텟테레~♬
텟테레~♬
테에-
레후~♬
어느 따뜻한 봄날에 공원 화장실에서 한 들실장에게 여러 자실장이 새로 태어났다. 풍부한 영양을 섭취해서 그런지 새로 태어난 넷 중에 첫째 둘째 셋째 모두 건강한 자실장이었고 막내는 저실장이었다.
평범한 들실장인 친실장은 애정을 가지고 자들을 키웠다. 무엇보다 친실장이 서식하고 있는 후타바 공원은 애호파들도 자주 방문하고 특히 학대파들도 굳이 충돌하기를 꺼려하는 극렬 애호파도 있었기에 - 평범하기에 다소 모자란 친실장도 나름 자실장에게 애정을 줄 수 있는 풍요로운 환경이었던 것이다.
그런 친실장에게서 태어난 삼녀는 돌연변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존재였다. 의식이 갓 생성되었을 태어나기 전 부터
"세상에는 좋은 일만 가득한 데스~♪ 노예 닌겐들이 매일 콘페이토와 스테이크와 초밥을 바치러 오는 데스~♪ 기쁜 일만 가득한 세상에 우리 자들이 태어나는 데스~웅♪"
이라는 태교를 들으면서 다른 자매들이 행복회로를 발동하며 태어날 날만 꿈꾸었을 때, 그 자실장은 속으로 의문을 품었던 것이었다.
세상에는 좋은 일과 기쁜 일만 가득한데 정작 좋은 일과 기쁜 일이 어떤지 왜 알려주지 않는 걸까? 콘페이토와 스테이크와 초밥은 어떻게 생겼는지 왜 알려주지 않는 거지?
친실장은 그저 본능에 따라 태교를 빙자한 구라를 쳤지만 정작 자신은 딱히 기쁘고 좋은 일이라 느꼈던 경험도 없고 - 풍요로운 생활이지만 기쁘다고 느끼지 않는다. 실장석은 본질적으로 만족을 모르는 존재기에- 전설속의 스테이크와 초밥도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 결국 태교도 엉터리가 될 수 밖에 없다. 물론 평범한 자실장들은 그것으로도 충분하겠지만 돌연변이나 다름없었던 삼녀에게는 태어나기도 전에 세상에 의심을 품은 것이었다.
어쨌든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실장 일가족이었다. 자실장들은 적당히 분충기질이 있는 평범한 개체가 있었고 그저 하루하루 똥 만드는 기계인 저실장도 있었지만 정말 우연 - 혹은 기적- 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현명한 삼녀 같은 개체도 있었다.
어느정도 세월이 흐르고 친실장은 직접 자실장들을 데리고 훈육을 하였다. 공원 한복판에 세워진 골판지 상자 속에서 퍼질러 자다가 해가 중천에 뜨자 느릿느릿 일어나 자실장들과 엄지실장들, 그리고 자실장에게 안긴 구더기실장을 데리고 공원 분수대 근처로 향했다.
"여기서 먹는 물을 떠오는 데스"
하지만 친실장도 그다지 아는 게 없었기에 교육은 그것으로 끝나고 하릴 없이 시간을 보내며 공원을 빙빙 돌다가 해가 저물 때쯤 되자 공원 분수대에 있는 벤치로 향했다.
이미 그 곳에서는 성체실장과 자실장들 수십 마리가
"데~스웅♪ 노예 공물을 더 많이 받치는 데스우."
"마마 노예의 공물 맛있는 테칫!! 테칫!!♥"
"역시 와타시의 아름다움에 메로메로해서 공물을 가져온 데스. 데프프프"
"마마! 이게 노예 닌겐이 바치는 공물인 테츄? 맛있는 테치!"
"구더기쨩도 밥 달라는 레후~ 구더기라서 무시하는 레후?"
하며 소란을 피우고 있었고 한 남자가 옆에 상당히 질이 좋은 실장 푸드를 두고서 한 웅큼씩 실장들에게 뿌리고 있었다.
벤치 근처까지 도착한 친실장은 드디어 아는 것이 나왔다는 듯이 자랑스럽게
"잘 들으는 데스우, 해가 보였다 안 보일 시간이 되면 매일 노예 닌겐이 공물을 바치러 오는 데스. 너희들도 자라면 저 노예 닌겐에게서 공물을 받으며 살아가는 데스"
라고 설명하였고 자실장들도
"잘 알았다는 테치!"
"테프프프, 고귀한 와따시가 열심히 노예 닌겐을 부리는 테치!"
라며 화답하였다.
흡족한 기분이 된 친실장은 이어서
"그래도 저 노예 닌겐은 매일 공물을 바치러 오니까 똥을 던지면 안되는 데스. 저 노예를 보며 데스웅~♥ 한 번만 해주면 와따시들의 매력에 메로메로~인 데스. 데프프프"
그리고 자실장들도 따라서 "테프프프" 하며 추한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뭔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던 삼녀가 친실장에게 물었다.
"저 닌겐상이 정말 노예라면 똥 발라도 상관 없는 거 아닌 테치? 왜 똥을 던지면 안 되는 테치? 그리고 저 노예 닌겐이 공물을 바치러 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는 테치?"
"뭐라는 데스우! 마마의 마마 부터 저 닌겐은 노예였던 것인 데스우! 마마의 마마 부터 저 노예 닌겐은 고귀한 와따시들의 똥도 받을 자격이 없다고 가르친 데스우! 그리고 노예 주제에 와따시들에게 공물을 바치러 오지 않을리가 있는 데스우?! 왜 삼녀짱은 왜 이리 멍청한 데스우!"
"테프프, 이모토 쨩은 바보인 테치. 현명하고 아름다운 오네쨩인 와따시가 삼녀짱을 보살펴 주는 테치!"
"우리 장녀짱은 현명한 자인 데스. 삼녀짱도 마마 속 그만 썩히고 본받으라는 데스."
"테치...."
전혀 공감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가족 들과 다투고 싶지 않았던 삼녀는 조용히 침묵하였다.
그 애호파가 실장 푸드를 뿌려 댄 것은 불과 몇 개월 전 부터지만 실장석들의 두뇌로 그것은 영원히 공물을 바치러 올 것이라는 확신과 다르지 않았다. 근처에 폐지 수거장도 있었기에 골판지 상자를 구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고 태어나면서 옷을 가지고 태어나는 실장석들에게 의식주 모두가 충족 되는 풍요로운 생활을 보장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 이전에는 후타바 공원도 딱히 실장석에게 우호적인 환경이 아니었기에 역으로 현명하고 사려깊은 실상적이 많았다. 지금의 친실장의 모친실장도 온갖 위기와 고난을 겪으며 살아남은 역전의 개체였다. 그렇기에 공원의 실장석들의 식사를 챙겨주는 저 애호파가 얼마나 기적같은 일인지 알고서 열심히 자식들에게 저 애호파들에게 절대 무례하지 말라고 가르쳤지만 풍요로운 환경이 지속되면서 그 가르침은 모조리 잊혀지고 그저 막연하게 저 노예에게 자신의 노예라는 사실을 굳이 알려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할 뿐이다.
그리고 배부르게 실장푸드를 주워 먹고서 집으로 돌아가다가 데- 데- 하는 소리를 내며 똥을 집어 먹고 있는 독라와 마주치게 되었다.
그러자 친실장이 그 독라를 힐끗 바라보더니 뒤로 몇 걸음 물러나 독라에게 돌진해서
"데에에에챳!"
뻥-
"데에에에엥-"
짧은 다리로 온 힘을 다해 사커킥을 날렸다.
"데프프프, 잘 들으는 데스. 저 독라 분충들은 와따시들의 노예인 데스. 그냥 심심할 때 가지고 놀면 되는 데스. 데프프프"
"테프프프.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 똥벌레인 테츄"
"레후? 레후! 구더기쨩은 발이 짧아서 못 차는 레후!"
장녀와 차녀 역시 친실장과 비슷한 추한 웃음을 지으며 독라들에게 쪼르르 달려가 테칫! 테칫! 하며 발로 열심히 차며 돌을 던졌다.
"데에에엥-"
그러나 독라 실장은 두 팔로 머리를 감싸 쪼그러 앉은 채 그저 울기만 할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데프프프 가끔 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데스우. 하지만 와따시들은 정말 자비로운 데스. 힘껏 놀아주고선 저들도 보살펴 주는 데스."
"테치? 노예도 보살펴야 하는 테치? 테에엥~"
"데스. 귀찮으면 안 해도 되는 데스. 하지만 와따시는 고귀한 만큼 자비로우니까 언제나 놀아주고나선 밥을 주는 데스"
친실장이 그렇게 말하고선 팬츠를 내린 다음 데에엥- 하며 울고 있는 독라에게 엉덩이를 내밀고
부륵! 부르르륵! 푸직!
똥을 쌌다.
"테프프프. 정말 보기 흉한 테치!"
"똥벌레 답게 똥하고 너무 어울리는 테치!"
"레후! 구더기 쨩도 같이 똥을 싸고 싶은 레후!"
그러자 독라는 데에엥- 거리며 눈물을 흘리다 몸에 묻은 똥을 열심히 긁어 입으로 가져가 먹었다.
친실장은 흐믓하게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경악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삼녀를 발견 하였다.
"삼녀는 왜 같이 안하고 그러고 있는 데스? 정말 즐거운 놀이인 데스"
"마마... 왜 독라 들을 괴롭히는 테치?"
"삼녀짱은 무슨 말을 하는 데스? 독라들은 와따시들의 노예 장난감인 데스."
"독라 실장도 우리와 같은 테치. 우리도 옷을 잃으면 저 독라와 똑같이 되는 테치. 그런데 왜 독라들이라고 괴롭혀야 하는 테치?"
친실장은 가만히 삼녀를 바라보기만 하였다.
"이건 이상한 테치. 서로 도우며 살아 가야 하는 테치. 만약에 우리가 옷을 잃어도 다른 아줌마들도 우리를 도와야 하는 테치"
친실장이 계속 멍하니 삼녀를 바라보더니 갑자기 삼녀에게 달려가
"테칫!!!!!!!!"
발로 뻥- 차버렸다.
"이 분충이 뭐라고 하는 데스!!! 저 노예들과 와따시들이 같다고 하다니 너도 분충인 데스우!!! 분충은 우리자가 아닌 데스!!!"
"미안한 테칫! 잘못한 테칫! 한 번만 용서해달라는 테칫! 마마!"
"안 되겠는 데스. 분충은 솎아내야 하는 데스."
"잘못한 테칫! 절대 다시는 안 그러겠단 테칫!"
친실장에게 만약이란 개념도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무엇보다 고귀한 자신이 분충 노예인 독라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으며, 애초에 옷과 머리카락을 잃어도 지금의 자신과 다르지 않은 개체라는 것 부터가 평범한 실장석들에게 너무 고차원적인 개념이었다. 그래서 얼토당토 않는 소리를 들은 친실장에게 삼녀가 한 말은 마마는 독라 노예인 테치! 이상으로 이해하기 힘들었고 그렇기에 그 동안 자식이지만 왠지 이해하기 힘들었던 삼녀가 차츰 똥벌레로 보이기 시작했다.
