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道)

 

덥다...

햇빛을 가리는 것은 아무 것도 없고,

아스팔트에 반사된 열은 가차없이 신발을 굽는다.

여기는 모 현의 국도.

나는 여름 방학을 틈타서, 호쿠리쿠까지 도보로 여행을 하는 중이다.

배낭을 고쳐 매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금빛 태양이 불타오른다.

땀방울이 이마에 맺히다 지면에 떨어진다.

그것은 순식간에 증발하고, 마른 바람이 발밑에서 흩날린다.

나는 생수를 한 모금 마신다.

미지근한 물이 목을 축인다.

그리고 다시 걸음을 옮긴다.

오늘 안으로 현의 경계까지는 가고 싶다.

옆을 지나가는 차를 곁눈질로 흘리며, 묵묵히 걷는다.

이윽고 해가 저물어서, 나는 해안에서 노숙하기로 했다.

모래사장에 주저앉아, 담배에 불을 붙인다.

부드러운 연기가 폐로 스며든다.

파도 소리는 아늑하게 귀에 울리고, 멀리서 보이는 어선의 불빛은 향수를 자아낸다.

한숨 돌린 나는, 도중에 편의점에서 사 두었던 도시락을 꺼내기로 했다.

「텟테레~」

!?

묘하게 얼빠진 목소리와 함께 한 마리의 자실장이 얼굴을 내밀었다.

아무래도 탁아 당한 것 같다.

다행히 도시락에는 피해가 없고, 똥도 싸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가만히 자실장을 모래사장에 내려놓고 도시락을 덥석덥석 먹기 시작했다.

흔한 국민 도시락이지만, 공복은 최고의 조미료.

금세 8할 정도를 평정했다.

문득 내 발을 툭툭 두드리는 감촉.

거기에는 기대의 눈빛으로 도시락을 바라보는 자실장.

...나는 단무지 한 조각을 집어들어 자실장의 눈 앞에 내밀었다.

「테츄?」

고개를 갸웃하고 나를 본다.

내가 끄덕이는 것을 보고 자실장은 단무지를 손에 들고 한 입 베어 문다.

입에 맞았는지, 아그작아그작 깨물어 먹는 모습이 귀엽다.

짠 단무지를 먹으니 목이 말랐을 것이다.

물소리에 이끌려 해안 쪽으로 달려가는 자실장.

무릎을 꿇고, 물을 입에 머금고... 「테츄아! 츄아!」

아니나 다를까, 난리 났다.

바다를 모르나?

나는 도시락 뚜껑에 생수를 부어 자실장에게 마시게 해 주었다.

만족한 것 같다. 그대로 벌러덩 드러눕더니 잠들어 버렸다.

나는 그걸 바라보고는, 남은 도시락을 긁어 먹고 배낭을 베개삼아 드러누웠다.

배낭에서 술병을 꺼내어, 위스키를 한 모금 마셨다.

이윽고 기분 좋은 잠기운에 휩싸여, 나는 모자를 얼굴에 쓰고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갈매기 울음소리에 눈을 뜬 나는 크게 기지개를 하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모래사장에는 서퍼들이 형형색색의 보드를 들고 동료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나는 몸을 일으켜, 모래를 털고 배낭을 멘 다음 가도로 다시 나가기로 했다.

오늘도 더울 것 같다.

그러자 뒤에서 「테챠아~! 테챠아~!」하는 비명을 지르며 쫓아오는 자실장.

나는 잠깐 시선을 주었을 뿐, 그대로 계속 걸었다.

탁아되긴 했지만, 기를 생각은 전혀 없다.

그렇잖아도 여행 중이다. 이래저래 발목잡을 게 뻔하다.

그리고 교차 사거리.

내가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사이에 자실장은 따라붙었다.

자꾸 쉬지 않고 「테치테치!」 라고 말하고 있다.

나는 완전히 무시하기로 했다.

신호가 파란색으로 바뀌어 도로를 가로질러 갔다.

나는 아침식사를 위해 편의점에 들렀다.

자실장도 따라서 들어오려고 했지만, 닫혀지는 문에 튕겨져 멀리 날아가 버렸다.

