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실장의 우울

 


천국이었다.


따사롭게 내리쬐는 햇볕과 선선한 바람이 기분 좋게 빰을 어루만지고
조각구름이 떠있는, 쪽빛 하늘 아래 끝없이 펼쳐진 푸른 들판
그 위에선 형형색색 온갖 종류의 꽃들이 손짓하며 반기듯 하늘하늘 흔들리고 있었다.



그 중 유독 눈에 띄는 분홍색 꽃 한송이를 꺽어 코로 가져가 본다.


코를 간지럽히는 달짝지근하면서도 싱싱한 꽃향기


모든 것이 평화로운 이 곳은 틀림없는 천국이었다.


하지만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모든 것이 완벽한 이 곳에서도


소중한 '주인님'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목청이 터져라 주인님을 부르는 순간


하늘이 무너져내리고 어둠이 밀려왔다.





"데갸아아아아-앗!!!"



골판지 둥지 속에서 잠에 빠져있던 실장석은 째지는 비명을 지르며 몸을 벌떡 일으켰다.
적녹색 눈물자국과 흥건한 식은땀, 땀에 녹아난 먼지가 섞인 시커먼 땟국물로 얼굴은 엉망이 되어있었다.





꿈인지 생시인지 가늠이 안되는지 연신 두리번 거리던 실장석은 곧 허탈한 얼굴로 이마의 땀을 훔쳤다.



'...재미없는 꿈을 꾼데스야.'



위태롭게 서있는 좁디 좁은 골판지와 젖은 골판지에 슬은 퀘퀘한 냄새의 곰팡이
찢어진 신문지 위 어지럽게 쌓여있는 도토리, 잡열매 몇 알


초라하기 짝이 없는, 틀림없는 현실이었다.


녀석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고 다시 자리에 누웠다.
밖에는 아직 햇님도 다 나오지 않았다, 고단한 하루를 시작하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이었다.




석달전까지 녀석은 사육실장이었다.

「미도리」

사육실장들에게 성의없이 붙여주는 흔하다 못해 식상해 빠진 이름

하지만 미도리에게는 처음으로 가져본 자신의 것, 주인님에게 받은 세상에 둘도 없이 소중한 자신의 이름이었다.


미도리가 태어난 곳은 사육실장 공장이었다.

잉태된 순간부터 들리는 목소리


「주인님의 행복이 실장석이 행복이다」


「실장석은 오로지 주인님의 행복을 위해 존재한다.」


성대가 절제된 채 좁은 축사에 결박된 출산실장의 배에 연결된 스피커를 통해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브리더의 메뉴얼대로 짜여진 태교
그것을 친실장의 목소리라 철썩 같이 믿고 그 가르침을 위석에 새긴채 태어났다.

태어나자마자 점막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차가운 컨베이어 밸트에 실려 친실장과는 영원한 이별

그리고 이어지는 학대나 다름없는 괴로운 훈육의 나날

체벌, 굶주림, 가르침을 따라가지 못한 친구들의 처참한 죽음

짧은 시간 동안의 짧지 않은 아픔들을 뒤로하고 마침내 사육실장이 되어 마침내 만난 주인님


자신을 받아주고 '미도리'라는 이름을 지어준 주인님을 위해 미도리는 훈육받은 대로 모든 것을 바쳤다.


주인에게 행복을 주기위해 춤과 노래를 했다.
식사는 흘리지 않기 위해 온신경을 써가며 조심스럽게 갉아먹었다.
화장실은 꼭 정해진 장소를 이용하고 스스로 청소했다.
네모상자 속에서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 예쁜 옷을 입은 실장석을 보고도 절대 투정부리지 않았다.



미도리에게 다른 것은 필요치 않았다.

오직 주인님의 사랑, 그거면 충분했다.

그것만이 자신의 삶의 이유이라고 녀석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미도리는 세상 그 어떤 실장석보다 행복한 실장석이었다.



하지만 그 행복은 단 일주일만에 끝났다.


일주일째 되는 날 밤


미도리는 공원에 유기되었다.


