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장석과 골든 리트리버 1~2

 


 실장석을 기르기 시작한 것도 어느덧 일년이 다 됐다.
 애완동물을 키워보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혼자 사는 독신 생활에서 아무래도 개나 고양이는 조금 부담이 되었다. 고향집에서 개를 이미 키우고 있었기에 그 난이도에 대해 실감하고 있었던 것도 컸다. 대소변을 가리게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고, 무엇보다도 외롭지 않게 놀아주어야하며, 그렇다고 두 마리 이상 키우기에는 또 부담이 된다. 털이 날리는 것도 꽤 큰 문제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래도 지루하고 쓸쓸한 독신생활이었기에 무언가 하나는 키워보고 싶었고, 그래서 선택한 것이 실장석이었다.

 때는 실장석 붐도 상당히 끝난 터라 양질의 실장석이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었다.
 실장석 전문샵을 몇 군데 돌아다니면서 애교가 많고, 외향이 귀여운 실장석 대신 성격이 조용하고 순종적인 놈을 찾았다.
 애완동물은 조용하고 느긋한게 최고다...라는 것이 나의 지론이었기 때문이다. 활발하고 애교가 많은 것은 그 만큼 상대해줘야한다는 뜻이고,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쉽게 무기력증이나 우울증에 빠진다. 나에게 시간이 많다면야 그렇게하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꽤나 바쁘게 살아가는 나같은 샐러리맨에겐 어려운 일이다. 애완동물로 치유를 하려다 오히려 악화되는 게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결국 나는 한 실장숍에서 잘 보이지도 않는 매대의 구석에서 자실장 하나를 찾아내었다.
 다른 놈들은 테치테치 테찌테찌하며 자신을 데려가라고 소리를 지를 때, 테- 하는 표정으로 쳐다만 볼 뿐 보채지 않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주인의 말에 따르면 성격이 특히 조용하고 소심해서 다른 손님들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지만, 머리는 좋다고 한다. 난 몇 가지 대화와 테스트를 통해 그게 사실이란 것을 알았고, 곧바로 3900엔에 구입해서 집으로 데려왔다.


 [너의 이름은 그린이다.]

 [테에에... 와타치 이름을 받은테찌... 마마! 주인님 고마운테찌! 와타찌 반드시 좋은 실장이 되는테찌!]


 그린은 내 생각대로 훌륭한 애완동물이 되어 주었다.
 소심한 성격 덕분인지 내가 집을 비웠을 때도 자신의 집으로 만들어 준 실장전용 조립형 골판지 하우스(복층구조, 1090엔)에서 잘 나오지 않았다.
 내가 말한 '얌전히 집에 있어야 한다.'라는 말을 충실히 지킨 것이다. 보통이라면 어지르지는 않더라도 이곳 저곳을 돌아다닐 법도 한데, 그린은 그런 호기심도 억누른채 주인인 나의 말을 충실히 지킨 것이다. 실장석으로서는 분명히 드문 마음가짐이다.
 보기드문 좋은 실장석이라서 그랬던 것일까. 그린과 나의 동거생활도 별 탈 없이 훌륭하게 지낼 수 있었다.




 [테치! 주인님 공놀이하다 자는 테치!]

 [왜 공을 안 던져주는테치? 어서 공을 던져주세요테치]

 [테치테치! 다음은 와타치가 반드시 잡는테챠!]


 지금 아래에서 떠들고 있는 것은 그린의 자실장이다.
 손바닥만큼 작았던 자실장 그린은 일 년만에 데스데스하는 꽤 커다란 성체실장으로 자라났다. 어릴 때의 귀여움은 없었지만, 그대신 눈치가 늘고 말을 더 잘 들어 계속 키우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보다 결의에 찬 모습으로 그린은 나에게 자식을 가지고 싶다고 말을 했다. 
 처음에는 당연히 거절했지만 그린의 요구는 집요했다. 나는 '자를 낳으면 부담이 커진다.'. '한두 마리를 낳는 것도 아니고 대여섯마리나 그 이상이나 낳을텐데 감당할 수 없다.'. '대개의 사육실장 자들은 분충이 된다.' 등등의 이유를 들었지만, 그린은 막무가내였다. 그린의 말에 따르면 '밥과 물은 지금만큼만 줘도 괜찮은데스! 내가 굶는데스!', '분충인 자는 와타시가 처리하는데스! 슬픈 일은 와타시도 어릴때 많이 보고 배운데스!', '많이 낳아도 슬픈 일을 통해 줄일 수 있는데스! 한 마리만이라도 허락해주시는데스!' 등 제법 논리적으로 반박했다. 항상 조용하고 순종적이던 그린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기에 나는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몇날 며칠이나 계속되는 사정과 호소, 눈물 때문에 결국 나는 허락했다. 다만, 1주일 안에 교육을 끝내지 못하면 내가 직접 너와 그 자들을 집에서 내보낼 거라고 엄포도 잊지 않았다. 그린은 부들부들 떨면서 눈물을 흘리며 큰절을 하는 것으로 답했다.

 그리고 지금 그린의 자는 모두 여덟마리나 되었다.
 예전의 그린의 모습을 쏙 빼닮은 자실장이 여섯에 엄지가 하나, 구더기가 하나였다.
 서너마리까지는 각오했지만, 그것을 훨씬 뛰어넘는 여덟 마리라는 숫자에 나는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했고, 그린은 특유의 소심함과 나의 마음을 거슬렀다는 죄책감이 합쳐져 아주 엄격한 교육을 자들에게 시행했다.

 몇 번이나 할인된 가격으로 팔려왔긴했지만, 실장샵에서 철저한 교육을 받은 탓인지 그린의 교육은 대단히 엄격했고 또 그 나름대로 체계적이었다.
 나의 양해를 얻어 처음 몇주동안은 화장실 안에서 생활하며 일단 대소변을 가리는 교육부터 시작한 그린은 예절교육, 식사교육, 주인님에 대한 개념 등등 자신이 실장샵에서 배운 것을 모두 가르쳤다. 그리고 이후에는 자신이 나와 생활하면서 배웠던 여러 가지 지식들. 내가 무엇을 싫어하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놀이는 조금 귀찮아하고, 어떤 놀이는 좋아하는지까지도 가르쳤다.
 보통 실장숍에서 데려온 실장이 낳은 실장 2세는 분충이 되는게 대부분이라고 들었는데, 신기하게도 그린의 자들은 분충이라고 불릴만한 것이 거의 없었다. 내가 보기엔 다 거기서 거기 같았지만, 그래도 다른 자실장보다 약간 더 큰 장녀와 차녀가 제법 똑똑한 것은 알았다. 그리고 반대로 다른 자실장보다 약간 작은 5녀와 6녀는 울음소리도 '테치'가 아닌 '테찌'로 들리는 것이 조금 모자라보이기도 했다. 7녀인 엄지와 8녀인 구더기는 작아서 그런지 존재감이 더욱 옅었지만, 그린은 그 아이들까지도 소중하게 돌보아주었다.

 화장실을 그린 혼자만이 쓰던 오리 변기에서 동시에 2마리가 볼일을 볼 수 있는 간이화장실 모형으로 바꾸어주었고, 급수기도 자실장용으로 한 대 더 달아주었다. 먹이도 자실장 때는 잘 먹여야된다는 말에 평소 그린이 먹던 것보다 조금 더 좋은 '고영양 실장푸드 레드(10Kg, 3,280엔)'으로 올렸다. 집은 원래 주었던 것이 워낙 큰 것이라서 당분간은 괜찮을듯 하여 그대로 두었다. 보아하니 엄지와 구더기를 가장 안전한 1층의 깊은 곳에서 재우고, 특히 더 건강한 장녀와 차녀, 3녀를 2층에서 재우는 것 같았다.
 늘 아기같았던 그린이 마치 베테랑 주부처럼 아이들을 돌보고, 가르치고, 통솔하는 모습은 놀라웠다. 거기에 자실장들이 따르고, 말을 듣고, 때로는 혼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역시 새로운 즐거움이었다. 거기에 자실장들도 나를 아주 잘 따라서 함께 놀 때는 진심으로 나도 즐거웠다. 늘어난 자실장들 때문에 그린과 놀아주는 시간이 조금 줄었지만, 그런 말을 할때마다 그린은 약간 수줍어하며 괜찮다고 말하는 것도 꽤 대견스러웠다.