그 때 뒤통수를 세게 부딪쳐, 「테에에엥! 테에에엥!」하고 울부짖는다.

점원이 성가지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나와는 관계 없다.

남의 일처럼 무관심한 척 하기로 했다.

들어온 김에 신문 잡지를 대충 훑어보고, 화장실에도 들렀다.

그런 후에, 호빵과 우유, 생수를 바구니에 던져넣고

계산을 끝마치자 봉지를 들고 가게에서 나왔다.

자실장 쪽을 보니, 질리지도 않고 울고 있다.

나는 말없이 자실장의 앞을 지나, 가게 앞의 벤치에 앉아 아침 식사를 한다.

차가운 우유가 맛있다.

호빵을 입 안에서 볼록거리며 차도를 보니, 중앙부에 녹색 얼룩이 보였다.

그러고 보니 어젯밤에 탁아된 것도 이 가게였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마지막 한 입을 삼켰을 때, 자실장은 겨우 울음을 그치고 내 쪽으로 다가왔다.

「테츄~웅」

양 손을 들어, 마치 안아달라고 하는 것 같은 동작.

나는 벤치에서 일어나 빈 봉지에 쓰레기를 담아 쓰레기 통에 던져 넣었다.

그리고 그대로 편의점 뒤로 돌아갔다.

「테? 테에에에에!?」

황급히 나를 따라오는 자실장.

...도대체 언제까지 따라 올 작정이지?

나는 텟치텟치 하는 소리를 들으며 생각했다.




그로부터 반나절이 지났다.

자실장은 여전히 내 뒤를 따라온다.

나는 자판기에서 커피를 마시며, 걸어오고 있는 자실장을 본다.

상당히 기진맥진한 것 같다.

어? 주저앉았네...드디어 한계인가?

테에...테에...하는 가냘픈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

쓱 하고, 머리 위를 검은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는, 자실장이 막 까마귀에 채여 하늘로 끌려가는 상황이었다.

테에에에엣!!

순간적으로 나는 커피캔을 까마귀에게 집어던졌다.

커피 방울을 흩뿌리며 날아간 캔은, 까마귀의 코끝을 스치고 떨어졌다.

붙잡혀있던 자실장도 같이.

겨우 몇 미터의 높이지만

그러나 자실장에게는 충분히 치명적인 높이.

옆으로 아스팔트에 떨어진 자실장은 오른쪽 손발이 으스러졌다.

찌잇!

움찔움찔 경련하면서도 아직 살아있는 걸로 봐서, 위석은 무사한 듯 싶다.

나는 피와 똥과 고기조각으로 범벅이 된 자실장을 집어올려서,

주운 편의점 비닐봉투에 자실장의 머리만 나오도록 깊숙이 집어넣었다.

그것을 배낭에 매달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이런 거 그냥 내버려두면 좋은 걸...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왠지 버려둘 수 없었다.

뒤에선, 테에...하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아무래도 아직 살아있는 것 같다.

나는 조금 걷는 속도를 올렸다.

앞으로 조금만 더 가면 다음 마을이다.

거기로 가면 약도 살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마의 땀을 닦으면서, 아지랑이가 일렁이는 길을 나아갔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했을 때

나는 산간의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거기서 조그마한 잡화점에 들러 소독약과 콘페이토,

그리고 오늘 저녁거리를 샀다.

나는 강가로 내려가, 바위에 걸터앉아 자실장의 치료를 시작했다.

비닐봉지 속의 자실장은 아직 숨이 붙어있다.

그럭저럭 시간에 맞췄나?

나는 강물로 자실장을 씻고, 소독약을 발랐다.

따가울 것이다.

남은 팔다리를 버둥거리며 울부짖는다.

남은 건 영양 공급인가.

나는 콘페이토를 이빨로 깨물어, 잘게 부숴진 조각을 자실장에게 주었다.

우는 표정이 금세 황홀한 얼굴로 바뀐다.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자실장을 바위 위에 내려놓고, 나뭇가지를 주워 불을 피웠다.

어느덧 해가 저물고, 희미한 별빛과 벌레 소리가 세상을 가득 채운다.

나는 미지근해진 맥주와 통조림으로 저녁을 때운다.

