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를 가지는 행복 1부

 

뎃데로게~젯데로게~
5월의 봄날. 한적한 주택가 공원.
산책로에서 양눈이 녹색인 실장석 한마리가 부푼 배를
어루만지며, 태교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실장석의 번식기인 봄에 공원에서 흔히 볼수 있는
장면이지만 그 실장석은 갓 성체가 된듯 몸 크기가
약간 작은데다가 실장옷도 인간이 만든 애완용품을 입고
리본도 달고 있었다.
그래도 역시 흔한 광경이다. 봄이 되어 자를 가지고 싶은
욕구를 견디지 못한 사육실장이 자를 가지지 말라던 주의를
무시하고 집안의 꽃병이나 들꽃을 주인 몰래 가져가
총배설구에 들이밀고 추잡스럽게 헐떡이는 것도 일상.
기분 나쁜 쾌락의 소리를 질러서 애호파조차 순식간에
학대파로 전향시킬 장면을 들켜 순식간에 걷어차이고
적록의 고깃덩이가 된 다음, 이미 죽었든 아직 살았든 창밖으로
(설령 고층아파트라도) 내던져지는 게 반.
나머지 반의반은 용케 들키지 않고 임신을 마쳐 주인에게
녹색의 양눈과 부푼 배를 자랑스럽게 들이대며 자식들과의
행복한 미래를 노래하는 중에 쓰레기통 혹은 역시 창밖으로
던져지는 게 보통.
그중엔 과도하게 행복회로가 작동한 탓에 떨어지는 동안에도
젯데로게를 외치다 격통에 정신이 돌아오면 박살난 하반신에서
사방으로 튕겨 나온 구더기실장을 보고 절규하는 개체도 있다.
반의 반.
25%의 실장석만이 자식들의 레후소리를 들을수 있지만,
결국은 자식들의 분충끼에 휩쓸려 같이 내쫓긴 후 자식들과
함께 살던 집의 유리창에 달라붙어 주인이 새로 데려온 사육실장이
실장푸드를 먹는 모습을 보며 창을 두들기고 울부짖는다.
이 꼴을 면하려면 솎아내기를 하는 수밖에 없어, 부모의 앞으로
몰려드는 자식을 하나하나 살펴 분충을 주인에게 건넨다.
그리곤 주인의 배려로 그나마 고통이 적게 바로 목을 꺾여 초록색의
전용 수거봉투에 던져지는걸 지켜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해도 그 장면의 쇼크나 자신은 당연히 선택받았다는
우월감이 자들을 좀먹어 들어가 같은 결말이 될 뿐, 단지 늦거나
빠르거나에 문제이다.
그나마 모든 자식과 함께 잠시나마 길러질 수 있는 단 둘의 경우가
맹목적인 애호파의 사육실장 혹은 식용실장의 강제출산석이라는
극과 극 이란게 아이러니다.
이처럼 험난한 출산의 길이지만 이 원사육실장에겐 선택지가 있었다.
노부부 주인들은 치비코란 이름을 지어주고 딸처럼 기르던 자실장이
성체실장이 되고, 되자마자 어디선가 꽃을 구해다 임신한 것에 처음은
기뻐했지만 연금생활의 노부부로선 적어도 6,7마리의 실장석을 기를
수는 없었다.
그래서 고민한 끝에 자식을 낳으면 지인들에게 분양해 길리고 자주
얼굴을 보러가자는, 다른 임신실장에겐 꿈만 같은 제안을 했지만 분충은
아니더라도 물정모르고 곱게 키워졌던 치비코는 광분했다.
어릴 때부터 마마와 가족들과 떨어져 자실장의 시기를 (안락하게) 지내
성체실장이 되서야 다시 와타시의 소중한 가족이 생긴다고 하는 것에
노부부의 사정 따위 실장석의 머리론 알 수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은 것이다.
팡콘한채 발버둥을 치며 자신과 자식을 모두 기를 것을 요구하는
치비코를 보며 마음 약한 할머니가 눈물을 흘리는걸 할아버지가 닦아주며
노부부의 고민은 깊어갔다.
그리고 그 고민은 치비코의 배가 만삭이 될 때쯤 해결되었다.
“그러니까. 조금만 도와다오. 신세를 지려해서 미안하구나.”
“무슨 말씀이세요 어머니. 하하, 형하고 누나에게 전화할게요 다들 걱정했었는데
잘됐어요!”
“아니다. 그 애들은 먹여 살릴 가족이 있잖니. 너는 아직 결혼을 안했으니
결혼해서 돈 들 때까지만 이라도 부탁하자.”
지금껏 장성해 독립한 자식들이 보내려는 생활비를 거절하다가
태어날 치비코와 낳은 자식들의 식비정도만 받기로 한후,
기쁜 소식을 전하려 집으로 돌아온 노부부의 눈에 보인 건,
한 봉투가 비어있는 실장푸드와 열린 창문이었다.
몇 시간전. 노부부가 집을 비우자 집안을 돌아다니던 치비코는 주저않아
뭔가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데...데...
요즘 주인님이 자주 우는것 같았다.
항상 웃으며 놀아주고 밥을 주던 주인의 우는 모습을 보는건 자기도 싫었다.
잘 놀아주진 않지만 돌아보면 언제나 자신을 지켜봐주던 다른 주인의
얼굴도 어두웠다.
그것이 자신과 뱃속의 자때문 이란 걸 어렴풋하게나마 느끼고있었다.
하지만
그.런.것.따.위
보다도 태어날 자식과 행복하게 지낼 생활이 치비코에겐 소중했다.
뎃!
결심한듯 일어난 치비코는 실장푸드를 두는 곳에서 자기 몸만한 봉투
하나를 질질 끌어냈다.
무릎 높이도 안 되는 치비코지만 노부부의 유일한 사치인 고급실장푸드는
작은 봉투에 담겨 있어 작은 실장석의 힘으로도 간신히 끌수 있었다.
데에...
고급 푸드의 달콤한 맛을 떠올린 치비코의 입에서 군침이 질질 흘렀다.
그러나 자신의 소중하고 소중한 자식을 전부 기르려면 이것보다 훨씬
맛없고 포대자루로 파는 가축용 실장사료를 먹어도 노부부에게 부담이
된다는 건 모른다.
창을 연 치비코는 마지막으로 집을 돌아봤다.
작은 주택. 낡은 브라운관 티비와 코다츠 외의 물건이라곤 실장하우스와
장난감뿐인 마루는 노부부와의 행복한 추억이 가득한곳.
그러나 잠시 데스데스하고 울음소리를 낸 치비코는 고급실장푸드 봉투를
힘겹게 끌며 발걸음을 내디뎠다.
스스로 주인을 떠나는 실장석의 전형적인 대사인
이런 가난한 노예는 고귀한 와타시에게 어울리지 않는데스!
매일 스테이크른 내놓지도 못하는 주제에 와타시를 섬기려 들다니 주제를
아는데스.
와타시는 이런 구질구질한곳에서 나가 새로운 노예를 고르는데스!
...따위의 생각은 치비코에겐 없었다. 치비코는 분충은 아니다.
단지 실장석이란 존재 자체가 나중에 버리거나 잡아먹기까지 하는 것과는
별개로 출산과 그에 당연히 따라올 행복을 대책없이 갈구하는 생물일 뿐이다.
그래서 치비코는 공원이란 곳에 가려고 하고있다.
완전히 인간에게 기생하는 생물이 된 실장석들은 본능에 사육실장에 대한
열망과 동시에 들실장으로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골판지나 공원 등의
정보를 가지게 되어 있었다.
노부부는 치비코를 공원에 데려갈 기력도 없어 마당에서만 뛰놀며 자실장
시절을 보냈지만 앞으로 공원이란 곳 에서 살자는 생각을 본능적으로 한
것이다.
철새가 방향을 알고 연어가 돌아오듯 치비코는 가까운 공원이 있다고
느껴지는 방향으로 향했다.
뎃! 데이스데이스!
그다지 크지 않은 봉투라도 실장석에겐 벅찬 무게다.
들 수 조차 없어 봉투를 질질 끌며 길을 가던 치비코는 곧 차도로 접어들었다.
차도란 곳은 실장석에겐 하데스나 다름 없는곳.
건너가려다 영원히 건너버린 자취로 역겨운 고깃덩이라도 남기면
운이 좋은 개체.
보통은 적록의 핏자국만을 여기저기 남기게 된다.
하지만 한낮의 주택가를 다니는 차는 없어, 치비코는 아스팔트위로 봉투를
끌며 무사히 차도를 걷기 시작했다.
데이스!데이스! 데...
얼마나 왔을까.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 잠시 쉬기 위해 멈춰서는 치비코.
데?
그때 달콤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데스?
그 냄새가 자신의 뒤에 떨어진 실장푸드에서 나는걸 알아차린 치비코는
기쁨의 소리와 함께 실장푸드를 주워 입으로 가져갔다.
그리곤 깨물자 달콤한 사료가 침에 젖어 입안에 천상의 감미로움이 퍼진다.
데스우웅♥ ...데? 뎃?!
그리고 그때서야 왜 바닥에 고급실장푸드가 있는지 의아해하다가,
자신이 끌고 온 봉투가 반도 안 차있는걸 깨닫는다.
데?! 데갸아악!!
울퉁불퉁한 아스팔트 위를 질질 끌고 온 봉투는 당연히 찢어져,
사료를 줄줄이 흘려 긴 줄을 만들고 있었다.
마치 헨젤과 그레텔의 빵조각 같이 길에 널린 고급실장푸드를 보고
절규하는 치비코.
동화 속처럼 그 줄을 따라가면 지금이라도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겠지만
그 대신 울부짖으며 허겁지겁 푸드를 주워들기 시작했다.
데아악! 데갸아악!
필사적으로 푸드를 줍는 치비코지만 양팔에 사료를 가득 안고도 일단 봉투에 넣고
다시 온다는 생각은 못한 채 하나도 내려놓을 수 없다는 듯 다른 푸드에 손을 뻗는다.
당연히 품안의 푸드는 굴러 떨어진다.
데?! 데데덱!
이해 할 수없는 상황에 분노하며 쳇바퀴 돌듯 끝없이 줍고 넘쳐 떨어트리길
반복하는 치비코.
주워도 주워도, 포기할 수 없는 먹을 것이 바닥에 떨어져있다.
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듯 한 어리석은 이삭줍기는 멀리서 어떤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계속 됐을 것이다.
데스악!
데스데스읏!
동족의 소리.
뎃?!
긴장한 치비코가 뒤를 돌아보자 십여 마리의 성체실장이 헨젤과 그레텔
이야기의 빵 주워 먹는 새를 재현하고 있었다.
낡아 해진 녹색의 실장옷.
볼품없이 마른 뺨과 추레한 얼굴.
그런데도 뒤룩뒤룩 늘어진 뱃살.
자들을 먹일 음식쓰레기를 구하러 마을로 내려왔을 터 인데도 구경도
못해 본 달콤한 실장푸드에 미쳐 하나라도 더 자신의 입에 넣으려 싸우는 들실장들.
푸드를 주우려는 동족의 손을 밟아 비명을 지르는 동족을 뒤로 한 채
데프프 하고 웃으며 자랑스럽게 푸드를 입에 넣는다.
그리고 생전 처음의 단맛에 눈을 가늘게 뜨고 교성을 울리는 순간,
다른 실장석이 달려들어 입을 비집어 연다.
우악스럽게 찢겨 열린 입안에서 축축해진 푸드를 긁어내 자신의 입에 집어넣는
다른 실장석.
당연히, 달콤함을 음미하는 순간 사방에서 뻗어온 여러 개의 손에 얼굴을
잡히고, 버티던 주둥이를 찢긴다.
데...데...
그런 아비규환을 본 치비코는 정신을 차린 듯 봉투를 향해 뛰어갔다.
저것은 동족. 나와 같은 존재.
무섭다.
입을 찢긴다.
잡아먹힌다.
데이슥! 데슥!
필사적으로 봉투를 끌 고가는 치비코.
위기감이 힘을 주는지 봉투가 쉽게 끌려온다.
점점 속도를 낸다.
데에엑!
그리고 3초정도 후에 봉투의 내용물도 가속해 쏟아져 나오는걸 깨닫는다.
이미 봉투엔 원래의 5분의 1 도 남아있지 않다.
봉투째 들고 뛰어도 될 무게가 됐지만 여기까지 힘들게 끌고 온 기억과
뒤에서 쫓아오는 악귀 같은 동족에 대한 공포가 사고를 마비시킨다.
그리고 그것이, 들고 뛰었을 경우 발이 느려져 붙잡혔을 치비코를 구했다.
치비코는, 궁지에 몰려서인지 기적적으로 봉투를 포기할 결단을 내리고
주머니에 한껏 푸드를 쑤셔 넣고 뛰기 시작한 것이다.
태어날 때 입고 있는 실장옷에 주머니는 없지만 애완용품의 옷엔 앞에
주머니가 있다.
그 주머니에 푸드를 손에 잡히는 대로 넣은 치비코는 공원을 향해 도망갔다.
그렇다고 해도 아직 작고 게다가 만삭의 몸.
뛰어봤자 뒤뚱거리며 가는 속도지만, 뒤쫓던 들실장들은 질리도록 먹은
동족의 고기보단 푸드를 선택해 봉투에 모여든다.
데샤악!
데갹데갸악!
치비코가 사라진 후 이미 시체가 된 몇 마리를 빼고 봉투 앞에서 처절하게
싸우는 들실장들.
그리고, 그 위로 커다란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어이구 이 씨발것들. 잔치 났구만. 또 애호파가 주고 간 건가?”
실장석의 뒤처리에 항상 고생하는 나이든 청소부였다.
음식물쓰레기를 헤집어 놓고 차나 사람에 치여 길가에 고기와 적록의 체액을
철썩 붙여놓는 실장석들은 청소부에게 눈엣가시였다.
하지만 학대심을 불태우는 것도 하루 이틀.
청소부로 수십년을 지내온 그에게 실장석은 그저 청소대상일 뿐 이었다.
데? 테츄웅...데엑!
갑자기 나타난 인간을 올려다보던 들실장들이 아첨을 떨려했지만 그럴 틈도 없이
그가 사료봉투를 집는걸 보고 당혹한 소리를 지른다.
그리곤 청소부가 옆의 쓰레기통에 던져 넣으려던 봉투를 움켜쥐었다.
데뎃?!
갑자기 느껴지는 부유감, 그리고 낙하.
봉투를 필사적으로 쥔 채 딸려 올라간 몇 마리의 들실장들이 봉투와 같이
쓰레기통안으로 떨어졌다.
"아니 이놈들이 끝까지 일거리를 늘려?"
쓰레기통 안에서 다시 푸드를 두고 싸우려던 들실장중 한마리가 머리칼을
잡혀 끌어 올려진다.
