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 오네챠 1~10 (완)

 

한 실장석이 봉지 가득히 무언가를 담아 수풀 속으로 들어갔다.

울창한 관목과 나무 사이에서, 성체실장은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이제 안심인 데스우.. 자들, 이제 나오는 데스."

그러자 비닐봉지에서 자실장 3마리가 꼬물꼬물 기어나온다.

"테에에 마마. 이제 와타치의 하우스에 도착한 테치?"

"테프프픗 좋은 놀이기구였던 테츙~"

"마마, 와타치 배고픈 테치."

친실장은 자리에 앉아 아직 군데군데 점막이 남아있는 자실장들의 몸 구석구석을 핥아주었다.

"텟챠아~ 마마, 간지러운 테치!"

"테에에에? 마마! 와타치도! 와타치도 할짝할짝 해주는 테치!"

"급히 나오느라 자들을 제대로 핥아주지 못한 데스우. 이제라도 전부 핥아주는 데스웅."

방금 전, 친실장은 공원의 공중화장실에서 자를 낳았다.

출산 결과는 엄지나 구더기 없이, 딱 자실장 세 마리였다.

"오로롱...오로롱... 와타시의 자들 너무 귀여운 데스우.... 오로롱 오로롱..."

그러나 감격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커다란 소리가 친실장의 귓전을 때렸다.

"아 씨바 급똥 오지네 진짜. 실장석 새끼들 때문에 여기에서 싸기 존나 싫은데."

큰 일 때문에 화장실에 급히 들어온 교복을 입은 남학생 한 명이 친실장이 출산하고 있는 칸을 연 것이다.

출산을 마치고 자들을 핥아주고 있던 친실장과 남학생의 눈이 마주쳤다.

"데에엣?!"


"아 씨발 여기도 똥벌레 새끼들이 있냐? 빨리 안 꺼져 새끼들아?"

"데챠아아아앗!"

남자가 친실장 쪽으로 발을 한 번 구르자, 친실장은 화들짝 놀라 빵콘한다.    

인간과 엮이면 죽는다.

친실장이 독립하기 직전 자신의 마마에게 수도 없이 들었던 말이었다.

"테치이?"

"테츄테츄... 테프프프"

"테프프프 테챠아아아악!"

멀뚱멀뚱 서있는 자들을 미리 준비해온 비닐봉지에 쓸어담고, 친실장은 급히 봉지를 챙겨 화장실 밖으로 빠져나갔다.

"아오 진짜 장염이랑 교복만 아니었으면 저 벌레새끼들 죄다 밟아 터트려버리는 건데... 아 씨발 나온다!"

실장 일가가 나가자 마자 화장실 칸에 들어가는 남학생을 뒤로 하고, 친실장은 무작정 달렸다.

하지만 친실장은 웃고 있었다.

"데프프프.. 데프프프픗"

미숙아 없이 건강한 자실장 3마리를 낳았다. 사랑스러운 자들이 지금 봉투 안에서 꼬물거리는 것이 느껴진다.

밥을 달라고 아우성 대는 몸짓과 마마 소리를 내며 자신을 연신 찾는 자들이 정말 귀여웠다.

친실장은 인간과 같은 천적을 만나지 않기 위해 힘차게 달려, 자신의 집 근처의 수풀 안으로 들어간 후에야 한숨 돌린 것이다. 

"세레브한 자들은 특히 엉덩이가 깨끗해야 하는 데스~ 마마가 모두 할짝할짝해서 깨끗하게 해주는 데스."

"테햐아....테햐아아... 마마... 너무 간지러운 테치... 기분 좋은 테치..."

"테에에엥 마마 와타치도 엉덩이 할짝할짝 해주는 테치! 장녀 오네챠만 핥지 마는 테에에엥"

친실장에 의해 비닐 봉지에 던져지고, 달리는 친실장의 흔들리는 봉지 속에 있어서 죄다 탈분한 자들의 속옷과 총배설구를 친실장은 깨끗히 핥아주었다.

"예쁜 실장들은 항상 엉덩이와 팬티를 청결히 하는 데스~ 오마에의 얼굴 만큼이나 예쁘게 관리해야 하는 데스~ 데챱...데챱.."

"테후...테후... 마마.. 가랑이 기분 좋은 테치... 테후.. 테후..."

"데프프프 그렇게 마마의 할짝할짝이 좋은 데스? 다음은 막내 차례인 데스우~"

"와...와타치는 괜찮은 테치... 딱히 빵콘하지 않았던 테치.."

부끄러워하는 막내를 억지로 핥아준 다음에야 친실장은 자를 데리고 저 멀리 보이는 골판지 집으로 향했다.


"저기가 마마의 집인 데스우. 자들, 어서 들어가는 데스."

"들어가서 일단 맘마부터 먹는 테치!"

저마다 들뜬 자실장들은 집에서 맛있는 식사를 하느니 서로 무슨 놀이를 하느니 아웅다웅 말씨름을 벌이면서 골판지 안으로 들어갔다.

"테에.....? 저건 뭐인 테치...?"

집안에는 자신들의 반 정도밖에 되지 않은 엄지 실장 한 마리가 자신의 몸 만한 크기의 볼풀공(야구공 만한 크기의 고무공. 키즈카페의 정글짐 아래에 깔린 공들을 생각하면 된다.) 옆에서 자실장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레에... 마마.. 이모우토챠들이랑 온 레치?"

"마마가 새로운 이모우토챠들을 셋이나 낳은 데스. 장녀챠. 자들이랑 인사하는 데스."

"이모우토챠들 반가운 레치.. 와따찌는 집안의 장녀인 레치... 오마에들보다는 작은 엄지챠지만, 와따찌가 이모우토챠들보다 먼저 나온 오네챠인 레치. 앞으로 잘 부탁하는 레치.."

"그러면 새로 낳은 자들도 엄지 오네챠한테 인사하는 데스. 차녀챠, 삼녀챠, 사녀챠, 빨리 인사하는 데스."

자실장들은 입을 헤 벌리며 장녀 엄지를 바라보았다.

"테에에.. 마마, 와타치가 장녀가 아니었던 테치?"

"그런 데스, 차녀챠. 장녀는 오마에타치보다 먼저 낳은 자인 데스." 

친실장 일가가 처음부터 엄지가 장녀였던 것은 아니었다.

원래 엄지는 위로 4마리의 자실장 오네챠가 있는 친실장 집안의 막내였다.

"테챠아아아아아악! 마마 살려주는 테챠아아아아!"

"데헥.. 데헥...데에에에엥...데에에에엥.."

그러나 친실장이 자들을 데리고 소풍을 나온 날, 한 인간에게 잘못 걸려서 4마리의 자실장이 모조리 밟혀 죽었다.

"와타시는 그저 행복해지고 싶었던 데스우! 그런데 왜 닝겐상은 자들을 모조리 죽인 데스? 오로롱 오로롱..."

"레치이...치이...."

친실장과 자들이 콘페이토를 달라고, 사육실장으로 해달라고 아첨하면서 달라붙으려 하자, 그 인간이 자실장들을 모조리 밟기 시작한 것이다.

두 마리째 밟혔을 때, 친실장은 옆에 있는 자 하나를 잡고 무작정 달렸다. 하지만 하필이면 자신이 잡은 자는 엄지였다.

"레에에엥 마마.. 오네챠들이 전부 죽어버린 레치!"

"오로롱 오로롱.. 어째서인 데스... 와타시는 운도 없는 데스.. 자들이 죄다 죽고 엄지 하나 남은 데스. 하필이면 옆에 있던 자가 엄지였던 데스.. 오로롱 오로롱..."

집 앞에 와서 자신이 잡은 게 막내 엄지인 것을 안 친실장은 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간신히 하나 살린 자가 엄지라니 데스... 엄지라니 데스! 오로롱 오로롱... 다 죽은 데스.. 다 죽어버린 데에에에에엥"

그러나 친실장에게 남아있는 엄지 하나라도 일단 잘 키우는 수 밖에는 다른 방도가 없었다.

그 날 부터 엄지는 집안의 장녀가 되었다.

때문에 친실장은 지금 매우 행복했다.

자들을 잃은 다음 날에 바로 임신에 성공하여, 일주일 뒤인 현재 세 마리의 건강한 자실장들을 출산해냈기 때문이다.

엄지나 미숙아 따위는 없었다. 모두 온전한 자실장들이었다. 

새로 태어난 자들이 하늘나라로 떠난 자들의 빈자리를 메워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엄지 오네챠 안녕 테치."

"테에.. 반가운 테치."

"장녀 오네챠 만나서 반가운 테치! 와타치는 막내 사녀인 테치. 잘 부탁하는 테츄!"

"자들은 서로서로 잘 지내는 데스. 장녀챠는 이모우토챠들을 항상 잘 돌보는 데스."

"알겠는 레치, 마마!"

출산으로 지쳤을 자신들과 새로운 자들을 위해 친실장은 곧바로 식사 준비를 했다.

"다들 먹는 데스!"

오늘의 식사는 공원 사람들이 흘린 닭강정 조각. 친실장이 아껴두었던 진미였다.

"마마 우마우마한 테챠아아아!"

"츄아아아아! 이렇게 우마우마한 맘마가 있는 이 세상은 와타치같이 아름다운 게 틀림없는 테치!"

"마마 정말 고마운 테치!"

하지만 진미의 교성을 내뱉지 않은, 아니 못한 자가 하나 있었다.

"레에...마마..."

"자들은 정말로 맛있게도 잘 먹는 데스. 많이 먹는 데스우! 앞으로 마마가 노력해서..."

"마마!"

친실장은 뒤를 돌아봤다.

엄지가 자신을 향해 크게 소리치고 있었다.

"와따찌도 저 빨간 우마우마 먹고싶은 레치! 와따찌도 주는 레치."

닭강정 조각을 자실장 셋에게 조금 떼어주고 남은 것을 친실장 자신이 먹고 있었다. 장녀는 자신의 몫을 받지 못했던 것이다.

친실장은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장녀를 바라보았다.

"데에? 오마에.. 있었던 데스?"

"그런 레치! 마마. 이모우토챠들처럼 와따찌도 저 우마우마 주는 레치. 마마가 이모우토챠들 오면 먹을 거라고 해서 며칠 동안 꾹 참았던 레치. 정말 기대되는 레츄~"

"그런 줄 알면 새로 태어난 자들에게 양보하는 데스. 오마에는 저기 열매 주워먹는 데스."

친실장은 턱짓으로 한켠에서 썩어가는 검은 버찌 두 개를 가리켰다.

"레에? 마마! 저건 매일 먹는 거인 레치!"

"먹기 싫으면 굶는 데스. 먹이투정하는 자는 분충 데스."

엄지의 작은 소망은 완전히 꺾여버렸다.

"마마.. 장녀 오네챠 맘마 안 줘도 괜찮은 테치? 먹고싶어하는 테치..."

"괜찮은 데스, 사녀챠. 장녀챠가 자신은 조그마니깐 얼마 먹지도 못하니 이모우토챠들에게 전부 양보하려는 모양인 데프픗."

엄지는 어이가 없어서 친실장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레에.... 우마우마... 와타찌도..."

그러나 이내 고개를 숙이고 버찌가 있는 쪽으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그런 장녀를 비웃는 목소리가 근처에서 들렸다.

"테프픗. 테프프프프픗."

"치프프픗. 치프프프픗"


식사가 끝나자 해가 저물어갔다. 

평소 집에 돌아오는 시간이 바로 이 시간임에도, 출산의 영향 때문인지 친실장은 피곤함을 느꼈다.

"데에.. 졸린 데스. 오늘은 자들 때문에 일찍 들어왔는데 피곤한 데스.. 아무래도 지금 자 두어야하는 데스?"

친실장이 자리에 누워 일찍 잠을 청하려 할 때, 사녀가 친실장을 찾았다.

"마마. 운치 마려운데 어디다 싸는 테치? 여기다 싸면 되는 테츄?"

"거기는 나뭇잎을 모아두는 곳인 데스. 운치 싸는 곳 아닌 데스."

"테에에? 그러면 어떻게 하는 테치? 지금 안싸면 빵콘할 것 같은 테츄."

"장녀챠."

"레에... 마마... 부르신 레치?"

"이모우토챠들 화장실 가르쳐주는 데스. 마마는 졸리니까 자는 데스."

"전부 다 데려가는 레치?"

"알아서 하는 데스. 마마 잘 거니까 깨우지 마는 데스."

간신히 졸음을 참고 장녀에게 말한 후에야 친실장은 천근만근같은 눈꺼풀을 닫아버렸다. 

"알겠는 레치... 이모우토챠들... 가는 레치."

장녀의 2배나 되는 자실장들이 장녀 뒤를 졸졸졸 따라서 골판지를 나왔다.

"테에.. 와타치타치 화장실은 밖에 있었던 테치."

"그런 레치, 사녀 이모우토챠. 지금 와타치타치가 있는 쪽이 골판지 뒤쪽인 테치. 여기서 저쪽으로 조금 더 가면 운치구덩이가 있는 레치. 속옷 벗고, 거기다가 운치하면 되는 레치."

그 때였다.

"테프프프픗"

"치프프프픗"

앞서가던 장녀 엄지와 사녀는 뒤에서 들린 비웃음 소리에 뒤를 돌아봤다.

"오마에 엄지. 방금 사녀챠한테 이모우토챠라고 한 테치?"

"쪼끄만게 언니 행세 하는 게 웃기는 테프프프."

차녀와 삼녀가 입에 한쪽 손을 얹고 초승달 같은 눈매를 한 채로 장녀를 비웃고 있었다.

"무..무슨 소리인 레치? 와따찌는 오마에타치보다 먼저 태어났으니까 당연히 오네챠인 레치. 마마가 장녀 오네챠라고 말한 거 못 들은 레치?"

"테에? 어이 엄지. 방금 장녀 오네챠라고 한 테치?" 

차녀가 엄지의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삼녀 역시 차녀를 쫓아서 장녀에게로 다가갔다.

엄지의 2배나 되는 크기의 자실장 두 마리가 바로 앞에 서서 장녀를 내려다보기 시작했다.

"왜... 왜 이러는 레치! 비키는 레치! 오네챠한테 이러면 분충인 레치!"

위압감을 느낀 장녀는 일부러 자신도 세게 나갔다.

그러나 아무리 엄지가 화를 내봤자 엄지일 뿐이다.

"테프프프픗 쪼끄만게 아직도 자기 주제를 모르는 테치?"

"어디서 오네챠 행세인 테치? 작아서 고개를 숙여야 보이는 오네챠인 테치?"

"차녀 오네챠.. 삼녀 오네챠... 왜 이러는 테치?"

"사녀챠는 닥치는 테치. 와타치타치랑 같이 나왔으면서 저 엄지 편 드는 테치?" 

"오마에는 와타치타치 배신하는 테치?"

보다 못한 사녀가 나왔지만, 자매들의 기세에 눌려버렸다. 

"아... 아닌 테츄우... 와타치는 오네챠들 모두 좋아하는 테치... 그냥 싸우지 않았으면 좋겠어서 한 말인 테치.."

"그러면 저쪽에 가서 먼저 운치나 누고 오는 테샤아아!"

본디 소심한 개체인 사녀는 차녀의 기세에 눌려서 고개를 숙이고 운치구덩이 쪽으로 걸어갔다.

그 동안 삼녀는 엄지 놀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어이 엄지. 아까 우마우마 못먹어서 슬펐던 테치? 치프프픗"

"레에! 그... 그건.."

"아, 삼녀 이모우토챠. 아까 먹은 우마우마 말하고 있었던 테치? 그건 저어어어엉말 맛이 있었던 테프프픗. 빨간색의 겉은 바삭하고 속은 씹을수록 즙이 나오는 테치. 매콤달콤하면서 짭조름하니 정말 고소하고 우마우마했던 테치..."

"치이...."

차녀의 묘사에 장녀는 군침을 흘렸다.

눈물도 그렁그렁 했다.

자신이 며칠 동안이나 먹고싶다고 친실장에게 졸랐었는데... 친실장은 오늘 동생들에게는 바로 가져다주었다.

그것도 자신만 쏙 빼고.

"엄지 분충은 그걸 못 먹었던 테치. 마마가 우마우마 주지도 않았던 테치~"

"거무튀튀한 열매 몇 개 씹으면서 와타치타치를 바라보던 오마에의 표정도 참 일품이었던 치프픗."

"아...아닌 레치! 와따찌가 먹었던 열매도 맛...맛..맛..있었던..."

욱하는 마음에 엄지는 자신이 먹은 열매가 더 맛있다고 자랑하려 했다.

그러나 썩어가는 열매를 주워먹었을 때에 느낀, 절로 뱉고싶게 만드는 그 맛은 도저히 맛있다고 할 수가 없었다.

엄지는 차마 더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테프프프프픗 거짓말하지 마는 테치! 오마에 표정에서 먹고싶어하는 게 다 드러나는 테치. 그런데 어떡하는 테치? 오마에는 쪼끄매서 그런 걸 먹기에는 아직 어린 테츄우~"

"오네챠아~ 너무 놀리지 마는 테치이~ 엄지 분충 울어버리는 테치! 그런 테치? 먹고 싶은데 못먹어서 눈물날 거 같은 테치이~ 오~네~챠아~~ 테프프프프픗"

"레에...레에...레에에에에에엥"

결국 엄지는 울음을 터뜨렸다.

이를 본 차녀와 삼녀는 더욱 웃음을 터뜨렸다.

"테프프프프픗 분충이 결국 울어버린 테치! 우는 모습도 조그매서 안 보이는 테치! 어디 누가 우는 테치? 소리는 들리는 데 와타치 눈에는 안 보이는 테프프프픗"

"치프프프프픗 차녀 오네챠 웃긴 테챠아! 엄지챠 장녀 맞는 테치이? 원래 장녀오네챠들은 다 그렇게 조그맣고 울먹울먹하는 테치이? 그런 주제에 오마에가 와타치타치의 장녀 오네챠 테치이~? 치프프프프픗"

"레에에엥... 그만... 그만하는 레샤아아아!"

참다 못한 엄지가 울먹울먹한 목소리로 동생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이는 역효과였다.

"레에에에엥 와따찌에게 대체 왜 이러는 레치. 와따찌는 이모우토챠들 보고싶었던 레치이. 근데 왜 이모우토챠들은 와따찌 작다고, 우마우마 못 먹었다고 무시하고 놀리는 레에에에엥"

폭소하던 차녀와 삼녀의 웃음 소리가 그쳤다.

"오마에.. 방금 와타치타치에게 위협한 테치?"

"장난쳐주고 웃어주니깐 만만해보이는 테츄?"

두 자실장이 자신의 반 만한 크기의 엄지 앞으로 나아간다.

엄지는 그 기세에 눌려서 울음을 뚝 기치고 자꾸만 뒷걸음질 쳤다.

"레치... 이모우토챠아... 레에... 와따찌...장녀 오네챠인..."

"오마에가 무슨 오네챠인 테치? 엄지 주제에 어디서 장녀 행세인 테치?"

"치프프픗 웃기는 소리 작작하는 테샤아아아! 엄지면 엄지답게 쭈그려져 있는 테샤아아!"

"레챠아아아아아!"

삼녀가 두 손으로 장녀를 밀쳐버렸다.

장녀는 그대로 땅바닥에 쓰려졌다.

볼 일을 보고 자매들의 곁으로 돌아오는 중이던 사녀는 자매들의 높은 비명에 화들짝 놀랐다.

"무...무슨 일인 테치?"

재빨리 자매들이 있던 골판지 쪽으로 달려왔다.

도착한 사녀의 눈에는 쭈그리고 누워있는 장녀와, 이를 마구 밟고 있는 차녀와 삼녀의 모습이 들어왔다.

"레챠아아아! 오마에타치 그만하는 레챠아아아!"

"어디 한 번 더 위협해보는 테치! 조그만 게 와타치 앞에서 감히 위협을 한 테치이?"

"오마에, 약한 엄지 주제에 와타치보다 오네챠 행세할 생각은 꿈에도 마는 테샤아아아!"

퍽.퍽.퍽.퍽.퍽.

일방적인 폭행이 계속되었다.

사녀는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힘이 들어간 차녀의 발끝이 장녀의 배 한 가운데를 정확하게 가격했다.


"레치잇...! 치잇! 레헤에엑..!"

"테프프프 괴로워하는 테치. 우마우마 못 먹어서 질질 짤 때보다 훨씬 괴로운 표정을 짓는 테프프픗"

"테에? 오네챠! 다음은 와타치인 테치! 와타치가 이제 때릴 차례인 테치!" 

"오...오네챠가 맞아서 죽어버릴 것 같은 테치...!"

사녀는 자매들 쪽으로 달렸다.

