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방울



"널 길러도 되는지 엄마에게 물어보고 올께. 이게 약속의 증거야"

"테치이"

소녀는 자실장의 머리에 자신의 머리방울을 풀어서 달아주었다.

고무의 끝에 작은 작은 플라스틱의 구슬이 두개 달린, 마치 체리같은 머리방울

아마색의 뒷머리에 두개의 머리방울을 받은 자실장은 기쁜듯이 빙글빙글 돈다.

균형이 평소와 다른것인지 휘청거리는 자실장을 보면서, 소녀도 또한 즐거운듯이 웃었다.

"그럼 내일 이 장소에서 봐, 도미"

"테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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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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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타바 제8공원

시의 변두리에 있는 이 공원은 들실장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위 고급주택가인 이 구획에는 표면적으로는 학대파도 없고, 어딘가 이상한 애오파도 없는,

근처에 상점가나 해방된 쓰레기장도 없는, 높은 담에 둘러싸인 가옥이 들어서 있다.

사람의 왕래도 별로 없고 주로 집 주인의 차가 오가는 이곳은 실장석에게는 살기좋은 곳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곳을 거주지로 정한 들실장은, 싸움과 언쟁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의 거리를 두고 눈에 띄지 않게 몰래 살아가는 습성을 가지고 있었다.

실장석에게 익숙한 사람이라면 '현명하고 선량한 종'이라고 정의내릴지도 모른다.

그리고 공원에 오는 얼마 되지 않는 아이들에게는 실장석은 무해한 생물이면서, 귀여운 친구이다.

치안은 좋지만 그렇기에 고독해지기 쉬운 이 동네의 아이들은 실장석을 놀이상대로 선택한다.

그 결과, 때때로 과자나 완구를 받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친실장도 자신들의 아이의 '출장'을 칭찬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리고 특히 아이들의 마음에 든 개체는 사육실장이 되는 경우도 있다.


도미라고 이름붙여진 자실장도 그런 현명한 들실장 중의 한마리였다.


링갈을 통해 들은 소녀의 말을 들은 도미는 정말이지 의기양양함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상태였다.

(와타치는 사육실장이 되는테치!)

(내일이되면 사육실장으로 삼아준다고 한 테치!)

무가워진 머리의 끝이 그 생각을 뒷받침해주는것같아 도미는 즐거워서 어쩔줄을 모른다.

보통의 들실장보다 머리가 좋다고는 해도, 그래봐야 도미도 자실장이었다.

주의력이 산만해지는것은 어쩔수 없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것이 뒤에 얼마나 큰 불행을 가져올 지도 모른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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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발로 깡충깡충 뛰면서 풀숲속의 집에 돌아가려고 한 바로 그때

사삭

"테, 텟치!?"

갑자기 가벼워진 뒷머리의 감각에 도미는 경악했다.

(누군가에게 끌려가고있는 테치?)

아무리 몸부림쳐도 앞으로 나아갈수없다.

장밋빛 미래에서 한순간에 현실로 끌려왔기에, 도미는 패닉에 빠졌다.

"테에에에! 놓는테치! 와타치를 놓는테치!"

실장석은 그 신체구조상 배후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도미는 보이지않는 적에게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팔다리를 휘두르며 머리를 흔들며 발버둥치고 또 발버둥쳤다.

찌직 찌직

곧 진흙에 뭔가 잠겨드는 소리를 두번 내면서, 도미는 해방되었다.

그 기세탓에 데굴데굴 굴러 나무뿌리에 부딫한 도미.

"테에에 아픈테치.... 적은 어디인테치..."

일어나 돌아본 도미의 시야에는 적이라고 생각되는 생물은 없었다.

대신, 도미의 신장보다 조금 높은 위치에 있는 가지에

부스스하고 곱슬곱슬한 갈색의 보풀덩이와

붉게 빛나는 4개의 유리구슬이 매달려있을 뿐.

"...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하고 굳어버리는 도미

(이상한테치)

(저 반짝반짝한 것은 와타치의 머리카락에)

(테?)

설마, 설마 그럴리가...

어떤 무서운 예감과 함께 도미는 조심조심 뒤통수에 손을 대 본다.

없다.

소중한 뒷머리카락이 없다.

"테"

양쪽 모두 없어져버렸다.

