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타바 주말농장

 

후타바 도시형 주말농장. 도시 주변의 공터에 구청에서 각각 10평~50평 남짓한 분량의 땅을 신청자 수백 세대에 분양하여 직접 자기가 기른 농산물을 지어먹을 수 있게한 주말 텃밭 농장이다.

하지만 대부분 보통은 처음 한두달 정도만 의욕적으로 할 뿐, 서서히 사람들은 관리하지 않고 버려두게 되기 마련이다. 1년 단위로 새로 분양하는데, 마지막까지 제대로 관리하는 사람은 전체의 10%도 채 되지 않는다. 바쁜 현대인들이 주말까지 쪼개어 주말농장을 관리하라는 것은 생각보다 번거롭고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몇 차례 시도해보았지만 결국 땅만 점점 황폐해 질 무렵, 구청의 공무원 토시아키는 '실장석 농업'을 떠올렸고, 그 제안은 구 의회를 통과했다.

후타바 주말농장

"히, 힘든테치!"

"닥치고 하는 데스!"

한 여름의 뜨거운 땡볕 아래 독라 상태로 일을 하는 실장석들. 실장석 아카데미 농과에서 철저히 훈련받은대로 그녀들은 열심히 밭을 개간하고, 씨를 뿌리며, 물을 주고, 잡초를 뽑고 있었다. 

"힘든테치…"

이번에는 차녀가 힘들다며 굽힌 허리를 일으켰다. 그러자 곧바로 성체실장의 매서운 채찍질이 돌아왔다. 

"테챠아아!"

차녀의 비명이 울러펴졌고, 그러자 저 한 켠에서 그 모습을 "오로로롱"하고 피눈물을 흘리며 보고 있던 또 하나의 성체실장은 이번에는 자신이 부리는 자실장들에게 채찍질을 했다. 그 모습에는 또 차녀에게 채찍을 후려갈긴 성체 실장이 울었다.

1헥타르 남짓한 후타바 도시농장은 사람들의 관리부실이 이어진 나머지 점차 폐허가 되어가고 있었다. 공짜로 주어진 땅인만큼 소중히 다루는 마음도 없었던 것이다. 1년마다의 농지 평가 결과가 안 좋아서 퇴출 당하더라도 그럼 말지 뭐, 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구청장님 최대의 역점사업을 실패로 돌릴 수는 없었기에 공무원들은 머리를 쥐어짜내야 했고, 그 와중에 토시아키는 실장석 농법을 제안했다. 실장석들을 노동력으로 사용하자는 < 노동석 > 운동 덕분에 실장 아카데미들이 곳곳에 세워져 실장석들을 노동력이 필요한 곳곳에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시골의 농지들과 달리, 도시는 도망치기만 하면 먹고 살 수 있는 길이 많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기껏 아카데미에서 세금으로 사온 농업실장들이 몰래 도망가버리는 일이 생겼다. 결국 토시아키 주무관은 모든 주말농장의 실장석들을 독라로 만들었다. 

독라인 이상, 도시농장을 벗어나는 순간 도시의 들실장들에게 노예로 괴롭힘만 당하게 되니까. 더이상 실장석들은 도망치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또 생겼다. 가족 단위로 일을 부리기 시작하자 분충들이 자신의 자식들만이라도 고생을 덜 시키고자 농땡이 피우는 자실장들을 그대로 냅두는 것이었다. 3천평이 넘는 도시농장이다. 100여마리의 농업 실장으로는 손이 부족하다. 그런데 농땡이까지 피우는 모습을 두고 볼 수 없었던 토시아키는 자실장들의 관리감독을 친실장이 아닌 각기 다른 친실장들이 바꿔서 관리 감독하게 만들었다.

'저 실장이 내 피같은 자실장을 쪼아대며 일을 시키고 있는데스… 그러니 나도 저 실장석의 자를 혹독하게 굴리는데스!'

서로에 대한 악감정이 날로 깊어지며 미칠듯이 서로의 자실장들을 쪼아대는 실장석들. 당연히 농지의 생산성은 크게 증가했다. 주말농장으로 사람들이 채 2톤의 농산물을 못 키워내던 이 땅에서, 실장농업을 도입하자 무려 7톤 이상의 농산물을 생산해내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그렇게 생산된 농산물을 고아원이나 요양원 등에 복지로 제공하자 덩달아 구청장의 지지율도 올라갔다.

"오네챠, 와타시는 죽고 싶은테치"

그러나 실장석들의 하루는 날이 갈수록 고달퍼졌다. 마마는 그저 아침에 일을 나갈 때 잠깐 저 멀리서 눈빛 한번 주고받는게 전부였다. 고된 일을 마치고 돌아와 무줄기의 저녁식사를 마친 후 모두 몸을 뉘었다. 장녀는 차녀의 울음을 달래다 아카데미에서의 기억을 떠올렸다.

"닌겐상들의 일을 돕고 식사와 잠자리를 제공받는데스. 우리가 노동을 해서 닌겐상들에게 인정을 받을수록 실장석들에 대한 닌겐들의 평가와 시선 역시 향상될 것인데스. 따라서 우리는 곧 실장석들의 대표인데스. 그런만큼 열심히 일해야하는 데슷!"