"레헤게엑...레헤엑....레엥..레에에에엥"

"테프프프 조그만 주제에 울음소리는 꽤나 큰 테치. 머리를 뜯어버리면 더 울음소리가 커지는 테치?"

"이 분충, 감히 와타치타치 꼭다리 위에 서려고 한 죄로 독라로 만들어버리는 테챠앗!"

"오네챠아아아아아아!"

삼녀는 자신의 팔에 무게를 느끼고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사녀였다.

"그만 때리는 테치! 이대로라면 정말로 엄지 오네챠 맞아서 죽게 되는 테치!"

"그러라고 때리는데 뭐 어쩌라는 테치? 오마에 정말 왜 이러는 테치?"

"자꾸 이 엄지 분충 편 드는 테치? 같이 태어난 오네챠보다 오늘 처음 본 이 엄지가 더 좋은 테치?"

사실 차녀와 삼녀도 오늘 처음 봤다. 하지만 소심한 사녀는 아무 대꾸도 하지 못하고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인다.

"그...그건 아닌 테치."

"그러면 오마에도 와타치타치에 동참하는 테치. 와타치 편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테치."

"사녀챠도 와타치타치랑 같이 태어난 자매니깐 엄지 주제에 먼저 태어났다고 오네챠 행세하는 이 분충 싫은게 맞는 테치? 그럼 어서 한 대 치는 테치." 

"테에...."

"...."

장녀 역시 아무 말 없이 사녀를 응시했다.

마치 자신을 정말 때릴 거냐 하는 눈빛의 장녀.

그리고 정말 자신들을 배신할 거냐 하는 눈빛의 차녀와 삼녀.

"뭘 꾸물거리는 테치? 와타치타치 세 자매 중에서 막내인 오마에. 오네챠들 말 안 들을 거인 테치?"

"치프프픗 역시 소심한 사녀챠는 띨빵한게 요 엄지 분충을 닮은 테츄~"

사녀는 고민했다.

지금 여기서 장녀 언니를 때릴 것인가? 아니면 조그마한 엄지를 지키고 같이 태어난 언니들의 배신자가 될 것인가?

"어떻게 해야 하는 테치이.."

 "사녀챠, 저 분충 빨리 안 때리고 뭐하는 테치?"

 주저하는 사녀를 다시 한 번 차녀가 독촉한다. 차녀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엄지를 제외한 세 자실장은 동시에 마마의 배에서 자라나서 같은 날에 태어난 끈끈한 자매이다. 

 이들끼리는 당연히 사이가 좋아야 하고, 똘똘 뭉쳐야 한다. 나아가 같이 행동해야 하고, 서로 항상 의견이 일치해야 한다. 

 말하자면 진짜 자매끼리의 '의리'라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세 자매 중에서 '장녀'인 자신 위에 쪼끄만 엄지 하나가 언니 노릇을 하려 한다. 심지어 같은 날 태어난 것도 아니면서. 

 약하고 작은 주제에 자신보다 단지 먼저 태어났다는 것을 들어, 장녀가 자신들 세 자매의 대장 노릇을 한다고 생각했다.

 차녀는 참을 수가 없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진짜 장녀는 차녀 자신이었다. 그리고 다른 세 자매도 반드시 자신의 생각에 동의하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테챠아아아! 띨빵한게 저 엄지를 꼭 닮은 테치! 사녀 오마에 빨리 때리는 테샤아아!"

 "차녀오네챠, 사녀 이모우토챠 생각하고 있을 동안 와타치가 엄지 손좀 봐주면 안 되는 테치?"

 때문에 차녀는 지금 짜증이 나있었다.

 자신의 의견에 동조한 삼녀와 달리, 사녀는 자신의 의견을 거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 자매면서 어떻게 그럴 수 있단 말인가?

 "오네챠..."

 드디어 사녀가 입을 열었다.

 "말은 그만하고 행동으로 보이란 테치!"

 "그게 아닌 테치...! 만약 엄지 오네챠를 와타치타치가 때린 것을 알게 된다면 분명 와타치타치는 혼날 게 틀림없는 테치..."

 "테에? 마마가 와타치타치를 혼낸다고 테치? 테프프프프"

 "사녀오네챠는 걱정도 많은 테치. 귀여운 자인 와타치타치에게 메로메로된 마마가 왜 혼내는 테츄. 테프프프."

 사녀는 장녀를 한 번 바라보았다. 장녀는 간절히 사녀에게 애원의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자신을 위해서 변명을 좀 해달라고, 자신을 이 덩치들에게서 구해달라고.

 "그...그치만 엄지 오네챠도 마마의 '자'인 테치. 그게 아니라면 왜 마마가 와타치타치를 낳기 전부터 엄지 오네챠를 계속 기르고 있었던 테치?"

 "그건 그런 테치. 저 엄지도 마마의 자인 테치. 근데 그게 마마에게 혼나는 거랑 무슨 상관이 있는 테치?"  

 삼녀는 도저히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사녀를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마마도 와타치타치처럼 엄지 오네챠를 아끼는 것이 분명한 테치. 자매들끼리 싸워서 엄지 오네챠를 때린 걸 마마에게 들키면 크게 혼나는 테츄. 어쩌면 독라가 되어서 집에서 쫓겨나거나 노예가 되어버릴 지도 모르는 테치!"

 "테에에에!"

 독라라는 말에 차녀와 삼녀가 화들짝 놀란다. 잘은 모르겠지만 독라가 될 수도 있다는 말에 두려움을 느낀 것이다. 오늘 태어난 개체이지만, 친실장의 태교와 위석 정보 탓에 독라에 대한 공포를 생생하게 인식하고 있다.

 "시...싫은 테치! 독라는 안 되는 테치!"

 "테에에에... 어떡하는 테치? 이미 엄지 때려서 피가 나는 테치.."

 "와...와타치가 그래서 말하지 않았던 테치! 마..마마가 이 사실을 알면.. 큰일나는 테치.."

 재치있게 장녀 폭행을 말린 사녀였지만, 독라가 무서워서 스스로 말하고도 부르르 몸사리를 쳤다. 

 "지금이라도 그만 때리는 테치. 그리고 집에 들어가서 쉬는 테치. 하루 코 자면 내일이면 다 나아있을 것인 테츄."

 "어이 엄지분충."

 차녀가 최대한 살살 엄지의 머리를 발로 툭 쳤다.

 "레치이..."

 "오마에는 마마를 봐서 일단 살려두는 테치. 무조건 내일 마마가 깨기 전까지 몸을 낫게 하는 테치. 알겠는 테치?"

 "....."

 "오네챠가 말하는데 대답 안하고 뭘 꾸물거리는 테샤아아!"

 "삼녀오네챠! 그만하는 테치! 더 때리면 안 되는 테치!"

 "맞는 테치. 일단 오늘은 이만 하는 테치, 삼녀챠. 이딴 작은 분충때문에 와타치가 독라가 되는 것은 세상의 손해인 테치. 그러고 보니 이 엄지를 때리느라 운치싸는 것을 잊어버린 테치."

 차녀와 삼녀의 속옷은 초록물이 퍼져서 밑으로 축 쳐져있었다. 장녀를 때리느라 빵콘한 줄도 몰랐던 것이다. 하지만 두 자실장은 운치를 시원하게 해결했다는 데에 만족하는 눈치였다.

 "치프프프 시원한 테츄. 그럼 운치도 쌌으니 이만 들어가는 테치."

 "그런 테치. 사녀 이모우토챠는 저 분충 챙겨서 집으로 들어오는 테치."

 차녀와 삼녀가 먼저 집으로 돌아들어가자, 사녀가 장녀를 부축하러 달려갔다.

 "장녀 오네챠!"

 "레에... 사녀 이모우토챠.. 고마운 레치.. 히끅... 히끅..."

 장녀는 울먹이고 있었다. 친실장으로부터 차별받았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사랑해주리라 믿었던 동생들에게도 무시당했다.

 "와따찌 정말정말 기대했었던 레치. 히끅. 이모우토챠들 새로 태어나면 와따찌가 잘 보살펴줄거라고 생각해왔던 레치....차녀 오네챠... 오네챠들... 보고싶은 레치...히끅..."

 언니들이 죄다 밟혀죽고 혼자 남은 엄지는 언니들을 무척이나 그리워했다. 때문에 친실장이 임신하자, 잃어버린 자매에 대한 상실감은 새로 만날 자매들에 대한 기대감으로 변모했다. 

 '렛레로게~ 이모우토챠들 어서 태어나는 레치!'

 친실장이 태교할 때면 옆에서 부푼 배를 쓰다듬으며 같이 노래를 불러주었던 엄지였다. 비록 친실장이 귀찮다고 쓸어버리거나 다른 곳으로 가버리기 일쑤였지만, 그래도 엄지는 행복했다. 

 그러나 지금 행복은 완전히 깨져버렸다.

 "엄지 오네챠.."

 "어째서인 레치? 어째서 와따찌를 무시하고 비웃은 레치? 사녀 이모우토챠, 대답해주는 레치. 왜 차녀랑 삼녀는 와따찌를 때린 레치? 그렇게 잘 해줬는데... 그렇게 기다렸는데... 오네챠가 작다고 비웃고 때리는 분충들이었던 레에에에에엥"

 "안타까운 테치.. 하지만 이제 들어가야 하는 테치. 늦는 테치. 안그러면 와타치도 차녀 오네챠랑 삼녀 오네챠한테 혼나는 테치."

 사녀는 장녀를 일으켰다. 그리고 부축하여 서둘러 골판지 하우스로 들어갔다.

 다음 날이 되었다.

 어젯밤 폭행이 꽤 심했던 탓에 장녀의 옷이 눈에 띄게 헤지고 흙투성이가 되어버렸다.

 게다가 퉁퉁 부은 얼굴의 붓기도 아직 채 가라앉지 않았다.

 "크...큰일인 테치.. 누가 봐도 맞은 흔적이 있는 테치.."

 "어떡하는 테치? 삼녀 이모우토챠, 사녀 이모우토챠.. 마마한테 저 분충이 고자질하면 끝장인 테치.."

 하지만 장녀는 아무런 표정도 없이 가만히 누워만 있었다.

 뭔가 심통이 난 듯, 친실장 쪽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친실장은 자들의 옷매무새를 하나하나 만져주고, 흙먼지가 묻은 곳을 구석구석 핥아주고 있었다.

 "사녀챠는 깔끔깔끔한 자인 데스. 그치만 머리카락에 먼지가 붙은 데스. 마마가 떼어주는 데스."

 사녀의 머리에 붙은 흘과 낙엽 부스러기를 때어준 다음에 친실장은 차녀를 집어들었다.

 도둑이 제발 저린다고 했던가. 친실장에게 잡힌 차녀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채로 최대한 마마에게 잘보이기 위해서 연신 아첨을 해댔다.

 "테....테츄우웅~"

 "데프프프픗. 와타시의 자 너무나도 귀여운 데스. 차녀챠의 아첨은 이 세상의 모든 존재를 매로매로 시킬 수 있는 필살기 데스! 그치만... 차녀챠도 더러운 데스. 마마가 깔끔하게 해주는 데스."

 친실장은 차녀의 몸을 구석구석 검사하기 시작했다. 

 "옷이랑 몸은 얼추 깨끗한 데스. 하지만 요기는 먼지가 묻었으니 마마가 핥아주는 데스."

 "테에에 마마.. 간지러운 테치."

 "그러면 이제는 속옷이랑 엉덩이 검사 시간인 데스. 귀여운 실장석은 항상 엉덩이가 깨끗해야 한다고 마마가 말했던 거 기억하는 데스? 데에... 그러면 어디.."

 친실장의 할짝할짝에 금새 기분이 좋아진 차녀와 달리, 차녀의 옷을 들춰본 친실장의 얼굴이 굳어갔다.

 "오마에.. 빵콘해버린 데스?"

 "테에에에 마마, 빨리 엉덩이도 할짝할짝 해주는 테치!"

 "어제 운치 구덩이에 가서 운치 안 누었던 데스?"

 "몰라 테치. 그냥 빵콘한 테치. 운치구덩이 어디에 있는 지도 모르고 운치는 마려운데 어떻게 하는 테치. 빨리 속옷이랑 엉덩이에 묻은 운치 할짝할짝해서 아와아와 해주는 테츄웅~ 마마~"

 그러나 친실장은 차녀를 내려놓았다. 허공에 다리를 발로 차면서 깨끗해지기를 기대했던 차녀는 실망했다.

 "테에에? 마마! 빨리 할짝할짝 테치! 테에에? 삼녀 이모우토챠 말고 와타치부터! 와타치부터! 테에에에엥"

 "마마의 할짝할짝 기분 좋았던 치프프픗. 오늘도 기분 좋아지는 테치잇~"

 삼녀 역시 흥에 겨워 친실장의 손 위에서 연신 두 다리를 오므렸다 폈다를 반복했다. 하지만 속옷을 벗긴 삼녀의 엉덩이 역시 지저분한 운치 범벅이 되어있었다.

 "아까 분명히... 분명히 사녀챠는 괜찮았었는데.. 왜 이 두 자만 빵콘해버린 데스..? 차녀챠. 삼녀챠. 어제 운치구덩이에서 운치 안 싼 데스?"

 "모르는 테치! 와타치도 모르는 사이에 그냥 빵콘한 테치! 와타치는 그 때 엄지 분충 패느라 정신 없었던 테치! 그러니 빨리 할짝할짝 해주는 테치! 마마 빨리 할짝할짝 해줘 테치!"

 "삼녀 이모우토챠 말이 맞는 테치! 엄지 때리는 사이에 빵콘해버리는 걸 뭐 어쩌라는 테치! 그러니 할짝할짝이나 해서 기분 좋게 하는 테치잇!"

 두 자실장은 할짝할짝을 중단한 친실장에게 계속 항의했다. 그러나 사녀는 경악하고 있었다.

 "오네챠들... 그걸 말해버리면 어떻게 하는..."

 "테에? 뭘 말인 테치?"

 "엄지 오네챠 때문에 빵콘했다고...테치이..."

 "그게 뭐가 어땠는.... 테챠아아아아!"

 은연중에 자신들이 어제 장녀를 때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고백한 것을 안 차녀는 당황했다. 급히 삼녀의 입을 막았다.

 "으으읍...읍읍..! 오네챠 왜 이러는..."

 "삼녀 이모우토챠 좀 닥치는 테치! 왜 엄지 때렸다고 말을 한 테치잇? 오마에 왜 이렇게 입이 싼 테치? 그러고도 상황파악 안 되는 테치이?"

 친실장은 가만히 두 자실장들을 바라보았다. 자들의 팬티와 엉덩이는 진초록 운치가 뒤덮여 있었고, 그것이 바닥에 떨어져서 지금 자들의 옷과 골판지 하우스 바닥에까지 다 흩뿌려졌다. 

 "데샤아아아아아아!"

 "테챠아아아아앗!"

 "놀란 테챠아앗! 테에에엥 테에에엥"

 친실장의 포효에 차녀와 삼녀가 운치를 지리며 부들부들 떨었다. 옆에 떨어진 사녀 역시 갑자기 들린 비명에 당황하여 빵콘해버렸다.

 "테에에...마마.. 와타치 놀라서 빵콘한 테치.."

 그러나 사녀의 말에 대답하지 않은 채, 친실장은 차녀와 삼녀를 뚫어저라 주시했다.

 "그래서... 화장실 안 간 거였던 데스...?"

 차녀와 삼녀 역시 친실장의 분위기에 압도되어 눈물콧물을 흘리며 빌기 시작했다.

 "테에에엥 마마 미안한 테치이. 와타치가 어제 엄지 오네챠 때려서 미안한 테에에에엥 제발 독라만은 하지 마는 테치! 제발 와타치 살려주는 테에에엥"

 "테에에엥 마마 엄지 오네챠 작은 주제에 장녀 오네챠 행세하는 게 마음에 안들었던 테치! 이제부터라도 착하고 사이 좋게 잘 지낼테니까 제발 독라노예로 삼지 마는 테치! 앞으로 엄지 오네챠 안 때리는 테치. 그러니 제발 독라 하지말고 와타치타치 버리지 마는 테에에에엥"

 "마마 제발 차녀 오네챠랑 삼녀 오네챠 살려주는 테치! 참고로 와타치는 말렸던 테치! 와타치는 엄지 오네챠 안 때렸던 테에에엥 와타치는 결백한 테에엥... 차녀 오네챠랑 삼녀 오네챠도 모르고 그랬던 거인 테치! 그러니 제발 한 번만 용서하는.."

 "오마에에에! 장녀어어어!"

 엉뚱하게도 친실장은 장녀를 찾았다.

 장녀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일어나 친실장 쪽으로 걸어갔다.

 "...부르신 레치?"

 "분명히 어제 와타시가 말하지 않았던 데스? 책임지고 오늘 태어난 이모우토챠들에게 운치 구덩이 사용법을 익히게 하라고 말하지 않았던 데샤아아아아!"

 "사녀챠는 갔다온 레치. 차녀랑 삼녀 이모우토챠들은 와따찌 때리느라 운치구덩이 갔다오지도 않은 레치. 아마 와따찌 때리는 동안에 정신이 없어서 빵콘하는 줄도 몰랐던 모양인 레츄."

 뾰로통한 표정으로 장녀는 차녀와 삼녀의 악행을 밝혔다. 슬쩍 곁눈질로 차녀와 삼녀 쪽을 스윽 바라보았다.

 차녀와 삼녀는 아연실색이 된 채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테에에... 엄지 오마에..."

 "아...아닌 테치! 독라가 되기는 싫은 테치이!"

 친실장이 오늘 아침에도 자신을 제외한 세 자실장들만 예뻐해주는 데에 더욱 심통이 난 장녀는 다소 기분이 풀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사실 자신을 폭행한 두 동생들도 동생들이었지만, 몸과 옷 여기저기에 흙먼지가 뒤덮인 꼴의 자신은 본채만채 하면서 자실장 세 마리만 깨끗하게 연신 핥아주는 친실장에게도 화가있었다.

 '어제 우마우마도 와따찌는 쏙 빼고 이모우토챠들에게만 주고.. 마마 너무한 레치! 와따찌가 이모우토챠들보다 훨씬 더러운데... 와따찌도 할짝할짝 받고 싶은 레치. 마마는 태어났을 때랑 닝겐상앞에 가기 전에, 딱 2번 제외하고 와따찌한테는 할짝할짝 안 해주었으면서 레치... 이모우토챠들만 예뻐하는 마마 미운 레치!'

 그래서 지금 장녀는 다소 승리감에 도취되어 있었다. 그렇게도 친실장이 아끼던 자실장 두 마리가 언니도 작다고 무시하는 분충이었음을 폭로함으로써, 자신을 무시하던 두 동생에게도, 그리고 동생들만 예뻐하던 친실장에게도 한 방 먹인 것이다.

 "와따찌는 분명히 어제 운치구덩이 가르쳐주려고 했는데 차녀 이모우토챠랑 삼녀 이모우토챠는 와따찌를 갑자기 때린 레치. 사녀챠만 와따찌 말 잘 듣고 운치구덩이에서 운치 잘 싼.."

 "변명은 듣기 싫은 데스. 왜 이모우토챠들이 제대로 운치 싸도록 책임지고 해내지 못한 데스?"

 "마마! 말하지 않았던 레치? 이모우토챠들이 때려서 운치구덩이를 말할 새도 없던.."

 "그래도 가르쳐야 하는 게 맞는 데샤아아아!"

 친실장은 잠깐 골판지 밖에 나가더니, 20초도 되지 않아 집 앞에서 나뭇가지를 하나 주워왔다.

 "마마 말을 제대로 안 듣는 분충은 맴매인 데샤아!"

 "레챠아아아! 왜 때리는 레챠아아아!"

 장녀에게 매질을 가하기 시작했다.

 "데샤아아앗! 오마에! 자들이 이렇게 더러우면 닝겐상들은 싫어하는 데샤아앗! 귀여운 자들이 닝겐상을 매로매로 하기 위해 최대한 깨끗하게 해도 모자랄 판에, 오마에는 이모우토챠들이 빵콘하도록 놔둔 데스? 그러다가 와타시타치가 사육실장이 되지 못한다면 오마에가 전부 책임지는 데스? 책임질 거인 데샤아앗!"


 "레챠아아아! 마마! 그니깐 와따찌를 이모우토챠들이 갑자기 때린 탓에.."

 "마마! 이러다가 장녀 오네챠 맞아 죽는 테치...."

 "사녀챠는 가만히 있는 데스. 그게 무슨 상관인 데스? 어쨌던 마마가 말했으니 말을 듣어야 하는 게 맞는 데샤아아앗!"

 자리에 쭈그려앉아 웅크리는 장녀를 향해 친실장의 가혹한 매질이 연신 날라들었다. 안그래도 더러운 장녀의 옷이 더욱 헤져간다.

