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찌이~테치이~
“그래~ 오늘도 모두들 건강하구나.”
어느 도시의 공원 근처의 실장숍.
그중 한 방에 들어간 브리더를 태어난지 얼마 안된 자실장들이 행복한 울음소리로 반긴다.
보통은 테치 하고 우는 자실장이 맛있는걸 먹거나 아첨할때는 테츄웅 하는 콧소리가 섞이지
만,
감정을 나타낼 땐 테찌 하고 혀 짧은 소리를 내기도 한다.
물론 행복이 아니라 공포나 고통을 느낄때도.
성장이 빠른 실장석은 태어난지 며칠만에 혀 짧은 소리를 안 내게 되지만
여성들 중엔 이 시기의 자실장만 귀여워 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며칠 내로 테찌하는 소리는 테치로 바뀌어 더 이상 사랑받지 못하지만.
테치가 데스로 바뀌는 경우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여기서 이 브리더는 태어난 자실장중 혀 짧은 소리를 내는 개체의 렌탈을 생각해 냈다.
원래 자실장 가격의 3분의 1가격으로 대여 하는 것이다.
어짜피 소모품이고 이윤이 적은 자실장의 회전율을 올리는 것이다.
그리고 테찌가 테치로 바뀐 자실장은 반납 받는다.
예절교육을 할 틈도 없이 보내는 리스크가 있긴 하지만 교육을 받은 출산석의 태교를 듣고 자
란 자실장은
태어나고 처음 귀여움을 받기에 며칠내로 분충성이 드러나진 않는다.
단지 반납받은 자실장은 더이상 사육실장이 될 수 없지만.
태어나서 며칠동안 귀여움만 받은 자실장은 반납된 이후에 삶의 단맛만을 본 상태기에 예절교
육을 견딜수 없다.
그동안 분충성을 드러내지 않았어도 분충이 아닌것 만으론 사육실장으로 팔수가 없는 것이다.
그저 분쇄기에 던져져 사료가 되거나,
성장이 빠른 개체는 예절교육 없이 성장촉진제를 투여해 빨리 성체로 만들어 학대용 자실장의
출산석으로 만든다.
단지 2%만이 가망이 있다 여겨져 재교육에 들어가고,
대부분 탈락해 최종적으론 대여자실장중 0.6%만이 사육실장으로서 팔리게 된다.
그것도 특급 같은게 아니라 반 중고로 취급되어 낮은 가격에 팔려 교육받은 실장석을 학대하
고 싶어하는 학대파가 주 고객이다.
그 자실장들은 단지 순간의 귀여움만을 즐기고 싶은 인간의 욕구에 의해 팔리고,
단지 더 이상 귀엽지 않다는 인간의 생각에 의해 반납되어 처분된다.
브리더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오히려 그런 상황을 유도했다.
브리더의 실력은 교육의 성공과 이윤의 창출로 평가 된다.
실장석에 대한 애정 따위 평가 점수에 들어가지 않는다.
“자. 모두들 새로운 주인님을 만나러 가자~”
테찌~ 떼찌~
자실장중 혀 짧은 녀석들을 선별한 브리더가 상자에 모아 넣는다.
들려 올라가는 자들을 본 출산석들은 모두 행복하게 전송하며 상자 안의 자들도 테찌 거리며
손을 흔든다.
이미 브리더의 관리하에 6세대 이상 지낸 출산석들은 이전 세대부터 가르쳐진 태교음으로
인간에게 데려가진 자의 행복을 믿어 의심치 않았고 자신도 그 태교의 노래를 뱃속의 자들에
게 들려주며 살았다.
판매대로 나온 브리더는 '테찌 자실장' 팻말이 붙은 칸에 자실장을 하나하나 내려준다.
테찌~테찌~
테치~
“ 응?”
뚜껑이 열리자 일제히 우는 자실장들 중 테치라 운 한 마리를 본 브리더가 그 자실장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손 안에서 테치테치 즐겁게 춤을 추는 자실장을 응시하다가 종업원에게 건넨다.
그 얼굴엔 이미 자실장들과 출산석들에게 보이던 상냥한 가면을 벗은 채다.
“ 교육실에 갖다둬.”
“ 예.”
커튼이 쳐진 통로로 들어가는 종업원의 손에 들린 자실장은 브리더의 표정을 보지 못하고 그
때까지도 행복하게 울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 어서오세요, 손님.”
그때 여고생 몇 명이 문을 밀고 들어섰다.
일제히 노래를 시작하거나 춤을 추는 사육실장들을 보고 살짝 눈을 찌푸린 여고생들은 바로
테찌 실장의 칸으로 다가왔다.
그러자 자실장들이 테찌~ 떼찌~ 거리며 울기 시작했다.
“ 정말이지 지금은 이렇게 귀여운데... 저렇게 징그러워진다니 이상해.”
“상관없잖아. 귀여울 때만 기르면 되고.”
예전 티컵 강아지들이 유행할 때와 똑같은 말을 하는 여고생들. 인간의 사정에 의해 부자연스
럽게 태어나고 버려지는 잔혹함에 대한 고려는 그때도 지금도 없는것이다.
“아, 그리고 이거요.”
한 여고생이 가방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 브리더에게 건넸다.
밀봉된 그 상자를 열자 초록색 대변 투성이의 낡은 수건조각 안에서 마찬가지로 대변 범벅인
자실장이 고개를 내밀곤,
테치? 테치치!
하고 눈물을 흘리는 얼굴로 한 손을 입에 대고 아첨을 했다.
그 모습을 본 브리더는 무덤덤하게 뚜껑을 닫았다.
뚜껑이 닫힐때 안에서 테에이! 하는 울음소리가 들렸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꺄악! 냄새나! 기분 나뻐.”
“정말이지... 집어넣을 때는 깨끗했는데... 수업 중에 못 참고 싸버렸나 보네.”
그렇다면 공기구멍도 없는 좁은 상자에 갇혀 몇 시간을 보냈다는 거지만 브리더가 관여할 바
는 아니다.
“반납이군요. 또 테찌 실장을 사시려는 겁니까?”
“ 예. 며칠 못 가는게 아쉽지만 귀엽잖아요.”
“ 그럼 이번에 서비스로 좀 할인해드리죠.”
“ 어머 진짜요? 고마워요 오.빠.♥”
아직 20대 후반인 브리더는 의외로 여고생의 오빠 소리에 순진하게 웃어보였다.
테찌 실장을 고르는 그 여고생과 옆에서 자신도 한마리를 고른 친구를 배웅한 브리더는 상자
를 들고 사육실장 칸으로 다가갔다.
테츄웅~ 데! 데에엑!
그리곤 방금 여고생들이 들어왔을 때 사육실장으로서 금지된 아첨을 한 한 사육실장의 머리채
를 잡고 끌어낸
브리더는 커튼을 밀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찌지직!
데에에!? 데스우우우!!
그리곤 주저없이 사육실장의 옷을 찢어 쓰레기통에 넣고 머리카락을 뽑기 시작했다.
데헥!!
기세가 지나쳤는지 두피 일부가 같이 떨어져 나왔지만 신경 쓰지 않고 쓰레기통에 버린후
독라가된 사육실장을 분쇄기에 던져버린다.
기기기기기!
데데데데데!!! 데케에에엑!!!
확실하게 갈아버리기 위해 천천히 도는 분쇄날의 사이에 조금씩 말려들어가며 처참한 비명을
지르는 낙제 실장.
아마 최후의 순간까지 자신이 왜 이런 일을 당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잘 갈린 실장육은 자동으로 반 건조되어 사육실장용 특식이 된다.
동족식은 분충성을 일으키지만 그것이 동족의 고기라는걸 모르는 상태라면 걱정은 없다.
낙제 실장을 처리한 브리더가 상자를 연다.
테! 테에잉! 테에에잉!
상자 안에서 발을 구르며 울던 반납 자실장이 고개를 든다.
그리고 브리더, 인간을 보자 자신의 옷을 가리키며 테치테치 울었다.
브리더는 린갈을 잘 쓰지 않는다.
그런거 없이도 실장석들의 행동을 알아들을 실력이 있기도 하고 실장석에겐 린갈을 통하지 않
아도
주인의 의도를 이해하고 행동하길 요구하고 있다.
어쨌든 반납 자실장이 다시 사육실장이 되기 위한 교육을 받을수 있을지 검사 하기 전에
씻기긴 해야 하기에 물이 들어간 얕은 플라스틱 통을 놓아주는 브리더.
테? 테? 테에에잉! 테에엥!!
의아해 하며 물을 내려다 보던 자실장은 스스로 씻는 대신, 브리더를 올려다 보며 팔을 뻗고
운다.
그래도 브리더가 움직이지 않자 발을 구르며 화를 내기 시작하다가 아첨을 하기 시작한다.
테! 테츄와악!! 테츄와!!
한숨을 내쉰 브리더가 마지막 확인으로 애용하는 이어폰형 린갈을 꽃는다.
“어째서 와타시를 깨끗하게 하지 않는테츄? 와타시는 이렇게 귀여운 테츄~ 어서 아와아와해
서 씻겨주는테치. 테츄와와와~”
잠시뒤.
테아아아아아악!!! 테아아아악!!
독라가 된채 분쇄기에 갈리는 자실장을 내버려 두고 처리실을 나서며 이어폰형 린갈을 빼는
브리더.
어짜피 자실장은 갈아버릴정도로 많다.
구태여 이미 행복한 생활을 맛보고 분충이 되가는 자실장을 힘들게 교육할 필요는 없다.
이후 잠시 테찌 실장에서 그냥 자실장이 된 자실장의 교육을 하던 브리더는 얼굴에 적록색 피
가 튄채 교육실에서 나왔다.
닫혀가는 문 너머로 보이는 방안에 놓인 수조엔 실장푸드가 담긴 그릇에 필사적으로 손을 뻗
는,
만신창이가 된 자실장이 보이지만 양 발에 핀이 꽃혀 고정된 그 자실장의 손이 그릇에 닿을리
는 없다.
먹이 예절 교육과 인간에게의 복종을 가르치는 기본 코스다.
자신만으론 아무리 노력해도 먹이를 얻을수 없다.
인간님이 풀어 주어야만 먹이를 먹을수 있다.
원래 그런 상황을 인간이 만든걸 잊을 정도로 내일 아침까지 괴로워할 자실장이 이 과정을 통
과해도
교육의 과정은 산처럼 남아 있다.
그래도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점에선 다른 테찌 실장에 비하면 운이 좋은 편일것이다.
“사장님. 얼굴에 피가…”
“응? 아, 고맙네.”
카운터 담당의 여 종업원이 내민 손수건으로 얼굴에 튄 피를 닦는 브리더.
아무래도 피를 묻힌걸 손님에게 보일수는 없는것이다.
피를 닦은 브리더는 간만에 천천히 자신의 실장 숍을 둘러 봤다.
한쪽 벽엔 종류별로 분류 된 실장석이 들어간 전시장들.
다른쪽 벽엔 실장 용품이나 푸드가 가득 전시되어 있다.
학대용 실장은 커튼 너머에서 팔지만 학대용품은 그다지 취급하지 않는다.
브리더는 학대파는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작품’에 애정을 가지고 있다.
실장석이란 존재에 대한 애정이 아닌,
자신의 작품에 대한 프라이드다.
그 과정에 쓸모없어진 재료나 실패작은 최대한 이용한 후 처분할 뿐.
학대파나 학살파와 같은 감정은 없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더없이 비정하고 잔혹한 일일지도 모른다.
“어서오십시오. 미나야님.”
“오랜만이에요. 카트리나의 옷은 다 만들어 졌나요?”
그때 딱 봐도 부유한 차림의 중년 여성이 들어오자 브리더가 정중히 인사를 한다.
이 숍에 있어선 VIP에 속하는 사람이다.
그 팔안에 안겨 있던 고급 실장옷을 입은 실장석이 숍에 들어서자마자 발버둥친다.
“네네, 내려줄게요. 카트리나 짱.”
데스우~데스우~
내려진 카트리나는 제멋대로 숍 안을 휘젓고 다니기 시작했다.
먼저 실장 푸드가 놓인 칸으로 가더니 봉투에 담긴 실장푸드는 쳐다도 안보고
개별 포장된 고급 소고기 간식의 포장을 부욱 뜯는다.
실장석도 쉽게 뜯게 특별 제작된 포장을 뜯어 한입 먹어보더니 곧바로 다른 맛의 간식을 뜯는
다.
순식간에 다섯개나 포장을 뜯고 마지막 하나는 입도 안댄 간식을 내동댕이친 카트리나가
이번엔 실장석들이 있는 전시장 쪽으로 향한다.
데프프프픗!!! 데프프프!!
넓은 고급 실장 하우스가 아니라 좁은 아크릴 장 안에 들어 있는,
고귀한 분홍색이 아니라 녹색의 옷을 입은 동족들.
그 모습을 보며 배꼽이 빠지게 웃던 카트리나는 갑자기 움직임을 멈춘다.
데에…..?
전시장은 당연히 30cm밖에 안되는 성체실장의 키보다 높다.
그 안에서, 천한것들이 와타시를 내려다 보고있다.
그걸 눈치챈 순간 카트리나는 발작적으로 울음을 터트렸다.
데! 데에에에엑!!!! 데에에에엥!!!
“어머, 왜그래요 카트리나 짱…”
브리더와 얘기를 나누던 미나야가 황급히 달려와 한쪽 무릎을 꿇고 카트리나와 눈을 맞춘다.
카트리나는 전시장을 가리키며 발을 동동 구르고 다시 울음을 터트리지만 미나야는 곤혹해 할
뿐이다.
자랑의 최신 린갈은 어쩌다 집에 두고왔다.
“미나야님. 카트리나짱을 안고 전시장 앞에 서 보시지요.”
“이렇게요?”
브리더의 말을 듣고 미나야가 카트리나를 안고 전시장 앞에 서자 카트리나의 울음이 뚝 그친
다.
그리고 데퍄퍄퍄퍗 거리며 의기양양하게 폭소하기 시작한다.
“어머. 카트리나짱 기분이 좋아졌나보네요. 역시 대단해요. 나는 아직도 카트리나짱이 뭘 생각
하는지 잘 몰라요.”
보는데스!
와타시는 너희 보다 높은데 있는데스
이렇게 순종적인 노예도 있는데스
그런 좁은곳에서 추한 녹색옷을 입고 있는 너희들하고는 다른데샤!
그런 카트리나의 생각을 행동을 보는 것 만으로도 알 수 있는 브리더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그런 주인 아래선 분충이라도 좋을 거다. 하지만, 주인을 노예라고 생각하는 이상, 오래가지
못할거다. 분충녀석.’
잠시뒤 종업원이 가져온 분홍색의, 프릴이 과도하게 많이 달린 악취미의 옷을 보고 기뻐하는
카트리나와 미나야.
미나야에게 건네진 청구서엔 고급 간식 다섯개의 가격이 추가되었지만 미나야는 당연한듯 계
산을 마치고
카트리나를 안고 숍을 나섰다.
자동문이 닫히는 순간까지 카트리나의 데퍄퍄 거리는 역겨운 웃음소리는 계속 됐다.
“정말이지…잘도 저런 분충을 기르는 군요…”
“내버려둬.”
자동문을 응시하던 브리더의 입가에 미소가 걸린다.
“ ’카트리나짱’ 도 벌써 저놈으로 여섯번째다. 저것도 오래못가.
아아...내 작품을 저렇게 까지 망가트릴 수 있다니 미나야님도 대단하시다...”
폐점 시간이 되자 뒷정리를 마친 종업원들이 하나둘씩 인사를 하고 퇴근한다.
각 전시장엔 검은 천이 씌워져 그 안에서 사육실장은 사육실장대로,
자실장이나 엄지는 엄지대로 각자 천조각을 덮고 잠이 든다.
구더기 실장이 든 전시장에만 보모 교육을 받은 성체실장 몇마리가 든채 천이 씌워져 있지 않
다.
오늘은 보름달이 뜨기에 혹시 고치를 만드는 구더기가 있을까 해서 내버려 둔 것이다.
일단 바깥쪽 공간은 이걸로 끝이다.
하지만 브리더에겐 아직 일이 남았다.
커튼 뒤의 방은 넷.
처리실, 교육실, 출산석실1, 출산석실2 다.
교육실엔 아직 그 자실장이 핀에 찔린채 자던가, 포기하지않고 먹이에 손을 뻗고 있겠지만 지
금은 볼일이 없다.
우선 출산석실 1에 들어서자 20개의 케이지 안에서 테치…테치… 거리며 잠든 수십 마리의
자실장들과
19마리의 출산석이 보였다.
마지막 20번의케이지는 빈 공간이다.
얼마 전에 결국 사육실장 출산석으로서의 수명이 다한 실장석이 2호실로 옮겨졌다.
3주마다 한번 있는 출산이 있을 때 마다 엄지와 구더기는 바로 이동되고 간단한 테스트를 거
쳐
커튼의 안이나 바깥행이 결정 된다.
바깥으로 갈 엄지와 구더기는 당연히 교육을 받지만 그래도 통과율 20%라는 통과율을 자랑할
정도로 자실장이 받는 교육보다는 순하다.
물론 커튼 안쪽의 전시장에 갈 구더기나 엄지에겐 아무런 교육이 베풀어 지지 않는다.
그리고 하루뒤 이 숍의 독특한 판매품인 테찌실장이 골라내진다.
다른 숍에서도 테찌테찌 거리는 자실장은 있지만 그걸로 상품을 만들려 생각한 브리더는 없었
다.
이걸로 이 브리더는 이번 실장상품개발 경연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때까진 학대계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입상해온 경연에선 이례적인 일로 이걸로 이 브리더는
더더욱 명성을 높였다.
그리고 이틀째, 즉 내일부터 자실장들은 친실장들의 배웅을 받으며 새로운 인간 마마를 만나
러,
사실 교육실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번의 자실장은 80여마리.
이중 5마리라도 사육실장급이 되면 성공이지만 이 브리더는 10마리 정도를 길러낼 자신이 있
었다.
“마마와 보내는 마지막 밤이다. 행복하게 지내라...어짜피 헤어질때도 행복하게 헤어지겠지
만.”
6세대 정도 이 방안에서 번식한 사육실장 출산석들은 세뇌에 가까운 태교와 풍족한 의식주의
생활 속에
인간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다.
그렇기에 ‘주인님’ 이 데려가는 자들도 행복할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런 거짓 믿음이라도, 사실을 알 수 없기에 이 출산석들은 실장석들 중에서도 최고급의 행복
을 누리고 있다고 할수 있을 것이다.
단지, 사육실장 출산석으로서의 수명이 다 했을 경우엔 이야기가 다르지만.
약 30회 정도의 출산으로 출산석의 한계가 오면 슬슬 영리한 자들이 태어나지 않게 되고 구
더기와 엄지의 비율이 늘어난다.
그때쯤 되면 그 출산석의 자들중 자실장들은 모두 사육실장으로서의 교육이 아니라 출산석으
로서의 교육을 받게 된다.
교육이라 해도 태교로 들은 인간님과의 행복한 생활, 거기다가 자를 가득가득 낳고 자들이 모
두 인간님들에게 길러지는 행복을
세뇌급으로 배우게 되어 출산석으로서의 생활에 한 치의 의문도 갖지 않게 될뿐.
그렇게 자실장들이 성체로 성장하면 그 순간 그녀들의 마마는 2호실로 끌려가고
(다른 출산석들은 그 출산석이 더 행복한 곳으로 간다고 생각한다)
그녀들중 하나가 그 자리에 들어가는 것이다.
드물게 출산석으로 합격한 자실장이 많을 경우 다른 브리더에게 팔리기도 한다.
주로 갓 브리더를 시작한 경험없는 브리더가 구매를 요청하지만 가끔 학대파에게 팔리기도 한
다.
그리고 1호실을 다 둘러본 브리더가 2호실로 들어간다.
2호실은 문을 열면 짧은 통로 반대에 또다시 문이 있는 이중문이다.
한 문을 닫은 브리더가 반대편 문을 열자 그 순간 시끄러운 비명 소리가 울려퍼진다.
이중문이 아니라면 바깥으로 소리가 새어나갔을 것이다.
데? 데에에에에에!!
데샤아아악!! 데샤아아!!
똑같이 20개의 케이지가 있는 방안의 모습은 1호실과 비슷하다.
하지만 안에 들어간 출산석들의 모습은 달랐다.
일단 모두 독라다.
식용실장 공장에서 보듯 실장석을 관리하려면 독라가 편한 것이다.
하지만 사육실장 출산석은 스트레스를 받거나 자들이 친실장을 업신여기는 일이 없게 머리도
옷도 남겨둔다.
하지만 2호실로 떨어지는 순간 바로 머리와 옷을 뺏어버린다.
천국, 혹은 낙원에서 유유자적 살며 인간님 과의 행복을 만끽하던 출산석들에겐 위석이 깨질
정도의 쇼크겠지만
이미 오기전에 수면제가 든 콘페이도를 배가 터지게 먹은 출산석이 잠든 사이
위석 적출을 해 영양 젤라틴으로 굳혀버렸다.
이로서 목을 잘라버려도 죽지 못하는 몸이 된 것이다.
처음 며칠간은 당혹하고 현실 도피를 해 인간을 볼때마다 애원을 한다.
지금 40번 케이지에 들어간 이 실장석처럼.
데데데! 데에엥!! 데스우~데스우~
브리더를 보고 안아달라는듯 팔을 올리며 눈물을 흘리는 40번.
아직도 현실을 깨닫지 못하고 자신이 귀여움을 받을수 있다 생각하는 것이다.
1호실에선 1부터 20의 번호를 붙인 미도리지만 각각 숫자를 붙여 부르기에
‘미도리들’ 은 그것이 모두 다른, 와타시만의 이름인줄 알고 있어서
같은 이름을 가진 동족을 만날 때 생기는 스트레스가 없다.
물론 사육실장의 교육엔 이름을 중시하는 실장석의 본능을 쳐부수고,
주인이 이름을 지어주는건 애정을 주는 행위라는걸 가르치는 동시에
같은 이름의 동족이 있을수 있다는걸 철저히 가르친다.
안 그러면 저 수많은 미도리와 에메랄드의 반은 파킹했을 것이다
하지만 2호실엔 그런 것이 없다.
그저 21부터 40의 번호가 케이지에 써져 있고 그 번호로라도 불리는 일이 없다.
번호는 출산상황이나 출산수의 서류작업을 위해 구분을 둔 것 뿐이다.
“………”
브리더는 40번을 무시하고 케이지들을 둘러본다.
업무가 과중해 지지 않게 두 방의 출산이 겹치지 않게 되어있어 2호실의 출산석들은 임신 10
일 정도였다.
그 정도인데도 이미 빵빵한 배를 감싼 19마리의 학대용 출산석들은 가능한 브리더에게 멀어
지도록 케이지의 구석에 웅크린다.
천국에서 나락으로 떨어지고 현실을 안 출산석.
이것이 그녀들의 모습이다.
거짓 투명한 눈물도, 진실의 적록의 눈물도 아니고 절망의 검은 눈물을 흘리는 출산석들.
이미 다들 몇 번이고 자를 빼앗겼지만 매번 저렇게 배를 감싸고 웅크리는 모습에 브리더는 뿌
듯함을 느꼈다.
절망에 빠져도 자신이 가르친 실장석들은 분충으로 떨어지지 않고 자들에게 애정을 보인다.
그리고 그렇게 지내 생명이 다할 때 까지 무의미하게 태어나 학대될 자들을 낳아주는 것이다.
절망이 아니라 무분별한 애호엔 카트리나 처럼 분충으로 돌아가 버리지만 그건 아직 극복하지
못했다.
“…………”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브리더가 작게 혀를 찼다.
미나야가 기르는 카트리나들 처럼 분충으로 떨어지지 않는 사육실장.
그걸 만들어 낼수 있다면 브리더에게 있어 최고의 기쁨이다.
하지만 지금의 자실장들론 한계가 있다.
인간과 있는걸 행복하게 여기고 감사하게 교육받은 자실장.
하지만 뭔가가 모자란다.
