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습


 

한적한 시골마을.

이곳에는 아주 특이한 풍습이 하나 있다. 실장석이 한반도에 정착하기 시작한 그 시절부터 내려오는 유서깊은 풍습이었다.

월동 전, 노인이 손주와 함께 짚을 엮어서 조그만한 움막을 하나 만들고 있다. 사람이 들어가기에는 너무 비좁고 엉성한 물건이다.

''할아버지. 이건 왜 만드는 거에요?''

''허허. 나중 가면 다 알게 되는 일이여.''

노인은 완성된 움막 안에 먹을 것을 잔뜩 넣어 두었다.

''하자상품이라 팔지도 못하고 먹기도 좀 그런 과일들이여. 아까우니 이런 데라도 쓰는 거지.''

소년은 의아한 얼굴로 노인을 쳐다보았다. 노인은 웃으면서 짚움막 안에 먹을 것을 쌓아두었다.

''이러면 끝이여. 봄 되면 다시 보러 오면 돼.''

''할아버지. 왜 일일히 다 설명하고 있어요?''

''허허허.''

그렇게 말하고 노인과 소년은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 소리를 들은 작은 짐승이 수풀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데프픗. 자들~ 이제 나와도 되는 데스요~''

도시는 물론 시골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들다고 알려진 산실장 일가이다.

산이라는 험악한 환경에서 살아남을 정도로 영악하며 온갖 산 속의  진미를 먹고 자라 보통의 들실장과는 체질부터 완전히 다르다.

비유하자면 포메리안과 진도개 수준의 스펙 차이가 있는 셈이다.

''마마~ 저 늙은 닝겐은 어째서 와타시타치를 위해 집을 짓고 먹을 것도 주는 테스요?''

중실장 정도로 성장한 자 한마리가 친실장에게 손을 들고 질문을 한다. 친실장은 눈을 반달처럼 뜨고 웃으면서 말한다.

''와티시타치 산실장은 특별한 존재인 데스. 닝겐들은 와타시타치를 산의 요정이라고 숭배하며 공물을 바치는 데스요. 이 하우스와 푸드가 바로 그 공물인 데스.''

친실장의 지랄에 다른 자들도 반달처럼 눈을 뜨고 웃기 시작했다.

''역시 와타시는 숭배받기에 합당한 존재였던 테스!''

친실장은 거의 성체에 가깝게 성장한 장녀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장녀. 오마에도 독립하게 되면 이 닝겐들의 풍습을 꼭 기억하고 있다가 힘들어지면 이용하도록 하는 데스!''

''하잇! 꼭 마마처럼 휼룡한 마마가 되는 테스!''

분충일가치고는 훈훈한 광경이다. 다른 자들도 편안한 생활을 누리게 되어서인지 춤추고 노래라고 아첨하며 즐거워 하고 있다.

''바닥이 푹신푹신한 테치~~ 흙바닥이랑은 천지차이인 테치!! 마마 덕에 세레브한 집에서 살 수 있는 테츄웅~!''

''봄이 되면 저 닝겐도 아타치타치의 노예가 될 게 분명한 테치! 세레브한 사육실생이 기다리고 있는 테츄!''

''소중한 자매인 우지챠를 희생하지 않아도 되는 레치! 그게 제일 좋은 레치!''

''레후? 희생이 뭐인 레후?''

자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에 친실장이 웃으면서 말한다.

''지랄말고 엄지랑 우지챠는 운치굴로 들어가는 데스.''

''레치?''

그렇게 산실장 일가의 짚 하우스에서의 월동이 시작되었다.

짚은 바람과 눈을 막아주기에 추위에 떨 필요가 없었다. 일가가 가을동안 모은 식량과 보존식(엄지랑 우지챠)에 노인이 넣어준 음식들까지, 아껴먹는다면 봄까지 굶을 일은 없을 것이다.

땅을 파서 만든 엉성한 흙집에 비하면 기와집이 따로 없는 수준이다. 한마디로 이 집은 산실장 일가가 겨울을 보내기에 최적의 장소인 것이다.

''데프픗.''

그 겨울, 엄청난 폭설이 내렸다. 산 속에서 오래 살아온 짐승들도 함부로 움직이지 못할 지독한 겨울이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산실장 일가는 무탈하게 겨울을 보내고 있었다.

그렇게 몇 개월이 흘렀다.

''오늘 아침에 눈이 녹는 걸 본 데스. 즉, 이 지긋지긋한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는 데스.''

친실장은 장녀를 보며 미소를 짓는다.

''장녀도 이제 다 큰 데스요. 봄이 오면 오마에도 독립할 수 있는 데스!''

장녀는 자랑스럽다는 듯 가슴을 피고 미소를 지어보인다.

''전부 마마 덕분인 데스. 와타시도 마마처럼 휼룡한 일가를 이룰 것인 데스.''

''오로롱. 독립하고 첫 1년 만에 자를 독립시키다니, 대단한 데스. 와타시.''

친실장은 눈물을 닦으며 자기자신을 칭찬한다. 독립하는 장녀는 딱히 신경쓰지 않는다.

''그 동안 해줄 만큼 해준 데스. 독립했으면 이제 남인 데스.''

''...''

눈이 녹고 젖은 흙 사이로 녹색 새싹이 피어오르기 시작하는 시기가 되자 장녀는 짐을 꾸려 짚 하우스에서 나왔다.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시는 만나지 마는 데스!''

산실장들은 성체가 된 자가 독립할 때가 되면 매정하게 내쫒는다. 인정없어 보이지만 사실 그들의 생활양식을 따지자면 이러는 게 합리적이다.

실장석은 무리를 지으면 지을수록 천적에게 들킬 위험이 커진다. 그러기에 이곳의 산실장들은 대규모 군락을 이루기보다 소규모의 일가 단위로 흩어지는 걸 선택했다.

이 무정하기 짝이 없는 독립도 그러한 본능에서 나온 합리적 행동인 것이다.

''데프픗. 식충이가 하나 줄은 데스요~''

그들의 행동은 대단히 합리적인 것이었지만 분충기 때문에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테츄웅~~ 이제 아타치가 장녀인 테츙~~''

''사육실장의 자리를 저 분충이랑 나눌 필요는 없는 테치! 테프픗~''

''사육실장이 되면 우지챠도 희생될 필요가 없는 레치! 그게 제일 좋은 레치!''

''레후? 희생이 뭐인 레후?''

일가의 화목한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던 친실장이 한마디 한다.

''...엄지 분충년은 왜 자꾸 운치굴에서 쳐나오고 지랄인 데스?''

''레치?''

이 분충 산실장 일가는 짚 하우스의 생활에 익숙해졌다. 이 정도면 야생의 실장석치고는 그럭저럭 윤택한 생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허나, 거기에 만족을 하면 분충이 아니다.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은 법.

제아무리 영물이라 불리는 산실장이라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세레브함에 대한 욕구는 그들의 위석 깊숙한 곳에 각인되어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분충들이 행복회로를 돌리고 있을 때, 노인과 그 손을 잡은 손주가 나타났다.

''껄껄껄. 녹돼지 일가가 짚덫에 걸렸구나!''

''우왓! 참피가 엄청나게 많아요!''

인기척을 느끼자 친실장이 본능적으로 경계의 자세를 취하며 '데샤아아'하는 소리를 냈다.

''마마! 하우스를 준 노예들인 테치!''

''아차데스! 본능적으로 그만!!!''

''어서 나가서 아타치타치를 업어모시고 가라고 명령해야 하는 테치!''

''알겠는 데스! 자들은 기다리는 데스요!''

친실장은 짚으로 된 문을 열고 나가 인간들을 자신윽 노예로 받아주려고 했다. 그런데,

''데수우우! 이거 왜 안 열리는 데스! 자들! 마마를 돕는 데스!''

''하잇테치!''

일가가 전부 달려들어 문을 열려고 했지만 요지부동이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직감한 분충일가.

''...왠지 핀치의 예감이 드는 레치...''

한편, 밖에 있는 노인은 손주와 함께 분충들을 집어넣을 철망을 준비하고 있다.

''잘 들어라! 손주야. 녹돼지라는 생물은 말이다. 조금만 잘해줘도 금방 기고만장해져서 저렇게 알아서 덫 안에 갇히는 것들이란다.''

''아무리 그래도 인간이 만든 집인데 아무 의심도 없이 발을 들이다니. 벌레 수준의 지능이네요!''

이 시골마을 의 풍습. '짚덫'

마치 산에 사는 실장석을 위해 집을 지어주는 듯한 이 풍습은 사실 경계심 많은 산실장을 속여 잡기위한 일종의 미끼이다.

짚으로 된 움막에는 커다란 밧줄이 묶여 있는데, 멀리서 잡아당기면 안에 있는 실장석까지 통째로 낚아 올릴 수 있게 되어 있다.

''잘 봤지? 너도 직접 만들 수 있어야 한단다.''

''알았어요! 할아버지!''

손주는 노인의 가르침을 눈을 반짝이며 경청한다.

''오로롱. 똥닝겐의 수법에 당한 데스.''

''테츄웅~ 똥닝겐들은 어서 아타치의 세레브함에 메로메로 되어 똥노예가 되는 테치!''

''테챠아아! 똥마마 때문에 일가실각인 테챠!''

''우지챠! 아타찌가 그동안 도와줬으니, 이제 오마에가 아타찌를 위해 희생하는 레치!''

''레후? 희생이 뭐인 레후?''

과거에는 잡자마자 탕을 끓여 마을 사람과 나눠먹었지만 오늘날에 들어와서는 그 사정이 달라졌다.

산실장은 약초와 도토리, 과일만 먹고 자라 육질부터 다른 식실장과는 차원이 다르다. 성체 산실장은 못해도 수십만원. 경매에 붙여 판매하면 더 큰 수익을 노릴 수도 있다.

하자있는 과일 몇 개로 그 수천 배는 되는 수익을 벌어들인 것이다.

''주식이나 코인 뭐시기를 왜 한다냐? 수익이 확실한 이게 있는데. 껄껄껄.''

''오로롱.''

한편, 독립한 장녀는...

''역시 산은 힘든 데스. 닝겐이 만든 하우스에 살 때는 좋았던 데스. 오로롱.''

녀석은 지난 몇 개월 동안 짚 하우스에서 살던 시절의 행복한 기억이 각인되어 있다.

살기 좋은 봄, 여름에는 그럭저럭 견디겠지만 다시 겨울이 오면 행복했던 기억에 이끌려 다시 인간이 지어놓은 짚 하우스로 돌아올 것이다.

산실장을 낚아내는 덫 그 자체인 그곳으로 말이다.

''겨울이 되면 닝겐들이 또 짚 하우스를 지어줄 게 분명한 데스! 그때까지 버티는 데스! 내일도 살아가는 데스!''

결국 녀석들은 인간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며 끝 없이 잡아먹힐 운명이다.



끝.






조선 실장석 (Nilro95)


 

조선 초, 옆나라 왜(​倭​)​에서 실장석이 막 건너왔을 당시 일어난 이야기다.



이름있는 가문이었으나 재주를 갖지 못해 일 없이 노니며 남 참견하는 것을 인생의 낙으로 삼는 인분충 이첨지가 한마을을 배회하던 중이었다.

미천하게 생긴 평민을 발견한 이첨지는 시비라도 틀 참으로 다가갔는데, 마침 평민 옆에 대나무 망태기가 흔들거리는 것이 눈에 띄었다.



궁금증에 대나무 망태기 안을 슬쩍 들여다보니, 빠져 나갈라고 발버둥치는 실장석들이 가득 담겨있는데 정작 뚜껑이 덮혀 있지 않았다.




"이보게나! 이 안에 녹돼지들은 전부 팔팔하게 살아있는 것이 아닌가?"

"예, 나리. 하도 작물을 망쳐서 다 솎아내려고 여기 가둬놓았습니다만..."

"어허, 이 잡것들이 도망이라도 친다면 어쩌려고 뚜껑을 덮어놓지 않는단 말인가! 쯧쯧."



이첨지는 이자를 골려먹을 생각으로 혀를 끌끌차며 평민을 나무랐다.

그러자 평민은 빙그레 웃으며 대답하길,



"당체 실장석이라는 것들은 자기 몸 상하는 것 보다 남 잘 되는 것이 더 걱정인지라, 한 놈이 망태기 밖으로 나가려고 하면 다른 놈들이 힘을 합쳐 끌어내립니다. 이거 보십시오, 무슨 뚜껑이 필요하겠습니까? 허허!"

라고 하였다.



그 말을 듣고 이첨지는 다시 망태기 안을 자세히 살펴보니, 실장석들은 스스로 자기 목숨을 옥죄는 짓을 반복하고 있었다.



"데프프프! 고귀한 와타시는 똥닝겐이 가둔 이 망태기 안에서 벗어나는 데...갸악?! 똥동족들은 이거 놓는 데샤악!!!"

"이 분충이 감히 와타시보다 먼저 빠져나갈라고 하는 데스? 어림도 없는 데샤!!"

"세레브한 와타시가 먼저 나가야 하는 게 인지상정인 데슷!! 똥벌레들은 다들 비키는 데스우!!"

"개소리 말란 데샷! 다들 저 헛소리를 하는 분충놈을 얼른 끌어 내리는 데샤아아아아앗!!!!"



협동심은 커녕 양보심조차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는 똥벌레들답게, 다른 동족이 간신히 위로 올라가 빠져나가려고 할 때마다 밑에 있는 놈들이 질투심에 끌어당기는 것이 반복되었다.

어찌나 잡아당겼던지 발이나 뒷머리, 치맛자락이 성하질 못할 지경이었다.



그러자 이첨지는



"과연 조선 땅에서는 실장석이나 사람이나 다를 바가 없...아니, 사람보다 더 하구나!"



감탄하며 큰 깨달음을 얻었다 한다.



이후 이첨지는 이 일을 교훈삼아 당장 집에 달려가 학문에 매진하였으며, 과거에 응시하여 실장석을 주제삼아 공들여진 시를 써내며 당당하게 급제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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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게 패러디








추자의 하루 (Nilro95)





곧 겨울을 앞둘 시기의 아침, 빛 한줄기 들지않는 어둡고 차디찬 운치굴 바닥에서 머리카락과 옷 한벌도 걸지치 않은 자실장들이 코츄, 코츄 하며 눈을 붙이고 있었다.

다들 하나같이 몸 곳곳이 퍼렇게 물들어 있었고, 제대로 먹지도 못 했는지 앙상한 뼈가 드러나보일 지경이었다.



이 자실장들은, 가을에 태어난 추자였다.



실장석 사회에서 추자란, 월동 준비를 하는데 필수적인 생산품이자 귀한 노동력이며 보존식이 될 운명에 지나지 않는다. 그저 태어나자마자 친실장에게 실컷 부려먹다가, 이용가치가 없어지면 금방 소모품이 되는 그런 존재.

허나 추자들에게는 거역할수도, 변변찮은 호소도 통하지 않는다. 자신들을 낳아준 핏줄에게 세상 밖으로 나오자마자 옷과 머리카락을 빼앗기고, 매일같이 맞아가며 고통어린 신음을 흘리고 밖에서 쓸만한 자원을 채집해야하는 것이 전부다.

봄에 태어난 춘자들은 시원한 가을 바람을 만끽하며 어울려 놀거나, 친실장의 따뜻한 품 안에 안겨 살아가는데 필요한 이야기를 교육받지만, 추자들은 친실장에게도, 먼저 태어난 언니들에게도 세상물정에 대한 이야기는 커녕 애정 하나 못 받아보고 묵묵히 일하고, 일한다. 일개미마냥.



어제도 뼈 빠지게 밖을 돌아다니며 땅에 떨어진 낙엽이나 열매를 줍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밤이 되서야 귀가한 추자들은, 이것밖에 구하지 못했느냐고 일갈하는 친실장에게 수도 없이 맞고 난 후, 힘없이 운치굴에 귀가해 유일하게 편히 쉴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흙바닥 곳곳에 쌓인 운치를 억지로 먹어 치우고, 누울 공간이 생기자 조금이라도 넓고 편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다투다가 결국 너도나도 힘이 빠져 그대로 잠들어버리는, 추잡하기 그지없는 생활이었다.



그 추잡한 생활은,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일어나는 데스! 이 똥추자년들, 감히 와타시보다 더 늦게 일어나는 데스우? 게으른 굼벵이들 같으니!"



친실장이 운치굴을 덮고 있었던 골판지 조각을 옆으로 밀어내고는 씩씩거리며 피로에 젖어있는 독라 추자들에게 승질을 부린다. 조용하던 운치굴에 눈부신 햇빛과 함께 무서운 목소리를 내는 어미가 들이닥치자, 화들짝 놀라며 흙바닥에서 몸을 일으키는 추자들.

몇몇은 아직도 제대로 수면을 취하지 못 했는지, 초췌한 얼굴로 눈꺼풀을 껌벅인다. 입에서 마른 침이 흘리내리는 것은 덤이고.

친실장은 그 중에서 제일 만만해보이는 녀석에게 다가가, 정신이 번쩍 들게 할 기세로 얼굴을 후려친다.



"이 병신 추자년이! 정신 안 차리는 데샤?!"



철썩, 하고 다시 잠들기 일보직전인 추자에게 거친 주먹을 날리자 안그래도 몸이 성하지 않았던 녀석은 버티지 못 하고 그대로 땅에 엎어진다. 비실거리는 두 다리가 충격을 감내하지 못했던 탓이다.

난데없이 지 어미에게 폭행당한 추자는 엎어진 그 상태로 꺼이꺼이 울면서 억울한 표정으로 친실장을 노려본다. 대체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단 말인가. 피곤한 것도 죄인가?



"이게 잘못했다고 빌어도 모자를 년이, 어디서 고귀한 와타시를 똑바로 쳐다보는 데샤앗!"



화가 끝까지 난 친실장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발길질을 가한다. 흉한 맨머리를 두 손으로 감싼 추자는 그제서야 그만해달라고 용서를 구하지만, 친실장은 그만두지 않았다. 오히려 다리에 더욱 힘을 주고 새끼의 얼굴을 몇 번이고 가격한다.



주변에 있었던 다른 추자들은 벌벌 떨며, 총구에서 얼마되지 않는 분변을 지리고 있을 뿐이었다.






"치프프, 저 천박한 것들 꼬라지 좀 보는 테치."

"정말 더럽고 못생긴 똥벌레들인 테츄! 얼른 나가 뒈져 버렸으면 좋겠는 테츄!"



춘자들이 느긋한 아침 식사를 가지면서, 밖에 혼나고 있는 추자들의 모습을 보곤 비웃는다. 남이 고통받는 광경을 반찬삼아 꿀맛같은 식사를 즐기는 것은 거의 매번 일어나는 일이긴 하다만, 노예나 다름없는 추자들이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볼때마다 그렇게 기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자신들이 저들보다 더 우월하다는 만족감을 얻을 수 있었으니까.



"그거 아는 테치, 차녀챠? 추자들이 저렇게 고통 받을수록 육질이 더욱 우마우마해진다는 테치."

"테! 정말인 테츄? 나중에 마마한테 손질해달라고 해야겠는 테츄웅~"



친실장은 겨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그 날, 저 추자들을 모조리 잡아 내장을 빼내고 골판지 구석에 말리면서 두고두고 먹을 예정이라고 미리 춘자들에게 일러두었다.

그 말을 듣자, 무더운 여름 시절에 때아닌 식량 부족으로 인해 친실장과 함께 운치굴에 있었던 구더기와 엄지들을 있는대로 잡아 먹었던 기억을 떠올린 춘자들.

살려달라며 울부짖던 동생들의 감미로운 살코기 맛을 떠올리자, 절로 군침을 삼킨다.



엄지 구더기 고기도 그렇게 맛있었는데, 추자 고기는 얼마나 맛있을까?



"테프프, 어서 빨리 겨울씨가 와서 추자 고기를 먹고싶은 테치!"



춘자들은 행운아였다. 상위 개체가 되어 하위 개체를 마음껏 포식할 기회가 있었으니.