 어느 날, 본가에서 전화가 왔다.
 석달 전에 본가에서 기르는 데브쨩이 강아지를 낳았는데, 모두 훌륭하게 컸다는 것이다.
 아주 우아한 크림색 털을 자랑하는 데브쨩은 올해 3살로 내가 직접 전문 농장에서 아주 어린 새끼때부터 받아 키운 녀석이다. 이전의 새끼는 불행한 일로 모두 잃고 한 마리 밖에 남지 않아 누구를 줄 형편이 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여섯마리를 모두 건강하게 낳아 오늘로 3개월째를 넘겼다면서 필요하다면 나도 한 마리 데려가서 기르라고 했다. 나는 당연히 O.K라고 대답하고 그날 중으로 바로 차를 몰아 본가로 내려갔다. 간만에 데브쨩도 보고, 새끼들도 하나하나 만져보고 안아주었다. 역시 모견이 좋아서그런지 새끼들도 하나같이 큼지막하고 귀엽다. 어린 강아지는 모친과 함께 살아야 죽는 일이 적어진다. 너무 어릴때부터 데려다가 키우면 갑작스런 병으로 죽기 쉽고, 살아난다고 해도 허약해서 잔병에 시달리는 일이 많다. 그 최저 한도가 3개월이기 때문에 나도 데브쨩의 출산을 듣고부터 3개월만 지나기를 손꼽아서 기다려왔다.

 데려올 강아지를 고르는 것은 쉬웠다. 새끼들 중에 가장 활달하면서도 몸에 통통하게 살집이 오른 녀석이 단번에 눈에 들어왔다. 골든 리트리버 특유의 펄럭거리는 큰 귀에 짧고 뭉툭한 주둥이, 커다란 눈망울, 북실북실하면서도 깨끗한 크림빛 털, 통통한 앞발과 물갈퀴. 모든 면에서 데브쨩을 쏙 빼닮은 아들이었다. 아버지도 눈여겨 본 녀석인듯 아쉬워했지만, 그래도 내가 억지를 부려 데려가기로 했다. 한 마리로는 외로울 것 같아 두 마리로 할까라고 생각도 해봤지만, 한 마리를 키우는 것과 두 마리를 키우는 것은 천지차이란 걸 잘 알기에 그만두었다. 그리고 외로움은 같이 지내는 그린 가족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심심하지는 않다고 생각했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안고 온 강아지를 현관에 내려주니 약간 경계를 하면서도 신나게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강아지는 귀여운 아기 돼지처럼 생겼기에 이름을 P쨩이라고 붙였다.
 큰 귀를 펄럭이며 뛰어다니는 모습은 통통한 햄에 다리가 달려 걸어다니는 것 같다.


 [주인님 돌아오신 데스우? 수고하신데스우~]

 약간 늦은 밤에 돌아왔는데 그래도 그린이 맞아준다.
 눈이 반쯤 감겼고, 흐리멍텅한 걸 보니 아무래도 자다가 일어난 것 같다.


 [아, 그린. 새 식구를 소개해줄게.] 


 나는 내 방쪽으로 도망간 P쨩을 간신히 붙잡아 그린 앞에 놓아둔다.


 [자~ 오늘부터 같이 살게 된 P쨩이야. 친하게 지내라구.]


 P쨩은 눈 앞의 초록색 생물을 난생처음 본다는 듯 눈을 꿈뻑꿈뻑 한다.
 그린은 몇 번의 산책과 텔레비젼 시청으로 개라는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본 것은 처음이다. 역시 굳은 표정으로 멍하니 바라본다.
 어색한 침묵은 P쨩이 몇 번 그린의 냄새를 킁킁 맡더니 얼굴을 핥짝이면서 끝이났다.


 [데덱!!]


 그린은 깜짝 놀라 몇발자국 뒤로 물러서지만, 계속해서 꼬리를 흔드는 P쨩과 표정을 보고 악의가 없음을 깨닫고 조용히 다가가 자신도 P쨩의 이마 부분을 만져본다.


 [데에에에... 큰 데스우...]


 그린은 처음보는 P쨩의 크기를 보고 압도된다.


 [크지만 아직 태어난지 3달밖에 안 된 아기야. 그린이 잘 돌봐줘야해.]

 [주인님 이게 아기인데스우? 아주 큰 데스.]

 [개는 덩치가 커서 아기도 이 만큼이나 크단다. 자라면 이것보다 훨씬 더 커지지.]

 [데데데데데... 와타시는 상상이 가지 않는데스... 아주 덩치가 큰 아기인데수...]


 그것도 그럴 것이 아직 3개월인 P쨩이 1년 반 정도 산 그린의 키보다 조금 작은 정도다. 거기다 좋다고 덤벼들 떄의 힘은 그린을 훨씬 상회한다. 처음 보는 생물인 그린을 보고 좋다고 달려들어 앞발을 몸에 댔는데, 그것만으로도 그린은 벌렁 뒤집어진다. 
 하지만 반년 안에 그린보다 거의 대여섯배는 더 커질 것이다.


 [데기이이~ 침이 잔뜩 묻은데스우우~]


 넘어진 그린의 배 위에 두 발을 얹고 P쨩은 얼굴과 목덜미를 마구 핥는다. 그린은 일어나고 싶어 발버둥치지만 특유의 불균형적인 신체구조와 압도적인 힘차이로 파닥거리는게 고작이다.


 [간지러운, 간지러운 데슷! 데프프프프! 주인님 도와주시는데스우우우~~!!]


 그린과 P쨩의 첫만남은 그런데로 잘 끝난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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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개월만에 어미와 떨어져서인지 P쨩의 응석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나도 최근에는 일이 별로 없어 오후 일찍 퇴근해서는 거의 P쨩과 함께 놀았다.
 그린과 함께 놀 수 있으면 좋았겠지만, 그린의 자들은 P쨩을 무서워하고 P쨩도 첫만남과는 달리 그린을 약간 경계하는듯해서 친하게 어울리지 못했다.

 아직 새끼라서 서열이 제대로 세워져 있지 않아 그럴 것이다. 개는 실장석과는 달리 같이 생활하는 이들의 서열을 정해 놓는데, 아직 새끼인 P쨩은 그 서열을 제대로 매기지 못한 것 같다. 개 특유의 복종한다는 표시인 자신의 배를 보이는 것도 아직까지 잘 하지 않는다. 그린에게 장난을 쳤다가도 금방 태도를 돌변하여 으르렁 거리는 것 역시 서열 매기기의 일환인 것이다.
 그린 역시 처음 만나보는 개라는 존재에 대해 당혹감을 느꼈다. 아기라고 하지만, 덩치는 자신만큼이나 크고 힘은 더 센 것 같아 물리적인 힘으로 어떻게 하는 것도 불가능했기 때문에 P쨩이 덤빌때면 자신이 어떻게 통제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집에서의 시간 대부분을 P쨩에게 쏟았다. 사람을 아주 좋아하는 골든 리트리버답게 P쨩 역시 잠시도 나와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아직 새끼라서 한창 잠을 잘 때라서 항상 내 옆에 붙어서 자거나 나에게 안겨서 잤다. 노는 것도 아주 가끔 그린과 그린의 자를 멀뚱히 구경할뿐, 대부분 나와 같이 장난을 치며 놀았다.
 덕분에 그린과 그린의 자는 나와 어울릴 시간이 거의 없어지게 되었다.


 [테에에에... 마마... 주인님이 우리들이랑 놀아주지 않는테치이~]

 [그런테치. 맞는테치. 같이 공놀이를 해본 것도 매우 오래된테치!]

 [마마! 마마가 주인님께 같이 놀자고 하면 안되는테찌? 공놀이 하고싶은테찌]

 [안되는데스우!! 마마가 뭐라고 가르친데스? 주인님께 무언가를 요구하면 된다고 한 데스우?!]

 [테엥! 하지만 저 괴물은 항상 주인님한테 요구하는테치! 매일매일 놀아달라고하는테치!!]

 [하루에도 몇번이나 놀아달라고 달려든다테찌!! 그래도 주인님은 놀아주시는테찌! 우리도 하는테찌이이!!]

 [데에... 괴물이라고 하면 안된다고 말한데스우...]

 그것은 사실이었다.
 자신들은 울타리가 쳐진 집에서 하루종일 주인님이 놀아주시기를 마음 속으로 기다리며 얌전히 앉아있지만, 주인님은 오지 않는다.
 몇 번이나 곁눈질을 하고, 간혹 조금 용기를 내서 아이들과 함께 울타리 안에서 공놀이를 하기도 했다. 예전에는 좁은 울타리 안에서 공놀이를 하면 주인님이 넓은 거실에서 하라면서 함께 놀아주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공을 던져도, 아무리 곁눈질을 해봐도 주인님은 놀아주기는 커녕 이쪽으로 눈길도 거의 주지 않았다. 
 오직 P쨩과만 즐겁게 노는 것이었다.


