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하는 실장석

 


“오늘이 그 날이네.”
<데에에… 그런데스.>

고개를 숙이는 실장석. 아무래도 고민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약속한 그 날이다. 내가 약속을 충실히 지켰으니 저 녀석도 약속을 지켜야 할 것이다. 계약이라는 것은 신성한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내가 집에 오기 전까지 결정짓는 게 좋아. 만약 딴 소리를 한다면…”
<독라로 쫒겨나는데스. 알고 있는데스요.>
“좋아. 그럼 나갔다올게.”
<잘 다녀오는데스.>

그 뒤에 테치거리는 녀석들이 있지만 나는 무시하고 집을 나섰다. 오늘은 약속의 디-데이. 이 약속을 이야기하려면, 20일 전 이야기를 먼저 해야만 한다. 20일 전 집 앞 작은 공원에서 이 녀석을 만난 이야기를 말이다.

내가 살고 있는 이 곳은 꽤나 괜찮은 곳이다. 자취생주제에 학교에 가려면 버스를 타야한다거나, 1주일에 한번씩 경찰차가 오고 피 묻은 사람들이 보인다는 단점이 있지만, 가격도 싸고 무엇보다도 집 앞에 작은 공원이 있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가끔 낮에 공원에서 멍때리는 것은 좋다. 밤에도 멀리 나가지 않고 공원 산책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좋다. 한 가지 문제라면, 역시나 실장석이겠지.

실장석이 일본에서 건너온 이후, 대한민국에서 실장석을 볼 수 없는 곳은 아마 아주 깊숙한 시골정도일 것이라 사람들은 말한다. 그만큼 실장석은 어디에나 있었다. 그 끈질간 생명력도 그렇고, 과도한 번식욕구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유기였다. 그렇기에 전국 방방곳곳에 실장석이 있을 수 있던 것이다.

우리 집 앞 공원은 실장석이 살기 괜찮은 환경이다. 공원과 쓰레기장이 가까워 그렇게 많은 수고를 거치지 않아도 생필품 확보에 큰 지장이 없다. 단, 한 가지 가장 큰 단점이 실장석의 번식을 막고 있는데 공원에 화장실이 없다는 점이다. 정말 집 앞에 있는 공원이라 화장실이 가고 싶으면 그냥 집에 가면 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이다. 설령 집이 근처가 아닌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근처 상가 화장실을 이용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실장석이 공원 밖으로 어기적어기적 나온다면? 그렇기에 실장석들은 물을 떠다놓고 자를 낳는 방법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고, 그때문에 실장석이 자신의 자를 성체까지 키우는데 드는 비율이 매우 낮은 것이다. 물론, 1년에 한 번 대규모 구제가 있는 건 모든 공원들의 의무다.

집에 갈 때 가장 빠른 길은 공원을 가로질러 가는 길이다. 하지만 공원 내부로 들어가면 필수적으로 실장석과 마주치게 되고 무시하고 집에 가더라도 집까지 따라오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에 일반적으로는 조금 돌아가는 것이 권장된다. 처음 이 집에 이사왔을 때도 집주인이 그리 말했고. 하지만 오늘은 아무생각없이 걷다보니 공원에 들어서게 되었다. 집에 가는 계단에 올라가려는 찰나, 한 실장석이 데스데스거리며 날 잡았다. 

꾀죄죄한 옷차림은 어떤 들실장이나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내 주목을 끈 것은 목에 매달린 목걸이와 이름표였다. 최대한 실장석과 닿지 않게 이름표를 확인했다. 주인의 번호가 남아있었지만, 실장석이 이정도 꼬라지라면 어디 산책시킨 게 아니라 가져다 버린 것이리라. 나는 초록이라고 쓰여진 이름표를 놓고 링갈을 켰다.