딱히 미도리가 무언가 잘못을 저지른 것은 아니었다.
미도리는 나름 엄격한 훈육을 견뎌낸, 분충과는 거리가 먼 개체였다.
설령 분충이라고 해도 안락한 사육실장 취해 본성을 다 드러내기엔 일주일은 너무 짧은 시간


하지만 그 짧은 시간만에 미도리의 주인은 미도리에게 완전히 흥미를 잃어버렸다.




미도리의 주인은 학대파도 애호파도 아닌 실장석에 별 관심이 없던 가볍고 충동적인 남자였다.

그랬던 남자가 갑자기 애완동물, 그 중에서도 주류가 아닌 실장석을 키우기 시작한 동기는 사소한 것이었다.
사람들의 환심, 특히 젊은 여성들의 환심을 사는데 작은동물들을 키우는 것이 유용하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던 차에 실석전문숍이 눈에 띄였을 뿐이었다.


이렇게 사소한 변덕으로 시작한 사육이 오래갈리 만무하다.

남자는 얼마 안가 미도리를 유기하기로 결심했다.

남자는 자신의 무책임함을 자비라고 합리화하며 미도리를 보건소로 보내는 대신 한밤 중 공원에 유기했다.


태어나서부터 인간의 사랑을 갈구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모르던 미도리는 하루아침에, 그렇게 아무 준비없이 들실장이 되었다.


들에 버려진 원사육실장들의 말로는 뻔하다.

버려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행복회로에 취해있다가 들실장들의 눈에 띄여 놈들의 일용할 양식이 되거나
팔다리가 뜯긴채 운치굴에 쳐박혀 남은 여생을 구더기 자판기로 전락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미도리는 살아남았다.


버려졌다는 현실을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다.
다른 원사육실장들이 그러하듯 미도리 역시 자신이 버려졌다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았다.



'무언가 사고가 일어났다, 주인님은 반드시 자신을 찾아 돌아와주실 것이다'라고 미도리는 굳게 믿고 있었다.


마치 무인도에 표류해 구조선을 기다리는 생존자처럼 미도리는 주인님이 돌아올 날을 기다리기로 했다.

유기 당시 자실장에 불과한 미도리였지만 이 공원의 들실장들은 대부분 만성적인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었다.
맞서 싸우지 않고 도망치는 것은 영양상태가 좋은 사육 자실장의 체력으로 아슬아슬하게 가능한 일이었다.


미도리는 밤낮으로 동족의 눈을 피해다니며 입에 넣을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주워먹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져야 했다, 자신을 애타게 찾고 있을 주인님과 다시 만나기 위해서



그렇게 석달의 시간이 지나고

동족의 눈을 피하기에 급급한 자실장이었던 미도리는 당당하게 공원을 활보하는 성체가 되었다.

험한 들생활이 완전히 몸에 익었건만 미도리는 아직도 자신을 사육실장으로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미도리는

주인님을 위한 춤과 노래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사육실장이기 때문에
언제나 몸을 청결히하고 매일 옷과 속옷 빨레를 잊지 않았다, 사육실장이기 때문에
공원의 다른 인간님들에게 구걸하고 아첨하지 않았다, 사육실장이기 때문에
들실장들 처럼 자를 갖고 싶었지만 꾸욱 참았다, 사육실장이기 때문에


언젠가 자신을 찾아와줄 주인님을 기다리며


지금까지 미도리는 자신만의 사육실장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악몽으로 새벽잠을 설친 미도리는 졸린눈을 비비며 아침 밥구하기를 나섰다.




"데스아아앗-!!! 그만! 그만!! 당장 꺼지는 데샤아앗-!!!"



공원이 떠나가라 울려퍼지는 돼지 멱 따는 소리


공원에 나온 미도리의 눈에 보인 것은 이 공원 들실장들에게 린치를 당하고 있는 원사육실장 일가였다.



"테에에엥-!! 무능한 똥마마! 당장 닝겐 노예를 데려오는테츄아앗-!!"
"테찌이이이-!! 더러운 오바상, 와타찌는 맘마가 아닌테찌이이-잇!!!"
"데갸아아앗-! 자들은 얼마든지 먹어도 좋으니 세레브한 와타시에게는 손대지 마는데수웃! 오로롱~!! 오로로롱~!!"



