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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장 (ㅇㅇ(83spf9v2axnx))



산 속의 겨울은 해가 짧다.

오후 3시 밖에 되지 않았건만, 골짜기 너머로 벌써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한다.

기온은 영하 4도. 입김을 불면 하얀 연기가 흩어진다.


나는 4륜 오토바이를 타고 텅 빈 사이트를 천천히 순찰했다.

이번 주말부터는 크리스마스를 시작으로 하는 연말 성수기.

100개가 넘는 사이트가 전부 예약된 상태다. 오늘 안으로 수도 동파 방지와 전기 시설 점검을 마쳐야 했다.


캠핑장은 고요했다.

하지만 오토바이 엔진을 끄고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이 적막의 밑바닥에서 바스락거리는 소음들이 들려온다.


마른 낙엽을 밟는 소리, 플라스틱을 긁는 소리, 그리고 희미하게 들려오는 울음소리들.

지난 여름 성수기 동안 손님들이 흘린 음식물 쓰레기에 취해 불어난 녀석들이다.

대부분은 가을철 방역과 첫 추위에 쓸려나갔지만, 끈질기게 살아남은 놈들은 시설물 곳곳에 기생하며 겨울나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나는 놈들을 굳이 찾아다니며 죽이지는 않는다.

내 업무는 어디까지나 시설 관리이지, 해충 구제가 아니니까.


다만, 이따금 영업에 방해가 되는 사례들이 있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이야기가 좀 달라지곤 했다.


---


캠핑장 중앙의 취사장 겸 개수대 건물.

이곳은 캠핑장의 심장부나 다름없다.

겨울철 캠핑장 전체에 공급될 온수를 위한 대형 가스 보일러가 열심히 일을 하는 곳이니까.


건물 뒤편,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을만한 으슥한 곳.

벽면 밖으로 툭 튀어나온 보일러 연통 주변, 역시나 녀석들이 있었다.


『따뜻따뜻한 테치이~.』


녀석들은 꽤 머리를 썼다.

벽에서 튀어나온 원통형 연통 끝부분에, 버려진 라면 박스를 씌워 자신들의 하우스로 개조해 놓은 것이다.


마치 연통이 박스 하우스의 난방 파이프처럼, 박스 내부로 연결되도록 만든 구조였다.

덕분에 보일러가 가동될 때 배출되는 따뜻한 배기가스가 박스 안을 훈훈하게 데워주고 있었다.


『텟츙~! 마마, 따뜻한 바람씨가 오는테치! 천국인테츄!』

『장녀는 조용히 하는데스. 닌겐에게 들킨다면 모두 쫓겨나고 마는데스.』


슬쩍 고개를 숙여 상자 안을 엿보니, 성체 친실장 하나와 자실장 두 마리가 박스 안에서 뒹굴고 있었다.

개수대에서 나오는 음식물 찌꺼기를 받아먹고 살았는지, 살도 통통하게 올라있었다.


이 정도면 영리한 기생이다. 굳이 건드려봐야 귀찮기만 할 뿐이다.

나는 구태여 손을 대기보다는 녀석들을 못 본 척 그냥 지나쳤다.

그러지 않았어야 했다.


다음 날 아침. 유달리 새벽부터 온도가 급격하게 하락한 날이었다.

영하 11도, 관리실 제어 패널에서 요란한 경고음이 울려 나는 선잠에서 깼다.


[Error 03]


'배기 폐쇄?'

고개를 갸웃하는 동시에 사무실 전화벨이 울렸다.


"네, 여보세요. 네, 네. 아, 온수가 안 나오신다고요? 죄송합니다, 지금 확인 중입니다."


수화기 너머로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몇 없는 손님, 그들이 아침에 몸을 씻으려다가 느닷없이 찬물 세례를 맞은 것이다.


명백한 영업 사고다.

나는 수화기를 내려놓으며 욕지기를 뱉었다.


"하, 씨X....."


쇠꼬챙이를 챙겨 들고 취사장 겸 개수대 건물 뒤편으로 달려갔다.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혈압이 치솟았다.


녀석들의 골판지 하우스는 여전히 연통 끝에 매달려 있었다.

문제는 그 안쪽이었다.


새벽녘, 보일러가 목표 온도에 달해 잠시 휴동한 사이 따뜻한 바람이 끊기자, 녀석들은 연통 구멍에서 찬바람이 들어온다고 착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박스 안쪽에서, 연통 구멍을 진흙과 쓰레기로 콱 틀어막아 버린 게 분명했다.


"방 빼, 새끼들아."


부드럽고 젠틀한 철거 및 이주 작업은 없었다.

챙겨온 쇠꼬챙이를 그대로 들었다.

놈들은 박스 안에서 웅크린 채 잠들어 있을 것이다.


나는 박스 입구, 그러니까 놈들이 드나드는 정문을 향해 꼬챙이를 겨눴다.


푸우욱--!


둔탁한 타격감과 함께, 손끝에 무언가 걸리는 맛이 났다.


『츄아아아아아--!!』

『오네챠?! 뭐, 뭐인테치이?!』

『데, 데뎃?!』


박스 안에서 끔찍한 비명과 함께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났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꼬챙이를 더 깊숙이 밀어 넣어, 박스 너머 연통 구멍을 막고 있는 진흙 벽까지 거칠게 부수었다.


퉁!


막혀있던 연통이 뚫리자, 갇혀있던 가스와 검은 그을음이 한꺼번에 뿜어져 나왔다.

나는 꼬챙이를 쑥 뽑아냈다.


『테...치이잇...!』


꼬챙이 중간에는 자실장 한 마리가 명치 부근이 꿰뚫린 채 꼬치처럼 매달려 있었다.

녀석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허공에서 팔다리를 버둥거렸다.


『츄아아...! 마마..! 마마...! 살려주는테치이!!』


아무래도 꼬챙이가 명치 부근을 꿰뚫으면서, 운이 나쁘게도 위석을 긁어버린 듯 했다.

점점 눈동자가 탁해지는 자실장을 바라보며, 나는 괜시리 기분이 나빠져 꼬챙이를 털어 녀석을 바닥에 패대기쳤다.


"쯧."


패대기쳐진 자실장은 몇 번 꿈틀거리더니, 마지막으로 몸을 한 번 부르르 떨며 탈분하고는 축 늘어졌다.


『장녀어어어!!!』


그을음을 뒤집어쓴 친실장이 골판지 하우스 밖으로 기어 나왔다.

녀석은 바닥에 죽어있는 자식을 보더니, 적록의 눈물을 흘리며 나를 노려보았다.


상황 파악따위는 안중에도 없어 보였다.

녀석은 내 작업화를 두들기고, 깨물고, 위협 자세를 취하며 악을 썼다.


『착한 자였던데스!! 착한 자였던데스!!! 고생해서 만든 하우스였던데스!!』


배상해라, 살려내라.

일가의 겨울을 책임져라.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녀석은 자기가 막은 그 구멍 때문에 이 사달이 났다는 것도,

자기가 멍청해서 자식을 죽게 만들었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영리한 기생 정도라면 눈 감아 줄 수 있겠지만, 영업을 방해한 분충에게 베풀 자비는 없다.


퍼억!


단단한 작업화 앞코로 녀석의 배를 가볍게 걷어찼다.


『데게뵤옷?!』


단말마와 함께 친실장은 눈밭을 데굴데굴 굴러가더니 그대로 눈 속에 처박혔다.

남은 자실장 한 마리는 그 광경을 보고 공포에 질리더니...


『테챠아아!! 마마가 날아간테치이!! 일가실각인 테챠아아!!!』


하고 비명을 지르며 무작정 숲 쪽으로 뒤뚱거리며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굳이 쫓아가지 않았다. 영하 10도의 야생에서 녀석이 홀로 생존할 확률은 없다.


그리고 너덜너덜해진 골판지 하우스를 뜯어내 쓰레기봉투에 담고, 그 다음엔 눈 속에 처박혀있던 친실장을 집게로 집어 담았다.

시간이 나는대로 연통과 연통 주변에 스파이크라도 감아둬야겠다.


-----


이런 일도 있었다.

계곡 옆에 위치한 15번 데크였던 걸로 기억한다.


바닥에서 50cm 정도, 꽤 높이 유격되어있는 나무 데크였다.

그곳은 비바람을 피하기에도 좋고 습기도 적어, 녀석들이 가장 선호하는 데크였다.


4륜 오토바이를 세우고 시동을 끄자마자 데크 밑에서 무언가 긁고 끄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데스..! 데스으읏...! 장녀! 더 당기는데스!』

『테히...! 테히...! 무거운테치이...! 마마, 손씨가 아픈 테치이..!』


바닥과 데크 틈새 사이로 플래시를 비춰보았다.


"허."


가관이었다.

손님들이 버리고 간 컵라면 박스, 스티로폼, 찢어진 은박지 조각들을 덕지덕지 이어 붙여 만든 집.


녀석들 딴에는 바람을 막겠다고 지은 요새겠지만, 관리인 입장에서 보자면 데크 밑에 인화성 쓰레기를 쌓아둔 꼴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쓰레기만 모아둔 것이라면, 바쁜 연말 시즌이니 눈 감아주고 넘어갈 수도 있었다.

진짜 문제는 놈들이 건축 자재를 고정하는 방식이었다.


『마마! 이 주황색 끈 씨는 아주 튼튼한테치! 하양하양씨(아마도 스티로폼을 말하는 것 같았다.)가 꿈쩍도 안 하는 테치!』

『데프픗. 역시 차녀인데스. 아주 영특한데스우~.』

『텟츙~! 텟츙!』


녀석들은 건축 자재를 고정하기 위해, 데크 하단을 지나가는 외부용 전원 케이블을 억지로 끌어다가 묶어놓고 있었다.

얼마나 세게 당겨 묶었는지, 팽팽해진 전선 피복이 데크 기둥 모서리에 쓸려 벗겨지기 직전이었다.


"이건 안 되지." 


나는 오토바이에서 내리며 장갑을 고쳐 끼었다.

전선은 건드리면 안 된다.


피복이 벗겨져 누전이라도 되면 차단기가 내려가 캠핑장 전체가 정전될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 화재로 이어진다.

이건 용납할 수 없는 위험 요소였다.


나는 데크 밑으로 몸을 숙여 손을 뻗었다.

놈들이 애지중지 지은 요새의 중심부, 전선과 얽혀있는 부분을 움켜쥐었다.


"니들도 방 빼라."


우지끈! 콰직!


망설임 없이 힘을 주어 잡아뜯었다.

녀석들이 침과 어디서 주워온 테이프로 공들여 붙여놓은 쓰레기 벽이 종잇장처럼 찢겨나갔다.


『데샤아아아!! 와타시의 하우스가!! 와타시의 세레브한 하우스가!!』

『테챠아아아!! 마마!! 무서운 닌겐이 온테치! 마마! 마마!!』


구조물이 반파되어 무너져 내리자, 데크 아래에서 친실장 한 마리와 자실장 네 마리가 먼지를 뒤집어쓴 채 밖으로 튀어나왔다.

놈들은 갑작스러운 재난에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나를 향해 주먹질을 하기 시작했다.


『똥닌겐!! 무슨 짓인 데샤아아아앗─!!』


친실장은 내 어깨 쯤에 달려와 나를 투닥투닥 때리고 있었다.

분노로 이성이 날아간 건지, 내가 작업을 끝마칠 때까지 계속 그러고 있었다.


나는 일단 녀석들을 무시하고, 뜯어낸 전선을 다시 제 위치로 돌려놓는 작업을 이어나갔다.

다행히 피복은 겉면만 살짝 긁혔을 뿐, 구리선이 드러나지는 않았다.


안도하며 일어서는데, 친실장은 일어서려던 내 눈을 마주치고는 투분을 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용서하지 않는데샤!! 똥노예로 만들어주는데스!! 각오하는데샤아앗!!』

『마마! 똥닌겐을 노예로 만들어버리는테치이!』

『와타치타치를 사육실장으로 만들게 하는테치!』


짜증이 치밀어올랐다. 게다가 투분이라니, 그건 싫었다.

가볍게 팔을 휘둘러 투분을 준비하던 친실장을 후려쳤다.


퍼억!


친실장은 일격에 나가떨어져 눈밭을 굴렀다. 녀석은 배를 감싸 쥐고 부들거리며 일어섰다.


『데... 데갸아...! 용서 못 하는 데스...!』


그리고 계속해서 무어라 소리쳤다. 하지만 관심 없었다.


나는 놈들을 놓아둔 채, 그대로 오토바이를 타고 그 자리를 떠났던 걸로 기억한다.

녀석들은 어떻게 됐을까.


뭐, 날씨가 날씨다.

바람을 피할 집이 한 순간에 사라졌으니, 어디선가 딱딱하게 얼어죽어있겠지.


백미러 속에서, 텅 빈 돌바닥에 서로를 껴안고 웅크린 초록색 덩어리들이 보였다.


---


흡연 구역에는 커다란 드럼통이 하나 놓여있다.

일단은 재떨이를 겸하고 있지만, 진짜 목적은 재와 장작을 버리는 일종의 수거함이었다.


손님들이 캠핑장에서 불멍을 즐기고 남은 재와 덜 탄 장작들을 수거할 곳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마침 흡연 구역에서 나오는 담뱃재를 털 곳도 필요해, 겸사겸사 이곳에 배치해둔 것이다.


그 드럼통을 비우기 위해 도착해보니, 드럼통 주변 눈밭에 회색 재가 어지럽게 흩어져있었다.

바람에 날린 게 아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끄집어낸 흔적이었다.

바닥에는 작은 발자국들이 재 수거함과 화단 구석을 부지런히 오간 자국이 선명했다.


실장석이었다.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발자국을 따라 화단 뒤쪽, 배수로와 옹벽이 만나는 구석진 틈새.


그곳에 녀석들의 둥지, 아니 골판지 하우스가 있었다.


『데프프! 똥닌겐들은 정말 멍청한데스! 이렇게 따뜻한 '빨간 보석'을 알아보지 못하는데스!』

『치프픗!』

『마마! 따뜻따뜻한 레치!』

『레후~, 우지챠도 따뜻따뜻한 레후~, 프니프니 해주는레후?』


꽤 대가족이었다.

친실장 하나에 자실장 둘, 엄지 하나와 구더기 하나.


다섯 마리의 실장석은 재 수거함에서 아직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은 숯 조각들을 훔쳐다가 둥지 한가운데에 모셔두고 있었다.


보통 짐승이라면 불을 무서워해서 피할 텐데, 지능이 어설프게 높아서일까.

녀석들은 불이 따뜻하다는 것만 알고 위험하다는 건 모르는 모양이었다.


실장석들은 훔쳐 온 숯 조각 서너 개를 둥지 중앙에 쌓아놓고, 마치 숭배하듯 둘러앉아 도란도란 떠들고 있었다.


『이 빨간 보석씨만 있으면 겨울도 무섭지 않은데스. 다른 분충들은 밖에서 얼어죽을 때, 와타시타치는 세레브하게 지내는데스.』


친실장이 자신의 배를 두드리며 거만하게 말했다.


『테츄웅~, 마마는 역시 똑똑한 테치이~!』

『아타치도 나가지 않는레치! 여기서 계속 우지챠와 지내는렛츙!』


자실장과 엄지는 환호했다.

그들의 눈에는 그 숯 조각들이 영원히 꺼지지 않는 마법의 난로처럼 보이는 모양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바람이 틈새로 들이치자, 숯의 열기가 흩어지는 게 느껴졌는지 친실장이 미간을 찌푸렸다.


『데..., 바람씨가 와타시타치를 질투하는데스.』


친실장은 잠시 고민하더니, 결단을 내린 듯 자식들에게 소리쳤다.


『자들은 잘 듣는데스. 지금부터 이 하우스의 모든 구멍을 막는데스! 바람씨가 절대 들어오지 못하도록 완벽하게 틀어막는데스!』


그렇다면 이 열기와 빨간 보석은, 영원히 자신들의 것이다.

그 어리석은 말에 자식들은 명랑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알겠는테치!』

『아타치도 돕는레치!』


녀석들은 실장석치고는 빠르게 움직였다.

주변에 있는 진흙, 비닐 조각, 낙엽, 심지어 자신들의 배설물까지 동원했다.


판자와 옹벽 사이의 작은 틈새는 물론, 공기가 통하는 유일한 통로인 입구까지 틀어막기 시작했다.

나는 조금 멀리 떨어져서 멍하니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


녀석들은 지금 자신들의 무덤을 짓고 있었다.

타오르는 숯, 산소를 소비하는 네 마리의 유기체, 밀폐된 공간.


결과는 뻔해보였다.


잠시 고민했다. 저 멍청한 녀석들에게 최소한의 자비는 베풀어줘야 할까?

하지만 숯은 시설물이 아니다. 녀석들이 훔쳐간 쓰레기일 뿐.


게다가 놈들이 피해를 준 것도 없었다.

저기서 저러고 있는다 한들, 영업에 방해가 될 것 같지도 않았다.


자기들끼리 따뜻하게 살겠다며 집 문을 걸어잠그는 행위를, 제지할 명분도 의무도 없지 않은가.

명분 없이 도와줄만큼 내가 실장석을 좋아하는 편도 아니었고.


『마마! 이제 바람씨가 들어오지 못하는테치!』


하우스 안에서 만족스러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마지막 남은 작은 틈새까지 친실장이 진흙 덩어리로 꾹 눌러 막아버렸다.


"....."


거기까지 보고, 나는 오토바이를 타고 돌아갔다.

둥지 안에서는 '따뜻한데스~' '잠이 솔솔 오는테치이~' '살짝 어지러운 레치이...' 같은 소리가 희미하게 새어나왔다.


다음 날 아침이었다.

밤새 함박눈이 내렸다. 캠핑장은 하얀 설국으로 변해있었다.


기온은 영하 12도.

나는 눈을 치우기 위해 제설기를 끌고 4번 구역으로 향했다.


그러다 어제 그 숯 도둑놈들의 골판지 하우스를 지나쳤다.

골판지 하우스 주변에는 밤새 내린 눈이 소복하게 쌓여있었다.


하얀 눈 위로 삐져나온 비닐 조각만이 그곳에 무언가 있었음을 짐작하게 했다.


안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혹시나 해서 작업화 발 끝으로 둥지 입구를 툭툭 건드려보았다.


안에서 '뎃샤!' 하는 비명이나, 바스락거리는 인기척이 느껴져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묵묵부답이었다. 


나는 입구를 막고 있던 진흙 덩어리를 걷어내보았다.


안에서는 퀴퀴한 가스 냄새와 함께 싸늘한 냉기가 흘러나왔다.

녀석들은 그대로였다.


숯은 이미 하얗게 타올라 재가 되어 식어 있었고, 그 주변에는 친실장과 새끼들이 서로를 감싸안고 누워 있었다.


실장석들의 표정은 평온했다.

고통에 몸부림 친 흔적은 없었다.


동사일까, 질식사일까.

알 수는 없었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들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행복한 하우스에 있다고 굳게 믿었으리라.


"....멍청한 녀석들."


나는 진흙 덩어리를 다시 덮어주었다.

굳이 지금 꺼낼 필요는 없다.


꽁꽁 얼어붙은 시체는 썩지도 냄새가 나지도 않는다.

봄이 찾아와 땅이 녹을 때쯤, 부드러워진 흙과 함께 퍼서 버리면 그만이다.


나는 무심하게 제설기를 작동시켰다.

기계가 내뿜는 하얀 눈보라가 녀석들의 무덤 위를 다시 한 번 스쳐지나갔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고요했다.


---


일과를 마치고 관리동으로 돌아오면, 항상 해는 저물어 있었다.

산속은 해가 짧으니 어쩔 수 없었다.


하늘에서 또 다시 희끗희끗 날리기 시작한 눈발을 바라보며, 나는 믹스 커피 한 잔을 뽑아들었다.

사무실의 히터를 켜고, 창 밖을 바라본다.


취사장 뒷편에서 쫓겨난 놈들은 아마 야생에서 얼어죽었거나, 아니면 야생 동물의 먹이가 됐을 것이다.

데크 밑에서 집을 잃어버린 녀석들도 마찬가지일 터.


숯을 훔친 도둑들은 그나마 조금 편안한 최후를 맞이하긴 했다.


"눈 좀 그만오지." 


참 다양하게도 살아간다.

하지만 인간의 관리 구역 안에서 놈들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풍경, 치워야 할 낙엽이나 눈과 같은 존재였다.


겨울밤은 긴 편이었으나, 안타깝게도 실장석의 삶은 참으로 짧았다.



(끝.)




















1,780원, 부가세 포함. (ㅇㅇ(83spf9v2axnx))


"어서 오세요."


딸랑, 하는 경쾌한 종소리와 함게 나는 습관적인 인사를 건넸다.


