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장석이 가장 잘 팔리는 계절은 늦가을이다.
가을이라는 계절이 주는 쓸쓸함 때문인지, 한 해가 끝나간다는 아쉬움 때문인지 이때의 실장석 판매량은 다른 3계절을 모두 합친 것과 비슷한 정도의 판매량을 올린다.
그래서인지 이맘때의 실장숍은 대목을 위해 특별판매를 준비하느라 한창이다.
'대특가! 기본 훈련이 끝난 고급 자실장이 단돈 3990엔!'
'친자매 자실장 2~10+마리 판매중! 기본훈련완비!'
'개체시술완비! 최저가에서 상담가능!'
'저실장, 엄지실장, 자실장, 성체실장, 마라실장 모두 구비! 분충부터 특별훈련 끝난 개체까지!'
'구더기쨩 99엔부터 판매!!'
실장석 중에서 제일 인기가 높은 것은 역시 자실장이다.
귀여운 외모에 적당한 크기.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하면서 기본적인 예의범절도 가르칠 수 있다.
똑똑한 것으로는 성체실장이 낫겠지만, 성체실장은 아이다운 귀여운맛이 없고 외모도 뒤떨어진다. 엄지실장은 크기가 작고, 분충화가 잘 일어나지 않아 바쁜 직장여성들 사이에게서 인기지만 아무래도 크기가 너무 작다보니 같이 놀기가 불편하다. 흔히 구더기쨩이라고 불리는 저실장은 너무 멍청해서 키우는 재미가 없다. 거기에 자실장은 같은 친실장에서 태어난 여러 자매들을 한 번에 기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사람의 눈으로 보기에는 다 똑같은 모습이지만, 몇 초도 안 되는 시간 간격으로 태어난 그녀들 사이에는 인간의 그것만큼이나 엄격한 나이배분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들은 장녀부터 막내까지 하나의 친실장에게서 태어난 자매라는 유대감으로 묶인다. 이런 자매의 유대감, 자매애는 자실장들을 기를 때만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실장숍에서는 같은 자매끼리 묶어서 파는 상품을 많이 내보이고 있었다.
고객 입장에서도 하나만 사는 게 아니라 둘 이상을 사면, 아무래도 놀아주는 시간에 조금 여유가 생기므로 편하다.
지금도 후타바 실장숍의 쇼윈도에 전시된 실장석 수조들은 대부분이 자매들로 구성된 자실장 자매 세트였다.
[테찌! 이번에도 우리들이 선택되지 않은 테쮸우....]
실장셋트를 사서 가게를 나가는 인간을 보며 한 자실장이 귀를 축 늘어뜨린채 중얼거린다.
[차녀쨩 실망하지 마는 테치. 아직 시간이 많이 남은 테치. 반드시 우리는 팔리는 테치]
[테이.....]
[우리들이 좋은자로 하고 있으면 반드시 훌륭한 고슈진사마가 사주시는테치!]
그런 자실장을 다른 자실장이 옆에서 토닥인다.
하지만 위로하는 그 자실장도 귀를 늘어뜨린채 내심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그도 그럴 것이 실장석들의 판매는 기한이 정해져 있는 것이다.
성장속도가 무섭도록 빨라 자실장이라고 하더라도 6개월만 지나면 거의 중실장까지 성장하고, 1년 안에 성체실장이 되는 실장석은 정말 시간이 곧 금과 같은 존재이다. 태어나자마자 훈련을 시작한다고하더라도 기본적인 지식과 예절, 대소변 훈련 등 필수적인 것만 배우는데 2개월이 걸린다. 거기에 각 실장숍까지로의 배송, 출하에 걸리는 여러 과정을 거치고 나면 다시 1개월이 줄어든다. 즉, 각각의 자실장이 자실장으로 팔릴 수 있는 기간은 3개월이 약간 못 되는 것이다.
자실장이 지나 중실장으로 성장한다고해서 아예 안 팔리는 것은 아니지만, 그 수는 자실장에 비해 훨씬 적다. 게다가 사료값과 같은 유지비용은 더 많이 들기 때문에 대부분의 실장숍에서는 중실장으로 성장하는 개체를 육즙기에 갈아서 실장푸드로 만드는 것이 보통이다. 그리고 이 과정을 전혀 숨기지 않고 친절하게 자실장들에 가르쳐 주고 보여준다. 때문에 자실장들은 자신이 자실장일때 팔리지 못하면 반드시 죽게 된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고, 그런 만큼 필사적으로 팔리려고 노력한다.
3개월이라는 시간이 주어진다지만 그것도 공평한 것은 아니다. 훈련을 마치고 처음 가게에 들어온 신입 실장석은 가장 좋은 매대에 디스플레이 된다. 거리를 점하고 있는 글래스의 정중앙. 사람의 눈높이에 맞춘 그 위치는 인도를 지나가는 행인들의 한눈에 들어오는 명당이다. 거기에 수조도 가장 화려하다. 수조 전체에 폭신폭신한 카페트가 깔려있고, 침대도 놓여있다. 침대 위에는 아마아마한 비단 이불과 실장석 전용의 베개, 빛을 가려주는 캐노피까지 있다. 화장실은 간이용이지만, 직원이 용변을 볼때마다 바로바로 치워준다. 처음 여기에 들어온 신입 자실장들이 너무나도 화려한 구성에 탈분을 하는 것이 전혀 과장스럽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이런 귀한 자리에 머무는 시간은 단 1주일에 불과하다.
1주일 동안 팔리지 않는 자실장은 자연스럽게 한 칸 아래로 이동한다. 세로로 다섯줄 있는 데서 두번째 줄로 옮겨지는 것이다.
행인들의 눈높이보다 약간 낮아 바로 시선을 끌지는 못하지만, 그럭저럭 아이들의 시선은 끌 수 있다. 시설도 첫번째 줄에 비해서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
그러나 다시 1주일이 지나고 나면 다시 한 칸 밑으로 밀려나게 되고, 이때부터 실장석들은 위기감을 느끼게 된다.
세번째 수조부터는 카펫이 없다. 딱딱한 플라스틱 수조에 수건이 두어장 깔려 있을 뿐이다. 항상 치워주던 화장실 대신 실장석 전용 변소가 처음 등장한다. 물론 침대도 없다. 그나마 수건을 깔아준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때문에 일부 실장은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에 발광하기도 한다. 일단 디스플레이 되는 자실장들은 기본의 교육은 받고 오기에 그런 개체는 드물지만, 간혹 급격한 변화에 숨겨왔던 분충끼를 보이는 실장석은 심심찮게 나타나는 것이다. 당연히 이런 개체는 그날의 저녁식사나 다음날의 아침식사가 된다.
그리고 세번째 수조부터는 실장석들의 적극적인 구애가 시작된다.
환경이 편안하던 두번째 수조까지는 느끼지 못했던 절박감. 위기감이 자들의 온몸을 휘감는 것이다.