목숨의 위기를 느낀 삼녀는 강렬한 혐오감을 느꼈지만 어쩔 수 없이 본능에 따라 살기 위해 친실장에게 고개를 정확히 45°로 기울인 다음 팔로 턱을 살짝 바친 다음 최대한 애교를 담아
"테.. 테츄웅~♥"
아첨을 하였다.
저열한 우월감을 만족시켜줄 만큼 완벽한 아첨이었기에 친실장이 삼녀를 바라보는 눈이 당장 솎아내야 할 분충에서 솎아내기 제일 후보로 너그럽게 변했다.
사는 환경이 조금만 혹독했다면 즉시 일가족의 장난감 겸 비상식량이 되었겠지만 그래도 풍요로운 생활이 친실장을 좀 더 너그럽게 하는 것이었다.
"이번 한 번만 용서하는 데스. 하지만 다시 이상한 소리를 하면 독라로 만들어 가지고 놀다 잡아먹는 데스"
"테.. 테치"
삼녀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으로는 친실장도 포함해 동족들에게 혐오감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는 자신의 생각을 경솔하게 밖으로 드러내거나 하지 않고 조용히 침묵을 지키는 시간이 많아졌다.
후타바 공원에는 매일 실장 푸드를 자루 단위로 뿌리는 극렬 애호파가 있었다. 학대파들은 그 애호파가 곧 그만둘 거라 생각했지만 수 개월이 지나도록 여전히 실장석들에게 실장푸드를 뿌리는 모습을 보고 어마어마한 강철 멘탈을 지닌 그 애오파와 충돌하는 것을 매우 꺼리고 - 학대파 눈에는 제정신으로 보이지 않았다 - 공원을 향한 발끝을 돌리며 바야흐로 실장석 전성시대가 도래하였다. 친실장이 태어나기 전 부터 풍요로운 생활이 계속 되어 가장 큰 고난이 성체실장이 되어 독립할 때 약 200m 정도 떨어진 폐지 수거장에서 적당한 골판지 상자를 가져오는 것일 정도로 그 외에는 딱히 별다른 고생을 하지 않고 먹고 자고 싸는 생활을 반복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실장 푸드가 무제한으로 뿌려진지 수 개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그럭저럭 공원의 생태가 무너지지 않았는데 이전의 실장석 대구제로 실장 개체 수 자체가 워낙 적었고 애호파가 완전 자리 잡기 전에는 그래도 학대파나 학살파들이 간간히 방문하여 실장석 개체 수가 불어나는데 브레이크를 잡아 주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점차 실장석들의 개체 수가 기하급수로 증가하고 그에 비례해서 실장석들의 분충성을 드러나는 빈도수가 증가하자 소프트 애호파들은 점차 공원에 발길을 끊기 시작했다. 다행히 실장 푸드를 뿌리는 극렬 애호파는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학대파들이 가끔 공원을 정탐하러 오기도 하였다.
그리고 그 학대파에게 공원 한복판에 떡하니 골판지 상자를 세워 두고 지내던 친실장 일가가 타겟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 여름이 되어 자실장들도 꾸준히 자라 중실장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커졌다. 막내였던 저실장은 결국 천수를 누리고 죽었지만 자매였던 장녀, 차녀, 삼녀 모두 꾸준히 자라 중실장이 되었던 것이었다.
장녀와 차녀가 풍요로운 생활에 지쳐 하루하루 똥만드는 기계로 독라 실장을 가지고 노는 낙으로 살 때 삼녀는 별다른 말을 하는 것도 없이 공원을 이리저리 돌아다니 거나 골판지 상자 옆에 거의 눕다시피 자란 나무를 타거나 곤충이나 잡초를 구토를 하면서 꿋꿋히 집어 먹는 기행을 벌여 가족 모두에게 비웃음을 당하고 있었다. 슬슬 배부른 가족들의 장난감이 될 것인지 아니면 무사히 성체실장으로 자라나 독립하게 될 것인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시점이었다.
「와... 똥벌레들이 몇 달 만에 이렇게 불어나네.」
"??!!"
"테프프프, 새로운 노예가 온 테스!"
"노예 닌겐! 어서 빨리 콘페이토를 바치는 테스!"
"콘페이토로는 부족한 테스! 스테이크와 초밥을 산더미처럼 쌓아두고 머리를 조아리고 있으란 테스!"
「쟤들은 똥싸고 자식벌레 싸지르는 거 말고 할 일도 없나? 하긴 똥이나 자식벌레나 똑같은 거긴 하지만.」
"뭐라는 테스! 빨리 스테이크를 가져오고 도게자를 하는 테샤!!!"
그러자 친실장이 조용히 손을 들며 말했다.
"조용히 하는 데스. 저 노예 닌겐이 공물을 바치지 않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다른 일로 온 데스. 저 노예 닌겐은 와따시의 아름다움에 메로메로인 테치. 그래서 와따시를 사육실장으로 모시러 온 데스. 와타시가 저 노예 닌겐에게 장녀짱과 차녀짱도 같이 키워 달라고 명령하는 데스"
"정말로 우리도 이제 사육 실장인 테스?"
"함께 키워 준다니 역시 우리 마마인 테스!"
"와타시도 이젠 세레브 실장인 데스. 노예 닌겐을 부리며 매일 콘페이토와 스테이크와 초밥을 먹으며 사는 데스. 뭐 우리 귀여운 장녀짱과 차녀짱도 함께 못 살 것도 없는 데스. 데프프프"
가족들이 행복회로를 풀가동하며 신나게 떠들었지만 삼녀는 본능적으로 공포심을 느꼈다.
아무리 봐도 저 닌겐의 표정에는 '호의'를 찾을 수 없었던 것이었다. 인간이 나타날 때 부터 조용히 숨어 있던 삼녀는 살그머니 뒤로 돌아 나무를 타기 시작했다. 골판지 상자 근처에 그리 크지 않고 비스듬하게 자란 나무가 있어서 실장석도 열심히 연습한다면 나무에 오를 수 있었다. 물론 그리 높이 올라가지 못하고 초등학생도 손을 내밀면 잡힐 위치지만 그 누가 실장석이 나무에 올라가 있을 거라 생각할까? 더구나 어느정도 실장석에 대해 지식이 있다 자부하는 학대파들이 다른 실장석이 있을까 하고 나무를 살펴보거나 하진 않을 것이다.
「니들은 정말 운이 좋은 줄 알아라. 저 애오파 놈은 진짜 밥먹고 공원에만 있나 아직도 있네」
학대파 청년은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실장석들을 쳐다보았지만 그저 정탐하는 의미로 찾아왔을 뿐 이미 근방에 널리 알려진 극렬 애오파와 충돌을 감수할 만큼 학대 욕구로 충만하진 않았다. 뭐 굳이 학대를 하고자 한다면 근처 실장숍을 들려 떨이 500엔짜리 실장들을 사도 되는 것이다.
그저
"데.. 데스?"
"테?"
손에 위생 장갑을 낀 다음에 실장석을 집어 들어 "데프프프" 하며 행복 회로를 풀가동하고 있는 실장석들의 두건을 벗기고 옷을 벗겨서 돌돌돌 말은 다음 라이터로 태우고 발로 밟으며 산불을 예방하기 위해 - 자연은 소중합니다 - 잔불이 남았나 주의깊게 살펴 보고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린 실장석들의 머리 털을 뽑아서 바람에 후~ 날려주고 골판지 상자를 집어 들고 차곡 차곡 접어 근처 쓰레기 장에 폐지 재활용 봉투 - 재활용을 합시다 - 가 아니라 그냥 쓰레기통에 넣어 - 실장석의 똥이 묻은 폐지를 재활용 봉투에 넣는 민폐를 끼치지 맙시다 - 조용히 공원을 떠나갔다.
"데...?"
"테...??"
"테..."
"데에에엥"
"테에에엥"
"테에에엥"
"데에에엥-"
"테에엥엥-"
"테에에엥-"
그리고 나뭇가지 위에 숨어 있던 삼녀는 바들바들 떨면서 그 참상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공원에 독라실장이 세마리 늘었다.
실장석들에게 '자아'란 머리카락과 옷을 빼앗기는 것 만으로도 자신이라는 정체성이 흔들릴 정도로 빈약하다.
한 실장석을 몰래 독라로 만들고서 그 독라 실장에게 거울을 보여주면 일단 타고난 분충성을 토대로 "데프프프" 하며 비웃는다. 하지만 그 독라 실장에게 거울의 독라가 자신이라는 것을 인식시키면
"...데스? 저 독라와 나는 왜 똑같이 움직이는 데스? 난 독라 실장이 아닌 데스. 그런데 왜 난 저 독라인 데스? 하지만 독라는 내가 아닌 데스. 그럼 난 어디에 있는 데스?"
하며 정신이 나가 버리는 것이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주위 자극에도 무뎌지고 최소한의 생존 욕구만 남은 독라 실장이 완성된다.
하지만 이번에 새로 합류한 세 독라는 이와 달랐다. 삼녀의 나름 헌신적인 노력에 의해서 저 독라들은 정신이 거의 나갔지만 여전히 '머리카락과 옷을 잃었지만 삼녀의 마마, 혹은 오네쨩' 이라는 자아를 어떻게든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물론 독라인 이상 다른 실장석들의 학대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만큼 어쩌면 확고한 자아를 가지고 동족들의 집요한 학대를 받는 것이 더 불행할지도 모른다.
삼녀는 그 동안 살던 집을 학대파에 의해 잃었지만 여름이었기에 노숙을 하면서 충분히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었다. 물론 골판지 상자를 새로 구해서 집을 만들 수도 있겠지만 혹시나 인간과 마주칠 것이 두려워 공원에서 어지간하면 벗어나려 하지 않았다. 그래도 음식만은 풍족한 환경. 그래서 삼녀도 가족을 돌보는데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딱히 자주 가족인 독라들에게 말을 걸어주고 애호파가 뿌리는 실장푸드를 가져다 주는 것 이상은 하지 못했지만 그것만으로도 어떻게든 살아가는데 별 문제가 없었을 것이었다.
"뎃! 불효자식인 데스! 왜 빨리 밥을 가져오지 않는 데샤!"
"텟! 피도 눈물도 없는 이모토쨩인 테스! 왜 밥을 가져오지 않는 테샤!"
"이모토 쨩은 똥벌레니 어쩔수 없는 테스! 그러니까 밥은 많이 달라는 테스!"
하지만 실장석들의 집요한 학대로 가족들은 삼녀를 고압적으로 대하는 것이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 창구였다. 다만 지능이 계속 떨어지다 보니 레퍼토리가 전부 밥 많이 달라 더 빨리 달라 수준에 불과했지만 그것만으로도 삼녀는 정신이 피폐해지고 있었다.
