래도 실장석들의 시끄러운 소란에 이끌려온듯한 모양. 친실장의 두 
눈이 자신들을 보고 있는 고양이에게서 밟혀있는 자신의 새끼였던. 호기심 많은 장녀였던 자 
실장이 그곳에 있었다. 장녀는 머리가 터져버린듯 찍소리도 못하고 축 늘어져있었다. 뭐, 위석 
이 깨지지 않은 이상 시간이 지나면 재생하겠지만 고양이에게 찍힌 이상 살아날 가능성은 없 
었다. 
「데샤아아악!!」
또다시 자를 잃는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라 송곳을 쳐들고 고양이에게 돌진하는 친실장과 
상대할 마음이 없는 듯, 잽싸게 장녀를 물고 가버리는 고양이이었다. 어디가는데스! 돌아오는 
데스! 와타시가 무서우면 장녀를 내려놓고가란데수우우우!! 울부짖지만 그런다고 순순히 응할 
고양이가 아니다. 가다 말고 장녀를 내려놓고는 친실장을 향해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더니 냐~ 
옹~. 하고는 그대로 가버렸다. 그것은 어디 해볼 테면 해보란 식으로 여유이자 도발이었다. 
「테챠아아 오네챠아아아!!」
남은 자매들이 부르짖었다. 
「…….」
친실장은 송곳을 툭 하고 떨어트렸다. 이제 남은 새끼는 4마리. 
「마마 뭐하는테치! 빨리 구하러 가란테치!」
다른 자매들과 다르게 장녀와 죽이 잘 맞았던 차녀가 친실장을 향해 소리쳤지만 친실장은 움 
직이지 않았다. 잡혀간 장녀가 살아 돌아올 거란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다. 잡혀간 순간 그걸 
로 끝인 것이다. 고양이를 쫓아가느니(쫓아갈 수도 없지만) 차라리 남은 새끼들과 함께 공원을 
탈출하기로 마음먹은 친실장이었다.
「…장녀 하나 구하자고 가족을 위험에 빠트릴수없는데스.」
「그치만 진심으로 가족을 사랑해야한고 했던건 마마인테치!」
「그거야 여유가 있을때 하는 것인데스!」
「텟!」
그간 배웠던 가르침을 부정당한 차녀는 말문이 막혀버렸다. 
「사랑은 사랑이고 목숨은 목숨인데스! 포기할 건 포기할 줄도 알아야하는데스!」
친실장이 소리쳤다. 훌쩍. 그래도 새끼를 잃었다는 것에서 가슴이 아픈지 적녹의 눈물은 멈추 
지 않고 계속해서 흘러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살아야 한다. 침착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며 
친실장은 현 상황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가지고 있는 재산목록은 약간의 식량이 전부. 봉투 
속에 들어있는 식량을 확인했다. 산더미 같은 식량을 다 운반할 길이 없어서 푸드만 챙겨왔 
다. 그것도 자신을 포함한 5마리가 한 끼로 끝낼 수준의 양이다. 
「…….」
고개를 들어 공원을 둘러보았다. 평소엔 잘 지나다녔던 길이 지금 이 순간만큼은 숨이 턱턱 
막히고 있었다. 이제 마음을 독하게 먹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생각에 친실장은 새끼들을 쳐다 
보았다. 
'현명하고 조심성이 많은 차녀…꼭 지켜야하는데스. 6녀. 착한데스. 8녀…분충은 아니지만 겁 
쟁이인데스. 막내인 10녀…다른 자매들 보다 약해서 분명 따라오기 힘들 것인데스….'
봉투에 든 식량과 자신들을 번갈아 바라보는 친실장의 모습에 새끼들은 이해를 하지 못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공원 밖으로 나가더라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스. 애호파를 만나기 전까지 식량은 어떻게든 
아껴야하는데스.' 
「마마…?」
불길한 느낌에 차녀가 친실장을 불렀다. 친실장은 침울 꿀꺽 삼켰다. 결심한듯했다. 
'우선 막내를 걸러내야 하는 데스.' 
다른 자매들보다 몸이 약한 막내(10녀)가 자신을 따라서 공원을 벗어나기가 힘들 것이라 생각 
한 친실장은 어떻게든 10녀를 떼어내기로 마음먹었다. 하나라도 입을 줄여야 남은 가족들의 
생존확률이 높아진다. 
'막내를 걸러내고 여의치 않으면 그때는 8녀를 걸러내는데스. 나중에 상황을 봐서 그때도 잘 
풀리지 않으면 6녀도 그리해야 하는 데스.' 
내심 기대하고 있는 차녀를 제외한 나머지 모두를 포기한 친실장이었다. 자신을 희생해서 새 
끼들을 모두 살려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자신은 가장이니까. 출발하는데스. 친실장은 최대한 
주변을 조심스레 살피며 출발했다. 최대한 안전한 길을 고르면서 막내를 떼어낼 기회를 노리 
고 있었다. 막내가 떨어져 나가기까지 단 한 번도 밥을 먹지 않았다. 아까와는 다르게 제법 
조용해진 공원의 모습이었다. 자기들끼리 죽고 죽인 덕분에 조용해진 공원. 살아남은 개체들 
은 다른 잡아먹을 이들을 노리며 사방을 돌아다니거나 포만감에 잠이 들었다. 적막. 이따금 
멀리서 짤막한 비명이 울렸지만 순간적으로 놀랄 뿐이었다. 시계는 어느덧 05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공원을 환하게 비추던 가로등의 불빛이 사그라들었다. 아침이 오고 있었다.
「데에…? 왜 물이 안나오는데스…?」
급하게 나오느라 먹을 것만 챙겼지 물을 챙기지 못 했다. 어렵사리 동족들을 피해 수돗가로 
왔지만 아무리 꼭지를 돌려도 나오지 않는 물에 말라버린 혓바닥을 내밀며 갈증을 호소했지만 
그런다고 나오는 물도 아니었다. 관리인들이 돌아가면서 수도를 잠궈버린 것이다. 
「마마…목마른테치….」
갈증에 자들이 칭얼거렸지만 해결해줄 수 없는 친실장이었다. 
바스락. 
그때, 반대편 풀숲에서 한 마리의 들실장이 나타났다. 테챠아아! 깜짝 놀라 황급히 친실장의 
뒤로 숨는 자실장들과 눈앞의 상대가 누군지 알아본 친실장의 입에선 헉! 하는 소리와 함께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것은 여태까지 보아왔던 들실장들중에서도 가장 컸던. 지금 이 사태가 
벌어지기 훨씬 이전부터 공원의 외곽지역에서 동족식을 하면서 생활해온 원조 동족실장이었던 
것이다. 걸려도 가장 운치 같은 상대에게 걸려버린데수! 친실장은 비명을 질렀다. 동족실장은 
처음부터 자신이 우위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 유유히 친실장을 향해 걸어왔다. 
「꺼. 꺼지란데스! 지금이라도 돌아가면 용서해주는데스!」
부들부들거리는 다리를 애써 지탱하며 유일한 무기인 송곳을 꺼낸 친실장이었다. 하지만 상대 
방은 동족들을 상대로 끊임없이 공격을 하고 막아냈던 베테랑이 아니던가. 데프프~ 하는 여유 
로운 웃음소리. 여태껏 무기로 자신을 지키려던 들실장들의 숫자는 제법 많았다. 하지만 결국 
살아있는 것은 바로 자신이었다. 덩치가 큰 만큼 맷집과 파워가 다른 들실장들을 압도했던 것 
이다. 오히려 친실장이 들고 있는 송곳이 예상 밖의 전리품이라고 인식하고 있을 뿐.
「데에…?」
친실장은 상대가 전혀 겁을 먹지 않자 당황했다. 죽는데스? 와타시 죽는데스? 정말 와타시 여 
기서 죽는데스? 그 짧은시간동안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에 답은 없다. 슬금슬금 뒷걸음치면 
상대는 여유롭게 한발 한발 내딛었다. 오늘은 참 특별한 날인데스. 자판기로 쓸 똥벌레들이 
널리고 널린데스. 데프프프~. 동족실장은 그렇게 말하며 흥얼 흥얼거렸다. 뇌만 으깨버리고 구 
더기를 생산하는 자판기로 만들 생각인듯했다. 
「계, 계획대로 하는데스!」
그 순간, 친실장이 소리침과 동시에 한 마리의 자실장이 동족실장의 앞으로 내던져졌다. 안전 
하다고 생각했던 친실장의 등 뒤에 숨어있던 막내였다. 
「마마아아!!」
자신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제물로 선택되었다는 사실에 저주를 퍼붓는 막내지만 정작 그 
친실장은 시선조차 주지 않고 황급히 뒤를 돌아서는 
「너도 가란데스!!」
라며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에 벙 쪄있던 8녀마저 걷어차버렸다. 테햙!! 
「뒤를 부탁하는데샤아아아!!!」
그리곤 차녀와 6녀를 끌어안고 그대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똥마마아아아아아아!!!!!!!」
막내와 8녀의 처절한 비명에서 점차 멀어지는 친실장은 달리고 또 달렸다. 미안한데수! 미안 
한데수! 그치만 이것이 최선인데스!! 막내쨩은 약해서 앞으론 무리인데스! 8녀는 어차피 죽을 
운명이었던데스! 그때 마마가 밖으로 나가려던 8녀를 잡아서 안죽은것인데스! 마마만 아니었 
으면 진작에 죽었을 운명인데스! 어차피 죽었을 목숨 이제는 죽어도 되는데스! 가족을 위한 
희생인데스! 그렇게 허무하게 죽을바엔 마마와 오네챠들을 살리는게 더 값진 죽음인데스!! 오 
마에들 몫까지 마마가 열심히 사는데샤아아아악!!! 
★☆★ 
「…….」
오전 06시. 일가는 말을 잃었다. 차녀와 6녀는 영혼이 나간 표정으로 친실장을 올려다보고 있 
었다. 거듭해서 찾아오는 공포 속에서 죽어가는 자매들과 친실장의 행동에 자신들 역시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겁을 먹었다. 이미 부풀어 오를 대로 부풀어 오른 팬티는 녹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친실장 역시 둔기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처럼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 
다. 
「마마는….」
친실장이 중얼거렸다. 
「어렸을적에 자매들을 모두 다 잃은데스.」
여태껏 단 한 번도 자신의 어린 시절을 말하지 않았던 친실장의 말에 차녀와 6녀가 고개를 
들었다. 
「마마의 마마가 닌겐에게 제물로 하나둘 던졌던데스.」
학대파로 부터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새끼들을 희생시켰던 것이다. 
「마마는 그때 결심했던데스. 마마가 자를 낳으면 끝까지 자들을 지키겠다고 했던데스.」
그러면서 이제는 둘 밖에 남지 않은 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런데…마마도 마마의 마마처럼 되어버린데수우우우….」
그토록 미워했던 어미와 똑같은 짓을 하게 되었다. 
「아마…마마의 마마도 이런 기분이었을 것인데스. 너무나도 가슴이 아플것인데스….」
자매를 인간에게 던졌음에도 울음소리도 내지 않고 그저 하늘만 바라보며 묵묵히 자기 일을 
하던 어미의 모습. 사실 자신의 앞에서만 그랬을뿐 아무도 없는 곳에선 자신처럼 슬퍼하지 않 
았을까? 는 변명. 그저 자신들도 언제 희생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겁을 먹은 새끼들이 마음을 
풀도록 하는 감성팔이다. 친실장에 대한 좋은 추억따윈 없다. 먹이도 못 구해와 항상 자신을 
굶주림에 시달리게 만들었기에 자실장 시절에 똥마마라고 욕이란 욕은 다 하고 다녔던 몸이 
다. 독립한 후에는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그렇게 말하면서 힐끗 새끼들의 상태를 살핀 친실 
장이었다. 
「마마도 싫은데스. 하지만…가족을 위해서라면 어쩔수없는데스!」
자기는 살아야되니까. 두 녀석이 말 없이 올려다보았다. 그리곤 침묵. 각자 무슨 생각을 하는 
듯 말이 없었다. 그러길 얼마지나지 않아 눈물을 닦아낸 차녀가 말했다. 
「날이 밝는테치. 그러니 이제 마마하곤 작별인테치.」
친실장의 눈이 부릅 뜨여졌다. 
「다 아는테치. 그렇게 말하면서 살아남아서 기쁜거 다 아는테치.」
가장 믿고 기대했던 차녀의 입에서 그런 말을 듣자 얼굴 표정이 굳어지는걸 넘어 아예 하얗게 
질려버린 친실장이었다. 신뢰를 잃은 것이다. 
「마마가 가족을 사랑했으면 마마가 희생했어야한테치. 죽기살기로 싸웠어야했던테치. 마마가 
되서 고양이 한마리 못 이기는테치?」
「…와, 와타시는 가장인데스. 와타시가 살아있으면 자는 다시 낳을수 있는데스!」
「그건 사실인테치. 마마가 없으면 살 수 없는테치.」
그 부분에 대해선 인정한 차녀는 말을 이었다. 
「그치만 와타시는 예외인테치.」
「데?」
「와타시는 이제 마마와 작별인테치. 와타시는 여기서 와타시 대로 살 길을 찾는테치. 와타시 
는 숨어있을 것인테치. 날이 밝은테치. 이제 곧 닌겐상들이 올것인테치. 애호파가 올때까지 숨 
어있다가 오면 도와달라하고 할 것인테치.」
그렇게 말하며 돌아섰다. 
「와타시는 마마도 인정한 훌륭한 자인테치! 그러니 애호파한테 길러지는건 식은 죽 먹기인테 
치!」
차녀는 알고 있었다. 친실장이 자신을 가장 아끼고 있었다는 걸. 친실장이 밥을 먹을때가 되 
면 은연중에 가장 맛있고 좋은 것을 자신에게만 챙겨준다는 것에서 눈치를 깐 차녀였다. 하지 
만 자신에게 잘해주면 뭐하나 그래봐야 먹이도 제대로 못구해오는 무능한 마마인데. 쥐꼬리만 
한 먹이에서 자신에게 잘해줘봐야 다른 자매들과 비교해보면 거기서 거기다. 하루라도 빨리 
가난에서 벗어나 풍요롭게 살고싶다는 생각을 수 도 없이 했던 차녀. 그나마 착하면서 자신과 
죽이 잘 맞아떨어졌던 장녀가 있었기 때문에 대놓고 분충화가 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죽음을 넘나들다보니 이대로 같이 가다간 자신마저 죽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여태까지 수고한테치. 똑똑한 와타시의 생각에 따르면 마마와 6녀는 얼마 못살아가는테치. 
와타시가 마마와 오네챠. 이모우토들 몫까지 행복하고 열심히 사는테치. 그치만 와타시는 똑 
똑하고 착한테치. 그래서 마마의 행운을 빌어주긴하는테치. 조금만 버티란테치. 와타시가 사육 
실장이 되면 가끔 놀러오는테치. 콘페이토 들고 올테니 살아만 있으란테치.」
그렇게 말하며 탈분으로 불룩해진 팬티를 질질끌며 풀숲 너머로 사라지는 차녀였다. 그 뒷모 
습을 멍하니 보고 있던 친실장과 6녀였다. 
「…마마.」
6녀가 친실장을 올려다보았다. 가장 아꼈던 새끼를 잃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던 친실장의 고 
개가 슥 하고 돌아 6녀를 내려다보았다. 
「그래도 와타시가 있는테치. 울지마는테치.」
「……!!」
「와타시는 마마의 결정을 이해하는테치. 슬프지만 어쩔수없는테치.」
「…….」
「마마 말대로 여기서만 벗어나면 되는테치. 」
「…….」
「마마! 여기서 나가면 이모우토가 갖고싶은테치. 죽은 오네챠랑들이랑 이모우토를 다시 보는 
테치. 그치만 그때는 와타시가 장녀인테치!」
「6녀….」
친실장은 6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오마에는…마마의 큰 자랑인데스.」
「마마….」
「오마에는 마마의 보물인데스. 오마에의 소원대로 꼭 이모우토를 낳아주는데스. 그러니….」
테뵷! 
차녀가 사라진 풀숲 너머로 짤막하게 들린, 무언가가 터져버린 소리. 그 소리를 정확하게 들 
은 친실장과 6녀는 그대로 얼어버렸다. 바스락. 이윽고 풀숲을 빠져나오는 소리가 들리며 이 
내 그 소리의 주인공이 모습을 드러냈다. 
「데…데….」
그저 꿈이라고 믿었는데….
U.J.C.S 
(Umbrella Jissouseki Countermeasure Service) 
우산제약 산하 실장구제팀 
꿈에서 보았던 검은 옷을 입은 구제요원들의 모습이 현실되어 자신의 눈앞에 있었다. 손에는 
피가 흥건히 묻어있는 구제용 빠루가. 빠루의 끝에서 부터 땅으로 뚝 뚝 떨어지는 차녀의 피. 
그리고 철컹철컹철컹. 멀리서 들리는 요란한 소리. 언제나 열려있던 공원의 철문이 닫히고 그 
앞에는 바리케이트가 쳐지고 있었다. 
「…….」
친실장은 망설이지 않았다.
「텍!」
6녀를 걷어차 그대로 구제요원의 앞으로 던져버렸다. 
「약속은 지키는데스! 꼭 이모우토를 낳아주는데스! 아니! 오마에도 꼭 다시 낳아주는데스! 장 
녀로 낳아줄테니 걱정말고 뒷일을 부탁하는데샤아아아!!!」
또다시 달렸다. 자를 위해서. 처음 가족을 지키려고 발악하던 것과 너무나도 다른 친실장의 
모습이었다. 원래부터 이랬던 것일까 아니면 환경이 이렇게 만든 것일까. 한가지 분명한 것은 
구제요원은 태연하게 자신의 앞에 내던져진 6녀를 건너 뛰어 달아나는 친실장을 걷어찼다는 
것이다. 
「데갹!!」
일부러 빠루를 쓰지 않고 발로 걷어찼다. 새끼를 희생시키고 혼자 살겠다고 달아나는 그 꼴에 
흥미가 갔던 것일까 요원은 여유롭게 발을 들었다. 그리곤 친실장의 다리를 밟아버렸다. 지근 
지근 으깨버리는 것은 덤. 데갸아아아악!!!! 고통에 비명을 지르는 친실장의 눈에 핏기가 가득 
했다. 살려주는데스! 살려주시는데스!! 애원한다. 데갸아아아악!!! 친실장을 들어올린 요원은 
피식 웃더니 그대로 땅바닥에 내동이쳤다. 데햐앍!!! 
「…….」
6녀는 멍 하니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마마….」
뒤따라온 다른 요원의 손이 6녀를 낚아챘다. 
「데헤에이이이…사, 살려…주…는….」
땅바닥에 내동댕이 쳐질때 뒤통수를 박아서 그런지 친실장은 굳이 하지않아도 될 뻔한 목숨구 
걸을 끝마치지 못하고 껅하고 넘어가버렸다. 꺾여버린 팔이 으깨져버린 다리와 함께 허공에서 
대롱대롱 흔들렸다. 하지만 실장석이다. 위석이 무사하니 가만히 내버려두면 자시 재생할 몸. 
요원은 그대로 자루에 친실장을 던져넣었다. 
「마마….」
이미 먼저 자루 속에 던져졌던 6녀가 친실장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자루는 이미 들실장들의 
시체로 가득 차있었다. 친실장이 던져지자 마자 공원 밖으로 옮겨지는 자루는 이내 트럭의 짐 
칸에 실렸다. 
「이제 걱정할것 없는테치. 공원에서 나온테치.」
6녀는 그렇게 말하며 정신을 잃은 친실장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비볐다. 마마~마마~해낸테 
치~공원에서 탈출한테치~.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 친실장에게 딱 달라붙어 혼자만의 상상을 
한다. 
「이제 배신할 필요도 없고 마마한테 버려지는 일도 없는테치~ 쭉 함께하는 테치~.」
6녀의 바램대로 앞으로의 운명은 친실장과 함께 할 운명이었다. 소각장으로 가서 영혼까지 불 
타오르겠지. 
죽었든 살았든 어떤식으로 공원에서 벗어난들 실장석이 결국 도착하는 곳은 이 세상에서 단 
한 곳 밖에 없다.


