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충 구제






격차






들실장의 골판지 하우스




1.친실장-공원에서 평범한 실장석 중 하나, 하지만 그래봐야 분충에 불과하다.

2.자실장-마마의 잘못된 탁아로 인해 마지막으로 남은 자이다. 자매들은 현 시점에서 모두 몰살.

3.생수병-0.5L짜리 플라스틱 생수병, 이게 없으면 갈증이 생길 때마다 분수로 가야한다. 친실장 팔뚝보다 더 굵은 탓에 매번 물을 채우러 가는 과정은 웃음없이 볼 수 없는 촌극.

4.봉투-보물1호. 자실장보다 더 소중하다. 음식물 쓰레기를 담을 수 있는 도구로, 오늘 가지고 온 건 다 썩은 야채뿐이다. 이걸 어떻게 끌고 왔는지는 불명.

5.보존식-두고두고 먹기 쉬운 먹이들을 담았다. 하지만 이 정도 양으로는 겨울을 날 수 없다.

6.구더기실장-뭐야? 구더기가 어떻게 골판지로 들어온거야? 그리고 저 운치는 또 뭐고?

7.골판지-아직 3개월밖에 안 쓴 골판지. 친실장의 보물 2호. 없으면 그 날로 일가실각이다.







동정심







실장인 (실장인)






프니프니 (실장인)







산타에게 탁아






이상한 녀석들 (순귤)








점막핥기 1~3 (완) (감이)



본격적으로 쌀쌀해지기 시작하는 가을 막바지, 내가 기르던 사육실장 미도리가 공원산책중에 임신을 했다.
수술까지는 하지않았지만 임신방지팬티를 입혀 대비했을터인데.

얼마전부터 자를 낳게해달라 칭얼거리던걸 겨우겨우 마음돌렸나 했더니 산책하러간 공원에서 잠깐 한눈을 판사이 스스로 팬티를 벗어 수분했음이 틀림없다.
혹여 마라에게 덮쳐졌던거라면 몸이 성치 못했을테고.

미도리는 1년 반 전에 실장샵에서 구입한 중급 자실장이였다. 바보같긴 했지만 분충끼는 보이지않았던 덕에 1년반이라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동안 함께해왔다.

그런것이 친실장이 되어 실장석의 자를 낳고싶어하는 본능을 억누르지 못하고 사고를 치고 만 것이다.

나는 실장석을 한마리, 최대한 양보해도 두마리 이상 기를 생각은 없다. 자들이 생겼을때의 감당하기 힘든 사료비, 간식비가 문제될거라는 경제적인 이유도 있지만, 많은수의 친자를 모두 행복하게 해줄수 없을거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자 모두 혹은 일부를 처분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작은동물도 죽이는 것을 싫어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나는 1년 반동안 쏟았던 애정만큼, 즐거웠던 시간만큼 미도리에게 배신감을 느낀다. 오랫동안 지낸만큼 되도록이면 생물을 죽이고싶지 않다는 나의 성격을 막연하게나마 느끼고 임신을 강행한것을 미도리가 무의식중에 내뱉어 알수 있었기 때문이다.

더없이 미도리에게 실망한 나는 이 출산을 최악의 상황으로 만들고 미도리를 나락으로 떨어뜨려버리기로 했다. 마음을 정리한 나는 양눈이 녹색이 되어 배를 쓰다듬으며 태교를 하고있는 미도리에게 말을걸었다.


"미도리, 행복하니?"

"데뎃! 주인사마. 임신해버려 죄송한 데스우. 하지만 행복한 데스우! 다시한번 생각해서 자를 낳게 허락해줄수 없는데스우? 분명 주인사마도 자를 보면 생각이 바뀌고 행복해질 것인 데스우~!"


데프프, 눈이 초생달모양을 띄며 웃으며 말한다. 앞의 사과는 거짓부렁이인게 다 보이는구나 미도리. 하지만 애써웃으며 답해준다.


"그래, 자를 낳도록 하자 미도리. 대신 너의 말을 책임지도록 하자. 자들이 다 죽거나 행복해지지 않는다면 사육실장 자격 박탈이야."

"데프프프 그럴리가 없는뎃승~와타시를 닮은 귀여운 자를 보면 주인사마도 행복해질것인뎃승~ 감사한데스! 주인사마! 뎃데로게~뎃데로게~"


분충회로를 돌리기 시작하는 미도리를 뒤로하고, 나는 출산때 사용할 물건들을 계획한다...


2주후



나는 그동안 지나치지 않은 수준에서 미도리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해주었다.
자를 위한 장난감구입, 콘페이토의 지급횟수 증가 등등. 소위 학대를 즐기는 사람들이 자주말하는 올리기 과정.

본성인지 올리기를 당한 탓 인지 태교의 노래의 내용도 점차 주인사마에게 길러지느니 하는 내용에서부터 점차 닝겐, 하인, 노예 순으로 나를 칭하는 엉망진창의 태교를 한다.

하지만 나는 출산의 때를 위해 모른척 넘겨주었다. 아, 미리 자는동안 위석을 꺼내 영양제에 담가두는 처리도 해두었다.
앞으로 일어날 일에 쉽게 죽어버리면 재미없다.

그리고 기본적인 준비물이외에 따로 준비한 것은 출산의 때를 녹화할 캠코더와 무색무취의 특별한 용액. 이 용액에 대해서는 나중의 즐거움을 위해 비밀로 해두도록 하자.