 [P쨩, 아이 예뻐하자. 아이 예뻐~]

 아이 예뻐란 소리에 P쨩은 고개를 꼿꼿이 세우고 목덜미를 자랑하듯 들이댄다. 이때 목덜미를 쓰다듬어주면 기분좋은듯 지긋이 눈을 감는다. 이때의 귀여움이란 이루말할 수 없다.
 몇 번 목덜미를 만지게 해줬으니 됐다는듯 내 손을 빠져나와 이번엔 쇼파 밑에서 흰색 스폰지 공을 주워 가지고 온다. 공놀이는 P쨩이 가장 좋아하는 놀이 중 하나다.

 [공놀이 할까, P쨩?]

 나는 공을 힘껏 거실 한가운데로 던진다.
 두두두두거리면서 힘차게 P쨩이 달려간다.


 [테챳!! 마마!! 저 괴물이 우리들의 공을 가져간테치!!]

 [데뎃?! 무슨 소리인데스?]

 [테챠아아아!! 보는 테치! 저기를 보는테치이이!!]


 차녀가 가리키는 쪽에는 P쨩이 공을 물고 달려가고 있었다.


 [데에에에.... 저건 우리 공인데스우...]

 [마마! 마마! 얼른 돌려달라고 말하는테체!! 주인님께 말해 저 녀석을 혼내주는 테치이이이!!!]

 [테샤아아아아아!! 테샤아아아아!! 당장 내려놓는테치!! 안 내려놓으면 엉덩이를 차주는테치!!!]

 [주인님!! 주인님!! 저건 우리 공인테치!! 당장 빼앗아주는테챠!! 주인님테치!!]

 [공을 놔두는테찌! 도둑놈테찌!! 빨리 돌려주는 테쨔아아아아!!!]


 자들은 있는대로 화를 내며 씩씩거리고 발을 동동 굴러보지만 남자는 알아채지 못한다.
 오히려 P쨩은  말랑말랑한 공의 감촉이 마음에 들었는지 공을 잘근잘근 씹더니 앞발로 단단히 잡고 물어뜯기 시작한다.

 [마마!! 마마아아앗!! 보는 테치!! 공이 망가지고 있는테체아아아!!!]

 [데게에에엣!! 공이 부숴지고 있는데스우!!]

 [마마!! 어떻게 좀 해보는테치이이!!]

 [테에에에엥!! 테에에에에에엥!! 마마!! 주인님!! 테에에에엥!!]

 [도둑놈인테치!! 와타치가 반드시 혼을 내주는테치!!]

 [얼른 돌려놔라 테챠아아아 테샤아아아~!!!]


 결국 그린은 더이상 참지 못하고 남자를 부른다.
 성체실장인 그린의 목소리는 자들보다 월등히 커서 남자의 주의를 끄는 데는 성공했다.


 [뭐야? 무슨 일이야, 그린?]


 남자는 즐거운 공놀이를 방해받아 기분이 썩 좋지 않았고, 그것을 가리지 않고 드러냈다.
 그린도 그것을 감지한듯 잠깐 머뭇거렸지만, 집 안에서 숨어 지켜보고 있는 자들을 생각하고 용기를 내서 말했다.


 [데, 데... 저건 와타시의.. 아니 우리들의 공인데스우... 그런데 P쨩이 공을 망가뜨리고 있는데스... 돌려주길 바라는데스우...]


 그 말에 남자는 더욱 인상을 찌푸리면서 말한다.


 [겨우 그런 거 가지고 밤에 소리를 지른 거였냐? 다음에 하나 사줄게.]

 [데, 데에? 그, 그런게 아닌데스우... 저건 와타시와 자들과... 주인님의 추억이 담긴 물건인 데스우... 다른 공보다 저것이 소중한데스...]

 [뭐 그런거였나. 알았어. 하지만 이미 P쨩이 가지고 놀아서 망가졌어. 그러니 새것으로 하나 사줄게]

 [데스우우!! 부탁드리는데스우! 주인님 공을 돌려주시는데스우우!!]


 자신의 호의에도 계속해서 반항하는 그린을 보는 남자의 얼굴은 점점 더 굳어졌다.
 하지만 고개를 숙인 그린은 그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저 공은... 와타시가 어릴 때부터 함께 놀았던데스... 자들을 낳은 이후에도 계속 함께 놀았던데스. 이번에는 와타시가 잘못해서 밖에 놔둔데스. 다음부터는 더욱 소중히... 데개!!]


 짝! 소리가 나면서 그린의 뒷통수에 검은 줄이 하나 생겼다.
 갑작스러운 소리와 통증에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든 그린의 눈에 대나무 회초리를 들고 있는 남자가 비쳤다.


 짝!!

 [데개액!!]

 이번에는 회초리가 멀뚱히 쳐다보는 그린의 얼굴 위에 떨어졌다.
 길고 굵은 빨간줄이 그린의 왼쪽 눈에서 오른쪽 턱까지 새로 그여졌다.


 [데갸아아악!! 아픈데스! 아픈데스우우!!]


 그린은 얼굴을 찢는 듯한 격통에 몸을 뒹굴며 부르짖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뿌직뿌직 녹색 변이 팬티에 묻어 나온다.
 그걸 보는 남자의 얼굴은 더더욱 굳어 들어간다.


 [아직도 똥을 못 가리는거냐? 에잇! 에잇! 갑자기 왜 그렇게 멍청해진거냐? 에잇!!]


 짝!!

 짜악!! 쫙!!


 [데갸아악!! 데기!! 데보악!!]


 그린은 손발을 휘두르며 날아오는 회초리를 막아보려고 애쓰지만, 팔로 막으면 팔에 붉은 줄이 새겨지고 발로 막으면 발에서 피가 튄다.


 [데기이이이이!!! 주인님!! 그만둬주시는데스우우!! 와타시가 잘못한데스!! 살려주시는데스우우!!]


 한참동안 엎드려서 등판으로 매를 받아내던 그린이 마침내 참지못하겠는듯 다시 일어나서 무릎을 꿇고 빈다.
 얼굴은 바둑판처럼 붉은줄이 몇 개나 죽죽 그어져 있고, 빌고있는 두 손에서는 살점이 묻어 떨어진다. 옷 위에 새겨진 검은 선은 피가 베어나온 것인데, 그 검은 선도 온 몸에 수십 개나 드러나 있었다.


 [잘못한데스! 잘못한데스우! 다시는 욕심을 부리지 않는데스!! 용서해주시는데슷!]


 사력을 다해 피가 뚝뚝 떨어지는 손을 비벼대는 그린이지만 남자의 눈은 여전히 엄격하다.


 [그린, 네가 뭘 잘못했는지 알고 있어?]

 [데, 데에... 똥을 아무데나 싸버린데스... 죄송한데스우...]


 짝!!


 [데기!!]


 회초리가 다시 그린의 얼굴에 빨간 선을 새긴다.


 [그게 아니다. 넌 내가 공을 새로 사주겠다고 했는데도 계속해서 반항을 했다. 여기서 사는 이상 어떤 경우에라도 내게 반항을 하거나 하려는 기미도 보여선 안돼. 알겠나?]

 [데, 데에에에... 알겠는데스. 알겠는데스우! 죄송한데스! 주인님 정말 죄송한데스우...]

 [...들어가 자라.]


 남자는 회초리를 다시 테이블에 두고 방으로 간다.
 한참동안이나 얻어맞는 그린을 지켜보던 P쨩은 잠시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다 찢어버린 공을 내던져두고 남자를 따라 방으로 신나게 뛰어들어가 품에 안긴다.



 남자의 인기척이 완전히 사라지자 그린의 골판지 하우스에서 자들이 울면서 뛰쳐 나온다.


 [테에에에에엥!! 마마!! 마마아아아앗!!]

 [마마! 마마! 괜찮은테치? 괜찮은테치?? 테에에에에엥~]

 [마마아아!! 피가 많이 나는테치이이!! 마마!! 정신차리는테치!!]


 자들은 피투성이가 된 그린 옆에서 테치테치 울며 발만 동동구르고 있다.
 마마를 만지고 싶지만, 빨간 줄에서 피가 뚝뚝 흘러나와 보기만 해도 아플 것 같다.
 괜히 건드렸다가는 마마가 더 괴로워할 것 같아 아무도 손을 대지 못하고 울고만 있었다.