다시 한번 유리구슬을 바라보는 도미.

갈색의 보풀이 바람에 날려 보슬보슬 흩어져간다.

떨어져나가, 생명으로서는 죽어버린 도미의 뒷머리

"테에에에에쟈아아아아아아!!!?"

도미의 비명이 풀숲 가운데 메아리쳤다.

평소 머리에 얽혀도 풀리고 빠지는 숲의 나뭇 가지.

오늘은 머리 끝을 고무 밴드로 묶어놓고 있었던 셈이다.

결과 고리가 된 머리카락은 가지에 단단히 걸려 비극은 일어났다.

깡충깡충 뛰고 있었던 것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었을테지만, 도미에게는 그런 것을 생각할 경황은 없었다.

어떻게든 가지에서 되찾은 두 머리 방울.

그러나 얽혀 있던 머리카락은 가지와의 싸움에서 이미 오글오글하게 되어버렸고,

거기에 머리 방울을 풀어내면서 점점 뿔뿔히 흩어져버렸던 것이다.

눈물을 참을수 없는 와중에도, 도미는 딸리는 머리로 필사적으로 생각한다.

(주인님은 사육실장으로 삼아준다는 약속을 하면서 이걸 준 테치)

(이걸 하고있지 않으면 주인님은 와타치를 길러주지않을지도 모르는테치)

(하지만 머리카락이 없으니 이걸 하고 있을 수 없는 테치)

그렇지 않아도 실장석에게 머리카락은 생명 다음으로 소중한 것이다.

자실장인 도미에게 이 사건은 너무나도 큰 쇼크였다.

(일단 집에 돌아 가는 테치...)


일단 덤불 속에 머리방울을 숨기고서 도미는 터벅 터벅 골판지 하우스로 돌아왔다.


"데데!? 장녀 그 머리는 어떻게된 것인 데스!?"

"테에 ... 놀다가 빠져버린 테치..."

"터무니없는 왕멍청이 데스! 똥얼간이데스! 마라의 똥이라도 녹여 마시는 데스!"

예상대로, 친실장은 도미의 모습에 기겁하면서 질책했다.

머리가 없어진 뒷머리를 흘겨보면서 하늘을 우러르며 우레탄의 손으로 보후보후 도미의 머리를 때렸다.

그나마 이 부모 정도라면 아직은 관대하다고 할 수 있겠다.

개체에 따라 무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결함실장은 문답 무용으로 처리해 버리는 경우도있다.

그러나 어린 도미는 그 부모의 마음은 알지 못한다.

(왜 마마는 이렇게 슬퍼하고있는 와타치을 때리는 테치)

아프고 분해서 눈물이 멈추지 않는 도미.

그런 도미의 한심한 모습을 보고, 도미의 동생인 차녀실장이 작게

"테프"

하고 웃는다.

부모는 눈치 채지 못했지만, 신경질적이 되어있던 도미는 확실하게 그 소리를 들었다.

(왜 와타치를 비웃는테치)

(와타치는 사육실장이 되는테치)

(이런 와타치를 어째서 너따위가 비웃는테치!)

도미는 말없이 동생을 노려 보았다 하지만 여동생은 그것을 무시하고 식사하러 돌아가버린다.

실수를 저지른 도미는 당연하게도 벌로 저녁식사를 거르게 되었다.




한번 머리에 치솟아버린 피는 잘 시간이 되어도 진정되지 않았다.

평상시라면 바로 잠 들어 버리는 도미이지만, 고통과 굶주림, 그리고 분노로 눈이 말똥말똥 하다.

돌아누우면 눈앞에 치렁치렁한 머리카락을 달고 있는 동생의 머리가 보인다.

(와타치를 비웃은 이모토쨩에게는 머리가 있는 테치)

(사육실장이 될 와타치에게는 머리가 없는테치)

(이상한테치 돼지목의 진주 라는게 바로 이것인 테치)

도미의 마음을 태우고있는 음침한 생각, 그것은 확실히 분충사고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었지만,

도미의 이성은 이미 한계를 넘어 있었다.

(그 머리는 와타치가 가져야 할 것인 테치)

(그러면 그 예쁜 장식을 하고 있을 수 있는테치 그러면 사육실장테치)

(마음이 넓은 와타치는 이모토쨩도 와타치를 때린 마마도 사육실장으로 삼아주도록 부탁해줄 수도 있는 테치)

(치푸푸 모두 행복해지는 테치 그러니까...)



