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도록 하얀 눈이 쌓여있는 날이었다. 발걸음도 가벼운 금요일 퇴근길이다. 저녁을 간단히 먹고 흥얼거리며 길을 걷는데 초록색 무언가가 나를 잡았다. 더러운 손으로 내 바지를 잡았다는 불쾌감에 다리를 휙 빼니 그대로 쓰러지는 실장석이다. 실장석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본다. 적록의 눈이 탁한 회색으로 물들어간다. 곧 죽을 놈이군. 실장석은 나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한다. 어떤 변덕일지는 모르겠지만 링갈을 켜본다.
<데… 닌겐상… 부탁이 있는데스…>
“밥을 달라거나, 자들을 부탁한다거나 하는 시덥잖은 이야기겠지.”
<마… 맞는데스… 자들을… 와타시의 자들을…>
나는 들실장의 주위를 살펴보았다. 자실장 5마리가 들실장에게 매달려있다고 할 정도로 붙어서 덜덜 떨고 있었다. 엄지나 구더기는 없었다. 아마 벌써 얼어 죽었거나 버렸겠지.
“사육실장으로 키워달라는 이야기를 할거면, 사양이야.”
<사육...실장은 바라지도 않는...데스… 그저… 돌봐주기만 해도… 충분한...데스…>
“...돌봐주는 방식이 거칠어도 좋다는건가?”
<그런… 사… 상관없는데스… 이대로는 어차피 죽을뿐인데스…>
“흠, 좋아.”
<가...감사한데스…>
들실장은 나의 대답을 듣고는 안심한듯 고개를 떨군다. 마지막 힘을 다 짜내서 낸 소원인걸까.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뒤 링갈을 주머니에 넣고 자실장들을 챙긴다. 이미 대화를 다 들은 녀석들은 나에게 힘없이 딸려온다. 마지막 녀석은 적록의 눈물을 흘리며 들실장에게 매달리지만 내가 챙긴 녀석이 뭐라뭐라하자 손을 놓고 나에게 얌전히 딸려왔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일단 자실장들을 씻긴다. 대야에 따뜻한 물을 받아서 자실장들을 담근다. 자실장들은 처음에는 놀랐지만 곧 기분이 좋은지 눈을 감고 따뜻함을 즐긴다. 으, 운치도 싼다. 멍청한 들실장같으니.
그렇게 씻겨놓고 자리에 앉힌다. 다시 링갈을 킨다. 녀석들의 테치테치하는 소리가 변역되어 들리기 시작한다.
“내 말이 잘 들리나?”
<그런테치! 목욕을 시켜주셔서 감사한테치!>
<마마… 히끅>
<테프프프프프… 이제 아와아와한 콘페이토와… 읍읍!>
<쉿, 조용히 하는테치!>
<테에에에에엥…>
시끄러운 녀석들 같으니. 다섯 마리나 되니까 정신이 없다.
“일단, 나는 학대파다.”
<테?>
전원 동작을 멈추고 나를 쳐다본다. 마치 내 말이 거짓인지 사실인지를 확인하는 표정. 나는 무심하게 자실장들을 바라본다. 이윽고 녀석들은 덜덜 떨며 비명을 지르려고 한다. 나는 재빨리 말을 잇는다.
“여기서 소리를 지르면, 죽인다.”
<테에에!!에에에…>
“좋아. 용건만 간단하게 말해주지. 나는 학대파지만, 조건이 있지. 내 말을 잘 들으면, 학대를 하지 않는다. 간단하게 말하면, 내 말만 잘 들으면, 너희는 슬픈 일을 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알겠나?”
<테치…>
서로 수근거리는 자실장들. 닌겐상의 말을 잘 들어야하는테치! 그런 건 모르겠으니 콘페이토를 내놓으라고 요구하는테치! 오네챠! 그러면 안되는테치! 마마가 보고 싶은테치… 다양한 소리들이 들려온다.
“너희들, 사육실장이 뭔지 아나?”
<테치! 세레브한 분홍색 실장복을 입는테치!>
<아와아와한 거품목욕도 하는테치!>
<테프프프프… 닌겐노예를 마음대로 부리는테치!>
<콘페이토를 산처럼 쌓아놓고 먹는테치!>
<우마우마한 스테이크와 스시를 먹는테치!>
“다 틀렸다.”
<테치?>
“사육실장이라는 건, 인간에게 절대 복종하고, 인간을 위해서 사는 실장석이다.”
내 말에 격렬히 반응하는 자실장이 있다. 아까부터 꾸준히 분충발언을 해 온 녀석이라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팔을 위아래로 미친듯이 흔들며 내 말에 반박하는 자실장이다.
<테치! 거짓말이 틀림없는테치! 옆집 오바상이 원사육실장이었는테치! 오바상이 그랬는테치! 닌겐노예를 마음껏 부리고 콘페이토를 실컷 먹었다고 말했는테치!>
“그래? 그래서 그 오바상은 계속 사육실장이었나?”
<테치?>
“그딴 짓을 하다가 쫒겨났으니까 공원에서 사는거겠지. 그 오바상이라는 놈은, 사육실장 실격이 놈이다.”
<테치...>
“인간에게 절대 복종하면, 인간을 위해서 살면, 인간은 거품 목욕도, 스테이크도, 콘페이토도, 분홍색 실장복도 다 주지.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쫒겨난다. 아니면 죽는다.”
아무 말도 없는 자실장들. 자신들이 굳게 믿고 있던 신념 하나에 의문을 가지게 되었으니 그럴만도 하다. 들실장들은 굳게 믿고 있는 것이다. 사육실장은 대단한 것이라고. 그랬던 것이 서서히 부서지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것을 내가 이해해줄 필요는 없다.
“그래서, 나는 너희를 사육실장으로 교육시키려고 한다. 물론 인간에게 절대 복종하는 사육실장이지. 그것이 싫다면, 지금이라도 바깥으로 보내주마.”