그리고 그 하위 개체들은 심한 불행아였다. 질리지도 않고 보상없는 업무에 뛰어들어야 했으니.






"이 느림보 새끼들, 더 빨리 못 움직이는 데스? 이 나무 몽둥이 맛을 더 보고싶은 데스우?!"



아침 식사는 고사하고 물 한 모금조차 마시지 못한 채로, 조금이라도 굼뜬 행동을 보이면 여김없이 친실장의 처벌이 내려진다. 추자들은 숨도 제대로 쉬지 않고 가쁜 가슴을 움켜잡고, 주변에 떨어진 마른 낙엽을 줍기에 바쁘다. 겸사겸사 작은 열매라도 보이면 그것도 얼른 챙겨야 했고.

혹시나 열매 한 톨이라도 놓치면, 그것도 처벌이 되었다. 배로 더 맞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거기 제일 작은 놈, 허리를 좀 더 숙이는 데스! 어디서 허리를 필려고 하는 데스? 쳐맞고 싶은 데스우?"



긴 시간동안 숙이고 다녔던 막내 추자가 통증을 참지 못하고 잠시 허리를 피자, 친실장이 나무 몽둥이로 막내 추자를 가리키며 일갈한다. 노예같은 놈에게는 몇 초 안되는 행동이라도 쓸때없는 움직임이라면 사치였기에.

친실장의 노여운 목소리에 움찔, 하던 막내 추자는 다급하게 허리를 푹 숙이며 낙엽을 보이는대로 쓸어 담는다. 그러다, 낙엽 뭉치 사이로 콩알만한 열매 하나가 빠져 나와 땅에 떨어진다. 아차, 하는 표정이 막내 추자의 얼굴에 드러나는 그 순간, 친실장은 이를 갈면서 지저분한 막내 추자의 머리에 나무 몽둥이를 크게 한 방 먹인다.

짧은 비명 한 번 내지르고는 그대로 흙바닥에 내동댕이 친 막내 추자. 방금 전의 고통때문인지, 늘 얻어맞는 서러움인지 모를 색눈물을 흘리며 쉽게 일어나지 못한다. 이제 싫다고, 더 이상 못해 먹겠다고 악을 쓰며 나름 반항도 해보지만, 친실장의 심기만 건드릴 뿐이었다.



"이 건방진 애새끼가 어디서 큰 소리인 데샤!!"



반항은 오래가지 못 했다. 그리고 그 대가는 컷다. 막내 추자는 제대로 눈에 찍혀 하루종일 맞아야 했으니.

그 꼴을 본 다른 추자 자매들은, 자신도 저렇게 될라 마른 몸뚱이를 열심히 움직인다. 허리도 아프고 팔다리도 아팠지만, 매를 맞는 것보단 나았다. 맨살에 흙이 튀고 찬 바람이 뼛속까지 스며 들었지만, 그래도 막내처럼 되고 싶진 않았다.



제일 작았던 추자는 변변찮은 목소리도 못 내보고 반쯤 죽은 고깃덩어리가 되었다.






친실장과 춘자들에게는 쏜살같은 시간이었지만, 추자들에게는 어느때와 다름없이 길고도 긴 시간이었다. 고된 노동을 뒤로 하고 또다시 썩은 내나는 운치굴로 돌아 온 그들은, 골판지 안에 있는 일가들이 어서 저녁 식사를 끝내길 바래야했다.

그래야 분변을 먹을 수 있었으니까.

붉으스름한 노을 빛이 비추는 하늘 아래에서 주린 배를 달래며 하염없이 기다리던 추자들은, 곧 시원하게 트림을 하며 다가오는 발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위에서 자신들을 내려다보는, 어미와 언니들의 눈동자.



전부 다 하나같이 경멸과 비웃음이 담긴, 미천한 벌레새끼를 쳐다보는 눈길이었다.



"식사 시간인 데스, 이 쓰레기들!"



식사 시간이라고 하기에도 웃기지만, 그게 사실이다. 밑바닥 쓰레기들이 먹을 수 있는 유일한 음식이었고, 실생이 끝나는 그 날까지 계속 먹게 될 것이었다. 구토할만큼 쓴 맛이 나는 초록 분변의 맛 외에는 입에 대지도 못 할 것이고, 제대로 된 밥은 구경할 기회도 없는 건 뻔한 일이었다.

적어도 이런 운치굴이 아니라 골판지 집 안에서라도 친실장과 함께 식사했으면 좋으련만.



"귀여운 와타시가 너희들에게 그린 로얄 스플래쉬를 하사하는 걸 감사히 여기는 테치!"



잘 먹고 살집 붙은 엉덩이들이 저마다 운치굴 위에 들이밀고는, 얼룩진 팬티를 내리깐다. 지나가는 사람이 봤다면 바로 욕설과 함께 발로 차버릴만한 광경이었지만, 운 좋게도 친실장과 춘자들은 오늘도 시원하게 볼 일을 본다.

곧, 묽은 운치가 흙벽에 따라 흘러내린다.

극심한 배고픔을 참을 수 없었던 추자들은 다른 자매들을 앙상한 팔로 밀치면서 앞다퉈 운치를 먹으려 달려들고, 그 모습을 보며 희희덕거리는 춘자들.



"테퍄퍄! 하여간 똥에 어울리는 똥벌레들인 테츄! 근데 그거 아는 테츄? 오늘 와타시들이 먹은 건 네놈들의 막내 추자의 몸...."

"차녀!! 그 입 다무는 데스!!"



친실장의 고함에 재잘거리던 차녀가 헙, 하고 입을 닫는다. 추자들을 골려먹는 우월감에 빠져 저도 모르게 오늘 저녁 메뉴를 말할 뻔한 것이었다.

다행인지 몰라도, 밑에 있던 추자들은 운치를 퍼먹느라 정신없어서 듣지 못했다. 친실장은 안도의 숨을 내쉬고, 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차녀를 못마땅한 표정으로 노려본다. 아무래도 오늘 밤에 한소리 할 것이 뻔했다.



더럽고 시끌벅적했던 저녁 시간은 그렇게 빠르게 지나갔다.






(테츄아! 잘못한 테츄! 테에에엥....!)

(다음부터는 저 똥벌레들에게 함부로 입도 뻥긋하지 마는 데스, 알겠는 데샤?!)



매서운 바람이 불어오는 밤, 운치굴 밖에서 이따끔식 들려오는 친실장과 춘자 차녀의 목소리. 그리고 그걸 들으며 대체 뭐 때문에 혼나는 걸까 호기심이 든 추자들.

한 추자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친실장이 저 춘자를 솎아내버렸으면 좋겠다고 중얼거린다. 자신들이 이렇게 고통받는만큼 저녀석도 똑같이 고통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그러자 다른 추자들은 동의하며 울분을 토해낸다. 맞다. 왜 우리들만 고통 받는거냐. 이건 억울하다. 저놈도, 저놈의 춘자 언니도, 다 증오스럽다. 우리들은 여기서 불편한 식사와 잠자리에다 하기 싫은 일까지 억지로 하고 있는데, 이런 건 이상하다!



(테끅, 알겠는 테츄.... 다음부턴 조심하겠는 테츄.)

(옳지 데스, 반성하는 모습이 보기 좋은 데스. 역시 자랑스러운 와타시의 자인 데스~)



그 말이 들린 그 순간, 운치굴 안에 있던 독라들의 얼굴이 동시에 굳어버린다.

적어도 친실장이 좀 더 혼내주길 바랬는데....



(자자, 이쯤하고 오늘은 푹 자는 데스. 일찍 자야 내일도 저 년들을 일찍 깨우고 부려먹을 수 있는 데스!)

(안녕히 주무시는 테치, 마마! 차녀 이모토챠도 잘 자는 테치!)

(고마운 테츄, 장녀 오네챠! 다들 안녕히 주무시는 테츄웅~♡)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걸 듣자, 추자들은 한숨을 푹 쉬며 자신들도 운치 조각이 묻어있는 흙바닥에 드러눕는다. 왜 마마는 춘자들에게만 잘해줄까? 대체 자신들이 춘자들이랑 무슨 차이가 있다고? 같은 뱃속에서 나온 자 아닌가?

하지만 답은 알 수 없었다. 이들은 그 답을 알 기회도 없을 것이고, 그 답을 알기도 전에 이 세상에서 사라질 운명이었으니까.

아니, 어쩌면 적어도 사라지기 직전에 친실장이나 춘자들이 마지막에 답을 알려줄지도 모른다. 그래봤자 추자들은 운명은 변치 않겠지만.






골판지 안의 친실장과 춘자들은 물론이고, 운치굴의 추자들이 새근새근 코를 골며 꿈나라로 가있을 시간, 아직 유일하게 잠들지 못 하고 있는 실장석이 있었다.

정확히는, '실장석이었던 것' 에 불과했지만.



[....찌이이.]



그 '실장석이었던 것' 은, 흉한 독라의 머리통만 골판지 구석에 놓여져 빈약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몸뚱이는 없었다.

이미 눈 앞에 자고 있는 친실장과 춘자 언니들이 맛있게 뜯어 먹었으니깐.



그렇다. 이녀석은 낮에 친실장에게 두들겨 맞었던 막내 추자였다.



[....테에에, 테에에에....]



나무 몽둥이로 수도 없이 맞고 난 그 후, 기절해버리는 바람에 친실상 입장에서는 반 죽은 듯이 보였던 막내 추자는 노동력을 상실한 폐기물이나 다름없이 보였던 것이었다.

아직 이른 감이 있었지만, 오랜만에 스트레스로 깊게 농축된 실장육을 춘자들과 함께 맛보고 싶다는 생각에 일이 끝나자마자 뻗어있는 막내 추자를 골판지로 끌고 와, 위석을 꺼내 물에 담구고 머리통만 간신히 살아있는 보존식으로 만든 것 이었다.

정신이 혼미한 와중에 산 채로 배가 갈라지는 고통을 느낀 막내 추자는, 반사적으로 눈을 뜨자마자 괴성을 지르며 그만해달라고 사정했지만, 친실장의 손은 거침없었다. 겁도없이 반항한 노예의 머리와 몸을 분리시키고, 풍부한 짓소산이 가미된 추자의 몸뚱이를 세 등분시켜 춘자들과 저녁을 해결했다.

어미와 일찍 태어난 자들은 행복한 표정으로 고기를 꼭꼭 씹어 먹었고, 그 광경을 두 눈으로 지켜봐야했던 늦게 태어난 자는 현실을 부정하며 행복회로를 돌렸다. 얼마 돌리지도 못 했지만.



[테에, 테에에엥.... 테에에에에엥....]



늦게나마 현실을 직시한 막내 추자는, 그동안 있었던 일을 되돌아보며 울기 시작한다. 따뜻한 뱃속에서 들었던 마마의 행복을 약속하는 태교. 그러나 태어나자마자 언제그랬느냐는 듯, 소중한 옷과 머리카락을 강탈당하고 감옥이나 다름없는 운치굴에 들어간 일. 그리고 매일같이 고강도의 노동에 시달리고는 운치밖에 먹지 못했던 시간.

세상 밖으로 나온 이후로, 어느 좋은 것 하나 없었다.



그저 일방적인 폭력에 당하고, 또 당했을 뿐....



'와타시는 대체 왜 태어난 테치?'



그 생각이 막내 추자의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아무도 이 지옥에서 구원해주지 못하고,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의 손길을 바라지 못하는 세상.

대체 왜 이런 세상에 태어난 것일까.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길래 이런 모진 삶을 보내야 했던 것일까.


쓸쓸하고 고독한 추자의 하루는 그렇게 끝났다.





- 끝 -








세레브 하우스

 

[더이상 이런 횡포는 참아줄수 없는데스!]
[참을수 없는테츄!]
[반성해라테츄!]
[횡포가 뭐인레치? 그거보다 아타치랑 놀아주는레치!]
[프니후~ 프니프니후~]

우리집에 살고있는 실장석들이 상당히 시끄럽다. 친실장과 자실장 두마리, 그리고 엄지와 구더기 각각 한마리로 구성된 이녀석들은 처음에는 고분고분 시키는대로 말을 잘듣더니 갑자기 요근래들어 저러고있는것이다.

처음에는 그냥 투정을 부리는거겠지 싶어 내버려뒀지만, 무시당하고 있다고 생각한것인지 이제는 내 앞에서 진을치고 항의를 하고있으므로 이제는 슬슬 대응을 해야할것같다.

[횡포? 내가 뭘했는데?]

밥도 꼬박꼬박 주고있고, 간식도 하루에 한번 콘페이토를 한알씩 주고있다. 낡은 수건과 더이상 입지않는 옷가지를 깔아줬을뿐이지만 그래도 따뜻한 잠자리까지 제공하고있다. 폭력을 이용한 훈육정도는 평범한 수준에서 하긴했지만 어디까지나 학대를 위해 한것은 아니니 횡포라고 불릴만한 행동은 조금도 하지않았다고 자신할수 있다.

[와타시들은 세레브한 실장인데스!]

[그런가? 뭐 그렇다치고.... 계속 말해봐.]

[와타시들은 와타시들의 품격에 맞는 생활을 누릴 권리가 있는데스!]

역시나 그런거였나? 실장석은 자기네 생활에 만족하지않고 언제나 더 좋은 환경을 꿈꾼다고 말은 들었는데.... 그런데 등따숩고 배부른것보다 더 좋은게 있긴한가?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차에 친실장이 더욱 기세를 올린다. 자신의 말이 먹혀들었다고 생각하는걸까?

[저길보는데스!]

친실장이 그 짤막한 손으로 거실 한 구석을 가리킨다. 거기에는 실장석들의 보금자리이자 집인 라면박스가 들어서있다.

[너희 집? 왜?]

집에 뭐 문제라도 있나 싶어서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아무리생각해도 이상은 없다. 바닥에 깔아둔 수건이나 옷가지들은 주기적으로 세탁해주고있으므로 깔끔하고, 상자에 구멍이 난것도 아니다. 아니 애초에 집안에 있으니 구멍이 났다해도 찬바람이 들어갈리는 없지만서도....

[이게 뭐인데스! 골판지 상자에서 사는건 들실장들이나 하는데스! 와타시들은 세레브한 하우스에서 살 권리가 있는것도 모르는데스?]

이제야 이녀석들이 원하는것을 깨달았다. 아니 뭐 확실히 틀린말은 아니긴한데....

[하지만 너희 들실장이잖아.]

이제와서 말하면 늦은감이 있지만 이녀석들은 내 사육실장이 아니다. 2주일전 우리집앞에서 비에 흠뻑젖어 오들오들 떨고있던걸 발견해서 잠시 집에 데려온것 뿐이다.

뭐 원래는 옷을 말려주고 비가 그치면 다시 내보내려했는데, 비가 5일연속으로 와버려서 계속 내버려두다가 그동안 문제를 일으키지 않아서 아무생각없이 내버려둔것 뿐이다.

[데?!]

화들짝 놀라는 친실장.

[아니 잘생각해봐라. 처음에 너희를 데려왔을때 따뜻해지면 다시 공원으로 돌려보내준다고 했잖냐.]

급격이 얼굴이 어두워지는 친실장.

[그..그런건 말도안되는데스! 데려왔으면 책임지고 끝까지 키우란데스!]

철면피도 이정도면 대단하다고 감탄스러울 정도다.

[아..아타치는 착한자인테치~! 설마 귀여운 아타치를 버리진 않는테츄?]
[아타치는 불만 없는테치! 이대로도 상관없는테츄!]

그에비해 자실장들은 분위기를 살필 눈치정도는 있었는지 재빨리 태세를 전환해 내 다리에 엉겨붙었다. 뭐 그래도 처음에 친실장의 어이없는 요구에 동조한죄가 있으니 그냥 넘어가진 않을거지만..

[뭐 일단 오늘은 여기서 끝내지. 집으로 들어가라.]

쫓겨나는것은 면했다며 비지땀을 흘리며 재빨리 골판지상자로 들어가는 친실장과 자실장들. 그와중에 엄지와 구더기는 친실장을 따라가지 않고있었다.

[닝겐상! 놀아주지 않는레치?]
[우지챠 프니프니를 바라는레후!]
[........나중에.]

구더기는 실장석의 미숙아같은거니 그렇다쳐도 엄지녀석은 그냥 바보인건지 태평한건지 모르겠네.....



4일후.

버르장머리를 고쳐주자고 생각해 하루종일 머리를 굴려 생각해낸것이 있어 목공소를 운영하는 지인에게 부탁한것이 배달되었다.

[음! 잘만들었네! 이게 장인의 실력이란건가?]

이쪽에선 구상도같은걸 보내지도 않고 말로만 설명했을뿐인데 정확히 내가 원하는것이 배달되어 놀랬다.

내가 주문한것은 실장하우스다. 다만 일반적인 실장하우스와는 다르게 4층으로 이루어진 실장아파트같은 느낌이다. 정면은 아크릴제 문이 달려있어 내부를 들여다볼수있지만 나머지는 목재로 되어있다.

자신의 키높이에서 추락해도 부상을 입는 실장석들이 그리 좋아할만한 형태는 아니겠지만 기계장치 없이, 그리고 실장석 본인들이 직접적으로 자신들의 처지를 이해할수 있게 하려면 형태는 어쩔수없다.

[너희들 이리와라.]

4일전 잔뜩 긴장했던건 어디가고 천하태평 거실 한복판에 드러누워있는 실장석들을 불러모았다.

[무슨일인데스?]

[뭐, 별건아니고... 너희들의 새로운 실장하우스가 배달왔거든.]

골판지상자를 치우고, 그자리에 대신 4층짜리 실장 하우스를 설치했다.

[뎃스웅~!]

조잡한 상자와는 다르게 재대로된 실장하우스의 모습에 친실장이 기쁨의 비명을 질렀다.

[설명은 듣고들어가라.]

감사의 인사는 기대도 안했지만 정말로 아무말없이 실장하우스로 들어가려던 친실장을 붙잡았다.

[빨리말하는데스!]

아직 내부에 수건같은것도 넣어주지 않았는데도 빨리 들어가고싶어 몸이 달아올랐는지 친실장이 파닥파닥 손을 휘저으며 설명을 독촉했다.

[간단해. 이 실장하우스는 지위가 낮은녀석이 아래쪽에 산다. 그러니까 맨 위층에 사는녀석들이 가장 세레브하다는 소리야.]

[그러면 세레브한 와타시가 맨 위인데스! 어서 와타시를 부드럽게 안아서 옮기는데스!]

각 층마다 친실장이라도 서있을수 있을정도의 높이를 갖췄으므로 당연히 4층은 커녕 2층에도 스스로 들어갈수없다. 때문에 친실장은 당연한걸 말하는듯이 4층에 넣어줄것을 요구했다만...

[너는 1층이다.]

골판지 상자를 철거하며 따로 빼놨던 옷가지를 넣고 곧바로 친실장을 밀어넣었다.

[무슨짓인데스!]

실장하우스의 1층. 즉 실장일가중 가장 세레브하지 못하다고 선언당한 친실장이 당연히 격하게 반응한다.

[무슨짓이냐니? 자기 처지도 모르고 까불던 녀석이 세레브할리가 없잖아?]

4일전의 일을 상기시켜주자 말문이 턱 막힌 친실장의 저항이 약해진틈에 아크릴 문을 닫고 잠금쇠를 걸었다.

[꺼내는데스아! 와타시는 세레브한데스우우!]

[거기 살기 싫다면 공원에서 살래? 나는 어느쪽이던 상관없는데.]

상관없다는건 진심이다. 버릇을 고쳐줄 생각이지만 죽어도 싫다면야 굳이 억지로 따르게 할 필요는 없다. 애초에 들실장을 보살펴주고 있었을 뿐이니 공원으로 돌려보내주지 못할 이유가 없잖은가?

[아닌데스! 이곳이 좋은데스!]

그냥 해본말인데 친실장은 격렬하게 고개를 저으며 실장하우스 깊숙히 몸을 옮겼다.

[자 그러면 2층...그리고 3층...]

