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는 오늘도 어김없이 골판지 하우스의 입구에서 희미하게 열려있는 틈새 너머의 바깥세상을 바라보며 우울함에 빠져있었다. 하우스 양쪽에 나 있는 손잡이와 입구를 가로막은 문의 틈 사이로 겨우 비집고 들어와 안을 밝히는 햇빛. 막내는 하루 종일 골판지 하우스 속에서 갇혀있어야 하는 현실이 매우 못마땅했다. 밖을 보라. 얼마나 환하고 푸르며 활기가 넘치는가. 밖은 좁은 골판지 하우스와는 전혀 딴판이었다. 공원의 분수에서 쏟아지는 물과 그 주변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모습. 그럴 때면 막내는 중얼거렸다.
「부러운테치….」
친실장은 언제 들이닥칠지 모를 천적의 습격으로부터 안전해지기 위해선 골판지 하우스에 숨어있는 것이 최선이라고 누누이 당부했다. 허락도 없이 밖으로 나온다면 분충으로 간주하고 솎아낸다는 경고도 빠트리지 않았다. 물론 그것도 어디까지나 친실장의 기준에서나 그런 거지 천적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하우스는 언제라도 털릴 운명이었다. 어쨌든 막내는 자매들과 함께 그런 친실장의 방침에 따르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래도 못마땅했다.
「똥마마에게 낳음 당해서 이런테치.」
좁은 골판지 하우스 속에서 어린 자실장들이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는가? 자기들끼리 술래잡기라도 하면 다행이었다. 언제나 따라붙는 식량의 부족은 한창 놀고 싶은 시기인 자실장들에게 체력 보존을 위해 최소한의 활동만을 강요하고 있었다. 오늘도 자매들은 마마는 언제오는테치? 오늘은 맛난 게 많이 있었으면 좋은테치! 라는 시시콜콜한 얘기만 하나하나 둘 곯아떨어졌다. 지금 잠을 자면 밤에 잠을 못자 고생할 것이 뻔했지만 지금 상황에서 잠자는 것 말고는 딱히 할게 없었다.
「테에….」
막내는 혼자 입구를 서성거렸지만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겠나. 하지만 그럴 때마다 가슴 한 곳에서 누군가가 자신에게 말을 거는 것만 같았다. 나가라고. 나가면 잘 될 거라고. 하지만 이미 머릿속에 새겨진 친실장의 솎아내겠다는 말이 맴돌며 그래선 안된다고 막내를 붙잡았다. 나가고싶은테치! 막내는 그렇게 소리 질렀다. 왜 자기는 안된단 말인가. 저 환하고 아름다운 밖으로 나가 마음껏 뛰어놀고 싶었다. 분수대 근처 벤치에 앉아서 아이스크림을 핥으며 웃어대는 아이들의 모습에 입맛을 다시며 자신도 저런 맛난 것들을 배불리 먹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부러워할 뿐이었다.
「배고픈테치….」
오늘도 막내는 자매들과 함께 어제와 같은 날을 보내고 있었다. 배고픈 배를 손으로 비비면서. 어딘가에서 열심히 식량을 수집하고 있을 친실장이 빨리 돌아오기를 바라며. 그렇게 배고픔과 지루함에 지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필름이 끊겨 눈을 떴을 때는 해가 저무는 오후가 되었고 공원 여기저기에 우뚝 세워진 가로등에서 환한 불빛이 밝혀질 때 즈음…사르륵 힘없이 열리는 문과 함께 노동으로 지친 친실장이 빈약한 비닐봉투를 들고서 터벅터벅 걸어들어왔다. 친실장의 귀가 소리에 귀를 쫑긋 세운 자실장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친실장에게 달려가 빛바래고 누더기 같은 옷자락을 붙잡고 배고픔을 호소할 때 치면 친실장은 말없이 그런 자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밥을 구하지 못한데스. 오늘은 이대로 자는데스.」
자실장들의 표정은 단번에 굳어진다. 아아…역시나…하는 표정과 왜 또 굶어야 하냐는 억울함. 그저 눈물만 글썽이는 얼굴. 친실장의 옷을 붙잡고 있던 자들의 손이 스르륵 힘없이 놓이면 친실장은 비닐봉투를 아무렇게나 구석에 처박아놓고서 가장자리에 자리를 깔고 누웠다.
「마마….」
장녀가 그런 친실장을 불러보지만 친실장은 대답하지 않고 몸에 덮은 수건을 끌어당길 뿐이었다.