나는 자실장들을 들어 창문턱으로 올려놓았다. 다시 눈이 오기 시작한다. 쌓인 눈이 가로등빛이 반사되어 하얗게 빛이 나고 있었다. 인간이 보면 아름다운 광경이겠지만 아까의 추위를 기억하는 자실장들에게는 지옥의 빛일 것이다. 자실장들은 전부 고개를 흔든다. 그래,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나은 법이지.
“좋아. 그럼 첫 훈련이다.”
나는 자그마한 그릇에 실장푸드를 담아 자실장들 앞에다가 두었다. 자실장들도 한번쯤은 실장푸드를 맛보았을 것이다. 인간들이 남긴 쓰레기만 먹다가 먹어본 실장푸드는 훌륭한 맛이었겠지. 아까 그 훌륭한 분충은 내가 실장푸드를 탁자 위에 놓기 전부터 달려들기 시작한다. 다른 자실장들도 그 뒤를 따라 달려온다. 나는 엄지와 중지를 겹친 후에 중지에 힘을 준다.
-딱!
<테챠아아아아아아!!!>
“누가 먹으라고 했지?”
내 딱밤에 맞은 분충은 훌륭하게 뒤로 나가떨어진다. 그 모습을 보고 멈춰선 나머지 자실장들. 하나는 뒤로 날라간 분충에게 달려간다. 달려간 녀석이 분충을 흔들며 차녀 오네챠라고 부르는 거 봐서는 그 분충이 차녀인가보지? 기억해둔다.
“첫번째, 사육실장은 절대로 주인 허락없이는 음식에 손을 대지 않는다.”
<테치?!>
“어기면, 저 꼴이 되겠지.”
나는 손가락으로 뒤로 자빠진 분충을 가리킨다. 자실장들은 침을 꿀꺽 삼킨다.
<테… 그럼 와타시타치는 언제 푸드를 먹을 수 있는테치?>
“내가 먹으라고 할 때.”
<테치… 그게 언제인테치?>
“내 마음이지. 그게 인간에게 절대 복종하는 시작이다. 싫다면 언제든지 ‘바깥’으로 보내준다.”
<아닌테치… 기다리는테치…>
다른 세 자실장들은 푸드와 좀 떨어져서 자리를 잡는다. 분충과 나머지 자실장도 온다. 분충은 어느정도 정신을 차린 눈치였다. 하지만 다시 실장푸드를 보더니 달려든다. 나는 다시 딱밤을 때린다. 아까보다 조금 더 세게. 뒤로 데굴데굴 굴러간다. 하지만 이번이 두 번째니 이 것으로 끝낼 마음이 없다. 나는 준비한 이쑤시개 통에서 이쑤시개를 하나 꺼내, 그대로 왼팔에 푹 찔러넣는다. 어리둥절하는 분충. 그러다가 고통이 오는지 비명을 지른다. 다른 자실장들도 경악한다.
<테챠아아아아아아아아!!!!!! 아픈테챠!!!! 이거 당장 빼지 못하는테챠!!!!>
“조용히 해라. 아니면 하나 더 꽂는다.”
<빨리 못빼는테챠!!!! 와타시의 핵펀ㅊ...테챠!!!!!>
나는 재빨리 오른팔에 다른 하나를 푹 찔러넣는다. 고통에 비명을 지르는 분충. 다른 자실장들은 배고픔도 잊은 채 벌벌 서로 껴안고 벌벌 떨 뿐이었다. 나는 이쑤시개를 계속 꽂아넣었다. 셋, 넷, 다섯, 여섯, 일곱개를 꽂아넣을 때서야 비명소리가 잦아들기 시작한다. 나는 그 중 제일 큰 자실장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너.”
<테치?>
“왜 이 녀석이 혼났는지 설명해봐라.”
<테… 닌겐상의 말을 제대로 안들은테치!>
“어떤 말을 안들었지?”
<기다리라는 말을 안들은테치!>
“그리고?”
<테...테...테챠아아아!>
나는 살짝 딱밤을 날린 후에 그 옆에 녀석에게 질문을 마저 날린다. 그 녀석은 내 눈치를 보다가 말을 꺼낸다.
<닌겐상이 비명을 지르지 마라고 한테치… 근데 차녀챠는 지키지 않은테치…>
“인간의 명령에는 어떻게 한다고 했지?”
<저...절대 복종인테치!>
“그래. 저 분충은 내 말을 어겼다. 그러니까 벌을 받는거다. 모두들 알겠나?”
이쑤시개에 꽂혀 제정신이 아닌 녀석을 제외한 녀석들은 모두 고개를 격렬하게 끄덕인다. 나는 분충을 다른 수조에 옮겨 담는다. 뚜껑을 닫고 녀석이 뭐라하든 무시한다. 시계를 보니 10분 정도 지났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식사를 허가하기로 한다.
“푸드를 먹기 전에는 인간에게 ‘감사히 먹겠습니다.’라는 말을 반드시 해야한다. 그리고 먹을 때는 조금씩만 먹으면서 흘리면 안된다. 흘려도 벌이다.”
<테치! 알겠는테치!>
“좋아. 이제 푸드를 먹도록.”
자실장들은 신나서 푸드로 달려간다. 멍청한 새끼들. 감사인사를 하는 놈이 하나도 없군. 나는 딱밤을 네 번 날린다. 네 마리의 자실장이 모두 나뒹군다. 제일 큰 녀석이 화난 표정으로 일어난다. 왜 자기들이 맞았는지 모르는 모양이다.
“내가 푸드를 먹기 전에 무엇을 하라고 했지?”