점심을 먹은지 얼마지나지 않아, 미도리는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고 양눈도 녹색에서 붉은색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뎃,뎃!! 주인사마 어서 수조에 물을 준비해주는 데슷!! 자가 나오는데슷! 나오기전에 빨리 준비하는 데샤아아!!"


아직 형식상 주인이라고 부르고는 있지만 완전히 하인취급이다. 자를 가지고, 자신의 태교에 도취되어 드디어 분충성이 개화해버린것같다.
조금만 더 참으면 될것이다..

미리 가스렌지로 데운 물에 준비해둔 용액을 녹여낸다. 물이 여전히 무색무취의 상태인 것을 확인한 나는 수조가 준비된 화장실로 향한다.




캠코더와 안이 보이지 않는 상자, 네무리와 콘페이토도 잊지않고 챙겼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렴. 물온도를 맞춰줄께."

"똥노예! 빨리빨리 하는데스우!! 더이상 참기 힘든데..합!!"


자신도 모르게 나와버린 본심. 분충은 힐끗힐끗 나의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 아직은 때가 아니기 때문에 나도 모른체한다. 분충은 내가 넘어가준것도 모르고 데프프프, 웃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자, 준비 끝."


찰방찰방 기분좋게 따뜻한 물이 채워진 수조로 어느새 옷을벗은 분충을 집어넣고 캠코더를 든다.
지금까진 별 감흥없었지만 새삼 전라의 몸뚱이로부터 흉물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분충은 수조의 벽쪽에 설치해둔 거치대에 등을대어 다리를 벌리고 누웠다. 처음에는 배를 쓰다듬으며 제멋대로 박자에 혐오스러운 목소리로 뎃데로게 뎃데로게 태교를 하더니, 이내 괴성과 함께 배에 힘을 주기 시작한다.


"데긱!! 데아아아아앗!!!"

텟데레~

텟데레~~!


상투적인 실장석의 탄생의 환희소리와 함께 일반적으로 알고있는 우지챠보다 훨씬 커다란 우지챠가 세마리 나왔다. 전부 자실장이 될수있는 우지챠들일 것이다.

실장석은 대략 한번에 7~10마리 정도를 낳는데, 나머지는 친실장이 모두의 점막을 제거할 수 있도록 시간차를 두고 태어날 것이다. 보통의 경우라면.

분충 친실장은 개중에서도 가장먼저 태어난, 가장 커다란 우지챠를 들어올려 점막을 취해주기 위해 핥기 시작하지만..


"데,덱!! 데기기기기기기익!!"


얼마 되지않아 세상의 고통을 다 느끼는듯이 찡그린 얼굴로 소리를 지르며 우지챠를 수조의 벽을 향해 내팽개쳐 얼룩으로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내가 물에넣은 용액 때문이다.
내가 넣은것은 데나토늄 벤조에이트 라는 물질. 세상에서 가장 쓴 물질로 기네스북에 올라간
것으로, 화장품이나 기타 약품등에 넣거나 페인트위에 덧발라 사람들이 먹지 못하게 하는데 사용하는 것이다.

그런것을 아무런 대책도없이 핥아버렸으니 저런반응도 무리는 아니다.
나는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캠코더에 분충의 반응을 1초도 놓치지 않고 촬영해간다.
첫 아이를 벽의 얼룩으로 만들어버린 충격이 컸지만,


"마마, 와타찌의 점막을 빨리 제거해주시는 레후, 이대로라면 정말 우지쨔가 되가 되버리는 레후우우!"


둘째와 셋째의 점막을 제거하길 재촉하는듯한 레후레후 울음소리에 정신을 차려 둘째 우지챠를 들어올린다.

전례가 있기때문에 먼저 가볍게 혀를 대어보지만, 이정도의 쓴맛은 쉬이 적응할수 있는것이 아닌것이다.

분충은 얼굴을 코를 중심으로 얼굴 근육이 모여가는 듯한 괴이한 표정으로, 마치 개미핥기마냥 혀를 쭉 빼물고 점막을 취하고있다.

친실장이 점막을 취한다고 하면 핥아먹어가며 깨끗하게 만들어주는것이 정설이지만, 지금의 행위는 굳어가는 혓바닥을 세워 점막을 덜어내가는 형식에 가깝다.

통상의 네 배에 가까운 시간이 걸려 둘째의 점막을 모두 제거하고 내려놓고 셋째를 드는 순간, 현재 받는 스트레스의 반동인지 뱃속에 자들이 남아있는데도 불구하고 빵콘하기 시작한다.


뿌다닷!!뿌다다다다닷!!뿌닥!

텟데레뺫!!

텟데레붋!헤부부웃!!

파킨!


빵콘하면서 우지챠 몇몇은 분충이 소화해버린 모양인지, 운치에 섞여 밀려나온 우지챠는 넷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도 한마리는 태어난 직후 운치와 동생들에게 짓눌려 파킨해버렸다.

나머지도 우지챠들도 약간의 운치에 묻히긴 했지만 괜찮은것 같다. 이쪽은 나중에 처리하기로 하고, 점막제거가 완료된 원 2녀, 즉 장녀에게 나는 콘페이토를 건네주었다.