지옥



-끝-








다큐멘터리

 

#. 다큐멘터리
──────────────────


그 감독은 주변을 한바퀴 둘러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래선 자신이 원하는 느낌의 프로그램을 제작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도시에 위치한 공원이 아닌 어느 지방의 작은 도시. 노인들을 위한 쉼터개념으로 만들어졌던 이 공원은 여타 다른 공원들과 마찬가지로  어느샌가 실장석들로 점령이 되어 있었다. 말이 도시지 지금은 인구가 빠져나갈대로 빠져나간 그저그런 평범한 마을일 뿐이었다. 대다수의 건장한 청년들은 모두다 대도시로 떠나버린 이곳에서 남아있는 주민들은 실장석들과 공존하는 길을 택한 모양이었다. 그때문일까, 공원의 한 구석에는 주민들이 실장석들을 위해 만들어둔 저장고도 있었다. 먹다남은 음식이 있으면 주민들이 이곳으로 가져와 버리고 떠난다. 그러면 들실장들이 가져와 편의점 봉투에 주워담고 콧노래를 부르면서 떠나갔다. 집에 있을 새끼들과의 행복한 저녁식사가 되는 것이다.

"하나, 둘, 셋!"

덜컹. 그 제작진은 그곳에 설치되어 있던 저장고를 모조리 치워버렸다. 



「데?」
공원에 거주하는 들실장들이 저장고가 사라진 것을 깨달은 것은 제법 시간이 지난 늦은 오후였다. 평소처럼 저녁 먹을 시간이 다가오자 하나 둘 골판지 하우스에서 나와 식량을 얻기 위해 찾아왔지만 몇시간 전만해도 있었던 그것이 없자 자신의 눈을 의심하듯 두 눈을 깜빡깜빡거렸다. 데스? 데수? 이것이 어떻게 된 일까. 주민들이 공존을 선택한 것일뿐, 그들을 책임지고 먹여 살릴 생각은 없었다. 단지 버리는 음식물을 나눠줄 뿐이지. 배고픔에서 완전히 해방 된 것은 아니었기에 먹이를 구할 수 없다는 사실에 들실장들은 눈물을 흘렸다.

"흠흠."
나래이션을 맡은 성우가 그런 들실장들을 보면서 대본을 읽기 시작했다.



『 들실장의 삶은 전쟁이다. 매일같이 먹이를 구하기 위해 사방을 돌아다니지만 얻는 것은 극히 적다. 먹이를 조금도 구하지 못하는 날이 대부분. 저녁을 위해 밖으로 나온 들실장. 하지만, 먹이는 찾을 수 없다. 지금 빈 손으로 돌아가면 내일 아침도 굶을 수 밖에 없다. 배고픔이 일상. 기아는…들실장으로써 벗어날 수 없는 저주이다. 』


★☆★


"처음엔 싹~다 없애버릴려다가. 그래도 말도 통하는 것인디. 어쯔것으요. 말도 통하는 것들인디. 그래서 뭐 집에 버릴거 있으면 줘삐리요.(줘버린다.) 안주면 밥 달라고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고 벽에 X칠 하고 난리예요 난리."

이른 아침. 평소처럼 집에서 나온 잔반을 나눠주기 위해 공원으로 가려던 동네주민을 제지한 제작진은 그 주민과 짤막한 인터뷰를 나누고  다시 촬영을 재개했다. 공원 입구에는 제작진들이 잔반을 버리러 오는 주민들에게 일일히 설명과 양해를 구하고 그들이 가져온 잔반을 따로 준비해온 통에 담았다. 




『 이른 아침. 먹이를 구하러 길을 나서는 어미를 배웅하는 새끼가 손을 흔들고 있다. 오늘은 굶주린 배를 채울수 있을까?』



"식사들 하세요~."
늦은 아침을 시작한 제작진. 따뜻한 라면의 냄새가 사방을 진동한다. 김치와 김밥을 여기저기 갖다나르는 이들의 너머로 한마리의 들실장이 나타났다. 어제 저녁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한 모양인지 굶주림에 괴로워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일부 제작진이 그 실장석과 눈이 마주치자 그 들실장은 데려온 새끼를 슥 내밀었다. 배고파하는 새끼를 앞세워 동정심을 사 먹이를 얻으려는 모양이었다. 

"……."
제작진은 잠시동안 침묵했다. 밥 대신 카메라를 내밀었다. 고고고고곡. 나래이션을 맡은 성우가 급하게 생수로 입을 행궈 입안을 비웠다. 




『 빈곤한 생활을 견디지 못한 들실장이 자신의 새끼를 인간에게 탁아하려고 한다. 하지만…탁아가 성공할 확률은 극히 희박하다. 새끼라도 살리고자하는 어미의 마음. 하지만…현실은 냉혹하다. 탁아된 새끼는 어미의 바람과는 다르게 분노한 피해자에게 죽임당하거나 또다시 버려진다. 』

★☆★

타 공원과 비교해서 나름대로 안정적인 먹이 공급이 이어지던 공원은 제작진들이 개입하자마자 순식간에 붕괴되기 시작했다. 제작진이 주민들의 먹이공급을 차단한지 이틀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제작진은 그런 들실장들의 모습을 하나하나 정성스레 찍었다.


찌이이익.
한 제작진이 주머니에서 꺼낸 초코바를 꺼내들자 들실장들이 몰려들었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혓바닥을 내밀고 헉헉거리며 자신에게 달라고 아우성을 친다. 그리고 이윽고 제작진이 손에 든 초코바를 던져버리자 우르르 몰려간 들실장들이 초코바를 얻기 위해 동족을 밀치며 물어뜯었다. 제작진의 카메라는 그 모든것을 기록했다.






『 치열한 먹이 쟁탈전. 패자는 죽음 뿐이다.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는 어느 들실장의 사체. 어린 새끼들이 그 주변에서 울고 있다…. 하루 하루가 치열한 식량난. 극심한 배고픔에 동족을 잡아먹는 일도 허다하다. 』




『 모든 것을 잃은 한 들실장이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동족식 개체를 상대로 살아남았지만 상처뿐인 승리일뿐. 먹이도 구하지 못하는 와중에 생긴 극심한 체력소모와 상처는 죽음을 앞당길 뿐이다.』




『 어미를 잃은 새끼의 운명은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 머리카락을 빼앗기고 옷마저 빼앗겼다. 애타게 어미를 불러보지만 어미는 오지 않았다. 』







『 텅 빈 골판지 하우스에서 홀로 있는 어느 자실장이 배고픈듯 울면서 어미를 기다리고 있다. 이 자실장은 어미가 죽은 것을 모른다. 』





『 굶어죽은 새끼를 가슴에 껴앉고 어미를 슬프게 흐느낀다. 데에에엥…데에에엥… 새끼를 불러보며 일으켜 세우려하지만 새끼는 깨어나지 않는다.  』


★☆★


"이만하면 되겠다."
감독이 입을 열었다. 시청자들의 동정심을 유발할 분량을 확보했다고 생각했는지 카메라를 돌렸다. 배고파하는 들실장을 잡아다 편의점 근처에서 풀어주자 편의점 입구에 얼굴을 쳐박고 데에에에…데에에에…하며 군침을 흘리다 아르바이트생에게 쫓겨나는 모습을 담았다. 새끼를 잡아먹는 모습. 지나가는 행인에게 달라붙어 먹이를 달라고 아우성을 치는 모습과 이런 피해에 이골이 난 주민들의 인터뷰를 담았다.

「와타시는 귀여운데스! 그러니 닌겐의 보살핌을 받을 권리가 있는데스!」

분충기가 충만한 들실장과의 인터뷰도 빼놓지 않고 담았다. 이 말을 들은 시청자들이 어떻게 반응할까 예상하면서 웃음이 나오려는 입을 막은 제작진이었다. 인간에게 당하면서도 인간에게 의존하려고 하는 저주받은 운명을 가진 실장석이라는 존재를 내려다보며 하렴없이 비웃었다. 

"컷!"

마지막 촬영을 끝마치는 감독의 외침에 모든 스태프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 촬영장비들을 챙겨 차곡차곡 차에 실어넣던 한 제작진이 적막에 휩싸인 공원을 바라보았다. 제작진이 부른 구제업자에게 철저하게 박멸당했기 때문일까. 단 한마리의 실장석도 보이지 않았다. 핏자국으로 가득한 길바닥만이 남아있을 뿐. 마지막 장면은 슬픈 배경음악이 깔리는 와중에 빠루를 휘두르는 구제업자와 그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바라보며 생을 마감하는 들실장의 눈을 클로즈업 하는 것으로 끝났다. 

"야, 가자."
돌아갈 준비가 끝났는지 선배가 불렀다.

"저건 어쩌죠?"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는 처음 이곳에 온 날 제작진이 치웠던 저장고가 있었다. 들실장들의 식량 공급원이었던 그 저장고. 촬영도 다 끝났으니 다시 원위치 시켜야하지 않냐는 물음에 선배는 고개를 저었다.

"냅둬."
그 이후는 빨랐다. 제작진은 철수했고 모든 것이 끝났다. 편집을 거쳐 방영된 들실장 다큐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들실장으로써의 비참한 삶을 슬퍼하며 동정하는 애호파의 수도 늘어났고 이를 혐오스럽게 여기는 이들도 늘어났다. 이 방송이 나간 후로 실장푸드 매출이 급증했다고한다. 하지만 구제횟수는 그보다 더 늘어났다고 한다.






촬영에 협력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협찬 -

XXX시청
XX동사무소
린갈제작사
좋은마을 가꾸기 모임회
행복한 실장푸드
두루마리
그린플루
블락메시
애피치 과학 
인젠사
(주) 우산제약




- 끝 -
























크리스마스 선물

 

#. 크리스마스 선물
──────────────────


「테에에에엥 싫은테챠아아! 싫은테챠아아아아!」
「시끄러운데수! 이러다간 들켜버리는데수!」
크리스마스가 다가온 겨울날. 목이 터져라 소리 지르는 장녀의 입을 억지로 틀어막은 친실장이 어느 골목길의 전봇대에 숨은채로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을 빠르게 체크해나갔다. 무서워보이는데스. 학대파로 보이는데스. 돈이 없어보이는데스. 너무 못생긴데스. 그렇게 자기 마음대로 지나가는 이의 생김새를 훝어보며 중얼거렸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린 결과. 친실장의 노력에 대한 보상인듯 장바구니를 집어든 한 여성이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서두르고 있었다. 지금인데스! 친실장은 찰나의 타이밍을 잡고 그대로 뛰어들어 이별하기 싫은 장녀를 바구니 속으로 집어넣었다. 성공인데수! 여성은 자신의 장바구니 속으로 어린 자실장 한마리가 탁아된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가던 길을 계속 걸었다. 부탁하는데스…교육받은대로만 하는데수…닌겐상의 물건 건드리지말고 정중히 부탁하는데수…. 친실장은 사전에 교육한대로 장녀가 움직여주길 바라길 또 바랐다.

아무리 월동준비를 빡시게 해놨다하더라도 새끼가 딸린채로(그것도 여러마리) 겨울을 보내는 것은 어려웠다. 활동량을 줄이고 집안에서 수건 한장을 몸에 두르고 서로를 부등껴 안고 가만히 있다고 한들 잠시도 멈추지 않고 성장해가는 자들은 끝없이 배고픔을 호소했다. 그렇게 식량은 줄고 또 줄었다. 겨울이라고해서 쓰레기장이나 기타 쓰레기통에서 획득 할 수 있는 먹을 것들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었지만 최근들어 시에서 쓰레기에 대한 규제와 감시. 그리고 쓰레기봉투를 찢어놓는 실장석에 대한 대책 마련에 머리를 굴린 결과, 먹이를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가 되어버렸다. 결국 친실장은 탁아에 눈을 돌렸다. 

「오마에는 와타시의 자랑인데수…꼭…부탁하는데스….」
그렇게 멀어져가는 장녀를 말 없이 바라보던 친실장이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발걸음을 돌리려던 찰나였다.





"엄마 엄마 산타할아버지가 누구야?"



"음~산타할아버지는. 크리스마스날 밤에 착한 아이가 있는 집에 선물을 가지고 오는 좋은 분이셔."
"우와~! 진짜?!"
"그럼~. 할아버지는 루돌프가 이끄는 썰매를 타고다니면서 착한 아이가 있는 집 굴뚝을 타고 들어오신단다?"
"그거 동물학대랑 가택침입 아냐 엄마?"
"……."

「뎃?!」
그렇게 모자의 대화를 엿들은 친실장의 눈은 너무나도 초롱초롱하게 반짝였다.


★☆★





「희소식이 있는데수! 빅뉴스인데수!」
성큼성큼 집으로 달려간 친실장은 남아있는 두 마리의 자실장들을 불러모았다.

「이제 곧 크리스마스란 닌겐들의 축제가 열리는 날인데수. 그리고 그 날은 산타오지이상(산타 할아버지)이 착한 닌겐들의 집에 굴뚝을 타고 내려와서 선물을 주고 가는데수!」
「테에에에?! 굉장한테치이!」
친실장이 처음 산타 얘기를 들었을때 처럼 자실장들의 눈동자 역시 너무나도 초롱초롱했다.






「데프프프프픞, 산타오지이상은 분명 열심히 살아가는 와타시타치들에게도 선물을 주고 갈 것이 틀림없는데수!」


멋대로 행복회로에 빠진 친실장은 그렇게 가슴이 벅차오르는 희망으로 부풀어오를대로 올라와 있었다.



「마마아아아아악!!!」
그리고 그런 망상을 깨버린건 바로 자실장들이었다.





「와타시타치의 집엔 굴뚝이란게 없는테치! 이래선 산타오지이상이 못들어오는테치!」
「선물…테엥…못받는테츄…?」
「덹!」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친실장은 말문이 막혀버렸다.

★☆★

다음날 공원은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 연출되고 있었다.

「텟츙~텟츙~.」
「여기 여기 맛있는 밥이 있는텟츙~.」




선물의 노예가 되어버린 친실장은 그나마 남아있던 겨울 비축식을 모조리 밖으로 꺼내 다른 들실장들에게 그냥 넘겨주고 있었다. 두 마리의 자실장들이 다른 들실장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한껏 애교를 뽐내고 있었고 그런 그들의 이해하지 못할 행동에 의문을 가지던 들실장들고 식량을 거저 준다는 말에 너도나도 할 것없이 미친듯이 달려왔다. 그리고 이윽고 자기들끼리의 살육전이 벌어졌다. 하지만 그런 모습을 보고도 친실장은

「굴뚝이 없어도 되는데스! 착하게 살면 산타오지이상이 알아서 찾아오는데수! 줘버리는데수! 줄 수 있는거 다 줘서 최고오오오오오의 선물을 받는뎃샤!」

라고만 소리치고 있었다. 눈앞에서 생전 본 적도 없는 들실장의 팔이 날아가고 허리가 끊어져 울부짖었음에도 불구하고 있었다. 이것은 선행이라는 이름의 유혈사태. 이윽고 최후의 승자가 가려졌다. 데샤아아아악!! 지금 남은 식량이랑 이 것들을 합쳐서 아끼고 아껴먹으면 올 겨울은 무사히 넘긴거나 다름없는데샤!! 승자는 기쁜 마음으로 비닐봉투에 식량을 쓸어담았다. 친실장은 그런 승자에게 축하하는데수~. 라고 박사를 쳐줬다.

툭툭.
그때, 누군가 자신의 어깨를 손으로 두드리자 뒤를 돌아본 친실장이었다. 딱봐도 굶주린 것 같은 들실장이 있었다.

「여기 식량을 나눠준다는 미친 똥벌…아니아니 아주 아주 착한실장이 있다고해서 온 데수.」
「그런데수! 그 착한실장이 바로 와타시인데수! 그런데 방금 다 가져간데수.」
그렇게 말하는 친실장의 등 뒤로 빼곡히 늘어선 배틀로얄의 흔적에 들실장은 억! 하며 실망을 감추지 못하는 듯 했다.

「…….」
그 들실장은 친실장을 빤히 바라보았다.

「오마에는 분명히 착한실장인데수.」
「그런데수!」
「…착한 실장이니 자실장 한마리 정도는 와타시에게 줄 수 있는 것 아닌데수?」
「덹?!!」
꿩대신 닭이라고 그 들실장은 자실장들중 한마리를 받아서 운치노예로 쓸 생각인 것 같았다. 그런 의도를 모를리가 없는 친실장이었지만 그 눈동자는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자들에 대한 애정이 있다면 반박에 거절하고 오히려 눈앞의 들실장을 찢어갈겼어했지만 이 친실장은 갈등하고 있었다. 자도 나눠주는 착한실장이 될 것이냐 말 것이냐!

「…좋은데수.」

친실장은 승낙했다.

★☆★

「죽여버리는데샤! 반드시 죽여버리는뎃샤아아아아아아아!!!!!」
독라가 되어 들실장에게 붙들려 저 멀리 사라지는. 그렇게 통한의 샤우팅을 외치는 3녀의 비명에도 차녀는 잘가란테치! 행운을비는테치! 라며 전혀 슬퍼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물론 처음엔 어떻게 이모우토랑 헤어지란 말인테치! 라며 울고불고 난리를 쳤지만 친실장이 귀에다 '3녀 선물도 오마에가 가질 수 있는데수!' 라며 속삭이자 단번에 태도를 바꿔 빨리 꺼지라고 발길질을 하고 자신의 손으로 3녀의  옷을 벗겼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들실장이 와타시가 해야할 일을 대신 해주니 오마에의 자는 참으로 착한데수… 라고  중얼거리자 더 신이 나 머리카락까지 자신의 손으로 뜯었다. 그렇게 저 멀리 사라지는 3녀를 향해 끝까지 손을 흔든 차녀였다.