2층에는 두마리의 자실장중 동생쪽을 잡아넣었다. 사실 자실장 두마리는 그놈이 그놈이라 우열을 가리기 애매한데, 요 4일간 그나마 언니쪽이 나아보였으므로 동생을 2층에 넣었을 뿐이다.

2층이 동생 자실장이니 3층은 당연히 언니 자실장. 그리고 자연스레 마지막 남은 4층에는 엄지와 구더기가 들어간다.

[어째서인테츄! 엄지랑 구더기는 비상식인테츄!]
[오마에 눈이 삐었는테츄? 어째서 아타치가 구더기보다 아래인테츄까!]

실장석 사회에선 몸의 크기가 곧 신분이나 마찬가지라고한다. 그러니 자실장들이 저런반응을 보이는거겠지...

[했던말 또하기는 귀찮은데 거기가 싫으면 공원으로 보내준다니까?]

이번에도 역시나 자실장들은 금새 입을 다물어주었다.

[닝겐상 오늘은 안놀아주는레치?]
[엄지오네챠 우선 프니프니부터 하는레후!]

가끔은 엄지나 구더기처럼 속편하게 사는녀석들이 정말 부럽다고 생각한다.




[자아 밥시간이다.]

오늘은 나도 대충 끼니를 떼울 생각이라 컵라면을 끓일 물을 데우는 사이에 실장하우스의 입주민들에게 식량을 공급했다.

우선 4층의 엄지와 구더기에게는 각각 실장푸드를 하나씩. 몸이 작은 엄지와 구더기라 하나씩만 주면 배터지게 먹을수있을것이다.

[우마우마한레치!]
[극상의 맛인레후!]

3층의 언니 자실장에게는 역시 실장푸드 하나. 4층과 다를바 없는 대우같지만 실장푸드 하나는 엄지에게는 차고 넘치지만 자실장에게는 약간 모자란감이 있는양이다. 그래도 공복감은 전부 해소될테니 3층까진 좋은대우를 받는셈이다.

[테에... 조금 부족한테치....]

[먹기 싫어?]

[아..아닌테치! 먹는테치!]

2층의 동생 자실장은 실장푸드 반개. 이쯤부턴 굶어죽지 않는다뿐이지 멀쩡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

[어째서 아타치는 적게주는테치!]

[억울하면 3층에 살던가. 평소 니 행실을 돌아봐라.]

마지막으로 1층의 친실장. 이쪽은 아무것도 넣어주지 않았다.

[어째서 와타시는 주지않는데스!]

[니껀 좀 기다려야해. 거기에 조만간 생길거야.]

1층에 비치되어있는 빈그릇을 가리켰다. 1층의 구조를 잠시 설명하자면 4층과 3층 그리고 2층의 거주민이 화장실에서 볼일을 본다면 그것이 아래로 흘러가 한데모이는 구조이다.

이정도 말했으면 다들 눈치 챘을거라 생각하는데, 화장실에서 모인것이 바로 빈그릇에 쌓이고, 그것이 바로 친실장의 밥인것이다.



푸드를 지급하고 대략 20분정도 흘렀을무렵 2층부터 4층까지의 거주민들이 식사를 마치고 화장실에서 볼일을본다.

'철퍽!'

[데....?]

그릇에 똥이 떨어져 내는 소리에 굶주린 친실장이 고개를 돌린다.

[아! 밥이 나왔네?]

내가 문을 열고 푸드를 줄거라 생각한건지 아크릴 문을 뚫어져라 쳐다보고있던 친실장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똥이 담긴 그릇에 접근했다.

[데샤앗!]

냄새를 맡더니 금새 똥이란걸 눈치채고는 으르렁거리더니 손으로 똥을 퍼서 이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투분하는순간 곧바로 공원에 버릴거야. 독라라고 했던가? 머리털과 옷을 잃은채 버려지면 동족의 노예가 된다고했었지?]

[데!]

친실장은 투분하기위해 치켜올렸던 손을 힘없이 내렸다.

[먹든 말든 상관은 안할건데, 그거 외에 니 밥은 없으니까 굶어 죽고싶으면 마음대로 하고~]

[데에에엥! 데에에에엥!]

마지막 결정타를 날려주니 친실장은 눈물을 흘리며 똥을 입에 집어넣기 시작했다.




그 후로는 놀랄정도로 들실장일가의 행색이 바뀌었다. 마치 판매용 사육실장처럼 말이다.

물론 정말로 전문적인 훈육을 받은것은 아니기에 이따금씩 오밤중에 떠들다 걸린다던가 화장실에 갈때까지 참지못하고 속옷을 더럽히는일은 종종있었지만 실장하우스로 이사하기 전과 비교하면 환골탈태와도 같은 수준이다.

이따금씩 저지르는 일은 재대로 집계해서 거주공간을 바꿔주었기에 실장하우스를 들여온지 일주일정도 지났을때는 4층에 엄지와 구더기, 3층에 동생 자실장, 2층에 친실장, 1층에 언니 자실장이 입주한 상태가 되었다.

바보같은 엄지와 구더기니 실수를 자주 저질러 금방 최하층으로 떨어질줄 알았는데 의외의 결과였다.

[바보같은게 꼭 단점은 아닌건가?]

이따금씩 기어오르는 행위를 하지 않은것만으로도 엄청난 가산점이 붙어버려서 실수를 저질러서 까먹는 감점정도는 메우고도 남아 4층을 굳건히 지키고있었다.

그에비해 처음에 3층이였던 언니자실장은 최하층으로 추락했다. 아래 두층의 열악한 생활에 우월감이라도 느낀것인지 가끔씩 주어지는 마당에서의 자유시간중에 친실장과 동생자실장에게 잘난체를 하며 시비를 걸어버린것이 결정타였다.

친실장과 동생 자실장은 크게 변한건 없지만 언니 자실장이 화려하게 자폭한덕에 한층씩 올라왔을뿐이지만 생활수준의 변화에 깨달은게 있는것인지 요즘은 꽤나 얌전하게 지낸다.

[닝겐상! 공놀이 하는레치!]
[프니프니도 잊지않는레후!]

[그래그래. 놀아줄게.]

여전히 바보같은 엄지와 구더기의 놀이상대가 되어주며 문득 공원에 돌려보낼 생각을 아직도 하고있지 않고있단걸 깨달았지만 실장하우스를 들여온뒤로 상당히 흥미로운 장면을 자주 보게되어 이대로 지내는게 나쁘지 않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출산

 

실장석은 다산하는 생물이다. 한번의 출산으로 적게는 3~4마리, 많게는 6~7마리정도의 새끼를 낳는것이다. 즉 실장석은 n쌍둥이를 낳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새끼실장들을 모아놓고 보면 쌍둥이라 부르기 민망할정도로 개체간의 차이가 있다. 친실장이 처음으로 낳고 점막을 핥아준 장녀가 가장 크고, 막내가 가장 작은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마지막 순서에 가까울수록 자실장이 아니라 엄지나 구더기일 확률이 높기까지해서 같은날 같은 어미에게서 태어난다는게 믿겨지지 않을정도다.

쌍둥이임에도 불구하고 확연히 차이나는 신체조건도 의문이지만 출산할때 크기순으로 가지런히 정렬하고있을리도 없는데 반드시 태어난 순서대로 신체조건이 좋다는것또한 의문점이다.





[데프프픗! 이제 와타시도 세레브한 사육실장인데스~!]

오랜 호기심을 해결하기위해 공원에서 성체들실장을 한마리 잡아왔다.

건강해 보인다는것도 이유지만 공원에 들어선 나를 보자마자 가까이 다가와 아첨을 부리며 사육실장으로 키울것을 요구하던 분충이라는것이 이녀석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다. 학대파도 아니고 호기심을 해결하자고 열심히 살고있는 들실장을 납치하는건 좀 꺼려진다. 그래서 험하게 다뤄도 불쌍하다는 생각이 안드는 분충으로 잡아온것이다.

그나저나 사육실장으로 키워준다는 말은 한적없는데 말이야....

공원에서 돌아온직후 연신 [데프프!]웃어대는 들실장을 곧장 욕실로 데려가 옷을 벗기고 씻겨주었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건드려야하는것도 있고 위생적으로도 좋지않으니 당연하다. 씻기는김에 저압도돈파도 한알 먹여서 똥빼기까지 해두자.

때가 잘 지워지지 않아 한참을 낑낑대며 들실장을 씻긴후에는 물기를 닦아주고 미리 준비해둔 시험대위에 사지를 묶어 고정시켰다.

[아직 오마에에게 총구를 허락할수 없는데스! 이런 거친 플레이를 하고싶으면 스테이크부터 가져오는데스!]

앞으로 옷같은건 필요가 없어서 팬티까지 싹벗겨서 고정시켰더니 역겨운 오해를 당한것같다.

기분이 나빠서 위석의 적출은 마취없이 진행했다.

[데쟈아아아아아! 무슨짓인데스! 와타시의 소중한돌씨를 내놓는데샤아!]

배를 가를때만해도 세상이 떠나가라 비명을 지르던 들실장이였으나 뱃속을 헤집어 찾아낸 위석을 꺼내자마자 다급한 얼굴로 바뀌었다.

생명 그 자체를 빼앗는것이라 미안하지만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면 위석의 강화조치는 필수라서 어쩔수없다.

위석의 처리를 마친후에는 본격적으로 손을대어 위석을 적출하기 위해 째놓았던 복부의 절단면을 불로 가열하여 재생방지 처리를 하고 분대가 전부 드러나도록 활짝벌린채 고정시켰다.

그 다음 차례는 분대. 뱃가죽과 마찬가지로 절개하여 상처를 지지고 활짝 벌린채 고정시켜두면 모든 준비는 끝난다.

배를 째는동안 고통과 공포에 휩싸인 들실장이 탈분을 하려는것인디 내부가 훤히 들여다 보이는 분대속에 실시간으로 똥이 생겨나길래 서둘러 콘페이토를 하나 들실장의 입에 밀어넣었다.

[뎃스웅~!]

단맛은 실장석의 이성을 파괴시킨다. 해부용 개구리꼴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콘페이토가 입에 넣어지자마자 헤벌쭉 웃고있다.

콘페이토 하나에 모든것을 잊어버린 들실장을보니 이게 과연 지성이 있는 생명체가 맞는지 의심스럽다.

인간으로 태어난것에 감사를 느끼며 들실장을 잡아오면서 함께 꺾어온 들꽃 한송이를 들실장의 분대안에 넣고 흔들었다.

한 10초정도 지났을까 들실장의 양눈이 녹색으로 바뀌었다. 이것은 틀림없는 임신의 신호! 꽃을 빼내고 분대안을 들여다보니 임신을 거치지않고 바로 강제출산을 시킬때 나오는 크기의 녹색덩어리가 여러개 생겨있었다.

분대를 향해 조명을 비추고 돋보기로 자세히 들여다보니 점막에 둘러쌓인 구더기가 확실했다.

영양공급을 위해 으깨서 가루로만든 콘페이토를 분대안에 골고루 뿌려준뒤 벌려둔 분대를 닫아주고 마무리작업을 시작한다.

들.... 아니 이제는 친실장이지. 아무튼 친실장의 입가에 일정시간마다 실장푸드가 나오는 사육실장용 푸드배급기를 설치했다. 팔다리를 고정되어있는 친실장을 위해 배급기에 넣은 실장푸드는 전부 한입크기로 조각내두었다.






실험 2일차.

새끼실장들이 움직이는지를 알아보기위해 출근하기전 분대를 열고 내부가 잘 보이는 위치에 카메라를 설치해두고 동영상 촬영을 시작했다. .

새끼가 들어있는 분대를 열때 친실장이 비명을지르며 온몸을 부르르 떨어댔지만 어제와 마찬가지로 콘페이토를 한알 입안에 쑤셔넣었더니 얌전해졌다.

이런짓을 하는 이유는 분대속 새끼실장들이 어떤 이유로 성장차이가 발생하는지를 알기위해서이다

내장을 장시간 드러내놓고있는것이 친실장에게 상당한 부담을 주는것이 단점이지만 그것을 커버하기위해 위석처리를 해두고 푸드배급기를 설치해둔것이다.


퇴근후 영상을 대강 훑어보니 새끼실장들의 위치는 그다지 변한점이 없었다. 원래 그런것이 아니라 친실장의 움직임이 없어서 그런것일지도 모르니 이부분은 나중에 확인을 해보자.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고 실망하며 무심하게 녹화된 영상을 보고있을때...

[식사시간인가?]

푸드배급기에서 실장푸드가 나왔었는지 친실장의 목구멍을 통해 잘게 으깨진 실장푸드 조각이 분대안으로 흘러내렸다.

놀라운 장면은 바로 그 직후였다.

분대안으로 들어온 실장푸드 조각은 점막에 둘러쌓인 새끼실장들과 접촉하였고, 실장푸드조각이 점막에 흡수되듯이 빨려들어갔다.

다만 푸드조각이 새끼실장들의 입으로 들어간것은 아니고 푸딩안에 들어있는 과육조각같은 모양새가 되었을 뿐이다. 영상을 조금 더 가속하여 살펴보면 점막에 흡수된 푸드조각은 조금식 크기가 줄어들더니 녹아 없어진것처럼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영상을 되감거나 빨리감아가며 확인한결과 그 이후로도 친실장이 실장푸드를 먹을때마다 똑같은일이 벌어진다는것을 확인할수있었다.

점막이 분대안의 새끼실장들을 보호하는것 뿐만이 아니라 새끼실장들의 소화기관을 겸한다는것을 알게된 순간이였다.

아! 그리고 그뿐만이 아니다.

어째서 일란성쌍둥이임에도 불구하고 태어날때부터 크기의 차이가 있는지에 대한 가설도 세웠다.

분대안의 새끼실장들이 가로로 죽 늘어서있는게 아니라 뒤죽박죽 섞여있기때문에 점막에 닿은 실장푸드의 양에 차이가 있었다.

인간과 다르게 탯줄을 통해 영양분을 공급받는게 아니니 식사량, 즉 점막이 음식물에 노출된 부분이 많고 적음에 따라 새끼실장들의 성장에 차이가 생기는게 아닐까?



실험 5일차.

분대속 새끼실장들의 위치가 변하는일이 없는지를 테스트했다.

친실장을 고정시켜둔 실험대를 이리저리 흔들어가며 관찰했더니 친실장의 움직임에 따라 새끼실장들의 위치가 조금씩 변했다.

일반적인 친실장은 실험대를 흔드는것보다 더 크게 움직이니 실제로는 실험할때보다 조금더 움직일거라 생각한다.

뭐 그래도 분대가 부풀어오를정도로 가득 들어있으니 맨 아래있던 녀석이 맨 위로 가는등의 파격적인 위치변환은 없겠지만.....





실험 7일차.

식사량에 따라 새끼실장들의 성장차이가 벌어진다는 가설은 사실로 확인되었다.

목구멍에 가까이 있는, 즉 분대의 맨 위에 있던 새끼실장과 분대의 맨 아래쪽에 있던 새끼실장과의 크기차이가 꽤 많이났다. 목구멍에 가장 가까운녀석이 장녀, 총구에 가장 가까운녀석이 막내다.

이것은 분대에 가까울수록 먹이를 더 많이 흡수할수 있었기 때문인것이다.

이것으로 의문점은 대부분 해소되었지만 아직 마지막 한가지가 남아있다. 총구에서 가장 멀리있을 장녀가 어떻게 가장 먼저 태어나는지를 알아내야한다.




실험 14일차.

실장석의 평균 임신기간인 2주째다. 슬슬 출산이 시작될거라 생각해 연차를 3일 사용했다.

관찰이야 카메라로 촬영하니 내가 옆에 있을 필요가 없지만 태어날 새끼들의 점막을 제거하는것은 내가 대기하고있다가 해줘야해서 연차를 사용한것이다.

실험에 협조(?)해준 친실장에 대한 의리는 아니고 태어난 자실장들을 비교하는것으로 실험의 마무리를 짓기위함이다.

[뎃제로게~ 뎃데로게~]

친실장의 태교소리만이 들려오는 가운데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를 보며 시간을 떼우고 배가 고파지면 배달음식을 시켜먹었다.

집안에 콕 박혀있었지만 하루종일 빈둥거리며 푹 쉴수있었다.

이러려고 쓴 연차가 아닌데....





실험 15일차.

쉬는내내 아무것도 안하고 놀기는 좀 그래서 집안을 청소했다.

[데스읏!]

그리고 드디어 친실장의 두눈이 붉은색이 되었다.

서둘러 물을 퍼와 친실장의 총구 바로 아래쪽에 물그릇을 놓아두고는 분대를 열었다.

두눈을 피나 염료등으로 붉게 물들여 강제출산을 하게만들면 눈의 색이 변하자마자 구더기를 쏟아놓던데, 이번처럼 자연적으로 눈의 색이 바뀐다면 어느정도는 친실장이 출산을 조절할수있는것같다.

두 눈의 색이 바뀌었음에도 한참을 버티는 친실장. 어째서 버티고있는지 그 이유를 분대 내부를 관찰하고있기에 알수있었다.

지금까지 친실장의 움직임에 의해서만 조금씩 이동하던 새끼실장들이 지금은 열심히 몸을 꿈틀거리며 친실장의 총구를 향해 이동하고있다.

장녀로 태어나는게 실장생에 유리하다는것을 본능적으로 인지하고있어서 그런게 아닐까싶다.

총구를 향한 몸싸움에 유리한것은 역시 목구멍에 가까이있던 새끼실장들이다. 거침없이 성장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자매들을 헤치며 분대의 끄트머리에 다다르자 닫혀있던 친실장의 총구가 열렸다.

출산을 참고있던것은 언니가 될 새끼실장들이 헤치고 나올때까지 기다린것이였다.

마지막 의문점까지 시원하게 해결된 출산이 끝나고 점막이 제거되어 자실장의 형태를 얻은 새끼실장들을 태어난 순서대로 세웠다.

[테츄~!]
[텟치텟치!]

점막을 씻겨준덕에 내가 자기들의 주인이라고 인식하는것인지 새끼실장들은 아무런 저항없이 내 지시에 따랐다.

[데에에에엥! 데에에에엥! 와타시가 마마데스! 자들은 이리로 오는데스우!]

실험대에 묶여있는 친실장이 새끼들을 빼앗긴다고 생각했는지 처량하게 울었지만 새끼실장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좀 불쌍하네...

아무튼 분대 제일 위쪽에 있던 새끼실장이 가장 먼저 총구를 통해 바깥으로 나왔고, 신장도 자매들중에는 가장 큰것을 확인한것으로 실험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여담...이라기 보다는 후일담.

실험에 협조를 해준 보답으로 친실장은 분대와 뱃가죽을 원상복구 시켜준뒤 공원에 풀어주었다.

자들을 내놓으라며 내쪽을 향해 으르렁대긴 했지만 발로 몇번 걷어차 날려주니 고맙게도 새끼실장들을 포기해주었다.

새끼실장들은 키울생각이다. 사육실장이 아니라 미래의 실험체로써 말이다.

몇마리나 솎아내기를 피해 살아남을지는 모르겠지만 성체까지 성장한뒤에 이번과 똑같은 실험을 할 예정이다. 다만 이번에는 엄지가 좋다는 내용의 태교를 들려주어 분대속 새끼실장들이 성장을 피하려하는지를 알아볼 생각이다.








애호물

 

[레...레....레....!]

구더기의 두눈이 탁한 회색빛으로 바뀌어간다.

[아....!]

그것을 본 남자가 깜짝놀라 냉장고에 넣어둔 비상용 활성제를 꺼내왔을때는 이미 구더기의 위석이 붕괴되어 죽어버린 후였다.

[하아.....]

한숨을 쉬는 이 남자는 구더기 한정의 애호파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무구한 우지쨩만이 애호받을 자격이 있다!] 라며 구더기를 진심으로 애호하는 한편, 탐욕 그 자체라고 불러도 좋을 엄지, 자실장, 중실장, 성체실장을 혐오하고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순진무구한 구더기는 욕심이 없는한편 생명력도 절망적으로 없는수준이라 사육을 시작하고 1주일을 넘긴적이 단 한번도 없는것이다.