<테…>
“멍청한 새끼”
<테...테챠아아아아아아!!!>
녀석에게 꽂혀있는 이쑤시개 하나. 놀란 나머지 빵콘을 한다. 이런. 빵콘에 대한 건 아직 가르치지 않았으니 일단 넘어가도록 하자. 나는 이쑤시개를 그 옆에 있던 실장에게 가져다댄다. 부들부들 떠는 자실장. 나는 다시 대답을 재촉한다.
“내가 푸드를 먹기 전에 무엇을 하라고 했지?”
<가...감사히 먹는테치!>
“그런데 왜 안했지?”
<잘못한테치!>
재빨리 엎드려 용서를 비는 자실장. 나는 이쑤시개를 치우고 다른 놈들을 바라본다. 다른 놈들도 재빨리 엎드려서 빈다. 장녀로 보이는 녀석도 억지로 일어나 엎드린다. 팔에 꽂혀있는 이쑤시개가 아픈지 부들부들 몸을 떤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쑤시개를 빼준다. 다시 음식을 허락한다.
“자, 먹도록.”
<자...잘먹겠는테치!>
<감사히 먹는테치!>
부들부들 떨며 푸드를 먹는 녀석들. 하지만 이내 표정이 밝아진다. 가뜩이나 허기진 상황에서 먹는 푸드는 그 어떤 것보다 진수성찬이겠지. 하지만 그러다보니 먹는 속도가 빨라진다. 유난히 많이 흘리는 놈에게 딱밤을 날린다. 굴러떨어지는 실장석. 나머지들도 먹는 것을 멈춘다. 맞아서 나가 떨어진 놈이 힘겹게 일어난다. 왜 나를 때리냐는 표정.
“왜 네가 맞았는 지 모르겠나?”
<테… 모르겠는테치! 와타시 잘먹겠는테치! 한테치! 와타시 잘못없는테차야아아아아아!>
“너, 이 녀석이 잘못한 게 뭐냐.”
<모...모르겠는테치이이이이이이이!!!>
“너, 이 녀석이 잘못한 게 뭘 거 같냐.”
<테...테...흘리면서 먹은테치?>
“니 녀석은 그래도 좀 똑똑하군.”
나는 눈으로 녀석을 마킹했다. 아까부터 괜찮은 답을 내놓는 녀석이다. 좋군. 나는 이쑤시개가 꽂혀있는 두 녀석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좋아. 뭘 잘못했는지 들었지?”
<테챠아아아앙아!!!>
<아픈테치! 아픈테치!>
“내 말에 집중해라. 소리지르면 또 꽂아버리겠다.”
<테...테…>
“흘리면서 먹지마라. 조금씩 천천히 먹으면 흘리지 않는다. 알겠나?”
<테… 알겠는테치…>
“좋아. 다시 식사하도록.”
<가...감사히 먹는테치>
다시 푸드를 먹는 자실장들. 먹는 속도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흘리지 않기 위해 조금씩 입에 물었다가 삼킨다. 들실장은 여유있게 먹지 못한다. 누가 내 먹이를 뺏어갈 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일단 먹을 것이라고 하면 입에 넣고 삼키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문제는 실장석의 소화능력이라는 것이 최악이라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영양소를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고 그저 운치로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구더니가 엄지를 운치만으로도 키울 수 있는 것이긴 하지만, 사육실장이 그럴 필요는 없다. 그렇기에 천천히 먹는 연습을 시켜야만 한다.
“좋아. 잘하는군. 그게 인간들이 원하는 세레브함이라는 것이다. 기억해두도록.”
<테? 세레브한테치?>
“그래. 사육실장이라서 세레브한 게 아니라, 세레브해야만 사육실장으로서 살아남을 수 있는거다. 못하면, 버려지거나 죽는다.”
<테치…>
고개를 열심히 주억거리는 자실장들이다. 분충을 제외한 모든 자실장이 식사를 마쳤다. 이번에는 화장실 교육인가. 그래도 어느정도 교육된 들실장은 화장실 교육이 쉽다. 나는 자실장용 변기를 준비했다. 화변기와 같은 구조이고 밑에는 플라스틱 통이 있다. 이것만 빼다가 운치를 버리고 씻으면 되는 구조이다.
“여기가 너희의 새 운치굴이다. 운치는 여기에다가만 싸는거다.”
<테! 알겠는테치!>
신나서 달려가는 자실장들. 제일 큰 녀석이 먼저 올라가서 팬티를 내린다. 운치를 싼다. 총구는 생식기와 배설기를 뭉쳐놓은 기관이다. 그래서 운치를 쌀 때 성적인 쾌감을 같이 느낀다고 한다. 지금 운치를 싸고 있는 녀석도 그러한 쾌감에 계속 운치를 싸고 있다. 다른 녀석들이 차례를 기다리는데 제일 작은 녀석이 못참고 그만 빵콘해버린다. 시원한 표정을 짓는 녀석. 하지만 내가 봐줄 필요는 없지. 바로 딱밤을 날린다. 자기가 싼 운치들과 함께 나뒹구는 녀석. 팬티를 올리며 내려오던 녀석도, 팬티를 내리던 녀석도, 기다리던 녀석도 다 시선이 쏠린다.
“내가 분명, 운치는 저기에다가만 싸라고 했지?”
<테… 못참는테치!>
“사육실장은 참고 인간이 마련해주는 운치굴에다가만 싸는거다.”
<그런 거 모르는테치! 운치는 닌겐노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인간에게 노예라고 하다니. 쓰레기군.”
나는 노예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이쑤시개를 들어 팔에 꼽는다. 비명을 지르며 빵콘을 하는 녀석. 나는 하나 더 들어 꼽는다. 다른 녀석들은 다시 모여 벌벌 떤다. 아, 저기 또 빵콘한 녀석이 보이는군. 나는 이쑤시개로 빵콘한 녀석을 찔러버린다. 비명을 지르는 자실장.
“내가, 분명, 운치는, 운치굴이라고 말했지?”