「이제 할만큼 한데수….」
이젠 보이지 않는 3녀. 그렇게 3녀가 사라진 방향을 한참이나 바라본 친실장이 중얼거렸다. 


"워…."
등 뒤에서 인간의 목소리가 들리자 화들짝 놀라 뒤를 쳐다본 친실장과 차녀의 시선이 한참 전 부터 그들을 지켜보고 있던 관찰파 청년과 마주쳤다. 그 청년은 손에 들고 있던 린갈에는 그간 이 일가가 했었던 말들이 빼곡히 자리잡고 있었다.

"…니들 지금 이러는게 오늘이 크리스마스라서…혹시 착한일 했답시고 산타한테 선물 받으려고 이러는거야?"
「그런데수! 혹시 닌겐상이 산타오지이상인데수?!」

친실장은 기대가 가득한 눈으로 청년에게 물었다. 청년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산타는 없어. 그거 뻥이야 임마. 어른들이 어린애한테 사기친거라고. 선물은 밤에 애들 잘때 부모가 몰래 놓고가는거야."
「덱?!」

순수한? 동심을 깨는 것 만큼 재미있는건 없다. 청년은 그렇게 동심?이 깨져버린 실장석의 모습이 보고싶은듯 서슴없이 다 까발렸다.


「데?」

고개를 갸웃거리곤


「뻥치지말란데수!!! 사기는 오마에가 치는데수!! 와타시의 선물을 가로챌 속셈인데수?!!! 와타시가 선물 받는게 부러워서 시셈하는데수!!!!!!!」

부정.

「그럴리가 없는데샤!!!! 절대로 그럴리가 없는데샤!!! 그럴리가 없다고 말하란데샤햐아아아아아!!!!!!!! 데에에엥!!!! 데에에에엥!!!!!!!」


그리고 절망.


그리고 그날 밤 크리스마스에 산타는 오지 않았다. 크리스마스를 알리는 캐롤이 도시 곳곳에서 흘러나왔고 즐거운 마음으로 케이크를 자르는 가족들과 샴페인을 터트리는 다정한 연인들의 모습과 정반대의 모습이 공원 외딴 곳에 있는 골판지 하우스 속에 있었다.

꼬르르르르륵….

「…….」
「…….」
적막이 흐르는 하우스 속에서 친실장과 차녀는 굶주린 배에 손을 얹고 퀭 한 눈으로 살짝 열린 하우스 문의 너머로 보이는 어두운 밤 하늘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

「오마에 때문인데샤!!!」
다음날 친실장의 분노는 엉뚱하게도 차녀를 향했다. 테벳! 손가락 없는 친실장의 철권이 차녀의 면상을 강타했고 차녀는 찍 소리도 못하고 그대로 땅바닥에 쳐박혔다. 

「오마에가 분충이니까 산타가 오지않는데샤!!! 오마에 때문인데수! 오마에! 때문!에! 선!물!을 못받은!뎃!수!!」

퉷! 뷋! 마! 풹! 아닌! 테!취! 풹! 풮!
친실장은 인정사정없이 차녀를 밟고 또 밟았다. 죽으란데수! 죽으란데수! 분충을 없애는거도 착한 일인데수! 와타시는! 선!물!을! 받!는!데!수! 분충을 죽이면 그 모습에 감격한 산타가 나타나 자신에게 선물을 준다는 망상에 빠진 친실장이었다. 형체를 이루고 있던 차녀의 몸뚱이가 뼈가 부러지고 밟히고 밟힌 나머지 결국엔 죽이 되어 머리카락. 살. 피와 운치가 함께 뒤석여 하우스 바닥에 눌러붙었다. 챡! 챡! 그렇게 죽이되어버린 차녀의 시체가 복수라도 하듯이 친실장의 신발에 들러붙었다. 그렇게 친실장은 밟고 또 밟았다. 지쳐서 더는 밟을 수 없을때까지. 

「…….」
굶주림과 절망감. 그리고 분노. 친실장은 그렇게 지쳐 쓰러졌다.

★☆★

식량을 괜히 나눠준데수. 그게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배를 곯지는 않았어도 되는 것이었던데수. 3녀를 포기하는게 아니었던데수. 차라리 할거면 차녀를 포기하는게 더 나은 선택이었던데수…. 정신이 든 친실장은 그렇게 후회?를 하기 시작했다. 특히 식량만 생각하면 속이 쓰렸다.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인간이 하는 말이라 믿었다. 자신이 듣고 있었다는 것을 모르고 자기들끼리 숙덕숙덕 거리고 있었기에 진실이라 여겼다. 정말 산타는 없는 것일까? 왜 없단 말인가. 왜…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장녀가 있었다면 산타가 왔을지도 모르는일인데수….」
자들 중에서 가장 예의가 바르고 착하고 조금의 분충기도 없었던 장녀가 있었더라면 그 장녀가 이뻐서라도 산타가 선물을 주러 오지 않았을까? 아니, 설령 없었다고한들 장녀가 지금 옆에 있었다면 없던 산타도 생겨서 단번에 달려올거라 생각했다. 자신의 잘못된 선택으로 일이 꼬이고 꼬여 결국엔 모든 것을 잃었다는 생각에 친실장은 흐느끼기 시작했다.



바스락. 
그 순간 밖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무언가를 내려놓는 소리. 주섬주섬 뭔가를 꺼내는 소리. 데?! 혹시 지금 밖에 있는게 산타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친실장의 표정은 언제 그랬냐는듯이 환하게 밝아졌다. 그리곤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고 그곳엔 정말로 자신이 원하는 산타가 있었다! 눈물찍 콧물찍. 감격과 그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아 갚진 보상이 되어 돌아왔다는 생각에 마침내 자신이 해내고 말았다는 감동에 구멍이랑 구멍에서 기쁨의 물을 흘린 친실장이 산타에게 달려갔다. 산타오지이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수, 쉿!"
그런 친실장의 모습에 놀란 산타가 황급히 손가락을 입에 갖다대며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왜이렇게 늦게오신데수! 정말…! 정말로 기다린데수! 간절하게 기다린데수!」
씩씩거리며 항의하는 친실장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산타는 사람좋은 미소를 지었다.

"허허허허…미안하구나…하늘에도 너같은 놈들이 얼마나 널리고 널렸는지 가는 곳마다 썰매랑 선물자루에 탁아하려고 설쳐대는 바람에 늦어버렸단다. 미안하구나~."

「서, 선물! 미안하면 가장 큰! 가장 좋은 선물을 주시는데수!!!」

가슴이 두근거리다 못해 터져버릴 것 같았다. 생애최고의 순간. 산타는 웃으며 선물을 내밀었다. 그래 그래, 자 여기. 네가 가장 필요한 선물을 가져왔단다. 그렇게 말하며 내미는 상자엔 정성을 들여 포장했다는 것이 느껴질만큼 화려했다. 실장석에게 주는 선물이라 그런지 포장지도 녹색과 적색으로 되어 있었다. 선물! 선물! 드디어 받은데샤아아아아!!!!! 

"늦었지만 메리 크리스마스란다 실장석아~호호호호호호호."
그렇게 선물을 들고 환호하는 실장석의 뒷모습을 보며 푸근한 미소를 지은 산타가 그렇게 사라졌다.


"똥닌겐-!!!!!!!! 산타가 온데수!! 사기를 친건 오마에인데수!! 장녀!!!!!!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알바아닌데수!!!  차녀!!!!!!!!!!! 역시 오마에가 원인이었던데수!!! 하늘에도 오마에 같은 분충이 널리고 널려서 선물을 늦게 받은데수!!! 3녀!!!!!!!!!!!!!!!! 오마에를 희생해서 받은 선물이니 와타시가 평생을 소중히하는데수!!! 데햐햐하하햐하햐하햐햐하하하 와타시는 선물을 받은! 행!복!한! 들실장인데수우우우우!!!!!!!!!!!"

친실장은 그렇게 뚜껑을 열었다.


「데? 」


표정은 1초만에 굳어졌다.


「데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지랄발작.


「산타오지사아아아아아아아앙!!!!!!!!!!!!!!!!」

친실장은 그렇게 한밤중에 미쳐날뛰며 저 멀리 산타가 날아간 방향을 쫓아달리기 시작했다. 파직. 이윽고 산타를 향한 저주와 절규의 합주 속에서 위석이 깨지는 소리가 뒤섞였지만  그것을 들은 이는 아무도 없었다.



-끝-






-진짜 끝-













산의 눈물

 

#. 산의 눈물
───────────────


「데…데츄웃! 」
차가운 칼바람들이 겨울의 시작을 알려주려는 듯, 무성하게 자라있는 나무들의 사이사이를 스쳐지나와 산실장들이 살아가는 마을을 강타했다. 그나마 조금은 환경에 적응한 탓인지 도시에 사는 실장석보다 옷이 두꺼운 산실장이었지만 그래도 추위로부터 완벽하게 해방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몰아치는 칼바람에 목을 움츠리며 오들오들 떨어야만 했다. 츄웁! 흘러나온 콧물을 힘껏 빨아드린 산실장은 다시 추위에 맞서 한발 한발을 내디뎠다. 아무리 겨울이라지만 집안에만 있을 순 없는 일, 식량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이 산실장은 집에 있을 자들을 위해 겨울에 나오는 먹이를 수집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데에…. 데숫! 데숫!」
걸음을 재촉한 결과, 겨울철 새들의 주요 먹이인 피라칸다 열매를 발견했다. 그리고 나무에 열린 댕댕이 덩굴 열매까지. 산실장은 좋아하며 바닥에 떨어진 열매를 주워 담았다. 도시의 실장석이라면 다 알고 있는 비닐봉투란 문명의 산물을 산실장들은 모른다. 산실장은 주운 과일들을 자신의 팬티 속에 주섬주섬 밀어 넣었다. 

「데에….」
적당히 식량을 챙긴 산실장이었지만 뭔가 아쉽다는 표정이었다. 산실장의 시선은 하늘 높이 뻗어있는 나무를 향해있었다. 여태까지 용케도 떨어지지 않고 나뭇가지 끝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감이었다. 데에…. 산실장은 저 감을 손에 넣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바스락.
「뎃?!」
인기척에 황급히 놀란 산실장은 혹시나 천적인 산짐승이 아닐까 싶어 황급히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나뭇가지를 주워들었다. 이윽고 인기척의 주인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 산실장은 자신의 두눈을 의심하듯 깜박 깜박거렸다. 

"……."
얼굴을 위장크림으로 떡칠을 한 군인들이 조심스레 주변을 살피더니 이윽고 서로에게 손짓으로 무언가를 지시하더니 다시금 한발 한발을 앞으로 내디뎠다. 데? 산실장은 그런 군인들의 모습을 빤히 쳐다보았다. 산실장은 인간이란 존재를 잘 모른다. 때문에 산실장은 여태껏 보아왔던 네발의 산짐승과 다른 이 두발로 걷는 거인들의 등장에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산실장은 군인들의 모습을 관찰하듯 빤히 쳐다보며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이내 답을 내렸다는 듯, 군인들을 향해 달려갔다.

「데수! 데수! 데수!」 
그리곤 크게 소리치며 펄쩍 펄쩍 뛰었다. 그렇다. 이 산실장은 군인들이 자신들처럼 두 다리로 직립보행을 하며 옷마저 초록 계통의 색깔이었기 때문인데 자신과 같은 산실장이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덩치가 커서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감을 따 줄 수 있는 산실장!

"아. 아…!"
느닷없이 불쑥 튀어나온 산실장이 시끄럽게 울어대자 당황한 군인들 황급히 움직이려는 찰나.


탕!
바로 근처에서 공포탄 소리가 울려 퍼졌다. 깜짝 놀란 나머지 바닥에 나자빠져 거하게 빵콘을 해버린 산실장은 기껏 주워모은 식량이 운치 속에 파묻혔다는 것을 깨닫곤 더욱 더 시끄럽게 울어댔다. 데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엑!!!!

"아아 씨바아!!!!!!"
이윽고 또 다른 군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 역시 얼굴에 위장크림을 발랐지만 기존에 숨어있던 군인들과는 다르게 피아식별 띠를 어깨에 부착하고 있었다. 그들은 산실장 때문에 위치를 들켜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는 군인들을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아이 씨발!! 당장이라도 밟아 죽여버릴까 하던 군인들은 가뜩이나 흙으로 더러워진 전투복에 피까지 묻는 것은 싫었는지 온갖 욕을 다 퍼부으며 산 밑으로 내려가 버렸다.

"야~덕분에 빨리 끝났다."
생각보다 훨씬 빨리 대항군을 찾아냈기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은 군인이 건빵 주머니에서 별사탕을 꺼내 봉지를 찢은 채로 산실장 쪽으로 던져주곤 뒤이어 산 밑으로 내려가 버렸다.

「데에…….」
운치로 불룩해진 팬티를 바라보며 울상을 짓던 산실장은 군인이 던져준 별사탕을 집어 들었다. 데수? 처음 보는 별사탕이란 존재. 친실장은 신기해 보이는 이것을 입안으로 던져 넣었다. 봉지가 찢어져 있었기 때문에 내용물이 흘러나와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갔다. 

「데에?!! 데수우우우우우웃?!!!!」

처음으로 느끼는 설탕의 맛. 친실장은 온몸에서 힘이 불끈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데수! 데수! 데수! 더 먹고 싶다! 산실장의 머리를 지배한 별사탕의 맛이 황급히 발걸음을 움직여 좀 전의 그 군인들을 쫓아갔지만 이미 사라지고 없어 찾을 수 없는 그들을 애타게 부르며 산실장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데에에에에엥…! 데에에에에에에에엥…!!

★☆★

"하…나. 이래선 훈련이 안되잖아 훈련이."
새로 부임한 대대장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중대장들을 훑어보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도시 근처에 주둔하고 있었던 이 부대는 최근 부대 재배치 계획의 일환으로 도시에서 한참 멀리 떨어진 이곳으로 이전해왔다. 때문에 대대장은 이곳의 지형도 빨리 파악하고 부대원들의 실력도 점검할 겸 해서 대항군까지 조직해서 훈련 중이었는데 산실장들 때문에 잇따라 침투 및 수색 임무를 맡고 숲에서 잠복하던 병사들의 위치가 자꾸만 발각되면서 훈련이 자꾸만 꼬이자 짜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골 때리네 이거."
도시에서 사는 들실장이 아닌 산실장은 꽤나 골칫거리였다. 들실장이 아무리 개체 수가 많아봐야 서식하는 곳이 공원이었기에 그곳만 조져버리면 문제는 해결되었지만, 이놈의 산실장들은 산 전체를 뒤집어엎어야 하는데 그런다고 완전히 박멸이 된다는 보장도 없었다. 

"군의관. 뭐 아이디어 없을까?"
산실장 구제는 구제업체들도 받아들이지 않는 의뢰였고 산실장만 전문으로 잡는 사람들도 있긴 했지만 문제는 지금 그들도 한창 바빠 오려면 시간이 제법 걸린다는 것. 그런 이유에서 부대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했기 때문에 대대장은 이곳에서 가장 머리가 좋은? 군의관에게 물었다. 

"어떻게…하면 산실장한테 방해를 좀 안받고 훈련을 해볼수 있을까?"
이전에 도심 인근에 주둔하고 있을 때도 병사들이 남긴 잔반을 놀리고 철조망 사이로 자실장들을 밀어 넣는 들실장들에게 제법 시달렸던 탓에 실장석을 매우 혐오하게 된 부대원들의 영향으로 군의관 역시 실장석에 대해선 극히 부정적이었다. 대대장의 물음에 군의관은 잠시 동안 침묵하더니 이내 뭔가 떠오른 듯, 자신의 의견을 제시했다.

"산실장이라고 뭐 다르겠습니까? 나중에 어떤 경로로든 사람 먹는 거에 입맛들이면 들실장들마냥 여기저기 들러붙을 텐데. 이왕 문제가 된거 전부 잡는게 최선이라고 봅니다."
대게는 실창석을 군견처럼 사육하면서 들실장들을 차단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그때와는 다른 특수한 상황이다 보니 평범한 방법으론 소용이 없을 거라 생각한 군의관은 사단 의무대에 전화를 걸어 자신들의 상황을 설명했으며 이에 사단 의무대 측에서는 며칠만 기다려달라고 했다. 그런 이유에서 훈련은 일시적으로 중단되었다. 

★☆★

며칠이 지난 어느 날. 다시 산속으로 발을 들인 군인들은 며칠 전과는 다르게 위장크림을 바르지도. 피아식별 띠도 착용하지 않았다. 거기다 등에는 군장도 메고 있었다. 상황실과 위병소. 5분 대기조를 제외한 대부분의 인원들이 총동원된 대규모 작전. 때문에 너도 나도 입에서 산실장들 때문에 이게 뭔 고생이냐며 불평과 욕이 튀어나오는 것은 당연했다. 

「데수! 데수!」
한참을 찾아다닌 끝에서야 풀숲에서 튀어나온 산실장이 군인들의 발밑에서 무언가를 요구하듯 데수! 데수! 거리며 몸부림쳤다. 드디어 나왔네…이 썅놈. 군장을 메고 산을 올라왔던 터라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 소대장이 휴대폰을 꺼내 링갈어플을 실행했다. 어…안녕? 이 씹새끼야? 소대장은 그렇게 자기소개를 하며 주머니에서 별사탕을 꺼내 산실장에게 건네주었다. 며칠 만에 다시금 맛보는 별사탕의 달콤함에 산실장의 눈은 감동으로 뭉클어올랐다. 찾았습니다, 중대장님. 무전기로 보고한 소대장과 이에 알았다고 응답한 중대장의 입가에선 비릿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데엑?!!」
「데샤아아아아아아!!!!」
산실장은 들실장들과 다르게 집단으로 모여서 마을을 이루며 생존한다. 덕분에 산실장들은 난리가 났다. 별사탕에 맛을 들인 산실장을 따라온 마을까지 들어온 군인들의 등장에 호기심으로 다가오거나 위기감을 느꼈는지 아양을 떠는 녀석들까지 반응은 천차만별이었다. 일부 개체는 어린 자실장들을 서둘러 굴 속으로 밀어 넣고 앞을 막아서서 군인들을 향해 위협 아닌 위협을 해댔다. 

「데?」
「데수?」
중대장은 등에 메고 있던 군장을 내려놓고 그 안에서 내용물을 꺼내들었다. 이윽고 바닥으로 쏟아지는 무수히 많은 별사탕들이 산을 이루었고 처음엔 그것을 경계하던 산실장들은 일부 산실장들이 그런 별사탕을 허겁지겁 입안으로 쑤셔 넣고 우마이!를 외치고 나서야 너도나도 달려들어 난생처음으로 맛보는 인간의 문명을 체험했다. 달다! 달콤하다! 과일에서나 맛볼 수 있었던 당분보다 더 강렬한 별사탕이란 존재에 산실장들은 순식간에 매료되었다.