「똥마마테치.」
막내는 씩씩거리며 홀로 중얼거렸다. 밖에도 나가지 못하게 해. 밥도 못 구해와. 이런 무능한 어미의 밑에서 왜 이러고 살아야 하냐는 의문이 막내를 충동질했다. 그렇게 모두가 잠든 한밤중. 배고픔과 억울함에 좀처럼 잠이 오지 않는 막내는 자리에서 일어나 억지로 억지로 잠이 든 자매들과 친실장을 바라보았다. 한심해도 이렇게 한심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무능하기도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막내는 무엇인가 결심한 듯 초롱초롱한 눈으로 살며시 입구 쪽으로 갔다. 초승달이 뜬 밤하늘. 시끌벅적했던 공원은 언제 그랬냐는 듯 적막에 휩쌓인 채 인기척이라곤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새로운 마마를 찾는테치.」
막내는 집을 떠나기도 결심했고 그런 결심은 곧바로 다음날 행동으로 이어졌다. 친실장이 식량을 찾아 집을 비우자 막내는 이제 마지막이 될 골판지 하우스의 내부를 삥 둘러보곤 일일이 자매들의 손을 잡았다. 영문도 모른 채 막내가 내미는 손을 잡은 자매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자매들에게 막내는 비웃음 가득한 미소로 마지막 인사를 대신했다.
「이제 똥보다 못한 생활은 끝인테치!」
공원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하자 막내는 지금이 나갈 최적의 타이밍이라 생각했다.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으니 자신을 돌봐줄 새로운 부모가 한 둘은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지금 밖으로 나가면 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서로 키우게 해달라고 머리를 조아릴 지도 모른다는 망상에 빠져 있었다.
「막내쨩 뭐라고하는테치?」
자매들이 그런 막내의 말 뜻을 깨닫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리자 막내는 역시 멍청한 오네챠들인테치. 멍청하게 똥마마만 믿다가 굶어죽기 딱인테치. 라고 중얼거리더니 손을 탁탁 털면서 소리쳤다.
「와타시는 새로운 가족을 찾는테치!」
그렇게 말하며 오랫동안 친실장만이 열고 닫을 수 있었던 문을 밀고 나갔다. 별다른 저항 없이 열린 문의 너머로 따사로운 햇볕이 집안으로 쏟아져 눈부셔하는 자매들을 뒤로한 채 막내는 새로운 삶을 위해 달려나갔다.
#. 가족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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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겐상! 닌겐상!」
막내는 친실장이 그토록 경계해야 한다고 가르쳤던 인간에게 달려갔다. 첫 번째로 달려간 대상은 아이스크림을 들고 있던 소년이었다. 막내는 자신의 목소리에 쳐다보는 아이에게 안아달라는 듯 두 팔을 벌리며 소리쳤다. 소년은 자신의 발밑으로 쪼르르 달려온 이 조그마한 녹색 덩어리가 폴짝폴짝 뛰는 모습을 보면서 발로 걷어찰까 말까 고민했지만 그것을 모르는 막내는 그저 자신의 딱한 처지를 알리는데 열중이었다.
「와타시는 가족이없는테치! 새 마마가 필요한테치! 와타시를 길러주시는테치!」
막내는 그렇게 소리쳤지만 애석하게도 눈앞의 소년에게는 린갈이 없었기에 막내의 요청은 그저 테치 테치 거리는 해석 불가능한 귀찮은 벌레 울음소리에 불과할 뿐. 닌겡상! 멀뚱멀뚱 쳐다만 보고 있는 소년에게 막내가 소리쳤지만 소년은 그냥 시끄러운 이 벌레를 밟아 죽여버릴 심산으로 발을 올렸다. 새것으로 보이는 깨끗한 신발 바닥이 막내의 피와 살점으로 더러워지기 직전이었다.
"야!"
그때 뒤에서 소년의 엄마로 보이는 여자가 달려와 황급히 소년을 잡아당겼다.
"저런 거 밟으면 신발 더러워진다고 했어 안 했어!"
여자는 그렇게 말하며 소년을 데리고 가버렸다. 뒤에서 막내가 자신도 데려가달라고 다급하게 소리쳤지만 무시. 소년과 엄마는 그렇게 사라졌다.
「왜 와타시를 안키우는테치!」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가 되지 않는 인간들의 반응에 막내가 화가 치밀어올라 소리쳤지만 아무도 쳐다보지 않았다.
「와타시를 키워주시는테치!」
다음번 대상은 벤치에 앉아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는 젊은 여성이었다. 막내는 소년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을 안아달라는 듯 두 팔을 벌려 폴짝폴짝 뛰며 목이 터져라 불러댔지만 여성은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귀에 낀 이어폰에 막내의 울음소리는 닿지도 못하고 묻히고 있었다.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보고 있었는지 가끔 킥킥거리며 웃을 뿐이었다.
「웃긴테치? 와타시가 웃긴테치?!」
자신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주제에 혼자 웃어대자 막내는 여자가 자신을 무시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언제나 누군가로부터 관심과 애정을 받아야만 하는 자실장으로써 그것은 너무나도 괴로운 일. 막내는 여성의 신발에 달라붙어 두 손으로 두들겼다. 이쪽을 보는테치! 이쪽을 보는테치 똥닌겐! 그렇게 소리치면서 있는 힘껏 두들겨보지만 그걸로 여성이 아픔을 느낄 일은 없었다. 그래도 효과가 아주 없는 건 아니었기에 그제야 휴대폰을 보던 여성의 시선이 힐끗 자신의 발을 두들기는 막내로 향했다.