더이상 시간이 지나면 더욱 더 힘든 곳으로 떨어진다. 이 단순한 진리를 몸으로, 피부로 처절히 느끼게 된다.
물론 그 전에도 사육사들이 수십번 수백번 말한 것이지만, 언어로 다가오는 느낌과 직접 경험으로 느끼는 것은 그 질이 확연히 다르다.
[텟츙~♥ 닌겐상! 와타치타치들을 선택하는테츄우~ 주인님의 분부는 모두 듣는 테엣치이!!]
[와타치타치들은 춤을 출 줄 아는 테치이이!! 노래를 잘 하는테치이!! 와타치를 고르는 테챠!!]
[테츄테츄~♪ 와타치의 자매들은 모두 노래를 잘하는 테치이이! 와타치들을 고르면 반드시 행복한 테치!!]
지금의 자매도 전심전력을 다한 구애를 했지만, 결국 선택되지 못했다.
이대로라면 오늘도 무서운 '교육'을 받게 된다. 자신들은 아니지만, 오늘이 마지막 기일인 실장석들이 다른 이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산채로 '사료'가 되는 광경을 지켜봐야만 하는 것이다.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아랫층, 바로 옆칸에서 테치테치하고 떠들던 다른 가족들이, 다른 자매들이 산채로 다른 이들의 사료가 되어가는 과정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었다. 더구나 내일은 내가 그 '사료'가 된다고 생각하면 더더욱.
그러나 야속하게도 이미 바깥의 햇님은 거의 사라져가고 있었다.
오늘도 지난다면 남은 시간은... 자매들은 정확한 일자는 몰랐지만, 자신들이 네번째 줄로 옮겨가기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고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러기에 지금 놓친 닌겐상의 아쉬움은 배가 되어 돌아왔다.
그때,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새 닌겐상이 가게로 들어왔다.
지금 나간 닌겐상과 거의 동시에 들어온 새로운 (예비)고슈진사마. 모든 실장석들은 잠시 정적을 거친 후 괴성을 내뿜기 시작했다.
[테챠아아아아!! 닌겐상!! 와타치를 데려가는 테치이이이!!! 와타치는 용변을 가릴줄 아는테치!! 음... 음... 또 닌겐사마를 귀찮게하지 않는테치!!!!]
[와타치는 닌겐상의 말이라면 무엇이든 따르는 테치이이!! 절대 분충짓은 하지 않는 테치!!]
[닌겐상.. 자매들을 함께 돌봐주시는테치.. 모두 착한 아이들인 테츄... 절대로 분충짓은 하지 않는 걸 약속하는 테치... 부디 선택해주시는 테치...]
저녁 시간이 되면 될수록 실장석들의 호소는 점점 노골적이 되어간다.
중간의 애교나 여유는 사라지고, 재주보이기나 장기자랑은 생략된 채로 오직 강요와 호소만을 반복 하는 것이다.
이는 뒷쪽 줄의 매대에 서있는 실장석일 수록, 하단의 매대에 들어있는 실장석일 수록 더더욱 소리가 커진다.
그녀들 입장에선 시끄럽다고 맞아 죽는 것이나 떠들다가 맞아 죽는 것이나 비슷하기 때문이다.
특히, 오늘은 아침에 점원님이 말한바에 따르면 '주말'이라고 하는 날이다.
내일은 실장숍이 문을 열지 않는다. 그렇다는 것은 내일은 하루종일 '특제 실장푸드'를 먹어야한다는 것이고, 그것은 곧 오늘 밤 '특제 실장푸드'를 만든다는 뜻이다. 자실장들은 '특제 실장푸드'를 만든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지만, 지난 3번의 전적을 생각해보면 부르르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감출 수 없었다. '특제 실장푸드'란 3개월 동안 팔리지 않은 실장석을 산채로 갈아서 만드는 미트볼이었기 때문이다.
[데갸아아아아아아!!!!!!]
점원은 가게의 문을 잠그고 'CLOSED'라는 팻말을 건 다음 불을 끈다.
곧 비상등의 파란색 라딘라이트만이 실내를 푸르게 비춘다. 이와 동시에 자신의 최후를 감지한 3번째열 맨 하단의 실장석들의 비명이 샵 전체를 울린다.
[데갸! 데갸! 데갸아아아아아아아아!!!!]
[덱!! 데, 덱!! 살려주는데스! 살려주는데스! 죄송한데스우우우우!!!!!!]
[니, 닌겐상! 고슈진사마아아아앗!! 제발! 제발 살려주시는데스우우우!!!!!!]
[들실장도 좋은 데스!! 학대파라도 O.K인 데스! 목숨만은 살려주시는 데스우우우우우웃!!!!!!]
각각의 비명이 샵 전체를 떨어울린다.
그와 반대로 다른 실장석들은 모두 고요한 침묵을 지킨다.
그러나 점원은 전혀 무신경한 얼굴로 소리치는 실장석들, 중실장들을 잡아 카트의 바구니에 집어넣는다.
중실장들은 수조 안의 기둥이나 끄트머리를 잡으며 끌려가지 않으려 기를 쓰지만 어차피 실장석. 1초가 걸리느냐, 2초가 걸리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 결국 모두 카트 속의 바구니로 끌려들어갔다.
이와 동시에 다른 직원이 바퀴가 달린 실장석용 육즙기를 복도로 끌고 온다.
가로 1미터, 세로 1미터, 높이 2미터의 거대한 스테인레스 재질의 육즙기.
거대한 스크류가 언뜻 보이기에만 3개가 보이고, 입구에는 No Jissou 라는 글자와 함께 초록색 실장석 마스코트가 그려져있다.
직원은 스크류의 예비 전원 스위치를 올려 '위이이이잉~~~'하는 거북한 쇠마찰 소리를 내도록 한 다음, 목소리를 크게 높여 주위의 실장석들에게 말했다.
[모두 잘 봐라! 3개월 동안 판매가 안 된 똥벌레들의 최후를!! 3개월 동안 팔리지 않는 똥벌레는 누구든 이렇게 처분한다!! 모두 잘 봐둬라!!]
말이 끝나자 그는 예비 전원 스위치를 주전원으로 변환시킨다.
위이이잉~~ 하는 옅은 소리는 이내 '쿠콰콰콰콰콰콰콰!!!' 하는 엄청난 소리로 바뀌면서 주변의 공기를 찢어발긴다.
그리고 그와 함께 카트 속의 실장석을 분쇄기 안으로 집어 넣는다.
[테에에엑!! 안 되는 테치이이이!! 살려주는.. 츄베베베베 테갸봇!!!!]
[안되는데스! 안되는데스! 제발 살려주는 데스우우우우!!!!! 뭐든지 하는 테데데레레레렉뎃!!!!!!]
[데에에엑!! 데엑!! 닌겐사아아앙!! 와ㅡ 와타치의 매력을 느껴보라는.. 데레레레레 츄가봇!!!!]