더구나 독라를 보살피는 실장이란 실장석 사회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여름이라는 계절 덕분에 덥고 귀찮아서 방관하고 있었지만 언제까지나 저런 돌연변이 실장석을 용납할 리가 없었다.
삼녀가 치마에 실장 푸드를 담고서 가족이었던 독라 실장들에게 가져다 주던 때였다. 그 때 어떤 성체 실장이 삼녀의 뒤에서 접근하였다.
"....오마에는 지금 감히 뭐하는 데스우."
"텟!"
갑자기 나타난 실장의 명백한 적의에 삼녀는 놀라 넘어졌다. 이에 상관없이 성체실장이 삼녀에게 계속 말했다.
"지금 뭐하고 있는 데스. 왜 독라들에게 우리가 먹는 밥을 주는 데스?"
"...와타시의 마마와 오네쨩인 테스. 아무도 먹지 않고 남은 밥만 가져다 주는 테스. 아무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는 테스"
그러자 성체실장이 삼녀를 빤히 쳐다보기만 하다 말했다.
"독라는 밥 같은 거 안 먹는 데스. 독라에게 가족 같은 건 없는 데스. 그런데 오마에는 독라가 가족이라고 하는 데스."
"...그러니 오마에도 독라 똥벌레인 데스"
독라가 되면 어떤 취급을 받고 있는지 아는 삼녀는 깜짝 놀라 소리쳤다.
"와따시는 독라가 아닌 테스! 와따시는 머리카락도 옷도 있는 테스!"
"하지만 독라가 가족인 데스. 그러니 와타시가 독라로 만들어 주는 데스"
삼녀도 많이 자랐지만 아무래도 성체 실장에 비하면 체구가 작다. 그리고 체구 = 힘이 공식인 실장 사회에서 결코 뒤집을 수 없는 차이다.
하지만 삼녀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여기에는 마마와 오네쨩들도 있었다. 4:1로 싸우면 누가 이길지 뻔하다.
"마마! 오네쨩! 도와 주는 테스!"
"...오마에는 지금 누구와 말하는 데스?"
"...테?"
삼녀가 가족에게 열심히 소리를 쳤지만 기대했던 가족들의 화답은 들리지 않았고 딱하다는 듯 쳐다보는 성체 실장이 한마디 한다.
...계속 귀를 기울이니 가족들에게서 어떤 소리가 들린다.
삼녀는 덜덜덜 떨면서 뒤에 있던 가족을 되돌아 보자
"데프프프"
"테프프프"
"테프프프"
가족들은 두팔로 머리를 부여잡고 웅크린 자세로 추한 웃음으로 삼녀를 비웃고 있었다.
자신들은 이렇게 추한 독라가 되었는데 그동안 혼자 머리카락과 옷을 가지고 신나게 잘난척을 하던 자 - 또는 이모토가 독라가 될 것 같은 상황에
그들은 기쁨으로 충만해졌던 것이다.
"테.... 테..."
"이제 그만 포기하는 데스우."
성체실장이 삼녀에게 조금씩 접근하며 두건에 손을 뻗는 그 순간
"텟!"
"데갸앗!"
고래를 숙이고 부들부들 떨고 있던 삼녀가 갑자기 바지에서 뭔가를 꺼내 성체실장에게 휘둘렀다.
날카로운 못이었다.
성체실장은 날카로운 못이 얼굴 피부를 긁고 지나가자 깜짝 놀라 빵콘하며 넘어졌다. 하지만 삼녀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성체실장에 올라타 못으로 열심히 내려 찍었다.
"데걋! 데걋! 이제 그만하는 데스! 내가 진 데스!"
하지만 삼녀는 바보가 아니었기에 지칠 때 까지 계속 못으로 성체실장을 찍었고 하늘이 도왔는지 운 좋게도 위석을 못으로 찍어버렸다.
파킨!
"데걋! 데......"
테스, 테스 하며 숨을 몰아 쉬던 삼녀는 못을 다시에 바지 속에 넣고 가족을, 아니 가족이었던 독라들을 되돌아 보았다.
"데에에에"
"테에에에"
"테에에에"
독라들은 삼녀의 험악한 눈초리에 움찔했지만 고개를 살짝 기울이고 팔로 받친 다음
"데스웅♥"
"테스웅♥"
"테스웅♥"
하고 아첨을 하였다.
극렬한 혐오감을 가지고 삼녀는 독라들을 떠나 걷기 시작했다. 뒤에서 데에에.. 테에에..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꿋꿋하게 계속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그래도 가족이었기에
마마, 오네쨩이었기에
걸음을 멈추고 다시 되돌아 보았다.
독라 세마리가 성체 실장을 미친듯이 뜯어 먹고 있었다.
삼녀는 진저리를 치고서 다시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코 되돌아 보지 않았다.
여름의 더위도 한풀 꺾이고 가을이 찾아오고 있었다. 드디어 성체실장이 된 삼녀는 그 동안 공원 근처의 산을 타며 홀로서기에 도전하고 있었다.
산실장.
인간들에게 기생하는 것을 거부하고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살기를 택한 실장석들.
하지만 산실장들은 수십, 수백세대를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그들의 삶을 후대에 태교나 훈육을 통해 전수하며 살았던 존재이다. 아무리 삼녀가 현명하더라도 완전한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는 없다.
삼녀 자신은 동족들에 대한 혐오와 닌겐들에 대한 경계심으로 동족과 인간 둘 모두에게서 떨어져 살고 싶었지만 실장석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살기 위해서는 결국 인간에 기생할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래도 삼녀가 가진 동족에 대한 혐오에 비하면 그래도 인간에 대한 경계심은 약한 편이었는데 사실 삼녀가 그 동안 만났던 인간이라고는 음식을 무한 배포하는 애호파와 가족을 독라로 만들었을 뿐인 - 삼녀의 관점으로는- 혐오파 단 둘 뿐이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보면 단 한 번의 학대파와의 조우만으로 인간에 대한 경계심을 버리지 않는 삼녀는 매우 현명한 것이다.
그런 삼녀는 계속 공원 근처 야산을 뒤지다가 상당히 큰 고목을 발견 하였는데, 그 고목 안에는 실장 일가도 충분히 살 수 있을 만큼 넓은 공동이 있었다.
그 공동 바닥에는 낙엽들과 부드럽고 촉촉한 부엽토가 깔려있었는데, 삼녀는 거기에 땅을 더 깊게 파고 낙엽들을 깔아 새로운 집으로 삼았다.
통상의 등산로에서 어느정도 떨어진 편에다 딱히 실장석에 위협이 될 야생동물도 별로 없는 곳이기에 쾌적하고 무엇보다 안전한 주거지를 가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결국 식료는 애호파가 뿌리는 실장푸드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삼녀는 언제나 풍족한 음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그 애호파가 사라졌을 때를 대비하여 계속 주위 야산을 탐사하였다.
나무 열매나 버섯, 꽃과 잡초들과 곤충 시체들을 모두 먹어보았다. 결코 유쾌한 맛은 아니었지만 실장푸드에 길들여진 미각을 자실장 시절부터 열심히 학대하며 연습하였기에 어떻게든 먹을 수 있었다.
주거지 근처에 흐르는 개울을 발견하여 목욕과 빨래를 하기도 하였다. 실장석이 목욕이나 빨래를 하기 위해서는 인간이나 친실장이 아와아와한 따뜻한 물로 혼을 빼고서 계속 눈 앞에 옷을 보여줘야만 하는 것과 달리 삼녀는 태연히 옷을 벗어 빨래와 목욕을 하였다. 삼녀의 위생에 대한 욕구에 비하면 유사 독라 체험에 대한 스트레스는 없는 것과 다름 없었다.
그리고 산을 열심히 탐사하다가 인간들의 주거지로 빠지는 샛길을 발견하였다. 처음에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닌겐에 대한 경계심도 약해지고 태생이 호기심이 많았던 개체라 슬그머니 탐사에 나서게 되었다.
깊숙히 들어가진 않았지만 계속 된 관찰에 의해서 특정 시기가 되면 음식물 쓰레기가 일정한 장소에 모이는 것도 발견하였다.
계속 된 풍요로 잊혀진 들싱장들의 삶의 방식인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뒤지기를 재현한 것이다.
조심스럽게 음식물 쓰레기봉투에 다가가 봉투를 연 다음 먹을 만한 것을 챙기고 산에 무단 투기 되었다가 줏은 비닐 봉투에 담았다.
그리고 실장석의 손으로는 한계가 있지만 최대한 원래 모습에 가깝게 묶고서 돌아가곤 하였는데 어느 날은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온 주부와 마주쳤다.
"테..텟!"
하지만 실장석이 바들바들 떨면서 쓰러져 있던 쓰레기 봉투를 다시 세우고 정리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한숨을 푹 쉬고는 모른 척해준 것이었다.
다리가 풀릴 뻔한 삼녀는 침착하게 정리를 마치고서 집으로 되돌아왔다.
그리고서는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뒤지는 것은 최후의 수단으로 삼자고 결심했던 것이었다.
가을도 꽤 지나 바람에 담긴 차가움이 조금씩 짙어지는 때였다.
삼녀는 언제나 그렇듯 실장 푸드를 한 포대 가지고 뿌리는 애호파와 추태를 부리는 동족들에게서 좀 떨어진 곳에 숨어있었다.
"공물이 왜 이딴 것 뿐인 데스! 당장 스테이크와 초밥을 가져오란 데스! 데샤아아앗!"
"마마.. 더 이상 이런 똥 같은 거 더 이상 못 먹는 테츄. 테에에- 빨리 저 노예 닌겐에게 콘페이토 바치라고 명령해달라는 테츄!"
"겨우 이딴 공물로 아름답고 고귀한 세레브 와타시를 만족시키려고 하는 데스까? 정말 끝도 없이 멍청한 똥벌레인 데스우!"
"레후! 구더기 쨩도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레후! 구더기 쨩 열심히 똥을 쌀테니 대신 발라달라는 레후!"
애호파와 실장석들의 분위기도 몇 달 전부터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지만 그래도 아직 투분까지 하는 개체는 나오지 않았다. 다만 시간문제였다.
한 바탕 소동이 끝나고 배부른 동족들이 집으로 돌아가 조용해지자 바닥에 널려있는 실장푸드를 줍기 위해 슬그머니 다가섰다.
「안녕?」
"데걋!"
그 동안 묵묵히 음식을 뿌리기만 하던 닌겐이 말을 걸며 삼녀를 집어 들자 소리를 지르며 바들바들 떨었다.
「하하. 미안 놀라게 했지. 그냥 조금만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닌겐이 뭐라 하는 것 같았지만 어차피 린갈이 없었기에 뭐라고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린갈이라 불리는 위석 동조기는 위석의 파장을 수신해서 실장석과 인간 사이에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만드는 기능을 하였다. 린갈이 있다면 닌겐이 말하는 것도 위석이 수신하고 텔레파시처럼 실장석에 전달해주겠지만 애호파 인간은 린갈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왜 린갈을 가지고 다니나? 보나마나 콘페이토 내놔라 닌겐 노예! 같은 소리나 할 것이 뻔한데. 애호파도 바보는 아니다.