뎃? 데수웅♥
청소부의 손아귀에 잡힌 들실장이 당황하다가 따듯한 손의 감촉에 기분
좋은 듯한 소리를 낸다.
가슴에 닿는 손가락의 감촉에 무슨 생각을 한 건지 얼굴을 붉히는 실장석.
번식기인 봄이라 뜨거워진 몸을 감싼 옷을 벗기는 청소부의 손에 잠시
반항하다가 왠지 모르게 순순히 옷을 벗고 비쩍 마른 얼굴과 달리 뱃살이
늘어진 알몸을 드러낸다.
데...데스데스♥
이미 그 들실장의 머릿속에선 귀여운 흑발실장에게 젖을 물린 채 사육실장이
된 자신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던 남편님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 손을 뻗는다.
천한 들실장 들로 부터 공주인 와타시를 지켜주는 왕자님의 손.
그리고 그 손은 머리카락을 잡아 뽑았다.
데갸악!
격통으로 핑크빛 망상에서 깨어난 들실장.
어떻게 된 건지 깨닫기도 전에 옆에 있는 초록색 실장석 전용 수거봉투에
떨어트려진다.
원래 수거봉투엔 갈아서 사료 등으로 쓰기 위해 머리카락과 옷을 제거한 후
죽여서 넣는게 의무지만 바쁜 청소부에겐 일일이 죽일 여유는 없다.
떨어져 들어간 초록색 봉투 안에 가득한 독라실장 시체를 본 들실장이 공포에
질려 올라가려 발버둥치지만 그 위로 두 번째로 독라가 된 들실장이 거꾸로
떨어져 부딪힌 머리와 머리가 깨져 분홍색 뇌수를 흩뿌린다.
계속 들실장을 처리하던 청소부가 일반 쓰레기통에 딸려 들어간 마지막
들실장을 집어 올리자 그 와중에도 볼이 미어터지게 푸드를 쑤셔 넣다 못해
입 바깥으로 비어져 나오는 꼴이었다.
눈에 공포의 기색이 어리면서도 계속 우물우물 입을 움직이는 모습에 눈살을
찌푸린 청소부가 들실장의 머리를 잡곤 힘껏 돌려버렸다.
보게엑!
입 안에 가득 찬 푸드 때문에 이상한 비명을 지르며 목이 등 뒤로 돌아간 실장석.
초록색 죽이 된 푸드를 토해내는 시체를 독라로 만들고 버린 청소부가 드디어
발걸음을 돌리려했다.
데스데스!
데에에엑!
"......."
하지만 발아래엔 도망조차 안치고 푸드 봉투가 버려진 쓰레기통에 기어오르려
난리를 치는 남은 들실장들이 있었다.
데에에!...데덱? 테,텟츄우...데갸악!
또다시 들실장의 목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아무래도 청소부가 다음구역으로 가려면 시간이 더 걸릴듯하다.
한편 자신의 고급실장푸드를 뺏은 들실장들의 최후를 알지 못한 채, 드디어
치비코는 공원에 도착했다.
사실 인간의 걸음으론 10분도 안 걸릴 거리였던 것이다.
데에에에...
아까의 공포를 잊은 채 치비코는 처음 보는 공원의 모습을 바라봤다.
마당보다 훨씬 넓은 풀밭.
커다란 나무들.
봄 번식에 쓰는 예쁜 들꽃들.
본능이 이끌어온 아름다운 곳의 모습에 들떠 여기저기 돌아다니던 치비코는
잠시 뒤 지쳐선 산책로에 주저앉았다.
그리곤 여유가 생기자 자연스럽게 배를 쓰다듬으며 태교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뎃데로게~뎃데로게~젯데로게~
그리고, 산책로에 무방비로 몸을 드러낸 채 노래를 부르는 치비코를
수풀 그림자에서 지켜보는 적록의 눈동자들이 있었다.
항상 굶주린 들실장에게 작은 동족은 사냥감일뿐.
게다가 주머니에서 풍기는 달콤한 실장푸드 냄새가 들실장들을 불러 모으고
있었다.
마침내 한 들실장이 이빨을 드러내며 달려나온 순간.
데겍!
수풀에서 나오자마자 그 들실장은 위에서 덮쳐온 워커에 짓밟혀 앞뒤로 체액과
내장을 뿜어내며 절명했다.
“자. 기생충들~오늘도 즐겁게 해달라고~”
데스데스!
주변에선 유명한 학살파 청년의 모습에 들실장들이 비명을 지른다.
묵직한 워커를 신은 발로 수풀을 걷어차자 부러진 나뭇가지와 함께 들실장이
날려갔다.
땅바닥에 굴러 너덜너덜해진 들실장을 밟아 마무리한 청년이 연이어 들실장을
찾아내 밟고 찬다.
데아악! 데엑!
데슷?
들실장들의 비명에 고개를 돌린 치비코가 청년과 눈이 마주쳤다.
“저 자식은 무슨 배짱으로 대놓고 나와 있어? 어쭈...임신까지 했네?
새끼 까는 것 만은 잘하는 녀석들이니... 뭐, 낳을 때도 다 되가는 거 같고
내가 밟아서 뽑아내줄...응?”
흉흉한 소리를 하면서 다가오던 청년이 치비코가 달고 있는 리본을 보고 멈췄다.
“쳇. 사육실장인가. 주인은 위험하게시리 사육실장 혼자 두고 어디간 거야?”
사육실장까지 무분별하게 손을 대진 않는 청년이 혀를 차곤 다른 들실장을
찾아 돌아섰다.
처음 노부부에게 맞아들여진 날.
매우 기뻐하는 할머니 뒤에서 무덤덤한 표정으로 치비코를 쳐다보던 할아버지가
뒷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지폐 한장을 꺼내 슬쩍 나갔다가 돌아와서 달아준 리본.
그 리본이 지켜줬다는 것도 알 리 없이 이상하다는 듯 청년을 쳐다보던 치비코는
다시 태교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해 해가 질 때까지 뎃데로게의 소리를 울렸다.
-자를 가지는 행복 1-
그리고 어느덧 저녁이되었다.
골판지에대한 희미한 본능이 있는 치비코지만 어딜가야 구할수있는지도 모르고
경험없는 실장석이 쉽게 손에 넣을수 있는 물건도 아니다.
하지만 그런 고민을 할 필요도 없던게, 수풀속에 들어간 치비코의 앞에 텅빈 골판지하우스가
나타난것이다.
운이 좋달까 그것은 낮에 날뛰고간 학살파 청년에게 전멸당한 가족의 하우스였다.
그런 사정은 모르지만 골판지하우스에 들어간 치비코는 데스...하고 작게 불만의 소리를 토한
다.
분홍색의 이불도, 장난감도 없고 봄이라 해도 밤은 실장석에겐 쌀쌀하다.
그래도 원래 주인인 들실장은 나름 영리한 개체였는지 방안에 음식쓰레기와 말라 비틀어진
나무열매,
물이든 생수병과 찢어진 수건조각을 모아놓고 있었다.
설마 먹는 거라곤 생각하지 못한 채 음식물 쓰레기를 보고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은 치비코는
음식쓰레기를 담은 봉투째 골판지 바깥으로 내다버렸다.
그리곤 주머니에서 고급실장푸드를 꺼내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실장옷의 주머니에 들어가는 양이래 봤자 할머니가 주는 한 끼의 반도 안 된다.
실장푸드를 다 먹어치운뒤 또다시 불만의 소리를 내곤 낑낑대며 들실장이 모아둔 생수병을
열고
반쯤 차있던 물도 전부 마셔버린다.
이 공원에선 물을 구하려면 화장실이나 차도를 건너 개울까지 다녀와야 하고,
물론 길가와 화장실엔 생수병이 실장석의 피와 고기가 덕지덕지 달라붙은 채 찌그러져 굴러
다닌다는걸 알리 없다.
게다가 공원 분수나 인공개울은 물을 뜨는 순간 동족에게 뺏길 가능성이 높다.
물로나마 배를 채운 치비코는 수건조각을 모으기 시작했다.
원래 들실장 가족이 한 마리당 조각 한 장을 쓰는 것도 부족해 구더기실장들은 자실장이 끌어
안고 수건조각을 덮는 것 이었지만 그 모두를 혼자 독차지해 여러 장을 깔고 덮고서도 맘에
들지 않는 것 같다.
결국 어쩔 수 없다는 듯 수건조각들 위에 누워선 다시 노래하기 시작했다.
뎃데로게~젯데로게~
밤늦게까지 울려 퍼져, 학대파가 쓸고 가지 않았다면 굶주린 동족을 불러 모았을 노랫소리는
치비코의 눈이 점점 감겨가며 작아지다가, 눈이 완전히 감기며 멈췄다.
그리고, 눈꺼풀이 닫히기 전에 순간적으로, 치비코의 양눈은 붉은색으로 변하고 있었다.
데아...데아....데프픗...,데아...
치비코가 처음으로 밖에서 지내는 한밤중.
무슨 꿈을 꾸는지 숨소리 사이에 데프프 거리는 웃음소리가 섞인다.
할머니와의 즐거운 추억이라도 꿈꾸는 것인가 라고 생각되면 그런게 아니라 자면서도 무의식
중에
불룩한 배에 손을 올려 배를 쓰다듬고 있다.
데프프...뎃...데로게....데아..,데아...
말 그대로 꿈만 같은 행복은, 총배설구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깨졌다.
데아...데..뎃?
다리 사이에서 묵직한 통증이 느껴져 일어난 치비코가 배를 토닥토닥 두드려봤다.
뱃속에서 꿈틀거리는 감촉이 느껴지고 자신은 모르지만 양눈은 진홍색으로 물들어있었다.
데...데...뎃데로게~
고통에 당황해하던 치비코는 본능적으로 태교의 노래로 자식들을 달래며 일어났다.
출산은 처음이지만 실장농장에서 태어날 때의 희미한 기억과 본능이 물이 있는 장소를 원하게
하고 있었다.
뎃....데로게...젯데로게...
시작된 진통에 어기적대며 골판지하우스 바깥으로 나온 치비코.
다행히 불이 밝혀진 화장실을 어렵지 않게 찾은 뒤 급히 어기적거리며 화장실로 들어갔다.
젯데로게~ 데에에....?
흔히 공원화장실은 낡고 더럽다지만 이 화장실은 신축한지 얼마 안된 새 화장실이었다.
밝은 형광등 아래 깔끔한 타일바닥과 과일향 방향제의 향기에 황홀해 하며 둘러보던 치비코
진통에 정신을 차리곤 물 냄새를 향해 변기 칸으로 들어갔다.
뎃?!
그리곤, 자신의 키보다 큰 하얀색 변기를 올려다보며 당황했다.
신축한 화장실은, 바닥에 붙은 낡은 화변기를 전부 철거해 양변기로 교체했던 것이다.
공원을 관리하는 시청이 위생문제를 들어 예산집행을 했지만 시장이 학대파인것을 아는 직원
들은 그 진의를 의심했다.
그리고 의도가 무엇이든 그 효과는 공원들의 봄 번식기의 실장석 증가수가 교체전의 30%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증명됐다.
그리고 지금 그 효과를 치비코가 직접 체험하고 있는 것이다.
뎃? 데뎃!
손을 머리위로 뻗어 봐도 아슬아슬하게 가장자리에 닿는다.
시장이 직접 선정한 업체의 양변기는 일반적인 것보다 약간 높다.
성체실장 중에서도 작은 편인 치비코가 쉽게 올라갈수는 없었다.
데스! 데스!
어느새 눈물을 흘리며 치비코는 계속 물 냄새가 나는 양변기 위로 올라가려 발버둥 치고 있었
다.
세상에 나오고 싶어 하는 소중한 자식들을 낳으려면 물이 필요하다.
그걸 방해받는 억울함에 적록의 눈물을 흩뿌리며 짧은 다리를 웅크렸다가 힘껏 뛰어보지만 턱
도 없다.
오히려 착지의 충격에 진통만 더해와 총배설구에선 금방이라도 구더기실장들이 나올 것같다.
물이 없는 곳에서 출산하면 구더기실장들의 점막은 금세 굳어 벗겨낼 수 없어 구더기로 굳어
지게 된다.
초산의 경험 없는 예비 친실장들이 물이 있는 곳을 찾지 못해 가끔 하는 실수다.
어째서인지 뜨거운 한 여름 길가에서 출산을 해 점막째 말라붙은 구더기실장들을 안고
절규하는 들실장을 마당에서 내다본 적이 있는 치비코는 그 기억을 떠올리며 더욱 필사적으로
기어 올라가려 했다.
데엣!
마침내 손이 닿자 있는 힘껏 몸을 끌어올리는 치비코.
양변기의 위로 몸을 끌어올리는데 성공했지만 기세가 지나쳐 그대로 변기 안으로 떨어질 뻔
했다.
데,뎃?!
간신히 균형을 잡은 치비코가 좁은 변기 가장자리 위에서 성취감에 기쁨의 노래를 부르며 물
이 있을 아래를 내려다본 순간.
뎃데로게~....데슷?!
실장석의 입장에선 꽤 깊어 보이는 아래로 초록색과 살색의 무언가가 보였다.
이상할 정도로 거대하게 부풀어 녹색으로 물든 누런 천.
거칠고 해진 녹색 천.
그리고 그 사이에 좌우로 늘어져 있는 살색의 막대기 둘.
그 막대기 끝에 달린 녹색 물체가 실장석의 신발이라는 걸 인식 하고 나서야,
치비코는 그것이 뒤집힌 실장석의 하반신이라는 걸 알았다.
데에엑!
그 끔찍한 모습에 공포로 팡콘할 뻔 한걸 대변이 아니라 자를 쏟아낼 거란 생각에
간신히 멈춘 치비코는 아래의 실장석을 내려다봤다.
아마 치비코처럼 출산을 위해 힘껏 양변기를 기어올랐지만 치비코와 달리 멈추지 못하고
그대로 거꾸로 떨어진 거 같다.
그리곤 그토록 갈구하던 물이 가득 담긴 변기 구멍에 상반신이 끼어서 익사.
익사하기 전 까지 처절하게 몸부림 쳤다는 걸 물속에서 흐느적거리는 부러진 팔이 말해주고
있었다.
레....후....
데스?
그때 치비코의 귀에 억눌린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레후.....
레.....후......!
거대하게 부푼 팬티의 내용물은, 대변이 아니라, 여러 마리의 구더기 실장이었다.
몸부림치다가 힘을 주는 바람에 출산 되었거나 아니면 마지막 힘으로 새끼를 낳았는지,
뒤집힌 실장석의 팬티 속엔 구더기실장들이 그로테스크하게 뭉쳐진 모습이 비쳐보였다.