이는 구더기의 생명력이 절망적으로 낮은것에 더해, 남자가 출근을 위해 집을 비운동안은 구더기들을 돌보지 못해 일어나는일이였다.

[아아.... 누가 우지쨩들을 강화시켜줄 약같은거 안만드나....]

비탄에 빠진 남자는 탄식을 거듭하며 2일전에 새로 데려와 아직까지 살아있는 네마리의 구더기에게 콘페이토를 주었다.

[달콤달콤한레후~]
[오늘도 콘페이토 우마우마한레후~]

남자는 콘페이토를 핥는 구더기들을 잠시 흐뭇하게 바라보고는 자신의 식사를 구매하기 위해 편의점을 목표로 잠시간의 외출을 시작했다.



[텟테레~ 노예닝겐! 아타치를 위한 공물은 재법 우마우마했던테치!]

도시락과 삼각김밥 두개를 사서 집으로 돌아온 남자는 전자레인지에 데우기위해 봉투를 열었더니 탁아를 당했다는 매우 기분나쁜 상황을 두눈으로 확인할수 있었다.

도시락과 삼각김밥은 깔끔하게 털려있는데다 봉투 내부는 자실장의 운치로 범벅이 되어있다는 상황에 잠시간 멍하니 봉투안을 들여다보고만 있었다.

[아.... 우지짱을 생각하다가 이걸 신경못썼네....]

구더기의 사망으로 한껏 다운되어있던 남자의 기분이 한층 더 다운되었다.

평소라면 남자가 혐오하기 그지없는 들실장의 탁아를 막기위해 봉투를 묶는다던가 아니면 들실장의 접근을 막았겠지만, 오늘은 상태가 안좋았다. 구더기를 어떻게 키워야하는가에 대한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찬탓에 탁아 방지대책을 신경쓰지 못했던것이다.

[이 역겨운종자같으니.....!]

스스로를 자책하는것도 잠시뿐, 남자는 자신의 밥을 분충에게 빼았겼다는 현실에 격렬히 분노했다.

[테...테챠?!]

평소에 구더기들을 키우며 운치에 익숙해져있는 남자는 손이 더러워지는것따위는 신경쓰지도않고 봉투안에 손을 넣어 [치푸푸!]라고 기분나쁜 웃음소리를 내며 사육실장으로서의 행복한 생활을 그리며 행복회로를 돌리고있던 자실장을 독라로 만들었다.

[테에에에엥! 아타치의 옷씨가! 머리씨가! 테에에에엥!]

독라가 된 자실장이 운치범벅인 봉투안에서 통곡하는 가운데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나온 남자는

'쿵!쿵!'

하는 초인종대신 현관문을 두들기는 소리를 듣고는 깜빡했다는듯이 이마를 탁하고 두들겼다.

[아차! 대충씻을걸!]

물론 현관문을 열고 그앞에서 [데프픗! 와타시의 장녀를 납치해간죄는 무거운데스! 와타시와 자들을 사육실장으로 기르는걸로 용서해주는데스!] 라는 친실장과 [치프프픗! 마마덕분에 세레브한 실생 시작인테치!]같은 말을 지껄이던 자실장 세마리가 두들겨맞고 독라가된것은 말할필요도 없을것이다.


[데에에에엥! 데에에에에에엥! 독라가 되버린데스! 이제 닝겐이 책임지고 사육실장으로 길러주지않으면 끝장인데스! 데에에에엥!]

독라가 된 뒤에도.... 아니 독라가 되어서 더더욱 절박해진건지는 모르나 친실장은 아직도 사육실장이란것을 포기하지 않고 남자를 흘낏흘낏보며 투명한 눈물을 흘렸다.

[허....!]

지금까지 거슬리는 분충은 전부 독라로 만들어왔던 남자지만, 독라가 되었다며 오열하다 동족에게 잡아먹히는것이 아니라 독라가 된것을 오히려 동정심을 사는데 이용하는것은 처음보는지라 약간은 감탄한듯했다.

[야. 분충!]

[뎃?]

[너 사육실장이 되고싶다했냐?]

[무..물론데스!]

[그렇다면 조건이 하나 있는데말이야....]

남자는 문득 떠오른 생각을 친실장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프니후~ 프니프니후~]
[오바상의 프니프니 기분좋은레후~]

탁아소동이 있었던 다음날. 구더기들은 독라실장에게 프니프니를 받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있었다.

남자가 친실장에게 내걸었던 조건이란 바로 키워주는대신 구더기를 돌보는것으로 이른바 보모인것이다.

[우지짱들에게 무슨일이 생겼다간 가만히 넘어가진 않을거다. 명심해!]

남자는 단단히 친실장에게 못을 박아놓은뒤, 구더기를 돌보는 역의 친실장을 제외하고는 독라의 들실장일가 전부를 우체국에서 파는 가장 큰 택배박스(일부러 사왔다)에 넣어 들실장들을 키워주기 시작한것이다.

바람한점 없는 따뜻한 집안에 살면서 콘페이토만을 먹는 구더기들과는 다르게 독라일가족은 실장푸드를 제공받지만 공원에서 먹던 쓰레기와 비교하면 하늘과 땅의 차이가 나기에 그럭저럭 독라일가족은 만족스러워 하고있었다.

[오네챠! 이쪽인테치! 이쪽으로 보내는테치!]
[아닌테치! 이모토챠! 이쪽으로 패스테치!]

독라친실장이 하루종일 구더기를 돌볼때 자실장들은 택배박스 안에서 공놀이를 하거나, 낮잠을 자는등의 시간을 보낸다.

이대로만 간다면 비록 독라의 신세라고는 해도 어느 들실장도 범접하지 못할 안락한 생활을 영위할것은 분명했다.




친실장이 구더기들의 보모가 되는 대가로 탁아를 저질러 독라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구더기 애호파에게 키워지기 시작한지 2주정도가 지났을무렵....

[오네에챠~ 이쪽테치~!]

첫 대면때와 비교하면 신장이 1.5배정도 성장한 독라자실장들이 양손으로 구더기 두마리를 동시에 프니프니을 해주고있는 친실장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2대2로 팀을 갈라 공놀이를 하고있었다.

본래는 박스 안에서만 살게했던 자실장들이나, 화장실로 지정한 모래판에만 볼일을 본다던가 하는등 꽤나 착실하게 지낸덕에 약간의 믿음이 생긴것인지 오늘 아침에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서던 남자가 자실장들을 박스 바깥으로 꺼내준것이다.

[자들은 그만놀고 이리오는데스~ 밥을 먹을시간인데스~]

구더기를 프니프니 해주거나, 바닥에 지려놓은 운치를 열심히 치우며 시간을 보내던 친실장이 점심몫으로 받아두었던 콘페이토와 실장푸드를 꺼내오며 하는말에 자실장들이 공을 내팽개치고 친실장의 곁으로 모여들었다.

[오늘도 우마우마한 푸드데스~]

친실장이 자실장들에게 각자의 몫으로 푸드 세개 그리고 자신의 몫인 다섯개을를 분배하고는 구더기들의 앞에 콘페이토를 하나씩 내려놓았다.

[테?!]
[콘페이토테치!]

푸드를 받자마자 몇일 굶은것마냥 정신없이 물어뜯기 시작했던 자실장들이 구더기들의 앞에 놓여진 콘페이토를 발견했다.

[무슨짓인테치! 콘페이토를 귀여운 아타치들이 아니라 비상식인 우지챠에게 주는건 무슨생각인테치!]
[그런테치! 콘페이토는 당연히 아타치들이 먹고 우지챠에게 푸드를 줘야하는테치!]

이미 자신들몫의 푸드를 하나씩 먹어치워버린 자실장들이 남은 하나는 거들떠 보지도않고 콘페이토를 핥기시작한 구더기들의 앞에 모였다.

[다메데스! 콘페이토는 우지챠들의 것인데스! 우지챠에게 콘페이토를 주지않으면 닝겐상에게 슬픈일을 당하는데스!]

입에서 침을 질질 흘리며 자실장들을 만류하는 친실장. 아무리 성체라고는 해도 결국엔 실장석이기에 친실장도 콘페이토를 먹고싶은 마음은 굴뚝같았던것이다.

그러나 친실장은 인간에 대한 공포를, 자신들을 손바닥 뒤집는것보다 쉽게 독라로 만들어버린 인간의 무서움을 잘 알고있기에 언제나 구더기들이 먹는 콘페이토를 보면서도 참아왔던것이다.

[시끄러운테챠! 아타치는 콘페이토를 먹어야겠는테치!]
[그런테치! 어차피 우지챠들에게 푸드를 준다해도 들킬리없는테치! 멍청한 우치챠는 아무것도 모를게 분명한테치!]
[드...듣고보니 그런데스!]

하지만 자실장들의 부추김이 친실장의 인내심에 한계를 불러일으켜 콘페이토의 유혹에 넘어가고 말았다.

[우지챠. 오늘은 새로운걸 먹어보는데스!]

구더기들이 핥고있는 콘페이토를 걷어내고 실장푸드를 구더기들이 한입씩 삼킬수있도록 잘게 부순것을 내려놓는 친실장.

[무슨짓인레후! 우지챠의 콘페이토 돌려주는레후! 레? 이건 뭐인레후? 콘페이토처럼 달콤달콤하지는 않아도 우마우마한레후!]
[맛나맛나레후!]

역시나 구더기라고 할만한 결과. 실장석들이 푸드보다 더 위로 쳐주는 콘페이토를 빼앗겼지만 그래도 맛좋은 푸드에 만족하는것인지 네마리의 구더기가 열심히 잘게 부숴진 푸드를 삼켜나가기 시작했다.

[치프프프프! 역시 우지챠는 멍청한테치!]
[이제 콘페이토는 아타치타치의 것인테치!]
[데프픗! 다같이 콘페이토를 나눠먹는데스~!]

구더기의 낮은 지능을 비웃으며 친실장과 네마리의 자실장은 구더기에게서 빼앗은 콘페이토를 탐닉하기 시작했다.



[돌아왔다~. 우리 우지짱들 잘지냈니?]

저녁이 되어 퇴근하고 귀가한 남자는 돌아오자마자 가방만 던져놓고 구더기들의 상태를 확인한다.

[돌아오신테치?]
[어서 오시는데스~]

구더기들의 콘페이토를 뺏어먹은것이 들킬까 무서워 하루종일 다함께 구더기의 수발을 들어주거나, 놀아주던 친자실장들이 프니프니를 해주던 손을 멈추고 남자쪽으로 고개를 돌려 인사했다.

[그래그래. 너희도 얌전히 있었구나. 그런식으로 행동한다면 계속 상자밖에서 살게해줘도 되겠어...]

구더기들을 보살피는 친자들을 보며 고개를 몇번 끄덕인 남자는 자신몫의 저녁밥을 준비하는 한편 구더기들의 콘페이토와 친자실장들의 푸드를 꺼내주었다.

[테.... 맛...없는테치...]
[참는데스. 참고먹는데스.]

평소에는 맛있다며 먹은 푸드이지만 낮에 콘페이토의 맛을 본 자실장들이 투덜거렸지만 친실장이 작은 목소리로 다독여가며 식사를 시작했다.





[다녀오시는데스~]
[올때 선물 부탁하는테치~]

일가족이 함께 구더기들을 돌보는모습에 완전히 마음을 놓은 남자가 이제는 완전히 친자들을 상자밖에서 살게 해준게 4일째가 되는날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출근하는 남자를 현관에서 배웅한 친자실장들은 거실로 돌아가 친실장은 구더기들을 돌보고, 자실장들은 공놀이를 하거나 새로받은 장난감인 인형으로 인형놀이를 하며 놀았다.

[밥먹을시간인데스~]

푸드와 콘페이토를 꺼내온 친실장의 목소리에 자실장들이 장난감을 놔두고 친실장의 곁으로 모여들었다.

[우지챠. 오늘도 우마우마한 푸드데스~]

푸드를 4개 잘게 쪼개어 구더기들의 앞에 늘어놓는 친실장. 조금의 불안함조차 없는 시원시원한 몸짓이다. 그도 그럴것이 5일이나 점심식사를 바꿔치기를 하여 단 한번도 들킨적이 없었던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달랐다.

[오바상! 이제 푸드는 질린레후! 우지챠는 콘페이토를 먹는레후!]
[그런레후! 이제 푸드는 괜찮은레후!]

구더기들이 이제 푸드가 아닌 콘페이토를 달라고 요구한것이다.

딱히 이상할건 없었다. 애초에 실장석의 입맛에는 실장푸드보다는 콘페이토가 훨씬 우위인것이다. 몇일간은 태어나서 처음먹어보는 맛에 별다른 불평없이 푸드를 먹었던 구더기들이지만, 푸드의 맛에 익숙해진 지금은 구태여 더 맛있는 콘페이토를 놔두고 푸드를 먹을 이유가 없는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오마에들. 오늘은 우지챠들이 콘페이토를 먹는데스...... 데..데엣?! 오마에들! 콘페이토는 어디간데스!!!]

[오늘도 달콤달콤했던테치~]
[게후욱~]

친실장이 콘페이토를 잘게 부수는사이 친실장의 몫도 남기지않고 콘페이토를 남김없이 먹어치워버리고는 트림까지 해대고 있었다는 것이다.

[치프프프프! 걱정마는테치! 아타치가 해결하는테치!]

자신의 몫도 남기지 않은건 둘째치고 구더기들에게 줘야할 콘페이토를 먹어버렸다는 사실에 안색이 새파래진 친실장을보고 장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구더기들의 앞으로 향했다.

[우지챠! 오마에들은 푸드나 먹는테치! 콘페이토는 비상식따위가 먹는게 아닌테치!]

[우지챠 비상식 아닌레후!]
[사육우지챠레후!]

비상식이라는 말에 당연하게 목소리를 높여 항의하는 구더기들...

[시끄러운테챠! 말안듣는 나쁜 우지챠는 이렇게 해주는테챠!]

구더기들을 발로 걷어차는 장녀. 그리고 그런 장녀를 보고 이제는 낯빛이 창백해진 친실장이 후다닥 달려와 구더기들을 연신 발길질을 해대는 장녀를 붙들었다.

[오..오마에 죽고싶은데스?! 우지챠들에게 그런짓을하면 닝겐상에게 죽을수도있는데스!]

인간과 실장석의 힘의 관계, 그리고 현재 자신들의 입장을 잘 이해하고있는 친실장으로서는 지금 장녀의 행위는 일가실각의 원인이 된다는것을 알고있는것이다.

[괜찮은테치! 어차피 바보같은 우지챠인테치! 문제없는테치!]

그러나 장녀는 친실장의 손을 뿌리치고는 다시금 구더기들을 발길질했다.

[우지챠들! 똑똑히 기억해두는테치! 닝겐에게 이르면 오마에들은 아타치에게 죽는테치! 우마우마한 고기가되는테치! 닝겐이 없을때 죽여주는테치!]

실장석의 지능으로도 말이 안되는 협박. 주인인 남자가 없을때가 위험하다 한들 그이전에 먼저 죽어나가는것은 독라친자들이지만 문제는 협박을 당한것은 지능이 없다시피한 구더기라는것이다.

[아..알았는레후....]

어째서 남자가 하루의 대부분을 집을 비우는지, 독라 친자들이 왜 같이사는지조차 모르는 구더기들은 하루의 대부분을 함께지내는 독라 친자들이 구더기 애호파이기에 한번도 구더기들에게 화내본적 없었던 남자보다 무서운것이다.

[치프프프! 이제 끝난테치! 앞으로도 계속 콘페이토는 아타치타치들이 먹는테치~!]

한건 해결이라는 표정으로 장녀가 거들먹거리며 친실장을 올려다보았다.

[역시 와타시의 자인데스~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데스~]

[레훼에에에~]
[무서운 오바상레후... 무서운 오네챠레후...]

구더기들은 눈물을 흘리며 잘게 부순 실장푸드를 먹을수밖에는 없었다.

[이제 매일점심밥은 콘페이토와 푸드데스~]
[우지챠들은 푸드만 하나씩 줘도 되는테치! 나머진 아타치타치의 몫인테치!]

울고있는 구더기들은 무시한채 친자실장들이 승리의 환호성을 지르고있었다.




독라 친자들이 구더기를 협박한 다음날 아침.

[닝겐상 오늘은 안나가는데스?]
[테? 그러고보니 해씨가 저 높이높이인테치!]

[아~ 그래그래. 오늘은 주말이야. 아니 그이전에 지난주에도, 그 지난주에도 안나간날이 있었잖냐? 기억안나?]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침실에서 나온 남자를 보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친자실장들에게 남자는 과거를 상기시켜주었다.

[그러고보니 그랬던데스!]

그제야 지난날을 떠올리고는 깨달았다는듯이 소리치는 친실장의 옆에있는 자실장들의 표정이 매우 어두워졌다.

(테에... 오늘은 콘페이토 못먹는테치....)

아무리 그래도 남자가 집밖으로 나가지 않았을때는 구더기들의 콘페이토를 빼앗을수없기 때문이다.

[오늘은 간만에 우지짱들 비디오나 볼까? 너희도 이리오렴 다같이 보자고~]

남자가 TV에 무언가를 연결하자 TV화면에 구더기들과, 독라의 친자들의 모습이 출력되었다.

[데엣?! 저..저기 자들이있는데스!]
[마마! 마마도있는테치! 뭐인테치?!]

[하하~ 저건말이지 내가 집에없을때 귀여운 우지짱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서 카메라를 설치해둔거야~ 출근했을때는 우지짱들을 보지못하는게 너무 아쉬워서 전부터 달아놓은거야]

영상속의 친실장은 구더기들을 프니프니 해주거나 프니프니도중 구더기가 싸놓은 운치를 치우고있고, 자실장들은 공놀이에 열중하고있었다.

[뎃!]

영상속에서 살아움직이는 자신들을 신기하게 쳐다보던 친실장이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응?]
[마마?]
[무슨일 있는테치?]

난데없는 괴성에 남자는 물론이고 자실장들의 이목이 친실장에게 집중되었다.

[아..아무것도 아닌데스.]

[뭐야 싱겁게...]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 친실장으로부터 구더기들이 프니프니를 받는모습이 출력되는 TV로 다시 고개를 돌린 남자.

[큰일난데스! 와타시들이 콘페이토를 뺏어먹는걸 들킬게 분명한데스!]
[테엣?! 그..그러고보니 그말이 맞는테치!]
[어떻게하는테치?!]
[이게 전부 장녀오네챠 탓인테치! 아타치는 아무것도 모르는테치!]

얼굴을 새파랗게 질린채 작은 목소리로 자신들이 저지른 행위를 걱정하는 친자실장들...

서둘러 주위를 둘러보지만, 어디에도 숨을만한곳은 보이지 않는다.

[니...닝겐상!]

조급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친실장이 다급하게 남자를 부른다.

[왜? 아까부터 뭔데?]

[와..와타시와 자들은 이제 독립하는데스...]

[어? 갑자기 쌩뚱맞게 뭔소리냐? 독라로는 살아갈수 없다면서 키워달라한건 너희잖냐?]

[괘..괜찮은데스! 이제는 문제없는데스!]

[하아.... 뭐가 뭔진 모르겠다만............. 알겠다. 이거 다 보면 공원에 보내주마.]

어째서 잠깐사이에 이런 변화가 있는건지는 이해되지 않지만 나가고싶다면야 어쩔수없는일이니 새로운 보모실장을 구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남자가 다시 TV로 시선을 돌렸을때....

[우지챠! 오마에들은 푸드나 먹는테치! 콘페이토는 비상식따위가 먹는게 아닌테치!]

라며 자실장 한마리가 구더기들에게 소리를 지르는 장면이 흘러나오고있었다.

[.......]

순간적으로 뭘 잘못들은건가 싶어서 벙찐 남자.

[도..도망치는데스우우우!]
[달아나는테챠아아아아!]
[어디로 가는테치! 어디로 가야하는테치!]