"아, 뭐야!"
자신과 눈이 마주치자 해냈다!라는 성취감이 막내의 얼굴에 자리 잡기도 전에 튀어나온 여자의 짜증. 얌전히 땅에 붙어있던 신발이 막내를 걷어차올렸다. 퉭! 짧은 비명과 함께 하늘로 올려진 막내는 곧바로 바닥으로 추락했다.
「테챠아아아아!!」
땅으로 추락한 막내는 심하게 밀려오는 고통에 비명을 질러댔다. 테챠아아!! 테챠아아아아!! 생전 처음으로 당해보는 고통. 친실장의 가르침대로 얌전히 골판지 하우스 속에서 분수에 맞게 살았더라면 맛보지 않았을 고통이었다. 주제로 모르고 설친 대가. 테챠아아아아!! 그것을 모르는 막내는 서러움과 왜 내가 이런 고통을 맛 보아야 하냐는, 이해되지 않는 억울함에 서글픈 비명을 질러댔지만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기분 더러운 표정을 지으며 홀연히 떠나버렸다.
「가, 가지마는테치! 가지마는테치!」
떠나는 여자의 뒷모습에 간절한 고함을 지르면서 따라가려 하지만 감각이 없는 다리는 일어서지 못하고 바닥에 들러붙어 있었다. 일어나는테치! 발씨 어서 일어나는테치! 자신의 두 다리에다 대고 소리쳐보지만 다리가 회복되려면 제법 시간이 필요하다. 억지로 억지로 일어서보려 해도 간신히 올라온 상체는 다시 힘없이 드러누웠다.
「테에에엥-! 테에에엥-!」
운다. 손가락 없는 두 손으로 양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자신의 불쌍한 모습을 주변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어필하면서 관심을 끌어본다. 테에엥 테에엥 테에엥. 시끌벅적한 사람들의 발소리. 말소리 속에서 막내의 울음소리는 아무런 효과가 없는 듯. 울다 말고 잠시 멈춰 서서 힐끗 앞으로 바라보자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이는 한명도 없다.
「키워주는테치! 키워주는테치!」
옆을 지나가는 다른 사람에 다급하게 외쳐보지만 들은 척도 안 하는 사람들. 더러워질까 싶어서 일부러 피해 가는 사람들. 막내는 철저하게 자신을 외면하는 인간이란 존재에 굉장한 충격과 분노감을 느꼈다.
「왜 안키워주는테챠아아아아!!!」
통한의 눈물을 흘리며 울부짖었다.
「마마….」
친실장이 보고 싶어졌다.
「마마…어디있는테치…? 보고싶은테치.」
지금 막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빨리 친실장이 자신을 데리러 오길 간절하게 비는 것뿐이었다. 친실장은 막내가 골판지 하우스에서 가출한 것도 모르고 있을 테지만. 머리가 어지러웠다. 밥도 제대로 못 먹어 영양상태도 부실한데다 부상까지 겹쳤다. 시끄럽게 울어댄 것도 있고 피로가 누적된 막내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스르륵 감겨오는 눈에 정신을 잃고 말았다.
★☆★
「테…?」
막내가 다시 정신이 들기 시작한 것은 시간이 제법 지난 오후였다. 자실장이 혼자서 밖으로 나가면 동족에게 먹히거나 인간들에게 밟혀 죽어야 정상이었겠지만 막내의 경우는 어지간히도 운이 좋은 케이스였다. 자신을 키워달라며 설쳐대던 곳이 사람들이 자주 왕래하는 곳이다 보니 들실장들이 함부로 발을 들이지 못했고, 인간들도 신발이 더러워지는 것을 우려해 피해 다녔다. 물론 그런 걸 신경 쓰지 않는 한 인간이 막내에게 관심을 보여 발로 밟아 으깨버리려고 했지만 때마침 근처를 지나가던 경찰과 눈이 마주쳐 차마 그러지 못했다. 어쨌든 무사히 정신을 차린 막내. 그리고 그 순간 놀라서 소리쳤다. 한 여자아이가 쭈구리고 앉아 막내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손에 집어 든 오렌지 주스. 소녀는 빨대를 이용해서 쓰러져 있던 막내의 입에 한 방울씩 뚝 뚝 떨어트리고 있었다. 쨥쨥. 그제야 입가에 진득하게 달라붙은 액체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혓바닥이 본능적으로 입가를 핥았고, 그것은 여태까지 먹어본 적이 없는 훌륭한 맛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오렌지 주스는 기진맥진하던 막내를 살리는데 일조했다.
"오빠야~."
소녀는 막내가 눈을 뜨자 근처에 있던 자신의 오빠를 불렀다. 9살쯤으로 보이는 소년이 여동생에게 다가와 무심한 표정으로 막내를 내려다보았다. …더러워. 짤막하게 한마디 내뱉을 뿐 그 외에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는 소년. 그러자 소녀는 그런 막내를 한 손으로 주워들었다. 테챠! 테챠! 가볍게? 걷어차 인 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겨서인지 격하게 반응하는 막내.