"치뱌아아아아아아!?"

골판지 하우스에 동생실장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무슨일인 데스우!? 적습 데스우!? 설마 학대파 데스우!?"

친실장이 하우스의 창문을 열고 상황을 확인한다.

공원 거리의 불빛이 드리워진 하우스에서

도미는 동생의 등 뒤에 올라타, 막 뒷머리를 뽑으려고 하고 있었다.

"테에에 오테쨩 지독한 테치! 와타치 아무것도 하지 않은 테치!"

"시끄러운 테치! 너따위가 이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어봐야 아무 쓸모 없는테치! 빨리 그것을 내놓는 테치!"

"테에에엥 아픈 테치 심한 테치 왜 와타치가 머리카락을 내놓지 않으면 안되는테치이이이!"

"오마에는 와타치에게 머리카락을 넘기는것으로 행복해지는테치! 저항하지마는테챠아아아!"

"적당히하는 데스우우우우우!!"

"테베츄아아!"

친실장의 전력을 다한 스트레이트로 도미는 벽에 날려진다.

몇개 끊어진 동생실장의 머리카락이 공중에 흩날린다.

"오마에 자신의 탓으로 머리를 잃었으면서 왜 차녀의 머리를 뺏으려고하는 데스!"

"테에 마마 그 머리를 와타치가 받으면 행복해지는 테치!"

"데갸아아 무슨 분충스러운 소리를 하는데스! 차녀의 머리는 차녀의 것인데스!"

"마마야말로 분충테치이! 와타치가 그 머리를 받으면 모두 행복해지는테치!"

친실장을 둘러싼 분위기가 달라졌다.

실장석의 커뮤니티에서 수직 관계는 절대적이다.

새끼는 결코 부모에게 거역해서는 안된다.

분충이라는 외침은 곧 부모의 비호를 포기한 것과 다름이 없었다.

"그렇게 머리가 중요하다면 ..."

"테에에..."

"다시한번 뽑히는 고통을 자~알 맛보는데스우!"

도미의 앞머리를 잡은 친실장은 그대로 도미를 집 밖으로 내 던진다.


뿌직뿌직뿌직

털썩

자신의 체중에 휘둘려, 도미는 앞머리를 친실장의 손에 남겨둔 채 3m정도 떨어진 지면에 내동댕이쳐진다.

"두번다시 이 집에 오지마는데스 분충!"

친실장은 도미에게 이렇게 말하고는 하우스의 창을 닫고는 버팀목을 쳐 버렸다.

허리부터 지면에 내동댕이쳐진 도미는 고통에 움직일수 없었지만 하우스에서 흘러 오는 친실장이 동생을 위로하는 목소리를 듣고는

도저히 더는 들을 수 없어 기면서 그 자리를 떠났다.

(와타치를 비웃은 이모토쨩따위 싫은테치!)

(와타치를 때린 마마도 싫은테치!)

(싫은테치 마마도 이모토쨩도 세상에서 제일 싫은테치!)

고통보다는 비참함에 눈물이 멈추지않는것을, 도미는 깨닫지 못했다.




뒷머리가 없는 머리는 쿠션이 없어, 차가운 지면에 내동댕이쳐진것만으로 함몰되어있었다.

그래도 어려서 몸이 부드러운 도미는 치명상은 면했다.

어떻게든 두 다리로 걸을 수 있게 된 도미는 우선은 유일한 재산을 회수하려고 했다.

한쌍의 머리방울

그것이 머리카락을 전부 잃은 도미가 가진, 유일한 재산이었다.

하지만 이것도 머리카락이 없다면 하고 있을 수가 없다.

두건을 깊이 쓰면서 도미는 생각한다.

(이모토쨩의 머리는 뺏다가 놓친테치)

(다른 곳의 구더기 장을 덮쳐 머리카락을 뺏는 테치?)

(구더기쨩에게는 그다지 머리카락이 없는테치 소용없는테치)


되지도 않는 생각을 반복하면서 밤의 공원을 한 마리의 자실장이 간다.