<테챠아아아아아아아!!!! 아픈테챠!!!!!>
“내 말을 어기면, 분충이다. 분충은, 죽는다.”
<아...알겠는테챠!!! 잘못한테치!!!!>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꽂았던 이쑤시개들을 전부 뺐다. 자실장들은 모두 벌벌 떨면서 자신의 순서를 기다린다. 발을 동동 구르며 참는 녀석들을 잠깐 귀엽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모두 운치를 싼 다음에 대충 깐 수건에 모두를 눕힌다.
“오늘의 교육은 다 끝났다. 알람이 울리면 일어나도록.”
<테치… 졸리지 않은테…>
나는 네무리 가스를 뿌려서 모두를 재운다. 이렇게 강제적으로 수면패턴을 맞춰주는 것도 중요하다. 나는 이제 아까 격리해두었던 분충차녀를 꺼낸다. 이쑤시개를 꽂은 채 지랄에 온갖 지랄을 하다 지쳤는지 나가 떨어져있는 차녀. 내가 다시 반응해주자 힘이 나는 지 다시 지랄을 시작한다.
<똥닌겐!!!!! 사육실장인 이 몸에게 이딴 무례를 저질러도 되는테챠!!!!>
“니가 왜 사육실장이지?”
<와타시가 오마에의 사육실장이건 하늘이 알고 땅이 아는테치!! 무식한 닌겐노예는 그것도 모르는테치? 테프프프프프… 어서 스테이크와 스시나 바치는테치! 아와아와한 거품목욕도 준비하는테치!!!!>
“풉…”
자신의 운명을 모르는 녀석에게 비웃음을 날려준다. 내가 비웃는 걸 아는 지 더 발광하기 시작하는 차녀. 나는 녀석에게 미래를 알려주기로 한다. 나의 오래된 버릇이랄까.
<테챠!!!! 닌겐노예주제에 사육실장을 비웃는…>
“너는 내일 죽어.”
<테치?>
“너는 내일 죽는다고. 내가 널 내일 죽일거야.”
<테...테챠!!!! 무슨 헛소리인테챠!!!! 오마에따위가 와타시를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테챠!!! 와타시의 핵펀치 하나면 오마에따아아아아아아아!!!!>
핵펀치랍시고 휘두르는 오른팔을 그대로 잡고 쥐어짜버린다. 오른팔에서부터 오는 통증에 비명을 지르는 차녀. 나는 냉장고에서 박카스를 따와 부어주며 말을 잇는다.
“내일이면 그 ‘핵펀치’는 다 나을거다. 여하튼 넌 내일 죽어. 너같은 분충은 자매들 중에 꼭 하나씩 나오지. 아니면 다일수도 있고. 뭐, 나로서는 본보기로 삼을거면 분충이 좋지. 자 봐라, 인간의 말을 안듣는 실장석은 이렇게 ‘슬픈 일’을 당한단다. 라고 말이야.”
<테...테…>
분한 눈으로 나를 쏘아보는 차녀. 나는 웃음으로 그 시선을 받아넘기며 푸드 몇 개를 던져준다.
“아마 니 실장생애 마지막 식사가 될거다. 맛나게 먹도록 해.”
<테챠아아아아아아!!!!!!>
분충의 비명을 잠시 즐기고는 수조의 뚜껑을 닫는다. 이 행복감을 안고 나 또한 내일을 위해 잘 준비를 한다. 내일은 또 어떤 교육을 시킬까?
-삐삐삐삐삐삐삐삐삐
“으음… 벌써 시간이…”
지금 시간은 7시 50분이다. 원래대로라면 주말은 9시에 느긋하게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했겠지만 오늘은 어제 데려온 손님들을 접대해주어야한다. 문을 조심스레 열고 수조를 바라보았다. 쌔근쌔근 자는 자실장들이 보인다. 조용히 앉아 알람을 기다린다. 8시.
-삐삐삐삐삐삐삐삐삐
<테치...테치…>
“...역시 천박한 들실장들답군.”
알람이 시끄럽게 울려도 태평하게 잠을 자고 있는 자실장들. 나는 수조를 들어 거칠게 흔든다. 놀라서 일어나는 자실장들. 제대로 눈을 뜨지도 못하고 흔들리는 수조에서 마구 뒹군다. 나는 수조를 내팽개쳤다. 나가떨어지는 자실장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다가 나를 올려다본다.
“내가 분명 저 알람에 맞춰서 일어나라고 했을텐데?”
<테… 알람을 못들은테치…>
<맞는테치!>
<더 자고 싶은테치…>
“제대로 일어나지 못했으니 아침 밥은 없다.”
<테치?! 말도 안되는테치!!!>
<그런테치!! 배고픈테치!!!>
<너무한테치!! 학대파인테치!!!>
“이 새끼들이…”
내가 으르렁거리자 입을 다무는 자실장들이다. 나는 옆에 놓인 이쑤시개 통을 집어든다. 어제의 기억이 되살아나는지 벌벌 떨기 시작하는 자실장들. 하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쑤시개로 모두를 쑤셔박는다. 익숙해지지 않는 고통에 비명을 지른다.
“내가 어제 인간의 말에 절대복종하라고 했을텐데? 응?”
<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픈테치!!! 아픈테치!!!!>
<잘못한테치!!!>
“그래… 맞아… 너희들에게는 말로 해서는 안된다는 걸 까먹고 있었어.”
<테...테…>
나는 분충을 데려왔다. 어제 꽂아놓은 이쑤시개들을 뽑지도 않은 분충. 어제 밤늦게까지 소리를 지르다가 잠이 들었는지 내가 거칠게 낚아채도 일어나지 않는다. 나는 자실장들이 담긴 수조 안으로 분충을 던졌다. 이쑤시개들이 부러지면서 데굴데굴 굴러가는 분충. 그 충격에 일어났지만 정신을 못차리는 모습이다.
