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념적으로, 실장석은 멍청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곤 한다. 그리고 반드시 똑똑하다고 할 수도 없는게 사실이다. 인간과 자신의 힘의 역학관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오만불손하게 굴며, 언제나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귀엽고 고귀하다는 착각에 빠져사는 한심한 동물이다. 그렇지만 이게 멍청하다는 것은 인간의 기준일 뿐이다. 사실 '아름답다'라던가 '고귀하다' 같은 추상적 개념을 알고있는 생물이 멍청하다고 보긴 힘들 것이다. 평소의 모자란 짓 때문에 평이 나쁘지만, 나는 실장석이 사실은 꽤 지능적인 생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관찰 실험을 준비했다. 실험을 위한 도구는 바로 자판기. 높이 130cm정도에, 위에는 투명한 케이스에 실장 푸드가 채워져있으며 실장석의 손이 닿을만한 높이에는 간단한 모양의 투입구와 상품이 나오는 구멍이 있다. 투입구에 넣을 물건은 캔 고리. 투입구 구멍은 딱 캔 고리 하나가 들어갈만한 크기로 되었다. 딱히 이걸로 정한 타당한 이유는 없다. 일반적으로 쓰레기라고 인식되는 물건 중 가장 동전과 비슷한 느낌의 물건이기 때문일지도... 어쨌건 나는 이 자판기를 인근 공원에 설치했다.
"테?"
"데에에? 데스데스??"
자판기를 공원에 갖다놓으니 여러 실장석들이 몰려들어 날 쳐다본다. 보나마나 밥달라고 왔겠지. 주겠지만, 공짜는 아니다. 일단 자판기를 바닥에 나사로 고정하고, 미리 가져온 캔 고리 하나를 집어넣었다. 실장석들도 충분히 볼 수 있도록 느린 동작으로.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상품 구멍으로 실장푸드 한 알이 나왔다. 난 보란듯이 실장푸드를 집어 주머니에 넣고 떠났다. 소리를 들어보니 실장석들은 벌써부터 동요한 모양이다. 뭔진 모르지만 인간이 이 기계를 어떻게 조작하니 음식이 나왔다라는 것 정도는 모두 알게 된 것이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관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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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웅♡"
"테츄~웅♡"
"좀 더 큰 목소리로 하는데스! 데스~웅♡"
...이 머저리들은 틀려먹었다. 뭔가 했더니 한 가족이 자판기 앞에서 아첨을 떨고 있다. "테츄~웅~ 귀여운 와타치가 부탁하는테츄~ 어서 맛나는 것 내놓는테츄~" 내가 뭔가를 하자 푸드가 나온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그게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해서 나온 것인지는 모르는 것이다. 그래서 하는짓이 이 아첨이다. '귀엽고 고귀한' 자신들이 부탁하면 뭐든 다 들어줄거라는 근거없는 믿음에서 출발하는 실장석의 대표적인 멍청한 행동이다. 물론 인간에게도 안 통하는 것이 하물며 무생물인 자판기에게 통할 리는 없다. 1시간 내내 데스웅 테츄웅 하면서 울더니 지쳤는지 돌아간다. 물론 돌아가면서 똥을 던지는 것도 잊지않는다.