“왜 나를 잡았지? 시덥잖은 이유라면 널 죽일거야.”
<데...데스. 너무 배가 고픈데스. 밥을 주면 감사하는데스.>
“다른 실장석들도 배가 고플걸. 너만 줘야하는 이유는 없어.”
<데… 너무하는데스…>
“세상에 공짜가 어디있겠니. 안그래?”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나는 실망한 채로 일어났다. 그 때 다시 저 실장석이 나를 붙잡는다.

<데…! 그럼 일하는데스!>
“뭐?”
<와타시는 사육실장 출신인데스! 걸레질이나 빨래 접는 건 자신있는데스! 시켜만 주면 뭐든 하는데스!>

팔랑거리며 자신을 어필하는 실장석. 확실히 흥미가 생기기는 한다. 걸레질과 빨래접는 건 둘 다 귀찮은 일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렇다면 일단 면접 기회는 줘야겠지.

“좋아, 그럼 일단 따라오도록 해. 면접을 보자”
<데!! 데스!>
“아, 혹시나 내 마음에 안들면 다시 쫒겨날테니까 네 하우스는 잘 닫아두고 오는 게 좋을거야.”
<데!! 알겠는데스! 잠깐만 기다리는데스!?>

실장석은 뒤뚱거리며 달려가기 시작한다. 저 녀석을 만약 쓴다면 어떻게 쓰지? 푸드 가격은 얼마인지도 스마트폰으로 검색해본다. 그렇게 시간을 때우고 있으니 저쪽에서 달려오는 실장석이 보인다. 그런데 그 뒤로 다른 실장석도 달려온다. 예감이 좋지 않기에 일단 떨어져있는 나뭇가지를 주워든다.

<데!!! 닌겐상!!! 집에가는데스!!!>
<데스!!!! 저 멍청한 들실장대신 세레브한 와타시가 사육실장이 되는 건 당연한데스!!! 똥닌겐!!!!>

아무래도 저 멍청한 실장석은 입이 싼가보다. 그리고 그 찰나에 행복회로를 돌렸는지 벌써 자신이 사육실장이 되었다는 생각을 하는가보다. 일단 나뭇가지를 주워들어 뒤에서 헛소리하는 녀석을 쥐어팬다. 

<데에에에에! 부웨에에에엥! 이 미친 똥닌겐이 와타시를 모시지!!!! 아아아아아아아!!! 아픈데스!!!! 거긴 아픈데스!!!!!>
“꺼져라. 오늘 내가 빠루 안들고 온 걸 다행으로 여기고.”
<알겠는데스!!! 가는데스!!!!>

그렇게 들실장을 쫒아보내고 곧장 원사육실장을 패기 시작한다.

“너는 왜 그렇게 입이 싸냐? 그리고 면접이랬지? 너 사육실장 아직 아니거든?”
<데스! 죄송한데스! 거긴 아픈데스! 잘못한데스!>

너무 패버리면 안되니까 적당히 팬 후에 집에 데려간다. 다행이 쫒아오는 실장석은 없다. 하긴, 이렇게 신나게 실장석이 맞는 모습을 보고 난 뒤 깡 좋게 달려드는 실장석이 있으랴구.

나는 녀석을 끌고 일단 화장실에 들어가서 씻겼다. 너무 더러워서 땟국물이 줄줄 흐르는 녀석을 방에 들일 간 큰 사람은 없으리라. 내 속도 모르고 녀석은 오랫만에 하는 따뜻한 물 샤워라며 좋아했다. 나는 비누와 수건을 던져주며 옷도 빤 다음에 나오라고 해줬다.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녀석은 슬금슬금 기어나왔다. 

<데에에에… 닌겐상. 다 씻은데스.>
“그럼 여기 와서 앉아라.”

와서 털썩 앉는 실장석.

“그럼 면접을 시작해보자. 일을 지원하신 계기가 뭡니까?”
<데! 배가 고픈데스! 밖은 위험한데스! 안이 안전한데스!>

배부르고 등따숩다는 욕망을 절절히 들어내는 실장석. 내가 면접볼 때 이런 대답해서 합격하면 좋겠다. 사실 자아실현 이전에 돈 벌려고 취업하는건데 말이지.