"우리 아기~."
「테?」
또다시 고통을 느낄 것이 두려웠던 막내였지만 뜻밖의 말에 놀라 소녀를 쳐다보았다. 소녀는 빙긋이 웃으면서 왼손에 들고 있던 오렌지 주스를 원샷 하더니 쓰레기통에 던져 넣고는 그렇게 자유로워진 왼손으로 막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엄마라고 해봐 엄마~."
「테…텟!」
그 말에 눈물이 핑 돌았다. 자신의 고생이 헛되이지 않았다는 노력. 인간과 엮여서 좋을 것이 없다고 교육하던 친실장은 멍청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자신을 자로 받아주는 착한 인간도 있다. 그것을 모르는 친실장은 똥마마 똥벌레 똥머리테치.
「마마~!!!」
막내는 그런 소녀의 말에 진심 어린 감동으로 소리쳤다. 자신을 쥐고 있는 소녀의 손에 얼굴을 문대며 부비부비 하는 막내. 린갈이 없었기에 그저 테치 테치로 밖에 들리지 않았지만 소녀는 뭐가 그리 좋은지 막내를 잡고 싱글벙글하고 있었다.
"엄마랑 아빠랑~우리 아기~ 즐겁게 놀자~."
천진난만하게 웃는 소녀와 마지못해 따라나왔는지 마냥 귀찮아하는 소년의 입에서 하…하는 한숨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미 소녀는 가족놀이에 들어간 상태였는지 웃으며 벤치에 올려두었던 소꿉놀이 세트를 집어 들었다. 그리곤 공원 바로 옆에 설치된 놀이터로 룰루랄라 발걸음을 옮겼다.
「해낸테치…와타시, 이제 세레브한 사육실장인테치…!」
감격의 눈물. 아아 안녕. 이제 모두 다 안녕. 지긋지긋한 골판지 하우스. 쓰레기만 주워오던 똥마마. 멍청하게 복종하던 자매들. 배고픔의 나날들. 안녕테치! 모두 안녕테치! 여태 살아왔던 나날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스테이크? 스시? 콘페이토? 어떤 것을 먹게 될까. 추잡한 똥벌레들과는 상상도 되지 않을 고품격 세레브 한 삶. 막내는 머릿속에서 행복한 상상을 하면서 히죽 히죽 웃었다. 그리고…….
「데, 데수! 데수!」
「테?」
그것은 친실장이었다. 아침 일찍 쓰레기장으로 갔던 친실장은 그날따라 운이 좋았다. 먹다 남은 핫도그. 인근 패스트푸드점에서 대량으로 버린 유통기한 지난 햄버거 빵. 돈가스 찌꺼기. 평소엔 쉽사리 먹을 수 없는 양질의 식량을 대량을 획득한 친실장은 집에 있을 자들이 배불리 먹을 모습에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무거워진 비닐봉투를 애써 낑낑거리며 집으로 가져오던 중이었다. 그러다 소녀에게 잡혀있는 막내를 발견했다. 데스?! 자기가 잘못 본 거라 착각한 듯 눈을 깜빡깜빡 거리는 친실장. 친실장은 지금 눈앞의 자실장이 자신의 자라는 것을 확신했는지 황급히 들고 있던 쓰레기봉투마저 바닥에 아무렇게나 내던지고서 소녀에게 달렸다.
"꺅-!"
친실장은 그저 소녀에게 자신의 자를 돌려달라며 부탁을 할 생각이었겠지만 그것을 소녀는 자신을 공격하려는 의도로 받아들였다. 덩치도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제대로 씻지도 못해 땟국물이 줄줄 흐르는 데다 눈 색깔마저 서로 다른 녹색 괴물이 자신이 있는 쪽으로 달려오니 놀랄 수밖에.
"오빠야! 오빠야!"
"어, 씨바!"
여동생의 다급한 외침에 놀란 소년이 휴대폰을 만지다 말고 전력으로 달려들었다. 데햐앍! 친실장은 너무나도 허무하게 걷어차여 돌바닥 위로 나뒹굴었다. 축구공 차듯이 날아간 친실장에게 소년은 나이에 걸맞지 않은 말들을 쏟아내면서 근처에서 돌멩이를 주워들었다.
"이 씨발새끼가."
「데햙! 데햙!!」
"감히! 내! 동!생!을! 건드려?"
팔이 부러졌다. 다리가 부러졌다. 고통 어린 비명을 내지르는 친실장. 소년은 자신의 여동생을 습격한 이 괴물을 용서할 생각이 없었는지 인정사정없이 계속해서 후려쳤다. 발로 걷어차고 또다시 돌로 내리찍었다. 모진 세월을 견뎌온 피부가 벗겨지고 시뻘건 핏줄과 근육이 드러났다. 회색 돌바닥 위로 피가 튀었다. 항의라도 하듯이 부풀어 오르는 친실장의 빵콘은 오히려 소년에게 더럽다는 느낌만 주면서 그것은 더욱더 고통만을 불러올 뿐이었다. 데햐앍! 데햐아아악! 친실장은 계속해서 비명을 내질렀고 그럴수록 소년은 더욱더 거칠게 후려쳤다.