삼녀는 그래도 닌겐의 목소리나 쓰다듬는 손에서 적의나 공포는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에 몸을 경직한 상태로 쥐 죽은 듯 가만히 있었다.
「내가 작년 여름에 별 생각 없이 공원에 왔을 때는 정말 끔찍한 곳이었어」
「바닥에는 초록과 빨간 얼룩들로 가득했고 실장석들은 서로 뜯어 먹고 있었지.」
「그 모습을 보면서 난 생각했단다. 저들도 생명인데 왜 저렇게 비참하게만 살아야 하는 걸까.」
「저들도 기쁨과 슬픔을 느끼는 생명이잖아. 기왕 세상에 태어났다면 보다 아름다운 세상에 살게 하고 싶었어」
「최소한 어미가 자식을 뜯어 먹는 모습을 보고 싶진 않았다. 지금은 터무니 없는 오만이었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래도 내 힘으로 이 공원에 있는 실장석들은 최소한 먹을 것 걱정은 없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했어. 그냥 이 세상에 태어났으니까 세상의 일원으로서 보다 행복하게, 보다 즐겁게 살았으면 했지.」
"데...."
닌겐이 뭐라고 말하는지 하나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남자의 말에는 상냥함이 있었다.
하지만 이는 결국 실장석에 대해 무지한 말이었다. 왜냐하면
「그리고 어미가 자식을 잡아 먹는 모습은 보지 않게 되었지. 그대신...」
남자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어미가 자식을 독라로 만들어 가지고 놀던데?」
"데에..."
실장석은 행복을 느낄 줄 아는 생명체가 아니다.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는 만족을 알아야 하는데 실장석에게 만족이란 없다. 물론 실장석들도 좋은 일을 겪으면 빵콘하며 기뻐하고 슬픈 일을 겪으면 빵콘하며 절망한다. 하지만 그것은 주어지는 자극에 대한 반응에 불과할 뿐 결코 행복과 같은 고차원적 감정은 아니다. 남자는 그것을 모르고 실장석의 식욕이라도 충족시키면 보다 행복해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식욕이 충족된 실장석들은 행복을 느끼는 대신
「난 그냥 배고품을 잊은 만큼 서로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그 행복을 찾는 방법이 무작위 개체를 독라로 만들고 집단 린치하는 것일 줄은... 내가 실장석들에게 한 수 배웠다고나 할까? 하하」
우월감을 만족시키는데 눈을 돌렸던 것이었다. 최근에 와서는 스테이크와 초밥을 요구하는 빈도가 급격히 증가하여 식욕조차 결국 만족시키지 못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남자는 분충들이 자신에게 뭐라고 떠드는지 뻔히 알면서도 자신과의 약속을 우직하게 지킬 만큼 견실했다. 그 우직함이 자신이 지금의 사회적 위치를 얻을 수있었던 힘이라 생각했기에.
「그래.. 그래도 넌 좀 다른 것 같긴 하다만」
남자가 쓴웃음을 지으며 삼녀를 보며 말했다.
삼녀 자신이야 몰래 숨어있었다고 생각했겠지만 남자에게는 눈에 너무 잘 띄는 개체였다. 실장석과 조금 떨어진 곳에 숨어 경계하는 유난히 청결한 모습의 개체란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군다나 아무도 없는 공원에 실장 푸드를 줍다가 고개를 꾸벅 숙이고 가는 개체라면 더더욱.
「하지만 이짓도 끝이야. 내일부터 직장에서 다른 곳에 발령이 났거든. 사실은 발령 '나게' 만든 것이지만.」
「그래도 이건 나와의 약속을 어긴 것은 아니야. 이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까.」
「...너에겐 작별을 하고 싶었다. 다른 똥벌레들이야 내 알바는 아니지만...」
그러더니 남자가 주머니에서 꽤 큰 봉투를 삼녀에게 주었다.
「콘페이토야. 솔직히 이게 너에게 득이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넌 현명한 개체인 것 같으니 잘 쓰겠지.」
"데스우?"
삼녀는 엉겁결에 받아든 형형색색의 알갱이들이 수십 개가 들은 주머니를 바라 보았다. 본능이 말한다. 이것이 전설의 콘페이토라고.
남자가 삼녀를 다시 내려다 놓고 쳐다보았다.
「너...」
「하하.. 아니다 됐다. 그럼 바이바이.」
뒤에 이어질 말은 '내 사육실장이 되지 않을래?'였지만 자신의 섣부른 간섭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생각하고선 하려던 말을 삼켰다. '스스로 사육실장이 되어 달라고 하면 못이긴척 받아들일 텐데' 라고도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럴 시간도 없었고 또 그럴 개체가 아닌 것을 안다. 만약 삼녀가 남자의 사육실장이 되었다면 둘다 행복했을 것이다. 자신과의 약속이라고 고지식하게 수백 개체의 실장석을 먹일 만큼의 실장 푸드를 일년 넘게 뿌릴 만큼 재력은 넘치지만 독신 생활로 고독한 남자나 훈육이 필요 없을 만큼 현명하지만 동족을 혐오해서 외롭게 살아가는 삼녀나 모두 행복하게 살았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남자는 그동안 조각날 뻔한 멘탈을 잡아주었던 정이 든 실장석과 작별하고선 다시 자신의 삶으로 되돌아갔다.
다음 날. 실장석 사회에 파란이 일었다.
잘 보이지도 않고 가끔 볼 때마다 이상한 짓만 하던 한 실장석이 무려 콘페이토를 가지고 와서 장사에 나선 것이었다.
콘페이토는 모든 실장석들이 탐욕에 빠져들 만큼 귀한 것이었지만 그렇다고 힘으로 뺏을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그 실장석이 이상한 무기로 자신보다 더 큰 실장석도 죽인 아주 무서운 개체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콘페이토를 댓가로 요구하는 것이 너무 어이 없었던 것이었다.
"정말로 도토리를 가져오면 콘페이토를 주는데스우?"
"그런데스. 도토리 아주 많이 가져 오면 콘페이토 한 개 주는 데스"
"테프프프. 정말 병신인 데스. 여태 모은 도토리를 모두 줄 테니 콘페이토 하나 내놓는 데스"
삼녀는 실장푸드에 익숙해진 미각으로 곤충과 잡초를 먹기 위해 얼마나 구토를 했는지 생각하고서 굳이 콘페이토를 먹는 모험을 하지 않았다.
다만 날씨가 계속 추워지는 것을 느끼며 콘페이토로 더 많은 음식을 가지러 하였다.
하지만 다른 실장석들에겐 정말 멍청함의 극치였다. 물론 부지런하다 싶은 실장석들은 본능의 명령에 따라 겨울 준비를 하긴했다.
하지만 그건 거의 형식적인 것으로 작년에 열심히 음식을 모아 월동준비를 했건만 매일 닌겐 노예가 뿌리는 공물을 받느라 고스란히 버렸던 기억이 어렴풋하게 남아있던 것이다.
그러니 자신이 이걸 왜 하는지도 모르지만 본능에 따라 모아 둔 음식을 가져오면 콘페이토를 주겠다는 삼녀는 정말 멍청함 그 자체였다.
하지만 본능을 이길 만큼 게으른 개체들도 있었다.
"와타시는 그딴 거 없는 데스. 콘페이토 안 내놓는 데스우?"
삼녀는 생각했다. 딱잘라서 안 된다고 하면 힘으로 빼앗으려 들지도 모른다. 저 이기적인 실장석들이 고분고분 거래를 하는 이유는 워낙 거래 조건이 후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예 콘페이토를 얻을 수 없다고 생각하면 힘으로 뺏으려 들지 모른다. 그만큼 콘페이토는 매력적인 존재이다.
"오마에의 집에 있는 수건을 가져오는 데스."
"데프프프. 수건 따위와 콘페이토를 바꾸자니 너는 정말 멍청한 데스. 하지만 고귀한 와따시는 자비롭게 분충인 오마에와 바꾸는 데스우."
그렇게 삼녀는 콘페이토를 가지고 음식과 수건, 페트병과 접시 등등과 교환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어떤 실장석은
"이.. 이걸론 안되는 데스?"
비누를 가져오기도 하였다.
"이.. 이건 좋은 냄새가 나는 데스. 먹으면 콘페이토보다 더 맛있는 데스'
물론 저것이 뭔지 안다. 그리고 저게 거짓말인 것도 안다. 삼녀도 화장실 바닥에 떨어진 비누 조각 가지고 열심히 빨래와 목욕을 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실장석이 가져온 비누는 거의 새것이었다. 너무나 후한 조건에 잠시 멍했지만 못 이긴 척,
"콘페이토보다 맛있는 것이니까 어쩔 수 없이 바꿔주는 데스"
"데프프프, 정말 병신인 데스. 멍청한 분충인 데스우."
라고 속마음을 그대로 내뱉는 것을 모른 척 하고 교환했던 것이었다.
"데갸야야야얏!!!!!!!!!!!!!!!!!!!"
"멍청한 똥닌겐노예 왜 안 오는 데스!!!!!!!!!!!!!!!!"
"공물을 가져오라는 데스!!!!!!!!!!!!!!!!!!"
"지금이라도 오면 스테이크와 스시로 참는 데스!!!!!!!!!!!"
"배가 고픈 테츄!! 마마 빨리 밥 달라는 테츄!!"
"테에엥- 테에엥-"
"오로롱- 오로롱-"
덕분에 삼녀의 삶은 매우 풍요로와졌다.
공원 근처 야산의 고목 안에는 삼녀가 시간 날 때마다 꾸준히 땅을 파서 꽤 넓고 차가운 비바람도 막아주는 안락한 공간이 있었다.
그 동안 열심히 채집한데다 콘페이토와 바꾼 덕분에 겨우내 먹고 자기만 해도 충분할 만큼의 양의 음식을 쌓아두고 페트병과 수건 접시 등을 완비하여 매우 쾌적한 - 객관적으로는 그래도 혹독한 - 겨울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삼녀는 가만히 앉아 게으름을 피우는 것을 참을 수 없었기에 야산 여기저기를 쏘다니며 음식을 찾아 다니거나 인간의 주거지를 살펴보거나 하였다.
이에 반해 공원 들실장의 삶은 참혹했다.
먼저 매일 실장푸드를 뿌렸던 애호파 남자가 먼 지방으로 발령 받아 떠난 이후로 급격한 식료 부족에 시달렸다.
대다수의 실장석들은 밥을 구하는 방법을 잊었고 잡초나 꽃, 곤충과 같은 그나마 흔한 것들은 꽤 질이 좋은 실장푸드에 길들여진 미각으로는 결코 먹을 수 없었다.