백화점 8층, 잡다한 가게가 모여있는 층의 너른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실장샵.

그곳이 현재 나의 직장이었다.


직장이라고는 해도 좋게 포장해봐야 단기 계약직.

편하게 말해 일개 아르바이트생에 불과하지만, 아무튼 직장은 직장인 법이다.


백화점에 위치한 실장샵이라는 점에서 어느정도 예상할 수 있겠지만,

이곳은 꽤나 신경을 쓰는 가게이다.


매장 안에는 항상 은은한 음악이 흐르고, 비싼 자동 디퓨저 여러 대가 24시간 라벤더 향을 뿜어낸다.

하지만 아무리 비싼 향수로 덮으려 해도, 수백 마리의 짐승이 내뿜는 퀴퀴한 체취와 배설물의 냄새까지 완전히 감출 수는 없었다.


"......"


별 말 없이 자신의 볼 일만 보고 돌아가는 점장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업무를 시작했다.


알바생의 업무는 단순했다.

매장을 청소하고, 각종 용품을 정리한다.


그리고 투명한 아크릴 감옥 안에 전시되어있는 '살아있는 생물'의 컨디션을 관리하는 일.


유리로 된 벽면으로 둘러쌓인 가게, 벽면에는 수많은 아크릴 케이스들이 층층이 쌓여있다.

그 중에서도 시선을 끄는 건 매장 한 가운데에 놓인 거대한 아크릴 타워.


아크릴 타워의 꼭대기에는, 유리로 만들어진 고급 수조가 있다.


이 높이라는 것이, 참으로 아이러니했다.

높은 곳에 위치한 실장석은 가격이 비싸고, 아래층으로 갈수록 가격이 저렴해진다.


분명 인간들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규칙일텐데, 어느 샌가 그 규칙은 실장석들 스스로가 지키는 규칙이 되어있었다.


『테챠아아!! 똥닌겐!! 노예!! 우마우마한 식사를 가져오는테치!』

『분충은 저리 꺼지는테치!! 우마우마한 식사는 세레브한 와타치가 먼저인테챠!!』


높이가 무릎보다 아래인 하층부는, 말 그대로 '시장통'이나 다름없었다.

마리 당 만 원 이하, 좁은 아크릴 수조에 수십 마리씩 들어갈 저가형 자실장들이 악을 쓴다.


들실장과 조금 다를 것도 없어보이는 녀석들을 무시하고, 시선을 위로 올린다.

허리춤에 닿는 중층부는 그나마 조금 사정이 낫다.


적당한 훈육을 거치고, 적당한 양충의 소질을 보이며, 적당히 인간을 두려워할 줄 아는 녀석들이 있는 곳.

30만 원대에 달하는 가족 패키지부터, 개별 수조를 받을 자격이 있는 훈육된 자실장들.


조금 좁기는 해보이지만, 안에는 급수대도 있고 덮고 잘 이불도 있으며 먹이도 실장 푸드가 공급된다.

좋은 곳이다.


그리고 고개를 젖혀야 볼 수 있는 최상층.

수조는 아크릴이 아닌 유리로 되어있으며, 커다란 수조 안에는 전용 조명이 설치되어 있다.


바닥에는 푹신한 방석이 깔려 있으며, 습도와 온도 또한 시스템이 알아서 제어해준다.

VIP룸, 스카이 캐슬이라 부르는 것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은 호화로운 전시장.


그곳에 녀석이 있었다.


유리 전시장 우측 하단, 금박이 입혀진 네임택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혈통서 보유 / 전문적인 훈육 / 최고급 반려 자실장 / A+ 등급]
[\ 1,080,000]


혈통서니, 전문적 훈육이니, A+ 등급이니 별로 눈에 들어오지 않더라도, 이것만큼은 다르다.

가격, 녀석의 몸에 매겨진 가치는 무려 108만 원이었다.


'여기서 한 달 일하면 겨우 사겠는데.'


나는 녀석을 속으로 '백팔이'라고 불렀다. 이유는 딱히 없다.

그냥 가격이 백팔만 원이라 그랬다.


백팔이는 자신에게 매겨진 값어치가 결코 거품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듯이, 다른 녀석들과는 달랐다.


예를 들어 점심시간, 내가 사료통과 집게를 들고 카운터를 나서는 순간.


『똥닌겐!!!』


하고 발작을 하며, 그 먹이를 내놓으라 소리치는 하층부의 개체들은 물론,


『닌겐상, 와타시의 귀여운 자들이 푸드를 조금 더 원하는데스. 닌겐상, 푸드를 조금 더 주셔야하는데스.』


나름 훈육을 받았답시고 예의를 갖추지만, 그 내용 자체는 분충끼가 다분히 묻어나오는 중층부의 녀석들과도 달랐다.

내가 하층부와 중층부의 요구를 모두 무시하고, 평소 하던대로 급여를 마친 뒤 최상층의 유리 수조에 손을 뻗으면....


『테?』


백팔이는 유리 수조 안에 넣어둔 작은 고무공을 가지고 놀다가도, 살짝 놀라며 실장석용 테이블 앞에 가지런히 앉는 것이다.

그러고서는 비단 방석 위에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상태로, 조용히 기다린다.


잡티 하나 없는 뽀얀 피부, 매일 스스로 빗질해 윤기가 흐르는 머리카락.

주름 하나 없이 단정한 옷매무새.


녀석은 내가 비싼 고급형 실장푸드와, 실장석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콘페이토를 내려놓는 동안에도 덤벼들지 않았다.

보통의 실장석이면 지랄을 하며 밥에 달려들거나, 내 손에 매달려 아첨을 하면 자신을 사육실장으로 모시라고 헛소리를 했을텐데도 말이다.


놀라운 것은 백팔이의 시선이었다.

백팔이는 먹이가 아니라,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녀석의 눈에는 묘한 자부심, 그리고 자존심이 들어있었다.

지금 나는 그 시절을 회고하며 그렇게 생각한다. 저 자존심, 자부심이야말로 백팔이가 다른 실장석과 달랐던 근본적 원인이 아니었을까 하고.


달그락. 


급여를 마치고 유리 수조에서 손을 뺐다.

그제야 백팔이가 움직인다. 허리를 곧게 펴며 일어나, 정확히 45도 각도로 나에게 고개를 숙인다.


『감사한테치. 항상 수고가 많으신테치.』


결코 큰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항상 감사 인사를 마치고 나서야, 백팔이는 조심스럽게 고급형 실장푸드를 두 손으로 조심히 잡아든다.


오물오물, 소리도 내지 않고 입가에 부스러기 하나 묻히지 않는 완벽한 식사 예절.

콘페이토 역시 게걸스럽게 핥지 않고, 입에 넣은 뒤 녹을 때까지 천천히 음미한다.


백팔이는 알고 있는걸까?

자신은 '생명'이기에 앞서 '상품'이라고.


그리고 자신이 비싼 상품으로서, 저 아래의 동족들과 다른 대우를 받는 이유는 바로 이 점 때문이라고.

그렇기 때문에 철저히 예절을 지키면서, 동시에 그것을 해내고 있는 자신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걸까?


나는 잠시 백팔이의 식사를 지켜보다가, 다시 카운터로 돌아갔다.






얌전한 백팔이에게도 취미는 있었다.


『테, 테, 테히..』


조용하고 얌전하게, 그래도 확실하게.

백팔이는 노란색 고무공을 가지고 노는 것을 참 좋아했다.


같이 놀 상대가 없어 고무공을 혼자 굴리고, 혼자 유리 수조 벽에 던지는 정도였지만...


『테치..., 테츄...』


백팔이는, 그걸로도 충분히 즐거워했다.

그런 백팔이가 공놀이를 그만두게 만드는 일이 일어났었다.


백팔이가 위치한 가장 높은 유리 수조 실장의 맞은 편 아래.

백팔이의 시선으로도 훤히 들여다보이는, 중층부의 커다란 아크릴 수조.


그곳의 입주민은, [행복한 실장 가족 / \ 368,000] 이었다.

친실장 하나와 자실장 둘, 그리고 엄지와 구더기 각각 하나로 구성된 실장석 일가.


그들은 겉보기에 꽤 화목해보였다.

아니, 겉보기만 그런 것이 아니라, 꽤 화목한 가정에 드는 축이었다.


친실장은 틈이 날 때마다 자실장과 엄지를 차별하지 않고 무릎에 앉힌 채 머리카락을 빗겨주었다.

자식들은 그런 어미에게 몸을 비비며 행복하게 웃었다.


그러나 백팔이의 눈에도 그렇게 보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들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긴장감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저 행복한 가정이라기보단, '반드시 다 함께 팔려나가야한다.'는 강박에 가까운 긴장감을.


어느 주말 오후, 커플 손님이 이 전시장 앞에 멈춰섰다.


"어머, 자기야, 여기 봐. 가족인가 봐, 옹기종기 모여있어. 귀엽다."


여자의 말에 실장석 일가의 눈동자가 잠시 빛났다.

기회가 온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자매들 사이에서는 소리 없는 균열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모우토챠! 공놀이는 그만하고 이리 와서 춤을 추는테치!』


장녀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며 동생을 불렀다.

언젠가 마마의 가르침에 따라 연습한, 장녀와 차녀가 함께 추는 춤.


그것은 화목하고 단란해보이며, 동시에 인간들에게 애교도 부릴 줄 아는 그런 실장석으로 보이겠다는 전략.

가족끼리 이렇게 춤을 추며 웃는 모습으로 애교를 부리면, 메로메로된 인간은 반드시 가족 전부를 함께 데려갈 것이다.


하지만 차녀는 그런 장녀의 생각이 조금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차녀는 평소에도 은연 중에, 자신이 이 일가에서 가장 아름답고 고귀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차녀에게 장녀가 말하는 '전략'은, 자신의 아름다움에 묻어가려는 분충의 수작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싫은테치. 와타치는 공놀이가 좋은테치.』


단칼에 언니의 제안을 거절한 차녀는, 노란색 고무공을 아크릴 수조 벽에 던지며 놀기 시작했다.


『테?! 이모우토챠! 그래선 닌겐들이 와타치타치를 데려가지 않는테치! 어서 이리오는테치!!』

『싫다고 말한테치. 와타치는 공놀이가 좋은테치.』


차가운 반응에 장녀는 당황했다.

이러는 와중에도 인간들은 곧 우리의 눈 앞에서 떠날 채비를 한다.


저렇게 떠나간 인간은 자신들을 데리러 오지 않는다.

조급함이 장녀의 마음 속을 파고든다.


『이모우토챠!! 빨리 이리로 오는테치!! 가족끼리 화목한 모습을 보여야하는테챠!』

『싫다고 말하지 않은테치이!!』


차녀는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가족과 함께, 단란한 모습을 보일 방법이 꼭 춤과 노래 뿐인가.


『공놀이도 다 함께 할 수 있는 테치!! 오네챠는 그런 것도 모르는테치?!』


끓어오르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차녀는 보란듯이 소리쳤다.


『보여주는테치!』


보여주겠다.

단란하고 화목한 모습은, 공놀이로도 연출할 수 있다.


반은 자격지심, 반은 언니를 향한 질시와 분노.

그리고 아주 약간의 우월감.


그러한 감정들을 담아, 차녀는 언니들의 싸움에 겁을 먹고 웅크린 엄지를 향해 공을 던졌다.


『이모우토챠! 받는테치이!!』


여러가지 복잡한 감정 때문에 다소 힘이 들어간 건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래봐야 자실장의 힘, 탄력은 있지만 결국 자그마한 고무덩어리에 지나지 않은 공.


본래라면 엄지가 맞더라도, 아파서 눈물을 찔끔 흘릴 정도.

그러니까 이건 정말로, 순수한 불행이었다.


『레?!』


엄지는 차녀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엄지의 녹색 눈동자에, 고무공은 정확하게 꽂혔다.


『레, 레, 렛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비명이 울려퍼진다.

엄지실장은 터져버린 눈동자를 두 손으로 부여잡은 채, 미친듯이 뒹굴거리며 비명을 질렀다.


『아픈레치이!! 아픈레치이!! 마마!! 마마아아아!!!』


탈분하는 것도 당연지사.

뒹굴거리다 어기적 기면서 친실장을 찾고, 또 다시 뒹굴거리는 엄지 때문에 수조 안은 순식간에 실장석의 배설물로 뒤덮여간다.


『이게 무슨 짓인 테치!!』


장녀는 화가 머리 끝까지 차올라 차녀를 향해 달렸다.

차녀의 옆에 도착한 장녀는 있는 힘껏 팔을 휘둘러, 차녀의 머리카락을 붙잡았다.


평소에도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이 있었다.

은연 중에 자신을 무시하고 깔보는 것을, 장녀는 눈치채고 있던 모양이다.


『놓는 테챠아!! 고귀한 와타치의 머리카락을 건드리지 마는 테챠아!!』


차녀 역시 지지 않았다.

체급은 백중지세, 용호상박.


두 자실장은 서로 엉겨붙고 물어뜯고 두들기며, 추잡한 싸움을 시작했다.

당연히 이 둘도 싸움 중에 성대하게 빵콘하긴 마찬가지였다.


수조 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피와 운치를 줄줄 흘리며 발작하는 엄지실장, 엉겨붙어 탈분하는 채로 물어뜯는 자실장 두 마리.


『데, 데, 데...!』


착하고 상냥하지만 유약하고 우유부단한 친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싸움을 말리자니 고통을 호소하며 발작하는 엄지를 핥아줘야한다.


그렇다고 엄지를 핥고 있자니, 장녀와 차녀를 말리지 않으면 둘 중 하나는 죽을 것 같았다.

물론 무엇을 선택하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단 나았다.


하지만 친실장은, 그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걸 택해버렸다.

그저, 아크릴 수조의 벽으로 다가가 질색을 한 인간 커플을 향해서....


『데, 데스웅~. 닌겐상, 와타시타치를 사육실장으로 하면 매일이 행복한데스웅~』


하고 아첨을 떨 뿐이었다.

오래지 않아 커플 손님은 나를 불렀고, 소식은 곧 점장에게 들어갔다.


"내려, 걔들도."

"어디로 어떻게요?"

"다 큰 놈은 뒤로 보내고, 애들은 먹이용으로 보내."


점장은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나는 [행복한 실장 가족 / \ 368,000]라고 적힌 네임택이 붙은 아크릴 수조를 통째로 들어냈다.


친실장은 가게의 뒷편으로 간다.

그곳의 임시 아크릴 수조에 독라 상태로 방치해뒀다, 나중에 업자가 수거해간다.


듣기로는 출산석을 만드는 공장에 팔린다고 한다.

남은 자실장 두 마리는 집게로 집어, 각각 다른 최하층 아크릴 수조로 보낸다.


파충류, 혹은 육식 어류를 위한 먹이용도로 실장석을 구매하는 손님들을 위한 수조였다.

그리고 수조를 세척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남은 상처입은 엄지실장과 저실장을 바라본다.


엄지는 자신의 상처를 치료하고 사육실장으로 삼아달라며 내 손가락에 몸을 비비기 시작했다.


"......."


나는 조용히 그 둘을 집어들어, 가게 뒷편의 커다란 쓰레기통에 넣고 뚜껑을 닫았다.

그 뒤는 나는 모르는 일이다.


아무튼, 사소한 공놀이에서 시작한 파국을 백팔이는 담담하게 지켜보았다.

일가의 실각을 보고 조롱하지도,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리지도 않았다.


변한 건 딱히 없었다. 백팔이는 여전히 최고가 자실장이고, 여전히 조신하고 얌전했다.

딱 하나, 이상하게도 백팔이는 그 뒤로 다시는 공놀이를 하지 않았다.







계절이 한 차례 지나갔을 때로 기억한다.

가게의 풍경은 그대로였지만, 백팔이의 위치는 달라져 있었다.


녀석은 조금 자랐다.

아직은 자실장이긴 하지만, 특유의 통통하고 앙증맞은 비율은 아니었다.


점차 팔다리가 조금씩 길어지며, 성체를 향해 착실히 나아가고 있었다.

여전히 얌전하고 조신한 최고급 자실장이었지만, '성장'이라는 감가상각은 피할 수 없었다.


백팔이는 최고층 유리 수조를 비워줘야 했다.

녀석은 이제 벽면 진열대의 한 칸 아래, 아크릴 수조로 내려왔다.


네임택의 숫자와 글씨도, 물론 수정되었다.


[혈통서 보유 / 전문 훈육 / 고급 반려 자실장 / A 등급]
[\ 890,000]


이제는 1,080,000 원이 아니었지만, 내 마음속에서 녀석은 여전히 백팔이였다.

그리고 백팔이가 떠난 유리 수조의 왕좌에는 새로운 주인이 들어왔다.


점장이 손수 입혀준 화려한 핑크색 실장복을 입은, 아주 작고 동글동글한 어린 자실장이었다.


[혈통서 보유 / 전문 훈육 / 최고급 반려 자실장 / A+ 등급]
[\ 1,200,000]


녀석은 소싯적의 백팔이보다 비쌌다.

점장이 직접 선정한 가격이니 이유야 있겠지.


신입은 오자마자 자신의 위치에서 백팔이를 내려다보며,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치프픗.』


나는 그것을 듣고 귀를 의심했다.

최고급 반려 자실장은, 모두 백팔이 같은 건 아니었던걸까?


아니나다를까, 새로운 왕좌의 주인은 가게 안의 실장석들을 마음껏 조롱하고 경멸하기 시작했다.


『치프픗! 와타치는 오마에타치와 다른테치.』

『똥닌겐! 이제 옷은 됐으니 스시를 가져오는테치!』


녀석은 다른 실장석을 조롱하다가 질리면, 유리 수조 벽면에 찰싹 붙어 나를 불렀다.

그 녀석의 조롱에 다른 실장석들은 분노하며, 심하면 아크릴 수조에 투분을 하기도 했다.


그래도 백팔이는 달랐다. 백팔이는 조금도 분노하거나 당황하지 않았다.

백팔이는 대꾸조차 하지 않은 채, 그저 저 위에서 하던대로 올곧은 자세 그대로 일과를 보냈다.


이제는 비단 방석이 아니라 그저 아크릴 수조의 딱딱한 바닥이지만.

이제는 고급형 실장푸드가 아닌 그저그런 녹색의 실장푸드에, 콘페이토도 없지만.


불만 한 번, 내색 한 번 하지 않고 여전히 깔끔하게 자기자신을 정돈했다.

하지만 녀석이 무릎 위 치맛자락을 쥐고 있는 뭉툭한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며칠 뒤, 가게 문이 열렸다.

온몸을 명품으로 휘감은 중년의 여성이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어서 오세요."


전형적인 부잣집 마님.


"찾으시는 아이가 있으신가요?"


나는 친절해보이는 미소를 장착한 채 응대를 시작했다.

척 보아도 화려하고 세레브해보이는 인상에 가게 안의 실장석들은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건 백팔이도, 그리고 백팔이의 자리를 차지한 새로운 유리 수조의 신입도 마찬가지였다.

백팔이는 다른 실장석처럼 춤과 노래를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눈빛이 번뜩이긴 마찬가지였다.


녀석은 중년 여성 VIP가 자신의 아크릴 수조 앞을 지나칠 때, 정확한 타이밍에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얌전한 목소리로 말했다.


『만나서 반가운테치.』


실장석치고는 놀라울 정도의 예의였다.

반면, 유리 수조의 실장석은 정반대였다.


녀석은 이미 브리더의 훈육을 모두 까맣게 잊어버린 채, 이 가게의 왕좌에 앉았다는 사실에 취해있었다.


『텟츄웅~! 세레브한 닌겐상에게 어울리는 사육실장은 고귀한 와타치 하나 뿐인 테치!』


신입은 유리 수조의 벽에 찰싹 달라붙어, 혀로 벽을 핥으며 아첨을 떨기 시작했다.

엉덩이를 씰룩 거리는 꼴에 나는 나도 모르게 미간을 좁혔다.


솔직하게 말해서, 나는 내심 백팔이를 응원했다.

저런 싸구려에 천박한 애교보다는, 백팔이가 피를 깎는 노력으로 달성한 어떤 경지가 더 아름답지 않은가.


하지만, 현실은 잔혹했다.


"어머, 너 끼가 참 많구나?"


사모님께서는 5층 유리 수조의 벽에 달라붙어 엉덩이를 흔드는 자실장을 보고 탄성을 질렀다.


"어쩜 이렇게 활발하고 애교가 넘치니? 그래, 공주님이 되고 싶어?"

『치프프픗! 와타치는 이미 공주님인테치! 빨리 와타치를 이 좁고 불결한 곳에서 꺼내주는텟츙!』


VIP가 가게 최고가 물건에 관심을 보이자, 가게 안 쪽에서 점장이 바람처럼 튀어나왔다.


