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장사 1~3/9

 

그 모던한 색조의 멋진 공간에는 남녀노소의 여러 손님들이 있었다.
차분한 음악. 조금 떨어뜨린 블랙 라이트의 조명.
널찍한 공간에 위치한 의자, 책상에는 아담한 의상을 몸에 걸친 숙녀 등이
블루 마티니 등이 담긴 잔을 기울이며 옆의 4~50대의 남자와 담소하고 있다.
후미진 공간에 있는 책상에는 각각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액정 디스플레이.
그것을 보며 젊은 남녀가 희희낙낙하면서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여기는 시내의 어느 곳.
평소 이 여름의 폭염도 냉난방 완비의 콘크리트 공간에는 영향이 없다,
이 쾌적한 공간에 선 손님들은 칵테일과 개인사 담소의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자세히 보면 그 손님의 대부분은 손에 든 팸플릿같은 물건을 펼치거나, 책상 위의
액정 디스플레이를 가리키거나, 때로는 손목 시계를 확인하는 등 어딘가 침착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그런 가운데 장내의 BGM이 그치고, 마이크의 높은 하울링 소리가 울렸다.
장내의 어수선한 공기가 한꺼번에 가라앉고, 일전하여 박수와 환성이 장내를 가득 메웠다.
그런 함성 소리, 하울링 소리가 잦아들기도 전에 장내에 방송이 울렸다.

『에 장내의 여러분, 기다리셨습니다.
 오늘의 메인 이벤트 「실장 콜로세움」을 개최합니다. 』

우레와 같은 갈채 속에서 희미한 블랙 라이트가 밝은 조명으로 바뀌고,
장내 중심에 있는 지름 20m정도의 모래가 깔린 필드가 조명되었다.
함성이 더욱 고조된다. 큰소리로 필드에 외치고 있는 사람은 3층 좌석의 한 남성이다.
그 곳을 보니 이 공간, 지금까지는 블랙 라이트의 조명 때문에 모든 곳을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약 2m정도의 벽으로 둘러싸인 1층에 설치된 필드를 중심으로,
2층 자리에서 5층에 좌석까지 갖춘 상당한 체적을 가지는 공간이다.
각층에서 머리를 내밀어 필드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고객들.
차분한 손님들은 각자의 자리에 비치된 액정 디스플레이에 비친 필드의 영상을
잔을 기울이며 보고 있다.

그런 이상한 열기 속에서 안내 방송이 계속 흘러나온다.

『 오늘의 설정은 평온한 공원에 난입한 개와 싸우는 실장석들입니다』

큰 박수 소리가 들려온다. 그 자리에서 몇 차례 펄쩍펄쩍 뛰며 기성을 지르는 사람들은 학대파인가.
이힛!! 이힛!! 하며 입에서 몇번이나 기성을 지르며 울 듯한 표정으로 필드를 바라보고 있다.

『 오늘 실장석 수는 50마리. 투입되는 개는 이쪽 3마리입니다 』

1층의 통층 구조의 천장에는 사면의 대형 디스플레이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 영상이 바뀌자 더욱 열기와 함성이 장내를 둘러쌌다.

「도사견이닷!!」
「그래!! 도사견이닷!!」

케이지의 가운데 서서 대기중인 그 유유한 체구. 형형으로 한 눈빛. 위풍당당한 풍채.
바로 투견 중의 투견. 성체가 된지 몇달 된 젊은 도사견이었다.

「이거~ 무린데. 3분도 채 되기 전에 전멸이다! 햣하ー!!」

아까의 남자가 목소리를 높이면서 은테 안경의 안쪽을 수상하게 번득이다.
그런 어수선한 장내에서, 방송은 담담하게 이 게임의 룰의 설명에 들어갔다.

『 이 게임은 서든 데스 룰을 지킵니다.
 제한 시간 30분 내에 지금 풀린 실장석이 1마리만이라도 살아남은 경우, 실장석 측의 승리와 하겠습니다.
또, 30분 이내 실장석이 전멸한 경우에는 실장석 측의 패배입니다.
그 경우에는 전멸한 때까지의 시간 내기를 거시면 됩니다.
오즈(odds)는 다음과 같습니다. 』

천장의 게시판에 오즈표가 표시되어 있었다.
여기에 초대된 손님들은 입장할 때 받은 PDA나 휴대폰으로 인터넷에 연결하여
자신의 칩을 오즈에 배팅했다.
안에는 순수하게 도박에 마음을 빼앗긴 손님도 있었다.
그러나 이 안에 모인 손님들의 대부분은 달랐다.
앞으로 벌어질 학살의 광경을 군침을 삼키며 고대하고 있는 손님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럼, 오늘의 도전자. 실장석들의 입장입니다 』

큰 함성과 함께 필드 벽의 일부분이 열렸다.
일제히 장내의 함성이 광기 어린 톤으로 달아오른다.
구석에 내려다보이는 어두운 케이지 안에서는 그 광기 어린 열기에 놀라
적록으로 반짝이는 무수한 빛이 흔들리고, 깜박이고 있음이 분명했다.

「실장!! 실장!! 실장!! 실장!!」

자연스럽게 함성이 하나의 생물처럼 너울거렸고, 실장석을 필드로 유혹하는 듯한 구호로 바뀌었다.

「뎃!! 데뎃!!」

케이지 안에서 몽둥이로 맞은 것일까.
1마리의 실장석이 튀어나와 필드 안으로 굴러들어왔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뎃!? 데뎃!?」

1마리의 실장석을 발견하자마자 바닥에서 솟아오를 듯한 목소리.
「죽여!!」「죽어라아앗!!」하고 외치는 성난 함성도 들렸다.

「뎃!? 뎃!? 데스아!?」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언청이 입을 크게 벌리고는, 새처럼 좌우로 몇번이나 둘러보는 실장석.

「데에에!? 데데데에~!?」

그 실장석이 서 있는 모래 땅 주변은 촉촉하게 젖기 시작했다.
그녀의 속옷도 서서히 부풀어올라 녹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햣하ー!! 빵콘한다아아아ーー!!」

무엇이 재미있는지, 학대파의 남자도 손가락을 가리키며 배를 잡으며 뒹굴었다.
그러던 도중, 케이지 속에 남아있던 나머지 실장석들도 쫓겨나듯 필드로 나오기 시작했다.

「데스우~웅♪ 데스우~웅♪」

주위를 향해 오로지 계속 아첨만 하는 실장석.

「데엣!! 데엣!!」

이를 딱딱 부딛히며 직립 부동 상태로 떨고 있는 실장석.

「데에에에에~~엥!! 데에에에에에~~엥!!」

낯선 필드와 그 이상한 분위기에 당황한 것일까.
원형의 필드 가장자리를 하늘을 바라보며 빙빙 도는 실장석.

그 중에선 어디서 구했는지, 자동차 장난감을 가지고 데프ー♪ 데프ー♪거리며 놀고 있는 큰 실장석도 있었다.

총, 성체 실장석이 50마리.
모든 실장석이 이 직경 20m의 필드 안에 입장했다.
환호성이 완전히 가라앉은 것 같을 때, 방송이 계속되었다.

 『그리고 본 콜로세움의 규칙으로, 실장석들은 무기를 휴대할 수 있습니다』

안내 방송과 동시에 중앙의 입구에서 담당자가 나타난다.
손에 든 것은 골판지. 그 안에는 실장석용으로 어레인지된 떡갈나무 토막 같은 것이 총원 수만큼 있었다.

「데스아!! 데스데에ー스!!」

담당자에게 이 상황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실장석.

「데엣슷!! 데에슷!!」

무기를 땅바닥에 늘어놓고 돌아서는 담당자의 바지 자락을 잡는 실장석.

「뎃스우~웅♪ 뎃스우~웅♪」

두 손으로 치마를 들어 녹색의 속옷을 보이며 오로지 아첨만 계속하는 실장석.

그러한 노력이 보람 없이 헛수고로 끝났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로 담당자가 사라진 뒤, 다시 장내에 방송이 울렸다.

『이제 오즈를 마감하겠습니다. 그럼 중앙 케이지에서 도사견이 입장합니다 』

장내가 떠나가라 박수와 환성이 울린다.
실장석은 그 이상한 분위기에 혼란스러워 한다.
양손으로 귀를 막으며 떨고 있는 실장석. 데스아!! 데스아!!하면서 바닥의 모래를 파기 시작한 실장석.
남의 빵콘한 치마 속에 얼굴을 묻으며, 똑같이 빵콘하는 실장석.

「데부~♪ 데부~♪」

자동차 장난감으로 놀고 있는 실장석 외에는 모두 이상한 분위기에 몸을 웅크렸다.

「기대돼요」
「화려하게 죽어줘ー!!」

그런 장내의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한 것은 중앙 게이지가 열리면서부터였다.

(끼익!!)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먼저 케이지의 우리에 갇힌 1마리의 도사견이 필드에 나타났다.
그러나 아직 우리 자체는 열지 못하고 있었다.
이 우리가 열리면, 우선 1마리의 도사견이 자유로워진다는 것이다.

 「우와아~핫핫!! 저기 봐!! 저 흉한 꼴을 봐!!」

최고조에 달한 것은 장내의 분위기뿐만이 아니었다.

「데갸아아아아악!!!」

두 눈에서 눈물을 흘리고 양손을 파닥거리며 마치 거미새끼처럼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실장석들의 열기도 최고조에 이르렀다.

「데스앗!! 데스앗!!」

기겁했는지 으르렁거리며 도사견의 방향만을 바라보며 뒷걸음치는 실장석.
한쪽 팔로는 끊임없이 앞쪽 허공을 향해 휘두르며 도사견에게 쓸데없는 저항을 하고 있었다.

「데에에에에에~~엥!! 데에에에에에에에~~엥!!」

필드 주위를 맴돌던 실장석은 열심히 벽을 찾겠다고 혈안이었다.
절벽인 벽으로 향하여 벽을 페싱페싱 치며 끊임없이 도사견을 곁눈질했다.

「데엣!! 데스아!! 데스아!!」

필사적으로 도망치려고 한다.
그때, 드르륵 소리와 함께 벽이 올라가며 열렸다.

「데스아!! 데스아!! 데에…… 데에에에엣!!」

보아하니 우리 속에서 울부짖는 도사견이 눈 앞에 바로 보였다.

「우우우우~… 바우우!!」

「데히잇!!」(파킨)

그 실장석은 거품을 물며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것을 보던 관중들도 목소리를 높이며 박장대소한다.

다른 곳에서도 흩어져 있던 실장석들의 비명이 들린다.
총합 셋. 원형의 필드의 안에 같은 간격의 3개의 우리에 들어간 도사견이 나타나고 있었다.

「데갸아ー스!! 데갸ー스!!」
「데스아!! 데스데에ー스!!」
「데에끅!! 데에끅!!」
「데스우~웅♪ 데스우~♪」
「데프~♪ 데프~♪」

자연히, 실장석들은 여러곳에서 굳어 있었다.
실장석들이 가장 많은 곳은 필드의 중앙이다.
3군데에 나타난 도사견에 몰리게 되어 자연스럽게 모인 곳이었다.
그리고 여러 곳에서는 기겁하여 움직일 수 없게 되었을까.
원형 필드의 벽 위에 몇마리 붙어 떨고 있는 실장석.
이 상황에서 이런 교착 상태가 이어지고 있었다.

「앗핫핫!! 저거 봐!! 저 꼴사나운 모습 봐!!」
「모두 빵콘한다아!!」
「내장의 색은 어떨까. 야야 카메라에 제대로 담아」

장내가 좀 차분하게 되었을까.
게임이 개최되기 전의 상황을 냉정하게 받아들이까지 오랜 시간이 경과했다.
그리고 천장의 게시판에는 "30:00"라는 표시가 나타났고, 동시에 술렁거리는 듯한 환호성이 다시 장내를 둘러쌌다.
이 게임을 벌써 몇 번 본 손님이라면 알고 있는 것이다.
이 서든데스 방식의 게임에서 카운트다운의 표시가 나오는 건
곧 이 게임이 시작된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는 사실을.

「좋은 목소리로 울어 줘!! 분충들아!!」

『그럼 게임 시작으로……』

장내 방송이 가려질 정도의 함성과 동시에 먼저 1번 케이지가 열렸다.

(끼이이이……)

실장석들의 시선은 케이지에서 뛰쳐나온 도사견의 움직임조차 읽지 못했다.
눈에 비친 것은 케이지에서 뛰쳐나온 뭔가 검은 그림자 같은 잔상 뿐이었다.
사냥터에 해방된 개의 야생 본능은 이 자리에서 살육을 초래하기에 충분했다.

「데데데데데데데……데?」

벽 위에 붙어 떨고 있던 실장석은 신기한 광경을 목격했다.
지금까지는 검은 벽만 눈에 비치고 있었지만, 지금 눈앞에 펼쳐진 것은 밝은 빛이 지면에 닿아 초고속으로 움직이는 영화 같은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데스우? 데스우?」

실장석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그 신기한 광경을 보며 입가에 손을 가져다 댄다.

「데스……?」

어라. 이상하다.
입가에 손을 대고 있는데 손이 움직이지 않는다. 왜일까.

실장석의 잘린 머리를 물었으면서도 초고속으로 파헤친 도사견의 입 속에서
실장석은 몇초정도 생각하고 숨이 끊어졌다.

「데갸아아아ーー!!!!」
「데스아!! 데에에에에엣!!!!」

벽 위에 있던 실장석들은 줄줄이 그 도사견의 희생양이 되어 갔다.
그 살육의 모습을 바라보는 중앙의 실장석들.
이미 몇마리는 빵콘 의자에 앉아 잇몸을 떨며 울 듯한 표정으로
그 처참한 모습을 그냥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햐핫ーー!!! 하지 않는거냐, 존!!!」

제멋대로 도사견에게 이름을 붙이며 기뻐하는 학대파.
그가 건 오즈는 전멸할 때까지 최단 시간 3분이다.
이대로라면 실질적으로 3분도 안 걸린다. 게다가 1분 뒤면 도사견 2마리의 릴리스도 있다.
그는 자신의 베팅한 쪽의 결과가 가능하다고 믿고 그냥 햣하ー만 한다.

이 장내에 있는 관중들은 거의 이 뒤에 벌어질 학살의 장을 상상하고 흥분했다.
누구나 그저 떨며 갈팡질팡할 정도의 실장석의 처참한 최후를 기대하고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그래서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을까.
이 중앙에서 떨고 있는 실장석 중, 떨고만 있지 않는 실장석들도 있었다는 것을.

그 수는 거의 없었다.
실장석 50마리 중 불과 10마리.
그 실장석들은 필드 중앙에서 떨면서도 필사적으로 도사견의 움직임을 읽고 있었다.

도사견이 오른쪽으로 뛰면 눈은 오른쪽으로.
도사견이 왼쪽으로 뛰면 눈은 왼쪽으로.

그들은 오로지 기회만을 엿보았던 것이다.
그 총 10마리의 그들 주변에는 그냥 빵콘만 하고 있는 실장석들 뿐.
예외로 치자면 아직 자동차 장난감으로 놀고 잇는 실장석을 제외해야겠지만.

그런 실장석들이 움직인 것은 도사견 1마리가 벽 위의 실장석을 대충 처리한 다음 중앙에서 굳어 있던 집단을 겨냥한 때였다.
중앙으로 향하여 달리기 시작한 도사견을 향한 관중들의 목소리도 한층 뜨겁게 달아올랐다.
누구나 절대적 힘에 의한 살육의 결과를 예상하던 그 때였다.

「빵콘쯔!!」

실장석 열 마리 중 한 마리.
리더십 있는 그 실장석 한 마리가 비명에 가까운 구령같은 소리를 지른 것이다.
목에는 빨간 목걸이. 가슴에는 꾀죄죄한 분홍색 헝겊.
거기에는 그녀의 이름같은 것이 희미하게 쓰여 있었다.

치열하고 어수선한 이 아수라장에서는 그 꾀죄죄한 헝겊에 쓰여진 글자는 읽어 낼 수 없었다.

그가 다시 다가오는 미친 도사견을 향해 다시 구령을 외친다.

「빵콘쯔!! (투분!!)」

그러자 그 10마리 중 뒷줄에 있던 5마리가 다가오는 미친 도사견을 향해 자신의 속옷 안의 똥을 집어던지지 않겠는가.

허를 찔린 것은 관중들도, 도사견도 마찬가지였다.
개는 인간 이상으로 후각에 예민한 생명체다.
실장석의 똥은 사람조차 코를 쥐게 만드는 특유의 냄새를 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똥이 갑자기 자신의 눈과 코를 덮친 것이다.
투견 중의 투견인 도사견에게도 이 사태에선 몸을 비틀며 공격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몇 마리의 실장석이 손에 쥔 떡갈나무를 머리 위로 들어 몸을 비틀고 있는 도사견에게 다가오기 시작했지만,
그것을 제지한 것은 리더같은 실장석이었다.

「다음이 오는 데스!!」

그 실장석의 말대로, 계산한 듯 2마리의 케이지 문이 열렸다.

「우지쨩쯔!! (방추 진형!!)」

그가 다시 구령을 외치니 실장석 10마리들은 대열을 짜기 시작했다.
5층 좌석에서 보면 그것은 마치 방추계의 진형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것은 마치 「우지쨩」  같은 1마리의 생물처럼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달리는 2마리의 도사견.
그것을 항하여 달리는 10마리의 실장석.

「데갸아아ーー!! 데갸아아아ーー!!」

그 10마리 외의 다른 실장석들은 그저 두려움에 떨며 갈팡질팡할 뿐이었다.

그 전투에서, 붉은 목걸이를 한 실장석은 양손에 떡갈나무를 품고 굳은 표정으로 눈 앞의 공포를 향하여 달려가고 있었다.
그 닳고 닳은 헝겊에는 희미한 글씨로 「미미」 라고 적혀 있었다.









도내의 모처.
이 넓은 공간은 이상한 열기를 뿜어 대었다.
함성과 교성, 그리고 기성에 가까운 외침, 박수, 갈채, 노호.
모든 것을 포함한 거대한 짐승의 파도 소리 같은 포효가 이 공간의 중심부인 필드에 쏟아지고 있었다.

「죽여랏!!」
「실장석을 물어 죽엿!! 도살견!!」

비명에 가까운 소리가 메아리쳤다.
시시각각, 측면이 뚫려있는 1층 천장에 설치되어 있는 전광판이 시간을 조금씩 세고 있었다.
해당 필드에 쏟아지는 목소리 속에서 동요를 감추지 못하는 듯한 웅성거리는 소리가 섞여있었음을 누군가 눈치채기 시작했다.
그 전광판이 가리키는 시간. 그것은 이미 타임 리밋인 30분 중에서 이미 나머지 10분을 세고 있었던 것이다.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사태로 필드는 돌입해 있었다.
모두들 적어도 10분 이내로 실장석이 전멸한다고 예상했을 것이다.
도사견 3마리와 마주한 실장석이 20분동안 살아있으리란 것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전광판에 표시된 오즈 배율에, 내기에서 진 관중도 기성을 올린다.
그 이상으로 더욱 더 환호성이 높아진다.

「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

지금 바로 필드상의 실장석이 2마리째의 도사견을 침묵시키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데에!! 데에!! 다음!! 오는 데슷!!」
「대형 조정하는 데스!! 마마를 중심으로 원형으로 진을 치는 데스!!」

마마라고 불린 것은 붉은 목걸이의 실장석일까.
뒹구는 도사견의 얼굴에는 녹색의 두건이 둘러 싸여 있었다.
그 도사견 근처의 벽에는 초고속으로 머리를 부딪친 것일까.
나무 벽의 패인 흔적에 피로 얼룩진 도사견의 피가 아직 생생했다.

관중들은 아까의 사태를 아직 이해하지 못한 채, 동요와 노호를 교차시킬 뿐이었다.
전광판이 모니터에 바뀌자 아까의 장면이 슬로우 모션으로 비추어진다.

붉은 목걸이를 한 실장석과 몇마리 정도의 실장석들이 스크린에 뜬다.
그 실장석들을 향해서 송곳니에서 군침을 흘리며 덤벼드는 도사견.

붉은 목걸이를 한 실장석이 그 도사견에게 다가가, 다시 무언가를 외친다.

「탁아!!」

가까이서 링갈을 갖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번역되었을 것이다.
그러자 몇마리의 실장석들이 붉은 목걸이를 한 실장석 발밑에 무릎을 꿇더니
그 실장석을 떠받든 것이다.

초고속으로 마주치는 도사견과 실장석들.
그 도사견의 등을 향하여 몸을 뒤집듯이 실장석들은 오른쪽으로 피하더니,
두 손을 허공으로 올려 붉은 목걸이의 실장석을 도사견의 등 위로 올린 것이다.
그 곳부터는 등에 올라탄 실장석의 독무대였다.

교묘히 균형을 잡고는 자신의 두건을 빼어 도사견의 시야를 막기 시작한다.
도사견의 등 위에 탁아된 듯 올라탄 뒤로부터 불과 수십초 후.
그리고 그것의 결과가 지금 필드에서 벽에 부딪혀 거품을 내뿜으며 기절한 도사견의 모습인 것이다.

「모이는 데슷!! 마마를 중심으로 모이는 데슷!!」

몇 마리의 실장석들이 붉은 목걸이를 한 실장석을 중심으로 모인다.
그것을 경계하듯 살피며 멀찍이 떨어져 울부짖는 3마리째의 도사견.
도사견도 바보가 아니다. 아까의 2마리째. 그리고 필드의 오른쪽 안쪽에서 코와 입에 똥을 처박고 작은 경련을 반복하는 1마리째.
눈 앞에 있는 실장석들은 단순한 사냥감이 아니다.
경악할 정도의 전투력을 가진, 자신들과 같은 사냥꾼으로 인식한 것이다.

「뭐야, 저 놈들!! 분충 주제!!」
「죽여어!! 실장석을 얼마든지 죽이란 말이야아!!」

장내가 불가능한 사태 때문에 점점 뜨겁게 달아오른다.
3마리째의 도사견이 주저하면서 원형으로 진을 친 실장석들로부터 거리를 둔다.
도사견은 이 게임의 시간 제한 등은 이해할 수 없었다.
단지 본능으로서, 그 놈들은 위험하다고 생각한 다음의 행동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체 행위가 실장석 목숨의 연명으로 이어진 것은 아이러니다.

「서둘러!! 개새x야!!」
「실장석을 죽여!!」

필드에 살아남은 실장석은 모두 14마리.

빨간 목걸이를 한 실장석을 중심으로 모이는 것들이 10마리.
벽에서 빵콘하면서 떨고 있는 실장석이 2마리.
한 손을 먹히고는 마마아~!!마마아~!!하고 외치는 실장석이 1마리.
그리고 필드 중앙에서 아직도 자동차 장난감으로 놀고 있는 실장석이 1마리.
총 14마리가 아직도 시간 제한까지 8분 남은 시점에서도 살아남아있는 것이다.
주최자 측에서도 이런 사태는 상정해 본 적 없었다.

「뎃!!」

붉은 목걸이를 한 실장석이 가벼운 구호를 외쳤다.
그러자 주변의 원형의 진이 어째서인지 차츰차츰 도사견 쪽으로 거리를 좁혀오는 것이 아닌가.

「뎃!! 데뎃!!」

다시 호령.
실장석들은 조금씩 속도를 높인다.

「우우우우~… 바아웃!! 바웃!!」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지르며 그 실장석들에게 목소리를 높이는 도사견.

「샤아아아아아아!!」
「데샤아아아앗!!」
「데지이잇!! 샤아아아아앗!!」

이에 질세라 원형 진의 전방에 선 실장석들이 위협 소리를 되갚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우~~…」

 「쟈아아아아아앗!!」
「갸아아아아ー슷!!」
「데샤아앗!! 샤아아아앗!!」

누런 송곳니를 드러내고 침을 세로로 늘어뜨리면서 위협하는 구현석.
미간에 깊은 주름을 잡고, 동공을 동그랗게 뜨며 째려보는 도사견의 눈을 떼지 않고 반대로 째려보았다.

「뎃샤아아아앗!!!!!」

회장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서서히 도사견 쪽이 뒤로 물러서고 있었던 것이다.
반대로 도사견을 몰아넣고 있는 실장석들.

「샤아아앗!! 데샤아아아아아ーーー앗!!!」

붉은 목걸이를 한 실장석이 추가로 한 발짜국 더 나가, 양손 양발을 땅에 댄 야생의 모습으로 더욱 높은 목소리로 위협했다.

「우우우~~웅!! ~~~웅!!」

분명히 도사견의 열세였다.
몸은 움츠러들었고, 귀은 뒤로 젖혀졌으며 입에서 새어나오는 위협 소리도 어딘가 허약했다.

「쟈아아아아ーー앗!! 쟈아아아아ーー앗!!」

회장 안에 탄식에 가까운 낮은 함성이 감돈다.
필드를 보면, 실장석 10마리의 위협에 떨며 낮은 자세로 몸을 둔 도사견이
그우우우~~웅 그우우우~~웅 하는 애잔한 목소리를 흘리고 있지 않는가.
관중들이 공중을 올려다보니 전광판에는 이미 1:00의 시간밖에 남지 않았다.
이 실장석들을 학살할 사냥꾼들 3마리가 그 꼴사나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나머지 수십초가 남아 있지만 이미 승패는 정해졌다.

『30분이 경과하였습니다.이 게임은 실장석 측의 승리입니다.』

게임 종료를 알리는 안내 방송과 함께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로 장내는 금세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실장석 측의 생존 수는 14. 당첨자는 유감스럽게도 없습니다』

이 게임에서는 실장석 측의 승리에 걸게 되면, 그 생존 수까지 걸지 않으면 오즈의 배당을 받을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별난 사람이 실장석의 승리에 걸었다고 해도 생존 수가 14라는 수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숫자였다.

『오늘의 배당금은 캐리오버 룰에 의거, 다음 데스 게임으로 넘어갑니다』

탄식에 가까운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리지만, 배당자가 나오지 못한 것이 그나마 다행인 것인지,
모두 쓴웃음 같은 표정을 띠면서도 이 죽을 고비를 넘어선 필드 안의 실장석들을 다시 흥미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었다.

「실장ー!! 다음번엔 깔끔하게 죽어!!」
「이 분충놈!! 질리지도 않고 살아남았다니!!」
「도사견도야 도사견도!! 뭐야, 한심하다!!」

그런 사람들의 욕설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지 살아남은 실장석들은 붉은 목걸이를 한 실장석 주위로 집결하기 시작한다.

「데에… 데에… 데에…」
「데에ー… 데에ー…」

모두들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눈가에는 아까의 공포 때문인지 피눈물의 흔적도 생생했다.
겨우 공포를 실감하기 시작했는지, 덜덜 이빨을 부딛히는 실장석.
데에에에에ー엥!! 데에에에에ー엥!! 하고 울기 시작하는 실장석.
몸이 얼어붙을 것 같은 죽을 고비를 넘어선 실장석들의 모습이 그곳에 있었다.