[테, 텟츈~♥ 닌겐사마 한번만 더 기회를 주시는텟츄~ 이번에는 반드시 닌겐사마를 매료매료시키는 테쟈아아악!!!]
[마마!! 마마!! 와타치를 마중나온 데스우? 와타시 오랫동안 기다린 데스웅... 데? 데레레레렉!!!!!! 데아아아아!!! 사, 살려주는!!!!!]
실장석들의 비명이 불 꺼진 숍 전체에 울려퍼진다.
직원은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천천히 한마리씩 분쇄기 입구에 집어 넣으며, 기다리는 실장석들이 충분한 공포를 느끼도록 한다. 그 공포에 못 이겨 비명을 조금이라도 더 지르도록 내버려두는 것이다. 그들의 비명이야말로 매대에 올려진 실장석들의 훌륭한 교재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열한마리까지 다 집어넣은 직원은 분쇄기의 전원을 끄고, 따끈따끈한 김이 피어오르는 신선한 육즙을 아랫쪽 트레이에서 꺼낸다.
거품이 부글부글 피어오르는 초록빛 국물. 군데군데 붉은빛깔과 쥬시한 노란 지방질이 표면에 떠 있어 더욱 괴기스럽다.
직원은 트레이를 다시 캐리어 위에다 싣고, 큼직한 국자를 꺼내 겁에 질린 실장석들이 있는 수조에 떠준다.
[자~ 많이 먹으라구.]
실장푸드를 줄때와 똑같은 표정으로 식사를 주는 직원을 보는 실장석 얼굴에 공포의 기색이 어린다.
방금 전까지 소리를 지르던 동족들. 누군가에게 있어서는 언니, 마마, 동생들이 한그릇 고기죽이 되어 밥그릇에 담긴 것이다.
초록빛깔의 고기죽은 매장의 가장 안쪽매대에 있는 실장석들에게 준다. 거품이 아직도 부글거리는 고기죽은 대변찌꺼기와 옷조각, 머리카락이 마구 섞여져 있다. 냄새도 아주 고약해서 몇몇 실장석은 고개를 돌리고 토하기까지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초록색 고기죽은 모든 실장석을 갈고 남은 찌꺼기인 것이다. 실장석도 외면할 정도로 심각한 쓰레기. 보통이라면 하수구에다 버리는 것을 이 실장숍에서는 사기 진작의 이유로 가장 안 팔리는 실장석들에게 먹이고 있었다.
[자~ 먹고 힘내야지. 다음주에는 너희들이 이렇게 될테니까 말이야~]
직원은 가장 안쪽 매대에 죽을 모두 퍼주고 두번째 트레이를 열었다.
두번째 트레이에는 갈색빛깔이 도는 넓적한 고기가 겹겹히 쌓여있었다. 실장석들의 살을 모아 고온으로 쪄낸 미트볼이다. 앞의 초록색 고기죽과는 달리 음식 냄새도 나고, 어찌됐든 진짜 고기로 만들어진 것이다. 직원은 솜씨좋게 고기를 덜어내어 두번째 매대의 수조에 미트볼을 담아준다. 테이.. 하며 주저하는 실장석들도 몇몇 있었지만, 대부분은 우물거리며 잘 먹는다. 어떤 자실장은 실장푸드보다 더욱 탐닉하는 개체도 있다.
이러한 실장 미트볼은 가장 앞의 매대, 창문가에 디스플레이 된 매대의 아랫줄까지 주어진다.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실장석들은 주지 않는다. 그 아이들은 저번주에도 그랬듯이 최고급 실장푸드를 받는다.
다음주에는 같은 음식을 받을지도 모르는 그들이지만, 형형색깔의 실장푸드를 양손에 움켜쥐고 미트볼을 먹는 다른 실장석들을 테프프프 거리며 비웃기에 여념이 없다.
잠시 뒤 직원은 무서운 기계를 끌고 사라졌다.
그리고 파란색 불빛도 꺼져 가게 안은 괴괴한 어둠만이 감돌고 있었다.
간만에 인간이 없는 시간.
각 수조의 실장석들은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하느라 테치테치 데스데스 떠들어대다가 한 마리씩 잠에 빠져든다.
[테에... 우리는 어떻게 되는 것인 테치이....]
[테에?]
힘없이 주저앉은 여동생의 눈물을 닦아주던 언니는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거대한 닌겐... 아니 닌겐사마가 서있었다.
[테에에??]
언니의 눈동자가 퉁방울만큼 커졌다.
여기. 이 가게에 와서 처음으로 주목받았다.
그동안 빠르게 살펴보는 몇몇 닌겐사마들은 있었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콕 짚어 자신들을 가리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테베베베... 테에....]
만약 이런 상황이 온다면 그동안 동생쨩과 함께 갈고닦은 예쁜 노래와 귀여운 춤을 이렇게이렇게 부르고 저렇게저렇게 추자고 몇 번이나 말해왔지만, 막상 상황이 닥치자 어떻게 할 줄을 모르고 어버버거리며 당황할뿐이었다.
[테츄? 오네챠앙 왜 그러는... 테짓?!]
눈물을 닦아주던 언니가 이상한 소리를 내며 움직이지 않자, 이상히 여긴 동생이 언니를 쳐다보고 다시 언니의 시선을 쫓다 그제서야 상황을 파악한다.
[테... 테테테... 닌... 닌겐사마가 우리를 보는테치!]
[테에에에....]
[오네챠!! 어서.. 어서 닌겐사마에게 우리를 부탁하는테치!!]
[테테테... 그, 그런테치! 어서 추, 춤을 준비하는테체!!]
남자의 부름에 안쪽에서 하얀색 앞치마를 한 점원이 달려온다.
[아, 이 애들 말씀이시죠? 네. 괜찮은 아이들입니다. 아직 그렇게 나이도 많이 먹지 않았고 머리도 좋은 편이죠.]
[이 아이들은 서로 형제... 아니 자매들인가요? 한 부모에서 나온?]
[네. 물론입니다. 부모... 아니 친실장이라고 해야겠지요. 저희 가게에서 이렇게 한 수조에 들어있는 것은 100% 같은 친실장에서 나온 자매들입니다. 여기 보증서도 있지요.]
[네에....]
[가게에서 일하는 입장에서 이렇게 말씀드리면 좀 그렇지만, 확실히 이쪽 두번째 매대에서 고르는게 괜찮은 선택이지요. 어린 순서대로 앞쪽에 진열하고, 또 앞쪽이 비싸지만... 너무 어린 아이들은 기르기가 꽤 힘이 들거든요. 혹시, 실장석을 길러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네? 아, 아뇨... 처음입니다. 좀 흥미가 생겨서...]
[그러시다면 이 아이들이 딱이죠. 이 애들은 가게에서도 굉장히 조용하고 점잖은 성격이거든요. 애교나 특별한 재주는 없지만, 그만큼 수더분해서 손이 많이 들지 않아요.]