 "마마! 아픈 레치! 와따찌가 잘못한 레치! 그러니 제발 그만 하는 레치!"

 "오마에! 와타시가 오마에 엄지를 기르고 있는 이유는 닝겐상들 중에서 엄지도 예뻐하는 닝겐이 있기 때문인 것을 기억하는 데스! 오마에는 그것 외에는 집에서 쓸모도 없는 존재인 데스! 닝겐상을 매로매로 시켜서 와타시를 사육실장으로 만드는 것으로 마마에게 보답해도 모자랄 판에, 이모우토챠들에게 운치구덩이도 제대로 못가르쳐주는 분충인 데샤아앗!"

 "레에에에에에엥"

 결국 엄지는 울음을 터뜨렸다. 그제서야 친실장은 매질을 그쳤다.

 "정말 쓸모도 없는 분충인 데스. 엄지 주제에 길러준 와타시를 사육실장으로 해주기는 커녕, 자들이 닝겐상을 매로매로 시키지 못하게 방해하는 데스? 오마에도 깔끔해야 닝겐상을 매로매로 시킬 수가 있으니 일단은 그만하는 데스. 오마에 엄지, 저기 가서 씻으면서 반성하는 데샤아!"

 친실장은 이빨빠진 누런 그릇 하나를 가리켰다. 그곳은 친실장이 자들이 씻을 수 있도록 마련해놓은 자신 나름의 세면장이었다. 그러나 물을 한 번도 갈지 않았는지, 거무튀튀한 액체는 깨끗한 목욕탕의 물이라고는 보기 힘들 정도로 매우 퀘퀘했다.

 "레에엥..히끅... 레에엥...히끅.. 그치만... 그치만 차녀 이모우토챠랑 삼녀 이모우토챠가 와따찌를 때렸단 말인 레치.."

 "그게 뭐 어쨌다는 데스. 딱히 잘못한 것도 아닌 일로 왜 자꾸 변명하는 데스? 더 맞고 싶지 않으면 냉큼 가서 씻는 데샤아!"

 친실장의 엄포에 장녀는 충격을 받았다. 자신의 마마는 이모우토챠들이 자신을 때리는 것을 잘못으로 여기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왜?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들실장에게 엄지는 프니프니 용을 제외하면 쓸모가 없는 존재이다. 소수의 애정 깊은 개체들은 엄지도 애지중지 기르기도 하지만, 이 친실장은 그 무리에는 해당하지 않는 모양이다. 따라서 자신의 자식인 자실장들이 자식 취급도 못받는 엄지를 때려도 그게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마마....히끅.. 너무한 레치!"

 장녀는 짧게 말하고 이빨빠진 그릇으로 달렸다. 그릇 속의 거무튀튀한 물이 한번 풍덩 하고 차올랐다가 가라앉았다. 그 안에서 장녀는 쭈그려앉아 수면만 바라보고 있었다.

 "차녀챠랑 삼녀챠!"

 친실장의 어조가 다소 부드럽게 바뀌었다. 친실장은 먼저 차녀를 손에 들었다. 아직도 어안이 벙벙한 차녀의 엉덩이에 입을 가져다 대더니, 덕지덕지 묻은 운치를 깨끗히 핥아주기 시작했다.

 "엄지 때리면 안되는 데스. 닝겐상들 중에서 엄지를 좋아하는 닝겐상도 있는 데스. 그러니 엄지를 때려서 더럽히지 마는 데스. 피투성이 먼지투성이인 실장석을 좋아할 닝겐상은 아무도 없는 데프픗. 데챱..데챱.."

 "알겠는 테치. 마마, 기분 좋은 테프프픗"

 "그리고 오마에타치도 항상 아와아와한 상태를 유지하는 데스. 깔끔깔끔한 실장석만이 닝겐상의 사육실장이 될 수 있는 데스우~ 그러면 마마도 오마에타치도 모두 사육실장이 될 수 있는 데스. 알겠는 데스우?"

 "네 테치! 앞으로 빵콘하지 않는 테츄웅~"

 "거기 있는 사녀챠도 알겠는 데스우?"

 ".....네 테치..."

 친실장은 차녀를 다 핥아주자 차녀를 내리고 삼녀를 들었다. 이미 눈물을 그친 삼녀의 눈은 기대감으로 초롱초롱하게, 그리고 얼굴은 발그스레하게 빛나고 있었다.

 "마마! 가랑이... 가랑이 핥아주는 테츄! 기분 좋아지는 테후..테후..." 

 "데프프픗. 나중에 어떤 닝겐상이 가져갈지 모르겠지만 이 자를 사육실장으로 삼은 닝겐상은 밤에 고생 좀 하는 데프픗. 데챱.."

 "마마! 그러면 엄지챠 앞으로 더럽게 하지만 않으면 괜찮은 테치?"

 차녀가 잔혹한 표정으로 친실장에게 물었다. 보기에만 멀쩡하면 그 선에서는 자신의 마음대로 해도 좋지 않겠냐는 악의가 깔려있었다.

 "더럽히지만 않으면 딱히 괜찮지 않는 데스? 마마는 모르는 데스우. 더럽게만 하지 않으면 자들 마음대로 하는 데스."

 "테프프프픗"

 차녀가 장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가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눈을 초승달 모양으로 하면서 짤막하게 비웃었다.

 "이제 다 핥은 데스우. 충분히 깨끗해진 데스."

 삼녀도 다 핥자, 친실장은 자들을 모두 내려놓았다. 사녀도 불렀다.

 "저 쓸모없는 엄지 때문에 마마가 직접 운치구덩이에서 운치를 누는 법을 가르쳐주는 데스. 자, 자들은 어서 밖으로 나오는 데스. 닝겐상의 사육실장이 되기 위한 첫번째는 아와아와해지는 것인 데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운치를 제대로..."

 밖으로 나간 친실장과 세마리 자실장의 소리가 희미해진다.

 텅 빈 집에는 엄지 혼자만이 구정물이 담긴 이빠진 그릇에 앉아서 아무 말도 없이 수면에 비친 자신의 얼굴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히끅... 오네챠... 오네챠... 히끅..."

 장녀는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언니들을 추억했다.

 예쩐에는 언니들이 자신을 챙겨주었기 때문에 친실장의 차별대우도 참을 수 있었다.

 맛있는 것을 언니들에게만 주어도 언니들이 자신의 몫을 챙겨주었기 때문이다.

 항상 같이 놀아주었다. 특히 막내챠 막내챠 하면서 자신을 챙겨주던 차녀 언니와 자주 놀았다.

 "차녀 오네챠... 보고 싶은 테치..."

 친실장은 언니들에게도 닝겐상의 눈에 들어 사육실장이 되도록 하라고 항상 말했었다.

 엄지는 알고 있었다. 그 날 자신의 언니들을 죽인 것은 인간이 아니라 바로 친실장이라는 것을.

엄지의 기억 속 그 날은 정말 화창하고 맑은 봄날이었다.

"테츙~ 마마. 오랜만의 소풍 좋은 테치~"


"장녀챠. 몸에 먼지가 묻지 않게 조심하는 데스."

연신 웃어대는 장녀와 달리, 친실장은 근엄하면서도 약간은 긴장된 얼굴로 걷고 있었다.

"이게 바깥 세상인 레치.."

"엄지 이모우토챠, 신기한 테치? 저 멀리 보이는 게 공원의 넓은 곳인 테치."

"막내챠는 집 안에서 한 번도 나가본 적이 없으니 신기하는 게 당연한 테치."


"테프픗 차녀 오네챠, 와타치타치도 바깥이라곤 집 주변 근처밖에 모르는 테치."

"맞는 테치이.. 숲 밖의 닝겐상들이 있는 곳은 신기한 테치.."

"레에에! 저기! 저기 빨강색 꽃님이 엄청 피어있는 레치!"

"엄지챠, 소풍 나와서 좋은 테치?"

"정말정말 좋은 레치! 마마가 와따찌도 데려올 줄은 몰랐는데 데려온 레치. 진짜진짜 좋은 레치."

차녀와 사녀 두 언니의 팔을 양 손에 각각 잡고, 지금의 장녀 엄지는 바깥 세상 구경에 여념이 없었다.

하늘이 파란색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나무에 가리지 않아서 탁 트인 하늘은 처음봤다.

공원 광장에 대해 마마가 장녀 언니나 차녀 언니에게 이야기해주는 것을 귀동냥으로 들어왔지만, 바깥이 이렇게 광활할 줄은 몰랐다.

이들은 실장석의 영역인 공원의 풀숲을 지나, 인간들이 주로 있는 공원 광장 쪽으로 이동 중이었다.

저 멀리 보이는 인간들. 마치 거대한 기둥같은 크기의 인간들은 엄지가 한눈에 보기에도 거대한 존재처럼 느껴졌다. 

"저게 마마가 말하던 닝겐상들인 테치.."

"어어엄청 커보이는 테치이..."

삼녀와 사녀가 살짝 겁을 먹었는지 걸음이 느려진다. 엄지 역시 아무말 없이 차녀의 손을 잡는다. 꽉 쥔 차녀의 손 역시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자들.. 겁먹지 마는 데스.."

친실장이 걸음을 멈췄다. 친실장의 목소리 역시, 묘하게 떨리고 있었다.

"자들.. 저게 마마가 말한 닝겐상들인 데스. 크기는 저렇게 커보여도, 귀여운 와타시타치를 좋아하는 생물인 데스. 마마가 가르쳐준대로 자들이 잘 해내기만 하면, 와타시타치는 사육실장이 될 수 있는 데스."

"마마. 닝겐상들 정말로 와타시한테 매로매로되는 테치?"

"그런 데스, 장녀챠. 닝겐상들을 매로매로시키면 이제 들의 비참한 생활은 안녕인 데스. 닝겐상은 와타시타치를 모두 사육실장으로 거둬서 행복을 줄 것인 데스. 오마에가 원하는 것은 전부 가질 수 있는 데스."

"테에에! 그러면 콘페이토도 매일 먹을 수 있는 테치?"

"콘페이토 뿐만이 아니라 삼녀챠가 좋아하는 우마우마한 빨강고기도 매일매일 먹을 수 있는 데스. 마마가 말한 아와아와한 거품목욕도 즐길 수 있는 데스."

자실장들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닭강정을 좋아하는 삼녀는 군침을 흘렸고, 목욕을 좋아하는 사녀는 입이 헤벌죽하게 벌어지며 웃기 시작했다.

그런 기색 속에, 인간을 처음 봤을 때의 두려움은 점차 옅어지고 있었다.

"치프프픗 마마가 말한 아와아와 드디어 하는 테치."

"와타치는 반드시 닝겐상 하나를 오늘 매로매로 시켜서 사육실장이 되는 테츄! 그리고 마마같이 쑥쑥커서, 닝겐상의 보호 아래에 자들을 무럭무럭 키우고 싶은 테치!"

"장녀챠, 오늘이 바로 그 날인 데스우..!"

친실장의 목소리 역시 더 이상 떨리지 않고 있었다. 행복회로의 효과인가 아니면 자신감에 넘치는 자들을 보고 다행스럽게 생각한 탓인가. 하나 확실한 것은 친실장은 오늘만을 위해 자들을 교육시켜왔다는 것이다.

사육실장의 꿈. 그것은 모든 들실장의 숙원이다.

"자들, 옷무새와 몸가짐을 청결하게 하는 데스. 사육실장의 기본은 닝겐상에게 더럽다고 생각되지 않는 것인 데스."

5마리의 자들이 태어난 날부터, 친실장은 자들을 사육실장으로 만들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다.

"맘마 먹을 때 흘리지 마는 데스! 사육실장들은 닝겐상을 귀찮게 하면 안되는 데스."

"텟-츄웅~"

"텟-츄우우웅~"

"틀린 데스! 마마의 자들이라서 오마에는 아첨을 해도 귀엽지만, 그래도 좀 더! 좀 더 귀엽게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데스. 자 이렇게 하는 데스. 한 다리를 살짝 안쪽으로 접고, 까치발을 들면서 허리를 트는 데스. 그리고 고개를 살짝 숙이면서.. 뎃~츄우우우웅~"

"테엣 츄우우우웅~"

"테엣 츄우우웅"

친실장은 독립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공원에 산책나온 사육실장 일가를 본 적이 있었다.

"파니, 마노, 토파, 가넷. 이거 먹으면서 놀아라."

"테햐아아! 솜사탕인 테치!"

"자들! 주인사마에게 감사인사 드리고 먹는 데스." 

"주인사마 감사한 테치!"

"그래 얘들아 맛나게 먹어. 오빠가 산거니깐 오빠한테도 인사하고."

"주인사마의 남편사마. 정말 감사한 데스."

친실장과 자실장 두 마리가 남자 쪽으로 배꼽인사를 하자, 엄지를 무릎에 앉히고 솜사탕을 뜯어주던 남자는 링갈을 슥 보더니 피식 웃었다.

"ㅋㅋㅋㅋ 우리 아직 결혼 안했는데. 그래도 정말 똑순이들이네. 미영아 난 얘가 진짜 귀엽더라."

"레치이? 치이이이! 렛츄웅~"

남자가 손가락으로 엄지의 볼을 살짝 간지럽히자, 엄지가 손가락에 볼을 비벼댔다.

"엄지 이모우토챠 부러운 테치! 하지만 와타치는 주인 사마가 더 좋은 테치~"

"삼녀 엄지는 주인사마의 남편사마에게 실례되지 않도록 조심하는 데스!"

"괜찮아 괜찮아 파니야. 네 자들 전부 귀여워서 울 오빠도 좋아해."

"데에에엥 주인사마 정말 좋은 데스!"

"앗 파니야! 갑자기 달려들면 헤헤헤"

"테에에에? 마마! 주인사마를 독차지하면 안되는 테치!"

"와타치도! 와타치도 테치!"

분홍색 옷을 입은 성체, 자실장, 자실장, 그리고 엄지. 

이렇게 네마리의 사육실장 일가는 흐드러지게 핀 벚꽃 아래에서 핑크빛 솜사탕을 뜯으며 인간 커플과 함께 환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아름다운...데스.."

이 광경을 넋놓고 바라보던 친실장은 문득 자신의 비루한 진록색 옷을 한번 쳐다보았다.

운치가 조금씩 묻은 옷과 퀘퀘한 냄새. 그리고 비닐 속의 음식물 쓰레기. 

자신과는 다른 세계에 사는 실장석들 같았다. 

"부러운 데스.."

항상 애정을 갈구하는 실장석에게 한없이 사랑을 주는 인간 주인이 있다.

자신 뿐만 아니라 사랑스러운 자들까지 세레브 그 자체 생활을 누리고 있다.

저 자리에 자신이 있었다면, 저 주인들이 자신의 주인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닿을 수가 없었다. 닿기에는 너무나 높아보였다. 

사육실장의 이미지인 분홍색의 호사를 누리고 있는 이들. 자신은 그런 세레브한 분홍색 따위는 없었다. 아니, 현재 자신의 모습에는 세레브라는 단어조차 어울리지조차 않았다.

"...저 분충들은 언젠가.. 버려지게 되는 데스."

신포도 증후군이라 했던가. 오르지도 못할 나무 쳐다보지도 않았다. 친실장은 고개를 숙인 채, 등을 돌려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친실장은 하나의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그날 저녁, 공원에서 집으로 돌아오던 중에 들실장 2마리의 대화를 엿들어버렸기 때문이다.

"닝겐상들이 자를 키워주면 와타시 일가 모두를 키워준다는 게 사실인 데스웅?"

"맞는 데스. 와타시가 자일 적에 예전에 마마한테서 그렇게 들은 데스. 닝겐상들은 자를 귀여워하니, 자한테 매로매로되면 자들의 말을 뭐든 끔찍히 들어주는 데스. 그래서 자들이 와타시타치를 모두 키워달라고 하면 사육실장으로 될 수 있는 데스!"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빌딩의 옥상으로 향하는 엘레베이터를 발견한 기분이었다. 

가질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분홍색 세레브의 씨앗을 자신의 마음 속에서 발견한 것만 같았다.

"데프프프 말도 안되는 헛소리 데스웅."

"사실 와타시도 지금 생각해보면 마마의 말이 믿기지가 않는 데스. 하지만 자일 때는 바보같이도 철썩같이 믿어버린 데프픗."

그러나 이미 벚꽃숲으로 달려가버린 친실장은 그 자리에 없었다.

그날 친실장은 임신했다.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해서, 닿을 수 없을 것만 같았던 하늘로 가는 동아줄을 잡기 위해서.

이후, 친실장은 여러 들실장에게 묻고 또 물어 사육실장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수집했다. 그 대가로 먹이를 얼마간 주기도 했으나, 친실장은 그딴 거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사육실장이 되면 더이상 먹이를 모아두는 일에 신경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소중한 자들 역시 대대로 사육실장이 되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일주일 후, 친실장은 자실장 4마리와 엄지 1마리를 낳았다.

그리고 필사적으로 가르쳤다. 자신이 보고들은 사육실장의 모습에 자들이 최대한 다다르도록.

자신이 보기에 자들은 너무나도 귀여웠다.

"이 정도면 닝겐상들을 매로매로 시키기에 충분한 데스...!"

사육실장이 되어 인간의 호의를 받으며 행복하게 살게 해주고 싶었다. 그만큼 정말로 소중한 자들이었다.


하나만 빼고.

"레츄웅...레츄우..."

들실장의 본능 때문일까? 엄지는 도무지 다른 언니들에 비해 애정이 생기지 않았다. 심지어 자가 맞나 싶을 정도로 친실장은 엄지에게 무감각했다.

그러나 친실장은 보았다. 엄지와 남자의 그 광경을. 사육실장과 주인의 아름다운 풍경을. 

다른 들 개체와 달리, 친실장이 엄지를 데리고 산 것은 그 이유 하나 뿐이었다. 엄지 역시 자신에게 희망의 끈 중 하나였던 것이다.

"오마에! 엄지! 똑바로 하란 데스! 쓸모도 없는 엄지 주제에 그거 하나 못하면 대체 오마에에게 와타시는 뭘 기대할 수 있는 데샤앗!"

"마마! 진정하는 테치! 엄지챠는 아직 어리고 약해서 이 자세는 힘든 테츄.. 그러니 좀 쉬게 해주시는 테치!"

"차녀챠를 봐서 한번 넘어가는 데스. 그러나 휴식은 없는 데스. 자들은 다들 잘했으니 쉬어도 좋은 데스. 오마에 엄지만 저쪽에서 아첨자세를 유지한 채로 당분간 서있는 데샤앗!"

부족하고 부족해보였다.

자신이 보기에 정말정말 귀여워서 누구나 매로매로될 것만 같은 자실장의 자들과 달리, 하나 있는 엄지는 그냥 조그맣고 비루해보였다.

"귀염성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이 분충! 그러니 오마에는 특별히 더 노력해야하는 데스!"

그러나 엄지는 친실장을 이해할 수 없었다.

태어나서 인간이라는 본적도 없는 존재를 위해 왜 그렇게까지 자신이 불행해져야 하는가? 

왜 친실장은 자신을 못잡아먹어서 안달인 것인가? 그깟 인간이 뭐라고. 

왜 아무리 굶주려도 운치는 손도 대면 안되는 건가? 왜 아첨이나 애교 따위를 배우지 않으면 안된단 말인가?

여러가지 불만스러운 의문은 친실장에 대한 짜증과 어우러져 항상 엄지의 머리 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어느날, 참다 못한 엄지는 일가 중에서 가장 믿고 의지하는 차녀에게 불평을 했다.

"와따찌는 오네챠들이랑 놀고싶은 레치. 이딴 짓을 왜 하는 레치? 사는 데에 하등 도움이 안되는 쓸때없는 짓을 왜 매일 해야하는 레챠아앗!"

"오녀챠.. 진정하는 테치.. 마마의 말대로 와타치타치 중에서 하나만 사육실장이 되어도, 모두가 사육실장이 될 수 있는 테치."

"사육실장이 되면 좋은 레치?"

"엄지챠, 마마가 말한 거 그동안 안들은 테치?"

"모르겠는 레치. 기억 안나는 레치."

"테에.. 오네챠가 다시 한 번 말해주는 테치."

차녀는 신이 나서 사육실장에 대해 말해주었다. 사육실장의 세레브한 생활과, 자신이 사육실장이 된 후에 하고싶은 것들.. 이들을 말하는 차녀의 얼굴은 꿈에 부풀어 흥분에 가득 차있었다.

"차녀오네챠를 위해서라면... 해보는 레치. 와따찌 참는 레치. 참고 한번 사육실장이 되어보는 레치."

마마와 달리 언니들은 자신을 일가의 일원으로 인정해주고 늘 챙겨주었다. 특히 차녀는 자신을 귀여워해주었으며, 항상 애정있게 보살펴주었다.

