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실장 라이프 1~2





 [데엑... 데엑... 닌겐사마... 맡은 일을 모두 끝낸데스우...]

 [그래, 수고했구나.]

 [뎃스!]

 남자의 칭찬에 기쁜듯이 얼굴을 빛내는 실장석.








 20XX년. 실장석 관리 및 규제 법안이 통과되면서 들실장의 수는 확연히 줄어들었다. 

 가게에서 판매되는 모든 실장석은 일괄적으로 시리얼 넘버가 부여되었으며, 기존의 실장석도 모두 의무적으로 지정 보건소에 신고하도록 했다. 주어진 기간이 지나도록 대장에 등록되지 않은 실장석은 곧 들실장으로 취급되었으며, 이는 구제의 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한 번 실장석을 구입한 사람은 반드시 그 '처분'까지도 책임을 져야만 했다. 이전처럼 문제가 생겼다고해서 공원에 그냥 내다버리는 일은 더이상 통하지 않게 되었다. 버려진 들실장이 발견되면 '미등록 실장석'은 즉시 처분되지만, '등록 실장석'은 분실인지 유기인지 판별한다. 만약 의도적으로 유기한 것으로 판명나면 해당 기관의 추적을 거쳐 원소유주는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되었다.

 법안이 실행된지 겨우 반 년만에 전국의 들실장 수가 작년대비 절반으로 급감했다.
 일 년이 지나자 발에 채일 정도로 많았던 들실장이란 것은 왠만해서는 찾아볼 수 없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특히, 도심지는 구제작업을 더욱 철저히 하였기에 그런 경향은 더했다. 
 겨우 목숨을 구한 들실장들은 도시라는 곳에서 더이상 살 수 없음을 직감하고 다른 곳으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살고 있던 공원이나 놀이터를 떠나 근처의 산이나 강, 농가로 떠났다. 그곳이라고해서 그들을 반겨주는 것은 결코 아니었지만, 적어도 하루에도 서너번씩 구제작업이 이어지는 도시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모든 들실장들이 도시를 떠난 것은 아니었다.
 이주를 할 정도로 똑똑하지 않거나, 아니면 군식구가 많아서, 체력이 없어서 등등.. 애초에 이주를 할 수 없는 실장석들은 여전히 도시에서 살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은 원래 살던 곳을 떠나 하수도나 주택가의 시궁창, 오래된 폐건물 등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으로 갔다. 원래 공원에서 살 때보다 더더욱 비참한 지경이 되었지만, 그래도 당장 죽지는 않게 된 것이다.

 어떻게든 한숨은 돌렸지만, 살아가기 위해서는 예전보다 더더욱 많은 노력을 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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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거환경은 더욱 가혹해졌다.
 공원에서 사는 것도 그렇게 편한 것은 아니었지만, 하수도에서의 삶은 그것과는 비교할 수도 없으리만치 힘들었다.

 더러운 생활하수가 24시간 흐르는 하수도는 모든 것이 푹 젖어있어서 제대로 누울 곳도 찾을 수 없었다. 
 어디를 가나 냄새나고 지저분한 물이 흐르고 있었고, 운좋게 물이 흐르지 않는 곳을 찾아도 질척거리는 오물더미가 바닥에 켜켜히 쌓여있었다.
 골판지하우스 같은 것은 꿈도 꿀 수 없었고 비닐봉투를 몇 개씩 겹쳐서 간신히 물이 스며들지 않게 한 다음, 그 위에서 그냥 자는 것이 고작이었다. 골판지가 있어봤자 축축한 하수도에서는 단 한 시간도 버티지 못하고 흐물흐물 종이죽이 되어 흘러내리고 마는 것이다. 

 하수도로 기어들어간 들실장들은 며칠 지나지 않아 하나둘씩 독라가 되어갔다.
 오염되고 더러운 물에 항상 젖어지내는 시간이 계속되자 옷과 머리카락이 녹고 빠져버린 것이다.
 하지만 독라가 되었다고 슬퍼할 시간도 없었다. 옷이 녹고나자 다음에는 피부가 짓물러터지고 이상한 물집이 생기기 시작했다. 몸에서 썩은 냄새와 함께 노오란 고름과 시꺼먼 액체가 뚝뚝 떨어졌다. 열이 나고 앓아 누웠다. 힘이 없는 구더기와 엄지실장부터 먼저 죽었다. 특히 구더기는 눈덩이가 물에 녹아 사라지듯 스르르 점액이 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사는 곳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먹을 것이다.
 간혹 하수도의 물을 따라서 인간이 먹다버린 음식물 쓰레기가 떠내려오는 일도 있었지만, 옷과 살갗을 녹이는 물에 절어있는 그것을 먹었다가 어떤 일이 벌어질 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굶주림에 지쳐 용감하게 입에 털어넣는 실장석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때마다 배를 쥐어뜯고, 피와 똥을 토해내다가 이내 먹은 것을 모두 토해내고 죽어버리고 말았다.