이제 끝장이란걸 눈치챈 친실장의 비명섞인 소리를 신호로 독라실장일가는 밖으로 나갈수있는 탈출구를 찾아 무작정 우왕좌왕 달려대기 시작했다.

[이.....씨....발......!]

멍하니 TV화면을 보고있던 남자는 구더기들에게 발길질을 해대는 자실장의 모습을 보고는 욕설을 내뱉으며 몸을 일으켰다.



[데에에에에엥! 데에에에에엥! 그만하는데스! 와타시의 자에게서 손을 떼는데스우!!!!]

[치갸아아아아!]
[챠아아아아아!]

[오로로롱~! 그만두는데스! 자들을 괴롭히지 마는데스우우우우우!]


비명을 지르며 내달린 친자들은 당연히 굳게닫힌 현관문을 열수없었기에 남자에게 전부 생포되었고 친실장과 자실장들은 작은 수조 위에 노끈에 묶여 허공에 대롱대롱 메달리는 신세가 되었다.

[이 쓰레기들이..... 탁아분충짓을 한번 봐줬더니 감히 우지짱들에게 그딴짓을해?]

격렬히 분노한 남자는 친자 실장들이 달아나지 못하게 해둔뒤 곧바로 근처의 펫샵으로 달려가 꽤 좋은 품질의 활성제를 사왔고 곧바로 다섯개의 위석을 적출, 활성제에 담아 죽고싶어도 죽지못하는 상태로 만들어놓았다.

[자..잘못한테치! 용서해주는테치! 앞으로는 우지챠를 잘 돌보는테치!]

생명의 근원을 빼앗겼다는 공포에 벌벌떨며 용서를 비는 자실장.

[용서? 용서는 이미 전에 한번 해주지않았던가? 늬들 대가리에 뭐가 차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지짱들에게 무슨일이 생기면 가만두지않겠다고 말한걸 잊었나보지?]

[츄갸아아아아아!]

[나는 콘페이토를 뺏어먹은것정도는 벌을 안줄순없지만 용서해줄순있어. 하지만 너희는 그런것쯤은 아무래도 상관없을죄를 저질렀다.

[감히 들출신의 독라쓰레기가 우지짱을 비상식취급해? 분수도 모르는 쓰레기들이!!!]

[너희같은 쓰레기들에게 어울리는 벌은 딱 하나밖에 없지.... 너희는 앞으로 비상식 취급한 우지짱들의 식량이 될것이다. 콘페이토만으로는 영양이 부족할거같았는데 너희가 영양만점인 고기가 되어주니 고맙지뭐냐?]

구더기들이 기뻐하는 모습에 잠시 헤벌쭉 미소지은 남자는 다시 분노에찬 얼굴을 자실장들쪽으로 돌렸다.

[내가 꽤나 좋은 활성제를 사와서말이야. 수명이 다해서 죽을때까지 살릴수있다고 하더라고? 기뻐해라 쓰레기들아. 오래오래 살수있게되었잖냐?]

[데갸아아아아아아아!]
[테챠아아아아아아아!]
[테쟈아아아아아아아!]

친자실장들이 절망의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음식물쓰레기 처리장의 실장석



[밥이다 이것들아!]

후타바시의 음식물쓰레기 처리장. 이곳에는 관할지역에서 수거된 음식물쓰레기가 모이는곳이다.

오늘도 음식물쓰레기 수거차량이 들어와 지정된 장소에 쓰레기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데뎃~ 밥인데스~]
[오늘도 자들에게 배씨 빵빵하게 먹이는데스!]
[오늘은 스테이크가 있을게 분명한데스!]

처리장 직원의 말에 여기저기에서 200마리의 들실장들이 비닐봉지를 들고 달려나왔다.

[야! 거기 위험해!]

아직 수거차량이 음식물쓰레기를 쏟아내고있는중인데 실장석 몇마리가 음식물쓰레기더미에 접근하고있었다.

[뎃데뎃~ 와타시가 먼저 우마우마한걸 찾는데스!]
[오마에보다 와타시가 먼저데스!]

아직 수거차량의 저장탱크는 절반도 나오지 않은시점이다. 필연적으로 음식물 쓰레기는 이미 음식물쓰레기더미 위로 올라간 실장석들을 쓸어버리게된다.

[뎃쟈아아아아아아!]
[데교뵤뵤뵤! 살려주는데스 닝게엔!!!!]

쓰레기더미에 파묻히기 시작한 실장석들이 위기를 깨닫고 처리장 직원에게 구조를 요청했다.

[싫어. 미쳤다고 거길가냐?]

물론 구하러갔다가는 본인도 실장석과 같은꼴이될게 뻔한지라 처리장 직원은 들실장의 구조요청을 외면했다. 하루에도 실장석 몇마리정도는 저런식으로 죽어나지만, 어차피 실장석이다. 어디에선가 튀어나와 숫자를 메꾸기때문에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구할이유는 없었다.

[데프프프! 멍청한 분충인데스!]
[닝겐이 밥을 가져가도 된다고 말할때까지 기다릴줄도 모르는 분충데스!]

이제는 거의 파묻혀 피눈물을 흘리는 눈만 겨우 보이는 실장석을 보며 안전지역에 있던 실장석들이 비웃음을 보냈다.





음식물쓰레기는 수거장에서 동물의 먹이나, 퇴비등으로 재가공하여 필요로 하는곳에 매우 싼가격에 공급하는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음식물 쓰레기의 발생량에 비해 퇴비나 사료로 재가공되는양이 너무 적었던것이다. 그렇게되면 매립지에 파묻어 썩게해야하는데, 문제는 매립지의 용량이 슬슬 부족해진다는것에 있었다.

그리하여 새로운 대안으로 나온것이, 음식물쓰레기를 먹고사는 들실장들에게 먹여 처리한다는것으로 들실장들을 이주시켜 살게할 건물을 건설하는 비용외에는 추가비용이 없는데다, 주민들의 민원을 불러일으키는 들실장을 한데모아 관리할수도 있다는 이점에 만장일치로 통과되어 빠르게 시행되었다.

[자. 가져가라. 언제나 말했지만 비축분같은건 챙기지말고 오늘 다 먹을수있는 만큼 가져가라. 맛있는걸 골라도 상관없지만 너무 편식하는녀석은 벌을 줄거니까 골고루 가져가라!]

수거차량이 탱크를 전부 비운것을 확인한 처리장 직원의 선언에 봉투를 들고있는 들실장들이 쓰레기더미로 앞다투어 달려갔다.

[데뎃~ 물고기씨의 뼈 GET 데스우!]
[스테이크를 찾은데스~]

음식물쓰레기를 봉투에 채워가며 특히 맛있는것을 발견한 들실장들의 환호성이 여기저기에서 들려왔다.

음식물쓰레기더미의 전부는 아니지만 꽤 많은양이 줄어들었을때쯤 봉투를 빵빵하게 채운 들실장들이 바쁘게 쓰레기 처리장 옆에 있는 콘크리트 건물로 달려갔다.

약 200가구정도의 들실장일가가 살수있게 건설된 건물로, 중앙에는 밸브대신 버튼이 달린 수도꼭지가 있으며, 비바람은 완전히 막아주기에 여름에도, 겨울에도 나름 쾌적하게 살수있는곳이다.

들실장 일가마다 제각각 가로세로 60cm씩의 벽돌로 구분된 주거공간이 제공되어있으며 그런 공간이 50개씩 4줄로 죽 늘어서있다.

[마마가 밥을 가져온데스~]

번호가 배정되어있는것은 아니지만 친실장들은 헤메는일 없이 단번에 자식들이 기다리고있는 방에 도착하여 플라스틱 그릇에 봉투의 내용물을 쏟아낸다.

[밥테치!]
[오늘도 이빠이테치!]

밥그릇에 수북히 쌓이다 못해 넘치기까지 하는 음식물쓰레기에 자실장들이 양팔을들고 환호했다.

[어서 밥을먹는데스. 빨리 밥을먹고 하우스를 청소해야하는데스.]

친실장의 말에 기쁨의 춤을 추기 시작하던 자실장들이 재빨리 밥그릇앞에 모여앉아 음식물쓰레기를 입안에 집어넣기 시작했다.

[귀여운자들인데스....]

친실장은 연신 [우마우마한테치!]라고 말하며 정신없이 음식물쓰레기를 집어먹는 자실장들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불과 2주일전만해도 공원에서 부족한먹이로 겨우 연명하던 과거에는 찾아볼수없는 활발함이다.

먹이경쟁이 치열해 자실장들의 성장에 필요한 충분한 먹이를 주지 못한탓에 평생 자실장으로 살게되는게 아닐까 싶을정도로 성장이 더디게 진행되었디만, 요즘은 눈에띌정도로 자실장들이 쑥쑥 성장하고있었다.

[그때 닝겐의 말을 듣기 잘한데스....]

친실장은 처리장의 직원이 공원에 찾아왔을때를 떠올렸다.

[너희들에게 밥걱정할필요 없는 좋은곳에서 살기회를 주겠다.]

갑자기 찾아온 인간의 제안에 공원의 들실장들은 혼란에 빠졌다.

[학대파닝겐의 거짓말인데스!]
[그런데스! 와타시들을 데려가서 학대하려는게 분명한데스!]

반이상의 들실장들은 자기들을 속이려고하는게 분명하다며 공원에서 떠나는것을 거부했다. 현명한 들실장이라 생각될수도 있지만 잘 생각해본다면 생각이 짧다는것을 알수있었다.

[닝겐이 와타시들에게 거짓말을 할 필요 있는데스?]
[지금까지 학대파닝겐들이 동족을 잡아갈때 거짓말을 한적이 있는데스? 학대파 닝겐이라면 거짓말 할필요없이 그냥 잡아갔던데스!]

몇몇 들실장들의말에 그럴싸하다 생각하며 동조한 들실장들이 이주를 희망하고 나섰다. 지금 자실장들을 바라보는 이 친실장또한 그중에 하나였다.

인간의말은 조금의 거짓도 없었다. 하루 삼시세끼 충분하다못해 수많은 들실장일가들이 배불리먹고도 남을 음식물쓰레기가 제공되었으며, 골판지박스 따위와는 비교조차 안되는 콘크리트 하우스의 생활은 비바람은 커녕 추운날에도 따뜻하게 지낼수 있을정도였다.

이런 생활을 인간이 정한 규칙을 잘 지키기만 한다면 친실장 본인은 물론이고 자실장들도 죽을때까지 누릴수있는것이다.

친실장은 자신이 엄청난 행운을 움켜쥐었다고 생각하며 마음껏 포식을한덕에 빵빵하게 부풀어오른 배를 두들기는 자실장들이 남긴 음식물 쓰레기를 입에 넣기 시작했다.




그날 밤...
저녁밥을 배불리 먹고 들실장들이 누워있는 하우스에 처리장의 직원이 들이닥쳤다.

[다들 밖으로 나와 입구앞에 서라!]

청소검열의 시간이 온것이다.

너무 당연하지만 음식물쓰레기 처리장은 기피시설중 하나로, 자기네 동네에 있다는것을 탐탁치않게 여기는 주민들이 언제나 꼬투리를 잡아 처리장의 이전을 요구하기위해 호시탐탐 노리는곳이다.

그런데다 더러움의 대명사격인 들실장을 대량으로 수용하기까지했다? 단단히 정신차리지 않으면 처리장앞에 당장 시위대가 몰려와도 이상하지 않을것이다.

그렇기때문에 쓰레기 처리장의 청소는 매일매일 실시되고있으며, 들실장들의 거주공간또한 매일매일 검사하여 청소를 게을리하는 들실장은 즉시 공원으로 방출시키고있었다.

[여기 운치를 싸질러놓은거 보이냐?]

하우스를 천천히 돌아보던 처리장직원이 한 들실장일가의 거주공간 구석에 운치덩어리가 있는것을 발견하고는 친실장을 추궁하기 시작했다.

[데뎃?! 그게 무슨말인데스! 분명 오늘 청소를....]

깜짝놀란 친실장이 항의를하려다 구석에 싸질러진 운치를 보소는 입을닫았다.

[너희는 즉시 추방이다!]

처리장 직원이 친실장의 두건을 벗겨 반질반질한 정수리에 X자 표시를 새겼다. 이는 다른 들실장인척 연기하며 다시 들어오려는 들실장을 막기위한 조치로, 새로운 들실장을 받아줄때마다 두건을 벗겨 이전에 쫓겨난흔적이 있는지를 확인하고있었다.

[데쟈아아아아아아!]

상처에의한 고통의 비명이 아닌, 이제 등따숩고 배부른 생활을 못하게된 절망에의한 비명을 지르는 친실장.

[마마 왜그런테츄?]
[아타치 졸린테츄! 빨리 자고싶은테츄!]

그런 친실장을 보는 자실장들은 무슨 상황인지 이해를 못한듯 빨리 자고싶다며 투정을 부렸다.

그러나 그런 자실장들도 비명을 지르는데는 그리 오랜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처리장 직원이 한손에는 친실장의 뒷머리를 움켜쥐고, 다른한손에는 자실장들의 뒷머리를 움켜쥐고는 근처에있는 추방대기 박스안에 던져넣은것이다.

[치아아아아아!]
[머리씨는 안되는테치이이이이!]

다행히 친자 모두 머리가 뽑혀나가진 않았지만.... 정말로 다행일까?

[오마에들! 하우스에 운치를 싼건 누구인데샤아아아앗!]

추방대기 박스에 던져진 친실장이 자실장들을 보며 으르렁거렸다.

[다리씨가 아픈테에에에에엥!]
[팔씨가아픈테츄우우우우우우!]

자실장들은 친실장이 화나고말고 상관없이 낙하의 충격에의해 괴로워하고있었다.

[마마의말이 들리지 않는데샤아아아아아!]

친실장들이 자실장들의 안면에 펀치를 한방씩 달렸다.

[테챠아아아아아아!]
[테갸아아아아아아!]

친실장의 펀치에의해 날려진 자실장들이 상자의벽에 충돌했다.

[한번만더 묻는데스! 하우스에 운치를싼건 누구인데스!]

친실장이 한번더 범인의 색출을위해 질문을 던졌다.

[테에에에에에엥! 차녀챠인테치! 아타치 잘못없는테치이이이이이!]

장녀가 울음을 터트리며 차녀를 고자질했다.

[테...!]

차녀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이제야 왜 자신들이 하우스가 아닌 이런 영문도 모를곳에 던져진것인지 이해한것이다.

[오마에인데스? 마마가 운치는 화장실에가서 싸라고 하지않은데스?]

격노한 친실장이 이빨을 빠드득 갈았다.

[테...! 화장실 너무 먼테치! 아타치 운치 너무 마려웠던테치!]

이것이 차녀가 독라가되기전 마지막으로 했던말이다.



처리장 직원의 검열은 계속되었다.

[좋아. 너흰 깨끗하군!]

[감사한데스~]

[너희도 합격이다!]

[당연한데스. 매일매일 청소하는데스!]

검열에서 통과한 친실장들은 안도의 표정조차 없었다. 이들은 이미 처리장의 규칙에 익숙해졌기에 청소는 물론이고 매일매일 씻는것에 익숙해져서 당연한일이라 인식하고있기 때문이다.



[청소는 잘되어있고.... 윽! 냄새! 너희 안씻었냐?]

하우스 내부를 살펴본뒤 들실장일가의 상태를 확인하던 처리장 직원이 코를감싸쥐었다.

[데? 무슨말인데스? 어제씻은데스!]

[어제....? 야 거기너! 몇일에 한번 씻고있는지 저녀석에게 말해줘라!]

[와타시말인데스? 저녁밥을 먹고 세탁과 목욕을 한데스!]

하루전에 씻었다면 들실장치고는 깨끗한 편이지만, 이곳은 공원이 아니라 음식물쓰레기 처리장이다. 음식물쓰레기더미위에 올라가 먹이를 봉투에 골라담았다면 단 하루뿐일지라도 냄새가 배는것은 지극히 당연했다. 매끼니마다 빨래를 하고 씻는것은 힘들더라고 적어도 저녁밥을 먹은뒤에는 해야하는것이다.

그때문에 식수를 얻는 수도옆에는 목욕과 빨래전용으로 지정된 수도가 여러개 있었으며, 실장석이라도 사용할수있는 가루비누가 수북히 쌓여있었다.

[데...! 몰랐던데스! 여기에온지 두밤밖에 지나지않은데스! 몰랐던데스!]

그동안 몸의청결와 청소의 이유로 쫓겨난 동족을 여러번봐온 들실장들은 매일같이 청소와 세탁, 목욕을 하는게 일상이되었지만, 지금 적발된 들실장은 고작 2일차였다.

[몰랐어도 옆에사는녀석에게 물어볼수있지않았나? 물어봤는데도 가르쳐주지않았다면 이번만큼은 봐주지. 이봐, 이녀석이 이곳에서 사는법을 물어보긴했냐?]

[아닌데스. 오히려 씻는건 나중에 해도된다고 말했던데스]

이웃의 들실장은 어차피 먹이경쟁도 없기에 선의로 매일매일 씻고 세탁해야한다며 조언해주었지만, 아직 공원생활을 완전히 버리지못한 탓에 매일매일 씻고 빨래를 해야한다는것을 무시한것이다.

[몰랐다는건 한번 봐줄수있는데..... 알려준걸 무시했다? 이건 봐줄수 없겠는데?]

처리장 직원이 입주 2일차의 일가를 추방대기박스안에 집어넣었다.

[오로로옹! 어째서인데스! 안씻은게 왜 문제인데스! 오로롱~!]
[테에에에엥! 공원은 이야테치!]
[공원에 돌아가기 싫은테에에에에에엥!]

추방이 결정된 일가족이 박스안에서 통곡하지만 그 어느 들실장들도 동정하지 않았다.

[공원에서 살고싶은자는 안씻어도되는데스. 그자만 공원에 보내는데스]
[싫은테치! 아타치 낙원에서 계속 살고싶은테치!]
[아타치도 공원에서 사는건 이야테치!]
[그러면 앞으로 목욕하고 청소할때 똑바로 하는데스! 한번만더 싫다고 투정부리는자는 쫓아내는데스!]
[알겠는테치이...]

오히려 청소와 목욕을 매일해야한다는것에 짜증을내는 자실장들을 훈육할 절호의 기회이기에 다들 자실장들을 교육하기에 바빴다.

그런식으로 성체실장 기준으로 200마리의 들실장일가중 하루에 4~5일가는 불결한 분충이되어 처리장에서 쫓겨나 근처에있는 공원으로 방출된다.

어느 공원으로 버리는지는 랜덤이지만, 그 공원에서 곧바로 버려진만큼 다시 모집해오기때문에 공원이 포화상태가 된다던가하는 문제는 없었다.



처리장에서 약 2km정도 떨어진 후타바공원.

[분충은 와타시가 솎아낸데스! 와타시를 다시 낙원으로 데려가주는데스!]

친실장이 방출의 원인인 하우스 구석에 운치를 싸제낀 벌로 독라로 만든 차녀를 가리키며 비명을질렀다.

하지만 처리장 직원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고작 독라로만든것 뿐인데 솎아냈다? 너는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이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실장석은 독라가 된녀석이다. 실장석 냄새의 근원인 머리털과 옷을 없앴으니 가장 깨끗한녀석이지. 알겠냐?]

직원은 독라차녀가있는 일가 외에도 네개의 상자에 나눠넣었던 방출행 실장석일가들을 모두 꺼내주었다.

그러자 어디에 숨어서 보고있었는지 들실장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초기에는 의심하던 들실장들이 처리장에서 방출된 들실장들의 증언으로 학대파의 속임수가 아닌 낙원으로 가는것이라는것을 깨달은탓에 언제나 상자의 갯수만큼의 일가족이 낙원으로 갈수있다는것을 알기때문이다.

그덕분에 분충으로 보이면 안된다는 의식이 생겨 공원으로 방출된 낯선 들실장들을 잡아먹는다거나 하지는 않게되어 방출된 들실장들은 살곳과 먹이를 걱정하는 생활을 하게되지만 동족상잔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는것만큼은 다행이라 할수있다.