모닥불이 꺼질 때쯤, 한마리 또 한마리 반딧불이 강을 건너가는 것이 보인다.

멍하니 반딧불을 눈으로 쫓는 나.

그 느긋한 움직임은 마치 최면술처럼 나를 잠으로 이끌었다.

이 날은 시냇물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나를 흔드는 것이 있었다.

흐릿한 시야에 비치는 녹색...

자실장이었다.

그 모습은 처음 만났을 때와 같았다.

완전히 나을 줄은...과연 실장석.

나는 콘페이토 한 알을 꺼내어 자실장에게 주었다.

테츄~웅하고 양손을 들고 기쁜 듯이 운다.

할짝할짝 열심히 핥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해진다.

나는 강물에 얼굴을 씻고, 모닥불의 뒤처리를 했다.

빈 깡통으로 물을 뿌리고, 발로 잘 문지른다.

위쪽의 길에서 아이들이 나를 보고 있다.

벌레라도 잡으러 오는 건가?

외지인이 보기 드문지 힐끔힐끔 나를 보고 있었다.

자, 그럼 이제 슬슬 가볼까.

내가 배낭을 짊어지려고 했을 때, 배낭의 주머니에 자실장이 들어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

테츄~웅♪

나는 말없이 자실장을 끄집어 내서, 강가에 놓았다.

그리고 둑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테에...?

테챠아아아아!!

남겨진 자실장은 당황해서 나의 뒤를 쫓는다.

하천 부지의 도로에 나온 나는 잠시 걸음을 멈췄다.

텟치텟치하는 리드미컬한 구호와 함께 자실장이 올라 오는 것이 보인다.

나는 자실장이 다 올라올 때까지 지켜보고서 다시 걸음을 옮겼다.

테에에! 테에에!

나를 따라잡으려고 달려오는 자실장.

그러나 거리는 멀어질 뿐.

나는 걷다가 멈추고 걷다가 멈추며 자실장이 따라올 기회를 주었다.

혼자 여행하는 외로움 때문일까?

나는 이 기묘한 동행자가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여행은 F현을 지나 M현의 중간 정도에 이르고 있었다.

벤치에 앉아 아름다운 해안선을 보면서 편의점 도시락을 먹는 나와, 발밑에서 캬라멜을 핥는 자실장.

시원한 바닷바람과 눈부신 빛을 받으며, 파도 사이를 떠다니는 갈매기들.

먼 바다로 눈을 돌리면, 유람선이 느긋하게 나아가는 것이 보인다.

이 경치가 마음에 든 나는 날이 저물 때까지 바라보다가, 

결국 이 날은 이대로 일박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결정이 그런 결과를 초래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날 밤의 일이었다.

벤치 위에서 잠든 내 얼굴에 빗방울이 떨어졌다.

바람이 좀 강했는지, 모자가 날아가 얼굴이 드러나 있었던 것이다.

나는 잠시 비를 맞으며 멍하니 있었지만, 곧 어딘가 비를 비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 달리기 시작했다.

시간도 시간이라 열려 있는 가게도 없었고, 꼭 이럴 때만 편의점도 보이지 않는다.

점차 빗발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바람도 강해져, 거의 날아갈 것 같다.

일단 가까운 상점의 처마 밑으로 대피했다.

꽤 오래된 가게로,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것 같다.

가게의 셔터는 반쯤 열려진 채로, 안에 인기척은 없다.

오랜 세월 방치되어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여기서 비를 피하려고 생각했다.

무단침입한 셈이라 토지나 건물주에게는 미안하지만, 사정을 설명하면 이해해 줄 것이다.

나는 셔터의 틈을 통해 안으로 들어갔다.

안은 당연하게도 새까만 암흑.

배낭에서 손전등을 꺼내어 비춰보니, 잡다한 물품이 가득 놓여 있었다.

곳간이나 창고로 쓰고 있는 곳인가?

나무 상자에는 먼지가 두껍게 쌓여 있어, 그것이 오랫동안 여기에 있었음을 말해준다.

안에는 다다미가 보인다... 객실인 듯하다.

배낭을 내리고 걸터앉아, 한숨 돌린다.

