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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돌이 세 자매



밤은 깊었다. 차가운 바람이 세 자실장의 옷을 뚫고 들어왔다.

그녀들은 작은 몸을 웅크리며 어미의 마지막 순간을 떠올렸다. 눈앞에서 벌어진 그날의 공포, 자신들의 유일한 보호자가 몸을 내던져서까지 자신들을 보호하려던 그 장면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자들, 어서 도망치는 데샤아-!]



식량 부족 때문에 굶주림으로 미쳐버린 동족들의 습격과 동시에, 친의 마지막 말이 여전히 귀에 맴돌았다. 그러나 세 자매는 길거리에서 나와 본 적이 없었다. 바깥세상은 그들에게 너무나 낯설고, 피도 눈물도 없이 잔인했다.

끝도 없이 펼쳐진 바깥 세상은 처음보는 장소였고, 무엇보다도 눈에 불을 켠채 자신들을 잡아먹으려고 하는 동족들, 야외를 어슬렁거리는 짐승들, 그리고 거대한 인간들의 세상이었다.

어미는 가끔 근처 놀이터나 숲 속에 데려가 새끼들과 놀아주긴 했으나, 공원 밖은 위험하다며 좀 더 성장하면 견학시켜준다고 했었다. 하지만 이미 기회는 지나가버렸기에 세 자매는 그저 안전을 보장하지 못 한 채로 떠돌 수 밖에 없었다.



혹독한 자연은 어린 것들에게 베풀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기에.



[이제 마마는 없는 테치, 어떻게 하는 테치...?]



장녀는 무릎을 꿇은 채, 차녀와 막내 삼녀를 부둥켜안고 있었다. 엄지 실장보다 약간 큰 정도의 막내 자실장은, 작은 몸은 추위와 배고픔에 떨리고 있었다.

막내의 입술은 창백해졌고 눈빛은 흐릿했다.



[오네챠... 배고픈 테츄우...]



막내는 큰 언니에게 나지막히 속삭였다.

하지만 큰 언니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녀도 똑같이 배고팠으니까. 몸 속에서 비명처럼 울려 퍼지는 공복감은 점점 견디기 힘들어지고 있었다. 그들은 벌써 여러 날을 굶었고, 세상은 그들에게 아무런 자비도 베풀지 않았다.

둘째는 저 멀리에서 불빛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기로 가면... 먹을 게 있을지도 모르겠는 테치.]



둘째의 눈에는 불안과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 하지만 그 불빛이 정말 안전한 곳인지, 아니면 또 다른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인지는 알 수 없었다.

저 빛나는 곳이 과연 자신들을 위한 마지막 희망의 불빛일까.

아니면 자신들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뜨리기 위해 유혹하는 불빛일까.



[여기 가만히 있다간 다 굶어 죽겠는 테치, 일단 저기라도 가보는 테치.]



차녀가 결심을 내린 목소리로 장녀와 막내에게 제안하자, 둘은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배고픔과 추위에 시달리는 것을 참고, 힘겨운 발걸음을 옮기면서 도착한 그 곳은 한 허름한 상가였다. 안에서는 은은한 백색 전구가 실내를 비추고 있었고, 먼지투성이가 된 진열대에는 투명한 비닐 포장지에 담긴 옛날 과자들이 쌓여있었다. 그 옆에는 낡은 텔레비전이 작은 소리로 켜져 있었다.

가게 한쪽 구석에는 머리가 희끗한 늙은 아저씨가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는 고개를 떨군 채, 의자에 몸을 기대고 깊이 잠들어 있었다. 코를 고는 소리가 가게 안을 가득 채웠다. 아저씨의 숨소리는 세상을 다 잊은 듯 거칠었고, 텔레비전 소리와 섞여 기이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저기 먹을 것으로 보이는 게 많이 있는 테치...]



장녀가 눈 앞에 있는 거인이 깨지 않도록 동생들에게 나직하게 속삭였다. 저것들을 손에 넣기만 한다면, 오늘 하루 정도는 배를 채울 수 있을 것이다.

세 자매는 눈빛을 교환했다. 차녀와 막내는 고민에 빠졌지만, 배고픔이 그녀들의 판단을 흐리게 만들었다. 친이 이 자리에 있었다면 절대로 이런 짓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인간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했으니까.

하지만 지금같은 상황에서는 뭐라도 해야만 했다. 어미를 잃어버린 새끼들은 스스로 살아남아야 했다.



[그럼 다 같이 조용히 가서 가져오는 테츄. 저 늙은 닝겐은 자고 있으니 분명 깨지 않을 것인 테츄...]



막내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서로의 의견이 일치한 세 자매는 이제 뒤돌아보지않고 상가의 문 앞에 섰다. 세월이 오래 지난 탓에 출입문의 힘이 약해져, 세 자실장의 힘만으로도 문을 열 수가 있었다. 그녀들은 조심스럽게 상가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옛날 과자들이 놓인 진열대까지 걸어가는 동안, 세 자매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살얼음을 걷는 상황에서 한 번이라도 큰 소리를 낸다면 곧 죽음으로 직결되는 법이었다. 다행히 늙은 아저씨는 아직도 곤히 졸고 있었고, 딱히 잠에서 깰 기미도 없어 보였다.

장녀와 차녀는 진열대 맨 아래칸에 놓인 과자를 각자 한 봉지를 집어들었다. 모양도 수수하고 전혀 화려하지않은 상품이었지만, 실생 처음으로 인간이 만든 간식을 본 그녀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입맛을 다셨다. 이렇게 맛있어 보이는 걸 인간들끼리만 독차지하다니.

잠시 그녀들이 과자를 구경하느라 정신이 딴 곳에 팔린 사이. 막내 자실장은 시선이 한 곳에 고정되어있었다.



바로 텔레비전 화면이었다.



화면 안에는 천사같이 아름답고 젊은 여성들이 무대 위에서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가사 또한 당신을 사랑한다느니, 그대를 보고싶다느니, 평생 기다리겠다며 심금을 울리게하는 말을 합창하고 있었다.

좌석에는 수많은 남성 인간들이 환호하면서, 인생 최고로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은 덤이었다.

막내에게는 저것이 무엇인지 몰라도, 꾀죄죄한 자신의 모습과 달리 저들은 세상은 별천지로 보였다. 너무나도 질투가 났다.



왜 인간들은 저렇게 잘났단 말인가.



[인정할 수 없는 테츄...]



자신도 이런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들생활을 보내긴 싫었다. 적어도 사육실장처럼 태어나, 궁전같이 커다란 주택에서 멋진 집사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우아하게 식사를 하고 아와아와한 목욕, 세레브한 드레스들과 향기로운 화장품이 즐비한 삶을 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행복회로 속에서나 가능했지, 현실은 시궁창이었다.

어미는 자신을 키우는 의무를 다하지 않고 금방 죽어버렸다. 간신히 언니들과 도망쳤지만, 굶주림을 참지 못 하고 처음 보는 인간의 터전에 들어와 과자나 훔치고 앉아 있었다.



[이런 운치같은 삶은, 인정할 수 없는 테츄웃-!]



그리고 참지 못 하고 큰소릴 내버린 막내 자실장은, 모두의 주목을 끌고 말았다.

장녀.
차녀.
그리고 잠에서 깬 늙은 아저씨도.






"...이 씹어죽여도 모자를 녹돼지 시끼들은 뭐여, 엉?"



그는 매우 노한 목소리로 침을 튀기며 자리에서 일어나 덜덜 떨고 있는 똥벌레 세 마리에게 다가왔다. 놈들은 꽥 소리를 지르며 밖으로 도망치려 했지만, 아저씨는 순식간에 그들 앞을 가로막았다.

그리고는 거침없이 발길질을 했다.



"잡것들이 으디서 도둑질이여? 여기가 그렇게 만만해보이나!"



아저씨의 발은 놀랍도록 강했고, 한 번의 타격으로 장녀는 손에 들고있던 과자를 놓치고 바닥에 나뒹굴었다. 차녀는 장녀를 지키려다가 그만 옆구리에 발길질을 당했다.

정작 사고를 친 막내는 겁에 질려 아무 것도 하지 못 하고 울기 시작했지만, 똥벌레 새끼의 울음소리는 늙은 아저씨의 분노를 더욱 부채질할 뿐이었다.



"먹을 게 없어서 여기까지 와 훔치러 왔나? 이 거지보다 못 한 시끼들을 그냥!"



아저씨는 꼴도 보기 싫은 세 똥벌레들을 잇달아 발로 찼다.

장녀는 정신이 흐려지면서도, 동생들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늙은 거인의 다리를 붙잡고 애원했다.



[제발... 용서해주시는 테치... 와타시들은 먹을 게 없는 테치...]



하지만 작은 생물들의 말을 번역해줄 기계는 이 곳에 없었다.

아저씨는 이 건방진 놈들이 뭐라 지껄이든 자비를 베풀지 않고, 이를 악물고 발로 차면서 상가가 떠나가라 분노에 찬 고함을 질렀다. 안 그래도 자신의 바지에 손을 댄 장녀는 더러운 게 묻었다는 이유로 더 심하게 학대했다.

차녀와 막내의 힘으로는 이를 해결할 수도, 장녀를 구해낼 수도 없었다.



장녀는 가슴 속에 자리잡은 소중한 돌이 생명의 위기를 알리자, 마지막 힘을 짜내 늙은 거인의 발목을 물었다. 갑작스러운 저항에 놀란 아저씨는 마치 바퀴벌레 잡듯이 장녀를 묵사발로 만들어버리기위해 손을 들었다.



[차녀챠, 막내를 데리고 도망치는 테-]



그것이 장녀가 곤죽이 되기 직전,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었다.



차녀는 차마 고깃덩어리가 된 장녀의 모습을 똑바로 보지 못 하고, 한 손으로 과자 봉지를 질질 끌면서 남은 손으로 정신이 나간듯 떨고만 있는 막내의 손을 억세게 잡곤 젖먹던 힘을 짜내 밖으로 도망쳤다.

뒤에서는 주인 아저씨가 장녀의 시체를 들고 이쪽을 향해 뭐라 소리친 것 같았았지만, 공포가 머리속을 삼킨 차녀와 막내의 귀에는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언니의 목숨을 대가로 오늘 먹을 양식을 간신히 구한 자실장들은 다시 어둠 속으로 숨었다.







어느덧 새벽으로 접어든 시간, 차녀와 막내는 허름한 상가가 보이지 않을때까지 골목길을 뛰어다녔다. 그리고는 눈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어두운 쓰레기장 속에서 몸을 숨겼다. 냄새나고 불결한 곳이지만, 적어도 잠시 몸을 피신할 장소로서는 최적이었다.

둘 다 상처투성이였고, 몸이 지쳐있었다. 그리고 무척이나 배가 고팠다. 당장이라도 무언가를 먹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아사할 것만 같았다.

허나 차녀는 굶주림을 잠시 잊고, 이내 죽일 듯한 눈빛을 띄며 막내를 노려보곤 입을 열었다.



[오... 오마에가 소리만 지르지 않았어도 큰 언니가 죽지 않았을 것인 테치.]



막내는 움찔하며 고개를 들지 못 했다. 그건 사실이었으니까. 한 순간의 실수가 모두를 위험에 빠뜨렸고, 그 대가는 소중한 가족의 목숨을 앗아갔다.

자신이 무슨 짓을 한 건지 깨달은 막내는 눈물을 참으려 했지만, 그 말이 너무나도 가슴에 꽂혔다.



[미안한 테츄... 정말 미안한 테츄... 그저 네모난 상자에서 닝겐들이 잘난 척 하길래...]