「안심하긴 이른 데스. 데스는 살아남은 자들을 추스르는 데스」
「데스」
「데승은 시체에서 아직 입을 수 있는 옷을 모으는 데스.」
「데승」

「나머지는 주위를 단단히 경계하는 데스!! 개는 아직 침묵하고 있지 않은 데스!! 방심해선 안 되는 데스!!」

필드를 비추는 라이트가 조금씩 사라진다.
회장에는 원래의 블랙 라이트가 점등하면서 속시원한 BGM이 서서히 들리기 시작한다.

오늘 싸움은 끝난 것이었다.
동시에 뒤 벽에 있는 케이지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실장석들은 살아남은 동료를 메고 아직 고통 받는 도사견을 경계하면서 케이지를 향하여 조금씩 후퇴하기 시작했다.

라이트가 조금씩 사라진다.
이제 조금도 안 되어 이 필드도 원래의 어둠의 공간으로 돌아올 것이다.
붉은 목걸이의 실장석은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고 뒤로 후퇴한다.
그러나 그 눈은 도사견의 방향이 아니라,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2층에서 5층까지의 객석을 끊임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뎃!! 뎃!!」

그것의 눈이 객석에서 객석.
어둠으로 녹아들어 가는 2층 자리에서 3층 자리.
무언가를 필사적으로 찾으며, 그 눈은 춤추듯 따라간다.

(오늘은 오는 데슷!? 미미는 여기 있는 데슷!!)

시선은 4층 자리에서 5층 자리로 옮겨진다.

(미미는 오늘도 살아남은 데슷!!)

그 시선은 목적의 인물을 찾지 못해 어둠 속에서 끊임없이 빛나며 꿈틀거리고 있었다.

(찾아냈으면 좋은 데슷!! 미미는 여기 있데슷!! 마맛!! 주인님!!)


「무슨 실수를 했군!!」

노성과 함께 재떨이를 벽에 부딪히는 소리가 방 가득히 퍼졌다.
마호가니로 만들어진 두꺼운 책상 앞에서 어깨를 들썩이며 목소리를 높이는 남자가 있었다.

「하지만 고객들은 캐리오버제 적용 때문에 다음의 데스 게임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바보 자식!!」

다시 남자에게 질책을 받는 사람은 선글라스를 낀 남자였다.

「네놈, 이곳에서 몇 년 일했나? 손님은 여기에 뭐 하러 오는지 알고 있는가?」

격앙하는 남자의 어투에서는 아무래도 이 선글라스의 남자보다 신분이 앞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 남자의 얼굴은 아직 푸른 젊음을 유지한 청년의 얼굴처럼 보였다.
오히려 질책을 받고 있는 선글라스의 남자 분이 연장자처럼 보인다.

「……………」

「손님은 여기에 실장석의 꼴사나운 모습을 보기 위해 오는 셈이다. 실장석의 비명 소리. 절망의 목소리.
튀는 창자. 끝까지 자신의 죽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우둔한 최후!!」

사내는 약간 진정되면서도 거친 어조로 계속한다.

「근데 오늘 결과는 어떤가!! 전멸되어야 할 실장석들이 살아남고 몰아내고, 개는 실장석에게 떨면서 전투불능!!
이런 실수를 손님에게 넌 부끄러운 줄도 모르나!!」

남자는 손톱을 까드득 씹으면서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생각 난 듯 선글라스의 남자에게 향했다.

「내일이다」

「……예?」

「내일의 메인 이벤트 실장 콜로세움에 오늘 살아남은 놈들을 다시 1번 내보내는 것이다」

「그러나 규정에서는 최저 3일의 휴가를 주게 되어 있습니다. 연속된 전투는 실장석 위석에도 상당한 스트레스를…」

「멍청한 새끼!!」

두번째 재떨이가 날아갔다.
선글라스의 남자가 피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선글라스의 남자의 이마에 맞았을 것이다.

「……난 못 참는다. 녀석들… 오늘 살아남은 놈들!! 절대로 지금쯤 우리 일을 짚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여기까지 오면 신경 쇠약에 가까운 것도 있었지만, 선글라스의 남자는 굳이 간섭을 멈추었다.

「알겠습니다. 토시아키님」

선글라스의 남자가 말한다.

「내일 데스 게임에선 확실히 실장석들을 잡을 수 있는 사냥꾼을 준비하겠습니다」

선글라스의 남자는 그러면서 이 도내 모처의 불법 실장 도박장 경영자 「후타바 토시아키」를 달랠 수밖에 없었다.

이 일은 급료도 좋다.
여하튼 실장석들을 쓸어버리고도 솟아 나오는 물건을 다루며, 돈을 낳는다는 연금술 국물을 아직 받고 싶다.
그렇다면 이 고용주의 비위를 건드리는 것은 별로 좋지 않은 일일 것이다.
선글라스의 남자는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그 방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오늘 살아남은 실장석들을 사냥할 내일 사냥꾼들의 매입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한 데스우ー!!」
「오늘도 살아남은 데스우ー!!」
「이제 아리사, 빵콘할 것 같은 데스우~♪」

지름 20m 필드의 지하에는 대량의 실장석들이 보관되어 있는 대형의 케이지가 나란히 있었다.

어둡고 축축한, 쾌적하다고는 말할 수 없는 공간이었지만, 몇일이나 깔개로 삼은 이 지푸라기의 어느 우리에서는 돌아왔다는 기쁨에, 또 오늘도 무사히 살아남았다는 기쁨에 각각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마마, 한 데스우!!」
「그런 데스!! 마마 덕분 데스!!」
「마마는 세계 제일 데스우~!!」

붉은 목걸이를 한 실장석을 칭송하며 살아남은 실장석들이 주위로 모여든다.

「마마~!!」
「한 데스우~!!」

나이 차이를 보면 친자 정도 차이로는 보이지 않았다.
안에는 빨간 목걸이의 실장석보다 늙은 실장석도 그를 「마마」라고 부르며 뺨을 붉히고 있었다.
그 실장석들에게 「마마」란 호칭은 특별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 죽음과 맞닿은 공간에서 자신의 무력함을 극한까지 느끼며 절망에 추적된 상태에서
사는 법을 알려주는, 매달려야 할 존재를 필연적으로 「마마」라고 부르는 것은 자연의 이치인지도 모르겠다.

「데엑!! 데엑!! 손씨 아픈 데스우~!! 집!! 돌아가는 데스우~!!」
「주인니임~!! 주인니임~!! 미란다는 여기 데스우~~!!」
「여긴 어디 데스우? 너무 더러운 장소 데스우…」

그런 환희에 흔들리는 실장석을 뒤로하면, 케이지의 구석에서는 하염없이 흐느끼는 실장석들이 있었다.

오늘 살아남은 실장석은 14마리.
붉은 목걸이의 그녀에게 인솔된 9마리 외, 운좋게 살아남은 4마리의 실장석들도 이 케이지에 넣어져 있었다.

하염없이 울고 있는 세마리와…

「데프~♪ 데프~♪」

자동차 장난감으로 놀고 있는 1마리.

「데에에에에ー엥!! 냄새 나는 데스우ー!! 돌아가서 목욕하는 데스우ー!!」
「데승… 데승… 꿈 데스우… 이건 꿈 데스우…」
「데프픗!! 오마에 어떤 데스우? 초라한 모습인 데스. 데푸풋!!」

아직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는 신참들에게 차가운 눈을 돌리는 실장석은 어느 누구도 없었다.
불과 몇주일에서 수개월 전. 자신들도 이 신참들과 전혀 다르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데프픗!! 이놈 두건 없는 데스. 데푸풋!! 분충 데스우!!」

새로 들어온 실장석 중 1마리는 스스로 입는 프릴이 달린 실장 옷을 보란 듯이 내보이고는,
데프픗!!거리며 케이지 내의 실장석들을 보면서 모멸의 미소를 짓고 있다.

「데승… 배 고픈 데스우~ 데승… 푸딩 먹고 싶은 데스우~」

하루라도 오래 살기 위해서, 조금이라도 생존율을 올리기 위해서, 그녀들은 싸워야 한다.
이 신참들에게도 전투의 기초를 때려박는다. 진형의 가나다(イロハ) 블록 사인.
가혹한 필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가능한 한 모든 준비를 해내지 못하면 그들은 내일은 살아남지 못한다.

「이제 좀 쉬는 데스… 내일은 이놈들도 넣어서 전술을 짜는 데스」

쉬는 것도 싸움이었다.
언제 일어나 언제 갑자기 필드로 잡혀갈지.
그 긴장감 속에서 푹 쉬어 두어야 전장에서는 치명적이지 않을 것이다.

「자, 오마에들도 쉬는 데스」

붉은 목걸이의 실장석이 신참들에게 말한다.

「뎃!? 이런 지저분한 곳에서 잔다는 데스? 오마에 미친 데스우?」
「데에에에ーー엥!! 데에에에ーー엥!! 여기서 나가길 원하는 데스우ー!!」
「데승… 데승… 주인니임… 데승」

머리가 혼란하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던 신인들이었지만,
아까 극도의 긴장감에서 해방한 탓인지 1시간도 안 되어 잠들었다.

케이지 내의 실장석들이 잠든다.
그것을 지켜보는 붉은 목걸이의 실장석도 케이지 속에 담긴 짚 위에 누웠다.

「…………………」

바스락 바스락 볏짚 안에 손을 넣었다.
그 볏짚 안에서 꺼낸 것은 1장의 너덜너덜한 사진이었다.
그 사진에는 다정한 미소를 띤 남자와 행복한 웃음을 가진 성체 실장석.
그리고 붉은 목걸이를 한, 지금이라도 날 듯이 뛰어오르는 실장석이 보였다.
붉은 목걸이를 한 실장석은 잠시 그 사진을 바라보며 뺨을 붉혔다.

「(다음에 꼭 주인님과 마마가 오시는 데스…)」

사진을 볏짚 안으로 되돌려 넣는다.

「(살아 있다면 반드시 만나는 데스. 미미를 꼭 만나러 오시는 데스)」

붉은 목걸이의 실장석, 미미도 눈을 감고 잠이 들었다.
약 1마리를 제외한 게이지 중의 총 14마리의 실장석이 잠들었다.

「데프~♪ 데푸~♪」

가혹하고도 엄청나게 긴 하루의 끝이었다.
이들 14마리에게 이후 죽기보다 힘든, 가혹한 시련이 기다리는지는 이 안에 있는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마마ー!! 마마ー!! 빨리 하는 테츄ー!!」

「데스. 서두르지 않아도 공원은 도망치치 않는 데스」
「하하하, 건강하네. 미미 녀석」

주말의 공원에 가는 것은 이 집에서는 관례 행사가 되어 있었다.
얼마 전, 난생 처음 미미를 공원에 데리고 온 뒤로부터는 어떻게든 공원에 데리고 달라고 떼쓰는 매일이었다.

「주인님도 느린 테치이이이이ーー!! 빨릿!! 빨리 하는 테치이이이이ーー잇!!!」

도로 끝으로 깡총깡총 뛰는 자실장이 미미였다.
앞으로 수십미터만 달려가면 나타나는 공원 입구.
그러나 돌아보면 아직도 사거리를 겨우 꺾은 주인님과 마마.
미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귀를 쫑긋쫑긋하며 공원과 주인님을 번갈아 바라보고는 「빨리 하는 테치이이이ーー!!」하고 큰 소리로 외칠 수밖에 없었다.

「하하하, 미미. 지금 갈게」
「죄송한 데스우, 주인님」
「아냐아냐. 자실장은 저렇게 건강한 게 좋지. 메메. 너 때도 힘들었어」
「뎃!? 그렇지 않은 데스우~」

「뭐하는 테치이ーーーー잇!! 빨리 오는 테치이이이ーーーー잇!!」

「「아, 예예」데스우」

주말은 공원에서 가족끼리 보낸다.
맛있는 스테이크와 스시는 없고, 가져온 것은 바구니에 담아 가져 온 도시락.
사육실장들이 애용하는 실장랜드가 아닌 근처의 작은 낡은 공원.
예쁜 분홍색의 팔랑팔랑거리는 실장복은 없다.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던 녹색 옷.

그런 사소한 일상.
미미와 미미의 모친인 메메에게는 스테이크가 없더라도, 실장랜드가 아니더라도, 명품 실장복이 없더라도 옆에서 상냥하게 웃어 주는 주인님만 있다면 그것은 터무니없이 행복한 것이었다.

「테챠아아아아아아ーーーーッ!!!」

「거 봐. 미미. 꽉 잡고 있어!!」

「테챠아아아아아앗앗ーー앗!!! 테챠아아아아아아ーーーー앗!!!」

곰팡이가 핀 그네의 사슬을 붙잡고 눈을 가리면서 절규를 반복한다.

「테챠앗!! 테치아아아ーー앗!!」
「데스아!! 데스아아아아ーー앗!!」

미미와 메메는 주인님의 무릎 위.
그대로 공원의 오래된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온다.

「데에!? 데에에!?」
「테에에엣ーー!! 테에에엣ーー!!」

작고 작은 시소. 위 아래로 요동칠 때마다 메메의 비명과 미미의 교성이 작은 공원에 메아리친다.

「자, 너희들. 도시락이야」

「테츄우우우ーー!!」
「데스」

점심은 잔디밭 위에 신문지를 깔고 작은 바구니에서 식사.

「주인님!! 주인님!!」
「왜 그래, 미미? 네가 좋아하는 달콤한 계란부침이 들어있는데」
「여기, 꽃씨가 있었던 테츄!! 주인님, 밟고 있는 테치이이이이ーーー!!」

「어?」
「데?」

신문지를 들어내 보니 그곳에 쓰러진 한 송이의 민들레가 있었다.

「꽃씨, 괜찮은 테츄우우ーー!?」

미미가 다가가자 자력으로 돌아온 것일까, 민들레가 하늘로 향하여 천천히 일어서는 것이었다.

「다행인 테치이이!! 다행인 테치이이!!」

「데. 착한 아이 데스우」
「그렇구나… 이 자는 분명 좋은 실장석으로 자랄거야」

민들레 꽃을 부드럽게 쓰다듬고 있는 미미를 보며 메메와 주인님은 그렇게 생각한다.

「이 자는, 꼭 누구에게나 상냥하고, 누구에게도 해롭지 않아. 그런 상냥한 실장석으로 자랄 거야」
「와타시의 자랑인 자 데스우. 분명 상냥한 아이로 자랄 것인 데스우」

「테츄우우ーー!! 테츄우우우ーー!!」

노란 민들레 꽃과 비슷한 키의 미미는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과 같이 뺨을 붉히며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춤을 추고 있었다.


「아침이다!! 분충들 기상!!」

아침은 사육사의 구령으로 눈을 뜬다.
실장석들이 몇 마리나 처박힌 방은 창문도 아무것도 없는 폐쇄된 공간.
벗겨진 콘크리트에, 천장에 붙어 있는 석면.
실장석 특유의 똥에서 나오는 악취와 습기에 펄럭이는 불빛 하나 없는 방의 천장에 백색등의 인공 빛이 켜진다.

「뎃!? 데뎃!!」
「데스아!! 데스아!!」
「데슷!! 데스데에ー슷!!」

살풍경한 콘크리트 방에 아무렇게나 놓여진 케이지가 10여 개.
각각 지름 5m 사방의 대형 동물 등을 넣는 우리에 가까운 케이지가 보인다.
그 중 꾀죄죄한 꼴과 분명히 사육실장으로 보여지는 깔끔한 모습의 실장석들이 많게는 케이지에 40마리 정도, 적게는 10여 마리가 감금되어 있다.

천장에 걸린 인공등에 아직 열리지 않는 잠이 덜 깬 눈을 껌뻑이며, 정문에 들어선 사육사 남성에게 다가가 입 안의 누런 송곳니를 내비치며 데스아!! 데스아!! 케이지의 철장을 양손으로 파고들 듯 잡고는 침을 케이지 밖으로 튀기면서 필사적으로 외치고 있다.

「갸아ー슷!! 갸아ー슷!!」

케이지 곳곳에서 실장석들이 싸우는지 으르렁거리는 소리도 들린다.
케이지 내의 실장석들에게 살기가 있는 이유는 사육원이 들고 있는 양동이에 있다.
양동이 속에는 다진 고기같은 색의 녹색을 띠는 고깃덩어리가 담겨 있다.
사육원은 케이지 하나하나의 먹이 투입구 문을 열고 손에 든 국자로 그것을 모아, 양동이 속에서 고깃덩어리를 나누어 케이지 안으로 내던진다.

「데샤아앗!!!」
「데스아!! 데스데에ー슷!!」
「응굿!! 응굿!! 샤아아앗앗!!」

사육원이 내던지는 것은 이 케이지 안에서 사는 실장석들의 먹이였다.
아까까지 자고 있던 실장석들이 배급에 몰려드는 난민처럼 서로 그 살점에 달라붙어 먹고 있었다.

「데샤아아앗!! 데스데에ーー슷!!」

쟁탈전 끝에 상대의 팔까지 먹어버리는 실장석.
사투의 주먹다짐이 시작되는 계기.
그 틈에 거동이 수상한 눈을 데굴데굴 굴리면서 바닥에 떨어진 고깃점을 닥치는 대로 입에 집어넣고 있는 실장석.

사육원은 차례로 10여 개의 케이지에 기계적으로 고깃덩어리를 던진다.
그 발은 어제 실장 콜로세움에서 사투를 벌인 실장석이 살고 있는 「G」라고 적힌 케이지에까지 다다랐다.

그 케이지는 주위 케이지 안의 실장석들과 분명히 달랐다.
주어진 고깃덩어리가 먹이 투입구에 들어가기까지 모두들 손을 내밀고 그저 지긋이 그것을 바라보고 있던 것이었다.
어떤 다른 것들은 그 중 네 마리의 실장석.

「무냐무냐…」
「이제 먹지 않는 데스우… zzz…」
「코오ー… 코오ー・・・」

3마리의 실장석들은 이를 갈거나 경련을 하면서 아직 꿈 속에서 현실 도피를 하고 있고,

「데푸~♪ 데푸~♪」

이미 1마리는 어느새 일어났는지 당장 마음에 드는 자동차 장난감으로 놀고 있었다.

그 외, 지긋이 먹이 투입구만 쳐다보는 실장석들.
그 중에 붉은 목걸이를 한 실장석. 가슴에 희미한 글씨로 「미미」라고 적힌 마크를 달고 있는 실장석이 있었다. 미미였다.

미미도 다른 실장석들처럼 조용히 사육사의 동작을 지켜보고 있었다.
양동이 속에 국자를 넣고 벽에 붙은 고깃점을 여러 번, 하나같이 그것을 흔들며 먹이 투입구에 떨어뜨린다.

「………………」

그 사육사의 국자를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며 눈으로 쫓는 케이지 안의 실장석들.
그러나 그 중에서도 미미의 시선은 사육사에게 향한 것도 아니고, 그저 하늘의 어느 부분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또 그 꿈을 꾼 데스…)」

미미는 마음 속으로 그렇게 되새기고 있었다.

이 케이지의 실장석 수는 다행인지 어제 경기 때문에 다른 케이지보다 수가 적었다.
다른 케이지처럼 경쟁 없이 모든 실장석들을 먹일 수 있었다.

사육원이 먹이 분배를 끝내자 이어 옆 케이지로 간다.
그것을 충분히 지켜본 뒤 여러 마리의 실장석이 먹이투입구의 고깃덩어리로 향한다.
그러나 미미는 먹이투입구에 가려고도 하지 않는다.

「(주인님, 웃었던 데스…)」

어딘가 두 눈이 부어있는 미미는 멀리 사라질 듯한 기억을 필사적으로 연결하고자 하는 듯 필사적으로 뇌리에 꿈의 내용을 새겼다.

「(마마도 웃었던 데스…)」

이 꿈을 꾼 아침은 항상 이렇다.
미미는 먹이에 가까이 가지도 않고 마음 속 고향에 몸을 날리고 있었다.


후타바 토시아키가 이 젊은 나이에 불법 도박장 「실장 콜로세움」을 소유해 온 것은 타고난 사업 수완과 운, 그리고 실장석에 대한 병적인 혐오감이 맞물린 결과였다.

후타바 토시아키는 학대파이다.
어린 나이 무렵부터 근처 하천 부지의 들실장을 매일 학살하였다.
고등학교를 나온 뒤에는 근처의 애완동물 가게에서 일했지만, 상품인 실장석을 학대하는 일자리를 그만두었다.
2번, 3번, 실장 관련 자리에 취업해 보았지만, 어느 곳에서도 오래 있어 본 적이 없었다.
그런 토시아키가 눈을 돌린 것은 학대파를 위한 비즈니스였다.
토시아키가 일했던 직장은 실장숍이나 실장 의류 관련, 모두 애호파용의 실장 비즈니스였다.
학대파를 위한 비즈니스는 이 시대에는 아직 없었다.

토시아키는 독자적인 학대파의 네트워크를 사용, 학대용 실장석 도매 사업을 시작했다.
예로부터 왕도인 「올렸다 떨어뜨리기」 라는 방법인데, 그 「올려짐」 상태의 실장석은 학대파가 단골로 구매한다.
이 아이디어는 성공, 매출은 최상이었다.

목돈을 딴 토시아키는 그 자금을 자본으로 학대용 영화와 학대 용품 등을 개발.
이것이 다시 히트하여 회사 경영에까지 이르렀다.
토시아키는 이에 멈추지 않고 학대파를 위한 온갖 사업에 손을 대었고, 마지막으로 찾아간 것이 이 회원제의 비밀 도박장 「실장 콜로세움」이었다.

공짜에 가까운 실장석들이 다툰다.
살아남은 실장석들은 새로운 시련을 겪고, 그 절망 속에서 죽는 모습을 술과 함께 즐기는 곳이다.
가학심이라는 것은 어떠한 착한 사람들도 갖고 있는 인간의 감정이다.
그것을 드러내는 것에 매력을 느끼는 이 대도시의 고객이 적지 않았다.
학대파 중에서 이 노름판은 구전으로 퍼지면서 지금은 매일 개최하기까지 이르렀다.
물론 불법.
이 행위는 법률 위반이었다.
그러나 토시아키에게는 그런 일은 아무래도 좋았다.
눈 앞의 살육에 시달리는 실장석들을 보면서 토시아키는 자기 일에 만족한다.
그렇다. 토시아키는 타고난 학대파인 것이다.


「데!! 오른손을 들면 몸을 웅크리는 데스!!」

「어째서 안 하는 데스!! 마치루다에게 명령한 데스우!!」

지하의 살풍경한 콘크리트에 노출된 공간. 천장에는 석면.
그 공간에 아무렇게나 10개 가까이 지름 20m 정도의 케이지가 진열되어 있었다.
그 케이지의 입구에는 하나하나 「A」부터 「M」까지 알파벳이 적혀 있었다.
그 「G」라고 적힌 케이지 안.
10마리에 가까운 실장석에게 둘러싸인 세 마리의 실장석이 짜증을 내며 침을 튀기고 있었다.

「몇 번 말해야 알아듣는 데스우? 어제의 다른 놈들처럼 죽고 싶은 데스우?」

「여기도 몇 번 말해야 알아듣는 데스우!! 그건 꿈 데슷!! 저런 것은 현실에 없는 데스우!!!」
「데푸푸!! 데푸푸!! 재미있는 데스우!! 더, 더 하는 데스우!!」
「데승… 데승… 주인님 어디 데스우~」

미미는 어제 처음으로 실장 콜로세움에 나온, 그리고 살아남은 「신입」들에게 싸움의 처음부터 끝까지 알려주었다.

신입들은 자칫 이렇다.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오로지 자기 방어만 하는 것. 현실 도피를 하는 것. 사육실장의 경우에는 과거의 비호자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
이런 것들은 입으로 말해주어도 현실을 몰랐다.

「오마에 누구 데스우!! 알겠는 데슷!! 미란다의 집이 목적인 데스우!? 오마에들 사육실장을 노리는 데…게보오!!!」

데데의 무릎이 미란다라고 밝힌 신입 사육실장의 명치에 맞았다.

「데게에에에!!! 데히~… 데히~…」

데데는 이 실장석들 가운데에서도 장신의 실장석이다.
오른쪽 눈에 세로로 베인 상처가 눈에 띄는 실장석이며, 상처의 수를 보면 미미보다 고참 실장석으로 보인다.

데데가 웅크린 신입 실장석의 앞머리를 잡고 일으킨다.

「데훼!! 호게에슷!! 호게에슷!!」

호흡이 잘 되지 않는 것 같다. 나머지 2마리도 빵콘한 상태로 놀라 데데의 모습을 살피고 있다.

「오마에. 말 듣는 데스. 듣지 않으면 오마에의 가족, 죽이는 데스!!」

「데히~~!! 데히~~익!!」

「주인니임!! 주인니임!!」
「데갸아아ーー!! 데갸아아아ーー!!」

3마리는 착란 상태에 가까웠다. 말을 듣고도 알아듣지 못하면 몸으로 이 상황을 이해시킬 수밖에 없다.
쓸 수 있다면, 다음 싸움에서도 살아남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이해할 것임은 틀림 없다.

「말 듣는 데스」

「히~~익!! 훼끅!! 훼끅!!」

「듣는 데스!!」

「후에에에에~엥!! 후에에에에에~엥!!」

「데스아!! 데스아!!」
「주인니임ーー!! 와타시, 여기인 데스우ーー!!」

이어 주먹을 치켜세우는 데데를 누른 것은 붉은 목걸이를 한 실장석. 미미였다.

「데데. 앞으로 2일 있는 데스. 다음까지만 맞추면 되는 데스.」

지나친 스트레스 때문에 목숨을 잃는 종자들도 몇 마리 보아 왔다.
위석이 깨지지 않고 오로지 겁만 먹어 실전에 도움이 되지 않던 종자도 있었다.
미미는 그 필드에서 전투를 끝내면 적어도 이틀은 그 필드에 오르지 않음을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 3마리는 좀 더 시간을 갖고 교육하기로 한 것이다.

그 때였다.

「데?」
「데뎃!!」

천장의 백색등이 일제히 밝게 빛나더니 드르륵 소리와 함께 두꺼운 문이 열리는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인간이 두 사람.
드르륵 소리가 나는 도르래가 붙은 짐받이를 밀면서 다가온다.
그것이 케이지 앞에 서면, 실장석들은 강제로 이동용 케이지에 실려 그 지옥 같은 필들에 잡혀갈 것이다.

「데갸아아!! 데갸아아아!!」

뜻을 알고 있는 실장석만이 큰 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최근 끌려가본 탓에 신입은 이상한 얼굴로 그 사람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그 짐받이는 무려 「G」의 알파벳이 달린 케이지.
즉, 미미가 있는 케이지 앞에 멈추었다.

「데……」
「……데스」
「데ー…」

의미도 알아채지 못하고 몇 마리 정도의 실장석이 홀린 듯 케이지 밖에 선 인간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짤랑짤랑 열쇠를 자물쇠에 꽂아 케이지의 문을 열고 있었다.

「데… 무슨 실수 데스우…」

미미는 가냘픈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린다.
우리는 어제 그 필드에서 싸우지 않았던가.
적어도 이틀간. 싸움은 없을 것이었다.