[그런가요... 그럼 가격이....?]
[두 마리를 한 번에 사신다면 6800엔입니다. 20% 할인된 가격이지요.]
[네에...]
남자는 다시 한 번 수조 안의 자실장 자매를 쳐다보았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쳐다보는 줄도 모른채, 한 마리는 울고 있고 또 다른 한 마리는 그 우는 아이를 달래주고 있었는데, 지금은 폴짝폴짝 뛰면서 무언가 외치고 있었다. 구해달라는걸까? 같이 살고 싶다는걸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마음에 걸려 관심을 가졌지만, 혹시 너무 어두운 성격이면 곤란하다고 내심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팔짝이는 걸 보니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아 남자는 내심 안심했다. 가격도 그다지 비싸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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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결국 자실장 자매를 구입했다.
원래의 가격에서 거의 절반이나 깎았지만, 실장석이 살 모형집과 수조, 실장푸드, 실장용 오리변기 등 필요한 물품을 사다보니 오히려 돈은 더 들었다. 하지만 그만큼 자매가 귀여웠기에 그리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자신들이 선택되었다는 것을 몇 번이고 확인한 자매는 연신 남자에게 감사의 인사와 절을 해왔고, 집에 가는 도중에도 즐거운듯한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기에 생각보다 돈을 더 많이 썼다는 그런 감정은 금방 사라져버렸다.
[테에에에에에... 닌겐... 아니 고슈진사마의 집 매우 큰 테체!]
[그런테치! 너무 넓은테칫! 이렇게 넓은 곳은 본 적이 없는테치이... 이곳이 공원이라는 곳인테치?]
실장석 케이지에서 자매들을 꺼내 마루바닥에 내려놓자 둘 다 탄성을 지른다.
남자의 집은 그저 그런 투룸에 불과하지만, 좁은 선반과 케이지만 다닥다닥 붙어있던 좁은 가게에서만 살아온 두 자매에게는 그야말로 압도당할만큼의 크기인 것이다.
자실장들은 생소한 마루바닥의 감촉을 신기하게 여기면서 손으로 몇 번이나 어루만지고, 때로는 두손으로 팡팡 때려보기도 하면서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갔다.
처음에는 머뭇머뭇 움찔움찔하며 무척 조심스럽게 걸었지만, 나중에는 두 마리 모두 테치테치하며 신나게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실장샵에서 구분하기 쉽도록 머리 두건에 '2'라고 쓴 동생이 '1'이라 쓰인 두건을 쓴 언니를 테츄테츄하며 쫓아다니기도 하고, 소파 밑의 어두컴컴한 공간을 두려운듯 빠안히 쳐다보기도 했다. 테이블의 다리를 놀랍다는 듯이 쳐다보고 만져보기도 했으며 올올히 얽혀있는 화장실의 바닥깔개를 몸에 둘러보기도 했다.
남자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자실장들이 뛰어노는 것을 지켜보았다.
잘 샀다. 남자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뛰어노는 것도 귀엽고 하는 행동거지 하나하나도 고양이나 개, 햄스터 등과는 전혀 다른 맛이 있다. 거기에다 의사소통까지 가능하고, 지능도 다른 동물들보다 훨씬 뛰어나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더 푸근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남자는 한참을 자실장 자매가 테츄테치하며 노는 것을 지켜보다가 가져온 짐을 풀기 시작했다.
자실장들이 들어가서 지낼 투명한 플라스틱 수조는 거실의 테이블을 벽쪽에 딱 붙이고 그 위에 올려놓기로 했다. 그리고 자실장들이 들어가 잘 수 있도록 모형집을 꺼내 조립하기 시작했다. 재질은 두꺼운 하드보드지에 엷게 비닐이 코팅된 재질로, 버섯 모양의 귀여운 지붕도 가지고 있었다. 조립은 그다지 어렵지 않아 순서대로 부품을 꺼내 미리 파여진 홈에 맞춰 끼우기만 하면 됐다. 완성된 집을 수조 구석에 놓고, 욕실에 가서 낡은 수건 두 장을 꺼내 집 안에 하나, 집 바로 앞에 하나를 깔아줬다. 마지막으로는 빨아먹을 수 있도록 벽에 설치하는 급수대를 수조에 걸고, 사료그릇을 근처에 놓았다. 오리 모양의 변기도 놓아줄까하다가 일단 변기 사용법을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해 넣지는 않았다.
[잠깐 노는 건 그만두고 이리와~]
[테에? 주인님 부르신테치이?]
[테에.. 테에... 동생쨩이랑 술래잡기 지친테치...]
[응, 그래 잘 왔구나. 저기 너희들 이게 뭔지 알아?]
남자는 노란색 오리 모양의 변기를 자실장들 앞에 놓았다.
그것을 보고 자매들은 테치테치하며 이리저리 만져본다.
그러다 돌연 동생이 소리친다.
[테에에! 기억난테치! 이건 화장실인테츄!]
[오! 그래 잘 아는구나아~]
남자는 '2'라고 적힌 동생의 머리를 쓰윽쓰윽 쓰다듬어주었다.
그 행동에 동생은 얼굴을 붉히며 테에츄우... 하며 부끄러워한다.
[이제부터 너희들은 여기에만 용변을 봐야되는거야~ 모두 배변훈련은 다 알고있겠지?]
[테, 텟츄! 무, 무, 물론인테치이! 똥싸기는 항상 화장실에 하고 흘리지않는테츄!]
[테, 테, 테치! 그런테치! 맞는테치! 우리들 모두 훈련받았어요테치!]
자매들은 '배변훈련'이란 말에 어린 시절 받았던 무서운 광경을 떠올리고 자신도 모르게 부르르 몸을 세차게 떤다.
그 가혹하고도 끔찍한 '배변훈련'에서 자매들과 친구 대부분이 죽었고, 자신들도 한두번씩 크게 다쳤다. 쉴새없이 가해지는 체벌과 고문, 잔인한 학대에 '똥은 반드시 화장실에서!', '똥은 절대로 흘리지 않는다!', '똥을 누고는 반드시 닦는다!' 등의 구호를 뼛속 깊이 새겨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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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는 저녁으로 실장푸드를 두둑히 나눠먹고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아직 어린 자실장인 자매에게는 많은 수면이 필요하다. 푸드를 다 먹자마자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더니, 이내 수건에 둘러싸여 고로롱고로롱 코를 곯면서 깊은 잠에 빠진다.
남자는 그런 모습을 따뜻하게 바라보다가 뒷정리를 조금 하고는 자신도 내일의 출근을 위해서 불을 끄고 침대로 들어갔다.
자매가 잠을 깬 것은 주변이 괴괴한 어둠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깊은 새벽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 어두컴컴하지만 조금의 빛이라도 있었던 가게와는 달리 온 사방이 검게 물들어있다.