생각의 다람쥐 쳇바퀴는 결국 단순한 푸념이 되고, 혼잣말이 되어 언청이입에서 흘러나온다.

"마마도 이모토쨩도 바보테치 터무니없는 바보테치"

"와타치가 사육실장이 되면 주인님에게 명령해서 엉망진창으로 때려눕혀주는테치"

"치푸푸 그리고는 와타칭의 운치를 햝아 사과한다면 노예로서 길러주도록 특별히 주인님에게 부탁해줘도 좋은 테치..치프프프프"

뽑힌 앞머리와 허리 통증을 달래는것처럼 행복회로를 풀로 돌리며 중얼거리는 도미.

말과는 정반대로 그 표정은 분함으로 점철되어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고 있다.

음침한 기운의 덩어리 그 자체와 같은 얼굴로 도미는 오로지 집에서 멀어지기 위해 걸었다.


자실장인 도미는 심야의 공원을 혼자서 걸었던 적이 없다.

애초에 밤은 자는시간이라고 습관이 붙은 자실장에겐 밤의 어둠은 미지이외의 그 어떤것도 아니었다.

장소가 장소라면 분별없는 학대파의 눈에 띄어 한순간에 다진고기가 되거나

살아있는것을 저주하면서 고통에 매일을 보내게 될 수도 있는것이지만

이 공원에는 다행히 그런 종류의 인간이 모습을 드러낸 적은 없다.

"지친테치"

그러나 식사를 하지 못한 도미는 곧 광장의 한가운데 주저앉고 말았다.

슬슬 밤이 되면 추운 계절이다.

에너지가 부족해진 자실장은 부들 하고 어깨를 떨었다.

"여긴 추운테치....어딘가 숨을곳을 찾는테치"

주위를 둘러보는 도미의 눈에 낮은 소리를 내는 철상자가 비쳤다.

"저건 쥬스가 나오는 상자테츄!"

우연히 공원에 와 있던 인간에게 쥬스를 받은 적이 있는 도미는 자판기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저기에 가면 달~콤한 쥬스를 마실수있는테치!" 배 터지도록 쥬스 마시는테치!"

도미는 최후의 기력을 쥐어짜, 쥬스 자판기로 달려갔다.






"테챠아아아아!"


자판기를 때린 도미의 손이 힘없이 일그러진다.

아무리 졸라도 위협해도 아우성쳐도 자판기는 쥬스를 줄 기색이 없다.

쥬스가 나오더라도 자실장인 도미가 그걸 꺼내거나 캔을 여는것이 불가능하겠지만

오직 자판기가 쥬스를 내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 도미를 좌절하게 했다.

"어째서인테츄 어째서 사육실장인 와타치의 말을 듣지않는 데챠아아아아에에에에!!"

자포자기한 도미는 소리지르며 자판기에 덤벼든다.

틱 틱 틱 티틱

힘이 빠진 소리와 함께 도미의 손이 멍으로 물들어간다.

축적된 격통과 본격적인 에너지부족으로 도미는 결국 주저앉는다.

"오늘은 이정도로 봐주는테치이....."

마지막으로 싼 똥을 자판기에 발라, 눈곱만큼 분풀이를 하고는, 도미는 그 장소를 벗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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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방울을 손에 들고 공원을 방황하는 자실장 1마리

결국 한숨도 못잔 도미지만, 어두운 정념과 넘쳐흐를 뿐인 희망에 의지하여 계속 걸어간다.

그러나 나쁜 일만 있는것만은 아니다.

이른 아침 공원을 혼자서 걷는것도 또한 도미에게는 처음있는 경험이었다.

"테에에...모두 반짝반짝한테치이"

아침이슬로 잎이 젖어있다. 한순간이나마 비참한 지금 상황을 잊을수 있었다.

목을 축인 도미는 언제나 갔던 광장... 어제 소녀와 놀았던 광장에 가기로 했다.

혹시 소녀가 이미 거기 있어서 자신을 기다리고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제멋대로의 긍정적인 생각으로 도미는 걷는다.

그런 도미의 앞에 작은 덩어리가 떨어져 있었다.

"테치? 저건 뭐인테치?"

갈색의 덩어리는 도미의 반 정도의 크기였다.