 실장석들은 하수도의 구멍이나 벽의 틈새에서 자라난 이끼나 버섯 따위를 따먹으면서 겨우 살아갔다.
 그러나 이끼나 버섯을 먹는 것도 아주 운이 좋아야 가능한 일이다. 이미 실장석이 손닿는 위치에 돋아난 것들은 예전에 다 사라져버렸다.
 시궁쥐가 돌아다닌다지만 재빠르고 교활한 쥐가 멍청하고 둔한 실장석에게 잡혀줄 리가 없다.
 하긴 쥐를 잡을 능력이 있었따면 이런 곳까지 흘러들어오지도 않았겠지만.

 결국 먹을 것을 얻는 길은 하나밖에 없었다.
 예전부터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인간에게 받는 것이다.







 [테에에에... 배고픈테찌.... 배가 너무 고파테찌...]

 넝마가 된 옷을 걸치고 앞머리가 빠진 자실장 하나가 그렁그렁한 눈을 한 채 중얼거린다.
 대낮인데도 괴괴한 어둠만이 자리잡고 있는 도심의 하수도.
 콘크리트 둔덕이 위치한 그곳에 두 마리의 자실장이 멍하니 벽에 머리를 기대고 앉아 있었다.


 [테........]


 울먹거리는 자실장의 옆에는 신발만 겨우 신고 있는 독라 자실장이 있었다.
 머리카락은 한오라기도 남지 않고 모두 빠졌으며, 옷 역시 흔적도 없다.
 간신히 남아있는 신발도 여기저기 찢어져있어 얼마 버티지 못할 것 같다.


 [.....조금만 참는 테치... 마마가 반드시 먹을 것을 가지고 돌아오는테치....]

 [하지만... 하지만 어제에도 돌아오지 않은테치! 이대로는 굶어죽어버리는테찌이....]

 [...........]

 [마마아아아!!! 마-마아아아아!!! 테에에에에엥!!! 테에에에에에에에엥!!!!]


 결국 우렁찬 울음을 터뜨리고마는 자실장.
 그런 동생을 보며 언니인 독라 자실장은 달래주기도 귀찮다는듯 고개를 돌린다.
 흘릴 눈물이라도 있다니 자신보다는 사정이 낫다고 생각한 것일까.
 아니면 울음으로 얼마 남지 않은 체력을 쓸 수 없다는 것일까.
 고개를 돌린채 언니는 깊은 한숨만을 내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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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든 모진 생명을 이어나가기 위해서 들실장들은 여러 가지 꾀를 내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는 인간에게 일거리를 받아 일을 하는 것이었다.

 이제 더 이상 애호파가 뿌려주는 실장푸드나 콘페이토 따위는 없다.
 그런 짓을 했다가는 당장 들실장구제특별법을 위반했다고 하여 잡혀들어가고 마는 것이다.

 쓰레기장을 뒤져 음식물 쓰레기를 줍는 것도 점점 힘들어지고 있었다.
 음식물 쓰레기통을 키가 높은 대형 모델로 바꾸기 시작하면서 실장석은 더이상 쓰레기를 뒤지지 못하게 되었다.
 생활쓰레기를 버리는 곳도 실장석이 오르지 못하도록 낮은 담을 설치하거나, 쓰레기 위에 무거운 그물을 덮어놔서 생활에 필요한 물건도 줍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다 어느 원 사육실장의 아이디어로 인간에게 일을 해주고, 그 대가로 먹이나 물, 생활에 필요한 여러 가지 물품을 받아오자는 제안이 나왔다.
 인간이 하기 귀찮은 여러 가지 일을 대신해주고, 대가를 받는다.
 대가라고는 해도, 음식물 쓰레기나 쓰레기봉투 등과 같이 인간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것을 달라고 하면 인간도 허락할 것이다... 라는 것이 골자였다.