그런 차녀를 위해서라면.. 언니들을 위해서라면.. 자신이 사육실장이 되어서 차녀도 사육실장으로 만들어주는 것도, 그래서 언니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사육실장에 흥미는 없었지만, 그 이후 엄지는 이전과 달리 나름 열심히 친실장의 교육에 참여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친실장의 차별이 없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그리고 그렇기에, 인간을 처음 본 엄지는 여전히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다른 자들은 자신들 각자의 꿈에 부풀어 인간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지만, 엄지는 그만큼 사육실장에 대한 꿈이 큰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상상보다 너무나 큰 인간이 두려웠다. 거대한 몸뚱이에서 나올 힘이 무서웠다.

"레치이.... 마마.."

본능 탓이었을까. 그렇게도 싫어하던 친실장 곁으로 엄지는 살금살금 다가갔다. 

"...뭐야."

벤치에 앉아있던 남자는 친실장 일가가 자신의 쪽으로 오는 것을 눈치챘다.

불과 1미터 앞에 있는 꼬질꼬질한 들실장 일가를 본 남자의 오른쪽 눈밑살이 살짝 욱실거렸다.

"자들. 마마가 가르쳐준 데로 하는 데스우!"

남자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음을 안 친실장과 자실장들은 남자 앞에 멈춰섰다.

"데스웅~?"

남자의 표정은 변화가 없다. 어차피 친실장도 자신이 남자를 매로매로시키리라고는 생각도 안했다. 하지만 주 무기는 아직 남아있다.

"테-츄우우우웅?"

"테에에에 츄우우우웅~"

"텟 츄우웅~? 텟츄웅!"

"텟츄우우웅~"

4마리 자실장들이 연달아서 애교를 부렸다. 친실장에게 교육받은 것을 남자 앞에서 마음껏 뽐내었다.

'이거라면 확실히 닝겐들은 넘어오는 데스! 사육실장이 되는 데스.'

"엄지 이모우토챠! 빨리 하는 테치!"

"레에...츄우웅..."

엄지 역시 사녀의 말을 듣고 엉거주춤 아첨을 해본다. 그러나 여전히 친실장에서 떨어지지 않은 채 몸을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

남자는 무신경하게 한번 이들을 바라보았다.

"좀 꺼져라 참피새끼들아."

그리고는 고개를 돌린 채, 일가에게 휘휘 손을 내저었다.

"데에에...?"

"테에에에?"

친실장과 자들은 당황햇다. 이럴 수는 없었다. 분명히 이렇게 하면 인간은 자신들에게 매료되어 사육실장이 될 것이라고 믿어왔다. 음식물 쓰레기를 뒤적이는 들의 비참한 삶은 자신의 아첨 한 방으로 끝날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러나 이 인간은 자신의 아첨을 보고 오히려 기분나빠하는듯 했다.

이들의 작은 머리로는 인간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마마! 이 닝겐상 왜 매로매로 안되는 테치?"

"와타치의 애교, 귀엽지 않은 테치?"

"이럴 리가 없는 데스."

친실장은 최대한 머리를 짜냈다. 왜 인간이 자신들의 아첨을 보고도 매로매로되지 않는가? 

들실장의 작은 두뇌로 짜낸 해답은 하나였다. 저 인간은 크기 때문에, 자신들의 아첨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자들, 좀 더 앞으로 가는 데스. 더 앞에서 자들의 애교를 확실히 보여주는 데스."

친실장과 자들이 점차 인간의 앞으로 몰려들었다. 덩달아 친실장 옆에 달라붙은 엄지까지 종종걸음으로 앞으로 나갔다.

"테츄웅~"

"테츙~"

"좀 더 확실히 하는 데스! 마마도 돕는 데스. 데츄우우웅~"

친실장일가는 아첨을 하면서 점차 남자 앞으로 모여들었다. 좀더, 그리고 좀더. 더 가까이에서 자신들의 애교를 보여주리라. 그래서 이 인간을 매료시켜 자신들을 키우게 하리라.

모두들 필사적이었다. 특히 장녀는 이제 거의 인간의 신발에 닿을락 말락하는 거리에서 연신 몸을 꼬아대며 아첨을 해댔다.

"이 씨발새끼들이 진짜."

지뱃-!


장녀가 밟혔다.

"테에에..."

실장일가의 애교가 멈췄다. 아니, 실장 일가는 모두 그 자리에 얼어버렸다.

"니들 사람 말 알아쳐먹는다면서. 씨발새끼들이 좋게좋게 말하면 말을 안듣지?"

지뱃-!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생각하기도 전에 남자는 장녀를 밟은 발을 떼어, 사녀를 밟았다.

친실장과 남은 자들은 압사당한 장녀의 참혹한 모습을 보고서야 자신들이 어떤 처지에 놓였는지 확실히 인식하기 시작했다.

"테챠아아아아아!"

"마마! 살려주는 테챠아아아아아!"

"데챠아아아아앗!"

친실장은 옆에 있는 자를 아무나 하나 집어들고 뛰기 시작했다. 자들 전부를 구할 수 없었다. 자신도 살아야했기 때문이다.

"마마! 차녀 오네챠가 아직 저기 있는 레챠아아아아앗!"

그러나 친실장의 한 손에 들린 엄지는 필사적으로 친실장의 손을 탕탕 쳤다.

"씨발 중간 망쳐서 재수강 확정이라 기분 개좆같은데 이 더러운 새끼들마저 지랄하네."

"테챠아아아아! 삼녀 이모우토챠아아아!"

삼녀를 밟은 발이 들렸다. 패닉에 빠진 차녀는 친실장 쪽으로 필사적으로 뛰었지만, 멀리 떨어져 봤자 남자가 한 걸음이면 닿을 거리였다.

차녀는 자신을 버리고 달리는 친실장의 등을 향해 죽을 힘을 다해 달렸다.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발도 의식하지 못한 채.

"마마! 마마아아아! 가지마는 테치! 와타치 죽기 싫은 테챠아아아아!"

"차녀오네챠아아아! 피하는 레챠아아아아!" 

"마마! 와타치도 데려가는 테챠아아아! 살려주는 테ㅊ.."

지뱃-!

차녀를 끝으로 4마리의 자실장들은 전부 공원 돌바닥의 얼룩이 되고 말았다.
  
"레에에... 오네챠타치..."

저만치 친실장이 뒤뚱뒤뚱 자신을 피해 달아가는 것을 본 남자는 도망치는 친실장과 엄지를 향해 달려가려했다. 그러나 뛰려고 내딛은 자신의 오른 다리를 보자, 이내 멈춰버렸다.

"아 씨발 참자.. 3일전에 산 바지야.. 아나 참피새끼들 때문에 운동화 세탁소에 또 맡겨야 겠네."

남자가 자신과 반대방향으로 걸음을 옮기는 것도 모른 채, 친실장은 무작정 달렸다.

"데에에엥..데에에엥.."

"레에에엥... 오네챠들... 차녀 오네챠아아...레에에에엥.."

엄지는 슬프면서도 뭐라 말할 수 없는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왜 오네챠들은, 차녀 오네챠는 죽은 레치? 닝겐상은 왜 오네챠들을 죽인 레치?"

눈물을 흘리면서도 커다란 의문은 자신의 위석을 쿡쿡 찌르고 있었다. 

수풀을 지나, 자신의 집으로 돌아와서, 친실장이 자들의 죽음을, 그리고 자들 중에서 하필 엄지를 데려왔음을 원망하며 울고 있는 와중에도 엄지는 생각했다.

왜 인간은 언니들을 죽였나? 인간은 커다란 존재였다. 커다란 존재는 위험하다. 언니들이나 친실장에게 들었던 공원의 고양이나 새들처럼 커다란 존재는 위험한 존재다. 실제로 커다란 나무에서 떨어지면 자신 같은 실장석은 죽지 않는가?

따라서 인간은 위험 그 자체이다. 커다랗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마는 왜.. 와따찌랑 오네챠타치에게.. 닝겐상을 매로매로시키라고 한 레치..?'

엄지가 생각하기에, 이는 터무니없는 소리었다. 인간은 위험한 존재이다. 위험하면 피해야 한다. 그런데 친실장은 위험을 피하지 않고 자신이 매로매로 시키려 했다.

'말도 안 되는 레치.. 닝겐상들은 전부 무서운 레치.. 무슨 매로매로인 레치..'

그렇다면 자신의 언니들을 죽인 것은 역설적으로 친실장이 된다.

'마마가... 마마가.. 오네챠들한테 사육실장이니 뭐니 그딴 소리만 안했어도.. 닝겐상한테 오네챠들을 데려가지만 않았어도.. 오네챠들은 오늘 죽지 않았던 레치..'

엄지가 생각하기에는 전부 친실장 탓이었다.

오늘 언니들을 모두 잃은 것도, 자신들이 헛된 꿈에 사로잡혀 쓸때없이 헛짓을 하느라 즐겁게 살지 못한 것도.

'마마가 오네챠들을 죽인 레치..'

하지만 자신은 엄지였다. 운 좋게 자신을 살린 것을 친실장이 원통해하는 마당에게 대들다가는 솎아질 것이 뻔했다.

참고 살 수밖에 없었다. 비록 엄지를 자 취급도 안하고, 다음 날 바로 임신해서 뱃속의 자들을 보살피느라 엄지를 돌보지도 않는 마마라고 해도, 이 곳이 아니면 엄지는 살 수가 없었다.

"이모우토챠들 빨리 나오는 레치!"

그렇기에 더욱 소중했다. 자신의 자매들, 자신이 돌봐줘야할 동생들. 

죽은 언니들처럼, 엄지는 이제 언니가 되었다. 

'죽어버린 오네챠들, 특히 차녀 오네챠라고 생각하고 와따찌가 보살피는 레치. 이제 자매들을 잃는 것은 싫은 레치...!' 

그러나 오늘 엄지는, 아니 장녀는 보았다.

자신의 동생들을 연신 핥으면서 사육실장의 꿈을 버리지 않았던 친실장을.

여전히 자신에게 인간을 매료시켜 일가 모두를 사육실장으로 만들라고 지시한 친실장을.

검은 수면에 비친 자신의 얼굴는 친실장의 매질 때문에 난 생채기가 두어 개 있었다.

그러나 친실장의 매질보다는 자신의 위석 한켠이 더 아팠다.

"이모우토챠들... 또 잃어버리는 것은 싫은 레치.."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동생들이 친실장에 의해 인간들이 자신들에게 매료되어 길러주고, 뭐든지 해줄 것이라는 환상을 버리게 해야만 했다.

"와따찌는 오네챠인 레치.. 마마... 저런 똥마마가 자매들을 또 죽이게 할 수는 없는 레치.."

하지만 어떻게? 어떻게 해야 친실장이 동생들에게 심어주고 있는 사육실장에 대한 기대를 버리게 할 수 있단 말인가?

엄지는 조그마한 머리를 굴려도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언니들 대신 살아남은 이 목숨을 친실장에게 대들다가 잃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동생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결국 친실장의 역린을 건드리는 수밖에 없다. 

"차녀오네챠.. 어떻게 해야하는 레치... 히끅.."


친실장에게 엄지에 대한 괴롭힘을 암묵적으로 허락받은 이후, 차녀와 삼녀는 툭하면 장녀를 괴롭혀댔다.

"주는 레치! 와따찌의 두건 내놓는 레치!"

"치프프픗. 이 미숙아 분충은 쪼끄매서 두건도 작은 테치. 걸레로 쓰면 딱일 것인 테치."

"그렇다고 진짜로 걸레로 쓰면 안되는 테치, 삼녀 이모우토챠. 마마가 분명히 '겉으로 보기에' 티가 나면 안된다고 한 테치. 그러니깐 와타치타치는 이 꼬맹이를 더럽혀서도, 티나게 때려서도 안되는 테치."

"테치잇. 역시 재미없는 테치. 그래도 못 괴롭히는 것보다는 나은 테치."

"삼녀 이모우토챠! 빨리 주는 레치! 오네챠의 두건 빨리 주는 레치!"

점프해봤자 삼녀의 겨드랑이 정도 밖에 오지 않지만, 장녀는 자신의 두건을 되찾기 위해 삼녀의 들린 오른팔을 향해 연신 점프해댔다.

그런 장녀를 본채만채 하면서, 삼녀는 자신의 오른손 안에 꾸깃꾸깃하게 뭉쳐진 두건을 머리 위로 던져 차녀에게 패스했다.

"레에에! 와따찌의 두건이!"

"여기 없는데 왜 귀찮게 구는 테치! 꼬맹이는 차녀 오네챠한테 가서 달라고나 하는 테치! 빨리 꺼지는 테치!"

"레끅!"

가볍게 삼녀에게 종아리를 걷어차인 엄지는 어쩔 수 없이 차녀쪽으로 걸어갔다. 그러나 거기서도 결과는 마찬가지.

엄지가 차녀에게 도착하자마자 공처럼 말린 두건은 다시 한 번 삼녀에게로 날아간다.

"삼녀 이모우토챠, 좀 더. 좀 더 멀리서 던져보는 테치. 받는 맛이 없는 테치." 

"와..와따찌의 두건.."

"여긴 없으니 저쪽에서 알아보는 테챠!"

"레챠앗!"

엉덩이를 걷어차인 엄지는 하는 수 없이 다시 삼녀쪽으로 간다. 두 자실장의 두건 캐치볼 놀이를 하는 동안, 엄지는 차녀와 삼녀 사이를 수십번은 왔다갔다 해야만 했다.

혹여나 두건을 떨어뜨려도, 자신보다 몸집이 거의 2배 가까이 큰 동생들이 훨씬 빨리 낚아채버렸다. 그리고 종이구기듯 뭉쳐서 다시 반대편 자실장에게 던진다.

"레에에..."

"뭐 어쩌라는 테치! 빨리 저리 가보는 테프프프픗."

사녀는 이런 광경을 다소 불편하고, 또 한편으로는 어쩔 줄 모르는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멍한 표정과 달리, 다소 안절부절 못하는 발을 놀리며 마치 춤을 추듯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테에에..테챠앗!"

바닥에 넘어진 사녀는 발 밑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조금씩 돌아다니는 사이, 엄지의 두건이 바닥에 떨어진 것도 모르고 이를 밟아서 미끄러져버린 것이다. 

"레에에에엥 와따찌의 두거어언!"

엄지가 사녀를 향해 쪼르르르 달려갔다.

"사녀챠! 저 분충이 가져가지 못하도록 빨리 오네챠한테 던지는 테치!"

즐거운 기색이 역력한 삼녀가 활달하게 사녀를 향해 손을 흔들어보였다. 

그러나 차녀는 사녀를 다소 퉁명스럽게 바라보더니, 다소 화를 내는 듯한 투로 말했다.

"저 분충 무시하고 빨리 삼녀 이모우토챠한테 넘기는 테치!"

"테에에..."

"사녀 이모우토챠! 와따찌 두건! 와따찌 두건 빨리 주는 레치!"

사녀는 장녀를 보고, 다시 한 번 자실장 언니들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차녀는 아니꼬운 표정으로 사녀를 응시하며, 냉큼 던지라는 듯이 양 손을 마구 휘저어댔다.

저번부터 자꾸만 엄지를 감싸는 듯한 행동을 취하고, 자신의 '엄지분충 괴롭히기 놀이'에 참여하지 않으려는 사녀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한날 한시에 태어난 '진짜 자매'임에도 자신의 의견을 그다지 내켜하지 않는 사녀가 무척이나 실망스러웠다. 

그래도 자신의 친자매이기 때문에 항상 신경을 써주고는 있었지만, 오늘도 역시 삼녀와 달리 자신의 캐치볼에 참여하지 않으려 한 사녀에게 낙심하여 '그러면 저기서 혼자 큰 공이나 굴리고 자빠져 있는 테치! 오마에는 오네챠들이랑 놀려고도 하지 않는 테치? 알아서 하는 테치!' 하고 쏘아붙였었다.

사녀 역시 차녀에게 혼난 것을 이를 신경쓰지 않는 바가 아니었다. 

엄지 오네챠도 좋고, 자신과 함께 태어난 두 자실장 오네챠들도 좋았다. 자신은 모두가 사이좋게 지냈으면 소원이 없겠는데, 왜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인가. 왜 차녀 언니와 삼녀 언니는 항상 엄지 오네챠를 못 괴롭혀서 안달인 것일까. 

그러나 확실한 것은, 마마가 나간 지금 실세는 차녀이고 자신은 두 언니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이었다.

아니, 사녀의 마음 속에 순간 든 것은 위에 서술한 것처럼 거창한 심리가 아니었다.

생명체가 가진 가장 기본적인 본능, 강자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사녀 이모우토챠! 오네챠한테 빨리..."

엄지가 사녀에게 다다랐을 때에는 눈을 질끈 감은 사녀가 차녀 쪽으로 이미 두건을 던진 후였다.

"테에? 사녀 이모우토챠! 와타치 차례였던 테치! 왜 오네챠한테 던진 테치?"

"테프픗 그래서 와타치가 한번 더 던지는 게 불만인 테치 삼녀챠?"

"치이.. 그건 아닌 테치이.."

"테프프픗. 잘한 테치. 사녀챠는 이렇게 오네챠 말 잘 들으면 되는 테치. 삼녀챠 받는 테치!"

'오네챠한테 칭찬받은 테치."

사녀는 차녀와의 관계가 개선되었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쓸어내렸다. 오늘 혼난 일을 계속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던 것이다.

다소 밝아진 표정으로 눈을 떴을 때, 사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바닥에 눈을 내리깔고 울음을 참고 있는 엄지였다.

"...히끅....히끅...."

"테에...! 오네챠..미..미안한 테치.."

사녀는 순간 아차 싶은 마음에 엄지에게 소리를 낮춰 사과했다. 

그러나 엄지는 사녀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대로 등을 돌려서 다시금 차녀와 삼녀의 장단을 맞춰주기 위해 자실장들 쪽으로 터덜터덜 힘없이 걸어갔다.

"엄지 오네챠..."

그래도 사녀는 괜찮았다. 엄지는 언니들 몰래 나중에 따로 다시 한 번 사과를 하면 된다. 그보다 차녀가 자신을 향해 오랜만에 웃어주었다. 아직 언니들이 자신을 싫어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안도했다.

친실장이 엄지의 외양을 해치면 안된다고 강조했기 때문에, 차녀와 삼녀의 괴롭힘은 어떻게 하면 겉으로는 멀쩡한 채로 엄지를 괴롭힐 수 있을까에 맞춰져 있었다.

"레에에에에엥 이러지 마는 레치이... 히끅... 오네챠도 배고픈 레치이이."

친실장이 있을 때는 그래도 눈치를 봐서 괴롭히는 것을 자중했지만, 친실장이 나가기만 하면 엄지에 대한 괴롭힘이 시작되었다.

옷에 가려 안보이는 배나 엉덩이 때리기, 물 속에 빠뜨리기, 먹이 뺏어서 굶기기, 옷 뺏어서 숨겨놓기, 화장실 못 가게 하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엄지를 괴롭히며 차녀와 삼녀는 하루를 보냈다.

엄지가 맞을 때 나서서 말리기도 했던 사녀는 언니들의 놀이에 참여는 하지 않았지만, 그다지 예전처럼 말리지도 않았다.

점차 수수방관하거나 때로는 놀이 도중 자실장 언니들의 말을 가끔씩 듣는 경향을 보얐다.

"엄지 오네챠. 미안한 테치.."

물론 양심의 가책을 느낄 때면 사녀는 늘 엄지에게 가서 사과의 말을 몰래 한마디 던졌지만, 장녀는 예전처럼 밝게 괜찮다고 해주지 않았다.

"...."

그저 고개를 한번 끄덕이거나, 아니면 무심한 듯 알겠다는 한마디만 툭 던질 뿐이었다.

사녀가 느끼기에도 장녀를 처음 구해주었던 날과 현재 자신에 대한 엄지의 반응은 꽤 많이 달라져 있었다.

"자..장녀 오네챠가 괜찮다고 했으니.. 괜찮을 것인 테치..."

그러나 나날이 차녀와 삼녀의 기대를 조금씩 충족시켜 나갈 수록, 마음 한 켠에 응어리진 장녀에 대한 죄책감은 사녀를 찔러왔다.


그런 사녀가 집안에서 진심으로 웃을 수 있는 시간은 친실장이 집에 온 이후였다.

"오늘도 마마와 함께 사육실장 공부를 하는 데스."

"테햐아아아! 신나는 테치!"

"치프프픗 마마의 신나는 사육실장 이야기 듣는 테치."

"마마! 오늘은 와타치가 좋아하는 콘페이토! 콘페이토 이야기 해주는 테치!"