「약속과 다른 데슷!! 약속과 다른 데슷!!」

미미가 케이지 안으로 들어가 인간에게 뛰어가며 그렇게 이야기를 반복한다.
물론 그런 약속은 하지 않았다. 실장석 측에서 보면 그냥 경험 법칙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었다.

「뎃!? 데뎃!?」
「데스아!? 데스아!?」

1마리. 또 1마리. 케이지 안에서 도망다니는 실장석들을 이동용 케이지에 실어 간다.

「약속과 다른 데슷!! 싸웠던 데스우!! 와타시타치, 어제 싸워서 이겼던 데스우!!」

아이러니하게도 그 승리가 오늘의 연전을 만든 것을 미미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동용 케이지에 담긴 14마리의 실장석은 드르륵 하는 도르래의 소리와 함께 조용히 복도를 지나갔다.

「데…!! 데데…!! 어쩌면 좋은 데스!! 마맛!! 어쩌면 좋은 데슷!!」

그 답은 이쪽이 듣고 싶었다.
미미는 그 대사를 꾹 참고는, 동공이 커진 두 눈을 돌려 주위를 바라보았다.

「돌아가는 데스우!! 반드시 주인님의 품으로 돌아가는 데스우!!」

이는 신입 실장인 미란다.

「와타시타치 싸우는 데스!? 또 싸우는 데스!?」
「마마!! 어떻게 하는 데스!! 마맛!!」

「………괜찮은 데스. 평소처럼 하는 데스. 반드시 이기는 데스!! 오늘도 살아남는 데스!!」

미미는 모두의 눈을 꼭 바라보며 자신에게 타이르듯 그렇게 말했다.

복도를 지날 때마다 멀리서 땅이 울릴 듯한 함성이 들렸다.

「……뎃!!」

언제 들어도 기분 좋은 소리는 아니었다.

「데슷!? 집이 아닌 데슷!? 집이 아닌 데슷!?」
「이건 어제의 꿈인 데스!? 꿈이 계속되는 데스!?」
「데… 개 싫은 데스우!! 개는 싫은 데스우!!」

다시 고막을 찢을 정도의 함성이 얇은 나무 벽을 사이에 둔 곳에서 울리고 있었다.
신입 3마리는 그 함성으로 어제의 공포가 되살아난 것인가 하며 좁은 케이지 속에서 이미 빵콘해 있었다.

그 시끄러운 신입의 당황한 모습. 그리고 그 똥냄새.
미미를 비롯해 역전의 강자라고는 하지만, 그 공포는 전염된다.

「………뎃!! 데뎃!!」
「………스아!! ……데스아!!」

딱딱딱 이를 떠는 것. 곳곳에서 실금을 하고 있는 것.
눈 주위에 어렴풋이, 피눈물에 가까운 눈물을 글썽이고 있는 것.

「……데슷!! ………뎃!!」

그것은 미미도 마찬가지였다.
무릎은 떨고, 치아는 어금니가 부딪히고 있었다.
의식하지 않아도, 동공이 완전히 열리지 않은 눈동자는 자제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데푸~♪ 데푸~♪」

한 마리만 빼고.

그리고 눈 앞의 벽이 좌우로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눈부신 빛이 벽 사이로 새어나왔고, 그 곳에는 한참 지나도 익숙하지 않은 모래로 된 원형의 필드가 미미의 시야에 들어오고 있었다.

「왔다아아아!! 어제의 분충들이다아아아!!」
「오늘이야말로 죽는구나!! 너희들의 전멸에 기대해!!」

고막을 세차게 내리치는 의미 불명의 말.
그것이 그 실장석들을 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만은 이해할 수 있었다.
정확히 그것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유일하게 다행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아까 말씀 드린 대로 오늘의 실장석은 어제 살아온 이 14마리들입니다』

환호와 갈채.
그 홍수 속에서 필드에 몰린 실장석들은 완전히 도망치려고 하고 있었다.

「……웃!! ……웃!!」

이제 각오를 결정하는 것 밖에 남은 길은 없었다.
미미도 희미하게 피눈물을 흘리며 이마에는 구슬땀, 속옷은 이미 끈적끈적한 것이 흠뻑 젖어 있었다.

『그럼 오늘의 사냥꾼들입니다!!』

미미의 대각선 벽의 문이 천천히 열렸다.

「……데」
「………데슷!! 데슷!!」

숨을 집어삼키며 경계하는 미미의 귀에 어느 불쾌한 금속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한 둘이 아니었다. 분명히 열 이상의 불쾌한 금속음이 벽 너머에서, 그것도 녹색과 적색의 빛이 넘치며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데뎃!! 데갸아아아ーーー!! 데갸아아아아ーーー!!」

기겁을 하며 달아나는 미란다.
그리고 동시에 필드의 관중들은 박수로 오늘의 사냥꾼들을 맞았다.

『오늘 실장석을 사냥할 수 있도록 나타난 사냥꾼은, 실창석 14마리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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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



신출내기 편집자인 내가 어느 날 선배 대신에 대가 아카가와 지로 선생님 댁에 원고를 가지러 갔을 때의 이야기다.

"선생님 작품은 전부 읽었습니다. 지금 연재하시는 '삼색털 실장 홈즈'도 잘 읽고 있습니다."

"하하하. 그래도 요즘 슬럼프 기미가 있어가지고. 진도가 잘 안 나가지지 뭐야."

그날은 응접실에서 기다리다가 선생님의 원고를 받기로 하였다.
황송하게도 선생님께서 타주신 홍차를 마시며 다과 등을 먹고 있는데 응접실 문에서 어떤 시선이 느껴졌다.

"........."

살짝 열린 문으로 엿보는 녹색과 적색의 눈동자.
체격으로 보아 이미 성체가 된 실장석 한 마리가 응접실 소파에 앉아있는 나를 바라보고 있던 것이다.

"데......"

분홍색 프릴이 달린 실장복을 입은 실장석이 내 손에 들린 화과자를 가만히 보고 있었다.
아마도 선생님께서 키우시는 실장석일 것이다.
선생님의 사육실장이라면 친해지지 않을 수가 없다.

"이리 온."

나는 소년 시절부터 실장석을 계속 길러온 경험이 있다.
어떤 실장석이든 금세 친구가 될 수 있는 특기가 있는 것이다.

"이리 온."

나는 다시 한번 말하며 손을 내밀었다.

"데스우~?"

그녀는 낯을 가리는지 오른손을 입가에 대고 고개를 갸우뚱하며 열린 문에서 얼굴을 내밀 뿐이었다.

"이름은?"

아뿔싸. 링갈을 가져오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링갈을 가져왔어야 했는데. 그렇게 준비성이 없음을 한탄하고 있는데,
응접실 문에서 기웃거리던 그녀가 휙 몸을 빼서 선생님이 계시는 서재로 쪼르르 달려가버렸다.

"이런..."

원고가 완성되는 동안 실장석 상대를 해달라고 선생님께 부탁받은 것은 아니지만,
지금 마지막 스퍼트에 임하고 계시는 선생님의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일이 없도록 배려하는 것도 담당의 일이다.
그렇게 후회하고 있는데 다시 복도를 쪼르르 달리는 소리가 들린다.

".........데."

그녀가 다시 문에서 얼굴을 내민다.

"먹을래?"

손에 쥔 화과자를 포장지에서 꺼내 그녀 쪽으로 내민다.

"데......(킁킁)"

그녀는 문에서 상반신을 내밀어 "데ㅡ" 하고 입을 벌리며 콧구멍을 벌름거린다.

"뎃!"

응접실에 살짝 들어와 내 손에서 화과자를 낚아채고는 "데스우우우우~~♪" 하고 희희낙락하며 왔던 길을 되돌아가 쪼르르 서재 쪽으로 뛰어갔다.
음. 서재에 계신 선생님께 또 폐를 끼친 것 같다.
선생님께 사과하려고 고민하는데, 다시 서재에서 쪼르르 복도를 건너는 소리가 들려왔다.

"뎃..."

또 분홍색 두건 차림의 얼굴을 내미는 그녀.
이럴 줄 알았으면 집에서 실장 용품을 가져왔어야 했다.
나는 후회하면서도 지금 있는 장비로 그녀의 관심을 끌 방법을 생각했다.
옛날에 집에서 자실장을 달래던 고전적인 방법이지만 해볼까.
나는 넥타이를 풀어 그 끝을 잡고 반대편 끝을 그녀 앞에 던졌다.

"데!?"

그녀의 시선이 나에게서 바닥에 있는 넥타이로 이동한다. 하하. 좋았어.
나는 조금 힘을 주어 넥타이를 꿈틀하고 움직여본다.

"뎃!? 데뎃!!"

좌우로 요동치게 하자 그녀가 흥분했는지 두 팔로 열심히 넥타이 끝을 잡으려고 한다.

"이쪽이야."

살짝 힘을 주어 당기자, 그녀의 손에서 넥타이가 스르륵 빠져나간다.

"데슷!! 데스앗!!"

그녀는 달려들듯이 온몸을 사용해 넥타이를 덮친다.
그렇게 호락호락 내줄 수 없지. 넥타이를 회수하여 그것을 등 뒤의 손에 감춘다.

"데!? 데뎃!?"

그녀는 시야에서 사라진 넥타이를 찾아 좌우로 분주하게 시선을 움직였다.

"어라~? 어디 갔을까~?"

"데스우~?"

그녀도 의아하게 좌우를 둘러보다가 내가 등 뒤로 손을 모은 것을 수상히 여긴다.

"데스우~?"

쪼르르 내 옆으로 다가와 뒤를 보려고 한다.
나는 넥타이를 엉덩이 밑에 숨기고 두 손을 벌려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어필.

"데뎃!? 데스우? 데스우?"

아차. 엉덩이에 깔린 넥타이 끄트머리가 보였던 모양이다.
그곳을 탁탁 두드리며 넥타이의 존재를 알리는 그녀.

"하하하하. 찾았구나."

단념한 나는 엉덩이 밑에서 넥타이를 꺼내 다시 끝을 잡고 이번에는 공중에서 시계추처럼 흔든다.

"데에!? 데데에에에!?"


그녀가 땀투성이로 어깨를 들썩일 정도로 놀았을 때, 우리는 완전히 친해져 있었다.

"아ㅡ 지쳤다. 넥타이 놀이는 그만."

그렇게 말하며 넥타이를 목에 매고 소파에 앉자, 그녀도 쪼르르 소파에 올라와 내 무릎 언저리까지 와서 목에 맨 넥타이를 툭툭 치기 시작했다.

"데ㅡ...."

"이제 끝났어."

"데스우~?"

"끝이야, 끝."

"데스우~."

말이 통했는지 그녀는 바닥으로 쓱 내려가 응접실 문으로 쪼르르 나가버렸다.
휴우~ 오랜만에 실장석과 놀았다.
선생님께서 기르시는 실장석은 매우 총명한 아이 같고 붙임성이 있다.
선생님께서 집필하시는 동안에도 놀아달라고 방해하지 않을 것이다.
선생님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조금이나마 그녀의 상대를 해줌으로써, 나의 사육 스킬이 처음으로 도움이 된 것이 자랑스러웠다.

쪼르르...

"응...? 또 왔나?"

나는 응접실 탁자 위의 컵을 들고 홍차를 마시며 문 쪽을 보았다.
나는 그만 입에 든 홍차를 뿜게 된다.

"데ㅡ..."

"데스우~?"

"데에...."

문 그늘에서 성체실장 3마리가 이쪽을 들여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분홍색 한 마리는 조금 전의 그녀. 파란색과 노란색 실장복은 그녀의 자매일까.

"데스우~"

분홍색 그녀는 이미 경계심도 없이 응접실에 들어와 천진난만하게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오른손을 입가에 대고 다가온다.
다른 두 마리는 처음에는 주저했지만 분홍색 그녀가 들어온 것을 확인하자 나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탁자 위의 화과자를 향해 달려왔다.

"데스우우!!"

"데스아!! 데스우우!!"

무샤... 쿠샤... 무샤...

봉지도 뜯지 않고 화과자를 통째로 입에 넣고 우물거리기 시작한다.

"...한 마리가 아니었구나."

"데스우~! 데스우~!"

분홍색 그녀는 서투르게 소파를 올라와 내 무릎 위에 오더니 내 목에서 늘어진 넥타이를 잡아당기기 시작한다.

"하하하. 숨 막혀."

"데스우~! 데스우~!"

처음에는 장난치는 줄 알았지만 아무래도 조금 전 했던 놀이를 원하는 것 같다.
분홍색 그녀는 조금 전 했던 넥타이 놀이가 무척 마음에 든 것 같다.

"(쿳챠... 쿳챠...) 데ㅡ...."

"(무샤... 무샤...) 꺼억... 데?"

앞치마를 노란 침으로 더럽히며 화과자를 봉지째로 씹는 두 마리도 나의 넥타이를 데ㅡ 하며 바라보고 있다.
나는 장난치는 분홍색을 바닥에 내려놓고 곤란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역시 성체실장석이 세 마리나 있으면 몸을 쓰는 놀이는 소란스러워서 서재에 계신 선생님께 폐를 끼칠지도 모른다.

"데스우~! 데스우~!"

"데ㅡ...."

"데스...?"

시선이 저마다 나의 거동을 주목한다.
이번에는 잔재주로 갈까.
초등학생 때부터 혼자 집을 지킬 때 실장석과 놀던 경험을 총동원하여 그녀들을 즐겁게 해주기로 했다.
나는 두 손의 엄지손가락을 붙이고 실장석들에게 보인다.

"자, 잘 보렴."

"데...?" "데스우?" "...."

"아! 손가락이 빠져버렸다!!"

"데뎃!?" "데갸아아아!!" "뎃! 데뎃!!"

초등학생 수준의 속임수지만 실장석들에게는 정말로 손가락이 떨어진 것처럼 보인 것 같다.

"데스우!! 데스데스우우!!!"

"데!? 데!?"

"데에에에에... 데에에에에에에엥!"

마음 약한 노란색 실장복 그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울기 시작할 정도다.

"아~ 괜찮아~. 봐, 붙었다!"

"데뎃!!"

"데스우!? 데스우!?"

"데끅... 데끅... 데스우?"

"자, 괜찮아~."

손을 펼쳐서 떨어졌던 엄지손가락을 노란색 그녀에게 보여주니 데스우~웅♪ 하며 안심한 것 같다.

"좋았어. 이번에는 마술을 할게."

나는 주머니에 있던 손수건과 담배 한 개를 꺼낸다.

"데?"

무엇이 시작될까. 영리한 그녀들은 벌써 흥미진진하다.
담배를 든 오른손 위에 손수건을 덮는다.

"여기 있던 담배가~."

그리고 왼손을 교묘하게 움직이며 그녀들의 시선을 끌면서 손수건을 들자 오른손에 있던 담배가 없다.

"사라졌어요!"

"데? 데?"

"데스우! 데스우!"

"데에! 데스에?"

나는 파란색 실장복을 입은 그녀의 두건에 손을 가져가 그곳에서 담배를 뽑아내듯이 꺼냈다.

"어라. 네 두건 안에 담배가 있었어."

"데에!"

"데데에!?"

"데에! 데스에!"

세 마리는 각자 자신들의 두건을 벗어 데? 데? 하며 열심히 두건 안을 확인하기 시작한다.
그때, 파란색 그녀의 주머니에서 콘페이토 한 알이 톡 떨어졌다.
좋았어. 이번에는 이 콘페이토를 쓰자.

"잠깐 빌릴게."

내가 콘페이토를 줍자 파란색 그녀가 뎃! 뎃! 하며 콘페이토를 빼앗으려고 뛰기 시작했다.

"괜찮아. 안 가져갈 거야."

다른 두 마리도 콧김을 뿜으며 이제부터 무슨 일이 일어날지 흥분 상태다.
파란색 그녀도 마지못해 따르며 데ㅡ 하고 불안하게 울면서 내 손안의 콘페이토를 바라본다.

"자, 여기 콘페이토가 있습니다."

나는 오른손에 든 콘페이토를 손안에 넣는 흉내를 낸다.
사실 이미 왼손으로 옮겨갔지만,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오른손을 좌우로 이동시키자 세 마리의 시선이 오른손에 고정된다.

"너무 맛있어 보이니까 먹어버려야지." (쏙)

나는 오른손에 든 것을 입에 넣고 없는 콘페이토를 음미하는 척했다.

"데에에에에에에에에에!!!!!"

파란색 그녀가 일어서서 절규하기 시작했다.

"음~ 우물우물. 맛있네!"

"데에에에에에엥!!! 데에에에에에엥!!!"(뿌지지지지지직~~)

예상 이상의 반응이었다.
파란색 그녀가 응접실 바닥에 잔뜩 실례를 하며 콘페이토를 빼앗긴 분노 때문인지 내 발을 툭툭 때리는 것이다.

"데끅! 데에에엣!! 데에에에에에에엥!!" (툭툭)

이것에는 나도 당황한다.

"아, 미안, 미안해."

그녀의 울음소리가 서재에 계신 선생님께 들릴지도 모른다.
나는 그녀가 빨리 울음을 그치도록 서둘러 마무리를 선보였다.

"어라~ 먹었던 콘페이토가~?"

나는 분홍색 그녀가 벗은 두건을 들고 뒤집는 흉내를 낸다.
왼손 안의 콘페이토를 툭 떨어뜨려서 마치 분홍색 두건 안에서 나온 것처럼 연출했다.

"어라, 신기하네. 분홍색 두건 안에서...."

"데...."

"나왔습니다!"

"데샤아아아아!! 풋샤아아아아!!"

파란색 그녀가 갑자기 분홍색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때린다. 찬다. 머리카락을 잡아당긴다. 쥘 수 없는 주먹으로 얼굴을 연달아 강타한다.

"데즈우우우!! 데즈데즈우우우우!!"

어라. 어라라?

"데즈앗!" (빠직!)

"데에에에엣!" (브릿!)

"데즈데에ㅡ즈!!" (퉁퉁)

"데쟈아아아아!" (브리리리릿!)

눈앞에서 벌어지는 격투.
내가 아무리 말려도 멈추지 않는다.
남은 노란색 그녀도 그저 울기만 할 뿐.
아아. 나는 한심한 담당이다. 고작 실장석이라고 방심하고 말았다. 선생님을 부르자!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께서 기르시는 실장석이...."


'여행을 떠납니다. 찾지 말아주세요. 지로.'

서재에는 실장석들의 비명과 고함이 난무하는 와중에, 바람에 흔들리는 메모 한 장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끝.










하이벤 단편(SS) 모음 2

 

『 이룰 수 없는 사랑 』

‘그럼 내가 아리사짱의 언니네?’
‘뎃? 데뎃??’

내가 처음 여자친구를 데리고 왔을 때였다.

‘나 실장석 처음봐...진짜 오드아이네?’
‘데뎃? 데스우? 데스아!?’

내 약혼녀인 토시코의 모습을 본 사육실장 아리사는 불안한 눈빛으로 이리저리 훑어본다.
토시코가 더욱 가까이 다가가자 이젠 위협에 가까운 목소리로 울기 시작한다.

‘우아...부드럽네. 거기에 머리카락도 인형머리카락같아...’
‘데샤아아아앗!! 데샤아아아아아앗!!’

"저기, 아리사 쨩이 뭐라고 말하는거야?"
"하하하. 토시코하고 만나서 기쁜가보다“

물론 거짓말이다.
내가 아리사를 기른지 꽤 됐다. 아리사가 나에게 연모를 품고 있는 것은 알고 있었다.
요즘은 내 마누라인 체 하면서 데스웅~♪ 데스웅~♪거리며 나의 주위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다.
가끔 텔레비전에서 결혼식이나 웨딩드레스 CM송이 흐르면

‘데뎃! 데...’

하며 온 관심을 그곳에 집중한다. 그리고 CM이 끝나면 데스우~웅♪ 데데스우웅~♪하고 따라부르며 스커트의 양끝을 두손으로 쥐고 빙글빙글 회전한다.
거기에 침대시트를 꺼내 면사포처럼 머리에 뒤집어쓰고

'뎃뎃데데에~웅 ♪ 뎃뎃데데에~웅 ♪“

결혼 행진곡 같은 음을 제멋대로 부르며 결혼식 놀이 같은 걸 시작하는 것이다. 그런 아리사가 지금은 처음 보는 인간의 암컷을 보며 분노에 휩싸여 부들부들 떨고 있다. 
눈에 핏대를 세우고 두 눈에는 눈물을 띄운 채,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뎃? 데뎃? 데스아? 데스아아아아아아!!’

나랑 토시코의 얼굴을 번갈아 살펴보다가 토시코를 노려보며 누런 송곳니를 드러내고 침을 튀기는 아리사.
나는 그런 아리사를 무시하고, 반년 후에 있을 토시코와의 결혼식에 대해서 이런저런 논의를 한다.

‘뎃? 데뎃?! 데스아! 데스아아아아아!!’

우리가 펼치는 웨딩드레스 팜플렛을 주의깊게 들여다 보더니, 큼직한 눈알을 바쁘게 굴리며  팜플렛과 우리의 얼굴을 번갈아가며 쳐다본다.

'아, 맞다. 말하는 걸 깜박 잊고 있었네. 우리 결혼할거야.'
'데뎃!?'
'뭐 결혼해도 넌 계속 길러줄 테니까. 고맙게 생각해라, 아리사.“
'데에에에? 데에에에에???'
'있지 있지~토시아키. 이 드레스 귀여운 것 같아.'
'응? 어디어디?'
'데에에에에에엥!!데에에에에에에엥!‘

아리사는 바닥을 손바닥으로 쿵쿵 내려치며 울부짖는다.
꽤 쇼크였는지 속옷을 입은 채로 그 자리에서 실금까지 한다.

'저, 저기, 토시아키. 아리사 쨩 울고 있어.'
'괜찮아, 쟤는 원래 저래.’

나는 아리사가 보란 듯 일부러 토시코의 어깨를 감싸 안는다.

'데에에엥...데엑끄...데뎃!!‘

눈물범벅이 된 아리사의 두 눈은 어깨를 끌어안고 있는 내 손을 매섭게 쏘아보고 있다.

'데샤아아아아!! 데엣샤아아아아앗!‘

아리사는 토시코를 토닥토닥 때리기 시작한다.
뭐냐 이 암컷은! 이 남자의 아내는 바로 나다!
그렇게 말하는 것처럼 아리사는 토시코를 노려보며 때리는 손을 멈추지 않는다.

'어, 왜 이러는거야, 아리사?,'
'하하하. 장난치는 거야’

나는 그런 아리사를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토시코를 그 자리에 쓰러뜨렸다.

'데뎃? 데즈앗? 데즈아아아!?‘

나는 내 입술로 토시코의 입을 막고, 아리사가 보란듯이 그 자리에서 토시코와 관계를 맺는다.

'데뎃!!! 뚜에에에에엥!! 데에에에에에엥!‘

아리사에게 쇼크가 강했던 모양이다. 아리사는 흐느껴 울면서 옆방으로 뛰쳐나갔다.

인간과 실장석.
인간의 집에서 길러지면서 인간과 친하게 지내다 보면 스스로 실장석이라는 인식을 망각하는 사육실장들이 많다.
아리사에게는 충격요법이겠지만, 나에게 연모를 품어도 어쩔 수 없다는 현실을 깨닫게 해주기 위해서는 이런 장면을 보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미안.. 아리사.
나는 마음 속으로 아리사에게 사과하며, 토시코의 몸을 애무했다.

'데에에에엥...데엑끄.. 데엑끄‘

완전히 초췌해져 버린 아리사는 옆방에서 방구석에 웅크린 채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끼고 있다.

‘뎃승...뎃승....’

갑자기 아리사는 『 아리사의 집 』 이라고 적힌 골판지하우스에 도망치듯 달려갔다.
아리사의 물건들이 놓인 공간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가운데에 소중하게 놓여진 개구리 모양 파우치를 꺼냈다. 

'데샤아아아아!!!데샤아아아아아!'(찍!! 찌직!!!)

그 안에서 평소 보물처럼 지니고 있던 토시아키의 사진을 꺼내더니 북북 찢어 버렸다.

'데에에에에엥!! 데에에에에에엥!‘

그리고 아리사는 빵콘한 속옷을 부풀리며 고개를 들어 천장을 올려다보며 계속해서 울었다. 
나는 옆방에서 들리는 아리사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토시코의 몸을 탐닉해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나는 토시코와의 일을 끝내고 담배를 피우며 한숨 돌린 후에, 아리사의 상태를 보러 옆방으로 향했다. 

'야, 아리사. 아직도 울고 있는거냐?‘

대답이 없다.

'아리사. 문 연다.’

옆방에는 아리사가 없었다. 
『 아리사의 방 』 라고 적힌 골판지 하우스 안에도 아리사의 모습은 없다. 
문득 발밑을 보니, 전단지 뒷면에 크레파스로 쓰인 지렁이 같은 글자. 
그리고 그 옆에는 아리사가 벗어둔 두건이 놓여 있을 뿐이었다.
"이 녀석.."
숨어 있던 아리사는 저녁 식사 후 벽장 안에서 발견됐다.


(끝.)