막내는 울먹이며 변명했다. 그 모습을 본 차녀의 차가운 눈빛은 쉽게 녹지 않았다. 같은 핏줄이고 자시고, 더 이상 믿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라 어쩔 수도 없고, 우선 배를 채우는 것이 급했으니 한숨을 크게 쉰 차녀는 이내 말투를 누그러뜨렸다.



[일단 이거나 같이 나눠 먹는 테치... 배가 고파 죽을 것 같은 테치.]



차녀는 손에 들린 과자 봉지를 막내에게 들이밀었다. 막내는 눈물을 그치곤 같이 조심스레 봉지를 뜯으며 내용물을 끄집어냈다.

투박하게 생긴 쌀 과자였지만, 냄새만큼은 강렬했다. 겉면에 달콤한 무언가가 발라져있었기에 두 자실장의 입에 절로 침을 고이게 만들었다. 자연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인공 첨가물은 이들의 식욕을 송두리째로 사로잡기엔 충분했다.

바사삭- 하고 과자를 야금야금 먹으며 꿀꺽 삼키자, 그제서야 자신들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실감나게했다. 둘은 인간이 만든 기호 식품에 매료되었고, 차즘 긴장감을 잊고 정신없이 과자를 한웅큼 집어들고 먹는데 몰두했다.

맛있다. 진짜로 맛있다. 어미가 그동안 구해왔던 음식보다 비교도 안 될 만큼 최고의 맛이다. 세상에 이런 진귀한 음식이 있었다니.

배고픔에 시달렸던 몸이었지만, 이 소중한 쌀 과자에 위안을 얻은 둘은 잠시나마 행복에 빠졌다.



뒤에서 무언가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들을때까지.



...야옹.



흠칫, 하고 자실장 둘은 과자를 손에 든 채로 굳어버렸다. 그리고는 아주 천천히 고개를 돌려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시선을 옮겼다. 혹시 우리 말고 다른 무언가가 있는 것일까.

그곳에는, 불청객 때문에 잠에서 깬 길고양이가 쓰레기통 뚜껑 위에 앉아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인간에게는 귀엽기 그지없는 동물이지만, 실장석에게는 재앙이나 다름없는 포식자였다. 그 포식자는 지금 땅바닥에 살포시 내려 와, 두 벌레를 보며 입맛을 다시면서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테, 테, 테에에...]

[찌이이...]



막내는 또다시 눈물을 흘리면서 몸을 심하게 떨었다. 차녀는 들고있던 과자를 천적에게 위협하듯이 흔들며 쫓아내려고 했지만, 오히려 그건이 천적을 더욱 자극시키는 꼴이 되었다.

소름끼치고 날카로운 포식자의 울음소리와 함께 공격이 시작되었다.



[안 되는 테치! 저리 가는 테치-잇!]

[이제 싫은 테츄우우우!]



막내는 본능적으로 벌떡 일어나, 남은 과자 봉지를 챙기고는 괴물이 없는 반대편으로 쏜살같이 뛰었다. 그 모습을 본 차녀는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한눈 팔 틈은 없었다. 괴물이 어느새 가까이 접근해 차녀의 몸에 발톱을 휘둘렀다.

그 충격으로 차녀는 생애 처음으로 자신의 피가 밖으로 솟구치는 광경을 봐야했다. 상처 난 곳이 불같이 뜨거웠고 쓰라렸다. 저항해야 했지만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고,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바닥에 주저앉아 과자를 힘 없이 떨어뜨리는게 전부였다.

차녀는 저멀리 도망치는 막내를 서글픈 눈길로 바라보다가, 숨을 헐떡이며 어떻게든 다시 일어나려고 애썼다. 하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숨이 가빠지며 시야가 점점 흐려졌다.



[죽고 싶지 않은 테치... 이런 식으로 생을 마감할 수는 없는 테치...]



둘째는 조금이라도 살기 위해 마지막 힘을 다해 몸을 일으켜 땅에 떨어진 과자를 주워 먹어 힘을 보충하려 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괴물은 기다려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눈에도 보이지 않는 속도로 덮쳐 온 괴물은 차녀를 무자비하게 유린했다. 순식간에 피범벅이 된 나약한 생물은 비명조차 마음대로 내지 못 하고, 지옥같은 고통을 겪다가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

쓰러진 차녀는 몸 속에 있는 돌이 깨질 것을 직감했다. 그리곤 깨달았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다 헛된 짓임을.

그리고 도망친 막내도 곧 살아남지 못 할 것을.



둘째는 머리 위로 괴물이 입을 쩍 벌리고 다가오는 것을 느끼며 숨을 거두었다.







두 번이나 언니들에게 민폐만 끼치고 혼자서 도주한 막내는 몸과 정신을 갉아 먹히는 듯한 느낌을 애써 무시하며 그저 달리기만 했다. 남은 과자 봉지를 꽉 쥔 채로, 어두운 골목길을 따라 계속 달렸다. 발에 걸려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고, 숨이 찼지만 멈출 수 없었다.

얼마나 달렸을까, 막내는 문득 자신이 가족들과 함께 살았던 공원에 들어섰다는 것을 알아챘다. 캄캄한 나무들 사이로 희미하게 보이는 벤치와 작은 놀이터의 실루엣이 눈에 익었기 때문이었다.



옛날에는 가끔이라도 저기서 아무런 걱정없이 뛰어 놀았었는데.



비참한 기분이 든 막내는 더 이상 달릴 힘도 없었다. 무릎을 끓고, 눈물을 흘리며 내용물이 얼마 없는 과자 봉지를 꼭 안고 있었다.

그렇게 막내는 공원 한가운데에서 멍하니 앉아 있었다. 손에 꽉 쥐고 있던 과자 봉지도 이제는 구겨져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되었고, 배고픔과 피로가 그녀를 덮쳐왔다.



그 순간, 동이 트기 시작했다.



하늘은 서서히 붉게 물들며 밤의 어둠을 몰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햇빛은 따뜻하지 않았고, 이른 아침의 차가운 공기는 더욱 막내의 몸을 얼어붙게 하여 그녀는 무릎을 끌어안고 떨었다.



[마마... 오네챠...]



쓸쓸해진 막내는 눈물을 흘리며 주변을 둘러봤다. 이 넓은 세상에 자신은 이제 혼자였다.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알 수 없었다.

졸음이 몰려왔다. 하지만 공원 바닥은 차갑고 거칠어 도저히 잠을 잘 수 없었다. 막내는 무거운 몸을 일으켜 어디라도 몸을 뉘일 곳을 찾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공원의 구석구석을 헤매던 막내는, 이내 우거진 수풀 속에서 낡은 골판지 상자를 발견했다. 상자는 흠집나고 형편없어 보였지만, 차가운 땅에서 자는 것보단 훨씬 나을 것 같았다.

막내는 상자 쪽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여기서라도 잠을 청해야겠는 테츄...]



그녀는 손을 내밀어 상자의 문을 만지려 했다. 그런데 그 순간, 상자에서 희미하게 익숙한 냄새가 느껴졌다.



친실장의 냄새였다.



고개를 갸우뚱한 막내는, 이내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마마... 마마가 여기 있는 테츄?]



그녀는 두려움과 희망이 뒤섞인 마음이었다.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자신의 어미는 이미 동족들에게 무참하게 죽임을 당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그리운 냄새는 아무리 맡아봐도 자신의 어미의 체취였다.

그렇다면, 마마는 동족들을 상대로 살아남아 도망치곤 여기로 몸을 피한 게 틀림없었다.

아니다, 이건 함정이다. 어쩌면 동족이 어미의 시체를 입구 근처에 두고 도망친 자들을 사냥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막내는 선뜻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혼자서는 아무 것도 못 하는 겁쟁이였고, 만약에 진짜 함정이라면 자신의 삶이 끝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용기를 낼 자신이 없었다.



[이럴때 언니들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인 테츄...]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 하는 일가의 늦둥이는 눈물을 훔치며 언니들을 떠올렸다. 하지만 언니들은 더 이상 이 세상에 없었다.

모두 자신 때문에 죽었다고 느낀 막내는 가슴이 미어졌다.



[와타시 혼자서 이걸 열 수 있을 것인 테츄...?]



막내는 두려움에 빠져 그대로 상자에서 손을 떼고, 소리나지 않게 조용히 뒤돌아섰다. 다른 곳으로 가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고. 막내는 그렇게 스스로를 타이르며 천천히 걸음을 옮기려 했다.

그때, 희미하게 상자 안에서 소리가 들렸다.



[...와타시의 자 냄새가 나는 데스우.]



막내는 숨을 턱 멈췄다. 이건 분명 친의 목소리였다. 막내는 그제서야 마음속 두려움이 사라지고, 대신 반가움과 안도가 가슴을 가득 채웠다. 마마가 살아 계셨다.

이제 친실장과 함께라면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마마, 보고 싶었던 테츄-!]



막내는 망설임 없이 상자의 문을 활짝 열었다.



그러나 상자 안에 있던 광경은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끔찍한 현실이었다.



친은 다른 동족들에게 붙잡힌 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어미의 몸은 이미 해부되고 있었고, 몇몇 동족들은 친의 살점을 뜯어내며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친은 힘겹게 숨을 쉬고 있었지만, 이미 거의 목숨을 잃기 직전이었다. 그들은 무자비하게 친을 요리하듯 다루고 있었고, 피비린내가 상자 안을 가득 채웠다.

막내는 두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너무 비현실적이었다. 꿈이어만 했다.



[마... 마마...]



막내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손은 떨리고, 심장은 마구 뛰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상자 안에 있던 동족들이 막내 자실장을 보고 흉측한 웃음을 지었다.



[새로운 손님이 온 데스? 오늘은 제대로 잔치인 데스!]

[살코기! 살코기는 많을수록 좋은 데스!]

[싱싱한 먹이가 제발로 들어 온 데스우. 데프픗!]


그들은 작은 먹잇감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막내는 공포에 질려 뒷걸음질쳤다. 죽음이 다가오고 있었다. 저기 붙잡혀 있는 자신의 어미처럼 살이 뜯기고 피를 흘리며 고통스럽게 죽게 되는, 상상조차 하기 싫은 죽음이.



[싫은 테치... 누가... 구해주는 테츄... 제발...]



막내는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살아남을 방법을.

그리곤 손에 쥐고 있었던 과자 봉지를 흔들며 간절히 소리쳤다.



[이, 이걸 주겠는 테츄! 이걸 바칠테니 와타시는 놔주는 테츄! 제발 테츄-!]



그러나 그들은 이미 막내를 노리고 있었다. 과자 따위는 그들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그들은 막내를 무참히 잡아채더니, 이미 산 송장이나 다름없는 친실장처럼 하나의 식사로 만들 준비를 시작했다.

작고, 나약하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새끼 벌레는 눈물을 쏟으며 울부짖었다. 두려움에 휩싸인 채 다리를 버둥거리며 저항했지만, 동족들의 손길은 더욱 거칠어졌다. 막내는 가까이 있는 동족들을 향해 발길질을 했지만, 힘 없는 자실장의 발은 허공을 휘저을 뿐이었다.

그저 비웃음만이 벌레 새끼나 다름없는 땅딸보를 에워쌌다.



[데프프프프-! 이 꼬맹이가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치는게 웃겨 죽겠는 데스우!]



흉폭한 동족들은 새끼 벌레의 발길질을 비웃으며 더욱 즐거워했다. 이내 한 동족이 자실장의 너덜너덜해진 옷을 거침없이 찢어버렸다. 얇은 가죽이나 다름없는 초록 옷은 쉽게 찢겨져 나갔고, 작은 몸뚱이는 차가운 공기에 그대로 노출되었다.

막내의 얼굴에는 공포와 수치심이 뒤섞인 눈물을 흘렸다.