삼일.
친실장이 자실장이 잡아 먹는데 걸린 시간이었다. 일년이 넘게 남자가 해왔던 일이 모두 무너진 데에 불과 삼일이 걸린 것이었다. 자실장들을 전부 잡아 먹거나 그나마 애정이 깊은 개체들은 서로를 사냥하며 잡아 먹었다.
'일년 이상 충분한 영양을 섭취'라는 실장석으로는 기적같은 환경 덕분에 며칠을 굶어도 과도한 스트레스가 문제일 뿐 당장 영양부족으로 죽지는 않았다. 그래서 몇 주간을 동족에게 습격 당해 뜯어 먹히고 재생하면서 비축 된 영양을 소모하는 것으로 빠르게 개체가 감소하긴 했지만- 꽤 오래 생존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배고픔 앞에서 구토를 하며 잡초나 벌레를 집어 먹으며 빠르게 올바른 미각을 되찾아 갔고 똥을 버리지 않고 다시 집어 먹는 예전 삶의 지혜를 되찾음으로써 상당수의 개체가 또다시 줄어들었지만 어쨌든 수십 개체의 실장석이 살아남았다.
그리고 겨울이 왔다.
잡초도, 벌레들도 모두 사라졌다.
콘페이토 한 알과 비축했던 식량을 전부 교환했던 실장석들은 완전 기아상태에 빠졌다. 일년간 먹고자고싸며 비축했던 영양도 전부 거덜났다.
실장석들은 그동안 잊고 지냈던 생존 방식을 되찾아야 했다.
편의점으로 몰려가 비상식량으로 살아남았던 - 애정 때문에 살려두었던 개체는 결국 배고픔을 이기지 못해 잡아 먹었다 - 자실장들의 탁아를 시도했다.
당연히 사육실장이 될 거라 믿고 한 일이었지만 결과는 뻔했다.
다시 수십 개체가 편의점 앞의 바닥의 얼룩이 되어 - 그 외에는 다른 실장석의 배에 들어가 - 사라졌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비록 혹독한 겨울이지만 그래도 겨울 치고는 안락한 삶을 살던 삼녀는 어느날 주택가의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장소에 정탐 겸 - 상황이 좋으면 채집도 하러 - 왔다.
"뎃?"
그곳에는 동족 몇 개체가 데샤데샤하며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는데, 인가의 음식물 쓰레기 봉투에서 먹을 것을 구하는 예전의 삶의 방식을 찾는 대에도 성공한 모양이지만,
쓰레기 봉투는 모두 뜯겨져 사방에 흩날렸고 한 발 늦은 실장석들은 탈분하여 온 사방에 똥을 던지며 광분하고 있었다.
이제 모두 글렀다.
담벼락을 온통 초록 똥으로 도배하고 나서 데갸아앗! 하며 괴성을 지른 실장석들은 힘없이 터덜터덜 공원으로 되돌아갔다.
그리고 시간이 좀 지나자 심각한 얼굴의 닌겐들이 나와 서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삼녀는 좀 떨어진 수풀 속에 숨어 그 모습을 보다가 닌겐들의 표정에서 명백한 적의를 느꼈다.
이제 완전 모두 글렀다.
삼녀는 자신의 보금자리로 돌아가 가끔 개울가에서 씻을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어차피 먹을 것은 충분하고도 넘칠 정도였고 주위 환경에 대한 지식도 꽤 쌓았다.
삼녀가 조용히 보금자리에서 평온함을 누리는 사이
어느 들실장은 어머니들의 등쌀에 떠밀러 임시 학살파로 전직한 아이들의 화풀이 대상이 되어 으깨지거나 오랫만에 들실장을 학대하는 손맛을 즐기러 온 학살파들의 손에 의해서 해체 당하거나 살아있는채로 곰팡이나 버섯의 숙주가 되거나 기적같이 살아 남은 자실장들과 배틀로얄을 하거나 했지만 결과만 말하자면
공원의 들실장은 전멸했다.
겨울이 지나 봄이 되었다.
후타바 공원은 기존의 실장석들은 전부 절멸했지만 봄이 되자 다른 공원에서 새로 이주한 실장석들도 있어서 수는 적지만 실장석이 새로 공원에 서식하기 시작했는데 워낙 개체수가 적어 딱히 인간들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았고 평범한 사람들도 방문하는 평범한 공원이 되었다.
삼녀는 그런 공원의 상태를 알았지만 굳이 공원을 찾을 필요를 느끼지 못했고 나름 삶의 방식으로 공원 근처 야산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현명한 삼녀는 생존 자체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지만 또다른 고비가 찾아왔다.
고독이었다.
겨울이 지나고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되자 고독을 느꼈던 것이다. 실장석 특유의 종족번식 본능 역시 한 몫 했는데 물론 삼녀는 원한다면 본능을 통제할 만큼 현명했지만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가끔 공원을 멀리서 보면 행복한 닌겐 가족들의 모습,
그리고 동족에 대한 혐오와 닌겐에 대한 두려움으로 홀로 살아 왔던 긴 시간,
그리고 봄이 되자 거세지는 본능적인 욕구.
동족에 대한 혐오가 자신들의 자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는지 아니면 고독에 지쳐서 그랬는지 어느 봄날에
"데.. 데스웅.. 데엣... 데숭♥"
예쁘게 핀 꽃을 꺾어서 자신의 총배설구에 쑤셔 넣으며 달뜬 숨을 몰아셨던 것이었다.
그리고 삼녀의 두 눈이 모두 초록색으로 바뀌었다.
삼녀는 임신한 기쁨으로 태교를 하려 하였다.
"뎃데로게~♪ 이 세상은..."
하지만 태교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마마처럼 거짓말만 해야 하는가? 그래서 나은 자식들이 동족들과 같은 분충이라면 정말 슬플 것 같았다.
"뎃데로게~♪
이 세상은 매우 험난한 데스.
이 세상에는 슬픈 일이 많은 데스. 아픈 일도 많은 데스.
무서운 닌겐도 많은 데스."
이건 안 된다!
삼녀는 자신의 뱃 속에 있는 자식들이 바들바들 떠는 것을 느끼며 당황했다.
"데.. 뎃데레~♪
하.. 하지만 마마가 있는 데수! 비록 슬픈일 아픈일 많은 세상이지만 마마가 함께 하는 데수!
예쁜 자들과 마마가 함께 힘을 합쳐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수!
그리고 기쁜일을 함께 잔뜩 잔뜩 만들어 가는 데수!"
효과가 있었는지 몰라도 뱃 속의 자들이 평온해진 것을 느끼며 삼녀는 안도의 미소를 띄었던 것이다.
시간이 흘러 자실장이 태어날 때가 다가오는 것을 느꼈지만 삼녀는 매우 조급한 상태였다.
계속 야산을 헤맸지만 자들을 낳을 만한 적절한 장소를 찾지 못한 것이다.
물... 물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야산에 흐르는 개울은 물살이 너무 빨랐다.
사실 삼녀가 목욕을 할 정도면 물살이 결코 빠르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갓 태어난 자실장에게는 살인적으로 거센 것이다. 그리고 딱딱한 암반 위를 흐르는 물이라 땅을 파서 물을 고이게 할 수도 없었다.
현명한 만큼 정이 깊은 삼녀는 갓 태어난 자식을 딱딱한 바닥 위에 낳을 수도 없었다. 설사 낳더라도 대다수 자식들은 태어나자 마자 사망할 것이다. 삼녀는 결코 그런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어... 어쩔 수 없는 데스. 이번 한 번만 신세를 지는 데스"
삼녀가 선택한 방법은 결국 공원의 화장실이었다.
공원에 있는 화장실은 사실 실장석이 출산하기엔 완벽한 환경이었던 것이다. 출산의 때가 다가오자 삼녀는 오랫만에 다시 공원으로 찾아와 빈 화장실에 들어갔다.
"데... 데스웅-"
"뎃... 데스웅-!"
"데... 데..."
"데걋!!!!!!!"
텟테레~♬
텟테레~♬
텟테레~♬
레후~♬
세 자실장과 한 저실장이었다.
어머니가 된 기쁨에 가득찬 삼녀는 눈물을 흘리며 소중한 자들을 보려고 하는 순간 화장실 문이 열렸다.
「으.. 급하다... 급... 아, 쓉! 이게 뭐야!!」
한 소년이 다급한 표정으로 겨우 찾은 화장실에 들이닥친 것이다.
"뎃!"
삼녀는 깜짝 놀랐지만 곧 침착을 되차았다. 괜찮다 이해해줄 것이다.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자들을 데리고 보금자리로 돌아가는 거다.
촤르르르~ 촤촤~
"테츗!"
"테삣!"
"레삐약!"
"...데?"
「씨빠알! 존나 짜증나네!!」
딱히 그 소년이 학대파인 것은 아니다. 그냥 짜증나서 홧김에 물을 내리고 다른 화장실을 찾으러 갔을 뿐.
"...데?"
하지만 소중한 자들이 갑자기 사라졌다. 아니 소중한 자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머리는 이해한다. 하지만 정신이 나가버린 삼녀는 태어나 처음으로 빵콘하고선 멍하니 중얼거리기만 했다.
"...데?"
어느새 삼녀의 두 눈에 적록의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오로롱.. 오로로로롱..."
그리고 이미 아무것도 남지 않은 변기를 철벅철벅 손으로 휘저으면 울었다.
"오로롱..."
"오로로롱!"
삼녀는 다시 예전의 삶으로 돌아갔다. 한 순간의 고독에 져서 실장석의 본능에 몸을 맡겨버린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 뼈저리게 느낀 삼녀는 다시는 본능에 지지 않았다.
고독, 성욕, 맛있는 것에 대한 욕구를 모두 통제하고선 유일하게 남은 욕구인 생존에만 매진하였다.
야산을 돌아다니며 주위를 정탐한다. 먹을 것을 찾고 비축한다. 가끔 씨앗을 여러개 심어 놓은 곳에 가서 작황을 살핀다. 그리고 개울가에서 목욕과 빨래를 하며 쾌적한 환경을 만든다. 닌겐들이 사는 곳은 굳이 찾아갈 필요는 없다. 얻는 것에 비해 위험이 너무 크다. 공원도 절대 가서는 안 된다. 거기에는 유독 실장석들을 싫어하는 닌겐들이 자주 찾아온다.
비록 작년과 같은 콘페이토는 없지만 삼녀는 이미 산실장으로서 충분히 살아갈 경험을 터득한 것이었다.
어느 가을이었다.
「아.. 좆같네」
토시아키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한숨을 쉬었다.
토시아키는 평범한 소년이었다. 아니 평범보다는 좀 더 게으르고 무기력한 소년이었다.
하지만 그 평범보다 약간 더 게으르고 무기력했던 소년은 청년이 되자 지독히 게으르고 무기력한 청년이 되었다.
고등학교 중퇴 이후 집에서 니트 생활을 하다가 부모님의 잔소리에 지친 토시아키는 독립을 하겠다며 부모에게 돈을 요구했다.