"이 색은.... 와타치의 머리색깔과 닮은 테치 혹시 머리카락 대신이 될지도 모르는 테치"

갈색이며, 군데군데가 백색이다. 도미는 처음보는 기괴한 것에 살며시 다가간다.

인간이라면 바로 그 덩어리의 정체가 참새의 시체임을 알았을 것이다.

다가간 도미의 눈앞에, 짓눌린 갈색의 깃털이 튀어나와있다.

고심끝에 깃털을 뽑은 도미는 그것을 두건에 꽂아본다.

도미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없었지만, 그 확실히 느껴지는 무게는 머리를 잃은 도미를 만족시켜주는 것이었다.

"머리카락을 대신할 것을 찾은 테치...하나 더 꽂으면 머리카락을 대신할수 있는테치.... 테?"

문득 지금까지 눈치채지못했던 향기에 도미는 깨닫는다.

"이건.....고기 냄새테치?"

살짝 깃털덩어리를 만져본 도미. 부드럽고 군데군데 혈관이 보이는 그것은 살짝 따뜻했다.

새는 하늘을 나는것으로 믿고있었던 도미에게, 그것은 정체불명의 고기덩어리였다.

그러나 공복의 도미에게, 그런것쯤은 아무래도 좋았다.

참새의 시체에 새겨진 큰 상처를 도미는 정신없이 물고늘어졌다.

신선한 피와 고기의 맛이 입안에 퍼져 나간다.

"맛있는테치! 이것이 스테이크테치! 아침부터 운이 좋은 테치!"

머리를 대신하려고 생각하고있던 깃털을 헤치고, 도미는 새고기를 먹었다.

생고기는 도미에게는 조금 질겼지만, 공복이었던 도미는 전력으로 고기에 이빨을 들이댄다.

넘쳐나오는 새의 피로 얼굴의 아래쪽이 피로 물든다.

"테에에 천국 테치이 사육실장이 될 와타치에 걸맞는 행운테치이..."

신중한 개체라면 알아차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참새가 상처를 입고 길 한가운데 죽어있다는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무엇때문에 참새가 상처를 입었는지.

상공으로부터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리고있었다는것을, 불쌍한 약탈자는 아직 눈치채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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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악!

"테챠? 테쟈아아아아!?"

갑자기 나타난 까마귀의 부리가 도미의 머리를 비틀어 올렸다.

"아픈테치 아픈테치 누구테치 와타치의 식사를 방해하는것은 누구인테챠아아아아!?"

감정없는 까마귀의 눈동자가 날뛰는 도미를 차갑게 응시한다.

옆에서 나와 자신의 먹이를 빼앗으려고 하는 녹색의 소인.

도시의 맹금은 그것을 봐주려고 하지 않았다.

부리로 들어올려져 바닥에 내동댕이쳐진다.

"....!! 이이...!"

팔이 이상한 방향으로 꺾인 도미는 비명을 지르지도 못한 채, 그대로 까마귀의 발 아래에 깔렸다.

"케 케히 케휴우우우우이...."

목을 눌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도미.

필사적으로 무사한 손발을 움직이지만, 까마귀가 조금 힘을 주면 그 빈약한 몸은 완전히 구속되어버린다.

"기..."

보다 깊게 파고든 발톱으로부터 분출된 녹색의 피에 만족하면서, 까마귀는 식사를 시작했다.

우선은 먼저 잡은 참새이다.

까마귀가 부리로 참새를 쫄 때마다 발톱끝에 직접 진동이 전해져, 도미의 손발은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튀어 움직인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 이르러서도 도미는 아직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있는테치)

(와타치는 그냥 밥을 먹고있었던것뿐인 테치)

(머리가 아픈테치 움직일수없는테치 밥은 어디인테치)

(테에 이 소리는 검은새테치....마마가 가까이가면 안된다고 말한 검은 새....)

멀어져가는 의식속에서, 도미가 떠올린것은 스스로 분충취급해버린 친실장의 얼굴이었다.

참새를 먹어치운 까마귀는 자실장을 먹어치우기위해 예리한 부리를 들이댔다.

그러나 그 움직임이 일순 굳는다.

눈앞에 있던 자실장의 머리가 크게 부풀어올라, 바람에 날려가려고 한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알수없는 까마귀는 식사를 잠시 중단한다.

깃털로 장식된 두건은 크게 펼쳐져 바람에 날려간다.