「…….」
막내는 그런 친실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아니, 슬퍼하고 있었달까? 그토록 미워하고 싫었던 친실장이 눈앞에서 저렇게 두들겨 맞고 있는 모습을 보니 가슴 한쪽이 아려왔다. 죽어가는 친실장의 주변으로 넘어져 있는 비닐봉투. 그 속에 가득히 들어있는 식량들이 눈에 들어오자 자신을 먹이기 위해 열심히 일했을 친실장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마, 마마…. 그, 그만하면 된테치. 그만하는테치! 뒤늦게 소년에게 그만해달라고 소리를 쳐보지만 들은 척도 안 하는 소년은 친실장의 생명을 깎아내리고 있었다. 마…마마! 그런 막내에게 소녀가 막내에게 말했다.
"이제 걱정하지 마. 아빠가 지켜줄 거야."
「테…….」
막내는 눈물 가득한 표정으로 소녀를 바라보았고 소녀는 그런 막내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우리 아기~맛있는 밥 먹고~씻고 엄마랑 재미있게 놀자?"
「텟?」
소녀의 말은 막내의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맴돌았다. 씻고~ 밥 먹고~재미있게 놀자? 씻고~ 밥 먹고~재미있게 놀자? 씻고~ 밥 먹고~재미있게 놀자?
「…….」
막내는 다시 소녀에게서 친실장으로 고개를 돌렸다. 퍽-. 그 순간 뭉툭한 소리가 들려왔다. 돌멩이가 친실장의 머리를 강타한 것이다. 쉴 새 없이 나오던 비명이 한순간에 끊겼고 울상을 짓던 눈이 멍해진 체 바닥으로 털썩 쓰러졌다. 데…데스우……. 떨어지는 피와 눈물. 친실장은 쓰러지는 와중에도 소녀에게 잡혀 있는 막내를 보고 있었다. 데…. 데….
「죽여버리는테치! 파파! 저 똥벌레 죽여버리는테치!」
「……!」
막내는 조금 전까지와는 180도 다른 반응을 보였다. 증오에 가득 찬 눈빛. 오히려 잘 됐다는 기쁨이 입꼬리에 걸려 있었다.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언제나 굶주림과 지루함에 시달려야 했던 삶. 그런 삶을 강요한 친실장. 똥벌레! 똥마마! 똥분충! 똥구더기만도 못한 무능한 똥실장!
「와타시는 이제 똥벌레 필요없는테치! 새 마마가 있는테치! 파파도 있는테치! 똥벌레 따위 죽어버리는테치! 있어봤자 도움도 안되는테치!」
인간에게 당하는 수차례의 매질보다 자신의 새끼가 날린 말이 더 컸던 걸까. 소년의 응징에도 꿋꿋이 버텨가던 위석이 막내의 말이 끝난 직후에 죽음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금이 가버렸다. 어떻게든 고통을 막아보려던 친실장의 몸부림이 전기선 뽑혀버린 기계처럼 한순간 멈춰버리더니 그 자리에 축 늘어져버렸다.
"씨발새끼."
소년은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는 듯 친실장의 배를 걷어찼다. 쿠웱-. 입에서 터져 나온 한 줌의 피를 끝으로 친실장은 숨쉬기를 반복할 뿐 더 이상의 움직임은 없었다. 그저 저 멀리 사라져가는 막내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뚝-. 뚝-. 뚝-. 이미 빨갛게 변해버린 돌바닥에 친실장의 눈물이 흘렀다.
★☆★
물을 구하는 것은 식량보다 쉬우면서도 한편으로 어려운 것이었다. 인간이라면 아무런 어려움 없이 얻었을 물이지만 들실장은 너무나도 큰 위험을 감수해야만 했다. 비라도 많이 온다면 모를까. 분수대나 공중 화장실 변기에 고인 물을 얻기 위해 동족과 경쟁을 벌여야 하고 그 과정에서 마주칠 인간을 피해야 한다. 영리한 개체는 조용히 숨어있다가 간신히 경쟁을 뚫고 페트병에 물을 떠서 가져가는 다른 동족을 습격해 죽이고 그것을 강탈하는 전략을 썼다. 그만큼 위험했다. 그렇게 얻은 물이다 보니 씻는 건 엄두도 못 내고 겨우 수분 섭취용으로 만 사용할 뿐이었다.
「테치테치프프프.」
막내는 히죽 히죽 웃고 있었다. 이제 물은 더 이상 귀한 자원이 아니었다. 식량과 마찬가지로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널리고 널린 흔한 것이 되어버렸다. 왜? 이제 자신은 인간에게 길러지는 몸이니까. 들실장들 사이에서 전설로 알려진 따뜻한 물에 거품 목욕을 하면서 지금 입고 있는 천박한 누더기가 아닌 세레브한 옷을 입고 산더미처럼 쌓인 산해진미를 맛보며 등 따뜻, 배부른 천상계의 삶을 살 운명이니까.