"찾아봐. 이 근방 어딘가에 있을꺼야."
중대장의 지시에 소대장들이 병사들을 이끌고 흩어졌다. 이윽고 그들은 찾아냈다. 이 산실장들의 생명을 책임지고 있는 연못을 말이다. 겨울이 되었음에도 아직 얼지 않은 연못이었기에 군인들은 신속하게 군장을 내려놓고 그 안에 있던 물통들을 꺼내들었다. 통안의 분홍빛 액체가 빨리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듯 출렁거렸다.

"야 부어라. 싹. 다."
콸콸콜 쏟아지는 액체가 연못의 물과 뒤섞여 파동을 그리며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
사회에서 애호파로 있었던 병사의 입술이 굳게 닫혀있었다. 야. 빨리 안부어? 머뭇거리는 병사의 모습에 뒤에서 도끼눈을 치켜뜬 선임병이 묻자 그제야 콸콸 쏟아내는 병사의 표정엔 자괴감이 가득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잘 알고 있었기에. 퍼져나가는 죽음을 막기는커녕 부추기고 있었으니까.

"빈 통은 저기 한군데 모아놔라."
중대장은 그렇게 말하며 휴대폰으로 작업 중인 병사들의 사진을 몇장 찍었고 곧바로 한 곳에다 모아놓은 빈 통들을 찍었다. 나중에 보고할때 제대로 일을 처리했다는 증거를 남겨야만 했기 때문에. 


「데수! 데수!」
「테치! 테치!」
그런 그들의 뒤로 산실장은 한없이 별사탕을 먹고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먹다가 집에 있을 새끼들이 생각이 났는지 가져갈 수 있을 만큼 챙기기 시작했다. 따뜻한 집안. 낙엽과 솎아낸 자들에게서 빼앗은 옷과 머리카락들을 깔아 보온을 한 집에 어미가 데프프 웃으며 새끼가 치프프 행복해한다. 하읍. 하읍. 하읍. 배가 불룩해졌음에도 먹어댔다. 

「데스우~♪」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배를 토닥토닥 두드리며 어미와 새끼는 웃으며 행복해했다.

★☆★

쩝…쩝…쩝.
겨울 비축식을 씹어먹는 소리에서 힘이라곤 느껴지지 않는다. '맛'이란게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데…? 산실장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제. 아니, 불과 오늘 아침까지 잘만 먹었던 것이었다. 데……. 산실장은 난생 처음 일어난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  테츄……. 함께 밥을 먹던 자실장도 입맛이 없는듯, 씹던 과일을 내려놓고 어미를 올려다본다. 데수. 데수. 어미는 밥을 남기면 안 된다고 하지만 자신도 똑같았기에 하는 수 없이 먹던 과일들을 다시 식량창고에 집어넣고 그 앞을 돌로 막았다.

「데….」
낮에 먹었던 그 이름모를 달달한 것을 또 먹었으면 하는 마음. 어미는 그 군인들이 내일 또 오기를 바라며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누웠다. 테치. 테치. 테치. 자실장이 친실장의 품에 안긴다. 아마색 머리카락에 얼굴을 파묻고 좋아서인지 부비부비거렸다. 보에~ 보에~ 보에~♪ 어미는 그런 새끼를 손가락 없는 두 손으로 쓰다듬어주면서 행복한 노래를 부른다. 보에 보에~. 새끼도 따라부른다. 츄에~ 츄~에 츄에~♪ 
★☆★

12월 3일. 실장향이라는 이름을 가진 동족식유도제가 본격적으로 효력을 발휘한 날이었다. 군인들이 왔던 날. 마을에 없었던 일부 산실장들을 제외한 대다수의 산실장들은 자신들이 먹었던 별사탕이 원인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고, 배가 고팠음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겨울 비축식을 모아놓은 창고 쪽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억지로 억지로 입안으로 먹을걸 입안으로 밀어넣었으나 그런 행위를 하는 것 역시 극히 일부분의 개체들뿐이었고 대다수는 그저 어제 먹었던 그 별사탕의 맛을 다시한번 느끼고 싶어 군인들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군인들은 오지 않았고, 날씨도 점점 더 추워졌기 때문에 한마리 두마리 화를 내거나 슬퍼하며 집으로 들어가버렸다. 

「데에에…….」
별사탕을 먹지 않았던 일부 산실장들과 어미가 혼자 다 먹어치워 별사탕을 맛보지 못한 새끼들 역시 연못의 물에 의해 똑같은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꼬르르륵…. 시간이 가면 갈수록 배는 더 고파진다.

★☆★

12월 4일. 동족식을 시작한 날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비상식량을 먹기 시작한 날이었다. 겨울 비축식이 모자라 더는 먹을 것이 없을 때를 대비해 사전에 미리 솎아내고 도태시킨 후에 운치굴에 쳐박아뒀던 독라와 구더기들을 먹기 시작한 날. 맛을 느끼지 못하는 비축식들과 다르게 동족식만큼은 입에 맞다는 것을 깨달은 산실장들은 이내 운치굴에 있던 비상식량들을 모조리 먹어치웠다. 데수! 데수! 데수! 기다림을 참지 못한 일부 개체가 마을을 떠나 군인들을 찾아나섰다. 군인들이 어디서 왔는지 조차 모르는 주제에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그저 별사탕이라는 목적 하나만 가지고 무턱대로 산 정상 쪽으로 발걸음 옮겼다가 들짐승들의 영역에 발을 들여 잡아먹히거나 별사탕을 외치면서 허겁지겁 달려가다 발을 헛디뎌 경사진 곳에서 굴러 머리가 깨져버리는등의 자멸하는 개체가 여기저기서 생겨났다. 비상식량들을 먹어치운 산실장들이 다른 산실장들의 비상식량을 노리기 시작했고 결국 마을은 도심의 공원에 사는 들실장들과 별반 다를게 없는 모습이 되어버렸다.

★☆★

12월 5일.  산실장들의 마을이 반토막이 되어버린 날이다. 자매를 잡아먹거나 어미에게 잡아먹히는 자실장들의 비명과 동족에게 먹혀 비명을 지르는 산실장들의 비명이 온 산을 울렸다. 군인들을 찾아나섰다가 자멸한 어미를 기다리던 새끼들 역시 갑작스레 들이닥친 다른 개체에 의해 허무하게 생을 마감했다. 동족식을 맛본 자실장이 운치굴에 있을 독라들을 잡아먹기 위해 홀로 들어갔다가 오히려 역으로 당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테챠아아아아! 테챠아아아아!!」
동족에게 잡아먹히고 남은 어미의 시체를 뜯어먹으며 행복해하던 자실장이 성체 실장에게 붙잡혀 위석이 깨지는 그 순간까지 어미를 애타게 찾으며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다. 이미 운치굴에서 희망없는 하루 하루를 살아가던 비상식량들은 전멸한지 오래였고 솎아내지 않고 대를 이어가지 위해 키우던 자실장들 역시 사라져만 갔다. 모성이 깊은 일부 개체가 새끼들을 살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마을을 빠져나갔지만 시간이 갈수록 깊어져가는 배고픔에 무너져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새끼의 목을 물어뜯었다. 



12월 6일. 
「데에에에에에에엥…! 데에에에에에에에에엥……!」
절대로 먹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어느 산실장이 머리가 없는 새끼를 가슴에 끌어앉고 슬피 울었다. 적녹의 눈물이 얼어붙은 흙바닥 위로 뚝 뚝 떨어졌다. 쩍 벌리고 슬피우는 입안에 씹다만 새끼의 머리가 들어있었다. 무턱대고 새끼를 싸지르고 보는 들실장과 다르게 자신이 감당 할 수 있을 정도의 숫자만 키우는 산실장 특성상 새끼에 대한 애정은 들실장들보다 깊다. 하지만 역시나 실장석은 실장석일까. 이내 새끼는 또 낳으면 된다는 생각이 머리한켠에서 떠오른다. 쩝. 쩝. 톡. 입안에서 아직 형체를 유지하고 있던 자실장의 눈이 이빨에 의해 터졌다.




"야 너 왜 그래."
위병소 근무를 마치고 복귀하던 중 갑자기 멈춰서서 산을 바라보던 후임병사에게 선임병이 물었다.

"그냥…. 오늘따라 저 산이 너무 슬프게 보여서 말입니다."
"뭐래 미친놈이."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쩝…쩝…. 데에에에에에에엥…!」
울다가 씹다가 울다가 씹다가를 반복한다. 데수. 데수. 잡아먹은 새끼에게 미안한 듯 사과하며 울다가 씹는다. 쩝. 쩝. 쩝. 입안에 들어있던 머리를 삼키고 몸통을 뜯어먹기 시작했다. 찌이이익. 찌이이익. 쨥쨥쨥. 야무지게 씹었다. 하나도 남김없이 맛있게 먹었다. 실컷 다 쳐먹고 나서 또다시 울기 시작하는 어미의 이빨 사이에 끼어있는 새끼의 머리카락만이 유일하게 남은 흔적이었다.

쏴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낙엽 다 떨어진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거렸다. 


푸홝-.
떨어지지 않고 끝까지 매달려 있던 감이 마침내 바닥으로 떨어졌다. 산실장이 터벅터벅 그곳으로 걸어갔다.

「…….」
며칠전까지만 해도 꼭 손에 넣고 싶었던 감이었는데…지금은 별 감흥이 없다. 산실장은 그렇게 고개를 돌려 어디론가 정처 없이 걸아갔다. 동족을 찾아서.



- 끝 -









찰칵

 

#.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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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산 카메라를 들고 어디 뭐 찍을 거 없나…하고 돌아다니던 중. 공원 한쪽 구석에서 테츄 테츄 거리는 자실장 특유의 목소리와 함께 데스우~ 하고 뒤따라오는 친실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새끼들을 골판지 하우스 속에 두고 홀로 먹이를 찾아다니는 들실장의 특성상 사육실장이 아닌 들실장이 새끼와 함께 돌아다니는 것은 의외로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자실장이 친실장과 함께 야외에서 활동하는 경우는 대게 함께 먹이를 찾으며 앞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교육을 시키기 위해서. 또는 탁아를 하거나 새로운 살 곳을 찾아 이주를 떠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들키기 않게 조용히 관찰한 결과 아무래도 이 녀석들은 전자의 경우인 것 같았다. 들실장 치곤 살이 제법 토실토실하게 오른 것으로 보아하니 친실장이 꽤나 능력이 있어 먹이를 꼬박꼬박 나르고 나름 배부르게 먹이면서 키운 모양이었다. 

「데스우. 데스. 데스.」
쓰레기장 앞에다 자실장을 세워놓은 친실장은 직접 비닐봉투를 푸는 시범을 보인다. 뒷정리하는 방법까지 가르치는 것으로 보아 나름 개념이 박혀있는 들실장이다.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테치 테치 거리는 자실장도 그간의 교육을 착실하게 받아온 모양이었다. 분충으로써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슬쩍 카메라를 들이댄다. 사이좋은 들실장 가족의 현장 교육 모습을 찍으려던 찰나. 아…이건 별로야 별로. 셔터를 누르려다 그냥 포기. 그냥 쭉 지켜보기로 결정했다. 여태까지 보아온 다른 들실장들과는 다른 개념 박힌 실장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린갈이 없으니 뭐라 지껄이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휴대폰을 꺼내들어 어플을 다운받으려다 역시나 포기. 그냥 지켜본다. 그새 돌아가는 모녀. 쓰레기장을 뒤지다 발견한 빵에 기뻐한다. 노을 지는 태양 아래 즐거운 귀갓길. 소리 없이 최대한 은밀하게 추격. 보람찬 하루를 보낸 것에 대한 만족한 것 같다. 골판지 하우스는 공원에서도 가장 깊숙한 곳에 있었다. 

「데스우~.」
「테치 테치~.」
「텟츙~♪」
어라? 새끼가 한 마리가 아니네? 하우스의 문을 열자 안에서 자실장들의 목소리가 여럿 들린다. 친실장이 왔다는 것에 기쁜듯 밖으로 나와 친실장의 품에 안겨드는 모습. 아무래도 오늘 하루 쭉 데리고 다니면서 교육시킨 자실장(아마 장녀로 추정됨.) 은 한참 전에 낳은. 이제 곧 있으면 중실장으로 성장해 서서히 독립의 준비를 해야 하는 새끼이며 집에 있던 나머지 자실장들은 아직 어려 교육할 필요를 느끼지 못해 남겨둔 것이리라. 

「텟츄!」
친실장이 자랑스럽게 내보이는 빵에 눈망울 초롱초롱한 모습으로 군침을 흘리는 새끼들. 그런 새끼들의 모습이 사랑스러운 듯, 일일이 머리를 쓰다듬어준 친실장은 자들과 함께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흠…. 충동적으로 가슴에서 뭔가가 터져 나왔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 피곤하게 살아가는 사회에서 잠시 벗어나 일탈을 하고 싶은 그런 마음. 황급히 근처 실장샵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다시 컴백. 손에 든 비닐봉투에서 수면 스프레이를 꺼내 힘차게 힘든다. 읏샤 읏샤~. 그리곤 살며시 다가가 문틈으로 살포. 피쉬이이이익~. 튜브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하우스 안을 가득 매운 수면 스프레이에 빵을 처먹다 말고 데에? 테에? 하며 온 가족이 해롱해롱 대가리를 흔들다 그대로 나자빠졌다. 굿 잡. 문을 열고 안을 확인. 가만 보자 가만보자~ 어느 놈이 장녀일까요. 알아맞혀 봅시다. 딩. 동. 댕. 동~.

…빌어먹을. 죄다 똑같이 생겼으니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곧 있으면 중실장으로 성장할 몸인 만큼 다른 자실장들에 비해 몸집은 쬐끔 더 크다. 아니면 말고. 어쨌든 최대한의 감으로 아까 그 교육받은 장녀를 찾아냈다. 오호홍홍~ 좋아요~. 테~휴~ 테~휴~.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그 콩알만 한 콧구멍과 아가리로 귀여운 숨소리. 앙~♡ 너무너무 귀여워서 콱 쥐어짜고 싶지만 참는다. 비닐봉투에서 송곳을 꺼내 하우스 천장에 구멍 하나를 뿅. 그 구멍에 들어갈 끈을 꺼낸다. 그리곤 장녀의 목에 메고 그대로 교수형 땅땅 땅! 나 혼자 생쇼 하는 실장 재판. 변호사? 증거? 그딴 거 필요 없음. 그냥 닥치고 사형집행.



「데…. 데?」
몇 시간이 지난 후. 잠에서 깨어난 친실장이 비몽사몽 한 눈으로 일어난다. 손가락 없는 손으로 눈을 긁적긁적. 밝아지는 시야. 자신의 바로 앞에 낯익은 무언가가 붕 떠 있다. 데? 굳어버린 몸뚱이. 교수형 당한 장녀의 몸뚱이가 친실장의 눈높이에 맞춰 천장에 매달려 있다.

「데에에에에에에에에에!!!」

나오길 기다렸다. 그 비명. 축 늘어진 장녀의 몸뚱이를 붙잡자마자 툭 하고 분해되는 대가리와 몸뚱이. 1차 충격에 이은 2차 충격. 충격에 부릅 뜨여졌던 친실장의 눈이 더 부풀어 올라 터질랑 말랑. 

「데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아아 우렁차다 그 목소리. 마치 어느 영화 속. 사랑하던 이를 지키지 못한 어느 젊은 기사의 처절한 절규와 흡사하다. 잠에서 깨어난 다른 자실장들이 조금 전의 친실장과 마찬가지로 비몽사몽 한 표정으로 하나둘 일어났다. 그리고 이내 경악. 테에에에에에엑!!! 에 이은 테에엥…테에엥…. 화목했던 집이 순식간에 초상집이다. 수면 스프레이 뿌리기 직전까지 가족들이 둥글게 모여 앉아 적은 양이나마 사이좋게 나누어 처먹던 빵이 졸지에 장녀 제삿밥이 되어버렸다. 카메라를 준비해서 사진을 찍으려다 또 멈춘다. 아냐. 이것도 별로다.

★☆★

이틀 뒤 다시 가정방문. 어찌어찌 살고 있을까? 그때 그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골판지 하우스의 문이 열린다. 스으윽 하고 나오는 가분수 친실장의 대가리. 데스우 데스우. 슬픔은 어느 정도 이겨낸듯싶은 것 같은데 목소리는 축 처지는 게 아직도 슬픔은 현재 진행형인 듯. 그렇겠죠…힘드시겠죠…얼마나 슬프시겠습니까…그리 쳐먹이고 재우고 씻기고 가르쳤는데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어버렸으니…. 쯧쯧쯧. 친실장을 미행한다. 터벅터벅 걸어가는 발걸음. 축 처진 어깨. 아…나. 저 뒷모습을 보니 밤늦게 퇴근하는 내 꼬락서니가 생각난다. 이내 쓰레기장에 도착. 동족들은 부지런하게 착착 일용할 양식을 뽑아내고 있다.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는 친실장. 이내 또다시 훌쩍이기 시작한다. 데에엥…데에엥…. 엊그제 데려와서 가르쳤던 장녀 생각이 난 듯. 쓰레기장 앞에서 절규. 쓰레기를 뽑아내다 말고 울음소리에 고개를 돌리는 동족들의 시선은 그저 저건 왠 또라이? 라는 느낌. 그중에서 한 마리가 친실장에게 다가온다. 데스우? 고개를 갸웃거리며 살펴본다. 그리곤 이내 자신이 얻은 음식물 쓰레기 중에서 하나를 꺼내 친실장의 앞에 툭 던져준다. 아무래도 저 들실장은 친실장이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해 우는 것이라 생각한 모양. 저놈도 좀 특이한 놈일세. 그렇게 생각하는 와중에도 친실장은 계속 운다. 자신의 앞에 던져진 먹이엔 손도 안 댄다. 데스우! 모처럼 베푼 호의가 무시당했다는 생각에 화가 난 들실장은 자신이 던져준 쓰레기를 회수. 그리곤 친실장의 면상에 강 스파이크를 날린다. 데스우! 데스우! 고귀한 와타시가 모처럼 자비를 베풀었는데 무시한뎃샤? 라는 느낌. 그리고 발길질. 친실장은 그저 맞고만 있다.

찰칵.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이내 삭제. 역시 이것도 아니야! 

사진을 지우고 발걸음을 돌렸다. 그냥 집에 갈래. 성큼성큼 발걸음을 움직인다. 친실장이 왔던 길을 거슬러 올라가자 이내 그 골판지 하우스다. 참고로 난 집에 간다고 했지 내 집에 간다고 한 적 없다. 또 수면 스프레이를 꺼내 흔든다. 바텐더의 혼이 깃든 예압. 쉐키 쉐키! 그리고 피쉬이이이이익─.