현재 공원 실장석들에게 자판기는 '뭔가 먹을것이 가득 들어있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얻을 수 있는지는 모른다.' 정도로 인식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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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의 기록 영상을 보니, 한밤 중 여러 실장석들이 자판기 앞에 모여있는 것이 보인다. 그 수는 7마리. "데스데스!" "이걸 때려부수면 안에 있는 맛나는 것 모두 와타시들 것인데스!" 그리고 솜방망이 주먹으로 토닥토닥 때리기 시작한다. 물론 금속으로 만든 자판기를 실장석의 팔다리로 부술 수 있을리가 없다. 1시간쯤 토닥이더니 이내 전부 지쳐 쓰러진다. 그리고 어째서 부서지지 않는 것인지 원망스럽게 쳐다보며 또 데스데스 떠든다. 이제 도구를 사용하기로 한다. 주변에 있는 적당한 크기의 돌을 집어 투명한 윗부분에 던진다. 일부 실장석은 창문을 깨고 인간의 집에 침입하는 사례도 있다지만, 이건 강화 투명 플라스틱이라 인간이 있는 힘껏 때려도 잘 깨지지 않는다. 하물며 실장석이 던지는 돌 정도에 깨질 리는 없다. 결국 투석도 먹히지 않자 일제히 똥을 던지고 화내면서 해산한다. 이 녀석들은 가장 원초적인 방법인 '폭력'을 사용했고,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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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에에..." 꼬질꼬질한 실장석 하나가 수풀에서 나타난다. 그리고 자판기 앞에 선다. 또 때려부수거나 아첨이라도 할 생각일까 하고 있으려니 중얼거린다. "인간이 분명 뭔가를 넣은데스..." 똑똑한 개체같다. 내가 어떤 특정 행동을 하자 음식이 나왔다는 사실을 기억했다. 그리고는 주변의 돌을 집어 구멍에 넣어보려 한다. 물론 구멍 크기가 맞지 않아 들어갈 리는 없다. 열심히 쑤셔넣으려고 노력하고, 마지막에는 아예 투입구를 내려치지만 그런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제서야 구멍의 크기와 돌의 크기가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돌을 넣어선 안된다. 하지만 뭘 넣어야 하는지는 모른다. 일단 이제는 '뭔가를 이 구멍에 넣어야한다' 라는 것을 학습한 개체가 나타났다는 사실에 내심 흥분됐다. 다음으로 몇 분이나, 그 실장석은 투입구에 이것저것을 다 넣어보려고 애쓰기 시작했다. 풀잎, 나뭇가지 같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것에서 시작해 흙을 넣기도 하고, 비닐봉투 조각을 넣어보려 하기도 했다. 훌륭한 시도였다만, 모두 실패했다. 실장석은 울며 수풀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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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나는 공원에 나타나 일부러 캔 고리 서너 개를 자판기 주변에 뿌려놓았다. 이제 다시 관찰이다. 때맞춰 실장석 하나가 자판기 앞을 지나친다. 자판기를 힐끔 쳐다보곤 고개를 젓고는 힘없이 걷는다. 그러다가 캔 고리가 발에 채인다. "데? 데데?" 실장석은 캔 고리를 집어들고 의아한 표정으로 보고있다. "혹시 이걸지도 모르는데스...?" 그리고 캔 고리를 투입구에 넣으려한다. 한참을 가로로 넣으려고 하던 중 캔 고리를 세로로 세워 넣어야 들어간다는 사실을 깨닫고 투입에 성공.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상품 구멍에서 푸드 한 알이 나온다. "데... 븝!" 실장석은 소리지르려다 입을 막는다. 이 상황에서 배고픈 동족이 나오면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아는 것이다. 주변을 둘러보고, 푸드 한 알을 조심스럽게 옷 속에 넣는다. 주변에 있는 캔 고리 하나를 또 사용해 푸드를 얻는다. 이렇게 세 알을 뽑아, 두 개는 양 손에 쥐고, 하나는 옷 속에 넣은 채 만족스럽게 떠났다. 이제 이 녀석은 '이 상자에 캔 고리를 넣으면 푸드가 나온다' 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른 실장석들도 곧 깨달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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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씨, 부탁드릴 게 있는데스." 언제나와 똑같은 풍경이다. 보나마나 스테이크와 스시 아니면 탁아일 것이다.
"똥벌레새끼가 또..." 인간의 안색이 변하자 실장석은 갑자기 정색한다. "데! 그게 아닌데스! 잠깐 말을 들어보는데스! 탁아가 아닌데스!"
그러자 주변에 자실장이 없는 걸 확인하고, 이건 또 무슨 일인지 궁금해졌는지 인간은 잠깐 표정을 푼다. 그 때 실장석이 말한다. "...인간씨가 가지고있는 그것의 납작하고 구멍뚫린 반짝이를 원하는데스." 그러면서 아직 따지 않은 캔 윗부분을 가리킨다.
어차피 캔 고리란 인간에게 있어 그냥 처치곤란한 쓰레기 중 하나일 뿐이다. 실장석에게 줘도 별 손해는 없는 물건이다. 인간은 콜라 캔을 따고는 흔쾌히 실장석에게 비틀어 떼어낸 캔 고리를 던져줬다. 그걸 받은 실장석이 기쁜듯이 달려간다. 숲 속에서 보고있던 동족 몇이 비웃는다. "저녀석 멍청이인데스우? 먹을 수도 없는걸 받아서 기뻐하는데스?" "그럼 와타시가 부탁하면 틀림없이 콘페이토를 줄 것인데스!" 그리고는 일제히 튀어나가 "데스~웅♡" ...다음 순간 들리는 것은 실장석 셋의 비명소리였다. 하나는 확실히 죽었다.