그녀들은 인간이 없는 생활을 모른다.
가혹한 상황에 몰아넣어 인간의 도움이 없으면 살수 없다는걸 가르치긴 하지만
인간이 없는 생활하고는 다르다.
자연속에서의 생활을 모르는 것이다.
6세대나 관리해 이어져온 출산석 혈통의 단점일지도 모른다.
“산실장이라도 구해 봐야하나…..”
생각에 잠겨 커튼을 젖히고 불이 꺼진 숍으로 나온 브리더의 귀에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린
다.
“응?”
밝은 보름달의 빛이 드는 숍 안에, 실장석 한마리가 움직이고 있다.
장식장이 아니라 바닥에서.
고급 간식이 놓인 칸에서 정신없이 포장을 뜯어 먹고 있는, 프릴이 넘쳐나는 옷의 실장석.
저녁에 카트리나가 입고간 옷이다.
하지만
인기척에 돌아보는 카트리나의 얼굴은 적록의 피투성이로 여기저기 부어있었고
달빛에 드러난 옷은 엉망진창으로 부어있었다.
언뜻봐도 인간에 의한 폭력이다.
“......무슨일이 있었는진 몰라도 생각보다 빠르구나, 카트리나.”
데데! 그 똥 노예가 반항한데스.
미친데스! 와타시를 때린데스!
박살내 죽여주려 했지만…와,와타시는 관대한데스.
할 수 없이 여기로 온 데스. 다른 노예가 올때까지 여기서 지내는데스.
브리더의 얼굴을 알아본 카트리나가 데스데스 목청을 높이지만 역시 린갈 없이도 바로 알수
있는 뻔한 내용들이다.
옷이 심하게 찢긴걸 보면 옷에대해 불평이라고 한 것일까.
일단 문단속을 잊은 종업원에게의 잔소리는 내일로 미루고,
브리더는 무표정인채,
힘껏 카트리나의 얼굴을 걷어찼다.
데켁!!!
이미 상처 투성이인 얼굴에 또다시 발차기를 맞고 입이 뭉개지며 뒤로 날아가는 카트리나.
삼각형의 입 에서 줄줄 흐르는 적록의 피에 이빨 조각들이 섞여 나온다.
그 소리에 전시장에서 실장석들이 부스럭거리기 시작한걸 눈치챈 브리더는 비명도 못 지르고
바닥에서 꿈틀거리는
카트리나의 머리통을 잡고 커튼 안으로 들어갔다.
다음날 오전.
“예. 접니다. 카트리나에 대해서 말씀드릴게 있어서 전화드렸습니다.”
너무 이른 시간이 지나고, 오전 적당한 시간이 되는걸 가늠해 미나야에게 전화를 건 브리더.
‘카트리나짱’이 아니라 그냥 카트리나 라고 부르는건 이미 상황 파악이 끝나고 고객의 기분을
맞춰주고 있는것이다.
“예.여기를 기억했는지 여기로 비집고 들어왔더군요. 하하하. 부끄럽습니다만 카트리나도 살려
고 필사적이었을테니까요.”
사실 이쪽 종업원이 문단속을 제대로 안한 탓도 있지만 그 부분은 일부러 빼고 대화를 진행하
는 브리더.
“예. 예. 그럼 이쪽에서 처분해 드리겠습니다.
아, 그리고 그 실장석이 뜯어 먹은것들….약 5만엔 어치입니다만, 부탁드리겠습니다.”
처분이란 말이 나온순간 카트리나라고 부르지도 않고,
피해에 대한 보상을 해줄수 있나 묻는게 아니라 당연히 해줄거라는듯 요구한다.
미나야의 성격을 알고 있는 브리더기에 ‘이 정도 돈이야 별거 아니니 당연히 주겠죠?’ 라는
뉘앙스를 섞은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전화를 마친뒤 뒤에서 불안하게 쳐다보던 종업원을 돌아보며 씩 웃는걸로
드러났다.
“잘됐네. 자네 월급에서 안까도 되게 됐어. 다음부턴 조심하자고.”
일련의 소동을 정리한 브리더는 숍을 나섰다.
오늘은 사육실장용 자실장의 선별일 이지만 그 정도야 제자 브리더들에게 맡겨도 된다.
20대 후반의 나이로 이미 명성을 얻은 그의 아래엔 제자를 자청해 모여온 초보 브리더들이
셋이나 있었다.
그것보단 카트리나, 지금은 학대용 원 고급 사육실장이 된 그 실장석의 일이 그를 생각에 잠
기게 했다.
그 미나야 여사가 기르던 고급실장석이 학대매물로 나왔단 소리에 전화가 폭주했다.
결국 주말에 경매를 열기로 했고 그 때까지 카트리나는 제자 브리더의 극진한 올리기를 받으
며
미나야와 자신에 대한 분통을 터트리고 있을 것이다.
결국 처참한 최후를 맞겠지만 그게 중요한게 아니다.
그는 카트리나를 보고 자신이 만든 사육실장도 분충으로 떨어진다는 것을 새삼 깨달은 것이
다.
어제부터 생각을 했지만 미나야에게 결국 버려진 카트리나를보며 그는 자존심에 금이 가는걸
느꼈다.
“어쩔까….”
일단 공원 근처의 주택으로 돌아온 그는 문득 담배가 떨어졌다는걸 알고 다시 바깥으로 나섰
다.
“어? 아저씨!”
“토시오냐. 그건 뭐야?”
그때 옆집에 사는 꼬마도 집에서 나오며 마주쳤다.
꼬마가 손에든 물건을 들어 보이자 양손에 자실장을 한마리씩 껴안은 들실장의 머리채를 잡은
채 대롱대롱 들고 있는게 보였다.
이미 두들겨 맞았는지 친실장의 오른쪽눈은 터져있고 온몸이 부어있었다.
그래도 자실장을 떨어트리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부여잡고 있다.
문득 친실장과 눈이 마주친다.
죄송한데스. 자들이 며칠동안 굶은데스. 살려주는데스....살려주는데스…..
마마가 큰일난테치….구해주는테치……
어지럽혀서 미안한테치….미안한테치….
“집에 들어와서 냉장고를 뒤지던걸 잡았어요.”
“…분충은 아니니…”
브리더는 무심히 친실장에게서 눈을 돌렸다.
“가능한 고통없이 처분해라. 그래야 착한 아이지.”
데데!!
마지막 희망의 끈이 끊어지는걸 깨달은 친실장이 절망의 소리를 지르는 순간,
팔에 힘이 풀리며 자실장들이 떨어졌다.
테챠악!
테칙! 테…테에에엑!!! 테에에에엥!!!
아이의 팔 높이더라도 자실장에겐 번지점프나 다름없다.
그것도 줄이 없는.
한마리는 운 좋게 머리부터 떨어져 즉사했지만 다른 한마리는 양 다리가 부서져 울부짖으며
땅바닥을 필사적으로 기어갔다.
“쯧.”
그 모습에 혀를 찬 브리더가 순식간에 자실장을 밟아 고통을 덜어준다.
즉, 목숨을 끊어 준다.
오로로롱! 오로로로롱!!
그걸 보고 친실장이 통곡하던 말던 브리더가 꼬마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고보니 토시오. 너 실장석 스레 돌아다니지?”
“응? 네 아저씨.”
“얼마전에 특이한 학대가 올라왔더라. 실장석의 전신을 두들겨 뼈를 다 부러트리곤 산채로 뼈
만 뽑아내는 거야.
그러면 연체동물처럼 흐느적 거린다지. 회복력이 있는 실장석이라도 왠만한 영양으론 뼈를
통째로 복구하긴 어려운 모양이야.”
“우와...엄청 아프겠네요 아저씨!”
“그렇지? 그러니까 나한테 그 꼴 당히기 싫으면...형이라 불러라.”
“...네, 형.”
순간 식은땀을 흘리던 토시오지만 손안에서 아직 오열하는 친실장을 보곤 그대로 집안으로 들
어갔다.
아마도 소년의 실험정신을 자극한거 같다.
그대로 편의점에 간 브리더는 담배를 사서 편의점 문을 나서는 동시에 불을 붙였다.
“…….”
아까부터 전신주 뒤에서 숨어 있을 생각이지만 훤히 드러나있던 들실장 모자가 실망하는게 안
봐도 뻔하다.
탁아를 하기 위해 자신이 봉투를 들고 나오는걸 기대 했을것이다.
들실장 따위의 생물에겐 신경쓸 필요가 없기에 브리더는 무시하고 집으로 향했다.
저딴 생물 따위, 아무리 공을 들여도 만족할 만한 작품을 만들수 없다.
그렇다고 출산석으로 써봤자 처음부터 2호실 행.
구태여 들실장에게 관여할 이유가 없는것이다.
그때 문득 불어온 바람에 브리더의 입에서 불이 붙은 담배가 떨어 졌다.
“이런…”
바닥에 떨어진 담배를 내려다 보자, 아까의 들실장이 자실장을 내팽겨 치고 달려왔다.
인간이 입에 맛있는듯 물고 있는게 떨어진데스! 먹는데스!
“그만 두는게 좋아…”
제지할 생각은 없이 작게 충고한 브리더의 앞에서,
운 없게도 담배의 필터부분을 든 들실장이 열기와 매캐한 연기를 느낄 틈도 없이 입에 급히
우겨넣는다.
치이이익!!!
케에에에에엑!!!!
파킹!
그리고 목구멍 안쪽에 기대한 단맛이 아니라 담뱃불에 지져지는 격통을 느끼고 그대로 파킹하
는 들실장.
그런 들실장에게 내던져져 지며 왼쪽 다리가 꺽이고 왼팔도 옷째로 떨어져 나간 자실장이 필
사적으로 기어와
테치테치거리며 마마의 시체를 부여잡고 운다.
“정말 어리석고 추하구나…어짜피 너도 모친이 사라지고 상처입은 이상 살수 없겠지…”
자실장을 짓밟으려 발을 든 브리더는 문득 구두에 적록의 액체가 묻은걸 보고 얼굴을 찌푸렸
다.
아까 숨을 끊어준 자실장의 피다.
더 이상 구두가 더러워지는것도 내키지 않기에 그는 다시 발을 내리곤 자실장을 내버려 두고
집으로 돌아갔다.
일주일뒤.
그날도 브리더는 사육실장교육을 제자들에게 맡긴채 생각에 잠계 공원을 걷고 있었다.
제자들에게 완전히 맡기면 80여 마리중 2마리나 합격할지 의문이지만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70마리가 넘는 자실장이 분쇄기에 던져지는것 보단 그를 괴롭히는 고민이 중요하다.
그때.
테치~테치~
"...응?"
그의 눈에 들실장 일가가 들어 왔다.
친실장 하나와 자실장 다섯.
엄지하나와 구더기 하나라는 , 자실장의 비율이 높긴해도 평범한 들실장 일가다.
하지만 그는 놀란표정으로 평소라면 신경도 안쓸 들실장들을 응시했다.
"그럴리가…."
자실장 중 하나는, 왼팔의 옷이 없었다.
분명히 일주일전 담배를 집어먹고 죽은 들실장의 자실장이다.
죽었을터인 그 자실장이 구더기를 안은 엄지의 손을 잡은채 행복하게 걷고있는것이다.
잘 보면 나머지 들실장들은 얼굴이 닮아 있는게 친가족이 분명 했지만 얼굴이 미묘하게 다른
그 자실장이 섞여있는것이다.
친실장을 잃은 자는 동족에게 잡아먹히거나 굶어죽는다.
운이 좋아도 다른 가족의 노예가 되지만 저 들실장이 노예로 지내는것 같지는 않다.
데스우~데스우~
브리더는 친실장을 눈여겨봤다.
옷이나 몸 크기를 보면 2년을 넘긴 드문 개체다.
공원의 들신장이 2년을 넘기고 다섯이나 되는 자실장을 기른다는건 상당히 영리한 개체란 소
리다.
"........"
데?
브리더가 가까이 다가가려 하자 아직 상당히 거리가 있는데도 친실장이 경계의 눈초리를 보낸
다.
좋은 태도다.
인간에게 아첨을 하지 않으면서도 지나치게 인간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
친실장의 시선을 받은 브리더는 안심을 시키기 위해 그자리에 천천히 멈춰섰다. 그리곤 이어
폰형 린갈을 꼈다.
"안녕"
"데....인간상 무슨일인데스?"
"아아..물어 볼게 있다. 그 자...너의 자인가?"
브리더가 가리킨 왼팔옷이 없는 자실장을 돌아본 친실장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닌데스... 부모를 잃은 자인데스."
"그런데 같이 사는건가?"
"내버려두면 죽는데스...와타시가 돌보는데스..."
그 자실장은 테? 거리며 브리더를 올려다볼 뿐이다. 이미 브리더의 얼굴을 기억 못하는것 같
다.
"드물구나 남의 자를 길러주다니. 너의 다른 자들도 훌륭하게 컸고."
"그런데스. 착한 자들인데스우~"
자들을 칭찬하자 친실장의 경계가 조금 풀리는것 같았다. 자에대한 애정이 깊은 개체인것 이
다.
쭈그려 앉은 브리더가 주머니에서 콘페이도가 든 봉지를 꺼냈다.
테? 테테!
테치테치!
콘페이도가 가득한걸 본 자들이 흥분하지만 친실장을 돌아보며 울뿐이다.
단지 왼팔 옷이 없는 자실장만이 달려와 봉지를 향해 뿅뿅 점프를 하고 있다.
"주는테치! 콘페이도테치!"
'역시...교육의 차이인가. 들실장들 중에서도 이정도로 차이가 날줄은...'
일단 왼팔옷이 없는 자실장에게 콘페이도를 하나 주자 그 자리에서 바로 핥아먹기 시작한다.
그 모습을 보고 나머지 자들이 보채지만 역시 달려오진 않는다.
아직 경계를 완전히 풀지 않은 친실장에게 일부러 자의 수만큼. 즉 친실장의 몫을 빼고 콘페
이도를 건네준다.
그러자 바로 하나를 입에 가져가는 친실장의 모습에 브리더의 눈매가 살짝 가늘어 졌지만 먹
지 않고 맛을 본 친실장은
잠시뒤 이상이 없자 자들에게 하나씩 콘페이도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맛있는테치~달콤한테치~"
"처음먹는 콘페이도레치~"
"레...구더기 입보다 큰 레후...먹을수가 없는 레후..."
먹지 못하는 구더기에게 콘페이도를 부숴 먹이는 친실장 옆에서 자실장 하나가 콘페이도를 다
먹었다.
"인간상 감사한테치. 단테치!"
사육실장이 적어도 3일간은 가혹한 교육을 받고서야 인간에 대해 감사를 표시하는것에 비하면
기적같이 들실장이 감사하고 있지만 감사의 말을 하면서도 눈이 남은 콘페이도봉지에 향하는
게 한계인 듯하다.
하지만 생각도 못한 가능성에 브리너는 조용히 흥분하고 있었다.
들실장에겐 가치가 없지만 브리더인 이상 실장석의 생태는 알고있다.
들실장 중에 이런 영리한 친실장은 원오브사우전드에 필적하는 희귀함이다.
이 친실장이 사육실장 출산석의 교육을 받고 공원생활의 정보를 이은 자들이 태어나면 어쩌면
가능하지 않을까?
분수를 알고 분충으로 절대 떨어지지 않는 사육실장을 만드는게.
어느새 생각에 잠겨 콘페이도가 하나 남도록 다 나눠준 브리더는 그때까지 콘페이도를 입에
대지 않고
자들에게 나눠준 친실장에게 남은 하나를 건넸다.
"이건 네가 먹어라. 자들은 충분히 먹었겠지?"
"데...."
콘페이도를 받은 친실장이 자들을 돌아보자 자들이 모두 테치레치거리며 마마가 먹도록 재촉
했다.
흐뭇한 광경이다.
작품이 완성될지도 모르는 흐뭇함.
잠시뒤 브리더가 친실장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나와함께 가지 않을래?"
"데? 무슨말인데스?"
"길러주겠다는거야."
"테? 사육실장테치?"
"사육실장이 되는 테치!"
자들은 쓸모가 없겠다. 이미 사육실장으로선 낙제다.
상관없다. 브리더가 원하는건 친실장이 교육을 받은뒤 낳을 자들이니까.
"나는 실장석에게 주인을 찾아주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친실장 너는 내가 기르고, 자들은 모
두 주인을 찾아줄게."
"테...주인님? 다른 인간상? 콘페이도 더 먹을수 있는테치?"
"하지만 마마와 헤어지는 테치?"
"그런데스...자들과 헤어질수 없는 데스...죄송하지만 갈수 없는데스."
"그런가. 아쉽구나..."
말은 그렇게 했지만 브리더의 입가엔 만족한 미소가 지어지고 있있다.
여기서 쉽게 따라왔으면 그것도 탈락이다.
또 다시 며칠뒤.
테치~테치이~
레치치!
브리더가 가져다준 작은 공을 굴리며 노는 자들을 브리더의 옆에 나란히 앉은 친실장이 흐뭇
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요즘 며칠동안 브리더는 매일 공원에 나와 이 일가와 지내고 있었다.
"정말 착한 자들이구나."
"그런데스~와타시의 자랑인 자들데스~"
"오늘은 선물이 하나 더 있다."
왼팔의 옷이 없는 그 입양자실장을 안아든 브리더가 가방에서 분홍색 실장옷을 꺼냈다.
"테! 옷테치! 예쁜 옷테치치!!"
옷을 보고 흥분하는 입양자실장에게 옷을 주자 황급히 왼팔이 없는 낡은 옷을 벗더니 분홍색
실장옷을 입으려 애를 쓴다.
옷을 뒤집어 쓴채 팔부분으로 머리를 내밀려 난리를 치는입양실장을 보던 친실장이 웃으며 제
대로 옷을 입혀준다.
"텟테~! 옷테치! 팔도 있는테치~"
자신들과는 다른 분홍색 옷을 입고 기뻐하는 입양실장의 주위로 다른 자들이 모여드는걸,
브리더가 약간 긴장하며 지켜본다.
그리곤
"테치~예쁜옷테치~"
"5녀짱 잘된테치. 예쁜테치!"
어느새 5녀로 불리는 입양실장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같이 기뻐하는 자실장을 보고 브리더
도 미소를 짓는다.
이걸로 최종시험 합격이다.
자실장들에 대한 시험이 아니라.
이 친실장이 낳은 자들이 어느 정도 인지의 시험에.
이윽고 해가 져가자 돌아가는 브리더를 향해 일가 모두 손을 흔들며 배웅한다.
특히 만면의 미소로 팔이 빠지도록 흔드는 입양실장의 옆에선 친실장은 매번 받는 실장푸드봉
투를 들고 있다.
똑같이 손을 흔들며 헤어진 브리더는,
공원을 나서는 순간 미소를 싹 지우고 핸드폰을 꺼낸다.
" ...예 시장님. 안녕하십니까. 저번에 낙찰해가신 카트리나는 어떠셨습니까?
....그렇군요 벌써입니까. 그럼 저희쪽 사람을 보내 처리해드리겠습니다.
시장님이 실장석의 시체 따윌 버리시는 모습을 보여서 좋을게 없으니까요.
걱정마십시오. 분쇄기로 흔적도 없이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저번에 말씀드린 것 때문에 전화 드렸습니다."
잠시 전화에 귀를 기울이며 끄덕이던 브리더가 말을 이었다.
" 예. 예. 말씀드린대로 하시면 애호파에게도 명분이 섭니다. 오히려 지지율에 좋은 영향을 미
치겠죠.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브리더는 공원을 한번 돌아보고는, 그대로 발길을 돌렸다.
다시 며칠 뒤.
"안녕하세요."
"어서오십시오 미나야님. 어쩐일로 오셨습니까?"
"사육실장을 고르려고요. 다들 당신의 사육실장을 데리고 돌아다니니 질수없죠.
하지만 카트리나가 그런 말을 할 줄은... 다른 집의 사육실장들은 착한건지 주인이 참는건지
대단하네요."
'대단한건 미나야님 당신입니다...'
그런 내색은 손톱만큼도 비치지 않은채 브리더가 공손히 말했다.
"죄송합니다. 아직 제가 기른 실장석도 미숙해 폐를 끼쳐드롔습니다."
"아니에요. 그렇게 생각해 주시면 이번엔 더 좋은 아이를 골라주세요."
"그것말입니다만...두달정도만 기다려 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두달이나? 뭔가 있나요?"
"이번에 좋은 생각이나서 새로운 시도를 해볼 생각입니다.
지금까지의, 다른분들이 데리고계신 사육실장보다도 훨씬 뛰어난 사육실장을 길러낼수 있을
거 같습니다."
"흐음...기대되네요. 그럼 기다려보죠."
그리곤 숍을 나서려던 미나야가 문득 돌아섰다.
"그러고보니 어제 이 앞의 공원에 대규모 구제가 있었다는데 들으셨나요?"
"......처음 듣습니다."
"그런가요. 과연 우리 시의 시장님은 애호파세요.
들실장을 구제하면서도 착한 들실장들... 개념실장이라 하던가요?
그런 실장석들은 확실히 구분해서 죽이지 말라고 지시를 내리셨더군요.
쓰레기들이 줄어 들었으니 그착한 들실장들이 살기 편해지겠어요."
"네..."
고개를 살짝 숙인 브리더의 입가에 걸리는 미소를, 미나야는 보지 못했다.
"시장님은 좋은분 이시죠,.."
미나야를 배웅한 브리더는 잠시뒤 숍에서 나와 공원으로 향했다.
며칠전과 똑같은 모습의 공원.
하지만 여기저기 돌아다니던 들실장들이 보이지 않는다.
그대신 군데군데 적록색 핏자국이 남아있다.
공원을 둘러보던 브리더가 그 실장일가의 골판지가 있는 쪽으로 다가가자
벤치 아래에 분홍색의 뭔가가 보였다.
갈기갈기 찢긴 분홍색 옷을 꼭 움켜쥔채 죽어있는 자실장.
그 입양자실장이다.
처분을 위해 머리카락을 뜯기고 옷을 찢기다가 필사적으로 도주했는지
독라인 그 자실장의 몸여기저기는 멍이 들어있었고 팔다리도 꺾여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유일하게 무사한 왼팔로 분홍색 옷 조각을 쥔 채 죽어있는 그 자실장의 표정
은
입을 한껏 벌린채 절망한 표정이었다.
그 시체를 내버려둔 브리더가 더 나아가자 이번엔 바닥에 눌러붙은 적록의 고깃덩이가 보였
다.
잘 구분은 안가지만 작은 두건과 구더기 실장옷이 희미하게 보이는걸 보면 엄지가 구더길 안
은채 도망치다가
같이 밟혀 죽은거 같다.
이것도 그 친실장의 엄지와 구더기다.
"쯧. 시청 구제반도 나태해졌군. 뒷처리도 제대로 안하나."
마침내 친실장의 골판지에 도착하자, 골판지 문에 손을 뻗는 자세로 누워 죽은 자실장의 상반
신이 보였다.
하반신은 어디있는지 모르겠다.
잠시 표정을 관리한 브리더가 이어폰형 린갈을 꽃고는 급히 골판지를 열었다.
"어이! 괜찮아?"
"데! 데데!"
골판지가 열리는 순간 비명을 지른 친실장이 브리더를 보고 멍하니 있다가, 통곡을 하기 시작
한다.
" 오...오로로롱! 오로로롱! 인간상...자들이...자들이 전부 죽은데스!!
모두 착한 자들인데 죽은데스! 어째서 데스? 그 하얀 인간들은 본 적이 있는데스.
하지만 우리는 그때처럼 공원을 어지럽히지 않은데스! 오로로롱! "
친실장의 팔에 안긴 자실장 두마리는 끔찍하게 두들겨 맞아 여기저기 꺾인채 죽어있었다.
구제팀의 지급 장비인 삼단봉은 숙련자가 쓸경우 인간의 팔을 부러트릴수 있는 위력이다.
자실장정도야 한방에 절명시킬수 있다.
그런데도 이 자실장들이 이정도로 됐다는건 일부러 힘을 조절해가며 때렸다는 걸 의미 하는
동시에,
브리더의 계획대로 잘 되갔다는 걸 의미했다.