『 여동생 』


호두에게 여동생이 생겼다.
호두는 자실장 시절부터 아이가 없는 부부에게 소중히 길러진 실장석.
이미 성체 실장석이 되었지만, 부부에 대한 어리광은 자실장 시절 이상이었다.
그런 호두를 사랑스러워한 부부는 끝없이 귀여워하고 애정을 쏟았다.
그런 호두에게 여동생이 생겼다.
여동생이라고 해도 실장석이 아니다.
주인인 부부에게 대망의 아기가 태어난 것이다.
“데스우~♪ 여동생 쨩, 와타시가 언니 데스~웅♪”
링갈의 표시를 보고 즐겁게 웃는 부부.
총명한 호두는 순순히 이 새로운 가족을 가족으로 인정한 모양이다.
“데스우~♪ 귀여운 데스우~♪”
꺄꺄 하고 웃는 아기도 호두를 언니로 인정하고 있는 것일까.
호두가 아기에게 말을 걸 때마다 아기도 호두에게 웃는 얼굴로 답한다.
“자, 사쿠라 쨩. 우유 시간이야.”
사쿠라라고 이름 붙여진 아기는 어머니의 품에 안겨 필사적으로 유방을 찾아 달라붙는다.
“데……”
그걸 올려다보는 호두.
“……마맛!! 와타시도 안아줘 데슷!! 와타시도 안아줘 데슷!!”
짧은 다리로 뿅뿅 뛰어 어머니를 가로막고 포옹을 요구하는 호두.
“호두 쨩은 언니잖아. 참으렴.”
“뎃!!”
어머니의 그런 대응은 처음이었다. 여동생이 태어나기 전까지는, 호두의 요구는 전부 들어주고 있었다.
하지만, 자기는 언니다. 언니는 여동생을 위해 참아야 한다.
“이거 봐, 당신. 이 애, 보조개가 패여 있어.”
“오, 어디 보자~. 하하, 정말이네!”
캬캬캬하고 들끓는 젊은 부부.
“뎃!! 보고 싶은 데스우!! 와타시한테도 보여줬으면 하는 데스우!!”
발치에서 발돋움을 하며 젊은 부부에게 조르는 호두. 하지만 호두가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 건지, 젊은 부부는 사쿠라에게 푹 빠져 있었다.
그런 나날이 계속된다.
여동생이 울면 어머니가 달려온다.
어머니는 호두를 무시하고 여동생만을 돌보고 있다.
그런 상황이 호두에게는 달갑지 않다.
시험삼아 호두도 큰 소리로 울어 보았다.
“데에에에에엥!! 데에에에에에엥!! 배아픈 데스우우우!!”
물론, 꾀병이다.
“데에에에에엥!! 마마아!! 마마아!! (힐끔)”
“자. 사쿠라 쨩. 기저귀 갈자~”
“데에에에에엥!! 와타시도 지린 데스우!!”
자실장 시절부터 변을 지린 적이 없는 호두는 브리브리 속옷을 부풀리고 어머니에게 어필한다.
“사쿠라 쨔앙♪ 깨끗, 깨끗하게 해요!!”
“마마아!!! 마마아!! (힐끔)”
“~~~♪”
“데에…데에에에……엣!! 데갸아아아아!!! 데갸아아아아아슷!!!”
완전히 무시당한 호두의 자존심은 갈기갈기 찢어졌다.
속옷에 손을 넣어 그 똥을 어머니를 향해 내던진다.
그 똥이 목표물을 빗나가, 사쿠라의 얼굴에 맞고 만다.
실장석의 점액질 똥은, 유아의 기도를 막기엔 충분했다.
콜록거리는 사쿠라. 비명을 지르는 어머니. 이어지는 호두의 투분.
정신을 차리자 호두는 아버지에게 힘껏 뺨을 맞고 있었다.
“뎃? 데뎃?”
빨갛게 부어오른 뺨을 누르며, 태어나서 처음 받은 아픔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아버지는 실장채를 가지고 나오고, 이어서 호두의 등을 향해 체벌을 가한다.
“데갸아!? 데슷!! 데슷!! 데엣!! 데갸아앗!!”
빵콘했던 속옷이 한층 더 커진다.
“데스웃!? 뎃!? 아!! 데에!! 데에에에에엥!!!” 
어머니는 기도를 막은 똥을 걷어내고, 눈물을 흘리면서 서둘러 전화로 구급차를 부른다.
아버지는 제정신을 잃은 듯이 “분충!! 분충!!”이라고 되풀이해서 외치고, 실장채를 고쳐쥐고는 한층 타격을 가한다.
“데엑끄!! 데엑끄!! 데에에에에에엥!! 데에에에에에에엥!!”
(뿌직!! 뿌지지직!! 쏴아!! 쏴아아아아아!!)
더욱 부풀어오르는 속옷. 새어나오는 오줌의 웅덩이 때문에 색이 변해가는 카펫.
그 코를 찌르는 냄새가 한층 더 아버지의 이성에 불을 지른다.
“데엣!! 데에에에엣…!!”
구더기처럼 기면서 방구석으로 도망가, 필사적으로 벽을 긁어 타고 올라가려고 하는 호두.
그 뒤에서 집요하게 따라오는 실장채.
“데에에에엣!! 데에에에에엣!!”
호두는 마침내 도게자를 시작하여 이마를 바닥에 문지르며 죄송해요 데스우!! 죄송해요 데스우!! 하고 목이 쉴 때까지 필사적으로 사과를 계속했다.
하아- 하아- 하고 숨이 차오른 아버지는, 실장채를 바닥에 내던지고, 서둘러 도착한 구급반 곁으로 사쿠라의 상태를 보러 달려갔다.
아무도 없는 아이 방에, 홀로 남겨진 호두는 데승… 데승… 하고 밤새 울었다.
결국 사쿠라는 입원하게 됐다. 기도에 약간 변이 남아있는 듯하여, 그게 자연히 떨어질 때까지 곁에 붙어서 간병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숙박하는 간호사도 붙여서 입원시켰다.
이미 젊은 부부의 머릿속에는 집에 남겨두고 온 실장석의 일 따위는 없다.
“와타시 버려진 데스우!! 버려진 데스우!!”
한편, 혼자 집에 남겨진 호두는, 아무도 없는 방을 유령처럼 방황하길 계속한다.
때때로 짜증내듯이 날뛰면서 찬장의 식기를 떨어뜨려서 깨거나 책꽂이의 책을 찍찍 찢거나 울분을 터뜨리거나 한다.
“데에에에엥!! 마마아!! 파파아!! 어디 데즈우~~웃!!”
똥도 오줌도 이미 그 안에서 마음대로 싼다.
배가 고프면 냉장고를 열어둔 채로 뒤져서는, 데엑끄데엑끄 울면서 씹어먹는다.
“데에... 나쁜 건, 여동생쨩 데즈우. 호두는... 데엑끄!! 나브지 않은... 데엑끄! 데즈우!!”
그런 상황의 집에, 사쿠라도 무사퇴원해서 몇 시간 후, 젊은 부부가 돌아왔다.
우느라 눈이 부은 채, 거실에서 둥글게 되어있던 호두의 귀가 현관의 소리를 알아챈다.
“뎃!! 마맛!! 돌아와 준 데스우!!”
현관에 들어선 젊은 부부는 변할 대로 변해 황폐화된 자신들의 집을 보고 작은 비명을 지른다.
거기에, 데스우우~♪ 데스우우~♪ 하며 울어서 부은 얼굴의 호두가 뛰어서 마중나왔다.
“마맛!! 마맛!! 버리면 싫은 데스우!! 호두는, 호두는, 마마랑 계속 함께 데스우~!!”
그리고는 너무 감격해서 데에에에에엥!! 데에에에에엥!! 하고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호두는 결국, 그대로 이동용 케이지에 넣어져, 그 안에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주어진 실장 푸드를 먹고 있었다.
그리고, 아버지는 케이지를 가지고 나와, 차에 호두를 싣는다.
“데데? 데스우우우♪ 데스우우우♪”
처음 타는 차. 차 안에서 케이지로부터 꺼내진 호두는, 발돋움해서 창문에 달라 붙은 채, 작은 엉덩이를 흔들며 창밖의 풍경에 흠뻑 취했다.
차는 교외의 외딴 산속에 도착한다.
아버지는 입을 다문 채 호두를 차에서 내리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데뎃!? 데스우~웅♪ 뎃스우~웅♪”
호두는 맨션에서 키워진, 세상 물정 모르는 사육 실장석.
눈앞에 펼쳐진 자연은, 태어나서 처음 경험하는 것이었다.
볼을 빨갛게 물들이고 흥분한 채, 아장아장 걸어서, 눈앞에 핀 꽃을 손에 들고 데스우~? 하며 얼굴을 갸웃한다.
(부르르르르르릉...)
아버지는 담배를 끄고, 차에 올라타 액셀을 밟아서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데스우?”
호두는 천천히 산길을 내려가는 차를 보며,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하는 수밖에 없었다.
「………」
“.........”
시선을 피어있는 꽃으로 되돌리면서, 다시, 작아져가는 차로 눈을 되돌린다.
“데......”
버려졌다고 눈치챈 것은, 차가 보이지 않게 되고 10분 가까이 흘렀을 무렵이었다.
“데에에에에엥!! 데에에에에에엥!!”
완전히 저문 밤의 짐승의 길을 흐느껴 울면서 헤치고 나아가는 호두의 모습은, 몇 시간 후에는 울창히 자란 수풀에 가려 보이지 않게 되었다.

끝.







『 미쿠루 』
‘구더기짱 프니프니가 좋은 레후~♪’
‘음? 프니프니? 더 좋은 걸 사줄게’
내가 키우는 구더기 실장의 생일에, 나는 선물을 주는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구더기 실장은 물욕라는 것이 없는지 대신 요구하는 것이 프니프니였다.

'프니프니 레훗!! 프니프니 레훗!' (피스~!!피스~!!)

코를 피스~피스~거리며 조르는 모습은, 모처럼 내가 무언가 사주겠다는 마음을 꺽을 정도로
순진한 멍청함이었다.

'자자~! 프니프니다'
'렛!! 레후우~웅 ♪ 레후우~웅 ♪’

분홍색 레이스가 달린 구더기 실장옷이나 달콤한 외국산 콘페이토 세트 등 구더기 실장이
좋아할 만한 선물들을 생각해뒀지만, 그런 주인의 마음을 모르는지 녀석은 단순한 프니프니에
볼을 붉히며 물모양의 대변을 흘리며 기뻐한다.

'마맛!! 더 해주는 레훗!! 더더 레훗!'
'…정말 이걸로 좋은거니?'
'레후우~웅 ♪ 레후우~웅 ♪ 구더기짱 행복한 레후우~웅 ♪’

실로 구더기실장의 이런 생리는 편리하다. 그렇게 생각하며 구더기실장의 생일은 지났다.
다음날.

'마맛!!마맛!'

구더기 실장이 수조 속에서 나를 부른다.

'응?왜 그래?'
'마맛!! 구더기짱 프니프니했으면 좋은 레후우~♪’
'미안하다. 오늘은 손님이 오는구나. 손님이 돌아간 후에 프니프니 해줄게 '
'레...레후우~...‘

구더기 실장은 실망한 듯, 등을 보이며, 어항 속을 느릿느릿 긴다.
어쩔 수 없지. 나중에 잔뜩 프니프니 해주는 수밖에.
그런 일을 생각하는 동안, 나의 친구인 토시아키가, 자신이 키우는 사육실장과 함께 도착한다.

나의 동료 중에서도 가장 극렬한 애호파인 토시아키는 항상 외출할 때마다 자신의 사육실장과 동행한다.

‘오~미쿠루 오늘도 건강하네’
‘데....’

미쿠루는 멍청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린다. 토시아키와 나는 그런 미쿠루를 현관에 두고 안으로
들어간다. 남겨진 미쿠루는 이내 신발을 이리저리 돌리며 냄새를 맡는 데 열중한다.

한창 이야기꽃을 피우는 우리. 미쿠루는 천성적으로 얌전한 녀석이라 그런지 울어 보채거나 하지 않고
혼자서 조용히 집안을 구석구석 둘러보며 돌아다닌다.

'데...?‘

미쿠루는 뭔가를 눈치챈다.

'...‘

미쿠루의 두 눈은 구더기 실장이 살고있는 수조를 응시하고 있었다.

‘마마...프니프니...아직인 레후...?’
‘뎃!’

쾅!하며 수조에 달라붙어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며 구더기와 시선을 맞추는 미쿠루.

'렛? 레뺘아아아아앗? 레뺘아아아아아앗!?‘
'뎃!!데뎃!‘

구더기 실장의 존재에 흥분한 미쿠루. 짧은 팔다리를 바둥거리며 선반 위로 올라간다.

'레뺘아아아앗!! 마마! 이상한 거! 이상한 거인 레후!! 괴물인 레후! 마마아아아아!!‘
'데슷!! 데스우!! 데스우!‘

미쿠루는 힘겹게 선반에 기어오르더니, 어항 뚜껑을 열고 구더기 실장을 쥐기 위해 손을 뻗는다.

'마맛!! 마맛!! 레뺘아아아앗!! 레뺘아아아아아앗!!‘
'데프~!!데프~!!'
'구더기는 먹는 게 아닌 레후! 레뺘아아아앗!!‘
'데스! 데스으으우!! (부릿! 부리릿!) 쩝쩝‘
몇 분만의 일이었다.

'재밌었어. 토시아키'
'아아, 다시 올게. 오~이, 미쿠루우~ 돌아가자~'
'데덱!‘

거실에서 얌전히 그림책을 읽고 있던 미쿠루가 토시아키의 다리를 껴안아 온다.

'데프우~!!데프우~!!'
'뭐야, 이놈. 흥분해서는...‘

미쿠루의 앞치마는 빨강과 초록색 국물로 지저분했다.

'어이..토시아키'

나는 떨리는 손으로 구더기 실장이 들어 있던 수조를 가리킨다.
피로 얼룩진 수조와 흥분한 미쿠루의 더러운 앞치마를 보고 토시아키는 모든 것을 깨달았다.

'미쿠루. 너 설마...'
'데프우~!!데프우~!!‘

흥분한 미쿠루 양은 토시아키의 달라진 말투에 무지한 채 여전히 토시아키의 발에 사타구니를
비벼대며 신음하고 있다.

'구더기! 구더기!'
내가 울부짖으며, 어항 속을 들여다보고 절규하다.

'미쿠루! 대답해! 너가 그랬어? 미쿠루!‘

따지는 토시아키.
'데프우~!!데프우~!!'
'바보야! 대체 왜...!!' (짝!)
'…데'
'넌 진짜...하아...돌이킬 수 없는 짓을 해버린거냐!‘

자실장 때부터 금지옥엽으로 길러진 미쿠루.
지금까지 토시아키로부터 체벌같은 훈육은 받지 않았던 미쿠루에게 방금 맞은 뺨은 충격 그 자체.

'……데 데에에...!! 데에에에에엥!'
' 울어도! 죽은 목숨은!! 돌아오지!! 않아!!‘

한 마디씩 외치며 뺨을 후려갈기는 토시아키. 호두의 울음소리는 더욱 커져간다.

'데에쯔크!!데에쯔크!!데게에에에에에!!데게에에에에에!‘

미쿠루는 손을 입 속에 쑤셔넣는다. 잠시 움찔거리던 미쿠루는 구토를 하여 내용물을 모조리 쏟아낸다.

'뎃승...뎃승...‘

미쿠루는 위액에 뒤섞인 구더기 실장의 찌꺼기를 이리저리 이어붙이며, 필사적으로 복원시도를 한다.
(끝.)




『 버려진 실장석 』
'데에에에에엥!! 데에에에에엥!‘

분홍색 파우치를 어깨에 느슨히 둘러매고, 하늘을 바라보며 우는 실장석이 있다.

'데에에엥!! 데에에엥!! 데에에에에에에엥!‘

밝은 색의 파우치. 깔끔한 실장옷과 실장화
어느 모로 보나, 그 실장석은 사육실장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오른쪽 가슴에는 그 실장석의 이름일까. 명찰에 '히카루'라고 써져 있다.
히카루는 버려진 사육실장. 원사육실장.
그녀도 10시간 전만 해도 주인의 이불에서 기분좋은 꿈을 꾸며 단잠에 빠져있었다.
히카루의 주인은 이사로 인해, 눈물을 머금고 히카루를 버릴 수 밖에 없었다.
차마 맨 정신으론 이별을 고할 수 없었던 주인은, 잠들어 있는 히카루를 살짝 골판지상자에 넣고
일부러 옆 동네의 공원까지 가 유기한 것이다.

'데에에에엥!! 데샤아아아아앗!! 데샤아아아아앗!‘

눈을 뜬 히카루가 자신이 주인에게 버려졌다고 체감하는 데에는 몇시간이나 걸렸다.
낯선 풍경. 따뜻한 이불은 온데간데 없고, 외풍이 슝슝 들어오는 거친 골판지로 바뀌어 있다.
한참을 상자 안에서 주저앉아 주인을 요구하던 히카루는 박스를 나와, 낯선 공원을 방황한다.
없아. 주인님은 어디에도 없다.

‘데에에에에엥!! 데에에에엥!! 마마아아아아!! 마마아아아아아!!!’

히카루는 그 자리에 앉아 속옷채로 똥을 지린다.
평소 같으면 더러워진 속옷을 주인이 친절하게 바꾸어 주었을 터.

'데에에에에에~~!!데에에에에에~~!!‘

큰소리로 주인을 부르며 속옷을 바꾸어 달라고 호소하는 히카루.
다리 사이에서 느껴지는 따듯하고, 물컹한 느낌에 불쾌해진 히카루는 하늘을 우러러 보며 울부짖는다.

'데에에에~~!!데에에에~~!!데에에에에~~!!'

마름모꼴의 입모양로 인한 낮은 목소리가 공원 구석구석 퍼진다.
그러나 전혀 주인님은 보이지 않는다. 주인은 이미 이사를 위해 멀리 떠난 후이다.

'데~!! 데~!!‘

아무리 기다려도 주인이 나타나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달은 히카루.
녹색으로 축축하게 젖은 속옷을 벗어던지고 또 뎃승뎃승하고 흐느끼며 공원을 방황한다.

'데에에에에~~!! 데에에에에에~~!!‘

자신이 아끼던 가방을 떨어뜨린 것도 모르고, 히카루는 남편님의 모습을 찾는다.
히카루도 아주 바보는 아니다. 이곳이 주인이 사는 쪽이 아니라는 것은 안다.
주인이 살고 있는 거리가 아닌 이상 아무리 울어도 주인과 만날 수 없지 않은가?
히카루는 뎃승뎃승하며 눈물을 훔친다. 상황이 파악되자 조금은 용기가 생겼다.
그리고 이제 목표를 잡았다. 일단 공원의 출구로 나온다.
코를 쿤쿤하고 벌름거리며 바람의 냄새를 맡는다.
이쪽이다. 주인님이 계시는 거리의 냄새.

'데에에엥...데에에에.‘

작게 흐느끼는 히카루의 발걸음은, 주인의 살던 거리의 반대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다.
(끝.)



『 무덤 』
그 남자는 친척이 없었다.
친척이 없는 그 남자의 장례는 변두리의 절에서 간촐하게 이뤄졌다.
부모도 없다. 형제도 없다.
절의 한 귀퉁이에 무연고자들이 묻힌 곳에 같이 묻힌다.
잡초가 많이 우거진 낡은 묘석.
1마리의 실장석이 오늘도 쭈글쭈글한 꽃을 들고 무덤을 찾는다.

'데에……’

묘석 앞에 꽃을 둔 그 실장석은 말없이 묘비를 응시한다.
처음 절의 주지는 근처의 들실장이라고 생각하고 쫓아내기도 했지만
몇 번을 쫓아내도 그 실장석은 무연고자의 묘전에 나타났다.
몇 차례나 더 쫓아내고서야 주지스님은 얼마 전 이곳에 묻힌 남자가 실장석을 기르고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낸다. 확실히 남자가 키우던 실장석이 틀림이 없다.

‘데스우...’

빗발이 강한 날.
두건과 실장옷이 흠뻑 젖으면서도 실장석은 달걀껍질 등의 음식물 쓰레기를 묘 앞에 두고 낮게
울며 묘석을 올려다볼 뿐이었다.
실장석은 영장류에 이어 똑똑한 종자다.
자식이나 부모가 죽으면, 그를 애도하는 개념을 갖추고 있다.

'데이……’

그 실장석은 거르는 날 없이 매일 묘지를 들린다.
실장석의, 주인을 향한 지극한 충심은 주지스님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든다.
최근 흐트러지고 있는 세태. 부모가 자식을 죽이고 자식이 부모를 죽인다. .
그런 어지러운 세상, 이런 실장석도 있다.
세상은 역시 버려지지 않았다. 그렇게 주지는 생각했다.
그런 어느 날.
오늘도 아침 일찍부터, 그 실장석이 무덤에 들렸다.
평소, 주지스님은 뜰의 툇마루에서 묘지 앞에 선 실장석을 가만 관찰하기만 하였다.
하지만, 오늘은 저 실장석과 이야기가 하고 싶어진다.
신발을 신고, 묘원으로 내려간다.
상냥한 미소를 띄며, 실장석 옆으로 섰다.

‘데...’

주지스님은 봤다.
절에 인접한 여자간호사들의 기숙사.
그 베란다에 흔들리는 검은 색이나 분홍색의 화려한 란제리.

'뎃!!뎃!!뎃!'(쉿...쉿...쉿...)

망연자실한 주지스님 옆에서 실장석 한 마리가 속옷 안에 손을 넣고 사타구니를 문지르고 있었다.
거칠게 숨을 내쉬며 마치 뚫어질 듯이 바람에 흔들리는 속옷을 바라고보 있었다.
(끝.)




『 그림책 』
자실장의 인성교육에 있어서는, 상상력을 자극시켜주는 그림책 읽기가 가장 좋은 것 같다.
'아~요즘은 다양한 그림책이 있구나’
펼치면 입체 종이접기가 튀어나오는 책도 있었고, 심지어 비비면 냄새가 나는 것도 있었다.
좋아. 내가 아끼는 자실장을 생각해, 잔뜩 분발한다. 다양한 책을 종류별로 구입한다.

'어이. 자실장. 선물이야'
'테치이?‘

거실에서 블록쌓기 놀이를 하던 자실장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시선이 책이 담겨있는 봉투에 향하자
벌떡 일어나 달려와 텟츄~텟츄~거리며 달콤한 목소리로 나를 재촉한다.

‘그래 그래 알았어’

나는 자실장을 무릎 위에 앉힌 후 그림책을 펼쳐보인다.

'테에에에에엣!! 테에엣!! 테에엣!‘

눈앞에 펼쳐진 그림책의 아름다운 색과 무늬에 반했는지 눈물까지 글썽인다. 떨리는 손으로
뽀득거리는 책을 만지작거리며 나와 그림책을 번갈아 쳐다본다.

'하하하. 마음에 들더냐’

실장석용 그림책이라곤 하지만 글자를 읽을 수 실장석은 그리 많지 않다.
결국 주인인 내가 읽어주는 수 밖에 없다.

'오-신데렐라. 무도회에는 이 옷을 입고 가렴...'
'테에에......!!!‘

귀을 삐쿠삐쿠 코를 피스피스. 온 몸으로 반응하는 자실장은 그림책이 이야기에 몰입한다.

'…그렇게 신데렐라는 왕자님과 행복하게 되었습니다~와 박수‘
'테에엥!! 테에에...!! 테에에에에에에ーー에엥!'
'우와. 깜짝 놀랐다. 왜 그래, 너’

너무나 감격스러웠는지 우리 자실장은 울기 시작한다.

'테에에에엥!! 테에에엥!! 테에에에에에에ーー에엥!‘

역시 감수성이 한참 예민한 아기라서 그런가. 나는 콘페이토를 주고 머리를 쓰다듬어준며 진정시킨다.
왠지 이 그림책 교육의 효과가 벌써 나타나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훌쩍거리며 콘페이토를 핥아먹은 자실장은, 다시 조급하게 나에게 졸라대며 다음 그림책을 요구한다.

' 좋아. 다음은 이것이다. 감동물은 울어서 곤란하니까…. 이것이다. 잭과 콩나무'
'테에엣!! 테에에!! (두근 두근..)’

자실장은 어느 새 내 무릎 위에 올라앉아 두 손을 꼭 쥐고 스탠 바이 상태다.

'옛날 옛적에 어느 먼 왕국에, 커다란 콩나물이 있었습니다'
'테차 아아 아아 아아아아ㅏ아아 아아아아ㅏ아아 아아악!!!!?‘

이제 막 한 페이지를 넘겼건만 요란한 반응을 보이는 자실장. 두 눈에서 눈물을 쏙 빠지도록
울어대며 팬티에 잔뜩 똥을 싼다.

'우와! 더러워! 그것보다...‘

그림책에는 몽둥이를 들고 있는 거인이 꽤 리얼하게 그려져있었다. 털복숭이에 험상궂은 얼굴로
노려보고 있는 사진은 확실히 자실장에겐 너무 이른 것 같다.
반성. 자실장이 지린 팬티를 새것으로 바꾸어 주곤, 마음을 다잡아 조금 점잖은 그림책을 선택한다.
'헨젤과 그레텔'로 정했다. 이 놈은 무려 ‘냄새가 나는 그림책’이다. 페이지를 넘길 때 마다 그림에
맞는 냄새가 나온다. 과자집이 나오면 과자냄새가 나고, 숲 속이 나오면 숲냄새가 나오는 식이다.
나는 새끼 실장을 다시 무릎 위에 앉히고 그림책을 읽어준다.‘

‘저기봐 헨델. 과자집이야’
'테에...!?(쿤!! 쿤쿤!!)’

즉시 냄새에 반응했는지, 그림책을 가리키며 츄왓!!츄와와왓!라고 나의 얼굴을 살피다.

'하하하. 신기하지? 실은 나도 신기하다. 응? 이건 초콜릿 냄새?'
'테에에? 테에츄?‘

그림인데도 냄새가 나는 것에, 신기한 얼굴로 계속 들여다보는 자실장.
냄새에 반응하여 그림을 손으로 집어보지만 아무것도 잡히는 것 없이 그저 빈손을 입에 넣고 우물거린다.

'하하하. 냄새만 나지 그냥 그림이야. 먹는게 아니야'
'테에엣!! 테츄!! 테츄우~웅 ♪ 츄우우~웅 ♪’

냄새가 나는 부분을 할짝할짝 핥기시작하는 자실장.

'책 망가진다. 하지마. 그래..잘 했어!‘

종이에 코딩이 되어있는지 누글누글해지지는 않았다. 자실장은 반성하는지 고개를 늘어뜨리고
테...하고 중얼거리는 것이 조금 불쌍해보인다.
좋아 그럼 힘이 나게 해줘야지. 모험 활극물이 좋겠군.
나는 다음에 꺼낸 것은 최근 화제가 되고있는 『 낙원 붕괴 』
새로운 그림책을 꺼낸 것을 보곤, 기운이 금새 되살아난 자실장. 눈을 반짝이며 내 무릎 위에
올라타 두 팔을 휘두른다. 음음 효과가 빠르군.

'이대론 낙원이 함락당하는 데스!!! 놈들은 본당으로 밀고들어온 데스!!‘
'사장님을 지키는 데스!! 로우, 로우! 300의 결사대를 데리고 본당을 탈환하는 데스우!‘

뭔가 뜨거운 그림책이다. 읽는 나도 피를 말리는 내용이다.
자실장도 숨을 죽이고, 그림책의 진전을 지켜보고 있다.

'전국의 실장석에게 지령인 데스우!! 모두 궐기하여 사장님의 구출작전에 동참하는 데스!!'
'전쟁인 데스! 궐기인 데스!!!‘
'테쟈아 아아 아아 아아아아ㅏ아아악어..!‘

우와. 깜짝 놀랐어!!
지금까지 얌전히 그림책을 보고 있던 자실장은 벌떡 일어나 괴성을 내지러더니 거실의 창문으로
달려나가 ‘테샤아아아!’하고 소리지르기 시작한다.

'왜 그래? 밖에 나가고 싶어?'
'츄와아아아앗!! 테치이이이ー이잇!! 츄와아아아앗!‘

나는 새끼 실장의 무시무시한 분위기에 압도되어 무심코 창문을 열어 버린다.

'테에엣!! 츄와아아아앗!!! 테치이이이이이ーーー이잇!‘

그대로 밖으로 달려나가는 자실장.
나는 어리둥절하여 자실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녀석의 멀어져 가는 등을 바라보았다.
(끝.)




『 실장 3자매 』
내가 키우는 실장석들은 너무나 사이가 좋은 실장 삼자매.
초등학교 시절부터 길러온 실장석 자매들은, 나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금 남아있는 유일한 가족이다.

‘뎃스웅~♪’
‘데스! 데스우우!’
뎃데레~♪‘

내가 가는 곳마다 애교있다 달라붙으며 장난을 걸어온다.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흐믓한 광경.
더불어 이 세 자매는 우애가 강하다.
보통 실장석이라는 종은, 육친사이라 해도 서로 죽이려 드는 놈들이 많지만, 내가 키우는 이 세자매들의
우애는 그야말로 견줄바 없이 아름답다.
내가 쿠키를 1개만 준다고 하면

'데뎃? 데스우!데스우!‘

장녀 조안나는 귀여운 여동생들에게 쿠키를 양보한다.