"데스... 데슷!" 짧고 뭉툭한 손으로 캔 고리를 들어 조심스럽게 구멍에 넣는다. 찰칵 하고 푸드 한 알이 나온다. 실장석은 그걸 들고 떠난다. 이때는 대낮이었으므로 여러 동족들도 그것을 목격했다. 인간이 준 반짝이를 넣자 음식이 나왔다. 실장석들은 다시 한 번 그 광경을 목도하고 우왕좌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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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반짝이 내놓는데샤아아앗!" 실장석 하나가 공원 입구에서 들어오는 인간을 위협한다.
"반짝이...? 동전?" "동전이라고 하는데스? 그걸내놓는데샤아!!!!" "똥벌레들이 이제 강도짓까지 하네..." 인간은 한숨쉬고, 실장석을 걷어찼다. "데븍!" 가로등 기둥에 부딪히더니 축 늘어져 그대로 죽었다.
"이게 아닌데스... 이것도... 이거인데스! 틀림없는데스!" 그때 한 실장석은 공원 여기저기에 버려진 쓰레기들을 주워모아 바닥에 늘어놓고 분류하고있다. 어제의 그 녀석은 아닌 새로운 녀석이다. 과자 봉투, 비닐, 샌드위치 포장, 콜라캔을 유심히 살피다가 마침내 콜라캔 위에 붙은 캔 고리를 발견한다. 실장석의 완력으로 힘들었겠지만 어떻게든 그걸 비틀어 떼어내는 데 성공. 기쁘게 달려가 자판기 구멍에 넣는다. 이녀석은 세로로 넣어야 들어간다는 사실을 단번에 알아냈다. 찰칵 하고 푸드 한 알이 나온다. 녀석은 그걸 그 자리에서 기쁜 듯 갉기 시작한다. 그걸 본 공원 실장석들은 이제 공원 여기저기를 마구 쏘다니며, 쓰레기를 긁어모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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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도 도우는데스." 콜라캔을 잔뜩 가져온 친실장이 자실장들에게 캔을 하나씩 준다.
"이게 뭐인테치? 달콤한 냄새 나는테치?" 하고 캔 구멍에 필사적으로 혀를 넣으려는 자실장을 말리며 친실장이 말한다. "그게 아닌데스. 이거인데스." 그리고는 캔 고리를 비틀어 뜯어내며 자실장들에게 보여준다. "그게 뭐인테치?" "이걸로 음식을 얻을 수 있는데스." "테!? 먹을 수도 없는데 어째서인테치?" "모르는데스. 전에 인간이 가져다놓은 상자에 이걸 넣으면 음식이 나오는데스." 그렇게 말하며 자신이 가져온 실장푸드 한 알을 꺼낸다. "마마는 그렇게 이걸 얻은데스."
"...정말로 음식주는테치?" "알았으면 너희도 이걸 뜯어내는데스." 반신반의하는 자실장들은 테치테치거리며 열심히 캔 고리를 뜯어낸다. 이렇게 이 가족은 6개의 캔 고리를 얻었다. 이거라면 푸드 6알이다. 이변이라도 없으면 이틀 동안은 집안에서 놀고먹어도 되는 양이다.
"다 뜯은데스? 그럼 따라오는데스." 친은 자실장들에게 자판기의 사용법을 보여주려 한다. 자판기 앞에서 아첨하고 있는 바보들을 무시하고, 친은 구멍에 캔 고리 하나를 넣는다. 찰칵 하고 푸드 한 알이 나온다.
"테에에!?"
"알은데스우? 이걸 넣으면 먹을 게 나오는데스." 자랑스럽게 자실장들에게 말하는 친실장. 자실장들은 갑자기 신이 나서 서로 캔 고리를 넣어보겠다고 아우성이다. 캔 고리를 넣자 또 찰칵. "츄아아아아!!" 또 넣는다. 또 찰칵. "츄아아아아아아아!!" 이 가족은 이렇게 6개의 푸드를 얻고 노래부르며 집으로 돌아갔다. 주변의 동족들은 너무 놀라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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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 윗부분에 달린 반짝이를 넣으면 음식이 나온다.'
실장석들에게 있어 먹지도 못하는 쓰레기였던 캔 고리는 갑자기 상당한 가치를 지닌 물건으로 격상되었다. "...어렵게 주웠던 콘페이토인데스. 코로리가 아닌건 확인한데스. 반짝이 4개랑 바꾸는게 어떤데스?" "데! 3개로 하는데스. 4개는 과분한데스." "4개로 하는데스." "3개 이상으로 못주는데스!" 이렇게 공원에서 실장석들이 흥정을 하는 모습도 관찰되었다. 결국 이 실장석들은 캔 고리 3개로 합의해 교환에 성공했다. 캔 고리를 얻은 녀석은 기쁘게 뛰어가 푸드 3알을 가지고 온다.