당황해하는 언니의 테챠-! 하는 소리에 동생도 잠을 깨어 두리번거린다.
하지만 이내 조금 전의 기억을 떠올리고 겨우 안심하며 자리에 주저앉는다.
[테헤- 테헤- 조금 놀란테치. '주인님'과 함께 살게 된 것을 깜빡한테챠-]
언니가 헐떡거리며 말하자 동생이 등을 토닥여준다.
[테에... 언니쨩... 하지만 와타치도 당황한테츄. 너무 깜깜해서 놀란테츄.]
[....이제 괜찮은테치. 괜찮아진테치.]
언니는 등을 토닥이는 동생의 뭉툭한 손을 잡고 끌어당겨 몸을 끌어안는다.
너무 어두워 바로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지만 몇 번 더듬어 둥그스름한 머리통과 통통한 배, 따뜻한 손끝을 만져간다.
[테에... 언니쨩 따뜻한테츄우...]
[.....테-- 이제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는테치-]
[테에?]
[매일밤 매일밤... 잠을 잘 때마다 두려웠던 테치- 언젠가 우리들도 고기죽이 될 거라고 생각하니 매일밤 잠드는게 두려웠던테치-]
[와타치는 낮잠은 좋아하는테치- 낮잠은 자도 괜찮은테치- 하지만 밤에 잠이 들어... '내일'이 오면... 무서운 기계에 들어가는 날도 그만큼 다가오는테치- 그래서 밤에 잠드는건 너무도 이야테치...]
[오네챠....]
[하지만 이제 괜찮은테칫-!! 닌ㄱ.. 아니! 주인님을 만난 테치! 이제 고기죽이 될 일은 없는테치!]
[그런테치! 잠깐 뵈었지만 정말 상냥한 주인님인테츄-!]
[테에에- 동생쨩 말이 맞는테치이- 상냥하신테치! 이제 낮잠도 밤잠도 마음껏 즐기는테치이~]
[테에에엥... 테에에엥... 기쁜데 눈물이 나는테츄우... 테에에엥...]
밤은 점점 깊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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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간이 흘러 아침이 된다.
햇님이 고개를 완전히 내밀지 않은 푸르스름한 새벽녘부터 자매들은 두근두근하며 수건 위에 정좌하고 주인님을 기다렸다.
그러나 자매의 기대와는 달리 남자는 햇님이 완전히 떠올라 거실과 수조를 따뜻하게 달구어질때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뜨끈한 햇살을 맞아 자매들이 다시 꾸벅꾸벅 졸고있을때, 갑자기 벼락같이 시끄러운 종소리가 울리는가 했더니 남자가 바람처럼 거실로 튀어나왔다.
갑작스러운 소음과 주인님의 등장에 자매들은 퍼뜩 잠에서 깨어 '주인님'을 연신 외쳤지만, 남자는 자매들을 돌아볼 시간은 전혀 없어 보였다. 몇 번이고 욕실과 방을 황급히 뛰어다니던 남자는 현관문을 향해 돌진해갔다. 그러다 문득 수조를 보고, 그제서야 자매의 존재를 깨닫고 수조로 다가간다.
[하아.. 하아... 이런 정말 늦겠는데... 아, 일어났니?]
[테에에에! 주인님테츄!!]
[주인님! 주인님!!]
[아, 그래그래. 오늘 내가 좀 바빠서 얼른 나갈게. 밥은 여기에 둘테니 나눠먹어. 저녁에 올테니까 잘 아껴서 먹고...]
남자는 선반에서 오렌지색 실장푸드를 한움큼 꺼내 수조 안의 밥그릇에 놓아둔다.
물은 충분히 급수기에 들어있어 괜찮은 것 같다.
[밥과 물은 여기에 있고... 그리고 똥은...]
약간 불안한듯 자매와 오리 변기를 번갈아 쳐다본다.
[여기에다 싸는거야. 알겠지?]
[테에- 알은테치이-]
[걱정하지 마시는테치 주인님!]
[그래... 여하튼 똥을 제대로 가리지 못하면 정말 혼날테니까! ...알았지?]
그 말을 마지막으로 다시 남자는 현관문으로 뛰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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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에에에... 주인님 가버리신테치이...]
[정말 순식간에 사라져버린테치! 와타치 아직도 정신이 없는테치이-]
자매들은 귀를 추욱 늘어뜨리면서 중얼거린다.
하지만 이내 기운을 되찾고 수조의 벽에 달라붙어 연신 거실을 구경하는데 여념이 없다.
어제 저녁은 한껏 긴장되어 있어 구경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한숨 잠을 자고 나서는 조금 마음이 안정되었지만, 이번에는 바깥이 너무 깜깜해서 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아침이 되어 충분한 햇빛이 들어와 방 안을 밝히면서 제대로 된 구경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테에! 저길 보는테츄! 엄청 커다란 물건인테치이!]
[테히이이이... 정말 어마어마한테치... 색깔이 누런테치... 대체 저건 뭐인테츄...?]
[쉬이이! 조용하는테치, 동생쨩! 저건 움직이는 괴물일 수 있는테치!]
[테히?!]
[쉬잇! 와타치는 옆 수조의 친구에게서 들은 적이 있는테치... '고양이'라고 하는 괴물이 있는테치. 그 괴물은 아주아주 덩치가 크고 사나워서 우리들을 순식간에 죽인다고 들은테체!]
[테힛! 지, 진짜인테치...? 그, ㄱ, 그렇다면 그런게 왜 여기에 있는 테치이...]
[...와타찌도 그런건 잘 모르는테치- 하지만 그 친구는 고양이는 누렇고 까맣고 하얗고... 그렇다고한테치. 거기다 덩치도 아주 크니 저게 그것은 분명테치...]
[무서운테치이...]
자매들은 노란 2인용 소파를 보면서 두려움에 떨기도 하고, 그 앞에 놓여진 커피 테이블을 보고 저것이 무엇인지 테치-테치-하며 토론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째깍거리는 시계소리가 어디에서 나는지 한참이나 수조를 빙글빙글 돌며 찾아보기도 하고, 쿵쾅거리며 수조를 뛰어다니며 술래잡기 놀이도 했다.
모든 것이 즐거웠다.
원래는 성체실장 하나가 충분히 쓸 수 있는 크기의 수조는 어린 자실장 자매들이 뛰어다녀도 될 만큼이나 넓었으며, 바깥 세상에 나와본 것은 처음이라 모든 것이 신기하고 놀라웠다. 무엇을 보더라도 그것은 태어나서 처음보는 것이었으며, 대체 그것이 무엇을 하는 물건인지 알아내기 위해서는 더 긴 시간의 토론이 필요했다. 그러다 구경이 조금 시들해지면 동생과, 언니와 테치-테치- 뛰어놀기도 하다가 배가 고프면 실장푸드를 마음껏 먹을 수 있었다. 이곳은 자매들에게 있어 천국과도 같았다.