“질문. 전 사육실장이였는데 쫒겨나신 이유는 뭡니까?”
<데! 자를 가진데스!>
“와, 그것 참 심각한 사유군요.”
<데에에에에에에!!!>

정말 심각한 사유다. 사육실장이 자를 갖게하지 못하는 것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자실장까지 돌볼 여유가 없다거나, 자실장이 분충이 되거나, 사육실장이 분충이 되거나. 내 앞의 녀석은 과연 어떤 녀석일까? 

“질문. 일단 자는 다 어디있습니까?”
<데… 다 죽은데스요… 처음 공원에 쫒겨난뒤로 푸드만 먹던 자들이 음식물 쓰레기를 먹지 못한데스요… 그래도 장녀는 잘 따라와주었는데 차녀랑 삼녀는 와타시가 힘겹게 먹이를 구해도 안먹고 투정만 부린데스요… 차녀랑 삼녀는 분충이었던데스… 그래도 사랑하는 자여서 솎아내지 못했던 게 장녀까지 죽인데스요… 오로로로롱… 장녀 미안한데스...>
“면접장 와서 우는 거 아닙니다.”
<오로로로…. 롱… 데….데스.>

처음 낳은 자들이 다 죽었다면 슬플만하지. 적록의 눈물을 흘리는 실장석에게 물티슈를 건네주니 눈가를 훔치면서 펑펑 운다. 하지만 면접은 면접이다.

“질문. 만약 여기서 일하시게 된다면 자를 낳을 생각이십니까?”
<데… 와타시의 자는 닌겐에게 행복을 주는데스… 와타시는 또 많이 자를 낳는데스!>
“그러다가 쫒겨난거잖아…”
<데에에…>
“인간은 너네의 자에게서 행복을 얻지 않는다고.”
<데에에에에?! 이렇게 세레브하고 귀여운 자에게 메로메로되지 않는 건 눈이 잘못된거데스!”
“그거는 니 생각이지.”

실장석들은 항상 이렇다. 자신들은 귀엽고 세레브하다. 그래서 보는 인간이 행복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그 행복의 대가로 콘페이토와 스시와 스테이크를 바쳐야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귀엽고 세레브하다라는 전제가 틀려먹었다.

“생각해봐. 니네가 정말 귀여웠으면 너네한테 사육실장이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애완실장이나 반려실장같은 이름이 붙지 않았을까?”
<데에에에에… 그럼 닌겐은 왜 세레브하고 귀엽지도 않은 실장석을 기르는데스?>
“뱀이나 이구아나도 기르는데 실장석은 기르지못할 게 또 뭐야?”
<데에에에에….>

뱀이나 이구아나 사진을 보여주면서 납득시킨다. 뭐 여기서 살짝 숨긴 게 하나 있다. 인간은 귀엽다고 생각하면 기른다는 점이지. 뱀이나 이구아나도 기르는 사람 눈에는 귀여워보이는 것이다. 실장석 또한 기를 때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지. 애호파라는 것도 있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애호파도 아니고 그런 정보를 주어서 띄울 필요도 없으니 일단 가르쳐주진 않는다.

“그럼 마지막 질문. 자를 낳았을 때 분충이라면 솎아낼 자신이 있습니까?”
<데! 데스! 그런데스! 그래야만 하는데스!>
“그 자세는 마음에 드는군요.”
<데엣츙~>
“아첨하면 감점입니다.”
<데에…..에에에.>

아첨하려다가 감점이라는 말에 중간에 억지로 끊는 실장석. 면접 결과는 나쁘지 않다. 시범적으로 시켜본 걸레질도 꽤나 잘하는 수준이고. 수건 몇장 접어보게 하는데 잘 접는다. 생각보다 쓸모있어보인다. 하지만 역시 자를 가진다는 점이 걸린다.