<테챠아아아아아아!!! 똥닌겐!!! 어서 사육실장인 와타시에게 우마우마한 스테이크를 대접하지 못하는테챠!!!!!! 머리를 조아리지 않고 뭐하는테챠!!!!>
“역시 쓰레기는 쓰레기답게 대해줘야지.”
이제는 벌이 아니다. 처형이다. 나는 플라이어를 들었다. 오른다리에 가져다댄다. 어제와 분위가기 다르다는 것을 깨달은 자실장들이 조용해진다. 오로지 분충만이 꽥꽥댈 뿐이었다.
“사육실장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지 아나?”
-꽈직
<테챠아아아아아아아아!!!! 와타시의 발씨가!!!! 발씨가!!!!!!!!>
“출산석에서부터 태교를 인간들이 제어하지. 그리고 낳자마자 분충끼를 조금이라도 보이면 바로 죽여버린다.”
-꽈작
<아아아아아아아아!!!! 발씨가 전부!!!!! 발씨가!!! 똥닌겐!!!!! 죽여버리는테치!!!! 죽여->
“그리고서는 교육을 시키지. 어제 니네가 받았던 교육보다 더 엄하게. 하나라도 틀리면 그냥 죽여버린다. 나처럼 이쑤시개따위로 끝내지 않아!!”
-꽈직
<테….테!!!! 와타시의 손씨가!!!! 와타시… 테츄웅~ 닌겐상은 와타시의 애교로 메로메로되는테츄웅~>
“그렇게 해야만 사육실장 하나가 만들어지는거다!! 너희같은 자실장 100마리 중에 사육실장이 되는 건 오직 하나라는 이야기란 말이다!!!”
-꽈직
<테!!!!!!!!!!!!!!!!!!!!!!!!! 닌겐상!!!! 와타시가 잘못한테챠!!!! 다 잘못한테챠!!!!!! 이제는 잘하는테챠!!! 푸드도 잘 먹는테치!!! 운치도 잘 가리는테치!!!>
수조 안의 자실장들은 그저 덜덜 떨며 나와 분충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제일 작은 놈은 위석에 금이 갔는지 가슴을 부여잡고 덜덜 떨고 있었다. 공포. 그것이야말로 인간이 실장석을 지배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감정이다. 조금이라도 인간에 대한 공포가 풀리면 실장석은 바로 분충이 된다. 그렇기에 공포로 실장석을 조여놓고서는 절대로 풀어주면 안된다.
“너희들은, 분충이다.”
<테치…>
“그런 분충을 사육실장으로 만들어주는 나한테 감사해야한다.”
나는 플라이어로 차녀의 몸을 집어 수조 위로 옮긴다. 플라이어로 서서히 분충의 몸을 조인다. 분충의 몸부림이 심해진다. 분충이 뭐라뭐라 하지만 들을 가치가 없는 말이다. 나는 플라이어에 힘을 주었다.
-파직
플라이어에 힘을 빼자 힘없이 분충의 몸이 수조 안으로 떨어진다. 손과 발, 그리고 몸통이 눌려 터진 분충의 시체. 혀를 내밀고 흉한 표정의 차녀를 본 자실장들은 놀라 비명을 지른다. 나는 플라이어를 물티슈로 닦으며 자실장들에게 지시한다.
“조금 있다가 교육을 시작하겠다. 저 분충의 시체는 그냥 운치굴에 넣어두도록. 수조 안도 깨끗하게 청소해놔라. 교육 시작 전까지 청소가 안되어있으면… 분충꼴로 만들어주지.”
나는 물티슈 몇장을 수조 안으로 던져주었다. 아침은 간단하게 먹을까, 아니면 조금은 잘 차려먹을까 고민한다. 수조 안이 바빠진 것 같지만, 내가 상관할 일은 아니다.
아침을 먹고 푸드를 챙겨 수조에 오니 분위기가 좋지 않다. 제일 큰 녀석이 나를 보며 씩씩대고 있었다. 피식 웃으니 더 화를 내기 시작한다.
<와타시는 사육실장 안하는테치!>
“그럼 뭐 어쩌겠다는거지?”
<마마의 부탁대로 돌봐주기만 하는테치! 교육받기 싫은테치! 아야아야하는 것도 싫은테치!>
“푸… 이 건방진 새끼가.”
나는 실소를 머금었다. 역시 실장석은 분충이다. 기억을 자기 좋을대로 편집해서 인간한테 거침없이 요구한다. 그 녀석은 내 실소를 자기 말을 들어준다는 것으로 받아들였는지 어깨를 펴고 자기 자매들을 바라본다. 마치 어떠냐, 내가 닌겐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지 않느냐. 라는 표정. 건방지다. 수조를 한 대 친다. 수조가 밀리면서 자실장들이 나뒹군다. 제일 큰 녀석이 일어나 항의한다.
<왜 그런테치?! 와타시의 말이 맞으니까 괜히 화를 내는테치!>
“크크크크크… 네 어미가 돌봐달라고 했을 때 내가 했던 말은 기억하냐?”
<테치? 와타시는 기억 안나는테치.>
“내가 그랬지. ‘방법이 거칠어도 상관없느냐고.’ 네 어미가 그랬지. 어차피 죽는 건 매한가지라고.”
<테치?!>
“내가 하는 사육실장 교육이, 그 거친 방법으로 너희를 돌봐주는 것이다.”
<테...테치! 그래도 싫은테치! 교육 싫은테치! 그냥 밥만 주는테치! 목욕도 시켜주는테치!>
제일 큰 녀석은 자기가 기억 못하는 부분을 꼬집히자 당황한 표정이다. 하지만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그런 녀석의 뒤로 한 녀석이 다가가기 시작한다. 자기 옆에 한 마리가 더 붙으니 자신감이 생기는 녀석.