방해되는 자들을 제거하는 동시에 친실장에겐 자신 혼자 살아갈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해 인
간,
즉 브리더 자신에게 의지하게 한다.
그걸 위해 자들을 가능한 오래 끌며 천천히 죽이도록 부탁을 했다.
단지 그 연극을 위해 공원내의 들실장 대부분이 구제에 휩쓸렸지만,
친실장은 살려두기 위해 개념실장 이란 명목으로 몇마리를 살려두도록 말했으니 곧 다시 꾸역
꾸역 늘어날것이다.
"오로로로롱! 오로롱!"
우는 친실장을 안아든 브리더가 침울한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더는 여기서 살수없어. 나와 함께 가서 살자. 자들은 내가 묻어줄게."
"데...인간상..."
긴장의 끈이 풀린듯 그 말을 듣고 쓰러진 친실장을 준비해간 케이지에 넣은 브리더는
자실장들의 시체를 근처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그리고, 구제팀에게 차여 날아가, 머리위의 나뭇가지에 꿰여 죽은 마지막 자실장을
끝까지 눈치 못챈채 남은 한마리의 행방을 궁금해하며 골판지를 밟아 부수곤 자리를 떠났다.
숍에 도착한 브리더는 종업원의 인사도 듣는둥 마는둥 커튼 너머로 들어갔다.
그리곤 교육실로 들어가 친실장의 옷을 벗기곤 미온수로 적당히 씻는다.
이미 성장을 마친 성체실장이기에 원래의 옷일 필요는 없고, 게다가 인간에게 행복을 받는다
는걸 가르치기 위해
적당한 녹색 애완 실장옷을 입히는 걸로 일단 처리는 끝났다.
그떄까지도 실신하듯 잠든 친실장을 내려다본 브리더는 서랍에서 작은 상자와 면봉을 하나 꺼
냈다.
보통 출산석의 목욕을 시킨후 드라이기로 말려주는 사이 꽃가루를 날려보내 임신 시키지만
1호실의 출산석들은 이미 2일전에 그 과정을 끝냈다.
상자 안에 가득 모인 꽃가루를 적당히 면봉에 묻힌 브리더가 친실장의 총배설구에 면봉을 찔
러넣는다.
뎃! 뎃!
기절해 있으면서도그 감촉에 움찔거리는 친실장을 보며 얼굴이 살짝 일그러지지만
재빨리 작업을 마치곤 친실장을 안고 1호실로 들어갔다.
잠시뒤.
정신을 차린 친실장은 시끌벅적한 노래소리에 잠을 깼다.
뎃데로게~뎃데로게~
뎃데로게~젯데로게~
눈을 뜬 곳은 출산석의 1호실이지만 알리가 없다.
그저 공원과 천지차이인 따듯하고 밝은 방안에서 푹신한 이불위에 누워 행복하게 태교의 노래
를 부르는
수많은 동족들을 어리둥절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뒤,
어느새 자신의 양눈도 초록색 이라는걸 눈치채며,
미도리니쥬로서의 새로운 생활이 시작됐다.
-1부 외전 1 끝-
친실장이 미도리니쥬란 이름을 받은 지 3주 뒤.
만삭인 배를 안고 태교의 노래를 부르는 미도리들 중에 자연스럽게 미도리니쥬의 모습이 섞여
있었다.
뎃데~뎃데~뎃데로게~
행복이 주체 못하게 넘쳐나는 모습으로 노래를 부르는 미도리니쥬.
그렇지만 3주 동안의'교육‘과 행복한 환경,
그리고 주위의 다른 출산석에게 받은 영향으로 자신도 모르게 태교의 노래의 내용이 바뀌었다
는 건 눈치 채지 못했다.
원래
태어나면 누릴 즐거운 생활과 맛있는 밥.
수많은 가족과 따듯한 집.
아름다운 자신들의 모습 등의 행복을 들려주는 태교의 노래는,
어느새 거기에 더해 인간의 훌륭함과 이 모든 행복은 인간님 에게서 주어진다는 내용으로 변
질 되어 있었다.
태낭 속에서 이 노래를 듣고 자라난 자들은 자연스럽게 인간에 대한 신뢰를 배운다.
반대로, 학대파의 실험에선 성대에 화상을 입혀 태교의 노래를 부르지 못하게 한 친실장에게
서 태어난 자실장의 경우는 백치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는 결과가 있었다.
위석의 정보 유전 외에 태교의 노래도 태내의 자들에게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때 이어폰형 린갈을 낀 브리더가 음식을 들고 들어왔다.
린갈은 딱히 필요없지만 출산석과의 대화를 원활히해 애정을 받고 있다고 느끼게 하는것도 관
리의 일환이다.
"자~ 밥시간이다."
"데! 주인님이 온데스!"
"밥데스! 오늘은 무엇데스~"
밥이란 말에 기대하긴 하지만 스테이크나 스시를 입에 올리는 출산석은 없다. 이미 4세대 째
에 스시와 스테이크등의 어이 없는 요구는 본능에서 제거당한것이다.
단지 팔려나간 자실장이 사육실장으로 살며 그 음식들이 실제로 주어질 경우 실장푸드를 먹지
않고 계속 스테이크를 요구하는 경우는 많다.
단지 실장푸드보다 스테이크가 맛있기에 그럴수도 있지만, 다른 음식과 스테이크가 있을 때
무조건 스테이크를 고르는걸 보면 희미하게본능이 아직 남아있는 것 같다.
브리더가 밥그릇에 담아준건 싱싱한 야채와 처분된 실장육의 페이스트. 위석도 같이 갈아 만
든 페이스트는 같은 실장석에겐 최상의 영양을 제공한다.
미도리니쥬도 의심없이 그릇에 입을 대고 페이스트를 씹어 삼키고 있다.
"맛있는데수웅~ 귀여운 와타시의 자들 어서 태어나 같이 먹는데스~ 태어나면 행복이 가득 기
다리고 있는데슨~"
"뎃데로게~태어나면 인간님이 데려가시는데스~ 모두 좋은 주인님을 만나는데스~"
"데…"
그때 문득 페이스트를 씹던 미도리니쥬의 입이 멈춘다.
"응? 왜그래. 미도리니쥬."
"인간상. 와타시의 자들도 새 주인을 만나러 가는데스?"
"응. 너의 자에겐 특히 기대가 크다. 다들 영리하고 귀여울게 분명하니까."
사실 이번에 태어날 ‘1세대’ 는 중간과정에 불과하다.
다른 출산석들이 모두 브리더를 주인님이라 부르지만 미도리니쥬만이 아직 인간상이라 부르는
걸 봐도 알수 있듯이 아직 미도리니쥬는 자들과 헤어지는것에 불안을 느끼기에 은연중에 자들
에게 그 불안이 전달된다.
브리더는 이번의 자들이 행복하게 데려가지는 모습을 보고 의심이 사라진 2세대, 즉 두달째에
낳아질 자들을 기다리고 있는것이다.
"데에...싫은데스. 와타시는 자들하고 사는데스…"
"데? 미도리니쥬상 무슨말을 하는데스? 자들은 모두 주인님에게 가야 하는데스."
옆칸의 미도리쥬큐가 의아해하지만 미도리니쥬의 표정은 어둡다.
그 모습을 보며 브리더는 어떻게 미도리니쥬를 설득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쳇. 2호실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으면 바로 갈아버리는건데.’
하지만 1호실의 출산석들에게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줄 수는 없다.
"그렇지만 미도리니쥬. 보다시피 여기엔 실장석들이 이미 많다. 더 이상 늘어나면 기를수가 없
다고?"
"데에에…"
" 자들과 살고싶으면…미안하지만 길러줄수가 없어."
"데!"
"그럼 공원으로 돌려보내주겠지만… 영리한 너라면 이제 공원은 너희들이 살기 어려워 진걸
알거다."
"데에…그런데스…와타시의 자들이….다른 동족들도…."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는지 부들부들 떠는 미도리니쥬의 머리를 쓰다듬는 브리더.
"걱정마라. 모두 좋은 주인을 찾아 행복하게 살게 해줄게."
"데! 주인님 와타시도 쓰다듬어주는데스!"
"그래그래."
미도리쥬큐의 머리를 건성으로 쓰다듬는 브리더는 속으로 혀를 차고 있었다.
‘쳇, 진짜로 이번에 낳을 자들은 쓸모가 없는 자들이겠군…. 임신한채 그 기억을 떠올리다
니…’
그리고 마침내 1호실의 출산일이 되었다.
이틀 늦게 임신한 미도리 니쥬지만 다른 출산석들이 모두 출산을 하는것에 자극을 받아 같이
출산을 시작한다.
"뎃! 데에! 나오는데스우!"
"텟테레이~"
"텟테레이~"
순식간에 자들의 울음소리로 시끌벅적해지는 1호실.
"와타시의 귀여운 자들~ 잘 태어난데스~"
"인간님들도 너희들을 데려가 행복해지는데스~"
미도리니쥬도 자실장만 5마리를 낳았다.
많은 수는 아니지만 전부 자실장이다.
"오로롱…오로롱…."
"테치? 마마 우는테치…왜 우는테치?"
"아닌데스. 너희들을 보니 기뻐서 그런데스. 다시 자들이 생긴데스 오로롱…"
"울지마는테치! 와타치가 실장댄스를 추는테치!"
"와타시도 추는테치! 마마! 웃는테치!"
'테찌 실장은 없나. 오히려 좋지 사실 그건 미숙한 자실장이니.'
출산 당일은 구더기와 엄지를 골라내기에 기뻐하는 미도리니쥬에겐 오늘을 볼일이 없다.
‘단 하루의 유예다. 즐겨둬라, 미도리니쥬….'
"레치~마마 와타치 주인님을 만나거 가는레치!"
"마마 바이바이레치~ 놀러오는레치~"
"잘가는데스 귀여운 와타시의 엄지짱들~ 구더기를 잘 돌보는데스~"
"레후! 높은레후! 마마가 작아져가는 레후….."
제자들과 구더기와 엄지를 골라내 교육실과 학대용 판매대로 나눠 보낸 브리더가 미도리니쥬
의 칸을 흘깃 쳐다봤다.
"와타시의 착한자들~ 젖을 먹는 데스~먹고 무럭무럭자라는데스~"
모유가 아니라 음식쓰레기를 먹어도 자라는게 실장석이지만 일단 생물로서 수유의 기능은 있
다.
"데? 데?"
"테에잉! 마마 와타치 배고픈테치,.."
그러나 실장옷을 걷어올려 수유를 하려던 미도리니쥬는 당혹한 소리를 질렀다.
한팔에 하나씩 안은 자들이 빨아도 모유가 나오질 않는것이다.
"데! 인간상! 젖이 안나오는데스! 자들이 배고픈데스!"
"큰일났구나, 우선 이거를 먹이렴."
브리더가 놓아준 접시에 담긴 자실장용 합성분유를 본 미도리니쥬가 다시 브리더를 올려다 봤
다.
"와타시는 자들에게 직접 젖을 먹이고 싶은데스! 빨리 젖을 주지 않으면 앞으로도 자라지 못
하는데스!"
"그 말대로다. 왜 젖이 안나오는지는 모르지만 빨리 밥을 먹여 줘야지 안 그러면 자들이 크지
못한다고?"
"데! 데이...알겠는데스..."
마지못해 자들을 접시로 데려가는 미도리니쥬.
접시에 담긴 분유를 먹으며 환성을 지르는 자실장들을 기쁜듯 바라보지만 한편으론 깊은 실망
감이 느껴진다.
"데…다시 자들이 생기는걸 기다린데스…옛날처럼 젖을 먹이고 행복하고 싶었던데스….왜 젖이
안나오는데스?"
'장난하지마라. 실장석의 모유 따위를 먹이면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고.'
사실 출산석들이 먹는 실장푸드엔 여러 약품이 들어있다.
그리고 그중엔 모유의 분비를 억지로 멈추는 약품도 들어있다. 실장석의 모유엔 생각보다 영
양이 적다.
들로 살아가며충분히 영양을 나눌수 없는 친실장의 육체가 자신의 영양을 보존하기위해 그렇
다는 연구가 있지만 사육실장으로 키워내기엔 오히려 방해다.
차라리 영양만점의 자실장용 인공분유를 먹이는게 좋다.
기쁨과 슬픔에 잠긴 미도리 니쥬를 내버려둔 브리더는 1호실을 나섰다.
한동안 손을 놓은 브리더의 본업으로 돌아가려는 것이다.
레치레치!
레치~레치치~
교육실에 들어서자 방 안 가득 엄지실장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탁자 위에 놓인 넓은 아크릴 수조안에 17마리의 엄지들이 모여있다.
몇몇 엄지는 무리와 떨어져서 처음 보는 세상의 모습에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지만.
어짜피 사방은 녹색의 벽지가 발라진 벽일 뿐이다.
몇마리는 방에 옮겨지자마자 제자들이 걸어준 목걸이를 서로 보여주며 좋아하고 있다.
"안녕 엄지들~ 태어나줘서 기뻐요. 내가 누군지 알까?"
"레치! 인간상레치!"
"인간님레치! 잘 부탁드리는레치!"
좋아, 이번도 세뇌는 확실히 전해진듯하다.
하지만 몇마리는 다르다.
"레치? 커다란 마마레치? 안아주는레치?"
이건 아직 교육의 여지가 있다.
"레! 인간상! 꺼내주는 레치! 마마가 들려준 노래의 맛있는걸빨리 가져오는레치!"
탈락.
한번 분류를 하긴 했지만 제자의 분류는 아직 미숙하다.
탈락한 몇마리를 집어들어 다른 수조로 옮긴다.
대부분의 엄지들은 인간에게 안기는 그 엄지들을 부러운듯 지켜볼 뿐이지만 두마리가 달려와
레치레치 운다.
"인간상 와타치도 안는레치! 와타치가 더 귀여운레치!"
"안아서 귀여워귀여워해주는 레치. 분홍색의 옷은 어디있는레치?"
‘분홍색옷?’
태교의 노래엔 분홍색 옷에 대한 정보는 없다.
그렇다고 원래 본능에 있는것도 아니고 그저 사육실장을 보고 부러움을 느낀 들실장이 위석의
정보로 자들에게 물려주는것이다.
다르게 말하자면 위석에 새길정도로 부럽다는것이겠지
하지만 6대째 사람에게 길러진 출산석들의 정보엔 옷에 대한 정보는 없다.
혹시나 해서 목걸이를 보자19-2, 미도리쥬큐의 자다.
일단 그 두마리도 옆의 수조에 같이 넣는다.
자신들도 선택받은것에 레치레치 기뻐하는 두마리를 합해 총 7마리.
뭐, 평균적인 수다.
"레치레치레치~"
"레치~ 인간상 어서 맛있는걸 가져오는레치~"
"와타치는 분홍색 옷을 받는레치~ 프릴이 가득 달린게 좋은레치!"
쾅!!!
"레게치보뷰아치아아아아악!!!!!!"
"레치!"
"레!!!!"
다음 순간 브리더가 열린 수조 위로 떨어트린 두꺼운 아크릴판에 눌려 납작해지는 7마리의 엄
지.
투명한 판 아래로 적록의 액체와 고깃덩이들이 확 번져나간게 선명이 보인다.
그 모습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는 나머지 엄지들.
하지만 1차 선별을 통과한 자들답게 팡콘도 파킹도 하지 않는다.
울부짖거나 난리치지 않고 부들부들 떨면서도 브리더를 쳐다본다.
"레..레치……"
이것은 인간님은 행복을 주지만 와타시들이 잘못하면 혼을, 그것도 심하게 혼을 내기도 한다
는걸 기억하는 증거다.
가끔은 여기서 추가로 탈락하는 엄지도 나온다.
"자 엄지쨩들. 내가 왜 저 엄지들에게 슬픈일을 했을까?"
"레…인간상에 요구를 한 레치…"
"반만 맞았네요. 인간님들에게 요구를 하는건 상황에 따라 허가되지만 구분 못하고 자기맘대
로 요구를 해서 슬픈일을 한 거에요."
슬픈일.
솎아내기를 말하는것으로 이건 본능에 저장된것이다.
7마리의 엄지가 처참히 죽어도 슬픈일을 했다고 말하는것만으로 이해를 한다.
‘뭐, 저것들의 어미는 자들이 이런 슬픈일을당한다는건 모르겠지만….’
슬픈일을 할 겨를도 없이 6대에 걸쳐 자를 데려가진 출산석이 슬픈일이란 개념을 기억하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자들이 매번 알아듣는걸 보면 본능에 확실히 남은거 같다.
"자, 착한 자들은 곧 좋은 주인님이 데려가요. 하지만 제멋대로인 자는 슬픈일을 하겠어요...모
두 착한 자들이죠?"
"네 레치!"
"알겠는레치!"
엄지실장에게 행해지는 교육내용은 이걸로 반이다. 나머지는 화장실의 교육과 식사예절의 교
육정도.
그리고 내일 전시장으로 가기전 까지 이것들을 몇번을 반복해 물어본후 내일 아침의 질문까지
통과하면 그걸로 끝이다.
자실장에게 행해지는 교육의 4분의 1도 안되지만 어짜피 이 엄지들은 대부분 나머지 4분의 3
의 지식이 필요할때까지 살지 못할것이다.
아마도 다들 울음소리가 레치 에서 테치로 변하는 시점에서 이야기 끝이리라.
그날의 교육을 끝내고 10마리에서 8마리로 줄어든 엄지들을 이불과 먹이가 있는 수조에 넣은
브리더가 방을 나서자
교육실의 다른 구간에서 나오는 제자와 마주쳤다.
"구더기들은 어때?"
"보통입니다. 21마리중 1단계에 8마리. 결국 통과한건 5마리 입니다."
"구더기가 그정도면 잘 한거지. 수고했어"
" 감사합니다."
엄지와 구더기를 합쳐서 38마리. 그중 13마리만이 남고 나머지 25마리는 ’탈락’.
오늘 살아남은 엄지실장과 구더기실장은 내일부터 바로 전시장에갈것이다.
어짜피 엄지와 구더기는 부수적인 요소다. 사육실장을 키워낸다는건 자실장을 가르치는 것.
그리고 내일부턴 그 미도리니쥬의 자를 가르친다.
자.
너희는 과연 나에게 희망을 줄수 있을것인가?
실장석의 운명을 벗어나 보겠는냐?
기대하고 있어.
‘하지만 그전에....’
1호실로 들어간 브리더가 방의 맨 끝으로 간다.
방 안은 단 하루만이라도 자실장과 친실장의 목소리로 데스테치 시끄럽다.
가운데의 통로를 중심으로 허리 높이정도에 좌우로 10개씩 늘어서 있는 케이지들.
그중 11,12 그리고 19,20 은 창가라 바깥이 보인다.
폐쇄감을 주는것도 스트레스의 요인에 되기에 꽤 큰 창의 너머로 도로의 풍경과 공원의 입구
가 보인다.
‘그랬나....’
미도리쥬큐의 엄지가 말한 분홍색 프릴이 달린옷.
공원에 산책 데려와진, 아마도 카트리나였을 사육실장의 모습을 본 미도리쥬큐의 정보를 이어
받은건가?
자실장들과 놀아주다가 자신의 케이지 앞에 서있는 브리더를 본 미도리쥬쿠가 브리더를 올려
다 보며 미소를 짓는다.
"데? 주인님. 엄지들은 잘 지내는데스?"
‘반나절 지났을뿐인데 완전히 옛날일 얘기하는듯하구나…’
"응…. 그래. 내일이면 다들 주인님들에게 데려가 질거야…. 게다가 한마리는 벌써 데려가졌
어."
"잘된데스! 분명 행복하게 지낼거인데스!"
‘저승사자가 데려갔지만…아니 그전에 실장석에게 영혼이 있는지, 있어도 저승사자가 거둬줄
지 의문이다.’
자신과 미도리쥬큐의 대화를 자들과 놀며 듣고 있는 미도리니쥬를 곁눈질한 브리더는 창도 미
도리쥬큐도 그대로 놔두기로한다.
영리한 만큼 미도리니쥬는 다른 실장석에게 영향을 받기 쉽다.
자신에게, 인간상에게 한치의 의심도 가지지 않는 미도리쥬큐의 모습은 좋은 자극제가 될 것
이다.
하지만, 브리더는 나중에 창을 가리지 않을걸 후회하게 된다.
-어느 브리더의 이야기 2 끝-
다음날 오전.
"데에에에엑! 데에에엑! 안 되는데샤아아!!"
"말했잖아 미도리니쥬. 이 자실장들은 새로운 주인님을 만나러간다고."
"역시 안 되는데샤아!!!! 어서 자를 돌려주는데스우으으으!!!!!"
자실장의 회수일이 되었지만 브리더는 생각보다 강한 미도리니쥬의 반발에 혀를 차고 있었다.
눈물 콧물 범벅으로 광란하는 그 모습을 보고 비웃는 실장석은 없지만 불안감을 심어줄수도
있다.
‘어쩔수 없지 이건 차선책이었지만...’
"그래 그럼 돌려줄게."
"데?"
간단히 원하는 대답이 나오자 역으로 당혹하는 미도리니쥬를 안아올린 브리더는 미도리니쥬의
자들이 담긴 상자에 미도리니쥬를 넣었다.
"테! 마마!"
"와타시의 자들! 다시만난데스!! 절대로 헤어지지않는데스!!!"
"테치! 주인님에게 가는것도 좋지만 마마도 좋은테치!"
5마리의 자실장을 양팔 가득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는 미도리 니쥬를,
브리더는 상자째로 들어올렸다.
"데?"
"테챠?!"
갑작스런 부유감에 놀라는 미도리니쥬의 앞에서 균형을 잃은 자실장들이 넘어진다.
상자를 들고 1호실을 나온 브리더는 그대로 판매대로 나온다.
"테! 미도리쥬큐 아줌마의 엄지짱테치!"
"여기서 기다리면 주인님이 오는 테치? 반짝반짝예쁜곳 테치..."
밝고 청결한 판매대의 모습에 넋을 잃는 자실장들.
미도리니쥬도 판매대 안에 가득한 실장석의 모습을 응시하고 있다.
"데? 데?"
그 실장석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며 자신의 판단이 흔들리는걸 느끼는게 뻔히 보이는 미도리
니쥬를 내버려둔채
브리더는 가게 바깥으로 나갔다.
그리고 상자를 내려놓고 자실장들을 하나하나 꺼내 내려준다.
"데! 돌려주는데샤아아아!!"
자실장을 잠시 집어든것만으로 눈을 허옇게 까 뒤집으며 달려드는 미도리니쥬도 집어서 바닥
에 내려준다.
"데?"
처음보는 세상을 테치테치거리며 둘러보는 자들을 모아 끌어안곤 의아하게 브리더를 올려다보
는 미도리니쥬.
그 모습을 내려다보며 브리더가 말한다.
"나의 말을 따르지 않으면 길러줄수 없어. 선택해라 미도리니쥬. 자들을 좋은 주인에게 보내는
지 아니면 자들과 함께 그 공원에서 살아가는지."
"데...데이...."
"공원에서 살기 힘들다는건 알거다. 게다가 이 자들도 너하곤 살수 있지만 주인을 만나진 못
할거다."
"테!!!"
"테이!"
주인을 못 만난다는 말에 깜짝 놀라는 자실장들. 위석에 박힌 예의범절이 아니면 바로 팡콘을
했을듯한 모습이다.
그 모습을 돌아보던 미도리니쥬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데...역시 이 자들과 사는데스...인간상이 돌봐주는 생활을 좋은데스. 하지만 자들과 사는데
스..."
"테! 하지만 주인님이 없는 테치!"
"마마가 돌보는데스. 계속 함께인데스."
"테이...."
"그러냐. 그러면 여기서 이별이다. 원사육실장."
"데!"
원사육실장이라 불린 일에 귀를 꿈틀거리는 친실장.
"당연하잖아? 나에게서 떠난다는건 사육실장이 아니란 거다. 너의 이름은 더 이상 미도리니쥬
가 아니야."
"데이.....이름...없어지는데스....."