아들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했던 부모는 매우 불안했지만 독립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아들의 모습에 혹시 자식이 변하지 않을까 하는 희망에 그동안 어렵게 모은 노후자금을 모두 털어줬던 것이다.
갑자기 꽤 많은 돈을 가지고 셋집을 얻은 토시아키는 처음에는 부모가 준 돈을 펑펑쓰면서 아무도 건들지 않는 자유로운 삶을 즐겼다. 하지만 그 많아 보였던 돈도 빠르게 바닥나기 시작하자 토시아키도 위기를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을 하면서 일주일 이상 버틴 적이 거의 없었고 대부분 삼일 정도 일하다 때려쳤던 것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때려쳤는데, 똥 씹은 표정의 고용주에게 돈을 받는 것 보다는 그냥 전화로 대출신청 하는 것이 훨씬 편하다는 진리를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다시 돈을 펑펑쓰며 놀고 먹는 삶이 시작 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몇 달이 지나자 사채조차도 대출이 거절 당하는 처지가 되자 어쩔 수 없이 일을 해야 할 것 같아 매우 불쾌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힘들게 일해서 돈을 벌더라도 그 동안 쓴 빚에 갚아야 한다는 것이 너무나 부조리하게 느껴졌다.
토시아키, 사회 초년생.
사채 500만엔. 절찬리에 증식 중.
어느 날 토시아키는 구직 광고를 뒤적이다가 때려치고 기분 전환하러 근처 야산의 등산길에 올랐다.
그리고 토시아키와 삼녀가 정말 우연하게도 마주쳤던 것이었다.
몸을 극구 사리면서 조용히 살아가고 있던 삼녀와 토시아키가 마주친 이유는
정규 등산로가 아닙니다. 출입하지 말아주세요. - 후타바 공원
이라는 푯말을 보고 토시아키가 「시발. 조까」하고 그대로 진입했기 때문이었다.
"뎃..?"
「뭐야, 이 똥벌레는」
그 동안 실장석을 근거리에서 본 적도 없던 토시아키는 괜히 가지말란 곳에 가서 험한 길에 고생하다가 나무 열매를 봉투에 담으며 열심히 살아가는 삼녀를 보니 왠지 짜증이나서
"데갸악!"
발로 뻥 차버렸다.
저 멀리 날라간 삼녀는 부들부들 떨며 힘겹게 일어나 급히 도망가기 시작했다.
「푸하핫, 존내 병신같이 기어댕기네」
짧은 다리로 열심히 도망가던 삼녀였지만 결국 토시아키의 손에 붙잡혀 데갸야약! 데갹! 하며 이를 드러내며 위협했다.
토시아키는 피식 웃고선 손에 쥐어 든 삼녀를 붕붕 돌리다가 저 멀리 던져버렸다. 다행히 낙엽이 꽤 쌓여있던 가을이었기에 죽지 않고 비틀거리며 일어나 도망가려 했지만 안하던 짓 - 등산 - 을 해서 매우 기분이 좋지않았던 토시아키에게 새로운 장난감을 그대로 놓아줄 리가 없었다.
「욥! 또 잡혔네? 똥벌레쨩」
비틀거리며 일어나는 삼녀에게 강렬한 딱밤을 날리며 비웃자 삼녀는 휘청이며 뒤로 자빠졌다. 그 모습을 보고 토시아키는 낄낄거리며 접근했지만
"데샷!"
「아쓉, 뭐야!」
어처구니 없게도 실장석이 휘두른 못에 찔릴 뻔한 토시아키는 당황과 비례하여 분노가 급격히 차오르는 것을 느끼며 실장석을 발로 차버렸다.
"데갹!"
삼녀는 발에 채이며 절망했다. 역시나 못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괜히 화나게 만들 것 같아서 못을 꺼내들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저 닌겐은 자신을 그냥 놓아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죽을 것 같은 상황에서 최후의 수단을 꺼내 들었지만 역시나 화만 돋운 모양이다.
하지만 삼녀는 살고 싶었다. 정말로 살고 싶었다.
「아.. 쓉 이게 감히 인간님을 건드려? 응?」
그대로 실장석을 산산조각 내려 했지만,
「감히 인간님을 우습게 보는 똥벌레에게 편한 죽음은 과하지? 응?」
괜히 산에 올라서 쌩고생하는 것이 매우 불쾌했던 토시아키였다. 기왕 여기까지 왔으면 장난감이라도 하나 주워가야 하지 않을까?
「인간인 이몸이 친히 똥벌레에게 훈육을 실시해주겠다. 정말 기쁘지?」
삼녀는 추한 웃음을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닌겐의 모습을 보며 절망했다.
"데.. 데갸약!"
"데.. 데샷!"
어느 집의 욕실에서 한 남자가 독라 실장을 칼로 째고 소금을 뿌리는 매우 전통적인 방식의 학대를 하고 있었다.
토시아키가 삼녀를 데리고 집으로 데려가자 당연히 사육실장으로 데려가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뻔히 알았기에 절망하던 삼녀였지만 토시아키가 돈을 펑펑 쓰던 시절에 산 스마트폰 - 특별 호갱가, 33만엔! - 의 린갈 기능을 구동시키며 말을 걸자
「야, 들리냐?」
'저 닌겐은 왠지 말이 통하는 것 같다. 열심히 용서를 빌면 자신을 다시 놓아줄지도 모른다'는 아주 작은 희망을 품었던 것이다.
삼녀가 열심히 자신은 닌겐 사마에게 폐를 끼치지 않았다는 것을, 그저 아무도 찾지 않는 산에서 조용히 살고 있었을 뿐이라고, 혹시나 자신이 뭔가 잘못을 했다면 용서를 빈다는 말을 열심히 하였지만, 미소를 지으며 듣고 있던 토시아키는
"데..데갹!"
몽둥이로 삼녀의 머리를 후려 갈겼던 것이었다.
「크.. 이 맛에 학대를 하는 구나. 말이 통하니 아주 손 맛이 쥑이네」
토시아키는 먼저 삼녀의 옷을 찢어 버리고 머리털을 전부 뽑아 버렸다. 사실 이건 실장석에게 너무 타격이 커서 학대파들도 마지막의 즐거움으로 남기는 학대이지만 토시아키는 학대파로서 별로 지식이 많은 편이 아니었고 삼녀의 멘탈도 독라가 되었다고 절망할 만큼 연약하지도 않았다.
그리고서는 토시아키는 삼녀를 가지고 간만에 찾은 유희를 즐겼다.
약한 코로리를 입에 쑤셔 놓고 - 이상하게 절대 먹으러 들지 않았기에 - 지랄발광을 하며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이나 저압 도돈빠를 입에 쑤셔 넣고 - 이 실장석은 병신인가? 줘도 안 먹어 - 치욕스러워 하며 똥을 분출하는 모습을 보고 박장대소하고 깔대기를 분충의 입에 쑤셔 넣은 다음 똥을 퍼서 담아 꾹꾹 눌러주는 소프트한 학대를 하며 즐겼던 것이었다.
그리고 칼로 상처를 낸 다음 소금을 뿌리면 파닥파닥거리는 모습을 보며 낄낄거리다가 간장이나 타바스코와 같이 바리에이션을 증가시키기도 하였다.
수조 같은 건 없었기에 충분히 학대를 즐기고 나서는 집 창고에 굴러다니는 철제 상자에 쳐박아 방치하곤 했는데 사실 이 정도 상황이면 특별한 처리를 하지 않는 이상 위석이 붕괴되어 죽는데 삼녀는 꿋꿋하게 살아있는 것이다.
토시아키도 간만에 찾은 즐거움에 인터넷으로 학대파의 지식을 찾아 봤는데 지금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 왠지 평범한 실장석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았다.
"데.... 데에...."
「야, 야」
삼녀는 총배설구에서 입으로 나무 막대에 관통되고 두 팔을 옆으로 나란히 한 상태로 꼬치로 꿰어 십자 모습이 된 상태로 화분에 꽂혀 있었다.
「야, 내가 보니까 너 같은 똥벌레들은 위석을 뽑아서 영양제에 담그는 귀찮은 짓을 하지 않으면 툭툭 건들기만 하면 죽어버린다면서? 넌 왜 이렇게 질기냐? 응? 넌 무슨 슈퍼 똥벌레라도 되냐?」
"데... 데.. 와타시는..."
「응? 뭐라고 꽥꽥거리니? 똥벌레야?」
"와타시는... 살고 싶은 데스우..."
「푸하하, 아 쓉, 모야 저 똥벌레는 어떻게든 살겠다고 발악하네.」
삼녀가 중얼거리는 말은 토시아키에게 꽤 즐거움을 주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무기력한 생명체가 자신의 손아귀에서 살겠다고 꿈틀거리는 모습이 매우 만족스러웠던 것이었다.
몇 일이 지났다. 그동안 토시아키는 계속 악화되는 처지에 짜증 내면서 유일하게 남은 유희인 삼녀에 대한 학대를 즐겼다.
생존 욕구로 충만했던 삼녀였지만 아마추어나 다름 없는 토시아키의 학대 속에서 사경을 헤매었다. 그러자 토시아키는 새삼스럽게 가지고 놀기 좋은 똥벌레가 죽어버릴지도 모른다고 걱정하다가 '아참, 죽으면 다른 실장석을 구해서 가지고 놀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다시 학대를 계속 했던 것이었다.
토시아키는 삼녀의 머리에 드라이버로 구멍을 내고서 빨대를 꽂은 다음 거꾸로 묶어서 천장에 매달았다.
삼녀의 머리에서는 초록색의 뇌수 같은 것이 빨대를 통해 뚝뚝 떨어지고 있었는데 갑자기 토시아키가 삼녀에게 말을 걸었다.
「야, 똥벌레. 너 왜 사냐?」
「너 살아 봐야 아무런 가치가 없잖아. 괜히 똥이나 만들면서 고통받으며 사느니 걍 뒈지는게 좋지 않아? 아, 똥벌레에게는 너무 어려운 말이었나?」
삼녀는 머리 속을 쿵쿵 울리며 뭔가가 계속 밖으로 떨어져 나가는 느낌에 미칠 것 같았지만 대답하였다.
"와...따시는... 살고 싶은 데스..."
「그러니까 왜 살고 싶은데?」
"세가지.... 이유가 있는 데스..."
「오, 세가지나? 뭔데? 뭔데?」
토시아키는 생각했다. 역시 이 실장석은 인터넷에서 말하는 실장석들과는 좀 다른 듯 하다.
기절해버린 삼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토시아키는 혀를 차다가 '뭐 몇 시간 정도는 더 살려둬도 괜찮겠지' 생각하고 거꾸로 매달린 삼녀를 다시 내려놓았다.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자 어떻게든 상처를 재생시킨 삼녀가 눈을 뜨자 토시아키가 말을 걸었다.