“내 교육이 싫으면, 밖으로 꺼지면 된다. 둘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다.”
<테...테치? 싫은테치! 밖은 추운테치!>
“그럼 교육을 받을거냐?”
<싫은테치! 아픈테치!>
“...이 시발!!!”
나는 녀석을 붙잡는다. 플라이어를 꺼낸다. 아까 분충이 어떻게 죽었는지 바로 앞에서 본 녀석이다. 플라이어를 보자마자 벌벌떨면서 빵콘을 한다. 이 녀석의 옆에 있던 녀석도 같이 빵콘을 한다. 오직 내가 점찍어둔 양충만 긴장한 눈초리로 쳐다볼뿐.
“이것도 싫다. 저것도 싫다? 그런 편한 선택지가 너한테 있을거라고 생각하냐?”
<테!!!! 싫은테치!!! 죽는건 싫은테치!!!!>
“너 같은 새끼는 교육할 필요도 없다. 선택해라. 지금 나한테 죽던가! 밖으로 꺼지던가!!!”
<잘못한테치!! 나가는테치!! 와타시는 죽기 싫은테치!!!>
“또 나가고 싶은 새끼 있으면 지금 이야기해라. 귀찮게 두번 왔다갔다하기 싫으니까.”
나의 말에 아까 이 녀석 옆에 붙었던 자실장이 손을 든다. 나는 둘을 붙잡고 현관으로 향한다.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향한다. 내 방은 1층이라 어렵지 않게 드나들 수 있다. 덕분에 탁아를 쉽게 당하기도 했지만… 나는 현관에서 몇 걸음 떨어진 전봇대에 둘을 내려놓는다.
“꺼져라. 만약 다시 오면 죽여버리겠다.”
나의 으르렁거림에 둘은 재빨리 도망가기 시작한다. 그래봐야 인간에게는 하품나는 속도에 불과하지만. 나는 도망가건 말건 뒤를 돌아 다시 내 집으로 들어온다. 집에서는 시무룩해진 자실장들이 서로를 껴안고 있었다. 나는 푸드를 꺼내 접시에 담아주었다. 푸드로 달려오는 작은 자실장을 잡는 조금 큰 자실장. 왜 그러냐는 표정으로 작은 자실장이 바라본다.
<감사히 먹는테치…>
<테치…감사히 먹는테치.>
자기뿐만 아니라 동생까지 챙기는 것을 보니 제법 똑똑한 녀석이다. 밥을 먹을 때도 동생에게 주의를 주면서 같이 조금씩 천천히 먹는 모습을 본다. 나를 힐끔힐끔 쳐다본다. 언제라도 나한테 ‘교육’받을 수 있으니 주의하는 것이겠지. 나는 피식 웃는다. 푸드를 다 먹은 녀석들에게 콘페이토 하나씩을 준다.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콘페이토를 본 녀석들은 한번 혀로 핥아보더니 감격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서는 미친듯이 핥아먹기 시작한다. 콘페이토는 금방 사라졌다. 나는 부드럽게 웃으며 이야기를 한다.
“나는 나쁜 사람이 아니다. 잘하면, 상을 준다고. 이번에는 콘페이토이지만 다음 번에는 더 큰… 알지?”
<테치…>
“내가 나쁜 사람이 되거나, 착한 사람이 되는 건 다 너희에게 달린 일이다. 너희가 잘하면 나도 너희를 좋게 대할거야. 알겠니?”
<알겠는테치!>
“좋아. 보아하니 네가 삼녀같고 너는 오녀같구나. 그렇지?”
<그런테치!>
<맞는테치!>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한다. 나는 웃으며 쓰다듬어준다. 처음에는 내 손을 경계하지만 이내 기분이 좋으니 웃으면서 내 쓰다듬을 받아들인다. 나는 작은 스펀지공을 건네준다. 표정이 밝아지는 자실장들.
“교육만 하면 재미없잖아. 건강하게 노는 것도 사육실장으로서는 중요한 일이지. 잘 놀고 있으렴.”
<감사한테치! 오녀쨩! 공놀이하는테치!>
<신나는테치!>
자실장들은 신나서 공을 이리저리 주고받는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자실장들은 공놀이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나는 짧은 통화를 마친 후 텔레비전에 켠다. 공놀이를 하던 녀석들도 어느새 공은 집어던지고 텔레비전의 화려한 영상에 집중을 한다.
오후에는 다시 적당한 훈육을 시작한다. 밥교육과 운치교육만 끝나면 반은 끝난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의 절반은 아양떨지말기이고. 그 나머지들은 목욕하기, 세탁하기 정도의 잡기술들이다. 내 ‘사육실장’ 교육은 그렇게 금세 끝났다. 속성코스로 만들어놓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똑똑한 녀석만 남긴 탓인지 교육의 속도는 무척이나 빨랐다. 그리고 내가 말한 ‘잘하면 상을 준다.’라는 것이 녀석들의 학습 의욕에 도움이 되었다. 내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말이다. 나는 착한 사람이다. 하지만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내가 나쁜 사람이 된다. 나를 실망시켜서는 안된다. 라는 논리로 말이다. 훌륭하다. 들실장 중에서 이정도면 충분히 우수한 개체이다.
문제는 그날 저녁 벌어졌다. 한참 교육을 하고 있는데 현관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나가서 문을 열어보니 어떤 남자가 서있었다. 처음 보는 남자다.
“무슨 일이시죠?”
“아… 저기 저는 여기 1층에 사는 사람인데요…”
“네? 아, 네… 그런데 무슨 일로…”
“들어오는 길에 댁의 문을 두들기는 자실장을 봐가지고요. 혹시 댁의 자실장인가 해서요.”
