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용실장

 


"후우"

토시아키는 4층 계단을 올라와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 담배를 끊어야 하나. 언덕길을 올라와 엘리베이터 없는 4층 계단을 쉼없이 올라왔더니 숨이 턱까지 찬다. 

현관 문을 열고 들어와 마트에서 장 봐온 것을 싱크대 옆 싱글 테이블에 올려둔다. 그리고 가볍게 씻고 나와 주말의 느즈막한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식용 실장




오늘의 요리는 자실장 볶음밥. 진공 포장된 식용 실장 팩을 뜯는다. 아예 이미 죽여서 손질까지 깔끔하게 마무리 된 실장육을 사는게 더 편하지만, 그래도 이쪽이 더 싸고 조금 더 신선하다는 생각에 토시아키는 언제나 가사 상태로 급속 동결된 실장팩 쪽을 선호한다. 

"으음, 얼른 깨어나라구"

팩에 들어있던 독라의 자실장 네 마리를 꺼내서 미지근한 물에 담가 놓고 있으니 이윽고 한 녀석이 눈을 뜬다.

"테에, 텟, 테데"

잠시 두리번 거리던 녀석은 곧 옆에 누운 다른 자실장들을 보며 "테엥!"하고 울부짖는다. 아무래도 녀석들은 친구이거나 자매인 모양이다. 조금 흥미가 돋아 휴대폰의 린갈 앱을 간만에 재생시켰다.

< 4녀! 3녀! 눈을 뜨는 테치! >

아무래도 자매가 맞는 듯, 가장 먼저 눈을 뜬 장녀로 보이는 자실장은 다른 녀석들을 깨우려고 시도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다른 세 마리는 가사 상태가 아니라 정말로 죽어버린 모양이다. 급속 동결 과정에서 파킨해버리는 녀석이 적지 않고, 별다른 위석코팅도 하지 않은 이상 아무리 가사 상태라고 해도 팩 속에서 죽어버리는 일도 곧잘 있고. 

< 테엥, 테에엥 >

다른 자매의 죽음에 슬피 울부짖던 장녀는 다시 주변을 두리번 거린다. 그리고 뒤늦게 이제서야 나를 발견하곤 크게 놀라 < 테에! > 하고 비명을 지른다.

"하아"

그보다 배가 고프다. 나는 서둘러 다른 식재료들을 씻고 정리했다. 흐르는 물에 파프리카를 씻고 반으로 잘라 그 씨를 장녀의 입 속에 꾹꾹 억지로 넣었다. 식용실장들은 태어나자마자 위장 코팅을 하는 바람에 분대가 제 기능을 못해 똥을 만들거나 하진 않는다고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가득 배를 무언가로 채웠다가 손으로 다시 꾹 눌러 아래 위로 확실하게 만약의 이물질을 제거시키는 것이 안심이니까.

< 하지마는테치! 아프…웁! 매운테… 우우!… >

그리고 양파를 까고, 그 껍질을 일부러 장녀 쪽으로 던졌다. 수북히 쌓인 양파껍질에 쌓인 장녀는 양파가 무척 매웠던지 팔딱팔딱 뛰고 몸을 쓸어내렸지만 그래봐야 더 매워질 뿐이다. 역시나 잠시 후 녀석의 몸은 울긋불긋 벌겋게 부어올랐다. 

"후후"

마늘 꼭지도 따고, 잘 빻아서 다른 세 마리와 함께 장녀를 마늘과 식초의 국그릇 수영장 속에 담가 놓았다. 

< 따가운테치이, 매운, 매운테치이익! >

자극이 굉장했던지 장녀는 눈이 터져나갈 듯이 씨벌개져서 비명을 지르며 첨벙댔지만 내가 곧 팔다리를 또각 또각 반대 방향으로 꺾어버리자 < 그극, 그그그긋 > 하는 비명인지 신음인지 알 수 없는 소리 없는 고함을 지를 뿐이었다.

이윽고 나는 후라이펜에 기름을 두르고 센 불로 후라이팬을 살짝 달구기 시작했다. 멀찌감치서 훅 하는 열기가 느껴지자 장녀 녀석도 비로소 상황을 눈치챘는지 다시금 격렬히 반응했지만 팔다리가 다 부러지고 온 피부가 다 일어난 상태에서 식초에서 절여지는 절망적인 통증 앞에서야 그래봐야 마늘 식초 속의 꿈틀댐 뿐이었다.