'데스우?데스데스우ー!'

차녀인 페트리샤는 그것을 사랑하는 막내 동생 파르나스에 주려고 한다.

'데데! 데스우! 뎃스우~웅 ♪’

총명한 파르나스는 1장의 쿠키를 3개로 나누어 이를 똑같이 나누어 먹는다.
이 3마리는 집에서도 늘 함께이다.
목욕도 3마리가 함께. 옷을 세탁할 때도 함께. 침대도 같은 침대.
식사도 접시 하나에 쌓이 푸드를 사이좋게 나누어 먹는다.
나에게 기대어 누울 때도 오른쪽 무릎은 장녀 조안나. 무릎은 차녀 페트리샤.
사타구니에는 삼녀 파르나스가 다소곳이 앉아 나랑 즐거운 단란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그런 3자매이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3마리 모두 눈이 녹색으로 되어 있었다.
그래. 임신의 타이밍조차 함께 하는 우애깊은 삼자매인 것이다.


'''뎃데로게~♪ 뎃데로게~♪'''

1마리가 부르는 태교의 노래만 해도 시끄러운데, 3마리가 함께 부르는 것은 정말 요란한 수준이다.
그러나 고독한 도시인인 나에게 있어 이 정도 소음은 오히려 집안에 활기를 가져다주는 감사한 노래다.
더구나 새로운 가족이 늘어나는 것 이다. 이보다 더 기쁜일이 있을까?

'뎃데로~♪ 뎃데로게~♪’

딸 조안나는 자신의 배를 움켜잡지 않고, 차녀 페트리샤의 배를 가엾게 어루만지며
페트리샤의 배에게 노래를 부르고 있다.

'데프프프! 데프프프프!‘

그런 착한 장녀의 배려에 볼을 붉히며 기뻐하며 패트리샤.
패트리샤도 질세라, 셋째 딸 파르나스의 배를 어루만지며 태교의 노래를 부른다.
파르나스도 장녀 조안나의 배를 쓰다듬으며 사랑하는 누나의 새끼의 행복을 기원하며
이 세상을 찬미하는 노래를 불렀다.

'뎃데로~♪ 우게에~♪'
'우게~우 ♪ 뎃데에~♪'
'보에~우 ♪ 뎃데로게~우 ♪’

그런 행복 가득한 세 자매의 배는 어느새 만삭이 됐고, 얼마 후 출산시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 좋을까. 여기 세면기. 3개 준비했다’

그것을 거부한 것이 장녀 조안나였다.
잘 때도 1장의 담요. 식사 때도 한 장의 접시.
모든 것을 함께 공유하는 세 자매. 공간과 시간을 늘 함께해 왔고, 그것은 분만의 때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결국 물이 담긴 세숫대야 1개 주변을 원형으로 둘러싸고 서로를 바라보며 자세를 잡는다.
서로에게 노출된 총배설구를 내미는 삼 자매.

'데~...데~...‘

숨이 가파온다. 임신한 시기도 같으면 출산 때도 그것은 마찬가지였다.
세 자매의 두 눈이 빨갛게 변하고, 숨소리도 후욱후욱…으로 바뀌더니 세 자매는 힘주어
사랑하는 새끼들을, 하나의 세면기에서 출산하기 시작한다.

텟테레ー ♪ 텟테레ー ♪ 텟테레ー ♪
텟테레ー ♪ 텟테레ー ♪ 텟테레ー ♪
텟테레ー ♪ 텟테레ー ♪ 텟테레ー ♪.

잇달아 태어나는 새끼들.
딸 조안나는 사랑하는 자신의 새끼를 집어들고 점막을 취해주려고 한다.

'데...데..데스우~웅 ♪ 데?‘

점막을 핥기 직전, 누군가 장녀 조안나의 손을 붙잡는다.

'데스우!! 데스! 데에스!‘

차녀 패트리샤였다. 마치 그것은 자신의 자식. 언니, 만지지 말아 라고 말하려는 눈빛이다.
그 틈에 출산을 마친 셋째 딸 파르나스가 데?데?하며 눈을 희번덕거리지만, 어느 것이
제 자식인지 분간이 가지 않아,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결국 물속에서 우글거리고 있는
구더기 중 한 마리를 집어올려, 점막을 핥아주려고 혓바닥을 내민다.

'데뎃!! 데스아!! 데스아!‘

그것을 막는 것은 장녀 조안나. 삼녀 파르나스가 자신의 자에게 손을 댄다고 생각하는지 크게
화를내며 소리지른다. 파르나스는 당연 자신의 자라 주장하며 점막을 빨리 취해주려 한다.
폭발한 장녀 조안나는 삼녀의 뺨을 후려갈기고, 들고있던 구더기를 잡아챈다.

'데덱? 데? 데데?‘

맞은 파르나스는 방금 무엇이 일어났는지 모른다.
잠시 후 올라오기 시작한 통증과 함께 새끼를 지키기 위한 모성의 분노가 솟구쳐 오른다.

‘뎃스우~웅♪ 데뎃? 데갸아아아아아!!’

자신의 구더기를 핥아주려는 장녀 조안나을 때린 것은 차녀 패트리샤.
두 자매에 응전하듯 삼녀 파르나스도 다른 구더기를 집어 올린다.

'데뎃!! 데갸아아아아!! 데스! 데에ー스!‘

삼녀가 새로운 구더기를 들어올리자, 그것을 그대로 봐주지 않는 두 자매.
분노의 함성을 지르며 삼녀의 다리를 걷어차 넘어뜨린다.
삼녀는, 18마리의 구더기들이 꼬물거리며 물장구치고 있는 웅덩이 위로 넘어진다.
놀란 삼녀는 이리저리 세면기에 부딪치며 발버둥 쳤고, 안에서 헤엄치고 있던 구더기들을 터트린다.

'뎃!! 데샤아아아!! 데샤아아아아!'
'데스아!!데스아!‘
'데!? 데스! 데스! 데에ー스!‘

성인남성이 들어가기에 약간 비좁은 욕실이었다.
그 욕실에 풀어놓은 18마리의 구더기를 두고, 장렬한, 자매의 난이 벌어진다.
주먹과 발길질이 오가고, 쓰러지고 발버둥쳤다.
그 바람에 점점 적록색 덩어리로 변해가는 구더기들.
모두 반미치광이가 되어서, 서로에게 분노의 화살을 돌린다. 한참을 더 몸싸움이 계속 되었고
그 와중에 새끼들은 계속 압사한다.

'어이, 이제 다 태어났어?‘

그들의 출산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나는 거실에서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안에서 들려오는 소란으로 보아, 막 태어난 자들이 모습에 기뻐하며 날뛰는 모양이라 생각하였다.

'다 됬지? 들어간다?‘ (끼익)
'데에……'
'데스우~...'
'데즈우우...‘

내 눈앞에 펼쳐진 것은, 녹색과 빨강색 액체가 벽과 천장까지 튀어버린 욕실이었다.
그 난리통 한 가운데에는 세 자매가 얼빠진 눈으로 이미 숨져있는 구더기들의 잔해를 이리저리
끼워맞추고 있었다.
(끝.)




『 임신 』

최근 생긴 마트에는 실장석 용품코너가 있다.
실용적인 것부터, 파티용품까지 사육실장에게 필요한 다양한 물건이 있다.
나도 사육실장을 기르고 있다. 가끔 여기서 신기한 상품이 보이면, 구매하여 우리집 사육실장과
노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오늘 내가 사온 물건은 『 가짜 임신 장치 』
나는 의기양양하게 포장지를 뜯고 안의 취급 설명서를 읽는다.
취급 설명서와 함께 동봉되어있는 것은 녹색의 칼라 콘택트와 띠가 달린 패드.
에~일단...대상 실장석의 오른쪽 눈에 컬러 렌즈를 넣습니다.
그리고 이 패드를 배에 두른 후 잘 묶습니다. 흘러내리지 않게 잘 묶은 후에는 실장옷을 내려서
띠가 보이지 않게 해주세요.
과연. 내 사육실장 아리사에게 이 가짜임신장치를 몰래 사용해보기로 한다.

'데프~...데피~...‘

그래 그래. 아리사는 이때쯤 항상 자는 낮잠에 한창이다.
나는 재빨리 아리사의 치마를 넘기고 가짜 임신 벨트를 채우고, 스커트를 내린다.
과연 정말 임신한 것처럼 배가 볼록하게 부풀어 올랐다.
그리고 약삭빠르게 오른쪽 눈동자를 올리고 컬러 렌즈를 삽입.
이것으로 준비는 만전이다.

'데..? 뎀냐...뎀냐.‘

30분 후. 아리사가 낮잠에서 일어난다.
크게 기지개를 켜고, 데스우~♪ 데스우~♪거리며 나를 찾아 달려온다.

'데뎃!! 데스우?‘

크게 휘청이며 쓰러질 뻔한 아리사.

'데덱? 데?'

자꾸 배의 주위를 둘러본다. 신기하지만 뭔가 석연치 않은 모습이다.
그런 아리사 나는 일부러 놀란 듯 말을 건낸다.

'아리사. 너 임신한 거 아닌야!'
'데스우?'

무슨 말? 그런 표정으로 나를 되돌아보다 아리사에게 나는 거울을 보여준다.

'데...'

거울에 비친 아리사는 칼라 콘택트의 덕분이 두 눈이 정말 훌륭하게 녹색으로 되어 있었다.

'……데뎃!'

겨우 일의 진의를 알아차린 아리사가 거울을 양손으로 쥐고 소리친다.

'잘됐네. 아리사. 아이가 생기기 어려운 체질이라 그 동안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더니만...결국 성공했네!‘
'데데데뎃!! 뎃스우~웅 ♪ 뎃스우~웅 ♪’

그렇다. 아리사는 새끼를 가질 수 없는 몸이다. 그래서 준비한 깜짝파티.
아무리 노력해도 임신을 할 수 없었던 아리사는 최근 자포자기 상태였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주어진
선물에 깜짝 놀라, 뛰어오를 듯 기뻐한다.

'뎃스우~웅 ♪ 뎃스우……데..데에에에엥!! 데에에에에에에엥!‘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아리사

'자, 아리사. 울면 모체에 영향을 미친다. 울음을 그치렴'
'데에에엥!! 데에에엥!! 뎃승..뎃승...‘

눈물을 닦으며 분홍색의 홍조를 띤 뺨으로 사랑스러운 배를 쓰다듬는 아리사.

' 좋아. 아리사. 사양하지 말라고'
'데에……'
'노래해'
'뎃스우~웅 ♪ 뎃데로게에~♪ 뎃데로게에~우 ♪'

그날, 아리사의 태교의 노래는 밤 늦게까지 울려퍼졌다.
다음 날부터 아리사는 달라졌다.

'아리사. 뭐 하는 거야'
'뎃!뎃! 휴~뎃! 뎃! 휴~'

어디에서 주워들었는지 자꾸 라마즈 호흡법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와구와구! 꿀꺽!! (쿵!) 데프우~'
'한 그릇 더 달라고? 너...왠지 많이 먹는거 아니야?‘

식사량은 거의 2마리분으로 늘었다. 게다가 왠지 레몬이나 신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자실장 인형을 주면 진지하게 기저귀 교환 훈련을 시작하기도 한다.
밤울음 때의 대책일까. 밤중에도 갑자기 일어나, 자실장 인형을 등에 엎고
달을 가리키며 보에~♪ 보에~우 ♪하고 맑은 목소리로 자장가를 부르곤 한다.

너무 지나치게 몰입하는 아리사 걱정되어 장난을 이쯤에서 끝내기로 한다.
미리 웹캠을 설치하고, 내 방에 연결해서 아리사의 반응을 몰래 지켜볼 수 있도록 준비한다.
“넝ㅋ담ㅋ”이라고 쓴 판도 미리 챙겨놓는다.
아리사가 낮잠을 자고 있는 틈을 타, 컬러 콘택트와 허리벨트를 제거한다.
깨어난 아리사.

'뎃데로게~♪ 뎃데로게~♪'

기상과 동시에, 배에 손을 얹고, 태교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뎃데로게~♪ 뎃데? 데...데스우?‘

배 주변을 문지르는 손이 아무래도 미덥지 못하다. 왠지 가벼운 발걸음에 뎃?뎃?하고 의아해한다.
왠지 모를 허전함이다.

'데스우?'

일어서서 내가 갖다 놓은 거울을 들여다 본 순간 ‘데에....’와 함께 아리사의 말문은 막힌다.
그리고,
'데갸아아아아아아아!! 데갸아아아아아아!‘

데에에엥!!데에에엥!! 하고 울부짖으며 실장옷과 속옷을 벗어던진다.
전신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은 임산부의 모습이 아니다. 배가 도로 들어가 있는 자신의 모습.
옆방에서 숨어서 지켜보던 나는 눈물이 빠지도록 웃었다. 화면 속 아리사가 자신의 배와 거울을
번갈아 보며 절규하는 것까지 보고, 난 이쯤에서 끼어들기로 결정한다.
방문을 열고, 나는 승리의 포즈를 취하며 ‘넝ㅋ담ㅋ’이라고 적힌 판을 들어올린다.

아리사는 나의 모습에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뭔가 문든 생각난 듯 선반의 꽃병을 넘어뜨린다.
훌쩍이는 아리사는 울음을 억누르며 꽃병 속 조화를 꺼내 총배설구에 쑤셔넣었다가 자신의 입에
쑤셔넣었다가를 반복한다. 한참을 쑤시고 난 후 거울을 다시 보지만 두 눈은 여전히 적록색.

아리사 두 눈에는 눈물이 굵은 눈물이 흘러나온다. 뭔가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한 모양.

나는 상자안에 숨겨놓은 칼라 콘택트 렌즈와 허리벨트를 꺼내어 아리사에게 건네준다.
그제야 모든 일의 전말을 깨달은 아리사.

'데...‘

아리사의 두 눈은 회색으로 물들더니 잠시 후 [파킨...!]하는 건조한 소리가 들린다.
뒤로 쓰러진 아리사는 다시 일어나는 일이 없었다.
(끝.)




『 꽃이라는 이름의 실장석 』

‘테에에에에ーー엥!! 테에에에에ーー엥!’

분향 냄새가 풍기는 어둑어둑한 방.
작은 관 속에는 싸늘한 친실장의 누워있다.

‘테치이이이ー잇!! 테치이ー잇!’

그리고 그 관 주의를 빙글빙글 돌고, 까치발을 들고 관을 들여다보며 발을 구르는
자실장의 모습이 있다.

테에에엥!! 테에에엥!! 테치이ーーーー앗!

이미 녹색으로 부풀어 덜렁거리는 속옷은 관 주위를 돌 때마다 점점 더 부풀어 오른다.
그 관 위에 놓은 사진은 친실장의 영정.
초로의 여성에 안긴 채 볼을 붉힌 성체 실장석의 사진이다.
그 실장석 두 눈은 녹색이었다.
처음 엄마가 되는 불안과 새끼를 낳을 기쁨이 섞인 복잡한 표정.
그런 친실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품어주는 초로의 여성.

‘테에에에에ーー엥!! 테에에에에ーー엥!’

자실장은 아직도 어미의 냄새가 나는 관 주위를 빙글빙글 돌면서 새벽 가까이까지 울부짖는다.

이제 실장석을 키우고 싶지 않다.
가족같았던 애완동물을 잃은 충격을 이기지 못한 초로의 여성은, 오랫동안 키워온 친실장의
새끼를 다른 곳으로 보내기로 한다.

'하나코야. 니 엄마는 죽었어.‘
‘테치이ー잇!! 테치이이ー잇!’
'아직 철부지 아기네'
‘테에에에에ーー엥!! 테에에에에ーー엥!’

친실장의 관 주위를 맴도는 철부지. ‘하나코’라고 불린 자실장.
어미의 갑작스런 사망을 마주한 자실장이라면 당연한 행동. 하지만 마음고생을 거듭한 초로의 여성은
하나코의 대응에 녹초가 되어버렸다.
며칠 후, 하나코는 여성의 아들에게 맡겨진다.

‘테에에에에에ー엥!! 테에에에에에에ー엥!!’

친실장도 잃고, 주인인 초로의 여성에게까지 버림받은 하나코의 충격은 엄청났다.

‘테에에에에ーー엥!! 테에에에에ーー엥!’

앞으로 새롭게 지내게 될 집에서 먼저 한 것은 빵콘.
본 적 없는 낯선 인간. 본 적 없는 집. 친실장도 주인도 없는 장소.

‘테치이이ー잇!! 테치이ー잇!’

속옷을 부풀리며 구석으로 도망가는 자실장.
한 걸음 떨어진 곳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며 씁쓸한 웃음을 짓는 초로의 남성에게, 자실장은 손으로
허공을 긁으며 ‘테샤아아아앗! 샤아아아앗!!’ 하고 위협을 반복한다.
손으로 잡아 안으려 하면, 골판지 상자의 사방을 휘저으며 달아난다.
좁은 골판지에 갇혀 있는 꼴이 안쓰러워 하나코를 밖으로 꺼내주는 남자.

‘테에에? 테에에엣!’

두 눈을 희둥그레 뜨고, 온 집안을 뛰어다니기 시작한다.
초로의 남자는 하나코가 좁은 곳에서 넓은 장소로 나오게 되어 기뻐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자실장의 진짜 마음은 아무래도 다르다.

‘테에에엥!! 테에에에엥!’

커튼 뒤로 숨은 하나코는 질질 흘러내리다 못해 바닥에 떨어지는 눈물을 커튼으로 닦아내며
힐끔 바깥을 살핀다. 그리고 또 뛰어나가 테치이이이이ーー잇!하고 외치며 옆방으로 도망간다.
남자가, 하나코는 어미를 찾고 있는 것을 깨달은 것은 얼마 후의 일.

‘테치이이ー잇! 테치이이이ーー잇!!’

집안을 세바퀴나 돌아보고서야 어깨를 들썩거리며 숨을 내쉬는 하나코. 안타까움에 발을 굴린다.
속옷은 브리브리 초록으로 물들고, 손발을 파닥거리며 통곡한다.
자실장이라고는 하지만 그 울부짖는 소리는 제법 커, 이웃에게 폐를 끼치고 있다.
초로의 남자는 뭔가 하나코의 울음을 그치게 하려고 푸딩이나 콘페이토를 흔들며 어른다.

‘테에? 테츄우~웅♪’

달콤한 냄새가 콧속에 가득 차자, 곧 울음을 그치고 애교의 목소리를 낸다.
그러나 푸딩과 콘페이토의 효과도 잠시 뿐.

‘테에에엥!! 테에에에엥!’

10분도 지나기 전에 도로 울기 시작한다.
남자가 다시 달랜다고 해도 전혀 울음을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테에에에에ーー엥!! 테에에에에ーー엥!’

다시 집안을 배회하는 하나코.
카펫을 들춘다. 커튼을 젖힌다. 소파 뒤를 돌고 또 돌더니 그 뒤로 돌아가 쭈그려 앉아 도로
울기 시작한다.
초로의 남자는 훈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하나코의 두건을 붙잡아 올려, 큰소리로 꾸짖는다.
니 어미는 없다. 이 집에서 살려면 조용히 해라.
자신이 주인이며 말을 듣지 않으면 집에 두지 않겠다.
위엄있게 말하되, 위축되진 않도록 신경쓴다.
그리고 흐느끼는 하나코의 눈의 눈을 정면으로 노려본다.

........
초로의 남자의 목소리를 이해했는지, 하나코는 딱 울음을 그친다.
좋았다. 초로의 남자는 최대한 억양을 누그러뜨린다곤 했지만, 하나코가 가늘게 떨고 있을 게
분명하다. 잘 보면 이를 심하게 부딪치며 가늘게 울고 있었다.
잠시 후 브리리리...하는 소리와 함께 속옷이 부풀었고, 동시에 역한 냄새가 훅 풍긴다.

‘......테에’

남자에게 두건을 잡힌 채 빵콘을 해버린 하나코. 부풀어 오른 속옷은 미끈거리는 똥에 조금씩 흘러내리더니
툭 소리와 함께 떨어져 바닥을 더럽힌다. 정신이 아찔해지는 남자. 천천히 하나코를 바닥에 내려놓는다.
하나코는 멍하니 초로의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테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엥!’

동공이 열린 눈으로, 마치 괴물을 보는 것처럼, 하나코는 입을 있는대로 벌리고 지금까지 이상의 소리를
내 울기 시작했다.

‘테에에에에에ーーーー엥!! 테에에에에에ーーーー엥!!!’

더 이상 견딜 수 없다. 남자는 하나코의 주둥이를 손가락으로 틀어막는다.

‘테에에...읍? 테에에엣!!’

초로의 남자는 손가락을 하나코에게 물린다. 자실장이 씹어버린 것이다. 대단한 통증은 없지만
그 행위는 확실히 거절의 행동.

‘테치이이이이~~!! 테치이이이이이이!!!’

그리고 하나코는 도망치듯 방을 뒤로 하고, 다시 어미를 찾아 온 집안을 누빈다.
초로의 남자는 방금 일로 마음을 굳힌다. 이 자실장은 자신이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다.
그리고 조용히 하나코늘 처분할 것을 결의한다.

초로의 남자는 왠지 젊은이들이 실장석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 같아, 조카에게 연락을 취한다.
옆 동네 살고 있는 조카에게, 하나코의 성장과정과 이 집에 온 전말을 이야기해 주고, 분양의
절차나 관련 보호시설 따위를 물어본다. 조카는 삼촌을 만류하며, 자신이 하나코를 맡겠다고
한다. 초로의 남자 입장에서 거절할 이유는 없다. 생각보다 잘 풀린 것에 남자는 조카에게
거듭 감사를 표하고, 하나코를 데려갈 시간을 조정한다.

다음날 삼촌의 집에 도착한 조차. 조카는 하나코는 자신이 맡으니 문제 없을 것이라고 안심시킨다.
더 이상 하나코와 엮이고 싶지 않은 남자는 하나코와 작별인사도 없이 조카를 배웅하고, 그대로
집에 들어간다.

아침부터 난데없이 손에 낚아채진 후, 골판지 상자에 갇히게 된 하나코. 어두운 상자 안에서 잔뜩
몸을 웅크리고 온 신경을 소리에 집중한다. 두런두런 목소리가 오가고, 부웅하는 기계음이 한참
들린다. 그리고 잠잠해지는 주변. 드디어 골판지 상자의 뚜껑이 열리고, 다시 상자 안은 환해진다.

처음 보는 남자. 낯선 남자는 하나코를 거칠게 낚아채어 수조에 집어던진다.

‘테에..? 테에?!’

투명의 벽으로 둘러싸인 수조는 딱정벌레를 기르던 것으로, 자실장인 하나코에겐 좁은 수조였다.

‘테에에에에ーー엥!! 테에에에에ーー엥!!’

또 다시 바뀐 환경에 하나코는 큰 소리로 울기 시작한다. 남자는 부엌에서 보온병을 들고와
내용물을 수조에 쏟아버린다.

‘테에에에엥!! 테에에....치잇?! 테치이이잇!! 테샤아앗 테샤아아앗!!’

방금 전까지 펄펄 끓고 있던 물이다. 생전 처음 겪는 열상에 날뛰는 하나코.
그런 모습을 위에서 싱글싱글 웃으며 바라보는 남자.
조카인 남자는 학대파였다.
삼촌이 들려준 하나코의 불쌍한 성장과정은 남자의 구미를 당겼다. 일부러 오늘 월차를
내고 당장 데려온 것도, 이런 모습을 보기 위해서였다.

‘테샤아아앗!! 테...테샤아아아앗!!’

물이 허리까지 잠겼고, 이미 하반신의 피부는 고온의 물에 날름거리며 빨갛게 벗겨진다.
그래도 남자는 개의치 않고 하나코의 턱밑까지 뜨거운 물을 마저 붓는다.

‘테치이이이이이ーーーー잇!!!’

피눈물과 탈분으로 물에 적록색 이물질이 번지면서 하나코는 손발을 파닥거리며, 그 물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그러나 자실장의 노력은 전혀 쓸모없었고, 마침내 하나코는 정신을 잃었다.
사람의 손가락을 집어넣어도 퉁퉁 부어오를 정도의 열탕에서, 하나코는 혀를 축 늘어뜨리고
물 위로 힘없이 둥둥 떠오른다.

남자 학대는 이어졌다.

‘‘테에에에에ーー엥!! 테에에에에ーー엥!’

자신을 안아주던 친실장은 없다. 다정하게 쓰다듬어주는 주인도 없다. 달콤한 것을 주던 남자도 없다.

‘테치이이이이이이ーーーー잇!! 치에에에에에에에ーーーー엣!’

목이 찢어지도록 소리 지르자, ‘시끄럽다’라는 대꾸와 함께 주먹으로 맞았다.
데코핀도 아니다. 툭 하고 치는 수준도 아니다. 인간의 진심을 담은 일격이다.
쭉 밀려난 하나코는 책상과 주먹사이에 압박되고,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뇌리에 울렸다.

‘테에...!! 이...!!‘

애원을 해보고, 아첨을 해봐도 남자는 용서가 없다.
억세게 두건을 젖히자 하나코의 풍성한 앞머리가 흘러내려온다. 두려움에 떨리는 목소리로
항의하며 두 손으로 머리를 가린다. 남자는 간단히 자실장의 두 손을 젖히고 앞머리를 잡아
뜯는다. 우두득 거리며 뜯기는 밤색의 머리카락. 하나코가 보는 앞에서 하늘하늘 떨어뜨린다.

천천히 떨어지는 머리카락을 보며 자신의 앞머리를 쓰다듬는 하나코. 절규하며
바닥에 들러붙은 머리카락을 집어 텅 빈 앞머리에 열심히 붙이려 하지만 소용없다.

휴식도 잠시, 남자는 바늘을 머리 중심에 찌른다.

‘테...치이...’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격통에 하나코의 입이 쩍 벌어진다.

‘테에엣!...텟!! 테에에!!...엣!’

하나코는 두 눈에 흰자를 드러내고 입에서 거품을 토한다.

‘......치이!......치이!!’
‘테에에에에ーーーーー!! 에에에에ーーーーー!’

갈라진 목소리로 비명을 지르는 하나코. 비명은 점점 새되게 변하고 마침내는 목이 쉬어버려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을 때까지 질러대다 기력을 다해 기절한다.
그런 하나코를 보고 큰소리로 웃는 남자.

잠시 후 깨어난 하나코. 정신이 몽롱하고 눈에 초점이 맞지 않아 제대로 앉지도 못한다.
간신히 등을 수조 벽에 기대어 앉는데 성공한 하나코.
그런 하나코 앞에 남자는 전신거울을 둔다. 하나코는 처음엔 믿지 않았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머리를 더듬어 확인한다.
그 틈에는 바늘이 잔뜩 꼿혀 있다. 마치 연필꽂이 같이 된머리를 보자
‘치이이이이이이이이~~~~잇!!!’
하고 하나코는 외칠 수 밖에 없었다.