다음날 아침. 골판지 하우스 뒤쪽에서 들리는 매미 울음소리. 매미는 나무에 들러붙어 열심히 운다. 친실장은 그 밑에 홀로 주저앉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두 번째 새끼의 죽음. 보이지 않는 범인. 쾡 한 눈. 다크서클이 한가득. 밤새 두 눈 부릅뜨고 새끼들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 듯. 먹이 구하러 나갈 힘도 없는 듯 그저 멍하니 있다. 살짝 열린 골판지 하우스의 틈 사이로 보이는 새끼들의 모습. 자매들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듯, 그저 친실장처럼 벽에 나란히 기대어 앉아 멍 하니 있다. 살며시 나무 뒤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또 소리 없이 수면 스프레이 살포. 자라 이 새끼야. 네~ 하듯 축 늘어지는 대가리. 오구 오구 잘했쪄욤. 어제 들실장에게 실컷 두들겨 맞은 그 뒤통수 곱게 한번 쓰다듬어줬다. 그리고 또 골판지 하우스에 스프레이 살포. 피쉬이이이익.

★☆★

「뎃수! 뎃수! 뎃수!」
또 다음날. 슬퍼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입에선 울음소리 대신 힘찬 구령 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삵. 삵. 삵. 삵. 삵. 마땅한 장비도 없이 맨 손으로 땅을 파고 있다. 데샤아아아아아악!! 데샤아아아악!! 땅 파다 말고 서러움에 복받친 듯 벌떡 일어나 하늘을 올려다보며 고레고레 소리를 지른다. 그리고 씩씩거린다. 삵. 삵. 삵. 삵. 삵. 다시 땅을 판다. 그러길 얼마 안 가 또 주저앉았다. 데에에엥 데에에엥. 흙과 상처로 가득한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면서 또 땅바닥에 고개를 처박고 운다. 그렇게 땅 파다 울고. 또 땅 파다 소리 지른다. 하루 종일을 구덩이 파는 것에 온 힘을 다 했다. 왜 구덩이를 파는 걸까? 그 의문은 얼마 안 가 풀렸다. 살아있는 새끼들을 모조리 그곳으로 집어넣었다. 죽은 새끼들 묻어주려고 만든 무덤이 아니라 그냥 일종의 지하 벙커. 완성되자마자 또 통한의 샤우팅.

「데샤아아아아악!!」
링갈이 없음에도 이해할 수 있었다. 더는 새끼들을 잃지 않으려는 어미의 강한 의지. 새끼들을 숨겨놓아 더 이상은 희생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는……지금 살고 있는 곳을 떠나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 한 듯. 텟치! 텟치! 텟치! 남은 자실장들은 그런 땅 구덩이 속으로 들어가기 싫은 듯 어미에게 항의한다. 친실장의 뜻도 모른 채 그저 자신들을 운치 구덩이로 처박으려 한다고 생각한 자실장들에게 어미는 설명할 기운도 없는 듯 다짜고짜 데샤아악!! 하고 윽박질렀다. 말문이 막혀버린 자실장들을 쓸어내듯 거칠게 구덩이 속으로 밀어 넣곤 그 위에 골판지를 얹고 흙으로 위장했다. 

「테챠! 테챠아아아!」
제발 이러지말아달라고 애원하는 듯한 자실장들의 애원이 친실장을 괴롭히지만 이러지 않고선 방법이 없다는 듯. 그런 새끼들을 바라보는 친실장의 서글픈 눈동자가 제발 자신을 이해해달라는 듯이 반짝였다. 두 눈 부릅 뜨고 있어도 새끼들이 죽는 걸 막을 수 없었던 것에 대한 충격인지 구덩이 속에 숨겨두면 안전할 거라 생각한 모양. 그렇게 새끼들이 숨어든 구덩이의 흔적을 지운 친실장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에도 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또다시 터벅터벅 쓰레기장으로 향했다.

어미의 마음이란…애절하구나. 다른 들실장에 비해서 유독 가족에 대한 집념이 강한 개체로써의 서글픈 상처. 그걸 보고 있으니 가슴 한 곳에 울컥하고 솟아나는 감정. 그에 대한 보답으로 쓰레기장으로 달려갔다. 데샤악! 데샤아악!! 그 곳에 있는 다른 들실장들을 잡아왔다. 그리곤 흙으로 위장한 골판지 덮개를 활짝 열었다. 굿모닝 선라이즈! 어둠 속에 있다 난데없이 햇빛이 들어오자 눈을 찡그린 새끼들이 위를 쳐다본다. 테치! 테치! 테치! 인간은 위험한 존재라고 배워서 그런걸까. 심하게 발광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데려온 들실장들에게 일일이 도돈파를 먹였다. 자신을 풀어달라는 듯 위협하고 지랄발광을 하던 것들이 콘페이토인줄 알고 덥석 물어재낀다. 그리고 아 삘이 왔어요.

「데, 덱!」
꾸르륵하는 소리와 함께 총배설구가 뒤틀리는 고통. 이마엔 금세 식은땀이 삐질삐질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꾸르륵. 듣기 싫은 소리와 함께 본능적으로 꾸워어어억 하는 소리와 입에서 튀어나온다. 급하게 두리번 주변을 두리번 거리던 녀석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이윽고 구덩이 안에 있던 자실장들의 놀람과 비명이 울린다. 테챠! 테챠아아악!! 어릴 때 괴짜가족 한 번씩 다 보지 않았나? 거기 나오는 캐릭터 하나 있잖아. 국회의원이라고. 



털썩.
오후 늦게 다녀온 친실장의 손에 들려져 있던 편의점 봉투가 스르륵하고 빠져나가 바닥 위로 쓰러졌다. 안에 담겨 있던 냄새나는 음식물 쓰레기가 흘러나왔지만 그것을 다시 주울 생각은 없는 듯. 헐레벌떡 새끼들이 있는 구덩이로 달려갔다. 새끼들을 지키기 위해 만든 지하 벙커에서는 더 이상 새끼들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새끼들의 모습이 보여 있어야 할 자리엔 녹색의 운치만이 가득히 채워져있었다. 지독한 냄새가 친실장의 코를 찌른다.

「데수! 데수!」
자신이 돌아왔음을 알리는 다급한 외침. 하지만 대답은 없다. 침묵. 이윽고 해가 저문다. 여름이라 하도 전기 사용량이 급증해서 그런지 공원의 가로등은 켜지지 않았다. 해가 완전히 모습을 감춘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데스우우 하는 서글픈 울음소리만이 짤막하게 울리다 말고 사라졌다. 그리고 얼마 후. 첨벙하는 소리. 그리고 진흙 같은 것을 파내는 소리만이 울렸다. 

사갉. 사갉. 사갉. 사갉. 사갉. 사갉.


★☆★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공원으로 갔다. 골판지 하우스는 다른 동족들에 의해 한창 털리는 중이었다. 새끼들이 없는 하우스는 의미가 없었는지 친실장은 그저 보고만 있다. 사그락. 일부러 발소리를 울리며 다가가자 흠칫 한 들실장들은 허겁지겁 달아났다. 그러거나 말거나. 고개를 돌려 친실장을 바라보았다. 지독한 운치 냄새와 밤새 신나게 파낸 것 같은 흙더미가 눈에 들어왔다. 마지막으로 눈에 들어온 것은 친실장의 품에 안겨 있는 썩어버린 새끼들의 시체. 

「데스우.」
친실장은 눈앞에 인간이 있음에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운치로 범벅이다. 데스우~♪ 데스우~♪ 알 수 없는 흥얼거림. 죽은 새끼들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데스우~데스우~♪ 행복한 표정이다. 파킨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발동한 행복회로 속에서 친실장은 이번엔 새끼들을 잃지 않고 지켜냈다는 승리감에 빠져있었다. 미동조차 하지 않는 새끼들이 그저 깊이 잠든 것이라. 자장가를 부르면서 데스우~ 데스우~. 토닥 토닥거리며 자신의 흥얼거림에 몸을 흔들거렸다. 데스우 데스우~. 추적 추적 내리는 비가 친실장의 머리를 때리고 밑으로 흐른다. 코를 막은 다음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 카메라를 들이댔다. 데스우~? 흥얼거리다 말고 카메라를 들이대자 친실장은 빤히 쳐다본다. 자신이 안고 있던 새끼들을 쓱 내밀었다. 귀여운 자신의 새끼들을 자랑하고 싶어서일까? 데프프프~ 얼굴엔 웃음이 가득하다. 셔터를 눌렀다.


찰칵.


셔터를 누른 후 확인한 친실장의 얼굴에 웃음이란 없었다. 이마에서 턱까지 흘러내린 빗물을 따라서 적녹의 눈물이 내리고 있었다.

한이 맺힌 그 눈망울이 너무나도 보기 좋아 한번 더 셔터를 눌렀다.


찰칵.


이윽고 놈의 얼굴에 광기가 가득찬다. 일그러지는 얼굴. 입에선 데샤아아아아아!! 하는 분노가 터져 나왔다.



그래서 한번 더 찍었다.





찰칵







-끝-






가족놀이

 

막내는 오늘도 어김없이 골판지 하우스의 입구에서 희미하게 열려있는 틈새 너머의 바깥세상을 바라보며 우울함에 빠져있었다. 하우스 양쪽에 나 있는 손잡이와 입구를 가로막은 문의 틈 사이로 겨우 비집고 들어와 안을 밝히는 햇빛. 막내는 하루 종일 골판지 하우스 속에서 갇혀있어야 하는 현실이 매우 못마땅했다. 밖을 보라. 얼마나 환하고 푸르며 활기가 넘치는가. 밖은 좁은 골판지 하우스와는 전혀 딴판이었다. 공원의 분수에서 쏟아지는 물과 그 주변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모습. 그럴 때면 막내는 중얼거렸다.

「부러운테치….」
친실장은 언제 들이닥칠지 모를 천적의 습격으로부터 안전해지기 위해선 골판지 하우스에 숨어있는 것이 최선이라고 누누이 당부했다. 허락도 없이 밖으로 나온다면 분충으로 간주하고 솎아낸다는 경고도 빠트리지 않았다. 물론 그것도 어디까지나 친실장의 기준에서나 그런 거지 천적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하우스는 언제라도 털릴 운명이었다. 어쨌든 막내는 자매들과 함께 그런 친실장의 방침에 따르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래도 못마땅했다.

「똥마마에게 낳음 당해서 이런테치.」
좁은 골판지 하우스 속에서 어린 자실장들이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는가? 자기들끼리 술래잡기라도 하면 다행이었다. 언제나 따라붙는 식량의 부족은 한창 놀고 싶은 시기인 자실장들에게 체력 보존을 위해 최소한의 활동만을 강요하고 있었다. 오늘도 자매들은 마마는 언제오는테치? 오늘은 맛난 게 많이 있었으면 좋은테치! 라는 시시콜콜한 얘기만 하나하나 둘 곯아떨어졌다. 지금 잠을 자면 밤에 잠을 못자 고생할 것이 뻔했지만 지금 상황에서 잠자는 것 말고는 딱히 할게 없었다. 

「테에….」
막내는 혼자 입구를 서성거렸지만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겠나. 하지만 그럴 때마다 가슴 한 곳에서 누군가가 자신에게 말을 거는 것만 같았다. 나가라고. 나가면 잘 될 거라고. 하지만 이미 머릿속에 새겨진 친실장의 솎아내겠다는 말이 맴돌며 그래선 안된다고 막내를 붙잡았다. 나가고싶은테치! 막내는 그렇게 소리 질렀다. 왜 자기는 안된단 말인가. 저 환하고 아름다운 밖으로 나가 마음껏 뛰어놀고 싶었다. 분수대 근처 벤치에 앉아서 아이스크림을 핥으며 웃어대는 아이들의 모습에 입맛을 다시며 자신도 저런 맛난 것들을 배불리 먹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부러워할 뿐이었다.

「배고픈테치….」
오늘도 막내는 자매들과 함께 어제와 같은 날을 보내고 있었다. 배고픈 배를 손으로 비비면서. 어딘가에서 열심히 식량을 수집하고 있을 친실장이 빨리 돌아오기를 바라며. 그렇게 배고픔과 지루함에 지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필름이 끊겨 눈을 떴을 때는 해가 저무는 오후가 되었고 공원 여기저기에 우뚝 세워진 가로등에서 환한 불빛이 밝혀질 때 즈음…사르륵 힘없이 열리는 문과 함께 노동으로 지친 친실장이 빈약한 비닐봉투를 들고서 터벅터벅 걸어들어왔다. 친실장의 귀가 소리에 귀를 쫑긋 세운 자실장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친실장에게 달려가 빛바래고 누더기 같은 옷자락을 붙잡고 배고픔을 호소할 때 치면 친실장은 말없이 그런 자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밥을 구하지 못한데스. 오늘은 이대로 자는데스.」

자실장들의 표정은 단번에 굳어진다. 아아…역시나…하는 표정과 왜 또 굶어야 하냐는 억울함. 그저 눈물만 글썽이는 얼굴. 친실장의 옷을 붙잡고 있던 자들의 손이 스르륵 힘없이 놓이면 친실장은 비닐봉투를 아무렇게나 구석에 처박아놓고서 가장자리에 자리를 깔고 누웠다. 

「마마….」
장녀가 그런 친실장을 불러보지만 친실장은 대답하지 않고 몸에 덮은 수건을 끌어당길 뿐이었다.

「똥마마테치.」
막내는 씩씩거리며 홀로 중얼거렸다. 밖에도 나가지 못하게 해. 밥도 못 구해와. 이런 무능한 어미의 밑에서 왜 이러고 살아야 하냐는 의문이 막내를 충동질했다. 그렇게 모두가 잠든 한밤중. 배고픔과 억울함에 좀처럼 잠이 오지 않는 막내는 자리에서 일어나 억지로 억지로 잠이 든 자매들과 친실장을 바라보았다. 한심해도 이렇게 한심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무능하기도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막내는 무엇인가 결심한 듯 초롱초롱한 눈으로 살며시 입구 쪽으로 갔다. 초승달이 뜬 밤하늘. 시끌벅적했던 공원은 언제 그랬냐는 듯 적막에 휩쌓인 채 인기척이라곤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새로운 마마를 찾는테치.」
막내는 집을 떠나기도 결심했고 그런 결심은 곧바로 다음날 행동으로 이어졌다. 친실장이 식량을 찾아 집을 비우자 막내는 이제 마지막이 될 골판지 하우스의 내부를 삥 둘러보곤 일일이 자매들의 손을 잡았다. 영문도 모른 채 막내가 내미는 손을 잡은 자매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자매들에게 막내는 비웃음 가득한 미소로 마지막 인사를 대신했다. 

「이제 똥보다 못한 생활은 끝인테치!」
공원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하자 막내는 지금이 나갈 최적의 타이밍이라 생각했다.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으니 자신을 돌봐줄 새로운 부모가 한 둘은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지금 밖으로 나가면 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서로 키우게 해달라고 머리를 조아릴 지도 모른다는 망상에 빠져 있었다. 

「막내쨩 뭐라고하는테치?」
자매들이 그런 막내의 말 뜻을 깨닫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리자 막내는 역시 멍청한 오네챠들인테치. 멍청하게 똥마마만 믿다가 굶어죽기 딱인테치. 라고 중얼거리더니 손을 탁탁 털면서 소리쳤다. 

「와타시는 새로운 가족을 찾는테치!」
그렇게 말하며 오랫동안 친실장만이 열고 닫을 수 있었던 문을 밀고 나갔다. 별다른 저항 없이 열린 문의 너머로 따사로운 햇볕이 집안으로 쏟아져 눈부셔하는 자매들을 뒤로한 채 막내는 새로운 삶을 위해 달려나갔다.




#. 가족놀이
───────────


「닌겐상! 닌겐상!」
막내는 친실장이 그토록 경계해야 한다고 가르쳤던 인간에게 달려갔다. 첫 번째로 달려간 대상은 아이스크림을 들고 있던 소년이었다. 막내는 자신의 목소리에 쳐다보는 아이에게 안아달라는 듯 두 팔을 벌리며 소리쳤다. 소년은 자신의 발밑으로 쪼르르 달려온 이 조그마한 녹색 덩어리가 폴짝폴짝 뛰는 모습을 보면서 발로 걷어찰까 말까 고민했지만 그것을 모르는 막내는 그저 자신의 딱한 처지를 알리는데 열중이었다.

「와타시는 가족이없는테치! 새 마마가 필요한테치! 와타시를 길러주시는테치!」
막내는 그렇게 소리쳤지만 애석하게도 눈앞의 소년에게는 린갈이 없었기에 막내의 요청은 그저 테치 테치 거리는 해석 불가능한 귀찮은 벌레 울음소리에 불과할 뿐. 닌겡상! 멀뚱멀뚱 쳐다만 보고 있는 소년에게 막내가 소리쳤지만 소년은 그냥 시끄러운 이 벌레를 밟아 죽여버릴 심산으로 발을 올렸다. 새것으로 보이는 깨끗한 신발 바닥이 막내의 피와 살점으로 더러워지기 직전이었다.

"야!"
그때 뒤에서 소년의 엄마로 보이는 여자가 달려와 황급히 소년을 잡아당겼다. 

"저런 거 밟으면 신발 더러워진다고 했어 안 했어!"
여자는 그렇게 말하며 소년을 데리고 가버렸다. 뒤에서 막내가 자신도 데려가달라고 다급하게 소리쳤지만 무시. 소년과 엄마는 그렇게 사라졌다.

「왜 와타시를 안키우는테치!」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가 되지 않는 인간들의 반응에 막내가 화가 치밀어올라 소리쳤지만 아무도 쳐다보지 않았다.



「와타시를 키워주시는테치!」
다음번 대상은 벤치에 앉아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는 젊은 여성이었다. 막내는 소년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을 안아달라는 듯 두 팔을 벌려 폴짝폴짝 뛰며 목이 터져라 불러댔지만 여성은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귀에 낀 이어폰에 막내의 울음소리는 닿지도 못하고 묻히고 있었다.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보고 있었는지 가끔 킥킥거리며 웃을 뿐이었다.

「웃긴테치? 와타시가 웃긴테치?!」
자신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주제에 혼자 웃어대자 막내는 여자가 자신을 무시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언제나 누군가로부터 관심과 애정을 받아야만 하는 자실장으로써 그것은 너무나도 괴로운 일. 막내는 여성의 신발에 달라붙어 두 손으로 두들겼다. 이쪽을 보는테치! 이쪽을 보는테치 똥닌겐! 그렇게 소리치면서 있는 힘껏 두들겨보지만 그걸로 여성이 아픔을 느낄 일은 없었다. 그래도 효과가 아주 없는 건 아니었기에 그제야 휴대폰을 보던 여성의 시선이 힐끗 자신의 발을 두들기는 막내로 향했다.

"아, 뭐야!"
자신과 눈이 마주치자 해냈다!라는 성취감이 막내의 얼굴에 자리 잡기도 전에 튀어나온 여자의 짜증. 얌전히 땅에 붙어있던 신발이 막내를 걷어차올렸다. 퉭! 짧은 비명과 함께 하늘로 올려진 막내는 곧바로 바닥으로 추락했다. 