적당히 달구어진 후라이팬에 밥덩이를 올리고 나무주걱으로 적당히 밥을 고르게 나누어 펴고, 손질해 둔 양파, 파프리카들을 올려 볶기 시작했다. 양파의 물기가 살짝 사라질 무렵, 드디어 다른 세 마리의 자실장은 잘게 잘라 위석을 빼내고, 밥 위에 얹어 볶기 시작했다.

치익- 치이이익- 

자실장의 실장육이 굽는 냄새가 퍼지자 식초 절인 물 속에서 고통에 쩔어가던 장녀의 표정에도 조금은 생기가 돌았다. 고기 냄새에 조금은 식욕이 돋은 모양이다.

하지만 먹는 건 내 쪽인걸. 넌 먹히는 쪽이고 말이지.

난 빙그레 웃으며 계란옷을 볶음밥 위에 입히고, 마지막으로 녀석의 등을 갈라 위석을 빼낸 뒤, 긴 대젓가락으로 집어 후라이팬 한 켠에 올려놓았다.

치이이이이이이이이익- 

< 테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 

녀석의 위석은 머그 잔 속의 설탕물 속에 담궈두었다. 굉장한 통증인지, 위석을 설탕물에 넣자마자 부글부글 끓으며 물이 줄어드는 속도가 눈에 보일 정도였지만, 쉽게는 깨지지 않을 것이다. 사카린도 넣어두었으니깐. 

"흐음"

하반신 절반을 다 구웠으니 이제는 반대로 돌려서 반대쪽의 하반신도 굽는다.

치이이이이이이익- 

< 테챠아아아악! 죽이는테치! 너만은 죽이고마는테치이이이이이익! >

이 죽음을 앞둔 자실장의 비참한 저주야말로 실장 요리의 참맛이다. 피눈물을 뚝뚝 흘리며 고통을 저주로 승화시켜 내뱉는 그 원한을 간단히 비웃으며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조롱하다 그 삶을 간단히 부숴버리는 이 지고의 쾌락. 

"응, 난 널 맛있게 먹을거야. 넌 가장 비참하게, 아무 것도 못하고 죽는거고, 후후"

< 테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 

방금 전의 조롱은 녀석에게 굉장한 절망을 안겼는지, 위석 덕분에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머그 잔 속의 설탕물이 한번 울컥! 하며 넘쳤다.

"하하, 난 널 잘근잘근, 가장 고통스럽게 죽여줄거양, 넌 처참하게 가장 고통스럽게 죽으면서 말이징"

슬슬 마지막으로 밥의 간을 소금으로 맞춘 나는 불을 끄고, 우선 본격적인 식사에 앞서 이 장녀를 먹기로 했다. 한 입만.

오도독, 오도독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녀석의 하반신을 씹으며 부드러운 다리뼈를 부수노라면 < 테챠아아아아아아! 살려주는테챠아아아악! > 하며 비명과 목숨을 구걸하는 자실장의 비참함이 더욱 극대화 된다. 

"아, 걱정말라구. 한 입에 끝낼 생각은 없어"

양 다리가 다 잘린 상태로 비참하게 비명을 지르는 녀석은 다시 저 볶음밥 아래에 묻어버리고, 고온에서 단숨에 익힌 뜨거운 밥덩이들속에서 전신 화상을 입어가며 팔다리를 꼬아가는 모습을 상상한다.

"음, 이제 본격적인 식사를"

후라이팬채로 테이블에 놓고 밥을 먹기 시작한다. 장녀 탓에 들썩이던 밥덩이의 움직임이 조금 약해질 무렵, 그 밥덩이들을 젖히고 그 안에서 녀석을 꺼낸다. 과연 적당히 데친 상태가 된 녀석의 고통을 난 이제 마무리 짓기로 한다.

"안녕"

와그작. 한많은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녀석을 씹는다. 노릇하게 구운 햄 느낌의 하반신과 달리 부드럽게 씹히는 식감이 마치 게맛살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정신없이 밥을 퍼먹으며 그렇게 한 끼의 식사를 마무리 짓는다.

"후우"

배부르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완벽하게 즐긴 훌륭한 한 끼의 식사였다.



- f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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