갑자기 불어온 바람이, 까마귀의 발톱에 찢겨지기 시작했던 도미의 두건을 날린 것이다.

까깍!?

갑자기 날아오른 녹색의 물체에 까마귀는 반응했다.

도망갈것인가, 아니면 제압할것인가, 냉정하게 판단하기 위해, 까마귀는 일단 날아오르는 것을 선택한다.

사라질뻔한 도미의 의식은 발톱을 뽑는 충격으로 깨어난다.

"테에에엥 아픈테치 뭐가 뭔지 모르겠는테치이이이이"

이 때 도미의 움직임은 동물로서의 본능이었다.

그 장소에서 계속 있는것은 위험

몽롱해진 의식 그대로, 도미는 검은 새에서 몸을 숨기기 위해 근처의 수풀로 달려간다.

찢어진 두건이 벌어준 15초 가량의 시간, 그래도 머리에 두건까지 잃어버린 상처투성이 자실장은 

어떻게든 까마귀의 시계에서 몸을 숨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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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웅덩이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도미는 울상이 되었다.

상처투성이의 머리

머리는 물론이고 두건까지 없어져버린 머리에는 큰 멍이 남아있고, 형태도 일그러져있다.

팔도 어딘가 이상하다. 오른팔은 옆에 물건을 끼운것 같은 형태로 고정되어,

움직일때마다 뿌직 뿌직 소리가 난다.

물론 당기는것 같은 통증은 그대로이다.

그리고 모처럼 잡은 아침식사의 에너지도 상처의 치유에 몽땅 소진되어버렸다.

"어떻게하면 좋을지 모르겠는 테치..."

작은 뇌 용량으로 최우선순위부터 생각해보는 도미 

(와타치는 사육실장이 되는 테치)

(사육실장이 되려면 머리에 방울을 달고있지않으면 안되는테치)

(머리카락이 필요한 테치)

(그리고 이번에는 머리카락을 묶을 두건도 필요한 테치)

생각할때마다 도미는 암담한 기분이 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해야할 것이 늘어나 있다.

(우선은 두건을 찾는테치....)

날아가버린 두건을 주우면, 적어도 머리를 숨길 수 있다.

그러면 대머리가 된 것을 숨길수 있고....

(대머리가 아니게되면 방울을 묶을 수 있게 되는 테치!)

.....아무래도 저 멍청한 머리는 고쳐질 기색이 없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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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에게 들키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공원을 방황하는 한마리의 대머리 자실장.

동족이 적은 이 공원이라면 바로 린치를 당할 위험은 적지만, 도미에게 잇어서 지금의 모습은

그다지 남의 눈에 띄고 싶은 모습은 아니다.

그늘에 숨듯이 이동하여, 전에 참새가 있었던 장소를 통과하여, 다시 공원을 배회한다.

태양이 정확히 끝까지 올랐을 때, 도미는 자신의 냄새의 흔적을 찾아냈다.

안도의 한숨을 쉬는 도미, 확실히 여기라면 까마귀도 올 수 없을 것이다.

냄새는 큰 자판기 아래에 연결되어있었다.

도미는 자판기의 아래에 재빨리 숨어들었다.

낮이지만 빛이 닿지않는 공간이다.

냄새에 의지하여 두건을 찾으려는 도미.

그러나 자판기아래는 생각보다 복잡한 것이었다.

깨진돌, 막힌 빈 캔, 거미줄, 비닐봉지.....

그것들을 피하고 헤치고 때로는 크게 우회하면서 냄새를 추적한다.

그런 도미의 엉덩이를 금색의 눈동자가 포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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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도칼로 헤집는듯한 격통.

"테이이이이이이이!?"

돌아보려하지만 좁은 천장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면도칼의 다발은 몇번이고 도마의 짧은 다리를 잘게 찢는다.

축축한 호흡이 흘러나온다.

짧게 새겨진 호흡이 도미의 조바심을 일으킨다.

좁은곳에 숨어든 자실장따위, 들개가 보면 본능을 자극하는 장난감 그 자체였다.

도미는 깨닫지 못했지만, 이 자판기는 어제 도미가 똥을 던져놨던 자판기.

그리고 그 똥은 이 들개의 마킹 위에 겹쳐 있었던 것이다.