갈팡질팡거리던 친실장은 결국 자들의 손을 이끌고 공원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다행히 공원은 브리더의 숍에서 바로 보이는 거리이다.
"그래도 가는 데스. 자유롭고 행복하게 지내는데스. 인간상, 신세를 진 데스. 덕분에 훌륭한
자들을 다시 낳은데스."
"그래…결국 가는구나. 잘지내라."
"데스우…"
그리곤 떠나는 친실장의 뒤를 자실장 세마리가 열심히 따라간다.
"테이...주인님...인간님..."
"인간님에게 길러지지 않는테치... 분명 들실장이 되면 데려가주지 않는테치..."
하지만 두마리는 아직 브리더의 발 아래서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나 결국 멀어져가는 친실장이 소리치자 브리더에게 꾸벅 고개를 숙여보이곤 뒤따라 달려
간다.
"잠깐 기다려라."
"데?"
"이별선물이다."
주머니에서 파란색 리본을 꺼낸 브리더가 뒤쳐진 두 자실장의 귀에 리본을 달아준다.
그리곤 나머지 세마리에게 다가가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가 다른 주머니에서 붉은 리본 세개를
꺼내 각자 달아준다.
"파란색은 두개밖에 없구나. 이걸 달면 원사육실장이라는게 알려지지만 너라면 들실장정도는
쫓아낼수 있을거야. 게다가 이걸 달고 있으면 학대파가 손을 댈 확률도 줄겠지."
"데이..감사한데스. 인간상."
"예쁜테치. 감사한테치!"
텟치텟치 손을 흔들며 (아득하게 느린 속도로) 멀어져가는 가족을 본 브리더는 작게 한숨을
쉬고 숍으로 들어가, 판매대에 놓인 테이블에 앉았다.
"어이, 커피 한잔만 가져다줘."
손님들을 위해 블렌딩머신까지 구비한 숍의 카운터에서 커피가 오자 브리더는 생각에 잠겨 유
리 너머를 내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커피잔이 반정도 빌 무렵.
테치치치치치!!!!!
데에에엑! 데스데스우우!!!!!
"!"
숍의 유리 너머로 보이는 길에 실장석들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아직 한가한 오전이라 손님은 없지만 종업원들이 모두 돌아본다.
그 길을 성체실장 하나와 자실장 세마리가 필사적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잘보면 성체실장의 품엔 팔다리가 축 늘어진 자실장 하나가 안겨 입에서 토사물을 흘리며 부
들부들 경련하고 있다.
배에 거센 충격을 받은 듯한 그 자실장의 눈은 이미 빛을 잃어가고 있다.
"오전부터 재수없게 왠 벌레떼들이 길을 활보하는거야. 꼴에 가족이라고 뭉쳐다니기는."
그리고 그 뒤를 느긋하게 한 청년이 따라 걷고있다.
그 손엔 머리가 사라진 조그만 실장석의 몸이 쥐어져 있다.
데스우! 데스우우우!!
뒤쳐진 세마리의 자실장에게 애타게 외치는 성체실장.
그 눈이 뛰어오는 자들과 청년이 손에 쥔 자실장의 시체를 바쁘게 왔다갔다한다.
"응? 이게 갖고 싶은건가? 그럼, 줄.게!"
그 눈길을 눈치챈 청년이 씨익 웃으며 달려가는 자실장들을 향해 그 시체를 내던졌다.
푸직!
테갸아아아아!!!
조준이 약간 빗나가 달리던 자실장들의 앞에 떨어진 시체는 아스팔트에 갈리듯 산산 조각나
그 파편이 자실장들에게 가득 튀었다.
그 처참한 모습과 몸에 가득 묻은 핏물에 한껏 팡콘을 하며 멈추는 한마리.
"에라이."
퍽!
테이익!!!
곧바로 뒤에서 걷어차여 허리가 90도 직각으로 접힌채 날려가 떨어진다.
테..테시시...
마침 엉덩이가 청년쪽을 향해 있자 본능대로 있는 힘껏 팡콘을 해 역겨운 녹색의 에어백을 만
들어내는 자실장.
까마귀나 고양이의 공격이라면 운이 좋으면 한번은 막을 수 있는 방어수단이고 인간의 경우는
대변투성이가 되기 싫어 그 에어백을 공격하지 않는다.
꾸직.
텍!!!
그래서 청년은 발을 길게 내디뎌 웅크린 자실장의 뒤통수를 짓밟았다.
납작하게 퍼진 머리와는 따로 덜덜덜 다리를 떨며 더욱 팡콘을 부풀리는 자실장의 몸을 본 성
체실장이 털썩 주저않는다.
이미 숨이 끊어졌는지 고개를 이상한 각도로 늘어트리고 혀를 내밀고 있는 자실장을 안은 그
성체실장의 양 옆으로 남은 두마리의 자실장이 달라붙는다.
데…데…..데샤아아아아아아!!!!
시야를 가득 메워오는 청년의 신발 밑바닥을 보며 성체실장이 마지막 위협의 단말마를 지른
순간.
"이봐! 우리 실장석들에게 무슨짓이야!"
"어? 크악!"
마치 영화의 약속된 장면 처럼.
옆에서 날아온 주먹이 청년의 얼굴에 직격하며 청년이 뒤로 넘어진다.
청년과 실장석들의 사이를 가로막듯 서는 커다란 그림자.
그 커다란 등을 성체실장은 그저 멍하니 올려다본다.
그림자의 귀에서 하얀색 이어폰 린갈이 빛난다.
"데….데….인간상…"
그것이 브리더의 뒷모습이라는걸 깨닫는 동시에,
우리 실장석.
절체절명의 위기에 들려온 그 한마디가 위석에 깊게 새겨진다.
미도리니쥬라 불렸던 원 사육실장은 압도적인 안도감을 느끼며 살아남은, 인간상이 구해준 두
자실장을 꼭 끌어 안았다.
"뭐야 아저씨! 왜 사람을 떄려?"
"너야말로 우리 실장석들에게 무슨짓이야!"
"이거 아저씨꺼야?"
"봐라! 리본을 달고 있잖아! 어느 들실장이 리본을 달고 있겠냐!"
"쳇…."
두 자실장이 귀에 달고 있는 파란 리본을 본 청년의 기세가 죽었다.
하지만 다시 거칠게 소리를 지른다.
"사육실장이라면 혼자 돌아다니게 하지 말라고! 사육실장을 혼자 돌아다니게 하는건 위법이잖
아! 거리에 맘대로 폐를 끼치는건 들실장이고 사육실장이고 똑같아!"
사육실장, 특히 분충들을 혼자 돌아다니게 할 경우 통행인에게 투분을 하거나 가게의 물건을
맘대로 집어 먹는 경우가 있다.
게다가 상류층이 기르는 실장석일수록 그런 행위가 두드러 지지만 사회적 지위와 돈으로 무마
하려 들어 사람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금지법이 제정된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 잘했다는거냐!"
"이 아저씨가 사람 쳐놓고 뭐라는거야!"
서로 멱살을 잡고 싸우는 두 남자를 가게의 종업원들이 나와 말리는 모습을 보며 그 성체실장
은 멍하니 있었다.
역시 바깥은 무서운곳.
인간에게 죽임당한다.
하지만 저 인간상은 와타시들을 지켜줬다.
조금 늦긴 했어도 인간상이 준 리본도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와타시가...인간상을 못 믿어서 자들이 죽었다...
잠시뒤 한쪽 뺨에 멍이 든 브리더가 가게내의 치료도구로 치료 받는 세마리의 실장석을 내려
다 보고있었다.
친실장이 안고 있던 자실장은 공원을 향해 가다가 만난 청년에게 명치를 걷어차였었고 결국
절명했다.
그 시체와 박살난 다른 자실장의 시체를 작은 상자에 하나하나 넣고 조심스럽게 작은 천으로
덮어주는 브리더를 본 친실장이 뭔가를 말하려 머뭇거렸다.
"데…데…"
"응?"
친살장의 소리를 들은 브리더가 돌아봤다. 그 모습을 보며 친실장은 계속 입을 떼려다 주저했
다.
그때 브리더가 상냥하게 친실장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미안하다 미도리니쥬. 좀더 빨리 구해줬어야 하는데..너의 자실장들이…"
미도리니쥬.
그 이름으로 불린 순간.
머뭇거리던 친실장은 참던 오열을 쏟아냈다.
"오로로로롱!!! 오로로로로롱!!!!"
그리고, 한참을 울던 친실장, 다시 이름을 돌려받은 미도리니쥬가 브리더를 올려다 보며 말했
다.
"데이…주인님…"
잠시뒤 공원가의 벤치.
방금 브리더와 몸싸움을 한 청년이 벤치에 않아 있었다.
"아 젠장 아직도 아프네…."
투덜대며 멍이 든 눈을 문지르는 청년의 앞에,
브리더가 다가온다.
그리고 험악한 눈길을 보내는 청년에게 차가운 캔커피를 내밀었다.
"수고했어."
"아, 형 진짜로 때려 그렇다고?"
같은때 브리더의 가게안.
"점장님. 미도리 20번하고 자실장 두마리 치료 다 해서 케이지에 넣었습니다."
"수고했어."
"이건 어쩌죠?"
종업원이 가리킨, 자실장들의 시체가 든 상자를 본 점장이 무심히 턱으로 뒷문을 가리켰다.
"내용물은 실장 회수봉투에 털어버리고 상자도 버려."
"예"
"아, 잠깐 이것도 같이 버려줘."
"에? 새건데요?"
"주머니 안에서 구겨졌다고 버리라시더라."
"네…."
점장이 내민 빨간 리본 두개와 파란 리본 세개를 받아든 종업원은 그대로 뒷문을 밀고 나갔
다.
벤치에 나란히 않아 담배를 물고 각자 멍든곳에 차가운 캔커피를 대고 있던 형제 중 동생이
문득 피식 웃었다.
그 모습을 브리더는 그저 힐끗 곁눈질할 뿐이다.
"왜 임마."
"아니, 큰형까지 해서 어쩌다가 형제 셋이 다 실장석 관련된 일을 하고 있지만...역시 형이 제
일 무서워."
"큰형의 공장에서 생산되고 죽어나가는 식용실장석의 수에 비하면 내가 죽이는 수는 새발의
피야."
둘째형, 브리더를 보는 청년의 눈이 살짝 가늘어진다.
"형은 죽이는게 아니야...망가트리는거지. 아니, 작품을 만들려고 재료를 부수는거지. "
"......"
"뭐, 형이 하는 말이니까 믿고 갔지만 진짜 놀랐어. 딱 형이 말한 시간에 맞춰서 공원 앞에 가
니 가자마자 실장석 가족이 줄줄 걸어오고 있더라고. 순간적으로 남겨둬야 하는게 빨강인지
파랑인지 헷갈렸지만..."
"만일을 위한 보험, 이라곤 해도 써도 그만 안 써도 그만이었지."
" 만약 그 친실장이 순순히 자실장들을 넘겨 줬으면 난 허탕이었겠지. 하지만 이번 경험으로
이제 그 친실장은 형한테 몸과 마음을 다 바치겠지."
그 말을 들은 브리더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역겨운 말 하지마 실장석의 몸이고 마음이고 필요없어. 어짜피 그 친실장은 그저2세대를 위
한 도구다."
"도구하나 만들려 이렇게 공들여 연극을 준비하고, 사람과 별 다를거 없는 마음을 가진 생물
의 마음을 맘대로 유도해버리는게 무섭다는거야. 나도 큰형도 거기까지는 못해."
"…………"
찰칵
잠시 대화가 멈추자 형제는 미지근해진 커피캔을 땄다.
"얼마전에 이 공원에 대규모 구제 일어난것도 형이 한거지?"
"알고 있었냐."
"시기도 부자연스럽지만...시장이 그 머리론 낼수 없는 명분을 들고 나오더라고. 덕분에 학대
파고 애호파고 휘깍 넘어갔지. 형 말고는 그 돌머리에게 그렇게 하게 할수 있는 사람 없어."
"시장님은 좋은분이시다."
".......’써먹기’ 좋은 사람이겠지."
형의 미소에 질렸다는듯 한숨을 쉰 동생이 말을 이었다.
"덕분에 들실장 수가 격감해 연구소에서 실장석 구하기가 어려워졌어. 쥐꼬리만한 연구비론
매일 수십마리씩 죽어나가는 걸 감당할수 없는데."
"큰형의 식용실장공장에서 받으면?"
"나도 언제까지 큰형 신세질순 없잖아. 그렇다고 불합격 폐기품을 받아다가 쓰면 연구데이터
에 지장이 있고."
"그래서..."
"형네 폐출산석, 2호실에서 한마리만 줘. 애초에 형이 시장을 부추겨 공원 화장실을 양변기로
바꿨을때부터 수가 줄기 시작해 연구가 어려웠는데 이번에 싹쓸다시피했으니."
"그건 시장님이 추진한 일이야."
"진짜로?"
브리더의 입가가 살짝 올라간다.
"……글쎄."
"어쩄든, 이번 연극 알바비라 치고 한마리만 넘겨줘 형."
"아아….알겠어. 연구할려면 똑똑한 녀석을 대상으로 하는게 낫겠지?"
"그건 그렇지."
머리속에서 한 출산석의 모습을 떠올린 브리더는 동생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요즘은 뭘 연구해?"
"응. 다른 연구팀이 개발하다가 중지한 프로젝트. 실장석의 뇌에 전극을 꽃아 조정하는 RC컨
트롤러에 대해서."
"품위없는 물건이네. 억지로 조정되서 나오는 행동 따위 전혀 작품이 되질않아."
"형이라면 그렇게 말할줄 알았지. 하지만 상부엔 애호파용 예의범절 장치라고 보고했지만, 이
건 지금까지 본 적 없는 학대용 도구라고? 작품이 아니라 그저 학대용 소비품을 즐기기 위한
도구야."
"킥킥…나한테 뭐라고 하지만…너도 결국 똑같아."
"그렇지 뭐… 친동생인데."
실소를 짓는 형제가 내뿜는 담배연기가 구름이 껴 흐려지는 하늘로 천천히 올라간다.
데이....
그리고 그때, 다시 1호실에 들여보내진 미도리니쥬는 부목이 대진 팔을 안고 똑같이 구름낀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옆에선 약과 붕대가 감긴 두마리의 자실장이 새근새근 잠들어 있다.
조금 뒤척일때마다 자들의 귀에 달린 ‘파란리본’ 들이 흔들리는걸 응시하던 미도리니쥬는, 다
시 구름낀 하늘을 올려다봤다.
오늘 미도리니쥬에게 닥친 가혹한 일처럼 어두침침하게 구름이 낀 하늘.
너무나도 슬픈 그 기분에 하늘마저 자신을 위해 우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우리 실장석.
미도리니쥬.
그 모습을 떠올린 미도리니쥬는 눈을 감고 데이 하고 작게 운다.
와타시가 바보였다.
이제부터라도 ‘주인님’ 이 원하는 사육실장이 되자.
죽은 세마리의 자의 분 만큼 남은 두 자와 앞으로 태어날 자들에게 가득가득 행복을 주자.
인간님들이 데려간 자는 행복해 질거다.
무서운 인간도 있지만, 주인님이 좋은 인간님들 에게 자를 보내준다고 했다.
미도리니쥬가 희망을 가지는것에 반응하듯, 문득 구름 사이로 한줄기 햇빛이 내리친다.
데! 데스우!
그 빛줄기를 길조라고 여기며 기뻐하는 미도리니쥬.
이 어두침침한 세계에서도 주인님의 말을 잘 들으면 자들도 행복해지고 이렇게 빛이 비춰지듯
점점 행복해질것이다.
주인님이 그렇게 만들어 줄 것이다.
그렇게 믿고 조용히 잠드는 미도리니쥬를 비추는, 구름속에서 내려오는 한줄기빛.
멀리서 보면,
그것은 하늘에서 내리찍는 칼날과도 같이 보였다.
-외전 3 끝-
뎃데로게~뎃데로게~
얼마 전과 비슷한 광경.
1호실에 모인 19마리의 출산석은 모두 부푼 배를 안고 행복하게 태교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
다.
다른 점이라면.
분홍색옷 분홍색옷 노래를 부르던 19번 미도리의 칸이 비어있는 것.
그리고.
"주인님 어서오시는데스~"
브리더를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만면의 미소로 반기는 미도리니쥬의 모습이었다.
"미도리니쥬. 오늘은 선물이 있어."
"데?"
선물이란 말에 코를 벌름이며 흥분하는 미도리니쥬. 옆자리의 미도리쥬큐는 분홍색 옷을 선물
받은 뒤 뱃속의 자들과 함께 주인님의 동생님에게 데려가졌다. 자매가 아니라 형제라는 걸 이
해하는데 좀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주인님과 마마가 같은 인간님이라면 분명 좋은 인간님 일
거다.
자들과 함께 길러진다는 건 부럽지만 헤어진 자들은 행복할거니 그걸로 좋다는 생각을 하면서
도 희미하게 기대를 하는 미도리니쥬.
'혹시 와타시도 자들과 길러지는데스?'
하지만 브리더가 내민 건 태블릿PC였다. 의아한 듯 화면을 쳐다보던 미도리니쥬는 화면에 나
오는 영상을 보고 벌떡 일어섰다.
"테치? 여기에 마마가 들어있는테치?"
"그건 아니지만...자 마마한테 인사해야지."
"데! 장녀짱! 삼녀짱!"
화면에 비친 자들의 모습에 다가가는 미도리니쥬지만 다른 저능한 실장석과 달리 이건 화면이
란 걸 이해하곤 달려들어 박치기를 하거나 하진 않았다. 화면 안에선 겨우 상황을 이해한 자
들이 이쪽을 향해-캠코더의 렌즈를 향해-손을 흔들었다.
"마마! 이제부터 와타치들 주인님을 기다리는 테치~"
"열심히 공부한 테치! 인간님에게 귀여움 받는테치!"
"데스우~ 잘 된데스. 너희라면 분명 귀여움 받을거인데스."
완전히 이해한건 아닌지 화면에 대고 말을 거는 미도리니쥬의 앞에서 화면이 바뀐다.
"데?"
다른 케이지와는 달리 미도리니쥬의 자실장 둘만 들어있는 전시장 앞에 부유한 차림의 중년여
성 둘이 서 있었다.
온힘을 다해 실장댄스를 추거나 노래를 불러 자신을 눈에 띄게 하려는 다른 전시장의 자실장
들과는 달리 미도리니쥬의 장녀와 삼녀는 공손히 손을 모으고 서서 중년여성들을 가만히 올려
다보고 있었다.
화면을 응시하는 미도리니쥬에게 브리더가 설명을 해준다.
"저 두 분은 인간님들 중에서도 특별하고 고귀하신 분들이다. 그런 분들이 너의 자를 맘에 들
어하신 거야."
"데! 그런데스? 역시 와타시들의 자들은 착한자들데스! 인간님들도 알아주신데스우~"
'특별' '고귀' 실장석에게 최고의 칭찬인 그 단어에 혹한 미도리니쥬가 콧김을 내뿜으며 흥분
하는 동안 화면 안에선 중년여성들이 한 마리씩 자실장을 안아 올렸다.
그리곤 고급 실장옷과 실장 하우스, 소고기 실장간식들을 사들이곤 가게를 나서는 모습을 마
지막으로 화면이 꺼졌다.
"이건 어제 촬영한 거야. 삼녀는 마리아란 이름을 받았다. 흔하지 않고 특별한 이름이지."
"그런데스! 마리아란 이름은 이 방에 가득한 친구들 중에도 없는데스! 고귀한 이름데스."
사실 이 방엔 전부 미도리뿐 이지만 뒤에 두세 글자씩 숫자가 붙는 것만으로 전부 다른 이름
인줄 아는 게 실장석의 한계다.
마리아 마리아 몇 번 되뇌여보던 미도리니쥬가 고개를 들어 브리더를 올려다보았다.
"주인님. 그럼 장녀짱의 이름은 무엇데스?"
기대로 반짝거리는 표정을 보던 브리더는 고개를 살짝 돌렸다.
"글쎄. 듣진 못했지만 아마..."
그래서.
미도리니쥬는 브리더의 얼굴이 일그러진걸 보지 못했다.
"...카트리나 일거야."
역시 고귀한 이름데스 거리며 기뻐하는 미도리니쥬에게서 시선을 돌리며 브리더는 속으로 혀
를 찼다.
브리더가 기대하는 건 지금 미도리니쥬가 임신 중인 2세대들. 방금 보여준 둘은 1세대에서 한
번 걸러진 1.5세대라고 할 수 있다. 그거로도 웬만한 주인 아래선 분충으로 타락 하지 않는
개체라고 자신하지만 미나야 아래선 높은 확률로 분충이 되어 버릴거다.
미나야에겐 2세대의 교육이 끝나면 알릴 계획이었지만 어디서 소문을 들었는지 득달같이 달려
와 채가 버렸다.
물론 시험작일 뿐이고, 일반 사육실장용 자실장보단 30배정도의 가격을 받았지만 부술게 뻔한
구매자에게 작품을 넘기는 게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아직 벗어나지 못했어..."
"데스우?"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의아해 하다가 다시 창밖으로 보이는 공원입구를 보며 뎃데로게거리는 미도리니쥬를 보고 브
리더도 공원을 쳐다봤다.
별다른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풍경이지만 사람들, 그리고 간혹 사육실장들이 지나다니는
게 보인다.
얼마 전엔 공원을 향해 필사적으로 달려가는 갓 성체가 된 듯한 임신한 실장석을 봤지만, 임
신해 버려지는 사육실장이야 흔하기에 별로 특이한 일은 아니었다.
대화가 끊겨 둘이서 조용히 창밖을 내다보던 중에 갑자기 미도리니쥬가 벌떡 일어서서 창에
달라붙었다.
"데! 데에에!"
"왜 그래?"
창을 쿵쿵 두드리며 소리치는 미도리니쥬의 모습에 의아해한 브리더가 묻자 미도리니쥬가 창
밖을 가리켰다.
"마리아짱! 아니..카트리나짱데스!"
"!"
창밖으로 보이는 공원입구엔,
녹색이지만 고급 실장옷을 입고 명품 파우치를 건채 목줄을 매고 중년여성의 옆을 걷는 자실
장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역시 카트리나짱데스! 와타시의 자를 잘못 볼 리가 없는데스!"
"...아아. 그렇구나. 확실히 카트리나다."
이 거리에서 자실장의 얼굴은 구분이 안가지만,
데리고 있는 중년여성은 확실히 미나야였다.
"좋은옷데스! 데? 파우치에서 콘페이도를 가득 꺼내서 먹고있는데스! 행복해보이는데스~"
"......."
"역시 주인님의 말씀대로 인간님들이 데려가신 자들은 행복해 지는..."
창 너머로 자의 행복한 모습을 보며 뎃데거리다 브리더를 돌아본 미도리니쥬가 얼어붙었다.
"데? 주인님 왜그러시는데스?"
"...아니야 아무것도."
그대로 돌아서서 방을 나서는 브리더의 모습을 미도리니쥬가 놀란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가끔 와타시들을 가르치기 위해 엄한표정을 짓긴 해도 상냥한 주인님의 얼굴이 방금은 너무나
무서웠다.
화를 내는 표정은 아니었지만,
창백해진 얼굴로 창밖을 노려보는 주인님의 눈에선 귀기가 서린 무서움이 느껴졌었다.
데...데...
처음 보는 주인님의 표정에 뭔가 두려움을 느끼곤 떨던 미도리니쥬는 기분을 다잡고 창밖으로
다시 고개를 돌렸다.
이미 카트리나짱과 카트리나짱을 길러주시는 인간님의 모습은 안보였다.
하지만 매일 산책을 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예상을 한 미도리니쥬는 태교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뎃데로게~뎃데로게~데스와와와~
한층 더 행복함과 인간님에 대한 감사가 담긴 태교의 노래와 친구인 미도리니쥬의 자가 약속
된 대로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에 덩달아 흥분한 다른 출산석들도 모두 목청이 터져라 태교의
노래를 부르며 1호실은 소음으로 가득 찼다.