[그만하는 테츄아-! 와타시의 소중한 옷이!]



막내는 울부짖으며 또다시 저항하려 했지만, 다른 동족이 다가 와 막내의 머리카락을 거칠게 잡아채더니 사정없이 머리털을 뜯어내기 시작했다. 차가운 손길이 머리 가죽을 잡아당겼고, 막내는 비명을 질렀다.

보물이나 다름없는 머리카락이 뽑힐 때마다 피가 났고, 이내 막내는 벌거숭이 독라가 된 채로 무력하게 그들 앞에 서 있었다.

자실장의 꼴을 본 동족들은 재미난 구경거리를 봤다는듯이 폭소를 터뜨렸다. 막내는 땅바닥에 떨어진 자신의 옷조각과 머리털을 보곤 경악하며 절망에 빠졌다.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며 흐느꼈지만, 그럴수록 동족들은 더욱 자실장을 조롱했다.



[이 구더기보다 못한 년들-! 당장 오마에들을 모두 죽여버리겠는 테츄아아아-!]



모든 걸 잃어버린 막내는 비명에 가까운 고함을 지르며 악마나 다름없는 동족들을 향해 저주를 마구 퍼부었다. 막내는 이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살아남아 복수하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러나 동족들의 입장에선, 이마저도 우습게 여겼다.



[이 등신년이, 어디서 까부는 데스우? 애미도 뒤져가는 마당에 가소로운 데스.]

[주제도 모르는 애새끼는 개처럼 맞아야 하는 데스.]



동족들은 조롱을 멈추지 않고 막내를 최대한 고통스럽게 죽이겠다는 마음으로 무자비하게 폭행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발길질은 자신보다 훨씬 약한 생물의 온몸을 아프게 때렸고, 막내는 점점 더 깊은 고통에 빠져갔다.

막내의 작은 몸은 이미 저항할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마마, 마마...]



얻어맞고 있었던 막내는 마지막 힘을 짜내며 그토록 보고 싶었던 자신의 어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어미는 희미한 눈빛으로 자를 바라보며, 쥐어짜는 듯한 한 마디만 내뱉었다.



[마마가... 미안한 데스우...]



그 순간, 막내는 모든 것이 끝났음을 느꼈다.



막내와 어미가 이렇게 죽어가는 동안, 세상은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가고 있었다.

모든 저항도, 고통도, 눈물도.

이제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세상은 너무나도 냉혹했다.

아무리 살기위해 떠돌아 다녀도, 보호자 없이 살아남기란 어려운 법이었다.



막내는 허름한 과자 상가에서 봤었던 네모난 상자에서 나오는 인간들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떠올렸다.

아름다운 인간 여자들이 행복하게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을 말이다.



닿고 싶었지만, 절대로 닿을 수 없는 곳이었다.

한 번이라도, 단 한 번이라도 저런 삶을 누려보고 싶었는데.



[...다 부질없는 실생이었던 테츄.]



막내의 여린 몸은 동족들의 폭력 앞에 무력했다. 피투성이가 된 막내는 골판지 상자 안에서, 자신의 생명이 서서히 꺼져가는 것을 느꼈다.

만약 죽어서 두 언니를 만나게 된다면, 뭐라고 사과해야할까.

그리고 자신에게 사과한 마마에겐 뭐라고 격려해주어야할까.



떠돌고 떠돌다 결국 삶을 포기한 작은 생물은, 눈을 감고 마지막 숨을 몰아쉬었다.



- 끝 -








일가의 빈집털이



쨍그랑, 하고 빈 주택의 베란다 창문이 깨지는 소리가 났지만 주변에 지나가는 사람이 없어 아무도 그 모습을 보지 못 했다. 창문을 깬 녀석은 근처 공원에서 살던 친실장이었고, 옆에서는 자들이 쾌재를 부르며 자신부터 집에 들어보내 달라고 보채고 있었다.

친은 깨진 유리 사이로 자들을 하나씩 조심스레 안으로 들여넣고는 자신도 빈집에 입성했다.



"데프프, 이제 이 집은 와타시 일가의 것인 데스우."

"해낸 테치! 이제 세레브한 집에서 평생 사는 테치!"

"와타시의 보은으로 똥닝겐 집을 빼앗는데 성공한 테츄! 이 집을 와타시의 궁전으로 임명하는 테츄!"



공원의 흔하디 흔한 분충 일가였지만, 이 녀석들은 겁도없이 빈 집을 골라 침입을 시도한 것이었다.

그저 뒷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이 사는 집에 마음대로 들어 온 도둑인 주제에 주인 행세하는 꼴이었다.



"에헴, 우선 배가 고프니 냉장고라는 물건을 한 번 살펴보는 데스. 전에 버려진 사육실장 년에게 들어봤는데 분명 커타란 음식 창고라고 한 데스."

"치프프, 똥닝겐의 우마우마한 보존식도 와타시 것인 테치."







그들은 흙투성이가 된 신발을 그대로 신은채로 집 안을 돌아다니며 냉장고를 찾기 시작했다. 바닥이 금새 지저분해졌지만 일가에겐 알 바가 아니었다. 이미 이 집이 자신들의 것이라고 굳게 믿었기에.

곧 거실 주방에서 냉장고를 발견하자, 친실장은 낑낑거리며 젖먹던 힘을 다해 문을 여는데 성공했다.

안에는 실장석들이 환장하는 맛 좋은 음식이 가득 차있었다. 집 주인이 마트에서 할인해서 사둔 모둠초밥과 스테이크, 저녁에 딸의 생일 파티를 위해 사둔 딸기 케이크, 시원한 콜라 등.



집 주인과 그의 가족들이 먹기위해 사둔 음식들이 모조리 해충들의 뱃속에 들어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츄아아아앗!! 우마우마 테치!! 최고인 테치!!"

"이게 스테이크인 테츄?! 이 맛있는 걸 똥닝겐들만 처먹고 있었다니 괘씸한 테츄!"

"자자, 이제 이 음식들은 다 와타시들 것이니 자들은 마음껏 먹는 데스."



거실 바닥에 포장지를 아무렇게나 뜯어헤치곤 가릴 것 없이 야금야금 먹어치우는 일가의 모습은 심히 꼴불견이었다. 입에 음식을 한가득 밀어넣으면서 동시에 운치를 흘리고 있었다.

놈들은 식사 중에 분변을 보는 와중에도 전혀 부끄러운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걸신들린 귀신마냥 먹고, 마실 뿐이었다.







"근데 마마, 여기 있는 음식들 다 먹고나면 와타시들은 뭘 먹는 테치? 마마가 밖에 나가 구해오는 테치?"



어느정도 식사가 끝난 후, 간식 시간이라면서 케이크를 느긋하게 먹던 도중 한 자실장이 친에게 궁금하듯 물어보았다.

친은 그런건 전혀 문제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거야 당연히 여기 집에 살고 있던 똥닝겐에게 운치를 발라 노예로 부려먹으면 그만인 데스우."



어미의 자신만만한 말에 자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생일 케이크를 남김없이 먹어 치웠다.

아무런 근심없는 표정으로 말이다.






어느 덧 시간은 흐르고 저녁이 되자, 대문 앞에서 시끌시끌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먹고난 후 침대에서 곤히 낮잠을 자던 일가는 그 소릴 듣고 하나둘씩 일어나 무슨 일인가 싶어 대문으로 향했다.

바깥에서는 인간 가족으로 추정되는 무리들이 화기애애 이야기를 나누며 집 안으로 들어오려고 열쇠를 찾는 듯 했다.



"테! 마마, 똥닝겐들이 온 테치! 와타시들의 집을 뺏으려는 테치?"

"당장 운치를 바르는 테츄!! 똥노예로 만드는 테츄! 매콤한 주먹씨 맛을 보여주는..."



그런데 친실장은 얼굴이 굳어지더니, 말도 없이 자들을 내버려두곤 몸을 돌려 베란다로 달려가더니 깨진 창문 사이로 나가버렸다.

워낙 갑작스레 일어난지라 남겨진 자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마마가 대체 왜 저러는 것인가?



그러는 사이 대문은 열렸고, 자실장들은 집 주인과 그의 가족들을 마주하게 되었다.






"데헥, 데헥... 이, 이 정도로 멀리 왔으니 닝겐도 못 찾을 것인 데스."



쏜쌀같이 밖으로 도망쳐 나온 친실장은 숨을 고르며 골목길의 벽에 몸을 기대곤 중얼거렸다. 인간과 마주치면 그대로 죽을 것이라고 진작에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사실 친실장이 가택 침입을 한 이유는 맛있는 음식과 안락한 침대에서 한 번 자보고 싶었던 것도 있었지만, 분충 자들을 모조리 솎아내기 위함이었다.



"실생 마지막으로 사육실장 못지않게 먹었으니, 자들도 덜 억울해하며 죽을 게 분명한 데스우. 데프프프..."



그동안 친실장의 들생활은 고단하기 그지없었다. 치열한 동족과의 먹이 경쟁, 아무리 교육해도 말 안 듣는 자들, 밤마다 몰래 찾아오는 약탈 동족 등.

이렇게 불합리한 실생을 보낼 바에는, 차라리 자도 솎아낼 겸 죽을 각오로 인간의 집에 들어가 맛있는 음식이라도 실컷 먹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하며 빈 집을 골라 침입을 시도한 것이었다.



"와타시는 이제 공원으로 돌아가서 새로운 실생을 보내보는 데스! 자들도 새로 낳고, 교육도 잘 해서 훌륭한 양충으로 키워 볼..."

"가긴 어딜 가, 이 분충 새끼가."

"...데?"



친실장은 고개를 올려 위를 바라보니, 손에 만신창이가 된 자를 들고있는 한 남성이 싸늘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여기까지 어떻게 찾아온걸까.



"니, 닝겐사아아앙... 와타찌의 후각으로 냄새를 쫓아 똥마마를 찾아냈으니, 이만 풀어주는..."

"넌 이제 쓸모없으니 뒈져라."

"...테에?! 그게 무슨 말인... 찌이잇!!"



남성은 자실장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짓눌러버렸다. 반항 한 번 제대로 못 해보고 실생을 마감한 자신의 자를 지켜 본 친실장은 온 몸을 떨며 죽음의 공포를 마주했다.

곧바로 땅바닥에 머리를 숙인 친실장은 필사적으로 남성에게 잘못을 빌었다.



"자, 자, 잘못한 데스우!!! 백번 천번 사죄해도 모자랄 죄를 지었으니, 한번만 용서해주시는 데스!! 분충 자들은 다 슬프게 만들어도 되니, 와타시만 살려주면 다신 얼씬도 안하겠는..."

"지랄하고 있네, 니가 제일 악질 분충이야. 이 좆같은 놈이."



남성은 벌벌 떨고 있는 친실장의 뒷머리를 손으로 낚아채, 일부러 질질 끌고 집으로 향했다. 친실장은 머리카락이 뜯어질 것만 같은 고통을 맛 보며 끌려가는 내내 용서를 구했지만 어림도 없었다.

다시 집에 돌아온 친실장과 남성은 탈출하지 못 하도록 화장실 욕조에 친을 거칠게 던져 넣었다. 마침 놈의 자들도 욕조 안에서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너흰 내 손으로 직접 다 죽여주마."



남성은 옷의 소매를 걷어내곤, 아무런 망설임없이 말했다.







"치이이이이이!!! 똥노예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 테치?! 당장 그만두는 테치!!"

"똥마마! 뭐라도 해보는 테츄! 당장 저 똥닝겐을 교육시키란 말인 테츄!"

"아파 테찌이잇!! 아프단 말인 테찌이이이이!! 이제 이 집은 와타찌 것인데 왜 학대하는 것인 테쨔!!"