[테체-!! 이 푸드는 정말정말 맛있는테칫-!]
[그런테치-! 달콤달콤한테치이~♬ 행복해서 부르르 몸이 떨리는테츄웅~♪]
음식도 그랬다.
늘 가게에서 먹던 퍼석퍼석하고 수상한 냄새가 나던 초록색 실장푸드와는 달리, 지금 먹는 실장푸드는 예쁜 노란색, 오렌지색으로 되어있고, 달큼한 과일 향기가 나서 먹기도 전에 기분이 좋아졌다. 생전 과일이란 본 적이 없으니 자매들에게는 그저 좋은 향기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거기에 실장석을 산채로 갈아서 적당히 유화제와 응고제, 영양제를 조금 넣고 대충 비비고 뭉쳐 만들어낸 싸구려 저급 실장푸드와는 달리, 이 실장푸드는 제대로 된 원료에 제대로 된 공정을 거쳐 만들어진 것이었다. 조금만 건드려도 푸스스 무너지는 가게의 푸드와는 달리, 이 푸드는 동글동글 야무지게 뭉쳐져있어 한 알씩 집어먹을 수 있기 때문에 훨씬 깔끔하게 먹을 수 있었다. 가게 푸드는 고개를 쳐박고 압-압- 거리며 빨아들이듯이 먹어야하기 때문이다.
두 개를 먹으면 적어도 하나는 머리털과 옷조각이 튀어나오는 가게 푸드와는 달리 지금의 푸드는 열 개를 먹어도 이물질이 나오는 일도 없었다.
무엇보다 자매를 사로잡은 것은 맛이다.
시큼털털하고 구린내나면서도 어떤 것은 싱겁고, 어떤 것은 너무 짠맛이 나는 가게 푸드와는 달리, 달콤한 맛 위주로 구성된 지금의 노-란 푸드는 정말이지 반할 정도의 맛이었다.
실장석은 원래 다른 맛보다도 단 것을 가장 우선시 한다.
그런 만큼 제대로된 애완용 실장푸드는 기본적으로 단맛이 난다.
지금의 자매 앞에 놓여진 푸드도 매일 텁텁한 녹색 알갱이만 먹어왔던 자실장들의 혀를 녹여버릴 정도의 단맛을 뿜어내고 있었다.
[테츙! 테츙! 정말 맛있는테츙!]
[테에~ 오네챠! 조금 천천히 먹는테치! 그러다 아야하는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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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껏 푸드를 먹었으면 이제 잠을 잘 시간이다.
자매들은 빵빵해진 배를 두드리면서 수건에 파묻혀 다시 잠에 빠져든다.
따뜻한 햇살에 몸을 반쯤 걸치고, 보드라운 수건을 등 뒤에 깔고 잠자는 것은 생각만 해도 기분좋은 일이다.
거기에 사랑하는 동생과- 언니와- 함께 할 수 있다면 그 기쁨은 두곱절, 아니 수십곱절이나 더 좋아진다.
[테츄.... 테...츄...]
고로롱거리며 코를 곯며 자고 있던 언니가 갑자기 자리에서 부스럭거리며 일어난다.
그 바람에 손을 꼬옥 잡고 있던 동생도 부시시하며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킨다.
[테에? 언니쨩 왜 일어난테치?]
[ㅂ, 배가 아픈테츄우... 응가마려운테츄]
언니 자실장은 통통하게 튀어나온 배를 부여잡고 황급히 오리 변기로 달려간다.
그 모습을 보고 동생 자실장도 불안한 얼굴로 후다닥 쫓아간다.
재빨리 팬츠를 벗고 오리 모양 변기에 걸터앉는 언니 자실장.
이어서 부류류류~ 하며 질펀한 녹색똥을 토해낸다.
[테에~☆ 츄우우우~웅~♥]
황홀한 표정으로 몸을 부르르 떤다.
실장석에게 있어 배설은 또 하나의 즐거움인 것이다.
좋은 음식을 잔뜩 먹고 시원하게 똥을 싸는 것은 하루에 몇 번밖에 할 수 없는 오락과도 같다.
특히 아직 여물지 않은 춍배설구를 지닌 자실장에게는 더욱 각별하다.
[테에에.. 잔뜩 싼 테츄~☆]
[다, 다음은 와타치가 싸는 테치이! 급한테츄!]
언니가 오리 변기에서 내려오자마자 동생이 올라간다.
비슷한 소리의 가죽피리가 울려퍼지고 동생도 언니 못잖게 질펀하게 똥을 쌌다.
겨우 두 번밖에 싸지 않았지만, 이미 오리 변기의 절반 이상이 걸죽한 녹색 페이스트로 차올랐다.
[테츙! 시원한테치! 잔뜩 싼 테치이~]
[테지이... 동생쨩 닦을 것이 없는 테츄우...]
[테에?]
동생보다 먼저 볼일을 본 언니가 타박타박 변기 주변을 돌아다니며 가랑이를 닦을 신문지 조각이나 천조각을 찾았지만 전혀 보이지 않는다.
[닦을 것이 안 보이는테체! 이대로는 와타치의 총배설구가 매끈매끈하지 않게되는 테치....]
[테쮸!]
아직도 팬츠를 입지 않고 뒤뚱거리며 주변을 돌아다니는 언니를 이상하게 쳐다보던 동생도 그제서야 사태를 파악하고 깜짝 놀란다. 대변을 봤는데 닦을 휴지가 없는 것이다. 인간과 똑같은 상황이다. 특히 실장석의 그것은 인간의 그것보다 훨씬 묽기 때문에 닦지 않으면 더러운 녹색물이 가랑이는 물론이고, 다리까지 타고 흐르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물론 사육실장에게 있어 엄히 금지되는 일이다. 이전의 가게에서라면 볼 일을 보고도 제대로 뒷처리를 하지 않는 실장석은 '배변훈육'이 덜 됐다고 하여 맞아죽어도 할 말이 없는 것이다. 보통의 사육실장들에게는 실장석 전용 휴지가 주어지고, 이전의 가게에서는 헌 신문지 조각이나 낡은 천조각(대개는 죽은 실장석의 옷가지였다.)이라도 줬지만, 지금은 아무 것도 없다. 아직 실장석 사육에 있어서는 초보자 중에 초보자인 남자가 깜빡하고 만 것이다.
[테지이이이이!!! 없는 테찌! 없는 테치! 안 보이는테체아아!!]
[언니쨩! 너무 뛰지 않는 테치! 똥이 바닥에 흐르는 테칫!!]
과연 동생의 말처럼 수조 바닥에는 녹색물이 군데군데 흘러 악취를 풍겨내고 있었다.
동생은 허리를 숙이고 가랑이를 꼭 붙여 어떻게든 '물'을 흐르게 하지 않으려 하고 있었지만, 닦을 것을 찾느라 이곳저곳 뛰어다닌 언니는 이미 가랑이는 물론이고, 다리와 신발까지 녹색물이 질척하게 배여있었다.