데스....
레후...!
레후레후레훗!
치비코의 목소리를 어미의 목소리로 알았는지 갑자기 구더기실장들의 목소리가 커지며 일제히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이미 점막이 굳어 죽었어야 했지만 변기속이라 충분히 젖은 팬티 때문에 점막도 굳지 않아 구
더기실장들을 살리고 있었다.
그래서, 구더기실장들의 고통의 시간은 길어질 뿐이었다.
레후....!
레후! 레후레훗!
태낭 속에서 친실장의 상냥한 태교의 노래를 들으며 태어날 날을 기쁘게 기다리던 이 구더기
들은
갑작스런 충격을 느낀 후 몸부림치는 어미의 고통을 느껴 극심한 두려움으로 스트레스를 받았
었다.
그러다 태어나는, 즉 밀려나오는데 성공했지만
기다리는 건 점막을 제거해준 어미의 푸니푸니가 아니라 자신을 감싸듯 가로막는 팬티와 뒤따
라 배출되는 자매들의 몸이었다.
레후우웃!
레뺘아아악!!
좁다.
답답하다.
몸이 눌려 터진다.
8마리. 평균보다 약간 많은 수의 구더기실장들은 그렇게 한데 뭉쳐 괴로워하다 들린
데스 소리에 필사적으로 마지막 힘을 다해 울었다.
데에에...
구더기실장들의 울음은 임신해 모성본능이 강해진 치비코에게 강한 충동을 주었다.
데스!
그리고, 치비코는 주저 없이 가장자리를 붙잡고 몸을 내려 바닥에 내려섰다.
레후?
마마의 목소리(라고 생각하는)가 멀어지자 잠시 멍하니 있던 구더기실장들이 미친 듯이 울부
짖기 시작했다.
레후우우웃!! 레퍄아!
레뺘아아아아아!!
그 울음소리가 치비코에게 '자신의 아이' 에 대한 충동을 부채질한다는 것도 알리 없이,
구더기실장들의 울음소리는 아주 잠시 동안 커지다가 연이은 파킹소리,
간혹 뿌직하는 눌려터지는 소리와 함께 완전히 조용해졌다.
그 동안 치비코는 옆 칸으로 건너가 있었다.
그 나름대로 영리한편인 치비코는 궁리하다가 양변기 옆의 쓰레기통을 쓰러트려 밟고 올라가
는 방법을 발견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아래로 내려가는 건 위험하단 생각만 하고, 팬티를 벗고 가장자리에 쭈그려 앉은 게
영리함의 한계였다.
마치 화변기에서 일을 보는 사람의 자세같이 좁은 가장자리에서 아슬아슬하게 엉덩이를 쭉 내
밀고 쭈그려 앉은
치비코의 눈이 심홍색으로 짙어진다.
젯데로게~젯데로게~
그리곤 배를 토닥이며 태교의 노래를 불러, 한껏 힘을 주기 시작한다.
데에...엑......데에에엣!
힘을 줄때마다 움찔거리던 총배설구가 조금씩 벌어지다가 마침내,
치비코의 첫 구더기실장이 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고생을 모르고 풍족하게 영양을 섭취한 치비코의 아이답게 총배설구에서 빠져나오자마자
크게 소리 높여 탄생의 울음소릴 울린다.
텟테레이~
뎃데로게~
등 뒤로 자식의 첫울음 소리를 들은 치비코의 마음이 터질 거같이 행복으로 가득해져 치비코
도 태교의 노래를 불렀다.
태낭 속에서 부터 들어온 애정 어린 노랫소리에 구더기실장도 즐겁게 화답하려 한다.
텟테레~뺘아아악!!!
데스?!
등골이 서늘해지는 날카로운 비명소리의 화답.
갑작스런 비명에 심장이 멈출 듯이 화들짝 놀란 치비코가 힘겹게 몸을 틀어 변기 안을 내려다
봤다.
그곳엔.
적색과 녹색의 액체가 묻은 바닥 경사면과,
그 약간 아래 물이 고인 곳 에서 얼굴이 박살나,
피거품을 토해내며 고통에 몸을 굽혔다 폈다 꿈틀대는 첫째 구더기가 있었다.
태어나서 바로 아래로 낙하해,
운 없게도 물이 고인 곳 약 2cm 앞의 하얀 경사면에 얼굴로 떨어진 구더기 실장.
태어나서 그 구더기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번 반의 울음소리를 낼 정도의 낙하시간.
그리고 3초정도의 경련 같은 꿈틀거림이 전부였고 그걸로 끝이었다.
데..? 데...? 데아아아아아아악!!!
너무나 처참한 현실을 조금 늦게 파악한 치비코가 찢어질듯 절규했다.
경사면을 미끄러져 물속에 내려앉는 첫째의 시체를 잡으려는 듯 손을 뻗고, 아래로 미끄러져
떨어진다.
데,데스읏!
순간적으로 옆 칸의 광경이 떠오르며 필사적으로 가장자리에 손을 걸친 치비코는
거꾸로 떨어지는 건 면했지만 그대로 경사면을 미끄러져 내려갔다.
꾸직.
물에 빠진 치비코의 발에 첫째의 시체가 밟히고,
뭉클거리는 느낌이 잠시 느껴지다가 바로 납작해지곤 주위의 물이 적록색으로 물들어간다.
데에엣!
구하려던 자식을 밟아 터뜨린 치비코가 절규하며 서둘러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몸이 빠지지
않는다.
미끄러진 몸뚱이는 변기구멍을 딱 틀어막고 끼어 버린 것이다.
아슬아슬하게 물 높이는 목까지 차오르는 정도라 익사의 염려는 없지만 상황은 갈수록 나빠질
뿐이다.
오로로로롱! 오로로롱!
첫 자식의 처참한 죽음에 변기구멍에 낀 채 목 놓아 울던 치비코지만 곧바로 진통이 계속된
다.
데데데뎃!
영리한 치비코는 바로 상황을 깨닫는다.
하반신이 물에 완전히 잠긴 지금 새끼를 낳으면 새끼는 배수구 속에서 익사하는 것이다.
손을 짚고 몸을 빼내려 하지만 부푼 배가 딱 들어찬 변기구멍에서 쉽게 빠지지 않는다.
오로로롱! 데이스! 데스읏!
아무리 해도 빠지지 않고 눌려진 배의 진통은 더욱 심해진다.
결국, 다시 한 번 몸을 빼려 힘을 준 순간 두 번째의 구더기실장이 출산되었다.
텟~부겍부게부게후...
탄생의 소리를 노래하려 입을 연 순간 자매의 피와 고기가 떠다니는 적록색 물이 입안에 가득
차 바로 질식하는 둘째 구더기.
다리와 총배설구에 느껴지는 둘째 구더기의 몸부림에 치비코가 비명을 지른다.
데스데스! 뎃데로게! 젯데로게에에!
둘째 구더기의 화답을 바라며 태교의 비명을 지르는 동안,
몸부림치는 감촉이 사라진다.
그저, 툭하고 한번 총배설구에 닿았다 조용히 떠있는걸 느낄 수 있었다.
울 틈도 없이 다음 진통이 느껴지자 치비코가 광란해 소리를 지른다.
뎃데로게! 젯데로게! 뎃....
그러다가 뚝 움직임을 멈춘 후, 천천히 애완용품의 실장옷을 양손으로 잡는다.
찌이이익!
오로로로롱!
실장옷의 턱받이부분이 조금 찢기는 소리에 치비코의 움직임이 멈춘다.
그리곤 목을 놓고 울기 시작한다.
들실장 따위 하곤 다른 예쁜 옷과 자식들의 생명을 저울질하면 자식들이 소중하다.
그래서 옷을 찢을 결단을 했지만 그러면서도 차마 찢을수가 없다.
그리고, 그 망설임이 또 한마리, 구더기실장의 목숨을 앗아간다.
데스?
옷을 찢는 슬픔에 잠시 멍하니 있던 치비코의 다리에 움찔움찔하고 감촉이 느껴진다.
순간 둘째 구더기가 살아있다고 생각해 기뻐한 치비코지만 정신을 차리자 느껴지는 총배설구
의 고통이 알려준다.
이 감촉은 멍하니 있을 때 눌려 나온 셋째의 움직임이라고.
그 사실을 안 순간, 비명조차 안 지르고, 단지 양 눈동자의 붉은 색이 순간 탁해졌던 치비코
는 바로 옷을 찢기 시작했다.
감정이 사라진 듯 빠르게 손을 움직여 할머니가 사준 애완실장옷이 갈기갈기 찢긴 천 조각으
로 변한다.
찌익찌익 하고 젖은 천이 찢어진다.
마침내 갈가리 찢긴 애완실장옷을 몸과 변기구멍 틈에서 잡아 뺀 치비코의 몸이 빠졌다.
치비코가 몸을 일으키는 순간 출렁하고 물이 흔들리며 더러워진 물이 부유물을 가득 싣고 일
렁인다.
적록의 색이 짙어진 변기 물엔 첫째의 고기조각과, 치비코의 애완실장옷 조각이 흔들거리고.
두 마리의 구더기가 떠오른다.
마치 요람에서 편히 잠든 것처럼 흔들거리는 두마리.
하지만 치비코가 급히 양팔에 안아든 둘의 얼굴은 익사의 고통에 끔찍하게 일그러져 당시의
고통을 느끼게 했다.
오로로..덱!
울 시간도 없이 다시 진통이 치비코를 덮친다.
이번에야 말로 안전하게 자를 낳기 위해 치비코는 둘째와 셋째를 내려놓고 실장두건과 신발뿐
인 통통한 알몸인 채
경사에 앉아 다리를 벌렸다.
데이스! 뎃데로게~
그리고 힘을 주자 총배설구에서 점막에 쌓인 구더기실장이 모습을 드러낸 후 주륵 밀려나와
경사진 곳의 얕은 물에 담가졌다.
텟테레이♥
뎃데로게♥
마침내,
드디어,
자식과의 행복한 대화에 치비코가 흥분하며 환희의 소리를 지른다.
그리고 뒤이어 또 한 마리의 구더기실장이 밀려나온다.
텟테레이~
뎃데로게~젯데로게~♥
흘러넘치는 기쁨에 눈물을 흘리며 태교의 노래를 부르는 치비코.
뎃데로게~ 데이스 데이슷!
더 큰 행복을 꿈꾸며 다시 배에 힘을 준다.
이미 머릿속엔 자신을 둘러싼 수많은 자실장들과의 행복한 풍경이 펼쳐져 있다.
데이스! ....데스웅?
하지만.
힘을 준 총배설구에선 귀여운 구더기실장이 아니라 녹색의 대변이 흘러나왔다.
데.....데뎃!
더 이상 뱃속엔 대변 밖에 없다.
애초에 치비코의 자식들은 다섯 마리뿐 이었던 것이다.
막 성체가 된 자실장치고 적은 수는 아니지만 치비코의 성에 차진 않는다.
게다가 셋은 태어나자마자 죽어 결국 두 마리뿐.
펼쳐지던 행복의 색이 흐려지는걸 느끼며 치비코는 울었다.
오로로롱-오로로롱
레....후....
뎃!
한참을 울던 치비코는 가냘픈 구더기의 울음소리에 제정신이 들었다.
물에 담가졌지만 상당히 시간이 지난 구더기들의 점막이 굳어가기 시작한걸 알곤 급히 한 마
리를 안고 정성스럽게 핥아 줬다.
텟테레이~테치♥
레후레후♥
한 마리는 점막이 사라지며 자라나고 턱받이를 만들어 자실장이 되었지만 나머지 한 마린 제
거가 늦었는지
아니면 선천적인지 구더기실장이었다.
하지만 상관없이 양팔로 자실장과 구더기를 안은 치비코는 이번엔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울었
다.
이제 그 골판지 집으로 가서 자들과 행복하게 살 것이다.
자들을 껴안고 따듯하게 자고,
아침에 인간의 집에 가서 달콤한 푸드를 받고,
집이 마음에 들면 거기서 살아도 좋으리라.
드디어 자식을 가졌다는 충족감과 지금까지의 고생이 (들실장들의 고생에 비하면 새 발의 피
지만)
자신의 마음속에서 분충성을 일으키기 시작한 것도 모른 채 행복으로 넘치는 미래 계획을 세
운 치비코.
일단 아이들을 안고 골판지 집으로 가기 위해 일어섰다.
데뎃? 데스?
린갈이 있다면 계단은 어디있는데스? 라고 표기됐을 것이다.
일어선 치비코는 자신의 머리높이와 비슷한 하얀 양변기 안쪽에서 당황했다.
한동안 주위를 둘러보다가 올라가려 시도하지만 양손에 자들을 안고선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데스....데스데스.
테치!
할 수 없이 자들을 내려놓고 뭐라고 하자 자실장이 씩씩하게 대답했다.
경사로에 앉아 안고 있던 구더기를 옆에 내려놓은 자실장이 구더기실장의 소리를 듣고 푸니푸
니를 해주기 시작했다.
생애 첫 푸니푸니에 경련하며 쾌감에 대변을 지리는 구더기실장과 상냥한 자실장을 돌아보며
그 광경에 흐뭇한 행복을 느끼는 치비코.
올라가는 건 힘들지만 몇 번이고 포기하지 않고 뛰어오른다.
데스! 데스! 데이스!
몇 번이고 뛰다가 마침내 가장자리에 손을 걸치는데 성공한 치비코가 아등바등 기어 올라선
다.
아무래도 높이차가 있어 바깥에서 들어올 때보다는 쉬웠다.
데슷!
테치테치!
가장자리에 서서 자랑스럽게 외치는 치비코.
그 아래서 자실장이 치비코를 올려다보며 감탄한다.
그리곤 가장자리에 무릎을 꿇은 치비코가 내민 손을 구더기를 안은 반대 손으로 붙잡고 올라
가려한다.
데스읏!
테치잇!
좀만 더 영리했다면 구더기실장을 먼저 건네 올리는 게 쉽다는 걸 알겠지만 이 모녀는 그것까
지는 모르고,
엄지밖에 없는 뭉툭한 손으로 서로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실장석의 힘으로 자실장 한마리와 구더기실장 한 마리를 한 팔의 힘만으로 들기는 어렵다.
그러나 치비코는, 넘치는 모성의 힘인가, 힘껏 힘을 주며 일어서며 자실장을 확 끌어올렸다.
동시에, 갑자기 위로 딸려간 기세로 자실장의 팔에서 구더기 실장이 굴러 떨어진다.
레후!
텟?!
놀란 자실장이 몸을 돌리며 손을 뻗는다.
그 움직임에 막 일어선 치비코가 변기 안을 향해 휘청인다.
데슷!
자실장을 잡은 손을 필사적으로 놓지 않고 간신히 옆에 튀어나온 뭔가를 잡아 균형을 잡는 치
비코.