뎃데로게~젯데로게~
데스워~뎃데~
데류우우우~ 데류우우우웅~
"젠장..."
종업원들이 움찔할 정도로 굳어진 표정인 채 숍을 나선 브리더는 공원으로 나가 담배에 불을
붙였다.
"왜 19번을 처리할 때 눈치 못 챈거지?"
19번 미도리는 창 너머로 카트리나의 모습을 보고 위석에 쓸데없는 정보를 추가했었다. 그때
생각 안한건 아니지만 스트레스 경감을 위해 창을 가리지 않은 게 실수였다.
"기껏해야 앞으로 한달...2세대가 한계인가... 하여간 미나야 당신은 강적이야..."
20번은 창 너머로 자의 모습을 보고 기뻐했지만, 브리더에겐 최악의 사태였다.
한 달 정도 후, 20번 미도리의 인간에 대한 신뢰는 깨진다.
그 뒤로 매일 미도리니쥬는 부풀어가는 배를 안고 창밖을 응시했다.
매일 오전 미나야에게 이끌린 장녀, 카트리나가 산책을 오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다. 처음
며칠은 창을 두드리며 마마가 여기 있다 는걸 알리려 했지만 헛수고였다.
창은 바깥에서 안보이게 선팅이 된 걸 제외하고도,
카트리나가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숍 쪽을 한 번도 쳐다보지 않기에.
데이... 하면서 실망했던 미도리니쥬는 지금은 그저 자의 행복한 모습을 매일 보는걸로 만족하
는거 같았다.
물론 그 동안 미나야가 카트리나를 데리고 숍에 온 적이 있지만 브리더는 미도리니쥬에게 카
트리나의 모습을 보여주진 않았다.
왜냐하면.
"데이...주인님. 카트리나짱 요새 살이 찐 것 같지 않은데스?"
"글쎄..."
조금씩 살이 쪄가는 자의 모습을 보며 걱정하는 미도리니쥬의 질문을 브리더는 얼버무렸다.
보통 자실장이 성체가 되려면 3개월 좀 넘게 걸리지만 영양이 과도한 탓인지 카트리나는 벌써
뒤룩뒤룩 살이 찌고 볼살도 늘어져갔다. 게다가 목소리도 테치거리긴 하지만 탁한 소리가 섞
이기 시작했다.
이전의 카트리나완 달리 심한 분충이 되진 않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망가져 가는 게 브리더의
눈에 확실히 보였다.
그리고 그 모습을 미도리니쥬가 불안하게 창너머로 응시하고 있었다.
데스우.....
불안감과 행복함이 점점 커져가던 어느날.
"........"
종업원들이 퇴근한 숍안을 돌아본 브리더는 마지막으로 1호실을 둘러보고 불을 껐다.
어두워진 방 안에서 데이데이 거리며 행복하게 잠든 19마리의 출산석들. 다음 출산일이 얼마
남지 않아 더욱 부풀은 녹색의 비계덩이들이 각 칸마다 하나씩 들어가 있는 모습은 브리더에
게 형의 공장을 연상시켰다.
"볼 때마다 어이가 없어지는 장면이야. 실장석따위가 이리도 행복하게 지내다니."
"!"
그때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브리더가 살짝 놀랐다가 뒤를 돌아봤다. 익숙한 목소리이기에
바로 누군지 알았지만 마침 생각하던 참에 그 사람이 나타난 것에 놀란 거다.
"형. 오면 온다고 연락하지 그랬어."
"이 시간이면 어차피 서로 일 끝날 땐데 뭘."
삼형제중 차남인 브리더의 형.
두 살 차이인 브리더와 막내완 달리 브리더와 13살이나 차이가 나 이미 40대의 풍모로 머리
가 벗겨져가는 형이지만 삼형제의 사이는 좋았다.
나이차가 나는 큰형이 대학진학을 안하고 바로 식용실장공장에 취직해 돈벌이를 한 덕에 브리
더와 동생이 대학에 갈수 있었고 브리더 개업자금도 당시엔 공장의 사장이 된 큰형이 대주었
었다.
그래서 동생들은 형을 돕기 위해 실장석 관련 공부를 하기 시작해 막내는 유명 실장용품회사
의 개발팀으로, 브리더는 자신의 숍을 열게 되었었다. 브리더로서의 명성을 얻고 큰돈을 벌자
개업자금은 바로 갚았지만 형에 대한 감사의 마음은 실장석의 가치와 달리 돈으로 따질 수 없
는 것이다.
"너도 참 성격이 좋아. 이 고깃덩이들 비위 맞춰주다니. 나 같으면 바로 독라로 만들어 출산기
계에 처넣을 텐데."
나름 자부심을 가지는 6대째 직접 길러낸 출산석들을 고깃덩이라 불려도 브리더는 기분 나쁜
기색이 없다.
"그 고깃덩이도 하기 나름이지. 물건의 가치라는건 정해지지 않은 거잖아?"
"난 무식해서 그런거 몰라. 실장석이란건 맛있는 고기면 되는거야."
"그래. 어차피 이것들도 가치는 그저 고깃덩이에 불과해. 아니 형네 것들과는 달리 비곗덩이라
는게 맞을지도. 하지만 그 비계를 잘 꾸미고 사람들이 원하는 형태로 만들면 모두들 혹해서
비싼 값에도 앞 다투어 사가잖아."
"허참. 다들 살만하니까 그래. 우리 공장의 불량상품들은 노숙자 복지소에서 가져가. 팔기 부
끄러운 그 고기도 없어서 못 먹는 사람도 있는데 실장석하나에 수십만엔이라니."
"글쎄. 과연 그 가치가 있는진 몰라. 사실 그 사람들도 그 정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
내 숍의 고급실장석들을 사가는 부자들은 일종의 부의 상징으로 사는 거지."
"모르겠네. 다들 정신이 이상한거 아냐?"
"이상하지, 다들..."
"그건 됐고. 간만에 술이나 마시러가자."
"오늘은 내가 살게 형."
"형이 산다면 그냥 마셔라. 돈은 니가 더 벌어도 이런 자리에선 형이 사는겨. 막내도 부르고."
"....하하. 알겠어. 고마워형."
형이 나간 뒤 브리더는 마지막으로 조용히 어둠에 잠긴 1호실을 둘러보고 문을 닫았다.
어둠속에서 흔들리는 적록의 눈동자 한쌍을 끝 까지 눈치 못 차린 채.
데스우....
20번 칸의 그 눈동자는, 믿을 수 없는 내용의 대화에 혼란스러워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날이 지나간다.
데스...
요즘 힘이 없는 미도리니쥬를 보고 의아해한 브리더는 그저 매일창문 너머로 보이는 상황 탓
으로 생각했다.
날이 갈수록 살이 쪄 추해지는 카트리나.
게다가 조금씩 분충성이 보이기 시작한다.
공원 입구에서부터 자랑스럽게 콘페이도를 끝없이 꺼내 씹으며 걷는다.
소리는 안 들리지만 들실장을 보고 데프프거리며 비웃다가 주인님을 보고 아첨을 해댄다.
그리고 결국, 어느 날은 커다란 접시에 담긴 스테이크를 끙끙대며 들고왔다.
주인님이 들어주려 접시에 손을 대자 자기 것 이라는 듯 입에서 침을 튀기며 거칠게 반항 한
다.
그리곤 그 스테이크가 누구에게서 주어졌는지도 잊은 듯이 주인님에게서 등을 돌리고 접시를
꽉 끌어안은 채, 들실장들 앞에서 보란 듯이 쩝쩝거리며 스테이크를 씹어 삼킨다.
마침내 참지 못한 들자실장 하나가 뛰쳐나온다. 대규모 구제 이후로 수가 다시 늘어 굶주리는
지 앙상하게 마른 그 자실장이 주춤거리며 다가와 접시에 손을 대는 순간, 카트리나는 발작을
일으키듯 울며 난리를 쳤다.
!?~!!!
당황하는 들자실장 앞에서 발버둥 치며 스테이크를 짓밟자 짓밟히는 스테이크를 보고 자실장
이 비명을 지르는 게 보인다.
그러거나 말거나 스테이크 기름으로 더러워진 채 주인님에게 달려가 팔을 위로 뻗고 운다.
그 모습을 본 주인님이 놀라 달려오더니 흙투성이가 된 스테이크를 필사적으로 입에 넣는 자
실장을 보고 눈살을 찌푸린다.
잠시뒤, 카트리나는 코로리 스프레이를 가득 뒤집어 쓴 자실장이 바닥에서 경련하는걸 보고
웃으며, 구하려 달려온 친실장의 머리칼을 잡아 뜯고 있었다.
들실장 성체라도 이미 비슷하게 살이 찌고, 애초에 주인에게 하반신을 짓밟혀 싸울 수 없는
상태기에 마음 내키는 대로 머리를 뽑고 옷을 찢는다.
마침내 기분이 풀리자 남은 자들에게 코로리 스프레이를 뿌리던 주인에게 달려가 자랑스럽게
가슴을 편다.
그리고 카트리나와 주인이 떠난 자리엔 굴러다니는 자들의 시체와, 그 시체를 향해 애타게 기
어가는 친실장만이 남겨졌다.
데스우...
그 행동을 끝까지 지켜본 미도리니쥬는 슬프게 울었다.
이대로는 카트리나는 그저 분충이 되어 버린다.
분충이 되면 인간님께 사랑받지 못한다.
마침내 자들의 시체에 도달해 안아 올렸지만, 실장옷이 젖을 정도로 뿌려진 코로리 스프레이
를 들이마시고 내장을 토하며 죽은 친실장을 멍하니 보며 미도리니쥬는 불길함을 느끼며 부풀
은 배를 쓰다듬을 뿐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3주째.
데...데스우우우우웃!
텟테레이~
미도리니쥬로서의 두 번째 출산을 한날,
브리더의 실장숍엔 미나야에게서의 분홍색 실장옷의 제작 주문이 들어왔다.
"오로로로로롱.....오로로로롱...."
"......."
그리고, 미도리니쥬의 통곡 소리가 1호실에 울려 퍼진다.
저번처럼 자들과의 헤어지는 것에 우는 것이 아니다.
이미 4마리의 자실장과 1마리의 엄지실장은 며칠 전에 각각 브리더가 회수했다.
브리더가 기대한 2세대.
아쉽게도 엄지는 유난히 몸이 약했는지 감기에 걸려 덧없이 죽어 버렸지만 4마리의 자실장은
브리더가 직접 가르치며 기대 이상의 영리함을 보여 주고 있었다.
울고 있는 미도리니쥬를 보며 브리더가 속으로 생각했다.
‘이제 이건 써먹기 힘들겠군... 지금가르치는 네 마리가 유일한 희망인가...젠장, 창만 가려놨
어도...’
그 창 너머로는.
골판지상자를 내던지고 이미 등을 돌린 채 멀어져 가는 미나야의 모습과,
던져진 충격에 다리가 부러진 채 골판지 상자에서 기어 나와 발을 구르며 미냐야의 등을 향해
계속 아첨을 하는 카트리나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물론 들릴 리가 없는 거리지만 계속 아첨을 하는 카트리나의 뒤로 들실장들이 모여든다.
그 기척을 알아채고 돌아본 카트리나는, 압도적인 수의 차이에도 위축되는 기색이 없다. 그도
그럴게 항상 고귀한 자신에게 ‘솎아냄’ 을 당하는 존재들이 아무리 많아도 위협이 되지 않는
것이다.
이번에도 와타시의 압승을 예감하며 주먹을 들어올린 채 절뚝이며 걸어가는 카트리나.
다음 순간, 우글우글 모여든 녹색덩어리들 사이에서 적록색 액체와 분홍색 옷 조각들이 수없
이 하늘로 날린다.
"데에에에에에!!!!"
그 모습에 창을 두드리며 멀리 보이는 공원 입구를 향해 필사적으로 외치는 미도리니쥬.
하지만 들릴 리도 없이 순식간에 독라가 된 카트리나는 초비만 체형의 알몸을 드러낸 채 사방
에서 내리밟는 들실장들의 다리에 차여 굴러다니고 있었다.
사육실장에게의 린치는 보통 들실장의 열등감을 풀기 위해 하므로 데프프 비웃는 분위기에서
하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이 죽음으로 끝난다.
하지만 카트리나에 대한 린치는 달랐다. 대부분의 들실장들이 적록의 눈물을 흘리며 증오를
담아 카트리나를 짓밟고 있었다. 찢어진 명품 파우치에서 잔뜩 굴러 나온 콘페이도에도 아무
도 눈길을 돌리지 않고 카트리나를 때린다.
약 한 달간의 짧은 기간. 그동안 수없이 자매와 자들을 비웃으며 죽인 이 미운 사육실장에 대
한 분노는, 죽이는 걸로는 끝나지 않을 정도의 분노였다. 거기에 부러움과 질투가 섞이지 않
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보통의 린치와 다른 것도 사실이었다.
한 들실장이 지쳐 나가떨어지면 다른 들실장이 대신하며 한시간 가량 지속된 린치.
아직 분노가 풀리지 않은 그들이지만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조금씩 물러난다.
그 가운데에는 이미 원형을 알아볼 수 없는 비계덩이가 꿈틀대고 있다.
팔다리는 떨어져 나가지 않았다. 대신 납작하게 뼈와 가죽만 남아, 살은 전부 삐져나와있다.
머리는 대머리인건 당연하지만, 계속된 린치에 퉁퉁 부어올라 눈꺼풀조차 뜰 수 없다.
총배설구엔 어느 영리한 들실장이 나무가시를 깊게 넣어 안에서 찔러 놨다. 이러면 재생을 해
도 계속 상처가 생겨 자를 가질 수 없는 건 물론 움직이거나 배설 때도 큰 고통을 느끼게 된
다. 그 들실장은 카트리나가 어느 날 들고 온 라이터에 총배설구를 지져진 복수를 해낸 것이
다.
그렇다고 해도 넘쳐나는 지방의 칼로리는 곧 카트리나를 회복시킬 것이다.
마지막으로 독라가 된 카트리나의 몸 위에 모여 일제히 대변을 싼 들실장들이 떠난다.
뒤에 남겨진 건 약간씩 꿈틀대는 녹색 대변의 산.
죽이지는 않았다.
죽어서 편하게 해주는 일을 하기엔 들실장들의 분노가 너무 컸다.
이제 재생을 하면, 지옥과도 같은 공원의 나날이 시작될 것이다.
"데에에에에! 오로로롱...카트리나짱이! 카트리나 짱이!"
그때까지 내내 오열하던 미도리니쥬가 브리더를 올려다봤다.
"주인님 빨리 저기로 가서 카트리나짱을 구해주는데스! 카트리나짱이 죽는데스우!!"
"...죽지는 않을 거야. 아마 평생 노예로 천대받으며 살겠지. 그 평생도 길지 않겠지만."
"데?"
주인님의 냉혹한 말에 미도리니쥬가 뒤통수를 맞은 듯한 표정으로 올려다본다.
"미도리니쥬. 저 자는 인간님의 마음에 들지 않게 행동했어. 스스로가 저렇게 일을 만든 거
야."
미도리니쥬의 통곡을 다른 1호실의 출산석들이 듣고 놀라는 걸 곁눈질하며 브리더는 일단 설
득을 하려했다.
"인간님의...마음에 들지 않아서데스?"
미도리니쥬가 울음을 그치더니 조용히 브리더를 응시한다.
"주인님. 질문이 있는데스."
"...그래."
브리더도 눈길을 돌리지 않고 미도리니쥬의 눈동자를 마주 응시한다.
‘아아, 실장석이 이렇게 진지한 눈동자를 할 수 있는 존재였나. 역시 너무 영리해. 영리해서
그 질문을 묻겠지...’
미도리니쥬는.
소리치지 않고,
울지않고,
조용히,
며칠전의 대화와, 카트리나를 보고 품은 가장 큰 의문을 물었다.
"와타시들은 결국 인간님들의 기분에 따라 휘둘린 뿐인 생물데스?"
그리고 브리더가 내민 스프레이의 분사구가 보이고 미도리니쥬의 의식은 어둠에 떨어졌다.
데뎃!?
잠시뒤 소스라치며 깨어나는 미도리니쥬. 주위를 둘러보자 익숙한 방이아닌, 녹색벽지가 발린
방안의 테이블위에 올려진 좁은 수조 안 이었다.
데? 데!
방안에서 브리더의 모습을 발견하고 수조의 벽을 쿵쿵 두들기는 미도리니쥬. 딱히 아까 질문
의 답을 요구하거나 자신에게 관심을 끌려는 것이 아니다.
그저, 브리더의 앞에 있는 테이블에 올라가 있는 자신의 자 네 마리를 돌려주길 요구하는 것
이다.
데스우! 데데데데!
인간님에게 길러진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은 미도리니쥬. 마지막 희망을 걸고 확인을
위해 한 질문의 답은 지금의 상황.
모든 상황을 이해한 미도리니쥬는 수조의 벽을 필사적으로 두들겨 자들을 불렀다.
쿵쿵쿵쿵
"무슨 소리테치?"
자실장중 하나가 그 소리를 들었지만 주위를 두리번거릴 뿐이다.
어차피 수조는 매직미러라 밖에선 들여다보이지 않고 뚜껑까지 씌워져 울음소리도 새어나가지
않는다.
"저 수조엔 탈락한 실장석이 들어있어. 너희들도 탈락하기 싫으면 열심히 공부를 해라."
"테이! 알겠는테치..."
브리더의 말에 움찔 놀라며 고개를 끄덕이는 자실장들. 보통의 자실장들보다 더 놀라고 당황
해하는 모습에 브리더가 만족했다.
지금까지 사육실장들이 배운 건 인간님에 대한 감사. 감사라는 걸 아는 브리더의 사육실장들
은 분충화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끝없는, 분수에 맞지 않는 욕구를 가지는 실장석을 본질을 품종개량이라고 할 수 있는 대를
거친 사육과 교육으로 가르친 감사의 개념으로 덮어버린다.
하지만 미나야같은 몇몇 주인아래선 아직도 분충이 되어버린다.
딱히 미나야의 잘못은 아니다.
종업원들은 카트리나들을 보며 미나야가 대책 없는 애호로 사육실장석의 분충성을 일으키는
바보라고 생각하지만 다르다.
미나야는 브리더를 집에 초대해 실장석을 기르는 것에 대해 개인강습을 부탁할 정도로 실장석
을 기르는데 진지한 면도 있다.
고급실장석을 장식으로 삼는 면이 없다곤 못해도 미나야 같은 위치에 있으면 당연한 일이기
도하다. 고급옷과 간식, 그리고 실장석들이 간구하는 스테이크를 퍼주는 것도 그럴 수 있으니
그러는 것.
옛 화족집안의 사람인 그녀는 귀족으로 태어나서 귀족으로 살뿐이다.
오히려, 인간 중에선 고귀하다고 할수 있다.
좋은 집안. 부유한 재산. 그리고 나름의 품위를 가져, 사회에서 문제없이 존경을 받을 사람이
다.
하지만.
실장석에겐 치명적이다.
욕구를 억누르고 주인님에게 감사하도록 세뇌된 사육실장.
일반적인 주인 아래선 문제가 없을 것이지만. 미나야에게 길러지는 실장석은 은연중에 고귀함
이란 걸 계속 보게 된다.
고귀함의 조각도 지니지 못하는 실장석이지만, 브리더가 길러낸 영리한 사육실장들은 미나야
를 보며 고귀하다는 게 뭔지 어렴풋이 느낀다.
부와 권력을 가지고도 자만하지 않는다. 돈을 물 쓰듯이 써도 그게 당연하기에 그러는 것이
다. 좋은 집에 다른 화족들을 초대해 기품 있게 담소를 즐긴다. 사회운동에 큰돈을 기부하면
서도 비뚤어진 우월감을 가지지 않는다.
그건 서민에게 시기와 질투를 사면서도 동시에 인정을 받는 이상적인 부유층의 모습일 것이
다.
사육실장들도 그게 고귀하다는 걸, 이상적이란 걸 느낀다.
그리고 실장석의 분수와 이상적인 고귀함의 차이가 정신을 무너트린다.
자신도 주인님의 실장석답게 고귀하게 행동하려 한다. 그래서 한동안 인간에게도 극찬을 받
는, 개념실장의 모습이 되지만 너무 높은 곳, 절대로 닿을 수 없는 곳을 목표로 해버린 실장
석의 말로는 같다.
주인님을 남편님으로 생각하며 흑발실장과 아내로서의 행복을 꿈꾸든.
영리한 들실장이 공원내에 이상적인, 인간에도 지지 않는 사회를 구축하려 시도하든.
고귀한 주인님에 걸맞는 고귀함을 가지려 노력하든.
너무 높은 곳을 목표로 한 실장석은 추락할 뿐이다.
목표란 걸 가지는 게 실장석으로선 대단한 일이지만, 실장석으로 태어난 이상 그것은 애초에
허락되지 않는다. 그저 소박하게 스테이크와 스시가 넘치는 사육실장로서의 생활을 꿈, 즉 목
표로 삼아 들로서 추레하게 현실을 살아가는 정도가 허락 될 뿐이다.
누가 그 허락을 하는가 묻는다면, 세상 그 자체가 실장석에게 허락하는 범위가 거기까지란 대
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주인에게 애정을 가졌다면 사육실장으로서 행복하게 길러졌으면 좋을 것이다.
영리한 들실장이라면 공원에서 자신의 가족을 돌보는 걸로 작은 행복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
다.
그리고 주인의고귀함을 느꼈으면 좋은 주인을 만난걸 감사하면 됐다.
하지만 ‘카트리나들‘은 그것이 불가능했다.
와타시도 고귀해지는걸 바래 높은 곳을 향했다. 그리고 높은 곳에서 맛본 칭찬과 우월감과 행
복에 순식간에 분충으로 떨어져 버린다.
그걸 이해한 브리더가 만들고자한 실장석은 높은 곳에 도달할 수 있는 사육실장이 아니다.
자신의 분수를 알고 높은 곳에 가길 포기하는 실장석이다.
그것만으로 실장생이 한결 편해진다. 이것이 가능한 들실장이 있다면 열등감에 괴로워 할 일
도, 쓸데없이 사육실장의 자리를 노려 적록색 고깃덩이로 변할 일도 없을 것이다. 그래도 아
사와 이유 없는 학대파의 위협이 남지만 자폭을 하지 않음으로서 살아남을 확률은 비약적으로
높아진다.
하지만 그것은 실장석이란 생물 자체에게 불가능한일. 무슨 일이 있어도 욕망을 분출해 자신
의 실장생마저 분출해버리게 된다.
이것을 가르치려면 일단 영리한 실장석, 그것도 실장석으로 살아가는 괴로움을 아는 실장석이
필요하다. 단지, 그 개체는 쓸모가 없다. 대신 그 실장석을 가르쳐 위석에 새로운 정보를 새기
고 태교의 노래를 바꿔 태어날 자들을 가르쳐 간다.
대책없이, 절대 이루어 지지 않을, 행복하고 행복한 세상만을 노래하는 분충의 태교와 달리
이 영리한 실장석의 태교엔 여러 가지가 담겨 있다.
이 세상은 살기 어렵다.
하지만 자들이 태어나는걸 마마가 기다린다.
가족이 같이 있으면 이 세상도 살아갈수 있다.
노력하면 조그만 행복이라도 손에 넣을수 있다.
어서 태어나서 마마와 노력하자.
사랑한다 와타시의 자들.
거기에 브리더의 교육이 추가된다.
세상엔 행복이 많다.
하지만 인간님이 주시지 않으면 행복을 손에 넣기 어렵다.
우리들만으론 살수 없다.
인간님의 맘에 드는 자는 행복해진다.
인간님은 행복을 주는 존재.
여기까지가 브리더의 일반적인 교육이었다.
하지만, 미도리니쥬의 두 번째 출산엔 더 추가가 되었다.
인간님의 맘에 들지 않으면 행복해지지 못한다.
인간님은 우리들과 달리 대단한 존재다.
우리는 인간님을 따라갈 수 없다.
조용히 인간님을 모시며 살자.
인간님이 없으면 우리는 무능한 존재다.