테치이~

배낭에서 꼼지락꼼지락 자실장이 기어 나온다.

먼지투성이 공기를 들이마시더니, 테츙! 테츙! 하고 재채기를 하고 있다.

배낭에서 수건을 꺼내 슥슥 머리를 닦는다.

빗소리가 무척 크게 느껴진다...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려고 했지만, 축축해져서 좀처럼 켜지지 않는다.

담배를 포기하고 멍하니 자실장을 보았다.

그 밖에 할 일도 없다.

때때로 우지직하고 뭔가 부러지는 듯한 소리가 울린다.

바람에 나뭇가지라도 부러진 거겠지.

그러고보니 태풍이 가까워졌다고 했었나...

나는 다다미 위에 벌렁 드러누웠다.

점점 어둠에 눈이 익숙해져 천장의 윤곽이 보이기 시작했다.

천장의 얼룩을 세면서 잠들려는 때였다.

갑자기 굉음과 함께 대량의 토사가 쏟아져 들어왔다!

나는 비명을 지를 겨를도 없이, 그 흐름에 휩쓸려,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여기는...어디지?


묘하게 새하얀 풍경 속,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는 나는 눈만을 움직여 주위를 살핀다.

위도 아래도 없다.

어디까지 계속 이어지는 건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불안과 초조함이 뒤섞인 감정이 극에 달했을 때, 눈 앞에 자실장이 나타났다.

방금 전까지 아무것도 없었던 곳에 돌연히.

아아...다행이다. 너, 무사했구나.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지만, 마음이 통한 걸까, 테치! 하고 씩씩하게 울었다.

잠시, 묵묵히 서로를 응시하는 우리들.

이윽고, 자실장은 슬픈 듯한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

스윽하고 뒤로 물러가는 자실장.

이봐! 어디 가는 거야?

나는 열심히 불렀지만, 서서히 멀어져 가는 자실장.

그리고 커다란 그림자와 작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저것은...친실장인가.

그렇구나. 엄마가 맞이하러 왔구나...

자실장은 친실장과 자매에 둘러싸여, 매우 기쁜 듯하다.

친실장은 나를 향해 깊게 고개를 숙였다.

자실장의 자매들도 엄마를 따라 머리를 숙였다.

그리고 친자는 손을 잡고 사라져 버렸다.

동시에 내 주위의 광경이 일변, 어둠에 휩싸였다.

그리고......





...나는 병원 침대 위에 있었다.

산사태에 휘말린 나는, 폐가 아래에 깔려 있었다고 한다.

폐가니까 당연히 아무도 없다고 생각해 그대로 방치될 뻔했지만,

자실장이 무너진 건물의 틈으로부터 내 모자를 끌고 나와,

지나가던 사람을 불러 세워 발견되었다고 한다.

만약, 자실장이 사람을 부르지 않았다면 나는 그대로 죽었을 것이다.

나는 자실장이 어떻게 되었는지 물어 보았다.


자실장은 죽었다고 한다.


사람을 불러 도움을 요청한 후, 다시 잔해로 기어들어가다가 무너진 지붕에 깔려......




그 녀석......

은혜를 갚을 생각이었나...?

실장석인 주제에......






며칠 후 나는 퇴원했다.

기적적으로 큰 부상 없이, 머리가 조금 찢어진 정도로 끝났다.

나는 그 길로 그 장소로 향했다.

그 폐가는 이미 철거된 듯했다.

그 때의 모습은 없고, 얼마 남지 않은 진흙과 나무 조각 뿐이었다.

태풍의 여운인 듯한 강한 바람이 지나간 후, 내 발에 녹색 헝겊 조각이 휘감겨 붙어 있었다.

이건 실장복...

전혀 관계 없는 들실장의 옷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그 헝겊 조각이 그 자실장의 것이라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았다.

나는 실장복 조각을 움켜쥐고 그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1년 뒤.

그 때와 똑같은 여름날.

그 때와 똑같이 더운 여름.

나는 그때처럼 여행을 떠났다.

그때처럼 배낭을 짊어지고, 모자를 쓰고.

그리고 배낭 뒤편에는, 그 자실장의 옷 조각을 묶어서.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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