「테챠아아아아!!」
땅으로 추락한 막내는 심하게 밀려오는 고통에 비명을 질러댔다. 테챠아아!! 테챠아아아아!! 생전 처음으로 당해보는 고통. 친실장의 가르침대로 얌전히 골판지 하우스 속에서 분수에 맞게 살았더라면 맛보지 않았을 고통이었다. 주제로 모르고 설친 대가. 테챠아아아아!! 그것을 모르는 막내는 서러움과 왜 내가 이런 고통을 맛 보아야 하냐는, 이해되지 않는 억울함에 서글픈 비명을 질러댔지만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기분 더러운 표정을 지으며 홀연히 떠나버렸다. 

「가, 가지마는테치! 가지마는테치!」
떠나는 여자의 뒷모습에 간절한 고함을 지르면서 따라가려 하지만 감각이 없는 다리는 일어서지 못하고 바닥에 들러붙어 있었다. 일어나는테치! 발씨 어서 일어나는테치! 자신의 두 다리에다 대고 소리쳐보지만 다리가 회복되려면 제법 시간이 필요하다. 억지로 억지로 일어서보려 해도 간신히 올라온 상체는 다시 힘없이 드러누웠다.

「테에에엥-! 테에에엥-!」
운다. 손가락 없는 두 손으로 양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자신의 불쌍한 모습을 주변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어필하면서 관심을 끌어본다. 테에엥 테에엥 테에엥. 시끌벅적한 사람들의 발소리. 말소리 속에서 막내의 울음소리는 아무런 효과가 없는 듯. 울다 말고 잠시 멈춰 서서 힐끗 앞으로 바라보자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이는 한명도 없다. 


「키워주는테치! 키워주는테치!」
옆을 지나가는 다른 사람에 다급하게 외쳐보지만 들은 척도 안 하는 사람들. 더러워질까 싶어서 일부러 피해 가는 사람들. 막내는 철저하게 자신을 외면하는 인간이란 존재에 굉장한 충격과 분노감을 느꼈다. 

「왜 안키워주는테챠아아아아!!!」
통한의 눈물을 흘리며 울부짖었다.

「마마….」
친실장이 보고 싶어졌다.

「마마…어디있는테치…? 보고싶은테치.」
지금 막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빨리 친실장이 자신을 데리러 오길 간절하게 비는 것뿐이었다. 친실장은 막내가 골판지 하우스에서 가출한 것도 모르고 있을 테지만. 머리가 어지러웠다. 밥도 제대로 못 먹어 영양상태도 부실한데다 부상까지 겹쳤다. 시끄럽게 울어댄 것도 있고 피로가 누적된 막내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스르륵 감겨오는 눈에 정신을 잃고 말았다.

★☆★

「테…?」
막내가 다시 정신이 들기 시작한 것은 시간이 제법 지난 오후였다. 자실장이 혼자서 밖으로 나가면 동족에게 먹히거나 인간들에게 밟혀 죽어야 정상이었겠지만 막내의 경우는 어지간히도 운이 좋은 케이스였다. 자신을 키워달라며 설쳐대던 곳이 사람들이 자주 왕래하는 곳이다 보니 들실장들이 함부로 발을 들이지 못했고, 인간들도 신발이 더러워지는 것을 우려해 피해 다녔다. 물론 그런 걸 신경 쓰지 않는 한 인간이 막내에게 관심을 보여 발로 밟아 으깨버리려고 했지만 때마침 근처를 지나가던 경찰과 눈이 마주쳐 차마 그러지 못했다. 어쨌든 무사히 정신을 차린 막내. 그리고 그 순간 놀라서 소리쳤다. 한 여자아이가 쭈구리고 앉아 막내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손에 집어 든 오렌지 주스. 소녀는 빨대를 이용해서 쓰러져 있던 막내의 입에 한 방울씩 뚝 뚝 떨어트리고 있었다. 쨥쨥. 그제야 입가에 진득하게 달라붙은 액체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혓바닥이 본능적으로 입가를 핥았고, 그것은 여태까지 먹어본 적이 없는 훌륭한 맛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오렌지 주스는 기진맥진하던 막내를 살리는데 일조했다. 

"오빠야~."
소녀는 막내가 눈을 뜨자 근처에 있던 자신의 오빠를 불렀다. 9살쯤으로 보이는 소년이 여동생에게 다가와 무심한 표정으로 막내를 내려다보았다. …더러워. 짤막하게 한마디 내뱉을 뿐 그 외에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는 소년. 그러자 소녀는 그런 막내를 한 손으로 주워들었다. 테챠! 테챠! 가볍게? 걷어차 인 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겨서인지 격하게 반응하는 막내.

"우리 아기~."
「테?」
또다시 고통을 느낄 것이 두려웠던 막내였지만 뜻밖의 말에 놀라 소녀를 쳐다보았다. 소녀는 빙긋이 웃으면서 왼손에 들고 있던 오렌지 주스를 원샷 하더니 쓰레기통에 던져 넣고는 그렇게 자유로워진 왼손으로 막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엄마라고 해봐 엄마~."
「테…텟!」
그 말에 눈물이 핑 돌았다. 자신의 고생이 헛되이지 않았다는 노력. 인간과 엮여서 좋을 것이 없다고 교육하던 친실장은 멍청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자신을 자로 받아주는 착한 인간도 있다. 그것을 모르는 친실장은 똥마마 똥벌레 똥머리테치. 

「마마~!!!」
막내는 그런 소녀의 말에 진심 어린 감동으로 소리쳤다. 자신을 쥐고 있는 소녀의 손에 얼굴을 문대며 부비부비 하는 막내. 린갈이 없었기에 그저 테치 테치로 밖에 들리지 않았지만 소녀는 뭐가 그리 좋은지 막내를 잡고 싱글벙글하고 있었다.

"엄마랑 아빠랑~우리 아기~ 즐겁게 놀자~."
천진난만하게 웃는 소녀와 마지못해 따라나왔는지 마냥 귀찮아하는 소년의 입에서 하…하는 한숨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미 소녀는 가족놀이에 들어간 상태였는지 웃으며 벤치에 올려두었던 소꿉놀이 세트를 집어 들었다. 그리곤 공원 바로 옆에 설치된 놀이터로 룰루랄라 발걸음을 옮겼다.

「해낸테치…와타시, 이제 세레브한 사육실장인테치…!」
감격의 눈물. 아아 안녕. 이제 모두 다 안녕. 지긋지긋한 골판지 하우스. 쓰레기만 주워오던 똥마마. 멍청하게 복종하던 자매들. 배고픔의 나날들. 안녕테치! 모두 안녕테치! 여태 살아왔던 나날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스테이크? 스시? 콘페이토? 어떤 것을 먹게 될까. 추잡한 똥벌레들과는 상상도 되지 않을 고품격 세레브 한 삶. 막내는 머릿속에서 행복한 상상을 하면서 히죽 히죽 웃었다. 그리고…….

「데, 데수! 데수!」
「테?」
그것은 친실장이었다. 아침 일찍 쓰레기장으로 갔던 친실장은 그날따라 운이 좋았다. 먹다 남은 핫도그. 인근 패스트푸드점에서 대량으로 버린 유통기한 지난 햄버거 빵. 돈가스 찌꺼기. 평소엔 쉽사리 먹을 수 없는 양질의 식량을 대량을 획득한 친실장은 집에 있을 자들이 배불리 먹을 모습에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무거워진 비닐봉투를 애써 낑낑거리며 집으로 가져오던 중이었다. 그러다 소녀에게 잡혀있는 막내를 발견했다. 데스?! 자기가 잘못 본 거라 착각한 듯 눈을 깜빡깜빡 거리는 친실장. 친실장은 지금 눈앞의 자실장이 자신의 자라는 것을 확신했는지 황급히 들고 있던 쓰레기봉투마저 바닥에 아무렇게나 내던지고서 소녀에게 달렸다.

"꺅-!"
친실장은 그저 소녀에게 자신의 자를 돌려달라며 부탁을 할 생각이었겠지만 그것을 소녀는 자신을 공격하려는 의도로 받아들였다. 덩치도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제대로 씻지도 못해 땟국물이 줄줄 흐르는 데다 눈 색깔마저 서로 다른 녹색 괴물이 자신이 있는 쪽으로 달려오니 놀랄 수밖에. 

"오빠야! 오빠야!"
"어, 씨바!"
여동생의 다급한 외침에 놀란 소년이 휴대폰을 만지다 말고 전력으로 달려들었다. 데햐앍! 친실장은 너무나도 허무하게 걷어차여 돌바닥 위로 나뒹굴었다. 축구공 차듯이 날아간 친실장에게 소년은 나이에 걸맞지 않은 말들을 쏟아내면서 근처에서 돌멩이를 주워들었다. 

"이 씨발새끼가."
「데햙! 데햙!!」
"감히! 내! 동!생!을! 건드려?"
팔이 부러졌다. 다리가 부러졌다. 고통 어린 비명을 내지르는 친실장. 소년은 자신의 여동생을 습격한 이 괴물을 용서할 생각이 없었는지 인정사정없이 계속해서 후려쳤다. 발로 걷어차고 또다시 돌로 내리찍었다. 모진 세월을 견뎌온 피부가 벗겨지고 시뻘건 핏줄과 근육이 드러났다. 회색 돌바닥 위로 피가 튀었다. 항의라도 하듯이 부풀어 오르는 친실장의 빵콘은 오히려 소년에게 더럽다는 느낌만 주면서 그것은 더욱더 고통만을 불러올 뿐이었다. 데햐앍! 데햐아아악! 친실장은 계속해서 비명을 내질렀고 그럴수록 소년은 더욱더 거칠게 후려쳤다. 

「…….」
막내는 그런 친실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아니, 슬퍼하고 있었달까? 그토록 미워하고 싫었던 친실장이 눈앞에서 저렇게 두들겨 맞고 있는 모습을 보니 가슴 한쪽이 아려왔다. 죽어가는 친실장의 주변으로 넘어져 있는 비닐봉투. 그 속에 가득히 들어있는 식량들이 눈에 들어오자 자신을 먹이기 위해 열심히 일했을 친실장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마, 마마…. 그, 그만하면 된테치. 그만하는테치! 뒤늦게 소년에게 그만해달라고 소리를 쳐보지만 들은 척도 안 하는 소년은 친실장의 생명을 깎아내리고 있었다. 마…마마! 그런 막내에게 소녀가 막내에게 말했다.

"이제 걱정하지 마. 아빠가 지켜줄 거야."
「테…….」
막내는 눈물 가득한 표정으로 소녀를 바라보았고 소녀는 그런 막내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우리 아기~맛있는 밥 먹고~씻고 엄마랑 재미있게 놀자?"
「텟?」
소녀의 말은 막내의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맴돌았다. 씻고~ 밥 먹고~재미있게 놀자? 씻고~ 밥 먹고~재미있게 놀자?  씻고~ 밥 먹고~재미있게 놀자? 

「…….」
막내는 다시 소녀에게서 친실장으로 고개를 돌렸다. 퍽-. 그 순간 뭉툭한 소리가 들려왔다. 돌멩이가 친실장의 머리를 강타한 것이다. 쉴 새 없이 나오던 비명이 한순간에 끊겼고 울상을 짓던 눈이 멍해진 체 바닥으로 털썩 쓰러졌다. 데…데스우……. 떨어지는 피와 눈물. 친실장은 쓰러지는 와중에도 소녀에게 잡혀 있는 막내를 보고 있었다. 데…. 데….

「죽여버리는테치! 파파! 저 똥벌레 죽여버리는테치!」
「……!」
막내는 조금 전까지와는 180도 다른 반응을 보였다. 증오에 가득 찬 눈빛. 오히려 잘 됐다는 기쁨이 입꼬리에 걸려 있었다.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언제나 굶주림과 지루함에 시달려야 했던 삶. 그런 삶을 강요한 친실장. 똥벌레! 똥마마! 똥분충! 똥구더기만도 못한 무능한 똥실장! 

「와타시는 이제 똥벌레 필요없는테치! 새 마마가 있는테치! 파파도 있는테치! 똥벌레 따위 죽어버리는테치! 있어봤자 도움도 안되는테치!」

인간에게 당하는 수차례의 매질보다 자신의 새끼가 날린 말이 더 컸던 걸까. 소년의 응징에도 꿋꿋이 버텨가던 위석이 막내의 말이 끝난 직후에 죽음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금이 가버렸다. 어떻게든 고통을 막아보려던 친실장의 몸부림이 전기선 뽑혀버린 기계처럼 한순간 멈춰버리더니 그 자리에 축 늘어져버렸다. 

"씨발새끼."
소년은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는 듯 친실장의 배를 걷어찼다. 쿠웱-. 입에서 터져 나온 한 줌의 피를 끝으로 친실장은 숨쉬기를 반복할 뿐 더 이상의 움직임은 없었다. 그저 저 멀리 사라져가는 막내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뚝-. 뚝-. 뚝-. 이미 빨갛게 변해버린 돌바닥에 친실장의 눈물이 흘렀다.


★☆★

물을 구하는 것은 식량보다 쉬우면서도 한편으로 어려운 것이었다. 인간이라면 아무런 어려움 없이 얻었을 물이지만 들실장은 너무나도 큰 위험을 감수해야만 했다. 비라도 많이 온다면 모를까. 분수대나 공중 화장실 변기에 고인 물을 얻기 위해 동족과 경쟁을 벌여야 하고 그 과정에서 마주칠 인간을 피해야 한다. 영리한 개체는 조용히 숨어있다가 간신히 경쟁을 뚫고 페트병에 물을 떠서 가져가는 다른 동족을 습격해 죽이고 그것을 강탈하는 전략을 썼다. 그만큼 위험했다. 그렇게 얻은 물이다 보니 씻는 건 엄두도 못 내고 겨우 수분 섭취용으로 만 사용할 뿐이었다. 

「테치테치프프프.」
막내는 히죽 히죽 웃고 있었다. 이제 물은 더 이상 귀한 자원이 아니었다. 식량과 마찬가지로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널리고 널린 흔한 것이 되어버렸다. 왜? 이제 자신은 인간에게 길러지는 몸이니까. 들실장들 사이에서 전설로 알려진 따뜻한 물에 거품 목욕을 하면서 지금 입고 있는 천박한 누더기가 아닌 세레브한 옷을 입고 산더미처럼 쌓인 산해진미를 맛보며 등 따뜻, 배부른 천상계의 삶을 살 운명이니까.

「불쌍한테치. 이제 똥마마도 죽었으니 오네챠들도 꼼짝없이 죽을 운명인테치. 굶어죽기전에 서로 잡아먹으면 좋은테치. 오네챠들 조금만 기다리는테치. 와타시가 마마랑 같이 구경하는테치. 살아남은 오네챠는 특별히 와타시의 세레브 변기 노예로 삼아주는테치. 우선 맛있는 밥부터 먹고나서 와타시가…테?」

그렇게 상상을 하던 와중에 막내는 자신이 바닥에 내려졌다는 것을 느꼈다. 발이 푹 꺼지는 모래밭. 소년과 소녀는 놀이터에 도착했다. 여기가 닌겐상의 집인테치? 막내는 그렇게 두리번거리며 상상과 거리가 먼 놀이터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소녀는 그런 막내 앞에서 자신의 소꿉놀이세트를 차례차례 꺼내놓기 시작했다. 물을 가득 채운 페트병. 플라스틱 그릇과 컵. 그리고 모종삽. 그리고 껍데기만 남은 과자상자. 물통. 

「…어디서 많이 본것들인테치?」
막내는 물통과 과자상자를 보면서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불안감에 표정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이것들은 친실장과 함께 살면서 수없이 보아왔던 것이 아닌가. 과자상자는 식량을 보관하는 통이었고 물병 역시 마찬가지였다. 가난한 똥벌레들만 사용하는 줄 알았던 그런 천박한 생필품들을 왜 인간이 쓰고 있단 말인가. 

「마마…?」
소녀는 뒤돌아서서 열심히 막내가 먹을 밥을 만들고 있었다. 페트병에 있던 물을 부어 손으로 주물럭 주물럭. 이윽고 소녀가 그것들을 그릇에 담아 막내에게 내밀었을 때 막내는 충격에 빠졌다.

"우리 아기 맘마 먹을 시간이예용~."
공처럼 둥글게 만든 진흙 덩어리에 장식용으로 얹은 나뭇잎 하나. 그것을 막내에게 떠먹여주려는 듯 소녀는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 쓰는 분홍색 숟가락으로 그것의 한쪽 모서리를 푹 떠서 내밀었다.

「이게 뭐가 밥인테챠아아아!」
친실장도 안 먹던 것을 인간이 먹으라 하고 있었다. 

"어? 왜 안먹어. 왜." 
입을 벌리기커녕 화를 내는 막내의 반응에 고개를 갸웃거린 소녀는 이내 입술을 꾹 다물고 빤히 쳐다보니 막내를 노려보았다. 자신이 생각했던 식사와 전혀 다른 것에 씩씩거리며 화를 내는 막내. 잠깐의 침묵 끝에 소녀가 입을 열었다.

"너 정말 나쁜아이구나!"
「그건 와타시가 해야핱챠알핣!」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입안으로 들이닥친 진흙 덩어리가 입안을 가득 채웠다.

"편식하면 아빠한테 말해서 맴매할 거야?"
쿼훩! 입안이 진흙으로 가득 찬 막내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고통스러운 듯 지랄발광을 할 뿐. 

"자, 한입 더. 아~."
소녀는 그런 막내의 반응 따윈 안중에도 없는지 다시 한 숟가락을 더 퍼서 막내에게 들이댔다. 삼키지도 뱉지도 못하고 괴로워하던 막내는 억지로 억지로 입을 비집고 들어오는 두 번째 진흙덩이에 입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꼈지만 소녀는 왜 빨리 안 먹냐고 다그칠 뿐이었다.

"꼭꼭 씹어먹어요 꼭꼭~."
소녀는 모른다. 첫 숟가락을 입에 넣을 때 앞니가 모조리 박살 났다는걸. 지금 막내의 입안에는 진흙과 부서진 앞이 파편들이 함께 뒹굴고 있었다. 이게 뭐가 밥인테챠아아아아!! 꽉 막힌 입이 아닌 머릿속에서 맴도는 막내의 비명은 또다시 고통에 휩쌓였다. 삼키지 않는 막내의 팔을 소녀가 꼬집었던 것이다. 물론 소녀의 입장에서야 꼬집은 거고 그것을 당한 막내는 팔이 부러져버렸다. 어쨌든 효과는 있었다. 부러진 뼛조각이 다른 근육을 찔렀는지 그 고통에 꽉 다물고 있던 입이 벌려지면서 그 속의 진흙들이 억지로 억지로 삼켜졌다.

「케헭! 케헭!!」
조그마한 조개와 자잘한 돌멩이들까지 섞여있던 진흙들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면서 여기저기에 상처를 입혔는지 기침과 함께 피를 토하는 막내에게 소녀는 또다시 세 번째 숟가락을 들이댔다. 