「살고 싶은 세가지 이유가 뭔데?」
"와타시가... 살아 있어야...슬픈 일도 있는 데스우... 와타시가 죽으면 슬픈 일조차 사라지는 데스우. 일단 살아 있으면 무슨 일도 일어날 수 있는 데스우... 기쁜 일도 살아 있어야 찾아오는 데스우. 하지만 죽으면 슬픈 일 조차 없는 데스우. 와타시는 그게 싫은 데스우.."
「네네, 그러니까 벌레처럼 꿈틀거리면서 사는 것 밖에 모르는 똥벌레라는 얘기네. 그리고 다른 이유는?」
"와타시는.. 분충이 싫은 데스.. 정말정말 분충이 너무 싫은 데스우. 분충들은 그저 재미를 위해서 아무런 죄도 없는 이를 독라로 만들고 비웃고 괴롭히는 데스우. 하지만 독라를 괴롭히는 이유는 맘껏 괴롭혀도 뒷탈이 없기 때문인 데스우. 난 그런 분충이 너무너무 싫은 데스우"
「푸하핫, 똥벌레가 똥벌레를 싫다고 하냐? 완전 코메디네. 근데 그거하고 살고 싶은 거하고 무슨 상관인데?」
"...모르는 데스우?"
삼녀가 토시아키를 쳐다보며 말했다.
"오마에가 바로 그 분충이 아닌 데스우?"
「...뭐?」
"오마에가 바로 그 분충인 데스. 와타시는 분충인 오마에에게만은 결코 지고 싶지 않는 데스"
...토시아키는 머릿속에서 뭔가가 끊기는 듯한 소리를 들었다.
"오마에가 와타시를 괴롭히는 이유는 그저 와타시가 약하기 때문인 데스우. 아무것도 못하는 독라들을 괴롭히는 분충과 오마에와 똑같은 데스우. 죽을 때까지 오마에에게 절대 굴복하지 않은 데스우."
토시아키는 머릿속에서 삐이이이- 하는 이명을 들으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아, 이게 정말 열받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구나. 몸은 부들부들 떨리고 머리는 어질어질하고 심장은 두근두근 거린데 입에서는 헛웃음이 나온다.
토시아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판자 위에 삼녀를 사지를 벌린 채로 못으로 박아 놓고 있었다.
「제발 죽지 말아줘! 꼭! 반드시 살아 있어 줘야해!」
토시아키는 정말 진심을 담아 소리쳤다.
그의 눈에는 확고한 의지가 깃들였다.
토시아키는 고민했다. 돈. 돈이 필요하다. 하지만 당장 돈이 필요한데 어디서?
지금 이 순간에도 저 똥벌레는 죽어가고 있다. 어쩔 수 없이 토시아키는 수 많은 대출 광고를 보며 전화기를 들었다.
'죄송합니다. 고객님. 고객님은 이미 대출을 받으셔서 더 이상의 대출은 힘들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고객님. 고객님의 신용등급이 너무 낮으셔서 대출 조건에 부합하지 않으십니다.'
하지만 이미 사채업자 사이에서 블랙리스트에 올라간 토시아키가 새로운 대출을 받을 수 있을리가 없었다.
「시빠알! 이새끼고 저새끼고 다들 나만 무시하지! 씨발새끼들!」
토시아키는 울분을 토하면서 계속 대출업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죄송합니다. 고객님. 고객님의 대출 상환이 아직 남아있어서 더 이상의 대출... 네? 고객님 죄송하지만 잠시 기다려주시겠습니까?'
「네. 물론입니다.」
드디어 뭔가 다른 반응에 토시아키는 기대를 품고서 조용히 기다렸다. 수화기에서는 상담원과 누군가가 대화를 나누는 듯했는데 작은 소리로 '사장님', '구제불능', '막장', '노답새끼' 같은 단어가 간간히 들려왔지만 토시아키는 어떤 대화인지 추측하기를 포기했다. 아니, 안했다.
'네,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장님이 직접 대출상담을 받으러 오시면 긍정적으로 대출을 검토하겠다고 하십니다.'
「그럼 바로 찾아가겠습니다.」
토시아키는 손을 불끈 쥐었다.
됐다.
「오호, 청년이시구려. 어서 오시오.」
정말 낡아빠진 건물의 사채업자의 사무소에 찾아가자 대머리와 선글라스와 문신의 조합이라는 야쿠자스러운 모습의 중년 남자가 이상한 어투로 맞이하였다.
'뭐야? 저 병신은'
토시아키는 속으로는 복장이 터졌지만 겉으로 미소를 지으며
「대출 상담을 받아주신다해서 찾아 왔습니다.」
「네네. 여기에 앉으세요, 앉아요. 」
그러고 나서 대출상담이라는 이름의 기나긴 헛소리가 흘러나왔지만 토시아키는 꾹 참고 미소를 지으며 들었던 것이었다.
「...그러니까 말이지! 우리도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란 말이지! 그래,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보는지 다~ 안다고!」
「네....」
「...근데 우리가 이자 비싸게 처먹는다고 생각들 하는데 이게 다 합리적인 이유로 책정 된 거라고? 사채를 끌어다 쓰고 고스란히 갚을 만큼 멍청하고 부지런한 사람을 딱 정해져 있어! 그러니 그 멍청하고 부지런한 사람이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갚을려고 노력할 만큼만! 딱! 그 만큼만 이자를 책정한다고! 어차피 이자를 더 낮춰도 안 갚을 사람은 안 갚아!」
「하하하...」
「...그리고 그 멍청하면서 부지런한 사람이 열에 일곱만 되도 우리 회사는 탄!탄!대!로!란 말이지! 그러니까! 사실 누가 빚 같은 거 안 갚아도! 우리 회사는 안 무너져! 열에 한 둘 정도 빚 떼어 먹는 거야 그냥 웃어 넘길 수 있지!」
「네네. 물론이지요.」
「하지만! 그러면! 그 멍청하고 부지런한 분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잖아! 그러니까 우리는! 그 열에 일곱을 위해서 빚을 떼어 먹는 셋을!」
「괴!롭!혀!줘!야!한!단!말이다! 알겠냐! 청년!」
「네, 넵!」
「그리고 이 짓거리를 하면서 깨달았는데 대출 잔뜩 받고서 또 대출 받으러 온 사람은 딱 두 부류더군.」
갑자기 야쿠자 중년남이 진지한 눈으로 토시아키를 쳐다 보았다.
토시아키는 갑자기 변한 분위기에 긴장하고 있자 그 야쿠자 중년남이 피식 웃었다.
「그 두 부류 중에 하나는 정말 재기하는 발판을 삼기 위해 치욕을 감수하는 분과 인생 포기하고 마지막으로 방탕한 생활을 하기 위한 분들이 계십니다.」
미소를 지으며 야쿠자 중년남이 말을 이었다.
「하지만 고객님의 눈에는.. 하하하, 구식으로 느껴지는 것은 압니다만 가끔은 직감이 쓸만할 때도 있지요. 어쨌든 고객님에게는 의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씨익 웃으며 야쿠자 중년남이 말했다.
「특별히 제1금융권 수준의 이자로 100만엔 대출해드리겠습니다. 더 대출을 원하신다면 어쩔 수 없이 기존의 이자로 대출해드리죠.」
「네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토시아키가 뒤돌아 서자. 갑자기 야쿠자 중년남이 소리쳤다.
「청년!」
「네넵!」
뒤돌아 보자 야쿠자 중년남이 두 팔로 하트를 만들며 소리치고 있다.
「힘내! 화이팅!」
「하하하...」
그리고 토시아키는 속으로 구역질을 삼키며 고개를 꾸벅이곤 100만엔과 함께 건물을 나선 것이었다.
「하하하.. 저런 병신한테 비웃음을 받을 정도로 떨어져 버렸구나. 토시아키.. 저딴 구멍가게 사장놈한테까지... 하하하...」
한 편 야쿠자 중년남 역시 나름대로 깊은 생각에 빠져있었다.
'흐음.. 지금 생각해 보면 의지가 깃든 눈이라 생각했는데... 뭔가 이상하단 말이야?'
사실 야쿠자 중년남이 사채업 구멍가게의 사장이지만 그렇다고 겨우 몇백만엔의 상담을 직접 할 정도로 작은 회사는 아니었다. 다만 문득 옛날 생각이 나 오랫만에 직접 상담을 했던 것이었다.
'뭐.. 상관 없겠지. 갱생이 불가능 한 말종이라면'
야쿠자 중년남의 눈빛이 매섭게 변한다!
'원양 어선이라도 태워 보내지 뭐'
실제로 원양 어선 한 2~3년 태우면 빚을 다 갚고도 새출발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실제로 그렇게 재기에 성공한 이들이 보낸 편지는 액자에 넣어져 집에 모셔두고 있다.
'뭐.. 도망가면 가만 안둘테니.'
구멍가게 사채업이라도 총 자산이 수백억엔이다.
「그 동안 많이 기달렸어? 실장쨩?」
"데... 데..."
판자위에 사지를 벌린 채로 못에 박혀있던 삼녀는 토시아키가 들어오자 진저리를 쳤지만 토시아키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커다란 봉투에서 이것저것을 꺼내기 시작했다.
「이건 말이지, 짜잔! 무려 22만엔 짜리 영양제! 이건 효도한답시고 멍청한 인간들이나 사는 건데 이렇게 비싸처먹어서야 실장석에게도 통하겠지?」
「이건 무려무려! 17만엔짜리 실장석 위석 강화제! 이것만 있으면 위석도 탄탄~♥ 어떤 애호파가 위석을 끄집어내서 17만엔짜리 위석 강화제에 담그냐 말이지 크크크」
「이건 응급처치용 9만엔짜리 위석 전용 접착제! 부셔질래야 부셔질 수 없다! 사랑스러운 실장석의 생명! 지금 바로 저축하세요! 아니 애호파는 위석 안 꺼낸다니까? 이 회사 괜찮은 거냐 푸하하」
「이건 2만엔짜리 액화 실장 푸드! 사랑스럽고 병약한 실장석에게 주사로 놓으면 OK! 실장석이 필요로 하는 모든 영양소가 잔뜩 들어있어요~ 뭐야 이건 그냥 밥 주고 뒷처리하기 귀찮아서 쓰는 거 아냐? 이딴 병신 애호파들이 장사가 될 정도로 많아? 아무리 봐도 학대파 전용 템이잖아 하하하」
삼녀는 공포에 짓눌리는 것을 느꼈다. 뭔가 다르다.. 지금도 힘들었지만... 토시아키의 광기에 찬 모습을 보면 지금까지의 각오가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방세도 냈고! 자 그럼!」
토시아키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누가 이기나 해보자 이 새끼야」
먼저 삼녀의 위석을 특별 호갱가 33만엔의 스마트폰의 위석서치앱을 실행해서 찾아 낸 다음 잽싸게 적출하여 22만엔짜리 영양제와 17만엔짜리 위석 강화제를 섞은 용액에 담갔다.