반면 이런 풍경도 생겼다. "데샤아아아앗! 당장 반짝이 내놓는데샤아아아!!" 어디서 주웠는지 모를 몽당연필을 들고 주변 실장석들을 위협하며 캔 고리를 긁어모으기 시작하는 녀석이다. 벌써 3마리가 머리에 구멍이 뚫린 채 죽었다. 물론 그동안 모아둔 캔 고리는 모두 이녀석이 차지한 상태다. 이 녀석은 이 강도질로 상당한 양의 캔 고리를 모은 것 같다. 앞으로 어떻게 될진 두고봐야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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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 5개에 꼬챙이를 드리는데스!" 실장석 하나가 소리치며 돌아다닌다. 한 손에 손수 깎아 만든듯한 조잡한 모양의 뾰족한 나뭇가지가 들려있다. 등에도 여럿 메고 있다. "이거면 분충은 한방인데스! 반짝이 5개에 드리는데스!" 그 말을 들은 실장석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캔 고리를 내놓는다. 꼬챙이는 순식간에 다 팔렸다. 자기가 쓸 1개를 제외하고. 장사꾼 실장석은 꼬챙이를 휘두르며 자판기에 가서 푸드 3알을 꺼낸다. 먹을 만큼만 꺼낸 것이다. 이 녀석은 화폐라는 개념 뿐 아니라 저축이라는 개념도 알게 되었다. "데스우우... 우..." 강도 실장은 그 광경을 보고도 함부로 나서지 못한다. 다른 동족들이야 간단하게 위협할 수 있었지만 길고 강한 꼬챙이에 찔리면 자신도 무사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며칠 지나자 공원 실장석 대부분은 꼬챙이를 들고 다니게 되었다. 강도 실장의 입지는 상당히 줄어든것이다. 심지어 막무가내로 덤비다 한 눈을 잃기까지 했다. 눈이 없으면 이 녀석들은 임신을 못한다. 실장석으로는 최대의 굴욕인 것이다. 이 정도가 됐으니 강도 실장은 한동안 활동하지 못할 것이다.
물론 바보들은 어디에 가도 있다. 그 꼬챙이를 들고 인간에게 덤비다가 밟혀죽은 녀석들 말이다. 어쩌면 불량품이라며 장사꾼 실장에게 따지러 왔을지도 모르겠으나, 죽은 자는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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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 반짝이 주는테치." 자실장이 친실장에게 조른다. 음식이 아니라 캔 고리를 달라고 하고있다.
"반짝이는 어디에 쓰는데스우?"
"옆집 엄지랑 산책하는테치. 반짝이로 점심 도시락 할 것인테치." 아직은 평화로운 계절이라 이런 풍경도 더러 있다. 극한상황만 아니라면 적어도 어린 실장석들은 서로 경계하지 않는 편이다. 정서교육에도 좋으므로 친실장들도 딱히 그걸 말리진 않는다. 자실장도 클 만큼 컸으니 괜찮겠지 싶어 친은 자실장에게 캔 고리 하나를 내민다. "남은 음식은 가져오는거 잊지마는데스." "네 테치!" 자실장은 밝게 대답하며 옆집에 가 엄지를 데리고 나온다. 일반적인 인간의 가정에서 볼 수 있을법한 풍경이 실장석의 골판지 상자 안에서 재현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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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똥벌레? 당장 꺼져!" 인간이 손사래를 치며 소리친다. 여기는 지금 주유소. 딱히 먹을 것도 없는 주유소에 실장석이 오는 일은 굉장히 드물다. 점원은 신기하게 보면서도 일단은 실장석에 대한 거부감에 위협부터 한다.
"그게 아닌데스. 우리는 인간씨 일 돕고싶은데스." 실장석 무리의 대표가 말한다. 이 무리는 5마리로 구성되어있다.
"도와...?"
"쓰레기를 줍거나 해 드리는데스. 먹을 건 필요없는데스. 인간들이 캔 고리라고 부르는 물건을 줬으면 하는데스."