[테에에에에엥.... 와타치의... 와타치의 옷이 더러워진 테치이이이!!!]
[오, 오네챠아!! 울지 마는테치!! 테에... 테...]
[테에에에에에에엥!! 테에에에에에에엥!!! 주인님 죄송한테치이이이!! 잘못한테치!! 쫓아내지 마시는 테치이이!! 테에엥!]
[테, 테류보오.... 언니쨩! 할 수 없는 테치! 일단 팬츠부터 입는 테치!]
[테에에에에엥... 테에에에... 테?! 그, 그러면 팬츠가 잔뜩 더러워지는 테치... 이야테치이...]
[....그래도 할 수 없는테치. 이대로라면 더욱 더 더러워지는 테치. 팬츠를 입으면 그래도 팬츠만 더러워지는 테치]
[테치이.... 하지만... 하지만.... 나중에 주인님께 혼나는테치! 반드시 혼나게되는테치!]
[그것은 할 수 없는테치. 정직하게 용서를 구하는테치.]
동생이 먼저 아까 벗어던진 하얀 팬츠를 주워 다리에 끼운다.
잠시 망설이는가 했지만, 이내 결심한듯 힘차게 허리로 당겨 올린다.
그러자 하얀 팬츠는 이내 지저분한 녹감색으로 물들어버린다.
[테기이....... 축축한 테치.....]
[테에에에엥... 동생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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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언니 자실장도 팬츠를 다시 입을 수 밖에 없었다.
그걸로 더 이상의 녹색물은 흐르지 않게 되었지만, 그것 뿐이었다.
그 전에 흘러내린 똥은 이미 엉덩이와 다리. 언니의 경우에는 신발까지 질척하게 적셔졌기 때문에 다시 수건이 깔린 곳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 것이다. 어쩔 수 없이 팬츠는 더럽혔지만, 그 이상은 안 된다는 정도의 생각은 그녀들에게도 있었다.
[테, 테, 테, 테... 추운 테츄....]
[테퐁! 테퐁! 테에-- 재채기가 나는테치-]
거기다가 둘은 입던 옷도 벗고 있었다.
질척해진 팬츠에 옷까지 더러워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옷을 벗어 수건 위에 올려두고, 둘은 오리 변기 근처의 구석에 등을 붙이고 앉아있을 수 밖에 없었다.
입고 있는 것이라고는 머리를 감싸는 두건과 질척거리는 녹색 팬츠. 초록색 구두밖에 없었다. 그나마 언니는 그 구두마저 잔뜩 더럽혀져 맨발이었다.
두 자매가 할 수 있는 것은 차가운 플라스틱 바닥에 몸을 뉘이거나 플라스틱 벽에 몸을 기대고 멍하니 있는 것밖에 없었다.
추워서 잠도 오지 않았고, 무언가 이야기를 할 기운도, 바깥 구경을 할 기분도 들지 않았다.
그저 멍하게 눈만 뜨고 있을 뿐이었다.
그때, 다시 언니 자실장의 배에서 맹렬한 소리가 들려온다.
[테.. 테... 테테... 또, 또 똥이 나오는테찌이이이-]
'똥압축기계'라고도 불리는 실장석은 하루에도 다섯번 이상의 똥을 싼다.
하지만 이것은 다 자란 성체실장의 경우이고, 아직 성장이 덜 된 자실장은 똥을 담아두는 '분대'가 작아서 더욱 더 자주 싼다. 그 횟수는 7~10회. 어떤 때는 15회 이상까지 가기도 한다. 실장석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은 '그럼 먹는 것을 줄이면 될 것 아닌가?'하고 생각하지만, 이런 상식적인 생각도 기묘한 생물인 실장석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똥'이 일종의 생체물질인 실장석에게 있어서 인간의 '먹은만큼 싼다.'라는 등가교환의 법칙은 성립하지 않는 것이다.
실장석은 먹이를 며칠 먹지 않아도 저절로 똥이 몸 안에 고이고, 몇 날이나 물을 마시지 않아도 질척한 똥물이 절로 새어나온다. 거기에 놀랄 때나, 두려움을 느낄 때면 호르몬이 분비되어 다른 신체장기에서도 맹렬하게 녹색똥을 뿜어낸다. 그렇게 하루동안 만들어내는 똥의 양은 거의 체중의 절반에 이른다. '똥압축기계'라는 이명이 허투루 붙은 것이 아닌 것이다.
[가득! 가득가득 나오는테치이이이이~☆]
방금 전까지의 우울하고 슬픈 기분을 날려버리려는듯이 언니 자실장은 아까보다도 훨씬 많은 양의 똥을 밖으로 토해냈다.
실컷 똥을 싼 언니 자실장은 어느새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폴짝 오리 변기에서 뛰어내린다.
그 모습을 불안한듯 쳐다보던 동생 자실장이 주춤주춤 오리 변기에 다가가서 안을 들여다 보고 황급히 놀란다.
[테칫!! 오네챠아아!! 이것 좀 보는테치! 변기가 벌써 가득차버린테칫!!!]
[테, 테에?]
동생의 말처럼 둥근 오리 변기의 안은 무서울 정도로 많은 양의 녹색똥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그 소름끼치는 녹색물은 발판까지는 거의 1~2센치미터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지금 당장이라도 변기를 넘어 튀어나올 것처럼 으르렁거리는 것 같았다.
[테.... 테.... 변기가... 변기가 너무 작은테치.... 닌겐... 아니 주인님이 비워주셔야하는테치....]
[테------- 테엣?! 테---- 도, 동생쨩 미안한테치.....]
[......오네챠의 잘못이 아닌테찌.... 주인님.... 어디계시는테치? 도와주세요테치이......]
그러나 남자는 이제서야 겨우 점심시간을 맞았을 뿐이다.
아직 남자가 돌아오기까지는 못해도 6시간 이상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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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게 무슨 냄새야?!]
집에 들어선 남자는 현관문을 열자마자 밀어닥치는 악취에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쳤다.
유통기한이 일주일쯤 지난 우유팩을 열었을 때의 썩은내와 오래된 푸세식 화장실에서나 맡음직할 구린내가 온 집안에 진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남자는 서둘러 자실장들을 넣어둔 수조로 달려갔다.
[테스~ 테스~]
[테치~ 테츄~ 테스~]
수조 안에는 자실장들이 세상 모르고 곯아떨어져 있었다.
혹시나 자실장들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 걱정했던 남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이내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수조의 절반. 아니 2/3 이상이 초록색 액체로 뒤덮여 있었던 것이다.