욕조 안의 자실장들의 모습은 참으로 가관이었다. 하나같이 반성은 커녕 왜 이런 꼴을 당하는 건지 전혀 모르는 눈치였기에 그저 자신들에게 피해를 주는 남성에게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욕하며 악다구니를 썼다.

그러거나 말거나 남성은 멈추지않고 주먹과 발길질만으로 새끼 분충들을 때리고, 구타하고, 피부에 퍼런 멍이 진하게 남을때까지 극한의 고통을 느끼게 해주었다.



"너희들 때문에! 우리 딸의 생일을 망쳤어! 이 더럽고 하나도 도움 안되는 똥벌레새끼들!"

"테에에에엥!! 그딴거 알 바 아닌 테치!!! 얼른 와타시에게 도게자하고 사과하는 테치!! 안 그러면 마마가 널 가만 안 둘 것인 테치!!!"

"허 참나, 마마라는 놈은 니들 버리고 도망치려 했는데?"

"테에?! 이 똥마마!! 이게 무슨 소리인 테챠!!"

"오로롱... 그저 한 번이라도 행복을 맛 보고 새로운 실생을 시작해보고 싶었던 데스우..."

"애미라는 놈도 정신머리가 없네. 하여간 똥벌레같으니."



남성은 지긋지긋하다는 표정으로 놈들에게 극한의 고통을 주었다.

똥벌레놈들의 소중한 돌이 스스로 깨져버릴때까지.






"여보, 그 똥벌레들은 다 처리하신 거에요?"

"응, 이제 밖에다 버리고 올려고."



잠시 시간이 흐른 후, 결국 모조리 죽임당한 일가는 사이좋게 싸늘한 시체가 되어 실장석 전용 폐기 봉투에 담겼다. 남성은 속이 후련한 얼굴로 집 밖에 나가 쓰레기 분리수거장에 흉물스러운 고깃덩어리가 든 봉투를 놔두고 다시 집으로 향했다.

왠지 모르게 아까 봉투 안에서 살짝 꿈틀거리는 느낌이 들었지만, 남성은 기분 탓이것거니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난장판이 된 집을 청소할 생각에 벌써부터 힘이 빠졌지만, 그렇다고 딸의 생일인데 주눅들 순 없는 노릇이라 남성은 한숨을 쉬면서도 토끼같이 귀여운 딸을 위해서라도 힘내보자고 스스로 격려하며 아내와 함께 집 안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테헤에에에, 여, 여긴 어디인 테찌? 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 테찌?"



깊은 밤이 되자, 어두컴컴한 실장 폐기함 안에서 답답함을 느끼며 간신히 깨어난 한 마리 자실장은 운이 좋았던 건지 죽지 않고 주변을 확인하고 있었다. 눈에 들어오는 것이라곤 미동도 하지 않고 말라붙은 피범벅이 된 일가의 모습이었기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이 곳에서 빠져나가려 했다.

하지만 유일한 출구는 높은 천장에 있는 구멍뿐이었고, 아무리 용을 써봐도 닿을 수 없어서 금새 바닥에 주저않고 색눈물을 흘리며 통곡하기 시작했다.



"진짜 이게 뭐인 테찌!! 똥닝겐 집을 차지하긴커녕 실컷 학대받다가 쫓겨난 테찌! 무능한 똥마마 때문에 세레브한 와타찌가 왜 이런 고통을 받아야하는..."

[애옹?]

"...텟? 방금 무슨 소리인 테찌?"



분충 자실장은 방금 들린 울음소리에 의아함을 느껴 고개를 올려보자, 소리를 듣고 온 한 마리의 포식자가 실장 폐기함에 올라와 입맛을 다시며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무런 힘이 없는 자실장은 본능적으로 빵콘하면서 죽은 어미의 시체를 붙잡고는 행복회로를 돌렸다.



"테쮸웅~ 똥, 똥마마는 어서 일어나란 말인 테찌! 똥닝겐을 메로메로 못 시킨 건 아량넓은 와타찌가 용서해줄테니, 저 똥고양이를 당장 무찌르는..."

[애오오오오옹!]

"테?! 저, 저리가는 테쨔아! 와타신 이렇게 죽을 수는 없는 테찌! 세상씨를 자로 가득 채워야하는... 테쨔아아아아아아악!!!"



포식자는 날렵한 몸짓으로 달려들었다. 자실장은 저항 하나 못 해보고 산채로 사지가 찢기고, 붉은 살점과 뼛조각이 부러지는 감각을 생생히 느끼며 실생의 마지막을 맞이하고 있었다.

이제 끝이다. 더이상 살 가망이 없었다.

절망에 빠진 자실장은 소중한 돌이 깨지기 전, 먼저 세상을 떠나버린 지 어미를 원통한 얼굴로 바라보며 서서히 눈을 감았다.



그렇게 포식자는 분충답게 최후를 맞이한 신선한 새끼 실장의 고기를 탐미하며, 주린 배를 채우곤 잘 곳을 찾아 떠나버렸다.

별 볼일 없었던 들실장 일가의 실각이었다.



- 끝 -








썬더 우지챠




공원의 어두운 밤 하늘, 천둥번개가 쉴새없이 치며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는 때였다.

들실장들은 색눈물과 운치를 지리며 골판지 집으로, 골판지가 없는 떠돌이 실장석은 벤치 밑이나 풀숲 등에 웅크리고 앉아 숨으며 벌벌 떨고 있었다.

평소에는 가진 건 쥐뿔도 없는 주제에 만만해보이는 닝겐과 동족에게 패악질을 부리다, 날씨가 험악해지니 바로 겁쟁이가 되어 부리나케 안전한 곳으로 도망치는 한심한 족속들이었다.



방금도 하늘이 꺼질듯이 천둥 소리가 크게 울리자, 운치굴에 있던 대부분의 저실장들은 청각을 버티지 못 하고 파킨해버렸고, 자실장이나 성체실장들도 운치를 지리며 색눈물을 흘렸다.



"오로롱... 번개가 너무 심하게 치는 데스우."

"테에에에엥!! 똥하늘은 그만 심술 부리는 테챠아앗!!!"



공원의 실장석들이 이렇게 고통받는 와중, 공원의 외곽에 위치한 어느 작은 운치굴.

좁디좁은 운치굴 안에서는 혼자 남은 우지챠가 찢어질듯한 천둥 소리에도 불구하고 하늘을 바라보며 원통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하늘씨는 어째서 우지챠를 낳은 레후?"



이 우지챠는 그저 운치만 먹다가 겨울이 다가오면 보존식으로 실생을 마감할 운명을 지녔지만, 드물게도 자신이 이렇게 비참하게 사는 것이 억울하다는 걸 깨달은 특별한 우지챠였다.

태어나자마자 제대로 된 햇빛도 보지 못 하고, 차갑고 축축한 흙바닥을 기어다니기만 하는 삶은 이제 그만두고 싶었지만 이런 몸으로는 탈출은 꿈도 꿀 수 없었다.



"이럴거냐면 왜 우지챠는 태어난 것인 레후!! 뭐라도 강한 능력을 주는 게 아니면, 차라리 태어나지 않는 게 더 좋았을 것인 레-"



하늘을 올라다보며 버럭 소릴 지르는 우지챠.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이변이 일어났다.

번개가 그대로 우지챠가 있던 운치굴에 내리꽂은 것이었다.



"레삐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갑작스럽게 전기찜질을 당한 우지챠는 온 몸이 튀겨지며 뒤틀리는 고통을 맛보면서 그대로 쓰러졌다.

그대로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지만, 기이하게도 우지챠의 몸에 있던 위석은 깨지지 않고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했다.

초록빛깔의 돌이 파란 번개모양으로 변하더니 영롱하게 빛나며 우지챠의 몸 구석구석까지 전기를 내뿜었고, 우지챠의 너덜너덜했던 포대기는 없어지고 대신 번개 마크가 새겨진 파란 포대기가 생겨났다.



자신의 연약함을 한탄하며 강해지길 원했던 우지챠는 죽음을 이겨냈고, 다시 눈을 뜬 우지챠는 몸에서 감당하지 못 하는 힘이 흘러넘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 이게 무슨 힘인 뢰후...? 룃, 우지챠 말투도 이상해진 뢰후우??"



힘도 얻고 모습도 바뀌고 말투도 변했지만, 우지챠는 더 이상 약한 우지챠가 아니었다.

우지챠는 번개 그 자체가 되었다.

본능적으로 꼬리에 힘을 주자, 운치굴을 박차고 공중으로 날아오르며 천둥번개보다 더 큰 목소리로 쩌렁쩌렁 외쳤다.




"썬더 우지챠의 등장인 뢰후!!!"



그리고 자신을 운치굴에 가두어둔 똥마마와 그런 자신을 비웃던 똥오네챠에게 복수하기 위해 쏜살같은 속도로 날아갔다.






"마마, 방금 천둥소리말고 웬 우지챠의 목소리가 들렸던 것 같은 테치. 와타시만 들은 테치?"

"뎃? 그거 환청 아니었던 데스?"



한편, 곧 자기들에게 닥칠 운명을 모른 채 골판지 안에 있었던 실장 일가는 우지챠의 목소리에 어리둥절해 하고 있었다.

이런 날씨에 밖에서 우지챠의 소리가 들린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었으니까.



"뭐, 어쩌다 밖에 나온 우지챠가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소리같으니 무시해도 좋을 것인 데스우."

"근데 와타시가 들었을때 분명 썬더인지 싼다인지 뭔지..."



자실장이 말을 흐리던 그 순간, 순식간에 골판지의 벽이 뚫리고는 파랗게 빛나는 전기 잔상이 일렁이며 썬더 우지챠가 비장한 표정으로 서있었다.

그 모습을 본 친실장과 자실장은 뜨악하는 얼굴로 사색이 되어 운치를 지렸다.



"데에엑!!! 오, 오마에! 운치굴에 있었던 똥우지 아니었던 데스우?!!"

"무, 무슨 우지챠 주제에 번개를 두르는 것인 테챠!!!"



경악찬 목소리로 벌벌 떨며 말하는 실장 일가를 바라보며 씨익 웃은 썬더 우지챠는 고개를 거들먹거리며 내뱉었다.



"뢰프프! 오마에들은 여기서 전기통구이나 될 준비를 하는 뢰후!"



그리고 말이 끝나자마자 짧은 두 손으로 친실장과 자실장을 가리키더니, 찌릿찌릿한 전기 광선이 발사되었다.

피할 틈도 없이 전기를 맞아버린 실장 일가는 바닥에 드러누워 발버둥쳤으나, 이미 속까지 전기로 지져지고 있어 피할 수 없는 죽음을 맞이하고 있었다.



"데끼야아아아악!!! 똥우지가 어째서어어어어!!!!"

"가로쉬가 되버리는 테챠아아아아아악!!!!"



그렇게 단발마를 내지르며 파킨해버린 친과 자실장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그 자리에는 맛 좋은 전기구이가 놓여져 있었다.

썬더 우지챠는 따끈따끈한 전기구이를 무려 두 개나 혼자서 독식하며 즐거운 식사를 보낸 후, 이 기회에 공원의 지배자가 되겠다고 마음먹고 밖에 나가 전기의 힘을 마음껏 휘두르기 시작했다.






"데에에에에엥!!! 저, 저게 뭐인 데스우!?"

"미친 똥우지가 번개를 쏘면서 날라다니는 데스!"

"오로롱! 얼른 역돌격을 실시하는 데샤앗!!"



아수라장이 된 공원은 차마 눈 뜨고 못 볼 수준으로 대참사가 벌어졌다.