얼마 전 공원에 온 사육실장이 캔 고리를 들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들실장들에게 '캔 고리'라는 이름을 가르쳐준 것 같다. 그때부터 소문이 퍼져, 결국 '반짝이'는 '캔 고리'로 이름이 바뀌었다. 종업원이 살펴보니 이 녀석들은 인간에게 부탁한답시고 나름 깨끗하게 차려입고 온 것 같긴하다. 일반적인 들실장의 옷에 묻어있는 똥자국이나 떡진 머리, 눈곱도 별로 없다. "저기, 사장님..." 점원은 화장실에서 나온 사장을 불러 자초지종을 설명한다. 다행히 사장은 실장석에 대해 들고양이 정도의 인식만 가지고 있는 사람같다.
"그럼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쓰레기를 전부 이 봉투에 넣어." 라고 하며 검은 봉투 하나를 꺼낸다. 실장석들은 그걸 받자마자 "알은데스!" 하고 기운차게 뛰쳐나간다. 잠시 후 데스데스거리며 주유소 구석구석의 쓰레기들을 주워담는 실장석들. 반나절 일해 꽤 많이 채웠다. 깨끗한 모습에 나름 만족한 듯한 사장은 "내일도 오면 또 주지." 라면서 실장석들이 주워온 캔에서 비틀어 떼어낸 고리 30개를 6개씩 나누어준다. "데에에..." 경이로운 모습으로 캔 고리를 바라보는 실장석들. 이제 이 녀석들은 '일을 해야 돈을 벌 수 있다.' 라는 노동의 개념을 이해했다.
물론 이후 그 사실을 안 몇 마리가 자기들도 주유소에서 일하게 해달라고 떼를 쓰다 점원에게 걷어차인 일도 있었지만. 사장은 6마리가 딱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실장석이 있는 주유소'는 인터넷 소셜 네트워크에 퍼지기 시작하고, 나름 명물이 되어 사업도 번창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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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 데스!" 구령과 함께 걷는 실장석의 무리.
"어디 가는데스?"
"인간을 도우면 캔 고리를 주는데스! 그래서 가는데스!" 주유소에서 일하기 시작한 실장석들 외에 또 다른 노동조합이 결성되었다. 이 녀석들은 막무가내로 아파트 단지내를 돌아다니다가 부녀회장의 눈에 띄어 막중한 임무를 받게 되었다.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버려진 캔을 전부 주워모은다. 그 다음 고리를 떼어내고, 남은 캔은 봉투에 던져넣는다... 라는 것이다. 아파트 단지내를 돌아다니는 일은 위험하다. 어린아이들도 있고, 자동차도 있고, 물론 학대파도 있다. 때문에 10마리가 출발하면 그중 6~7마리 정도만 돌아오곤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커다란 아파트 부지에 버려지는 캔의 양은 주유소와 비교도 되지 않는다. 캔 쓰레기통을 하나 털 수 있다면 실장석들에게 있어 대박이다. 물론 고리를 떼어낸 캔은 아무 가치 없으므로 다시 쓰레기통에 던져넣었다. 가끔 버려진 음식도 주워먹을 수 있다. 그야말로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인 직업이다.
'실장석들이 단지 내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습니다. 실장석을 괴롭히지 마세요.' 라는 벽보가 아파트 여기저기에 붙었다. 사람들은 무슨 소리인지 궁금해했으나 이내 열심히 캔을 줍는 실장석들을 보며 수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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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1개월 후.
실장석이 캔 고리를 자판기에 넣는다. 철컥. "...데에?"
안 나온다. 푸드의 잔량이 완전히 소진된것이다. 더 이상 캔 고리를 넣어도 푸드를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주유소 팀을 시작으로 한 여러 실장석 노동조합들은 끝을 맞이했다. 캔 고리를 인간에게 내밀며 푸드와 바꾸라고 아우성치는 실장석들도 있었지만, 애초에 캔 고리 따위 인간에겐 아무 가치없는 쓰레기일뿐이다. 이건 실장석들에게도 해당된다. 실장석이 지폐나 동전을 봐도 그게 가치있는 물건이라고 알 수 있을리는 없다.