“좋습니다. 그럼 가채용인걸로 합니다.”
<가채용이 뭐인데스?>
“임시채용. 일단 자를 가지는 건 허락한다. 하지만 자도 어느정도 크면 일해야하고, 무엇보다 분충은 태어나고 1주일 안에 솎아낸다는 조건이야. 어때?”
<데에에…. 좋은데스! 분충을 솎아내는 건 옳은데스!>
“좋아. 그렇다면 계약서를 쓰자.”

나는 빈 종이를 들고 슥슥 써내려갔다. 까막눈인 실장석을 위해 써내려간 내용은 스마트폰 녹화기능을 튼 뒤에 실장석에게 읽어주고 확인을 받은 다음, 서명까지 마쳤다. 

<데에에에… 닌겐상은 이런 어려운 걸 왜 하는데스?>
“계약은 중요하기 때문이지. 이렇게까지 쓴 계약을 어기면 사람도 분충취급을 받는단다.”
<데에에… 중요한거데스.>
“그렇지. 어쨌든, 가채용 축하해. 오늘은 푹 쉬고 내일부터 일하면 된다. 청소 열심히 해라.”
<감사한데스. 와타시 열심히 하는데스.>









나, 이하 갑,은 실장석 초록, 이하 을,과 다음과 같이 채용 계약을 한다.





  1. 갑과 을은 가채용기간을 거쳐서 정식 채용을 결정한다.

    1. 가채용기간은 자를 낳은 뒤 일주일까지.

    2. 1주일의 유예 후, 분충은 처분한다.

    3. 1주일 이후 양충인 자 또한 일을 한다.

    4. 1주일 이후 발생한 분충 또한 처분한다.

  2. 을은 갑에게 청소 용역을 제공하고 갑은 그 대가로 실장푸드와 살 장소를 제공한다.

    1. 푸드는  아침, 저녁으로 제공한다.

    2. 실장푸드의 양은 1 실장석 기준으로 하루 제공량을 충실히 제공한다.

    3. 살 장소는 가채용기간에는 방석으로만 제공, 정식 채용 후에는 더 좋은 곳으로 제공한다.

    4. 갑은 을에게 특식을 제공할 권리가 있다.

    5. 을은 갑에게 특식을 요구할 수 없다.

  3. 가채용기간

    1. 가채용기간에는 을과 을의 자가 먼저 공격하지 않는 한, 갑은 을과 을의 자에 대해 먼저 공격하지 않는다.

    2. 갑은 가채용기간 내에 을의 자를 귀여워해줄 권리가 있다.

    3. 을은 가채용기간 내에 을의 자를 훈육할 의무가 있다.

  4. 채용계약의 소멸

    1. 일방의 취소로 채용계약은 소멸하지 않는다.

    2. 쌍방의 동의 아래 채용계약은 소멸이 가능하다.

    3. 을의 과실로 인한 채용계약의 소멸 시 갑은 을과 을의 자를 독라로 만들어 공원에 방생해야만 한다. 단, 쌍방과실일 경우 그러하지 아니하다.

    4. 갑의 과실로 인한 채용계약의 소멸 시 갑은 을과 을의 자의 생존을 보장하여야만 한다. 단, 쌍방과실일 경우 그러하지 아니하다.


다음과 같은 조건으로 채용 계약을 한다.


갑                                                                       을










“임신 금방 했네.”
<그런데스!>

어느덧 일주일이 지났다. 생각보다 일을 잘하는 녀석이였다. 걸레질도 매일같이 하고 화장실도 매일같이 닦았으며 내가 아무렇게나 집어던진 옷도 모두 빨래바구니에 잘 던져놓았다. 덕분에 바닥이나 화장실이 반짝반짝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피골이 상접하고 추례했던 녀석이 잘 씻고 잘 먹으니 이제는 좀 볼만한 수준이 되었다. 걸레짝같던 옷도 1000원 상점에서 싸구려로 하나 사주었다. 아무래도 집에서 매일 볼 녀석이니 그래도 독라로는 냅둘 수 없지, 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리고 생활이 나아지니 곧장 임신을 했다. 진짜 번식욕구 하나는 끝내주는 녀석들이다.