손을 잡은 자실장과 경사면에 떨어졌지만 무사한 구더기실장을 내려다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
었다.
데스웅...
쿠콰콰콰콰과!!
레....
다음 순간, 치비코가 잡아 누른 레버로 물이 내려가며 경사로에 거세게 물이 쏟아졌다.
갑자기 머리위로 내려쳐지는 물줄기를 올려다본 구더기는, 비명을 다 지르기도 전에 휩쓸려갔
다.
레뺘아아아아!!
첫째의 피와 고깃조각, 둘째와 셋째의 익사체로 더러운 물이 소용돌이 치는채 차오르는 중에
잠겼다 떠오른 구더기실장이 비명을 지르며 소용돌이 안을 빙글빙글 휩쓸려갔다.
데스?! 데스아아아!!
테치?!
그 모습에 치비코가 비명을 지르는 동안 물은 자실장의 허리까지 차올랐다.
휩쓸려가려는 자실장을 치비코가 양손으로 붙잡아 필사적으로 버틴다.
레에에에에~렉!!
그때 소용돌이에 밀려온 구더기실장이 물에 잠긴 자실장의 하반신에 격돌했다.
부드러운 구더기와 자실장의 몸이지만 마치 계란을 던져서 계란을 깨듯,
물에 잠긴 자실장의 허리 아래서 적록의 핏물이 확 번졌다가 곧바로 휩쓸려갔다.
데스아악! 데스악!
순식간에 터져 변기물에 고기조각과 적록의 액체를 추가하는 구더기실장을 보며 절규하는 치
비코.
그러나 그 와중에도 마지막 남은 자실장의 양손을 잡고 놓지 않았다.
자실장도 점점 얼굴이 창백해져가면서도 손을 놓지 않는다.
변기물이 내려가는데 약 3초.
인간에겐 잠깐이지만 치비코에겐 끝없이 길게 느껴진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더러운 부유물이
가득하던 변기물은
깨끗한 소독 물로 바뀌어 조용히 흔들리고 있었다.
데...데스...
조용해 진후 치비코는 잡고 있던 자실장을 가볍게 끌어올렸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자실장은 하반신이 사라져 있었던 것이다.
구더기실장이 부딪혀 터질 때 자실장의 부드러운 배도 같이 터졌다.
그 정도야 보통 조건에선 시간이 지나면 회복하겠지만
이때는, 거센 물살이 흐르고 있었다.
흐르는 물살은 터진 곳에서 피와 살을 빨아내고,
마침내 내장기관까지 쓸려나가 가죽으로만 연결된 하반신이 끊겨 같이 떠내려갔다.
연이은 운명의 장난으로 모든 자를 잃고 울음조차 안나오는 채 그저 자실장의 상반신을 멍하
니 껴안고 있는 치비코.
테...치...
뎃?
그때 위석도 떠내려갔지만 부숴지진 않았는지 자실장이 희미하게 울었다.
놀라서 고개를 든 치비코 에게 계속해서 희미하게나마 울음소리를 낸다.
데스데스! 데스데이스!
필사적으로 말을거는 치비코.
치비코를 쳐다보던 자실장의 눈이 천천히 감기자 기겁하며 흔들었지만 작은 숨소리와 함께
가슴이 움직이는걸 보고 안심한 듯 다시 상반신만 남은 자실장을 껴안았다.
5일후.
데스데스!
테치.....
골판지집에 들어오는 치비코를 낡은 수건조각에 쌓인 자실장이 작은 소리로 반긴다.
첫 출산에서 자식들을 다 잃을 뻔한 치비코.
하지만 그 슬픔에 잠길 사이도 없이 단 한 마리, 아니 반 마리 남은 자실장을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다른 들실장을 격퇴하고, 음식을 요령 있게 구하는 능력이 생긴 건 아직 아니
다.
그저 원래도 들실장이 포화는 아니었던 이 공원을 그 학살파 청년이 전멸에 가깝게 쓸고가,
들실장이 남긴 골판지 하우스와 식료를 빈집털이 하고 있는 것이다.
이 5일간을 그렇게 (치비코 기준에선) 부족한대로 살아온 것이다.
변기구멍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찢은 실장옷도 피가 묻긴 했지만 다른 들실장의 것을 주워다
입고 있었다.
물론 애완용품이 아니라 들실장의 옷이다.
생명력이 강한 편인지 반쪽 자실장은 5일 동안 천천히 재생을 해 지금은 다리만 없는 정도
까지 재생해 있었다.
영양공급이 좋은 사육실장이나 위석이 영양액에 담가진 학대용 실장석이라면 이미 다 재생했
겠지만
위석이 정화조에 담가졌을 자실장으로선 기적 같은 일이다.
사실 정화조로 같이 쏟아져 들어간 자매들의 사체를 위석이 흡수해 버티고 있다는 건 치비코
나 자실장이나 알수없는 일이다.
데스데스!
테치이...♥
치비코가 자랑스럽게 비닐봉투에서 꺼내든 콘페이도 반쪽을 본 자실장이 기뻐했다.
자실장으로선 두번째로 보는 콘페이도였다.
이것도 첫번째처럼 빈 골판지하우스의 깊숙한 곳에서 찾아낸 것이다.
테츄우웅♥ 테츄웅♥
콘페이도를 빨며 기쁨의 소리를 내는 자실장 옆에서 마른 버섯을 꺼내 먹는 치비코.
3일째 까지는 이런 자연물을 먹지 않았지만 들실장이 얻거나, 더욱이 저장까지 할 수 있는 실
장푸드나 콘페이도는 적다.
빈집인 골판지들을 뒤져 첫날 찾은 가축용 실장 푸드 세알과 콘페이도 하나 이후론 계속 굶다
가 3일째야 자연물을 먹고 있지만
음식쓰레기는 쳐다도 안보고 말린 버섯이나 나무열매 등 똑똑한 들실장이 저장한 음식을 먹고
있는것이다.
데스데스~
어느 정도 배를 채운 치비코는 자실장을 쓰다듬다가 일어섰다.
안 좋은 기억뿐인 화장실이지만 물을 구하려면 가야한다. 생수병을 안아든 치비코는 골판지
하우스의 문을 닫고 화장실로 향했다. 문을 닫기 전 자실장의 고른 숨소리가 들렸다.
테치...테치....
그 숨소리를 들은 치비코의 마음에 다시 희망이 생겼다.
이제 곧 자실장이 다리까지 재생하면 같이 먹이를 모으러 다니거나 여유가 생긴다.
따듯한 날은 당분간 계속되니까 다시 임신해 또 다른 자를 낳을 수도 있다. 그러면 첫째 자실
장이 동생들을 돌봐줄것이다.
그런 행복의 나래를 펼치며 공중 화장실에 가까워진 치비코의 코에 악취가 느껴졌다.
데슥!
심한 악취에 얼굴을 찌푸리는 치비코.
동족의 대변냄새가 아닌 인간의 대변냄새.
그것도 매우 심하다.
데스데스?
그리곤 화장실 앞에 커다란 녹색 차량이 기계소리를 울리고 있는걸 보고 놀라 풀숲에 숨는 치
비코.
물론 커다란 기계소리 속에서,
정화조의 내용물을 빨아올리던 호스 속에서 난 파킹 소리가 들릴 리 없고,
결국 치비코는 물을 포기하고 집에 돌아가서 혀를 내밀고 육공에서 체액을 뿜은채 죽은 자실
장을 발견할 때 까지,
한동안 풀숲에 숨은채 자실장이 동생을 돌보는 대 가족의 행복한 상상을 펼치고 있었다.
-자를 가지는 행복 2-
한달뒤.
데스....데스....
공원의 풀숲을 떠도는 실장석이 한마리 있었다.
해진 녹색 들실장옷에 역시 해졌지만 애완용품 두건에 리본.
치비코다.
모든 자식을 잃은지 한달.
그 동안 치비코는 그럭저럭 공원에 적응해가고 있었다.
물론 치열한 경쟁이 있는건 아니고 전멸급으로 수가 줄었던 이 공원에
새로 버려진 실장석이나 다른 공원에서 기적같이 넘어온 들실장 등으로
조금 수가 늘어났다.
그러나 양변기의 화장실에선 번식이 어렵고 출산뿐만 아니라 친실장 자체도
양변기에서 비명횡사가 잦아 봄인데도 수가 그다지 늘고있지는 않았다.
그래서 아직은 개체수가 적어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것이다.
데스!
목적하던것을 찾은 치비코가 기뻐하며 달려갔다.
손톱크기의 작은 풀꽃.
봄도 거의 지난 지금 풀꽃은 거의 시들어서 찾기 힘들었다.
꽃을 꺾어든 치비코가 허겁지겁 팬티를 내리고 총배설구에 풀꽃을
쑤셔넣었다.
데수웅~♥ 데스데스♥
한동안 역겨운 소리를 울리며 추잡하게 헐떡이던 치비코가 움찔하더니
전신에서 힘을 빼 널부러진다.
총배설구에서 빠져나온 풀꽃은 질척질척해 쓸수 없게 됐지만 치비코의
양눈이 초록색으로 바뀔 기색은 없다.
잠시뒤 일어난 치비코는 눈에 손을 대거나 배를 만져본뒤 실망의
소리를 냈다.
그리곤 다시 풀꽃을 찾아 일어났다.
요즘 한달간, 자거나 먹이를 구하는 때를 빼곤 쭉 이런 상황 이었다.
하지만 양분이 충분하지 않아 몸이 거부하는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임신이 되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치비코가 원 사육실장이란걸 알고 관심을 보인 애호파가
지켜보는 중에 풀꽃을 발견해버려 두번 다시없을 기회를 잃어 버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오늘도 치비코는 자신의 자식들, 그 자식을 낳게 해줄
꽃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크고 아름다운' 꽃을 찾아냈다.
데스웅♥
유난히 큰 꽃을 보고 환성을 지르는 치비코.
커다란 수술에 손을 대자 꽃가루가 가득 묻어 나왔다.
백합.
6월에야 피지만 지구온난화 때문인지 약간 이르게 핀 그 꽃은.
실장석들에게 최대의 금기로 전해져 가르치는 꽃이다.
물론 임신 출산을 애초에 제한당하는 사육실장 들에게 그런 가르침이
있을리 없어서 치비코는 기뻐하며 큰 백합 줄기를 구부려 올라타듯
다리사이에 문지르며 쾌락의 소리를 질렀다.
데스우♥ 데스우웅♥ 데,데스웃~♥
그리고 마침내 치비코의 양눈이 다시 녹색이 되었다.
일주일후.
뎃데로게~ 젯데로게~
골판지 상자에 드러누운 치비코가 태교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첫 임신 때와 같은 모습인가 생각되지만.
치비코는 바닥에 누워 꼼짝도 할수 없었다.
젯데로게~뎃데....
태교의 노래를 부르며 배를 쓰다듬으려 하지만 배 위까지 손이 닿지
않는다.
임산부의 배를 표현할때 남산만하게 라는 표현을 하지만 치비코의 배는
몸크기의 두배정도로 거대하게 부풀어 올라 치비코는 그 아래에 깔려
움직일수가 없는것이다.
뎃...데로게~ 뎃데로...
몸이 눌리는듯 태교의 노래도 가끔씩 끊긴다.
임신 첫날부터 배가 부풀기 시작하더니 급속히 부풀어올라 5일째부턴
움직이지도 못 할 정도가 된것이다.
이것이 수술이 크고 꽃가루가 과도하게 많은 백합이 실장석에게 금기인
이유다.
난소와 난자가 없는 실장석은 꽃가루 하나하나를 수정란화 시킨다.
물론 전부 수정란이 되는건 아니지만 치비코 처럼 백합을 처넣었을경우
수정란이 셀수없이 생긴다.
결국 모체는 영양을 다 뺏기고 자들은 미숙아 혹은 태내흡수되어 파멸에
이르게 하는 꽃.
치비코도 수십마리의 자를 뱃속에 가져 바싹 말라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옆구리 라도 간신히 손을 대며 태교의 노래를 부르려했다.
뎃...데...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던 치비코가 골판지 하우스 한 구석으로 손을
뻗는다.
데...데...뎃!
그리고 간신히 긴 수건조각을 잡아 끌어당기자 안에서 콘페이도 두 알이
굴러나왔다.
예전에는 있으면 바로바로 먹어버릴 콘페이도지만 한달의 적응으로 아낀다는
개념을 배운 치비코가 저장해둔 비상식량이다.
하지만 지금이 그 비상상황.
수십마리의 자에 영양분을 빨리는 치비코는 그로테스크하게 부푼 배를
제외하곤 앙상하게 말라 본능적으로 영양을 갈구하고있었다.
콘페이도 하나의 당분이면 성체실장에게도 충분한 영양이된다.
텟츄웅♥
입안에 퍼지는 단맛에 기쁨의 소리를 지르는 치비코.
하지만 곧바로 뱃속의 자들이 영양을 빨아들인다.
안 먹은거보다 못할지도 모를 정도로 극심한 기아감이 다시 치비코를 덮치지만
그것이 오히려 치비코에겐 행복을 느끼게한다.
지식이 없는 치비코에게 백합으로 임신한 지금의 상황이 위기란 자각은 없다.
오히려 왠지 모르지만 자가 가득, 엄청 가득 생긴거에 행운이라 생각하며
기아감조차 자가 많은 증거이기에 행복하다.
나머지 하나의 콘페이도도 먹으면 더욱 자들에게 영양이 가고 2주정도 후엔
실장석의 머리론 셀 수 없을 정도의 자들에게 둘러쌓인 행복한 나날을
보낼것이다.
자들의 식량이나 수십마리의 육아의 어려움까진 생각도 못하는 치비코는
데프프프 웃으며 남은 콘페이도도 입으로 가져간다.
뎃데로게~ 텟츄우웅~♥
설탕 덩어리인 콘페이도의 달디단 맛에 총배설구가 젖을 정도의 쾌감을
느끼는 치비코.
머리속 한구석엔 이렇게 실장석을 위해 만들어진(라고생각하는) 달디단
음식을 일부러 만든 인간에 대한 치하의 마음도 약간 생긴다.
확실히.
그 달콤한 것은.
인간이 실장석 때문에 만든것이긴 했다.
데덱?!
단맛이 녹아 사라진후 갑자기 총배설구에 격통을 느끼고 당황하는 치비코.
한번 자를 낳아본 (살아남은 자는 없지만) 경험이 있는 치비코는 그것이
진통이라는걸 눈치챈다.
데....데데엑!
하지만 어째서? 사랑스러운 자들이 나오기엔 아직 이를 것이다.
도돈파.
들실장 따위가 콘페이도를 쉽게 손에 넣을수 있을리 없다.