 [마마!! 마마!! 정신차리는테챠아아!! 마마!!]

 [.....마마는 괜찮은데스우... 그것보다 조용히하는데스...]

 [테에에엥!! 마마!! 괜찮은테치이?]


 5녀와 6녀가 반쯤 몸을 일으킨 그린에게 달려가 품에 안기는 것을 시작으로 모든 자들이 그린을 둘러싸 안는다.


 [마마!! 마마아아앗!!]

 [데스우... 조용히 하는데스... 울면 안되는데스우... 주인님이 또 화내시는데스우...]


 친실장도 역시 피눈물을 흘리면서 함께 울고 있는 아이들을 꼭 껴안는다.
 혹시라도 울음소리가 새어나가 주인님을 다시 화나게 할까봐 필사적으로 울음을 참으려하지만, 그래도 눈물이 흐르고 끅끅 소리가 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테에에엥... 테에에엥... 테끅... 테끅... 마마... 마마가 왜 맞은테치? 주인님이 왜 때린테치?]


 한참을 울고 잠시 진정된 사이 장녀가 묻는다.


 [그런테치!! 주인님이 나쁜 테챠!! 마마는 아무런 잘못도 없었던테치! 그 괴물놈이 나쁜테치!!]

 [오네챠 말이 맞는 테찌! 마마는 공을 돌려달라고 말했을뿐인테찌!! 그런데 왜 때린테찌? 오네챠 말대로 주인님이 나쁜테찌?]

 [데엣!! 차녀쨩! 그런 말을 하면 안되는데스우웃!!]


 주인탓을 하는 차녀의 말에 그린은 화들짝 놀라 차녀의 입을 막는다.


 [테치! 와타치의 말이 틀리지 않은테치! 마마가 맞을 이유는 없었던테치!!]

 [데에에.. 그렇지 않은 데스우... 와타치가 잘못했던데스우...]

 [테에에에? 마마가 무엇을 잘못한테치? 그런거없는테체!!]

 [아닌 데스... 와타시가... 와타시가 주인님의 말에 반항했던데스우...]

 [테엣? 공을 돌려달라는게 왜 반항인테치? 그건 와타치타치의 것인테치!]


 차녀의 계속된 말에 그린도 답할 말을 찾지 못하고 멍하니 있는다.
 아까 전에는 잘못했다고 빌었지만, 정말 내가 잘못한 걸까? 분명 우리들의 공을 돌려달라고 한 것이 잘못한 것일까?
 그린은 답을 알 수 없었다.


 [......주인님의 말은 무조건 옳은데스. 그래서 마마도 오늘 혼이 난 데스. 너희들도 주인님의 말은 무조건 따르는데스...]


 그린은 늘 해왔던 말로 자들을 달랬다.
 그러나 자들 중 누구도, 심지어 그린까지도 납득하지 못한 듯한 얼굴이었다.



 그 일이 있은 후, 그린과 자실장들은 한층 더 조용해졌다.
 자실장들이 자신들의 마마가 처참하게 매를 맞는 것을 보고 겁을 먹었기도 했지만, 그것보다 그린이 몸가짐을 더욱 더 주의하도록 한 것이 더 컸다.
 그린은 그 날 이후로 이전보다 훨씬 강도 높은 통제를 하기 시작했다. 울타리를 걸어잠그고 자신의 허락이 없이는 누구도 밖에 나가지 못하게 했다. 이전에는 그래도 하루에 한 번씩 그린의 인솔에 따라 울타리 밖에서 거실을 두어바퀴 걸어보거나 자매들끼리 술래잡기라도 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것도 금지되었다. 운동은 울타리와 골판지 하우스 사이의 자그마한 공간에서 하는 것으로 대신했는데, 공간이래봤자 자실장 여섯이 들어서면 움직일 틈도 별로 없을 정도로 좁아서 술래잡기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자들은 그 좁은 곳에서 두어명씩 짝지어 이쪽 울타리 끝에서 저쪽 울타리 끝까지 하염없이 걷거나 아니면 울타리 창살을 붙잡고 빈틈으로 거실의 광경을 구경하는게 고작이었다.

 한창 뛰어놀고 싶은 나이의 자실장들은 답답한 생활을 견디지 못해 하루에도 몇 번이고 그린에게 나가 놀자고 졸랐지만, 그린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안되는데스! 지금 너희들은 집도 있고,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자매도, 그리고 마마도 있는데슷!! 마마는 이것보다 훨씬 좁은 곳에서 혼자서 오랫동안 있었던데스! 겨우 이 정도로 불평하는 자는 분충인데스우!!]

 오랫동안 엄격한 훈육을 받고, 또 그것보다 더 오랫동안 좁은 케이지에 갇혀 있었던 그린은 자들의 투정을 일언지하에 무시해버렸다.
 그린의 입장에서 보면 지금은 집도 있고, 따뜻한 이불도 있고, 밥도 마음대로 먹을 수 있고, 무엇보다도 함께 지낼 수 있는 가족이있는데. 자신이 있던 그 쓸쓸하고 추웠던 케이지보다 훨씬 훌륭한 환경인데. 거기다 겨우 며칠밖에 되지 않았는데. 그런데도 투정을 부리는 자들이 오히려 더 한심하다.


 [테에에엥.. 마마... 지금은 괴물... 아니 P...쨩도 없는테치... 와타치타치들 술래잡기하고 놀고싶은테츄!]

 [그런테치! 마마아.. 벌써 몇 밤이나 나가 놀지 못한테치! 낮잠도 이제 지겨워테츄!!]

 [한 번 안된다고 말했으며 안되는데스!! 너희들은 정말 분충인데스우?!]

 [테에에에... 마마아아아....]

 [안 되겠는데스. 이리 가까이 오는데스! 마마의 말을 어기고 투정이나 부리는 자는 아주 혼쭐을 내주는데스웃!!]


 그린은 계속해서 칭얼대는 차녀를 덥석 잡아들고 땅바닥에 쓰러트린다.
 테에에에엥- 하고 양손 양발을 바둥거리며 울음을 터뜨리는 것을 무시하고, 번쩍 들어 배가 아래쪽으로 가게 엎어놓은 다음, 손을 들어 엉덩이를 마구 때리기 시작한다.


 [테에엣챠아!! 아픈테치!! 아픈테치이이이!!!]

 [왜 자꾸 마마의 말을 안 듣는데스?! 밖은 위험하다고 몇 번이나 말한테치!!]

 [테에에엥!! 테에에에에엥!!! 테에에에에에에에엥!!!]

 [마마의 말을 왜 안 듣는데스?! 마마의 말을 듣지않는 차녀쨩은 분충인데스우?!]

 [테에에에에에엥!! 아닌테치!! 테에에엥!! 아닌테체아아아!! 와타치는 분충이 아닌테치!!]


 그린은 피눈물을 흘리며 바둥거리는 차녀의 엉덩이를 용서없이 찰싹찰싹 때린다.
 그린의 화난 모습에 함께 칭얼대던 3녀와 4녀, 5녀, 6녀 모두 그 자리에 돌처럼 굳어버린다.
 장녀만이 안절부절하며 그린을 말리려고 하지만, 그린의 손은 여전히 멈추지 않는다.


 [테챠아아아!! 아픈테츄! 아파테치!! 마마!! 와타치가 잘못한테치! 테에에에에엥!!!]


 겨우 매질이 끝나고 차녀는 그대로 땅바닥에 엎드려 고개를 박고 꺼이꺼이 운다.
 장녀가 다가가서 차녀를 일으키려하지만, 뿌려친다.

 그린 역시 거친 숨을 하아하아 내쉬면서 차녀를 내려다본다.
 그린도 마찬가지로 얼굴빛이 어둡다. 자신이라고해서 자들과 나가 놀고 싶지 않은게 아닌데.
 하지만 지금은 주인님이 화가 나셨으니 얌전히 몸가짐을 하고 있어야 할때인데.
 조금만 참으면 다시 주인님도 화가 풀리실테고, 그러면 다시 놀 수 있을텐데.
 그걸 알아주지 못하고 떼쓰며 기다려지 못하는 자들이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그만큼 자신 때문에 자들이 나가 놀지 못하게 된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가득했다.


 [모두 집으로 들어가는데스. 낮잠을 잘 시간인데스우.]