차츰차츰 변질 되가는 교육에 의한 태교의 노래의 변질은 이미 첫째와 세번째 노래의 차이를
친실장 자신도 구분하지 못할 정도가 되버린다.
그리고 인간에 대한 의심이 아직 남은 1세대를 지나 친실장의 영리함과, 변질된 태교의 노래
를 듣고 자라 인간에 대한 존경과 실장석이란 것의 무능함을 알고 태어나는 2세대, 이 2세대
인 네마리의 자실장이야말로 브리더가 만들려던 ‘완벽한 사육실장’
영리하면서도 인간과 자신을 동격으로 여기지 않고 자신의 분수를 아는 실장석.
그 완성이 코앞이다.
약간의 흥분을 느끼며 자실장들의 오늘 교육을 마친 브리더가 자실장들을 수조에 넣는다.
옆의 수조와는 달리 안에서 바깥이 안 보이는 매직미러의 수조. 안에는 사치스럽진 않아도 따
듯한 실장용 이불과 보통수준의 실장푸드가 담긴 그릇이 들어있다.
아무런 실수를 안했지만 교육의 마지막 단계로 왼팔을 부러트려져 인간님과의 힘 차이를 다시
금 이해한 자실장들은 훌쩍이면서도 조용히 각자의 이불에 앉아 브리더가 건네주는 실장푸드
를 하나씩 받아 갉아먹는다. 밥을 다 먹고 이불에 떨어진 부스러기를 주워 정리한 자실장들은
일제히 화장실로 향해 동그란 실장변기에 엉덩이를 내밀고 둘러앉아 대변을 본다.
그걸 마지막으로 일정을 마친 자실장들은 다시 이불에 들어간다.
“잘 자라.”
“안녕히 주무시는테치!”
아직 재생 못한 왼팔의 격통에 눈물을 흘리면서도, 인간님을 보고 웃으려 노력하며 인사를 하
는 자실장들을 만족하며 내려다본 브리더는 수조의 뚜껑을 닫았다. 이걸로 바깥의 소리는 전
혀 들리지 않는다.
“.................”
그리고.
옆의 수조를 열고 미소를 짓는다.
피가 배어나올 정도로 필사적으로 자실장들을 부르려 두들긴 수조의 벽엔 적록의 작은 핏자국
이 가득 묻어 있다. 그리고 언제쯤 포기 했는지는 몰라도, 수조의 벽에 무력하게 기대 앉아
탁해진 눈으로 태교의 노래를 부르는 미도리니쥬의 모습이 보였다.
“인간은 잔혹한데스~ 인간을 믿으면 안 되는데스~.”
만삭이라 한껏 부푼 배를 안고, 빛을 잃은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면서, 자들에게 필사적으로
전해주려 태교의 노래를 부르는 미도리니쥬의 모습이.
“인간은 와타시들을 물건으로 밖에 여기지 않는데스~ 진정한 애정은 주지 않는데스~ 학대파
보다 더 잔혹한데스....”
“이제 쓸수가 없구나. 너도 뱃속의 자들도.”
“....인간상.”
“주인님에서 인간상으로 바뀐 건가. 아이러니하구나 그게 오히려 네 영리함을 증명하는 일이
다.”
“자들을...돌려주는 데스. 와타시는 속은데스. 인간상은...학대파보다 더 잔혹한 인간데스.”
“영리한 너는 내 대답을 알거다.”
“....그런데스. 들어줄 리가 없는데스. 저 자들은....물건으로서 팔리는데스?”
“다른 물건하곤 달라. 저건 무슨일이 있어도 인간을 거스르지 않는 최상급의 사육실장이 되었
다. 물건 취급 받는게 싫은가? 하지만 평범한 인간은 손에 넣을 수 없는 최고급의 물건이 되
었다. 고귀한 인간들이 데려가려 안달일 거야.”
“그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데스... 맘에 들지 않게 된 물건은 처분되는데스.”
“카트리나는 미안하게 됐다. 하지만 마리아는 잘 살고 있을거야. 게다가...저 네마리중 하나가
다시 카트리나가 되어도 저번과는 다를거야. 행복할수 있어.”
“지금에서야 깨달은데스. 와타시가 자들에게 노래한 행복은 행복이 아닌데스. 그건 행복을 느
끼는 감정을 없애 버리는 것 데스. 물건 취급 받으며 행복하다고 착각하게 하는것데스.”
“너는...어디까지 영리한거냐. 대단하구나. 인간조차 눈치 못 차릴 수도 있는 일을 너는 꿰뚫
어 보는구나.”
미도리니쥬의 얼굴에 작은 미소가 지어진다.
실소와 같은 자조적이 미소가.
“인간상에게 교육 받은 덕분데스. 와타시는 이전보다 영리해진데스.”
“그게 불운이지만.”
“그런데스. 몰랐으면 좋았을지도 모르는데스. 물건으로서 사는 건 잔혹하지만 이해하지 못했
으면 거짓의 행복이라도 손에 넣을 수 있었던데스.”
“미도리니쥬... 이제까지처럼 살 생각은 없는가? 너라면 훌륭한 자들을 낳을 거다. 그래, 솔직
히 말하면 최고급의 물건을. 하지만 그 자들에겐 들실장, 아니 평범한 사육실장들이 부러워
할 정도의 생활을 하게 될 거다. 네 말대로 그저 인간의 변덕으로 버려지는 자들도 있을 거
다. 하지만 들로서 사는 것보단 행복할 확률이 훨씬 높다는 걸 이해할 수 있을 거다.”
“거부하는데스. 그런 건 진정한 행복이 아닌데스. 와타시의 뱃속에 있는 자들은 인간의 잔혹
함을 가르친데스. 더 이상 인간상에게 속지 않는데스.”
“그런가...알겠다.”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 브리더가 서랍에서 작은 약병을 꺼냈다.
“미도리니쥬. 너는 매우 영리하지만....”
“데? 데샤야! 손대지 마는데스!”
약병을 보고 불길함을 느낀 미도리니쥬가 이를 드러내며 위협을 했지만 무력하게 브리더의 손
에 머리를 잡혀 들어 올려진다.
“...실장석에게 진정한 행복이란 존재 할 수 없다는 가장 기본적이고,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것을 이해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구나.”
툭.
“데? 데?! 데에에에에엑!!! 나,나오는데스?! 아직 이른데스우우우!!!”
억지로 들려진 얼굴의 양 눈에 브리더가 붉은색소를 떨어트리자 만삭이던 몸은 바로 출산을
개시했다.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참으려던 미도리니쥬의 다리 아래로 결국 자들이 쏟아져 내린
다.
“텟테레이~”
“텟테~”
“와타시의 자들이!”
들어 올려 졌다고 해도 발이 대롱대롱 떠있는 정도라 죽지 않고 떨어진 8마리의 커다란 구더
기 이후 강제 출산의 작은 구더기들이 태어나기 시작하자 브리더는 미도리니쥬의 양 눈을 손
가락으로 문질러 색소를 지웠다.
“데힉! 데헤에... 와, 와타시의 자들 지금 점막을 핥아주는데스. 기다리는데스...”
브리더가 내려주자 강제출산으로 지친 몸을 이끌고 필사적으로 구더기들의 점막을 없애는 미
도리니쥬. 8마리의 자들은 6마리의 자실장과 두 마리의 엄지가 되었지만 강제출산으로 태어난
구더기 4마리는 전부 구더기실장이었다.
그걸 제지하지 않고 조용이 관찰하는 브리더를 눈치챈 자들이 떠들기 시작한다.
“테? 마마! 인간이 있는데스! 마마!”
“인간은 무서운테챠아아아!”
“레후? 인간상 처음뵙는레후.”
“푸니푸니해주시면 좋은레후. 부탁드리는레후.”
“잠시 동안 태교의 노래가 바뀐 것만으로도 이렇게나 인간을 무서워 하는가. 하지만 강제출산
으로 낳아진 구더기는 태교의 노래가 아닌 위석정보만을 이어받기에 아직 인간을 신뢰하면서
도 영리한 편이군.”
“그런데스. 이제 이 자들은 인간상에게 속지 않는데스! 구더기들도 다시 가르치는데스!”
그러면서 구더기들도 모아 끌어안는 미도리니쥬를 보던 브리더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철컹. 위이이이이이잉!
“레? 레후우우우우우!!!!”
“테츄아아아악!!! 마마!!! 마마아!!!!”
“데,데에에에에에엑!!!”
옆에 있던 분쇄기의 전원을 켜곤 주저 없이 모든 자들을 쓸어 넣었다.
인간을 무서워하던 자실장과 엄지실장도,
인간에게 꾸물꾸물 기어가던 구더기실장들도,
모두 순식간에 회전칼날에 말려들어가며 비명을 올리다가 여기저기서 파킹하는 소리와 함께
조용해진다.
단 한번의 비명을 지를 동안 상황이 끝나버린 것 에 망연자실해 서있는 미도리니쥬.
“확실히 네 말대로 저 자실장들은 나를 믿지 않겠지. 물건이 되지 않아.”
“데....데.....”
“.....그러면 필요없다. 쓸모없는 재료는 처분할 뿐이다. 이제와서 엄지나 구더기를 교육할 생
각도 없어.”
“데.......”
“미도리니쥬. 이번 자들은 전부 ‘불합격’이다. 자들을 저렇게 죽이고 싶지 않다면 내가 가르친
대로 자들을 키워라. 인간의 아래서 물건으로 살도록.”
“데에에에에에!!!!!!!!!!!!!!! 데스우우우우우!!!!!!!!!!!!!!!!!!!!!!!!”
그리고 그때서야 미도리니쥬의 양 눈에서 피눈물이 흐르며 절규하기 시작했다. 한참을 절규하
던 미도리니쥬가 브리더를 올려다 보았다.
“너는....너는 악마데스! 와타시들을 물건 취급하고 필요없으면 죽이는 악마데스우!!!”
“그 말대로다.”
“데!”
브리더의 긍정에 미도리니쥬가 경악한다.
“하지만 너의 다음 자들에겐 그 악마를 인간님. 훌륭하고 실장석보다 훨씬 고귀해 동등해질
마음도, 거스를 마음을 먹을 수조차 없는 주인님이라 가르쳐라. 그것이 너의 자들이 살아남을
유일한 방법이다.”
“악마데스우우우!!!! 너에게 자는 넘기지 않는데스!! 물건으로 살게 하는 바엔 차라리 낳지 않
는데스!”
“어떻게?”
쿵!
“데케에에엑!!”
브리더가 미도리니쥬의 뒤통수를 잡고 바닥에 내리찍자 얼굴을 바닥에 부딪친 미도리니쥬의
입에서 부러진 이빨과 적록의 피가 튀었다. 몇번을 내리쳐 얼굴이 피투성이로 퉁퉁 부은채 경
련하는 미도리니쥬의 팬티를 벗겨 쓰레기통에 던진 브리더가 다시 서랍에서 꽃가루가 든 상자
와 면봉을 꺼냈다. 그리곤 꽃가루를 가득 묻힌 면봉을 총배설구에 찌르자 미도리니쥬의 양 다
리가 한번 확 튀어 올랐다가 떨어졌다.
“이걸로 임신 했을거다. 꽃가루 하나 날린 일로 임신하는 생물들이니.”
“데이...데....안 되는데스... 태어나면 안 되는데스...데스악!”
콰앙!
이번엔 얼굴을 움켜쥐인채 벽에 뒤통수를 찍힌 미도리니쥬가 한번 꿈틀하더니 축 늘어졌다.
“그게 아니지. 그런걸 말하면 자들은 다시 저 분쇄기 행이다. 그게 싫으면 내가 말 한대로 가
르쳐라.”
“데..데스우....”
브리더의 손가락 사이로 보이는 적록의 눈동자에서 피눈물을 흘리며 브리더를 노려보는 미도
리니쥬.
그리고.
그게 미도리니쥬가 할수 있는 유일한 반항이었다.
뎃...데힉...뎃데로게~ 뎃데....뎃데....데힉....
잠시뒤, 린갈을 빼자 울먹이는 실장석의 소음으로 밖에 안 들리는 태교의 노래를 뒤로한 브리
더가 교육실을 나왔다.
“자. 어쨌든 한건 해결인가. 2세대중 하나는 출산석으로 쓰고...셋은...”
2세대 자실장. 자신의 최고 작품을 넘길 상대를 고르던 브리더는 어느새 바깥이 어둑어둑 해
진걸 알았다.
“이런 벌써 이런 시간인가.”
벌써 종업원들은 폐점준비를 마치고 퇴근한 뒤였다. 마지막 정리는 그의 손으로 하기에 청소
와 소등, 문단속 정도였지만.
“실례하겠네.”
“....!”
그때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놀란 브리더가 뒤를 돌아봤다.
맘대로 이 시간대의 숍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단 한명밖에 없다.
하지만 그 사람이 지금 왔다는 것에 안 좋은 예감을 느끼며 브리더는 미소의 가면을 썼다.
“.....어서오십시오. 시장님.”
학대파 라는걸 드러낼 수 없어 폐점 후에야 남의 눈을 피해 들어오는, 진성 학대파의 한사람
인 시장의 눌러쓴 모자 아래로 입가가 씩 올라갔다.
“자네 요새 재밌는 자실장을 길러냈다며?”
뎃데로게....젯...젯데로게......데.....
수조 안에 주저앉은 채 멍하니 태교의 노래를 부르던 미도리니쥬가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
를 들자 성큼성큼 방안으로 들어오는 브리더가 보였다.
“데! 또 무슨 일데스! 데,데데?”
말없이 2세대 자실장들이 들어간 수조를 들어 올리는 브리더를 본 미도리니쥬가 절규했다.
“무슨짓데스! 자들을 어디로 데려가는데스!”
“........”
“또 물건으로 하는데스! 잔혹한데스우!!”
그때 브리더가 미도리니쥬에게 휙 고개를 돌렸다.
“잠깐 닥치고 있어 주겠어요?”
“데데....”
창 너머로 카트리나를 봤을 때 보인 그 표정. 그러나 지금은 그 표정보다 한층 더 무서운 그
표정을 본 미도리니쥬가 숨을 삼켰다. 분노하거나 일그러진 표정이 아니다. 그저 무표정에 가
까운 창백한 얼굴에 눈만이 파란 불길을 조용히 태우는 것처럼 보였다.
소리치거나 화 내지 않아도 저건 분노한 표정이다. 분노와 절망이 섞인 표정.
그대로 수조를 들고 나간 후 잠시 뒤.
브리더는 대신 검은색의 커다란 가방을 가지고 왔다.
그리고 벽에 기대서서 뭔가 중얼거린다.
“......뒤에서 조정하니 뭐니 해도... 결국은 거스를 수는 없지... 하하. 미나야님이 최종보스라
생각했더니 의외의 인물이 와장창 박살내 주시는군...”
“데? 무슨말데스! 와타시의 자들은 어디간....”
콰아아앙!!
“데히익!!!”
그 말을 들은 브리더는 갑자기 가방을 수조를 향해 던졌다.
강화아크릴에 금이 갈 정도의 충격에 열린 가방 안에선,
녹색의 만엔짜리 지폐 수백장이 일제히 쏟아져 나와 가득 휘날렸다.
올려다본 시야를 가득 메우는 그, 인간들의 돈이란 걸 보며 미도리니쥬는 자들의 운명을 이해
해 버렸다.
“데...데...데스우우우우우우!!!!!!!!! 데에에에에에!!!!! 데에에에에엥!!!!!!!”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
그리고 끝없는 절망에 통곡하는 실장석의 울음소리와, 가능성이 사라진 절망을 느끼며 웃는
브리더의 웃음소리가 작은 교육실 안을 채웠다.
-계속-
"사장님. 1호실의 출산일 입니다만..."
"알아서 부탁드립니다."
"예..."
며칠뒤.
공원까지 찾아와 브리더를 찾아낸 제자 브리더는 예상대로의 대답에 주저하다가 돌아섰다.
그 등을 보며 브리더는 그저 담배연기를 가늘게 뿜을 뿐이다.
"후우..."
벤치 아래 수북히 버려진 담배꽁초들.
꽁초무단투기는 경범죄로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지금은 걱정이 없다.
레칫레칫레칫~
데스우~
브리더의 발 아래에선 들실장 일가가 열심히 담배꽁초를 주워모으고 있었던것이다.
처음에 다가와 데샥데샥 뭔가를 요구한 성체실장하나를 걷어차자 머리가 날아간 그 들실장의
시체를 먹으러 모인 일가다. 그 들실장의 죽음으로 요구를 해도 소요없다는걸 알곤 목표를 꽁
초로 바꾼것이다.
엄지실장 하나가 타다남은 담배잎을 먹는동안 자실장과 친실장들은 꽁초를 주워 모은다.
타르에 갈색으로 변한 필터솜을 뜯어 보슬보슬하게 만든뒤 골판지하우스에 가져가 보온재로
쓰려는것이다. 여름인 지금도 일교차에 엄지나 구더기는 감기에 걸리는 일이 많아 그걸 막으
려는것이다.
물론 니코틴 덩어리인 잎을 씹어먹고 타르가 잔뜩 배인 필터솜에 파묻혀 자면 그 덧없이 약
한 육체는 높은 확률로 암에 걸린다.게다가 약함을 보완하기 위한 재생력은 암세포에도 적용
되어 암에 걸린 실장석은 며칠내에 부패한 종양덩어리가 되어 죽는다.
하지
만 브리더가 알바 아니다.
"......"
툭.
레치? 레치이~
치이익!
레에에에에!!!
시험삼아 반쯤 탄 담배를 떨어트리자 다른것 보다 커다란 먹을 것에 환호성을 지르며 달려온
엄지실장이 손을 데여 발버둥친다.
"역시 어쩔수 없는 생물이다."
예전에 본 것과 다를게 없는 광경. 운이 좋아 입이 아니라 손을 데였지만 담배꽁초에 죽는
수많은 동족을 보고도 전혀 학습을 하지 못한 그 모습은 아예 생물로서의 진화가 멈춘듯한 모
습이다.
이제와서 그런 생물에게 연민을 가질 필요는 없다.
"그러고보니 그 녀석과 만난것도 담배꽁초가 시작이었지..."
꽁초를 주워먹고 죽은 들실장의 고아를 돌보는 모습에 관심을 가진 들실장.
만약 그 고아실장을 불쌍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지금쯤 공원에서 자들과 살고 있었을지도 모
른다.
엄지를 들어올려 내밀며 데스데스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들실장을 엄지째 수직으로 내려 밟
으며 브리더는 돌아가기 시작했다.
테에엣?! 테! 테이잉...테에에엥....
갑작스런 마마의 죽음에 가득 모은 꽁초를 우수수 떨어트리고 우는 자실장들을 내버려둔채.
여름이니까 겨울철보단 하루이틀정도는 더 살수있을것이다.
"....."
돌아온 브리더는 거칠게 교육실의 문을 열어 젖혔다.
“안녕 미도리니쥬.”
“뎃데로게~뎃데로게~”
대답이 없이 태교의 노래를 부르는 미도리니쥬.
하지만.
그 배는 부풀어있지 않다.
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윤택한 생활에 뱃살이 늘어지긴 했어도 임신한 건 아니다.
며칠 전 꽃가루로 임신을 시키려 했지만, 실패했다.
보통 바로 임신해 양 눈이 녹색이 되었겠지만, 당시 머리를 움켜잡은 손가락 사이로 보인 양
눈은, 적록이었다.
딱히 피임시술을 한 것도 아닌 성체실장이 임신을 하지 않는다는 건, 몸이나 마음 어딘가에
이상이 있다는 뜻.
미도리니쥬의 정신은, 자를 낳으면 물건 취급을 받는다는 절망에, 임신을 포기한 것이다.
“역시 안 되었는가…”
어제도 꽃가루로 임신을 시도 했지만 오늘도 임신이 되지 않았다.
“뎃데로게~젯데로게~”
“…시끄러워! 임신도 안 했으면서 무슨 태교의 노래야!”
퍼억!
“데앗!"
브리더의 주먹에 관자놀이를 맞은 미도리니쥬는 옆으로 날려가 쓰러진 채 조용히 피눈물을 흘
렸다.
미도리니쥬가 원해서 임신을 안 하는 게 아니다. 빼앗기지 않기 위해 임신을 거부했지만 아예
자들을 낳을 수 없게 됐다는 걸 안순간 미도리니쥬는 다시 절망했다. 빼앗기는건 싫지만
아예 낳을 수 없다는 것도 싫다. 그 결과 현실도피를 해 빈 배를 부여 잡은채 태교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거다.
“데이….”
린갈로도 그저 신음소리로 번역되는 울음소리만 작게 울며 그대로 누워있는 미도리니쥬.
그 모습을 본 브리더는, 얼마 전에 생각한 마지막 계획을 시도하기로 했다.
다음날.
위이이이잉.
“…………..”
“……….”
칼날이 돌아가는 분쇄기를 말 없이 내려다보는 브리더와 미도리니쥬.
브리더의 손에 잡혀 분쇄기의 입구 위에 대롱대롱 매달린 미도리니쥬는 상황을 이해하고도 그
저 조용히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너는 필요 없어졌다. 자를 낳지 못하는 실장석 따위 독라보다도 가치가 없어.”
“데!”
‘과연 독라 이하 라는 말에 반응 한 건가, 아니면 자를 낳지 못한다는 말에 반응을 한 건
가….’
생각하는 브리더의 손 안에서 미도리니쥬가 그 가동성 낮은 목을 힘껏 들어 브리더를 올려다
본다.
“알겠는데스. 어차피 자들을 가질 수 없으면 행복하지 않은데스. 죽이는데스. 그러면 최소한
악마의 손에서 벗어나는데스.”
“……..”
‘마지막, 가능성은 있는가….’
거기 까지 생각한 브리더는 미도리니쥬를 수조에 다시 내려놨다.
“데…..?”
멍하니 자신을 올려다 보는 미도리니쥬에게, 브리더는 최후의 함정을 판다.
“…이제까지의 정이다. 죽이진 않으마. 공원으로 돌아가라.”
“데! 데이…..”
그 말을 들은 순간 문득 미도리니쥬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 눈물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브리더는 의문을 품으면서도 수조의 뚜껑을 닫아 버렸다.
그리고 잠시뒤.
골판지와 종이백을 든 브리더는 공원에 들어가 목적하던 장소에 도착했다.
우선 작은 관찰용 카메라를 근처 나무 위에 동여매, 이미 놓여 있던 낡은 골판지하우스와 주
변이 보이게 설치한다.
그리곤 골판지를 조립해 그 골판지 하우스의 근처에 놓고 바닥에 고정되게 못을 박거나 비닐
을 씌우기 시작한다.
얼마 안 있어 들실장들이 침을 흘리며 탐낼 S급의 골판지하우스가 완성되자 종이백에서 미도
리니쥬를 꺼낸다.
“데스우….”
멍하니 훌륭한 골판지하우스를 응시하는 미도리니쥬에게 종이백 안에 있던 타올과 작은 페트
병, 비닐봉투 등을 건네 준다.
단지 그 수는 단 하나씩.
“어차피 자를 가질 수 없는 너에겐 하나씩으로 충분할 것이다.”
“데스…”
그 말을 부정 못하고 힘없이 우는 미도리니쥬.
그리고 그때.
데! 데에에엑! 데스우우!!!
데샤아! 데샤아아악!!!
“응?”
갑자기 옆의 골판지가 시끄러워지더니 뚱뚱한 독라실장이 하나 튀어나왔다.
“!”
“데! 카,카트리나짱!!!”
옷도 머리도 없이 더러운 알몸인 그 실장석, 공원에 버려져 그때까지의 원한을 받아 독라가
된 카트리나는, 품에 썩은 생선 머리를안고 나와 정신없이 두리번거리다가 필사적으로 도망가
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바로 골판지하우스에서 뒤쫓아 나온 실장석에게 따라 잡혀버린다.
데…데에에! 데에에!!!
데샤악! 데스우!
대머리의 뒤통수를 맞아 쓰러지고도 도망가려던 카트리나는 계속되는 공격에 도망갈수 없다는
걸 알자마자,
그때까지도 끌어안고 있던 썩은 생선머리를 엎드린 채 허겁지겁 뜯어먹기 시작한다.