"안목이 탁월하십니다, 사모님. 이 녀석이 들어온 지 이제 하루 좀 지났습니다. 훈육할 때도 아주 훌륭했고, 혈통서도 있습니다."

"그래요? 딱 내 스타일인데."


그 뒤는 순식간이었다.

자그마치 120만원 짜리 물건이다.


입고 있는 옷은 물론, 수많은 사은품(실장석용 장난감과 실장푸드, 콘페이토)과 함께 녀석은 팔려나갔다.

그 녀석은 고급스러운 케이지에 담겨 가게를 떠날때에도, 백팔이를 향해 혀를 내밀며 웃었다.


딸랑.

손님과 그 분충이 나갔다.


나는 곁눈질로 백팔이의 눈치를 살폈다.

백팔이는 풀 죽어 있었다. 고개는 푹 숙여져있었다.


울거나 화를 내진 않았다.

대신, 무릎 위에 올라가있는 두 손이 부서질 듯 떨리고 있었다.


견디고 있었다.

그러나, 그 모습은 자신의 방식이 맞다는데서 오는 확신을 재료로 버티는 모습이 아니었다.


인정하면 무너지기에, 그렇기에 인정하지 않고 버티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주머니에서 몰래 콘페이토 하나를 꺼내, 백팔이의 밥그릇에 슬쩍 넣어주었다.


하지만 녀석은 그걸 먹지 않았다.

다음 날, 밥그릇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콘페이토를 내 손으로 치워줄 수 밖에 없었다.


그 때, 백팔이는 텅 비어있는 유리 수조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걸로 기억한다.






다시 계절이 바뀌었다.

이제는 겨울이 되어, 백화점을 찾는 손님들은 저마다 롱패딩 혹은 코트를 입고 있었다.


백팔이는 이제 자실장이 아니었다.

녀석은 완연한 성체가 되었다.


덩치는 커졌고, 어릴 적의 앙증맞은 외모는 사라졌다.

그렇다고 자를 만들어 일가를 꾸밀 수도 없으니, 녀석은 이제 아무것도 없었다.


친실장으로서의 가족애도, 자실장으로서의 귀여움도 없는 말 그대로 악성재고였다.

네임택도 없었다.


백팔이는 지금, 마리 당 팔만 구천원 하는 보급형 훈육 자실장 수조 안에 들어있다.

이제는 혼자 살지도 않는다. 이전보다 작아진 아크릴 수조 안에, 무려 두 마리의 동거실장이 있다.


"이제 다 컸네."


점장은 지나치면서 슥, 곁눈질로 백팔이를 바라보곤 말했다.

백팔이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나에게 하는 말이었다.


"네."


나는 무심하게 집게를 들고 다가가, 백팔이를 집어들려다가...


"...아."


이제는 집게로 쉽게 들어올릴 사이즈가 아니라는 생각에 집게를 내려놓았다.

백팔이도 아마 알고 있었나보다.


녀석은 내가 들어올릴때 반항하지도, 도망치지도 않았다.


『데에...』


그저 조용히, 내 팔에 매달려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


백팔이의 새로운 집은 최하층이었다.

매장 문을 열고 들어와서 가장 구석에 가면, 최하층에 박혀있는 아크릴 수조.


그곳은 지옥이었다.

팔리지 못해 늙어버린 성체들, 분충끼가 극도로 심해 반품 당해버린 자실장들, 훈육 과정에서 탈락해버린 실패작들이 뒤엉킨 수용소.


바닥에 깔린 신문지는 이미 운치와 짓이겨진 실장석의 옷 조각으로 형태를 알아볼 수 없었다.

디퓨저의 강력한 라벤더향이 아니었다면, 이 수조 하나만으로 가게 안을 악취로 뒤덮을 수 있었을 것이다.


[\ 1,780]


수조 앞면에는 성의 없이 찢은 A4 용지에 매직으로 쓴 가격표가 붙어있었다.

백 팔만원에서 시작한 백팔이는, 여기까지 내려온 것이다.


『데프픗! 새로운 분충이 들어온데스!』

『테에에! 옷이 깨끗한 노예인테치! 내놓는테챠아!』


주변의 분충들이 게걸스레 백팔이에게 다가섰다.

녀석들의 몸에는 운치가 잔뜩 묻어있었고, 머리카락은 떡져 엉망진창이었다.


백팔이는 공포감과 본능적인 혐오감에 뒷걸음질 쳤다.


『데, 데에에...! 다가오지 마는데스!!』


그럼에도 녀석은 비명을 지르거나, 싸우지 않았다.

대신 녀석은 수조의 가장 구석진 모서리로 도망쳤다.


그리고서는 발뒤꿈치를 열심히 들어올렸다.

까치발이었다.


더러운 오물이 자신의 발바닥 전체를 덮는 걸 용납할 수 없다.

그래선 자신이 받은 교육에 어긋난다.


그 신념 하나로, 백팔이는 위태롭게 버티기 시작했다.

양손으로는 치맛자락이 바닥에 끌리지 않을까 필사적으로 치켜올렸다.


『오지마는데스...! 닿지마는데스!』


백팔이는 오물 속에서 피어난 꽃 한 송이처럼, 처절한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밤이 되었다.

다른 실장석들은 서로의 체온을 나누기 위해 운치밭 위에서 서로 뒤엉켜 잠이 들었다.


하지만 백팔이는 그러지 않았다.

녀석은 앉을 수도 없었다. 앉는 순간 옷이 운치에 오염될테니까.


백팔이는 차가운 아크릴 수조의 벽면에 기댄 채, 까치발을 들고 서서 잠을 청했다.

퉁퉁 부어오른 종아리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다음 날 청소 시간, 내가 청소 도구를 들고 다가가자마자 수조 안이 난리가 났다.


『똥닌겐!! 어째서 우마우마한 콘페이토를 가져오지 않은데스!!』

『고귀하고 세레브한 와타치를 빨리 사육실장으로 만들어주는테챠아아!!』


분충들은 아귀다툼을 벌이며 나에게 각자가 원하는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 때, 나는 백팔이와 눈이 맞았다.


"....."


처음이었다.

녀석은, 처음으로 눈빛을 통해 무언가를 강하게 나에게 바라고 있었다.


백팔이가 간접적으로라도 도움을 요청한 건 이게 처음이었다.


"....에휴."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잠시 고민하다가 깨끗한 휴지와 물티슈 몇 장을 뽑아 백팔이가 서있는 아래에 깔아주었다.

최소한 그 위에 앉기라도 하라는, 내가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배려였다.


백팔이는 떨리는 다리를 진정시키고 그 위에 앉아 나를 바라보았다.

분충들이 백팔이의 휴지와 티슈를 뺏으려고 달려들 기세였지만, 내가 본보기로 한 놈을 패대기쳐주자 조용해졌다.


백팔이는 처음으로 울었다.

녀석의 두 눈에서 적록의 눈물이 뚝뚝 떨어져, 휴지 위를 적셨다.






며칠 뒤, 겨울인데도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기분 나쁜 날이었다.

손님이 뜸한 시간, 가게 문이 거칠게 열렸다.


들어온 남자의 행색은 백화점에 어울려보이지 않았다.

푹 눌러쓴 모자, 무채색의 바람막이, 검은색 방한 마스크.


"어서 오세요."


남자는 나의 인사에 가볍게 고개만 끄덕인 뒤, 가게 안을 둘러보았다.

멍청한 실장석들이 사방팔방에서 자신을 데려가라며 아우성이었다.


남자는 그 분위기 자체를 즐기고 있는 듯 했다.

그러다가 그는 곧 마음을 먹은 뒤, 구석에 있는 1,780 원짜리 아크릴 수조로 향했다.


『새로운 똥닌겐이 온테치?』

『데프픗! 이번에야말로 와타시를 사육실장으로 모시려고 온 데스?』


놈들은 서로 밟고 올라서며 남자에게 자신을 데려가라 아우성쳤다.

하지만 백팔이는 달랐다. 녀석은 여전히, 자신의 자부심과 자존심을 지키는 걸 선택했다.


백팔이는 내가 갈아주고 있는 휴지와 물티슈 위에 다소곳이 서서, 남자를 향해 인사했다.

항상 그래왔듯, 45도의 정확한 각도로 고개를 숙이며 공손하게.


『어서 오시는데스. 만나서 반가운데스.』


소란스러운 수조 안에서 홀로 피어난 고고한 꽃.

남자의 시선은 백팔이를 향했다.


그 순간, 나는 불안함에 휩싸였다.

고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왜냐면, 그 남자는 학대용 실장석을 구매하러 온 게 분명해보였으니까.


백팔이를 아끼거나, 행복해졌으면 하는 생각은 하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최소한.


백팔이가 지금까지 자신의 자부심을 지키기 위해 바친 노력과 인고의 시간이...

저런 것으로 보답받는 건 너무하지 않은가.


그러나 내 기대가 무색하게도, 남자는 마스크 너머로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백팔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남자는 수조 안으로 손을 뻗었다.


백팔이는 드디어 됐다는 듯, 황홀한 표정으로 사내의 손을 맞이하기 위해 두 팔을 벌렸다.

남자의 손이 백팔이의 얼굴 가까이에 다가온 순간이었다.


후우욱─!


남자의 손, 소매 안 쪽, 손톱 사이사이.

모든 곳에서 배어 나오는 진한 냄새가 백팔이의 코를 찔렀다.


주인의 따뜻한 살 냄새와 달랐다.

진한 피비린내, 톡 쏘는 냄새.


죽어간 수백 마리의 동족들이 마지막 순간에 내지른 비명의 향기.


실장석은 바보지만, 생존에 있어서는 예민하다.

곧, 같은 냄새를 맡은 수조 안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학대파가 온데샤─!!』

『도망치는테치!! 도망치는테치!!』


아수라장 속에서, 남자의 손에 잡힌 백팔이의 두 눈이 떨렸다.

백팔이는 남자의 손에서 도망치기 위해, 생에 처음의 반항을 시작했다.


『시, 싫은데스...! 가지 않는데스...!』


그 모습을 본 남자의 미소가 더욱 짙어진다.


"똑똑하네, 재밌겠어."


남자는 도망치려는 백팔이를 붙잡아, 수조 밖으로 꺼냈다.


"계산해주세요."


안타깝게도, 그 때 나는 카운터를 보고 있지 않았다.

카운터에 있는 건 점장이었다.



점장은 곁눈질로 그들을 살피더니, 주저없이 계산을 시작했다.



남자의 팔에 붙들린 백팔이는 발작하기 시작했다.


『놓는데스!! 이거 놓으란데스!!』


백팔이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분노와, 억울함이 각기 다른 색깔로 흐른다.


『이건 아닌데스!! 이건 아닌데스!! 와타시는 착하게 살았던데스!! 전부 참았던데스!!』


하지만 학대파 남자는 그 녀석의 비명과 발작을 배경음 삼아, 결제를 마쳤다.

저가용 실장석을 담는 포장 박스에, 백팔이는 내던져진다.


『브리더 상의 말을 어긴 적이 없는데스!! 자를 가지고 싶어도 꾹 참았던데스!!』

『콘페이토도 더 많이 먹고 싶었던데스! 스테이크도, 스시도 먹어보고 싶었지만 참았던데스!!』

『닌겐상의 말을 모두 지킨데스!! 아첨하지도, 노래도 부르지 않은데스!!』


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박스의 날개가 접힌다.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백팔이는, 울부짖었다.


『행복해지고 싶었던 것뿐인데스!! 전부 참고 견뎌낸데스!!』

『오늘 아침까지도 머리를 빗은데스!!』

『와타시는 행복해질 권리가 있...!』


박스의 뚜껑이 덮였다.

남자는 박스를 든 채, 가벼운 발걸음으로 가게를 나갔다.


그게 내가 본 백팔이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그 일이 있고 난 뒤, 나는 얼마 안 가 알바를 그만두었다.


계절은 다시 돌고 돌아, 늦은 봄 초여름이었다.

나는 시내를 걷다가, 새로 생긴 대형 실장샵 앞을 지나게 되었다.


통유리 벽면 너머로, 꼭 내가 일했던 곳과 닮은 아크릴 타워가 보였다.

그 꼭대기, 유리 수조.


유리 수조인것까지 똑같아 나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살짝 들어 가게 안을 더 들여보았다.

꼭대기의 유리 수조에는, 과거의 백팔이를 연상하게하는 어린 자실장 한 마리가 앉아있었다.


녀석은 유리창 너머에서 내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것을 보자,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우수 혈통 / 전문 브리더 훈육 / IC칩 내장 / 최고급 반려 자실장 / A+등급]
[\ 1,380,000]


나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녀석을 바라보았다.

해주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문득 생각해보니 그건 녀석이 아니라 백팔이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었다.


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다시 걸음을 옮겼다.


유리창 너머로 째깍이는 시계 초침 소리가 들렸다.

너는 1,780원이 될 때까지, 그곳을 벗어날 수 있을까.




(끝)








늙은 사육실장 (ㅇㅇ(121.142))


우리집에 사는 미도리는 실장석 중에서는 특이하게 스무살을 넘긴 특이한 개체이다.

아버지가 결혼 하기 전부터 키우다 결혼하고 나서 신혼집에서 키워지게 되었으니 사육실장으로써 별탈없이 지냈음을 알 수 있었다.


"데에? 작은 주인사마 오늘은 푸드씨를 3알만 먹었는데도 배부른데스."


미도리는 나이가 나이인지라 밥을 적게 먹었다. 실장석이 아무리 엉망진창인 생명체여도 나이에 따른 노화가 있는 것을 볼 때면 세월의 흐름이 느껴진다.


미도리는 내 인생의 최초의 기억 속에서도 성체였다. 어머니가 말하길 내가 미도리의 팔을 무는 습관 때문에 미도리도 엄마도 고생했다는 말을 하신 적이 있었다.


아무튼 어렸을 적의 나는 미도리와 자주 놀았었다. 미도리와 같이 매지컬 테치카를 보기도 하고 숨바꼭질도 하고 그랬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친구들이 생기긴 후에도 노는 빈도가 줄어들긴 했으나 여전히 난 미도리의 친구였고 가족이었다.


미도리는 특이하게도 임신중절 수술을 받지 않았다. 그러고도 자를 낳고 싶다느니 콘페이토나 스테이크 같은 소위 분충이라고 불리우는 행위를 하지 않았다.


어느 날 자를 낳고 싶은지 물어본적이 있었다. 친구들의 사육실장이 멋대로 자를 가지고 버려진 이야기를 들었을 적이었다. 


"와타시는 이미 가족이 있는 데스."


간단한 대답이었다. 


아까도 말했듯이 미도리는 우리나라 사육실장 산업의 초기 때 교육 받은 개체이다. 그렇기에 가끔 미도리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요즘 나오는 사육실장들의 교육이랑 많이 다른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와타시의 어릴적은 농장에서 지낸데스. 마마와 이웃상들이 자를 마음껏 낳다가 관리인씨가 와서 자기 마음대로 판별하는 방식이었던 데스. 와타시는 보통의 펫숍에서 진열된 데스. 그 시절엔 와타시타치 전용 숍이 없었던 데스. 교육은 딱히 없던 데스."


요즘 사육실장에 비해 널널하고 허술한 시스템에서 자랐기 때문에 사육실장 사업 초기는 주인에게 투분하는 개체가 돈 받고 팔리던 시절이라고 들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들으면서 성장해 나아갔다.


미도리는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거동이 불편한지 움직임이 둔해졌다. 그러나 성인이 되어가던 난 커지고 성장하고 있었다.


집에서 대충 쉬고 있던 미도리를 오랜만에 산책 시키기로 했다. 나는 실장석 전용 목줄과 배변봉투를 챙기고 공원으로 향했다.


미도리의 걸음이 느린 탓인지 산책은 천천히 진행되고 있었다. 몇 걸음 걷고 데히 데히 하면서 숨을 몰아쉬는게 나이가 들었음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나는 결국 근처 벤치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기로 하고 챙겨온 푸드 몇 알을 미도리에게 주었다. 미도리는 데스데스 거리며 잘도 먹었다.


휴식을 취하면서 사육실장과 산책을 하는 다른 사람을 보았다. 핑크색에 매지카 테치카 마법봉에 자 여섯마리에 사육실장에게 질 수 없다는 듯이 잔뜩 꾸며 입은 아줌마 사육주는 그 사육실장에게 에메랄디라는 이름으로 부르며 고급 푸드를 먹이고 자들에게까지 먹였다.


나는 에메랄디를 본 뒤 미도리를 보았다.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초록에 프릴 달린 실장복, 언제 샀는지도 몰라서 다 헤진 매지카 테치카 마법봉, 보통의 푸드. 마법봉은 최근엔 지팡이로 쓰이고 있어 그 용도가 바뀐지 오래였다.


에메랄디는 근처에 있던 나와 미도리를 보곤 자들에게 우리를 가르키며 비웃었다.


"자들 저기 보는데스! 참으로 비루한 모습인 데스. 데프프픗! 와타시타치와 다르게 세레브하지 않은 데스."


"마마! 와타시가 노예로 만들고 오는 테치!"


"장녀, 저건 노예로 만들 가치도 없는 분충데스. 와타시타치와 같은 세레브 개체들이 다가가다간 분충이 전염되는 데스요 데프프픗!"


아무리봐도 사육주가 어마어마한 애오파였나보다. 자들을 무지성으로 싸질러도 그걸 다 분홍옷으로 입히고 키우질 않나 저런 분충 발언도 냅두질 않나 직접적인 시비가 없기에 조용히 있었으나 저 사육실장의 막내로 보이는 개체가 갑자기 다가왔다.


그리곤 갑자기 내 바지에 투분했다.


"이제 아따시의 노예인 레치! 어서 아따시에게 스시와 콘페이토 스테이크를 바치고 전다중우주의 위대한 지배자이자 은하의 수호자, 마마의 든든한 막내, 엄지 실권의 대표자, 세레브 협회 올해의 베스트 세레브 우승자, 사육실장으로 삼고 싶은 자 1등, 귀여운 엄지인 아따시를 향해 복종하는 레치!"


기분이 더러웠으나 요샌 이런거에 일일이 대응했다간 오히려 신고를 당하는 시대였기에 피했다. 꼬라지 보니 얼마 안있어 버려질 놈 같았다.


"뭐하는 레치?! 복종하는 레챠아아아아!"


아무리봐도 별신경 쓸 가치가 없는 놈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매우 조용했다. 미도리는 걷는 것이 힘들었는지 나에게 안기며 가고 싶다고 말했기에 나는 미도리를 가슴에 앉고 집에가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미도리"


"작은 주인사마?"


"매일 똑같은 푸드에 일상인데 안지겹니? 콘페이토나 사줄까?"


보통 사육실장은 점점 갈수록 교만해져 스시나 콘페이토 아니면 비싼 푸드를 요구하기도 한다. 그냥 푸드에 질려하는 거지만 실장 특유의 오만함이 그런 행위를 부추긴다.


"와타시의 일상은 매일이 특별한 데스. 다른 오바상이었으면 꿈도 못꿨을 생활을 하고 있는 데스. 큰 주인사마에게 왔을 때부터 와타시는 특별한 데스. 기본 푸드여도 괜찮은 데스. 주인사마가 주시는 푸드는 같은 맛이더라도 주인사마가 주시는 푸드이기에 특별한 데스."


"별게다 특별하구나."


"특별함이란 별게 아닌 것 같은 데스. 주인 사마가 집에 올 때 다른 인사를 하거나 아니면 평소와 다른 날씨가 있거나 주인사마가 와타시의 이름을 평소보다 많이 부르거나 사소한 것이라 해도 와타시가 그것에 특별함을 느끼면 특별한 데스. 고급 푸드씨가 있어도 세레브 옷씨가 있어도 그건 단순한 세레브함일 뿐 특별함이 아닌 데스."


이게 스무 살을 넘게 살아온 실장의 인생관일까 그럼 오늘도 특별한 날일까 생각하면서 어느새 잠든 미도리와 같이 집으로 향했다. 늘 그렇듯 특별한 하루였다.



며칠 뒤 산책을 가보니 얼룩이 지고 해진 박스가 눈에 띄였다. 박스에 남아 있던 이름표엔 이렇게 적혀있었다.


'에메랄디'


특별한 하루였다.








녹진이의 시골집 마당 생활! (어이김씨)


녹진이는 원래 들실장이였다.
정확히는 엄지실장이였다.
평소 자기를 괴롭히던 6녀가 야옹씨에게 분충짓 하다가 일가 전체가 휘말려 실각 당하게 되자 테엥 테엥 하고 울다가 지금의 주인이 불쌍하다 하여 데려왔다.
대부분의 실장석이 꿈에도 바라던 사육실장이 된 것이였다.
그리고 녹진이는 다시 들실장이 되었다.
사육실장의 금기인 자를 가졌기 때문이였다.
아니, 사실 주인은 거기까지는 봐줄려고 했다.
근데 그건 자실장 한두마리에 양충일 경우인 것이지 사육실장으로 살면서 호의호식 한 덕분에 영양 상태가 극도로 좋아 자실장을 열마리나 낳은데다가 죄다 분충이였다.
거기다 화룡정점으로 자식을 낳고 무슨 근자감에 빠져든건지 이를 꾸짖는 주인에게 고로시 후 이집내집 시전 하다가 위석 적출후 뒷마당에 끌려나와 온몸의 뼈가 다 부셔지도록, 그러나 죽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쳐맞았다.