 그린의 말에 모두가 우르르 집안으로 들어간다.
 누구하나 투덜대는 이가 없다.
 장녀 역시 머뭇거리다가 할 수 없다는듯 차녀를 놓고 들어간다.


 모두가 사라진 마당을 둘러보던 그린은 아직도 엎드려 테끅테끅 울음을 삼키는 차녀에게로 다가간다.

 [테에에에엥... 테끅... 테끅... 테에에엥... 마마 미운테치...]

 [.........]

 그린은 아무말 않고 쓰러진 차녀를 일으켜 자신의 하얀 앞치마로 얼굴을 꼼꼼히 닦아준다.
 차녀도 겨우 진정이 됐는지 울음은 멈추고 거친 숨만 테에테에 내쉰다.
 한동안 상냥한 눈으로 차녀를 내려다 보던 그린은 차녀를 한 번 꼭 안아준다.


 [테에에에... 마마...테츄...]

 [밖에 나가 노는 건 조금만 참는 데스우... 차녀쨩은 참을 수 있는데스우?]

 [테...... 응... 마마...]

 [...너는 좋은 자인데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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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린은 차녀를 데리고 집으로 들어간다.
 이미 장녀가 동생들과 함께 잠자리를 만들고 있다.
 두껍고 부들부들해서 푹신푹신한 목욕용 타올을 밑에 깔고, 담요로 쓸 그보다 조금 작은 수건을 자매들 개수만큼 꺼낸다. 아직 덩치가 작아 언니들의 몸무림에도 크게 다칠 수 있는 엄지쨩과 구더기쨩은 마마와 함께 자기때문에 필요없다. 장녀와 3녀는 동생들에게 수건을 나누어 주고 있고, 나머지는 구석구석을 살펴보며 구겨진 곳이 없도록 목욕타올을 팡팡 펼치고 있다. 


 [자, 모두 눕는데스우. 낮잠 잘 시간인데스]

 [[[[[네, 마마]]]]]


 차녀도 군소리 없이 자리에 눕는다.
 장녀가 그런 차녀의 어깨를 두드려 준다.
 다른 자실장들도 볼을 부풀리고 투덜투덜 볼멘소리를 냈지만, 하나도 반항하는 자는 없이 모두 눕는다.
 그린은 누운 자들의 숫자를 세어 맞는 것을 확인하고, 입구 바로 앞에 눕는다. 
 혹시나 자신이 자는 사이에 아이들이 나가지나 않을까해서이다.


 [자, 엄지쨩. 구더기쨩을 데리고 마마에게 안기는데스우]

 [알겠는레츄~ 레챠~ 마마 냄새 너무 좋아레츄♥]

 [데에에에... 응석받이인데스우~]

 [레치! 아닌레치! 와타치는 응석꾸러기 아닌 레챠!]

 [네네 알은데스. 얼른 자는데스]


 얼마 지나지 않아 집안은 고로롱 고로롱 코 고는 소리에 잠긴다.

 .
 . 
 .
 .
 .
 .



 [.....모두 잠든테치]

 [쉬이! 6녀! 목소리를 내지마는테치!]

 [........]

 [조용히 오네챠를 따라오는테치]


 집의 가장 안쪽의 수건 안에서 무언가가 꾸물거리더니 불쑥 머리를 내민다.
 3녀와 6녀이다.
 둘은 신발까지 벗은 채로 아주 조심스럽게 창문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단번에 뛰어넘는테치!]


 3녀가 먼저 신발을 창밖으로 넘기고, 뒤를 이어 자신도 한 손으로 창문턱을 짚고 넘어간다.
 6녀도 뒤를 한 번 슬쩍 돌아본 다음에 창을 타넘는다.


 [테챳!]

 [쉬잇!]

 [테찌이... 엉덩이를 찧은테쮸...] 

 [조용하는테치!]


 다시 신발을 신은 3녀가 앞장서서 울타리의 문으로 재빨리 달려간다.
 6녀도 눈물을 글썽이며 엉덩이를 문지르면서 따라간다.


 [자, 엎드리는테치! 오네챠가 올라가서 문을 여는테치!]

 [테에에에...]

 [얼른 엎드리는테치! 시간이 없는테치!]


 3녀의 재촉에 어쩔 수 없이 6녀는 엎드리고, 3녀가 그걸 밟고 올라가 문에 걸려있던 걸쇠를 풀어낸다.
 문 여는 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스레 민 다음, 그 틈새로 두 마리가 재빨리 빠져나간다.


 두 마리는 한참을 뛰어 거실 한가운데까지 온 다음 겨우 멈추고 주저않는다.


 [테에... 테에... 이쯤되면 안들리는테치! 성공한테치!]

 [이렇게 마음껏 달려본 건 정말 오랜만인테찌! 기분좋아테쮸!]

 [테에... 테에... 숨이 차는 테치........ 자, 이제 가는테치! 시간이 얼마 없는테치!]

 [테에에에에... 언니쨩... 정말 하는테찌? 그냥 우리들 여기서 놀다 그냥 돌아가면 안되는테찌?]

 [무슨 말을 하는테치! 우리는 그냥 놀려고 나온게 아닌테치! 마마의 복수를 해주는테치!]

 [테찌이이... 무서운테찌...]

 [무서워할 것 없는테치! 방금 우리가 몰래 나온 것처럼 이번에도 몰래 가서 가져오기만 하면 되는테챠!]

 [테에에에....]


 3녀가 6녀를 데리고 나온 것은 얼마 전에 자신들의 공을 찢고, 사랑하는 마마를 닌겐에게 맞도록 만든 괴물에게 복수를 하기 위함이었다.
 3녀의 논리에 따르면, 그 괴물이 우리들의 공을 망가뜨렸으니 우리도 그 녀석 집에 가서 공이든 다른 장난감이든 망가뜨리는 것은 정당하다고 말했다.
 그러니 우리도 P쨩이라는 그 괴물에게 복수를 하자고 자매들을 설득한 3녀였지만, 그 말에 동조하는 이는 없었다. 장녀는 그런 3녀를 엄히 꾸짖으면서 '그런 위험한 일은 생

각도 하지마는테치!'라고 말했고, 항상 용감하던 차녀도 '마마도 이기지 못한 놈인테치. 무리테치'하며 말렸다. 동생인 4녀, 5녀도 마찬가지였다. 6녀는 조금 관심을 가지는듯했지만, 결국 거절했다. 

 3녀의 계획이 성공하려면 울타리 문을 열기 위해 최소한 하나의 자매는 필요하다. 그래서 3녀는 조금이나마 관심을 보인 6녀를 필사적으로 설득했다.
 '위험한 것은 전혀 없는테치', '몰래 나갔다가 몰래 돌아오면 되는테치', '마마도 반드시 칭찬해주는테치', '닌겐에게도 안 들키는테치' 등등...
 그런 3녀의 노력에 결국 6녀는 거사에 동참하기로 했다. 사실 6녀는 그냥 넓은 곳에서 나가 놀고 싶었을 뿐이었지만.


 [자, 조용히 따라오는테치! 지금쯤 놈은 자고있을 것인테치!]

 [테에에에.. 안 자고 있으면 어떡하는테찌?]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는테치]


 자실장 두 마리는 타박타박거리며 거실을 벗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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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치! 보는테치! 자고 있는테치!]


 P쨩의 방 앞에서 문틈으로 안을 엿보던 3녀가 환호한다.
 3녀의 손이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무언가 하얀 것이 엎드려 있다.
 자세히 보니 눈도 감고 있고, 배가 들어갔다 나왔다 하고 있다.


 [테찌... 정말인테찌...]

 [잘된테치! 자, 가까이가는테치!]

 [테에에에...]

 [걱정마는테치! 와타치가 앞장서는테치. 신발을 벗고 조용히 따라오는테치.]


 3녀는 6녀의 손을 잡고 방안으로 이끈다.
 그리고 조심조심 깊숙히 걸어간다.
 뼈다귀처럼 생긴 장난감, 인형에 화려한 색깔의 공이 삐죽히 튀어 나와있는 상자가 저 뒤에 보인다.
 그러려면 저 괴물을 지나야한다.
 하지만 괜찮다. 그 괴물은 지금 저렇게 드르렁거리며 자고 있으니까.
 쥐도새도 모르게 감쪽같이 훔쳐낼 수 있을 것이다.

 .
 .
 .
 .
 .
 .
 .
 .
 .

 그러나 3녀는 근본적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개는 자신들처럼 둔하지 않다. 