태교 노래에서 들은 콘페이토를 평생 먹어본 적은 없었지만, 사녀는 콘페이토의 달콤함을 항상 직접 느껴보고 싶었다.

"데프프픗. 사녀챠는 그렇게 콘페이토가 좋은 데스우?"

"좋은 테치! 콘페이토 좋은 테치!"

"치프프픗. 사녀 이모우토챠 콘페이토면 사족을 못쓰는 테치!"

"사육실장이 되면 사녀챠는 콘페이토 많이 받을 수 있게 되는 테치."

"그러면 마마가 오늘은 사육실장이 콘페이토를 얼마나 받는지 알려주는 데스."

온 가족이 둘러앉아 사육실장 이야기를 듣는다. 

인간이 사육실장을 귀여워해 실장푸드에 콘페이토를 섞어서 밥으로 주는 이야기.

"오마에타치가 사육실장이 되어서 데츄웅~ 하고 애교를 부리면, 매로매로된 닌겐상은 오마에타치에게 콘페이토를 분수같이 쏟아주는 데스. 참 편리하지 않은 데스?"

"편! 리! 한! 테! 치!"

"데프프픗. 그래서 자들은 닝겐상의 눈에 들기 위해서 항상 노력을 해야 하는 데스우. 지금 자들도 충분히 귀엽지만, 언젠가 사육실장이 되는 날을 기대하려면 더! 훨씬 더! 노력해야 하는 데스. 세레브한 삶을 위해, 행복을 위해 항상 노력하는 데스."

"네 테치."

친실장은 네마리 자들의 옷을 들어 팬티를 살펴보았다. 장녀와 사녀의 팬티는 깨끗했다.

"사녀챠! 이제 사녀챠는 빵콘을 하지 않게 된 데스! 장한 데스."

"테프프픗 마마! 간지러운 테치." 

차녀와 삼녀도 예전에 비해서는 팬티에 묻은 운치 양이 상당히 줄어있었다. 

"마마...와타치는 오늘 빵콘 안한 테치.. 근데 화장실 너무 멀어서 운치가 조금 새어나온 탓인 테츄.."

"와타치도 차녀오네챠랑 똑같은 테치.. 화장실 너무 먼 테치이.."

"괜찮은 데스. 괜찮은 데스. 자들은 충분히 귀여우니 조금만 더 노력하면 사녀챠처럼 운치를 완벽히 가릴 수 있는 데스우."

그러면서 친실장은 사녀의 머리를 손으로 가볍게 쓰다듬었다

"테프픗 마마! 쑥스러운 테치. 와타치는 꼭 사육실장이 되어서 콘페이토 많이 받고 싶은 테치이.."

"사녀 이모우토챠 부러운 테치.."

"테에...! 마마의 쓰담쓰담...! 와타치도 사육실장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테치!"

"..."

"그러면 오늘도 애교 연습 하는 데스우. 자세 잡고, 오른손 올리고, 시작하는 데스. 데츄우우웅~ 자세가 중요한 데스."

"테츄우우웅~"

"테츙~ 테츄우웅~"

"테츄우우웅~"

"...."

"거기 엄지, 똑바로 하는 데스."

"...레츄웅~"

"치프프픗"

"테프프픗"

퀭한 눈을 바닥에 내리깐 채로 마지못해 아첨자세를 취하는 엄지와 이를 혼내는 마마를 보고, 차녀와 삼녀는 아첨을 하기 위해 든 손을 계속 입에 붙인 채로 엄지에게 조소를 날렸다.

"장녀오네챠.. 화이팅인 테치!"

사녀가 작고 빠르게 장녀를 향해 응원의 메세지를 보냈다.

장녀가 사녀를 힐끔 쳐다봤다.

"엄지오네챠! 괜찮은 테치! 응원하는 테치!"

다소 들떠 있었던 사녀는 장녀를 향해 환하게 웃어주었다. 

기분이 업되어 있던 탓에, 차녀와 삼녀를 의식하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엄지를 향해 웃음을 날려준 것이다.

"레에...."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집안에서 누가 자신을 향해 웃어주는 것.

저렇게 환한 웃음을 언제 보았던가?

"오네챠타치...차녀 오네챠..."

언니들에게서 보았던 웃음이다.

자가번식을 하는 실장석의 자들은 모두 마마의 클론이어서 그런 것일까? 이상하게도 사녀의 웃음은 특히나 엄지가 좋아했던 차녀의 웃음과 닮아있었다. 아니, 적어도 엄지는 그렇다고 생각했다.

그랬다. 저렇게 철쭉꽃처럼 발그레한 웃음은 언니들이 자신에게 지어주던 표정이었다.

바로 지금은 하늘나라에 있을 언니들이.

언니들이 그랬던 것처럼, 사녀의 웃음은 늘 어두운 골판지 바닥과 구정물의 수면만 바라보던 엄지에게 하나의 꽃이 되어 다가왔던 것이다.

"....히끅....히끅..."

눈물이 나왔다.

"이러면...안 돼 레치... 마마한테.... 혼나 레치..."

튀는 행동을 하면 죽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참아왔었다.

아무리 차녀와 삼녀가 괴롭히고, 사녀가 점점 자신에게 멀어지는 것만 같아도 엄지는 꾹 참았다.

친실장의 냉대에도, 어린 동생들의 폭행에도.  

자신은 엄지. 한낱 작은 엄지.

자신보다 큰 친실장이나 차녀, 삼녀에게 당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다. 개기면 맞는다. 더욱 자신만 비참하게 떨어진다.

참을 수밖에 없었다. 

죽고싶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자신을 처음에 좋아해주던 사녀가 점차 자신을 멀리하자, 엄지는 더욱 상실감에 빠졌었다.

'어차피 저 분충들 쪽에 붙을 거였으면... 처음부터 왜 잘해주었던 레치..'

자신보다는 자실장들 편을 드는 사녀에게 실망하고 있었다. 

그래도 자신이 언니로서, 자매들을 친실장의 멍청함으로부터 지켜야겠다고 생각한 유일한 동생이었는데, 점차 자신에게 멀어져만 갔었다.

'와따찌는... 결국 혼자가 된 레치...? 이럴거면... 이렇게 살거면... 뭐하러 이처럼 사는 레치..?'

삶의 의욕을 잃고 살기 위해 친실장의 비위를 맞추며 발악하는 자신을 스스로 자조하게 된 단계까지 갔던 것이다.

그런 엄지에게 보여준 사녀의 미소는 마치 똥통에 떨어진 자신에게 내린 단비처럼 느껴졌다.

사녀는 아직 자신을 버리지 않았다.

예전처럼 자기 죄책감에 빠져서 우물쭈물하던 태도가 아닌, 진심어린 환한 태도는 여전히 자신을 향해 비추고 있었다.

엄지는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고 혼자서 확신에 빠진 것이다.

"거기! 분충! 고개 들고 똑바로 따라하는 데스!"

엄지는 눈물을 삼키고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힘차게 외쳤다.

"레츄우우우웅~! 레츄우우우웅!"

"저 분충이 오늘 갑자기 왜 저러는 테치?"

"모르는 테치. 아첨 연습 빨리 끝났으면 하는 테치."

친실장이 보기에 이번 자들은 저번의 언니들보다 더 가망성이 있어보였다.

'전의 그 자들은 운이 나빠 들분충들이 말하던 소위 '학대파'라는 것을 만나 실패한 것이 분명한 데스. 이번에는 꼭... 반드시 성공하는 데스. 이번 자들은 더 귀여우니깐... 분명히 닝겐상들이 사육실장으로 삼아주는 데스.'

열심히 몸을 꼬아대며 아첨 연습을 하는 자들을 친실장은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다음 날, 여느 때처럼 친실장은 아직 자고 있는 자들을 남겨두고 일찍 집을 나섰다.

그리고 이 습성을 잘 알고 있는 엄지는 친실장이 나가기를 기다렸다.  

친실장의 발소리가 점차 사라지자, 엄지는 사녀에게로 갔다.

"사녀챠, 사녀챠! 일어나보는 레치!"

목소리를 죽인 채, 사녀를 흔들어 깨웠다.

"테에에엥 엄지오네챠 와타치 졸린 테치이이.. 좀 내버려두는 테치이이.."

"잠깐 나와보는 레치. 오네챠가 할 말이 있는 레치."

"테에에엥 졸린 테치이..."

장녀의 닥달에 마지못해 일어난 사녀를 데리고 엄지는 골판지 집을 나섰다.

"오네챠 무슨 얘기인 테치.. 와타치 아직 덜 잔 테치.. 어제 연습 열심히 해서 피곤한 테치."

왜 자신을 골판지 밖으로 나오라고 한 건지 도통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사녀는 눈을 비볐다.

그러나 장녀는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사녀를 올려다보았다.

"지금부터 와따찌가 하는 말을 잘 듣는 레치. 이건 정말 중요한 이야기인 레치."

"테에에...무슨 일인 테치?"

"사육실장이 되겠다는 꿈은 접는 게 좋은 레치."

이 말에 사녀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오네챠...그게 무..무슨 소리인 테치? 사육실장이 되어서 마마도 오네챠들도 다 같이 닝겐상 밑에서 키워져야 하는 테치. 그래야 콘페이토도 많이많이 먹을 수 있는 테치."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인 레치. 닝겐상들은 와따찌같은 실장석들에게는 너무나도 위험한 존재인 레치."


장녀는 새로운 동생들이 태어나기 전에 자신이 겪었던 일을 모두 사녀에게 털어놓았다.

원래 막내였던 자신과 그 위로 있었던 4명의 언니들,

그 언니들이 가졌던 사육실장의 꿈,

실제로 본 인간의 모습과 엄청난 크기,

그리고 언니들이 인간에게 밟혀죽은 것까지.

친실장의 어리석은 꿈이 엄지의 언니들을 죽게한 것이라며 엄지는 사녀에 침을 튀기면서 역설했다.

"닝겐상들은 전부 위험한 레치. 와따찌따찌를 밟아서 파킨시키는 것은 일도 아닌 레치. 마마는 아직도 정신 못차린 레치. 이모우토챠들도 나중에 마마 따라서 닝겐상에게 갔다가는 죽는 레치! 사육실장 같은 것은 다 거짓말인 레치! 그러니깐 사육실장 같은 꿈은 버리는 게 좋은 레치."


"믿을 수 없는 테치..."

"믿어주는 레치! 사녀 이모우토챠는 죽으면 안되는 레치!"

"싫은 테치.. 마마가 틀릴 리가 없는 테치.."

"와따찌는 그때 오네챠들이 죽는 것을 마마랑 직접 봤던 레치! 마마가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직도 사육실장 따위에 매달리는 것인 레치! 그러니 제발..."

"듣기 싫은 테챠아아아아아아!"

사녀는 눈을 꼭 감고 귀를 막았다. 그리고 고개를 신경질적으로 절래절래 젓기 시작했다.

"마마가 분명히 말했던 테치! 사육실장이 되면 아마아마한 콘페이토도 잔뜩 먹고, 알록달록 세레브한 옷도 받는다고 한 테치."

"그치만... 이모우토챠..."

"오네챠! 거짓말 그만하는 테치! 아무리 연습이 싫고 마마가 오네챠를 차별한다고 해도, 사육실장이 없다느니 마마가 분충이라느니 하는 거짓말을 하면 안되는 테치!"

"사실인 레치.."

"절대로! 아닌 테치!"

"사녀챠!"

"마마가 분명히 사육실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던 테치!"

장녀에게로 얼굴을 내리밀며 사녀는 처음으로 장녀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

"그러면 실제로 사육실장들은 다 뭐인 테치? 그 분충들도 와타치처럼 처음에는 공원에서 살았을 것인 테치. 그런데 왜 그 분충들은 닝겐상들에게 길러지고 와타치는 길러지지 않는 테치?"

"그...그건..."

사육실장이 인간의 손에 의해 처음부터 길러지고 훈육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들로서는 이 문제에 대답할 길이 없었다.

엄지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거 보는 테치! 엄지 오네챠. 와타치타치도 분명히 사육실장이 될 수 있는 테치. 그러니 더 노력하자는 테치. 죽어버린 오네챠들도, 무언가 닝겐상들이 보기에 부족해서... 사육실장이 안된 것이 분명한 테치.."

이 말에 엄지는 피가 거꾸로 솟음을 느꼈다.

"오마에가 뭐라고 오네챠들을 함부로 이야기하는 레샤아아아아아!"

"테에...오네챠.."

"이 분충 레치! 오네챠들은 오마에타치같은 이모우토챠들보다 열배, 아니 백배는 귀엽고 세레브했던 레치! 오네챠를 무시하고 비웃는 오마에들 따위랑은 비교 자체가 안되는 레치! 오마에타치보다 훨씬 아첨 연습도 열심히 했고, 더 귀여웠던 레치!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부족하다고 레치? 아직 태어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오마에타치는 와따찌보다 크기 조금 더 크다고 그 따위로 말하지 마는 레샤아아아아아!"


잠시 정적이 흘렀다.

늦봄의 따뜻한 바람이 이 둘을 어루만지려는 듯 다가오더니, 이내 방향을 바꿔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와타치는... 꿈이 하나 있었던 테치.."

"사육실장이 되어서 콘페이토를 산처럼 쌓아두겠다는 꿈은 접는 레치!"

"히끅... 그딴게... 그딴게 아닌 테치!"

발끈한 사녀가 앞으로 다가오자, 엄지는 순간적으로 뒷걸음질 쳤다.

"그...그럼 뭐인 레치? 오마에는 항상 콘페이토 콘페이토 노래를 부르지 않았던 레치!"

"콘페이토...콘페이토를 먹는 것도 꿈이었던 테치... 산더미처럼 쌓아서... 먹고 싶었던 테치..." 

사녀는 걸음을 멈추고 작은 소리로 나지막하게 읖조렸다.

"콘페이토를 산처럼 쌓아두면... 마마랑 오네챠타치가 엄지 오네챠 몫을 빼앗지 않아도 되는 테치.."

"사녀챠...."

사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반박하려던 엄지는 의외의 말을 듣자,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다.

"와타치는... 가족끼리 싸우는 거 싫은 테치... 마마가 첫날 주었던 빨간 우마우마도... 부족했으니깐 엄지오네챠가 받지 못한 테치.. 평소에 먹는 맘마도 그런 테치.. 맨날 부족하니깐... 항상 엄지 오네챠 몫은 나중에 남은 찌꺼기 뿐인 테치."

항상 엄지 오네챠는 차별받았다. 사녀가 보기에 그 원인은 모두가 '부족함'에 시달렸기 때문이었다. 

모두에게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서열이 낮은 개체를 희생시켜야 한다. 그리고 친실장 일가에서 그 대상은 엄지였다.

빈곤은 곳 폐허라고 했던가. 사녀 생각에 엄지가 불행한 것은, 그래서 차별받는 것은 자신들이 가진 자원의 희소성과 그로 인한 다툼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인간에게 길러져서 풍족하게 살 수 있다면, 자신들이 더 이상 서열싸움이나 하면서 치열하게 살지 않아도 된다면, 엄지가 괴롭힘 받을 일도 없다고 생각했다.

"다들 항상 배고프고 필요한 게 없어서 불행한 테치. 그래서 엄지오네챠가 맨날 희생하는 테치. 마마도... 만약 사육실장이 된다면 엄지 오네챠를 차별하지는 않을 것인 테치.."

"사녀챠! 그치만 레치..!"

"그러니깐...! 와타치는 엄지 오네챠가 괴롭힘 당하는 것도, 엄지 오네챠 때문에 와타치가 고민하는 것도, 마마가 고생하는 것도, 마마랑 오네챠들이랑 하기 싫은 사육실장 연습 같은 것 하는 것도 다 싫은 테치! 행복하게 살고 싶은 테치! 가족끼리 싸우지 말고, 다들 평화롭게, 콘페이토를 각자 하나씩 먹으면서 웃으면서 살고 싶은 테치!"

엄지는 사녀의 큰 두 눈에 그렁그렁하게 맺힌 눈물을 보았다.

"하지만 오늘 엄지 오네챠는 사육실장이 다 헛된 꿈이었다고 말한 테치. 와타치는 오네챠를 위해서... 오네챠를 위해서 와타치가 사육실장이 되어서 가족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었는데... 닝겐상들은 와타치타치를 죽이기만 하는 위험한 존재라니... 그건 너무한 테치. 와타치는 정말로 믿을 수 없는 테치! 아니, 믿기 싫은 테치!"

사녀는 엄지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그대로 엄지의 어깨를 두 손으로 내리잡으며 엄지를 향해 외쳤다.

"오네챠! 와타치! 사육실장이 될 수 있는 테치? 그래서 마마도, 오네챠도, 와타치도 모두가 닝겐상들 아래서 행복해질 수 있는 게 맞는 테치? 오네챠가 지금 한 말은 거짓말이 맞는 테치?"

장녀는 사녀의 얼굴을 착찹한 표정으로 올려보았다.

사녀의 진심을 알았어도, 진실을 왜곡할 수는 없다.

잠시 멍하게 바닥으로 시선을 돌렸던 장녀는 고개를 천천히 가로저었다.

"오네챠..."

"와따찌에게도 사녀챠는 소중한 이모우토챠인 레치. 사녀챠를 죽게할 수는 없는 레치."

"....생각해봐도 믿을 수가 없는 테치. 엄지오네챠가 거짓말쟁이인 테치."

이 말을 끝으로, 사녀는 양 손을 털썩 내려놓더니 그대로 골판지 하우스 안으로 뛰쳐들어갔다.


엄지에게 톡 쏘아붙이고 집에 돌아온 사녀는 그대로 자리에 누웠다. 다른 두 언니들처럼 눈을 감고 아침잠을 청했다.

그러나 사녀는 잘 수가 없었다. 예전보다 길어진 아침해가 골판지를 비스듬히 비추고 있었지만, 골판지 틈새로 찔러와 사녀의 감은 두 눈을 파고드려하는 오렌지색 햇살 때문은 아니었다.

'엄지 오네챠의 말, 정말인 테치?'

이전에도 친실장이 인간을 매로매로하려 하다가 장녀를 제외한 언니들을 몽땅 잃었다는 건 처음 듣는 소리였다. 

뱃속에 있었을 때부터, 친실장이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없었다. 

'뎃데로게~ 자들은 듣는 데스~ 세상은 아름다운 데스~ 세레브한 옷들과 아마아마한 콘페이토, 맛있는 음식들이 가득가득인 데스~ 단, 이것들은 모두 자들이 사육실장이 되어야만 얻을 수 있는 데스~ 자들은 닝겐상들을 매로매로시켜야 하는 데스~ 뎃데로게~ 그래서 매로매로된 닝겐상들에게 마마와 자매들도 키워달라고 부탁하는 데스~ 그러면 일가 모두가 세레브하고 행복해지는 데스~'

인간은 자신들의 귀여움에 매료당해 기꺼이 애지중지하게 기를 것이다. 인간에게 길러져 사육실장이 되면, 가족 모두가 안락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

'그러니 자들은 항상 사육실장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데스~ 뎃데로게~ 닝겐상들 눈에 띄도록 귀여운 자들만 나오는 데스~ 앞으로 더욱 사육실장다워지고 귀여워지기 위해 마마한테 교육받는 데스~ 뎃데로게~ 지금부터 사육실장의 몸가짐에 대해 듣는 데스~'

세 자실장은 이러한 내용의 태교를 들었고, 태어난 후에도 친실장에게 위와 같은 내용의 교육을 반복해서 받아왔다.

처음 만난 인간을 매로매로시킬 귀여운 아첨과 애교, 더욱 눈에 띄도록 하는 자신들의 귀여운 몸짓(춤), 그리고 들실장에게서 귀동냥으로 들어왔던 청결이나 식습관이나 주인인 인간을 대하는 자세 등 사육실장의 몸가짐에 대해서도. 

친실장의 교육은 따분하고 힘들었지만, 사녀는 태어난 순간부터 위석안에 응어리진 사육실장의 꿈을 잡기 위해 항상 노력해왔다.

작게는 콘페이토를 위해, 크게는 일가 전체의 화목과 행복으로 점철된 삶을 위해.

그러나 자신들보다 먼저 있었던 장녀에게 들은 인간은 그리 상냥한 존재가 아니었다.

'와타치.. 닝겐상들이랑 만나면.. 죽는 테치?'

그때, 엄지가 들어오는 소리가 났다.  

사녀의 바로 얼굴 앞에서 엄지의 기척이 느껴졌다. 사녀는 여전히 눈을 감고, 일부러 자는 척을 했다.

'다른 이모우토챠들은 몰라도, 와따찌는 사녀챠만큼은 살리고 싶은 레치..'

엄지는 10초 정도 사녀를 바라보다가 이내 낙엽이 거의 깔리지 않은 자신의 자리로 가서 마저 잠을 청했다. 