[와타시와 자들을 데려가는데스!]
[아닌데스! 와타시를 데려가는데스! 세레브한데스!]
[와타시와 자들을 보는데스! 세레브한데스!]

들실장이 몰려와서 자기를 상자안에 넣으라고 말하는게 이미 익숙해진 처리장 직원은 곧 중실장이 될것같은 자실장을 세마리 데리고있던 친실장을 잡아 두건을 벗겼다.

[음... 너는 전에 방출된녀석이군. 두번의 기회는 없다고 했을텐데? 썩 꺼져!]

[아닌데스! 아닌데스!]

[아니긴 뭐가아니야? 증거가 떡하니있는데!]

정수리에는 처리장에서 쫓겨난 이력이 있다는것을 뜻하는 X자 표시가 있는 친실장을 손으로 밀어내고 그 뒤에 서있던 친실장들의 두건을 벗겨가며 네마리의 친실장을 골라내 곁에있던 자실장들과 함께 상자에 넣은 직원이 카트위에 상잘자를 모두 올렸다.

[여기서 끝이다. 다음기회를 기다려라.]

직원의말에 들실장들이 실망한기색으로 자신의 하우스로 터덜터덜 발걸음을 옮겼다. 끝까지 물고늘어지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 매일같이 방출되는 들실장이 생기기에 공원을 로테이션으로 돌아다닌다해도 일주일에 한번, 많게는 두번은 방문하기때문에 다음기회를 잡으면 된다는 생각에서다.




[이제 여기도 틀렸구만....]

오늘 선별과정에서 X자 표시가 박혀있는 친실장이 꽤 많았다는것을 떠올리며 처리장 직원은 이제는 후타바공원은 제외하고 약간 멀더라도 새로운 공원을 리스트에 올려야겠다고 생각하며 화물차 짐칸에 네개의 상자를 올려놓고 화물차를 운전해 음식물쓰레기 처리장으로 돌아갔다.






학대파가 다녀간 이후

 

[테에에.....]

독라의 자실장이 풀밭에 주저앉아 초점을 잃은 눈으로 하늘을 바라보고있다.

[테에에에에엥! 테에에에에엥! 마마! 일어나는테치! 일어나는테체에에에에에엥!]

상처투성이에 너덜너덜하지만 그래도 머리털과 옷은 남아있는 자실장이 머리부터 총구까지 세로로 찢어진채 혀를 내밀고 죽어있는 친실장을 흔들며 울고있다.

[테....테텟?!]

독라가 된 충격에 넋을 놓고있던 자실장이 자매의 울음소리에 정신을 차렸는지 펄쩍뛰어 일어나더니 주변을 둘러본다.

오늘 아침까지만해도 친실장과 여섯자매가 단잠에 빠져있던 골판지 하우스는 비가오면 빗물이 그대로 들어오는 누더기가 되어있었다.

언제나 동생들을 챙겨주던 장녀는, 학대파의 발에 짓눌려 빈대떡처럼 납작해져있었다.

언니들의 말을 잘듣고, 아래의 동생들을 잘 돌보던 삼녀, 사녀는 서로의 머리털로 목이 졸려 온몸이 보라색으로 물든채 죽어있었다.

언제나 일가의 귀염둥이로 사랑받아온 육녀는 숨은 붙어있었지만 독라달마가 되어 회색의 눈물을 쏟아내고 있는것이 이제 곧 죽는게 아닐까..... 아... 죽었다.......

그리고 유일하게 군데군데 상처만 좀 입었을뿐 멀쩡하게 살아남은 오녀가 흔들고있는 친실장에게 시선을 돌리자, 차녀는 이제껏 참아온 눈물을 흘릴수밖에 없었다.

[@#~&#]

그것은 벼랑끝에 몰린 차녀의 위석이 행복회로를 돌린것인지, 아니면 그저 바람소리를 잘못들은것인지는 알수없지만 차녀의 귀에 희미하게나마 들려온 친실장의 목소리였다.

[살아야하는...테치...?]

독라의 차녀는 친실장의 시체에 대답받을길이 없는 질문을 중얼거리고는 천천히... 한발짝씩 발을 움직여 누더기가 된 하우스를 향해 걸었다.

[먼저 밥부터 모아야하는테치...]

습격자가 학대파의 인간이라는것이 차녀에게는 불행중 다행으로 인간에게는 쓰레기에 불과한 하우스안의 보존식과 비닐봉투는 손을 대지 않았기에 차녀는 하우스안에 남아있던 보존식을 자실장의 근력으로 들수있을만큼 최대한 봉투에 넣어 담고, 그위에 물이 거의 남지 않은 페트병을 넣었다.

[여긴... 안되는테치.... 무서운 오바상이 오는테치....]

학대파가 습격한자리는 실장석의 시체가 남게되고, 필연적으로 피해를 입지 않는 들실장들이 몰려와 보존식은 물론이고, 쓸만한 가재도구와 한끼 식사로 사용할 시체까지 싹 쓸어가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학대파가 떠나고 오랜시간이 지나 안전하다고 확신할때.... 아직은 유예시간이 남아있기에 차녀가 보존식과, 꼭 필요한 물건을 챙겨 떠나는데에는 시간적 여유가 많았다.

[테에.... 오녀챠.... 가는테치.... 여기에있으면 무서운 오바상들이 오는테치.....]

아직도 친실장의 시체를 흔들며 하늘이 무너져라 울고있는 오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는 차녀.

[꺼지는테챠아아아아! 독라는 노예인테챠아아아아아! 노예따위가 고귀한 아타치에게 손대지마는테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하루아침에 당한 일가실각으로 제정신이 아닌 오녀는 어깨위에 올려진 차녀의 손을 거칠게 쳐서 밀어내며 거부했다.

평소의 우애를 생각하면 독라가 되었다 하더라도 노예를 운운할정도는 아니지만, 자매가 죄다 죽어버리고 친실장마저 죽은 극한의 상황에서는 오히려 침착한 차녀가 이상한상황이다. 오녀를 나무랄수는 없는것이다.

하지만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는 하지만 차녀와 오녀가 느긋하게 슬퍼할정도로 시간이 많지는 않았다는것이 문제로, 학대파가 떠난지도 벌써 두시간이 다된상황. 이제 곧 불쌍한 일가의 잔해를 털어갈 들실장들이 몰려올것은 자명했다.

[그러지 마는테치... 아타치도 슬픈테치... 하지만 여기 남아있으면 살지못하는테치....]

눈물을 흩뿌리며 오녀를 설득하려던 차녀는 [오마에같은 독라노예은 아타치의 오네챠가 아닌테챠아아아아아!]라는 오녀의 일갈에 힘없이 고개를 떨구고 이사짐을 챙겨넣은 봉투를 들고 혼자 떠날수밖에 없었다.



[데프프프프... 신선한 고기데스....]
[이쪽은 와타시의 몫인데스.... 오마에는 저쪽으로 가는데스....]

차녀가 봉투를들고 자리를 떠난지 20분도 채 되지않아 차녀가 그토록 우려했던 들실장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테....!]

일가 실각의 현장을 둘러싼 10마리는 족히 넘어보이는 성체들실장들을 알아차린 오녀가 울음을 그치고 바닥에 철푸덕 넘어져 빵콘을 지렸다.

[차...차녀오네챠.... 어디있는테치.... 아타치를 데려가는테치....]

자신이 거칠게 거부했던 차녀를 이제서야 찾기 시작한 오녀, 하지만 도움의 손길은 어디에도 없고 오녀의 머리털과 옷을 찢는 들실장의 손길만이 남아있었다.

[테챠아아아아아아! 오바상! 살려테치! 아타치를 독라로 만들지 마는테챠아아아아아아!]

[데프프프프프! 아직은 작은 구더기밖에 못만들지만 조금만 더 크게하면 먹음직스러운 구더기를 낳게할수 있는데스!]

뿌직뿌직 찢겨나가는 오녀의 실장복, 뾱뾱 뽑혀나가는 오녀의 머리털.....

[챠아아아아아아! 차녀오네챠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제서야 아까 차녀의 말을 듣고 따라갔어야했다며 후회하는 오녀는 독라가된후 친실장의 시체 반쪽이 들어간 봉투에 던져넣어졌다.

[테에에에에엥! 독라가 되버린테치! 차녀오네챠는 뭐하는테치! 아타치를 구하지않고 뭐하고있는테치이이이이이!]

이것이 들실장의 집에 데려가져 노예의 삶을 시작하기 직전의 오녀가 마지막으로 남긴 한마디였다.




[테에에에엥....테에에에에에엥....]

봉투를 짊어지고 힘없는 울음소리를 내며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떠난 차녀.

그런 차녀의 눈앞에 하늘도 무심한것인지 인간의 신발이 나타났다.

[테......!]

불과 몇시간전 학대파에게 친과 자매를 모두 잃고 자기자신도 독라가된 차녀에게는 너무도 공포스러운 인간이라는 존재....

팬티가 없는탓에 바닥으로 뷰릿뷰릿 운치를 쏟아내며 주저앉은 차녀에게 인간의 손이 다가온다.

[아까전부터 보고있었다.]

'자 이제 죽자~' 따위와는 다른 너무도 다정한 목소리. 자신을 들어올린 인간의 손에도 운치를 분출해대던 차녀는 그제야 고개를 들어올려 인간의 얼굴을 보게되었다.

[학대파가 뒤엎는건 못봤지만말이야..... 그래도 니가 침착하게 짐을 챙겨 나오는건 봤다.]

자신을 관찰파라며 소개한 남자는 학대파에게 당해 멍하니 앉아있던 차녀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하우스에서 보존식과 패트병등을 챙겨나온것, 친실장의 시체를 흔들며 울고있던 오녀를 챙기려했던것, 오녀에게 매도당하고 거절당한끝에 혼자서 길을 나선것등을 전부 보았다고 털어놓았다.

[닝...겐상... 아프지않게 죽여주는테치이....]

[죽여? 아니아니 그건 틀려. 너는 내가 그동안 관찰했던 들실장중에 가장 똑똑하다고 확신했다. 그렇기에 기회를 주는거야. 네가 원한다면 우리집에 사육실장으로 데려가주마. 분충이 되는순간 다시 공원에 버린다는 조건이 붙어있지만 말이지.]

평소에 바라마지않던 사육실장이 되라는 제안. 독라가 된 자실장이 공원에서 살아남아 성체가되어 자를 낳을 확률은, 오늘 죽어간 친실장과 자매들이 다시 살아날 기적이 벌어질 확률만치 낮다는것을 알고있는 차녀가 거절할수없는 제안이였다.

[정말 사육실장으로 길러주는테치....?]

[그래. 나는 학대파가 아니야. 애호파도 아니긴하지만..... 아무튼! 내가 너한테 거짓말을 할 이유가 있나? 혼자 살아남을수도 없는 독라 자실장에게 거짓말이나 해서 무슨이득이 있다고?]

그렇게 차녀는 관찰파의 사육실장이 되었다.




차녀의 목소리가 테치에서 테스로 바뀌며 중실장으로 성장했을무렵....

[미도리. 오늘은 공원에 산책을 가자고~]

남자의 말에 차녀... 아니 미도리가 보금자리인 골판지 상자에서 뛰쳐나왔다.

[가는테스! 오늘이야말로 오녀챠를 찾는테스!]

주먹을 불끈쥐고...가 아니라 손에 힘을 빡 주며 남자에게 달려온 미도리는 팬티와 신발만 겨우 착용한 독라였다.

[머리도 심어줄수있고, 옷도 사줄수있지만 분충이되면 독라로 쫓겨난다는것을 잊지 않게하려면 그대로 사는게 좋을거야.] 라는 남자의말에 하다못해 옷이라도 받게해달라며 애원하던 미도리가 마지못해 수긍한 결과이다.

그래도 속옷과 신발만큼은 받아서 완전한 알몸은 아니게 되었다는것만 해도 미도리는 안도의 한숨을 쉬긴했지만.....


[데프프프프프! 저길보는데스 독라인데스!]
[어이 똥닝겐! 저런 독라말고 세레브하고 아름다운 와타시를 사육실장으로 하는데스!]

남자와 미도리가 공원에 들어서자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들실장들이 몰려와 독라인 미도리를 비웃거나, 독라대신 머리도 옷도 온전한 자신을 키우라며 아우성을 쳐댔다.

[.......]

남자는 그런 들실장들은 안중에도 없다는듯 시선조차 주지않고 묵묵히 앞장서서 걸어가는 미도리의 뒤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 관찰파인 그에게 보통의 들실장들따윈 흥미가 없는것이다.

하지만...

'철퍽!' 하는 소리와 함께 미도리의 뒤통수에 흐르는 걸쭉한 운치. 미도리에게 투분한 들실장은 즉시 남자의 손에의해 독라가 되는 처벌을 받고는 동족들에게 잡혀 노예로 끌려갔다. 아무리 들실장에게 손을 대지 않는 관찰파라해도 자신의 사육실장에게 못된짓을 하는 들실장을 용서할 이유가 없기때문이다.

이런일이 몇번 있었던후로는 자신을 키우라고 소리지르거나, 독라인 미도리를 비웃기는 해도 직접적으로 나서는 들실장은 거의 없어진것만큼은 미도리에게도 다행이라 할수있을것이다.

오늘도 미도리는 들실장들의 비웃음을 뒤로하고 몇달전 헤어진 동생을 찾아 공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있었다.

[이봐 미도리.... 이제좀 포기할때도 되지않았냐? 하루이틀이라면 모를까, 자그마치 2개월이다. 어린 자실장이 혼자 살아남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라고....]

이제 그만 동생을 잊으라는 주인의 말은 어디까지나 미도리를 생각해서 해준 걱정이지만, 그것을 알면서도 미도리는 고개를 끄덕일수 없었다.

[조금더인테스... 조금만 더 찾게 해주시는테스....]

눈물마저 흘리는 미도리의 애원을 듣고도 매정하게 안된다고 할수있을정도로 남자는 모질지 못했기에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일수밖에 없었다.

그런 미도리의 노력에 하늘이 감복한 것일까? 오늘도 공원 여기저기를 부지런히 돌아다니던 미도리의 귀에, 2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어제와같이 생생한 하나뿐인 자매의 목소리가 들렸다.

[테에에에.... 이제 노예생활은 싫은테스우우....]

[테...?! 오..오녀의 목소리가 분명한테스!!!]

뒤쪽에서 들려온 소리에 바로 몸을 홱 돌린 미도리의 눈에 들어온것은, 자실장 세마리를 등에 태우고 기어가고있는 독라노예였다.

[차...차녀오네챠인테스?!]

등위에 자실장들을 태우고있던 독라노예가 미도리의 목소리를 들은것인지 고개를 약간 들어올려 앞을보니, 그것은 분명히 일가실각을 당한 그날을 마지막으로 본적없었던 자매가 틀림없었다.

비록 자실장이였던 그때와 다르게 중실장으로 성장했지만, 위석의 공명덕인지는 몰라도 직접 마주보니 틀림없이 가족이라는것을 확신한 두마리의 독라실장들이였다.

[노예! 자들이 떨어질지도 모르는데스! 똑바로 엎드리는데스!]

그러나 사육실장이 된 미도리와 달리, 오녀는 독라노예의몸. 곁에있던 오녀의 주인이라 생각되는 성체실장이 으르렁대자 오녀는 황급히 고개를 숙여 등위에 타고있는 자실장들이 떨어지지 않도록 균형을 잡을수밖에 없었다.

[테...... 주..주인님!]

사육실장이라고는 하나 미도리는 아직 중실장. 오녀의 주인인 성체실장에게 질게 뻔한 싸움을 걸수는 없기에 옆에있던 남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을 보냈다.

[주..주인이라고 한테스우우우우?! 와타시가 독라노예가 되어 고생하는동안 차녀오네챠 오마에만 편하게 사육실장으로 살았던테샤아아아아아아아아앗!]

억울하다는 듯한 소리를 지르며 분노한 오녀는 그와중에도 자실장들을 떨어트릴까 두러워 완벽하게 엎드린 자세였다.

[와타시는 분명히 같이가자고했던테스! 오마에가 독라는 꺼지라고했던건 기억하지 못하는테스?!]

생각도 못한 비난에 경악하는 미도리.

[그딴건 모르는테샤아아아아아아아! 오마에의 탁인테스! 오마에때문에 와타시가 독라노예가 되버린테샤아아아아아아! 책임져라테샤아아아아아! 와타시의 머리씨와 옷씨를 내놓는테샤아아아아아아!]

엎드린채로 위협하는 오녀는, 자기에게 불리한 기억따위는 생각도 나지 않는다는 자세였다.

[이봐 들실장. 콘페이토를 하나 줄테니 잠깐 자실장들을 내리게 하지않겠냐? 꽤 볼만한 싸움이 될거같아서말이야]

사육실장으로 살아온 언니와, 독라노예로 살아온 동생의 말싸움. 이것은 관찰파인 남자에게는 꽤나 흥미진진한 주제였기에 항상 주머니에 챙겨다니던 콘페이토를 한알 꺼내어 오녀의 주인인 친실장에게 건네주자 이게 왠떡이냐는 표정으로 재빨리 오녀의 등위에 타고있던 자실장세마리를 땅에 내리는 주인 친실장이였다.

이제 등위에 타고있는 자실장이 없기에 엎드려있을 필요가 없게된 오녀가 벌떡일어나 미도리를 향해 달려갔다.

[내놓는테샤아아아아아아아앗! 사육실장을 내놓는테스! 독라노예는 오마에가 하는테샤아아아아아아아앗!]

한대 칠 기세로 손에 힘을 꽉 주고 달려온 오녀는 막상 미도리의 앞에 도착한뒤에는 머뭇머뭇거리며 소리만 지르고있었다.

이상할건 아니다. 독라노예로 학대를 받으며 밥도 재대로된걸 먹지 못했던 오녀와, 사육실장으로 영양가높은 푸드를 배불리 먹으며 자란 미도리. 이 둘의 체격은 같은날 태어난 자매라고 믿기 힘들정도의 차이가 벌어저있었던것이다.

머리하나이상 큰 미도리에게 주늑이 들어버렸지만, 그와중에도 오녀의 고함소리는 작아지지 않았다는게 도리어 신기할지경이다.

[오녀. 와타시가 분명 말했던테스. 무서운 오바상들이 올테니까 빨리 도망가야한다고.... 그 말을 듣지않은건 누구인테스? 와타시가 잘못한게 있는테스?]

애타게 동생을 찾던 미도리가 맞나 싶을정도로 냉정하게 딱 잘라 말하는 미도리. 그것은 과거를 반성하기는 커녕 적반하장으로 화를 내는 동생에게 질렸다는 뜻이다.

[주인님. 와타시가 잘못본테스. 이 독라노예는 와타시의 착한 이모토가 아니였던테스. 죄송했던테스. 이제부턴 이모토를 찾지 않겠는테스]

더이상 할말이 없다는듯 미도리는 남자쪽으로 몸을 돌렸다.

[어.... 그래. 그러면 집으로 돌아가자꾸나...]

재미있는 구경을 하긴했지만, 동생을 구해달라 애원하지도 않고 바로 잘라내는 미도리에게 약간은 놀란 남자가 도리어 당황했을정도로 미도리의 태도는 단호했다.

[테.....!]

당황한것은 남자뿐만이 아니라 오녀도 마찬가지. 이제 차녀 오네챠에게 구해져 자신도 사육실장이 될거라 생각했던 오녀는 그동안의 고생과 설움을 터트린것 뿐이지만, 겨우 이정도로 버려질거라 예상하지 못했기에 더더욱 당황할수밖에 없었다.

[기..기다리는테스! 와타시가 잘못한테스! 살려주는테스! 더이상 노예는 이야테스우우우우우!]

차녀를 쫓아가려다 주인에게 가로막힌 오녀가 비통하게 소리를 질렀다.

[이봐 미도리. 정말로 그냥 가도 괜찮겠어?]