"데, 데가아아악!!!! 손씨가! 발씨가!"

초고농축 활성액에 담겨진 위석과 그간 잘 먹고 살아온 덕분에 금새 달마에서 회복 되기 시작하는 녹진이. 맨 처음 주인에게 표출했던 반항심은 온데간데도 없이 그저 공포와 혼란만 남아있었다. 주인은 차가운 눈으로 이 은혜 모르는 벌레를 내려다 보았다. 자실장들은 얻어 맞지는 않았지만 똥노예라고만 생각했던 닝겐이 그 대단한 마마를 순식간에 줘패버리고 달마로 만들어 버리자 죄다 빵콘 하고 말았다.

"똥벌레 녹진이, 그간 누구 덕분에 잘먹고 살아왔건만 감히 주인한테 으르렁 거려?"

"자, 잘못한데스...! 주인사마!"

"난 너한테 자실장 한 두마리 정도만 허용 해줬어. 그런데 이게 뭐야? 10마리나 낳았네? 게다가 나를 노예로 생각 하는 분충들이네?"

"데, 데에에엑...! 주, 주인 켁!"

주인의 빠따가 녹진이의 이를 부수고 입안에 쳐박혔다. 

"날 주인이라 부르지마. 왜냐면 넌 이제 사육실장이 아니기 때문이지."

주인은 버둥거리는 녹진이를 빠따에 힘을 줘서 눌러버리며 자실장들을 바라보았다. 건방지게 투분이나 하는 상분충들, 곧바로 처리 해버릴까? 생각 해봤지만 그렇게 해서는 성이 차지가 않았다. 사실 교육 안 받은 자실장이야 그냥 벌레이기에 별 생각은 안나지만 꽤씸하기로는 녹진이가 제일이였다.
즉, 주인은 어떻게 하면 녹진이에게 참교육을 시전 할 수 있을지 고민 하고 있었던 것이였다.

"금방금방 죽어버리는것들이니 죽여버리는건 일도 아닌데..."

"테에엥! 마마!"

"데겍! 데겍!"

이와중에도 자실장들은 녹진이에게 달라붙었고 녹진이는 고통 속에서도 자실장들을 걱정 하고 있었다. 그 순간 주인의 뇌리에 좋은 생각이 스쳐지났다. 주인은 씨익 웃더니 녹진이 입에 쳐박은 빠따를 빼고는 품속에서 초고속 재생액을 퍼부었다. 그러자 순식간에 손발과 이빨을 재생하는 녹진이, 주인은 녹진이의 멱살을 붙잡고 잔인하게 속삭였다.

"자, 녹진이. 너는 이제부터 내 앞마당에서 살꺼야. 그리고 너는 거기서 고통스럽게 살아야 해."

"데, 데갸아아악....!"

녹진이의 주인의 잔인한 속삭임에 끝 모를 살의를 느끼고 다시금 빵콘을 하고 말았다. 주인은 목줄을 가지고 와 녹진이에게 채운 후 질질 끌고 갔다. 자실장들은 뭣도 모르고 울면서 따라갔다. 뒷마당과 앞마당의 연결을 차단하는 나무 울타리 문을 열고 앞마당으로 나오자 녹진이는 그제서야 주인집 문이 열릴때 얼핏 볼수 밖에 없었던 앞마당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게 되었다. 
앞마당에는 자그마한 닭장과 개집, 그리고 감이 주렁주렁 열린 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대문 너머에는 푸르른 논밭이 있었는데 바람이 한번 불어오자 순간 녹색의 물결이 수려하게 흔들렸다. 그리고 그 뒤로는 커다란 산이 웅장하게 서있었고 그 풍경에 녹진이는 고통도 잊고 순간 멍해졌다. 주인이 바닥에 깔고 정성껏 꽃과 야채를 심어놓은 뒷마당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은 옛날옛적 산실장으로 살아오던 실장석의 본능을 일깨워줬다.

"자아, 너는 이제 사육실장이 아니야. 마당실장이지. 좋게 생각하라고? 아예 들실장으로 사는것보다는 나으니깐."

콰악!

"데엑!"

주인, 아니 남자는 녹진이의 목줄을 작업 하는 동안 도망 못가게 난간 위로 아슬아슬하게 위로 묶어 올렸다. 목을 매다는건 아니고 까치발을 해야만 목줄이 더이상 쥐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덕분에 녹진이는 자연을 목도하게 된 감동은 온데간데도 없이 필사적으로 까치발로 서야 했었다.
그동안 남자는 창고에서 삽을 가져와 마당 한구석을 파냈다. 
운치굴 할 구덩이, 그리고 적당히 세운 판자와 파낸 흙으로 지지대로 하우스를 대충 만들었다.

"자, 여기가 이제 니 하우스여."

남자는 쇠말뚝을 깊게 박고 거기에 목줄을 꽉 묶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기진맥진해진 녹진이는 그저 데에에엑 할 뿐이였다.



1일째, 

녹진이는 위석이 초고농축 활성액에 담겨진 덕분에 얻어맞은 충격에서 금방 회복 하고 말았다. 녹진이는 흐리멍텅 해진 눈으로 남자가 식사라면서 바닥에 살짝 오묵하게 판 구덩이에 퍼부은 음식물 쓰레기를 보았다. 거기에는 이제 쓸모가 없어진 실장사료가 잘게 부셔져 있었다. 
배려인가? 아니, 남자는 그냥 음식물 쓰레기랑 섞어서 주면 이 벌레들이 사료만 곱게 빼먹을까봐 그냥 잘게 부셔서 준 것이였다. 이틀전 저녁 이후로 아무것도 못먹었던 녹진이는 허겁지겁 음식물 쓰레기를 먹었다.
들실장시절 먹었던 익숙한 맛이였다. 아니, 그때 보다는 낫긴 했다. 그때는 마마가 음쓰 봉투에서 방치된지 좀 되어 쉰 냄새가 나는걸 얻어왔더라면 이건 말 그대로 그날그날 발생한 음식물 쓰레기니 상하지는 않았던 것이였다.

"오로롱..."

다만 전날 아침까지 사육실장으로 살다가 마당실장으로 추락하여 들실장이나 다름 없는 꼴을 하게 되니 자연스레 하늘과 땅과 운명과 전 주인을 원망하는 녹진이였다. 그러나, 아직 자신에게 희망은 남아있었다. 전날 아침 자신이 배 아파해가며 낳은 눈에 넣어도 안아플 귀여운 자식들이....!

철퍽!

"무능한 똥마마! 세상에서 가장 고귀하고 귀여운 아타시를 보필해야 하는데 감히 우마우마에 먼저 입을 대는 테치? 그 죄는 독라달마가 되어도 모자른 테치!"

일단 운치굴 노예는 필요한 것 같았다. 



5일째,

녹진이와 자실장 9마리들은 이제 마당 생활에 완전히 적응 했다. 때는 6월, 햇살이 점점 따가워지고 있지만 남자가 흙과 판자로 대충 만든 하우스는 비바람과 햇빛 정도는 막아줬다. 게다가 흙벽에 몸을 기대노라면 기분 좋은 서늘함이 더위를 식혀주었다.

"테에에에엥... 마마.... 햇빛씨가 뜨거운테치... 꺼내주는 테치..."

운치굴 노예는 그런거 없이 직빵으로 햇빛을 맞아 노릇노릇하게 익혀져야 했지만 말이다. 어쨌든 목줄에 묶인 녹진이와는 달리 자실장들은 자유로웠기 때문에 햇빛이 덜할때면 마당을 신나게 쏘다녔다. 몰론 태어난지 일주일도 안된 자실장 체력 한계상 5~6m가 다였지만. 어쨋든 자실장들은 삼삼오오 뽈뽈 흩어지며 각종 호기심들을 채워나갔다.

"테치, 이건 뭐인테치?"
"마마는 멍멍씨라 부른테치."
"멍멍씨?"

삼녀와 사녀는 어느새 개집까지 찾아가 눈 앞에서 졸고 있는 개를 쳐다보며 한 마디 했다. 늙은 개 땡구였다. 땡구는 남자의 친척이 기르던 사냥개였는데 멧돼지 사냥하다가 부상을 입게 되었고 사냥 활동에 나서지 못하게 되자 그동안 수고 많았다고 시골집에서 남은 여생을 요양하게 된 것이였다.
땡구는 처음에는 의기소침 했지만 평화롭고 조용한 시골 풍경이 마음에 드는 모양인지 오늘도 기분 좋게 햇살을 받으며 꾸벅 꾸벅 졸고 있었다. 
역전의 용맹한 모습은 온데간데도 없이 한없이 늘어진 모습이였다.
그리고 그 모습에 분충 두 자매는 뭔가 생각난건지 키득거리며 땡구를 조롱하기 시작했다.

"테푸푸풋, 정말이지 멍청해 보이는 멍멍씨인테치."
"고귀한 아타시와는 달리 정말로 한심해 보이는테치!"

그렇게 비웃으면서 조잘거리자 땡구는 기분이 나빠졌다. 영민한 땡구는 눈 앞의 똥벌레들이 무슨 말을 하는건지 모르지만 대충 그 의도는 알 수가 있었다. 땡구는 조용히 그르렁 거렸다. 이쯤 되면 뭔가 심각하다는걸 깨달아야 했지만 자매들중에서 멍청하기로는 톱을 앞다투어 달리는 삼녀와 사녀는 그칠줄 모르고 계속해서 땡구를 조롱 했다.

"그르르릉...."

떙구는 이제 완전히 잠이 다 깼다. 두 눈은 떠지고 이빨이 드러났다. 몸을 반쯤 일으키자 삼녀와 사녀는 땡구가 예상 외로 크다는것을 깨닫고 살짝 빵콘을 했지만 오히려 더 기세등등하게 땡구를 모욕 했다.

"잘된테치! 오마에는 이제 아타시의 노예인테치!"
"고귀한 아타시를 섬기는거니 영광으로 알라는테치!"

삼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팬티 속에 손을 집어넣었다. 투분이였다. 그때, 때마침 낮잠에서 깨어난 녹진이는 멍하니 마당을 둘러보다가 삼녀와 사녀가 땡구 앞에서 멍청한 짓을 저지르는것을 보자 대경실색하며 달려나가려 했지만 목줄에 의해 금새 주저 앉았다.

"안된데스! 삼녀! 사녀! 당장 이리로 오라는... 데겍!!!!"

"컹!"

삼녀가 팬티 속에 손을 빼내려는 순간 땡구는 이제 더이상 못참고 삼녀의 상반신을 통째로 물었다. 삼녀는 뭐라 반응할새도 없이 그데로 절명했다. 땡구는 삼녀의 상반신을 뱉고 사녀를 보았다. 사녀는 잠깐 굳어있다가 도망치는대신 한 손을 볼에 가져다 대었다.
아양이였다.
땡구는 사녀를 잘금잘금 씹어댔다. 삼녀와는 달리 고통은 오래갔고 다른 자실장들은 즉시 빵콘 하여 마마에게 달려 오들오들 떨 뿐이였다. 한참 후 남자가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집 밖으로 나올때 녹진이는 다른 자실장들을 끌어 안은채 통곡 하고 있었고 땡구는 갈기갈기 찢겨진 삼녀와 사녀의 시체를 보며 분이 풀리지 않는다는듯 씩씩 대고 있었다. 
그걸 보며 남자는 대충 일의 전말을 깨달을수가 있었다.

"똥벌레놈들...."

보나마나 자실장 두마리가 땡구를 상대로 분충짓 하다가 참교육 당한거겠지.

"한심한 녀석들 같으니..."

남자는 삼녀와 사녀의 시체를 대충 대문 너머 길건너편에 있는 논두렁에 던졌다. 드렁허리나 미꾸라지들이 알아서 처리하겠지...

"땡구야, 소세지 줄테니깐 화풀어."

"헥헥헥헥!"

땡구는 소시지라는 말에 기쁜듯 꼬리를 훽훽 치면서 남자에게 재롱을 부렀다. 남자는 그런 땡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녹진이에게 다가갔다. 오로롱 거리며 대성통곡 하는 녹진이의 머리를 살짝 걷어차며 "식사시간이다." 라고 말하며 밥그릇용 얇은 구덩이에 음식물 쓰레기를 쏟아부었다.
그러고는 집 안에 잠깐 들어가더니 개 전용 소시지를 가지고 와 땡구의 입에 직접 물려주었다.
녹진이는 마침 배고팠던지라 고개를 박고 자실장들과 음식물 쓰레기를 먹어치우며 원망하는 눈으로 남자를 바라보았지만 색눈물이 투명한 눈물로 바꾼지는 오래였다.



25일째,

녹진이는 먼저 간 삼녀와 사녀를 떠올렸다. 

"괘씸하고 멍청한 년들이였던데스."

생각해보면 멍청한 것들이였다. 땡구가 두 녀석들을 물어 죽인건 괘씸 했지만 두 녀석은 그러지 않아도 본인이 독라달마형에 처할 예정이였다. 왜냐하면 멍청한 주제에 식탐만은 많아서 감히 마마의 음식을 함부로 먹어치우는 괘씸한 것들이였으니깐.
몰론 삼녀와 사녀가 살아있었을때는 다른 자매들보다는 많이 먹기는 해도 자실장인 이상 먹어치우는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녹진이가 이런 생각을 하는건 이유는 다름 아니라 성장한 자실장들의 식사량 때문이였다.

"테에... 더 없는테치?"

음식물 쓰레기 양은 여전... 아니, 이제 더이상 분쇄 해서 섞어서 줄 사료가 없게 된 이상 양이 줄어들었는데 자실장들은 몸집이 더 커졌기 때문이였다. 마당에서 음식물 쓰레기로만 연명 하는데 왜 이럴까? 그건 다름이 아니라 남자가 준 음식물 쓰레기에는 비계라던가 껍데기라던가 야채의 잔뿌리나 시든 부분이라던가 밥알들이 있는데다가 특히나 영양만점 사료들이 섞여 있었기 때문에 자실장들은 다른 들실장에 비하면 무럭무럭 자랄수 있었기 때문이였다.

그러나 사료는 이제 둥이 났고 남자는 혼자 살았기 때문에 음식물 쓰레기 양은 그렇게 많지도 않았다. 결국 자매들은 한정된 식량을 가지고 매끼마다 자매들과 싸우거나 혹은 벌레나 지렁이를 잡아 먹어야 했었다. 녹진이? 목줄에 묶여 움직이지도 못하는데 무슨?
결국 녹진이는 결단을 해야 했다.

"자들 들어보는데스."

"뭐인테치?"
"밥시간인테치?"
"벌레씨?"
"전 오녀처럼 운치를 먹는테치?"
"밥!"
"우마우마!"
"똥노예가 또 진상을 하러온테치?"

"그건 아닌데스."

그러자 곧바로 실망을 하는 자실장들, 그러나 이어진 녹진이의 말에 다들 환호작약 했다.

"실망하지 말라는데스! 우마우마씨가 어디 있는지 이 대단한 마마가 예견한데스!"

"우마우마!"
"그게 어디에 있는테치?"
"노예가 진상 하러 오는게 아닌테치?"

"그건 바로! 달걀씨인데스!"

녹진이는 닭장을 가리켰다. 몇마리의 닭들이 평소처럼 꼬꼬 거리며 사료를 쪼아 먹거나 달걀을 품고 있었다. 

"자들은 달걀씨를 먹어본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그것은 딱딱하고 동근 껍데기 안에 있다가 밖으로 나오면 저절로 하얗고 노랗게 되면서 우마우마한 밥씨가 되는데스! 하얀색 살점은 보들보들, 따뜻했고 노란색 살점은 진하고 고소한 맛이였던데스!"

주인이 어쩌다가 해준 계란 후라이가 참 인상적인 모양이였나보다.
그러자 자실장들은 저도 모르게 침을 줄줄 흐르며 녹진이가 말한 달걀씨를 벌써부터 스시나 스테이크에 비견 되는 최상의 진미로 인식 하기 시작했다.

"자들은 잘 모르겠지만 내가 테레비씨에서 본 바로는 그 달걀씨라는것은 저 닭씨들이 품고 다니는것인데스!"

"그런테치?"
"근데 그 달걀씨는 어디에 있는테치?"

"닭장에 있는데스."

"닭장? 마마가 가르킨 저 닭씨들이 있는 곳 말인테치?"

"그런데스, 자들은 이제 달걀씨를 가져와야 하는데스."

그 말에 자실장은 아우성거렸다. 아니, 가져올거면 본인이 가져와야 해야지 왜 고귀한 자기들에게 시키는것인가? 정말이 괘씸한 마마가 아닐수가 없었다. 그러나 마마가 첫날에 솎아낸 전 오녀ㅡ현 운치굴 독라 노예ㅡ의 옷씨를 들고 팔랑거리자 툴툴거리면서 닭장으로 갔다.

"테에에... 아타시보다 큰 테치..."
"계속 꼬꼬 거리는 테치."
"정말 안으로 들어가야하는테치?"

달걀씨를 가지러갈때는 아무 생각이 안들었는데 막상 가까이서 보게 되니 위압감이 장난 아니였다. 마마만큼이나 큰 덩치도 그러했지만 날카로운 발톱과 뾰족한 부리, 그리고 자신들을 향해 못마땅하게 쳐다보는듯한 그 두 눈까지. 태어난지 이제 한달 다되가는 자실장들이 함부로 범접 할만한게 아니였다.

"테챠아아앗! 무엄한테치! 닭씨는 아타시의 세레브한 미식을 방해하지 말라는 테치!"

육녀가 그렇게 소리지르면서 닭장문 사이로 들어갔다. 그러자 칠녀도 질새라 육녀를 따라갔는데 그걸 보고 다른 자매들은 '감히' 저 분충년들이 자기들을 빼놓고 달걀씨를 독점 하려는것처럼 보이자 따라가려 했다.
그래, 곧이어 닭장 안에서 육녀와 칠녀가 수탉의 무자비한 부리 쪼임을 당하지 않았더라면.

"테게에엑!"
"텍텍!텍텍!"

수탉의 부리는 육녀의 뱃가죽을 손쉽게 뚫고 그 속에 있던 분대를 뽑아냈다. 육녀는 테에엑 하다가 분대를 뱉어낸 수탉이 재차 위석을 쪼아내자 그대로 절명 했다. 칠녀는 그것을 보고 빵콘 하면서 재빨리 돌아가려 했지만 달걀을 품고 있던 암탉이 칠녀가 자신의 앞을 지나가자 흥미 본위로 부리로 머리를 쪼아대자 곧바로 백치가 되어버렸다.

"하무라뾰... 루빠모... 메빠소..."

다섯명의 자매들은 그것을 보며 빵콘 했다. 수탉은 이제 흥분해서 홰치자 혼비백산 해져버렸다. 자실장들의 눈에는 저 두려운 닭씨가 금방이라도 얇은 철망을 뚫고 자신들에게 날아올것 같았다. 그리고 그런 자매들에게 싸리빗자루가 한번 쓸고 지나갔다.

"아니 이 새끼들 왜 여기서 빵콘하고... 엉? 뭐야? 닭장안에 두마리나 들어갔네?"

남자는 가만히 자실장들을 쳐다보았다. 자실장들은 난데없는 싸리빗자루질에 경황이 없어 하는가운데 달걀 만을 울부 짖었다.

"달걀씨! 아타시의 세레브한 미식이!"
"똥닝겐! 당장 저 닭씨들을 해치워버리고 달걀씨를 아타시한테 대령하라는텕!"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남자는 싸리빗자루로 자실장들을 쓸어다니면서 꾸짖었다.

"아니 이 새끼들이 진짜? 감히 누구 밥을 넘보는거야? 보나마나 니놈들 애미가 시켰구만!"

"테갸아아악!"
"텟치! 텟치! 어지러운! 텟치!"
"테데뎃!"
"테에엑!"
"테챠아아앗!"

"데, 데에엑..."

자실장들은 싸리빗자루에 쓸리고 쓸려 마침내 녹진이 앞까지 쓸려나갔다. 남자는 감히 자신의 식탁에 올라갈 달걀 후라이를 노린 녹진이를 쳐다 보았다. 

"데스웅~♥"

남자는 녹진이의 턱을 한번 후려쳤다. 녹진이와 자실장들은 벌로 그날 저녁을 밥빼기 당했다.