“태교 잘해라. 분충이 태어나면 너가 직접 슬픈 일을 해줘야 하는데 그건 싫잖아?”
<알겠는데스. 너무 걱정하지 마는데스. 다 세레브한 와타시의 자니 닌겐상도 좋아할 게 틀림없는데스!>
“그게 바로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는거다.”
<데....>
“너네도 다른 친실장의 자가 혼자 돌아다니면 독라로 만들어서 운치굴 노예로 쓰는데 인간이 왜 반드시 좋아하리라고 장담하냐? 나한테 이쁨 받는 건 청소를 잘하는 실장석이야.”
<데에에에에….>
“싫으면 메로메로될만한 다른 인간을 찾아보든가. 네가 동의한다면 얼마든지 고용계약은 끝낼 수 있단다?”
<데!!!! 아닌데스!!!! 와타시가 열심히 가르치는데스!!!>

실장석 특유의 행복회로는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사육실장까지 올라갔다가 공원에서 개고생을 해본 경험때문인지, 금방 정신을 차린다. 그래 그게 바로 좋은 태도야. 

<닌겐상! 와타시의 자들을 보라는데스!>
“음, 4마리냐? 엄지나 구더기는 없고?”
<그런데스! 자들은 어서 닌겐상에게 인사하는데스요.>
<안녕하신테치! 잘부탁드리는테치!>
<똥닌겐!! 어서 스테이크와 스시를 내놓---->
<사녀는 닥치는데샤!!!>
<닌겐상! 와타시를 귀여워해주는테치!>
<닌겐인테치? 테치!>

음… 벌써 분충후보가 보이는데. 뭐 아직은 간섭할 필요가 없겠지. 나는 계약을 충실히 지키는 사람이니까. 먼저 공격하지 않는 이상, 나도 공격하지는 않을거다. 나는 가방을 걸어놓으며 이야기했다.

“그럼 오늘부터 일주일이네?”
<그런데스>
“벌써 분충이 보이는 건 나만의 착각은 아닐 거 같아.”
<아닌데스! 와타시가 철저히 교육하는데스!>
“말로는 뭔들 못해. 일주일 뒤에 보자고.”

나는 말을 던진 뒤 푸드를 주고 샤워를 하러 들어갔다. 깨끗한 화장실이 아주 마음에 든다. 왠지 저 녀석을 고용한 뒤에 삶의 질이 1% 정도는 늘어난 느낌이랄까. 미미해도 차이는 확실히 있다. 나는 물기를 닦으며 기분좋게 나왔다. 이 느낌만 아니었으면 침대까지 유지되었을 기분이었다.

-찰박

밑을 보니 내 발목즈음에 운치가 뭍어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테프프프거리며 눈이 반달이 된 자실장이 날 비웃고 있었다. 초록이는 얼음이 되어서 날 바라보고 있었고, 다른 자실장들은 상황파악이 안되는지 테치테치거리고 있었다.

<테치칫! 똥닌겐! 고귀하고 세레브한 와타시에게 어울리지 않는 푸드를 준 죄는 어마어마한텟치! 어서 콘페이토와 스시와 스테이크를 바치는테샤!!!! 안그러면 와타시가 똥닌겐을 죽여버리는테샤!!!>
“...어이 미세스 초록.”
<하….하이데스.>
“이것은 우리 계약에 있는 공격이 맞겠지?”
<그...아...아닌...>
“아니라고? 내가 맞았는데?”
<아….맞는...맞는데스....>
“그렇다면 나는 공격할 권리가 생기는군.”

나는 다시 화장실에 들어가 일단 운치를 씻어냈다. 어떤 처벌이 좋을까? 내 눈에 마침 들어온 것은 전기파리채였다. 좋아. 나는 일단 나에게 운치를 던진 녀석과 마주했다.

“어이, 너.”
<닌겐노예주제에 부르는게 건방진텟치! 와타시를 부를 때는 주인사마라고 부르는텟치!>
<사….사녀….>

초록이의 애타는 부름에도 분충짓을 멈추지 않는 녀석. 나로서는 잘되었다 싶다. 