「불쌍한테치. 이제 똥마마도 죽었으니 오네챠들도 꼼짝없이 죽을 운명인테치. 굶어죽기전에 서로 잡아먹으면 좋은테치. 오네챠들 조금만 기다리는테치. 와타시가 마마랑 같이 구경하는테치. 살아남은 오네챠는 특별히 와타시의 세레브 변기 노예로 삼아주는테치. 우선 맛있는 밥부터 먹고나서 와타시가…테?」
그렇게 상상을 하던 와중에 막내는 자신이 바닥에 내려졌다는 것을 느꼈다. 발이 푹 꺼지는 모래밭. 소년과 소녀는 놀이터에 도착했다. 여기가 닌겐상의 집인테치? 막내는 그렇게 두리번거리며 상상과 거리가 먼 놀이터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소녀는 그런 막내 앞에서 자신의 소꿉놀이세트를 차례차례 꺼내놓기 시작했다. 물을 가득 채운 페트병. 플라스틱 그릇과 컵. 그리고 모종삽. 그리고 껍데기만 남은 과자상자. 물통.
「…어디서 많이 본것들인테치?」
막내는 물통과 과자상자를 보면서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불안감에 표정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이것들은 친실장과 함께 살면서 수없이 보아왔던 것이 아닌가. 과자상자는 식량을 보관하는 통이었고 물병 역시 마찬가지였다. 가난한 똥벌레들만 사용하는 줄 알았던 그런 천박한 생필품들을 왜 인간이 쓰고 있단 말인가.
「마마…?」
소녀는 뒤돌아서서 열심히 막내가 먹을 밥을 만들고 있었다. 페트병에 있던 물을 부어 손으로 주물럭 주물럭. 이윽고 소녀가 그것들을 그릇에 담아 막내에게 내밀었을 때 막내는 충격에 빠졌다.
"우리 아기 맘마 먹을 시간이예용~."
공처럼 둥글게 만든 진흙 덩어리에 장식용으로 얹은 나뭇잎 하나. 그것을 막내에게 떠먹여주려는 듯 소녀는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 쓰는 분홍색 숟가락으로 그것의 한쪽 모서리를 푹 떠서 내밀었다.
「이게 뭐가 밥인테챠아아아!」
친실장도 안 먹던 것을 인간이 먹으라 하고 있었다.
"어? 왜 안먹어. 왜."
입을 벌리기커녕 화를 내는 막내의 반응에 고개를 갸웃거린 소녀는 이내 입술을 꾹 다물고 빤히 쳐다보니 막내를 노려보았다. 자신이 생각했던 식사와 전혀 다른 것에 씩씩거리며 화를 내는 막내. 잠깐의 침묵 끝에 소녀가 입을 열었다.
"너 정말 나쁜아이구나!"
「그건 와타시가 해야핱챠알핣!」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입안으로 들이닥친 진흙 덩어리가 입안을 가득 채웠다.
"편식하면 아빠한테 말해서 맴매할 거야?"
쿼훩! 입안이 진흙으로 가득 찬 막내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고통스러운 듯 지랄발광을 할 뿐.
"자, 한입 더. 아~."
소녀는 그런 막내의 반응 따윈 안중에도 없는지 다시 한 숟가락을 더 퍼서 막내에게 들이댔다. 삼키지도 뱉지도 못하고 괴로워하던 막내는 억지로 억지로 입을 비집고 들어오는 두 번째 진흙덩이에 입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꼈지만 소녀는 왜 빨리 안 먹냐고 다그칠 뿐이었다.
"꼭꼭 씹어먹어요 꼭꼭~."
소녀는 모른다. 첫 숟가락을 입에 넣을 때 앞니가 모조리 박살 났다는걸. 지금 막내의 입안에는 진흙과 부서진 앞이 파편들이 함께 뒹굴고 있었다. 이게 뭐가 밥인테챠아아아아!! 꽉 막힌 입이 아닌 머릿속에서 맴도는 막내의 비명은 또다시 고통에 휩쌓였다. 삼키지 않는 막내의 팔을 소녀가 꼬집었던 것이다. 물론 소녀의 입장에서야 꼬집은 거고 그것을 당한 막내는 팔이 부러져버렸다. 어쨌든 효과는 있었다. 부러진 뼛조각이 다른 근육을 찔렀는지 그 고통에 꽉 다물고 있던 입이 벌려지면서 그 속의 진흙들이 억지로 억지로 삼켜졌다.
「케헭! 케헭!!」
조그마한 조개와 자잘한 돌멩이들까지 섞여있던 진흙들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면서 여기저기에 상처를 입혔는지 기침과 함께 피를 토하는 막내에게 소녀는 또다시 세 번째 숟가락을 들이댔다.
"자~ 이제 다섯 번만 더 먹으면 되용~♪"
★☆★
차라리 죽는 게 났지 않을까?