슈퍼 히어로마냥 하늘을 가로지르며 보이는 족족 골판지 둥지나 동족에게 사정없이 번개 광선을 쏘았고, 난데없는 습격에 실장석들은 괴성을 지르며 도망치기 바빴다.

썬더 우지챠는 자신을 보고 두려워하며 운치를 지리는 꼴을 구경하면서 희희낙락한 표정으로 학살에 더욱 열을 올렸다.



"이 공윈은 썬더 우지님의 것인 뢰후!! 번개 빔! 번개 파워어어어어어어어!!!"

"오로로로롱!!!!!"



실장석들이 저항하지도 못 하고 살기위해 썬더 우지챠에게 멀리 달아나던 그때였다.



"거기까지인 데스우! 똥우지!"

"룃?"



썬더 우지는 감히 자신에게 건방진 소리를 친 곳을 바라보니, 공원의 보스 실장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썬더 우지에게 도발하고 있었다.

보스 실장은 나름 머리를 썼던지, 쓰레기장에서 주운 고무장갑을 갑옷으로 개조시켜 착용하고는 플라스틱 포크 끝에 나무 이쑤시개 여러개를 꽂은 삼지창을 무기삼아 등장했다.



"전기가 통하지 않는 소재라면 두렵지 않은 데스우! 각오하는 데샤아아아아앗!!!"



우렁찬 소리와 함께 썬더 우지에게 달려든 보스 실장은 이내 삼지창으로 찌르려고 하자, 썬더 우지챠는 팔에 힘을 집중시켜 번개 방패를 두르고는 가볍게 튕겨냈다.

허나 보스 실장은 기죽지 않고 젖먹던 힘을 짜내 삼지창으로 썬더 우지의 방패를 다시 찌르자, 전기 방패는 산산히 조각나버렸고 이 순간을 노린 보스 실장은 썬더 우지의 머리를 노렸다.

당황한 썬더 우지챠는 꼬리를 박차고 공중으로 뛰어올라 피했으나, 보스 실장은 자세를 고쳐 잡더니 창던지기 자세를 취하고는 삼지창을 힘껏 투척했다.



"와타시는 왕년에 탁아 좀 해본 실력이 있는 데스! 이 몸의 장팔사모를 맛 보는 데샤악!!"



설마 공중을 노릴 것이라고 생각치 못 했던 썬더 우지는, 피하기도 전에 꼬리 뭉탱이가 잘려 나가버렸다.



"뢰삐야아아아아아앗!!!"



썬더 우지챠는 비록 힘이 강해졌어도 빈약한 몸뚱이는 그대로였기에, 꼬리를 잃고 피를 흘리며 공중에서 이리저리 날뛰었다.

쾌재를 부른 보스 실장은 땅에 떨어진 삼지창을 줍고 다시 던지려고 했으나, 악에 받친 썬더 우지는 이를 갈며 보스 실장에게 번개 광선을 난사했다.

고무 소재로 된 갑옷 덕분에 감전되진 않았지만, 광선을 맞을때마다 뒤로 조금씩 밀리자 삼지창을 줍지 못해 난감해진 보스 실장을 머리를 굴리다 이내 주변에 있던 돌맹이를 줍고는 투척했다.

썬더 우지챠는 이번엔 회피했지만, 그새 삼지창에 달려들어 줍는데 성공한 보스 실장이 다시 창던지는 자세를 취하자 기겁해하며 뒤로 돌아 후퇴하기 시작했다.



"뎃, 번개를 다루는 똥벌레 주제에 도망치는 것인 데스? 거기 서는 데샤!"

"뢰훼엥! 전략적 후퇴인 뢰후우!!"



썬더 우지챠는 잠시 안전한 곳으로 피할 생각이었으나, 다친 몸뚱이를 이끌고 강제로 이동하니 힘이 부치는 상황이었다.

공중에서 서서히 속도가 떨어지자, 기회를 놓치지 않은 보스 실장은 끝장을 볼 기세로 삼지창을 투척했다.

썬더 우지챠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삼지창을 발견하곤 간신히 힘을 짜내 번개 방패를 둘렀으나, 전보다 힘이 약해져 미미한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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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지창은 그대로 번개 방패를 뚫고 우지챠의 가슴을 꿰뚫었다.



"뢰... 뢰삐이..."



그리고 썬더 우지챠는 힘을 제대로 쓰지도 못 하고 땅으로 추락했다.






"오로롱! 보스 상, 보스 상은 최고인 데스우!"

"5252, 해낼 줄 알았다고 데스!"

"여윾시 킹갓엠페러제네시스 보스 상인 데스!"

"뎃데로게~ 공원 수호자의 탄생인 데스우~"



지옥같았던 상황을 끝내고 당당하게 썬더 우지챠의 시체를 든 채로 복귀하자, 공원의 실장석들은 환호하며 보스 실장을 맞이했다.

자부심이 철철 흘러넘치는 보스 실장은 어깨를 으쓱하며 별 거 아니라는 목소리로 말했다.



"데프프, 이 정도야 와타시에게는 식은 스테이크나 먹기 다름없는 데스. 탁아로 다져진 와타시의 실력인 데스."

"우오오옷! 믿고 있었다고 보스 사..."

"...뢰삐."



보스를 칭송하기 바빴던 실장석들은 이내 의식을 차린 썬더 우지챠를 눈치채곤 흠칫 떨다가, 보스 실장이 재빨리 썬더 우지 코앞에 삼지창을 들이밀었다.

안 그래도 보스 실장의 손에 붙들려 있는데다 힘도 약해진 썬더 우지는 벌벌 떨며 목숨을 구걸했다.



"사, 살려주시는 뢰후... 우지챠가 잘못한 뢰훼엥..."



보스 실장은 기가 찬 표정으로 노려보자, 썬더 우지는 색눈물도 흘리고 운치도 흘리며 애원했지만 주변에 있던 동족들은 화를 내며 일갈했다.



"당장 쳐죽이는 데스우!"

"감히 똥우지 주제에! 얼른 목을 따버리는 데샤앗!"



하지만 보스 실장은 곰곰히 생각해보더니, 이내 썩쏘를 짓고는 썬더 우지챠에게 한 가지 제안을 건냈다.



"어이 똥우지, 혹시 살고 싶은 데스우?"

"...룃?"









"뢰삐야아아아아아아아아악!!! 이젠 싫은 뢰후!!! 차라리 죽여주는 뢰후!!!"



다음 날, 썬더 우지챠는 보스 실장의 손에 직접 쓸모있는 존재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바로 보스 실장의 거처에 쓰레기장에서 주워 온 전기 난로를 갖고 와 전력을 담당하는 생체 발전기가 된 것이었다.

썬더 우지가 파킨하지 않도록 위석을 빼내 깨끗한 물에 담궜고, 전기 난로의 어댑터를 썬더 우지의 총구에 강제로 쑤셔박고 220V가 될때까지 플라스틱 삼지창으로 조교시킨 결과였다.



"이런 건 사는 게 아닌 뢰후!!! 소중한 돌씨는 어서 파킨하라는 뢰삐야아아아아아아아아앗!!!"

"데프프프! 오마에는 훌륭한 전력 공급원인 데스! 여기서 평생 전기나 생산하며 사는 데스우!"

"뢰훼에에에에에엥!!!"



한낱 우지챠에서 능력자가 된 썬더 우지챠는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보스 실장의 거처에 전력을 생산하며 고통받았다.

훗날, 공원의 구제로 인해 발견되었을때 어느 연구원에 의해 학대를 빙자한 연구 끝에 전기를 머금은 우지챠들이 대량 복제되어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떠올랐다고 한다.



- 끝 -




앵무새와 사육실장




어느 날, 사육실장 미도리는 주인이 멋진 앵무새가 담긴 새장을 들고 나타난 것을 목격했다.



"데뎃?! 저 조류는 뭐인 데슷!?"

(야임마! 나 앵무새야!! 째액! 째액!)



자기보다 더욱 화려한데다, 사람과 실장석밖에 하지 못할 것이라고 여긴 말을 술술 내뱉자 질투심이 난 미도리.

주인이 앵무새 사료를 사온다고 잠시 집을 비운 틈을 타, 새장 안에 갖혀 있는 앵무새에게 온갖 험담을 퍼붓는다.



"이 똥짐승! 하등한 짐승 주제에 감히 세레브한 와타시를 쳐다보는 데스?! 이 집주인의 아내가 될 몸인 와타시에게 무릎꿇으라는 데샤앗!!!"



그러자 새장 안에 있던 앵무새가, 사육실장이 했던 말을 그대로 따라한다.



(이 똥짐승! 하등한 짐승 주제에 감히 세레브한 와타시를 쳐다보는 데스?! 이 집주인의 아내가 될 몸인 와타시에게 무릎꿇으라는 데샤앗!!!)



자신이 내뱉은 말을 그대로 따라하자, 깜짝 놀란 미도리.

허나 이런 조류따위가 자신이 말한 대사를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붕쯔붕쯔 팔을 휘두르며 소리친다.



"이 똥분충이?! 고귀한 와타시의 말을 따라하지 하는 데샤아아아앗!!!"



하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이 똥분충이?! 고귀한 와타시의 말을 따라하지 하는 데샤아아아앗!!!)



붕쯔붕쯔 휘두르는 팔마저 따라하려는 건지, 화려한 날개를 퍼덕이며 말하는 앵무새였다.

씩씩거리며 온갖 쌍욕을 입 밖에 꺼내려던 미도리.



순간, 미도리는 실장석치고는 좋은 묘안을 떠올린다.



"데프프! 이 집에 사는 사육실장 미도리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존재인 데스웅~♡"



저 앵무새가 자신의 말을 따라한다는 점을 역이용한 것이었다.

제법 괜찮은 아이디어이긴 했으나, 앵무새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더니....









(븅신.)



라고 대답하며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지긋이 실장석을 내려다보기만 했다.

저 앵무새가 자신의 의도대로 행동하지 않자, 금방이라도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핏줄을 세워가며 소리지른다.



"이 씨부랄 마라같은 똥조류같으니이이이이이이이!!! "



그러면서 팬티를 내리고는 바닥에 운치를 뿌다닷 싸더니, 운치 덩어리를 일발 장전하여 투분할 준비를 갖춘다.

위에서 내려다보던 앵무새는 새장 안에 갖혀 도망치지도 못하는 상태라, 당황해하며 소리친다.



(야, 야임마! 동물 보호법을 지켜야....)

"이 반동놈의 앵무새끼가 좆까는 데스! 데샤아아아앗!!!"



자기보다 훨씬 비싼 앵무새에게, 원가도 없는 운치 맛을 보여주려는 참피.

곧 팔에 온 힘을 담아, 구리구리한 초록 덩어리를 던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아니, 이 참피새끼가 미쳤나?! 어디서 운치 싸지르는데다 투분까지 하려고 해!!!"

"데걁?!!!!"



허나 그 바람과는 다르게도, 예상보다 집에 금방 돌아온 주인이 분충 짓을 하는 미도리를 보고 오만 정이 다 떨어져 발길질을 날린다.

안 그래도 성체로 자라 더이상 예뻐보이지도 않았으니, 말 다한 셈이었다.



"애, 앵무새보다 좋은 것은 사육실장인 데스우우우우...."

"개소리 집어쳐! 무슨 사육실장이 앵무새보다 좋다는 거야!"



미도리는 만신창이가 된 상태에서도 집주인에게 호소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핑크핑크한 사육실장복이 갈기갈기 찢어져서 사육실장복이었던 것으로 변해버린 후, 찰랑거리는 갈색 머리카락들도 부욱 하고 뜯겨진다.



색눈물을 흘리며 붕쯔붕쯔 반항하는 미도리.

하지만 소용없는 일이다.