 과연 그 생각은 제대로 맞아서 많은 들실장들이 밖으로 나가 인간들을 위해 일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사람들의 호기심으로 시작한 것이었지만, 의외로 제법 도움이 되는데다가 대가도 전혀 들지 않는다.
 오히려 식당처럼 따로 음식쓰레기 처리 비용을 내야하는 곳에서는 더더욱 이득이 되는 것이다.
 거기에다 들실장구제특별법에도 저촉되지 않아서 인근 상가나 주민들은 들실장들에게 점점 일을 맡기기 시작했다.


 들실장이 하는 일은 다양했다.
 간단하게는 길거리의 쓰레기를 줍는 것부터 시작해서 도로 양옆으로 나있는 시궁창 청소하기, 정원의 잡초뽑기, 자동차 밑바닥 닦기, 창고 정리하기, 하수도에 기어들어가서 막힌 곳 찾기, 텃밭에 거름주기 등등 셀 수도 없었다.


 기존과는 전혀 다른, 들실장의 새로운 라이프가 시작된 것이다.



 출발은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들실장구제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예전처럼 흔히 실장석을 볼 수 없게 된 사람들이 약간의 먹이를 주고 재롱이나 보자는 생각으로 시작된 것이다. 

 인간을 보면 황급히 도망가거나 그늘에 숨기 바빴던 실장석들이 어느 날 저쪽에서 먼저 모습을 드러낸다.
 실장석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오히려 인간에게 다가온다. 두려움과 불안을 애써 감추며 떨리는 목소리로 '일을 하겠다.'고 말한다. 전혀 이해되지 않는 그 상황에 인간은 몇 번이고 질문을 하지만 의외로 실장석은 완고하게 나온다. 도망가지도, 그렇다고 '요구'하지도 않는다. 몇 번이고 머리를 조아리면서 "제발 일거리를 주시는데스우! 대가는 무엇이라도 좋은데스!"라고만 외칠 뿐이다.

 무슨 일이든 그렇지만 누구를 키운다는 것은 책임이 동반된다.
 강아지와 고양이가 귀엽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나 키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 번 돌보기 시작했으면 최소한 나 아니면 상대, 둘 중 어느 쪽이 먼저 죽을 때까지는 책임지고 길러야하는 의무가 있다. 처음에는 귀여워서, 애교에 반해서 등등의 이유로 키웠다가 그 이면에 감춰진 노고. 먹이값, 병원비, 예방접종비, 산책, 놀이, 배변훈련, 똥치우기, 청소하기, 털 정리하기, .... 등을 늦게 깨달았다고 해서 무효로 돌리겠다는 그런 무책임한 말은 통하지 않는 것이다.

 똑똑한 강아지와 고양이만해도 이럴진데, 천성이 천박하고 품위없으며 게다가 이기적이고 교활하기까지 한 실장석은 더욱 더 큰 각오가 필요하다. 특히나 들실장구제특별법이 시행되고 난 뒤부터는 그 각오의 크기는 더욱 불어나있었다. 이제 정말 왠만한 결심없이는 실장석을 키울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들실장들이 먼저 다가와 일을 시켜달라고 하는 것은 대단히 흥미로운 일이었다.
 공원에 가도 실장석을 보기 어려워진 이 마당에 먼저와서 재롱을 떨겠다는 이를 마다할 사람은 별로 없었다.
 들실장구제특별법이 시행되어 주거환경이 나아진 것은 사실이었지만, 늘 같이 있었던 존재가 사라져버렸다는 것에 조금 아쉬운 감정을 느끼는 이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단순히 애호파나 학대파처럼 실장석과 깊숙히 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그런 것이었다.


 [데ㅡ 닌겐사마, 말씀하신대로 정원의 개똥과 낙엽을 모두 정리한데스ㅡ]

 [그래그래, 방금 확인했단다. 아주 깨끗하게 치웠더구나.]

 [뎃스!]

 [자, 그럼 여기 약속했던 음식물쓰레기란다.]

 [뎃스~~~웅~~~♬ 닌겐사마, 감사한데스! 고마운뎃스!!]

 [알고있겠지만, 가는 길에 찌꺼기를 흘리거나 비닐봉투를 함부로 버리거나 해서는 안된단다?]