분충친실장의 일거리를 늘리기 위함이다. 겸사겸사 분충도도 확인하고.


"테? 똥노예! 우마우마한 냄새가 나는 이건 콘페이토인 테치?? 테프프프! 마마가 말한대로 쓸모있는 똥노예인 테치! 특별히 와타치다치 일가를 모시는걸 허락하는 테치!"


네, 훌륭한 분충이네요. 분충은 수조에 내버려둔다.
허겁지겁 콘페이토를 맛본 분충장녀는 소중한 마마를 도와 우지챠의 점막을 제거하기 위해 운치더미로 향한다.

차마 운치째 점막을 핥아줄수 없던 장녀는, 수조의 물에 우지챠를 흔들흔들 헹구어 운치를 벗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우지챠의 머리가 물에 잠긴 순간, 우지챠는 몸을 한번 경직시키더니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파킨해버렸다.
예의 쓴맛을 우지챠는 견디지 못하고 순식간에 파킨사 한것이다.


"우지챠, 기분좋은 테치? 프니프니도 하지 않았는데 운치해버린테치. 와타치가 점막 나메나메 해줄테니 감사하는게 좋은테치!"


우지챠가 파킨해버린줄도 모르고 제할말만 하고는, 우지챠의 점막을 핥기위해 혀를댄다.


"테,테에? 테끼이이이이이잇!!"

뿌다다다다닷!


잠시 시간이 멈춘듯 경직되더니 우지챠였던것을 떨어뜨리고 쓰러져 발광하기 시작하고, 팬티는 부풀어올라 녹색으로 물든다.
링갈도 번역하지 못하는 의미불명의 괴성을 끊임없이 질러댄다.
그리고 여파로 인해 파킨해버린 우지챠의 시체가 뭉개지고 흩어져간다.

태어나자 마자 극상의 단맛, 콘페이토를 맛보고 한없이 올라가버린 미각에 기네스북 1위의 쓴맛의 자극은 자실장에겐 온몸의 감각을 교란하고 뇌를 태워버릴만한 것 일것이다.

여담이지만 발광하는 동안에도 물은 계속해서 자실장의 입속으로 충실히 퍼날라지고 있다.


"찌아아아아아아아앗!"

파킨!


괴성을 지르며 발광하던 장녀의 말로는 우지챠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시간이 좀더 걸렸을 뿐.

바로 옆에서의 일인데도 친분충은 3녀의 점막을 제거하는데 열중해 눈치채지 못하고있다. 하긴 그정도로 집중하지 않으면 점막핥기를 포기하고 3녀를 원 1녀처럼 수조의 얼룩으로 만들어 버릴것이다.

겨우겨우 3녀의 점막을 모두 제거한 분충친실장은 3녀를 내려놓고 두리번 두리번 장녀를 찾는다. 얼마지나지 않아 운치더미의 옆에서 파킨해있는 장녀와 뭉개져버린 우지챠를 발견하지만 이미 둘은 움직이지 않는다.


"데,데?? 장녀? 장녀? 뭐하는데스?? 우지챠의 점막을 취하다 말고 자는데스? 어서 일어나보는 데스우!!"


말도 안되는 현실을 마주했기 때문일까, 딱봐도 죽어버린 장녀에게 자고있냐는 듯 말을걸지만, 반응할리가 없다.

회색빛 도는 탁해진 눈, 절규하는 얼굴, 길게 내빼어 굳어진 혀, 몸부림 치다 늘어진 몸과 총구 사이로 새어나온 운치.
굳어있던 분충친실장도 갑자기 추욱 늘어지더니 멍한눈으로 허공을 바라보며 웃기시작한다.


"데,데프프픗 드디어 태어난 데스우 힘들었던 데스! 하지만 모두 와타시를 닮아 귀여운 자들인 데스! 노예닝겐을 부리며 모두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자는 데스우~!!"


원 1녀였던 구더기를 얼룩으로 만들고 장녀마저 파킨해버리자 결국 행복회로를 돌리기 시작했나.
첫 자였던만큼 본래라면 파킨해버렸을지 모르지만 위석처치를 해두었기때문에 그부분은 염려하지 않아도 되겠지.
친분충을 신경쓰기보다 3녀를 시험해보자.


"마마,마마! 우지챠들 점막도 제거해주시는 테치! 우지챠들도 팔씨 다리씨가 나올지도 모르는 테치!"

"말하는 중에 방해해서 미안하지만 자, 이것한번 먹어보지않을래?"

"테,테에? 닌겐상 이게 뭐인테치? 우마우마한 냄새가 나는테치이!! 이것이 마마가 말해주던 콘페이토인 테치? 닝겐상, 감사한 테치!"


분충의 엉망진창 태교를 듣고도 인간에게 제대로 존대하고 감사할줄 아는 개념 자실장인것 같다.
입에 물이 들어가기전에 콘페이토를 바라보는 3녀에게 네무리를 뿌려 재우고 준비해둔 상자에 고이 넣어둔다. 처치가 끝나고 시선을 돌려 분충 친실장을 확인한다.

아직도 뎃데로게 뎃데로게 무사히 자들을 낳고 나를 노예로 부리는 행복회로에 빠져있다.
한숨을 후, 하고 내쉬고는 분충의 다리사이를 확인하니 운치더미위에 우지챠 세마리가 보인다.