다행인 점은, 그나마 대부분의 개체들이 저축이라는 개념을 이해했기에 집에 캔 고리와 푸드를 잔뜩 쌓아두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제 상자에서 주는 음식은 더이상 얻을 수 없는데스. 하지만 이렇게나 많으니 봄까지 문제없는데스." 친실장 하나가 집에 가득 쌓인 푸드들을 보며 자실장들을 달랜다.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데스. 겨울이 오기전에 낙엽을 잔뜩 주워... 데뎃!?" 뭔가에 등이 관통당하는 친실장. "테챠아아아아아아!!" 그리고 뭔가를 보며 놀라는 자실장. 꼬챙이를 든 실장석들이 나타난다. "데... 데에..." "혼자서 이렇게 많이 쌓아두고 있었던데스? 와타시에게도 좀 나눠주면 어떤데스우?" "아... 안되는데스. 어림없는데스! 힘들게 일해서 얻은 음식들인데스! 절대 넘기지 않는데샤아아아!!" ...결과는 참혹했다. 친실장과 자실장들은 모두 치즈처럼 구멍이 뚫린 채 절명했다. 약탈자들은 그 자리에서 푸드를 먹고, 남은 것들을 전부 분배해 자기 집으로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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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 꼬챙이인데스!" 장사꾼 실장이 다시 나타난것은 그로부터 며칠 후. "더 강력한 꼬챙이인데스! 보는데스! 반짝반짝한데스!" 그건 캔 고리의 끝부분을 날카롭게 갈아서 나뭇가지에 묶어놓은 것이다. 나뭇가지는 끝부분을 살짝 반으로 가르고 거기에 캔 고리를 끼워넣어 묶은, 실장석치곤 대담한 발상으로 만들어졌다. 말하자면 실장 언월도라고 할 수 있다. "어제도 이렇게 집에 들어온 녀석들을 반으로 갈라버린데스!" 언월도를 붕붕 휘두르며 어필하는 장사꾼 실장. "그럼 위력시범을 보이는데스!" 라고 하며 신호하자 조수 격인 실장석 둘이 독라 하나를 데리고 나온다.
"데히히..." 이미 흠씬 두들겨맞은 독라는 반항하지 못하고 꿇어앉은 채 신음만 한다. "잘 보는데스!" 모여든 실장석들이 잘 볼 수 있도록 조수들이 인파를 정리하고, 장사꾼 실장은 언월도로 독라의 배를 내리쳤다. "데보곡! 데보아아아아!!!" 하고 울부짖는 독라의 배가 갈라셔 내장이 쏟아진다. "데!" "데데스..." "데스우..." 하고 웅성거리는 실장석들. 독라는 필사적으로 숙이고 내장을 주워담으려한다. 그런 독라의 목을 내려치는 언월도. "...!" 독라의 머리통이 아무 말도 못하고 떨어져 굴렀다. 실장석들은 삽시간에 조용해진다.
"...10개에 드리는데스!" 라고 말하며 과자 상자를 열자 그 안에는 언월도가 한가득 들어있다. "데스웃!" "하나 주는데스!" "와타시도 필요한데스!" 실장석들이 서로 밀고 당기며 언월도를 사려고 한다. 결국 언월도는 순식간에 다 팔리고, 장사꾼 실장은 언월도를 가져온 상자에 캔 고리를 가득 담은채 조수들과 함께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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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부터 실장석들 사이에선 긴장감이 돌았다. 서로를 경계하기 시작했고, 아직 언월도를 얻지 못한 실장석들은 외출조차 하기 힘들어했다. 조금이라도 똑똑한 개체들은 비축된 푸드가 있기에 먹이 걱정은 안 해도 됐지만, 그렇지 않은 개체들은 결국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먹이를 구하러 나갔다가 언월도에 목숨을 잃곤 했다. 날카로운 칼에 베인 실장석 시체들이 공원 여기저기를 굴러다니고, 뭔가 날카로운 흉기를 든 실장석들이 수풀 속에서 희생자를 기다리는 모습이 썩 좋아보이진 않는지 사람들의 발길도 끊어졌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비명이 울렸다. 장사꾼 실장은 며칠에 한번 간격으로 와서 언월도를 잔뜩 만들어 팔았고, 무기의 확산으로 인한 긴장국면은 언제 끝날 지 아무도 몰랐다. 결국 누군가 총대를 메야 하는 순간이 온 것이다.
"저 녀석들은 강한 꼬챙이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를 괴롭힌데스." 주변 다른 이웃들을 모두 불러모아놓고 한 실장석이 말한다. "이제는 우리에게도 이것이 생긴데스. 우리가 당한만큼 갚아줘야 할 시간인데스. 와타시도 저 녀석들에게 자를 둘이나 잃은데스... 오로롱..." 말을 하며 실장석은 피눈물을 흘린다. 귀여운 자들이 집을 습격한 괴한들의 칼에 죽고, 자신도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아무것도 지키지 못한 것이다. 결국 숨겨둔 캔 고리를 모두 털어, 장사꾼이 오자 가장 먼저 무기를 샀다. "...와타시의 집에도 쳐들어와 와타시가 없는 사이 자들을 모두 죽이고 음식을 뺏어간데스." "와타시도 마찬가지인데스." "마마의 원수는 와타치가 갚는테칫!" "테칫!" 자실장들조차도 분기탱천.