라고 자신의 손을 들어 자실장을 보여주었다. 두건은 어디론가 사라져있고, 머리도 엉망진창이었다. 옷도 마구 찢겨 나가 떨어져 있었다. 한쪽 팔도 사라진 지 오래였다. 하지만 나는 이 자실장이 아침에 내보냈던 자실장임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인상이 찌푸려졌다. 내 인상을 본 남자는 아차 했는 지 손바닥을 내리려고 했지만 내가 재빨리 제지했다.
“아… 죄송합니다. 잘못본 ㅈ…”
“아닙니다. 일단 저희집 문을 두들겼다니, 제가 책임지기로 하지요. 감사합니다.”
나는 재빨리 남자에게서 자실장을 건네받았다. 나는 가볍게 목례를 하며 문을 닫았다. 남자가 얼떨결에 목례를 하는 모습이 점점 문에 가려졌다. 거칠게 문의 잠금장치를 닫은 나는 수조로 달려왔다. 나를 보며 얼떨떨한 표정을 짓는 삼녀와 오녀. 나는 수조에 자실장을 던져넣었다. 삼녀와 오녀도 자실장을 바라보다가 경악한 표정을 지으며 달려갔다.
<오네챠아닌테치?! 왜 이렇게 된테치!!>
<사녀… 사녀는 어디로 간테치?>
<테...테…>
나는 가지고 있던 박하스를 자실장용 욕조에 가득 부어 장녀를 담궜다. 금방 효과를 발휘한다. 장녀가 감았던 눈을 뜬다. 삼녀와 오녀를 발견한다. 적록의 눈물이 장녀의 눈에서 흐르기 시작한다.
<오로로로롱… 와타시가 잘못한테치… 바깥은 위험했는테치…>
<장녀챠! 어찌 된 일인테치?>
나도 조금 궁금해져서 이야기를 엿듣기 시작했다. 장녀의 이야기는 흔한 버려진 자실장 스토리였다. 처음에는 기분이 좋았다. 학대파인 똥닌겐(이부분에서 삼녀는 나의 눈치를 보았다.)을 벗어났다는 점에서 기분이 좋았다. 마침 날도 겨울같지 않게 따뜻해서 좋았다. 우연치 않게 착한 사람이 준 푸드도 먹어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곧 위기가 닥쳐왔다. 성체실장을 만난 것이다. 겨울철, 굶주린 성체들실장에게 자실장은 좋은 먹잇감인 것이었다. 사녀가 잡아먹혔다. 자신도 머리카락을 잡혔지만 억지로 도망쳤다. 그렇게 도망치다가 야옹씨를 만났다. 팔 하나를 뜯겼다. 또 도망쳤다. 그렇게 도망치다가 다시 여기가 생각났다는 것이다. 운이 좋다고 해야하나 안좋다고 해야하나 모르겠는 이야기다.
<잘못한테치… 바깥은 와타시타치에게 지옥인테치… 교육받는 게 훨씬 나은테치…>
장녀는 그렇게 말하며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콧웃음을 쳤다. 실장석들은 항상 이렇다. 인간의 보호 아래에서는 통제, 그래봐야 인간하고 같이 살기 위한 것들,를 답답해한다. 그러다가 빠져나가면 기분 좋아하지만 곧 세상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고 고통받는다. 그러면 다시 자기가 도망쳤던 그 곳을 그리워하고, 도착하면 받아주기를 바란다.
“정신차렸으면 다시 나가.”
<테치?>
“처음에 말했지. 다시 오면 죽여버리겠다고. 내가 한 말이 우습게 들리나?”
으르렁거리며 말하는 내 말에 삼녀는 재빨리 오녀를 챙긴다. 장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이렇게 반성하는데 왜 자신을 받지 않느냐는 얼굴. 전형적인 실장석 사고방식이다. 역겨운 새끼.
“치료는 호의로 해줬지만, 두번 다시 오지말라고 했다. 죽여버리기 전에 나가라.”
<와...와타시가 잘못했는테치! 교육 잘 듣는테치! 아파아파도 잘 참는테치! 그러니까..!>
“지금이야 힘들고 고생했으니 그딴 소리가 나오지. 난 누구보다 너희를 잘 알아. 곧 밥먹고 배부르면 또 못하겠다는 소리를 하는 게 니네들이다.”
<아...아닌테치! 와타시는 잘할 수 있는테치!!>
“지금 죽을래? 아니면 꺼질래?”
나는 다시 플라이어를 들고 딱딱거리며 물어본다. 장녀는 덜덜 떨며 나를 바라보다가 삼녀를 바라본다. 삼녀는 그저 오녀를 꼭 안은 채 장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장녀는 이제 삼녀에게 호소하기 시작한다.
<삼녀챠! 도와주는테치! 와타시 잘하는테치!>
<...와타시가 할 수 있는 건 없는테치… 모든 건 닌겐상 뜻대로 하는테치…>
<테?! 테!!!! 테샤!!!!>
장녀는 이를 악물다가 삼녀를 항해 달려들려고 했다. 하지만 재빨리 내가 가로챈다. 내 손에서 버둥거리며 빵콘을 하는 장녀.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비웃는다.
<테샤!!! 테샤!!!!!!>
“너는 실격이다. 그리고 실격은 죽음뿐이지.”
플라이어로 머리를 잡는다. 장녀는 버둥댄다. 플라이어를 점점 조인다. 고통속에서 비명을 지른다. 삼녀는 애써 오녀에게 보여주지 않으려하지만 오녀는 보고만다. 터지는 장녀의 머리. 떨어지는 장녀의 몸. 흘러나오는 체액. 오녀의 위석은 견디지 못한다.
-파킨!
<오...오녀챠! 오녀챠!!!!>
삼녀는 오녀의 몸을 마구 흔든다. 하지만 탁해진 두 눈을 밝아지지 않는다. 삼녀의 눈에서는 적록의 눈물이 흘러나온다. 이건 나도 예상 못한 일이다. 물론 ‘솎아내기’는 해야했지만. 덕분에 수고는 덜은건가. 나는 삼녀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삼녀는 그저 울기만 한다.