그 액체에서 지금의 악취가 흘러나온다는 것과 액체처럼 보이는게 사실은 실장석의 똥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담요로 쓰라고 넣어준 두툼한 목욕타올은 원래의 흰색은 온데간데 없이 지저분한 초록색으로 잔뜩 더럽혀져 구석에 쳐박혀 있었다. 분명 아침에 가득 채워둔 급수기의 물은 텅 비어 있었고, 그 만큼의 물이 흘러내려 온 바닥이 질척거리고 있었다. 분명 고체였을 똥이 초록색 액체가 되어 출렁거리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멀쩡한 것이라고는 오직 하나. 실장푸드를 담아두는 밥그릇 뿐이었다.
그리고 자실장 둘은 그 밥그릇 안에 들어가서 몸을 둥글게 말고 코를 곯며 자고 있었다.
[테츄우... 테치이.... 테....]
[테스... 테스테스....]
남자가 왔는데도 자실장 두마리는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한참이나 어이없이 수조를 들여다보던 남자는 일단 환기를 시키기 위해 창문을 열고, 에어컨의 환기버튼을 눌렀다.
그리고는 수조 전체를 들어 욕실로 옮겼다.
[테에....? 테....?]
[테츄우.... 주인님? 주인님이 오신테치!]
[테에에! 주인님테쮸!]
수조를 옮기는 와중에 자실장들이 깨어났다.
하지만 남자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욕실 바닥에 수조를 내려다 놓고, 자실장 두 마리를 밥그릇째 꺼내 한쪽 구석에 밀어놓을 때까지.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수조를 들어 변기에 그 걸쭉걸쭉한 초록색 액체를 쏟을 때까지.
남자는 자실장들에게 아무런 말도. 시선도 주지 않았다.
[테에에에... 동생쨩... 주인님이 화나신테치이...]
[테치... 맞는테치이... 하지만 진심으로 사죄를 드리면 용서해주실것인테찌...]
등을 돌린 남자의 뒤에서 속닥속닥거리던 두 자매는 결심을 한듯 폴짝 밥그릇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고 남자의 옆으로 돌아가 무릎을 꿇고 머리를 땅에 조아리며 양손을 닳도록 비벼댔다.
[주인님! 주인님! 죄송한테치!! 와타치타치들이 잘못한테치! 사과드리는테치이이이!!]
[잘못한테치! 잘못한테치! 잘못한테치! 제발 한 번만 봐주시는테치! 와타치 '특식'되는거 이야테치!]
[주인ㄴ....]
[시끄러!!!!!]
[텍!!]
자매의 사죄는 남자의 고함소리에 이내 묻혀버렸다.
그대로 돌처럼 굳어버린 자매.
그런 자매에게 남자의 고함이 연이어 울려퍼진다.
[변기를 뒀으면 변기에다 똥을 싸야지!! 대체 어제 뭘배운거야?! 엉!!!]
[내가 그렇게나 힘들게 일하고 와서!! 오자마자 너희들 똥부터 치워야한다는거냐?! 앙!!!]
[테에에에... 주인님.... 그게 아니라 변기가 너무 작....]
[입닥치고 들어!!! 어디서 말대꾸야!!!]
[테찍!!]
그 뒤로도 남자의 고함소리는 한참이나 이어졌다.
밀폐된 욕실에서 성인 남자의 고함소리를 온몸으로 받는 것은 자실장에게 있어 어마어마한 고통이었지만, 남자의 기세에 눌려 자매는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 그저 부들부들 몸을 떨면서 새빨갛고 초록색 눈물만 뚝뚝 흘릴 뿐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잔뜩 겁을 집어먹은 탓에 항문이 꽉 조여 탈분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만약 이 상황에 탈분마저 했다면 정말 그 뒷감당은 상상조차 하지 못할 것임이 분명했다.
한참동안의 설교와 그보다 배는 더 걸린 청소 끝에 자매는 다시 수조로 돌아갈 수 있었다.
깨끗깨끗해진 바닥은 다시 얼굴이 비춰보일 정도로 번쩍번쩍 광이 났고, 새로 넣어준 따스하고 보들보들한 수건에서는 향긋한 꽃냄새도 났지만 자매들은 수조 구석에 등을 붙인채, 가만히 앉아있을 뿐이었다. 잔뜩 더러워진 옷도 벗겨져 세탁하느라 둘 다 알몸이었지만 도저히 이불쪽으로 가 누울 생각이 들지 않았다.
[테치... 추운테치... 몸이 벌벌 떨리는테체...]
[테에에... 하지만... 하지만... 또 더럽히면 이번에는 정말 크게 혼나는테치이....]
[테츄... 주인님이 그렇게 화내시는건 처음 본 테치... 무서운테치... 그리고 그것보다 더 마음이 아픈테치이...]
[주인님께 수고를 끼쳐드린테치... 죄송한테치... 하지만... 정말 변기가 작아서 그랬던테치. 주인님은 그것도 몰라줬던...]
[테깃! 오네챠! 그런 말을 하면 절대! 절대! 안되는테체!!]
[테엣?! 테... 테테... 와타치가 실수를 한 테치... 미안한테치. 정말 큰일날뻔한테치...]
[어떤 때라도 닌겐사마를 탓하면 안되는테치... 그건 가장 큰 '중죄'인테치...]
[테베베베...]
실장샵을 떠났지만 태어나자마자 받았던 대부분의 훈육은 머리에. 아니 영혼 깊이 박혀 있는 두 자매엿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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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똥을 이렇게나 많이 싸는 거였나... 실장석이....]
퇴근하자마자 지친 몸으로 수조를 닦고, 방을 환기하고, 자실장들을 씻기고, 다시 욕실을 씻기느라 거의 두 시간 동안 추가노동을 한 남자는 침대에 누워 노트북으로 실장석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고 있었다.
[먹은 음식만큼만 배설하는 다른 동물과 달리 실장석은 체내에서 끝없이 똥이 생성되어..... 섭취한 것 이상으로 배설한다.... 정말 기묘한 생물이네....]
실장석 블로그를 돌아다니며 관련 정보를 하나둘씩 찾아보면서 남자는 자신이 실장석에 대해 얼마나 모르고 있었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예전에 개나 고양이를 키우던 것 정도로 생각한게 잘못이었다. 고양이는 따로 배변판을 마련해두면 자신이 알아서 용변을 보고, 모래를 덮어 스스로 처리한다. 개 역시 그럴 수 있고, 아니면 밖에 산책나갈때마다 용변을 보도록하여 따로 처리할 수도 있다. 이런 동물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배설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장석은 다르다. 먹지 않아도 내부장기인 분대에서 끝없이 똥이 생성되는 실장석은 주기적으로 똥을 밖으로 분출해야 한다. 성체실장쯤 되면 분대와 창자가 커져 어느 정도는 참을 수 있지만, 아직 미숙한 자실장은 거의 똥을 참지 못한다. 기본적으로 하루에 7~8회. 많을 때는 10회도 넘어가는 것이 자실장들의 용변이라고 한다. 한 마리라도 그럴진데, 지금 남자는 두 마리나 키우고 있다. 그 작은 변기로 감당이 안되는게 당연하다.
[이런......]
남자는 그제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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