"데에에에엥! 운치같은 독라가 되어버린 데스우우우! 제발 상냥한 주인사마로 돌아와달라는 데샤아아아!"

"이봐, 미도리! 넌 오늘 들실장이 될 것이다. 원망하지 마라."

"싫은 데샤아아아아아아아!!! 오로로로롱!!!"



그렇게 최하위 계급이자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는 독라가 되어 밖으로 쫓겨난 미도리.

새장 안에서 쭉 지켜보았던 앵무새는, 꼴 좋다는 듯이 날개를 퍼덕거리며 한마디한다.



(사육실장보다 좋은 것은 앵무새다! 째액! 째액!)






- 끝 -



보면 안되는 것




이 이야기는 어렸을 적, 먼 농촌에 살고 계신 마마의 마마 집에 방문했을 때의 이야기인 테치.



일 년에 한 번 정도, 명절에나 겨우 찾아뵙는 마마의 마마, 줄여서 할마마의 집에 도착하자마자 와타시와 장녀 오네챠, 그리고 마마는 할마마에게 인사를 올린 직후 장녀 오네챠와 함께 밖으로 놀러나간 테치.

매캐했던 도시의 공원과는 달리, 너무나 맑은 공기와 상쾌한 바람에 와타시는 장녀 오네챠와 함께 논 주위를 이리저리 뛰어다녔던 테치!



그런데 해가 중천에 떴을 무렵이었던 테치.



갑자기 바람이 그쳤다고 생각한 순간, 기분 나쁠 정도로 섬뜩한 뜨끈한 바람이 후끈 불어 온 테치....



그렇지 않아도 뛰어다녀서 더운데 이런 더운 바람은 뭘까하고, 방금 전까지의 상쾌함이 날아간 불쾌함에 운치를 지릴 것만 같았는 테치.

근데 장녀 오네챠는 조금 전부터 다른 방향을 보고 있었던 테치.



그 방향에는....



닝겐들이 만들어 놓은, 허수아비씨가 서 있었는 테치.



와타시가 저 허수아비씨를 왜 그렇게 쳐다 보냐고 묻자, 오네챠는 허수아비 너머로 무언가가 있다면서 더욱 주의해서 그 쪽을 바라보았던 테치.

와타시도 주의를 집중해서, 논의 저 너머를 지그시 바라보았는 테치. 그러자 확실히 무엇인가 보였는 테치.

뭔가 미세하게 움직였던 테치....



....저게 대체 뭐인 테치?



먼데다 논밭 색깔이랑 비슷해서 잘 안 보였지만, 성체실장 정도 크기의 ​'초록 물체​' 가 구불구불 움직이고 있었는 테치.

게다가 주위에는 논이 있을 뿐, 근처에 닝겐이 있는 것도 아니었는 테치.

와타시는 순간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곧 이렇게 해석해버린 테치.



저것도 허수아비씨 아닌 테치? 바람이 불어서 움직이게 해놓은 허수아비씨 같은 거 말인 테치. 아마 방금 전부터 불고 있는 바람 때문에 움직이는 게 틀림없는 테치!



장녀 오네챠는 와타시의 명쾌한 해석에 곧 납득하는 표정이었지만, 그 표정은 한순간에 사라진 테치.

​바람이 딱 멈춘 것인 테치.​



그럼에도 저 이상한 ​'물체'​ 는, 변함없이 꿈틀대며 움직이고 있었는 테치....



와타시도, 장녀 오네챠도 놀란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는 테치.



특히 오네챠는 계속 신경이 쓰였던 탓인지, 직접 확인해보겠다면서 논밭으로 뛰어간 테치.

와타시는 아직 몸집이 작아서 섣불리 논밭에 들어가진 못했지만, 그래도 오네챠가 정체를 확인할 거라는 생각에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얌전히 기다린 테치.



그런데, 생각보다 장녀 오네챠가 일찍 돌아왔던 테치.



게다가 새파랗게 질려 있었던 테치....



오네챠는 식은 땀을 줄줄 흘리며, 색눈물을 쏟아내고 있는데다 운치까지 지렸던 테치.

와타시는 갑자기 변한 오네챠의 모습을 무서워 하면서도, 용기를 내어 정체가 뭐였는지에 대해 물어 보았는 테치.



하지만 장녀 오네챠는 몰라도 된다면서 그대로 터벅터벅 마마의 마마 집으로 걸어간 테치.

와타시는 곧바로 와타시를 새파랗게 질리게 한 그 '물체'​ 를 보려고 논밭으로 가볼까 생각이 들었지만, 장녀 오네챠의 말을 들은 터라 볼 엄두가 없었는 테치.



그치만, 계속 신경이 쓰였는 테치.



멀리서 보면, 단지 ​'초록 물체'​ 가​ 기묘하게 구불구불 움직이고 있을 뿐이었는 테치.

조금 기묘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그 이상의 공포감은 일어나지 않았는 테치.

그러니까, 봐야겠는 테치.



도대체 무엇이길래 장녀챠에게 저런 공포를 줬는지, 와타시 눈으로 확인하겠다고 다짐한 와타시는 논밭으로 뛰어가기 일보직전 이었는 테치.



바로 그 때, 마마랑 할마마가 무척이나 당황한 얼굴로 달려오셨는 테치.



와타시가 묻기도 전에, 할미마는 그 논밭에 있는 ​'​물체'​ 를 본 거냐고, 그 저주받은 것을 봤냐며 역정을 내셨던 테치.

무언가 겁에 질린, 혹은 노발대발하신 할미마의 모습에 와타시는 아직 못 봤다고 반쯤 울먹이며 대답했고,

마마는 다행이다고 말씀하시며, 안심한 모습으로 그 자리에 쓰러져 울었던 테치....



와타시는 그렇게 이유도 모른 채 할마마 집으로 돌아온 테치.



돌아오자, 모두가 울고 있었는 테치.

와타시 때문에? 아니었는 테치.

자세히 보자 장녀챠만 미친듯이 웃으면서, 마치 그 ​'초록 물체'​ 와 같이 바닥에 엎드려 몸을 구부린 채 꿈틀대고 있었던 테치....!



그때의 장녀 오네챠의 모습이야말로, 그 기괴한 ​'물체'​ 보다 더 무서웠는 테치.



그리고 마마와 함께 집에 돌아가는 날, 할마마가 이렇게 말했는 테치.



장녀는 여기에 놔두는 것이 살기 좋을 거라고.

그쪽 도시의 공원은 여기보다 좁고 험한데다, 그런 곳에선 며칠도 못 가 동족이나 짐승에게 관심이 끌려 죽을 것이라고…

그러니 할마마 집에 보살피다가, 겨울씨가 지나고 나서 논에 놓아주는 게 나을 거라고 말했는 테치….



와타시는 그 말을 듣고, 큰 소리로 울부짖었는 테치.



이제 더 이상 예전의 장녀 오네챠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없는 테치.

내년에 할마마 댁에 다시 와 만난다 해도, 그것은 더 이상 장녀챠가 아닌 테치.



왜 이런 일이 일어난 테치….?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이좋게 놀았는데, 무엇 때문에….



와타시는 필사적으로 눈물을 닦으며, 근심 가득한 마마의 손을 잡고 할마마의 집을 떠났는 테치.



할마마가 내년에 보자며 손을 흔들던 도중, 그 뒤에서 변해 버린 장녀챠가 한순간.... 와타시에게 손을 흔든 것처럼 보였는 테치.

와타시는 멀어져 가던 중, 장녀챠의 표정을 보려고 고개를 돌려보았는 테치.



장녀 오네챠는 분명 울고 있었던 테치.



표정은 웃고 있었지만, 지금까지 장녀챠가 한 번도 보여준 적 없었던 처음이자 마지막의 슬픈 웃는 얼굴이었던 테치....



그리고 곧이어 골목을 돌아 더 이상 장녀챠의 모습은 안 보이게 되었지만, 와타시는 눈물을 흘리며 언젠간 원래대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푸른 논을 멍하니 바라보며 마마와 함께 쭉 걸은 테치.



장녀 오네챠와의 추억을 회상하면서 말인 테치.






….그 때였는 테치.






저멀리 봐선 안 된다는 것을, 그제서야 봐 버렸던 것인 테치.





그 날 공원은 해골 3개를 받아버린 테치....






독라가 살아가는 이유



어느 날. 독라 실장석들을 관찰하던 젊은이, 철웅은 문득 궁금증에 떠올랐다.

독라 실장석들은 대체 무슨 이유로 살아가는 것일까?

유일한 재산이었던 머리카락과 옷은 영영 떠났고, 독라가 아닌 동족들에게 린치당하는 미래만 남았을 텐데.



참을 수 없었던 궁금함에 철웅은 링갈을 챙겨 공원을 향했고, 한 독라 실장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봐, 독라 실장! 너는 독라인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쭉 살아왔다. 대체 그 이유가 뭐지?"



그러자 그 독라 실장은 빵긋 웃더니 대답했다.



"그거야 당연히 사육실장이 되기 위해 살아가는 것인 데스! 닝겐상은 이렇게 불쌍한 와타시를 보고도 가만 둘 생각인 데스? 닝겐상은 어서 와타시를 사육실장으로 삼아주는 데샤앗!"



그렇군. 자신이 불쌍한 독라가 되어버렸으니, 사육실장이 되기 위해서 살아간다 이 말인가.

해답을 얻었지만, 다른 독라 실장에게도 물어보는 게 좋겠다고 생각된 철웅은 그대로 등을 돌려 공원 안쪽으로 향했다.



뒤에서 "닝겐사아아앙! 불쌍한 와타시를 두고가다니 너무한 데샤아아아!" 하고 데에엥 우는 소리를 무시하면서.



잠시 후, 공원 안쪽에 들어 온 철웅은 또 다른 독라 실장을 발견했다.



"이봐, 독라 실장! 너는 독라인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쭉 살아왔다. 대체 그 이유가 뭐지?"



그러자 그 독라 실장은 씩씩 화내면서 대답했다.



"그거야 당연히 심심하다면서 세레브한 와타시를 이렇게 만든 똥닝겐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살아가는 것인 데스! 뎃, 그러고보니 오마에도 똥닝겐인 데스?! 와타시의 핵주먹 맛을 보는 데샤앗!"



그렇군. 고귀했던 자신이 사람들에게 독라가 되어버렸으니, 복수하기 위해서 살아간다 이 말인가.

또 다른 해답을 얻었지만, 다른 독라 실장에게도 좀 더 물어보는 게 좋겠다고 생각된 철웅은 또다시 등을 돌려 공원 풀숲으로 향했다.



뒤에서 "똥닝게에에엔! 싸우지도 않고 와타시를 개무시하고 가다니 비겁한 데샤아아아!" 하고 빼애액 거리는 소리를 무시하면서.



또 잠시 후, 공원 풀숲에 들어 온 철웅은 또 다른 독라 실장을 발견했다.



"이봐, 독라 실장! 너는 독라인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쭉 살아왔다. 대체 그 이유가 뭐지?"



그러자 그 독라 실장은 씩씩 화내면서 대답했다.









아니, 탈모인이 씩씩 화내면서 대답했다.



"이런 망할 인분충 쉬끼가 감히 날보고 독라라고 놀려!? 너도 한번 독라가 되어봐라, 이 풍성충아!!!"



그리고 탈모인은 철웅의 풍성풍성한 머리카락을 움켜잡더니, 뿌리까지 모조리 뜯어내곤 반짝반짝거리는 대머리로 탈바꿈시켜버렸다.



"으아아아악!!! 내, 내 머리카락이!!!"



그리고 자신의 풍성했던 머리카락들이 땅바닥에 떨어진 광경을 본 철웅은 땅이 꺼져라 꺼이꺼이 울으며 탈모인을 원망스럽게 쳐다보았지만, 탈모인은 이미 떠난 뒤였다.