"자~ 이제 다섯 번만 더 먹으면 되용~♪"

★☆★

차라리 죽는 게 났지 않을까?
소녀와 만난 지 정확히 40분째. 막내는 난생처음으로 자살 충동을 느꼈다. 소녀는 포기한 것이 없는지 막내에게 자신이 만든 진흙 덩어리를 모조리 먹이는 기염을 토해냈다. 그 후에 내놓은 것은 진흙물에 나뭇가지를 넣어 만든 진흙국. 먹지 않으려고 발악하는 막내에게 소녀가 취한 행동은 막내를 붙잡고 진흙국 속에 처박아버리는 것이었다. 진흙과 진흙물로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배. 그 과정에서 부룩 하고 쏟아진 빵콘이 소녀에게 튀었기 때문에 식사는 겨우겨우 중단되었다. 그 대신 혼나는 시간을 가져야만 했다.

"엄마한테 무슨 짓이니!"
소녀는 그렇게 화를 내며 긴 나뭇가지를 들고 와 막내를 사정없이 두들겼다. 테엥…테에에엥… 간신히 회복되던 다리는 소녀의 몽둥이질에 다시 부러졌고 소녀가 꼬집어 부러뜨린 팔은 회복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일어설 수가 없어 모래 위에 쓰러져 있는 막내는 저 멀리서 식량을 구해 집으로 돌아가는 들실장을 보면서 멍한 표정으로 있다 말고 설움의 눈물을 흘렸다.

「마마…보고싶은테츄….」
"자~ 씻고 자야지~."
「뭐, 뭐하는테치! 안되는테치! 그만두는테챠아아!!」
몽둥이질이 끝나자마자 소녀는 씻는다는 명목으로 막내의 옷을 벗겨냈다. 두건이 벗겨지자 깜짝 놀라 소리치던 막내는 곧바로 옷이 벗겨지려 하자 비명을 지르면서 반항했지만….

찌이익.
「테챠아아아아아아악-!!!!!!」

결국 찢어졌다. 소녀가 자신에게 하는 걸로 보아서 새옷은 절대로 기대해선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던 터라 이 옷마저 잃은 막내는 사형선고를 받은 죄수와 같은 모습이었다. 휙~. 소녀는 그렇게 벗겨낸(찢은) 막내의 옷을 세탁한답시고 근처 수돗가로 휙 던져버리곤 페트병에 물을 가득 채워 와 막내에게 들이부었다. 보고고고고고곡! 말이 씻는거지 하는 꼬라지를 보면 물고문이나 다름이 없었다. 푸홝! 테햙! 테햙! 테햙! 멍하니 있다 물벼락을 맞아서인지 입안까지 들어온 물을 삼키고 또 삼켜서인지 기침과 함께 움직일 수 있는 모든 부위를 비트는 막내에게 소녀는 다시 한번 물세례를 감행했다. 

"깨~끗하게 씻어요~ 씻어~."

★☆★

"자~우리 아기~아빠 올 시간이니까 예~쁘게 단장해요."
소녀는 여전히 놀이에 열중이었다. 알몸에 머리만 겨우 남은 막내는 그런 소녀의 모습에 이젠 또 뭐냐는 원망. 울상 가득한 표정으로 제발 그만해라는 듯 힘없이 고개를 저었지만 소녀는 무시하고 행동한다.

「돌아가는테치. 집에 돌아가는테치. 이제 더는 싫은테치!」
배가 고파서 배부른 삶을 원했다. 지루해서 자신을 즐겁게 해줄 이를 원했다. 하고 싶은 것이 많아서 그것을 하게 해줄 수 있는 이를 원했다. 단지 부족해서 원했을 뿐인데……단지 행복해지고 싶었던 것뿐인데….


뚜둑.

귓가에서 뭔가가 끊어지는 소리가. 머리 뒤통수에서 뭔가가 뿌리째 뽑혀나가는 느낌이. 막내는 멈칫하더니 아직 움직 일 수 있는 팔로 자신의 뒤통수를 더듬었다. 

「…….」
침묵.

그런 침묵을 깬 건 소녀였다.

"아빠한테 빗 좋은 거 사오라 해야겠다 그치?"

이제 더는 울 힘도 없었다. 하지만.


「테챠아아아아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부짖는다. 눈앞에 있는 소녀를 저주하고 원망하고 증오했다. 힘차게 부른다. 마마아아!!! 마마아아아아!!! 애타게 찾는다. 마마아아아아아아 어디있는테챠!!!!!!!! 머릿속에서 누군가가 말을 건낸다. 안녕 막내? 안녕 독라? 안녕, 옷 있고 머리카락 있던 '실장석' 답게 살던 나날이여.

「마마마아아아아아!!! 마마마아아아아아!! 도와주는테챠아아아아!! 학대파인데치! 학대파가 와타시를 괴롭히는테챠아아아아아!!! 마마아아아아아아아아!!!!!!!!!」




"어 엄마? 응. 예진이? 옆에 있어."
한창 폰 게임을 하다 말고 걸려온 전화에 소년이 소녀 옆으로 다가왔다.

"야. 엄마가 오래."

가족놀이의 끝을 알리는 한마디. 

"응!"
소녀는 단번에 자리에서 일어서서 가져갈 것들을 챙겼다. 아, 맞다. 뭔가 생각난 듯 뒤를 돌아봤다. 뜯어진 머리카락들을 일일이 주워다 어떻게든 붙여보려 자신의 머리에 문대고 있는 막내가 눈에 들어와 손으로 잡아서 과자 상자에 넣어줬다.

"우리 아기 잘 자요~."
그렇게 말하며 수돗가로 손 씻으러 간 소녀. 콸콸 쏟아지는 물에 두 손을 빡빡 씻고 사라지는 소녀에게 수돗가 한쪽 구석에 자신이 던져버린 막내의 찢어진 옷은 안중에도 없었다. 기, 기다리란테치! 와타시도 씻고 싶은테치!  , 오빠 같이가~! 떠나는 소녀의 등 뒤로 막내가 소리쳤지만 들리지도, 들을 마음도 없는 소녀는 벌써 저만큼 가고 있는 소년. 그를 쫓아 부리나케 달려가는 소녀의 뒤로 노을지는 석양이 흐뭇하게 미소 짓고 있는듯했다.

「와타시를 이꼴로 만들어놓고 어딜가는테챠아아아아아아아!!!」

그것은 한 인간소녀의 욕구충족을 위해 모든 것을 잃어야만했던 한 생명의 절규. 길 가는 마차 바퀴에 깔려죽은 개미와 같은 서글픈 최후였다. 




 「마마…언제오는테치? 와타시…많이 아파아파한테치….」
홀로 남은 막내는 상자 속에서 홀로 중얼거렸다. 여름의 기운이 물씬 풍겨오는 날이었지만 변덕스러운 날씨 덕분에 달이 뜨면 언제 그랬냐는듯이 추워 졌다. 쌀살한 바람. 막내는 몸을 웅크려 추위에 떨면서 빨리 집으로 돌아가길 바랬다. 마마…와타시 추운테치. 배 많이 고픈테치. 빨리 밥먹는테치. 아까 봤던 식량이 눈에 아른거렸다. 꿀꺽. 군침이 돈다. 진흙 따위와는 비교도 안될만큼의 진수성찬. 마마…마마는 언제오는테치? 빨리 왔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적막과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의 재잘거림. 근처 도로에서 달리는 차량 소리뿐.

「뎃데로게~ 뎃데로게~ 이것은 와타시의 자들을 위한 선물인게 틀림없는데스웅~♪」
죽은 친실장의 주변에서 친실장이 소중하게 모았던 식량을 챙겨가는 다른 들실장들의 행복해하는 웃음소리

「마마아아아!! 마마아아 도와주는테챠아아아아!!」
하우스를 습격한 동족의 앞에서 친실장을 찾으며 울부짖는 자매들의 단말마는 들려오지 않았다.

"아…참 이 꼬맹이들. 먹었으면 버리고 가던가."
같은 시각. 공원을 순찰하던 관리인이 그 상자를 주워들어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테챩! 짤막한 막내의 비명을 들었지만 관리인은 알 게 뭐냐는 표정을 지으며 가버렸다. 그리고 얼마 후, 또 다른 관리인이 죽은 친실장의 시체를 들고 나타나 욕이란 욕은 다 퍼부으며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마마…언제오는테뵭!!」
이미 쌓여있던 쓰레기들과 머리 위에 떨어진 친실장의 시체 속에 제대로 깔려버린 막내. 기적적으로 즉사는 피했지만 하반신은 친실장의 몸뚱이에 깔렸다. 어차피 다리가 망가져서 걸을 수도 없었지만.  꾸웱! 하반신에 가해진 압력으로 치약 짜듯 입으로 쭉 올라온 피가 다른 쓰레기들 위로 튀었다. 

「마마아아아아!! 마마아아아아아아!!! 도와주는테챠아아아아아아!!!」
자신을 깔아뭉겐 것이 친실장인 것도 모른체 막내는 좁은 쓰레기통 속에서 울고 또 울었다. 찌그러진 과자 상자 속에서 피와 내장을 토하면서 애타게 친실장을 울부짖는 막내. 죽은 친실장의 얼굴엔 왠지 모를 미소가 자리 잡고 있었다. 가슴 속에 맺혀있던 응어리가 풀어진 느낌. 비참하게 최후를 맞이한 것 치곤 너무나도 편안해보였다.  쏴아아아아아아-. 어둠 속에서 쏟아내리는 비가 모든 것을 씻어갔다. 함께 불어온 바람에 쓰레기통 내부에서 스며드는 빗방울. 그중 한방울이 친실장의 뺨을 타고 아래로 입술까지 흘러내렸다. 자신을 버린 막내의 모습에, 이미 죽어 웃을 수 없는 친실장을 대신해서 웃어주는 것 같았다. 


씨익.


- 끝 -







나의 살던 고향은

 

'오네챠~오네챠 어디있는테츄~!'
이름 모를 연못 주변에서 어린 자실장이 자신의 자매들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자매들을 부르며 주변을 두리번 거리는 그 자실장의 얼굴에는 가족을 잃어버린 것에 대한 절박함이 아닌 즐거운 표정이 자리 잡고 있었다. 폴짝폴짝 낮은 돌조각 위에 올라가서 발뒤꿈치를 들어 조금 더 높은 곳에서 숨어있는 자신의 자매들을 찾아보는 그 자실장의 귀로 낮은 레후~ 하는 소리가 들리자 곧바로 소리가 난 곳을 향해 달려간 자실장이 자신의 키보다 조금 더 큰 풀을 손으로 걷어내자 어린 구더기를 안고 몸을 웅크리고 있던 또 다른 자실장의 뒷모습이 나타났다.

'오네챠 찾은테치~.'
'태에에엥….'
'오네챠 찾은레후~.'
'구더기쨩은 술래가 아닌테치….'
들켜버린 자실장은 자신이 술래인지 아닌지도 모르고 있는 구더기를 쓰다듬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치프프프. 자매를 찾아낸 자실장은 해냈다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다른 오네챠들도 모두 와타시가 찾아내는테치~♪ 그렇게 말하며 또다시 주변에 숨어있을 다른 자매들을 찾아 두리번 거리며 여기저기 뛰어다니던 그때.

'이리오란데스~밥 먹는데스~오늘은 버섯이 아주 아주 많은데스~.'
하루종일 온 산을 돌아다니며 식량을 모아온 친실장이 숨바꼭질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새끼들을 찾아왔다.

'하잇 테츄~.'
숨어있던 자실장들이 일제히 답하며 여기저기에서 뛰쳐나와 자신들을 찾으려고 돌아다니던 그 어린 자실장의 손을 잡고 친실장을 향해 모여들었다. 친실장은 그런 자들의 머리를 일일이 쓰다듬어주며 집으로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앞장서는 친실장의 뒤로 한줄로 쫄래쫄래 따라가는 자실장들의 행렬. 무심코 고개를 돌린 자실장의 눈에 노을 지는 석양이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고 있었다.

'이쁜테치….'
그렇게 중얼거린 자실장의 말에 다른 자매들도 덩달아 그쪽을 향해 바라보며 맞장구치며 조잘 조잘거렸다. 앞장 서던 친실장도 발걸음을 멈춰 서서 자들과 함께 그 풍경을 바라보았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자연의 아름다움이었다. 그림으로, 사진으로도 기록되지 않은 오로지 자신들의 기억 속에서만 남아있는, 너무나도 아름답고도 아련한 어린 시절의 향수였다.



#. 나의 살던 고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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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중에 과거의 향수에 빠졌던 친실장은 자신에게 던져진 푸드 조각이 바닥을 구르는 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한쪽 시야만 보이는 애꾸눈에 실장푸드가 눈에 들어왔다. 실창석이 던져준 노동의 대가였다. 그중 일부가 옆에 있던 녹슨 그릇 속에 빠져 담겨있던 물이 잔잔한 파동을 일으켰다. 데…. 친실장은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피투성이인 손으로 푸드를 집어 들어 간신히 자신의 입안으로 가져갔다. 쩝쩝…. 메말라버린 입술과 끈적한 침이 푸드를 억지로 억지로 씹어 조각으로 만들어 목구멍 너머로 삼켰다. 츄루룩. 온몸이 상처와 멍투성이. 친실장은 그릇을 집어 드는 것조차 힘들었는지 간신히 자세를 낮춰 끈적한 혓바닥으로 그릇에 담긴 물을 핥았다. 물을 먹음으로써 촉촉해진 혓바닥과 함께 해소되는 갈증. 보는 이마저 입맛이 뚝 떨어질 정도로 맛없게 밥을 받아먹은 친실장은 다시금 벽에 몸을 기대었다. 



'오늘은 특별한 밥이 있는데스~.'
아아…그날이 정확히 언제였을까. 언제나처럼 자매들과 함께 하루 종일 뛰어놀다 돌아온 저녁. 친실장이 그날 먹을 버섯과 열매들 외에도 특별한 것을 내놓았다. 녹색 줄기를 제외한 모든 것이 새하얀 꽃이었다. 마마, 이건 꽃인테치? 자들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그 친실장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 꽃은 아~주 아주 특별한 꽃인데스. 맛도 좋지만 이 꽃이 있었기에 자들이 여기 있는것인데스. 마마는 이 꽃을 먹다가 자들을 가지게 된 것인데스. 마마가 자들을 만날 수 있게 해준 고마운 꽃인데스.'

'테에…굉장한 꽃님인테치!'
'마마를 만나게 해준 고마운 꽃님 맛있는테치~.'



「마마….」
그때의 기억이 다시금 떠오르자 친실장은 서글픈 목소리로 이미 오래전에 죽고 없는 자신의 어미를 부르며 흐느꼈다. 기구한 삶. 산실장으로 태어나 영원히 대대손손 살아갈 것이라 여겼던 고향을 잃고 도시로 온 실향실장. 많은 일이 있었다. 처음으로 맞닥뜨린 인간의 문명이 자신들에게 있어 크나큰 재앙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구제와 학대파의 습격에 다시금 산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던 친실장은 여러 마리의 새끼들을 잃으면서도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고 결국 여기까지 왔다. 그토록 돌아가고 싶었던 산. 

「오네챠….」
이미 죽고 없는 자매들을 떠올려본다. 

「시끄러운보쿠! 뭘 잘했다고 그렇게 우는보쿠!」
벌컥 문이 열리면서 짜증이 이만저만이 아닌 실창석이 성큼성큼 다가와 친실장의 뺨을 갈겼다. 하나밖에 남지 않는 눈에서 녹색 눈물이 흘러나왔다. 그때 멈추지 않고 바로 갔어야만 했는데…. 산 밑에 있던 공동묘지를 지나던 것이 비극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곳 산소 어딘가에 방문객이 놓고 간 소주를 물로 착각하고 마신 것. 술에 취한 나머지 노래를 부르면서 비석에 투분을 하거나 산소 위에서 똥을 싸재끼는 것을 관리사무소에서 키우던 실창석들이 목격했다. 열심히 가위로 산소의 풀을 깎아가던 실창석들은 분노했지만 죽이지는 않았다. 대신 지금의 모습으로 만들어 노예로 부려먹었다.

「치프프.」
「…3녀.」
쇠창살로 가로막힌 건너편 방에서 자실장이 그런 친실장을 비웃고 있었다. 친실장이 낳은 새끼들 중 유일하게 살아남았던 자실장이었다. 물론, 친실장과 함께 노예로 전락한 신세였다. 차이점이 있다면 어떻게든 도망치려고 발악을 했던 친실장과는 다르게 실창석에게 절대복종한 덕분에 옷을 돌려받고 친실장보다는 맛있는 밥을 제공받는다는 것. 3녀는 친실장이 자신을 버리고 홀로 도망 가려 했다는 것에 큰 배신감을 느꼈는지 그때부터는 친실장을 자신의 마마로 생각하지 않고 있었고, 오히려 친실장을 괴롭히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다. 

「꼴좋은테치. 똥벌레한테 어울리는 조치인테치.」
그렇게 말하며 특식으로 받은 치즈를 한입 크게 베어 물었다.

★☆★

아침이 되면 다시금 노동이 시작된다. 묘지 확장을 위해 중장비들이 열심히 산을 깎아가는 소리가 저 멀리서 희미하게 들려오기 시작하면
식사를 마친 실창석들이 담당 직원의 인솔하에 일을 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한때 개를 키웠던 나무판자집에서 전날의 고된 노동의 후유증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한 친실장과 3녀가 비몽사몽 한 눈으로 끌려 나왔다. 아침밥은 다른 세계의 이야기. 고함과 발길질에 쫓겨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산소를 향해 걸었다.

「또 아침인데스…?」
친실장은 여전히 죽지 않고 살아있는 자신의 이 질긴 명줄을 저주했다. 사각사각. 실창석들이 열심히 묘지의 풀을 깎아갈 때 친실장과 3녀는 맨손으로 풀을 뽑았다. 이따금 풀에 베여 상처가 나 피가 흘렀음에도 실창석들은 봐주지 않았다. 텟…! 자기보다 큰 풀을 억지로 억지로 뽑아내려다 상처를 입은 3녀는 근처의 실창석을 흘깃 쳐다보더니 다시 입을 꾹 다물고 풀을 뽑기 위해 아픔을 목구멍 너머로 삼켰다. 실창석에게 아픔을 호소해봐야 돌아오는 건 그래서 어쩌라는보쿠? 라는 무관심과 매질이었다.

쪕쪕쪕쪕쪕.
그렇게 풀을 닦고 실창석들이 던져준 수건으로 비석을 깨끗이 닦고 나면 어느새 점심시간이 된다. 실창석들이 작업을 중단하고 모여들면 직원이 준비해온 샌드위치를 큼직큼직하게 썰어서 나누어준다. 감사한보쿠! 옹기종기 모여 앉은 실창석들은 그렇게 점심을 먹는다. 아구 아구 아구. 땀 흘리며 노동을 하면서 먹는 밥은 너무나도 달콤하다. 고기와 야채가 적절하게 섞여들어간 샌드위치가 실창석들의 뱃속으로 사라지면 직원은 우유와 비스킷을 가져와 나누어주었다.