“니가 왜 내 주인이냐?”
<와타시가 세레브하기 때문인텟치!>
“인간들은 세레브함때문에 주인삼지 않는데?”
<텟?>
“내가 초록이의 주인인 것은 어디까지나 제대로 된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야. 초록이 너도 동의하지?”
<그런데스.>
“그런데 넌 나랑 계약을 안했잖아. 그럼 넌 내 사육실장도 아니고 내 주인은 더더욱 아니지.”
<텟! 그럼 당장 계약을 하는테챠!!!>
“좋아. 니가 춤을 잘 춘다면 말이지.”
<테프프프프프. 와타시의 춤을 보면 닌겐노예는 틀림없이 메로메로… 왜 와타시를 드는텟치?”

나는 더 이상의 헛소리를 듣지 않고 자실장을 들어 전기파리채 위에 올려놓았다. 다이소에서 산 5000원짜리 전기파리채. 가끔 잘못해서 전기 있는채로 닿으면 나도 따끔거리는 이 파리채에서 얼마나 버틸 지 기대되는데?

“자, 댄스타임이다.”
<테? 테챠!!!!! 뭐인테챠!!!! 찌릿찌릿한테챠!!!!!!!>

버튼을 누르자마자 미친듯이 뛰기 시작하는 자실장. 탭댄스를 추면서 밖으로 도망치려고 하지만 살짝만 기울여주면 바로 넘어지면서 브레이크 댄스를 보여준다. 오, 저건 팝핀인가?

“운치싸지마라. 잘못하면 감전되어서 너 죽는다.”
<테챠!!!!!!! 살려달라는테챠!!!!! 와타시 버틸수 없는테챠!!!!! 똥노예!!!!!>
“잘 좀 춰봐. 내가 널 사육실장 삼을 수 있게.”
<테챠아아아아아아!!! 테츄아아아아아아!!>

아첨을 하고 싶어도 전기 오르는 것때문에 못하는 자실장. 슬쩍 자실장들을 보니 모두 충격받은 모습이다. 두 녀석은 빵콘한지 오래고 제일 큰 녀석은 간신히 빵콘을 참아내는 표정. 이제 슬슬 연기가 올라오는 거 봐서는 더 이상 하면 죽겠다. 나는 운치를 지린 녀석을 화장실에서 대충 헹군 다음 초록이에게 던져준다.

“으. 이 전기파리채는 더 이상 못쓰겠네. 새로 사와야겠다.”
<데… 닌겐사마...>
“자실장들은 잘 들어. 나한테 운치 같은 거 던지거나 콘페이토니 스시니 이딴 소리를 하면 지금보다 더 지옥같은 걸 겪게 해줄거야. 알았어?”

다들 말도 못하고 고개만 끄덕인다. 뭐 잘 알아들었겠지. 아니면 일주일 뒤에 처형이고. 나는 배터리를 분리한 후 초록이에게 파리채를 던져준다.

“니 자가 흘린 운치 다 닦은 다음에 이거랑 해서 쓰레기 버리고 와.”
<알겠는데스.>

초록이는 순순히 내 말에 따른다. 내 말을 순순히 듣는 모습을 보여줘서 우열관계를 자들에게 보여주려는 것인가? 아니면 처음보는 내 모습에 쫄은건가? 뭐 어찌되었든 상관없다. 나로서는 청소만 잘해주면 상관이 없으니. 

그렇게 일주일간의 훈육을 지켜보았다. 운치는 화장실에서 싸서 흘려보낼 것, 밥은 마마가 정해주는만큼만 먹을 것. 인간한테는 항상 닌겐상이라는 호칭을 붙일 것 등등. 처음 전기파리채 고문에 지리던 녀석들도 나한테 나쁜 짓만 하지 않으면 혼내지를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가끔은 스펀지공을 가져와서 놀아달라고 한다. 