그렇게 철웅은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지 못해, 할 수 없이 외진 시골에 들어가 중년층이 될때까지 비닐 하우스에서 농사 짓는 삶을 보내게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 실장석을 무시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뒤씨인싸이드 라는 사이트에서 틈틈히 실장석을 찬향하는 글을 직접 써올리고 있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하느님의 구원



평화로웠던 실장 공원에 갑작스레 엄청난 홍수가 몰아쳤다.

간신히 큰 바위 위에 올라가 살아남은 한 실장석이 최후의 수단으로 하느님에게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하느님사아아아앙!! 이 가련한 와타시를 구원해주시는 데샤아아아앗!!!"



그러자 잠시 후, 페트병 여러개를 묶어 뗏목을 만든 실장석 하나가 다가와 손길을 내밀었다.

하지만 자신을 잡아 먹을까봐 의심이 들어 손길을 거절했고, 뗏목 실장석은 괜히 왔다면서 툴툴거리고는 멀리 떠나버렸다.



시간이 흐르고 점점 더 물이 불어나자, 발 밑에 버티던 바위도 곧 쓸려나갈 것을 느낀 실장석.

다시 한번 하느님에게 필사적인 기도를 올린다.



"하, 하느님사아아앙!!! 이번에야말로 진짜 구원을 내려주시는 데샤아아아악!!!!"



마지막 힘까지 다 짜내며 열심히 기도한 결과, 운좋게도 지나가던 보트가 이쪽을 보고 다가왔다.

보트에 타고있던 사람들은 바위에서 벌벌 떨고있는 실장석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었다.



하지만 학대파일까봐 의심이 들어 손길을 뿌리치는 실장석.

어리둥절해진 사람들은 뭐 저런 놈이 다있나하고는 그대로 보트를 돌려 멀리 떠나버렸다.



그렇게 바위 위에서 버티던 실장석은 결국 차오르는 홍수에 그대로 휩쓸려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이윽고 하늘나라에 도달해, 하느님 앞에서 꺼이꺼이 울며 따지는 실장석.



"하느님상, 너무하시는 데스우... 와타시가 기도를 두번씩이나 올렸는데 다 무시한 데스, 오로롱!!!"



하지만 하느님은 피식 웃더니 대답했다.









"무슨 소리느냐? 내가 널 보잘 것 없는 실생에서 영원히 벗어나게 해줬으니 이보다 더 큰 구원은 없느니라, 하하하!"






조선 실장석


 

조선 초, 옆나라 왜(​倭​)​에서 실장석이 막 건너왔을 당시 일어난 이야기다.



이름있는 가문이었으나 재주를 갖지 못해 일 없이 노니며 남 참견하는 것을 인생의 낙으로 삼는 인분충 이첨지가 한마을을 배회하던 중이었다.

미천하게 생긴 평민을 발견한 이첨지는 시비라도 틀 참으로 다가갔는데, 마침 평민 옆에 대나무 망태기가 흔들거리는 것이 눈에 띄었다.



궁금증에 대나무 망태기 안을 슬쩍 들여다보니, 빠져 나갈라고 발버둥치는 실장석들이 가득 담겨있는데 정작 뚜껑이 덮혀 있지 않았다.




"이보게나! 이 안에 녹돼지들은 전부 팔팔하게 살아있는 것이 아닌가?"

"예, 나리. 하도 작물을 망쳐서 다 솎아내려고 여기 가둬놓았습니다만..."

"어허, 이 잡것들이 도망이라도 친다면 어쩌려고 뚜껑을 덮어놓지 않는단 말인가! 쯧쯧."



이첨지는 이자를 골려먹을 생각으로 혀를 끌끌차며 평민을 나무랐다.

그러자 평민은 빙그레 웃으며 대답하길,



"당체 실장석이라는 것들은 자기 몸 상하는 것 보다 남 잘 되는 것이 더 걱정인지라, 한 놈이 망태기 밖으로 나가려고 하면 다른 놈들이 힘을 합쳐 끌어내립니다. 이거 보십시오, 무슨 뚜껑이 필요하겠습니까? 허허!"

라고 하였다.



그 말을 듣고 이첨지는 다시 망태기 안을 자세히 살펴보니, 실장석들은 스스로 자기 목숨을 옥죄는 짓을 반복하고 있었다.



"데프프프! 고귀한 와타시는 똥닝겐이 가둔 이 망태기 안에서 벗어나는 데...갸악?! 똥동족들은 이거 놓는 데샤악!!!"

"이 분충이 감히 와타시보다 먼저 빠져나갈라고 하는 데스? 어림도 없는 데샤!!"

"세레브한 와타시가 먼저 나가야 하는 게 인지상정인 데슷!! 똥벌레들은 다들 비키는 데스우!!"

"개소리 말란 데샷! 다들 저 헛소리를 하는 분충놈을 얼른 끌어 내리는 데샤아아아아앗!!!!"



협동심은 커녕 양보심조차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는 똥벌레들답게, 다른 동족이 간신히 위로 올라가 빠져나가려고 할 때마다 밑에 있는 놈들이 질투심에 끌어당기는 것이 반복되었다.

어찌나 잡아당겼던지 발이나 뒷머리, 치맛자락이 성하질 못할 지경이었다.



그러자 이첨지는



"과연 조선 땅에서는 실장석이나 사람이나 다를 바가 없...아니, 사람보다 더 하구나!"



감탄하며 큰 깨달음을 얻었다 한다.



이후 이첨지는 이 일을 교훈삼아 당장 집에 달려가 학문에 매진하였으며, 과거에 응시하여 실장석을 주제삼아 공들여진 시를 써내며 당당하게 급제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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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게 패러디








추자의 하루





곧 겨울을 앞둘 시기의 아침, 빛 한줄기 들지않는 어둡고 차디찬 운치굴 바닥에서 머리카락과 옷 한벌도 걸지치 않은 자실장들이 코츄, 코츄 하며 눈을 붙이고 있었다.

다들 하나같이 몸 곳곳이 퍼렇게 물들어 있었고, 제대로 먹지도 못 했는지 앙상한 뼈가 드러나보일 지경이었다.



이 자실장들은, 가을에 태어난 추자였다.



실장석 사회에서 추자란, 월동 준비를 하는데 필수적인 생산품이자 귀한 노동력이며 보존식이 될 운명에 지나지 않는다. 그저 태어나자마자 친실장에게 실컷 부려먹다가, 이용가치가 없어지면 금방 소모품이 되는 그런 존재.

허나 추자들에게는 거역할수도, 변변찮은 호소도 통하지 않는다. 자신들을 낳아준 핏줄에게 세상 밖으로 나오자마자 옷과 머리카락을 빼앗기고, 매일같이 맞아가며 고통어린 신음을 흘리고 밖에서 쓸만한 자원을 채집해야하는 것이 전부다.

봄에 태어난 춘자들은 시원한 가을 바람을 만끽하며 어울려 놀거나, 친실장의 따뜻한 품 안에 안겨 살아가는데 필요한 이야기를 교육받지만, 추자들은 친실장에게도, 먼저 태어난 언니들에게도 세상물정에 대한 이야기는 커녕 애정 하나 못 받아보고 묵묵히 일하고, 일한다. 일개미마냥.



어제도 뼈 빠지게 밖을 돌아다니며 땅에 떨어진 낙엽이나 열매를 줍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밤이 되서야 귀가한 추자들은, 이것밖에 구하지 못했느냐고 일갈하는 친실장에게 수도 없이 맞고 난 후, 힘없이 운치굴에 귀가해 유일하게 편히 쉴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흙바닥 곳곳에 쌓인 운치를 억지로 먹어 치우고, 누울 공간이 생기자 조금이라도 넓고 편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다투다가 결국 너도나도 힘이 빠져 그대로 잠들어버리는, 추잡하기 그지없는 생활이었다.



그 추잡한 생활은,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일어나는 데스! 이 똥추자년들, 감히 와타시보다 더 늦게 일어나는 데스우? 게으른 굼벵이들 같으니!"



친실장이 운치굴을 덮고 있었던 골판지 조각을 옆으로 밀어내고는 씩씩거리며 피로에 젖어있는 독라 추자들에게 승질을 부린다. 조용하던 운치굴에 눈부신 햇빛과 함께 무서운 목소리를 내는 어미가 들이닥치자, 화들짝 놀라며 흙바닥에서 몸을 일으키는 추자들.

몇몇은 아직도 제대로 수면을 취하지 못 했는지, 초췌한 얼굴로 눈꺼풀을 껌벅인다. 입에서 마른 침이 흘리내리는 것은 덤이고.

친실장은 그 중에서 제일 만만해보이는 녀석에게 다가가, 정신이 번쩍 들게 할 기세로 얼굴을 후려친다.



"이 병신 추자년이! 정신 안 차리는 데샤?!"



철썩, 하고 다시 잠들기 일보직전인 추자에게 거친 주먹을 날리자 안그래도 몸이 성하지 않았던 녀석은 버티지 못 하고 그대로 땅에 엎어진다. 비실거리는 두 다리가 충격을 감내하지 못했던 탓이다.

난데없이 지 어미에게 폭행당한 추자는 엎어진 그 상태로 꺼이꺼이 울면서 억울한 표정으로 친실장을 노려본다. 대체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단 말인가. 피곤한 것도 죄인가?



"이게 잘못했다고 빌어도 모자를 년이, 어디서 고귀한 와타시를 똑바로 쳐다보는 데샤앗!"



화가 끝까지 난 친실장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발길질을 가한다. 흉한 맨머리를 두 손으로 감싼 추자는 그제서야 그만해달라고 용서를 구하지만, 친실장은 그만두지 않았다. 오히려 다리에 더욱 힘을 주고 새끼의 얼굴을 몇 번이고 가격한다.



주변에 있었던 다른 추자들은 벌벌 떨며, 총구에서 얼마되지 않는 분변을 지리고 있을 뿐이었다.






"치프프, 저 천박한 것들 꼬라지 좀 보는 테치."

"정말 더럽고 못생긴 똥벌레들인 테츄! 얼른 나가 뒈져 버렸으면 좋겠는 테츄!"



춘자들이 느긋한 아침 식사를 가지면서, 밖에 혼나고 있는 추자들의 모습을 보곤 비웃는다. 남이 고통받는 광경을 반찬삼아 꿀맛같은 식사를 즐기는 것은 거의 매번 일어나는 일이긴 하다만, 노예나 다름없는 추자들이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볼때마다 그렇게 기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자신들이 저들보다 더 우월하다는 만족감을 얻을 수 있었으니까.



"그거 아는 테치, 차녀챠? 추자들이 저렇게 고통 받을수록 육질이 더욱 우마우마해진다는 테치."

"테! 정말인 테츄? 나중에 마마한테 손질해달라고 해야겠는 테츄웅~"



친실장은 겨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그 날, 저 추자들을 모조리 잡아 내장을 빼내고 골판지 구석에 말리면서 두고두고 먹을 예정이라고 미리 춘자들에게 일러두었다.

그 말을 듣자, 무더운 여름 시절에 때아닌 식량 부족으로 인해 친실장과 함께 운치굴에 있었던 구더기와 엄지들을 있는대로 잡아 먹었던 기억을 떠올린 춘자들.

살려달라며 울부짖던 동생들의 감미로운 살코기 맛을 떠올리자, 절로 군침을 삼킨다.



엄지 구더기 고기도 그렇게 맛있었는데, 추자 고기는 얼마나 맛있을까?



"테프프, 어서 빨리 겨울씨가 와서 추자 고기를 먹고싶은 테치!"