오녀쪽으로 턱짓을 하며 남자가 묻자

[괜찮은테스. 저자는 와타시의 이모토가 아닌테스. 게다가 저런 분충을 구해준다해도 주인님에게 폐를 끼칠게 분명한테스. 주인님이 분명히 분충은 키워주지 않는다고 하시지 않은테스?]

[뭐.. 그렇긴 하지... 그렇지만 이렇게 기적적으로 찾은것도 인연이긴 하니까 노예생활정도는 끝내주도록 할까?]

잠시 미도리에게 기다리라 지시한 남자는 오녀를 엎드리게 하고 다시 자실장을 오녀의 등위에 올리기 시작한 들실장에게 다가갔다.

[이봐 들실장. 그 노예를 풀어준다면 콘페이토를 다섯개 주도록하지]

즉시 주머니에서 꺼내져 들실장에게 내밀어진 콘페이토 다섯알.

[공물은 받아주지만 이정도로는 어림도 없는데스! 적어도 백개는 가져오는데스!]

남자의 손에서 콘페이토를 낚아챈 들실장이 네개는 손에 들고있던 봉투안에, 그리고 하나는 자신의 입안에 넣고 우물거렸다.

[이봐 들실장 착각하지마라. 나는 지금 협상을 하는게 아니야. 통보를 하는거지. 다른식으로 말해줄까? 죽이지 않고 콘페이토를 다섯개 줄테니 그 독라노예를 놓고 꺼져!]

남자가 살짝 인상을쓰며 노려보자 푸드드득 빵콘을 하는 들실장. 잠깐 자들을 노예위에서 내려주는것으로 콘페이토를 하나 받은데다, 다섯개를 추가로 받아 자신이 우위라고 착각하며 생색을 내던 모습은 어디로가고, 그제야 인간과 실장석의 힘의차이를 떠올리고 겁에질린모습이였다.

[아..알겠는데스우.....]

황급히 오녀의 등에 태운 자실장들을 끌어안고 도망치는 들실장. 그런 와중에도 콘페이토를 넣은 봉투만큼은 잊지않는것이 실로 실장석 답다고 할수있었다.

[이봐 독라노예. 아니지 이젠 노예가 아니지... 너는 자유다. 니 하고싶은대로 살아라.]

주인이 도망치고 어기적어기적 몸을 일으킨 오녀에게 자유가 되었음을 알려준 남자는 다시 미도리쪽으로 돌아갔다.

[돌아가자 미도리. 이제 슬슬 돌아가지 않으면 저녁먹을시간에 늦을거야]

좋은 구경거리를 관람한덕에 기분이 좋아진 남자는 즉시 귀가길을 앞장서서 걷기 시작한 미도리의 뒤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기..기다리는테스우!]

황망히 쳐다보던 오녀가 귀가길에 오른 미도리와 남자를 보고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 달려와 앞을 가로막았다.

[왜? 구해줬으니 감사하단 인사는 하지 않아도된다. 나도 꽤 즐겼으니까.]

[그..그게 아닌테스! 와타시도 데려가주는테스! 독라로는 살아갈수 없는테스!!!]

지금껏 독라노예로 살아왔던 오녀이다. 당연히 밥을 어디서 모으는지, 물을 어디서 구하는지도 잘 모르며 가장 중요한것은 당장 오늘부터 살 하우스조차 없는상황이다. 기껏 해방되었지만 그렇다해서 상황이 나아진것은 없는것이다.

[하하하! 주제도 모르고 무슨소리냐! 이봐. 너 두달전에 이녀석이 같이가자했을때 거절했다가 독라노예가 된주제에 깨달은건 없지않았어? 널 구해줄 유일한 존재인 미도리에게 그렇게 으르렁대놓고 이제와서 같이살게해달라? 뻔뻔한것도 정도껏해야지!]

남자가 앞을 가로막은 오녀를 발로 툭 걷어차 밀어내자 다시 앞장서서 걷기 시작하는 미도리.

[데려가주는테스우우우! 차녀오네챠아아아아아아!]

가볍게 차였을 뿐이지만, 재대로 먹지도 못하고 살아온 오녀는 큰 타격을 입고 바닥에 쓰러진채 멀어져가는 미도리에게 애원하며 소리를 지르는것말고는 아무것도 할수없었고...

[오녀챠.....오로로로로롱~!]

오녀의 소리가 들리지 않을정도로 멀리 온뒤에야 미도리는 울음을 터트렸다.

[뭐... 할말은 없지만... 기운내라. 그래도 죽었을거라 생각했는데 살아있다는걸 알게된것만으로도 어디냐?]

남자가 한마디 위로를 해주자 미도리는 [데스우...] 힘없이 울음소리를 내고는 터벅터벅 집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추격

 

' 저 닌겐 분명 와타시를 따라오고 있는 데스. '



오늘도 어김없이 음식물 쓰레기를 뒤져 골라낸 음식을 봉투에 챙긴 친실장은 해가 지기 전에 골판지로 향하고 있다.

" 오늘은 저 녀석으로 해볼까나~ "

계속해서 들리는 저벅대는 발소리에 돌아봤을땐 먼 발치서 인간이 쳐다보고 있었다.

' 닌겐인 데스. 위험하니 빨리 돌아가는 데스. '

실장석 나름의 빠른 발걸음으로 걷다 잠시 숨을 고르려 수풀 사이에서 뒤를 돌았을땐, 아까 그 인간이 아까와 같은 거리에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 저 닌겐 분명 와타시를 따라오고 있는 데스. 와타시가 움직이면 따라 움직이고, 멈추면 같이 멈추는 데스. 하지만 왜인데스? '

실장석은 알고있다. 인간은 자신들보다 훨씬 빨라서 굳이 한마리를 표적으로 삼는다면 큰 노력 없이도 따라잡을 수 있다. 하지만 저 인간은 굳이 그러지 않기에 의문을 가진 친실장이었다.

' 설마 골판지를 노리는 데스? '

이대로라면 골판지에 도착해버린다. 그때까지 쫓아온다면 골판지를 들켜버리고 인간에게 골판지를 들킨다면..

무서운 상상을 한 친실장은 황급히 뛰어가기 시작한다.

" 데스! 이제 괜찮은 데스! "

가쁜 숨을 몰아쉬며 골판지 앞에 도착한 친실장은 환한 얼굴로 인사한다.

" 마마가 온 데스~ "

곤히 자던 자실장들이 일어나 두 눈을 반짝이며 맞이한다.

" 마마!-.. 테치? 오바상? "

" 오바상은 마마가 아닌 테치. "

" 테치? 오바상 잘못 찾아온 테치! 길치인테츙? 치픗- "

" 아닌데스. 확실히 여기로 온 데스. 데프픗- "

빠악-

의미심장한 친실장의 웃음과 함께 골판지가 엄청난 타격과 함께 날아간다.

' 역시 그랬던 데스 '

" 테챠아아아아앗-!!! 무슨일인테치-!!!! "

" 테히-.. 다리씨가 왜 저기.. 텟?.. "

" 테갹-!!! 오네챠 -!!! "

비명을 지르는 자실장 중 한마리를 인간이 집어든다.

" 잘들어라. 네 자는 지금부터.. 어? "

친실장을 협박할 생각이었지만, 어째 친실장이 보이질 않는다.

" 빠르기도 하네.. 자는 또 낳으면 되는데스~ 이러면서 도망갔을라나.. 재미없지 이러면.. "

손에 쥔 자실장을 무심하게 던지곤 흥미가 떨어져 발길을 돌린다.








식당 실장 미도리 (ㅇㅇ(220.121))

 

미도리는 일종의 마당실장석이었다.
제법 규모가 있는 식당의 현관 입구 밖에서 목줄이 묶인 채 키워졌는데 
손님들이 식당에 들어오고 나갈 때면 예의 바르게 인사를 하는 통에 꽤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식당의 입구는 크고 튼튼한 유리문으로 되어 있었다.
손님이 뜸한 시간이면 미도리는 유리창 안을 들여다보며 주인이 저와 놀아주러 나오기를 기다렸다.
주인이 꽤 자주 놀아줬는지 미도리의 집 옆에는 고양이용 낚시 장난감과 고무공, 그리고 유아용 퍼즐이 항상 구비돼 있었다.

미도리의 집은 식당 바깥에 있었다.
식당은 입구 바깥쪽을 마치 테라스처럼 지붕과 데코타일을 깔아서 멋스럽게 꾸며 놓았는데, 
그 가장 안쪽에 미도리의 집이 있었다.
미도리의 집은 인터넷에서 구매한 튼튼한 플라스틱 개집이었다.
개집 안에는 고양이용 마약방석과 미도리의 손때가 묻은 애착인형이 들어있었다.
미도리가 편안히 쉬기도 하고 잠을 자기도 하는 곳이다.
가끔 주인은 미도리가 잠을 자는 동안 그 옆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흐뭇하게 미도리를 지켜보곤 했다.
터질 듯 포동포동한 미도리의 뺨과 세모꼴의 언청이 입술이 그의 눈엔 꽤 귀여워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여느 식당이 그렇듯 그 식당도 테라스에 화분을 놔두긴 했다.
하지만 그 화분들은 꽃이 피지 않는 나무 화분이었고, 미도리에게 어떤 위험도 끼치지 않는 것들이었다.
깔끔한 급수대와 식기세트, 고양이용 화장실과 모래, 그리고 언제나 깨끗한 실장복과 윤기가 흐르는 미도리의 외양.
비록 마당실장석일지언정 미도리는 꽤 관리 받고 사랑 받는 실장석이었다.
그 평화가 깨진 건 미도리가 두 살이 되던 해였다.

"이 불쌍한 아가를 어쩌면 좋아!"
어느 날 한 여성이 그야말로 안타까운 얼굴로 눈물마저 글썽이며 미도리를 향해 콘페이토를 건넸다.
평소 미도리의 주인은 치아가 썩는다며 콘페이토를 잘 주지 않았고, 단맛이라면 환장을 하는 실장석 미도리는 언제나 그걸 아쉬워했었다.
"코..콘페이토 데스우!"
눈을 휘둥그렇게 뜬 채 침을 흘리며 헐떡벌떡 콘페이토를 먹는 미도리를 보며 여인은 그윽한 눈으로 미도리의 머리를 만져주었다.
매일 머리를 감고 목욕을 하던 미도리였지만, 최근 머리숱이 줄기 시작한 이후로 하루 걸러 한 번씩 머리를 감던 미도리는 조금 미안한 얼굴로 여인을 쳐다보았다.
"닝겐상, 고마운 데스. 하지만 미도리 머리 더러운 데스. 안 감은 데스. 미도리 머리를 만지면 닝겐상 손씨가 더러워질지도 모르는 데스."
"뭐..뭐라고? 이렇게 귀여운 길아가를 씻기지도 않는다고?"
"데에? 미도리 씻는 데스. 하지만 어제 안 씻은 데스."
"아아, 가여워라.. 이 귀여운 아가를 씻기지도 않고 길에다 방치하다니..."
미도리는 여인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콘페이토를 주니 착한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미도리가 만났던 많은 사람들은 언제나 미도리를 귀여워하고 예뻐해줬으니 여인도 분명 미도리에게 잘해줄 것이다.
왜인지 모르지만 분노한 여인이 씩씩대며 식당 안으로 들어갔고, 미도리는 귀엽지만 멍청한 얼굴을 갸웃하며 고개를 빼꼼 내밀어 가게 안을 들여다보았다.
유리창 너머로는 주인과 무언가 큰소리로 얘기를 나누는 여인이 보였다.
"역시 주인님과 아는 닝겐상인 데스. 착한 닝겐 데스우. 주인님과 친구면 미도리와도 친구 데스우!"
콘페이토를 준 착한 닝겐과 주인이 친구라고 착각한 미도리는 뿌듯한 얼굴로 제 자리로 돌아갔다.
사료통에는 조금 전 주인이 넣어준 푸드와 큐브모양의 닭가슴살이 섞여있었다.
제법 커다란 콘페이토를 한 알 다 먹어치운 미도리는 조금 미간을 찌푸리며 사료를 보았다.
"데.. 사료 먹기 싫은 데스. 오늘은 닭가슴살만 먹는 데스. 미도리는 고급 입맛 데스. 데프픗 미도리는 귀족 실장 데스우"
미도리가 마지막 닭가슴살을 골라 막 입에 넣었을 때 요란한 기세로 식당문이 열렸다.
누가 시키지 않았어도 항상 손님에게 인사를 하던 미도리는 닭가슴살을 꿀떡 삼키며 손님에게 인사를 하려고 식당문으로 뒤뚱뒤뚱 뛰어갔다.
"실장석은 집안에서 길러야 해요! 길거리가 길아가들에게 얼마나 위험한지 모르세요?"
"길아가라니! 미도리가 주인도 없는 공원 참피인 줄 아세요? 제가 충분히 주의하며 잘 기르고 있다고요. 당신이 싸구려 설탕덩어리 먹이지 않아도 닭가슴살이랑 실장푸드랑 알아서 다 먹인다고요!"
콘페이토를 주던 여자와 주인이 큰소리로 정겹게 얘기하는 것을 보며 미도리는 고개를 꾸뻑 숙여 항상 하던 인사를 우렁차게 외쳤다.
"콘페이토 닝겐상 안녕히 가시는 데스우! 또 오시는 데스우!"
사실 주인은 한 번도 미도리에게 그런 인사를 가르친 적이 없었다.
단지 주인을 좋아하는 미도리가 유리창 너머로 항상 주인을 지켜보며 주인이 하던 것을 그대로 따라 학습했을 뿐이다.
그것을 본 여인은 다른 사람들처럼 미도리를 칭찬하는 대신 눈물을 글썽이며 말을 더듬었다.
"세상에... 얼마나 길아가에게 억지로 훈련시켰으면...! 실장석은 어린 아가 지능이라 이런 걸 따라하지 못해요. 그런데도 이 아가는...!"
무슨 상황인지 이해를 못하는 미도리는 고개를 갸웃하며 데스웅? 하는 얼굴로 주인을 쳐다봤다.
주인은 기가 차다는 얼굴로 여인을 한심하게 쳐다보았다.
한참 눈물을 찍어내던 여인은 재빨리 눈동자를 움직여 미도리의 사료그릇을 찾았다.
닭가슴살만 골라 먹은 사료그릇엔 푸드만 있었고, 어김없이 자기 예상이 맞았다 생각한 여인은 눈을 빛내며 사료그릇을 향해 손가락질했다.
"보세요, 닭가슴살이 대체 어디있다는 거죠? 이런 거짓말쟁이! 사료도 분명 실장석을 갈아 만든 최저품을 줬을 거야! 당신 두고봐욧! 내가 커뮤니티에 다 올릴테니!"
한 손으로 머리를 짚는 주인을 보며 미도리는 자신도 주인의 옆에서 같이 짤막한 자신의 손으로 머리통을 짚으려고 했다.
하지만 짤뚱한 미도리의 팔은 이마 근처까지 올라가는 게 전부였다.
한 손으로 머리를 짚고 섰는 주인과 그 바로 옆에서 이마를 짚고 주인과 똑같은 흉내를 내는 미도리를 보며 지나가던 사람들은 모두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그만큼 귀엽고 사랑 받는 실장석이었다.

여인이 시비를 건 다음부터 미도리에겐 목줄이 채워졌다.
예쁜 빨간 목줄을 신기하다는 듯 손으로 잡아당기는 미도리를 향해 주인은 안쓰럽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하지만 목줄마저 없다면 언제 여인이 미도리를 훔쳐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주인은 목줄을 단단히 묶었다.

여인은 이삼일에 한 번씩 식당을 찾아왔다.
그때마다 미도리에게 콘페이토를 건네고 헐떡벌떡 침을 흘리며 콘페이토에 달려드는 미도리를 불쌍하게 쳐다보았다.
가끔 익숙하지 않은 목줄에 발이 걸려 미도리가 넘어지기라도 할라치면 여인은 눈물을 흘리곤 했다.

미도리는 식당 실장석이었다.
그래서 가게가 문을 닫으면 주인은 미도리가 있는 테라스쪽 난간을 닫고 자물쇠로 채운 후 집에 가곤 했다.
식당이 거의 자정에 끝났기에 미도리는 언제나 자다가 일어나 한 손엔 애착인형을 안은 채 주인에게 인사를 하곤 마저 잠을 청했다.
그날도 주인에게 인사를 하고 잠을 잘 때였다.
갑자기 밖이 좀 소란스럽더니 콘페이토를 주던 여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애호대디님, 빨리 하셔요."
"잠시만요, 애호맘님. 자물쇠가 튼튼해서 잘 안 잘려요. 됐다. 식당 자물쇠를 뿌셨으니 이제 길아가를 구출해옵시다."
미도리는 여전히 애착인형을 한 손에 든 채로 그들이 들어오는 걸 지켜보았다.
누굴 구출한다는 걸 보니 무척 용감하고 착한 닝겐들이라고 생각했다.
남자와 여인은 목줄에 묶인 미도리를 보며 훌쩍이는 소리를 냈다.
"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작은 길아가에게 목줄을 채울 수 가 있는지... 아가야, 천사야, 좆간이 미안하다..."
"아니에요. 이렇게 귀여운 길아가를 학대하는 못된 인간이 있는가 하면 우리 같은 사람도 있잖아요."
대체 저 둘이서 무슨 소릴 하는 건지 이해가 안 가는 미도리는 고개를 갸웃하며 데스웅? 하는 소리를 냈다.
그리고 갑자기 미도리가 번쩍 들리며 미도리의 목줄이 잘라졌다
땅에서 발이 떨어진 미도리는 놀라서 애착인형을 떨어뜨렸다.
"귀여운 길아가야, 우리가 구조해줄께. 아무 걱정도 하지마렴."

미도리의 우렁찬 목청을 아는 여인은 미도리가 큰소리로 울어서 어그로 끌 것을 우려해 재빨리 네무리를 뿌렸다.
미도리가 눈을 떴을 때 미도리는 낯선 방안에 있었다.
"크..큰일 데스우! 주인님이 안 보이는 데스우! 집이 아닌 데스우! 주인님! 주인님, 미도리 여기 있는 데스! 살려주는 데스!"
버럭버럭 고함을 질러대는 미도리를 진정시키려 했지만 여인으로선 역부족이었다.
아무리 콘페이토를 주는 착한 닝겐이라도 미도리에겐 주인이 제일 중요했기 때문이다.
미도리의 작은 세상은 주인과 식당이 전부였다.
그런데 한 순간에 미도리의 작은 세상이 전부 사라지고 만 것이다.
미도리의 작은 머리로도 여인이 자신을 데려왔고, 그래서 주인을 볼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은 너무 잘 알 수 있었다.
"데샤아악!! 암컷 닝겐은 꺼지는 데스! 주인님 데려오는 데스우! 주인님 데려오란 데스!"
미도리는 여인을 향해 위협을 하고 소리를 지르며 녹색 운치를 지렸다.
여인은 눈물을 흘리며 미도리를 향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어쩌면 좋니.. 너를 어쩌면 좋니... 이렇게 순화가 안되는 걸 보면 학대를 많이 받았나봐.. 불쌍한 길아가... 내가 좋은 애호맘님이 밥 주는 곳에 너를 방사시켜줄게. 부디 내가 주는 자유가 네게 새로운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다..."