1개월이 경과했다.
하나코는 좁은 수조 속에 힘없이 누워있다.
뺨은 야위고 입술은 건조해 갈라지고 눈은 패어있다.
가끔 테치...하고 힘없이 중얼거리는가 하면, 무기력하게 수조의 밖을 바라보는 수밖에 없는 하나코.

‘이제 슬슬 해볼까?’하고 남자가 중얼거린 것이 귀에 들어갔는지 모르지만, 남자가 다가오는 것을 보자
‘치이....’하고 울먹이는 하나코.
커다란 손은 내려와 하나코를 잡는다.
또 다시 시작된다. 라고 생각한 하나코는 있는 힘을 다해 남자의 손을 밀어내지만 그야말로 미약.
남자는 옆에 놓인 노란색 액체를 스포이드로 빨아드린다. 그리고 하나코의 입에 스포이드를 쑤셔넣어
액체를 흘려보낸다. 끅끅거리는 소리를 내지만 하나코의 몸은 착실하게 용액을 흡수한다.

스포이드를 빼자, 하나코는 몸의 이변을 느낀다. 온 몸의 고통이 사라졌다. 만성적으로 남아있던 흉터에는
순식간에 새살이 돋아났고, 피부는 매끈해진다. 전신에는 힘이 넘친다.

남자는 갑작스런 변화에 의아해 하는 하나코를 손바닥에 올리고 목욕탕으로 향한다. 방금 남자가 준
용액이 뭔가 자신을 도왔다는 정도는 아는 하나코는 일단 얌전히 몸을 맡긴다.
남자는 하나코를 목욕탕에 데리고 가, 따뜻한 물로로 몸을 씻긴다.

'여러가지 지금까지 고마웠어.'그런 마음을 남자는 토로했다.
오늘 따라 다정한 남자. 손길도 평소와 다르게 따듯하고 편안하다.

‘테츄우~♪ 테츄우~웅 ♪’

금새 경계를 누그러뜨리고 달콤한 목소리로 운다.
하나코는 쿠션위에 앉혀진다. 참으로 오랜만에 느끼는 폭신함에 불을 붉히며 쿠션을 만지작거린다.
잠시 후 남자는 깔끔해진 실장옷을 하나코에게 건네준다.
이전, 빼앗겨 정신없이 울었던 것도 떠올리는 하나코. 그렇게 그리던 옷을 돌려받았다.
뿐만 아니라 예전보다 뽀송뽀송해졌고, 색깔도 선명해졌다. 게다가 어딘가 모르게 나는 은은한 꽃향기.

계속 이어지는 남자의 친절에 하나코는 귀엽게 울어대며 기뻐한다.
귀는 삐쿠삐쿠. 코는 피스피스. 다리는 흔들흔들. 왠지 모를 호의에 기대에 부푼 하나코.
다음은 뭘까 하고 잔뜩 기대해 본다.

‘뎃스우~웅...’

그것은 분명 옆방에서 들렸다.

‘테에...’
그것은 성체 실장석의 목소리
여기에 와서 처음 듣는 다른 실장석의 목소리

‘뎃스우~웅’

틀림없이. 실장석의 목소리다.

‘테치이이이이~~!!테치이이이이~~!!’

하나코는 성급히 뛰쳐나가려 하는 바람에 쿠션에서 굴러떨어진다.

‘마마! 마마의 목소리다!’

하나코는 그렇게 생각했다.
여기에 와서 처음 듣는 다른 실장석의 목소리.
아니, 그것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듣는 어미 이외의 들실장의 목소리다.
꿈에서도 어미를 갈망하던 하나코가 그것을 어미의 목소리라고 믿기에 충분한 상황이었다.

‘테치이이이이~~!! 테치이이이이~~!!’

책상 모퉁이까지 달려가 두 손을 휘젓고 있는 힘껏 대답하는 하나코.
너무 흥분하여 공복인데도 불구하고 물같은 똥을 싼다.
그 모습을 본 남자는 하나코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자신의 손 위에 올린다.

하나코는 남자에게 귀을 쫑긋쫑긋시키고 콧구멍을 피식피식거리며 새된 목소리를 울어보인다.
완전히 남자를 신뢰하게 된 하나코는 남자의 엄지손가락에 뺨을 비벼대며 감사를 표한다.
남자도 하나코의 머리를 쓰다듬고, 옆방으로 향한다.

‘뎃스우~웅 ♪ 뎃스우~웅 ♪’

옆방에 있던 것은 성체 들실장. 방을 들어서는 남자의 모습을 보고 토테토테 달려나온다.

‘테치이이이이이이잇!!! 테치이이이이이이잇!!! (마마! 마마다!!)’

처음 보는, 어미 이외의 실장석.
그 모습을 보자마자, 하나코는 대흥분. 남자의 손바닥위에 물똥을 뿌리며 콩콩 뛰어오른다.
남자는 기뻐하는 하나코를 가엾게 여기는 듯 부드럽게 쓰다듬어준다.

‘데스우?‘
‘테츄우~웅 ♪ 테츄우~웅 ♪’

남자의 손에서 성체 들실장에 건네지는 하나코.
들실장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첨을 계속하는 하나코를 바라보고만 있는다.

‘테에에에엥!! 테에에에엥!!’

감격스러운 하나코가 울기 시작한다. 들실장의 손에 안겼을 때에는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을 정도였다.

‘테에에에에ーー엥!! 테에에에에ーー엥!!!’
‘데이...’
성체 실장석은 우는 하나코를 잠시 바라보다가, 입을 벌리고 머리부터 씹어먹는다.
무그무그하고 우물거리는 들실장은 몇 초도 되지않아 하나코를 말끔히 먹이치운다.
손에 묻은 하나코의 체액을 핥으며 남자에게 뎃승~하고 우는 들실장.
(끝.)



『 신주쿠 구더기 』

최근, 사육실장이 산책 중 유괴당하는 사건이 다발하고 있다.
범인은 악랄하게도 모두 임신 중의, 행보 가득한 미소를 품은 실장석만 노리고 납치하고 있다.
후타바시에서만 이 달 들어 이미 20건 이상의 납치가 보고되었다.
범인은 주도면밀한 준비를 하고 있는지, 물적증거를 아무것도 남기지 않아 경찰도 속수무책.
고민을 거듭한 경찰은 함정수사를 결정한다.
함정수사에 뽑힌 것은 임신2주인 사육실장 린다.
연분홍빛 주름장식이 있는 임산부 실장옷을 입고 두 녹색 눈으로 귀여운 교태를 부리는 린다의
등에 발신기를 붙인다.

'데스우?데스우?'

등에 달린 장치에 위화감을 느낀 듯 등를 확인하려는 린다.
마치 꼬리를 쫓는 개처럼 그 자리에서 빙빙도는 것이 정말로 아기자기하다.
린다를 산책 보낸 후, 약간 떨어진 곳에 잠복한 형사들.

'뎃데로게~♪ 뎃데로게~♪'

혼자서 공원에 산책을 허락받은 린다는 잔뜩 신이 나 있다.
뺨을 붉게 물들이며 부풀어 오른 배를 사랑스럽게 문지른다.
주위에서 보면 사람도 부러워하는 행복으로 충만하다.

'데스우?데스우?'

봄의 화창한 바람에 흔들리는 민들레를 보고 신기한 얼굴을 짓는 린다.

'데프프프'

서투른 손으로 부드럽게 민들레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그 옆에 앉는다.

'보에~♪ 보에에~우 ♪’

행복한 나머지 신나게 노래를 부른다.
아아...이런 어여쁜 린다를 위태롭게 하면서까지 해야만 하는 수사.
모두 나쁜 것은 연속 납치범이다. 공원의 길목에서 린다 양을 지켜보는 수사원들은 주먹을 불끈 쥔다.
그때였다.
뭔가 부스스한 남성 1명이 린다쪽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옷차림도 지저분하고 초라한 입가에는 수염이 듬성듬성 나있다. 분명히 수상하다.

'데..? 데스우?‘

다가오는 남자에게 경계는커녕 입가에 손을 기대고 우는 린다.
위험하다. 수사원이 그렇게 생각한 동시에 남자는 봉투를 꺼내어 번개같이 린다를 낚아챈다.

'데뎃!!데갸아!!데갸아아!'

수사원인 사에지마가 매복지를 벗어나 검거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주임이 그 손을 잡고 말없이 고개를 흔들며 눈으로 그 수사원을 눌렀다.
유괴범은 단독범이 아니다.
발생 건수를 보아 대규모 조직이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 뛰쳐나가면 1명의 현행범은 체포한다. 그러나 우리의 목적은 조직 전체를 근절시키는데 있다.
사에지마는 입술을 씹으며 다시 매복지로 돌아오는 수밖에 없었다.

린다를 봉투에 집어넣은 남성은 황급히 자리를 떠난다.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는 형사들은 조용히 남성을 추적한다.
남성이 발걸음을 멈춘 곳은 부두의 폐쇄된 창고. 그 안에는 무수한 케이지가 운반되고 있다.
수사원 한 명이 성급하게 창고 안으로 숨어든다.
그 기척을 민감하게 느꼈는지, 케이지에 갇혀있던 실장석들은 일제히 울음을 터트린다.

'데갸아!! 데갸아!'
'뎃데로게에에에ーー!!! 뎃데로게에에에ーー!'
'데에에에에엥!! 데에에에에엥!'
'데에에!! 데에에!! 데슷? 데스데에ー스!?‘

시골 논이 늘어선 전원 풍경. 그 밤, 개구리가 합창을 들어 보았는가.
여름 숲 속. 매미의 소리에 홍수가 압도된 것을 보았는가.
사면에서 울부짖는 실장석들의 비명.
녹색 눈물을 흘리는 임신 실장석들의 마르고 쉰 울음소리다.
사에지마는 무심코 케이지의 키에 손을 걸어 눈 앞의 임신 실장석의 구출을 시도한다.
그러나 그 손을 잡은 것은 바로, 또 주임이었다.
범인들의 의도는 모른다.
그러나 그 놈들은 반드시 꼬리를 낼 것이다.
이 창고에 갇힌 채 대합창을 하는 임신 실장석들.
그녀들을 회수하기 위해, 혹은 거래를 하기 위해서 그 놈들은 나타날 것이다.
사에지마는 애끓는 심정으로 일단 자리를 뜬다.
안에는 케이지 속에서 이미 출산을 맞이하는 개체도 있었다.
물이 없어, 제때 점막을 취해주지 못해 구더기가 된 새끼들을 안고 우는 어미들.

‘데슷! 데스! 데에스!’

좁은 케이지 안에서 얼굴을 파고들며 필사의 형상으로 외치는 실장석이 있었다.
린다였다.
사에지마는 단장의 심정으로 그 자리에서 도망치듯 뛰어나갔다.
용서할 수 없는 것은 범인들이다.
이렇게 된 이상 장기전이다. 녀석들이 움직이는지, 이쪽이 포기하든지.
잠복팀은 방파제 근처에 세워진 차 안에서 팥빵을 삼키며 조용히 때를 기다린다.
땀 흘리는 손으로 총을 움켜쥔 것이 몇 번이나 될까.

'데에스ーーー웃!! 데스데스우ーーーー웃!'
'데에에에에엥!! 데에에에에에엥!'
'뎃데로게에에에ーー? 뎃데로게에에에ーー!?'

차안에 있는데도, 도움을 청하며 비명과 함께 땅땅 케이지를 흔드는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에 사에지마는 피눈물을 흘리며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비명을 견디며 하루, 이틀...시간은 계속 경과한다.
‘.....데....데스....’
창고의 실장석들의 목소리도 점차 가느다래져 간다.
물도 식량도 주어지지 않는 가운데 서서히 말라가는 실장석들.
극한의 상황에 몰린 어미가 자식들을 먹기 시작했을 때 조직이 현장에 나타났다.
수사관들의 잠복은 주효했던 것이다.

‘린다! 린다!’

조직을 일망타진 후, 사에지마는 창고 안을 정신없이 뒤지며 린다의 모습을 찾는다.
검거된 범인들은 한결같이 많은 귀금속을 두르고 있었다.
이들의 정체는 최근 소문만 무성하던 밀수 그룹.
마약 등을 잘 포장하여 실장석의 몸 속에 감추어 세계 각국에 수출한다.
수입을 할 때는 대가로 받은 장물과 귀금속등을 또다시 실장석 체내에 숨겨서 들이는 것이다.
임신한 실장석의 눈은 녹색이기 때문에 누구나 육안으로 쉽게 판단을 내린다.
그런 실장석의 배가 부자연스럽게 불러 있어도 그를 수상히 여기는 자는 적기에 가능했다.

'린다, 린다!'

사에지마는 보았다.
창고 한 구석의 케이지에서, 말리비틀어진 구더기들의 시체를 껴안고 죽어있는 린다의 모습을.
린다 향년 6개월. 사에지마 밀수조직 검거로 2계급 특진.
(끝.)











하이벤 단편(SS) 모음 1

 

『 다다미결 』
집에서 키우는 실장석이 다다미의 눈을 세고 있다.
'데...데...데...데...'
최근 별로 상대를 해주지 않다보니, 자기 혼자 시간을 보내는 법을 생각해낸 모양이다. 조금 불쌍해보였기에 말을 걸어본다.
'공원이라도 갈까'
그렇게 말하고, 녀석의 어깨를 건드리자,
'뎃!! 데샤아아아!! 데샤아아아!!!'
하고 소스라치게 놀라며 나를 향해 위협해 온다.
'우와. 뭐야. 깜짝 놀랐다'
녀석은 내 얼굴을 잠시 노려보더니 다시 눈을 돌리고 미간에 주름을 잡으며 다시 다다미결을 센다.
설마, 헤아리는 숫자를 잊어버려서 짜증낸건가?
'뎃? 데뎃!'
없는 손가락을 손꼽아 접어가며 다다미결을 하나하나 가리키며 외친다.
내 예상대로다. 놈은 다다미결을 세다가 내가 건드리는 바람에 까먹은 것이다.
'데갸아아!!! 데에에에ーー엥!! 데에에에에ーー엥!'
'아, 미안해 미안해'
멋쩍게 사과의 말을 건네도 녀석은 천장을 올려다보며 절규할 뿐이다.
'데갸아ー앗!! 데샤~아아아~~!!'
이젠 빵콘을 하며 사지를 파닥거리고 날뛰기 시작한다.
'이봐. 적당히 해라...'
'데에에엥!! 데스으으으읏!'
녀석은 내 말도 무시하고 빵콘으로 부푼 속옷을 질질 끌면서 방구석으로 향한다.
'데끅...데끄윽....!! 데스우우우....'
그리고 붉게 충혈된 눈을 하곤 다시 다다미결을 처음부터 세기시작한다.
나는 그런 내 사육실장을 보고 조금 미안한 감이 들어 곁으로 가 앉았다.
녀석이 세고 있는 다다미가 있는 반대쪽 대각선이다.
'데...데...데...데뎃?‘
'혼자 세는 것보다 둘이 세는 것이 더 빨라'
내가 상쾌한 빛나는 이를 드러내며 답하자 녀석은 감격한 나머지 울기 시작했다.
'이봐. 자, 빨리 하자. 해지겠다 '
'뎃슨♪'
결국 작업은 심야까지 계속되었다.
센 다다미의 눈은 '1만과 2405'와 '데스 데스 데스~♪'이었다.
끝.


『 그녀 』
사육실장인 그녀는 노래를 잘한다. 거실에서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는 맑고 방안을 울린다.

‘보에~~♪ 뎃데로게~우 ♪’

나느 어느새 그 음색에 넋을 잃고 귀를 기울이고 있었고, 아내도 제법 맘에 들어하는 눈치다.
아이들은 앞 다투어 사육실장인 그녀에게 자신의 간식을 건네준다.

‘데프프풋!! 데프프풋!’

그녀를 목욕시키는 것은 아내의 몫이다.

‘뎃스우~~웅 ♪ 뎃스우~~웅 ’

예전 로젠사에서 개최한 “사육실장 콘테스트'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아름다운 밤색 머릿결이 부드럽게 흘러내린다.
그녀와 아내는 욕조에 몸을 담구고 자신들만의 비밀을 속삭이는 것이 푹 빠졌는지 목욕탕에서 한참을 있었다.

그날 밤 그녀는 나의 침실로 살며시 들어왔다.

‘웬일이냐. 무서운 꿈이라도 꾸었어?’
‘데스우우우우...’

눈가에 반짝이는 눈물을 글썽이는 그녀는 내 이불속으로 파고들어온다. 그리고 숨을 깊게 들이쉬며 나의 체취를
맡으며 잠에 든다.
애호파인 나의 가족들과 살아가는 그녀의 생활. 하지만 나의 전근을 계기로 우린 그녀와 헤어져야만 한다.

‘데스우~웅 ♪ 데스우~웅 ♪’

노란색의 하늘하늘한 나들이 옷으로 몸을 감싼 그녀는 날아갈 것만 같은 기분이다.
아내와 아이들은 역시나 이별은 힘든 모양인지 같이 따라오지 않는다.
나와 그녀는 차에 올라탄다.
힘든 이별이다.
아내와 아이들은 아마 집에서 울고 있을 것이다.

‘데스우?’

나의 어두운 얼굴을 살피듯, 조수석에서 내 얼굴을 들여다보는 그녀.
그녀의 그런 사려깊은 관심을 마음에 새기며 나는 악셀을 밟는다.
차는 주택가를 빠져나온다. 그리고 신주쿠역 도청 앞을 지나서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다.

‘데스읏!! 데스데스읏!!’

생전 처음 보는 광경에 그녀의 두 눈은 커졌고, 흥분해서 재잘재잘 떠들어댄다.
거대한 빌딩의 숲과 사람의 파도. 화려한 네온사인의 불빛들. 혼잡한 거리
이 모든 것에 그녀는 정신을 잃어버린다.
나는 뚫어질 듯이 좌우를 둘러보는 그녀를 올려 안은 후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 멋진 거리지?’
‘데스아!! 데스아!‘
‘오늘부터 여기가 너의 거리란다’
‘데스아!! 데스아!!’

그녀의 눈에 비치는 것은 모든 것이 신선한 자극이다.
레코드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귀을 기울이며 뺨을 붉힌다.
최신유행의 옷으로 몸을 감싼 OL들을 바보처럼 입을 쩍 벌리고 바라본다.
상점에 걸려있는 초대형 전광판을 바라보고는 데뎃! 라고 큰소리로 외친다.

‘이것은 뭐에요? 저것은 뭐에요?’

그러면서 그녀는 인근 사람의 바지를 붙잡았다.
채었다.
그 바지의 주인은, 그녀를 마치 불쾌한 쓰레기를 본 듯한 눈으로 그녀를 차올렸다.

‘데에에에에ーー에엥!! 데에에에에ーー에엥!!’

처음에는 무슨일을 당했는지 몰랐다. 하지만 통증이 뇌에 전달되자 그녀는 울기 시작했다.

‘데에에에에ーー에엥!! 데에에에에ーー에엥!’

이렇게 울고 있으면 언제나 따뜻한 손이 그녀를 안아 올려, 울음을 그칠 때까지 부드럽게 위로해줬다.
그녀는 그 따뜻한 손이 오기를 기대하며 계속 흐느꼇다.

‘뎃승...뎃스우....’

주위의 혼잡을 둘러보고, 그녀는 깨달았다.
언제나 친절한 남자는 어디에 있지? 큰 여자노예는? 자신에게 간식을 바치는 작은 노예들은?
주위에는 온통 낯선 이들 뿐이다. 자신의 세상이 사라진 것을 깨달은 그녀는 비명같은 목소리를 높였다.

‘데에에에에ーー에엥!! 데에에에에ーー엥!’

혼잡을 헤치고 울며 달린다. 길을 가는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붙잡고 남자의 행방을 물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발길질. 그녀는 정신 나간 실장석처럼 닥치는 대로 사람들에게 달라붙고 걷어차인다.
노란색 나들이 옷은 이미 눈물과 흙먼지, 그리고 피로 인해 더러워졌다.

‘데에엣!! 데에에엣! 데즈우우우우우웃!!!’

착란상태에 접어들어 숨이 차오른다. 가파른 숨을 들이내쉬면서도 그녀는 필사적으로 외쳤다.

‘닝게에엔!! 어디있는 데스우우우!! 어디에 있는 데스우우우우!!’

그녀는 그 따듯한 남자의 이름을 부르며 혼잡한 거리 한 복판을 정처없이 방황한다.
평소에 노래를 부르던 그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데에에엣!! 데스우우웃!!! 보고싶은 데스!! 보고싶은 데스우우우우!!’

하늘을 바라보면서 불렀다. 제발 자신의 부름이 저 남자나 여자노예에게 닿도록.
그녀가 혼잡한 도로를 횡단하고 있을 때, 1대의 택시가 그녀의 목숨을 끊었다.




『똥사랑 실장』

들실장 가족이 있었다.
친실장은 5마리의 자실장을 데리고 살고 있었다. 갓 태어난 자실장들은 장난기가 많아 빽빽이 우거진
수풀 사이를 신나게 뛰놀았다. 친실장들은 그런 자실장들을 사랑으로 보듬으며 열심히 지금껏 생존하고 있다.

‘뎃스우ー~’

친실장이 목소리를 높인다. 자실장들에게 식사 시간을 알리는 목소리였다.

‘테츄?’
‘테치이ーー!’
‘츄우~!!테츄우~!!’

한창 놀이에 흥이 올라있던 자실장들은 수풀을 헤치고 골판지 하우스로 돌아온다.
잔뜩 굶주린 자실장들은 볼을 붉히며 코를 피식피식거리며 곧 있을 식사에 흥분한다.

‘데스! 데스데슷!’

친실장들은 자실장들을 한 마리 한 마리 손으로 가리키며 수를 세본다. 새끼들이 전부 무사히 돌아온 것을
확인한 친실장은 그 자리에서 속옷을 내리고 똥을 브리브리싸기 시작했다.

‘테츄우우우ーー!’
‘츄앗!! 우무우무...!! 우무우무우무!’
‘츄츄~♪ 텟츄우♪’

자실장들은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바라보고 있다가, 친실장이 팬티를 다시 올리자 전속력으로 달려든다.
머리 전체를 친실장의 녹색 똥무더기 속에 파묻고 홀짝거리고, 양손으로 번갈이 쓰며 똥을 입 속으로 허겁지겁
집어넣기 바쁘다.

‘데슷!! 데스데슷!’

배설을 마친 친실장도 속옷을 다 올리기도 전에 자실장들을 헤치고 양손으로 그 똥을 쥐어 입으로 가져간다.

‘모구모구모구....데스웅♪’

친실장도 질세라 똥을 퍼먹기 시작한다. 그 통에 자실장끼리는 똥쟁탈전이 싸움으로 번지기까지 한다.
굶주린 자실장들에게 이 식사는 생존을 위한 전장이라는 셈이다.

‘테에에에에ーー엥!! 테에에에ーー엥!’

똥을 쟁탈하기 위한 형제싸움에서 패배한 자실장은 녹색의 침줄기를 길게 늘어뜨리며 울기 시작한다.
그리고 친실장을 힐긋힐긋 훔쳐보며 내심 도움을 기대한다. 하지만 친실장은 그런 자실장을 무시하고
열심히 식사를 계속한다.

‘테에에에엣!!! 테에에에엣!
‘테치이이이이!! 테치! 테치테치!’
‘데?’

자신을 봐달라는 듯 더 큰 소리로 울자, 그제야 자실장의 부름을 깨달은 친실장.
똥 쟁탈전에 패배해 배를 곪고 있는 자실장에게 다가가 데스우?하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테치이이이! 테치테치!’

자실장은 친실장에게 ‘이것으로는 한참 부족하다는 것’을 호소하였다. 그것을 이해한 친실장은 손가락 없는
손을 입 속으로 쑤셔넣은 후 ‘게보오옥..!! 게복! 게보보복!’하고 방금 전 뱃속에 쑤셔넣은 똥을 토해내기
시작한다.

‘테에에츄!! 테츄츄!! 테에? 테츄우우우~~~웅 ♪’

따끈따끈한 위액이 섞인 똥에 얼굴을 파묻는 막내 자실장.
그런 자실장을 바라보며 친실장도 다시 식사로 몸을 옮긴다.
식사 후에는 낮잠.
온 몸이 똥투성이가 된 이들은 푹푹 찌는 날씨에 그늘을 찾는다.
골판지 하우스 안으로 기어들어간 일가는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다.
파리가 앉은 곳이 가려운지 손톱없는 손으로 박박 긁으며 낮잠을 자는 실장석 일가.

‘테...테....테...’
‘데스....데....데...’

건강한 자실장들과의 행복한 일상. 친실장은 지금 이 순간이 영원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 생활도 오래가지 않았다.
시청에서 공원의 구제작업에 착수했고, 모자는 공원에서 도망치듯 쫒길 수밖에 없었다.
친실장은 자실장들을 데리고 공원을 떠나, 거리를 방황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테츄웃~?’
‘테츄~!!테츄~!!’
‘테치ーー!!테치ーー!’

친실장은 오랜 정이 든 공원에서 벗어나자 불안감이 엄습한다. 하지만 공원에서 나고 자란 자실장들에겐
새로운 것이 잔뜩있는 흥미진진한 모엄의 시작이었다.
친실장은 흥분한 자실장들의 손을 잡고 기약없는 여정에 첫 발을 디딘다.

공원을 나오고 3일째.

‘데스?’

어느 한 주택의 앞마당에선 노란색 실장옷을 입은 성체 실장석 한 마리가 스펀지 공으로 놀고 있었다.
이 집에서 길러지고 있는 사육실장 율리아였다. 율리아는 바스락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다.

배수구가 주변으로 무너진 틈새 사이에선 꾀죄죄한 들실장 일가가 몸을 비집고 마당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데스?’

율리아는 고개를 갸웃하고 그 친자의 모습을 관찰한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구질구질해진 실장옷. 입가 주변에는 하얗게 각질이 잡혀있었고, 입술과 이빨에는
평소 식사를 대충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 듯. 녹색침이 뭉쳐서 노랗게 굳어있었다.
토끼입처럼 열려있는 입세서는 슈우~하고 바람새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그 모습을 그대로 축소한 듯한 자실장들이 부모 주변으로 5마리.

‘친구인 데스?’

세상에 면역이 없는 율리아는 토테토테 다가와 손에 쥔 스펀지 공을 친실장에게 건넨다.

‘같이 노는 데스?’

스펀지 공을 넘겨받은 친실장은 멍하니 있는다.

‘주인님은 안 계신데스. 잠시만 기다려 주는 데스~’

율리아는 새로 만난 친구들에게 간식을 나눠주기로 결심한다.
방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정원의 툇마루에 연결되어 있는 문을 열자 들실장 친가가 먼지 몸을
비집고 들어간다.

‘데? 들어와서는 안 되는 데스’

들실장 일가는 전혀 듣지 않는다. 친실장은 자실장들에게 손짓하여 모두 들어오도록 한다,

‘혼나는 데스! 주인님께 혼나는 데스!’

무례한 친구들을 말리기 위해 율리아는 절박하게 외쳐본다.