사녀는 착잡함을 느꼈다.

장녀의 말은 도저히 거짓말같지는 않아보였다.

그렇다면 정말로, 자신이 가진 상냥한 이미지와 달리 인간은 애교에 넘어가기는 커녕 자신들을 밟아 터트리는 무시무시한 존재란 말인가?

그렇다면 언니가 말한대로 사육실장이 된다는 것은 절대 다다를 수 없는 신기루이다.

'그러면 와타치... 닝겐상한테 길러달라고 하면 죽는 테치?'

하지만 적어도 사녀가 알기로는 친실장은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 

친실장이 말한 인간은 귀여운 실장석들을 길러주고 사랑해주며, 자신들의 매력을 참지 못하고 한없이 모든 것을 다 들어주는 존재였다.

그런 인간이 어떻게 자매들의 애교를 보고도 밟아 죽인단 말인가.

게다가 아까도 말했듯이, 기존의 사육실장들은 그렇다면 다 무엇이란 말인가. 이들도 자신들처럼 인간을 매로매로시켜서 사육실장이라는 세레브한 지위를 얻어낸 것이 아니란 말인가?

"이모우토챠, 안 일어나는 테츄?"

"됐어 테치. 그만 내버려두는 테치, 삼녀 이모우토챠. 어제 연습 무리해서 피곤한 모양인 테치."

이미 세 언니들이 모두 기상한지도 모르고 사녀는 머리를 쥐어쌌다. 

평소의 언짢았던 언니들이 엄지를 괴롭히는 소리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지금 사녀는 자신의 짧은 실장생을 지탱하던 뿌리가 뒤흔들리는 대 혼란을 겪고 있었던 것이다.

"배 때리지 마는 레치! 와따찌 구더기챠 아닌 레치! 그런 강한 프니프니 아프기만 한 레치!"

"테프프프픗 구더기랑 얼마 차이도 안나는 꼬맹이라서 프니프니 좋아하는 줄 안 테치."

사녀는 일어났다.

그리고 골판지 한 켠에 쪼그려 앉았다.

친실장과 엄지. 둘이 말한 인간과 사육실장의 모습은 어느 쪽이 정답이란 말인가?

친실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장녀는 친실장이 마음에 들지 않아 거짓말을 하여, 자신의 행복을 막고 있는 것이다.

장녀의 말이 사실이라면 친실장은 헛된 희망을 가지고 자들을 죽음이라는 나락으로 빠뜨리고 있는 것이다.

'테에...'

사녀는 고개를 숙이고 땅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가 맞는 테치...?'

머리가 어지러웠다. 여느때처럼 엄지를 괴롭히는 두 자실장 소리 때문에 시끄러웠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무엇이 맞을까? 어떤 것이 맞을까?

아직 어린 막내는 결국 자신 스스로 답을 내리지 못했다.

어린 새끼들이 할 수 있는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역시 마마에게 물어보는 테치!"




자연이 내리는 5월의 축복을, 공원의 실장석들도 받고 있었다.

따사로운 햇빛과 흩날리는 꽃, 그리고 먹기 좋게 돋아난 식물들의 새순. 

뿐만 아니라, 공원에 오는 인간들 역시 많아졌기 때문에 이들이 버리는 음식을 수거하기도 쉬웠다.

또한, 해가 길어졌고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았기 때문에 그야말로 실장석들이 번식하기도, 살아가기도 정말 좋은 시기였다.

공원의 들실장들은 다들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지금 열심히 일해야하는 데스! 갓 태어난 자들을 위해 지금 먹이를 많이 모아놔야하는 데스!"

"여름에 비님이 계속 오는 그 시기를 버티려면, 먹이 뿐만 아니라 골판지든 낙엽이든 닝겐상이 버린 물건들이든 지금 닥치는대로 구해야 하는 데스!"

"오로롱 오로롱 와타시의 자들은 겨울을 넘겼는데 봄이 생각보다 추워서 다 죽어버린 데스. 오로롱 오로롱. 그러니 이번의 자들만큼은 반드시 가을까지 성체로 키워서 독립시켜보이는 데샤아!"

친실장은 다른 들실장보다는 다소 여유롭게 먹이를 모았다.

'데프프픗. 멍청한 분충들 데스. 오마에타치는 계속 공원에서 그렇게 비참하게 살아가는 데스. 와타시는 귀여운 자들과 함께 닝겐상들을 매로매로시켜 사육실장생을 누리는 데스.'

비닐봉지가 터질 듯이 먹이와 비품을 주워담는 다른 들실장과 달리, 친실장의 봉지 안은 꽤나 가벼워보였다.

"뭐, 이 정도면 된 데스. 가는 데스."

음식을 모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친실장은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오늘은 특히나 먹이가 많아서 남은 하루를 자들과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인간들이 공원에 많이 보인다. 그러고보니 자들도 이제 꽤나 컸다. 자신의 가르침도 이젠 잘 숙지한 것 같았다.

"데프픗. 와타시의 세 자들은 너무나도 귀여워서 닝겐상들이 자기가 데려가려고 경쟁할까 걱정인 데스. 요새 닝겐상들이 많아져서 특히나 더 걱정인 데스. 어느 닝겐상을 고르는 데스?"

여기저기 보이는 인간들이 자신의 자를 서로 데려가려고 아우성을 치는 모습이 친실장의 행복회로 속에 그려졌다.

친실장은 사육실장을 처음 보았던 날, 엄지를 데리고 있던 남자를 떠올렸다.

"예전에 들은 그 들분충의 말이 사실이라면, 와타시와 자들은 닝겐상과 사랑의 결실을 맺을 수 있는 데스." 

이번에 태어난 자들을 임신했었을 때, 사육실장에 대한 정보를 여러 들실장에게 수집하던 친실장은 놀라운 정보를 들은 적이 있었다.

흑발 실장.

남자 인간이 자신의 남편이 되면, 자신은 남편을 통해 흑발을 가진 자를 낳을 수 있다는 이야기.

실제로 한번도 본 적은 없었지만, 공원의 들실장들 사이에서는 이 이야기가 도시전설처럼 내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를 믿는 실장석들에게 흑발의 자는 주인과의 땔 수 없는 관계가 됨을 의미하는 동시에 자신이 인간의 반려가 되었다는 신분상승을 상징했다. 물론 흑발 자체가 세레브하고 아름답게 보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분명히 듬직하고 잘생긴 남자 주인사마면 더 좋을 것인 데스.."

자들을 위해서라도, 자신을 위해서라도 끈끈한 인간과의 관계가 필요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흑발실장을 가질 필요가 있었다. 자들은 아직 어렸기 때문이다.

흑발실장의 동생들을, 지금의 세 자실장들도 매우 귀여워해주리라. 닝겐 남편상은 이제 사육실장이 아닌 가족으로서 자신의 일가를 대하리라.

그리고 세 마리 자들 역시 어느 정도 큰 후에 인간 주인의 성은으로 흑발실장을 가지게 하는 것이 좋겠다. 이들 역시 흑발 손녀챠를 통해 더 행복하고 세레브한 삶을 누리게 될 것이다. 

행복회로의 몽상에 빠진 친실장은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데에프프프픗....일단은 귀여운 와타시의 자들이 닝겐상을 매로매로시키는 것이 우선인 데스."

현재 시각은 불과 오후 두 시.

평소에 비해 엄청나게 이른 시간에 귀가를 한다. 아직 해가 중천에 떠있는데도 집으로 향하고 있었고, 이제 집이 있는 수풀에 다다랐다.

"오늘은 시간이 많으니 다시한 번 자들에게 사육실장이 되기 위한 애교와 몸가짐을 가르치는 데스. 그리고 내일, 닝겐상들에게 와타시의 자를 선사하여 행복을 주는 데스."

마침내 때가 온 것이다.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하는 데스. 저번처럼 학대파 닝겐을 만나더라도, 단번에 매로매로시킬 수 있을만큼 자들을 귀엽게 한 데프프픗. 이제 세레브한 생활이 진짜로 다가오는 데스."

골판지 하우스에 도착한 친실장은 기대감에 부풀어 문으로 쓰고 있는 골판지 상자의 덮개를 활짝 열었다.

"레에에에에엥"

"테테엣!"

"테에에..! 마마!"

"자들, 마마가 오늘은 일찍 온 데스! 어서 맘마먹고 마지막으로 사육실장에 대해 듣는 데스. 오마에타치는 이제 내일 닝겐상에게 가서 사육실장이 되는 데스우."

집에 들어오자마자 울고 있는 엄지와 그 주위에서 비웃음을 날리던 두 자실장이 눈에 들어왔지만, 친실장 눈에 두 자실장은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매력덩어리들이었다. 자신의 자들은 어쩜 이렇게 귀여울 수 있단 말인가?

"레에에엥 마마! 저 분충들이 또 와따찌 때린 레에에엥"

비록 언니들이 죽은 원인이라고 하나, 그래도 자신을 낳아주고 이유가 뭐가 되었든 현재 길러주고 있는 자신의 '마마'.

유일하게 의지하는 혈육인 친실장에게 엄지는 다시 한 번 자신의 말이 통할까 헛된 희망을 걸어본다. 혹여나 이제 자신에게도 사랑을 나눠줄까 기대를 조금이나마 해본다.

"거기 엄지! 조용히 하는 데스. 자들 어서 모이는 데스~ 이제 맘마먹는 시간인 데스."

"테프프프픗 거보는 테치, 삼녀챠. 마마는 딱히 뭐라 안하는 테치.. 마마! 가는 테치!"

"치프프픗. 괜한 걱정을 한 테츄. 마마! 와타치 배고픈 테치!"

두 마리 자실장이 꼬물꼬물 달려와 봉지 안의 음식을 입에 넣는다. 

"흘리지도 않고 잘 먹는 데스우! 데프프픗 자들이랑 엄지는 모두 깔끔깔끔한 데스. 그런데 사녀챠는 왜 안오는 데스? 맘마 안먹는 데스? 사녀? 사녀!"

"테에에에...! 마마 온 테츄..?"

구석에서 깜빡 졸던 있던 사녀는 코에 닿는 먹이의 냄새와 친실장의 부름에 눈을 떴다.

그리고 눈을 뜨자마자 의문은 다시 물밀듯이 물려왔다.

"어서 와서 먹는 데스. 오네챠들이 이러다 먼저 다 먹는 데스. 사육실장이 되려면 적당히 통통해 보여야 귀여운 법인 데스!"

살짝 졸음기가 있는 눈을 게슴츠레 띄고 아장아장 걸어오는 사녀는 친실장이 가장 기대를 걸고 있는 자였다.

인간들이 싫어한다는 공격성이 없어, 얌전하고 조용했다. 친실장의 말을 가장 잘 듣기도 했다.

항상 자신의 가르침을 잘 따랐고, 화장실 가리기나 청결 유지 등 모든 면에서 뛰어났다.

'이 자는 와타시의 자들 중에서 가장 보배인 데스우~ 이 자는 분명 와타시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는 데스.'

"테에... 마마. 와타치 궁금한 게 있는 테치."

식사를 하기는 커녕 사녀가 뜬금없이 친실장을 향해 질문을 했다.

"사녀챠, 말해보는 데스. 뭐가 궁금한 데스?"

"예전에 와타치타치를 낳기 전에 엄지 오네챠의 오네챠들이 있었던 테치?"

"맞는 데스. 마마가 말 안했던 데스?"

"그러면 그 오네챠들은 다 어디로 간 테치?"

친실장은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여기서 자들에게 언니들이 인간에게 죽었다는 것을 말하면 과연 자들이 사육실장이 되려 할까? 

'아닌 데스. 죽기 싫다고 빵콘하면서 사육실장 따위 되고싶지 않다고 울며불며 날리칠 것이 뻔한 데스우.'

거짓말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그 오네챠들은 마마의 말을 안듣고 제멋대로 나가버린 데스~ 사육실장이 될 기회도 놓쳐버린 분충들인 데스~ 자들은 마마의 말을 잘 들어서 내일이면 사육실장이 되는..."

"마마. 장녀 오네챠의 오네챠들... 전부 닝겐상한테 밟혀 죽은 것이 아닌 테치?"

친실장의 말이 툭 끊겼다.

"테에? 사녀챠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 테치?"

"닝겐상들은 귀여운 와타치를 보고 매로매로된 나머지, 와타치를 못 키워서 안달일텐데 왜 와타치를 죽이는 테치?"

"마마는 와타치타치가 충분히 귀엽고 사육실장의 행실을 갖추면 닝겐상들이 매로매로되어서 와타치타치를 전부 사육실장으로 삼아준다고 말했던 테치. 정말인 테치? 와타치가 들은 바로는 와타치타치가 태어나기 전에, 마마가 사육실장이 되기 위해 오네챠들을 데리고 닝겐상한테 갔다가 마마랑 장녀 오네챠만 빼고 다 죽었다고 하는 테치이...."

"테에! 정말인 테치?"

"그... 그게 무슨 소리인 테치?"

차녀와 삼녀는 당혹감과 의심이 반반씩 섞인 눈초리로 사녀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친실장은 웃음이 가신 표정으로 사녀를 또렷히 주시하고 있었다.

친실장의 매서운 눈초리에 사녀는 무서움을 느꼈다.

"마마... 그... 그니깐 와타치는... 그.. 알고싶은 테치... 닝겐상들이 마마가 말한 대로 착한지... 테에... 아니면..."

"누가 그따위 소리를 한 데스?"

사녀의 말을 끊은 친실장의 목소리는 분노에 차있었다.

"누가 그따위 소리를 한 데샤아아아아아아!"

"테챠아아아!"

"마마가 화난 테에에에에엥"

친실장의 고함에 놀란 차녀와 삼녀의 다리 밑으로 초록빛 운치를 담은 팬티가 축 쳐진다.

"데에에! 자들! 빵콘하지 마는 데스! 내일 닝겐상들을 만나러 가야 하는데, 오마에들이 빵콘하면 하얀 팬티가 더러워지는 데스! 알겠는 데스, 마마가 잘못한 데스! 마마가 소리질러서 미안한 데스! 닝겐상들을 내일 만나려면 팬티를 더럽히면 안되는...."

이미 늦었다.

가만히 서있는 차녀와 삼녀는 벌벌 떨면서 바닥에 운치를 흘리고 있었다. 그나마 사녀가 빵콘을 꾹참으며 친실장 앞에서 고개를 숙인채로 벌벌 떨고 있을 뿐.

그래도 자들이 울며불며 뛰어다니거나 한 것은 아니고, 놀란 나머지 공포에 질려 서있을 뿐이었다. 팬티는 어쩔 수 없다. 자들이 더 놀란 나머지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겉의 옷을 운치범벅으로 더럽히는 것은 막아야 했다.

일단은 자들을 진정시켜야 했다.

"자들... 옷이 더러워지면 안되는 데스우... 깔끔깔끔해야 사육실장이 되어서 행복한 삶을 가질 수 있는 데스... 자... 진정하고... 일단은 가만히 서있는 데스...더 이상 옷을 더럽히지 마는 데스... 그리고 사녀챠.."

친실장은 최대한 웃어보이려 하며 사녀에게 대답해주었다. 그러나 그 인상은 구겨질대로 구겨져 있었다.

"...사녀챠. 그건 다 거짓말인 데스. 마마 말이 맞는 데스."

"테에...저...정말인 테치?"

"그보다, 어떤 분충이 그 따위 소리를 한 데스?"

"테에... 그...그건..."

"어서 말하는 데샤아앗!"

친실장의 위협에 공포에 질린 사녀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들어 오른쪽을 가리켰다.

사실 누가 이야기했을지는 뻔하다. 그렇지만 이마저도 유추할 능력이 없었던 친실장은 다급히 사녀의 손끝이 향하는 방향을 보았다.

그 곳에는 시선을 아래로 내리깐 엄지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레치이...."

 "오마에에에! 엄지..!"

 "테에에에에엥 테에에에에에엥"

 "테에에에에엥 마마 무서운 테에에에엥"

 "테에에에에엥 오네챠타치 울지 마는 테치이. 마마가 가만히 있으라고 말했던 테에에에엥"

 엄지를 보고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을 받은 친실장을 제지한 것은 세 자실장의 울음소리였다. 이미 차녀와 삼녀는 속옷 아래에서 흘러내린 운치를 바닥에 한덩이 쏟고 있었고, 사녀도 빵콘을 더 이상 못참겠다는 듯이 오므린 두 다리를 비벼댔다.

아까처럼 더 화를 낸다면, 놀란 자들은 더 성대하게 빵콘하여 여태껏 유지해 온 사육실장으로서의 깔끔함을 한 순간에 잃어버릴 수 있었다.

비록 인간의 시각에서 볼 때, 세 자실장과 엄지가 뭐가 사육실장에 견줄 정도로 깨끗하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친실장의 입장에서는 이만한 것도 대단한 성과였다.

"자들, 일단 마마랑 같이 운치 구덩이로 가는 데스."

친실장의 사육실장에 대한 열망은 순간의 격한 감정을 이겨내었다. 자신의 분노로 계획해왔던 내일의 거사를 망칠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양 손으로 각각 차녀와 삼녀의 다리 사이를 조심스레 받쳐든 채로, 친실장은 밖을 나섰다.

"사녀챠는 최대한 운치를 참으면서 마마를 따라오는 데스."

".... 알겠는 테치."

"사녀 이모우토챠."

사녀가 밖으로 나간 친실장을 따라 문을 나서려던 찰나, 장녀가 작은 목소리로 사녀를 불러세웠다.

"마마가 한 말은 거짓말인 레치. 제발 오네챠 말을 믿어주는 레치.."

"그치만 마마는 엄지 오네챠의 말이 거짓말이라고 한 테치."

"아닌 레치! 마마가 틀린 레치! 정말정말 와따찌 말을 믿어주는 레치! 마마는 거짓말을.."

"그만하는 테치!"

소리높은 목소리로 장녀의 말을 끊어버렸다. 사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대고 있었다.

"마마가 틀릴 리가 없는 테치! 그렇게까지 화를 낸 테치! 와타치타치에게 소리를 지를 정도로 강하게 부인한 테치! 게다가 와타치타치의 '마마'인 테치! 와타치보다도 쪼끄만 엄지오네챠보다 훨씬 크고 믿음직스러운, 와타치를 낳은 와타치의 '마마'란 말인 테치이이!"

"사녀챠.."

"대체 왜 이러는 테치? 와타치가 사육실장이 되고싶다는 꿈이 그렇게나 마음에 안드는 테치? 오네챠 뿐만 아니라 일가 모두가 행복해지고 싶다는 게 그렇게 잘못한 것인 테치? 왜 와타치에게 거짓말까지 해서 그 꿈을 막으려는 테치? 엄지 오네챠는 거짓말쟁이여서 그랬던 거인 테치? 이제는 마마한테 들키고도 아직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테치? 계속 거짓말만 하는 테치?"

"정말 믿어주는 레치! 와따찌는 사육실장 따위의 헛된 꿈 때문에 닝겐상들한테 가서 사녀챠가 개죽음 당하는 것은 싫은 레치!"

"듣기 싫은 테치! 듣기 싫은 테치! 듣기 싫어 테챠아아아아!"

"와따찌는 거짓말쟁이가 아닌 레치! 왜 와따찌를 못믿는 레에에에에엥"

"엄지 오네챠는 거짓말쟁이 테치!"

이 말을 끝으로 사녀는 골판지 밖으로 나가버렸다.

"레에에엥 사녀 이모우토챠! 제발 믿어주는 레치! 레에에에엥..."

아무도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다. 행복회로를 돌리는 것은 마마고, 자신이 진실을 말하고 있는데 소중한 사녀 이모우토챠는 자신을 보고 거짓말쟁이라고 한다.

친실장의 거짓말을 고지곧대로 믿는 사녀의 심경을 엄지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사실 아직 어린 자식이 부모를 형제자매들보다 더 의지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를 이해하기에는 엄지는 아직 어렸다.

뿐만 아니라, 엄지는 한번도 마마다운 마마를 가져본 적이 없었다. 친실장부터가 자신의 마마처럼 행동해주지 않았다.

애시당초 친실장은 엄지를 자가 아닌, 자신이 사육실장이 되기 위한 하나의 중요한 열쇠로 취급하고 있었다.

사실 엄지가 친실장이 자신을 소중한 자식으로 대한다고 느낀적이 딱 한번 있기는 했다.친실장이 엄지를 인간의 무자비한 폭력으로부터 유일하게 건져내었을 때. 물론 이마저도 집에 돌아온 친실장의 땅을 치는 후회를 목도함으로써, 착각이었다는 것을 알아챘지만. 

그리고 방금, 그나마 자신을 끝까지 챙겨주었던 사녀마저 자신에게 등을 돌려버렸다.