그저 어중간하게 머리가 좋은 들실장 하나가 학대파가 뿌린 도돈파를 주워
저장했던 것 일뿐.
그 들실장은 이미 청소부에게 짓이겨져 봉투에 담겨, 흔적도 안남기고
매립지에서 썩었지만 그런걸 치비코가 알리도 없다.
학대파들은 보통 코로리를 뿌리지만 봄과 가을 번식기엔 코로리보단
도돈파가 뿌려진다.
가끔씩 질긴 성체실장은 코로리를 먹고도 살아남기에 아예 도돈파나 게로리를
뿌려 번식을 막으려는 의도다.
확실히, 왠만한 성체실장은 게로리나 도돈파로 죽지는 않는다.
그저, 위나 아래로 대변을, 번식기엔 자들을 뿜어낼뿐.
데스악!!
텟테....레....
고통에 몸부림치는 치비코의 그로테스크하게 부푼 배 아래 총배설구에서
구더기조차 되지 못한 미숙한 실장석이 고개를 내밀었다.
활기차게 탄생의 소리를 울릴 기력도 없어 희미하게 울뿐인 미숙구더기.
데? 데스데스! 데스!!
그 작은 소릴 들은 치비코가 고개를 흔들며 소리쳤다.
린갈이 있으면 아직 나오면 안되는데스! 같은 말이 표시되고 있을것이다.
하지만 학대파의소행답게 치비코가 먹은건 특제 고압 도돈파.
원래라면 순식간에 대변을 뿜으며 날아갔을 텐데 지금까지 버틴게
대단하다고 할수있을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지금까지일뿐.
푸와아악!
데에에에에!
텟테레.....렉!
테...!
......레훅!
끝없는 고통에 결국 힘이 빠진 치비코의 총배설구에서 녹색의 대변이
폭발하듯 터져나오며 얼굴을 내밀었던 미숙구더기를
시작으로 여러 마리의 미숙구더기가 '발사' 된다.
골판지 상자의 폭은 60cm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분출을 버티려던 치비코
때문에 첫 미숙구더기는 30cm정도만 날아가 바닥에 떨어졌다.
물론 푸딩보다 강도가 있을지 의심스러운 미숙구더기는 바닥에 닿는순간
흐물흐물 퍼져 버렸다.
총배설구에 끼어 버티던 때 뭉개지지 않은게 신기할 정도다.
하지만 그건 첫째의 경우고,
기세좋게 뿜어져나오는 구더기들은 점점 비거리를 갱신하다가,
결국 반대쪽 골판지 벽에 철썩철썩 달라붙는다.
반쪽의 탄생의 노래라도 부른건 행운의 개체.
가속하는 분출에 대부분은 입도 떼기전에 포물선의 끝에 도착해
레훅! 이란 비명을 지르거나 그저 철퍽하는 소리를 울릴뿐.
소중한 자식들이 전부 물풍선 던지기를 당하는 장면은 치비코의
위석이 순식간에 깨질 쇼크겠지만
다행히 치비코는 그 장면을 보지 않고 있었다
뉴턴의 제3법칙.
...이라고 설명하는건 헛수고.
작용 반작용의 법칙.
...이라고 해줘도 실장석이 알리가 없다.
어짜피, 치비코는 이미 한참전에 새끼를 뿜어내 제3 법칙에 의해
반작용으로 날아가,
반대쪽 골판지에 누운 자세로 격돌해 목이 꺾여 기절했으니
볼수도 없는 것이다.
그래도 실장석의 회복력이라면 충분한 영양만 있으면 하루정도
뒤에 회복할 것이다.
그 영양도 충분하다.
8초 정도 뒤 도돈파의 효과가 다 할때까지 자들을 뿜어내던 치비코의
총배설구에서 분출이 약해지다 결국 멈춘다.
레....후.....
레후.....
레! 레후!
레후웃!
운 좋게 후반에 뿜어져 나와 다리 사이에 떨어진 몇몇 미숙 구더기들이
본능에 따라 필사적으로 기절한 치비코를 향해 기어간다.
지금이라도 점막을 햝아주고 모유를 먹이면 구더기실장인채로 라도
살아날지 모르지만 목이 꺾여 탁해진 눈동자를 드러낸채
기절해있는 치비코에겐 과도한 요구다.
그런줄도 모르고 '마마'에게 기어가던 미숙 구더기들은 3cm도 못가고
힘이 다한다.
그 덧없는 생명의 위기를 느낀건지 마지막 힘을 다해 절규하지만 결국
모든 미숙구더기들의 꿈틀거림이 멈춘다.
데....
그 절규를 들은건지 치비코의 입에서 작은 신음소리가 새어나온다.
하지만 치비코가 회복하는건 내일 아침.
도돈파로도 미처 다 내뿜지 못할 정도로 많은 자들중 일부는 아직
치비코의 태내에 남아있다.
그리고, 아주 조금씩, 평범하게 부푼 크기가 된 배가 줄어들어간다.
실장석의 육체가 한계에 달해 임신이 불가능해지거나 영양이 부족할 경우,
육체는 임신을 포기한다.
그리고 인위적으로 두눈을 빨갛게 해 일으키는 강제출산과 달리 임신한
실장석의 녹색의 양쪽 눈중 오른쪽 눈을 붉은색으로
되돌릴 경우 마치 취소버튼을 누른것 처럼 임신상태가 아니게 된다.
두경우 모두, 임신이 취소된 육체는 자궁, 즉 위장 안에 들어찬 자들을
그저 '고기' 로 인식해 소화 하게 된다.
동족식이 흔한걸 보듯 실장석의 고기는 같은 실장석에게 훌륭한 영양원이
되는것이다.
개중엔 동족의 고기에 맛을 들이는 개체도 나와 일부 주인은 사육실장의
요구대로 식용실장을 먹이로 주기도 한다고 한다.
이렇듯 임신 취소된 임신실장은 자를 소화시켜 버리므로 사육실장이
멋대로 임신했을경우 학대파는 양쪽눈에,
애호파는 오른쪽눈에만 붉은물감을 떨어트리는게 보통이다.
결론적으로, 뱃속에 남은 자들은 치비코에게 고기로서 소화되는것으로
최초이자 최후의, 혹은 분충의 경우 할 생각도 없던 효도를 하게 된 것이다.
그로 인해, 다음 날 아침에야 자식을 소화한 영양으로 재생한 치비코는
벽에 떡칠된 미숙구더기들과 꺼진 배를 보며 삼일 밤낮을 울며 지새게 된다.
여름이 된 공원.
뎃데로게~ 데프프~
내리쬐는 뜨거운 햇살이 어느 정도 가려지는 공원의 수풀속.
한 실장석이 즐겁게 태교의 노래를 부르며 휘청휘청 걸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 실장석은 양눈이 녹색이지도 않고 배가 부풀어 있지도 않다.
태교의 노래를 부르며 배를 쓰다듬지만 두눈은 녹색이 아닐뿐더러 오히려
멍하니 탁해져 있었다.
큰 공원에서 흔히 보이는 미친 실장석이다.
다른 들실장의 노예가 되거나 학대파에게 잡혀갔다 풀려나온 실장석이
행복회로를 가동해 현실도피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굶어 죽는게 행복하게 죽는편으로 나머지 대부분은
들실장에게 잡아먹히든 인간에게 들이대
(행복회로의 내용에 따라 들이대는 방법은 천차만별) 살해당하든 비참하게 죽는다.
이 미친실장석은 그래도 팔다리가 멀쩡한걸 보면 학대파에게 잡혀갔던
경우는 아닌거 같다.
그래도 들실장들의 타겟이 되는건 똑같지만 이상하게 들실장들은 그
주위에 얼씬거리지 않았다.
데뎃?!
나무그루터기를 돌아나오다 미친 실장석과 딱 마주친 한 들실장이 기겁했다.
하지만 미친 실장석은 시선조차 안주고 태교의 노래를 부르며 비를비를
거리며 지나쳐갔다.
데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들실장. 하지만 그 뒤에서 두 마리의 자실장이 따라온다.
테치?
뎃데로게~....데?
그 자실장의 울음소리가 들린 순간 멀어져가던 미친 실장석의 노래가 뚝 그친다.
그리곤 고개가 휘릭 돌아가 자실장을 응시한다.
테....테치이!
그 뭔가 꺼림직한 모습에 불안해진 자실장이 친실장에게 안겨들며
모성을 자극하는 소리로 울었다.
친실장이 사랑스러운 자실장을 안아 달래려던때.
데프프프푹-!!
갑자기 미친실장석이 크게 환호성을 울리며 양팔을 한껏 벌리고
들실장 모자에게 달려들었다.
테? 테치치!
데프프프! 뎃데로게~ 데프푹!
그리곤 순식간에 자실장을 안아들곤 얼굴을 비비며 태교의 노래를
불러댔다.
미친 실장석은 왠지 모르게 행복해 보이지만 갑자기 생면부지의
동족, 위험하다고 배운 존재에게 '습격' 당한
자실장은 비명을 지른다.
테치! 테치이-!!
데? 데스데이스~
자실장의 비명에 무슨 생각을 한 건지 안고 있는(잡아올린) 자실장을
토닥토닥 어르던 미친실장석이지만
자실장의 손이 뺨을 치고 지나가며 얼굴이 굳어졌다.
그리고 킁킁대며 자실장의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데..데...데스아악!
'와타시의 자' 가 아니란걸 그제서야 깨닫고 광분하는 미친실장석.
포효하던 입으로 그대로 자실장을 물어뜯는다.
테챠악!
데! 데덱!
뜯겨나간 배에서 내장을 흩뿌리며 내동댕이 쳐진 자실장의 비명소리에,
당황하던 친실장이 그때서야 정신을 차리고 자실장에게 달려간다.
친실장을 올려다보고 작게 테치... 하고 운 후 죽은 자실장을 부여잡고
우는 친실장.
오로로로-! 오로로롱!
그러거나 말거나 미친 실장석은 다른 한마리의 자실장을 안아 올린다.
테...테츄웅~♥
죽은 언니를 보며 덜덜 떨던 자실장은 미친 실장석의 품속에서
아첨을 했다.
미친 실장석이 원하는걸 알고 취한 행동이 아니라 살해당하지 않기
위해 본능적으로 한 행동이지만
미친 실장석에겐 절대적인 효과가 있었다.
데! 데스데스! 뎃데로게에~♥
연속된 참혹한 출산 실패에 행복회로를 가동해 미친 실장석,
치비코는 자신의 품속에서 자신을 향해 애교를 떠는
(살기 위해 아첨하는) 자실장을 보곤 드디어 '와타시의 자' 를
찾은 기쁨에 광란했던것이다.
자실장의 아첨을 마마에게의 애교로 제멋대로 왜곡해 이해하곤
몇번이고 데스데스 거리며 고개를 끄덕이며 얼굴을 비비고
기쁨의 노래를 부르고 자실장을 혀로 햝아준다.
태어날 때 점막을 핥을때 빼곤 별로 자실장을 핥지 않는 친실장이
그런 행동을 하는 자체가 착란을 일으켜 상황을
제대로 인식 못한단 증거지만 그런걸 알 바 없이 치비코는
자실장을 안고 행복에 겨웠다.
뎃!! 데! 로게~♥ 젯데로게-!! 뎃데갸악!
목이 터져라 행복의 노래를 부르다가 뒤통수를 돌로 찍히기
전까진.
뒤통수에서 피를 흘리며 격노해 뒤를 돌아보자 작은 돌을 든채
피눈물을 흘리는 친실장이 있었다.
데스데스악!
데스악!
그리곤 두 실장석은, 둘다 '와타시의 자'를 지키기 위해
몸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테치! 테챠악!
가운데 끼여 이리치이고 저리치이는 자실장은 점점 너덜너덜
해져갔다.
두건은 이미 앞머리와 함께 벗겨진지 오래고 잡아당기던 옷이
찢어지자 머리칼을 당기며
서로 자를 되찾으려 필사적인 '친실장들'.
뿌드득.
테쟈!
마침내 자실장의 양쪽 머리 다발이 동시에 뽑혀나가며 독라가된 자실장.
각자 한쪽씩 머리다발을 쥔채 뒤로 나동그라졌던 두 실장석이 벌떡
일어서선 가운데 있는 자실장에게 필사적으로 달려간다.
테....테치이!
자실장의 머리로도 어떻게 될지 예상이 됐는지 달려오는 실장석
사이에서 공포의 소리를 지르는 독라자실장.
하지만 이미 둘다 제정신이 아닌 친실장들은 전력으로
자실장을 지키려 달려들었다.
데스우우우!
데아아아아!
쿵.
테보벡!
격돌한 두 친실장의 사이에서 단말마와 함께 내장이 수직으로 솟구쳤다.
데...?
데뎃?!
적록색 피와 내장으로 얼룩진 서로를 멍하니 바라보는 두 친실장.
투둑하고 내장이 떨어지는 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리곤 서로 떨어지자
그 사이에 끼어있던 고개를 수직으로 쳐든채 짓눌린
독라자실장의 시체가 흐늘흐늘 쓰러져갔다.
무서운 동족.
무서운 마마.
죽음을 직감한 순간 독라자실장은 둘중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할수 없어,
결국 둘중 아무도 아닌 하늘을 쳐다보고 수직으로
고개를 들어 절규하곤 그 자세 그대로 수직으로 내장을 토해내 죽었다.
데..오로로로롱!
오로로롱! 오로롱!
자실장의 시체 좌우에서 오열하기 시작하는 두 실장석.
솔로몬이 봤다면 두 모친 둘다 두동강내라는 판결을 내릴듯한
상황이지만 현실에선 한명의 모친만 죽음을 맞았다.
오로로롱!
오로롱! 오로로....파킹.
오열하던 한 실장석이 파킹하는 메마른 소리를 울리더니 천천히
뒤로 쓰러졌다.
그리곤.
뎃데르게~ 데프프프~
언제 그랬냐는듯 발음이 틀린 태교의 노래와 실소를 흘리며 그 자리를
떠나는 미친 실장석.
이것이 최근 주위의 학대파 사이에서 이 공원의 명물 취급되기 시작한
자실장 살해 실장의 정체다.
원래라면 바로 도태 되었을 미친 실장석.
하지만 봄에 낳은 자를 키우고 이것저것 가르킬 시기인 한여름에
자실장만 보면 미쳐 날뛰는 치비코는 기피의 대상이 되었다.
그렇다고 자실장들을 골판지 안에 두기엔 일손도 모자라고
가르칠것도 많다.
자실장을 떼놓을수 없는 몸으로 미친 실장석을 죽이기엔 쓸데없이
위험부담을 지게되어 결국 들실장들은 미친 실장석을
내벼려두고 피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치비코는 '와타시의 자' 를 찾아 날뛰어 친실장을
죽이고 자실장을 안고 광희난무하다 갑자기 돌변해 자실장을
죽이는 일을 반복하며 학대파와 관찰파의 진귀한 관찰거리가 되었다.