장녀는 미도리 선생님의 말을 계속 생각했다. 지금까지는 그렇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말 그런지는 의문이었다. 분명히 이 농장의 실장석들은 죽도록 열심히 일해서 엄청난 생산량을 출하내고 있다고 들었다. 그러나 아무 것도 바뀌지 않았다. 무엇보다 약속된 스시와 콘페이토는 첫날 환영회 때 이후로는 먹어본 적도 없었다. 맨날 풀뿌리가 전부. 도시의 들실장들보다는 낫다고 하지만 적어도 들실장들은 땡볕에서 피부 허물이 벗겨지는 중노동과 채찍질에 8시간씩 시달릴 일은 없지 않겠는가.

게다가 약속이 틀렸다. 분명 마마와 함께 지낼 수 있다고 들었는데. 왜 우리는 마마와도 떨어져 저 똥같은 아줌마의 학대 밑에서 길러져야 하는가. 이대로는 행복한 미래는 커녕, 자들을 낳아 길러보았자 평생 이렇게 살다 죽을 것이 분명했다. 

"더이상 이렇게 살 수는 없는테치!"

장녀는 누워있다가 분연히 몸을 일으켰다.

"오네챠"

차녀가 흘리던 눈물을 닦으며 장녀를 물끄러미 보았다. 장녀는 짐짓 진지한 얼굴로 크게 외쳤다.

"모두 내 말을 들어보는테치. 우리가 아카데미에 있을 때 들은 것과 이곳의 일은 분명히 다른 테치! 우리는 모두 독라가 되었고, 스시와 콘페이토는 구경도 못해본 테치! 죽도록 일만 하는테치! 이대로는 우리 모두 죽게 되는테치! 우리 모두 함께 도망…테챠아아아아아아아!"

하지만 장녀의 연설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장녀는 누군가의 손에 들려 그대로 한쪽 귀를 찢겼다. 게다가 귀만 깨끗하게 찢긴 것도 아니고 얼굴의 살점이 이만큼이나 함께 떨어져나갔다. 장녀는 고통에 그대로 발을 동동 구르며 바닥을 굴렀다. 장녀의 귀를 찢은 것은…토시아키였다.

"이런 놈이 나올 줄이야"

오늘은 구청장에게 표창창까지 받아서 기쁜 토시아키였다. 이제 내일부터 수확만 끝내고 출하해서 내보내면 올해의 일도 끝나는 것이다. 그 훈훈한 마음에 콘페이토라도 나눠줄까 싶어 퇴근길에 농장 뒷켠의 창고이자 실장석 기숙사에 들렀더니 이런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출하를 앞둔 중요한 상황에 이런 악질 선동분자가 생겨났을 줄이야. 

토시아키는 그 장녀는 물론 그 관리책임을 맡은 성체실장까지 그 자리에서 양 팔을 비틀어 떼어버리곤 라이터로 그 부분을 지져서 영원히 병신을 만든 후 비밀봉투에 담았다. 그리고는 린갈을 장착하고 말했다. 

"이 녀석들은 내가 집에 데리고 가서 죽도록 학대하다가 죽일 것이다. 잘 기억해두어라, 이 분충들아. 불평불만 터뜨리기 전에 너희 실장석들이 도시에서 당장 배고플 일 없이, 추위에 얼어죽을 걱정 없이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일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내가 매주 찾아올테니, 이 놈처럼 불평불만을 터뜨리는 녀석이 있다면 나에게 말하면 이 콘페이토를 그 밀고자에게 나누어주겠다. 또한 각 관리 실장들은 자신이 관리하는 개체 중에 제일 악질과, 제일 우수 개체 하나씩을 뽑아두어라. 상벌을 매주 확실히 할 것이다. 이상!"

그리고는 거칠게 비닐봉투에 담긴 두 실장석을 끌고 가버렸다. 장녀의 친실장과 성체실장의 자실장들은 모두 일제히 오로로롱 하고 울음을 터뜨렸지만 그 뿐이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똑똑한 몇몇 실장석들은 비로소 그때 자신들의 처지를 확실하게 깨달았다.

그들은 죽을 때까지 일하는 노예. 아무리 죽도록 일한다고 해봐야 자신들이 다른 실장석들에 대한 처우를 바꾼다거나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 그리고 토시아키의 말도 틀린 말은 없는 정론… 어차피 독라가 되어버린 이상 이 농장을 벗어날 수는 없다. 설령 머리와 옷이 있고 무사히 들실장으로 정착한다고 해봐야 확실히 먹고 자는 것에 대한 보장은 전혀 없다. 

그렇다면…

기왕이면 일 잘하는 노예, 콘페이토를 받으며 이쁨 받는 노예가 되도록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고 다짐하는 것이었다. 물론 대부분의 실장석들은 '어떻게 하면 누군가를 밀고해서 콘페이토를 받을 수 있을까'부터 생각하기 시작했지만.

물론 어느 쪽이던 미래는 없었다.

수확이 끝나고 나면 봄이 올 때까지 이들이 할 일은 전혀 없었고, 그 사육비용을 감당하기보다는 그냥 폐기하고 농업실장을 봄에 새로 사는 것이 훨씬 이익이었기에, 녀석들은 다다음 주에 모두 실장사료 업자에게 넘겨져 다진 고기죽이 될 예정이었기 때문이었다. 

- f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