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실장은 울타리 밑에서 엿보고 있었다.
정원 바닥에 부딪치면서, 절반이 뭉개진 붉고 아마아마한 열매를.
달콤한 냄새가, 비염에 걸리기 쉬운 실장석 치고는 깨끗한 비강을 간질인다.
모친의 말이 뇌리를 지나갔지만, 그것이 무슨 상관이냐고 고쳐 생각한 자실장은 울타리를 빠져 나갔다.
저 빨간 열매를 먹는다. 그것이 마지막 희망이니까.
그날 아침 자실장의 모친이 죽었다.
얼마 전부터 몸이 좋지 않았지만, 그 죽음은 너무나 뜻밖이었다.
장녀는 모친의 시신을 앞에 두고 한탄하며 아우성칠 뿐이었다.
차녀는 보존식을 친실장이 사용하던 비닐 봉지에 모조리 집어 넣고는, 한눈 팔지 않고 허둥지둥 골판지 하우스를 떠났다.
삼녀……자실장은 장녀의 울음소리 속에서 공허한 어머니의 얼굴을 잠시 지켜본 뒤, 골판지 하우스에서 나와 근처의 숲으로 갔다.
잠시 숲 속을 조용히 걷고 있으면, 뒤에서 장녀의 절규와 동속의 비웃음과 고함 소리가 들렸다.
끝없이 자실장의 한탄하는 울음소리가 들리는 골판지 하우스는, 굶주린 동족 킬러의 흥미를 끌게 된다.
장녀의 탄식은 죽음의 신을 불렀다. 그러니까 자실장은 차녀와 마찬가지로 일찌감치 집을 떠난 것이다.
영리한 차녀와 자실장이 다른 점은, 살아남고 싶은 마음이 없다는 것이다.
자신만이 올바르고, 자신이 오래오래 살며 행복하게 될 가치가 있는 실장석이라는 자부심을 가진 언니와는 다르다.
자실장은 깨닫고 있었다.
보호자인 친실장이 죽은 지금, 자신이 이 세계에서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은 사라졌다고.
자실장에게 제대로 된 지성은 있지만, 체력도 체격도 탐욕도 부족했다.
제대로 된 지성이 있었기 때문에, 실장석이라는 생물이 계속해서 있는 것에 대한 의문과 혐오를 가지게 되었다.
자실장은 실장석으로서 살아가는 부분에서, 결정적인 파탄을 안은 존재였다.
그 일을 한번 슬쩍 모친에게 말한 적이 있다.
왜 우리들은 이런 존재인가. 실장석으로서 살아가는 것은 왜 이렇게 힘들고 비참한가, 하고.
언니나 죽은 여동생에게 물어보면 뭇매를 당할 수 있어, 실장석에게 있어 금단의 질문을 조심조심 모친에게 물었다.
모친은 가만히, 지친 표정에 무리하게 미소를 떠올리며 자실장의 머리를 쓰다듬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나직이 중얼거린다.
"왜 오마에는 영리하게 태어나버린 데스? 오마에까지 그런 생각을 하지 말았으면 하는 데스"
생각해보면, 지금의 자신의 표정은 그때의 모친의 표정이 아닐까?
수풀 속을 묵묵히 걸으면서, 자실장은 생각했다.
천애 고독해진 자실장의 말로 따위, 노예가 되거나 잡아먹히는 것 외엔 없다.
이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해도 모친의 말과 자신이 안은 파탄만 떠오를 뿐.
피시리.(*ピシリ인데 적절한 의성어를 못 찾겠음..)
가슴 속에서 생명의 돌이 삐걱거린다.
자실장은 수풀 속에서 움직임을 그만두고, 생각하는 것을 일단 멈추었다.
이런 일을 깊이 생각하는 끝에 죽는 것은 역시 비참하다.
하다 못해, 마지막 정도는 즐거운 일을 생각할 수는 없을까.
수풀 속에서 엎드린 자실장의 뇌리에 붉은 것이 떠올랐다.
"그것은 아마아마한 열매 데스"
공원에서 약간 떨어진 곳까지 친자 함께 쓰레기를 구하러 갔을 때, 장녀가 나무 위에 자라고 있는 것을 가리켰을 때 모친의 대답.
"지금은 무리 데스가,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열매가 땅에 떨어지는 데스. 한번 먹은 적이 있던 데스가 매우 아마아마했던 데스"
자들은 아마아마한 열매를 졸랐지만 잠시 기다리지 않는다면 얻을 수 없다며,
"다른 곳의 아마아마로 하는 데스. 그 열매 달린 나무가 있는 닌겐의 집은 위험한 데스. 다가간 놈들은 모두 싹둑 데스"
라고 마마가 다른 곳으로 갈 것을 제시했기 때문에 결국 그 열매를 구할 수 없었다.
그리고, 다른 장소를 배우기 전에 모친은 죽었다.
생각해보면, 자실장은 달콤한 것을 먹어본 적이 없었다.
실장석에게 있어 살기 어려운 이 거리는 쓰레기를 뒤지는 것조차 목숨을 걸어야 했다.
쓰레기 속에 섞여 있는 달콤한 것은, 대개 달콤한 맛으로 위장한 독극물이다.
모친의 가르침을 무시하고 그것을 먹었던 여동생은 온몸의 구멍이라는 구멍에서 피와 체액을 내뿜고 죽었다.