영역의 주인에게 도미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외적 그자체였다.

신발이 너덜너덜 찢겨 벗겨진다.

"테에에!? 그만두는테치! 누구테치!? 와타치 나쁜짓 하나도 하지 않은 테치이!"

조각칼에 파인것같은 상처에서 피가 쏟아져나온다.

(뭐인테치? 뭐가 일어나고있는테치!?)

(발씨 아픈테치 엉덩이 아픈테치이이이!?)

(좀 더 깊이 들어가는 테치 도망가는테치)

걸리적거리는 통짜 몸

천장에 걸리는 실장복의 파면

들어가지 않는다.

발을 깎인다.

아프다.

(도와줘 마마아아아아아아!!)

도미는 옷이 찢어지는 것을 무릎쓰고 몸을 자판기 아래로 계속 파고든다.

그런 보람이 있었던 것인지, 다리를 집요하게 깎아내는 면도칼도 조금씩 얕아져 간다.

잠시 뒤 손톱이 빈곳을 휘젓는 감각이 도미의 상처에 닿더니, 이윽고 개의 기색은 멀어져 갔다.

먼지 투성이의 어둠속에서 작은 실장석은 뒤틀린 몸을 더 웅크리고 작게 흐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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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을 잃었다.

신발도 옷도 잃었다.

결국 두건도 회수하지 못했다.

팬티 한장의 독라가 공원을 지나간다.

상처 투성이의 발을 끌 때마다 피부가 말려 모래알이나 자갈이 상처에 들어간다.

뭔가 할 때마다 상황이 나빠져 간다.

(어째서 와타치가 이런 꼴이 된 테치... 불합리한테치 세상이 잘못된 테치....)

분충사고마저도 어쩐지 기운이 없다.

수중을 본다.

결국 남은것은 이 머리방울뿐이다.

유일하게 남은 팬티속에 살짝 집어넣는다.

거추장스러워서 걷기 힘들지만 어쩔수 없다.

이것만은 잃을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꼴인데도 그 아이가 와타치를 길러주는테치?)

스스로에게 물어보고는 전율한다.

(이런 꼴로는 안되는테치....어떻게든 옷이라도 준비하는테치!)

일어나 달리기 시작하는 자실장.

자신보다 약해보이는 자를 찾아 옷을 빼앗는다.

두건만 걸쳐버리면 머리도 감출수 있다.

(신발도 전혀 문제가 안되는테치....불쌍하지만 사육실장이 된 뒤에 사과하면 되는테치)

치프프프

흘러나오는 웃음에는 이미 낙담의 기색도 절망의 기색도, 

그리고 얼마 안되지만 그동안 얻은 교훈의 기색마저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리고 바로 그 때, 완전히 원래의 분충으로 돌아온 자실장의 눈 앞에 한마리의 자실장.

도미는 그 기세대로 도약한다.

"그 웃을 벗는테치이이이이이이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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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육주는 경악했다.

약간 앞에서 놀게 했던 자신의 사육실장, 거기에 독라 그자체인 실장석이 덤벼들려고 하고 있었다.

물론 애호파이다. 함부로 실장석을 공격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수중의 링갈에는

"그 옷을 벗는테치이이이이!! 와타치의 행복에 기여하는테치이이!!"

그리고 자실장을 보면 고간을 빵빵하게 부풀려, 사육실장의 옷을 벗기려고 애쓰고 있다.

결론이 나오면 행동도 빠르다.

"이, 똥마라가아아아아아!!"


"테갸아아아아아앗!?"

내려치는 리드는 채찍이 되어 눈앞의 난동자를 때려눕혔다.

애호파에게도 마라만은 취급이 다르다.

이것은 자신이 사랑하는 실장석을 상처입힌 이물질이라고 판단한 애호파에게 마라는 그냥 외적일 뿐이다.

"죽어, 죽어, 죽엇, 이 분충! 우리 그린그루쨩에게 뭐하는짓이야!"

"테에엣!? 테에에엣!? 테에에에!?"

자실장의 너덜너덜한 몸에 새로운 빨간 지렁이같은 피멍이 달린다.

머리를 감싸며 뒹구는 '마라실장'.

굴러다니면서도 괴상한 집념으로 사육실장을 쫒는 '마라실장'


그때마다 사육주는 금속부분이 붙은 리드를 휘두르는 것이다.