하지만 장시간 관심을 받지 못했기 때문인지 이미 한마리는 파킨사 해있었다.
나머지 두마리도 슬슬 한계인듯 레후레후 절박하게 울고있다.


"마마! 늦은레후! 점막이 굳어버린 레후! 무능한 똥마마를 만나 우지챠는 불행한 레후! 용서해줄테니 프니프니라도 하는 레후우!!"

"레후? 닝겐상 우지챠 프니프니 해주시길 바라는 레후! 마마가 바빠서 우지챠 프니프니 해주지 못하고 있는 레후. 부탁드리는 레후!"


우지챠중 한마리는 분충성 발언을 하며 어미를 재촉하고, 남은 한마리는 나를 발견하고 프니프니를 요구해온다. 그런데 제법 정중하게 말하는게 개념적인 내용이다. 의외의 수확이다. 이쪽도 3녀와 같이 네무리를 뿌려 상자에 넣는다.

그리고 분충 우지챠는 뒤집어 엎드리게 하고 뒤통수를 꾸욱 누른다.
머리가 서서히 운치에 파묻혀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지챠는 몸을 파르르 떨더니 물똥을 두어번 흘리고는 파킨 하는 소리를 냈다.

이제 정리할 때가 된것같다. 아직까지 행복회로를 헤엄치는 분충친실장을 불러 깨운다.


"야, 일어나 봐라"

"스시, 스테이끼 우마우마..뎃,데에엑?? 어디간 데스우?? 데샤아아! 진미들이 사라져버린 데샤앗!!"

"잠꼬대 그만하고 지금 상황에 대해 변명해봐."

"데프프픞, 똥노예 무슨소리인 데스우? 똥노예는 우리일가에게 복종하고 산해진미를 헌상하는것은 당연한 것인 데스우. 어서 다시 스테이끼를 가져오는 데샤아아아앗!!"


아무래도 행복회로와 현실을 혼동하고 있는것 같다. 가볍게 데코핀을 먹여 정신차리는걸 도와주자.


따악!

"데갸아악!! 똥노예! 무슨짓인 데스우!! 미친데스??"

" 주변이나 잘 둘러보아라. 네 자들이 모두 죽어버렸다고? "

"데? 그럴 리가 없는데스! 자들은 셋을 세고도 남을만큼 잔뜩 있었던 데스우!!"


주변을 돌아보고야 현실을 깨닫기 시작한다. 사실 3녀와 우지챠 하나가 비어있긴 하지만 분충친실장은 셋이상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상함만 느낄뿐 어째서 이상한지 깨닫지 못한다.


"데??어째서 자실장이 하나인데스? 분명 점막을 취해주어 자실장이 된 자가 하나 더있었을 것인데스."


오, 이건 용케도 기억했구나. 하지만 난 미리 생각해둔 대답을 한다.


"어 그 아이 네가 갑자기 스시니 스테이크니 하면서 먹어버리던걸?"


큭큭, 분충은 뜨악 한 표정을 한다. 과연 속이 더부룩하고 무언가 있는듯한 것이 정말인것처럼 느껴진다. 물론 아까먹은 점심과 약간의 운치, 그리고 혀에 남은 쓴맛에 의한 착각일 것이다.


"흐음, 이제 약속을 지킬시간이구나. 네 아이가 모두 죽어버리거나 내가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할경우 사육실장 실격이라고 분명 약속했었지."

"뎃!"


그래, 이제 생각났나보구나. 게다가 오늘 자신이 나에게 했던 노예 취급도 하나둘 떠오른다.
버려진다.
가만히 있어도 굴러들어오는 사료와 콘페이토 대신 음식물 쓰레기. 따뜻한 방, 보드라운 침구대신 종이박스와 넝마조각.

내심 조소하던 들실장중의 하나가 되는 것이다. 얼굴이 창백해진다. 그렇게 될수는 없다. 분충의 콩알만한 두뇌가 풀가동 하기 시작한다.


"주,주인사마 그런데스! 하지만 주인사마는 말했던데스! 자를 낳으면 안된다고! 이제 자가 모두 죽어서 와타시만 있으니 와타시를 키우면 되는데스!"


나는 질려버렸다. 이전에 들은적이 있다. 분충화 해 버려지는 것을 이해한 사육실장은 자기에게 유리한 말만 기억해 자기를 계속 길러달라 한다고.

하지만 그건 역효과다. 여기까지 경험한 인간들은 대부분 실장석의 본성을 깨달은 상태다. 오히려 저런 발언은 인간들의 추억을 더럽히고 화를 돋구어 독라가 되어 공원으로 보내지거나 학대되다 죽는다.

물론 나는 이런발언이 없어도 편히 보내줄 생각따윈 없었지만.


"자, 분충쨩. 이제 작별할 시간이에요."

"뎃샤아아아! 와타시는 분충도 아니고 미도리라는 세레브한 이름이 있는데스! 분충이라고 하지마는 데샤앗! 분충은 오마에인뎃!!"


나는 들을 가치도 없는 말을 무시하고 네무리를 뿌려 분충을 재운다. 커다란 바구니를 가져와, 친실장을 던져넣고 외출준비를 한다.