과도한 스트레스와 재생으로 금이가고 검에 물들었던 위석이 에메랄드 빛으로 생생해지는 것이 눈으로도 확인 될 정도였다.
「역시 비싼 값을 한다니까! 정말 오래오래 놀아줄 수 있게 되어서 기쁘다. 음음」
삼녀는 자신의 모든 것이나 다름 없는 위석이 에메랄드 빛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공포에 휩싸였다. 절대 저 분충에게 지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는데... 몸이 계속 떨려온다.
처음에는 단순히 사지를 으깨는 소프트한 학대로 시작하였다. 망치로 사지의 말단 부분 부터 차근차근 으깬 다음에 소금과 타바스코를 뿌린다.
"데갸야야야야야약!"
그 다음 소금 항아리에 처박아 땅에 묻는다. 다음 날 꺼내 보면 적록색으로 변한 소금과 완전히 미라가 된 삼녀가 나왔지만 죽지 않았다.
"데갸야야약!"
영양제와 섞은 물 구덩이에 담그자 생생해진다. 그리고 2만엔짜리 액화 실장 푸드를 주사기로 주입하자 으깨진 사지가 재생하기 시작했다.
토시아키는 사지가 재생하는 도중에 기존의 이미 으깨져 거의 즙이 되버린 고깃덩어리를 얹어주곤 했는데 너무 빠른 재생 속도에 교란이 되었는지 팔에 발이었던 부분이 재생 된다거나 발 위에 손이 솓아난다 거나 하는 방식으로 기형으로 재생되었다.
"데.... 데...."
어느 날은 삼녀의 온 몸에 구멍을 내어 초록색과 빨간색의 체액을 빼내면서 식초에 실장석의 똥을 희석시킨 초록빛 액체와 타바스코 소스를 주입하여 대신 흐르게도 해봤다.
"...."
이미 이 시점에서 삼녀의 성대는 기능을 잃었지만 토시아키는 비명을 지르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하였다. 그래서 목을 간신히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자르고 성대 부분을 도려냈더니 어머나 세상에 성대가 다시 생겨났어요.
어느 날에는 토시아키가 삼녀의 눈에 타바스코 액체를 떨어뜨리자 두 눈이 모두 빨개진 삼녀의 총배설구에서 구더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어쨌든 위석에 집중 케어를 하고 영양은 충분히 주입하고 있었기에 전부 건강한 구더기였지만 빠르게 쇠약해지는 모습을 보고 약 십여 마리를 출산한 시점에서 한쪽 눈을 적출해 임신을 멈추었다.
그리고 이 구더기를 가지고 어떻게 학대할까 고민하는 와중에,
도게자를 하고 있는 삼녀의 모습을 보았다.
「풉.. 푸하하하하!」
기묘하게 뒤틀리게 자란 사지 때문에 힘들어 하면서 도게자 비스므리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삼녀의 머리를 툭툭 건들며 말했다.
「어이, 분충에게는 절대 굴복하지 않는다며? 우리 실장석 나으리께서 이 비천한 닌겐님에게 왜 굽히시나? 응?」
"닌겐 사마... 자들만은 살려주는 데스. 자들만은 살려주는 데스. 제발 자들만은 살려주는 데스."
「아 이 벌레들?」
드디어 저 똥벌레가 분수를 알았구나하는 만족감을 느끼며 이 벌레들을 가지고 어떻게 학대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는 와중에
"데..데갸앗!"
이를 드러내고 위협하는 삼녀를 보았다.
삼녀는 토시아키에게서 결국 절대 자들을 살려줄 용의가 없다는 것을 느끼고서 하는 행동이었지만 이는 승리감에 취했던 토시아키에 대한 올렸다 떨어뜨리기나 다름 없던 것이다.
「씨발.」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삼녀의 한쪽 눈에는 구더기가 머리만 내민 상태로 레후레후하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고 다른 한쪽 눈에는 구더기가 꼬리만 내민 상태로 꼬리를 파닥파닥 흔들고 있었다.
「소중한 자식이 니 눈에다 똥을 싸고 있으려나? 그래? 자식이 너무 사랑스럽지? 씨발.」
그리고 배를 가르고 가장 큰 장기인 분대 속을 남은 구더기들을 채워서 정성스럽게 다시 꼬매고 있었다.
「귀한 자식인데 구더기는 아쉽잖아. 응? 다시 뱃속에 집어 넣어 줄테니 마마답게 자실장으로 키워보라고. 설마하니 자식을 그대로 흡수해버리진 않겠지? 응?」
파킨!
파킨!
파킨!
모친실장의 안구에 처박힌 구더기들이 꿈틀거리다 하나 둘씩 파킨하며 죽어갔다.
그리고 삼녀 역시 함께 죽어갔다.
「뭐.. 뭐야 씨발!」
접착제를 두르고 아주 비싼 용액에 담가두었던 위석이 금이가고 검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뭐, 뭐야! 아직 많이 남았는데! 씨발! 이거 불량품 아냐?!」
삼녀에게 가장 큰 회한으로 남았던 것이 얼굴 조차 보지 못하고 잃었던 자들이었다. 토시아키가 삼녀에게 했던 출산 학대는 삼녀의 의지를 단숨에 꺾을 만큼 매우 타격이 컸던 것이다. 육체에 가해지는 고통은 평이한 수준일지 몰라도 현명한 만큼 정신에 주는 타격이 너무 컸다.
그리고 삼녀는 극한의 고통 속에서 피할 수 없는 자신의 죽음을 느끼고 있었다.
그 순간,
"데, 뎃?"
삼녀는 자신이 모르는 꽃밭에 있었다.
세상에는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하고 - 공원에서 피는 몇 가지 종류의 꽃에 불과했지만
온갖 맛있는 음식이 쌓여있던 - 실장푸드와 콘페이토 밖에 없었지만
낙원이었다.
삼녀는 고개를 두리번 두리번 거리다가 여러 자실장과 구더기들을 발견하였다.
"데..."
"데..."
"데스우!!!!!!"
삼녀는 눈물을 흘리며 자실장에게 달려갔다.
자실장들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마마, 왜 이렇게 늦는 테츄? 와타시들 너무 오래오래 기달렸다는 테츄"
"데스? 마마를 지금까지 기다린 데스우?"
"테칫! 마마 너무 너무 늦게 온 테칫! 오네쨩과 이모토쨩 모두 너무 오래 기다린 테칫!"
삼녀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오로롱, 오로롱. 미안한 데스. 하지만 마마는 빨리 너희들에게 갈 수 없었던 데스. 마마는... 마마는...."
그러자 자실장이 이어 말했다.
"...아는 테츄. 다 아는 테츄. 마마..."
"마마가 정말 그 동안 열심히 노력한 거 아는 테치!"
삼녀는 계속 울었다.
"오로롱... 오로롱... 마마.... 정말 많이 노력했던 데스우. 많이 외로워도 참은 데스. 많이 아파도 참은 데스. 잔뜩잔뜩 슬픈일이 있어도 참았던 데스."
왜냐하면
"마마는.... 자들이 보지 못한 세상을 대신이라도 봐주고 싶었던 데스. 자들이 보지 못한 하늘, 자들이 보지 못한 꽃, 자들이 먹지 못한 밥들 모두 대신 보고 먹고 싶었던 데스우.. 오로롱"
"테치. 다 아는 테치. 마마 너무너무 정말 감사한 테치"
삼녀가 어떻게든 살고 싶었던 마지막 이유.
태어나자 마자 허무하게 잃었던 자식들에 대한 속죄의 의미였다.
아무리 고통스러운 삶이어도 그 삶조차 누리지 못하고 잃었던 자식들에 대한 속죄.
"하지만 이제 충분한 테치. 이제 여기에 오라는 테치. 여기에 아와아와한 것들도 많은 테치! 잔뜩 잔뜩 함께 기쁜 일을 만들어 가는 테츄!"
"이제 정말 거기로 가도 되는 데스? 더 이상 세상을 보여주지 않아도 되는 데스우?"
그러자 옆에 있던 구더기가 두 볼을 뿌우- 하고 잔뜩 부풀리며 말한다.
"레후! 계속 뭐라고 하는 레후! 빨리 여기로 와서 뿌니뿌니나 해달라는 레후!"
삼녀가 눈물을 흘리며 자들에게 다가간다.
"이제 마마도 그곳으로 가는 데스. 함께 기쁜 일 잔뜩 잔뜩 만드는 데스. 다시는 절대 헤어지지 않는 데스."
「뭐.. 뭐야」
결국 토시아키가 이겼다.
「시발... 이 분충이... 이 분충이...」
토시아키에 대한 오기만 남아 발악하면서 삶에 대한 의지를 놓지 않았던 삼녀가
「씨발!!!!!!!! 분충이 처웃고있어?!!!!!!!! 씨발!!! 분충도 날 비웃어!!!!!!! 씨발!!!!!!
가열찬 고통과 스트레스로 결국 '행복 회로'를 발동하여 죽음으로 도피했던 것이었다.
「씨발, 똥벌레. 똥벌레 똥벌레 똥벌레가!!!!!!!!」
비록 평온한 미소를 지으며 죽음을 맞이한 삼녀의 모습이 토시아키에게는 딱히 만족스러운 것 같진 않지만,
「씨발! 똥벌레똥벌레똥벌레똥벌레똥벌레똥벌레따위가날무시해!!!!!」
어쨌든 이겼다.
Winner 토시아키.
사회 초년생. 빚 600만엔. 급속도로 증식 중.
며칠 후.
주카이 숲으로 알려진 나무의 바다.
한 청년이 퀭한 눈으로 중얼거리며 그곳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후후후.. 병신 똥벌레 놈아, 인간님은 말이지...」
「자신을 파멸시킬 권리가 있다고.. 후후... 똥벌레 따위는 모르겠지만..」
「난 내 삶을 스스로 존귀하게 끝낼 수 있단 말이지. 아 똥벌레에겐 너무 어려운 말이었나? 하하하...」
결국 삼녀가 이겼다.
삼녀와 마주치지 않았다면 토시아키는 인생의 쓰나쓴 교훈을 얻고서 재기에 성공했을 지도 모른다.
어쩌면 견실한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 가정을 꾸리고 자식과 함께 행복하게 살았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삼녀와 마주친 그 순간 모든 가능성은 사라졌다.
토시아키는 삼녀와 엮여 스스로를 파멸시킨 것이었다.
- 실장석과 깊게 관련하면 언젠가 불행해진데.
이 도시전설과 같은 속설을, 토시아키는 멋지게 증명한 것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자
「흑흑.... 제발 살려 주세요... 아무나 살려 주세요...」
주카이 숲이라 알려진 자살의 명소에서는 어떤 한 청년이 추위와 배고픔에 떨면서 겨우 발견한 백골 옆에 앉아 울부짖고 있었다.
(완)
똥닝겐이 괴로운게 이리도 보기좋은 데스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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