 지능은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육체적 능력은 그야말로 세상에 존재하는 생물들 중 최하위에 랭크되어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닌 실장석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아무리 잠을 자고 있다고해도 인간이 느끼지도 못하는 작은 소리도 캐치해내는 것이 개이다. 아직 어린 강아지라고해도 그 정도는 당연히 갖추고 있는 것이다.


 [텟!]


 살금살금 앞서 걸어가던 3녀의 몸이 딱 하고 멈춘다.
 분명 아까까지만해도 쌔액- 쌕- 거리며 잠들어 있었을 터이다.
 신발까지 벗고 그렇게 살금살금 걸어왔는데,
 숨소리도 감춰가면서 그렇게 몰래 다가갔는데,
 이 괴물이 눈을 떠버린 것이다.

 [테... 테에에.. 테테테테테...]

 [오네챠? 왜 그러는테치?]




 P쨩의 작은 눈꺼풀이 번쩍 떠지면서 새까만 눈동자가 자신에게 다가오던 작은 초록색 물체를 잡아낸다.
 초록색 물체는 자신보다 작지만, 두 개나 있다.
 언젠가 본 적이 있는 것들이다. 분명 바깥의 넓은 방... 거기서도 구석에서 사는 것들.
 예전에는 더 커다랬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그것보다 많이 작다.
 아... 갑자기 몸을 돌려 달아난다.
 놀자는걸까?
 이전에 형제자매들과 달음박질 치며, 잡아서 물고 뒹굴며 놀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희미하지만 분명 그렇게 놀았던 것 같다.
 지금도 그렇게 놀자는걸까?


 [테챠아아아아아!!! 도, 도, 도망가는테챠아아아아!!!]

 [오네쨩!! 오네쨔!! 와타치도 데려가는테찌이이이!! 다리가 안 움직이는테찌!!!]


 기세등등하던 3녀의 모습은 사라진지 오래다.
 피눈물을 휘날리며, 얼굴을 잔뜩 일그린채 왔던 길로 달려 도망간다.
 6녀는 갑자기 도망가는 언니를 멍청히 바라보느라 상황파악이 늦었다.
 뒤늦게 기억난듯 '하!' 하며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괴물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 바로 앞에서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6녀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채 입만 몇 번이나 뻐끔뻐끔거리더니 다리가 풀려 그대로 주저앉아버린다. 
 이미 잔뜩 빵콘해버려 팬티는 녹색점액으로 점점 부풀어오른다.
 다리가 풀린데다 다리 사이의 팬티가 똥으로 가득차버려서 6녀는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땅바닥을 벌벌 기면서 언니만 애타게 찾을 뿐이다.


 [농담이 아닌테치! 농담이 아닌테치! 너무 큰 테챠! 가까이서 보니 무지 큰 테챠아아아!! 아아아아아아!!!]

 [도망가는테치! 도망가는테치! 도망가는테치! 도망가는테치!!]


 그러나 언니는, 3녀는 이미 6녀의 존재를 머릿속에서 깨끗이 잊어버렸다.
 필사적으로 앞만 보면서 텟치텟치하며 달려나갈 뿐이다.
 펄럭거리는 치맛자락을 양손으로 움켜쥐고 눈물을 흩뿌리면서 미친듯이 뛰어간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다리는 빳빳하게 굳어들어가지만 그래도 뛴다.
 왜인지 모르지만 눈물도 가득가득 흘러나온다.


 [테에... 테... 오네쨔... 오네쨔아... 가버렸다테찌...]


 6녀는 엎드린채 3녀가 사라진 방향을 멍하니 쳐다본다.
 방금 전까지는 네발을 버둥거리며 필사적으로 앞으로 기어나갔지만, 믿었던 언니가 자신을 버렸다는 충격에 망연자실한채 멈춰 서있을 뿐이다.
 붉은 물, 초록색 물로 물들었던 두 눈은 그 생기를 잃고 회색빛으로 굳어들어가고 있다.
 큰 충격에 머리가 멍해지고, 가슴이 답답해진다.


 [...오네...쨔... 와타찌도... 데려가는테찌...]

 [와타찌... 착한 동생이었던테찌... 왜 버리고가는테찌...]


 몇 번이나 멍하니 중얼거리던 6녀가 한순간 말을 핫! 하고 멈춘다.
 또 다시 잊고 있었던 무엇이 기억난 것이다.


 [테에... 테테테테테....]


 6녀는 다시 피눈물을 쏟으면서도 조심스럽게 고개를 뒤로 돌려본다.



 P쨩은 몹시 불쾌한 기분이었다.
 밥을 배불리 먹고 기분좋게 낮잠을 자고 있었는데, 무언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깼다.
 깊이 잠들었다 갑자기 깬 것이라 그것만해도 눈앞이 흐릿-하고 머리가 멍- 한 것이 영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자신의 영역에 무언가 처음 보는 것들이 들어와 있는 것을 보

고 깜짝 놀랬다.

 고개를 몇 번 갸웃거리면서 왜 이게 여기에 있을까 생각해보지만 얼른 떠오르지 않는다.
 몇 번 본적은 있는 것들이다. 저쪽 구석에 사는 이상한 것들.
 자신과는, 자신의 형제자매들과는, 자신의 마마와는, 지금 자신을 돌봐주는 우두머리와는 전혀 다르게 생긴 것들.

 그러다가 갑자기 달아난다.
 처음에는 놀자는 것인줄 알았다.
 그런데 한 마리가 돌연 고약한 냄새를 나는 똥을 싸면서 생각은 전혀 달라졌다.

 이것들은 놀려고 나를 찾아온 것이 아니다.
 내 영역을.
 내 집을 침범해서, 
 자신들의 냄새로 덮어버리려고 한다.
 여기를 차지하려고 하는 것이다.

 거기다가 계속해서 시끄러운 소리를 지른다.
 내 집을 침범하고, 
 또 더럽히고,
 이제 소리까지 지른다.


 [왕!!]

 P쨩은 불쾌한 기분을 모두 담아 힘을 다해 짖었다.
 아직 어린 강아지의, 아기처럼 귀여운 높고 가는 소리였지만 실장석들을 놀래키기에는 충분했다.
 특히 바로 앞에서 그 소리를 고스란히 받아낸 6녀는 거품을 물고 기절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테캬!]

 6녀는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고서는 툭 쓰러진다.
 입에서는 거품이 뽀글뽀글 흘러나오고, 두 눈은 급격하게 흰색으로 물들어간다.
 너무나 심한 스트레스와 충격때문에 뇌가 위석을 보호하기 위해 의식의 차단기를 내린 것이다.

 하지만 P쨩은 그렇다고해서 지금까지의 일을 용서해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으릉! 으르르릉!!]

 P쨩은 가는 울음소리를 내면서 6녀의 왼팔을 물었다.
 자신이 어릴때 형제들에게 한 것보다 조금 세게 물었다. 이 정도로 세게 물면 자신들의 형제들은 깨갱! 거리며 아프다고 울어댔다. 그 정도로 혼을 내줘야겠다.

 뿌득!

 P쨩의 이빨에 힘이 실리자마자 6녀의 팔은 그대로 뚝 끊어져 버린다.
 갑자기 팔뚝이 어깨에서부터 잘린 덕분에 그 반동으로, 힘껏 당기던 P쨩이 뒤로 톡 나가떨어진다.

 [끄응?]

 P쨩은 뭔가 싶어 입에 든 것을 팻 하고 뱉어본다.
 고기조각같은 것이다.
 왜 이런게 나온 것일까?
 자신들이 형제자매와 놀 때는 한 번도 없었던 일이다.
 P쨩으로는 이해할 수가 없다.

 어쨌든 갑자기 생긴 고기이니 사양하지 않고 먹는다.
 입에 6녀의 팔을 넣고 우물거리면서 이번엔 반대쪽으로 가 반대쪽 팔을 왕~ 하고 물어본다.
 역시 뚝 끊어진다.

 [끄으으응...]

 이상한 녀석이다.
 P쨩은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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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이제 모두 일어나는 데스우. 저녁밥 먹을 준비를 하는데스]

 골판지 하우스에서는 그린이 낮잠시간이 끝났음을 알리고 있었다.
 배를 쓱쓱 문질러보니 약간 배가 고픈 것 같다.
 자신이 이 정도로 배가 고프면 먹성 좋은 자실장들은 훨씬 더 고플 것이다.
 빨리 맛있는 밥을 먹여야겠다는 생각에 아직 테치테치 잠들어 있는 자들을 하나씩 깨운다.

 [테치... 졸린 테치...]

 [마마아... 지금 자고 나중에 먹으면 안되는테치이?]