58일째,

그간 녹진이와 자실장들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 두가지 발생했다. 땡별에 잘 못먹고 못마셔 죽을뻔한걸 때마침 일주일 정도 장마기간이 오는 바람에 땡별에 말라 죽을 걱정도 못 마실 걱정 없게 되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남자가 몇년동안 미뤄왔던 냉장고 정리를 했기 때문이였다. 시골집에 가보면 알겠지만 냉장고가 기본 두대에 먹을게 넘쳐나는 시골 특성상 먹을걸 이것저것 선물 받기 마련인지라 혼자 사는 남자가 제때제때 못 해치워 냉장고에 집어넣고 잊어 버린게 부지수였는데 남자가 장마가 와서 밖에 일 못나가자 이 참에 냉장고 정리를 하였고 그 결과 먹지도 못할 것들이 넘쳐났다. 남자는 이걸 즉시 녹진이한테 짬처리 시켰다.

그동안 본의 아니게 굶주림에 시달렸던 녹진이들은 똥노예가 이제야 알아 모신다며(한대 얻어터졌다) 꾸역꾸역 먹어치웠지만 거의 장마기간인 일주일 넘게 배부르게 지낼수가 있었다. 몰론 일주일 지나자 눈에 띄게 줄어든 양을 보고 녹진이는 식량 통제를 하였다. 좀 오래 가는것들은 자기가 따로 보관하고 금방 상하는것들만 먹어치우게 했다. 
그리고 금방 상하는 음식들을 다 먹어치우고 덜 상하는 음식들만 남게 되자 녹진이는 지난 두달 동안 실추되었던 마마로서의 위엄을 일주일 동안 되찾을수가 있었다.

"데숭."

"마마! 오늘도 아타시에게 일용할 양식을 나눠주셔서 고마운테치!"
"테치! 오늘도 아름답고 근사한테치!"
"뒤룩뒤룩 접힌 살은 마마의 위엄을 나타나는테치!"
"마마! 오늘도 전 오녀에게 운치를 퍼부어 위계질서를 바로 잡는테치!"
"마마가 내려준 우마우마 경단, 잘 먹겠는테치!"

식량 배분을 끝낸 녹진이가 한번 헛기침을 하자 자실장들은 앞다투어 녹진이에게 아부를 했다. 그리고 남자와 땡구는 그 꼴을 보고 참 한심하다고 생각 했다. 그때, 열어놓은 현관문을 통해 다음 뉴스가 흘려나왔다.

ㅡ예, 올해는 장마가 작년에 비해 비교적 짧게 끝난 대신 태풍이 조금 이르게 찾아올 예정인데요

ㅡ기상청의 예보에 따르면 내일 오후 7시 쯔음에 태풍이 한반도 남부에 상륙해서 그 다음날 새벽 3시에 강원도 방향으로 대각선으로 빠져 나간다고 합니다.

ㅡ일부 학자는 이러한 날씨가 지구온난화로 인해 날씨가 정말 불규칙 해진 것이라 하였습니다.

"뭐?! 장마가 끝난지 이제 일주일 밖에 안됬는데 벌써 태풍이 와?"

남자는 기겁하면서 즉시 태풍을 대비 하기 시작했다. 개집이나 도구처럼 바람에 날라가기 쉬운 것들은 죄다 창고 안에 쳐박아 놓았다. 닭들도 대충 철망 같은 걸로 창고 안에다가 임시 닭장을 만들어 그 안에다가 집어 넣은 후 문을 굳게 닫고 그 앞에다가 모래주머니를 쌓아 튼튼하게 보강 했다. 

"땡구는... 우리 집에 오자."

남자는 마지막으로 집 밖에 날라다닐만한 것들이 없는지 재점검 했다. 닭장처럼 설치형 시설은 아쉽지만 이번 태풍에 무사하지 못할 확률이 크다. 만들때 시멘트랑 나무, 철망을 써서 튼튼하게 만들었다고 하지만 태풍은 그런거 상관 없이 죄다 부셔버리니깐. 남자는 집 창문들을 굳게 닫기 위해서 집 안으로 들어서려는 순간 녹진이네 하우스를 바라보았다. 
대충 판때기를 박아넣고 흙덩어리를 치덕치덕 발라 만든 초라한 하우스, 태풍이 오면 100% 날라갈게 뻔했다.

"흐음..."

남자는 잠깐 고민하다가 남아도는 모래주머니를 녹진이네 하우스 주변에 쌓았다. 그리고 작년에 쓰다 남은 시멘트를 반죽 해서 통째로 판잣집 외벽에 부었다. 딱히 녹진이를 위해서는 아니였고 녹진이의 병신짓을 지켜보는게 재밌어서 충동적으로 벌인 일이였다. 무엇보다, 진짜로 녹진이를 위해서였더라면 이번 태풍이 올때 녹진이와 자실장을 집안으로 들이거나 창고 안에 들여놨어야 했다. 허나 남자는 그러지 않았다.
녹진이가 살아서 병신 짓거리를 해서 웃겨주면 좋긴한데 이번 태풍에 죽어도 상관 없다.
이게 남자 안에서 녹진이의 인식이였다. 

그리고 다음날 저녁, 남자는 녹진이에게 먹다남은 김치찌개를 주었다. 돼지고기 살코기가 서너점 정도 들어 있었는데 녹진이는 그걸 보자 부리나케 달려와 고기들을 씹지 않고 집어 삼켰다. 남자는 그런 녹진이를 보며 비웃더니 이내 한 마디 했다.

"죽기 싫으면 네 판잣집 안으로 들어가는게 좋을꺼야."

"데엑?"

"테챠아앗! 마마가 고기를 다 먹은테치!"
"난 김치쪼가리라도 상관 없는테치!"
"테치! 마마! 똥닝겐에게 다시 고기를 진상.. 테붓!"
"닝겐사마! 똥마마를 숙청하라는 테치!"
"닝겐! 나를 후원하라는 테치!"

녹진이가 남자의 말이 무슨 뜻인지 깨달은 것은 그날 저녁이였다. 갑자기 눈을 제대로 뜰수 없을 정도로 강한 바람이 불어오더니 이내 빗방울이 한두방울 떨어지다가 빗줄기와 바람이 몸을 강타하기 시작했다.

"데에에에엑!!!"

남자가 이중삼중으로 쌓아놓은 모래 주머니는 물기를 머금고 더욱더 무거워져 비바람을 훌륭히 막아내고 있지만 천장은 막아 놓지 않고 있기 때문에 녹진이는 속절 없이 비바람에 시달려야 했다. 다행인것은 모래주머니가 옆에서 불어오는 바람이나 잔해들을 막아주고 있다는 점이였지만 그걸 이해할 지능이 없는 녹진이는 그저 남자를 저주하면서 새끼들을 꼭 안았다.

"테챠아아아악!!!"
"일가실각인테치!"
"테르르아아아악!"
"테갸갸각!"
"이타이한테치!"

자실장들의 비명에 안되겠다 싶은 녹진이는 자리에 일어나 자실장들을 하우스 안쪽으로 들여놓고 자기는 바깥을 향해 등을 돌려 비바람을 대신 막아주기로 했다. 허나 일어서는 순간 강한 바람이 모래주머니를 타고 넘어와 녹진이와 자실장들을 하우스 안쪽 벽에 몰아 부쳤다.

"데갸아아아악!!!!"

"테벳!"
"텟치!"
"테에엥!"
"텍!"

ㅡ파킨!

막내인 십녀는 벽에 부딪친 충격을 못이기고 그만 파킨 해버리고 말았다. 녹진이는 울부 짖으려 했지만 입을 벌리는 순간 바람이 입안을 왕창 헤집어버려서 나오는건 괴상망측한 말이였다.

"데뿌와아오아와와와왕~!"

결국 녹진이는 바람이 약해져 버린 틈을 타서 겨우 겨우 몸을 돌려 자실장들을 감싸안을수가 있었다. 그렇게 녹진이는 태풍이 지나가 잠잠해지는 새벽이 올때까지 그대로 비바람을 등으로 맞아야 했다. 
녹진이는, 버텨냈다.

다음날 아침, 남자는 창문을 통해 하늘이 맑게 빛나는 것을 보자 즉시 문을 열었다. 창고 문 앞을 가로 맞은 모래주머니를 치우고 문을 열자 닭들은 임시 닭장 안에서 얌전히 꼬꼬 거리고 있었다. 원래 있던 닭장은 그리 심하게 파손 되지 않았다. 끽해봤자 문 경첩이 약간 뜯겨나간 정도?
남자는 닭들을 원래 있던 위치에 돌려 보내고 개집도 꺼내놨다.

"멍!"

"그래, 땡구야. 너도 집이 좋지?"

남자는 태풍으로 지저분해진 마당을 쓸기 위해 싸리빗자루를 꺼냈다. 그리고 한참을 열심히 마당을 쓸다가 문득 녹진이를 떠올렸다.

"아니, 내가 왜 이런 꿀잼을 놓친거지?"

마당 한구석에 있던 녹진이네 하우스로 가보니 판때기 천장은 진작에 뜯겨나갔다. 그리고 녹진이는 탈진한 모습으로 자실장들을 꼭 끌어 안고 있었는데 남자가 다가오자 힘 없이 울었다.

"데스우..."

가만히 살펴보니 다섯마리의 자실장 중 1마리가 죽어있었다. 남자는 피식 웃으며 한 마디 했다.

"그정도면 많이 살았네?"

"데샤아아아아아....."

녹진이는 으르렁 거렸지만 밤새 태풍에 시달린 녹진이의 입에 나오는것은 매가리 없는 울음 뿐이였다. 남자는 그런 녹진이와 자실장들을 위해 특별히 싹난 감자 한박스를 퍼부어줬다. 색눈물은 다시금 투명해졌다.



68일째,

한차례 큰 풍파를 겪은 녹진이네 하우스, 다행히 남자가 모래주머니도 치워주고 뜯겨나간 천장도 다시 보수해줬다. 그동안 그들의 일상은 단조로웠다. 잠을 자다가 밥시간 되면 감자와 음식물 쓰레기를 먹었고 배부르면 운치를 싼 후 다시 잠을 잤다. 그렇게 열흘 가까이 지나자 녹진이와 자실장들은 기력을 되찾을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이 먼저 한 것은 내분이였다.

"테샤아아악! 더이상 못참는테치 무능한 똥마마!"

"뭐, 뭐라고 한데스?"

"오마에가 무능하기 때문에 아타시들은 굶주리고 목마르고 비바람에 시달려야 한 테치!"
"맞는테치! 뭐? 우마우마의 공정한 분배? 그거 다 똥닝겐이 마련해준거지 오마에가 주는건 아닌테치!"

차녀와 팔녀가 그렇게 대들자 녹진이는 마마로서의 위엄을 보여주기 위해 몸소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그 순간 차녀와 팔녀는 그럴줄 알았다는듯 쨉싸게 몸을 돌려 마당을 달려갔다. 녹진이는 쫒아가려 했지만 목줄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 결국 녹진이는 씩씩 대면서 한 마디 했다.

"밖은 지옥인데스. 전 들실장으로 살아온 와타시가 보증 하는데스."

장녀와 구녀는 한심하다는듯 녹진이를 쳐다보았다. 허나 녹진이의 말은 맞았다. 차녀와 팔녀는 마당에서 살아온 나날이 지옥 같다고 생각 했지만 그것은 틀렸다. 아늑한 집안은 아니였지만 담벼락이 그들을 지켜주었고 관록 있는 사냥개 땡구가 고양이나 잡짐승이 함부로 집안에 들어오는걸 막아주었다. 거기에 매일매일 음식물 쓰레기이지만 먹을게 부족하나마 보충 되었으니 태풍 같은 재해가 아닌 이상 남자의 집, 벽 안은 그녀들을 지켜주었다.

"테치... 긴 풀씨인테치..."

"물씨가 많은테치!"

차녀와 팔녀는 시시덕 거리며 논밭을 구경 했다. 태어나서 두달 넘게 마당에서만 살아온 자실장들에게 마당 밖, 집 밖은 정말이지 신기한거 투성이였다. 팔녀는 신기하다는듯 논을 내려다 보았다. 정말로 많은 물들이 가득차 있었고 자신의 얼굴과 푸른 하늘이 비쳐졌다. 떡하고 입을 벌리다가 무언가가 물 밑에서 쏜살처럼 지나가자 테엣! 하고 놀랬다. 신기해서 손을 뻗다가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리는 바람에 그만 논 속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풍덩!

"테에엣!"

"무슨 일인테치?"

"물에 빠진 테치!"

그 말에 차녀는 주변을 둘러보는걸 멈추고 즉시 팔녀에게 다가갔다. 팔녀는 물속에서 엉덩방아를 찧고 있었다.

"일어서지 못하겠는테치!"

"도와주겠다는테치!"

차녀는 즉시 논 속으로 들어갔다. 차갑지만 기분 좋은 시원함이였다. 차녀는 부르르 떨며 팔녀에게 다가갔다. 허나 다가갈수가 없었다. 차녀의 발이 진흙 속에 빠져버린 탓에 한 발자국 내딛으려 해도 진흙이 발을 붙잡고 있기 때문에 그럴수 없던 것이였다.

"텟치! 텟치!"

설상가상으로 몸부림 칠때마다 몸이 진흙 속으로 잠겨들기 시작했다. 결국 목까지 물에 잠기고 나서야 두 자매는 서로 악다구니를 퍼붓기 시작했다.

"오마에 때문인테치! 오마에가 경솔하게 빠져버린 탓에 나도 이 꼴이 되버린테치!"

"헛소리 마라는 테치! 차녀는 오네 주제에 약하니깐 고귀한 아타시를 구하지 못했기에 이런 꼴이 되버린테치!"

"테샤아아악!!!"

"테샤아아아앗!!!!"

그렇게 서로 악다구니를 쓰는 와중에 무언가가 팔녀에게 다가갔다. 아까 팔녀가 논 바깥에 있었을때 보았던 무언가였다. 그것은 메기였다. 원래 여기 살던 메기는 아니였지만 이 밭의 주인인 농부가 친환경 농법을 시도 해본다고 풀어 버린 까닭에 여기 살게 되었다. 메기는 자신의 앞에서 부주의 하게 첨벙 거리는 두 생명체를 바라보았다. 자신의 몸의 절반 크기만한 생명체는 척 봐도 굼떠보였다.

"테, 테치?"

"이, 이게 뭔 테치? 긴긴씨 아닌테치?"

30cm 에 달하는 메기는 아무리 커봤자 15cm 도 안되는 자실장들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커보였다. 자신의 주변을 느릿하게 헤엄치고 있는 메기는 아무리 멍청한 자실장이라 할지라도 곧이어 벌어지는 슬픈 일을 짐작 할 수가 있었다.

"테, 테챠아아앗! 똥마마! 똥오네! 다, 당장 아타시를 구하라는 테치이이이읽?!"

결국 공포에 견디다 못한 팔녀가 발버둥치는 순간 메기가 그 입을 쩍 벌리고 팔녀의 상반신을 집어 삼켰다. 메기는 짓소산을 느꼈다. 맛있다! 메기는 곧바로 남은 하반신도 마저 먹어치웠다. 그러고는 넋나간 표정으로 아첨 하고 있는 차녀를 바라보았다. 

"텟츙?"

공포심에 빠져 짓소산이 전신 끝까지 배출된 차녀는 더더욱 맛있었다.



230일째,

이제 완전히 겨울이 되었다. 남자는 핫초코를 호로록 마시면서 창 밖을 바라보았다. 창 밖에는 따뜻한 털 스웨터를 입은 땡구가 추위를 느꼈는지 두꺼운 거적으로 외벽과 내벽을 두르고 입구는 이중 삼중 두거운 비닐 다발을 설치해서 바람을 막고 벽에도 열선을 깔아놔 따뜻한 개집 안으로 들어갔다. 남자는 그걸 보며 주변에 모래주머니를 쌓아 바람을 더 막게 해볼까? 생각해봤다. 닭장은 더더욱 보강해서 동사할 걱정은 안해도 된다.

"흠..."

남자는 마지막으로 녹진이네 하우스를 바라보았다. 구녀는 온데간데도 없다. 왜 없냐면 10월 말 감 수확시기때 어쩌다가 땅에 떨어진 홍시를 한번 맛보고는 아마아마를 맛보겠다며 설치다가 설익은 감이 머리 위로 떨어지는 바람에 핏자국이 되고 말았던 것이였다.
남자는 그때 그 구녀의 시체를 감나무 밑에 묻어놨다.
애도의 의미는 아니고 비료라도 되라고.

철컥,

문을 열자 차가운 바람이 온 몸을 으슬으슬하게 만든다. 세상은 온난화다 뭐다 해서 겨울이 더이상 따뜻하지 않다고는 하지만 이런 산골짜기는 이야기가 다른법, 예년처럼 싸늘한 바람이 그를 반겨줬다. 남자는 녹진이에게 다가갔다.
녹진이는 얼어죽은 장녀를 앞에 둔채 어디선가 날라온 신문지를 이불 마냥 두른채 덜덜 떨고 있었다. 남자는 장녀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옷은 벗겨져 있었고 장녀는 한껏 웅크린 자세로 죽어 있었다.

"옷을 뺏었구나?"

"데에....."

사실 녹진이가 가지고 있는 자실장의 옷은 딱 하나 밖에 없었다. 첫날 바로 녹진이에게 투분 하며 대든 오녀의 옷 뿐이였고 태풍에 죽은 십녀는 아직 모성애가 있었던 녹진이가 손수 묻어준 탓에 그녀의 손에 들어가지 못했다. 나머지 자실장들은 죄다 녹진이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죽었기 때문에 녹진이가 옷을 챙기지 못했다.
유일한 하나, 마지막 까지 살아남은 장녀를 빼고 말이다. 녹진이는 품안에 안긴 장녀와 오녀의 옷가지를 꼭 껴안더니 마침내 힘이 다 빠진 모양인지 벌러덩 뒤로 넘어졌다.

주르륵

남자는 닫을 생각도 못하는 녹진이의 입에 핫초코를 부었다. 혀에 달콤함이 느껴지고 목구멍 너머로 따뜻함이 느껴지자 전신에 활력이 돌아오는것을 느낀 녹진이는 흐리멍텅 해진 두 눈이 다시 또렷해졌다. 녹진이는 갑자기 미친듯이 쪼갰다. 
작년 겨울 이후로 다시 맛을 보지도 못했던 핫초코를 마시게 되자 남자가 다시 자신을 사육실장으로 들인다는 착각에 빠진 것인가? 혹은 조금 기운이 돌아오자 자신이 장녀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아서 실성을 한 것인가? 둘 중 어떤 생각을 하고 있던 걸까?
한참을 웃던 녹진이는 갑자기 색눈물을 흘렸다. 빨갛고 푸르게 빛나는 아름다운 눈물을, 눈물은 한방울씩 흘려나가더니 이내 멈췄다. 녹진이는 마지막으로 진심을 담아 말했다.

"주인사마, 정말로 죄송한데스. 그리고 그때 와타시를 거둬줘서 고마웠던데스. 주인사마와 함께 했던 나날은 정말로 즐거웠던데스."

"오냐,"

잠시후 남자는 밥그릇용 웅덩이를 깊게 파냈다. 그는 거기에다가 제대로 된 사육실장복을 입은 녹진이와 장녀를 담요에 감싼채 묻었다. 녹진이가 아직 자실장 시절에 입었던 사육실장복을 남자는 어째선지 여태 가지고 있었다. 깊게 묻고 녹진이네 하우스를 허물어 그 위에 봉분 까지 만들어 놓은 남자는 운치굴에 갔다.
거기에는 놀랍게도 오녀가 운치가 발효하면서 나오는 열로 인해 이 강추위에도 아직까지 목숨을 연명 하고 있었다.

"야."

"테엣? 너, 너, 똥닝겐 잘만난테치! 어서 세레브하고도 고귀한 아타시를 궁전으로 모시라는테치!"

"니 마마랑 자매들 다 죽었다."

그 말에 오녀는 멍하니 있다가 이내 비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테치치치! 그 무능한 똥마마와 멍청한 자매들이 죽었다니 마땅한 결말인테치! 감히 이 고귀한 아타시를 이곳에 유배 시키다니 천번 죽어도 모자르는테치!"

"그러냐? 그나저나 너도 참 징글징글하다. 네 마마는 마지막에 정신 차렸는데 너는 아직도 그러냐?"

"아타시는 제정신인테치! 세상에서 가장 고귀하고도 세레브한 아타시는 이 궁벽한 곳이 아니라 궁전에 살아야 하는 테치!"

"그래, 그래, 궁전에 살게 해주마."

"테치치치! 이제야 말귀를 알아 듣는테치!"

"지하 궁전에 말이야."