여태껏 차녀와 삼녀의 괴롭힘에 참여하지도 않고, 설령 차녀에 의해 간접적으로 괴롭힘에 동조하더라도 가볍게나마 자신에게 꼭 사과를 해주던 사녀였다.

그런 사녀가 자신을 믿을 수 없는 거짓말쟁이로 치부했다.

"거짓말이 아닌 레치.."

그러나 엄지를 바라보던 사녀의 표정은 배신감과 경멸 그 자체였다.

"왜 그런 눈으로 쳐다보았던 레치... 히끅...히끅.."

눈물이 나왔다.

왜 자신은 집에서 항상 무시당하고 소외당하는 존재인 것일까?

친실장의 거짓말은 믿는데 왜 자신의 진실은 믿어주지 않은 것일까?

왜 자신은 혼자가 되어버린 것인가?

"와따찌가 엄지로 태어나서 그런 레치...히끅.."

엄지는 생각했다.

"와따찌가...히끅... 엄지가 아니였으면...히끅... 오네챠들처럼 자실장이었으면... 히끅... 마마는 와따찌도 귀여워해주었을 것인 레치... 히끅.. 이모우토챠들이 와따찌가....히끅.. 작다고... 괴롭히지도 않았을 거인 레치... 히끅.. 사녀챠도.. 와따찌를 믿어주었을 것인 레치...히끅..."

작고 집에서 쓸모없는 엄지이기 때문에 모두가 자신을 업신여긴다. 친실장에게 미움받는다. 자매들에게도 무시당한다.

그리고 사녀마저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다..

사녀보다 작은 엄지이기 때문에, 미덥지 못하고 쓸모없는 녀석이었기 때문에. 

"레에에에에에엥... 레에에에에에에에엥...레에에에에에에엥.."

작은 엄지는 홀로 남겨진 골판지 집 한구석에서 서럽게 울었다. 울고 또 울었다. 

외톨이가 된 자신을 봐달라는 듯이. 누가 혼자 남은 자신의 말을 좀 들어달라는 듯이.

그러나 골판지 한 구석에 스며들어온 햇빛말고는 이 집에서 엄지의 울음을 듣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테끄으으으으윽! 테끄으으으으으윽!"

"옳지 옳지 데스! 사녀챠. 세레브한 뒷머리에 묻지 않게 조심하면서 싸는 데스. 내일 주인사마를 만나는 날이니 깔끔깔끔한 상태를 유지하는 데스."

"테에에엥 마마 사녀챠 그만 보고 마저 할짝할짝 해주는 테치!"

"와타치도! 와타치도 빨리 해주는 테치!"

친실장은 양 손에 든 차녀와 삼녀의 운치범벅인 엉덩이를 제 입으로 핥아서 깨끗하게 해주고 있었다. 자신이 더러워지는 것 쯤은 상관없었다. 그저 자들이 인간의 눈에 들어, 자들의 매력에 빠진 인간이 일가 모두를 사육실장으로 키워주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데프프프픗. 이제 거의 다 닦인 데스우."

"테히이이잇! 테히이이잇! 가랑이 간지러운 테치! 간지러워서 웃음이 나오는 테프프프픗. 할짝할짝 좋은 테프프프픗."

"테후....테후.....마마....기분 좋은 테후....."  

하나같이 깜찍한 자들이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귀여웠고, 또 다른 들실장들에 비해 세레브하고 깔끔해보였다.

'이 정도라면 내일은 낙승인 데스!'

엄지 때문에 유발된 화도 다 풀렸다. 그리고 예상치못한 엄지의 발언에 대해서도 잘 대처하고 넘어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다 깔끔해진 데스. 자들, 내일은 주인사마를 만나는 날 데스우. 그러니 오늘은 집에 남은 음식들로 파티를 하고, 일찍 잠에 들어서 탱탱한 피부를 유지하는 데스!"

"네 테치!"

"알겠는 테치, 마마!"

"네 테치."

"사녀챠."

친실장은 아까전의 사녀의 질문이 문득 생각났다. 자신에게 불만이 없는 것으로 보아서 엄지가 거짓말을 했다는 자신의 말을 믿어주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닝겐상의 사육실장이 되면 오마에는 행복해질 수 있는 데스. 좋아하는 콘페이토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데스. 그러니 엄지가 지어낸 거짓말은 믿지 마는 데스. 그 분충은 자기보다 귀여운 자들에게 질투를 느껴서 그런 데프프픗."

친실장의 입에서 웃음이 나왔다.자기가 생각해도 자연스러운 거짓말이었다.

"치프프프픗 답이 없는 분충 테치."

"쪼그만게 거짓말이나 하는 것을 보니 영락없는 분충인 테프프프픗"

하지만 사녀는 말이 없었다. 고개를 아래로 떨구면서 뭔가를 말하려는 것을 주저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알겠는 데스 사녀챠?"

친실장이 짐짓 엄한 표정을 지으며 사녀를 향해 보았다.

"....네 테치! 마마의 말대로 내일 힘내는 테츄!"

자신을 향해 활짝 웃어보인 사녀의 표정에 친실장은 안도했다.

'데프픗. 이걸로 안심인 데스.'

골판지에 돌아온 이후로도 친실장은 엄지를 따로 혼내지 않았다.

물론 엄지가 자신의 입장에서 큰 잘못을 저지르기는 했지만 간신히 자들을 진정시킨 마당에 다시 화를 내서 문제가 생기게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또한, 사육실장이 되기 위해서는 엄지가 필요하기도 했다. 친실장은 처음 사육실장을 본 날의 광경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던 것이다.

엄지와 같이 작은 실장석을 좋아하는 인간이 있다면 그 인간을 매로매로시키기 위해서는 엄지가 있어야 했다.

'엄지를 솎아내는 것은 사육실장이 되고 나서 해도 충분히 늦지 않은 데스.'

울다 지쳐 잠든 엄지를 친실장은 한 번 바라보고, 다시 고개를 돌려 자들과 마저 식사를 했다.

"테챱테챱... 마마 정말 이거 다 먹어도 되는 테치?"

"그런 데스우. 내일부터는 사육실장이 되어서 이 따위 음식들보다 더 우마우마한 음식들을 진상받는 데스."

"테햐아아아! 와타치는 스테이크! 스테이크가 먹고 싶은 테치!"

"일단 눈 앞에 보이는 밥은 전부 먹어치워주는 치프프프픗."

해가 저물 때까지, 이들은 집에 그나마 남아 있던 음식들을 모조리 분대 속에 넣었다.

"행복한 테츄..."

"앞으로는 더 행복할 날만 남은 데스. 데프프픗."



그러나 이튿날 아침, 친실장은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히게 되었다.

"안되는 레챠아아아아아아아아!"

평소에 하지 않던 빵콘을 하면서 엄지가 친실장과 동생들을 향해 울부짖었다.

"이 분충이 왜 이러는 데스? 빨리 오마에도 준비해서 나가는 데스!"

"싫은 레챠아아아악! 왜 와따찌가 다시 닝겐상을 만나러 가야하는 레치? 왜 죽으러 가야 하는 레샤아아아아아아!"

"데에? 오마에! 미친 데스? 마마 말 안 듣는 분충 데스? 냉큼 움직이지 않고 뭐하는 데샤아아아!"

아차 싶었다.

친실장은 자신이 또 화를 내고 말았음을 인식했다. 만약 어제처럼 자들이 자신의 고함소리에 놀라서 또 빵콘해버렸다면, 오늘 인간을 만나서 사육실장이 되는 것은 무리다. 

오늘은 토요일. 주말이다. 요일 개념이 뭔지 몰랐던 친실장이었지만, 공원에 인간이 비교적 적은 날 4~5일과 많은 날 2~3일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은 인간이 많이 오는 날이라는 것도 파악하고 있었다.

친실장 입장에서는 오늘이 인간을 만나기 가장 좋은 날이었던 것이다.

'크...큰일난 데스."

반사적으로 세 자실장이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다행히도 오늘 사육실장이 된다는 기대에 부푼 차녀와 삼녀는 엄지를 마구 비웃기 시작했다.

"테프프프프프. 저 거짓말쟁이 분충이 또 시작인 테치."

"치프프프프픗. 마마, 저 분충은 그냥 놓고 와타치타치만 사육실장되러 가는 테치. 뭐하러 분충을 데리고 다니는 테프프프프."

"레에에에에에엥 레에에에에에엥 다들 죽는 레치... 마마 왜 그러는 레치.. 오네챠들 잃어버린 거 잊어버린 레에에에엥"

"마마... 어떻게 해야 하는 테치...?"

그러나 사녀는 흔들리고 있었다. 비록 친실장의 말을 굳건히 믿고 있는 사녀였지만, 자신의 언니가 저렇게까지 울부짖는 데에는 뭔가 연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안한 기색을 띄며 사녀는 친실장의 옷깃을 살포시 잡았다.

"오네챠가 닝겐상을 무서워하는 것 같은 테치.."

"사녀챠!"

자리에 주저 앉아 고개를 들며 빼애액 소리를 질러대던 엄지는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사녀 이모우토챠아아아! 제발 오네챠 말 좀 들어보는 레치! 믿어주는 레치! 가면 이모우토챠는 죽는 레치! 닝겐상한테 죽어버리는 레챠아아아아아!"

"오네챠... 마마..."

연신 엄지 쪽과 친실장 쪽을 번갈아 바라보면서 사녀는 어쩔줄 몰라하는 표정을 지었다.

"마마 빨리 안가는 테치? 그냥 저 분충 놔두고 가면 되는 테치."

"빨리 닝겐사마! 닝겐 주인사마! 보고싶은 테치! 엄지 분충은 안갈꺼면 저리 꺼지는 테샤아아아!"

"데에..."

차녀와 삼녀가 위협을 했지만 엄지의 고함 소리는 줄어들지 않았다.

"마마! 제발 그만하는 레치! 사육실장 되려다가 다 죽는 레치! 오네챠들 기억 안나는 레치? 기억 안나는 레샤아아아아!"

암만 생각해도 엄지는 자신의 의지로 발을 땔 생각은 없어보였다.

'그냥 강제로 끌고 가는 데스...?'

안 된다. 사육실장으로서 인간에게 최대한 잘 보여야 할 마당에 저렇게 인간을 적대시하면 누가 길러주려 하겠는가?

또한 강제로 자신이 데려간다면 엄지에게 폭력을 불사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맞아서 피투성이에 운치투성이가 되어 기진맥진한 엄지를 억지로 간다 한들, 그런 몰골의 엄지실장은 이미 사육실장의 기품에 한참 벗어난 모습일 것이다.

"마마! 가지 마는 레치! 제발 이제 그만 하는 레치!"

'게다가 가면서 저렇게 소리를 질러대면 자들, 특히 사녀챠가 동요해버리는 데스.'

그럴 수는 없었다. 자들마저 사육실장이 되기를 무서워한다면, 자신은 오늘의 기회를 놓칠 수 밖에 없었다. 

비록 장녀의 의견에 동조하는 자들을 싸그리 솎아낸 후에 다시 기르는 방법도 있었지만, 이는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점에서 서 비용도 너무 컸고, 그 정도의 극단적인 방안을 감수하면서까지 장녀를 억지로 끌고 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엄지챠를 좋아하는 닝겐상도 있는 데스..'

친실장은 다시금 그 때의 광경을 떠올렸다. 남자의 손에 올려져 있던 분홍색 옷의 엄지실장. 남자와 교감하면서 기쁘게 웃던 그 사육실장. 

그리고 그 옆에는 성체실장과 자실장도 여러 마리 있었다.

'그 분충들은 엄지가 아니었음에도 사육실장이 된 데스. 그런 데스.. 와타시가 착각을 하고 있었던 데스.'

남자가 엄지를 특별히 좋아한다 한들 무슨 상관인가?

남자의 손에 없었다 뿐이지, 그 성체와 자실장 역시 모두 사육실장이었다.

어쨌든, 남자와 여자 사이에서 길러지고 있던 것은 마찬가지였다. 

'와타시의 자보다 덜 세레브하고 덜 귀여운 그 분충들도 사육실장이 된 데스. 와타시의 자라고 못하리라는 법이 없는 데스..'

자신의 그 광경에 크게 인상을 받은 나머지, 엄지 실장이 있어야 한다는 데에 너무 집착하고 있었다고 친실장은 생각한 것이다.

"좀 조용히 좀 하는 테샤아아아! 이 분충 테치!"

"와타치가 사육실장이 될 절호의 기회를 방해할 심산인 테치?"

"레에에엥 때리지 마는 레치! 오마에타치도 죽기 싫으면 오네챠 말 듣는 레에에에엥"

친실장이 생각에 빠진 동안, 차녀와 삼녀는 친실장과 같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흥분한 나머지 엄지를 때리고 있었다.

사녀는 친실장 곁에서 여전히 불안한 표정으로 이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들, 그만하는 데스."

친실장이 차녀와 삼녀를 제지했다. 

"오마에 엄지. 그렇게 가기 싫으면 오마에는 안 가도 좋은 데스. 그 냄새나는 골판지에서 평생 사는 데스. 자들은 마마 따라서 가는 데스. 이제 사육실장이 되러 닝겐상을 찾아 떠다는 데스."

"레에...마마....?"

자신을 버리는 친실장의 말에 어안이 벙벙한 엄지는 고개를 들어 친실장을 쳐다보았다.

"치프프픗. 이제서야 가는 테치."

"테퍄아아아~ 신나는 테치! 마마 빨리 가는 테치! 이제부터 세레브한 생활의 시작인 테치!"

"자들, 저 분충은 무시하고 마마를 따라서 밖으로 나가는 데스."

"네 테치."

친실장이 막 문을 나서려던 때였다. 

"사녀챠아아아아! 제발 오마에만이라도 가지 마는 레챠아아아아아아!"

"테에...! 오네챠...!"





어느 새 다시 일어난 엄지가 사녀에게 달려들어가, 사녀의 팔을 막무가내로 잡고 놔주지를 않았다.




자신의 오른팔을 잡으며 울부짖는 장녀를 사녀는 매우 난감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오네챠... 이거 놓는 테치...! 마마가 와타치보고 나오라고 한 테치..."

"안 돼 레치! 사녀챠 가면 안 되는 레치! 닝겐상을 만나면 죽어 레치! 오마에는 와따찌가 유일하게 가족으로 생각하는 이모우토챠인 레치! 그러니깐 제발 죽으면 안 되는 레치! 가면 안 돼 레챠아아아아아!"

"오...오네챠... 진짜로 죽는...테챠아아아아앗!"

친실장이 엄지에게서 사녀를 낚아채어 높이 들어버렸다.

그 바람에 손을 놓은 엄지는 그대로 바닥에 엎어져버렸다. 

"레챠아아아아앗! 레에에에엥....레에에에에엥...."

양 무릎이 까졌다. 머리도 찧었다. 피가 나는 것 같았다. 아팠다. 

엄지의 두 눈에서는 적녹의 눈물이 나왔다.

단순히 상처가 나서 아팠기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는 위석이 아팠다.

이번에도 자신은 자매를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치이....치이...."

간신히 눈물을 훔치고 고개를 들은 엄지 앞에는 한쪽 입구(입구라고 해봤자 통상 골판지 상자의 윗부분이지만)가 훤하게 열린 채로 있었다.

거기에 어미와 자매들은 없었다. 아마 이미 출발한 직후인 것 같았다.

"오네챠... 차녀 오네챠... 도와줘 레치... 어떻게 해 레치..."

이제는 하늘나라에 있는 언니들을 부르며 엄지는 무의식적으로 일어났다. 양 무릎에서 피가 흐르고 따꼼따꼼했지만, 어떻게든 참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번에는 사녀를 잃기 싫었다. 아니, 잃을 수 없었다.

비록 겁쟁이인데다가 다소 비겁하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자신보다 마마를 더 좋아했던 동생이지만, 그래도 유일하게 자신에게 잘해주는 가족.

엄지는 비틀비틀 골판지 문을 나섰다.

저 멀리 친실장과 세마리 자실장들이 보였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엄지는 이미 발을 떼고 있었다.


토요일 오전 10시. 공원에는 사람이 많다.

점점 더워지는 날씨에서 알 수 있는 포근한 봄의 작별을 아쉬워하는 듯이, 늦봄의 따스함을 즐기기 위해 꽤 많은 사람들이 이곳 공원에 나와 있었다.

솔솔 부는 상큼한 바람과 아직 뜨겁지 않은 햇빛을 안주삼아 정자에서 장기를 두는 어르신들, 간만의 주말을 맞아 지하철역 근처에 있는 공원 입구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짝을 기다리는 혹은 만난 커플들, 늦게까지 계속 놀 작정으로 일찍 친구들을 만난 즐거운 아이들.

많은 사람들이 공원에 나와 있었다. 그 바람에 평소에 드문드문 공원의 여러 장소에서 간헐적으로 출현하던 들실장들은 지금 다른 곳에 가있었다.

“데챠아아아아앗! 데스데스! 데스데스웅.”

“데퍄아아아! 데스데스! 데스데스!”

“데스데스데스. 데스데스. 데프프픗.”

“얘들아 밀치지 마. 많이 있단다. 아이 귀여워라~”

매주 토요일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오는 실장석 애호 모임에서는 이곳 공원에 실장푸드를 뿌린다.

비록 이 곳이 넓은데다가 사람이 많이 오는 공원이라 하더라도, 이 공원에서 살고 있는 들실장의 생활은 비참하다.

때문에 이들에게 있어 애호 단체의 식량 및 구호물품 배급은 사막의 오아시스와도 같다.

“데챱데챱데챱데챱. 데스데스!”

“데스데스데스. 데프프프픗.”

“테치테치! 테츄우.”

먹이를 허겁지겁 입 안으로 주워담는 개체, 혹은 비닐봉지나 턱받이 등의 자신들만의 가방에다가 먹이를 넣어두는 개체, 아예 자들까지 데리고 나와서 음식을 먹는 개체들도 있다.

친실장 일가의 집은 지금 들실장들이 삼삼오오 모여 먹이를 먹고 있는 공원 뒤편의 자연림 근처에 있었다.

때문에 이들이 자신들의 보금자리가 위치한 숲을 빠져나오자 처음 본 것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실장푸드를 뿌리고 있는 인간들이었다.

“마마! 저기! 저기 좀 보는 테치!”

차녀가 실장푸드를 먹는 들실장들을 보고 눈을 빛내며 친실장의 손을 끌어당겼다.

“저쪽! 저쪽에 테치! 우마우마한 푸드들을 닝겐상들이 주고 있는 테치!”

“테에에! 오네챠 말이 맞는 테치! 저기 닝겐상들이 있는 테치!”

“저렇게나 먹이를 많이 가지고 있다니... 저 닝겐상들을 주인 사마로 삼는 테치! 와타치가 매로매로시켜서 와타치타치 모두 사육실장이 되는 테치!”

하지만 친실장은 묵묵부답이었다. 각각 삼녀와 사녀를 잡은 양 손을 놓지 않은 채로, 멈추지 않고 계속 걸어 나갈 뿐이었다.

“테에에에? 마마! 와타치 말 안 들리는 테치? 저쪽에! 닝겐상들이 있는 테치!”

친실장은 멈춰 섰다. 귀찮다는 듯 한 표정을 지은 채로 삼녀 옆에서 재잘거리는 차녀 쪽을 돌아봤다.

“저 닝겐상들은 와타시타치를 길러주지 않는 데스우.”

“테에? 마마. 정말인 테치?”

“저길 보는 데스.”

한 성체실장이 자신의 자를 안아들어 먹이를 뿌리는 애호 단체의 아줌마에게로 다가간다.

“데스우...”

“테츄웅~?”

“응? 아... 미안. 우리는 너희들을 키우지는 않아~”

자를 높이 치켜들고 우두커니 서있는 성체실장을 무시하며 이들은 먹이를 마저 뿌리고, 이내 다른 곳으로 가서 먹이 주기를 재개했다.

친실장은 멋쩍은 듯이 자를 내렸다. 이들 모자는 시무룩해져서 고개를 땅으로 숙였다. 이를 보고 주변의 들실장들이 이들을 비웃어댔다.

“데프프프프픗.”

“데프프프프픗.”

“자들은 잘 본 데스?”

친실장은 차녀와 삼녀를 향해 의기양양하게 말을 걸었다.

“마마도 처음에는 저 친절한 척하는 닝겐상들에게 와타시의 일가를 부탁할까 고민을 많이 했던 데스. 그치만 마마가 쭉 지켜본 결과, 저 닝겐상들은 실장석을 기를 생각은 없어 보이는 데스. 방금 봤던 멍청한 분충처럼 그것도 모르고 탁아를 하려한 분충들을 마마는 많이 봐왔던 데스.”

“알겠는 테치.”

“다른 닝겐상을 찾는 테치.”