미도리에게는 다시 네무리가 뿌려졌다.
미도리가 다시 눈을 떴을 때 미도리는 차가운 시멘트 바닥 위에 누워있었다.
커다란 사료통에는 넘쳐나는 싸구려 저질푸드와 구더기가 들끓었고, 옆의 물그릇에는 지저분한 물이 담겨있었다.
"배고픈 데스... 목도 마른 데스... 하지만 먹기 싫은 데스.. 배씨는 고프지 말란 데스우...데.... 배고픈데 먹기 싫은 데스우... 데에엥 데에엥..."
미도리는 자실장 때 주인에게 구조된 실장석이었다.
실장석 일가를 습격한 고양이가 미도리를 죽이기 전 이리저리 던지며 가지고 놀 때 지나가던 주인이 발견하고 구해준 것이다.
그 후 늘 주인에게 응석을 부리며 살던 미도리는 최상급 삶은 아니더라도 제법 괜찮은 삶을 살았다.
깨끗한 물과 적당한 푸드, 그리고 주인의 사랑을 듬뿍 받고 살던 미도리에게 길거리 생활은 너무 낯설고 힘들었다.
아니 아예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데에엥 데에엥 주인님 데스우- 미도리 여기 있는 데스- 데에에엥, 이제 그만 나와라 데스-"
사료그릇 앞에 앉아 울던 미도리의 목소리는 길냥이를 불러들이기에 충분했다.
길냥이는 배가 고프지 않아도 재미로 실장석을 갖고 놀다 찢어죽이는 아이들이었다.
냐앙~ 하는 고양이의 목소리가 들렸고, 그 후 주인을 찾던 미도리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미도리가 단칼에 죽었는지 아니면 날카로운 발톱에 성대가 찢겨져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된 채로 이리저리 던져지다 차례차례 찢겨져 죽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다만 미도리의 주인만이 미도리가 사라진 후 일 년이 넘도록 미도리를 찾는 전단지를 붙이고 다녔을 뿐이다.








노실장 (ㅇㅇ(114.199))

 

공원의 먹이경쟁에서 탈락하는 쪽은 물론 힘이나 재주가 약한 쪽이다. 그래서 먹이를 구하러 나서는 것은 이미 성장을 마친 성체들 뿐이다.
그들이 밥을 구하러 가는곳은 파란 음식물쓰래기 수거함이다. 어찌저찌 수거함의 밑동을 후려치면 흘러넘치는 부분이나, 간혹 아래로 새는 쓰래기를 주섬주섬 봉투에 담는다.
경쟁자가 근처에 다가오면 소리지르며 밀치는 실장석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고된 노동의 산물을 채가는 놈은 봐줄 수 없을 뿐더러, 남의 먹을것을 채가는 기쁨도 적지 않기 때문에.
망아의 상태가 되어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대는 늠름한 성체들. 그 사이로 그들보다 조금 작은 크기의 실장석 하나가 구렁이 담넘듯이 그들을 제친다.
두 성체실장이 놀랄새도 없이 그 노련한 실장석은 작고 검은 봉투에 바닥에 떨어진 음식물을 가득 채워넣곤 풀숲 속으로 홀연히 사라졌다. 뒤늦게나마 두 실장석이 알아챘을 때에는 노력해서 두들긴 수확물이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한 눈 판 사이에 대담하게 먹을것을 노략하는 솜씨는 하루이틀 연습해서 될 일이 아니었다.
이미 볼살이 축 처져 턱 근처에 자글자글한 주름이 진 이 실장석은 결코 적지 않은 세월동안 이렇게 살아남는 방법을 연마해왔던 것이다.
공원에서 가장 눈에 띄지 않는 방아깨비서식지 구석에 마대자루를 덮어 위장한 골판지 하우스. 집주인인 노실장은 빈집털이 대비용 차단막을 조심스레 걷고는 빵빵한 비닐봉지를 끌고 안으로 들어간다.
늙은 실장석 한마리 밖에 살지 않는 아담한 집. 조금 둘러보면 바람빠진 고무공이나 자실장의 잠자리로 쓰인 물기없는 물티슈 조각이 널브러져 있는 것으로 보아 자들이 있었던 것은 맞는 모양이다.
하지만 지금은 노실장 하나만이 사는 집인 것 처럼 보인다. 노실장은 비닐봉지 안의 내용물을 꺼내 식료품을 보관하는 작은 종이상자 안에 넣고, 아직 살코기가 남은 생선조림의 잔해를 쭙쭙 빨아먹는다.

조용한 식사가 끝나면 노실장의 일과는 절반이 마무리 된 것이다. 나머지 절반은 모아온 쓰래기나 주변의 잡초를 이용해서 잡다한 수제용품을 만드는데 모두 소비하는 것이다.
사연이 깊어보이는 흉터들이 우들두들 난 둥근 손으로 온갖 것들을 만든다. 분충 퇴치용 생선뼈트랩, 잡초로 엮어 만든 길찾기용 로프, 독거생활의 외로움을 달래는 정원용 삽...
노실장은 오늘 자실장이 갖고 놀 법한 작은 인형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풀잎을 엮어 기운 몸통에 휴지조각으로 속을 채우고 작은 꽃잎들로 마무리를 할 때까지는 하루를 꼬박 지새워야 했다.
자신이 쓸 것도 아닌 것에 큰 정성을 기울이는 이유는, 때때로 이런 것들이 유용하게 쓰인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날 노실장은 밤이 되어 손조차 보이지 않을만큼 어두워질 때가 되서야 작업물을 내려놓았다.

문득 그 작은 인형을 내려다보고 있으면 어릴 때의 자신이 생각난다.
그 늙은 실장석에게도 물론 어릴 때는 있었다.

맨 처음 기억나는 풍경은 어느 눈내리는 날의 강변으로, 아직 친실장의 품에 쏙 안길 수 있는 자실장이었을 적의 풍경이다.
따뜻한 추억거리는 아니었다. 본래 산에서 살던 산실장 일가였지만 큰 동물들에게 은신처가 발각된 탓에 도망치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을 안고 있던 친실장은 그대로 개울을 따라 자갈길을 해치며 멀리 떠나왔다. 같이 부락을 이루며 살던 자매들과는 그렇게 기약도 없이 결별하고말았다. 친실장은 품 안의 어린 자들을 꼭 껴안고 동상의 고통을 참으며 산을 내려왔다.
그 때 자신은 무서운 일을 당할 것이라 생각하여 겁에 질렸기 때문에 비명 한번 내지 못한 채 벌벌 떨었다. 풀잎으로 엮어 만든 이파리 인형을 꼭 안고. 그렇게 일가는 산 아래의 작은 공원에 정착하게 되었다.

산실장이 갑작스레 들실장으로서의 생활으로 돌아서는 것은 쉽지 않았다. 먹이를 구하는 방법부터 생소했을 뿐더러, 인근 들실장 무리의 텃세도 만만찮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들실장에 비하면 체력과 정신력이 일반적으로 월등한 산실장의 신체조건덕분에 일가는 어찌저찌 자리를 잡아 생활할 수 있게 되었다. 친실장은 방해를 받으면 대담하게 부딪혔고, 배워야 할 게 있으면 모두 알아내서 자들에게 알려주었다.
다소 불행한 일로 인해 안락히 살고 있었던 부락은 분해되었지만, 새로운 출발을 앞둔 일가는 슬픔을 외면하고 강인하게 새로운 환경에 맞서는 길을 선택했다.

하지만 들실장의 생태 역시 타의적으로 발생한 사건으로 인해 쉽게 깨질 수 있는 것이었다.
어느덧 성체의 절반까지 큰 자신은 독립해서 살아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역경을 이겨내고 다급한 이주에 성공한 자신의 마마와 같은 성체실장이 되겠노라 다짐한 시기였다.
그 시기에, 유랑하는 독라 떼거리가 공원을 급습했다.
먹을것이 없어진 공원을 떠나 정처없이 떠도는 이 도적떼는 가까운 공원들을 습격해 먹을것을 빼앗고, 공원의 들실장들도 먹어치워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악랄함으로 이름이 높았다.
들실장들은 일제히 패닉에 빠져 망동하기 시작했다. 우왕좌왕하면서 시간을 다 보내다 독라 떼거리에게 붙들려 살을 파먹히는 경우는 예사였다. 숨어있던 골판지 째로 투석공격에 무너지는 일가가 있는가 하면, 자식들을 내던지고 제 혼자 살겠다는 친실장까지 다양한 광경이 펼쳐졌다.
기껏 이주해서 자리를 일가에게도 물론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하지만 본래 산실장으로서의 삶은 언제나 불의의 습격에 대비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친실장은 여느 들실장들과 다르게 침착하게 자신과 싸울수 있는 자들 모두 단단히 무장시켰다.

일가를 지키기 위한 싸움은 처음엔 성공적이었다. 보이는 하우스마다 풍비박산을 내놓던 떼거리였지만 이 일가의 하우스만큼은 함락시키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떨쳐댄 악명답게 집요했던 떼거리는 다시 포악한 독라들을 소집해 일가를 향한 공격을 재개했다. 일가는 꼼짝없이 포위되어 실각될 위기에 처했다.
친실장은 모든 지혜를 짜내어 수적 열세를 극복하는 싸움을 계속했지만 결국 죽음을 맞았다. 곧 친실장의 육신은 증오에 찬 독라들의 음식이 되어 갈기갈기 찢겨갔다. 그 비통하고 고독한 죽음에는 아무런 명예도 뒤따르지 못했다.
그 죽음을 목도한 자신과 자매들은 큰 충격과 슬픔에 휩싸였다. 그 중에서도 가장 힘이 넘쳤던 장녀 언니는 울분을 터뜨리며 시체를 씹던 독라들에게 달려들었다.
그 분노가 전염되어 자신을 포함한 자매들도 모두 뛰쳐나가 가지고 있던 온갖 무기를 동원해 친실장의 원수들을 도륙냈다.
일가의 분전으로 인해 떼거리는 이미 떼거리라 부를 수 없을만큼 숫자가 줄어있었기에, 자매들의 항전은 그야말로 결정타가 되었다. 분노의 총공격을 받은 잔당들은 고작 두어마리만 살아남아 혼비백산하여 도망친 것이다.
달아나는 뒷모습을 본 뒤에야 비로소 주저앉아 진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주변에 자매들은 한 마리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 사실을 눈치챈 자신은 벌떡 일어나 울음을 터뜨리며 자매들을 찾아 주변을 서성였다.
모두 찾긴 했지만, 모두 시체가 된 뒤였다. 언니도 동생도 모두 죽고 자신만 살아남은 것이다. 이제 자신은 완전히 천애고아의 신세였다.

정신을 잃을만큼 울고, 정신을 차린 다음 다시 울기를 반복하다 어느새 밤이 되었다.
독라 떼거리의 약탈이 끝났다는것을 뒤늦게 눈치챈 들실장들이 슬금슬금, 공원을 살피러 은신처 밖으로 하나둘씩 나왔다.
놀랍게도 떼거리는 흔적만 남긴채 모두 사라져 있었다. 그것도 시체들만 남긴채. 들실장들은 몹시 기뻐했다. 약탈자의 죽음으로써 더욱 안전해진 것도 있었지만, 여하튼 동족의 시체란 먹을 수 있는 것이다.
덩치 큰 실장석들은 울고 있는 자신을 제치고 널브러진 동족의 시체들을 주워가기 시작했다. 자신은 깜짝 놀라 펄쩍 뛰었다. 그들은 독라 떼거리의 시체뿐만 아니라 자신의 가족들의 시체까지 주워가고 있었다.
낮에 그랬던 것처럼 눈이 뒤집어질만큼 분노하며 그들에게 항의했다. 그들은 잠시 멈칫했지만 아랑곳 않고 고기를 다시 챙겼다. 그 작태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자신은 그들에게 달려들어 폭력을 휘둘렀다.
별안간 날뛰는 중실장의 주먹에 몇몇 들실장의 코가 깨지고 발라당 뒤집어지기까지 했지만 거기까지였다. 낮과는 달리 자매들도 없이 혼자 공격했기 때문에 수적 열세를 극복할 수 있는 수단은 하나도 없었다.
곧 집단구타에 정신을 잃을만큼 두들겨맞아 제압되었다. 의식이 회복되었을 때에는 여전히 시체를 챙기는 성체들이 근방을 두리번거리고 있었으나, 이미 상당수가 없어져 있었다.
친실장과 자매들의 시체는 이미 흔적도 없었다. 욱신거리는  몸을 비척대보려 하지만 조금도 움직여지지 않았다. 피눈물만이 흘러내린다. 비명만이 얇게 터져나온다.

그만둬. 먹지마. 우리가 너희들을 지켰어. 우리가 너희들을 대신해서 싸웠어. 그런데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가 있어?
새된 비명같은 항의를 들은 몇 성체실장은 의식을 회복한 자신을 내려다보았다. 그들 중 몇몇이 코웃음치며 말했다.
우리가 언제 부탁이라도 했나? 멋대로 죽어놓고 은혜를 씌운 체 하지 말아라.

...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에는, 집이 있었던 흔적만이 남아있었다.
하루 내내 나가서 싸웠기 때문에 구더기 몇마리에 엄지 한 마리가 지키고 있었다. 그건 사실상 하루 내내 빈 집인 상태였음을 의미했다. 그리고 그건 누군가에게는 식량과 주거지를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엄지가 갖고 놀던 작은 이파리 인형 하나가 찢겨진채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이미 피눈물이 흐르다 못해 피부에 쩍쩍 말라붙은 자신의 눈에는 더 이상 흘러내릴 슬픔이 없었다. 한참을 그 자리에서 멍하니 서 있던 자신은 곧 몸을 비척비척 움직였다.
집을 구하자.
집이 될만한 골판지를 찾아서,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을 곳에서 살자.
그 뒤엔, 먹을 것을 찾자.
그렇게 집이 있었던 곳을 떠나 꽤 거리가 있는 폐지장까지 자신은 걸어갔다. 슬퍼하는 일에 단 1초도 할애하지 않은 채 그저 걷기만 했다. 두번다시 뒤를 돌아보지 않겠다는 듯이 고개를 빳빳이 한 채.



그런 일이 있었던 뒤로 며칠이 지났는지를 가늠하기 힘들만큼 긴 세월이 흘러, 자신은 노실장이 될 때까지 이 공원에서 살아있다.
완성된 인형을 만지작거리는 노실장의 얼굴에 이제껏 있었던 일들이 스쳐지나간다.
공원의 어떤 들실장들과도 관계하지 않고 살아가겠다는 일념으로, 조용히 자들을 키워 하나 둘씩 독립시켜나갔다.
극단적으로 교류를 차단한 삶은 비록 고통을 수반하는 것이었지만 더없이 안전한 일이기도 했다. 그렇게 노실장은 상당히 많은 수의 자를 독립시킬 수 있었다.
이제는 출산적령기도 끝나 완전히 혼자가 된 노실장은 온전히 자신만을 책임지며 삶을 이어나가는 중이었다.
다만 한 가지, 미련이 남는 일 하나를 마무리할 필요가 있었다.
노실장은 쓰다듬던 인형을 머리맡에 놔두고 잠에 들었다.






그 인형은 다음날 아침, 공원의 어느 일가의 집 앞에 놓여 있었다.
아침 배변활동을 위해 집 밖을 나서자마자 인형을 발견한 자실장 하나가 똥이 흐르는 것도 잊은 채 인형에 달려들었다. 흥미가 완전히 꽂혔다는 듯이 눈을 반짝이며 인형을 주무르고 눌러보았다.
인형을 갖고 노는데 정신이 팔려 풀숲에서 마냥 뒹구는 자실장의 뒤에, 노실장이 미소를 지으며 서 있다.
친실장이 따라나왔나 싶어 뒤를 돌아본 자실장은 낯선 어른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테? 아줌마 누구?\"
노실장은 자실장이 소중하게 껴안고 있던 인형을 잡아 홱 낚아챈다. 자실장은 한동안 어안이 벙벙해 안고있던 자세 그대로 가만히 있다가, 곧 빼앗긴 인형을 향해 소리지른다.
\"테챠아아아 돌려줘테치이이\"
이미 완전히 자신의 것이라 생각한 인형을 돌려내라며 노실장의 발치에 다가가는 자실장. 원망스런 눈을 하며 짧은 팔을 휘둘러 다리에 툭툭 공격을 해댄다.
그 모습을 한참 바라보던 노실장은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그 사이, 한 무리의 성체들이 골판지의 문이 열린 것을 틈타 자실장의 가족들을 유린한다.
\"데? 너희들은 뭐인데...데갸아아아!!\"
\"마마. 시끄러운테... 테챠아아아!!\"
\"여긴 우리집인 테치! 나가 테치! 테..? 치벳!!\"
자실장이 밖에 나간 사이에, 문의 걸쇠나 비상알림줄같은 안전장치를 무시한 채 성체실장들이 들어가 난장을 쳤다. 골판지 안은 순식간에 안락한 꿈동산에서 수라장이 되었다.
인형이 자실장의 관심을 완전히 유인한 것 덕분에, 집의 안전장치가 단 하나도 유효하게 작동하지 못했던 것이다.
\"와타시의 자들을 건드리지 마는데샤!!\"
\"시끄러운데스 분충! 다른데 신경 쓸 때가 아닌데스!\"
\"데, 데복! 때리지 마는데스! 오로롱!!\"
\"치에에엥! 마마앗!! 구해줘테챠아앗!\"

그제서야 집 밖으로 나와있던 자실장도 노실장을 때리던 것을 멈추고 집을 돌아보았다.
방금 전 까지만해도 자기가 누워있던 집이었는데 지금은 폭력이 난무하는 수라장이 되었다. 이 사실을 자실장의 작은 뇌가 이해하는 데 까지는 몇 초가 걸렸다.
자실장은 \"테치이이이이\" 하고 비명을 지르며 성대하게 빵콘해버렸다.
\"마마! 언니! 테에에에에엥!!\"
노실장의 앞에서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차마 저 폭력의 현장에 휘말릴 순 없는 것을 알기에 섣불리 다가가진 못했다.
자실장은 그 자리에 앉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우람한 성체들이 자매들을 짓밟아 허리를 끊어버리고, 도망치려는 것을 잡아 독라로 만들고, 자랑스러웠던 마마를 꽁꽁 붙잡아 먼지털듯이 패고 있는 광경을.

자실장은 근처에 있던 노실장을 다시 올려다본다. 노실장도 자신의 집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아주 흐뭇한 표정으로.
자실장은 방금전까지 인형을 달라며 두들겼던 것을 새까맣게 잊었는지 노실장에게 부탁하기 시작했다.
\"아줌마! 보고만 있지말고 도와줘테치! 제발테치이!!\"
절박한 얼굴로 양손을 파닥거리며 도움을 청한다. 이것이 자실장의 최선이었다. 이렇게까지 부탁했는데 거절당했던 적은 없었다.
노실장은 자실장을 향해 미소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보고만 있지 말고 오마에가 하는데스.\"

노실장은 자실장의 뒷머리를 잡아 도살장이 된 골판지 속으로 냅다 던졌다.
영문도 모른채 던져진 자실장이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웃음짓는 성체들 앞에서 상황을 파악한 자실장은, 생애의 최후에 아첨을 지어보였다.




적록의 체액이 난자해져 빈터가 된 골판지.
돌망치로 난타하여 그마저도 완전히 분쇄해버린 성체들은 이곳에 집이 있었다는 사실 그 자체를 지우려는듯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시체는 그 자리에서 먹거나 가지고 온 봉투에 나누어담았다. 맨 마지막에 목을 꺾어 죽인 자실장도 사지와 목을 분리하여 균등하게 나누었다.
성체실장 하나가 고기로 불룩해진 봉투 하나를 들고 그 앞에서 구경하던 노실장에게 다가가 건넸다.

\"마마. 오래 기다리셨던데스.\"

조용히 봉투를 받아든 노실장은 눈 앞에 있는 자랑스러운 자들을 바라본다.
이 성체실장들은 모두 노실장의 자들이었다. 모두 노실장이 손수 만든 무기들로 무장해 그야말로 무력집단이었다.
언젠가 이 날이 올거라며 가르쳤던 자들은 비록 독립했지만 마마의 부름에 아침 일찍부터 모여 거사를 치루었다. 노실장의 지혜가 제대로 먹혀들어간 덕에 모두가 한껏 의기양양해졌다.
노실장은 흐뭇하게 웃으며 인형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자들에게 말했다.

\"다음 골판지로 가는데스.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데스.\"
\"데스우.\"

노실장과 그녀의 자들은 일제히 다음 골판지가 있는 곳을 향해 우르르 몰려갔다.
아직 이슬도 안 마른 아침. 오늘 그들은 모든 들분충들을 죽일 때 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