도망갈수 없으니 조금이라도 먹어 두겠다는 생각이겠지만, 그건 원래 주인인 실장석의 분노
를 부추길 뿐이다.
뎃샤!
데엑!!
생선머리를 걷어차여, 하는 김에 입까지 같이 걷어차인 카트리나는 입에서 피를 흘리면서도
날아간 생선머리에 손을 뻗었다.
그 정도로 굶주리면서도 아직 남은 지방이 쿠션이 되는지 가혹하게 걷어 차이면서도 생선 머
리를 향해 조금씩 기어가는 카트리나.
데…데스우….
조금만 더 가면 손이 썩은 생선 머리에 닿으려던 순간.
뎃샤앗!
케에에에에에에엑!!!!
우연인지 노린건지 들실장의 발이 독라인 카트리나의 총배설구를 걷어찼다. 마라였으면 그대
로 파킹했을 데미지겠지만 보통의실장석에겐 약간더 아픈곳일뿐이다.
하지만.
카트리나의 총배설구 안엔 첫날에 쑤셔 넣어진 나무가시가 들어있다.
나무가시가 충격에 총배설구와 내장을 갈기갈기 찢으며 카트리나는 기껏먹은 썩은생선을 성대
하게 게워내며 경련하더니 그대로고개를 떨궜다.
데..데에….
들실장들이 바란대로, 죽지는 않은 채 지옥을 맛보고 있는 카트리나.
이번에도 죽지는 않았지만 당분간 움직일 수 없게 된 카트리나는 들실장이 생선머리를 주워
골판지하우스로 돌아가는걸 애타게눈으로 쫓았다.
“….역시. 들은대로구나.”
그 들실장을 보며 감탄하는 브리더.
아니, 들실장이 아니라 원사육실장. 그것도 요즘 인터넷에 유명한 미친실장석이다.
그 미친실장석이 원래는 치비코라 불리던 사육실장인것도, 자를 기르는 행복을 바래 주인 아
래서 떠나놓고도 수없이 자를 잃었다는 걸 브리더는 모른다.
그저, 저 실장석을 미도리니쥬에게의 마지막 함정으로 쓸 수 있다는 것만 알면 충분했다.
브리더가 브리더와 미도리니쥬를 눈치채고도 무시한 채 골판지로 들어가는 미친실장석을 보는
동안 미도리니쥬는 카트리나에게달려가고 있었다.
“데! 장녀짱! 정신차리는데스!”
“데..데에….”
힘없이 눈을 떠 자신을 올려다보는 카트리나, 장녀를 미도리니쥬는 필사적으로 일으키려 했
다.
“와타시데스! 마마데스!”
“…데…무슨 말을 하는데스?”
“데?”
한쪽 눈꺼풀이 부어 눈을 뜰 수 조차 없는 얼굴로 카트리나, 장녀는 데프프 웃었다.
“와타시의 마마는 세레브한 인간님데스. 실수로 와타시와 헤어졌지만 분명 와타시를 찾고 있
을거인데스. 그때가 오면 마마한테명령해 이 공원의 쓰레기들은 모두 죽여주는데스. 와타시는
그런 고귀한 실장석데스. 근데 녹색옷을 입은 실장석 따위가 와타시의 마마라니, 행복회로에
빠진거 아닌데스? 데프프프프……”
“데…..”
‘무슨 소리데스. 분명 버려진걸 스스로도 알고 있을것인데스….장녀짱…..’
나오려는 그 말을 힘겹게 삼킨 미도리니쥬는 말없이 장녀를 부축하려 했다.
방금 그렇게 매도를 해놓고도 자신에게 도움을 주려는 거 같자 순순히 몸을 맡기는 장녀가,
구할 방도가 없는 분충이 되 버렸다는걸 깨닫고 피눈물을 흘리면서.
행복회로를 발동해 도피하고 있는 실장석에게 현실을 가르쳐주는 건 위석붕괴를 일으킬 염려
가 있지만, 분충이 되어 버리면 현실부정이 강해져 붕괴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대신 죽을 때까지도, 아니 죽어서도 현실을 알지 못한다.
“….도우려는 건가? 차라리 편하게 해주는 게 어떠냐. 미도리니쥬”
“………..”
브리더가 자신의 앞에 던진 쇠못을 보던 미도리니쥬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럴 수 없는데스. 그때 인간에게 잃은 자들 중에 살아남은 둘중 하나데스. 절대 버릴 수 없
는데스. 인간상에게 속아 떠나 보냈지만 이제부터라도 와타시가 돌보는데스.”
“데프프...아직도 행복회로데스? 와타시는 너의 자가 아닌데샤! 인간님, 이런 추레한 녀석에게
이름을 붙이느니 차라리 우아한 와타시를 기르는게 어떤데스?”
“…………..”
무표정하게 자신을 내려다 보는 브리더를 올려다 보며 인간님이 고민하고 있다고 착각한 카트
리나는, 비장의 무기를 꺼냈다.
“데프프. 뭘 고민하는데스? 자 오는데스! 와타시가 천국을 보여주는 데스웅~.”
아직 움직이기 힘든 몸을 움직여 바닥에 드러눕고는, 독라이기에 팬티를 벗을 필요도 없이 총
배설구를 과시하는 카트리나를, 브리더는 힘껏 걷어 찼다.
“케아아아아아아아아악~~~~~~~~!!!!!!”
안에 가시가 박힌 총배설구를 구두의 끝으로 세게 걷어차여, 비명을 지르며 멀리 날려가는 카
트리나. 멀리 수풀에 떨어져 두세 번튕긴 뒤, 수풀이 움직이며 느리게 기어 도망가는 것이 보
인다.
“데이…..”
어쩔 도리가 없는 추태에 멍하니 그 모습을 보는 미도리니쥬. 이미 저 자는 돌볼 수 없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얼굴을 찌푸린 채 구두 끝에 묻은 피를 땅바닥에 문지리던 브리더가 미도리니쥬를 돌아봤다.
“ 앞으로 저 자에게 관여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그 못은 두고 갈 테니 무기로 써라.”
“………….”
“그럼 여기선 넌 자유다.좋을 대로 살아라. 미도리니쥬.”
그 말을 하곤 바로 등을 돌리고 멀어져 가는 브리더를 보던 미도리니쥬가 마지막으로, 외쳤
다.
“인간상! ………..사랑했던데스!”
“………………….”
예상 못했던 소리에 순간 눈살을 찌푸렸던 브리더는, 발을 멈추지 않았다.
예상을 못했다 뿐이지 생각을 읽는 건 쉽다.
아마 자신을 믿게 하기 위한 연극의 영향과 완전히 주인님으로 믿던 시절의 영향으로 애정을
품었을 것이다.
이후에 현실을 깨닫고 자신을 악마라 불렀지만,
그래도 당시엔 진정한 애정을 가졌었다고 생각하기에 마지막 이 순간에 전하고 싶었을 것이
다.
미도리니쥬는.
마치 자들의 원수를 사랑하는 비운의 여주인공이 된듯한 생각으로,
원망과 애정에 휩쓸려 고뇌하다가 외친 마지막 한마디겠지만.
‘뭐, 어짜피 출산석들에게 가끔 있는 흔해빠진 일이다…..’
브리더는 그저 자신을 버린다는 말을 들었을 때 미도리니쥬가 눈물을 흘린 이유를 이제서야
라도 이해한 것에 만족하며 그대로공원을 떠났다.
그리고 브리더는 매일 모니터를 들여다보는 나날을 보냈다.
설치한 카메라는 자연 다큐멘터리 촬영이나 동물보호구역에 사용되는 특수품이다. 자체 태양
광전지로 두 달 정도는 충전 없이도사용할 수 있는 건 물론 야간 암시촬영과 움직이는 물체가
있을 경우에만 녹화하는 동체센서도 달려있다.
“뭐, 두 달까지도 필요 없겠지만….”
모니터에 비치는 광경은 다양했다.
다시 들실장으로서 살아가는 미도리니쥬.
미친실장석은 미도리니쥬에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아마도 자를 원해서 미쳤기에 성체에게 관여 하지 않는다는 인터넷에 올라온 글 대로였다.
어느 날엔가, 미친실장석의 행동이 변했다.
아마 임신을 한 것인지 골판지 하우스 앞에 앉아 노래를 부르는듯한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그 들실장에게 다가가 말을 거는 미도리니쥬의 모습도.
찰칵.
그 모습을 보며 브리더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방안에 퍼져 나가는 연기 사이로 보이는 눈은 만족감과 실망감이 섞인 묘한 표정이었다.
“이렇게 까지 예상대로라면 오히려 재미가 없군…..”
모니터에 비친 미도리니쥬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쓰다듬듯 내리 그은다.
“어쩔꺼지? 이대로라면 내 계획대로야. 힌트는 줬다. 벗어나 보라고….미도리니쥬.”
물론 그 말은 닿지 않는 채, 날짜가 흘러간다.
그리고
임신한 친구를 매일 부럽게 응시하던 미도리니쥬가,
밤에 골판지 하우스를 나가 작은 꽃을 찾아 꺾어 들고 골판지로 돌아가는 영상이 녹화된걸 보
며,
브리더는 입가를 살짝 올렸다.
미도리니쥬는, 결국 함정에 다시 발을 들여놨다.
일주일뒤.
친구 실장석이 출산이 임박해 물을 찾아 뛰쳐나간걸 보며 외치던 미도리니쥬가 망설이다가 골
판지 안에서 못을 꺼내 쫓아가는 장면이 녹화되어 있었다.
얼마 뒤에 못은 어디 갔는지 안보이고 대신 친구를 질질 끌고 오는 미도리니쥬의 뒤로 엄지
한 마리와 자실장 하나가 따라오는걸본 브리더가 살짝 관심을 가졌다.
“이건…쓸 수 있을지도….”
애초에 둘 다 원사육실장석 이라고 해도, 들로서 살아가면서 친구란 형태를 가지는게 지극히
희귀한 경우다. 그런 실장석의 자라면 교육이 가능할 수도 있다.
브리더의 생각대로, 그 두마리의 자는 평균 이상의 영리함과 애정을 보여 주었다. 배가 부풀
어 가는 미도리니쥬에게 먹을걸 나눠주는 그 모습은 브리더에게도 간만에 흐뭇한 미소를 짓게
했다.
미도리니쥬의 원래 가족을 제거하기 전에 보인, 좋은 재료를 찾은 것에 대한 흐뭇함.
2주일뒤.
영리한 들실장석 중에서도 최고 수준의 실장석이 시도한다는 소나기가 내릴 때의 여름출산을
시도하는 미도리니쥬와놀랍게도그 미도리니쥬를 돕는 친구 실장석을 보며 브리더는,
그 실장석의 자들도 데려오기로 마음을 정했다.
당시 5녀라고 불린 고아자실장을 돌본 일로 브리더의 눈에 든 미도리니쥬.
그리고 아이러니 하게도 그 미쳤던 실장석은, 남을 돕는 일로 자신의 우수함을 증명해버려 브
리더의 눈에 들어버린 것이다.
“미도리니쥬의 자실장이 둘 엄지가 둘…구더기가 넷… 그리고 다른 녀석의 자는 자실장하나
엄지 하나인가. 무슨 일 이 있었길래달랑 둘인 거지? 여름출산으로 잃은 건가….”
어쨌든 도합 열마리.
일주일 뒤.
브리더는 기분 좋게 숍을 나섰다.
그리고.
미도리니쥬의 골판지를 놓아둔 장소에 도착하자 테치테치 시끄러운 자실장들의 목소리가 들린
다.
수풀 너머로 보이는 풀밭엔 6마리의 자들이 뛰어 놀고 그 친구 실장이 네마리의 구더기를 돌
보고 있는, 공원에서 흔히 보이는 실장석 떼거리의 모습이 보였다.
이 자들이 브리더가 목표 했던 실장석이 되는 게 가능하다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그저 목적이 좌절된 분풀이였을 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
자신의 얼굴에 학대파보다 더 잔혹한 미소가 지어져 있는걸 눈치채지 못한채,
마침 돌아오다가,
자신과 눈이 마주치고,
경악하며 비닐봉투를 떨어트리는 미도리니쥬에게 반갑게 말을 건다.
“오랜만이야. 아직 날 기억하는 것 같네. 20번 미도리.”
데…..데……데에에에에에에에에에!!!!!!!!!!!!!!!!!!!!!!
처음의 비명은, 린갈이 필요없는, 그저 순식간에 절망의 나락에 떨어지는 절규였다.
그 비명을 충분히 즐기고 나서 브리더는 일부러 빼서 손에 들고 있던 이어폰형 린갈을 다시
귀에 꼈다.
“아하하하하하하!!! 그 모습을 보니 내가 왜 왔는지는 설명이 필요 없겠네. 역시 너는 영리
해.”
“데에에에!!!! 와타시의 자를 또 뺏으려 온 데샤아아아악!!!!!!! 악마아아아!!!!!!!!!!!!.”
“그래! 그말대로다! 하지만 난 기회를 줬다고 미도리니쥬.”
“데?”
분노로 부들부들 떨면서도 의아해하는 그 모습에 브리더는 진정한 마지막 정으로 남겨준,
하지만 미도리니쥬가 깨닫지 못한 힌트를 설명해 줬다.
“실장석을 버릴땐, 당연히 이름도 뺏는다. 들실장 따위가 이름을 가질 필요는 없으니까. 실장
석 자신이 자신을 원래 이름으로 부르던 말던 말이지.”
“데에!”
그때서야, 그 힌트를 알아차리고 경악하는 미도리니쥬를 보며 브리더가 실소를 지었다.
“난, 너를 끝까지 미도리니쥬라고 부르고, 이름을 뺏지 않았어. 너는 그때도, 지금도 나의 ‘물
건’ 인 상태 그대로였던 거야."
그리곤 이동식 케이지를 연 브리더는 아직 멍하니 자신을 올려다 보는 친구 실장석의 품에서
자들을 뺏어 케이지에 넣었다.
“데? 데에엣?! 무슨짓 데스! 돌려주는데...케에에에엑!!!”
“치비코상!!”
역시 자에 대한 애정이 강한 것인지 막무가내로 달려드는 친구, 사육실장일때 치비코라는 이
름으로 불렸던 듯한 그 실장석을 걷어찬 브리더는 마지막 한마리까지 케이지에 넣었다.
“레치? 레치?! 마마! 마마아악!!!!”
“테치! 인간테치! 무서운테치치!!!!”
“마마가 큰일난데스! 도우러 가는테치….!”
“나갈수 없는테치! 높은테치! 무서운 테챠아아아!!!”
“레후레후…..”
“악마데스우우우우!!!! 자들을 돌려주는데샤아아악!!!!”
자실장정도라도 6마리가 함께 떠들면 시끄럽다.
구석에서 본능대로의 방어자세로 둥글게 몸을 말고 떨고 있는 구더기를 보던 브리더는 소리치
는 미도리니쥬를 내려다봤다.
소용없다는 걸 알아도 외칠 수밖에 없겠지.
예전엔 한번 포기 했었지만.
드디어.
드디어.
그 사랑했던.
그 증오스러운.
그 인간에게서 벗어난 그 기쁨과 치비코라는 친구의 자를 가지는 행복한 모습에 자극을 받아
다시 임신을 받아들이게 된 몸이 되어 낳은 자들.
도저히 포기할 수 없을 것이다.
돌려받을 수 없다는 걸 머리론 알아도 마음이 인정을 못하기에.
조금씩 검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필사적으로 자신에게 덤벼드는 미도리니쥬와 어느새 옆에서
자신의 다리를 때리고 있는 치비코라던 원사육실장을 내려다본 브리더가 말했다.
“그래. 그럼 돌려줄게. 구더기는.”
“데….?”
“어서 돌려주는 데샤아아아!!!”
이빨을 드러내며 위협하듯 외치는 다른 원사육실장과는 달리 브리더의 대답에 멍해지는 미도
리니쥬.
이 상황.
이 대답을 들은 적이 있다.
그리고, 나쁜 일이 일어났다.
“자, 받아.”
브리더는, 케이지에 손을 넣에 구더기 네마리를 움켜쥐고 끌어내선, 그대로 손가락을 하나씩
펼쳤다.
손가락을 펼칠 때마다 손 안에서 꾸물꾸물 움직이던 기분 나쁜 구더기실장의 감촉이 사라져간
다.
“레에에에에에……….!!!!”
먼저 한마리를 떨어트리고, 잠시 뒤 나머지 세마리를 모두 떨어트렸다.
“레후~ 하늘을 나는레후웅~”
“레뺘아아아!! 마마!! 마마아!!!!!”
“레후레후?!”
그래서.
처음 떨어지는 한마리를 받으려 필사적으로 동시에 같은 곳으로 뛰어간 두 마마는 서로 박치
기를 해 뒤로 쓰러져 나뒹굴고.
“레뺙!!!”
“………….”
“이제 착지하는레……”
“마마아아아!!!!”
“레후레…렉!!!!”
처음의 한마리가 박살난후 잠시뒤 세마리가 일제히 산산조각나 풀밭의 거름이 되어버린다.
“자. 분명히 돌려줬다….”
“데…..데에에!! 와타시의 자들이!”
“구더기짱들이! 오로로로롱! 오로로로롱!!!”
“자, 그럼 나도 돌려 받아야지. 너에게 줬던 미도리니쥬란 이름, 돌려받겠다. 원사육실장.”
"데...데..."
대답할 생각도 못하고 구더기의 육편을 모아들고 부들부들 떨고있는 원사육실장. 가슴에서
작게 빠직빠직 거리는 소리가 울릴때마다 경련을 일으키는 원사육실장의 옆에서 다른 원사육
실장도 필사적으로 구더기의 조각을 주워 붙이려하고 있다.
"자신의 자가 아닌데도 애정을 보이는가. 확실히 너의 자도 쓸만하겠어."
"어째서데스...와타시는 악마에게서 벗어나...치비코상과 함께 행복하게 자를 가득 기르던데
스...어째서 그 작은행복마저 뺏는데스."
"오류를 두가지 정정해주지. 넌 나에게 벗어난적이 없어, 미도리니쥬. 지금 이 순간 벗어난거
지, 이름없는 원사육실장."
"데!"
"그리고, 원사육주제에 아직도 자신이 이름을 가진다고 생각하는...아아, 뭐 그렇게 우기겠다
면 불러줄게. 저 치비코라는 실장석하고 있으면 행복할수 없어."
"데? 무슨말데스! 치비코상은 좋은 실장석데스. 자들을 사랑하는 마마인데스."
"그래서 안 되는거야. 원사육실장 너는, 저 자칭 치비코라는 녀석을 보고 자를 가지고 싶어했
지?"
"그런데스...설마 그것도..."
"그래. 너의 자를 한번더 뺏기위한 함정이었다. 근데 이쪽이 질릴정도로 시원스럽게 걸려주더
군. 아, 카메라를 회수해야지. 밤에애타게 꽃을 찾아헤매는 네 모습은 완전 3류 신파극이었어!
하하하하!"
"자를 돌려주는데샤아아아악!!!"
아직도 자신의 다리를 토닥토닥 전력을 다해 두드리던 자칭 치비코를 내려다본 브리더는 턱짓
으로 원사육실장을 가리켰다.
"때릴 대상은 내가 아니라고. 저 원사육실장이 없었으면 네 자들은 너와 행복...할리는 없고
누추하게나마 살수 있었을거야. 자칭치비코."
"데?"
다리를 때리던 손을 우뚝멈춘 그 실장석이 멍하니 다른 실장석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너의 자는 뭐....저 녀석의 자를 뺏는김에 덤이다. 원래 자극제로 쓸 생각이지만 실장석이 우
정이란걸 나누는거보니 쓸만하겠다싶더군. 결국 너희는 서로의 탓으로 자를 뺏기는거야."
"데....데..."
서로를 쳐다보는 원사육실장을 보던 브리더가 발 아래의 실장석을 가볍게 차날렸다.
"덱!”
등을 떠밀리듯 넘어진 실장석이 다가온 다른 원사육실장을 올려봤다.
그리고.
“치비코상! 괜찮은데스? 일어나는데스!”
“미도리니쥬상….”
서로를 부축하듯 기대선 두 원사육실장이 네개의 눈에서 네줄기의 피눈물을 흘리며 브리더를
노려본다.
그 원한에 찬 시선을, 브리더는 아무렇지도 않게 마주본다.
“너희는 그냥 원사육실장이라니까. 아직도 이름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건가. 그것보다….서
로를 원망해 죽일거라 생각했는데,의외로군.”
“데스우…인간상들은 항상 그렇게 우리들을 천한 존재로 보는데스...하지만 그렇지 않은데스.
우리들도 열심히 살아가고 자를 낳아 돌보며 행복해지려 노력하는데스. 오히려 인간들이 멋
대로 우리를 괴롭히는데스! 그리고 와타시를 속이고 자를 또다시 뺏어가는데샤아아아!!!!!
와타시의 자들을 빼앗고 물건 취급한데스! 악마 데샤아아아아!!!!!!”
인내의 끈이 끊어진듯 피눈물을 흘리며 절규하는 원사육실장에게,
브리더는 코웃음을 쳤다.
“데….기기기기…..기기긱…….”
“데! 미도리니쥬상!”
이미 위석에 금이 가는 듯 가슴을 쥐어뜯으며 쓰러지는 원사육실장을 다른 원
사육실장이 필사적으로 일으키려 한다.
이미 탁해져 가는 눈동자인 채, 호흡곤란을 일으키며 입에서 거품을 일으키는 원사육실장을
내려다본 브리더는 케이지를 든 채등을 돌렸다.
“근데…너 저번에도 그렇고 지금도 설마 실장석에게 진정한 애정을 주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는건가? 아아, 뭐 있을지도 모르지. 별별 사람들이 다 있으니까. 하지만….”
등을 돌린채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브리더는 걸어가며 그대로 말했다.
“….내가 너에게 애정을 준다니, 기분 더러우니까 그런 말 하지 마라.”
“케이익!”
실장석으로서 최고급의 영리함을 가져도 결국엔 실장석.
자들을 물건 취급하는 것에 대한 분노와 별개로 주인님,
자신을 언제나 지켜준 주인님에 대한 애정을 키우고 사랑으로까지 발전했었다.
자들이 물건으로 팔려가도 와타시는 주인님과 있다.
주인님은 와타시에겐 애정을 준다.
그 안심감에 증오와 사랑을 공존하게 할 수 있는 게, 이득만을 생각하는 실장석의 사고방식의
일면이다.
최후엔 주인의 잔혹함을 깨닫고 자를 지키는걸 우선했지만, 자를 낳을 수 없게 되고 목숨은
건져 공원에 보내지는 순간, 그 애정이다시 살아났다.
그래서 사랑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지금.
다시는 낳을 수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낳은 자들은 뺏기고,
주인님에 대한 증오를 넘어선 지고 지순한 와타시의 사랑을 송두리째 부정당했다.
그걸 이해하는 순간 원사육실장의 눈이 탁해지며 위석에 심하게 금이 가는 듯 쓰러진 채 발작
을 일으켰다.
“마마! 어서 도와주는테챠아아아아!!”
“인간! 인간에게 잡혀가는테치치!”
“마마아!!!!!!!! 마마아아아아악!!!!!!!! 레치레치… 마마악!!!!”
데…데스우….
이미 탁해져 빛을 잃은 눈은 보이지 않기에, 멀어져 가는 브리더의 방향으로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뻗는 원사육실장.
단지,
그 손이 자들을 향한 것인지.
브리더를 향한 것인지는 모른다.
데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 작은 소리가 귀에 들리는 순간, 원사육실장의 탁해진 눈에서, 입에서, 콧구멍에서, 총배설
구에서 검고 끈적이는 액체가 왈칵 쏟아지며 허리가 한껏 휜 채 덜덜덜 경련을 일으켰다.
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파카카카카칵!!!
데에에에에!?