 [뎃스! 걱정하지마시는데스! 단단히 단속하는데스! 그럼.... 다음에도 또 부탁드리는데스 닌겐사마...]


 한 손에는 낙엽이 가득 든 비닐봉투를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자신의 머리통만큼 부풀어오른 음식물쓰레기 봉투를 든 성체실장이 행복한 얼굴로 걸어간다. 땀에 흠뻑 젖어있고, 온몸에 낙엽찌꺼기가 붙어있지만 실장석은 조금도 거리낀 기색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벌써 며칠이나 허탕을 치다가 오늘에서야 겨우 마음 착한 인간을 만나 일거리를 얻은 것이다. 해도 뜨지 않은 새벽에 나와서 하루종일 어깨가 빠지도록 일을 한 다음에 어둑어둑한 밤이 되어 돌아가고 있지만 마음만은 더없이 가벼웠다. 벌써 며칠째 썩은 물만 먹고 있는 아이들에게 겨우 음식을 먹여줄 수 있게 된 것이다.

 [데뎃데~ 뎃데~ 뎃데레이~ 흐으흥~]

 서툰 음정에 이상한 박자지만 실장석은 콧노래까지 부르고 있었다.
 얼굴은 미소가 끊이지 않았고, 발걸음은 가볍기 그지없었다.

 [데ㅡ 데ㅡ 낙엽도 얻은 데스우~ 닌겐사마가 잔뜩 가져가도 된다고하셔서 조금 욕심을 내버린데스ㅡ]

 [낙엽을 깔아주면 아이들도 더이상 젖지 않고 따뜻하게 잘 수 있는데ㅡ스ㅡ 이제 축축하고 차가운 바닥과는 안녕데스]

 [공원에 있었을 때는 항상 낙엽을 깔고 잤던데스ㅡ 이제부터는 다시 그렇게 될 수 있는 데ㅡ스ㅡ♪]

 [낙엽을 덮고 자면 몸도 마음도 후끈후끈해지는데스~ 더이상 추워서 울며 떨 필요없는뎃승~]

 [분명 장녀쨩이 좋아해줄것인데스~ 못난 마마를 만나 옷이 모두 녹아버린 장녀쨩.... 조금만 기다리는데~스~]

 [마마가 지금 가고 있는뎃스~~~웅~★]

 폴짝폴짝 가벼운 발걸음으로 달려가는 실장석.
 물기에 젖어있어 꽤 무거운 음식물 쓰레기 봉투와 낙엽을 잔뜩 넣어 양껏 부풀어오른 봉투가 방해될 법도 한데, 전혀 거리낌 없이 나아간다. 짧은 다리를 연신 바삐 놀려가면서도 즐거움의 콧노래를 잊지 않는 그 모습은 마치 추한 발레리나를 연상시킨다.

 [밥도 생각보다 많이 주신 데스! 너무너무 고마운 닌겐사마인데에~~스~~♪]

 [무엇이 들어있는 데~스~♩ 무엇이 들어있을까 데에~스~♬ 장녀쨩이 좋아하는 고기뎃스? 차녀쨩이 좋아하는 사과데스?]

 [어느 것이라도 좋은 데스~ 많이 먹고 무럭무럭 자라는데스~ 마마는 너희들만 배부르면 좋은뎃스우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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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희들 잘 기다린데스?! 마마가 돌아온데스우!]

 실장석은 오늘 받아온 트로피 ~낙엽 뭉치와 음식쓰레기~를 자랑스럽게 내보이며 외친다.
 친실장의 등장에 힘없이 축 늘어져있던 두 자실장에게 조금이나마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테......에? 마...뫄....인 테츄우...?]

 [레치? ......테? 동생쨩 또 헛것이 보이는.... 테, 테?! 마.... 마마아아아아아!!!]

 [마마!! 마마가 온 테치! 마마텟치이이이!! 마마아아아아!! 동생쨩 일어나는테치! 진짜 마마가 온 테치이이이!!!]


 벌거벗은 채로 힘없이 벽에 머리를 기대고 있던 장녀가 먼저 상황을 이해하고 친실장에게 달려가 안긴다.
 동생인 차녀는 하루종일 울고 있던 탓에 아직도 제대로 정신이 돌아오지 않은듯하다.
 머리로는 상황을 이해하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듯 몇 번이고 움찔움찔하며 친실장에게 가려고하지만 번번히 실패한다.
 이제 눈물을 흘릴 수분도 없는듯 눈만 계속 깜빡일 뿐이다.