다음 날, 공원에선 소규모 국지전이 벌어졌다. 약탈자들과 자경단의 싸움이다. 다소 긴 싸움끝에, 결국 약탈자는 열 마리중 둘만 살아남아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하나는 독라가 되었고, 나머지는 모두 죽었다. 자경단도 여럿이 죽었지만 자신들의 터전을 지켜냈다는 것에 모두 기뻐하고 있었다. "이걸로 된 데스! 우리는 힘을 키워야하는데스!" 처음으로 이웃들을 불러모은 실장석이 자연스럽게 우두머리가 되었다. 이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실장석들에겐 세력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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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하들을 죽이고 독라로 만든 게 너인데스우?" 험상궂게 생긴 외눈 실장이 나타났다. 뒤에는 언월도를 든 실장 여럿이 있다. 이 실장석은 약탈자 파의 보스라고 할 수 있는 존재. "먼저 공격한건 네 쪽인데스!" "닥치는데스! 노예는 노예답게 구는데샤앗! 전부 쳐죽이고 뺏는데스!" 신호와 함께 약탈자들이 우르르 몰려든다. 자경단도 필사적으로 저항한다. 하지만 역시 잔뜩 먹고 기운이 넘치는 약탈자들이 더 강하다. 심지어 자경단은 인원이 부족해 자실장들도 무기를 들고 있는 판국이었다. "데샤앗!" "테칫!" "츄아아!" "데게보옥!?" 하고 기합과 비명소리가 울리며 날붙이들이 번쩍거린다. 인간들의 전쟁을 방불케하는, 실장 전쟁이다.
이 두 집단의 싸움은 결국 승부가 나지 않았다. 약탈자들은 잔존병력을 이끌고 물러갔고, 자경단도 안도하며 재정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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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례하는데스." 자경단 보스의 집에 누군가 방문했다.
"데뎃?" 그걸 보고 흠칫 놀라는 자경단 보스. 무기를 판매하는 장사꾼 실장이다.
"최근 여기에서 싸움이 일어났다고 들은데스. 와타시는 무기를 만들지만, 싸움은 좋지않다고 생각하는데스. 심지어 강한 녀석들이 약한 너희들을 공격하는 것 아닌데스? 불공평한데스."
"그런데스. 어째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데스우... 오로롱..." 보스가 결국 피눈물을 쏟는다.
"...그래서 이걸 가져온데스." 그제서야 본색을 드러낸 장사꾼 실장이 과자상자를 꺼내 연다. 안에는 짧은 나뭇가지에 커터칼날을 붙인, 검이 있다. 언월도보단 짧지만 더욱 날카롭고, 더욱 휘두르기 쉬운 치명적인 무기다. "이렇게 강한 무기가 있으면 아무도 무시하지 못하는데스." "...그럴 것 같은데스." "캔 고리 10개만 받는데스." "데뎃? 저렴한데스? 감사한데스!" 보스는 기뻐하며 그 자리에서 대금을 지불했다.
"데샤앗! 데샤아아아!" 이어지는 전쟁, 보스는 검을 들고 약탈자들을 마구 베었다. "데뎃? 어디서 저런 걸 구한데스우!?" 약탈자들은 곧 자경단 보스의 기세에 눌려 도망쳤다. "해낸데스! 앞으로 저 분충들은 여기에 얼씬거리지도 못할것인데스!" "테치!" "마마 만세테치!" 친을 잃은 자실장들은 보스를 마마라고 부르며 따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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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례하는데스." 약탈자 보스의 집에 누군가 방문했다.
"데뎃?" 그걸 보고 흠칫 놀라는 약탈자 보스. 무기를 판매하는 장사꾼 실장이다.
"최근 분충들의 반항이 강해진 것 같지 않은데스? 듣자하니 어제는 일방적으로 졌다고 들은데스."
"그런데스. 똥노예들이 자기 주제도 모르는데스. 와타시에게 그런 무기가 있다면 똥노예들은 금방..."
"...그래서 이걸 가져온데스." 그제서야 본색을 드러낸 장사꾼 실장이 과자상자를 꺼내 연다. 안에 든 것은... 휘어진 나뭇가지에 고무줄을 묶고, 곧은 나뭇가지에 돌조각을 붙인 것 여러 다발. 활이다. "이렇게 강한 무기가 있으면 분충 따위에게 쩔쩔매지 않는데스." "...그럴 것 같은데스." "캔 고리 15개만 받는데스." "데뎃? 저렴한데스? 감사한데스!" 보스는 기뻐하며 그 자리에서 대금을 지불했다.