‘안 되는 데스! 그건 만지면 안 되는 데스! 데뎃! 그쪽 방은 들어가면 안 되는 데스!’

자실장들은 처음보는 “집”이라는 것에 흥분했다. 녹색 똥을 다다미나 카펫트에 점점이 늘어뜨리며 뛰어다닌다.

‘데객! 혼나는 데스! 화 내는 데스!!’

율리아는 똥을 흘리며 뛰어다니는 자실장들 뒤를 좆아 동분서주한다. 실장옷의 스커트와 팔의 옷자락으로
부지런히 닦아보지만 오히려 얼룩만 더 번질 뿐이다.
친실장은 율리아의 실장푸드를 마음대로 먹고 기분좋게 트름을 한다.

‘데에에에엣!! 데스우우우! 그만 두는 데스!’

이젠 울먹이는 소리에 가까워진 율리아의 외침. 그런 율리아를 뒷전으로 하며, 친실장은 자실장들을 부른다.

‘데스ーーー웃!’
‘테에!?’
‘테츄?’
‘츄츄~우!!’
‘텟츄-~!’

자실장들의 식사 때가 됐다고 생각했는지, 친실장은 속옷을 벗고 쭈그린다.

‘데뎃? 여기는 목욕탕이 아닌 데스! 뭐 하는 데스?’

5마리의 자실장들은 흥분하며 친실장의 품으로 뛰어든다. 그리고 이어지는 친실장의 대량 배설.
그 모습을 본 율리아는 졸도하기 직전이다.

‘데갸아아아악! 여기는 화장실이 아닌 데스! 화장실은 저쪽인 데스!’

‘테츄우우우ーー!’
‘츄앗!! 츄츄!! 츄우우웅!!’
‘츄후~웃 ♪ 츄후~츗 ♪’

‘뭐 하는 데스! 그것은 똥인 데스!!! 밥이 아닌 데스!!’
‘함쯔함쯔...무그무그무그...데슷! 데스우!’ [주 : 대충 먹는 의성어 인 것 같음]

‘뭐 하는 데스!? 이상한 데스! 이상한 데스! 뭔가 잘못된 데스!’

‘테츄우우우ーー!’
‘츄앗!! 우무우무!!’
‘테에에에에ーー엣!! 테에에에ーー엣!’

거실 한 복판에 퍼질러진 설사모양의 똥. 그것을 본 율리아도 그만 충격에 빵콘을 해버린다.
이미 두 눈에는 눈물이 흘러넘치고 있고, 아랫입술을 씹으며 데에엣! 데에에엣!!하고 울부짖는다.

‘데에에에ーー엥!! 데에에에ーー엥!’
‘혼나는 데스우! 주인에게 혼 나는 데스!’
‘카페트가 더러워진 데스! 똥이 가득인 데스!!’
‘너희들은 대체 뭐하러 온 데스! 율리아의 방에서 나가는 데스!!’

어깨를 들썩이며 헐떡거리는 율리아는, 허공을 걷어차며 거실을 데굴데굴 구른다.
마치 갖고 싶은 물건을 보며 떼를 쓰는 어린아이처럼 악을 쓰며 팔다리를 휘두른다.
그 소동에 살짝 겁이 난 들실장 일가는 식사도 멈추고 율리아를 바라본다.

‘데에에에엥!! 데에에에에엥!!’
‘돌아가는 데스! 나가는 데스! 너 같은 것들 정말 싫은 데스!’

‘테에’
...
......
‘데...’

들실장 일가의 시선은 율리아의 소동, 특히 날뛰고 있는 다리의 사이, 그 빵콘을 해서 불룩하게 올라온
팬티가 가득 찬 내용물 덕에 좌우로 흔들리는 것을 눈으로 쫓고 있었다.

결국 그날 저녁, 집주인이 귀가하여 사태를 파악하자, 들실장 친가는 그 자리에서 붙잡혀, 마대에 넣어져
보건소로 보내졌다. 보건소에 송치된 들실장 친가는 그날 저녁 소각 처분되었다.
한편, 남은 율리아는 큰 충격으로 그만 실성하였다. 사육실장이면서 식분행위를 반복하게 된 것 같다.
주인은 어쩔 수 없이 율리아를 실장병원으로 데려가 안락사를 선택하였다.

(끝)



『 공원의 날 』

사육실장 아리사가 남자의 집에서 자란 지 벌써 반년.
자실장 시절, 남자의 집 마당에서 발견돼, 거두어진 지 벌써 반년이 지났다.
상처와 때투성이의 새끼를 가엾게 여긴 남자는 아리사를 가엾게 여겨 거두워준 것이다.
아리사는 비록 들실장 출신이지만, 현명하였고, 지금까지 이 집의 규칙을 훌륭히 지켜왔다.
사육실장으로서 규칙이라 해봤자 별로 특별한 것은 없다.
하루 3끼 정해진 식사. 정해진 장난감의 시간. 매일 저녁 목욕을 하는 것.
부엌 구석의 골판지 하우스에서 잘 것. 아침은 남자보다 일찍 기상하여 자신의 식기를 준비할 것.

이런 지극히 합리적이고 평범해 보이는 요구사항은 실장석에게 있어서는 제법 어려운 일이지만,
총명한 사육실장인 아리사는 규칙을 이해하고 성실히 준수해 왔다.
그런 아리사가 가장 기대하는 일과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주말의 공원산책이다.

주인인 남자는 항상 아침 일찍 출근하여 밤 늦게 귀가를 하는 탓에, 아리사는 사실상 하루종일 혼자
지내는 것과 다름없다.
남자가 없는 동안 블록쌓기 놀이나 그림책을 보며 시간을 보내지면 역시나 결국은 질린다.
그런 놀이들에 비해 공원산책은 너무나 신선한 것.

‘뎃스우~웅 ♪ 뎃스우~웅’

공원에 도착하자 남자는 아리사의 목줄을 풀어주어 자유롭게 뛰놀게 허락한다.
비록 들실장 출신이라곤 하나,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자실장 무렵 이리저리 숨어 도망 다니던 것이 전부였다.
순진무구한 사육실장에 가까운 아리사에게, 이 공원의 야생적 환경은 너무나 자극적이고 신나는 것이다.

‘데스우?’

공원의 화단에 피어난 꽃들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아리사.
손가락 없는 뭉툭한 손으로 보드라운 꽃잎을 만지작 거리며 데프프프하고 부드럽게 웃는다.
평소는 보지 못하는 다른 실장석들도, 이 공원에서는 만나 볼 수 있다.

‘뎃데로게~♪ 뎃데로게~♪’

임신을 하여 두 눈이 녹색이 된 실장석이 배를 문지르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아리사는 그 자리에 멈춰서 부러운 눈빛으로 임신 실장석을 오랫동안 응시한다.
그리고 이내 볼을 붉히며, 어머니가 된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데프프 데프프하며 웃는다.

‘데스! 데에ー스!’

아리사는 뭔가를 발견한 듯, 흠칫 몸을 움츠리더니 벤치에 앉아있던 남자의 발 밑으로 달려온다.

‘데스.데에ー스!’

남자의 바지를 잡고 무언가를 가리키고 있다.
그 아리사의 손끝에는 이 공원에서 이따금씩 노점을 여는 아이스크림가게가 있다.
아리사는 여기 아이스크림을 가장 좋아한다. 매일 맛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일주일간 꼬박 기다려도
가게가 나와 있지 않는 날에는 맛볼 수 없는 특별한 간식이다.
남자는 제일 작은 아이스크림을 주문하여, 아리사에게 건네준다.

‘무구웃! 무구무구! 함쯔함쯔’ (주 : 퍼먹는 의성어 같은데...걍 소리나는 대로 적음)

아리사는 한 손으론 아이스크림 컵을 붙잡고, 남은 한 손으론 정신없이 아이스크림을 집어 입에 쑤셔넣는다.
덕분에 입 주변은 물론 앞치마와 실장옷은 순식간에 아이스크림으로 엉망진창으로 된다.

‘데이....’

다 먹어치운 아이스크림 컵을 내려다 보며 슬프게 울먹이는 아리사. 남자는 물티슈를 꺼내 아리사의 입주변을
닦아준다.
'자, 돌아가자“

다시 남자가 채운 목줄에 끌려 공원을 뒤로하는 아리사.
아리사는 끌려가면서도 몇 번씩 아쉬운 마음에 뒤를 돌아보며 ‘다음 주에 또 올게’라고 약속한다.

어느 날 남자는 특별휴가를 허락받아 하루 쉴 수 있게 되었다.
항상 늦게까지 일하지만, 그간의 노고를 인정받아 특별 휴가를 허락해준 것이다.
남자는 평소 아리사와 자주 놀아주지 못해 내심 미안한 심정이 가슴 한 켠에 있었고, 이번 기회에
잔뜩 놀아주기로 마음 먹는다.

'아리사. 내일 회사가 쉬게 되었어'

퇴근 후 남자가 아리사에게 말한다. 상당히 기뻣던 것이다.
평소 일에 관한 것은 말히자 않는 남자가 반갑게 그렇게 말한 것이다.

‘데스..?’

아리사는 영문을 모르고 그저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내일은 집에서 느긋하게 지낼 거야. 그래! 시간이 있으면 공원에도 데려가겠다.'
‘데스우우웃!?’
'하하하. 녀석, 신나냐?'
‘데스우우우우우웃!! 데스우우우우우웃!!’

확실하게 '공원'이라고 했다. 아리사는 기뻐서 큰소리를 내지르며 거실을 뛰어다녔다.
'공원의 날'은 1주 1회. 아직 몇 일을 기다려야 하는데 내일 “공원”에 간다니 꿈만 같다.

‘뎃스우우~~웅 ♪ 뎃스우우~~웅 ♪

아리사는 부엌의 골판지 하우스로 돌아가 담요를 들추고 맘에 드는 파우치를 꺼낸다.
길에서 주은 보물구설 등과 조금씩 남겨둔 간식을 챙기며 내일 있을 공원의 날 준비에 열심이다.
남자도 오랜만에 얻은 휴가로 들뜬 기분이라, 흐믓한 표정으로 아리사를 바라보며 휴식을 취한다.

오랜만에 늦잠을 잤다. 남자는 머리를 긁으며 거실로 나온다.
늦은 아침햇살을 보는 것이 대체 얼마만인가를 생각하며 모닝커피를 끓인다.

‘데스우~~...’
‘오, 아리사. 신기하네. 네가 늦잠이라니’

졸린 눈으로 부엌 구석의 골판지하우스에서 몸을 일으키는 아리사.
아마 흥분에 자지 않았겠지. 평소 아끼는 분홍색 실장옷에 파우치를 매고 있는 것이 어제 저 차림
그대로 곯아 떨어진 모양이다.

‘정말 성질 급한 녀석이구나 넌’

남자는 남은 커피를 입에 털어넣고, 옷을 대충 걸쳐 아리사를 공원으로 데려가려는 순간이었다.

‘데...크슛!’
‘왜 그래 아리사?’

아리사는 재치기를 한다.
자세히 보면 콧물은 질질 흘러내리고 있고, 얼굴은 벌겋게 올라와 있다. 거기에 숨결은 매우 거칠어져서
데이..데이...하는 신음소리에 가까운 것이 되어 있다.

‘아리사...너’

남자가 아리사의 이마를 만져면, 그것은 불타듯 뜨거웠다.

‘너. 열이 잔뜩 올라왔잖아!‘

‘데스우~~!! 데스데에~에엥!!
'안 된다면 안 된다!!'

아리사가 남자에게 목줄을 들어 보이며 현관 앞에서 큰 소리로 울고 있다.

'공원은 안돼. 오늘은 하루는 푹 쉬는 거다.‘
‘데스웃!! 데스 데에ー슷!’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남자의 명령을 거부하는 아리사.

‘데스우~!!데스우~!!’

남자의 바지를 잡아당기며 목줄을 들어보이기도 하고 현관으로 달려가 문을 두들겨 보기도 하는 아리사.

‘아리사. 넌 열이 났다고. 오늘은 집에서 쉬야만 해’
‘데에에에에ーー에엥!! 데에에에에ーー에엥!’

잔뜩 기대하던 공원의 날이 갑자기 파기된 것이 서운한지 아리사는 현관에서 발을 동동 굴리며 공원에
가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바보!! 심술부리지말라고. 넌 열이 있어!!’
‘데에에엥! 데에에에엥!! 데샤아아아!’
‘안 된다면 안 되는 거야.’

남자는 아리사에게 단호히 거절의사를 표시하고 거실로 돌아간다.

‘데...? 데에!?!? 데에에에에엥!!’

거실로 향하는 남자의 뒤를 토테토테 뛰며 쫓는 아리사. 아직도 쥐고 있는 목줄을 질질 끌고와 남자에게
들이댄며 조르는 아리사.

‘데이...데이...’
‘이봐, 얼굴이 빨개지잖아. 오늘은 얌전히 자고 있어.’
‘데게에엑...!! 데게겍!!’

달리는 중에 갑자기 구토를 하는 아리사.
밤새 정성껏 손질한 핑크색 외출복은 토사물 범벅이 되어 엉망이 되었다. 하지만 아리사는 그래도 목줄을
놓지 않고 필사적으로 남자의 바짓단에 매달리며 애원을 한다.
또 한번 노란 위액을 토해내지만 계속 현관 쪽을 가리킨다.

‘바보야!!’
‘뎃!?’
‘아리사! 당장 가만히 누워!’
‘데뎃!’
‘지금 바로 누우라니깐!’
‘데에에에엥!! 데에에에에에에엥!!’

아리사는 그날 저녁까지 끈질기게 남자를 붙잡고 늘어졌다. 결국 열 번도 넘게 구토를 한 끝에서야
드디어 창백한 얼굴로 나동그라졌다.
그날 밤, 아리사는 고요히 숨을 거뒀다.
(끝.)




『 설사 』
'테에에에에에……'(샤아..)
우리집에서 기르는 자실장이 배탈이 났다. 아무래도 산책 중에 들실장이 먹는 것을 먹었던 것 같다.

' 괜찮을까...?'
'테에……'

엉덩이의 총배설구는 붉게 부어올랐고, 배설물의 형태는 물똥이었다.

'테에에에에……“

속옷을 입고 있는 것조차 아픈지 작은 비명을 지르며 엉거주춤 걷는 모습이 애처롭다

'배고프지?“

나는 콘페이토를 자실장의 손에 쥐여 준다.

'테에..'

평소라면 날아오를 듯 기뻐하며 허리를 신나게 흔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킁킁하고 냄새만 몇 번 맡더니
도로 땅바닥에 내려놓는다.

‘자실장...’
벌써 몇 일째 아무것도 먹고 있지 않고 있다. 수분만은 억지로라도 공급해주기 위해 싫어하는 자실장의
입을 강제로 벌려 스포이드로 물을 밀어넣는다.

‘테에에에에엥!! 테에에에에!!’
‘너 물도 안 먹으면 탈수증이 온다고’
‘테치이이!!! 테치이이이이!!’

하루에 50ml. 어떤 소란을 피워도 그것만큼은 섭취하게 한다.
그러나 자실장은 고형물을 취하려고 하지 않는다. 볼록하게 올라와 있던 배는 등에 붙은 지 오래고
통통하던 뺨은 마치 바람 빠진 가죽 공처럼 되었다.
이 모습이 안쓰러운 나는 열심히, 실장푸드를 우유에 삶거나, 풀어서 죽을 만들거나 하여 자실장이
먹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어-이 자실장~“

거실의 쿠션 위에서 둥굴게 몸을 말고 있던 자실장은 힘없이 ‘테...’하고 대답한다.

'연구 좀 해봤어. 어때 이건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테에...테츄~웅 ♪“

실장푸드를 우유에 풀어낸 후, 따듯하게 덥힌 일종의 우유죽이다. 자실장은 ,뜨끈뜨끈하게 김이
올라오는 우유죽에 코를 갖다 대어 벌름거리며 냄새를 맡는다.

‘텟승....텟승...’

자실장은 눈물을 흘리며 내가 들고 있는 숟가락 위의 우유죽을 한 모금 입에 담는다.

‘하하하...어때...?’
‘테에? 테츄우!’

자실장은 몸을 움찔거린다. 속옷에 녹색 얼룩이 점점 커지더니 이내 물똥이 다리 사이로 흘러나온다.

‘테에....테에....’

자실장은 사지를 떨며 네 손발로 기어 화장실로 향한다.

‘뭐...기다려줄게’

나는 화장실 구석에 있는 자실장용 변기를 꺼내 몸을 심하게 떨고 있는 자실장 앞에 두었다.

‘테에...테에에에....’

자실장은 떨리는 손으로 속옷을 내리고 변기에 걸치고, 뭐라 말할 수 없는 표정으로 배에 힘을 준다.

‘테에에엥!! 테챠아아앗! 테챠아아아아앗!!’

짓물러진 총배설구 사이로 설사가 스며나온다. 자실장은 힘을 줄 때마다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며 뭔가
도움을 구하듯 애처롭게 내 얼굴을 바라본다.

‘옳지 잘한다. 잘한다...’

나는 그저 격려하는 수밖에 없다.
.
‘텟승...텟승....테에에에에-엥!’

자실장은 이제 흐니끼기 시작했다. 울면서 총배설구에 힘이 들어가는지 샤아아아-하고 물 형태의 설사도
나온다. 안 그래도 짓물러 터진 총배설구가 물똥에 마찰되자, 자실장의 울음소리는 더욱 높아졌고 이젠
굵은 눈물방을을 주륵주륵 흘리기 시작했다.

‘텟츄~웅♪ 테츄~웅♪’

자실장용 변기에서 내려와, 조그마한 발로 나에게 달려온다. 배설행위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괄약근을
잘 조절하지 못하는 실장석이라는 개체 중에서도 새끼인 녀석의 총배설구에선 물 모양의 설사가 계속 흘러
나오고 있었다. 자실장은 도퓻!도퓻!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녹색 점선을 그리며 나에게 달려온다.

‘테츄우...테츄우.....테츄~웅♪’

불합리한 아픔. 왜 자신이 이런 아픔을 받아야 한나. 자실장의 머리에서는 그것을 전혀 이해할 수 없다.
불합리한 통증은 필연적으로 자실장을 슬프게 한다. 아프다 아프다. 왜 이리 아픈 것인가.

‘테츄우우우우~~~♪’ (샤아아아아아……)

임대주책의 바닥에 녹색 일직선을 그리며 나에게 달려오는 자실장.
이 불합리한 아픔 속에서 시달리는 자실장을 달래주는 것은 주인인 나 이외 아무것도 없다.

'텟테로게~♪ 텟테로게~♪“

똥투성이인 주제 나를 바지를 부둥켜 안는 자실장. 자실장의 배를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문지르면
기분 좋게 우는 자실장 뒤로는, 몇 일전부터 거실에 굴러다니던 도돈파 비닐포장이 버려져 있다.




『 토시아키 vs사람 실장 』

내각부의 조사에 의하면 2007년 프리터의 수는 100만을 훌쩍 넘어 200만을 바라보고 있다.
니트 백수의 숫자가 대폭 증가한 것의 원인으로는 사회적 격차가 지목되고 있다.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다.
또 일해도 돈을 모을 수 가 없다. 결혼하고 싶어도 아이를 낳고 싶어도 돈이 없어 못하는 것이다.
그러한 사람들이 늘어나며, 그에 따라 결혼연령이 높아지고 출생률도 하락하였다.
종국적으로는 일본의 국력이 약화된다.
오늘도 단칸방에서 하루를 보낸 토시아키는 일력소로 발길을 옮긴다.

‘오옷! 오늘은 나한테 걸맞는 일이 있을 거야!’

하지만 찾아도 찾아도 맘에 드는 페이의 직종은 찾을 수 없었다.
내년이 되면 토시아키는 35세다. 무직상태. 자격도 없이 35세를 맞이하는 것은 그야말로 끝이다.

‘젠장...조금만 조건을 낮추어 볼까?’

그 때, 고급 아파트에서 길러지고 있는 사육실장 미란다!
'주인님~♪, 빨래 도와드리는데스우~♪“
“어~그래 고맙구나 미란다”
'자, 너희들, 주인님을 도와드리는 데스우~“
'''테츄ーーー!'''
' 끝나면 포상으로 콘페이토와 스테이크다'
'데데! 미란다, 힘내는 데스우~♪“

'건물 외벽 수리의 일이에요...'
'그쪽의 나이와 경력으로선 이런 것들 밖에 없습니다.“
“우....”

오늘도 참패. 몇 번이나 ATM에서 저축잔액을 보지만, 전혀 늘지 않았다.
청운의 꿈을 안고 도쿄에 입성한지 15년. 애초 계획에 따르면, 지금쯤이면 번듯한 아파트에 살면서
야경을 보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20년도 넘은, 비가 새는 목제 영구임대아파트.

'야경이 아름다운 데스우~“
미란다는 넋을 잃고 창문에서 보이는 도시의 야경을 본다.
펜트하우스에서 살고 있는 미란다는 이곳에서 바라보는 도쿄의 야경을 좋아한다.
화려하게 깜박이는 네온사인의 빛. 그리고 그것들이 하나의 생물처럼 준동하는 거리.
온천욕 후 실크 목욕가운을 입고, 손에는 90년산 고급와인을 들고 있다.
미란다에게 있어선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이다.

'후우...딸이나 쳐야지“

토시아키는 구석에 팽개쳐져 있는 플레이보이 잡지를 펼친다.
동정35세. 여자와 접촉이 있었던 것은 학창시절 포크댄스가 마지막이다.
보통 이 나이대의 다른 녀석들이라면 벌써 가정을 이루고 있어야 당연하다.

'데스우~웅 ♪ 또 아이가 태어난 데스우~웅 ♪ 올해로 12마리째인 데스우~♪“

미란다는 환희에 떨고 있다.
새끼를 갖는 기쁨. 자신의 분신을 이 세상에 낳는 기쁨.
그리고 삶을. 세상의 밀회를. 피를 나눈 가족들을 느낄 수 있는 기쁨을!

'오마에다치~♪ 이 자가 너희들의 새로운 여동생짱인 데스우~웅♪“

미란다는 새롭게 태어난 새끼의 점막을 핥아주고, 생명의 탄성을 내지르는 작은 자실장을 총명한
언니들에게 소개한다.

'빌어먹을 이거 참 뭐같군“
생각이 다른 곳에 향해있는 지 별로 자극해도 되지 않는다. 몇 번 더 문질러 봐도 소용없자
그냥 관두고 자기 비관을 한다.
죽어라. 죽어. 모두 죽어라.

'하이~하이~. 너희들~ 마마가 놀아주는 데스우~♪“

핑크색 네글리제로 몸을 감싼 미란다를 둘러싼 채 천사같은 미소를 날리는 자실장들.

'마마!! 마마!! 장난감으로 놀고 싶은 테칫!'
'마마!!그림책 읽어 주는 테치!'
'데스우~웅 ♪ 귀엽고, 귀여워서 어쩔 줄 모르는 데스웅~♪“
“주인님~미란다, 13마리째를 원하는 데스우~웅 ♪”

내각부의 조사에 의하면 2007년 프리터의 수는 100만을 훌쩍 넘어 200만을 바라보고 있다.
니트 백수의 숫자가 대폭 증가한 것의 원인으로는 사회적 격차가 지목되고 있다.
(끝.)




『 장례식 』

'데스우?'

성체실장 한 마리가 뒤뚱거리는 발걸음으로 거실에서 뛰어온다.

“데스우~웅♪ 데스~웅♪“

성체실장은 주인의 발 밑으로 달려가 치마를 치라리 차라리 흔들어 대며 춤을 춘다.
그 모습을 본 주인은 애정이 듬뿍 담긴 눈으로 바라보며 웃어준다.

'데스우?'

오른 손을 입가에 붙이고 가볍게 고개를 기울인다. 그 사랑스러운 모습에 주인은 콘페이토를 한 알 준다.

'데스? 데뎃? 데스우~♪ 데스우~♪“

두 손으로 콘페이토를 껴안고, 뺨을 핑크빛으로 물들이는 성체실장은 폴짝폴짝 뛰어오르며 기뻐한다.

'데스우~♪ 데스우~♪ 데스우웃!! 데뎃!'

스텝은 엉망이었고, 거기에 엉터리 신체비율로 인해 무게중심이 불안한 성체실장은 그대로 머리 쪽으로
푹 고꾸라지더니 화려하게 자빠진다. 덕분에 손에 들고 있던 콘페이토도 또르륵 굴러가 찬장 아래로
떨어진다.

‘데덱! 데스우?’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찬장에 다가선 그녀는 커다란 머리를 바닥에 붙이고 콘페이토를 찾는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도 콘페이토는 발견되지 않았고, 그녀는 마침내 울음을 터트린다.

'데...데에에에에...데에에에에에에엥!“

모처럼, 준 콘페이토인데!
모처럼, 준 콘페이토인데!
그러나 주인님은 부드러운 그녀의 두건을 쓰다듬어 주고 새로운 콘페이토를 주었다.

'데에에끅...데에끅...데뎃!“

잃어버린 콘페이토가 왠지 손 안에 다시 있어!
그녀는 신기한 얼굴로 몇 번이고 손 안의 콘페이토와 주인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며 뎃!뎃!라고
되풀이하며 감탄한다.

‘데~스♪ 데~~스웅♪’

주인의 손가락은 마법의 손가락. 뭐든지 나오는 마법의 손가락.
쓰다듬어 주면 너무나 따스한 마법의 손가락.
주인님~다음은 무엇을 주시는 데스? 무엇을 더 주는 데스?

그런 주인이 갑자기 병으로 죽었다.
장례식 날. 성체실장은 싸늘한 주인의 주검 앞에서 데스우? 데스우?하고 울며 이상한 얼굴을
감추지 못 했다. 낯가림을 하지 않는 그녀는 조문객으로 찾아온 주인의 친척들에게 데스우~하고 운다.

배고픔을 느낀 그녀는 주인의 품으로 달려가 몸을 두드린다.
주인이 생전에 아끼던 그녀만이 그의 죽음을 이해하지 못 하고 있다.
친척들은 그런 안타까운 광경에 슬퍼하며 그 녀가 하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
따뜻한 것의 주인의 마법의 손가락.
만지고 보면 돌처럼 단단하다, 그리고 차가웠다.

'데스우? 데스우?“

얼굴에 걸린 흰 천을 들어올리곤, 신기한 듯 친척들에게 데우우~하고 우는 그녀.
그런 장례도 며칠로 끝났으며 발인의 날이 다가왔다.
검은 상복으로 몸을 감싼 그녀.
최근의 상조업계에선 다양한 의상을 대여해 준다.
주인이 키우던 성체실장은 그가 생전에 가장 귀여워하던 것이었기 때문에.
그런 배려를 하는 친척이 있는 것도 생전의 주인의 애호기질을 엿볼 수 있는 면이다.
화장장으로 향하는 영구차.
상복차림의 그녀는 손 안의 콘페이토를 입에 쑤셔넣으며 창문으로 보이는 풍경에 데프프프하고 웃으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화장장에서 불경을 올리는 스님 앞에서 데스우? 데스우?거리며 무엇이 일어나는지 모르는 그녀.