그런 이유로, 자실장은 달콤한 것을 먹은 적이 없었다.
실장석이 선호하는 콘페이토는커녕, 과일의 단 맛조차 맛본 적이 없었다.
수풀 속에서 자실장은 벌떡 일어났다.
일어난 자실장의 귀에, 멀리서 울려퍼지는 차녀의 비명 섞인 목숨구걸이 들렸다.
피시리, 가슴 속에서 삐걱거리기 시작하는 것을 자실장은 견디며, 고개를 숙인 채 몇 번인가 드나들었던 공원 입구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하다 못해, 적어도.
비참하게 죽기 전에 마음껏 아마아마한 열매를 먹고 싶다.
그것만이, 현재의 절망을 물리치고 자실장의 몸과 기력을 유지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었다.
공원에서 탈출한 자실장은 기억하고 있던 길을 따라가서 울타리 밑을 통해 인간의 집 마당에 숨어들었다.
잘 손질된 정원의 바닥에 부딪치면서, 절반쯤 뭉개진 붉은 열매를 향해 쏜살같이 달려 든다.
달콤한 냄새가, 비염에 걸리기 쉬운 실장석치고는 깨끗한 비강을 간질인다.
모친의 말이 다시 뇌리를 지나갔지만, 그것이 무슨 상관이냐며 자실장은 빨간 열매를 잡고 입을 벌렸다.
이 빨간 열매를 먹는다. 그것이 자신의 마지막 희망이니까.
푹.
빨간 열매를 잡아 뜯고, 지금 바로 입에 넣으려는 순간에 몸에 충격이 느껴졌다.
그 자세 그대로 살짝 고개를 숙여 본다.
배에서, 녹색과 빨강으로 얼룩진 날카로운 뭔가의 끄트머리가 솟아나 있었다.
입에서도, 같은 액체가 흘러넘치기 시작했다.
공원에서 죽어 있던 동족에서 풍겨 나오던, 지독한 죽음의 냄새.
황급히 붉은 열매의 파편을 입에 밀어 넣는다.
목구멍 안 쪽에서 더욱 액체가 흘러 넘치지만, 양손으로 필사적으로 입을 눌러서 막는다.
그러나 넘쳐나온 액체 때문에 모처럼 입에 넣은 열매의 맛을 알 수 없게 되었다.
즛.
더욱 돌기가 배에서 크게 돋아 났다.
가슴에 있던 위석에 닿은 모양인지, 순간적으로 굉장한 격통이 자실장을 덮친다.
저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대량의 액체 — — — 피가 입에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동시에 자실장을 관통되어 있던 것이 뽑히고, 뽑아내면서 위석을 크게 손상시킨다.
자실장의 죽음이, 확정되었다.
자실장은 빨간 열매의 위에 푹 엎드리는 것처럼 쓰러졌다.
죽음에 임박하면서도, 자실장은 입을 간신히 벌렸다.
그리고, 피가 흘러나오는 입에 찌그러진 과실을 억지로 밀어 넣는다.
염원하던 단맛을 자신의 죽음 직전에 맛보기 위해.
씹는다. 씹는다. 씹는다.
그때마다 위석에 크게 금이 간다.
몇 번 씹었을 때, 위석은 파킨 소리를 내며 세로로 큰 균열을 일으켰다.
드디어, 과실이 목을 지난다.
처음 맛 본, 감로의 맛.
『 아마, 아마, 테치 』
밝아져가는 의식 속에서 자실장은 엎드리고 있던 것을, 바로 누운 자세로 바꾼다.
자신을 찔렀던 『 무엇인가 』가 뭔가를 치켜드는 모습이 보였지만, 이제 아무래도 좋다.
마지막 소원은 이루어졌다.
이제, 실장석으로서 미련을 남길 일은 없다.
바라는 것이 있다면.
다음에는 실장석 따위가 아니라 그냥 아마아마를 맛볼 수 있는 그런 존재가 되기를 — — —
싹둑.
위석이 완전히 깨지기 바로 직전, 자실장의 목이 잘려 나갔다.
자실장과 뜰에 떨어졌던 감을 다 처리한 아오이는, 이마에 솟아난 땀을 가볍게 닦는다.
정말이지 이 시기는 감의 달콤한 냄새에 이끌려서 속속 실장석이 찾아온다.
오늘은 울타리 아래를 막고 있는 베니어판의 보수를 하고 있는 사이 자실장이 침입했다.
"보쿠ー"
매년 발생하는 문제이다.
언제나 이 시기가 되면 일찍 감을 수확하든가 다 떨어뜨리자고 주인의 부친에게 제언하고 있지만, 좀처럼 실행되지 않는다.
자신의 키로는 어떻게 할 수도 없고, 주인의 신장과 운동 능력으로는 위험하다.
벌써 절반 가까이가 무르익어버리고 있는 상태다. 떨어뜨리든 수확하든 아무튼 서둘렀으면 좋겠다.
어쩔 수 없다. 오늘밤 돌아오면 주인에게도 조언을 부탁하자.
그런 일을 멍하니 생각하며 다시 울타리 밑을 합판으로 막은 아오이는, 잠시 후에 질퍽질퍽하게 익은 감이 자신의 머리에 떨어질 것은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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