"데스데슷!" "데갸악!" 이어지는 전쟁. 어디서 날아오는지 알 수 없는 돌에 맞은 자경단 실장석들은 사기가 크게 꺾였다. 모두 집에 들어가 농성하기 시작했다. 물론 약탈자들은 그 틈을 노리지않고 집에 들어간 자경단을 각개격파. "나오는데스! 뭉치는데스!" 하고 보스가 외치지만 결국 압도적인 화력투사에 밀려 마을을 버려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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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판지를 이어붙인 방벽을 만들 수 있는데스. 대금만 지불하면 와타시의 조수들이 만들기 시작하는데스. 100개인데스."
"분충들이 벽을 만든데스? 방법이 있는데스. 벽을 뚫을 망치를 만들어주는데스. 100개인데스."
"뚫리거나 베이지 않는 튼튼한 옷을 드리는데스. 물론 공짜는 아닌데스. 두당 20개인데스."
장사꾼은 부지런히 양 측을 오가며 무기를 팔았다. 사실 자경단 보스와 약탈자 보스는 모두 이 사실을 알았다. 그러나 무기를 만들 수 있는건 이 실장석 뿐이고, 당장은 적보다 강한 무기가 필요했다. 때문에 둘은 이것을 묵인했다. 싸움의 양상이 커지자, 결국 공원 실장석들은 약탈자파와 자경단파 두 가지로 모두 갈렸다. 골판지를 이어 만든 튼튼한 방벽 뒤에 숨어 활을 쏘며 농성하는 자경단과 실장석이 생각할 수 있는 수준의 공성무기들을 가지고 골판지를 공격하는 약탈자들의 싸움은 그치지 않았다. 찰칵찰칵 소리를 내며 캔 고리를 이어붙인 갑옷을 입은 실장석들이 활보했다. 그렇게 공원에선 매일매일 실장석들의 장렬한 전쟁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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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전쟁에만 열중한 실장석들은 모두 겨울은 넘길 수 없었다. 여기저기서 무기를 든 채 얼어붙은 실장석들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전쟁에 참여하고 싶지 않았던 개체들은 모두 이미 겨울이 오기 전에 공원을 떠난 모양이다. 다들 이제는 아무 가치도 없는 캔 고리를 소모해가며 싸우다 죽은 것이다.
혹시 모르기때문에 나는 실장 푸드 자판기에 푸드를 채워넣어보았다. 다음 날 확실히 푸드는 줄어있었다. 아직도 이 경제개념을 학습한 실장석이 남아있었나? 카메라를 돌려보니, 낙엽을 엮어 만든 방한복을 두르고 언월도를 든 실장석들을 호위병처럼 데리고 뒤룩뒤룩한 실장석 하나가 걸어왔다. 그 무기를 팔던 장사꾼 실장이다. 캔 고리를 넣고, 푸드를 꺼내 돌아간다. 나는 그 녀석이 나오는 시간을 노려 자판기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말을 걸어봤다.
"살아있었네."
"멍청이들 덕분인데스." 장사꾼 실장이 푸드를 잔뜩 들고 말했다. "와타시는 언젠가 인간이 다시 여기에 음식을 채워줄거라고 알고 있었던데스. 우릴 죽일거라면 이런 짓을 할 리가 없지않은데스우? 그래서 와타시는 관찰파 인간이라는걸 알은데스." 이어서 말하는 장사꾼. "그러니까 나머지는 쉬운데스. 그 녀석들 모두 와타시에게 캔 고리를 바치며 죽은데스." 라고 말하며 다시 걷기 시작한다.
"만약 내가 푸드를 채워주지 않았더라면 어쩔 예정이었지?"
"...그땐 다른 공원이라도 찾아가서 바보들을 속여볼 예정이었던데스." 의기양양한 대답. 이 녀석은 타고난 꾼이다... 나는 그만 혀를 내둘렀다. 만약 실장석이 아닌 사람으로 태어났다면 분명 여러가지 의미로 성공했겠지. 장사꾼 녀석은 날 보며 씨익 웃는 것 같았다. 그리고는 푸드를 가지고 호위병들과 함께 사라졌다. 봄이 오면 이 녀석은 자연스럽게 공원의 보스로 군림하며, 자들을 잔뜩 낳겠지. 최후의 승리자는 이 녀석이다.
실장석의 지능은 어쩌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뛰어난지도 모르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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