살이 패여, 피부가 갈라져, 멍과 멍이 연결되어 검붉은 얼룩을 만들어간다.

그래도 치명상을 입히지 않은 것은 이 공원을 둘러싼 환경때문일까.

독라라고 생각되는 자실장이 기듯이 그 장소를 벗어나려고 하자, 사육주는 추격까지는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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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 테- 테-"

자신도모르게 아수라장에서 빠져나온 도미.

발은 멋대로 잘 알고 있는 장소... 소녀와의 약속장소로 향하고 있었다.

낮은 돌계단위에 앉는다.

팬티는 찢어져 없어져버렸지만, 머리방울은 마지막 오기로 틀어쥐고 있었다.

(어째서 이렇게 되어버린테치?)

바보처럼 허공을 바라 보는 도미.

모든 것을 잃었다.

이대로라면 절대로 소녀는 찾아주지 않을 것이다.

그래, 이 머리방울이 없어진다면.

도미는 머리 방울을 끌어안았다.

이젠 이것 만이 자신의 생명줄.

잃어버릴 수는 없는 것이다.

손에 든다?

안된다. 다른 실장석에게 뺏겨버릴지도 모른다.

넣어둔다?

이젠 팬티조차 없는데?

"목에 감아 두는테치..."

도미에게 너무나도 기발한 생각으로 다가왔다.

만약을 위해 머리를 통과하여 한 개만 목에 감아 본다.

실장석의 팔에 펴질 정도로, 고무 자체는 강하지 않다.

가벼운 압박감은 있지만, 견딜 수있을 것 같았다.

"괜찮은테치"

또 한번 가벼운 기분으로 도미는 고무를 감았다.

고무는 감을때마다 힘이 배가된다.

자실장이기에 이런 당연한 사실을 이해할수 있을리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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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

그것은 위화감

어쩐지 머리가 뜨겁다.

"??"

그리고 휘청거리는 상반신

답답하다.

"??????"

조금 헐떡여 보지만, 점점 의식이 희미해져간다.

혈류가 단절된 도미의 뇌라도 이대로는 위험하다, 그것만은 알수 있었다.

머리를 쥐어뜯는다.

당연하게도 죄인 고무는 풀리지않는다.

"테... 테.... 테...."

시야기 어두워진다.

(이상한테치....어째서 이렇게 된 테치....행복하게되는것이 아니었던테치?)

털썩

곧 이런 가벼운 소리를 내며, 도미는 픽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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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시간에 소녀는 당도했다.

그리고 자신의 사육실장이 될 자실장을 찾는다.

그러나 그 장소에는 목을 머리방울로 졸린 너덜너덜한 독라의 자실장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소녀는 운다.

누가 이런 끔찍한짓을 한 걸까

미안해, 약속을 지키지못해 미안해.

살짝 자실장을 들어올린다.

빛이 사라진 눈동자, 얼마남지않은 온기

소녀는 공원의 한편에 구멍을 판다.

그리고 자실장을 고통스럽게하고있는 머리방울을 부드럽게 풀고는, 그 안에 자실장을 눕혔다.

안녕, 도미.

덮히는 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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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는 아직 죽지 않았다.

혈류가 돌아왔을때부터, 실장 특유의 생명력을 발휘해, 가사상태에서 부활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제대로 움직일수없는 도미의 몸 위에 점점 흙이 덮여져간다.

(잠깐 기다리는테...부부오)

입에 흙이 들어간다.

(아직 와타치는 살아있는..데웃!)

눈동자도 흙에 덮힌다.

(와타치는 사육실장이 되어 행복하게... 그런...테에에에에에에에!)

흙의 차가움만이 도미의 모든것을 덮어간다.

(그만두는테치 버리지마는테치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모든것이 어둠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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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와있던 소녀의 어머니가 부른다.

눈물을 닦고는, 소녀는 그 장소를 벗어나려고 하고있었다.

".........도미?"

소녀는 순간 누가 부르는듯한 느낌이 들어 돌아본다.

마치 그 자실장이 살아있는것같은 환상.

물론 환청이다.








자실장의 목소리가 들렸을 리가 없다.








작은 돌이 부서지는것 같은 희미한 소리가 난것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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