말하는 꼴과 자실장들을 보니 필시 사육실장이면서 주인 몰래 새끼를 낳았다 버려진 분충이리라
녀석들이 입고 있는 사육실장의 상징과도 같은 분홍색 옷은 이미 피와 오물로 엉망이 되어 있었다.






"대체 똥노예 닝겐은 어디서 뭘하고있는 데스앗! 고귀한 와타시가 더러운 들노예에게 공격당하는데수읏!! 오로로로롱~!!"



끝까지 올일없는 주인을 부르고 자신의 자들까지 방패막이로 쓰며 저항해보지만 말짱 헛일


안락한 생활에 절어있던 저 분충에겐 미도리 처럼 약게 빠져나갈 재주는 없었던 모양이었다.


같은 원사육실장이라도 도와줄 의리 따위 있을리가 없었다.


'감히 사육실장의 금기인 자를 갖다니 쫓겨나는게 당연하다'라고 미도리는 생각했다.


피맛을 본 들실장들의 인정사정없는 린치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곧 '파킨'하는 맑은 파열음과 함께 공원은 다시 잠잠해졌다.



"좋은 밥을 먹던 놈이라서 그런지 분충치고는 괜찮은 고기맛인데스"
"자충들도 살이 야들야들한 것이 진미였던데스, 세레브한 와타시의 델리케이트한 테이스트에 그만인 데스야"



찢겨나간 사육실장 일가의 고기맛에 대한 들실장들의 품평이 이어졌다.


전리품으로 챙긴 사육실장의 고깃덩이를 들고있던 녀석들 중 하나가 미도리와 눈이 마주쳤다.
행여 미도리가 고깃덩이를 보고 달려들까, 놈은 들고 있던 고기를 허겁지겁 세모입에 억지로 우겨넣더니 득의양양한 듯 눈을 가늘게 뜨며 미도리를 비웃었다.


그 꼬락서니를 본 미도리는 한숨을 쉬고 걸음을 제촉했다.


애초에 사육실장인 자신이 동족식 따위를 할리가 없건만
버림받은 분충들이나 들에서 구르는 분충들이나 역시 상종할 것들이 아니다라고 미도리는 생각했다.




"그나저나 요즘 사육분충놈들이 많이 진상되서 배가 터질것 같은 데스야"



들실장 하나가 불룩해진 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분명 세레브한 와타시를 알아본 닝겐 노예들의 공물이 분명한 데스, 데프프프픗"


다른 녀석이 들분충 다운 헛소리하며 동조했다.


하지만 미도리 역시 요 며칠간 버려지는 사육실장들이 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공원을 지나는 인간님들의 눈에는 자신도 버려진 분충들과 같아 보이는 것일까?


미도리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자신은 저런 분충들과 다르다,  자신은 이렇게 기특하게 살아남아서 주인님을 기다리고 있다.



"...와타시는 저런 분충들과는 다른 데스."



마치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 듯, 미도리는 중얼거렸다.




잠시 후



아침 밥구하기를 마치고 둥지로 돌아가는 미도리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꿈자리가 사나운 날이었지만 일진은 나쁘지는 않았다.
밥가방으로 쓰는 비닐봉지 안에는 속이 꽉 찬 도토리들과 각종 잡목 열매, 우화중인 곤충들의 번데기들이 가득 들어있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가벼운 발걸음을 옮기던 미도리,하지만 무심결에 고개를 돌리는 순간 미도리는 밥가방을 떨어트리고 말았다.


'주인님'

미도리의 심장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눈에는 금방이라도 울것처럼 눈물이 그렁거렸다.


꿈에 그리던, 단 한시도 잊은적이 없는 주인님을 발견한 것이다.


밥가방은 이미 미도리의 머릿속에 없었다, 미도리는 전력으로 주인님을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뎃?"


주인에게 달려가 안기려던 미도리는 걸음을 멈췄다.