 [테치이...]

 [안되는데스우~ 지금 너무 자면 밤에 잠을 자지 못하는뎃슨~ 조금 참고 저녁을 먹고 놀다가 자는데스우~]

 그린은 잠투정을 부리는 자들을 하나씩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면서 달랜다.
 그래도 장녀와 차녀는 언니답게 벌써 일어나서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2층에서 잠을 잔 엄지쨩과 구더기쨩을 받아 1층으로 내려주고 있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그린이 바라본다.

 [우웅~~테치... 잘 잔 테치...]

 [데에~ 빨리 4녀쨩도 3녀쨩과 함께 장녀 언니를 도와 이부자리를 정리하는데스~]

 [네 테치...]

 [그리고 5녀쨩과 6녀쨩은 어서 식기를 꺼내 밥먹을 준비를 하는데스~]

 [네 테츄!]


 그리고선 친실장은 집밖에 놔둔 사료통으로 간다.
 사료는 남자가 항상 충분하게 담아두기 때문에 언제라도 그린이 꺼낼 수 있도록 해놓았다.
 하지만 그린은 자신이 남자에게 배운대로 아무때나 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항상 정해진 시간에만 자들에게 밥을 먹였다. 그러는 이유는 단 하나뿐이었다. 자신이 남자에게 그렇게 교육받았기 때문이다. 그렇기때문에 그린은 자들이 배가 고프다고 자주 보채도, 식사시간 전에 밥을 먹자고 떼를 써도 항상 정해진 시간에만 밥을 먹였다. 그린에게 있어 남자의 가르침은 무조건 옳았고, 자들 역시 그런 남자의 가르침대로 해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린이 사료통의 뚜껑을 열고 안에 들어있는 작은 실장용 삽으로 사료를 떠낸다.
 떠낸 사료는 그린이 들고 온 이리저리 찌그러진 알루미늄 컵으로 들어간다.
 그렇게 사료를 옮기고 있을 때, 4녀가 뒤에서 타박타박 뛰어온다.

 [테에에에... 마마... 3녀 오네챠가 안 보이는테치이...]

 [데스우? 무슨 말인데스? 몰래 숨어서 자고 있는게 아닌데스?]

 친실장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며 사료를 계속 옮긴다.
 사료는 동글동글하게 생겨 주의깊게 옮기지 않으면 후두둑 떨어지기 쉽기에 집중해야 하는 일이다.

 [테치... 모두 찾아본테치... 장녀 오네챠와 차녀 오네챠도, 모두모두 찾고 있는테치.. 그런데 안 보이는 테치...]

 4녀는 울먹울먹하며 계속 말을 한다.
 그런 모습을 보고 그린도 심상찮은 기분을 느끼고 사료를 옮기던 손을 멈춘다.

 [무슨 말인 데스우? 화장실은 찾아본 데스?]

 [그런테치. 화장실도 모두 찾아본테치.. 2층에도 없는테치.. 1층 구석구석 다 찾아본테치... 집 바깥에도 안 보이는테치...]

 [데에.. 데...]

 그때 뒤에서 다시 타박타박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린이 혹시나 싶어 고개를 돌리니 3녀가 아니라 5녀다.

 [테에.. 테에... 마마아아아!! 6녀쨩도 안 보이는테치이이이!!!]

 [데데데데...]


 그린은 들고 있던 삽까지 떨어뜨린채 부들부들 떤다.
 그러다 갑자기 무언가가 떠올랐는지 황급히 달려나간다.
 그걸 본 자들도 우르르 그린의 뒤를 따른다.

 그린은 울타리의 문 앞에 멈춰선다.
 그리고 팔을 뻗어 살짝 문을 밀어본다.


 끼이이이...


 분명 단단히 잠겨 있어야 할 문이 힘없이 열린다.
 그걸 보고 그린은 깊은 한숨을 내쉰다.
 뒤의 자들도 놀라 테치테치 떠들어댄다.


 [왕!!!]


 그때 커다란 소리가 저쪽 거실 끝에서 들렸다.
 자들은 물론이고, 그린 역시 화들짝 놀랜다.


 [저 소리는...]


 그린의 머리에 무서운 상상이 떠오른다.


 [아, 아닌데스... 그럴리 없는데스...]

 [테에... 테... 마마... 혹시 3녀와 6녀가... 괴물... 아니 P쨩의 집으로 간 게... 아닌...테치?]


 장녀가 뒤에서 조심스럽게 말한다.
 그 말에 그린이 화들짝 놀라 뒤돌아본다.


 [무, 무, 무슨 말을 하는데스! 그, 그럴 리가 없는데스!]


 하지만 장녀를 비롯한 뒤에서 서있는 자들의 얼굴에는 모두 거기에 동의한다는 듯한 표정이 떠올라있었다.

 [장녀오네챠 말이 맞을지도 모르는테치...]

 [어디에도 없는테치...]

 [3녀 오네챠는 몇 번이나 저 괴물을 혼내줄거라고 자랑했던테츄...]

 [데덱?! 데데데데...]

 그린은 웅성거리는 자들의 말을 들으며 몸이 뻣뻣하게 굳어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사실 그린 역시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너무나도 무서운 광경이 머릿 속에 떠올라 애써 부정한 것이다. 그럴 리 없다고 스스로를 속였던 것이다.
 하지만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그런 끔찍한 일이 일어나기 전에 어떻게 해야만했다.


 [테에?! 테챠아아!! 저기 3녀 오네챠가 달려오는테치!!]

 [데엑?? 어디 있는 데스우?!]

 [저기테치! 저 멀리서 달려오는테치!!]


 4녀가 가리키는 방향에는 정말 자실장 하나가 미친듯이 달려오고 있었다.
 그걸 보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린과 다른 자들이 울타리를 밀어젖히고 우르르 뛰쳐나간다.


 [테엑... 테엑... 마마... 마마아아... 마마... 테엑... 테에엑...]

 [저, 정신차리는데스! 3녀!! 3녀어어어!! 정신차리는데스우우!!!]

 [테에에엥... 오네챠!! 무슨 일이 있었던테치?]

 [3녀쨩! 6녀는 어디있는테치? 왜 혼자인 테치?]

 [같이 나간게 아니었던테치?]


 자들이 땅바닥에 길게 쓰러져버린 3녀를 빙 둘러싼다.
 그린이 황급히 3녀를 안아들지만, 3녀는 눈물만 줄줄 흘리면서 거친 숨을 내뱉을 뿐 아무런 말이 없다. 무슨 말을 하려고해도 숨이 너무 가빠 몇마디 이어지지도 않는다.


 [그런데스! 3녀!! 3녀!! 6녀는 어디있는데스우? 같이 나간게 아니었던데스??]

 [테에.. 테에에.. 마마... 6녀는... 그 괴물의 방에 있는테치... 살려주는테치... 와타치... 6녀를 버리고 혼자 도망친테치이이...]

 [[[[[테에에엑?!]]]]]

 [데, 데덱?! 그게 사실인데스우? 대체 왜 그런 곳에 간 데스우우우우!!!]

 [테에에엥... 테에에에에엥... 마마... 미안한테치이이이... 미안.. 미안한테챠아아아....]


 결국 3녀는 참았던 눈물을 펑펑 터뜨린다.
 죽음 속에서 살아나왔다는 감정과 이제서야 생각난 6녀에 대한 감정이 범벅이 되어 닥쳐온다.
 다행스러움과 미안함. 죄책감과 안도감이 섞여 몰려온다.


 [테에에에엥... 테에에에엥... 마마.. 6녀쨩.. 6녀를 구해주는테치... 테치이... 마마아... 죄송한테치.. 미안한테치....]


 그린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주변의 다른 자들의 울음소리도 점점 커져간다.


 [데에.. 데에에에... 어쩌자고 거길 간 데스우... 왜 간 데스...]

 [테에에에... 무서운테치.. 무서운테챠! 마마 어떡하는테치!]

 [마마 6녀쨩은 못 구하는테치? 어떡하는테치?]


 3녀는 폭포같은 눈물을 흘리다 앞으로 푹 고꾸라진다.
 자신의 감정에 못이겨 기절한 것이다. 
 황급히 장녀가 달려가 3녀를 일으킨다.
 7녀는 이미 잔뜩 빵콘을 해서 팬티를 질질 끌고 다니며 울고 있다.
 다른 자들도 모두 울고 있다.

 멍하니 그런 광경을 지켜보던 그린은 큰 결심을 한듯 불끈 주먹을 쥐고 일어선다.