소녀와 만난 지 정확히 40분째. 막내는 난생처음으로 자살 충동을 느꼈다. 소녀는 포기한 것이 없는지 막내에게 자신이 만든 진흙 덩어리를 모조리 먹이는 기염을 토해냈다. 그 후에 내놓은 것은 진흙물에 나뭇가지를 넣어 만든 진흙국. 먹지 않으려고 발악하는 막내에게 소녀가 취한 행동은 막내를 붙잡고 진흙국 속에 처박아버리는 것이었다. 진흙과 진흙물로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배. 그 과정에서 부룩 하고 쏟아진 빵콘이 소녀에게 튀었기 때문에 식사는 겨우겨우 중단되었다. 그 대신 혼나는 시간을 가져야만 했다.
"엄마한테 무슨 짓이니!"
소녀는 그렇게 화를 내며 긴 나뭇가지를 들고 와 막내를 사정없이 두들겼다. 테엥…테에에엥… 간신히 회복되던 다리는 소녀의 몽둥이질에 다시 부러졌고 소녀가 꼬집어 부러뜨린 팔은 회복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일어설 수가 없어 모래 위에 쓰러져 있는 막내는 저 멀리서 식량을 구해 집으로 돌아가는 들실장을 보면서 멍한 표정으로 있다 말고 설움의 눈물을 흘렸다.
「마마…보고싶은테츄….」
"자~ 씻고 자야지~."
「뭐, 뭐하는테치! 안되는테치! 그만두는테챠아아!!」
몽둥이질이 끝나자마자 소녀는 씻는다는 명목으로 막내의 옷을 벗겨냈다. 두건이 벗겨지자 깜짝 놀라 소리치던 막내는 곧바로 옷이 벗겨지려 하자 비명을 지르면서 반항했지만….
찌이익.
「테챠아아아아아아악-!!!!!!」
결국 찢어졌다. 소녀가 자신에게 하는 걸로 보아서 새옷은 절대로 기대해선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던 터라 이 옷마저 잃은 막내는 사형선고를 받은 죄수와 같은 모습이었다. 휙~. 소녀는 그렇게 벗겨낸(찢은) 막내의 옷을 세탁한답시고 근처 수돗가로 휙 던져버리곤 페트병에 물을 가득 채워 와 막내에게 들이부었다. 보고고고고고곡! 말이 씻는거지 하는 꼬라지를 보면 물고문이나 다름이 없었다. 푸홝! 테햙! 테햙! 테햙! 멍하니 있다 물벼락을 맞아서인지 입안까지 들어온 물을 삼키고 또 삼켜서인지 기침과 함께 움직일 수 있는 모든 부위를 비트는 막내에게 소녀는 다시 한번 물세례를 감행했다.
"깨~끗하게 씻어요~ 씻어~."
★☆★
"자~우리 아기~아빠 올 시간이니까 예~쁘게 단장해요."
소녀는 여전히 놀이에 열중이었다. 알몸에 머리만 겨우 남은 막내는 그런 소녀의 모습에 이젠 또 뭐냐는 원망. 울상 가득한 표정으로 제발 그만해라는 듯 힘없이 고개를 저었지만 소녀는 무시하고 행동한다.
「돌아가는테치. 집에 돌아가는테치. 이제 더는 싫은테치!」
배가 고파서 배부른 삶을 원했다. 지루해서 자신을 즐겁게 해줄 이를 원했다. 하고 싶은 것이 많아서 그것을 하게 해줄 수 있는 이를 원했다. 단지 부족해서 원했을 뿐인데……단지 행복해지고 싶었던 것뿐인데….
뚜둑.
귓가에서 뭔가가 끊어지는 소리가. 머리 뒤통수에서 뭔가가 뿌리째 뽑혀나가는 느낌이. 막내는 멈칫하더니 아직 움직 일 수 있는 팔로 자신의 뒤통수를 더듬었다.
「…….」
침묵.
그런 침묵을 깬 건 소녀였다.
"아빠한테 빗 좋은 거 사오라 해야겠다 그치?"
이제 더는 울 힘도 없었다. 하지만.
「테챠아아아아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부짖는다. 눈앞에 있는 소녀를 저주하고 원망하고 증오했다. 힘차게 부른다. 마마아아!!! 마마아아아아!!! 애타게 찾는다. 마마아아아아아아 어디있는테챠!!!!!!!! 머릿속에서 누군가가 말을 건낸다. 안녕 막내? 안녕 독라? 안녕, 옷 있고 머리카락 있던 '실장석' 답게 살던 나날이여.
「마마마아아아아아!!! 마마마아아아아아!! 도와주는테챠아아아아!! 학대파인데치! 학대파가 와타시를 괴롭히는테챠아아아아아!!! 마마아아아아아아아아!!!!!!!!!」
"어 엄마? 응. 예진이? 옆에 있어."
한창 폰 게임을 하다 말고 걸려온 전화에 소년이 소녀 옆으로 다가왔다.