집옆의 두루마리 공원.
간혹 애호파와 학대파가 싸우거나 실장석 관련한 사고가 나기도 하지만 그만큼 실장석도 많고 고고양이맘 (gocatmom) 이라 불리는 보스중심의 무리도 있는것같다.
그리고 오늘 나는 그 보스의 무리에게 용무가 있다. 월동준비가 바쁜 실장석들을 지나쳐 공원의 중심으로 나아간다. 가장 큰 무리라면 여기서 찾을수 있을 것이다.
인적이 많은곳을 지나 숲으로 들어가니 나무뒤에서 실장석 둘이 나온다. 한마리는 이쪽을향해 위협을 시작하고 한마리는 뒤로 도망갈수 있는 준비를 한다.
완벽하진 않지만 나름대로의 체계가 잡혀있는것같다. 나는 경계를 풀게하기위해 바구니를 내려놓고 링갈로 들실장들에게 말을건다.

"나는 너희들을 해치러 온게 아니야. 기다란 바 같은것도 가져오지 않았어. 정 의심스럽다면 바구니도 확인해도 좋아."

둘이서 아이컨텍을 하더니, 위협하던 녀석이 다가와 내려놓은 바구니를 본다. 잠들어있는 분충을 보곤 사육실장임을 깨닫고 약간의 적의와 의문을 담아 나를 쳐다본다.

"그녀석은 나와의 약속을 어긴 분충이야. 자를 낳고싶다고 하길래 맘껏낳게하려 데려왔어. 너희는 겨울을 날때 솎아내는 녀석들로 우지챠를 낳게해 먹는다며? 그 용도로 사용해주길 바래."

내말을 이해한 두녀석이 들실장 주제에 기특하게도 고개를 꾸벅, 하고 숙인다. 보스나 관리실장들이 제법 교육을 잘시킨것 같다. 한녀석이 안쪽으로 데스데스 소리를 지르니 몇몇의 들실장이 더 나와 분충을 끌고간다. 분충이 보이지 않게되자 나는 녹화중이던 캠코더를 끄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공원을 나와 집으로 향한다.


집에 도착하니 네무리로 재워둔 자실장과 우지챠가 깨어나 상자안에 함께 놓아둔 콘페이토를 핥고 있었다. 그림자가 드리워져 나를 눈치챈 자실장이 콘페이토를 핥다 말고 말을 걸어온다.

"닌겐상! 허락없이 콘페이토 먹어서 죄송한 테치. 하지만 와타치와 우지챠 배씨가 꼬륵꼬륵 해서 어쩔수 없었던 테치! 용서해주시길 바라는 테치."

"예의바른 아이로구나. 어차피 너희를 위해 놓아뒀던 것이니 먹어도 좋아. 정리가 끝나는데로 넓은 곳으로 옮겨줄테니 좁더라도 참고 기다리렴."

"감사한테치! 닝겐상."

"난 너희를 기를생각이니 인간님이 아니라 주인님이라고 부르면 돼."

"알겠는테치! 주인사마!!"

화장실로 들어가 수조부터 정리한다. 물과 운치 자실장과 우지챠의 시체들을 변기에 부어 처리하고 깨끗하게 씻어낸다. 여기에 훈육이 끝날때까지 두 아이가 지낼 집을 마련하면 될것이다.
그리고 '용액'이 든 병은 찬장 가장 안쪽으로 넣어둔다. 이것을 다시 쓸일이 없길 바라면서.



"뎃샤아아아아! 그만두는 데스! 데려가지 마는데스! 먹지마는 데샤아아아아!"

운치가득한 어두운 굴속, 독라 달마가 되어버린 실장석이 울부짖고있다. 막 태어나 점막도 제거되지 않은 자들을 빼앗긴 친실장의 마음일까.

"그 자들이 있어야 다시 길러질수 있는데스! 와타시는 이런곳에 어울리지 않는 사육실장인 뎃샤아아아!"

독라달마는 바로 자에대한 애정보다는 자신의 안위를 찾고있는 분충, 미도리였다.
미도리가 눈을떴을때는 이미 독라, 팔다리는 들실장들에게 갉아먹히고 있었다. 곧이어 상처가 성냥불에 지져져 완전히 달마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운치를 퍼올린 들실장은 미도리의 오른눈에 운치를 발라 강제임신 상태로 만들고는 구타를 시작한다. 아무리 울부짖어도 멈추지 않는다.
원 사육실장에 대한 부러움, 원망, 그리고 독라달마에 대한 조소. 수없이 비웃음 당해도 구타를 당해도 투분을 당해도 소리지르는 것밖에 할수없고 이마저 소용없음을 깨닫고 나서는 우는것밖에 할수 없었다.
하지만 뱃속에는 자가 있다. 자가 태어난다면 똥닝겐이 찾아와 다시 길러질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희망을 가지고 버텼다. 하지만 자를 낳을 때마다 자신을 시기하는 분충들이 찾아와 자신의 자를 데려가 먹거나 죽여버린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수없이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고, 데려가지 말라 위협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파킨할법도 한데 파킨하지도 않는다.
분충의 위석은 인간에게 보관되며 영양액에 절여져 파킨하는것을 허락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도 언젠가 한계는 찾아올 것이다. 그 증거로 처음에는 우량한 우지챠를 낳던것이 미숙아를 낳는 비율이 점차 증가하고 있고, 친실장의 몸도 말라가 피골이 상접하고 눈의 색도 흐려져간다. 하지만 오늘도 헛된 희망을 품으며 태교를 노래한다.