「테에….」
그렇게 실창석들이 호화로운 식사를 하는 동안 친실장과 3녀는 무릎을 꿇은채 입맛을 다시며 조용히 지켜만 보고 있다. 앞에 각자의 그릇이 놓여 있긴 했지만 음식이라곤 없다. 움켜쥐고 있는 굶주린 배에서 음식을 넣어라고 오동치지만 음식은 눈에 보이기만 할 뿐, 닿지 않는 곳에 있다. 그렇게 디저트까지 먹은 후 빵빵해진 배를 만지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 실창석들이 하나둘 바닥에 드러누워 불어오는 바람에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을 날린다.

츄으읍….
한창 자랄 시기인 자실장. 3녀는 그런 실창석들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하지만 실창석들은 그런 3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어떻게 해서든 도망치려고 몸부림쳤던 친실장과 달리 3년은 무조건 복종했기 때문에 친실장에 비해선 대우가 좋았지만 그래봐야 실장석. 실창석들의 입장에선 친실장과 3녀 모두 평생 부려먹을 노예에 불과했다.

「이게 다 저 똥벌레 때문인테치.」
그런 3녀의 분노는 친실장에게 향한다. 이 똥벌레만 아니었다면. 이 똥벌레가 자신을 낳지만 않았더라면 이런 고생은 없었을 텐데! 이 똥벌레가 인간에게 키워지는 사육실장이었다면…! 자신은 이렇게 배고파하지도, 아파할 이유도 없었을 텐데!

「왜 와타시를 낳은테챠!」 
분에 못 이겨 조그만 발로 옆에 꿇어앉아 있던 친실장을 차며 저주한다. 친실장은 그저 맞고만 있었다. 그저 한시라도 빨리 지칠 대로 지친 몸속의 위석이 깨지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살아봐야 뭐 하는 생각. 하지만 위석은 친실장이 고통에서 벗어나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퍽. 퍽. 3녀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친실장을 때려댔다. 한대 두 대 세대 네 대. 그렇게 때리다 금세 지쳐 나가떨어졌다. 죽여버리는테치…. 친실장과 달리 멀쩡한 두 눈에서 적녹색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점심은 잘 먹은다와~?」
등 뒤에서 인근 농장에서 키우는 실홍석이 손을 흔들면서 다가왔다. 바람을 쐬며 누워있던 실창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실홍석을 반겨준다. 그제야 한 실창석이 직원이 가져왔던 바구니를 뒤적이면서 자신들이 먹어치우고 남은 잔반 부스러기를 모아 친실장과 3녀의 앞에 놓인 그릇에 뿌렸다. 성체는 친실장은 커녕 자실장인 3녀의 배도 못채울 정도로 빈약한 양이다. 실망하는 3녀와 친실장을 뒤로한 채 실창석과 실홍석이 속닥속닥 무언가를 주고받는다.

「일어나란 보쿠.」
일손이 모자라니 노예를 빌려달라는 실홍석의 부탁에 실창석은 흔쾌히 승낙했고 자리에서 일으켜세워진 친실장의 몸 주변으로 붉은 줄이 포박한다. 출발하는다와~. 일손이 하나 늘어난 것에 기쁜 실홍석이 콧노래를 부르며 왔던 길을 되돌아가며 친실장은 저항할 힘도 없이 또다시 터벅터벅 걸었다. 등 뒤에서 3녀가 그릇에 얼굴을 처박고 얼마 없는 부스러기를 빨아먹었다.

「오마에도 빨리 가란보쿠!」
그런 3녀를 실창석이 집어 들어 실홍석 쪽으로 내던졌다. 테챠아아아!! 3녀는 팔이 부러졌는지 비명을 지르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빨리 따라가라고 윽박지르는 실창석들에게 쫓겨 끌려가는 친실장의 뒤를 따라갔다.

「테에에엥─테에에에에에엥─.」

★☆★

"할머니~할아버지~."
"어이구 내 새끼~."
잘 닦아진 아스팔트 도로에나 어울릴만한 고급 승용차가 울퉁불퉁한 비포장길 위에 멈춰 섰다. 기다렸다는 듯이 다가오는 노부부의 모습에 뒷좌석에서 내린 어린 손자 소녀가 그들을 향해 달려가 품에 안겼다.

"여긴 여전하네요."
"허허, 늘 그렇지 뭐."
뒤따라 내린 아들 내외가 주변을 돌아보면서 말했다.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차나무와 그 밑에서 다수의 실홍석들이 열심히 나무를 가꾸면서 다른 농작물들을 함께 관리하고 있었다.



「빨리 빨리 움직이란다와~.」
이곳에서 친실장과 3녀가 하는 일은 공동묘지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풀을 뽑는 것이 대부분. 하지만 이따금 실홍석들이 흘린 열매나 나무에 붙은 벌레를 몰래 먹어치움으로써 굶주린 배를 그나마 채울 수 있다는 장점은 있었다. 한참을 일하다 잠시 휴식시간을 가지기로 한 실홍석들이 모두 그늘에 모여앉아 자기들끼리 수다를 떨고 있을 때 친실장과 3녀는 점점 더워지는 날씨를 온몸으로 느끼며 그늘 하나 없는 곳에서 풀을 뽑고 있었다. 3녀는 부러진 팔이 회복되지 않았기에 남은 팔 하나로 어떻게든 풀을 뽑으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고 그럴때마다 등 뒤에서 열심히 안 하면 일러바치는다와~. 라고 압박을 넣는 실홍석의 얄미운 목소리에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오빠 같이가~!"
"넘어지지 않게 조심하고 멀리 가면 안 된다-!"
걱정스러워하는 엄마의 잔소리를 뒤로한 채 손자와 손녀는 편한 활동복으로 갈아입자마자 집을 뛰쳐나와 여기저기를 달렸다. 도시와는 전혀 다른 이곳은 어떻게 보면 심심하고 따분한 곳이었지만 한편으론 이렇게 걱정 없이 뛰어다니고 노래를 부를 수 있어서 좋았다. 콘크리트 건물로 도배되어 있는 도시와 달리 이곳은 사방이 모두 녹색이었다. 근처에 공동묘지가 있어서 그렇지 주변 경치도 제법 좋은 곳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뛰어가던 남매는 발걸음을 돌려 조부모가 가꾸는 차나무밭으로 왔다. 쉬고 있던 실홍석들이 남매를 알아보고 손을 흔들자 손녀가 좋다고 달려가 실홍석들을 일일이 껴안아주었고 그 옆에서 손자는 학교에서 배운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나~의~살~던~고~향~은~♪"


「……?」
차나무밭 근처 참외농사를 짓던 곳에서 풀을 뽑던 친실장은 선명하게 들려오는 손자의 노랫소리에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나의 살던 고향은~꽃피는 산골~복숭아꽃 살구꽃~."
오빠의 노래에 여동생도 따라 부른다. 남매의 노래에 실홍석들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리듬을 타면서 그들의 노래를 감상할 때 친실장의 눈에선 눈물이 흘렀다.

「데엥…데에에엥…….」
「여기좀 보는테치! 똥벌레가 일을 안하는테치! 이 똥벌레 일안하는테치!」
일하는 척하면서 몰래 개미를 주워 먹던 3녀가 그런 친실장을 보고 소리쳤다.


「와-타시의 고향은….」
농장에서의 노동을 마친 친실장과 3녀는 다시금 묘지로 돌아왔다. 실창석들이 먹다 남긴 찌꺼기들을 저녁으로 때운 3녀는 곯아떨어졌고 친실장은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아 벽에 기대어 밤하늘에 높이 뜬 보름달을 바라보며 농장에서 손자가 불렀던 노래를 낮은 목소리로 불러보았다. 가사가 전부 기억나지 않았지만 첫 부분은 기억하고 있었기에 계속해서 그 구절만 반복하고 있었다.

「데….」
뒷부분도 기억 안 나고 부르면 부를수록 더욱더 서러움에 사무치는 것을 느낀 친실장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닫힌 눈 사이로 녹색 물방울이 세어나왔다.

★☆★

다음날도 변함없는 고통의 연속이었다. 실창석들이 식사를 마치면 그제야 자신들에게 조금이나마 먹을 것이 주어진다. 소시지 찌꺼기를 입안으로 가져가 최대한 오래 씹으며 그 맛을 느끼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잠시, 느긋한 식사시간은 사치. 입안으로 집어넣은 그 순간 바로 엉덩이를 걷어차이며 일터로 나갔다. 사각사각. 풀을 깎는 가위소리. 실창석들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풀을 깎는 저 가위가 자신들의 몸을 조각 내리란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친실장과 3녀는 노동에 열심이었다. 확실하게 죽여준다면 진작에 반항하다 안식을 맞이했겠지만 그렇지 않으니 문제였다. 실창석들은 철저히 위석을 피해 가면서 죽지 않을 정도로만 고문했다.

「…데?」
부지런하게 묘지의 풀을 뽑던 친실장의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어느 무덤의 한 비석에 놓여 있는 하얀색 조화. 친실장은 풀을 뽑다 말고 그 꽃을 말없이 바라보다 그쪽으로 다가갔다. 부스럭. 조화를 집어 든 친실장은 상처투성이의 손으로 조화를 만졌다. 인간이 만든 가짜 꽃이란 것을 친실장은 모른다. 코에 갖다대보지만 꽃향기는 나지 않는다. 하지만…닮았다.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어릴 적 친실장이 가져왔던 그 특별한 꽃과 비슷한 모양이다. 친실장은 그 조화를 계속해서 어루만졌다.

「조장님! 조장님테치!」
그 모습을 본 3녀가 소리쳤다. 친실장을 감시하면서 일러바칠 껀덕지가 있으면 곧바로 일러바치는 3녀였다. 3녀의 외침에 실창석이 고개를 돌리자 3녀는 이번에도 잘 감시하라면서 맛있는 걸 줄 것이라는 희망 가득한 눈으로 실창석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일 똑바로 안 하면 또 괴로운보쿠.」
「테?」
평소라면 바로 다가와 친실장을 두드려팼을 실창석이었지만 지금이 워낙 바쁜 시기인데다 그날따라 귀찮았기에 딱 한번 경고로 넘어갔다. 그에 3녀가 당황한 표정으로 바라보지만 실창석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풀을 깎았다. 3녀는 다시 친실장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3녀의 고자질을 들었는지 친실장은 다시 풀을 뽑고 있었다. 

「테츄우우웃…!」
그 모습이 매우 얄미웠는지 3녀는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지으며 친실장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꼬르륵…. 배고픔. 3녀는 지독한 배고픔을 느끼며 자신의 홀쭉한 배를 만졌다. 배고픈테치…. 그렇게 중얼거리며 주변을 두리번 거리면 보이는 것이 있었다. 이따금 묘지를 찾아오는 방문객들이 놓고 간 과자나 말린 오징어. 꼴깍. 침을 삼키며 입맛을 다셨지만 3녀는 그것을 먹는데 굉장히 큰 모험이 따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실창석들 조차 건드리지 않는 신성한 것이었다. 하지만…….

사각. 사각. 사각. 사각.
최근 공원 관리소에서 묘주들을 상대로 관리 계약을 갱신했기 때문에 그것들을 관리하기 위해 직원이나 실창석 가릴 것 없이 열심이었다. 그런 이유에서일까. 친실장과 3녀에 대한 감시가 느슨해졌다. 

「츄릅.」
고문에 공포와 배고픔에 대한 욕구가 3녀의 머릿속에서 충돌하고 있었다. 고통을 감수하고 배를 채울 것인가. 저녁을 기다리면서 참을 것인가. 눈동자는 심하게 흔들렸고 혓바닥은 날름거렸다. 

그때.

「테?」
친실장이 3녀가 보고 있는 무덤으로 가 비석 말린 오징어를 집어 들었다. 저 똥벌레 드디어 미친테치?! 3녀는 모험을 감수하고 먹느니 지금 저 친실장의 행동을 고자질하고 합법적인 보상을 받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친실장이 뜯어져 있던 오징어의 다리를 3녀에게 쭉 내미는 것이 아닌가.

「텟!」
실창석에게 고자질하려던 3녀가 멈칫했다. 저 똥벌레가 왠일인테치? 어째서인테치? 왜 와타시한테 주는 것인테치? 같이 죽자는 뜻인테치? 3녀는 뜻밖의 모습에 당황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지금 저 똥벌레가 하는 짓을 말했는데 저 똥가위들이 아까처럼 말만 하고 그냥 넘어가면 어떻게 되는테치?」
3녀는 사각사각하는 가위소리와 눈앞에서 오징어 다리를 내밀고 있는 친실장의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었다. 모험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그래도 말하는테치? 그치만 그냥 넘어가면 지금 저 다리씨를 먹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는테치. 어쩌면 좋은테치? 어쩌면 좋은테치! 침착하는테치! 와타시는 현명한 실장인테치. 이런 문제는 지혜롭게 해쳐나가는테치. 와타시는! 와타시는……!

3녀는 결단을 내렸다.

「다리씨를 먹고 일러바치면 되는테치!」

3녀는 잽싸게 친실장 쪽으로 달려가 내밀고 있는 오징어 다리를 베어 물었다. 질긴 오징어 다리를 씹는 것은 상당히 고생스러운 일이었지만 그래도 입안에서 쪽쪽 군침이 도는 오징어의 맛은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 쬽쬽쬽쬽. 그 작은 입으로 오징어의 다리를 빨면서 빨리 먹고 저 똥벌레가 닌겐상의 밥에 손댔다고 일러바쳐서 맛난 거 더 먹는테츙~♡ 라고 생각하는 3녀의 뒤로 조심스레 이동한 친실장은 근처에서 돌멩이 하나를 집어 들었다. 방문객들이 무덤의 꽃을 고정시키기 위해 주웠다가 남은 돌멩이었다. 사그락. 그 돌멩이를 등 뒤에 숨기고 조심스레 3녀의 뒤로 다가간 친실장이었다. 그리고 있는 힘껏 3녀의 머리를 내리쳤다.

「맛있는테츄~뷁!」
오징어를 씹다 말고 혓바닥 씹는 소리와 함께 입안에서 피가 터지며 눈알이 밖으로 튀어나왔다. 함몰된 머리가 아예 양옆으로 갈라지며 3녀의 팔이 축 늘어지며 무너지는 모래성 마냥 처참하게 흘러내렸다. 짧은 단말마가 때맞춰 묘지를 지나가던 포크레인의 소리에 묻혔다. 긴장했던 가슴에서 막혔던 숨이 터져 나왔다. 흐웁…! 흐웁…! 친실장은 그렇게 마지막 남은 자를 죽였다. 그리곤 황급히 허리를 굽혀 풀을 뽑는 척하면서 주변을 살폈다. 각자의 일에 바쁜 실창석들에게 들키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한 친실장은 아까 그 무덤으로 가 자신이 만졌던 그 꽃을 소중히 집어 들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힘이 없던 몸에서 활기가 솟아나고 있었다. 희망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애꾸 눈에서 불꽃이 이글거리기 시작했다. 끝도 없이 늘어서 있는 묘지의 저편에 산이 있다. 

「…….」
잠깐의 침묵 속에서 친실장의 발이 달리기 시작했다. 아아 달린다. 여름이 찾아오는 어느 날. 어린 시절의 기억을 쫓아서. 독라의 애꾸 실장이 자유를 찾아, 가슴에 소중히 품은 조화를 들고 친실장이 달린다. 이번이 몇 번째 도망이던가. 무덤과 무덤 사이를 지나서. 햇빛이 뜨거워지기 시작한 대리석을 밟아도. 바닥을 뒤덮은 풀에 발이 베여도, 숨이 턱까지 차올라도. 달리면 달릴수록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는, 이미 오래전에 도착했었어야 할 그곳을 향해서. 달리고 또 달렸다. 뒤늦게 친실장의 도주를 눈치챈 실창석들이 저 멀리 달아나는 살색 고깃덩어리의 모습에 풀 깎던 가위마저 내팽개치고 허겁지겁 뒤쫓기 시작한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 추격당하고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낀 친실장은 그간 담아왔던 울분을 쏟아낸다.

「와타시는 산실장인데샤아아아아아아!!!!」
가위에 사지를 잘려나갈 때보다 더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

「와타시는 돌아갈 곳이 있는데샤아아아아아아아!!!!!」
한을 담은 적녹의 눈물. 마지막 남은 눈에서 나오는 눈물이 흘러나와 친실장이 달려온 회색 돌계단 위에 뿌려졌다. 그리고 그 위를 실창석들이 짓밟고 달렸다. 친실장은 달린다. 이제 곧 묘지를 벗어난다. 가슴에 꼭 껴안은 조화가 조금만 더 힘내라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힘을 주는 것 같았다. 들린다. 귓가에서, 머릿속을 울리는 그 시절이. 


「오네챠~오네챠~ 어딨는테치~.」

자매들을 찾아다니던 자실장 시절의 자신이.

「테챠아~또 들켜버린테챠아!!!」

함께 놀던 자매들의 목소리가.

「레후~.」 

천진난만하게 웃던 구더기의 웃음소리가.

 「밥 먹을 시간인데스~.」

상냥했던 친실장의 목소리가.

산으로 가는 친실장의 눈앞에서 죽은 가족들이 모습이 보였다. 모두가 자신에게 오라고 손짓하고 있었다. 마마…오네챠……



「지금 가는데샤아아아아아아아!!!!!!!




  과  

    과

       과

          과

              과

                  광






「…….」






있는 힘껏 달리던 다리는 갑작스레 멈춰섰고 친실장의 몸뚱이는 앞으로 쏟아져 땅바닥에 쳐박혔다. 굉음과 함께 먼지와 모래가 사방으로 퍼져나와 엎어진 친실장을 집어삼켰다.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본다.  자리에서 일어서니 쏟아지는 탈분. 머릿속에서 선명하게 되살아나는 자매들과 집을 부수던 굉음. 고향을 죽이던 괴물들. 자매들과 함께 성체가 되어 각자의 가정을 꾸리던 자신의 머리 위에서, 자기보다 몇 배나 큰 바위를 들어 올리던 그 괴물이 눈앞에 있었다. 끼릭 끼릭 끼릭 끼릭-. 포크레인의 캐터필터 소리. 콰과과과과과곽. 우렁찬 불도저의 전진. 묘지를 확장하기 위해 산을 깎고 연못을 메꿔버리는 공사장비. 툭. 꼭 쥐고 있던 조화가 힘없이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힘껏 흙을 파낸 포크레인이 덤프트럭에 쏟아냈다. 그 과정에서 사방으로 퍼지는 모래먼지가 뒤쫓아오는 실창석들에게 이쪽이라고 손짓하는 것만 같았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대궐 차리인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 고향의 봄 (홍난파 작곡 / 이원수 작사) -




「와타…시의…고향은…….」
친실장은 뒤를 돌아 뒤쫓아오는 실창석들을 바라보며 웃었다. 와타시의 고향은…………………




「없는데수….」


생애 흘리는 마지막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 조화 위로 떨어졌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