장녀는 벌써부터 자신의 마마를 돕겠다고 난리다. 물론 힘도 없고 크기도 작기 때문에 별 도움은 되지 않지만 초록이가 흐믓해하는 모습이 보인다. 차녀는 잘 놀고 잘 뛰어다닌다. 가끔은 운치를 아무곳이나 싸재끼지만, 그런 모습이 보이면 그 즉시 초록이가 달려와서 치우기 때문에 뭐라고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일주일 후에도 그러면 분충이 되겠지. 

삼녀는 얌전하다. 장녀 옆에서 놀거나 엄마 옆에서 노는 것이 전부. 가끔 장녀와 같이 와서 나랑 스펀지공으로 놀기도 한다. 운치도 잘 가리고 괜찮은 녀석이다. 마지막은 사녀. 첫날 전기고문의 여파인지 나한테는 절대로 가까이 오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데서나 운치를 싸재끼고, 날 똥닌겐이라고 부르는 것을 여과없이 들었다. 넌 이미 분충 확정이야.

그렇게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제 결정의 순간이다. 

“자, 결정했니?”

들어오자마자 나를 반기는 자실장들을 두고 나는 초록이에게 결정을 독촉했다. 초록이는 동공에 지진이 일어났다. 자실장들은 이게 무슨소리인가 하고 나와 초록이를 번갈아 쳐다본다. 초록이는 그런 자실장들의 시선을 외면하고 나를 부른다. 

<데…. 차녀와 사녀가 분충인데스.>
<테?>
<텟치? 마마??>
<텟…>
<텟!!!! 무슨 말인테치! 와타시가 분충인텟치? 틀린텟치! 똥마마가 분충인텟치!>
“흠… 그 이유는?”
<데… 사녀는 보다시피 마마와 닌겐상에 대한 존경심이 없는데스. 푸드도 마음대로 쳐먹는데스. 분충인데스. 차녀는 운치도 제대로 못가리는데스. 삼녀를 구박도 하는데스.>
“다른 애들 중에는 분충이 없다는 뜻인가?”
<데… 장녀는 착하고 올바른데스. 삼녀는 마음이 약하지만 상냥한데스. 이 둘이라면 괜찮은데스.>
“좋아. 그럼 차녀랑 사녀는 분충이니까 슬픈 일을 당하는 게 맞겠지.”

나는 곧장 차녀와 사녀를 손끝으로 들어 내 눈과 시선을 마주했다.  차녀와 사녀는 벌써 빵콘을 시작한듯 팬티가 불룩해져있었다.

“마지막으로 너희를 변호할 수 있는 기회를 줄게. 자, 시작.”
<테….>
<테츄융~>
“응, 끝났네.”

나는 아첨을 듣자마자 문을 열고 현관으로 나가 재빨리 공원을 향해 던져버렸다. 이정도면 바로 사망, 아니라고 해도 들실장의 먹잇감으로 사라질 것이다. 나는 들어와서 손을 씻으며 이야기했다.

“좋아, 오늘로서 정식 채용이네. 축하해.”
<데! 감사한데스!>
“오늘부터 더 열심히 일해봐. 자들도 청소를 잘 배워두라고. 너희 마마랑 같이해야 너희 마마가 덜 힘들겠지?”
<텟치! 알겠는테치!>
<와타시, 열심히하는테치!>
“초록이 너도 자들 잘 가르쳐주고.”

나는 침대에 누워 티비를 켰다. 벌써부터 자들은 청소를 배운다고 난리다. 초록이는 그래도 자신의 자였던 것들을 솎아냈다는 것에 슬퍼하는 기색이지만 그래도 남은 자들을 위해 힘낼 것이다. 뭐 힘내지 않는다면 그날로 계약은 끝이겠지. 저렇게 잘 가르쳐놓은 자실장들을 나중에 팔아버릴까? 대학생 원룸 전용 뭐 이런걸로? 그런 것도 괜찮겠다. 나는 슬슬 감기는 눈에 저항하지 않고 몸을 맡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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