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의 만남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겨울은 다 지나갔다지만, 9시가 넘으니 어두컴컴하다.
 길에도 걸어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다.

 집은 주택가에서도 꽤나 떨어진 곳에 있어서 제법 부지런히 걸어야 한다.
 집세가 싼 대신 발품을 팔아야하는 것이다. 다 큰 남자가 걸어도 족히 15분은 걸린다.
 한적한 교외의 길은 사람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주광빛 가로등을 따라가다 기묘한 것을 보았다.

 작은 실장석이다.
 그것도 보통의 실장석이 아닌 독라실장.
 용케도 저런 모습으로 살아가는구나 싶을 정도의 초라한 몰골이었다.

 자실장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내가 바로 앞까지 다가가도 눈치채지 못하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
 공원도 아니고 교외의 길가.
 어째서 이런 곳에 자실장. 그것도 독라 자실장이 있는 걸까...



 바로 앞까지 다가가자 그제서야 자실장도 눈치챈듯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머리카락과 옷 하나 걸치지 않은, 그야말로 독라 그 자체이지만, 또 그런 것 치고는 제법 멀쩡하다.
 보통의 독라라면 학대를 받거나 노예생활을 하느라 여기저기가 상처투성이거나 기형이 되기 십상인데 그런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역시 짐작대로 학대파가 가져다 놀다 버린 걸까...

 [데... 닌겐상인테치이...]

 [....여기서 뭐해?]

 [테ㅡ 마마를 기다리고있는테치ㅡ]

 [마마?]





 [마마는 늘 와타시를 위해 밥을 구해오시는테치. 오늘도 햇님이 나오기 전에 나갔는데 아직 돌아오지 않았어요테치.]

 [그래서 이렇게 마중나온거야?]

 [네, 테치.]

 자실장은 조금 추운듯 두 손으로 무릎을 감싸안는다.


 생각해보면 묘한 녀석이다.
 사람을 보고도 아첨하지도 않고, 무서워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해서 용감하다는 것은 아니고, 속이려드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집은 어디야? 춥지 않아?]

 [테..... 와타치는 괜찮은테치... 마마는 더 고생하시는테치... 이런 추위는 아무 것도 아닌테치.]

 [집은 저쪽 다리 밑에 있는테치. 마마는 항상 이쪽 길로 오신테치... 그래서 기다리는테치.]

 [조금 늦는구나. 곧 밤이 될텐데.]

 [........]






 [그럼 먼저 갈게.]

 [테ㅡ]




 [잘 가시는테치ㅡ 조심해서 가는테치ㅡ]

 독라 자실장은 자리에서 일어서 손을 흔든다.
 그 모습에 무심결에 이쪽도 손을 흔든다.

 ...기묘한 녀석이다.







 [....상냥한 닌겐상이었던테치...]





 다시 혼자 남은 자실장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노오란 달이 구름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있었다.

 [테ㅡ 마마가 말해준 달인테치...]


 [달님, 빨리 마마가 돌아오게 해주세요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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