남자의 손에 잡혀있는 목줄, 그리고 그 끝에 있는 것을 본 순간 미도리는 다리가 떨어지지 않았다.

목줄이 매여있는 그것은 미도리가 본 적 없는 미지의 생물체였다.


적녹 오드아이
녹색 신발과 녹색 원피스
머리를 감싸고 있는 녹색 두건, 그 사이로 나와있는 세갈레 머리다발
하늘하늘한 흰색 턱받이와 그 위에 매듭지어진 앙증맞은 빨간 리본까지


실장석


대략적인 차림새는 같지만 생김새는 전혀 딴판이었다.

짜리몽땅한 실장석과는 다르게 쭉쭉 뻗어있는 길쭉길쭉한 팔다리
가누기 힘들 정도로 큰 실장석의 머리에 반도 안되는 작은머리
실장석의 아마색 머리카락보다 더 밝고 풍성한 브론즈 빛 머리카락
오똑하게 서있는 콧날과 완만한 각을 이루는 닫혀있는 입, 분명한 이목구비까지


미도리는 위석에서부터 위화감이 느껴졌다.


자신과 같은 실장석이 아니었다, 아니 실장석일지도 모르지만 자신과 절대로 다른 녀석이다


그리고 곧 미도리의 위석 속에서 생소한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분노, 위석 깊숙한 곳에서부터 저 처음보는 것을 향한 적개심이 솟구쳤다.


미도리는 확신했다.


저것이 주인님을 가로챘다.


미도리는 확신했다.

지금까지 주인님과 헤어져 들에서 거친 밥을 씹고 차디찬 바람을 오들오들 떨어야 했던 원흉


주인님을 가로챈 저 길쭉길쭉한 녀석을 미도리는 용서할 수 없었다.


"죽여버리는데샤아아-앗!!!"


이성을 잃은 미도리는 괴성을 지르며 길쭉이를 향해 달려들었다.


"헛, 시발! 이새낀 또 뭐야!"


남자는 자신의 실장석에게 달려드는 들실장을 급하게 발로 차날렸다.

남자는 자신이 버린 미도리를 알아보지 못했다, 남자의 눈에 실장석들은 다 똑같이 못생긴 녀석들일 뿐이었다.
남자에게 차여 날아간 미도리는 피를 흘리며 공원 바닥에 널브러졌다.



"이놈의 공원은 구제도 안하나? 공무원들은 세금받아 쳐먹으면서 뭐하고 있는거야?"



정작 자신이 석달전에 이 공원에 실장석을 유기한 전과가 있었지만 이미 남자의 머릿속에 그 일은 남아있지 않았다.

쓰러져있는 미도리를 잠시 노려보던 남자는 신발 밑창을 바닥에 몇번 문지르곤 반대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굳이 저 똥벌레를 터트릴 생각은 없었다, 잘못 밟았다 옷이나 신발에 피와 똥이라도 튀면 큰일이니까

그보다는 큰맘먹고 구해온 '이 녀석'을 이용해 괜찮은 여자에게 말한마디 붙이는데 온정신이 팔려있었다.


남자의 목줄에 매어있는 녀석은 실장석의 최신 개량품종인 '아메리칸 짓소'
한국에서는 속칭 '양짓소', '미국참피'라 불리고 있었다.

기존 실장석과는 달리 날렵한 몸매에 뚜렷한 이목구비
특유의 역한 실장취 대신 라벤더 향이 나는 실장석이라고 하기엔 거의 다른 동물이 되어버린 획기적인 개량종이었다.

'미국의 아이들이 테디베어, 바비인형 대신 짓소를 품에 안고 잠드는 날까지!' 라는 정신나간 프랜차이즈를 내건 아메리칸 짓소

하지만 세상일이란 묘한 것이라 가끔 이런 정신나간 아이디어가 통하기도 한다.

아메리칸 짓소는 소셜네트워크를 주도하는 몇몇 셀럽들이 호응을 받아 전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다.