응원의 의미인지 진성 학대파가 주는 콘페이도 (도돈파나 코로리가 아니라 진짜의)
나 친실장의 고기로 연명하던 치비코는 찌는 듯한 한 여름에
제정신을 차리게 된다.
치비코는, 다시 임신을 한 것이다.
-자를 가지는 행복 3-
미쳐있는 동안 치비코의 행동패턴은 두 가지였다.
다른 친실장의 자실장을 보고 소유욕과 질투심으로
미쳐 날뛰거나, 아니면 꽃을 찾아 헤메던가.
그날그날의 일정은 둘 중 어느 쪽이 먼저 눈에 들어오나로
결정되곤 했다.
남의 자를 안고 기뻐 날뛰거나,
꽃을 찾아 기뻐하며 헐떡이는 나날.
결국 다시 임신에 성공한 후,
배가 어느정도 부풀고 나서야 꿈틀대는 자들의 움직임에
임신을 깨닫는 순간 악몽에서 깨어나듯 제정신을 찾은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최악의 상황이었다.
더더욱 '와타시의 자' 에 대한 욕구에 미친 치비코.
출산을 포기할 리가 없다.
양변기가 설치된 공중화장실.
들실장이 임신을 미루는 시기인 한 여름철.
마치 신의 악의 처럼 때마침 30년만의 폭염.
조금 영리한 들실장은 임신을 자제하거나 애초에 봄에
낳은 자들을 가르치는 시기라 임신을 시도하지 않을 상황이다.
그런 시기에 무책임하게 자를 만든 치비코의 결말은
이미 정해져있는것이다.
데에에에.....
한여름 정오의 찜통 같은 폭염.
사람조차 더위를 먹을정도의 30년만의 날씨.
하지만 들실장의 삶에 시에스터 같은 여유가 있을리도 없고,
특히 친실장들은 자들의 울음소리에 떠밀려 작은 생수병을
들고 작열지옥에 발을 디딘다.
그리곤 얼마 가지도 못하고 수분을 뺏겨 원치 않아도
보송보송해진다.
항상 개기름과 땟국물에 절은 머리칼과 실장옷이 뜨거운
햇살에 말라 좋은 감촉이 되는것도 잠시뿐.
잘 마른 몸에선 이제 수분이 말라가기 시작한다.
필사적으로 집으로 돌아가던 한 들실장이 결국 탈수로
쓰러진다.
쓰러지기 전에 아슬아슬하게 손을 짚지만 추레한 신발이나마
신겨진 발과는 달리 맨손은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에
닿자마자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눌어붙는다.
데에엑!
들실장이 손을 떼자 손 끝 살과 엄지손가락이 익어
떨어져나갔다.
그리곤 고통에 몸부림치며 바닥을 뒹굴어 골고루 익혀지는 들실장.
그건 식용실장 요리에서 실장두부전골과 양대산맥의
인기를 자랑하는 생실장모듬볶음의 모습과 똑같았다.
끓는 물을 피하려 두부 속으로 파고드는 전골과 달리 볶음은
깊은 중화냄비에 각종 재료와 산 실장석을 넣는다.
세세한건 지역마다 다르다.
어느정도 가열한 냄비에 재료와 식용 실장석을 동시에 넣어
발버둥치는 실장석의 움직임에 재료가 볶아지는걸
즐기는 지역도 있고,
불을 키지 않은 냄비에 재료와 며칠 굶긴 식용실장을 넣어
실장석들이 재료를 꾸역꾸역 먹는 동안 불을 서서히 올리는
지역도 있다.
이미 위는 식용 젤라틴으로 코팅되어 소화시켜 대변을
만들지도 못하고 알아서 재료를 스스로 채우고 열기에 굴러다녀
잘익은 식용실장을 가르면 위속에 야채와 고기가 채워진
실장순대볶음의 완성이다.
이 들실장의 경우는 위에 대변밖에 없지만 불을 쓸수 없는
들실장들에겐 나름 계절별미인 바삭바삭고기로 취급된다.
이미 그늘 여기저기서 적록의 눈동자가 굴러다니며 익어가는
들실장을 응시하고 있다.
해가 지면 그 바삭바삭 맛있는 고기를 두고 경쟁이 벌어질것이다.
데스...
그 고기를 탐내는 적록의 눈동자들중 녹색의 두개는 치비코의 것이었다.
치비코는 임신을 깨닫고 제정신이 돌아온후 언제 미쳤었냐는듯
이젠 들실장으로서 나름대로 살아가고 있었다.
자실장시기에 잘먹고 성장한 치비코는 몸이 크고나선 몸싸움엔
밀리지 않고 게다가 미쳐있을때의 흉폭함으로 들실장들 사이에서
두려움을 사고 있었다.
원사육실장치곤 기적적으로 적응한 셈이지만 역시 들실장으로서의
지식은 모자란다.
데스우?
데스데스!
그러나 치비코에겐 좋은 '친구'가 생겨 있었다.
치비코의 골판지 바로 옆에 골판지가 있는 원사육실장이었다.
원사육실장, 이라고는 해도 본래는 두해를 넘겨 살아난 영리하고
경험많은 들실장으로
그 영리함을 알아본 브리더에게 길러진것이다.
그러나, 미도리니쥬란 이름도 받고 의식주가 풍족한 삶을
보장 받았지만
친실장을 닮고 잘 가르쳐진 영리한 자실장들은 모두 팔려나갔다.
몇십번을 반복하다가 절망한 미도리니쥬는 일부러 자들의
교육을 엉망으로 해 팔리지 않을것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불합격 도장이 찍혀 음식물 쓰레기 건조기에
산채로 던져지는 자들을 보며 절규할뿐.
그 정신적인 쇼크 때문인지 몸엔 문제가 없어도 임신이
되지 않는 미도리니쥬를 브리더는 갈아서 사료를 만드는 대신
그동안의 수고의 대가라며 공원에 다시 풀어주었다.
아무리 경험 많던 원들실장이어도 원사육실장이기도 하므로
들실장들에게 공격당할걸 두려워한 미도리니쥬는
의외로 평온한 생활을 했다.
브리더가 골판지를 놓아준 곳이 치비코의 골판지 바로
가까이 였던것이다.
미친 자실장 살해 실장의 덕분에 들실장들은 근처에 얼씬도 안했고
치비코는 성체실장에겐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미도리니쥬가 완전히 자리를 잡고 얼마뒤에
치비코가 제정신을 차리자 둘은 친구가 되었다.
도시의 들실장들에겐 관찰된바가 없지만,
산실장에겐 드물게 친구와 비슷한 행동이 보이기도한다.
같이 다니거나 이야기를 하고 극히 드물게 육아나
식량을 나누는 개체도 보인다.
산실장의 집단 서식과는 달리 개체수가 적은 지역의 개별
개체 사이에서 나타나는 이 행동은
실장석의 본성에 대해 애호파들이 재탕삼탕 해가며 실장석이
귀엽고 선한 존재라는 증거로 우려먹지만
당연히 현실은 시궁창.
그럼에도 치비코와 미도리니쥬가 친구가 된건 공통점이 있기
때문일까.
둘다 약간 다르지만 사육실장 생활을 해봤고 자를 잃었다.
그래서 임신하고 제정신을 차린 치비코는 어느새 생긴 옆집의
이웃과 교류를 해 이것저것 배워가기 시작했다.
자신의 자를 모두 잃게한 콘페이도 비슷한것.
인간의 화장실에서 자를 낳지 못하니 수도나 개울을 찾는것.
분수엔 물이있지만 다른 동족이 물을 구하러 오므로
무방비해지는 출산을 하면 안되는것.
하나하나 배워가는 치비코의 옆에서 미도리니쥬에게도
변화가 생기고 있었다.
뎃데로게~
데스우.
뎃? 데스데스!
미도리니쥬가 내민 나무열매를 받아 맛있게 먹는 치비코.
배가 부풀기 시작한 치비코를 위해 요즘은 미도리 니쥬가
먹이를 구해다 주기도 한다는,
들실장에 대한 일반적인 이미지론 상상되지 않는 생활을 하고있었다.
뎃데로게 노래를 부르는 치비코의 배를 조용히 응시하는 미도리니쥬.
그리고 그날 밤.
어둠에 잠긴 두 골판지 중 하나에서 작은 그림자가 조용히
나온다.
그리곤 근처 수풀에서 계속 뭔가를 찾아 헤매다
결국 찾아내 작은 환성을 울린다.
한여름의 작은 풀꽃.
그 풀꽃을 조심스럽게 꺾어든 그림자가 골판지 안으로
사라진 잠시후,
데덱 거리는 추잡한 울음소리가 조용한 밤에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다음날.
데스데스? 뎃?!
해가 떠도 나오지 않는 미도리니쥬의 골판지에 음식쓰레기를
들고 들어간 치비코가 미도리니쥬를 깨운다.
그러다가 눈을 뜬 미도리니쥬를 보고 놀람의 소리를 지르는 치비코.
데스우?
데스데스!
미도리니쥬의 양눈은 치비코처럼 녹색이었다.
호들갑을 떠는 치비코를 보고 사실을 안 미도리니쥬.
데스? 데스우! 오로로롱~
데스우! 데스!
그리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미도리 니쥬를 치비코가 달래며
축하하는 훈훈한 광경이 펼처지며 둘의 앞에 행복이 다가온다.
하지만.
데에에에엑! 데스우우!
그로부터 일주일후,
치비코는 붉어져가는 양눈과 부푼 배를 부여잡고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출산이 임박한걸 느끼지만 화장실은 쓸수가 없고
미도리니쥬가 말한대로 개울을 찾아봐도 공원 안의
인조 개울은 폭염과 절수로 바싹 마른지 오래다.
데스우...
그런 치비코를 미도리니쥬도 부푼 배를 안고 걱정스러운듯
지켜보고 있었다.
한참을 우왕좌왕 거리던 치비코가 결국 또다시 자를 잃는
절망을 예감한 순간.
솨아아아아
뎃?!
공원 바깥에서 들린 소리에 치비코가 확 고개를 돌렸다.
물의 소리.
자를 낳기 위해 필요한 물.
그 물의 소리와 냄새가 난다.
뎃스데데!
치비코가 환성을 울리며 가리킨 방향을 본 미도리니쥬의
얼굴이 창백해진다.
데스우데이스!
그리곤 고개를 거칠게 흔들며 뭔가 말하지만 치비코는
이미 그쪽으로 뛰어가고 있었다.
뎃?! 데스우! 데스우우!
뒤에서 들리는 미도리니쥬의 외침도 무시하고 뛰어가는 치비코.
공원 외각에 있는 골판지에서 (실장석 기준으로) 순식간에
멀어져 도로로 뛰쳐 나왔다.
데, 데스우웅♥
그 순간 시원한 느낌과 함께 물의 냄새가 가득 밀려온다.
솨아아아아
그 앞을 천천히 지나는 살수차.
연이은 폭염에 시청이 청소용 살수차를 동원해 길에
물을 뿌리고 있는 것이다.
순식간에 검게 젖은 아스팔트 도로에서 물이 증발하며
시원해지자 얼마 안되는 통행인들의 표정도 밝아진다.
데스~뎃데로게~
엄청난 행운을 잡았다고 느낀 치비코가 행복하게
노래를 부르며 도로로 내려선다.
원래라면 손 대자마자 화상을 입었을 보도블록도 지금은
젖어서 시원하다.
손쉽게 도로에 내려서자 더욱 물냄새와 시원함이 몰려와
치비코의 가슴이 행복으로 부푼다.
뎃데로게~♥ 데이스!
도로는 실장석들에게 죽음의 지역이지만 그걸 아는 치비코는
팬티를 벗곤 보도블록에 기대 도로가에 앉았다.
행운이 계속되는지 날씨 탓인지 지나가는 차도 전혀 없다.
맨 엉덩이에 느껴지는 차가운 물은 평상시라면 불쾌할
감각이지만 지금은 그게 행복하다.
데이스우! 뎃데로게에~
그리곤 힘을 주기 시작하는 치비코.
데이스! 데에에에!
참방
텟테레이~
마침내, 점막에 쌓인 구더기실장이 치비코의 총배설구를 비집고
얕은 물웅덩이에 미끄러져 나와 탄생의 노래를 부른다.
치비코가 촉촉히 젖은 점막을 핥아주자 첫째의
실장옷에 하얀 턱받이가 생기기
시작하고 두건이 나눠져 자실장의 모습이 되었다.
테치!
데스웅. 데이스!
드디어 제대로 자를 낳은 기쁨을 느끼며 다시 힘을 주는 치비코.
텟테레이~
젖은 바닥에 나온 둘째도 핥아주자 훌륭히 자실장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다.
그 넘치는 기쁨에.
치비코는.
첫째와 둘째의 출산에서 느껴진 차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참방 다음의 툭.
얕은 물웅덩이에서 그저 젖은 바닥이 된 것을.
데뎃?
왠지 빠르게 마르는 셋째의 점막을 핥아주자 이번엔
엄지실장이 된다.
레치레치♥
자실장보다 한층 더 귀여운 엄지실장의 애교에 콧김을
뿜으며 흥분하는 치비코.
출산과 흥분 때문인지 몸이 뜨거워진다.
치이이익!
텟테레, 에에에에!!
다음 순간 그 뜨거움은,
자의 비명에 찬물을 끼얹은 듯 등골이 서늘해지며
사라졌다가,
곧바로 다시 느껴졌다.
지글지글
레에에...
어느새 바싹 마른 도로 위에 점막 째로 눌어붙고 있는 넷째.
데에에엑?!
대경실색한 치비코가 급히 안아들고 바삭바삭한 점막을
물어뜯듯 벗기자
조금씩 커져 엄지실장의 모습이 됐지만 레치...하고 가늘게
한번 운 후 조용히 죽었다.
데? 데에에?
갑자기 행복에서 나락으로 떨어진 치비코가 설 익은
엄지실장을 안고 당황하며 주위를 둘러봤다.
그리곤 한여름의 폭염에 살포된 물이 얼마 못가고 마른 걸
깨닫기도 전에 뜨거운 공기가 느껴진다.
테치?
레치레치이!
동생이 태어나는 걸 기다리며 사이좋게 놀던 자들도
점점 느껴지는 더위에 괴로워하며 우왕좌왕거리기 시작했다.
데! 데데!
상황을 깨달은 치비코가 당황했다.
아직 뱃속엔 자가 남았지만 물이 다 말랐다.
오히려 스스로 프라이팬 위에서 자를 낳기로 한 꼴이 된
치비코가 잠시 뒤 좋은 생각이 난 듯 뎃스 하고 울었다.