마지막 작별입니다.
그렇게 말한 장의사 직원이 관의 문을 비웠고 주인의 얼굴을 영결자와 대면시킨다.
한 사람 한 사람 짧은 이별의 말을 고하고, 마침내 그녀 차례였다.

‘데스우~’

흰 관을 두들기며 잠든 주인님을 일으키려는 그녀. 하지만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녀는 마침내 이 일의 진의를 깨닫는다.
‘데에....’
‘출관합니다’
‘데에.....’
‘편히 쉬세요 토시아키 씨’
‘데갸아아아아아아아아아!!’

갑작스럽게 내지르는 비명소리. 그 자리에 참석한 일동이 놀란다.

‘데갸아아아아아아!!’

운다. 외친다. 날뛴다. 문다.
그녀를 말리는 친척들도 놀랄 만큼 맹렬하게 날뛰며 외친다.

'데갸아아!! 데갸아아!! 아아!!“

친척 일동이 숨을 삼킨다.
엄숙해져야 할 상복을 입은 채 절규하는 실장석.
비명소리가 비명을 부르며 주변은 삽시간에 혼란스럽게 변한다.
그녀를 손에 들고 있던 친척은 무심코 그녀를 내팽개치고 만다.

‘데갸아아아아아아악!!! 데갸아아아아아아아아악!!!!’

놀란 직원은 관을 떨어뜨렸고, 관은 그대로 화장로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데갸아아아아아아!디 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기겁한 직원은 결심을 한 듯, 그대로 입구의 뚜껑을 단단히 잠가버린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점화를 한다.

'데갸아아아아아아!디 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질겁한 토시아키의 친척과 직원들. 성체실장의 비명은 불이 꺼질 때 까지 계속 되었다고 한다.
(끝.)


『 화장 』
“휴우...오늘 하루도 힘들었던 데스...”

친실장은 지친 표정으로 골판지 하우스로 들어오며 한숨을 돌린다.

‘피—쿠-----’
‘스----피----스---피-----’
‘레-후-레-후---’

육아는 마치 전쟁이다.
골판지 구석에 깔린 나뭇잎 위에서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숨소리를 내며 자고 있다.
자실장과 구더기였다.
육아 도중 몇 마리나 되는 새끼들에게 슬픈 일을 하였다.
이 혹독한 자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던 것이었다.

‘스피아아아아---’

그런 슬픈 일도 지금 눈앞에 있는 천사 같은 잠든 얼굴을 보고 있자면, 보상되는 것 같은 느낌이다.
괴로운 식량 사정.
잠을 줄여가면서 이 새끼들을 위해 매일매일 식량을 모은다.
친실장은 이 새끼들을 어엿한 성체가 될 때까지 키워야만 한다.

‘테....짭...짭....’
‘감기 걸리는 데스’

잠버릇이 나쁜 자실장은 나뭇잎 침대에서 굴러간다. 친실장은 굴러간 자실장을 도로 제자리에 눕히고
그 위에 나뭇잎을 살며시 얹어준다. 그리고 새끼들에게 키스한다.

'데프프프. 귀여운 자들인 데스우.“

자, 내일도 빨리. 내일은 음식물 쓰레기의 날이다.
이 지역에서 화요일과 금요일이 쓰레기 수거일이다.
내일을 놓치면 주말은 먹이없이 지내야만 할 수도 있다.
부모 실장도 두건을 벗어 내고 자신도 잠에 들어가려고 한다.

‘테.....짭...짭...테츄....짭짭.....’
'잠꼬대 데스우'
‘테.....짭...짭...마마....좋아....테츄...’
‘테프프... 예쁜 엄마가 좋아하는 테츄...테...테....’
‘레 후...레 푸..’
'데프프프...좋은 꿈을 꾸고 있는 데스“

친실장은 골판지 안에서 깨진 거울조각을 꺼내어, 골판지의 손잡이 구멍에 꼿는다.
달빛을 조명삼아, 손을 빗 삼아 머리카락을 손질한다.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며, 패트병에 고여있는, 장구벌레가 들끓는 수돗물을 손에 묻혀
화장수처럼 얼굴에 두드리고 이리저리 바른다.

‘데에....요즘 잔주름이 늘어난 데스우...’

거울을 바라보며 탄식하는 친실장. 친실장의 평균 수면시간은 2시간이 채 안 된다.
수면 부족은 노화의 지름길. 귀여운 자실장들을 위해서라도 관리를 멈춰서는 안 된다.

'데스…자, 자 데스우“

친실장은 마무리로, 잠든 구더리를 손에 들고, 손바닥에 튜브처럼 똥을 짜낸다.
그리고 똥을 두 손을 비벼 얼굴의 잔 주름 근처에 바르고 주변을 정리한 후 자들 곁에 드러눕는다.

'자...내일도 살아가는 데스“

친실장의 양육이라는 전쟁터는 내일도 계속될 것이다.
(끝.)




『 레스토랑 』
어느 날의 오후.
새로 생긴 레스토랑을 시도해봤지만, 굉장히 끔찍한 맛이라 굉장히 실망했다.
반도 먹지 않았지만 도저히 나머지를 먹어치울 생각이 들지 않아, 나는 계산을 하고 나왔다.
토할 것만 같은 기분에 천천히 거닌다. 정신을 차려보니 들실장들이 내 주위에 잔뜩 몰려와 있었고,
그제서야 난, 내가 공원에 들어왓다는 것을 눈치챘다.

‘닝겐! 배가 고픈 데스!’
‘고귀한 와타시에게 스테이크를 내놓는 데스!’
‘마마. 여기 똥닝겐은 노예인 테치?’
‘그런 데스. 대대로 와타시들을 섬기는 노예 뎃스웅♪’

평범하고 나른한 오후의 산책. 여느 때라면 성체들을 걷어차서 자식들을 거미처럼 흩어지게 만들었겠지만
오늘은 별로 내키지 않는다.

‘스테이크는 어떻게 된 데스! 빨리 내놓는 데스!’
‘스테~이크~스테이크 테치~’
‘그리고 레어가 좋은 데스’

‘좋다 친구들. 오늘은 내 너희들에게 스테이크를 대접하지’
‘데덱! 정말인 데스?’
‘데스~웅♪ 스테이크 뎃스~♪ 고기 데스♪’
‘마마! 마마! 구더기짱도 데려오고 싶은 테치!’
‘오 그래 구더기짱도 데려오고, 주변 친구들도 모두 데려와라!’

나의 호탕한 말에 자실장은 눈을 반짝이며 함박웃음을 짓는다.
소문은 소문을 불렀고, 몇 분도 채 되지 않아 공원의 모든 실장석들은 내 주위로 모였다.
피리부는 사나이로 빙의한 나는 실장석 무리를 데리고 방금 전 식사를 한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어서오세!...요?...손님...?’

힘차게 인사를 하던 점원은 내 뒤를 따라 들어오고 있던 108마리의 실장석 일행에 눈을 희동그렇게
뜨고, 말꼬리를 흐린다. 굉장히 난처한 표정이다.
이 레스토랑은 애호파 사장이 운영하는, ‘실장석 동반 패밀리 레스토랑’. 100석을 넘는 자리는 실장석들로
빽빽하게 채워지다 못해 서로 비집고 들어가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실장석 전원은 실장생 처음으로 들어가보는 패밀리 레스토랑에 대흥분.
얼굴은 홍조, 귀는 쫑긋쫑긋, 콧구멍은 피식피식, 아래로는 빵콘.
성체와 유체를 막론하게 내지르는 환호성과 요구사항에 귀가 먹먹해질 지경이다. 이미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프림과 설탕을 용기채 씹기 시작하고 있다.

‘좋아 너희들! 주문은 알아서 하도록!’

메뉴판에 그려진 꿈만 같은 스테이크에 대흥분인 실장석들.

‘이 먹음직스러운 스테이크를 가져오는 데스!’
‘카레라이스인 데스! 곱빼기 추가인 데스!’
‘마마! 와타시는 어린이 정식인 테치!’
‘구더기짱은 토마토 죽이 좋은 레후~’

쏟아지는 주문들. 다 먹을 수도 없는데 1마리당 평균 네다섯 끼를 한꺼번에 주문하고 있다.

‘데..! 데...! 데...!’

알콜도 들어가지 않았지만 취한 것마냥 식탁위에서 자위를 시작하는 것.
지나가는 점원을 보고 마라를 문지르는 마라실장.
재떨이 속에 들어가 무한루프를 돌고 있는 구더기 실장

‘온 데스! 온 데스!’

점원이 가장 먼저 완성된 꽃 햄버그 정식을 들고 통로를 지난다.
마치 좀비영화의 한 장면처럼 여기저기에서 손이 뻗치며 주문을 낚아채려 했고
점원은 수많은 손을 뿌리치기 위해 실장석의 파도 사이를 헤엄쳐 나가야만 했다.

‘덱!! 그건 와타시의 것인 데스!’
‘무슨 말인 데스!’ 넌 풀이나 먹는 데스!‘

기다리면 자신의 오더가 나올 것인데, 처음 테이블 위에 놓인 꽃 햄버그에, 가게의
절반 넘는 실장석들이 몰린다.

‘하하하...스테이크는 도망가지 않는다고?’

나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하나의 햄버거에 쇄도하는 실장석들을 보고 웃는다.
혼란은 잠시뿐, 차례차례로 찾아온 오더에 안심했는지, 실장석들은 각자의 접시에만 집중하며
총구로 쉴 새 없이 똥을 흘려댄다.
입 한가득 베어물고 삼키려하는 바람에 목이 막힌 자실장들이 주변을 땅땅 두들기며 질식을
호소하여도, 그 어미들은 눈 앞의 꿈의 맛을 탐닉할 뿐이다.

‘자...그럼 난 이만’

난 내가 주문한 커피의 액수만 지불한다.

‘아! 요금은 따로입니다. 기다리면 주인들이 도착할겁니다’

점원에게 싱긋 웃어 보이며, 말도 안 돼는 헛소리를 남기곤, 나는 황급히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간다.
집 대문에 뭔가 붙여져 있어서 들여다본다. 새로 생긴 회전초밥집 찌라시다.
찌라시에는 사람좋아 보이는 사장님이 실장석을 안고 있는 사진이 있었고, 아래 문구에는
“실장석 동반이 가능한 음식점!”이라고 적혀있었다.

‘다음은 초밥이나 먹어볼까...’
(끝.)







『 텔레비전 』

「주인님은 오늘 잔업으로 늦는 데스우.  너희들 일찍 자는 데스우」

「마마- TV 보고 싶은 테치」
「그런테츄! 화려한 일족(2007년에 방영되었던 일본 드라마)이 보고 싶은 테츄!」
「레후~ 레후~」

「어쩔 수 없는 자들인 데스우. 너희들은 리모컨 조작을 잘 못하는 데스. 이건 마마에게 맡기는 데스.」

친실장은 리모컨으로 TV를 틀었다.

「대단한 테치이! 마마는 천재 테치이!」
「마마의 마법은 세계 제일인 테츄!」
「레후~ 레후~」

「마마에게 걸리면 이렇게 되는 데스」

친실장은 득의양양하게 리모컨 조작을 계속했다.

「이것도 있는 데스우」

차례차례로 바뀌는 채널.
자실장들에게는 마치 꿈의 그림 연극 같이 느껴져, 크게 흥분하여 똥까지 흘릴 정도였다.

「테에! 대단한 테치이! 대단한 테치이!」
「마마! 소리도 키울 수 있는 테츄?」
「레후~ 레후~」

「소리 키워보는 데스우」

친실장은 일반적인 조작은 마스터했다.
소리를 키우니 이에 질세라 자실장들도 큰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친실장도 질 수 없다는 듯 소리를 키웠다.

「테에? 마마 소리 없어진 테치?」
「마마? 어떻게 된 테츄? 텔레비젼 깜깜한 테츄」
「레후~?」

「어라? 이상한 데스」

그도 그럴 것이, 텔레비전은 외부 출력으로 전환되어 화면은 칠흑이 되어버렸다.
그것도 모르고 음성을 MAX까지 올린 친실장.

「아.  알겠는 데스. 이 버튼인 데스」

(포치...)

「데갸아아아아아아아!!!!」
「테챠아아아아앗아!!!」
「츄와아아아아아아아!!」
「레뺘아아아아아아!!」

한적한 주택가에 갑자기 짐승소리처럼 큰 소리가 울려퍼졌다.
자실장들은 닿지 않는 손을 양쪽 귀에 대고 눈물을 흘리며 비명을 질렀다.
저실장은 이미 백안에 탈분까지 하여 가사상태 직전이었다.

「데갸아아!!데갸아아아!」

친실장은 리모컨을 떨어뜨리고 공중제비하듯 돌았다.
그로 인해 리모컨에서 건전지가 맥없이 떨어졌다.

「마마! 마마! 귀가-! 귀가아..!」

「정신 차리는 데스! 마마가 지금 어떻게든 하는 데스!」

떨리는 손으로 리모컨을 갖고 신중히 「음량 낮춤」 버튼을 눌렀지만 반응이 없었다.

「데뎃! 왜 데스우! 이상한 데스우!」

몇번이나 눌러보지만 건전지가 빠진 리모컨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곧이어 자실장들은 탈분하더니 울기 시작한다.
친실장도 영문도 모르고, 브리브리 탈분하기 시작했다.

한적하던 주택가의 큰 소리에 근처 주민들도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건 안 된다. 주인에게 폐가 된다.

친실장은 빵콘한 것을 무릅쓰고, 텔레비전에 접근하여 직접 조작시도를 해 보았다.
그러나 이 텔레비전은 주부층에서도 조작법을 모르는 최신 AV기기였다.

이상한 버튼을 누르면서 DVD플레이어에 전원이 들어갔고,
텔레비전은 외부 입력으로 전환되며 주인이 숨겨둔 DVD가 재생되기 시작했다.

「데데! 이걸로 괜찮을 데...뎃! 데뎃!」

한적한 주택가에 울려퍼지는 주인이 숨겨두었던 비장의 DVD.

머지않아 야근에서 돌아온 주인은 필사적으로 집으로 달려왔다.
사육실장들은 그날 벌을 받았고, 다음날 산 채로 음식물 쓰레기가 되었다.


-끝-







『 비디오 』

'테츄~웅 ♪ 츄와~웅 ♪'
자실장이 달콤한 목소리를 지르며 허리를 흔들고 있다.
자실장이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액정 프로젝터로 비친 스크린의 영상이었다.
사육주가 살고 있는 곳은 고층아파트라 실장석들을 밖에 풀어놓을 수 있는 여건이 되지않는다.
그래서 생각해낸 고육지책이 TV시청이었다.
실장석은 개와 달리, 매일 산책을 시켜줄 필요는 없지만, 이들에게도 자연의 갈망이란 본능은 남아있다.

그에 반해 자연과는 전혀 접점이 없는 사육주는, 자연관련 다큐멘터리나 공원의 녹화영상을 구입해,
프로젝터로 항상 재생시켜서, 자실장들이 감상하도록 한다.

'테치이? 테치칫!“

공원의 바람에 흔들리는 민들레, 녹색으로 고요 잔디, 푸른 하늘에 지저귀는 새 소리.
자실장은 프로젝터의 영상에 혼을 빼앗긴 채 신나게 허리를 돌린다.

『 데스우~♪ 데스우~웅 ♪ 』

'테에? 테치이!! 테치테치이엣!“

카메라에 비치는 들실장의 모습. 처음보는 동족의 모습에 약간 들떳다.
몇 분 후, 자실장은 화면 속 동족과 완전히 친해진 듯, ‘테치이이이~!’라고 외치며 좁은 방 안을
좌우로 뛰며 마치 화창한 봄의 공원을 즐기는 듯 편안해진다.

생각보다 자실장의 감수성을 높일 수 있는 모습에 만족스러운 사육주.
영상은 이어, 산보중인 실장석 친자에 향한다.

『 데? 데스우?』
카메라를 처음 보는지, 카메라의 렌즈에 다가가 콧구멍을 벌름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친실장.

『 테치이? 테치이? 테치이?』
어미에 이어, 호기심 많은 자실장들도 카메라에 몰려들어 테치테치거리며 떠들어댄다.

'테에에에에에에엣...!!“

103인치 프로젝터를 가득 채운 실장석 친자의 모습에 자실장은 공포에 질린다.

‘테에....테에......’

자실장은 실금을 하며 그 자리에 못 박은 듯 서있다. 하지만 시선은 여전히 스크린에 고정.

『 데스우? 데스웅? 데스데스 』
『 테치이이?』
『 데데?게프우 』

'테에에에에에엣!!!(파킨...!)“

자실장의 위석은 그만 붕괴해버린다.
감수성이 너무나 예민했던 자실장은 영상만으로 파킨사 해버렸다.
(끝.)




『 미아 』
'데에에에엣!! 닝게에~엔!! 어디인 데스우??“

두 눈이 녹색인 실장석이 큰소리로 울부짖으며 번화가를 헤매고 있었다.

‘데에에엥! 마루는 여기인 데스우~~!!’

녹색 실장 옷의 가슴 부분에는 '마루'라고 쓰인 헝겊이 붙어 있다.
리본이 달린 실장두건에, 노란색 실장옷, 옆에 매고 있는 파우치. 길을 잃은 미아 사육실장이다.

‘데에에에엥!! 데에에에에에에엥!!’

하늘을 바라보며 입을 벌리고, 울고불고하는 미아실장.

'뎃데로게!!! 뎃데로게!!! 데에에에엥!!! 데에에에에엥!!“

두 눈에서 녹색의 피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더라도 이 사육실장은 임신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데에!! 닝겐상!! 닝겐상!! 마루는 여기인 데스우우우우우!!!

인적이 많은 번화가.
사람의 왕래에서 그만 주인을 놓쳐버린 사육실장이 자력으로 주인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보인다.

‘뎃승....뎃승...’

울다 지쳤는지, 붉게 부어오른 눈두덩이를 비비며, 고개를 들고, 번화가를 오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쳐다본다.

‘뎃승....저기 닝겐상....닝겐...’

마루는 주인을 찾기 위해 바쁘게 지나다니는 인파를 눈을 최대한 크게 뜨고, 두리번거린다.

‘데...데에에에에....’

이제는 만날 수 없는 것인가. 두 번 다시 주인님을 만나지 못할 것인가.

‘데에에에에엥!! 데에에에에에에에엥!!!’

그런 불안이 스치자, 마루는 자신도 모르게 다시 울부짖기 있었다.

‘닝게에에엔!! 닝게에에에에엔!!’

얼마나 정처없이 걸었을까.

'데에에엥...데에에엥...닝겐...닝겐...“

한참동안 주인을 찾아나사고, 한바탕 울기까지해 피로가 누적된 마루.
잠시 멈추어 배를 쓰다듬으며 태교의 노래를 부른다.

'뎃데로게에~뎃데로게에~“

부은 눈으로 문득 올려다보면, 사람의 물결이 빨려 들어가고, 다시 내뱉는 장소가 보인다.

‘데....어쩌면 닝겐을 여기서 만나게 될지도 모르는 데스...’

마루가 본 것은 ‘역’이었다. 이전, 몇 번이나 케이지에 넣어져, 주인과 함께 탄 적이 있다.
사육실장 마루도도 이는 고속으로 이동하는 수단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데에에엥....데에엥.....오마에들 닝겐을 만나러 가는 데스’

마루는 기운을 내기 위해 자들에게 정답게 말을 건넨다.
열차 하나가 도착하여 문이 열린다. 마루는 눈을 반짝이며 열차의 열린 문을 바라본다.
여기에 온 것도 저 열차를 통해서다. 그러니 저 열차를 타면 그 따듯한 담요와 맛있는 식사가 있는
인간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뎃승~뎃승~이걸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데스~‘

마루는 개찰구 믿을 통과하여 열차의 열린 문으로 향한다. 혼잡한 인파 속에서 미아실장따위에
주목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힙겹게 만삭의 몸을 뒤뚱거리며 걷는 마루. 드디어 보이기 시작한 희망에 기분이 좋아진 마루는
어느새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열차는 인간의 집과는 전혀 반대방향이지만 실장석이 그것을 알리는 없다.

‘데에...’

신나게 앞으로 나아가던 마루는 승강구와 열차 간 간격에 약간 겁을 집어먹고 우뚝 선다. 투실투실한 탓에
사이로 빠질일은 없지만 여전히 무섭다. 하지만 마루는 자신의 배를 쓰다듬고는 마음을 굳게 다진다.
자들을 위해서라도 용기를 내야한다.

열차 안으로 넘어지듯 들어오는 마루.

‘데스웅~♪’

스스로에 대한 대견함에 기분 좋게 울며 노약좌석에 앉는다.

(문이 닫힙니다. 한걸음 뒤로 물러나주십시오. 푸쉬익~)

짧은 안내방송 후에 열차는 출발한다.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긴장이 풀려서 인지 아니면
돌아가고 있다는 기쁨인지 두 눈에선 눈물이 흐른다. 하지만 그 안도감은 오래가지 못했다.

‘데..데뎃!’

멀티는 몸의 이변을 느낀다. 호흡이 거칠어지고, 두 눈이 희미하게 적색으로 바뀌는 것을 느낀다.

‘뎃!! 닝게에엔!! 닝겐!! 어디인 데스!! 마루의 자가 태어나는 데스!!’

마루는 이를 악물고 견뎌본다.

‘데...데....‘

이 열차가 멈추면 인간과 만날 수 있다.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는 마루는 오로지 자신의 주인과의 만남에
모든 것을 걸고, 양수가 터지기 일보직전인 총배설구에 힘을 집중한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열차는 어느덧 종점에 도착한다.

마루는 데이...데이...하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사람들의 흐름에 몸을 내맡기고, 기어가듯 열차에서 내린다.

'닝겐...닝겐...마루는 여기인 데스....‘

멀티는 휘청휘청하면서도 이를 악물고 걸었다. 태어날 자들과 함께 인간과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자신의 버릇없는 행동을 두말않고 받아주던 인간.
생각해보면 마루는 인간을 싫어했던 것은 아니다. 다만 부끄러웠을 뿐.
언젠가 남편이 될 인간이 부끄러웠던 마루는 자주 심술궂게 행동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아이가 생긴
이상 그것도 그만 둘 생각이다. 이제 인간의 아내답게, 집의 여주인답게 행동할 생각이다.

곧 태어날 새끼들에겐 이렇게 가르칠 것이다.
이 인간이 남편씨라고.
마루는 곧 나올 아기들의 미소와 남편의 얼굴을 떠올리며 떨리는 다리에 힘을 담아 한걸음 한걸음
발을 디딘다.

‘남편씨...곧 도착하는 데스....와타시의 남편...와타시의 집...’

훗카이도 최북단 왓카나이에 도착한 마루는 볼을 붉히며 데프프프프하며 웃음을 흘린다.
예년보다 혹독한 겨울을 예측한 기상청의 발표대로, 훗카이도의 하늘엔 첫눈이 쏟어지기 시작한다.
(끝.)




『 똥 』
‘마마!! 마마!!’
내가 기르고 있는 실장석의 이름은 아리사.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나의 사육실장.
나를 ‘마마’라고 부르며 한 시라도 내 주변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그런 귀여운 아리사지만, 실장석 특유의 멍청함은 별로 다른 녀석들과 다를 바가 없다.

‘마마~! 마마~~!’

아래층에서 2층 서재에 있는 나를 큰소리로 부르는 아리사.

‘마마! 똥이 나온 데스! 똥이 나온 데스!!’

아리사는 배변 때마다 이렇게 나에게 배변의 보고를 한다.
(도탓! 도탓! 도탓!)
성체실장의 체격을 이용해 계단을 기어오른 소리가 난다.
‘마마! 똥이 나온 데스! 나온 데스!’

서재 앞에 도착해 문을 두들기며 계속 외치는 아리사.
자실장과 중실장 시절에는 그런 보고가 사랑스럽게 느껴졌고, 그때마다 머리를 쓰다듬어주기도 했다.
그러한 습관은 성체가 되어서도 계속 되어 이젠 내 골칫거리로 전락해버렸다.

‘데에에에엥!! 마마! 마마!!’

목소리는 점점 울음소리가 된다.

‘데에에엥!! 나온 데스! 똥! 또오옹!! 데에에에엥!!’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하던 일을 멈추고 서재문을 연다.

‘데에에엥!! 데에에에엥!……마맛!‘

내 얼굴을 보고 확 얼굴이 밝아지는 아리사.

‘마맛! 똥 나온 데스우! 보러 왔으면 좋은 데스!’
‘.....아리사.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겠니. 일부러 보고하지 않아도 된다.’
‘데에....’

내가 조금 차갑게 말하자 아리사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토보토보 아래층으로 내려간다.
조금 말이 지나쳤다고 생각하며, 나는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하던 일로 돌아간다.
실장석에게 있어 똥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한다. 단순한 체내 찌꺼기의 배설이 아니다.
친밀한 보호자에게는 “빵콘”이라는 행동으로 감정을 표현하기도 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도 하는
복합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행위다.

뿐만 아니다. 새끼들은 부모에게 배설 후의 기쁨을 전하고, 부모들은 새끼의 배설물을 보고 아기의
건강상태를 확인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실장석들의 배설은 친밀한 스킨십의 일종이라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고는 들었지만
사육실장인 아리사가 그런 행동을 취하는 것은 조금 곤란하다.
그런 일을 생각하면서 나는 리포트를 마치고 크게 기지개를 켠다.
이제 한 개 끝났다. 잠깐 커피라도 마시고 올까.
나는 커피를 마시려고 아래층에 와서 부엌으로 향하던 도중, 아리사의 모습을 살폈다.
거실에서 비디오의 소리가 난다.
아무래도 점잖은 텔레비전이나 보는 것 같다.
나는 부엌에서 커피를 마시고 화장실에 가고 다시 2층에 올라가기로 했다.
화장실에 들어간다.
바지를 내리고 변기에 앉아 멍하니 달력그림 등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도타도타 발소리가 들린다.

‘마맛!! 마맛!’

소리가 난다. 아리사다.

'마맛!! 마맛! 똥 나온 데스우?똥 나온 데스우!?“

화장실 문을 두드리며 재잘거린다.

‘보고싶은 데스! 마마의 똥 보고싶은 데스!’

이것이 또 하나의 골칫거리.
아까 설명한 대로 서로의 배설물을 서로 보여 친밀한 스킨십을 하는 습성이 실장석에게 있는 것 같다.
이전, 아리사의 이런 호소를 무시하고 물을 흘려보내자, 아주 대성통곡을 한 탓에, 그 이후부턴
가급적 아리사의 이런 정신나간 요구를 들어주긴 하지만...

‘데!! (쿤쿤! 쿤쿤!)’

내가 일을 마친 뒤 바지를 입고 화장실 문을 열면 아리사가 발갛게 들뜬 얼굴로 화장실로 뛰어든다.
그리고, 양변기에 까치발을 하고 필사적으로 그 속을 들여다보려 필사적이다.

'데풋! 귀여운 데스우~♪ 엄마의 똥. 귀엽운 데스우~♪“

나는 가벼운 현기증을 느끼며, 2층의 일터로 도망치듯 틀어박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