"야. 엄마가 오래."
가족놀이의 끝을 알리는 한마디.
"응!"
소녀는 단번에 자리에서 일어서서 가져갈 것들을 챙겼다. 아, 맞다. 뭔가 생각난 듯 뒤를 돌아봤다. 뜯어진 머리카락들을 일일이 주워다 어떻게든 붙여보려 자신의 머리에 문대고 있는 막내가 눈에 들어와 손으로 잡아서 과자 상자에 넣어줬다.
"우리 아기 잘 자요~."
그렇게 말하며 수돗가로 손 씻으러 간 소녀. 콸콸 쏟아지는 물에 두 손을 빡빡 씻고 사라지는 소녀에게 수돗가 한쪽 구석에 자신이 던져버린 막내의 찢어진 옷은 안중에도 없었다. 기, 기다리란테치! 와타시도 씻고 싶은테치! , 오빠 같이가~! 떠나는 소녀의 등 뒤로 막내가 소리쳤지만 들리지도, 들을 마음도 없는 소녀는 벌써 저만큼 가고 있는 소년. 그를 쫓아 부리나케 달려가는 소녀의 뒤로 노을지는 석양이 흐뭇하게 미소 짓고 있는듯했다.
「와타시를 이꼴로 만들어놓고 어딜가는테챠아아아아아아아!!!」
그것은 한 인간소녀의 욕구충족을 위해 모든 것을 잃어야만했던 한 생명의 절규. 길 가는 마차 바퀴에 깔려죽은 개미와 같은 서글픈 최후였다.
「마마…언제오는테치? 와타시…많이 아파아파한테치….」
홀로 남은 막내는 상자 속에서 홀로 중얼거렸다. 여름의 기운이 물씬 풍겨오는 날이었지만 변덕스러운 날씨 덕분에 달이 뜨면 언제 그랬냐는듯이 추워 졌다. 쌀살한 바람. 막내는 몸을 웅크려 추위에 떨면서 빨리 집으로 돌아가길 바랬다. 마마…와타시 추운테치. 배 많이 고픈테치. 빨리 밥먹는테치. 아까 봤던 식량이 눈에 아른거렸다. 꿀꺽. 군침이 돈다. 진흙 따위와는 비교도 안될만큼의 진수성찬. 마마…마마는 언제오는테치? 빨리 왔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적막과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의 재잘거림. 근처 도로에서 달리는 차량 소리뿐.
「뎃데로게~ 뎃데로게~ 이것은 와타시의 자들을 위한 선물인게 틀림없는데스웅~♪」
죽은 친실장의 주변에서 친실장이 소중하게 모았던 식량을 챙겨가는 다른 들실장들의 행복해하는 웃음소리
「마마아아아!! 마마아아 도와주는테챠아아아아!!」
하우스를 습격한 동족의 앞에서 친실장을 찾으며 울부짖는 자매들의 단말마는 들려오지 않았다.
"아…참 이 꼬맹이들. 먹었으면 버리고 가던가."
같은 시각. 공원을 순찰하던 관리인이 그 상자를 주워들어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테챩! 짤막한 막내의 비명을 들었지만 관리인은 알 게 뭐냐는 표정을 지으며 가버렸다. 그리고 얼마 후, 또 다른 관리인이 죽은 친실장의 시체를 들고 나타나 욕이란 욕은 다 퍼부으며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마마…언제오는테뵭!!」
이미 쌓여있던 쓰레기들과 머리 위에 떨어진 친실장의 시체 속에 제대로 깔려버린 막내. 기적적으로 즉사는 피했지만 하반신은 친실장의 몸뚱이에 깔렸다. 어차피 다리가 망가져서 걸을 수도 없었지만. 꾸웱! 하반신에 가해진 압력으로 치약 짜듯 입으로 쭉 올라온 피가 다른 쓰레기들 위로 튀었다.
「마마아아아아!! 마마아아아아아아!!! 도와주는테챠아아아아아아!!!」
자신을 깔아뭉겐 것이 친실장인 것도 모른체 막내는 좁은 쓰레기통 속에서 울고 또 울었다. 찌그러진 과자 상자 속에서 피와 내장을 토하면서 애타게 친실장을 울부짖는 막내. 죽은 친실장의 얼굴엔 왠지 모를 미소가 자리 잡고 있었다. 가슴 속에 맺혀있던 응어리가 풀어진 느낌. 비참하게 최후를 맞이한 것 치곤 너무나도 편안해보였다. 쏴아아아아아아-. 어둠 속에서 쏟아내리는 비가 모든 것을 씻어갔다. 함께 불어온 바람에 쓰레기통 내부에서 스며드는 빗방울. 그중 한방울이 친실장의 뺨을 타고 아래로 입술까지 흘러내렸다. 자신을 버린 막내의 모습에, 이미 죽어 웃을 수 없는 친실장을 대신해서 웃어주는 것 같았다.
씨익.
- 끝 -
18분충年이 엘미라 같은 발암 초딩녀한테 제대로 참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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