친구의 그 모습에 놀라며 엉덩방아를 찧은 다른 원사육실장 앞에서,
경련하던 몸의 가슴 부근에서 갑자기 유리를 믹서기에 넣고 갈아버리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그 소리가 멈추는 동시에 경련하던 몸이 털썩 내려 않더니 그대로 조용히,
주위로 검은 액체만이 퍼져간다.
지금까지 주인님이, 인간상이, 악마가 한 것처럼 거짓이라는걸 알아차린 순간.
그 거짓을 믿는 채 살아가고 싶어도 와타시는 이미 미도리니쥬가 아니라는걸 안 순간.
그 원사육실장은 눈이 아니라, 위석 자체에서 진정한 절망의 검은 눈물을 쏟아냈다.
그리고 위석은 일반적인 붕괴가 아니라 결합붕괴를 일으켜 분자 단위로 격렬하게 파괴되며 조
각나기 시작했었던 것이다.
그만큼 자에 대한 애정과 그 자를 뺏는 인간에 대한 증오 아래 숨긴 사랑이 진실했다는 증명
일수도 있지만.
어차피 브리더는 그 마지막 말을 말한 후 주저 없이 공원을 떠났기에,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났
는지도, 본심이 무엇인지도 알지 못했다.
자신의 목적이 좌절된 화풀이는 충분히 했다.
그 뒤엔 다시 자를 낳고 살든 어떻든 이제 상관없다는 생각을 하며,
그걸 마지막으로 미도리니쥬라 불린 실장석에 대한 것을 다시는 생각하는 일이 없이 공원을
떠났던 것이다.
오로로로로로로롱! 오로로로로로롱!!
남은 건 오로지 원하고 원했던 자를 빼앗기고, 친구 마저 잃은 남은 원사육실장의 통곡뿐.
그리고 그것도, 어차피 브리더와는 상관 없는 것이다.
-외전 브리더의 이야기 완-
ㆍ ㆍ ㆍ
-자를 가지는 행복 1부 외전 어느 브리더의 이야기 후일담-
"마마아!!! 마마아아아!! 마마아아악!!"
와타치들은 행복했던테치.
두 마마와 함께 자매들이 가득했던테치.
하지만 어느 날 인간이 온테치.
"마마 어디있는레치! 무서운레치! 마마아아악!!!"
잡혀온 초록색의 방에서 와타치들이 처음으로 본건.
"마마아아아! 레치아챠아아악!!!!"
응석받이긴 해도, 구더기짱들을 잘 돌보는 착한 6녀 엄지짱이, 인간이 내리친 몽둥이에 산산
조각나는 광경이었던테치.
"테에에엥...테큭...테에에엥...."
자매들의 울음소리만이 들리는 수조안에서 멍하니 앉아있던 때 장녀오네짱이 일어선테치.
와타치의 오네짱테치. 용감하고 머리가 좋은테치.
"울지마는테치!"
"하지만 6녀짱이 죽은테치! 마마가 없는테치..."
"와타시는 마지막에 마마를 본테치! 와타치들을 향해 손을 뻗고 있던테치! 분명 와
타치들을 응원하려는것테치!"
"테이..."
"인간은 와타치들이 착한자로 있으면 길러준다고 한테치...인간은 믿으면 안 된다고 마마가 말
했지만 와타치들이 살기위해선 말을 듣는 수밖에 없는테치!"
"6녀짱을 죽인레치...믿으면 안 되는레치..."
"믿지 않는테치. 와타치들은 인간을 믿지 않고, 마마들이 가르쳐준 걸 기억하며 사는테치! 그
러면 인간에게 속지 않는테치. 모두 함께 살아남는테치!"
"장녀오네짱의 말이 맞는테치..."
와타치들은 그 순간 모두 함께 결심한테치.
인간에게 속지 않는테치.
무슨 일이 있어도 마마의 자인걸 잊지 않는테치!
달칵
"테?"
"잘잤니. 착한자로 잘 있었구나. 자 상이다."
촤르르르륵.
"테! 저건 콘페이도테치!"
"가득 있는레챠아!"
맛있는테치! 단테치! 이런 거 처음먹는테치!
역시 인간님은 대단한테차아!
ㆍ ㆍ ㆍ
“테츄~테츄와~”
어느 호화로운 욕실.
실장석용 고급 샴푸 브랜드 '뎃스웅'이 가득 문질러진 머리칼을 부드러운 손길로 씻어 지며
행복해하는 자실장 한마리가 있었다.
“테츄~역시 인간님의 말 대로 테치~ 인간님이 길러주면 행복한 테츄와아~”
이 자실장은 미도리니쥬의 출산석으로서의 첫 자들 중에서 살아남은 둘 중 하나였다.
다섯 마리였던 자매는 마마의 고집으로 인간님을 떠나 마마가 말하는 자유와 행복을 손에 넣
었다지만, 그건 행복이 아니었다.
아니면, 와타시들을 데리고 나갔으면서도 나쁜 인간상이 자매들을 괴롭혀 죽일때 아무것도 못
한 무능한 마마는 그 처참함이 행복하다는 것인가?
결국 인간님이 구해줘 살아난 와타시는 인간님의 말을 믿고 노력했다.
그리고 인간님의 말대로 주인님은 행복을 주었다.
분홍색 실장옷. 맛있는 스테이크. 기분 좋은 아와아와.
하지만 이 모든 것보다도 이 자실장은 주인님이 애정을 주는 것이 행복했다.
실장석이란 생물은 본능적으로 관심을 원한다.
하지만 이 자실장은 그것과는 상관없이, 주인의 진정한 애정을 받는 자신은 행복하다고 느끼
고 있었다.
그것이 ‘그’ 마마의 위석정보에서 이어진 것도.
마마, 영리한 미도리니쥬에게 그 정보를 새겨넣기 위해 공원의 다른 들실장과 자신의 전에 태
어난 언니들, 그리고 같이 태어난 자매들이 전부 브리더의 계획에 놀아나 처참히 죽은 것도
알 수 없는 채.
애정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감사하는 그 모습은 브리더가 미완성 이라 부른 1세대치고는 예상
외의 훌륭함이었다.
“자 마리아짱. 밥이에요.”
“테치~ 감사히 먹는테치.”
주인이 놓아준 작은 접시에 가득한 조각 스테이크. 들실장, 아니 평범한 사육실장도 눈을 뒤
집고 달려들 그 과분한 식사 앞에서 마리아라는 이름을 받은 자실장은 손을 모으고 테치테치
식전의 감사를 한다.
그리곤 자실장용의 포크로 한 조각을 찍어 먹는다.
“맛있는테치~. 주인님 감사한테치~”
멀리 식탁에서 자신의 식사를 하는 주인에게 타산이 섞이지 않은 진정한 감사를 하는 마리아.
밥을 먹고는 모든 가구, 심지어는 문마저 실장석용의 크기인 자신의 방에서 레이스가 깔린 분
홍색 침대에 파묻혀 잠드는 행복한 나날.
일어나면 아침의 산책이다.
작은 실장용 가방 가득히 콘페이도와 음료수병을 담고 목줄을 연결해 좋아하는 주인님과 공원
을 걷는 매일.
“데스우우우....”
그리고.
그 행복한 모습을 피가 배어나올 정도로 손을 씹으며 노려보는 한 쌍의 적록색 눈이 있었다.
주인님이 다른 인간님들과 이야기하는 동안 평소대로 목줄을 풀어주자 마리아는 주위를 텟치
텟치 뛰어다니다가 그 눈과 눈이 마주쳤다.
“테치? 에메랄드 아줌마테치! 안녕테치!”
“데...마리아쨩 안녕데스우...데프프...”
공원에서 자주 만나던 에메랄드라는 사육실장과 눈이 마주친 마리아는 평소와는 약간 다른 모
습에도 의문을 가지지 않고, 에메랄드가 숨듯이 가려져 있는 수풀로 다가갔다.
“테? 에메랄드아줌마 옷이 찢긴테치! 얼굴도 멍든테치! 어째서인테치?”
“와타시는 괜찮은데스. 인간에게 버려져도 전혀 문제없는데스...”
“버려진테치? 그게 뭐인테치?”
“아무것도 아닌데스. 그것보다 여기로 오는데스.”
“테?”
의심 없이 에메랄드를 따라 깊은 풀숲으로 들어간 마리아의 앞에, 다섯 마리의 자실장이 줄줄
이 수풀에서 나왔다.
“테치! 친구들테치!”
“데프프. 와타시의 귀여운자들데스~.”
“에메랄드 아줌마 자들을 낳은테치? 대단한테치! 모두와 친구가 되는테...”
마리아가 에메랄드를 돌아보는 순간, 에메랄드의 손이 뻗어와 마리아의 분홍색 실장두건을 벗
겨냈다.
“테? 에메랄드 아줌마 뭐하는테치?”
“피가 묻으면 안 되는데스.....”
“테? 데챠아악!”
의아해한 마리아는, 다음 순간 뒤통수에 격통을 느끼며 쓰러졌다.
“치프프프프. 마마 이러면 되는테치?”
“잘한데스. 어서 옷을 벗기는 데스.”
작은 조약돌을 양손으로 든 한 자실장의 주위에 있던 네 마리가 분홍색옷을 벗겨 순식간에 마
리아를 팬티만 남은 반라로 만든다.
“테챠아아! 와타치의 옷테챠아!”
“시끄러운데스...들켜버리는데스.”
“치아아아악!”
마리아의 뒷머리를 모두 뽑아버린 에메랄드는 머리칼을 뭉쳐 마리아의 입에 우겨넣었다.
“장녀짱은 어서 옷을 갈아입는데스.”
“테! 어째서 오네쨩테치! 이 분홍색은 와타시에게 어울리는테차아!”
“이런 거 새로운 인간에게 길러지면 매일 새 걸 갈아입는데스. 너희는 어서 마무리를 하는데
스.”
“제쟉! 젯! 뒤악...”
잠시 뒤, 꾸물꾸물 마리아의 분홍색 옷을 입는 한 자실장의 옆에서 네 마리의 자실장이 열심
히 마리아의 대머리를 돌로 내려치고 있었다.
“제엑! 젝! 케엑!”
돌로 친다고 해도 마리아보다 작은 자실장의 힘.
치명상을 쉽게 입히지 못하고 내리치기만해서 마리아의 대머리는 감자처럼 울퉁불퉁 패여 찌
그러지고, 적록색의 피가 배어나오고 있었지만 죽지 않고 있었다.
대신 돌이 내리쳐질 때마다 얼굴을 흙바닥에 처박아 코와 입에서 흐르는 피가 입을 막은 머리
카락을 적시며 계속 팡콘의 크기를 늘려가고 있었다.
“서두르는데스! 인간이 일어난 데스!”
그때까지도 구경만 하던 에메랄드가 마리아의 주인이 벤치에서 일어서는걸 보고 서둘러 자실
장에게 옷을 제대로 입혔다.
그리곤 자실장들이 든 것보다 한층 큰 돌을 들어 올려 마리아의 뒤통수에 떨어트리듯 내리쳤
다.
“테게아아아악!!!”
그 충격에 입에서 머리칼뭉치를 토해내며 단말마를 지르는 마리아.
하지만 그걸 마지막으로 머리가 납작하게 일그러진 채 경련하고 있을 뿐이다.
“데프프. 잘 된데스 어서 가는데스. 마마도 곧 따라갈 테니 준비를 해놓는데스! 오늘 저녁은
대다랑어 뱃살의 스시로 준비하고 야식은 블루베리 아이스크림에 콘페이도를 가득 뿌려놓은걸
마마가 갈 때까지 준비해놓으라고 인간에게 말하는데스.”
“알겠는테치!”
의기양양하게 대답하고 주인님에게 뛰어가는 자실장의 모습을, 마리아는 하나 남은 눈으로 뒤
쫓았다.
머리아픈테치!
아픈테치!
아픈테치이!
와타치는 여기테치!
주인님어서 눈치채고 구하러 와주시는테치!
"마리아? 어디있어?"
마리아는여기테치!
구해주는테치!
"테치~텟츄웅~♥"
"거기 있었나. 자 돌아가자."
....테?
마리아는, 자신의 분홍색 옷을 입은 에메랄드의 장녀에게 목줄을 연결하고 멀어져가는 주인님
을 흐려져 가는 시야로 멍하니 응시했다.
그리고 그 순간.
인간에게 불신이 남았던 미도리니쥬에게 받은 위석정보와.
역시 미도리니쥬에게 이어받은 영리함으로 모든 상황을 이해했다.
하지만 그 상황을, 현실을 필사적으로 부정하려 여러 가지 근거를 대기 시작 행다.
주인님은.
매일 맛있는 밥을 주신테치.
밥 먹는 모습을 지켜봐준 적이 없는테치. 그릇을 놓고 바로 가버리시는테치. 매일 혼자 밥을
먹은테치.
매일 아와아와 기분 좋은 목욕을 해준테치.
그것, 빨래와 뭐가 다른테치?
예쁜 옷도 많이 사주신테치.
공원에 다른 인간님들이 데려온 친구들의 옷이 바뀔 때마다 사주신테치. 와타치의 맘에 안 들
어도 입으라하신 테치.
와타치의 방도 있는테치. 아름다운 침대도 있는테치.
같이 자는건 안 되는 일이라도, 한번이라도 잘 자라고 말해 주신 적 있는테치?
와,와타치에게 애정을 주시는 테치!
...정말로 주신 적 있는테치?
"테! 테이이이익!!"
그 쓸데없이 영리한 자문자답으로 스스로 진실을 알아버린 마리아는, 움직일 리가 없는 몸을
덜덜 경련하며 마지막 힘을 모아 입을 뗐다.
그건 주인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도, 원망도, 에메랄드에 대한 욕도 아니었다.
“에메랄드아줌마! 그 인간님한테 가면 안 되는 테치! 그 인간님은 (쿠웅!) 츄워억!”
“조용히 하는데스. 다시 사육실장님이 되는 와타시를 질투하는데스? 데프프...”
그 마지막 말은, 에메랄드가 다시 내리친 큰 돌에 머리와 함께 분쇄됐다.
다리사이에 산처럼 팡콘을 만들고 부들거리던 작은 몸이 축 늘어지는 걸 본 에메랄드가 의기
양양하게 웃었다.
“이걸로 다시 사육실장데스우~”
그날 저녁.
해가 진 공원에 나타난 한 남자가 손 안에든 봉투의 내용물을 수풀에 쏟았다.
"다른 놈들에게 경고의 의미로 살려주는 거다. 마님께 감사해라 쓰레기 같은 생물!"
"덱! 데힉...."
발치에 굴러있는 고깃덩이를 한번 걷어찬 남자는 그대로 공원을 떠났다.
“데이...”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야 조금씩 움직이는 고깃덩이, 에메랄드.
같이 봉투에서 쏟아져 나온 목 없는 자실장의 몸과, 뽑혀 나온 척추가 대롱거리는 자실장의
머리 5개씩을 울면서 끌어안는다.
우연일까, 에메랄드가 버려진 곳은 낮에 숨은 그 수풀이었다.
하지만 마리아의 시체가 있던 곳엔, 피가 묻은 돌과 뭉개진 머리만이 놓여있었다.
나머지는 들실장에게 먹어진 그 머리를 에메랄드가 조심스럽게 안아든다.
“데힉...데에에...마리아...짱. 와타시가 바보였던데스우...그 인간에게 가는 게 아니었던데스...
데프프...그거 아는데스? 그 인간은 와타시가 가기 전까지 마리아짱과 장녀짱이 바뀐 걸 전혀
몰랐던데스.”
독라가 된 채 온몸에 상처가 나고, 녹색의 눈은 도려내져 양쪽에서 붉은 눈물을 흘리는 에메
랄드가 허무한 후회의 독백을 이었다.
“와타시도 느낀데스. 그건 마리아짱을 죽인 것에 대해 화내는 게 아니었던데스... 자신의 물건
을 부순것에 대한 분노데스. 인간들은 결국 와타시들을 그렇게 생각 했던데스. 와타시는 정말
멍청한데스우... 인간은 노예도, 주인도 아닌데스. 그저 소유주인데스. 마리아짱은... 그걸 깨닫
고 와타시에게 전해주려 했던데스! 미안한데스...미안한데스...미안한데스우우우!! 오로로로롱!”
통곡하던 에메랄드는 잠시 뒤, 아직 분홍색 두건을 쓴 장녀의 머리를 안고 비틀비틀 일어났
다.
“다시 자를 낳는데스우...6 마리를 낳는데스. 와타시의 자들과 다시 태어나는데스 마리아짱...
와타시와 함께 인간에게 의지하지 않고 사는데스! 무슨일이 있어도 와타시가 지키고 길러주는
데스!”
그렇게.
미도리니쥬가 자를 대가로, 마리아가 목숨을 대가로 깨달은 진실은, 에메랄드에게 이어졌다.
화상을 입은 건 아니기에 녹색 눈이 재생하면 실장석에게 진리가 될 그 진실을 이어받은 자들
이 태어날 것이다.
그리고 그 자들이 번식하며 진실을 아는 실장석은 늘어날 것이다.
실장석이란 종에 있어 커다란 변화의 가능성을 품은 에메랄드는 비틀비틀 공원의 안쪽으로 걸
어 나갔다.
“너...사육실장을 죽인건가?”
“데!!!”
그리고 세 걸음도 못가서, 뒤에서 들린 말소리에 놀라 멈춰섰다.
어느새 뒤에는 표정을 찌푸린 중년의 관리인이 '분홍색 두건을 쓴 자실장의 머리를 든 독라실
장' 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너희들이 난리친 거 치우기도 귀찮지만... 공원 안에서 사육실장이 죽으면 애호파 놈들이 나
에게 불평한다고! 귀찮은 일을 만들다니 이 분충이!”
“데겍!!!”
교육 이후 팔리고 나선 어제 자를 낳기까지 한 번도 안 당했지만, 오늘 몇 번째인지 모르는
인간의 폭력에 에메랄드는 장녀의 머리를 놓치며 길가 수풀로 날려갔다.
척추가 늘어진 그 머리의 그로테스크 한 모습에 다시 눈살을 찌푸리는 관리인.
“동족을 이렇게 잔인하게 죽이는 건가, 너희들은. 정말이지 최저인 생물이다.”
'아닌데스... 그건 너희 인간들이 죽인 와타시의 자...'
그 말이 어긋나버린 성대에서 나오는 일 없이 그저 가느다란 신음소리만 내는 에메랄드.
어차피 린갈을 가지지 않은 관리인에겐 소용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러면 확실히 죽기는 하겠군. 목을 비틀어도 가끔 살아나는 녀석들이 귀찮았는데
좋은 방법이다.”
“데...데히이이! 기기기기기기!!”
관리인은 주저 없이 에메랄드의 몸통을 잡고 들어 올리더니, 다른 손으로 움켜쥔 머리를 잡아
당기기 시작했다.
끔찍한 고통에 머리위로 닿지 않는 손과 다리를 퍼덕이는 에메랄드의 목이 조금씩 늘어난다.
“데! 데기기기기긱!!!”
그리고, 찌직거리며 피부에 피가 맺히던 목 근육이 한계를 넘으며 우지직 척추가 뽑혀 나오며
머리가 분리됐다.
“데뵤!”
한번 크게 움찔거린 후 축 늘어진 몸체와 아직도 눈을 여기저기 굴리는 목을 들어 살펴본 관
리인은 그것들을 수풀에 던졌다.
“뭐. 냅두면 해충들이 알아서 처리하겠지. 아, 이것도 처리해야지.”
관리인이 반대편 수풀에 숨기듯 밀어 넣은 장녀의 머리를 탁해져가는 에메랄드의 눈이 쫓았
다.
그가 떠나고 잠시 뒤, 수풀에서 기어 나온 한 들실장 일가가 분홍색두건을 보고 환희했다.
달려드는 자매들을 쳐 쓰러트리고 재빨리 두건을 갈아 쓴 자실장이 어느새 장녀의 머리를 집
어 들고 씹어 먹는 친실장에게 가슴을 폈다.
“마마! 이제 이걸로 와타치는 사육실장테치!”
“데프프. 그런데스. 마침 저기 노예가 오는데스!”
분홍색 두건을 쓴 자실장을 들어 올려 인간에게 내밀고는 목청을 높여 길러질 권리를 주장하
는 들실장 일가.
겨우 진실을 깨달았었지만 그것을 전하지 못한 채, 인간이 등 뒤에서 꺼내 휘두르는 빠루에
두세 마리씩 조각나 날아가는 그 일가를 보며 실장석의 가망 없는 본질을 이해한 에메랄드의
머리는, 눈물을 한 번 흘리더니 머리에서 작은 붕괴음이 들린 후 눈에서 완전히 빛이 사라졌
다.
ㆍ ㆍ ㆍ
“사이가 좋구나. 너희들.”
“테츄?”
브리더의 가게 안.
자실장 두 마리만이 든 전시장을 내려다보던 남자의 말에 '자매'는 동시에 고개를 기울여 아
양을 떨었다.
“예. 어미는 다르지만 그 친실장들이 공동사육을 해서 서로를 자매라 여깁니다.”
“호오. 그건 희귀하군요.”
브리더의 설명에 만족한 남자는 그 자리에서 둘을 사기로 했다.
그는 알지 못했지만, 치비코의 자실장인 장녀와, 미도리니쥬의 자실장인 3녀였다.
“테치~장녀 오네짱과 같이 가는테치!”
“잘 된테치~”
테치테치 2인조 실장댄스를 추는 자매를 안은 남자가 나가자 브리더는 다른 전시장을 돌아봤
다.
“이제 자매 중에선 너만 남았구나.”
“레치이...다들 주인님께 간레치. 와타치도 더 착한자가 되면 주인님이 오시는 레치?”
“분명 그럴거야.”
“노력하는 레치! 근데 인간님. 차녀 오네짱은 어디 간 레치? 주인님과 가는 걸 못 본레치.”
“차녀는 다른데서 할 일이 있어. 행복하게 지내니 걱정마라. 착한 자구나.”
“레치! 칭찬받은 레츄~”
그때 가게에 두 사람이 들어섰다.
인자해 보이는 노부부였다.
“안녕하십니까 어르신.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아아. 엄지실장을 사려고하네만...비싼가?”
“기르신 적은 있으십니까?”
“한 마리를 길러보았네... 하지만 집을 나갔지. 그 후로 아내가 오랫동안 매우 슬퍼해서 다시
길러보려 하고 있네.”
마침 그 엄지, 미도리니쥬의 친구의 엄지가 든 전시장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할머니가 말했다.
“영감... 이 엄지는 왠지 그 아이를 닮은 것 같지 않소?”
“그렇구만...”
‘설마...’
잠시 뒤, 브리더의 배려로 5분의 1가격에 팔린 엄지를 소중히 안은 노부부가 인사를 하고 문
을 나서며 상냥하게 건넨 말이, 브리더의 예상을 증명했다.
“아가... 너의 이름은, 치비코란다.”
ㆍ ㆍ ㆍ
“데스우~”
그리고도 시간이 한참 지난 어느 날.
여섯 자매 중 유일하게 성공적으로 교육을 마치고 브리더에게 안긴 한 성체실장이
브리더의 품에 얼굴을 비비며 행복한 울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러던 말던 ‘1호실’에 들어선 브리더는 두리번거리다가 문득 창가의 어느 칸을 보고, 살짝 미
소를 지었다.
그저 작은 장난이라고도 할 수 있는 행동.
성체실장을, ‘20번’ 칸에 내려준 브리더는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다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성체
실장에게 말했다.
“너의 이름은....미도리니쥬다.”
“데? 왠지 친숙한 이름데스~ 와타시는 미도리니쥬데스~ 여기도 뭔가 그리운 냄새가 나고 좋
은 집데스~ 여기서 인간님에게 갈 자들을 가득 낳는데스우~.”
그 모습을 보며 브리더의 입이 작게 움직인다.
“데? 뭐라고 하신데스?”
“아니....아무것도 아니야.”
주저앉아 태교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미도리니쥬’를 힐끗 돌아본 브리더는 1호실을 나서며
문을 닫는 순간, 다시 작게 중얼거렸다.
“....결국 너희들은 벗어날 수 없어.”
-끝-
시리즈의 끝인데스
답글삭제마라가 바들바들 떨리는 명작인데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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