남자는 곧바로 삽을 들어 운치굴 구멍을 매꿨다. 여기까지 와놓고도 오녀는 참으로 징글징글 했다. 그러고보니 첫날 자신을 보자마자 먼저 투분 했던게 저 녀석이였던가? 기억이 가물가물 해서 잘 모르겠다. 남자는 녹진이의 무덤을 향해 한 마디 했다.

"쟤는 진짜 안되겠다."

그때 어디선가 동의한다는듯 데스웅 하는 소리가 들린것 같았다. 바람 소리인가? 남자는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 후 남자는 실장석을 일평생 다시는 기르지 않았다.








공원구제 맛도리 클리셰 (ㅇㅇ(222.238))


공원의 어느 수풀 속에 위치한 골판지 상자...

상자 안에는 다섯마리의 자실장들이 벽에 기대어 있거나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며 넋이 나가있음. 

'테에...'

'텟?'

'테엣!'

그렇게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던 자실장들은 이내 익숙한 냄새를 맡자 용수철 튕기듯 일어나서 입구로 와르르 몰려감. 

이내 문이 열리고 등장하는 친실장...자실장들은 테치테치, 테츄테츄 시끄럽게 마마의 귀환을 환영함. 

친실장은 사랑스러운 자들의 모습에 작은 미소를 띄우지만 이내 다시 그늘진 얼굴로 돌아옴. 

친실장의 어두운 얼굴을 눈치 채지 못한 자실장들은 잔뜩 기대에 찬 눈빛으로 친실장이 들고 있는 비닐 봉투를 빤히 바라봄...벌써 삼일째 제대로 된 음식(음쓰)을 먹지 못했던 거임... 

오늘은 마마가 맛나맛나를 잔뜩 가져오지 않았을까? 하지만 친실장의 비닐 봉투에서 나온 것은 맛대가리라곤 없고 씹기도 힘든 풀쪼가리들...그마저도 충분한 양이 아님... 

풀쪼가리를 보자마자 그대로 굳어버린 자실장들...특히 막내는 그대로 주저앉아서 고개를 떨굼. 

'"미안한 데스...마마가 무능력한 탓인 데스..."

사실 아님, 친실장은 벌써 세번의 겨울을 견디고 여러 자를 독립시킨 전적이 있는 베테랑 친실장임. 하지만 근래 먹이터가 여럿 폐쇄되면서 먹이를 구하는게 매우 힘들어지고 말았음...

먹이터가 폐쇄된 이유는 불어난 들실장들이 쓰레기장을 헤집어 놓아 이루어진 조치지만 들실장들이 그 사실을 알리는 없음. 

"......"

자실장들은 말없이 친실장이 뽑아온 잡초를 입에 넣기 시작함. 멍하니 오네챠들을 바라보던 막내 오녀도 비틀거리면서 일어나 잡초더미로 향함... 

단지 맛이 없는 수준을 넘어 먹어서는 안될 무기물을 먹는 듯한 느낌이었지만, 어쨌거나 잡초를 입에 꾸역꾸역 넣고 억지로 삼키기 시작함. 

어차피 다른 방도가 없음. 이미 울면서 떼도 써보고 친실장에게 매달려 빌어도 봤지만...바뀌는 것은 없다는 걸 경험으로 깨달은 거임.

이내 잡초더미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허기조차 사라지지 않음...

장녀는 뭉툭한 손으로 애꿎은 배만 슥슥 문지르다...문득 생각 났다는 듯이 친실장을 향해 말함.

"마마는 먹지 않아도 되는 테치?"

"괜찮은 데스, 자들이 먹는 모습만 봐도 배부른 데스우."

그럴리가 있나...친실장은 내색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을 걱정해준 장녀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어줌. 그러다가 아예 안아 들고 몸 전체를 구석구석 햝아주기 시작함.

"테프프픗, 마마 간지러운 테치이~"

어른스러운 척 해봐야 이제 태어난지 두달이 안된 어린 자실장...

마마의 품에 폭 안긴채 들실장식 아와아와를 받는 장녀는 이내 배고픔도 잊고 '텟츄우~ 텟츄우~' 하며 친실장에게 어리광을 부리기 시작함. 

그 모습을 부럽게 바라보는 다른 자실장들...응석쟁이 삼녀는 참지 못하고 달려가서 마마의 치맛자락에 몸을 묻음.

"아타치도 예뻐예뻐 해주는 테츄!"

"차녀부터 차례대로 기다리는 데스야. 순서를 잘 지켜야 착한 자인 데스."

그래...다른 것이 행복이냐. 이게 행복이다. 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이 순간 만큼은 하나도 배고프지 않다고 생각하는 친실장...

그리고 내일은...내일은 맛나맛나와 우마우마를 잔뜩 구해 자들을 배터지게 먹여줄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애호파 닌겐들이 와서 실장푸드를 줄지도 모르겠다며 행복회로를 돌림.

애호파가 마지막으로 나타난 것이 벌써 반년 전의 일임을 까먹은 거 같음... 

"......마......가......악.....!"

친실장이 장녀와 차녀의 차례를 마치고 삼녀를 안아든 순간이었음. 

저 멀리로 부터 동족의 비명 소리 비슷한 것이 들려오기 시작함. 

친실장은 고개를 갸웃거림.

동족의 비명소리가 들려오는 거야 딱히 이상한 일이 아님. 하루에도 몇 번이나 있는 일이라 이젠 자실장들도 놀라지 않음.

그런데 뭔가 이상함. 

마음이 콩닥 콩닥하는 것이... 

".......하......악......오는........도망.......!"

동족의 비명소리는 점점 가까워지면서 또렷해짐. 그리고 친실장 일가는 똑똑히 들음. 

"하얀악마가 오는 데스우!!!!!!!!!!!!!!!!!! 모두 도망치는 데샤!!!!!!!!!!!!!!!!!!!!!!"

누가 알려준 것도 아닌데 갑자기 사시나무 떨듯 떨기 시작하는 자실장들. 

친실장이 어린 자들에게 유일하게 가르친 배변교육도 무색하게, 안겨있는 삼녀를 포함해 자실장 전원이 거하게 빵콘을 함. 

부릿. 브리리릿. 

탓할 수도 없음. 탓할 사람도 없음. 이미 친실장도 제정신이 아니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친실장의 팬티도 점점 녹색으로 물들고 있었음. 

하얀 악마. 

위석이 알려주는 본능적인 정보중 하나. 

들실장들에게 있어서 하얀악마는 그냥 자연재해임. 예고없이 밀려드는 쓰나미 같은거임. 

친실장 일가의 골판지 상자는 공원에서도 제법 후미진 곳에 있음. 친실장의 마마가 알려준 지혜 중 하나...이미 공원은 지옥도가 시작되고 있었음.

조용히 시작된 구제 작업은 입구란 입구는 모조리 차단막을 설치하는 것으로 시작됨. 

눈치가 빠른 일부 실장석들은 빠르게 공원에서 도망치려고 하지만 이미 늦음...색눈물을 흘리며 의미없는 점프를 해보거나 차단막을 뭉툭한 손으로 두드려보지만 연약한 손만 우그러질 뿐임. 

우왕좌왕 도망치다 하얀 악마를 마주친 어떤 일가의 친실장은 그저 살고 싶다는 일념으로 하얀악마를 향해 엄지실장을 들어올림...친실장은 자기가 지금 뭘 하는지도 모름. 이미 머릿속은 몇 번이나 미치고 미쳐서 백치 비슷한 상태가 되었음. 그냥 본능적으로...기계적으로 행동중임.

머리가 조금 모자라게 태어난 엄지실장은 생애 처음 느껴보는 부유감에 '레햐야~' 거리면서 자기도 품에 안고 있던 구더기를 하얀 악마에게 자랑하듯 내밈.

하얀악마는 말없이 빠루를 치켜올려 내려침. 그렇게 세마리 실장석은 '구제'됨.

돌아와서 친실장 일가의 골판지 안. 

베테랑 친실장도 구제작업은 처음 겪어봄. 
  
머릿속으로 '어떡해야 하는 데스. 어떡해야 하는 데스. 어떡해야하는 데스!!!' 하면서 맹렬하게 작은 뇌를 돌려보지만 친실장의 마마에게서 이런 것은 교육받지 못함. 위석 또한 하얀 악마에 대한 무한한 공포만을 알려주고 있을 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는 알려주지 않음. 

결국 친실장이 선택한 것은 도망임. 

품에 삼녀를 안은 채로 벌떡 일어난 친실장의 허벅지 사이로는 운치가 새어나오고 있음. 

그대로 골판지 상자를 나가 도망치려던 친실장의 귀에 장녀의 목소리가 들려옴.

"마마...?"

아뿔싸, 하얀 악마의 무서움에 소중한 자들 조차 잊어버리고 도망칠 뻔 했던 것임. 

친실장은 자실장들을 향해 외치듯 말함.

"당장 도망쳐야 하는데스...! 하얀 악마가 오고 있는 데스! 모두들 마마를 따라...아니, 전부 각각 따로 사방으로 도망치는 데스으!"

친실장은 자기가 내릴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선택을 내림. 하지만 자실장들은 친실장의 영리함을 이어받지 못한 것 같음. 

친실장의 입에서 '하얀악마'라는 말이 튀어나오자 삽시간에 혼란에 빠지고 만 것임.

테...테...테....테챠아아아아! 테치아아아악! 

소리를 지르며 주저앉아 빵콘을 하는 자. 골판지 상자를 무의미 하게 빙글 빙글 돌면서 빵콘을 하는 자. 골판지 한 구석으로 도망가 손에 닿지 않는 귀를 향해 두 손을 올린 채로 부들부들 떨면서 빵콘을 하는 자. 무거운 돌이 괴어져 있어 열릴 리 없는 보존식 상자를 향해 뛰어가면서 빵콘을 하는 자...

"조용하는 데스!!! 빨리 도망쳐야 하는 데스!!!"

애가 타는 친실장이 소리를 질러 보지만 소용이 없음. 그나마 품 안의 삼녀는 이상하게 조용함. 

그 와중에 동족의 비명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면서 친실장이 다시 정신을 차림. 

이젠 어쩔 수가 없음. 마지막으로 자기 합리화를 하듯 여전히 도망칠 생각 따위는 하지 않는 자들을 향해 "마마는 분명히 도망치라고 말한 데스..." 하며 삼녀를 안은 채로 상자 안을 나가버림. 

"테? 마마? 마마? 마마아!!!"

친실장이 자기들을 버리고 도망쳤다는 사실을 깨달은 네마리 자실장들. 

이제는 마마를 목놓아 울면서 찾기 시작함. 의지할 곳 마저 잃어버린 자실장들은 최악의 선택을 하고 맘. 

"모두들 그만우는 테치! 마마는 우릴 버린 테치! 하지만 이곳 골판지 상자에 숨어있으면 안전할 것인 테체!"

장녀의 외침. 골판지 안에서 조용히 숨죽여 숨어있는다. 자실장들이 가장 만족할만한 선택지었음. 

끊임없이 들리는 동족의 비명소리...그리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저벅 저벅' 소리...

네 마리 자실장들은 구석에 모여 자신을 버린 똥마마를 저주하며 오들오들 떰...

친실장이 안전한 곳에 자리 잡고, 골판지 상자의 위장에도 나름 신경을 썼다지만 어디까지나 같은 실장석의 입장에서임. 

인간의 눈으로 보기에는 그냥 좀 후미진 곳에 대놓고 있는 골판지 상자에 불과함. 

심지어는 열려있는 상자 입구로부터 테에엥...치에엥...소리가 그대로 울려퍼지고 있음. 

골판지 상자를 향해 저벅저벅 걸어가는 하얀 악마...골판지 안에서 힐끗 힐끗 입구를 쳐다보던 장녀는 결심을 함. 

'내가 나가서 하얀 악마를 막아야 하는 테치. 아타치가 진심펀치를 날린다면 하얀 악마도 도망쳐 버릴 것인 테체!'

갑자기 용기백배하여 입구로 향하는 장녀. 다른 자매들은 여전히 오들오들 떠느라 장녀가 떠난 것도 눈치 채지 못함.

친실장은 자실장들에게 인간의 무서움을 여러번 일러준 적이 있었고, 하얀 악마 또한 인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 하지만 실제로 자실장들은 인간을 마주쳐 본적이 없음. 

장녀는 내심 인간이래봐야 자기 마마 정도의 크기일 것이라고 생각함. 물론 성체실장만 되더라도 장녀 같은 자실장은 힘 하나 들이지 않고 간단히 오체분시 할 수 있지만...

"덤비는 테챠아아아! 하얀 악마는 따위는 아타치의 핵펀치 한방인 테......체?"

처음으로 인간을 마주한 장녀. 그리고 자기의 생각이 얼마나 그릇된 것이었는지 깨달음. 

삽시간에 어두워진 시야. 아무리 목을 들어 올려보아도 끝도 없는 거대한 몸체...동족의 살점과 피가 끝없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무언가'

장녀는...

"테츄웅~?"

그대로 하얀 악마의 워커화에 짖밟혀버림. '치벳.' 소리 조차도 내지 못한채로 장녀라 불리던 것은 신발 밑창 사이로 '촤악!' 소리를 내며 밀려나옴. 

그리고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던 또 다른 두 눈동자가 있었음.

바로 친실장... 

도망치다가 도저히 자를 버릴 수 없다고 생각한 친실장은 돌아왔지만, 하얀 악마가 골판지 상자로 다가가는 모습을 보곤 수풀에 숨어 관망하고 있었던 것임. 품 안에는 삼녀를 소중하게 안은 채로. 

용감한 장녀가 순식간에 바닥의 얼룩이 되는 것을 보며 피눈물을 흘리는 친실장. 

하지만 그것은 이제 시작일 뿐임. 

하얀 악마는 거침없는 손으로 골판지 상자를 들어 안에 있는 것을 탈탈 털어버림. 

"테챠아아아아!"

"마마 살려주는 테챠아아아아아!"

"테벳!"

골판지 안의 가재도구와 뒤섞여 바닥으로 낙하하는 자실장들. 

바닥으로 떨어진 것만으로 빈사 상태가 된 자실장들을 하나하나 구제해 가는 하얀악마. 

조각조각나서 마마를 부르짖다, 저주하다...마지막에는 '살고 싶은 테치...죽고 싶지 않아요 테치...'

하면서 회색빛 눈이 되어가는 자들을 보며 친실장은 끝없이 피눈물을 흘림. 

자기가 나가봐야 할 수 있는 것 따위는 없음을 잘 알고 있음. 어떻게든 자기라도 살아남아...품속의 삼녀를 살려야함. 

하얀악마는 들고온 자루 속에 자실장들의 시체와 가재도구, 보존식을 쓸어담고 운치굴 마저 꼼꼼하게 막아버린 채 다른 곳으로 향함. 

누가봐도 이상하게 요동치고 있는 수풀에 눈길을 한번 줬으면서도 말없이 자리를 떠남. 

시간은 흘러 흘러 오후...3년만의 공원 구제작업은 끝이 남. 

친실장은 더 이상 동족의 비명소리가 들리지 않게 된 후로도 한시간 정도를 더 버티다가 터벅 터벅 수풀에서 나와 이제는 흔적만 남은 자신의 옛 집터를 바라봄. 

허망한 집터에 주저앉아 기이하리만큼 조용해져 버린 주변을 둘러보던 친실장...

"그래도 삼녀는 살린 데스...삼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는 데스...삼녀...삼녀는 괜찮은 데스?"

친실장은 다시 마음을 굳게 먹으며...아까부터 이상할 정도로 조용한 삼녀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삼녀를 품 안에서 들어올림.

삼녀는...이미 눈이 시꺼멓게 변한 채로 혀를 내밀고 죽어 있었음.

마음이 심약한 삼녀는...하얀 악마라는 소리를 듣자마자 친실장의 품 안에서 파킨사하고 말았던 것. 단지 혼란속에서 친실장이 눈치 채지 못했을 뿐임. 

"데...에...?"

모든 것을 잃어버린 친실장은 현실을 부정하다...하얀 악마를 부르짖으며 자기도 한번 죽어보라 발광을 하다...지쳐서 피눈물을 흘리다...말없이 조용히 일어남. 

"더 이상 이런 곳에서는 살 수 없는 데스...낙원을 찾아 떠나는 데스..."

떨어지는 해를 뒤로 한 채, 평생을 살아온 공원을 떠나는 친실장. 

다음 날, 도로 위 아스팔트에는 큰 얼룩 하나만이 남아있었음 








미도리를 훈육시켜주세요 (ㅇㅇ(175.213))


"네?"

그건 삼촌이 수의사로 일하는 동물병원에서 알바를 시작한 지 3일째의 일이었다.
TNR을 나라에서 세금으로 지원해주는 걸 알고 있다며 털바퀴를 병원에 던져놓곤 자신에게 돈을 내놓으란 캣맘 이후로,
참신함을 느끼게 할 진상이 더는 없을 거라고 생각한 내게 그 아줌마는 분홍색 사육실장복을 입은 자실장을 내밀며 말했다.

"훈육이요. 미도리가 요즘 말을 너무 안 들어서요."
"텟! 테챠! 테챠아아아!!"

자실장은 뭐라뭐라 항의를 하는 것 같았지만, 애초에 '실장석 진료 불가'를 병원 문 앞에 붙여둔 우리 병원에 링갈 따위는 없었다.
아줌마는 오구오구 그랬어요, 라며 자실장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쓰다듬으며 달래고 있었다.
물론 그 아줌마도 링갈은 쓰고 있지 않았다. 귀에 아무것도 끼고 있지 않았으니까.

"보호자님, 여기는 훈련소가 아니라 동물병원이구요. 죄송하지만 저희는 실장석은 진료를 볼 수 없어요."

이런 진상들은 팩트만을 제시해야 한다는 걸 경험으로 체득하고 있던 내가 차분하게 설명해줬지만,
도대체 어느 부분에서 성질이 긁힌 건지 순식간에 아줌마의 인상이 표독해졌다.

"제가 그런 걸 모르고 온 것 같아요? 어차피 다 똑같이 작은 동물인데, 전문병원이 아니면 더 저렴하니까 온 거잖아요."
"!?"

나는 순간 정신이 아득해졌다. 내가 아무 말도 못하고 음, 으음, 거리며 할 말을 찾고 있는 동안,
문이 열리는 종소리가 들렸음에도 보호자가 진료실로 들어오지 않자 이상함을 느낀 건지 삼촌이 카운터로 나왔다.

"무슨 일인가요?"

그러자 삼촌의 하얀 의사 가운을 본 아줌마가 나를 위아래로 훑는 것을 잊지 않으며 시선을 삼촌에게로 돌렸다.

"역시 의사 선생님하고 얘기를 해야죠. 미도리를 훈육시키려고 왔어요. 의사 선생님이니까 미도리가 안 다치게 잘 가르쳐주실 수 있겠죠?"

다시 들어도 말이 안 되는 문장이었다. 수의사와 실장석 훈육이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하지만 삼촌은 아무렇지도 않게 하하 웃으며 물론이죠, 라고 대답했다.

"커피 한 잔만 드시고 오시면 금방 착한 미도리로 훈육시켜드릴게요. 2층에 카페 있으니까 여기 무료 쿠폰 가져가세요."

그러면서 삼촌은 매번 내게 뒷담을 하던 2층 카페의 쿠폰을 그 아줌마에게 주고 내보냈다.
나는 이 어이없는 전개에 당황하며 삼촌에게 물었다.

"삼촌, 실장석은 진료 안 보시는 거 아니었어요? 그리고 카페 쿠폰은 왜 갖고 있어요? 맨날 그 카페 아줌마 욕하시더니."

삼촌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드랍쉽'이라는 알 수 없는 단어만 말할 뿐이었다.
그러고는 아줌마가 카운터에 올려둔 미도리를 손으로 쥐더니, 내가 말릴 새도 없이 순식간에 검은 비닐봉투에 넣곤 팔꿈치로 봉투를 눌려버렸다.

"삼촌!?"

그것은 정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깜짝 놀란 내 모습에 오히려 놀란 듯, 삼촌이 나를 잠시 쳐다보다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내가 병원에서 그것들 진료를 안 보는데 너네 아빠한테 실장석 명의라고 불리는 이유를 아니?"
"어, 아뇨. 저야 모르죠..저번에 물어봐도 안 알려주셨잖아요."
"이리 와봐라."

나는 삼촌을 따라 진료실 안쪽으로 향했다. 삼촌은 그곳에서 작은 냉장고를 뒤적이더니 독라 자실장 하나를 꺼내들었다.
그 독라 자실장은 신기할 정도로 삼촌이 터뜨려 죽인 '미도리'와 닮아 있었다.