데,뎃! 데스데스!
테치이...
레치...
그리곤 힘껏 진통을 억누르며 자들에게 뭐라고 말하자 자들이 더위에 괴로워하면서도 끄덕인
다.
그리고 20초후.
데샤아악! 데스데악?!
오지 않는 살수차에 대해 치비코가 화를 내고 있었다.
치비코는 물을 뿌리는 큰 차가 다시오면 그때 자를 낳고
이미 낳은 자들에게도 물을 마시게 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점심도 못 먹을 정도로 바쁜 살수차가 한번 지난 곳을 금방
다시 지날 리 없다는 걸 알리도 없이 출산을 억누르고 있던 것이다.
데,데스우!
텟테치이이이이!
마침내 참지 못하고 출산한 다섯째가 바로 뜨거운
아스팔트에 눌어붙는다.
그 모습을 보고 비명을 지르는 치비코와 자실장, 엄지실장들.
하지만 이미 바닥에 앉은 치비코의 맨 엉덩이에도 뜨거움이
느껴지기 시작했고
태어난 자들도 폭염아래서 수분을 뺏겨 지쳐가기 시작했다.
더 이상 기다리다간 전멸이 뻔하다.
데...
치비코의 붉은 두 눈에서 두 줄기의 붉은 눈물이 흐른다.
그리곤.
데이스!
텟테레차아아아!
치비코가 힘껏 힘을 주자 여섯째가 태어나, 바로 익어버린다.
그 여섯째를 구하려 하지도 않고 다시 힘을 주는 치비코.
텟테,치아아아! 레뺘아아!
잔혹한 선택을 한 치비코에겐 다행으로 이번의 자는
일곱마리가 전부 였다.
뜨거운 아스팔트 바닥에서 몸부림치다가 순식간에 말라붙은
세 구더기 옆에 넷째 엄지의 시체를 내려놓는 치비코.
데스...!
그리곤 태어나자 마자 자매가 끔찍하게 죽는 광경을 보고,
폭염에 노출되어 위석도 몸도 한계에 다다른 세마리의
자들을 돌아보며 필사적으로 눈물을 참았다.
지금은 울기보단 남은 자들을 그늘진 골판지로 데려가야 한다.
급히 출산을 마치고 지친 몸으로 자들을 한마리씩
안아올려 보도블록 위로 올린 치비코는 뒤를 돌아봤다.
이미 뜨거운 도로에서 바삭바삭해진 엄지실장 한마리와
점막째로 눌어붙은 구더기실장 셋.
데이스으...
마지막으로 중얼거린 치비코는 고개를 돌리고 보도블록에
올라가려 손을 짚었다.
치이익!
데아앗!
뜨겁다고 수없이 말했다.
보도블록에 손을 댔다가 데인 치비코는 쓰러지진 않았지만
양손을 부여잡고 고통스러워 하고있었다.
테! 테치테치!
레치이!
고통스러워하는 마마의 모습에 보도블록 위에서 아우성치는
자실장들과 엄지실장.
자신을 걱정하는 그 소리에 치비코가 각오를 했다.
자신이 올라가지 못하면 저 자들도 살아남지 못한다.
치익!
데에에엣!
보도블록의 열기를 참으며 힘껏 몸을 끌어올리는 치비코.
성체실장의 허리정도 높이인 보도블록은 잠깐만 참으면
올라갈수 있다.
데, 뎃스!
몸을 다 올리며 성공을 확신한 치비코.
치익!
데갸아악!
그러나 그때 생각지도 못했던 다리가 몸을 올릴때 보도블록에
닿아 화상을 입었다.
다시 떨어지진 않았지만 그대로 보도블럭 위에 쓰러진다.
데,데아아!
구르면서 계속 여기저기에 화상을 더해 몸부림치는 치비코.
테?! 테챠아아!!
그때 발에 뭔가 닿은 후 들린 자실장의 비명소리에
치비코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간신히 일어났다.
데? 데? 데스우?
아픈 몸을 참으며 여기저기 둘러봐도 자가 둘밖에 없다.
테치! 테치이!
그때 둘째가 울면서 치비코의 옷을 잡아끌었다.
엄지실장이 아래를 보며 울고 있는 보도블록에
이끌려간 치비코가 내려다보자.
테테테테테...
입에서 거품을 뿜으며 경련하는채 도로에 누워
지글지글 익어가는 첫째 자실장이 보였다.
데,데스우!!
다행히 굴러다니지 않기에 화상은 아직 손발에 한정될 것이다.
그렇기에 어서 일어나라는듯 소리치는 치비코지만 밀려
떨어지며 척추가 나간 자실장은
구르지 않는게 아니라 꼼짝도 못하는거라 그저
익어가고 있을뿐이었다.
데스! 데스우!
화상을 입은 손발으론 다시 올라오지 못할게 뻔하므로
도우려 내려가지도 못하는 치비코.
테테테테테...
그 눈 아래서 첫째는 척추가 부러져 경련하고 있을뿐.
이미 옷이 완성된 첫째는 그로 인해 직접 바닥에 닿는
부분이 적어 오히려 고통을 길게 끌고있다.
테테...테...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마침내 첫째의 움직임이 멈췄다.
맛있는 구운 고기의 냄새를 맡으며 망연자실한 치비코.
아래 도로엔 다섯이나 되는 자가 익어있다.
데...데슷!
이를 악물어 울음을 참곤 울고있는 자실장과 엄지실장의
손을 잡고 돌아가는 치비코.
한시라도 빨리 골판지로 돌아가아한다.
자들을 햇볕에서 피하게 해야 하기도 하지만 출산후의
약해진 실장석은 동족의 먹이감이 되기 쉽다.
그리고, 공원에 돌아오자마자 기다렸다는듯
튀어나오는 독라실장.
데프프프프!
원래 유명한 브리더에게 번식해 길러진 원 사육실장이지만,
호사스런 생활에 뒤룩뒤룩 살이 쪄 추해지고
분충성마저 억제 못해 주인에게 버림받은 실장석이다.
게다가 치비코 같은 운도 없고 미도리니쥬 같은 경험도 없어
버려지자마자 습격당해 독라가 되어
비만의 알몸인채 공원을 떠돌며 천대받는 독라다.
치비코도 몇번이고 두들겨 패 쫓아낸 적이 있지만
출산으로 약해지고 다친 지금은 독라가 우세하다.
데프프프프!
그걸 아는지 웃음을 흘리며 달려드는 독라 원사육실장을
보며 치비코가 자들을 감싼 순간.
푸샤악!
데에에에에에에엑!!!
독라실장의 늘어진 턱살 아래로 적록색의 긴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그것은,
적록색 피를 흠뻑 뒤집어쓴 녹슨 못이었다.
찢어지는 비명소리로 절규하다가 뒤로 천천히
쓰러지는 독라실장.
못에 꿰인채 체중으로 슬슬 미끄러져 내리자 뒤에 서있는
미도리니쥬가 보였다.
데이스...
죽은 독라실장을 내려다보며 슬픈 눈으로 뭔가
중얼거리는 미도리니쥬.
하지만 그리곤 곧바로 치비코에게 달려왛다.
데스! 데스데슷!
여기저기 상처입어 너덜너덜해지고 자도 둘밖에 데리고
있지 않은 치비코를 보고.
화를 내듯.
혼을 내듯.
슬퍼 하며 치비코에게 소리치는 미도리니쥬.
그 미도리니쥬를 멍하니 보던 치비코는.
오...
그때서야.
오로로로로로~ 오로로롱~!!!!
긴장이 풀린듯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털썩 쓰러지는 치비코를 보고 놀라 안아드는
미도리니쥬.
상태를 살펴 위석붕괴는 아니란걸 알고 안도의 한숨을 쉬곤
기절한 치비코를 어떻게든 질질 끌고 골판지를 향해간다.
데스우!
테치테치!
레치?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자실장은 뒤돌아보며 외치는
미도리니쥬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엄지실장의 손을 잡고
따라 달려오기 시작했다.
그건 비록 수가 적어도, 치비코가 갈망하던 귀여운 자들의
모습 바로 그것이 였다.
-자를 가지는 행복 4-
2주일 뒤.
레치레치!
데? 데스우우.
엄지실장이 내민 사과껍질을 받고는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미도리니쥬.
렛츙거리며 기뻐하는 엄지를 둘째 자실장을 안은
치비코가 흐뭇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도로 프라이팬쇼 로부터 2주.
치비코가 꼬박 하루를 기절한 동안 미도리니쥬는
치비코를 간호하고 두 자를 돌봤다.
깨어난 후에 미도리니쥬와 얼싸안고 통곡하던 치비코지만
남은 두 자를위해,
그리고 만삭인 미도리니쥬를 위해 이전보다 힘을 내
살아가기 시작했다.
두 자들도 자신들을 돌봐준 미도리니쥬를 친척 아줌마
같이 따라 지금도 치비코가 구해온
음식 쓰레기중 사과 껍질을 받은 엄지가 만삭이라
움직이기 힘든 미도리니쥬에게 달려간 것이다.
마침내 얻은 귀여운 자의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치비코지만 걱정이 들기 시작한다.
곧 미도리니쥬의 출산이지만 어떡해도 충분한 물웅덩이를
찾지 못했다.
바닥에 생수병에 담아온 물을 뿌려봤지만 곧 말라버린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만 그때 왜 미도리니쥬가 자신을
말렸는지 뼈저리게 느낀 치비코는 점점 더 걱정이 된다.
그래도 자신보다 들생활이 익숙한 미도리니쥬가 이런
더운 때 임신을 시도한건 뭔가 자신이 있어서라 생각하며
더욱 힘을 내 미도리니쥬의 것까지 먹이를 구할 뿐이다.
그리고 또 며칠 뒤.
데스우우...
요즘 매일같이 하늘을 올려다보던 미도리니쥬가 작게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데스우우! 데스우!
테치?
골판지 앞에서 엄지와 놀던 자실장에게 소리를 쳤다.
간만에 구름이 껴 시원한 날씨에 기뻐하며 놀던 둘이
의아한 소리를 냈지만
미도리니쥬가 다시 소리치자 순순히 치비코의 골판지로
뛰어 들어왔다.
데스?
자들을 안아든 치비코도 의아해 했지만,
잠시 뒤.
데?
뭔가가 골판지에 떨어지는 소리에 올려다본다.
툭 툭 툭 투두두두둑!
데에에!
소나기.
갑자기 소나기가 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쏟아지기 시작한 비에 놀라며 치비코가 문
너머를 내다보자 테에엥 하고 멀리서 쓸려가는 자실장이
보인다.
데뎃!
그 모습에 두 자를 꽉 끌어안고 두려워하는 치비코.
하지만 다음순간 소나기를 예측하고 치비코의 자들을
집으로 보낸 미도리니쥬에게 새삼 감탄했다.
뎃?!
근데 그 미도리니쥬는 바깥에 나와 있다.
치비코가 소리쳐도 가만히 눈을 감고 비를 맞는
미도리니쥬를 본 치비코도 순간 미도리니쥬가 뭘
하려는지 꺠달았다.
미도리니쥬는 비를 맞으며 천천히 팬티를 벗어 골판지
안에 넣었다.
그리곤 손에든 커터칼 조각을 반대쪽 손에 가져다 댔다.
뎃!
잠깐의 고통 후 살짝 베인 동맥의 붉은 피가 흐르는
손을 눈에 대는 미도리니쥬.
정상적인 출산까진 약간 시간이 이르지만 .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
설령 소나기가 그쳐도 흐린 이날에 순식간에 빗물이
마르진 않는다.
한 여름에 몇 번 없는 출산의 기회다.
장마라면 출산을 할 여유도 없이 휩쓸리지 않으려
필사적이지만 소나기는 견딜수 있다.
텟테레이~
데스우웅~
그리고 첫 번째 자가 순조롭게 태어난다.
점막이 핥아지자 자실장이 되는 미도리니쥬의 첫째.
그때 미도리니쥬와 눈이 마주친 치비코는 자들에게
뭔가 말하곤 밖으로 뛰쳐나갔다.
뎃!
투두두둑
나가자마자 차가운 빗줄기가 치비코의 몸을 사정없이
두들겨 체온을 뺏어간다.
그렇기에.
달려간 치비코는 미도리니쥬의 옆에서 비를 맞으며 떨던
첫째를 안고 미도리니쥬의 골판지 하우스로 달려간다.
테치?!
갑자기 나타난 마마가 아닌 실장석에게 잡히자 당황한
첫째지만 미도리니쥬가 뭔가 말하고
치비코가 머리를 쓰다듬자 얌전해진다.
치비코의 골판지 옆에 나란히 큰 나무 아래에 있어 비에
쓰러질 염려는 없는 미도리니쥬의 골판지에
첫째를 넣은 치비코가 미도리니쥬를 돌아봤다.
데스!
데스우!
그리곤 서로 바라보며 힘차게 운다.
강제출산이 되긴 해도 쏟아지는 비 때문에 동족의 습격
가능성이 적은 여름 소나기 출산의 유일한 위험 요소인
자의 저체온증.
그 위험성을 치비코가 막아 줄 것이라고 미도리니쥬는 생각 했었고.
실제로 치비코는 미도리니쥬의 자들을 위해 빗속으로 나왔다.
그렇게 둘이 빗속에서 출산을 계속해 끝내고 잠시 뒤.
소나기가 그치고 따듯한 햇볕이 내리 쬐기 시작했다.
테치!
레치?
레후레후.
며칠 뒤, 따듯한 공원.
미도리니쥬는 여덟 마리의 자를 낳았다.
강제출산 때문인지 둘만이 자실장이고 엄지실장 둘과 구더기가
넷이지만 여름 출산인데도 모든 자를 무사히 낳은 성공이었다.
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미도리니쥬를 달랑 둘의 자를 데리고
보고 있는 치비코.
하지만 질투가 일어나진 않는다.
테치? 테치치!
레치이!
먹이를 구하려는 듯 미도리니쥬가 일어나 걸어가자 당황해
달라붙는 자들.
데스데스!
레치?
하지만 치비코가 소리치자 돌아보더니 일제히 치비코에게 달려온다.
테치!
레후? 레후후!
레치?
구더기들이 뒤쳐지자 사이좋게 구더기를 안고 열심히 달려
오는 엄지들.
그리곤 치비코의 주위에서 모두 함께 놀기 시작한다.
치비코의 자는 열 마리.
미도리니쥬의 자도 열 마리.
열 마리의 자들에겐 마마가 둘.
길었다.
길고 긴 고통의 시간.
자를 원해 주인의 곁을 떠나고.
수없이 불합리하게 자를 잃고.
마침내 찾아온 행복.
한참 뒤 불룩한 비닐봉투를 들고 돌아오는 미도리니쥬에게,
열 마리의 자들에게 둘러싸여 함께 손을 흔드는 치비코.