 [데기ㅡ 집은 잘 보고 있었던 데스우? 늦어서 미안한데스ㅡ 일거리가 좀처럼 없었던데스...]

 [테에에에엥!! 마마아아아!! 마마!! 마마아아아!!! 테에에에에에엥!!]

 [데ㅡ 울보인데스ㅡ 아직 어린 아이인데스ㅡ]

 [울보라도 좋은테치! 울보 맞는테츄!! 마마아아아!! 테에에에에엥!! 테에엥!! 마마가 돌아오지 않아 많이많이 걱정한테츄!]

 그런 자실장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어주는 친실장.
 머리카락이 다 뽑혀나간 머리통의 촉감이 이상하다.

 [동생쨩을 잘 돌보고 있었던데스? 차녀쨩도 이리 오는데스ㅡ]

 [...테... 테에에에... 마마....테츄....]

 [힘이 없는데스? 조금만 참는 데스ㅡ 밥을 가득 가져온 데스ㅡ 배불리 밥먹는데스ㅡ]


 친실장은 솜씨좋게 가져온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연다.
 풀어헤친 봉투에서 시큼한 냄새와 함께 아직 설죽었던 초파리 같은 날벌레가 튀어나온다.
 사람들이라면 구역질이 날 정도의 악취이지만, 실장석인 그녀들에게 있어 그런 것은 아무 것도 아니다.

 기운을 완전히 잃은 차녀를 벽에 기대어 놓은 다음 친실장은 재빨리 봉투를 열어 먹을 것을 살핀다.
 썩 좋지는 않아보이지만, 그래도 보통 정도는 되는 것 같다.
 구석에는 생선뼈도 보인다.

 둥그스름해서 작은 것을 잡기에는 한없이 부족한 실장석의 손끝이지만, 친실장은 비닐봉투 안의 음식 쓰레기를 요령 좋게 골라낸다. 썩을대로 썩어버려 흐물흐물해진 보라색 밥덩어리, 짓뭉개져서 형체가 남지 않은 생선내장, 나무토막처럼 굳어버린 고기찌꺼기, 녹색 진물처럼 녹아버린 야채잎사귀... 하나에 치우치지 않고, 조금씩 골고루 덜어내어 장녀가 가져온 깨진 플라스틱 그릇에 잘 담는다. 예전에 하수도를 따라 흘러내려오는 접시조각을 운좋게 얻은 것이다.

 먹이를 담았으면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오늘도 아이들을 무사히 지켜주신 이 하수도의 신에게, 그리고 음식을 나누어주신 닌겐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것이다.
 아직 어린 장녀도, 의식이 가물가물한 차녀도 나름대로 공손하게 감사를 표한다.

 그리고 나면 이제 그렇게나 기다리고 기다리던 식사시간인 것이다.




 [테에에에~ 마마~ 이것은 아주 맛있는테튠~★]

 장녀는 들고있는 초록색 덩어리를 내보이며 말한다.
 닌겐이 버린 데친 시금치가 다른 음식과 섞여 둥글게 말려진 것이다.
 생선뼈국물, 허연 기름덩어리, 된장국물, 뭉개진 밥알갱이들이 시금치 반죽에 끼어들여 기이한 맛을 낸다.
 어떤 부분은 생선 비린내를, 어떤 부분은 느끼하면서도 황홀한 기름기를, 어떤 부분은 달큼하면서도 퀴퀴한 밥알갱이맛을...
 그렇게 반쯤 썩은 음식을 먹고도 장녀는 기뻐한다.
 동생쨩과 집을 지키면서 가끔 따먹는 쓰디쓴 이끼와 비교하면 쓰레기지만, 지금 입에 넣는 이 음식은 황홀하기 그지 없는 것이다.

 [테튜우우우~운♥ 고기맛이 나는 텟츄웅~☆ 이게 마마가 말하던 스테이크인테치이?]

 [행복한텟츈~♬ 맛좋은텟츈~♪ 와타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실장석일것인테치이~]

 장녀는 입에 넣은 초록색 덩어리가 너무 맛있는듯 덩실덩실 춤을 추기 시작한다.
 친실장은 기운 없는 차녀에게 음식을 씹어 입에서 입으로 전해주면서 그런 장녀의 모습을 보며 쓰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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