독라 자실장은 누가 봐도 추위에 벌벌 떨고 있었지만, 삼촌의 손가락을 껴안지도 않고 가만히 떨고만 있는 게 신기했다.
삼촌은 그런 자실장에게 분홍색 사육실장복을 내밀며 말했다.

"네 이름은 앞으로 '미도리'고, 임시 사육실장이 될 거야. 분충짓을 하면 다시 냉장고로 갈 거란다. 이해했니?"

자실장은 여전히 벌벌 떨면서 짧게 테치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이 이해할 수 없는 전개에 삼촌에게 물었다.

"얘는 그냥 다른 자실장이잖아요. 이게 실장석 명의랑 무슨 상관이에요?"
"얘들은 작아서 수술하기도 어렵고, 워낙 몸값이 싸다 보니까 진료비가 조금만 비싸도 화를 내는 분들이 많단다."

삼촌은 사육실장복을 입은 자실장의 머리에 인조 머리를 심으며 말했다.

"그래서 실장석 명의는 똑같이 생긴 실장석 구해오는 실력이 기준이야."
"아."









화석짤 보고 이거 실장석 얘기 아닌가 싶어서 걍 대충 써봄 중간에 캣맘 얘기는 내 경험담(실화)임







아기참피 삼형제 (ㅇㅇ(lej020122))


한 친실장이 자신의 자 셋을 독립시켰습니다.

"오마에타치도 이제 독립인데스...

장녀는 게으른 데스. 계속 낮잠이나 자고 정작 밤에는 자지 못하는 것은 나쁜 버릇인 데스. 이를 꼭 고쳐야 하는 데스.
차녀는 무난하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 데스.
삼녀 와타시의 보배는 마마만큼 똑똑하니 자로 공원을 채울 수 있을 것인 데스요.

다들 꼭 무사하는 데스. 바이바이 데스."

"..."
"마마!"
"고마웠던 데스!"

곧 세 자들은 공원에 하우스를 만들었습니다. 게으른 장녀는 덤불과 짚을 이용해서 하우스를 만들었고, 무던한 차녀는 골판지 상자를 가지고 하우스를 만들었습니다. 똑똑한 삼녀는 버려진 사물함을 하우스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이후, 세 자매들에게 학대파가 찾아왔습니다.

"이모토챠아아아아-!!!! 제발 살려주는 테챠아아아아아아악-!!!"

피투성이의 차녀가 반독라 상태로 삼녀에게 달려왔습니다.

"오네챠 무슨 일인 데스?"
"학대파 닝겐이 찾아온 데스! 와타시의 하우스를 잃어버린 데스! 제발 살려주는 데스!"
"장녀 오네챠는 어떻게 된 데스?"
"모르는 데스. 와타시만 도망쳐 온 데스."
"데프프픗...이쪽으로 오는 데스요.

삼녀는 차녀를 자신의 하우스로 안내하면서 생각했습니다.

'평소에도 차녀년이 먼저 텟테레했다고 나대는 꼴이 한심했던 데스. 적당히 방심하고 있을 때 독라달마 자판기로 만드는 데스.'

얼마 지나지 않아 튼튼한 사물함 하우스가 나타났습니다.

"여기로 들어가는 데스. 분충들이 습격해도 여긴 안전 데스."

삼녀는 차녀를 데리고 사물함 하우스에 들어간 후 문을 닫았습니다.

바로 그 때,

덜컹!

갑자기 하우스의 문이 어렵지 않게 열렸습니다.

"뎃...뎃..."

"데샤아아아아아아아-!!!"

차녀와 삼녀는 패닉에 빠져 비명을 질렀습니다.

"흐흐흐...도망치면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냐? 너희들은 이제 나랑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될 거다."

.
.
.

덤불과 짚으로 만든 하우스 밑에서, 장녀는 차녀와 삼녀가 학대파에게 잡혀가는 것을 보며 한숨을 지었습니다.

"똥마마도 그렇고 분충 이모토챠도 그렇고 살아남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닝겐이나 분충에게 눈에 띄지 않는거라는 것을 모르는 데스우."

처음에 학대파는 장녀를 찾아왔으나, 장녀가 자신의 하우스인 덤불 안에 웅크려 있는 것을 보고 불평하며 장녀를 잡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바지가 덤불 가시로 엉망이 되는 것을 감수하느니 차라리 널려있는 다른 분충들을 잡으면 되니깐요.

"일단 밤씨가 되기 전까지 푹 자두는 데스. 밤씨가 되면 닝겐들도 분충들도 다들 자러 갈 테니 말인 데스."

그리고 장녀는 눈을 붙였습니다.








엄지의 탈출기 (빵콘장인)


9월
장마가 끝나고 찾아온 무더위에 도로에 챰피들이 자동으로 보존식이 되는 계절

공원 외곽 어느 한 운치굴

여느 들실장 일가의 운치굴과 같이 이곳엔 수많은 구더기와 푸니푸니 백치 노예가 한 마리 있었다.

"레후"

"푸니 푸니후"

"운치 우마우마"


평범한 운치굴인 이곳엔 한 가지 특별한 점이 있었다. 
구더기 사이엔 옷과 머리가 온전한 엄지 한마리가 운치를 주워 먹고 있었다.

 분충 짓을 해서 솎아진 걸까?

그렇다기엔 옷과 머리가 온전했다


그럼, 운치를 누다 발을 헛딛어 빠진 걸까?


그렇다기엔 누군가 운치를 누기와도 어둠을 숨을 뿐이지 살려달라는 소리는 일절 없었다.



그렇다면 왜 이 엄지는 여기 있을까

이 의문을 풀기 위해선 한 달 전 장마가 시작하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아무리 버린 자식들이 있는 운치굴이라도 장마로 인한 침수는 일가에게 있어 큰 손실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입구 주변에 흙을 쌓아 빗물이 흘러 들어가는 것을 막고 자들에게 운치를 누는 동안 입구를 최소한으로 열라고 당부한다. 
이 때문에 장마 시에는 내부 확인이 사실상 불가하다. 
이때 구더기 한 마리가 고치를 틀었다. 
원래라면 우화하기 전에 보양식이 되어야 할 운명이었으나 일찍 시작한 장마에 기적적으로 안전하게 고치를 틀고 장마 막바지에 무사히 우화해 엄지로 성장한 것이다.


"마마 와타치 손발 긴긴씨인 레치"
"오네챠 손발 긴긴씨인 레후? 부러운 레후. 세레브한 레후"
"렛? 여긴 운치굴인 레후?"
엄지는 총명했다. 
우화를 마친후 바로 자신의 상황을 인지했다.
"여길 나가야 하는 레치. 하지만…."

엄지는 생각했다.

자신의 자매들이 밖으로 끌려가는 것이 과연 마마가 말한 밖으로 나가 세레브한 삶을 누리는 것인가.
처음엔 그렇다고 믿었으나 백치 노예와 독라 구더기들을 보곤 그런 생각이 싹 사라졌다.
'여긴 지옥인 레치. 도망가야 하는 레치'


그렇게 엄지는 탈출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였다.


처음 시도는 입구로 나가는 것이었다.

엄지의 짧은 다리로는 불가했다.


 다음은 땅굴을 파는 것이었다.


다행히 기나긴 장마로 수분을 머금어 부드러워진 땅은 유약한 엄지의 팔로도 충분히 파낼 수 있었다. 
하지만 조금만 파내어도 부드러워진 흙은 무너져 내렸다. 

이러한 방법 말고도 정말 다양한 방법을 시도 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 성장이다. 
영양이 가득한 운치를 먹어 성장해 탈출하는 것이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확실한 방법이다. 
이 계획을 위해 엄지는 배가 터질 때까지 운치를 먹었다. 
자란 몸을 숨기기 위해 흙으로 흙 무더기를 만들어 낮엔 그뒤에선 잠을 청했다. 

그렇게 몇 주가 지났다. 
엄지는 몇 주 전에 비해 눈에 띄게 자랐다. 
이제 며칠이면 탈출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거의 다 온 레치" 
"오네챠 많이 큰 레후!" 
"축하하는 레후. 와타치가 푸니푸니 해주는 레후" 
구더기 한마리가 엄지의 품으로 푸고들어 열심히 꿈틀거렸다.
"고마운 레치. 헤헤 푸니푸니는 와타치가 해주는 레치" 
구더기들도 크게 자란 엄지를 축하해주었다. 
기분이 좋아진 엄지는 밤새 구더기들을 푸니푸니해주었고 오랜만에 구더기들 사이에서 잠들었다. 

"운치를 똥벌레들에게 선물하는 테치" 
"잠시 기다리는 데스. 비상식들을 먼저 확인하는 데스"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엄지는 잠에서 깼다. 
친실장과 자실장이 운치를 누기 위해 온 것이다. 
'핀치인 레치.' 
엄지는 빠르게 흙 무더기에 몸을 숨겼으나, 어제의 격력한 푸니푸니에 흙무더기 일부가 무너져 몸이 완전히 가려지지 않았다. 
'여기까지인 레치. 하지만 마지막엔 즐거웠던 레치' 
 운치굴을 막고 있던 플라스틱이 열리고 친실장의 눈이 보였다. 
'레치...' 
털썩 
그때 갑자기 앉아 있던 백치 자판기가 넘어졌다. 
엄지는 재빠르게 그 뒤로 숨을 수 있었다. 

"흠 문제없는 데스. 슬슬 몸보신할 겸 한두 마리 꺼내 먹어도 될 거 같은 데스. 자는 기대하는 데스" 
"테치테치" 

 플라스틱이 닫히고 엄지는 백치를 보고 말했다. 
"덕분에 살아남은 레치 고마운레치" 
감사 인사 후 자판기를 다시 세워 앉혔다. 

 그리고 며칠 후 밤
오늘도 운치를 배터지게 먹고 구더기들과 놀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플라스틱이 열리더니
자실장의 얼굴이 보였다. 

자실장인 밤중 돌아다니지 말라는 말을 까먹고 밤에 운치를 누러온것이다.
"텟? 엄지? 마마에게 말하는 테치" 
엄지를 보자 자실장은 마마에게 달려갔다. 
필히 자신에 대해 말할 것이다. 

"계획보다 이르지만 탈출하는 레치" 
 엄지는 열린 입구로 나가기 위해 점프했으나 약간 부족했다. 
"아... 역시인 레치" 

 "손발 긴긴 엄지챠를 돕는 레후" 
"레후~~" 
그때 구더기들이 발 아래로 모이더니 엄지를 들어 올리는 것이었다. 
 "거의 닿은 레치" 
손을 뻗은 엄지는 입구를 잡는 데 성공했다. 
"이제 올라가는 레치. 레!!!!!" 
힘겹게 조금씩 올라가는 도중 밖에서 부스럭 소리가 들렸다. 
친실장이 나오는 소리였다. 
"조금만 더 레치!!!" 
이 속도라면 들키고 말 것이다. 
운치먹던 힘까지 냈으나 느리다.
엄지는 걷는 것도 힘들어 한다. 
그런 엄지가 빠르게 절벽은 타는 건 불가능하다. 
"레에엥! 최선을 다했지만, 엄지 따위로 탈출은 불가했던 레치. 아니 와타치가 조금더 조심했더라면" 

포기하기 직전 갑자기 몸이 날아오르듯 올라갔다. 
그렇게 기적적으로 탈출한 엄지는 뒤를 보았다. 
그곳엔 백치 자판기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오마에가 도와준 레치?" 
"빠...ㄹ...가....는...ㄷ....ㅔ....ㅅ" 
백치가 말하는 것에 놀란 것도 잠시 친실장의 그림자가 보여 엄지는 풀숲으로 몸을 숨겼다. 

"뭐인 레치. 이해가 안 되는 레치. 그래도 탈출한 레치" 
엄지는 무사히 탈출했지만, 긴장이 풀리는지 풀숲 안에서 곤히 잠들었다. 
이제부터 더 큰 고난이 있다는 것을 모른 채 곤히 
 그 시각 운치굴 
"아무리 봐도 없는 데스. 자판기 위치가 바뀌였지만 아마 넘어진 것인 데스. 문제없는 데스" 
"하무라뾰 메빠소" 
안에는 자판기가 특유의 울음소리를 낼뿐이었다 
"분명 엄지였던 테치" 
"거짓말은 나쁜 데스. 그것보다 이 한밤중에 나온 데스까?. 마마가 절대 밤에 나오지 말라고 하지 않은 데스까?"
테츄우웅
테븟 
친실장은 아첨하는 자실장의 머리를 내려쳤다 
"테에에엥" 

 "행.....ㅂ...ㅗ..ㄱ..하....ㄱ...ㅔ...사....ㄴ...ㅡ..ㄴ...데....ㅅ...장....ㄴ...ㅕ"








자를 낳지 않겠다는 약속 (기릿(218.153))


"....그러니 주인사마도 약속을 지켜줬으면 하는 데스..."

"야...미도리...아니...하.....하......."


말문이 막힌 듯 연신 마른세수를 하는 남자와

그 앞에서 자신의 소신을 떳떳히 밝히는, 한치의 물러섬도 보이지 않는 어느 한 성체실장


그들은 '자를 낳지 않겠다' 는 약속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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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도리

아마 인간에게 키워지는 실장석의 80퍼센트는 그 이름일 것이다

학대파에게 키워지는 실장석의 95퍼센트는 그 이름일 것이다

애호파들에게 키워지는 실장석은...차라리 미도리가 낫지, 엘리자베스, 까트린느 등의 고급지고싶어하는 촌스러움이 한가득 들어간 이름들이 대다수이다, 신기할정도로 애호파들의 미적감각은 실장석들과 닮아간다


남자의 집에서 함께 살고있는 사육실장 미도리는 긴 설명이 필요 없는 극히 평범한 사육 성체실장이다

이름은 미도리
나이는 1살 하고 6개월
어미는 공장식 출산석
분양처는 동네 실장샵
가격은 당시 기준 8만원
떨이실장들에 비해 비싸지만
고급실장들에 비해 상당한 싸구려

그저 가격에 맞는 지능수준

태어나자마자 영리함과 양충끼를 보이며 프리랜서 전문브리더와의 1대1 수업 후 출하되는 수십만원 S급들과는 다르게

쓰레기, 멍청이, 울보, 병신들이 한대 모여 대충 자격증만 딴 실장샵 소속 브리더에게 훈육을 받은 뒤 매대로 보내지는 그런 녀석들 중 하나

교육의 내용은 정말 기초적인것이 전부, 손으로 밥먹기, 화장실 가리기, 주제를 알기, 아첨하지 않기 등등

종종 초보브리더의 실수로 똥먹지 말기, 동족 먹지 말기, 새끼 까지 말기 등등의 교육을 누락하여 진행할때도 있지만 딱히 중요한게 아니니 패스

아무튼, 뭐 그리 낮지 않은 생존률 40퍼센트의 확률로 교육을 수료받은 녀석

실장샵 훈육 후 판매되는 기초교육 완료 자실장들은 기본가격 5만원으로 시작, 이후 성향에 따라 가격이 낮아지기도 높아지기도.

녀석은 나름 조용한 성격과 모든걸 이해하진 못하지만 인간의 말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는 녀석이였기에 5만원보다는 비싼, 10만원보다는 저렴한 8만원의 가격표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참고로 그녀의 언니는 교육 첫날 브리더의 실수로 옆에 있던 분충 대신 죽게되었다, 생존했을시 그녀의 예상 가격은 12만원이였다

그녀의 동생은 모든 교육 후 생존하였지만 두드러지는 특징 없이 5만원으로 전시되다가 말차라떼를 마시는 샵 사장의 모습을 보고 자신의 똥을 쉐이크처럼 만들어 찍어먹다가 가격표 수정을 당했다

최종 가격은 2천원이였다

참고로 출산석인 그녀의 어미는 한때 40만원의 가격표를 가진 S급으로 지방의 작은 실장샵 내 가장 비싼 몸값을 자랑했었다. 그리고 공장에 팔리는 순간 최종 가격은 2만원이였다

모든 자매가 사육실장의 기회가 있었다는 것은 그녀의 어미가 충분히 영리한 양충이였다는 증거가 되어주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 어미는 여느 실장석들과 다를 것 없이 자를 낳고싶다는 욕심을 버리지 못하여 스스로의 가치를 수직하락 시켜버렸고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태어난 사육시절 어미의 새끼들, 미도리의 한참 언니가 되었을 녀석들은 아주 착실하게 분충이 되어주어 한마리를 제외한 모두 분쇄기에서 멍청한 삶을 마무리 짓게 되었다

살아남은 한마리는 아마 아직도 공원 어딘가에서 자판기 노릇을 하며 제 어미의 가업을 이어주듯, 운치굴의 출산석으로 살아가고 있다


구구절절하게 기나긴 설명이 있었지만 결론은 하나다

남자가 키우는 미도리라는 성체 실장석

이녀석은 남들이 들으면 "굳이 왜 키워?" 라는 소리를 들을 수준 정도, 딱 그정도 레벨의 실장석이다

키우는 이유는 단순하다. 정.

사실 그거 말곤 없다

조용한 성격인지라 딱히 애교도 없고
(덕분에 미도리의 생존기간이 길어진 것도 있을것이다)

지능이 높진 않지만 나름 머리를 써보려 노력하고
(실장석에게 애매한 지능은 천천히 찾아올 죽음의 저주이다)

그리고....그리고...

그냥 정 때문이다


함께 했단 이유 하나로 몸 안에 들어있는거라곤 솜 밖에 없는 인형 따위도 쉽게 버리지 못하는 것이 인간이고, 그것을 도와주는 것이 실장석 따위에겐 없는 '정' 이라는 것이니

당장 버려도, 키워도 별 다를 것 없는 남자의 상황 속, 남자는 인간임을 택했을 뿐이다

매체에서 비춰지는 모습과는 다르게 학대파는 100명 중 1명 있을까 말까 할 정도로 아주 극소수에 불과하고, 남자는 그저 평범한 99명의 사람이였다

평범한 주인과 평범한 실장석. 그들의 사이가 갈라질 계기 또한 너무나도 평범한 이유에서이다


임신과 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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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도리...난 너와 좀 더 얘기를 나눠보고싶어, 그러니까 니 말은...지금 이게 너에게 불공평하게 느껴진다는거야?"

"하이데스...와타시는 불공평하다 느끼는데스...주인사마는...와타시와의 약속을 어기고 제멋대로 행동한데스..."


실장언어번역어플, 링갈어플에 적혀있는 문장을 볼때마다 남자는 어이가 없어 '허 참-' 하는 탄식에 가까운 한숨이 나올 뿐이였다

차라리 이 내용이 잘못 번역된거였으면 하는 마음, 하지만 이 어플은 애호파들을 위한 어플스토어 공식버전, 엉터리 링갈어플이 아닌 100퍼센트 정확도가 인증된 비공식 링갈어플이다, 미도리의 말을 하나도 빠짐없이 100퍼센트 정확하게 번역 중이였다
(엉터리 링갈어플 번역이였다면 '나는 너무 슬퍼요 나는 주인님을 사랑해요 따위로 번역되고 있었을 것 이다)


"미도리, 솔직히 말해서 나는 지금 굉장히 화가났단다, 네가 하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서...그렇게 말하는거야?"

남자는 정당한 분노를 인간의 마음으로 억지로 눌러앉히고 있었다

사육실장이 말대답을 했다
사육실장이 말대답을 두번이상 했다
사육실장이, 주인을 가르치려는 듯한 발언을 내뱉었다

이것만으로 공원 버려질 이유, 분쇄기에 갈릴 이유, 보건소에서 태워질 이유, 나아가 누군가에겐 후천적 학대파가 될 이유로 충분했다

실장석들에게 한번의 행동이란 없다

실수는 고쳐질수있다, 하지만 그들의 진심 어린 행동은 절대로 고쳐지지 않는다

"주인사마에게 사과를 받고싶은데스, 그리고 주인사마가 저지른 일은 주인사마가 해결해줬으면 하는데스, 와타시가 그랬던 것 처럼 주인사마도 꼭 약속을 지켜줬으면 하는데스."

미도리는 자신의 말에 확신을 가진 두 눈으로 남자를 바라보았다


임신에 대해, 그녀는 확고한 생각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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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평범했던 하루였다

너무나도 평범했던 하루에

기적이 찾아왔을 뿐

솔직히 말하자면 의도했던 기적은 아니였다

하지만 다짐했었다, 혹여 그런 일이 생긴다면, 생각지도 못한 기적이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다면 받아드리자, 그리고 그 기적을 축복하며 노래하자, 세상에 태어날 가장 소중한 보물을 위해, 온 우주에 자랑을 하자- 라고

하지만 어떻게 얘기를 해야하지?