치비코는 지금 진정한 '자를 가지는 행복' 을 느끼고 있었다.
- 자를 가지는 행복 1부 끝 -
"....이라는 해피 엔딩 분위기 내고 있구만 , 너희들."
데뎃?!
뒤에서 갑자기 들린 목소리에 경악하며 돌아본 치비코의 눈에,
린갈을 든 채 해를 등지고 선 남자의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데....데.....
그리고,
그 남자를 본 미도리니쥬의 얼굴이 새파래진다.
봉투를 툭 떨어트린 미도리니쥬의 눈이 크게 벌어지고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데...데....데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등 뒤에서 울리는,
처음으로 듣는 미도리니쥬의 절망에 찬 절규를 들으며,
치비코가 올려다 본 남자의 얼굴은 역광이라
그저 검게 보인다.
하지만,
남자의 입가가 씨익 올라가는 건 확실히 보였다.
"오랜만이야. 아직 날 기억하는 것 같네. 20(니쥬)번 미도리."
~XX시 중앙 공원 관찰 스레~
[날짜. 아이디 제외. 내용만 보기]
끝났다네. 누구 정확한 정보 있냐?
그 미친 자실장 살해실장? 쓰다 보니 존내기네 이름.
지금은 살해실장은 아니지.
근데 스레주가 정보를 물음 어떡해 정보 좀 줘봐.
나 그 미친 실장 처음 공원에서 임신했을 때 봤음.
사육인줄 알았는데.
원 사육인듯.
나 정보있음. 그 브리더가 옆집 살거든.
ㅇㅇ 그 브리더 독하지.
임신 거부하는 폐출산석 우려먹기.
훌륭한 올렸다 떨어뜨리기다.
뭐 그 살해실장은 자만들기에 미쳤다니까 그 폐출산석에게
자극은 되겠지.
그것보다 미친 실장석 정신 차릴 거 예측한 게 더 대단.
<100%당첨! 인터넷 빠칭코 사이트! 형 나도 여기서 땄어!>
아오 광고하지 마 인간 분충아.
인간분충 www
어쨌든. 그 브리더 대단해. 폐출산석에게 희망을 주려고
자에 미친실장 옆에 풀어주다니.
나 관찰 스레 보다가 그거 학대해 보려고 갔었는데
못 찾아서 관둠.
관찰파 스레여. 학대파 즐.
젠장 orx
x는 뭐여 다리꼬고 절망?
오타다. 학대파는 사라져줄께 orz
나 그때 상황 봤다.
오 말해봐.
풀려나서 이젠 자를 뺏기지 않고 기를 수 있다 생각한
그 실장석이 절망하던 게 짜릿해
영상 찍었냐.
800엔.
젠장 돈 받냐. 금액이 적당한 게 더 짜증.
계좌번호 불러.
농담이다. 지금 올릴게.
근데 일주일이나 뒀다가 뺏어간다니 올리긴가?
아니. 기본 교육은 시키고 뺏는 거지.
그 미쳤던 실장도 불쌍해. 덩달아 자식 뺏겼지?
들실장 새끼를 어디다 쓰게. 먹나?
위에 봐라 원사육실장 이라잖아. 게다가 그 폐출산석이
같이 길렀으니 나름 영리하겠지.
영상 올렸다.
ㅇㅇ 봤다. 구더기는 버리네.
나도 봤다. 필요 없으니 돌려준다고. 근데 그대로
바닥에 떨어트리는 게 돌려주는 건가.
둘 다 받으려고 노력은 하네. 물론 다 박살 즉사.
잘 봐 하나 즉사 아냐.
2초 사네 2초.
...너네 관찰파라며?
↑↑↑ 너 아직 있었냐 학대파.
마지막에 둘이 안고 우는게 감동.
↑ 이건 애호판가.
근데 린갈까지 썼는데 이해 못하나.
뭘 이해 못해.
얘기해주잖아 미친 실장석 덕분에 다시 자 낳고
뺏기는 거라고.
뭐 폐출산석 때문에 미친 실장도 자 뺏기지만.
그럼 서로 죽이지 않나.
영상 보니 이해하고도 서로 위로하는 듯.
역시 감동이네.
이놈 진짜 애호판가. 뭐 분충은 아니니 잡아다 기르던가.
그거무리. 영상 봐봐 한 놈 결국 파킹하잖아.
젠장 버퍼링 중에 네타하지마.
파★킹.
폐출산석 파킹.
미친 듯한 타이밍으로 뺏기니 파킹할만하네. 행복 절정
떨구기.
파킹인지 브리더가 위석 빼기 한 거 부순 건지.
근데 출산한지 일주일은 어떻게 알았냐. 지키고 섰나.
풀어줄 때 애초에 카메라설치 했대.
오나전 철저해. 처음부터 그럴 작정 만땅.
계획대로다! (썩소)
오나전 언제 말이야 www
www가 더 오래됐든? wwwwwwwww
사진 올린다 봐라.
뭐야 이거.
방금 찍어온 파★킹 폐 출산석 플러스 구더기들 무덤.
헐 무덤?
헐헐 들실장 무덤.
안 먹고 묻어줬나.
개념인가. 좀 불쌍하네.
완전 엔딩분위기. 결말 깔끔하네.
오나전 쓰자.
엔딩인가. 엔딩 봤으니 자야지.
나도 잘까.
자기 전에 아까 탁아당한 놈 독라 만들어 냉동실에
넣은 거 살았나 봐야지.
아직도 있었냐 학대파. 그래, 그냥 있어라.
내가 뭐.
엥?
↑ 난 관찰파다. 단지 탁아가 용서안될뿐.
근데 어쨌든 학대파도 남아있던건 맞네.
들켰군. 자러 도망가야지
자자. 새벽이여.
나중에 미친 실장 정보 들어옴 올려라.
....다 자냐 답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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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 시바. 안 되겠어 이 녀석 빨리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스레의 끝입니다 : 이어쓰기]
데에에에....
인터넷에서 실시간으로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걸
알리 없는 치비코.
그저 인간이 자들을 데리고 떠난 후 필사적으로 만든
무덤에 미도리니쥬,
아니 20번 미도리와 구더기들을 묻어주곤 그 앞에
망연자실하게 앉아 있을 뿐이다.
끝없는 불행에 이제 울부짖을 마음도 들지 않는다.
데에...데....
그렇게 세 번의 출산 모두 자를 잃은 치비코.
위석이 파킹하지 않은 건 아이러니하게도 너무 깊은
절망에 자를 기르는 걸 포기했기 때문이었다.
자신을 보고 자에 대한 욕구를 되찾았던 미도리니쥬는
다시 절망해 결국 파킹해 버렸다.
절망을 대가로 살아난 치비코.
치비코는 그날, 더 이상의 출산을 포기했다.
시간이 지났다.
여름도 훌쩍 지나 서늘한 가을이 된 공원.
흔히 추자라고 부르는, 가을에 태어난 구더기실장의
먹히고 남은 조각이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걸 보면
한때 전멸에 가깝게 줄어든 이 공원의 들실장도 결국
꾸역꾸역 늘어난 듯 하단 생각을 하며 한 남자가 걷고 있었다.
데스우우우우!!
"응?"
그때 들린 실장석의 소리에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울음 소리라기 보단 함성 같은 고함소리다.
고개를 들자 공원 내 몇 개 안 되는 쓰레기통에 우글우글
몰려드는 들실장들과 황급히 자리를 뜨는 주부 한명이 보인다.
"거참 매너 없는 짓을..."
사정을 이해한 남자가 혀를 찬다.
아마 근처 주택가에 사는 듯 한 주부는 음식쓰레기
종량제 봉투 값을 아까워해 일반 비닐에 담은 음식쓰레기를
공원 쓰레기통에 버린 것이다.
주부들이 흔히 하는 행동이지만 이것이 들실장을 연명케
하기도 하는 것이다.
들실장이 어찌 되든 상관은 없지만 기본적으로 매너 위반인
행동에 눈살을 찌푸린 남자의 옆으로도
들실장들이 필사적으로 달려간다.
이미 가득 찬 쓰레기통에 공간이 없자 주부는 그냥 쓰레기통
옆에 음식쓰레기가 든 봉투를 던지고 갔고
그건 들실장들에게 천재일우의 기회였다.
수풀의 그림자나 벤치아래 등에서 수십 마리의 들실장이
순식간에 기어 나와 데갹데갹 거리며
서로 밀치며 몸싸움을 벌인다.
그러나 뭉툭한 손에 작은 엄지손가락뿐인 실장석의 손으론
나름 두꺼운 비닐을 찢지 못하고 헤맬 뿐이라
심한 몸싸움은 벌어지지 않고 각자 비닐을 뜯으려 필사적일 뿐이었다.
그때 또 한마리의 들실장이 봉투로 달려들었다.
그리곤 남자의 무심한 예상과 다르게 그 들실장이 손을 움직이자마자
봉투가 쫙 갈라지며 썩은 음식쓰레기가 넘쳐 나왔다.
데스!
데수웅!
아무것도 못하던 다른 들실장들이 자기가 큰일을 해낸
것처럼 기뻐하는 것도 잠시뿐.
...데샤아악!
데아아악!!
한 들실장이 외치는 순간 그곳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앞쪽에 있던 들실장들은 허겁지겁 썩은 음식을 품안 가득히
끌어안거나 입에 우겨넣기 시작했고
뒤쪽에선 자리를 차지하려 싸움이 벌어졌다.
좀 영리한 개체는 끌어안을 만큼 끌어안고 빠져나가려 했지만
그 순간 뒤쪽의 들실장들의 손이 사방에서 뻗어와
음식쓰레기를 강탈당한다.
물론 대부분의 들실장은 더 들 수 없을 만큼 들고도
어떻게든 더 가지려 필사적으로 노력하지만
그나마도 그 짧은 팔로 끌어안을 수 있는 양은 인간에게
한줌 정도의 양일뿐이다.
데프프프프...
운 좋게도, 랄까 매일 그렇듯이 먹이를 찾으러 나온 참이라
작은 봉투를 가지고 있던 한 들실장은
멍청한 동족들을 한껏 비웃으며 봉투에 음식쓰레기를
닥치는 대로 쓸어 담기 시작했다.
".....응?"
다음 순간 쓰레기봉투를 뺏으려는 동족들에게 봉투 주인
들실장의 팔다리가 뜯겨 날아가든 말든
남자는 미간에 주름을 지으며 아까 음식쓰레기 봉투를 찢은
들실장을 주시하고 있었다.
전쟁터의 제일 앞에서 그 들실장은 가져갈 생각이 없는 듯 계속
쓰레기를 씹어 삼키고 있었다.
데샤악!
....데스악!
한 들실장이 그 들실장을 잡고 끌어내려 한 순간 그 들실장은 입에서
썩은 감자 껍질 파편을 튀기며 손을 휘둘렀다.
데아악!
그러자 들실장의 이마가 예리하게 베이며 피가 솟구쳤다.
데...데...데스우우?!
텟테레이~
데스!
흘러내린 피에 양 눈이 붉게 물들어 당황하는 들실장.
순식간에 부푼 배 아래로 구더기가 쏟아져 내리는 동시에
주위의 들실장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구더기실장을 주워든다.
레후?
가까워지는 입을 보며 점막이 핥아진 후의 푸니푸니를 예상하곤 콧김을 뿜으며 흥분하는 구더
기실장.
레.....레뺙!
얼굴의 점막이 벗겨진 후 곧바로 푸니푸니를 요구하려 입을 연
구더기의 얼굴이 들실장의 입안으로 사라진다.
잠시 뒤 눈코입이 사라져 붉은 고깃덩이 뿐인 얼굴로 피거품을
뿜으며 꿈틀대던 구더기실장이 마저 입속으로 들어간다.
입 바깥으로 삐져나온 꼬리가 한번 꿈틀댄걸 마지막으로 구더기를
완전히 삼킨 들실장이 강제출산으로 탈진해
널브러진 들실장을 다음 목표로 삼고 달려든다.
그때까지도 그저 주시하던 남자가 봉투를 찢은 들실장이 손에 뭔가
들었다는 걸 발견했다.
그 실장석은 작은 커터칼 조각을 손에 쥐고 있었던 것이다.
들실장석이 칼의 사용법을 알리가 없으니 저건 원 사육실장이란 소리다.
거기까지 생각한 남자가 갑자기 들실장 무리로 다가간다.
데...데스데스!
테츄웅~
갑자기 다가온 남자를 보고 당황하던 반 정도의 들실장들이
일제히 아첨을 떤다.
썩은 음식쓰레기나 동족의 적록색 피로 범벅된 채로의 아양은
극성 애호파에게도 통할 확률이
0에 수렴하겠지만 들실장은 그걸 알 수 없고 남자는
애초에 관심이 없다.
쓰레기통 앞에 간 남자가 스마트폰의 린갈을 켰다.
"너... 치비코냐?"
남자의 말을 듣고 상황을 이해한 주위의 실장석들이
폭발적으로 데스데스 외친다.
"....그,그런데스! 와타시가 치미코데스! "
"가짜는 죽는데스! 와타시야 말로 치비호데스!"
그런 내용이 끝없이 번역되는 린갈을 보며 애초에 이름이라도
제대로 말해, 라고 생각하는 남자 앞에 한 실장석이 당당하게
나선다.
"이 똥노예! 왜 이렇게 늦게 온데스! 하지만 관대한 와타시는
지금이라도 왔으니 용서해주는 데스. 빨리 와타시의 집으로 모셔가는데스!"
원 사육실장인지 아니면 행복회로의 폭주인지 헛소리를 하기
시작한 녀석이나 아직도 지미고 치베오 치이모 등
유사 짝퉁 작명에 의외의 재능을 보이는 실장석들 속에서,
커터칼 조각이 바닥에 떨어진다.
치비코.
그 그리운 소리를 듣는 순간,
자식을 계속 잃고 미쳤다가,
친구를 잃어 버리고,
동족을 죽여 먹고,
썩은 음식 쓰레기를 입에 우겨넣으며,
악착같이 살아가던 들실장의 마음 깊은 곳에서 따듯한 기억이 솟구친다.
그리곤, 천천히 고개를 돌리는 커터칼을 들고 있던 들, 아니 원사육실장.
그 두건엔 낡아 색이 바랜 리본이 대롱대롱 달려 있었다.
"...데에...작은 주인님데스?"
치비코(작은아이)란 이름을 잃은것 때문인지,
이미 뒤룩뒤룩 뱃살이 늘어진 몸을,
죽인 들실장의 크기가 안 맞는 옷으로 억지로 감싸고,
남자를 천천히 올려다 보는 그 실장석은,
분명히 치비코였다. 
- 자를 가지는 행복 1부 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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