남자 역시 SNS를 통해서 유행을 접하게 되었고 곧장 샵에서 아메리칸 짓소를 분양받았다, 물론 충동적인 선택인 것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한편


남자에게 차여 날아간 미도리는 사경을 헤메고 있었다.
약하디 약한 실장석의 몸, 성인 남성의 발길질은 너무나 치명적이었다.
한 방에 갈빗대가 부러지고 부러진 뼛조각들이 폐와 분대에 박혀 살이 도려내지는듯한 고통이 밀려왔다.
하지만 지금 미도리에서 육체의 고통은 뒷전이었다.

주인님에게 버림받았다.

그 사실이 만신창이가 된 몸의 아픔보다 더 아프게 느껴졌다.

미도리는 힘겹게 고개를 들어 멀어져가는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데에에에에... 데에에에에에에-엥... 데이이이이..."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필사적으로 쥐어짜서 주인을 불렀다.

주인님, 왜 저를 두고 가시나요. 왜 제가 아니라 그 녀석인가요.

그 소리를 들은 것일까?

남자의 뒤를 따르던 양짓소는 살짝 고개를 돌려 미도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데프프프픗"
양짓소는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었다.
인간에게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웃음소리
가늘어진 눈에는 미도리를 향한 경멸과 오만함이 담겨있었다.

외모는 다를 지언정 그것은 분명 우월감에 젖은 실장석의 그것이었다.

미도리의 위석이 위태롭게 삐걱거렸다.



초주검이 된 몸으로 간신히 둥지로 돌아온 미도리는 둥지 근처 화단에서 분홍색 코스모스를한 송이를 꺾어왔다.
골판지 안에 힘없이 주저앉은 미도리는 꺽어온 코스모스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지금 이 코스모스를 쓴다면 틀림없이 임신할 것이다.

임신과 출산은 사육실장에게 금기 중의 금기

주인의 허락없이 자를 갖는 분충은 사육실장의 자격이 없다.

허락

주인



"...데프프프픗!"


미도리의 뒤틀린 세모입에서 조소가 세어 나왔다.
허락이라니? 더 이상 누구에게 허락을 구한다는 말인가?


주인이라니? 누가 나의 주인님이란 말인가?

미도리는 속옷을 벗고 코스모스를 총구로 가져갔다.

곧 미도리의 골판지에서는 얕은 물소리와 함께 발정한 실장석의 울음소리가 울려퍼졌다.

쾌감에 젖은 교성인 듯하면서도 비탄에 찬 절규인것도 같은 기묘한 울음소리였다.


다음날 미도리의 양눈은 녹색으로 물들었다.


들실장 미도리는 그 날 친실장이 되었다.


며칠 뒤


변기 속 태어난 자들을 내려다보는 미도리의 얼굴에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태어난 열마리 중 건강한 자실장은 고작 세마리, 나머지 일곱마리 중 엄지가 세마리 저실장이 네마리였다.

아마도 그 날의 일로 위석이 약해진 탓이리라

변기 안에서 마마를 부르는 일곱 엄지와 구더기들을 변기에 내버려둔재 미도리는 자실장들과 자리를 떠났다.



아직 몸에 점막의 물기가 다 마르지 않은 자실장들 안고 미도리가 향한 곳은 공원 앞 편의점이었다.

미도리의 선택의 탁아였다.

갖태어난 자들은 끊임없이 미도리에게 젖을 보챘지만 미도리에게 자들의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이 자들을 탁아해 기필코 사육실장으로 만들겠다.

그리고 다시 사육실장이 되어 주인님을 가지고 사랑 받겠다.

미도리의 머릿 속은 이런 생각들로 꽉차있었다.

때마침 한 남자가 편의점에서 나왔다, 손에는 봉투가 들려있었다.

미도리는 제빨리 남자의 뒤에 따라 붙었다.

그리고 무방비 상태인 봉투에 자실장 세마리를 넣으려 했다.

미도리가 자를 봉투에 넣으려는 순간

기척을 느끼고 뒤를 돌아본 남자와 미도리의 눈이 마주쳤다.

"...뭐냐, 넌?"

"데..."

미도리의 오른손이 입가로 향했다.

"데츄우우우-웅~☆"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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