"뎃데로게 뎃데로게. 오마에들이 있으면 와타시는 다시 길러질수 있는데스~ 뎃데로게 뎃데로게 빨리 태어나서 마마를 행복하게 하는데스우~"











학대 썩은물







구두닦이 실장석



나른한 수요일의 점심 시간.
오전 내내 혼자 외근을 가야 했던 바람에 점심도 간만의 혼밥이 되었지만,
일찌감치 혼자서 간단히 때운 덕에 오후 업무에 복귀하기까지는 시간이 제법 남았다.
직장 생활이 몸에 익으면 익을수록 이런 짜투리 시간이 귀중해지는 법,
산책을 겸해 이런저런 상념에 빠져 느긋하게 사무실로 복귀하고 있노라니


"데스데스~"


오랫만에 듣는, 그럼에도 대단히 익숙하게 느껴지는 울음 소리가 발 밑에서 들려온다.
서울 한복판에 실장석이라?


일단 들실장은 아닐 것이다.
일본에서 건너온 이후 한때는 실장석 대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빠르게 인간의 영역을 침입하던 놈들은 정부와 국민들이 실장석의 실체와 폐해를 깨달은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쓸려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7년 전 민관군 합동 대규모 구제와 그 이후 주기적으로 이어지는 철저한 구제 덕에
적어도 인간의 영역에서, 그것도 이런 서울 한복판에서 들실장을 볼 일은 이제 매우 드물다.
뭐 뉴스에 나오기로는 하수구에 숨어 사는 놈들이나 북한산 북악산 관악산 등의 도시 산지로 들어가 근근히 사는 놈들이 아직 있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일부러 찾아다니지 않는 이상 보기 힘들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키우는 사육실장이라는건데....
적어도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선, 사육실장이 주인이 아닌 다른 인간에게 함부로 말은 거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놈은 아무리봐도 나한테 말을 거는 것 같고....


음??


허리를 살짝 굽혀 자세히 보니 일단 사람이 기르는 실장석 같기는 한데, 뭔가 다르다.






실장복이라고 하던가? 그 녹색의 옷 위에 까만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한 실장석.
한 손에는 코팅된 종이를, 다른 손에는 어....구두약?
다시보니 까만 앞치마에도 흰색 손글씨로 "구두"라고 적혀 있다.



......뭐냐 이거.
근처의 구두 수선 가판대에서 실장석을 호객용으로 쓰고 있는건가?
고개를 들어 살펴보니 과연 가던 길 앞쪽으로 구두 수선 가판대가 있다.
잠깐 당황하고 있자니


"뎃, 데스우, 데스데스"


실장석이 뭐라뭐라 말하며 한 손에 들고 있던 코팅된 종이를 나에게 내민다.
틀림없이 호객 행위겠지만, 당황한 나는 무심코 받아든다.


거기에는, 큼지막하게 워드 글씨로 쓰여져 있었다.


'구두 닦는데스'


어....음.... 이 실장석이 직접 키보드를 두드릴 줄 알았을 리는 당연히 없고.
아무래도 주인이 실장석의 말투를 흉내내어 적어놓은 것이겠지?


그리고 아래에는 약간 더 작은 글씨로 안내문이 적혀 있다.


'인간님의 구두를 직접 닦아드리는데스.'


.....단순한 가게 홍보가 아니라, 너가 직접 닦는거냐?


밑으로는 계속해서 안내가 이어진다.


'인간님이 하시는 만큼 꼼꼼하진 않지만 그만큼 저렴하게 해 드리는데스.'

'불광이나 물광 같은 어려운건 못 하는 데슷! 그런건 주인님께서 잘 하시는데스.'

'복잡한 디자인이나 특수 소재는 다루지 못 하는데스. 그런 구두는 주인님께 말씀하시는데스.'

'수선이나 밑창 교체 같은 어려운 작업도 못 하는데스. 필요하시면 주인님께 말씀하시는데스.'

.

.

.
실장석이 직접 구두를 닦는다고?
그러고보니 뉴스나 신문에서 종종 비슷한걸 본 기억은 있다.
실장석이 철저히 구제되기 시작한 이후, 실장석이 살아남는 방법은 단 두가지 뿐이라고 한다.

인간을 피해 깊은 산 속이나 무인도 같은 곳으로 들어가 철저한 야생으로 꼭꼭 숨어살거나,
아니면 인간에게 도움이 됨을 증명하거나.

전자에 속하는 놈들은 산실장이니 자연실장이니 하는 명칭으로 불리며 종종 다큐멘터리에나 나오게 되었다.

후자에 속하는 놈들은 또 몇 부류로 나뉘는데, 대표적인게 애완용으로 길러지는 애완실장(혹은 사육실장).
완전히 가축화되어 식용으로 키워지는 육실장(혹은 식실장),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간에게 노동력을 제공함으로써 생존을 허락받은 일실장(혹은 노동석).

주로 공장이나 농촌에서 단순작업을 한다지만, 종종 청소나 세탁 같은 조금 더 복잡한 일을 하는 녀석도 있는 모양이다.
아무래도 이 녀석이 바로 거기에 해당하는 놈이겠지?
아무튼 뉴스 같은데서 말만 들었을 뿐이고, 직접 보는건 처음이다.