 [장녀쨩, 차녀쨩. 동생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는데스우]

 [마....마?]

 [어서 돌아가는데스우!]


 그린은 그렇게 말하고 성큼성큼 집쪽으로 되돌아가더니 사료를 담던 알루미늄 컵을 덥썩 집어든다.
 그러는 바람에 안에 담긴 사료가 쏴- 하고 바닥에 쏟아졌지만, 전혀 상관하지 않고 다시 달려온다.


 [뭐하는데스우!! 어서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한데스!!]


 그린은 멍하니 서있는 장녀와 차녀에게 크게 고함을 지르고 3녀가 가리킨 방향으로 뚜벅뚜벅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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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녀쨩은 와타시의 자인데스우. 반드시 구해야하는데스... 구해내는데스...]


 P쨩의 방 근처까지 온 그린은 연신 같은 말을 중얼거린다.
 그리고 오른손에 움켜쥔 알루미늄 컵을 내려다본다.
 무기가 될만한 것이라고는 이것 밖에 없어 들고왔다.
 손잡이를 너무 꽉 쥐어 손이 새빨갛게 되었지만, 그린은 힘을 풀지 않았다.


 끼이이이...


 마침내 마음을 굳힌 그린이 반쯤 닫힌 문을 열고 방안으로 들어선다.


 방안에 들어서자마자 실장석 특유의 똥냄새가 훅- 하고 끼친다.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비릿하면서도 진한 냄새. 언젠가 넘어져 코피가 났을 때 맡았던 그 냄새.
 바로 피냄새다. 

 그 냄새를 맡자 그린은 더욱 당황하여 발걸음을 바삐 놀린다.


 [뎃!!]


 얼마 가지 않아 그린은 P쨩을 발견했다.
 자신에게 엉덩이를 보인 채로 무언가를 발로 밟았다가 물었다가 흔들어댄다.
 자신이 들어온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해서 고개를 들었다 내렸다 반복한다.


 [데에... P쨩? 와타시의 자를 보지 못한데스우?]


 질척질척...

 우적...

 찰박... 찰박...


 하지만 여전히 반응이 없다.
 무언가 질척거리는 소리만 계속 들린다.


 [데스우... P쨩? 와타시인데스. 그린인데스우... 잠시 와타시의 말을 듣는데스...]


 어느새 그린은 P쨩에 손만 뻗으면 닿을정도까지 가까이 왔다.
 그래도 P쨩은 대체 무얼하는지 뒤를 돌아보지 않고 하던 일에 잔뜩 빠져있다.


 [데데... 대체 뭘 하길래 대답도.... 데에에엣?! 6, 6녀쨔아아아아앙!!!!]


 P쨩의 입에 물려있는 것은 6녀의 상반신이었다.
 그리고 그 밑에는 허리 부분에서 잘린 6녀의 하반신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테에에... 마... 마마아아....]

 [6, 6녀쨩?!]


 그린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P쨩의 입에 몸통이 물린 6녀가 입을 연다.
 무어라고 말하는 것 같지만, 입에서 검은 피가 주르르 흘러나와 '마마'라는 말밖에 못 알아들었다.


 [데데데데!! 뭐, 뭐, 뭐, 뭐하는데스우우우우!!! 당장 6녀를 놔주는데샤아아아!!!]


 그린은 양손을 풍차처럼 붕붕 돌리며 P쨩에게 달려든다.
 온 얼굴과 온몸에 6녀의 체액과 똥물로 범벅이 된 채로 6녀를 물고 있던 P쨩은 갑작스런 그린의 등장에 깜짝 놀라 뒤로 몇걸음 물러난다.
 그 바람에 앞뒤 가리지 않고 덤벼들던 그린이 오히려 6녀의 몸뚱이를 밟고 넘어져버린다.


 [데깃!!]


 자신의 자의 피로 목욕을 한 그린이 서둘러 다시 일어난다.


 [마... 마마... 와타치의 배를 밟지 마는 테찌이이...]

  
 고개를 드니 6녀가 여전히 P쨩의 입에 물린 채로 피눈물을 쏟으며 말한다.
 문득 발밑을 보니 6녀의 반토막 난 하반신이 밟혀있다.


 [데기! 미안한데스우!! 데, 뎃! 6ㅡ 6녀! 잠시만 참는데스우!! 마마가 반드시 구해주는데스우우웃!!]

 [마... 마마.... 구해주는테찌.... 살려줘테찌이이.... 게보!]


 다시 6녀가 피를 토한다.

 그 모습에 그린은 미친듯이 P쨩에게 덤벼든다.


 [와타시의 자를 놓아주는 뎃샤아아아아아---!!!!!!]


 자의 처참한 모습을 본 그린이 자기 몸을 아끼지 않고 덤벼든다.
 그 기백에는 P쨩조차도 놀라 움찔 몸이 굳는다.
 그때 전력을 다한 그린의 오른손 풀스윙이 P쨩의 코로 날아간다.


 까앙~!!

 그린의 오른손은 살짝 빗나갔지만, 그 덕분에 손에 들린 알루미늄 컵이 정확히 P쨩의 코에 명중한다.


 [깨갱!! 깨갱!!]


 갑작스런 격통에 깜짝 놀란 P쨩은 입에 든 6녀도 버려둔채 연신 뒷걸음친다.
 비록 실장석이 휘두른 것이지만, 어린 강아지에게 있어 코를 맞은 것은 데미지가 크다.
 몇 번 으르릉거려도 코가 아픈지 불편한 소리를 몇 번 내더니 자기 집으로 돌아간다.


 [데.. 데데... 돌아간데스...]

 [마마....]

 [데뎃! 그런데스! 6, 6녀 정신이 드는데스우?!]

 [게보! 게보... 마마... 와타치... 팔이랑 다리가 안 움직이지는테찌...]

 [팔이랑 다리가 아픈데스우? 마마가 보는데스... 데액?]


 그제서야 6녀를 자세히 보게 된 그린은 기절할듯 놀란다.
 이미 6녀의 몸은 거의 걸레짝이 되어있는 것이다.
 양팔은 이미 어깨에서부터 잘려있고, 복부도, 그 안의 내장도 갈갈이 찢겨져 내용물이 진득하니 흘러나온다.
 등쪽에 보이는 흰 부분은 아마도 뼈일 것이다. 그것도 부러져있다.
 머리를 보니 양쪽 귀도 모두 뜯어져 있고, 머리카락도 두건도 갈갈이 찢겨져 바닥의 체액에 들러붙어있다.
 그리고 얼굴과 온몸 곳곳에 날카로운 이빨자국이 수도 없이 박혀있다.


 [데에에에에... 6, 6녀쨩....]

 [마마... 와타찌 죽는테찌? ...와타치 죽기싫은테찌... 무서운테찌...]

 [아, 아, 아, 아닌데스우!! 오마에는 죽지 않는데스! 마마가 구해주는데스!]


 그린은 황급히 떨어져나간 6녀의 하반신을 주워가지고 온다.


 [마, 마마가 붙여주는데스! 마마가 붙이면 6녀도 예전처럼 걸어다닐 수 있는데스!]

 [테에에에...]


 그린은 떨어져나간 하반신과 6녀의 상반신을 이어 붙이려고 애쓴다.
 질척거리는 상반신을 아직 창자가 따끈따끈한 김을 뿜어올리는 하반신에 쑤셔박는다.


 [어떤데스? 움직일 수 있는데스?]

 [테햐아아아아!! 마마!! 아픈테챠아아아!!]

 [아, 아픈데스우? 미, 미, 미안한데스우! 다시 해보는데스!]


 이번에는 6녀의 잘려나간 하반신을 자신의 가랑이에 끼운다음 겨우 일으켜세운다.
 그리고 그 위에 비명을 지르는 6녀의 상반신을 꾹- 끼워본다.


 [이, 이번에는 어떤데스우? 다리가 움직이는데스?]

 [테지이이이이이이이이---!!! 아픈테찌!! 아픈테챠아아아!!!]

 [데기!! 이, 이번에야말로 붙는데스!! 다시해보는데스!!]


 이번엔 눕힌채로 붙여본다.


 [테쥬보오오오오!!! 테지이이이이이!!!! 와타치의 배가 또 찢어지는테챠아아아!!!]


 다음엔 엎어놓고 붙여본다.


 [테큐보아아아아아!!! 테츄보아아아!! 그만! 그만테찌! 그만하는테찌이이!!]

 [이상한데스! 이상한데스! 왜 안붙는데스우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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