너무 행복에 겨운 모습을 보이기엔 어른스럽지 않아 보일 것 같고

무심한 척 하기엔 행복해서 미칠 것 만 같다

가장 가까운 이에게 먼저 알려주고싶다, 하지만 너무 놀랄까봐 좀 걱정이다

과연 어떤 반응일까? 사실 혼나는건 어느정도 각오하고 있다,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였으니 조금은 혼날 수 밖에 없겠지

그래도 분명 나를 닮아 귀여운 아이를 본다면 무조건 화가 풀릴것이다

그리고 함께 예뻐하고 아껴줄것이 분명하다

나의 부모가 그러했을것이고

나 역시도 그럴것이니

행복하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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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도리 여기 앉아보렴, 할 얘기가 있단다"

사뭇 긴장된 분위기

퇴근을 하고 돌아온 남자가 평소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 다른 표정을 지은채 자신을 부르기에 그저 다가갔다

남자는 조금 상기된 표정으로 제 입을 우물거리고 있었고 사람의 표정을 읽는것 까지는 할 줄 모르는 평범한 사육실장 미도리는 연신 작은 목소리로 '데에? 데에?' 하며 남자의 말을 기다리고있었다


"미도리. 지금부터 내가 하는 얘기 잘 들으렴"

"하이데스"


.....


....


...



"미도리!! 나 아빠가 된다!!!!"

갑작스러운 남자의 외침과 기상에 깜짝 놀래 "드에엣!" 소리를 내며 뒤로 발랑 자빠져버리는 미도리

남자는 이내 "아차차 미안미안~" 이라는 말과 함께 그녀를 들어올려 높이높이, 안아안아를 해주며 행복에 겨운 목소리로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미도리!!! 내가!!! 아빠가 된다니까!!! 이야아!!!!"

아마 이웃들이 들었다면 주의를 줄 법할 정도의 큰 목소리, 하지만 그 내용까지 함께 들렸다면 훈훈하게 웃을 수 밖에 없는 그런 상황

"으아아~ 사실 뭐지...음 미도리에게 어떻게 설명해야될지 모르겠지만 원래 사람은 임신이랑 그 출산 전까지 위험한것도 많고~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거라서 괜찮은 시기가 올때까지는 얘기를 잘 안할때도 있고 또 음.....어 그래 원래 임신을 하고 안전해질때까지는 잘 얘기를 안하거든~ 그래서 우리 부모님께도 아직 말씀 못드렸는데 정말 참을수가 없어서 너한테는 얘기하게됐다 미도리! 놀라게해서 미안해 흐흐...."

두서없이 내뱉는 남자의 말들

평소엔 미도리가 알아듣기 좋게 조용하고 낮은 목소리로 천천히 말을 하는 그였지만 행복한 감정을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듯 그는 환호를 내지르며 보통 사람이 알아듣기도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격양된 상태로 말을 하고 있었다


"올때마다 너한테 바삭바삭한 초콜릿을 줬던 긴머리 여자 기억해? 그 사람이 엄마고 내가 아빠야!

미도리에게는 여자친구 라는 개념을 가르쳐주는게 쉽지 않았기에 굳이 길게 설명을 한 적이 없었다, 그나마 항상 같은 간식을 챙겨주게 하면서 기억할 수 있도록 했지 실장석의 지능에 기대조차 하지 않았던 남자이다

미도리는 '아내는 아닌데 아내처럼 행동하는 낯선 인간' 이라는 개념을 당연히 이해하지 못하였다

아내면 아내고 아니면 아닌거지 그 중간에 무엇인가 있다 라는걸 도저히 이해할 지능이 되지 않았기에 뇌에 과부화가 걸리는 듯 한 녀석을 위해 그냥 바삭바삭 초콜릿을 주러 가끔 오는 긴머리 사람이라고 기억을 시켜줬을 뿐

남자와 여자의 잠자리는 무조건 여자의 자취방에서 진행되었었다


남자는 여자친구의 임신소식에 너무 신이나서 부모님께 먼저 연락을 드리려했지만 임신초기에는 유산이 너무나도 쉽게 되기도 하기에, 혹시모를 상황을 대비해서 안정기에 돌입할 때 까지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두분은 분명 처음엔 화를 낼 것 같아서 조금 무섭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이 아빠가 된다는 자랑을 도저히 참을수가 없던 그는 그의 애완동물, 사육실장 미도리에게 먼저 자랑을 하게 된것이다
(물론 가장 먼저 그가 아빠가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이는 회사 건물 1층 주차장에서 살고있는 길고양이였지만, 남자는 불편한 표정을 한 길고양이의 두손을 잡고 마구 자랑을 하다가 아주 살짝 깨물렸다)


"아무튼~~~.....으음 큼큼 흠흠흠!...아무튼 미도리, 후우, 너에게도 동생 같은 존재가 태어나는거란다, 그리고 더 많은 가족이 생기는거고 우린 다 함께 살게될거야! 집도 더 좋은 곳으로 갈거고!"


이제서야 진정이 된 남자는 다시 한번 짧고 간결하게 미도리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1. 나는 아빠가 될것이다
2. 더 좋은 집으로 갈것이다
3. 나와 아내, 나의 아이, 그리고 미도리, 넷이서 함께 살것이다
4. 우린 행복한 가족이 될것이다


미도리가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이 좋은 소식을 알리고 함께 기뻐해주길 바랬다

미도리에게 있어서도 더 넓은 집, 자신을 잘 챙겨주는 예쁜 인간, 그리고 어쩌면 평생을 함께 할 친구가 생길수도 있다는 사실은 그녀에게도 기쁨일것이라 확신하였다

만약 미도리가 아주아주 똑똑한 개체였다면, 그녀는 수명이 다해 죽을때까지 사육실장으로서 최고의 환경과 안정 속, 가족들의 정을 함께 느끼며 살아갈 수 있었다

적어도 남자는 그녀를 남들보다 인간에 가깝게 대접해주었고 그녀의 아내 될 사람도 마찬가지였으니

제 아무리 세레브한 실장석이라 한들 감히 누리기 힘든, 인간과 대등한 관계에서의 가족생활.







미도리는 평범한 실장석이였고

남자의 말을 이해하지도, 동의하지도 못하였다


"하지만 주인사마, 약속한 것과 다른데스"

불쾌한듯한 말투로 데스데스 하는 미도리의 말에 남자의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진다

"주인사마, 와타시타치는 자를 낳지 않기로 약속한게 아니였던데스?"


미도리는 애매하게 영리한 지능을 지닌 평범한 실장석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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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도 높고 인간에 대한 우호도도 높은 녀석들은 가장 비싼 가격에 팔린다


지능은 높되 분충끼가 심한 녀석들은 학대파들에게 나쁘지 않은 가격에 팔린다


그저그런 지능에 인간 우호도가 높아도...뭐 나쁘지는 않다


지능도 낮고 분충끼가 심한 녀석들은...구하고싶다면 대충 공원에 가서 아무거나 주워오면 된다



미도리는 애매한 지능에 인간 우호도 역시 애매한, 대표적인 실장샵 상품이였다

그런 그녀를 남자는 나름 인간대 인간처럼 대우해주었고

실제로 간단한 집안일 정도를 부탁하며 때때로 그에 걸맞는 보상을 해주기도 하였지만...사실 집안일은 정말 하나마나 한 수준이였다

미도리가 하루종일에 걸려 겨우겨우 끝낸 청소의 퀄리티는 남자가 10분이면 더 말끔히 할 수 있을 정도

빈말이라도 도움이 정말 하나도 되지 않는 레벨이였지만 그럼에도 그 모습이 대견하여 칭찬해주고 쓰다듬어주었다

하루종일 홀로 심심해있을 미도리가 걱정되었지만 스스로 청소도 하고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보면 오히려 정서적으로 이 편이 그녀에게 더 도움이 되어보이기도하였다

남자는 미도리를 신뢰하였고 그렇기에 더 깊은 관계의 가족이 될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도무지 남자가 이해할 수 없는 말들만 연신 내뱉고 있었다


"와타시도 자를 가지고싶었던데스. 하지만 주인사마와 약속을 했기에 와타시는 지킨데스, 외로워도 참은데스, 그런데 어째서 주인사마는 와타시와의 약속을 어기고 자를 가진 데스? 너무한데스"


미도리는 정말로 억울한듯 두 주먹(같이 생긴 손을)을 불끈 쥐며 얘기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어째서 모두가 같이 살아야하는데스? 그럼 와타시가 집안일을 더 많이 해야하는거 아닌데스? 주인사마의 자도 와타시가 키워야하는거 아닌데스? 주인사마는 청소도 빨래도 아무것도 돕지 않는데스, 그런데도 자를 가졌다는건 그걸 전부 와타시에게 시키려고 그런거아닌데스까?"


미도리는 정말로 억울한듯...목소리까지 떨리고있었다


그녀는 진심으로 믿고있었다

자신이 하루종일 남자를 위해 집안일을 하는 것이라고.

그녀가 작은 빗자루를 쓸며 지나간 자리에는 뭉친 먼지가 여전히 한가득이였고

지저분한 걸레로 닦은 테이블은 종종 냄새까지 났었다

빨래랍시고 시키는건 하루에 한두번, 그녀의 옷과 팬티를 직접 손빨래 하라고 한 것 밖에 없지만 그마저도 영 신통치않아 남자는 샤워를 하며 그녀의 옷을 다시 한번 빨아주곤했다


행복회로라는건 극단적인 상황일때만 발동하는 초능력 따위가 아니였다

미도리는 자신이 청소해놓은 바닥이 진심으로 거울처럼 반짝거린다 믿고있었고

자신이 걸레질을 한 곳은 신기할정도로 좋은 향기가 난다 믿고있었고

남자의 모든 빨래를 자신이 전부 손빨래 해주고있다고 믿고있었다

이런것들 또한 행복회로였다



미도리가 세시간을 넘게 닦아봤자 남자의 물티슈질 한번에 깨끗해질 곳들이였지만

그 모습을 보고 미도리는 '정말 도움되지 않는 남자인데스....' 라고 생각하기까지 했었다

이것이 그들의 지능적 한계이다





"주인사마를 위해 모든것을 한 데스...그런데 주인사마는 왜 먼저 와타시에게 아침인사를 오지 않는데스?...왜 밥먹을때 와타시에게 감사인사를 하지 않는데스?...왜 이불정리를 하지않는데스?...와타시는...주인사마를 위해 노력하는데 왜 주인사마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스??....."



".........."


미도리는 조용한 녀석이였지만 자신의 불만을 꾹꾹 참고 말하지 않았을 뿐, 속에서 그 불만들을 상당히 삭히며 괴로워하였다

세상에서 가장 세레브한 존재인 이몸이- 이런 뉘앙스는 절대로 아니였다

미도리는 단순히 남자와 평등한 관계이길 바랬을 뿐이였다

미도리의 눈에 남자는, 주인이라는 이유로 제 할일도 제대로 하지 않는 건방진 녀석이였다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않고, 할 줄 모르는듯한 주인이라는 녀석이 멋대로 자를 가지겠다고 통보를 한 셈이다

공평해야 할 우리 둘의 관계를 주인인 남자가 깨뜨려버렸다고 느꼈다


미도리는 자신이 먹는 밥과 간식, 안전한 공간이 누구 덕에 나온다는 생각 자체를 해본적이 없다. 아쉽게도 지능이 거기까지 미치지 못한다

아니, 애초에 그 모든 것들이 인간에 의해 만들어지고 인간에 의해 움직인다는 사실 조차 알지 못한다. 남자는 그냥 나가서 하루종일 놀다가 들어와서 '그 공간'에 있는 푸드와 간식들을 꺼내주는 것 뿐이면서 뭘 그렇게 생색을 내는지

일주일에 한두번은 꼭 함께 나갔던 산책은 자신을 위한게 아닌 남자를 위한 것 취급이였다, 자신이 그토록 가고싶어했던 궁전같은 집(실장석 출입금지 백화점)은 한번도 데려가주지 않고 남자가 가고싶은 곳만 갔다. 재미있긴 했지만 그래도 남자를 위해 간게 아닌가



미도리는 말 그대로 진심으로 억울하였다


"주인사마...이번에는 와타시도 용서못하는데스....그러니 주인사마도 약속을 지켜줬으면 하는 데스"

"야...미도리...아니...하.....하......."

"다른건 약속이라고 말한 적 없는데스...와타시도 참는데스...하지만 '자를 낳지 않겠다' 라고 약속한데스...함께 얘기했으니 지켜주는데스"


실제로 남자가 기본교육은 완료되어있는 미도리에게 신신당부한 규칙은 오로지 하나...자를 낳지 않는 것 뿐이였다

남자는 샵에서 교육받은 것과 이것 하나만 지킨다면 미도리를 가족처럼 대우해줄 수 있었고 실제로 그는 그녀를 단순 애완동물 취급하여 방치하거나 하지 않았다

보상의 개념을 알게해주고 노동을 통해 인간과 가까워질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

실장석들의 입장에선 단순히 자신들을 부려먹는다 라고 생각했을지언정....남자는 그들을 조금이라도 더 인간과 가깝게 취급해주기 위해 노력하고 이해하려 한 것이다

하지만

결국 애매한 지능은 실장석 뿐만 아니라, 사육주에게도 적지 않은 데미지의 저주가 되었다


"주인사마"

"그만....미도리 그만...."







"자를 없애는 데스. 명령인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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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미도리 기준에서의 평등, 공평이였다

인간과 온전히 똑같을 것, 모든 것을 공평하게 할 것

그리고 이것이 미도리 기준에서의 양보와 배려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주인이지만 내가 참자, 철없는 저이를 내가 용서하자

또한 이것이 함께 살아가는 인간과 실장석에게 저주였다

인간은 온전히 사육실장을 위해준다

사육실장은 절대로 그것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육실장인 본인들이 더 희생하는 것이라 여기기나 하지



사육실장 미도리가 주인인 남자에게 말대답을 했다, 그것도 두번 이상

화를 냈고 자신의 불만을 얘기했다, 세번 이상

만약 그녀가 브리더에게 교육을 받는 중에 이런 행동을 했더라면 그녀는 굳이 분쇄기로 가기 전에 모두가 보는 앞에서 온몸이 갈기갈기 찢겼을것이다


마지막으로

어쩌면 그 어떤 실장석도 감히 해본 적 없을 문장을 자신의 주인에게 내뱉었다

'너의 자를 지워라, 내가 명령한다.'

타고난 분충성이 깨어난것이 아니다, 위석이 시킨 말도 아니다

미도리는 오로지 평등한 관계를 위해, 억울했던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에 조금 더 강하게 말한 것도 있다

주인과 자신을 대등한 관계로 명령을 했다

참 우스운 사실은, 만약 그들의 대화를 어느 학대파가 듣고있었다면 당장 그들에게 달려와 미도리를 팔아달라며 돈뭉치를 내밀었을 것이다

색다른 바리에이션을 가진 분충은 언제나 없어서 못 팔 정도로 귀한 녀석이니 말이다



미도리의 마지막 말에 상당히 분노한 남자였지만 그는 평범한 사람이다

길고양이가 제 손을 물어 피가 나게 했다고 냅다 밟아 죽이는 미친 사람은 세상에 그리 많지 않다

교육에 실패하여 입질을 심하게 하는 애완견을 자비 없이 주먹으로 때릴 수 있는 사람 또한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얼마든지 정은 떨어질 수 있다


어쩌면 그 저주라는 놈은 생각보다 오래된 것들인지도 모른다

이미 인간과 실장석이 소통이 가능할때부터, 까마득한 옛날부터 저주였을지도 모른다

소통이라는 저주 덕에, 단 10분도 되지 않아 남자는 1년 6개월이라는 짧지 않은 미도리와의 정이 거의 대부분 사라졌다





성체실장인 녀석은 그리 작은 크기가 아니다. 당연히 갓 태어난 아기보다 거대하고 영리하다

그리고 그들이 자신의 배변을 이용하여 공격을 하기도 하고 필요하다면 동족을 잡아먹는 일도 서슴치 않다는건 이미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런 위험한 동물을, 주인의 아기를 죽이라고 말하는 짐승 따위를 어떻게든 어르고 타일러 함께 산다는건 말도 안된다


길고양이도, 입질하는 애완견도 죽일듯이 패는건 인간으로서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저 멀리 가져다 버리는건 너무나도 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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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폭력적인 사람이 아니였다

그저 조용히 묵묵히 큰 골판지 상자를 가져와 미도리의 모든 물건들을 담기 시작했다

널부러져있던 장난감, 간식, 남아있는 푸드, 아끼는 드레스 두벌


장난감을 상자에 담을때 까지만 해도 미도리는 그 모습을 보며 '이제야 정신차리고 청소를 하는데스, 에휴데스' 라며 이럴 줄 알았으면 진즉 얘기할걸 이라는 생각만을 가졌다

그 모든것들을 한 상자에 다 넣는 것을 보았을땐 머리가 따라가지를 못했다

'저걸 왜 저기 다같이 넣는거지?' 라는 생각만 했을 뿐


모든것을 상자에 넣고 포장을 한 남자는 잠시 멍하게 눈을 감더니 이내 주섬주섬 옷을 벗어 샤워를 하러 갔다

자신을 쳐다보고있는 미도리를 애써 무시하며, 어째서인지 코를 훌쩍이는 소리를 내며 화장실로 들어갔다



'이럴 줄 알았으면 얘기하지 말걸...아니 그러지 않았다면 나중에 무슨 일이 생겼을지 몰라...'

어느 방향으로나 약속된 헤어짐의 길

애석하게도 미도리를 향한 정이 99퍼센트 사라졌다

하지만 가장 깊고 진하게 묻은 단 1퍼센트의 정이 남자를 괴롭게 하였고

너무나도 행복한 소식을 들은 그 날, 남자는 반대되는 괴로운 결정을 하며 홀로 눈물을 흘렸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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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아침, 외곽으로 나가는 도로는 한산하다




"주인사마, 어디가는거인데스?"

"........"

"데에...날씨가 좋은데스...멀리멀리 산책데스?"


"........"


"처음보는 길인데스, 기대되는데스"



"........"



"주인사마, 할 말이 있는데스"




"........"




"사실.....와타시 바삭바삭초콜릿을 가져온데스"





"......."






"핑크가방에 넣어놓은데스, 아껴먹고있던데스"






"........"







"주인사마랑 나눠먹는데스, 어제는 죄송했던데스"




".............."






"하지만 와타시의 말을 들어줘서 감사한데스"






"................."






"와타시도 힘들지만, 약속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데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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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도로, 반대 방향

남자는 여전히 말이 없다

중간중간 차오르는 눈물이 심하게 앞을 가려 잠시 갓길에 차를 멈춰 세워 한참을 흐느끼다 다시 출발할 뿐

자신의 행동에 정당화 하고싶지는 않아 죄책감은 거대하게 남자를 씹어댔고

짧은 시간, 수백번은 더 다시 돌아갈까 고민을 했지만 어쩌면 지금 헤어지는게 옳다는 것을 알기에 묵묵시 자신의 집으로, 홀로 돌아갈 뿐이다

오로지 나의 인간 가족을 위해서.






미도리는 도로 갓길 가드레일 안쪽, 수풀 깊숙한 곳에 남자가 만들어준 커다란 골판지 하우스와 그 안에 담긴 제 물건들을 멍하게 바라만 보고있다

무슨 생각이 있기에 그러는 것이 아니다

단지 지금 상황이 뇌에서 제대로 돌아가지 않기에 순수하게 멍만 때리고 있을 뿐

버려졌다 라는 생각 따위도 나지 않고, 남자가 사라지는건 뭐 매일 아침 그러하니 딱히 중요하지 않고

오랜만에 맡는 풀내음이 썩 기분이 좋아, 따뜻한 햇살 아래에서 눈을 감아보니 나쁘지 않아

그저 조용히 나뭇잎 바람에 부딫히는 소리를 들으며 "데에...." 소리만을 내고있었지만




"뎃!.........."


아차

주인님이 가기 전에 초콜릿 같이 먹기로 했는데

방금 갔으니 늦은 저녁에야 돌아올 주인을 생각하며 뒤늦게 함께 먹지 못한 초콜릿을 꺼내어 쳐다보는 미도리


달콤한 향기가 너무 좋아 당장이라도 먹고싶지만 스스로 주인님과 함께 먹기 위해 약속한 것이니, 미도리는 주인님과의 약속을 잘 지키는 실장석이기에 그것을 다시 가방에 넣는 그녀

다시 골판지 상자 안, 햇살이 살짝 들어오는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홀로 "데에데에~데스데스~" 노래를 부르며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 마냥, 평소처럼 혼자 시간을 보내며

돌아오지 않을 주인을 마냥 기다린다


저 멀리에는 집에선 보기 힘든 예쁜 꽃들이 한가득 피어있지만

약속을 잘 지키는 미도리는 그것들에서 관심을 주지 않기 위해 최대한 눈을 돌려 노래에 집중을 한다


결국에는

평범한 인간과 평범한 실장석의 가장 평범한 결말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