잠깐 생각에 잠겨 있노라니, 실장석은 또 데스데스거리며 고개를 꾸벅꾸벅 숙인다.
시계를 보니 아직 여유도 있겠다, 그렇잖아도 슬슬 구두 닦을 시기도 다가오겠다,
재미있는 경험을 한다 치고 해볼까?


녀석에게 코팅된 종이를 돌려주며 고개를 끄덕끄덕하자
종이를 받아든 실장석은 또 고개를 숙여 꾸벅꾸벅하고는 따라오라는듯 손짓을 한다.
그리고는


"뎃데로게~ 뎃데로제~"


이상한 노래 같은걸 흥얼거리며 구두 수선 가판대로 앞장서 향한다.



구두 수선 가판대 안에는 주인으로 보이는 중년의 남성이 척봐도 비싸보이는 고급 브랜드 구두를 열심히 수선하는 중이다.
그리고 가판대 옆에는 플라스틱 의자와 발을 올릴 수 있는 작은 받침대가 두 세트.
실장석은 나를 안내해 의자에 앉게 하고는, 가판대 쪽을 향해 데스데스거린다.


그러자 가판대 쪽에서 훨씬 작고 동글동글한 실장석 두 마리가 고개를 쏙 내민다.
아마 이 큰 실장석의 새끼들이려나.
그 조그만 녀석들은 딱히 실장석에 관심 없는 무관심파인 내 눈에도 나름 귀여워보인다.
녀석들은 고개를 내밀어 아마도 그들의 어미일 실장석을 보더니


"텟!!"

"텟치텟치...."


구두닦이 도구가 든 바구니를 손잡이 한쪽씩 나눠들고는 열심히 걸어온다.
그리고 바구니를 발받침대 옆에 놓아두고는 큰 실장석 옆으로 가서 서더니


"데슷"

"텟치"

"텟치"


세 녀석이 동시에 고개를 꾸벅 숙인다.
이거 접객이 제법이잖아?


그러고는 큰 녀석이 본격적으로 구두를 닦기 시작한다.
먼저 바구니에서 솔을 꺼내어 구두 여기저기에 붙어 있는 먼지를 열심히 털어낸다.
먼지가 어느 정도 털어지자 칫솔을 꺼내어 흙이 껴 있는 부분이나 뭔가가 눌러붙은 있는 부분을 꼼꼼하게 닦는다.

그러는 동안 작은 녀석들은 그 옆에서 그걸 보면서 고개를 끄덕끄덕.
큰 놈도 중간중간 새끼들을 보며 데스데스 뭔가 말하는게,
아무래도 새끼들에게 일을 가르치고 있는 것 같다.


구두 표면이 어느 정도 깔끔해지자 솔을 바구니에 꽂고, 구두약을 꺼낸다.
그리고 작은 헝겊을 꺼내어 구두약을 묻히고, 구두에 구두약을 꼼꼼히 바르기 시작한다.

구두약이 다 발라지자 본격적인 광내기.
실장석은 바구니에서 라이터 기름을 꺼내 구두에 듬성듬성 뿌리더니
조금 더 긴 새 헝겊을 꺼낸다.

자세히 보니 흰 헝겊을 길쭉하게 제단해 다듬고, 양 끝에는 골무처럼 홈이 만들어져 있다.
주인이 실장석에게 맞춤으로 따로 만들어준 것인지,
녀석은 능숙하게 양 끝의 구멍에 팔을 끼우고는 힘을 주어 구두를 문질러 광을 낸다.








"데슷! 데슷!!"


제대로 광을 내려면 힘을 제대로 넣어 꽤 많이 문질러야한다.

사람도 하다보면 팔이 아파오는 작업, 실장석에겐 역시 힘이 드는지 얼굴도 제법 벌그레지고 호흡도 가빠오지만,
그럼에도 구령 같은 울음소리를 리드미컬하게 내며 필사적으로 뭉툭한 팔을 움직여 작업을 마친다.
그리곤 한숨 돌린다는 듯 숨을 크게 후우- 내뱉곤
연고 형태로 된 마감제를 새 헝겊에 짜서 구두에 꼼꼼히 바르고, 마무리.


반대쪽 구두도 똑같이 하는 동안 다 닦인 구두를 꼼꼼히 보니 제법 잘 닦였다.
군대에서 광내던 수준엔 다소 못 미쳐도 깔끔하고 반질반질한 것이, 실장석이 닦았다고는 믿기지 않는 수준이다.
새끼들도 다 닦인 구두에 희미하게나마 지들 얼굴이 비치는걸 보더니


"츄앗! 츄아앗!"


두 손을 들고 팔짝팔짝 뛰면서 탄성을 지른다.
실장석은 다 지저분하고 징그럽고 하는 짓도 역겨운 놈들이라는 인상이 있었는데, 이건 제법 귀엽다.
이래서 이놈들을 애완용으로 키우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건가.....
점심 시간마다 자기 애완 실장석 자랑에 여념이 없는 김대리가 처음으로 이해가 갈 것도 같다.


어느덧 반대쪽 구두도 반질반질해져 있다.


안내문에 써 있던 가격대로 지갑에서 2천원을 꺼내준다.
확실히 사람이 닦는 것에 비해 저렴한 가격이다.