춘자들은 행운아였다. 상위 개체가 되어 하위 개체를 마음껏 포식할 기회가 있었으니.

그리고 그 하위 개체들은 심한 불행아였다. 질리지도 않고 보상없는 업무에 뛰어들어야 했으니.






"이 느림보 새끼들, 더 빨리 못 움직이는 데스? 이 나무 몽둥이 맛을 더 보고싶은 데스우?!"



아침 식사는 고사하고 물 한 모금조차 마시지 못한 채로, 조금이라도 굼뜬 행동을 보이면 여김없이 친실장의 처벌이 내려진다. 추자들은 숨도 제대로 쉬지 않고 가쁜 가슴을 움켜잡고, 주변에 떨어진 마른 낙엽을 줍기에 바쁘다. 겸사겸사 작은 열매라도 보이면 그것도 얼른 챙겨야 했고.

혹시나 열매 한 톨이라도 놓치면, 그것도 처벌이 되었다. 배로 더 맞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거기 제일 작은 놈, 허리를 좀 더 숙이는 데스! 어디서 허리를 필려고 하는 데스? 쳐맞고 싶은 데스우?"



긴 시간동안 숙이고 다녔던 막내 추자가 통증을 참지 못하고 잠시 허리를 피자, 친실장이 나무 몽둥이로 막내 추자를 가리키며 일갈한다. 노예같은 놈에게는 몇 초 안되는 행동이라도 쓸때없는 움직임이라면 사치였기에.

친실장의 노여운 목소리에 움찔, 하던 막내 추자는 다급하게 허리를 푹 숙이며 낙엽을 보이는대로 쓸어 담는다. 그러다, 낙엽 뭉치 사이로 콩알만한 열매 하나가 빠져 나와 땅에 떨어진다. 아차, 하는 표정이 막내 추자의 얼굴에 드러나는 그 순간, 친실장은 이를 갈면서 지저분한 막내 추자의 머리에 나무 몽둥이를 크게 한 방 먹인다.

짧은 비명 한 번 내지르고는 그대로 흙바닥에 내동댕이 친 막내 추자. 방금 전의 고통때문인지, 늘 얻어맞는 서러움인지 모를 색눈물을 흘리며 쉽게 일어나지 못한다. 이제 싫다고, 더 이상 못해 먹겠다고 악을 쓰며 나름 반항도 해보지만, 친실장의 심기만 건드릴 뿐이었다.



"이 건방진 애새끼가 어디서 큰 소리인 데샤!!"



반항은 오래가지 못 했다. 그리고 그 대가는 컷다. 막내 추자는 제대로 눈에 찍혀 하루종일 맞아야 했으니.

그 꼴을 본 다른 추자 자매들은, 자신도 저렇게 될라 마른 몸뚱이를 열심히 움직인다. 허리도 아프고 팔다리도 아팠지만, 매를 맞는 것보단 나았다. 맨살에 흙이 튀고 찬 바람이 뼛속까지 스며 들었지만, 그래도 막내처럼 되고 싶진 않았다.



제일 작았던 추자는 변변찮은 목소리도 못 내보고 반쯤 죽은 고깃덩어리가 되었다.






친실장과 춘자들에게는 쏜살같은 시간이었지만, 추자들에게는 어느때와 다름없이 길고도 긴 시간이었다. 고된 노동을 뒤로 하고 또다시 썩은 내나는 운치굴로 돌아 온 그들은, 골판지 안에 있는 일가들이 어서 저녁 식사를 끝내길 바래야했다.

그래야 분변을 먹을 수 있었으니까.

붉으스름한 노을 빛이 비추는 하늘 아래에서 주린 배를 달래며 하염없이 기다리던 추자들은, 곧 시원하게 트림을 하며 다가오는 발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위에서 자신들을 내려다보는, 어미와 언니들의 눈동자.



전부 다 하나같이 경멸과 비웃음이 담긴, 미천한 벌레새끼를 쳐다보는 눈길이었다.



"식사 시간인 데스, 이 쓰레기들!"



식사 시간이라고 하기에도 웃기지만, 그게 사실이다. 밑바닥 쓰레기들이 먹을 수 있는 유일한 음식이었고, 실생이 끝나는 그 날까지 계속 먹게 될 것이었다. 구토할만큼 쓴 맛이 나는 초록 분변의 맛 외에는 입에 대지도 못 할 것이고, 제대로 된 밥은 구경할 기회도 없는 건 뻔한 일이었다.

적어도 이런 운치굴이 아니라 골판지 집 안에서라도 친실장과 함께 식사했으면 좋으련만.



"귀여운 와타시가 너희들에게 그린 로얄 스플래쉬를 하사하는 걸 감사히 여기는 테치!"



잘 먹고 살집 붙은 엉덩이들이 저마다 운치굴 위에 들이밀고는, 얼룩진 팬티를 내리깐다. 지나가는 사람이 봤다면 바로 욕설과 함께 발로 차버릴만한 광경이었지만, 운 좋게도 친실장과 춘자들은 오늘도 시원하게 볼 일을 본다.

곧, 묽은 운치가 흙벽에 따라 흘러내린다.

극심한 배고픔을 참을 수 없었던 추자들은 다른 자매들을 앙상한 팔로 밀치면서 앞다퉈 운치를 먹으려 달려들고, 그 모습을 보며 희희덕거리는 춘자들.



"테퍄퍄! 하여간 똥에 어울리는 똥벌레들인 테츄! 근데 그거 아는 테츄? 오늘 와타시들이 먹은 건 네놈들의 막내 추자의 몸...."

"차녀!! 그 입 다무는 데스!!"



친실장의 고함에 재잘거리던 차녀가 헙, 하고 입을 닫는다. 추자들을 골려먹는 우월감에 빠져 저도 모르게 오늘 저녁 메뉴를 말할 뻔한 것이었다.

다행인지 몰라도, 밑에 있던 추자들은 운치를 퍼먹느라 정신없어서 듣지 못했다. 친실장은 안도의 숨을 내쉬고, 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차녀를 못마땅한 표정으로 노려본다. 아무래도 오늘 밤에 한소리 할 것이 뻔했다.



더럽고 시끌벅적했던 저녁 시간은 그렇게 빠르게 지나갔다.






(테츄아! 잘못한 테츄! 테에에엥....!)

(다음부터는 저 똥벌레들에게 함부로 입도 뻥긋하지 마는 데스, 알겠는 데샤?!)



매서운 바람이 불어오는 밤, 운치굴 밖에서 이따끔식 들려오는 친실장과 춘자 차녀의 목소리. 그리고 그걸 들으며 대체 뭐 때문에 혼나는 걸까 호기심이 든 추자들.

한 추자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친실장이 저 춘자를 솎아내버렸으면 좋겠다고 중얼거린다. 자신들이 이렇게 고통받는만큼 저녀석도 똑같이 고통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그러자 다른 추자들은 동의하며 울분을 토해낸다. 맞다. 왜 우리들만 고통 받는거냐. 이건 억울하다. 저놈도, 저놈의 춘자 언니도, 다 증오스럽다. 우리들은 여기서 불편한 식사와 잠자리에다 하기 싫은 일까지 억지로 하고 있는데, 이런 건 이상하다!



(테끅, 알겠는 테츄.... 다음부턴 조심하겠는 테츄.)

(옳지 데스, 반성하는 모습이 보기 좋은 데스. 역시 자랑스러운 와타시의 자인 데스~)



그 말이 들린 그 순간, 운치굴 안에 있던 독라들의 얼굴이 동시에 굳어버린다.

적어도 친실장이 좀 더 혼내주길 바랬는데....



(자자, 이쯤하고 오늘은 푹 자는 데스. 일찍 자야 내일도 저 년들을 일찍 깨우고 부려먹을 수 있는 데스!)

(안녕히 주무시는 테치, 마마! 차녀 이모토챠도 잘 자는 테치!)

(고마운 테츄, 장녀 오네챠! 다들 안녕히 주무시는 테츄웅~♡)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걸 듣자, 추자들은 한숨을 푹 쉬며 자신들도 운치 조각이 묻어있는 흙바닥에 드러눕는다. 왜 마마는 춘자들에게만 잘해줄까? 대체 자신들이 춘자들이랑 무슨 차이가 있다고? 같은 뱃속에서 나온 자 아닌가?

하지만 답은 알 수 없었다. 이들은 그 답을 알 기회도 없을 것이고, 그 답을 알기도 전에 이 세상에서 사라질 운명이었으니까.

아니, 어쩌면 적어도 사라지기 직전에 친실장이나 춘자들이 마지막에 답을 알려줄지도 모른다. 그래봤자 추자들은 운명은 변치 않겠지만.






골판지 안의 친실장과 춘자들은 물론이고, 운치굴의 추자들이 새근새근 코를 골며 꿈나라로 가있을 시간, 아직 유일하게 잠들지 못 하고 있는 실장석이 있었다.

정확히는, '실장석이었던 것' 에 불과했지만.



[....찌이이.]



그 '실장석이었던 것' 은, 흉한 독라의 머리통만 골판지 구석에 놓여져 빈약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몸뚱이는 없었다.

이미 눈 앞에 자고 있는 친실장과 춘자 언니들이 맛있게 뜯어 먹었으니깐.



그렇다. 이녀석은 낮에 친실장에게 두들겨 맞었던 막내 추자였다.



[....테에에, 테에에에....]



나무 몽둥이로 수도 없이 맞고 난 그 후, 기절해버리는 바람에 친실상 입장에서는 반 죽은 듯이 보였던 막내 추자는 노동력을 상실한 폐기물이나 다름없이 보였던 것이었다.

아직 이른 감이 있었지만, 오랜만에 스트레스로 깊게 농축된 실장육을 춘자들과 함께 맛보고 싶다는 생각에 일이 끝나자마자 뻗어있는 막내 추자를 골판지로 끌고 와, 위석을 꺼내 물에 담구고 머리통만 간신히 살아있는 보존식으로 만든 것 이었다.

정신이 혼미한 와중에 산 채로 배가 갈라지는 고통을 느낀 막내 추자는, 반사적으로 눈을 뜨자마자 괴성을 지르며 그만해달라고 사정했지만, 친실장의 손은 거침없었다. 겁도없이 반항한 노예의 머리와 몸을 분리시키고, 풍부한 짓소산이 가미된 추자의 몸뚱이를 세 등분시켜 춘자들과 저녁을 해결했다.

어미와 일찍 태어난 자들은 행복한 표정으로 고기를 꼭꼭 씹어 먹었고, 그 광경을 두 눈으로 지켜봐야했던 늦게 태어난 자는 현실을 부정하며 행복회로를 돌렸다. 얼마 돌리지도 못 했지만.



[테에, 테에에엥.... 테에에에에엥....]



늦게나마 현실을 직시한 막내 추자는, 그동안 있었던 일을 되돌아보며 울기 시작한다. 따뜻한 뱃속에서 들었던 마마의 행복을 약속하는 태교. 그러나 태어나자마자 언제그랬느냐는 듯, 소중한 옷과 머리카락을 강탈당하고 감옥이나 다름없는 운치굴에 들어간 일. 그리고 매일같이 고강도의 노동에 시달리고는 운치밖에 먹지 못했던 시간.

세상 밖으로 나온 이후로, 어느 좋은 것 하나 없었다.



그저 일방적인 폭력에 당하고, 또 당했을 뿐....



'와타시는 대체 왜 태어난 테치?'



그 생각이 막내 추자의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아무도 이 지옥에서 구원해주지 못하고,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의 손길을 바라지 못하는 세상.

대체 왜 이런 세상에 태어난 것일까.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길래 이런 모진 삶을 보내야 했던 것일까.


쓸쓸하고 고독한 추자의 하루는 그렇게 끝났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