“이제 그만 오녀를 보내주자.”
<테치… 테치…>
“네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나도 죽은 실장석을 살릴 수는 없고.”
<테치… 여기있는테치… 잘 묻어주었으면 하는테치…>
“그래, 잘 받았다.”
나는 조심스럽게 오녀의 시신을 받았다. 그리고는 물티슈로 정중하게 몸을 감쌌다. 나의 그런 태도에 안심하는 삼녀다. 나는 수조를 치운다. 삼녀도 자기가 치울 수 있는 부분은 치운다. 장녀의 시체도 대충 휴지로 싸버린다. 수조 정리가 끝난 후 삼녀에게 잘 것을 말한다. 삼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침실로 향한다. 나는 삼녀가 누운 것을 확인한 후에야 자리에서 떴다. 오녀와 장녀의 시체는 실장처리봉투에 던져두었다.
다음 날도 시간에 맞추어 일어났다. 하나 남은 삼녀도 시간에 맞추어 일어났다. 자리 정리를 시킨 후 아침을 준다. 인사를 하고서 푸드를 먹는 삼녀. 누가봐도 훌륭한 사육실장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콘페이토를 준다. 눈을 빛내며 콘페이토를 먹는 삼녀다. 나는 웃으며 삼녀를 바라본다. 삼녀도 웃으면서 나를 본다.
누군가가 문을 두들긴다. 열어보니 익숙한 그 사람이다. 반갑게 맞이한다. 삼녀는 처음 보는 다른 인간에 살짝 긴장을 한다. 나는 웃으며 그 사람을 소개해준다.
“너를 사육실장으로 데려가고 싶대. 이젠 네 주인님이 되겠지.”
<테치? 테치! 와타시도 이제 사육실장인테치?>
“그래. 축하해.”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삼녀는 방방 뛰며 좋아한다. 나는 몇가지를 일러준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에게 봉투를 건넨다. 남자는 삼녀에게 인사를 건넨다.
“안녕? 처음보네. 반가워. 네 주인이 될거란다.”
<처음보는테치! 주인님!>
“그래, 네 이름은… 가가로 하자. 가가.”
<가가인테치! 감사한테치!>
삼녀는 허리를 숙이며 감사인사를 한다. 나와 남자도 마주보며 웃는다. 남자는 가지고 온 케이스에 자실장을 담는다. 현관을 나서려는 찰나 삼녀가 남자에게 무어라고 한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나를 본다.
“삼녀가 마지막 인사를 하고 싶다네요.”
<감사한테치. 와타시를 사육실장으로 만들어 주어서 고마운테치.>
“그래… 뭐 네가 열심히 한거니까. 잘 지내렴. 가가.”
<잘 있으시는테치!>
남자와 가가는 그렇게 내 집을 떠났다. 집은 언제나 그렇듯 휑하다. 나는 그동안 쌓인 운치와 자실장의 시체를 버리고 수조를 닦는다. 그래, 이번에는 그래도 멀리 나가지 않아서 편하기는 했어.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피식 웃는다.
가가는 즐겁다. 교육은 매우 고통스러웠지만, 결국 자신은 사육실장이 된 것이다. 다른 자매들도 같이 사육실장이 되었으면 좋았을 것을. 가가의 얼굴이 흐릿해진다. 다들 좋은 자매였다. 하지만 인간이 설정한 선을 넘지 못했을 뿐이다. 가가는 고개를 흔들며 자매들을 지운다. 이젠 내가 살아남아야한다. 내가 살아서, 나의 자로 세상을 가득 채워야한다. 그것이야말로 마마와 자매들이 원하는 것이다.
차가 멈춘다. 남자는 케이스를 들고 어디론가 향한다. 어두컴컴한 케이스 안에서는 밖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가가는 조금 긴장하지만 그래도 주인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기대한다. 이윽고 케이스의 문이 열린다. 가가는 조금씩 밖으로 나가며 기대한다. 세레브한 집, 세레브한 옷! 눈이 부셔 밖이 보이지 않는다. 이윽고 밖으로 나온 가가는 주위를 둘러본다.
<살려주는데스!!>
<살려… 아니 차라리 죽여주는테치!!!>
<테치? 무엇인테치?>
“너희를 학대하는 곳이란다.”
남자는 자상하게 말을 잇는다. 가가는 믿을 수가 없었다. 자신들의 동족이 학대받고 있었다. 저 위에 있는 성체실장은 독라였다. 수조에 갖혀있는 자실장은 몸의 반쪽이 없다. 책상 위에는 배가 갈라진 성체실장이 가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크크크크… 짜란. 너는 이제부터 훌륭한 학대실장이란다!”
<테치… 말도 안되는테치…>
가가는 고개를 저으며 뒷걸음질을 친다. 남자는 재빨리 잡아 가가의 옷을 벗긴다. 가가는 저항해보지만 남자의 힘에 당해낼 수가 없었다. 가가는 비명을 지른다.
<말도 안되는테치!! 와타시는 사육실장 교육을 받은테치!! 와타시는 사육실장인테치!!>
“크크크… 정말 그 남자는 대단해. 이틀만에 이렇게까지 희망찬 아이를 만들어내는 것도 재주지.”
<테? 테치??>
“뭐 상관없어. 오늘부터 즐거운 학대를 시작해보자꾸나. 가가야.”
남자는 웃으며 날카로운 것들을 들이댄다. 가가는 그때서야 깨닫는다. 자신이 교육받은 것들이 다 신기루였음을. 사육실장은 애초에 거짓이었음을. 자신은 여기서 죽을 것이라는 것을. 가가는 소리쳤다.
<똥닌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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