그만큼 광내기가 좀 부족하긴 하지만, 실장석에게 불광 같은걸 요구할수도 없을테고, 그만큼 저렴하니까 오케이.
애초에 난 전형적인 사무직이라 영업직이나 접객업을 하는 사람처럼 구두를 반짝반짝하게 하고 다녀야 할 필요도 없다.


실장석은 아직도 내 구두를 여기저기 들여다보는 작은 녀석들을 데스데슷! 자기 곁으로 부르더니 또 고개를 숙여 꾸벅꾸벅하고는 돈을 받아서는 쪼르르 달려가 작업 중인 주인에게 내민다.
주인은 그제야 얼굴을 들어 내 쪽을 보더니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묻는다.


"어떻게, 이놈들이 솔찮이 닦습디까? 만족하셨을랑가 모르겠네-"


이제 슬슬 사무실로 돌아가야하지만, 말 붙인 김에 궁금한건 물어봐야겠다.


"아유, 제법 잘 닦던데요? 보는 재미도 있고, 가격도 저렴하고요. 어떻게 이놈들을 이렇게 가르치셨어요?"


구둣방 주인은 작업을 멈추고 허리를 통통 두들기며 설명한다.


"나가 나이를 먹으니 허리도 쑤시고 무릎도 아프고....
이렇게 앉아서 하는 일은 그래도 하겄는디, 쪼그려서 하는 구두닦이는 점점 힘이 부치는기요.
헌데 집에 딸아이가 어렸을 때 하도 졸라서 사다 키우던 요놈들이 눈에 띄지 않겄소?


그렇잖아도 딸애가 중핵교 들어가더니 이녀석들한테 관심도 시들시들혀지고
맨날 혼자 노는게 불쌍혀서 새끼를 까게 허락해줬더니 요 새끼들이 귀엽긴헌데 먹이값도 억수로 드는기요.
없는 살림에 이 녀석들을 어떻게 키워야하나....
그래도 정도 들었겄다,
비싼 돈주고 사온 품종 좋은 놈들이라 그런지 말도 잘 듣고 똑똑한 놈인디 어따 버리기도 그렇고.


헌디 이 영특한 놈이 우리집 사정을 눈치를 쳤는지
지 새끼 밥값 정도는 보태고 싶다고, 집안일이라도 돕겠다고 합디다?

머 가끔 티비보면 청소하고 빨래하고 하는 아들이 나오더만, 그거 보고는 자극을 받은거 가터요.
암튼 그려서 마음이라도 갸륵혀서 재미삼아 구두 닦는거 가르쳐봤더만, 또 금새 배워서 하는기요.
이렇게 헌지 2주 째인디, 손님들도 좋아허시고, 실장석 좋아허는 양반들은 팁이랍시고 먹을 것도 주시고, 가끔 좋은 구경 했다고 웃돈까지 주시는 손님들도 있습디다.

그러더니 이번 주부터는 지 새끼들도 일 가르친답시고 저렇게 데불고 나오지 뭐요.
덕분에 나도 이문 좀 더 남는 수선 같은데만 집중헐 수 있고, 손님도 늘었지.
아주 기특한 놈이여.

마누라 말로는 요놈들이 사람 손에 길러지면 금새 기고만장해가 멋대로 굴고 비싼거 요구하고 사람을 부리려 든다더만,
어쩌다 우리 집엔 그런 똥벌레 말고 이런 복덩이가 굴러들어왔나 몰러. 허허 참!!"


영업용이 아닌 미소로 허허 웃으며 실장석을 쓰담쓰담하는 주인장.
그러자 녀석도 기분 좋은지 뭉툭한 팔을 파닥파닥하며 웃는다.


"데스웅~"


모처럼 상쾌한 기분이 든다. 구두도 깔끔하고, 발걸음도 왠지 가볍다.
또 오시소~하는 주인장과 데스데스거리며 고개를 꾸벅꾸벅하는 실장석을 뒤로하고 사무실로 향한다.
저 녀석.... 저러다 아니 세상에 이런일이나 동물농장 같은데라도 나오는거 아냐?
시원한 발걸음으로 사무실로 걸어가는 나는, 휴식을 마치고 업무로 복귀하는 직장인 답지 않게, 미소를 짓고 있다.


*몇 주 뒤 진짜로 동물농장에 나왔다. 아무래도 당분간은 녀석에게 구두를 닦으려면 줄을 서야 할 것 같다.















정원숲의 자실장 자매







아기 사육실장 기르기




















개념체들이 사는 공원 (qst123)



공원 구제 10분전 모습이다. 생각해보자 , 이 짤에서 보이는 만큼 서로 어울리면서 지내는 실장석들은 없다. 동족식도 없고 , 노예도 없고 심지어는 다른 실장석을 공격하는 모습도 보이질 않는다. 공원을 더럽히는 원인이던 운치는 보이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구제를 행한다. 왜일까?

간단하다

공원이기 때문이다. 공원이 무엇인가 , 사람들 쉬다가라고 만든 시설이다. 실장석 서식지가 아니다. 아이들은 전혀 보이질 않고 보이는건 실장석뿐이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낸 세금으로 실장석 서식지를 만들어주는걸 싫어한다. 그렇기 때문에 구제를 하는 것이다.

참피들이 깨닫고 공원에서 벗어나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몰려가지 않는 이상 개념이건 분충이건 전부 구제가 되야 한다. 사람의 영역을 침범한 이상 , 그건 이미 분충이다.



부론티아 짤방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