두 자실장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사녀만 빼고.

“사녀챠? 사녀챠? 알겠는 데스?”

“사녀 이모우토챠. 마마가 부르는 테치.”

차녀가 흔들자 그제야 푹 숙였던 고개를 치켜든 사녀는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테에! 마마! 알겠는 테치..”

“그러면 가는 데스.”

사녀가 자신의 말에 웃으며 응대하는 것을 본 후에야 친실장은 몸을 돌려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이들이 애호 단체를 지나치는 와중에도, 여러 방면에서 들실장들이 먹이 냄새를 맡고 마구 몰려왔다.

‘저 쪽의 분충들은 먹이에만 정신이 팔려서 사육실장이 될 절호의 기회를 놓친 데스웅. 데프프프픗. 그렇게 사육실장으로 삼아주지도 않는 똥닌겐들이 주는 먹이나 처 먹으면서 비참하게 들 생활을 지속하란 데스. 데프프픗.’

친실장은 얼굴에 조소를 띄우며, 양 팔에 느껴지는 두 자의 작은 손을 꼬옥 잡았다. 이 귀여운 자들이, 세상에서 가장 세레브하고 아름다운 자들이 자신을 사육실장으로 만들어주리라. 인간을 매로매로 시키리라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러나 친실장의 왼쪽 손을 잡고 있는 사녀는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자꾸만 자신을 절박하게 붙잡던 엄지의 모습이 시야에 떠올랐고, 그 비명소리가 위석을 울렸다.

‘정말인 테치? 거짓말이 아닌 것처럼 보였던 테치..’

“텟테로게~ 사육실장이 되는 테치~”

“텟테로게~ 오늘 와타치에게 닝겐상들은 모두모두 매ㅡ로매로 되는 테치~”

사녀도 다른 자매들처럼 오늘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전날 아침에 장녀의 폭로를 듣기 전까지는. 콘페이토도, 분홍빛 사육실장복도, 일가 모두가 화목하게 지내는 것도. 항상 기대해왔다.

그러나 장녀는 이제 사육실장이 되어 화목한 생활을 누릴 수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장녀는 사육실장이 될 기회를 ‘포기했다.’

‘어째서인 테치...?’

사녀의 견해에 따르면 사육실장이 된 이후에는 풍족하게 살 수 있기 때문에 일가가 엄지를 희생하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오히려 장녀는 다른 자매들보다 더욱 더 세레브한 사육실장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하는 게 맞다고 사녀는 생각했다.

물론 위석에 새겨진 본능이 있기 때문에 친실장과 차녀, 삼녀가 사육실장이 된다 해도 엄지를 괴롭히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적어도 사녀가 생각하기에는 엄지는 자신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절호의 기회를 스스로 차버렸다.

‘그런데도 엄지 오네챠는 사육실장 따위 되고 싶지 않아했던 테치. 마마의 연습도 거의 맨날 건성건성한 테치. 혼나기 싫어서 마지못해 하는 것처럼 보인 테치.’

공원 뒤편의 공터를 가로질러 이들은 인간들이 듬성듬성 앉아있는 마찬가지로 공원 뒤편의 산책로에 왔다.

“자들! 이제 거의 다 온 데스! 저 쪽에 닝겐상들이 많이 있는 게 보이는 데스? 저기서 적당한 닝겐상을 하나 골라서 주인사마로 삼으면 되는 데스.”

벤치에 앉아있거나 운동 혹은 산책을 하는 여러 인간들을 보고 차녀와 삼녀가 기대에 부풀어 ‘츄아아앗~!’, ‘다 온 테치이이이!’ 따위의 소리를 질렀으나, 상념에 빠진 사녀의 귓가에는 들리지 않았다.

‘더군다나 와타치에게 필사적으로 사육실장이 되기를 말린 거나, 오늘 아침에 죽어도 안가려고 떼를 쓴 것을 보면.... 엄지 오네챠가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은 보이지 않는 테치..’

그러나 자신의 ‘마마’인 친실장이 자신에게 거짓말을 했을 리도 만무하다, 마마는 엄지가 거짓말을 하고 있으며, 자신들을 질투하여 사육실장이 못되게 하려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테치.’

뭐하러 장녀가 질투를 한단 말인가?

‘마마의 말대로라면 와타치타치 중에서 아무나 인간을 매로매로 시키는 데에 성공하면 모두 다 사육실장이 될 수 있는 테치. 그런데... 질투한다고 해서 행복해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포기하는 테치?’

의문점은 그 뿐만이 아니었다.

‘장녀 오네챠가 어제 와타치에게 그런 말을 한 걸 들켰을 때에도, 오늘 안 간다고 소리지르면서 와타치를 잡은 걸 봤을 때에도... 마마는 그렇게 화를 내지 않았던 테치.’

만약 정말로 장녀가 거짓말을 했다면 일가의 앞길을 막으려 한 엄지는 크게 혼나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마마는... 엄지 오네챠가 그런 말을 했을 때, 그냥 얼렁뚱땅 넘어간 테치. 예전에 있던 오네챠들이 어떻게 집을 나가게 되었는지도 자세히 설명도 하지 않고, 그냥 거짓말이라고만 둘러 댄 테치.’

자신들이 거짓말에 속지 않기 위해 애써 해명하고 엄지를 크게 혼내야 할 판에 대충 넘어가는 친실장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사녀의 머릿속에 친실장의 당황하는 모습이 스쳐지나갔다.

‘이젠 진짜 모르겠는 테치... 뭐가 진짜인지 헷갈리는 테츄....’

사녀가 혼자 번민하고 있을 사이에 나머지 실장들은 인간 구경에 여념이 없었다.

“마마! 저 머리가 길고 몸도 길다란 닝겐상은 어떤 테치? 예쁜 닝겐상이라 예쁜 와타치의 주인사마로 딱일 것 같은 테치.”

흰색 블라우스를 입으며 공원을 가로질러 가고 있던 어떤 여성을 가리키며 삼녀가 친실장을 바라보았다.

“데에.. 아닌 데스.”

“그러면 저 닝겐상은 어떤 테치?”

마찬가지로 공원을 지나가는 한 중년 여성을 차녀가 가리켰지만, 친실장은 신경조차 쓰고 있지 않았다.

“테에에에에? 마마! 빨리 닝겐상에게 길러지고 싶은 테치! 사육실장이 빨리 되고 싶은 테치! 마마는 왜 자꾸 망설이는 테치이!”

친실장이 찾고 있는 것은 남자 인간이었다.

사육실장이 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자신들을 버리지 않기 위해서는 인간 주인님과의 결실이 필요했다. 이를 통해 끊을 수 없는 관계를 맺기를 원했다.

친실장은 언젠가 들었던 흑발의 자를 원했던 것이다.

“어딨는 데스우... 어디에 있는 데스..”

“테챠아아아아! 마마! 빨리빨리 사육실장 하는 테치!”

“사녀 이모우토챠! 오마에도 좀 뭐라고 말을 해보는 테치! 마마가 가만히만 있는 테치!”

“테치...?”

삼녀의 말을 들은 사녀가 사고의 바다 속에서 정신을 차림과 동시에 친실장이 갑자기 크게 소리쳤다.

“데에! 저기 찾은 데스!”

“테챠아아! 마마 깜짝 놀란 테치!”

“하마터면 또 빵콘할 뻔한 테츄우..”

“데에? 그랬던 데스? 설마 진짜 빵콘하지는 않았던 데스?”

“그러지는 않은 테치.”

친실장은 안도의 한숨을 쓸어내리며 자신의 오른쪽 전방 45도에 있는 가까운 벤치에 앉아 있는 한 젊은 남성을 가리켰다.

“자들, 저기 보는 데스. 저 쪽에 앉아있는 닝겐상이 와타시타치의 주인사마가 될 닝겐상인 데스.”

“테에에...”

“어서 가는 데스! 자들! 마마가 여태까지 가르쳐 주었던 것들을 뽐낼 시간인 데스. 자들의 세레브함으로 저 닝겐상을 매로매로시키는 데스!”

“테챠아! 가는 테치!”

“치프프프픗. 이제 닝겐상은 와타치에게 매로매로 되는 테치.”

“....”

이들은 벤치에 앉아있는 한 젊은 남자에게 다가갔다.

친실장은 문득 저번에도 젊은 남자에게 갔다가 실패했다는 것을 상기했지만, 이내 행복회로가 이를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실패할 리가 없는 데스. 이번 자들은 하나같이 귀여운 자들인 데스.“

저번의 자들은 그러면 귀엽지 않았단 말인가?

그런 비판 의식은 이미 행복회로에 의해 사라진지 오래이다. 친실장의 눈에는 이제는 기억도 안나는 죽어버린 자들에 비하면 이번의 세 마리가 훨씬 세레브하고 사육실장에 가까워보였다.

특히 자신의 자랑인 사녀는 어느 인간이라도 키우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라고 생각했다.

“데스데스데스.”

“테치테치.”

“치프프프픗.”

“...뭐야?”

핸드폰 속의 상대와의 대화에 열중하느라 주변의 경관에 눈길조차 주지 않던 남자는 문득 자신에게 다가오는 녹색의 생물을 눈치 챘다.

“된 데스. 닝겐상이 와타시타치를 본 데스. 그러면 자들, 이제 닝겐상을 매로매로시킬 시간인 데스! 자, 시작하는 데스!”

벤치에 앉은 남자와 약 1미터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실장석 일가는 남자를 향해 아첨을 날리기 시작했다.

“데츄우우웅~?”

“테츄우우우우웅~”

“테츄우웅~ 테츙테츙~”

“테츄웅~”

사녀 역시 막상 인간을 보자, 친실장에게 훈육 받은 대로 아첨을 시작했다.

다른 자매들 역시, 다리를 최대한 오므리며 한쪽 고개를 갸웃한 채로 입 주변에 한 손을 가져다대는 아첨 자세를 연신 취했다.

“테츄우우우웅~ 닝겐상은 와타치에게 매로매로되는 테츄웅~”

“테츄웅~ 테...테츄웅~ 빨리빨리 매로매로 되는 테츄웅~ 왜 가만히만 있는 테츄...웅?”

“아이 씨발 왜 참피새끼들이 꼬이는 거야.”

그러나 남자는 이들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자리를 뜨고 일어나 가버렸다.

“테에에? 주인사마 가지 마는 테치!”

“이...이상한 데스? 왜 매로매로가 안되는 데스???”

자신들의 애교를 보았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가버린 남자의 처사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마마... 저 닝겐상 왜 그냥 가버린 테치?”

“테에에...”

“무시하는 데스. 저 똥닌겐은 자들의 매력을 이해하지 못하는 그야말로 똥닌겐인 데스. 다른 닝겐상을 찾아보는 데스.”

다시금 우두커니 자리에 서서 친실장은 사육주가 될 대상을 물색했다. 그리고 얼마 떨어지지 않은 벤치에 앉아있는 한 남성을 찾아냈다.

“뎃슨! 바로 저기인 데스! 자들, 어서 가는 데스.”

“알겠는 테치..”

하지만 세 마리의 자들은 방금 전과 달리 모두들 풀이 죽은 기색으로 멍하니 친실장을 따라갔다.

그 중 두 마리는 자신들의 필살 애교가 인간에게 통하지 않았다는 데에서 꽤나 충격을 받은 듯 했다.

“와타치.. 귀엽지 않은 테치?”

“닝겐상은 왜 와타치에게 매로매로가 안 된 테치?”

반면 사녀는 다른 의미에서 충격을 받았다.

‘분명히 마마는 와타치타치가 애교를 부리면 반드시 매로매로된 닝겐상들이 키워준다고 말했던 테치. 그치만 마마 말대로 되지가 않았던 테치..“

이제 사녀는 친실장에 대한 의혹이 점차 커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면 마마도... 와타치에게 거짓말을 한 테치?’

“데프프프픗. 자들! 다시 하는 데스. 이제 세레브한 삶을 누리기 위해 닝겐상을 매로매로 시키는 데스. 가는 데샤앗!”

앞선 경우처럼 친실장은 이 남성이 앉은 벤치로부터 1미터 정도 떨어진 앞까지 간 후에 자들에게 아첨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남성은 친실장 일가가 다가오는 동안에 양 손을 벤치의 위쪽 가장자리를 따라 쭉 펼치고, 고개를 최대한 뒤로 젖혀 하늘을 바라보고만 있을 뿐, 별다른 기색을 내뿜지 않았다. 그의 한 손에는 유명한 캔커피 상호가 적인 깡통이 하나 쥐어져 있었다.

“데스데스!”

친실장이 남자를 불렀지만, 남자는 아무 반응도 없었다.

좀 더 크게 친실장은 남자를 불렀다.

“데즈우....데스데스! 데스데스! 데스데샤아아!”

“테에에...”

비로소 남자가 고개를 내렸다. 남자의 얼굴은 피로에 찌들어 있었고, 비몽사몽한 눈은 게슴츠레 떠 있었다.

“된 데스! 자들, 이제 시작하는 데스.”

“아 잠깐 자버렸네... 뭐야?”

20분 전까지 마감기한이었던 과제를 제출하느라 자신의 자취방에서 밤을 꼴딱 샌 남자는 과제 제출 후, 잠시 공원에 나왔었다.

휴식도 하고 잠도 깰 겸 캔커피를 사들고 벤치에 앉아 쉬는 사이에 남자는 잠깐 졸았다. 기말 기간인지라 내일 자정에도 제출해야 할 과제가 있었다.

그런 피곤에 찌든 남자의 눈앞에 보인 것은 자신을 향해 애교를 날려대는 더럽고 퀴퀴한 냄새가 나는 들실장 일가였다.

“데츄우우웅~”

“테츄우우우우웅~”

“테츙 테츙~!”

“테츄웅~”

남자는 멍한 눈빛으로 이들을 응시했다.

“테프프프픗 와타치에게 매ㅡ로매로 되어서 정신을 못차리는 테치?”

“테츄우우웅~ 이제 새로운 행복인 테치~”

“... 좀 가라..”

이 말을 나지막하게 내뱉은 후, 남자는 이번에는 힘없이 고개를 아래로 툭 떨궜다. 퀭한 눈을 내리깔면서 계속 멍한 시선을 땅으로 향하고 있었다.

“텟츄우우웅~ 마마... 저 닝겐상이 뭐라고 한 테치...?”

“테에...와타치... 가라고 들은 테치..”

친실장은 매우 당황했다. 왜 이번에도 자신들의 애교가 통하지 않는단 말인가? 왜 이처럼 귀여운 자신의 자들의 아첨에 매료되지 않는 건가?

‘와타시타치가 작아서 잘 보이지 않는 데스...?’

아마도 그럴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의 자들의 애교를 제대로 보고서 매로매로되지 않는 인간은 없기 때문이다, 라고 친실장은 생각했다.

“자들, 좀 더 가까이 가는 데스웅. 그리고 사녀챠.”

친실장은 사녀를 바라보았다.

“이리 오는 데스. 마마의 손에 안겨서, 닝겐상 바로 앞에서 사녀챠의 매력을 보여주는 데스.”

“테에에에? 마마! 그거 와타치가 할래 테치! 와타치가 닝겐상 가까이 가고 싶은 테치!”

“와타치도 주인사마에게 단독으로 애교를 보여주고 싶은 테치잇...”

친실장은 사녀를 들어서 인간 앞에 가까이 보여줄 생각이었다. 양 손으로 사녀의 몸을 안아 들려던 찰나, 사녀가 갑자기 빠져나왔다.

“테엣... 마마... 와타치 그냥 여기 있는 테치..”

“시간이 없는 데스! 어서 빨리 마마의 말을 듣는 데스!”

하지만 왠지 사녀는 그러기가 싫었다. 엄지 오네챠의 말도 계속 마음에 걸렸다. 엄지가 말한 것처럼 자신의 예상보다 훨씬 큰 인간을 마주하면서 뭔가 불길함을 느낀 것이다.

“테에에에? 마마! 그럼 와타치가 하는 테치! 테프프픗. 사녀챠는 주인사마에게 사랑받을 기회를 놓치는 테치~ 소심한 건지 멍청한 건지 모르겠지만, 이 차녀 오네챠가 먼저 주인사마를 독차지 하는 테츄웅~”

“테치잇! 차녀 오네챠! 와타치한테 양보해주는 테치이...”

“싫은 테치.”

우물쭈물할 시간이 없다고 친실장은 생각했다. 또 방금 전에 자신의 자를 제대로 보지 못한 인간처럼 가버리는 것은 싫었다.

“사녀챠. 이따가 주인사마의 집에서 마마랑 얘기 좀 하는 데스. 뭐, 차녀챠도 충분히 사녀챠만큼, 아니 사녀챠보다 세레브한 데스우~”

“마마 미안한 테치...”

친실장은 차녀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밑에 있는 두 마리의 자를 이끌고 더욱 남자에게 가까이 갔다.

“데츄웅~ 차녀챠, 어서 닝겐상, 아니 주인사마를 매로매로하는 데스. 밑에 있는 자들도 계속 아첨하는 데스!”

친실장은 차녀를 자신의 앞머리 높이까지 들어보였다. 그리고 지금 시선을 아래로 떨구고 있는 남자의 눈에 차녀를 보이기 위해, 가까이, 더욱 가까이 갔다.

“테츄우우웅~ 테츄우우우웅~”

“테츙! 테츙테츙!”

“테에....테츄우웅...”

“데프프프픗.”

“...지랄하지 말고 좀 가라. 벌레새끼들아. 나 지금 존나 피곤해서 개짜증나니깐.”

남자는 실장석을 학대하며 쾌감을 얻는 부류도, 실장석을 마구 죽이는 부류도 아니었다.

그저 공원의 유해조수인 실장석 따위에 무관심한, 피하고 싶은 생물이라고만 생각하는 일반 대학생일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 남자는 매우 화가 나 있었다.

카페인을 섭취하면서 잠깐 앉아있는 찰나의 휴식을 이들에게 방해받았기 때문이다.

“테프프프프픗. 테츄웅~”

“치프프프픗.”

“데스데스데스. 데프프픗.”

그러나 이를 알 리 없는 친실장은 남자에게로 자꾸만 다가갔다.

이제 인간의 검은 머리칼이 보이는 뒤통수를 지나, 인간이 숙인 고개가 드리우는 회색빛 그늘 아래로 들어간다. 차녀를 여전히 위로 치켜든 채로.

그 뒤를 바짝 삼녀가 뒤따르고 있다. 사녀는 인간에게 더 이상 다가가기를 조금 주저하는 듯하다.

어찌되었든 이제는 자신의 시선 위쪽에는 하늘이 아니지만 더욱 하늘같은 미래의 주인님의 얼굴이 자리잡고 있었다.

“데프프픗. 부끄러움 많은 닝겐상. 이제 닝겐상의 얼굴이 보이는 데스~”

친실장은 더욱 차녀를 높게 치켜들었다.

차녀와 남자의 얼굴의 거리는 채 20cm도 안되었다.

“주인사마! 와타치 잘 부탁드리는 테치. 테츄우우우웅~”

“데프프프픗. 이렇게 가까이서 보면 자의 매력에 안 넘어가고 배길 리가 없는 데스.”

“테츙 테츙~ 차녀 오네챠 부러운 테치..”

남자는 코를 찌르는 듯한 냄새가 물씬 가까이 다가옴을 느끼고 코를 씰룩거렸다. 눈을 욱실거렸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차녀는 연신 눈을 깜빡거리며 남자 앞에서 몸을 배배꼬며 아첨 자세를 취하며 웃어댔다.

“테프프프픗. 테츄우웅~”

“이 좆같은 새끼들이 기어이 나를 빡치게 하네.”

“데에....?”

이상했다.

남자는 차녀를 보았음에도, 쓰다듬어주거나 귀여워해주기는커녕 오히려 아래로 구부렸던 허리와 고개를 꼿꼿하게 치켜세웠다. 그리고 벌떡 일어섰다.

“테츄웅... 테에에? 또 가...가버리는 테치? 주인사마 가면 안 되는 테치! 테츄우우웅~ 매로매로 되라 테치~”

‘매로매로... 안 된 데스?’

그 순간 친실장은 갑자기 위쪽이 아닌 정면에 무언가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데에?’

시선을 정면으로 향했다. 뭔가 날아오는 것이 보였다.

퍼어억!

“데갸아아아아악!”

“테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다지 힘이 들어가지는 않은 남자의 오른발 끝은 정확히 친실장의 복부를 가격했다.

그러나 그 정도 힘으로도 친실장과 차녀를 남자의 허리 정도의 높이까지 들어버리는 데에는, 그리고 5미터 가량 날려버리는 데에는 충분했다.

“테챠아아아아아아! 마마아아아악!”

“데갸아아아아악! 차녀챠아아아아!”

친실장은 자신의 팔을 뻗어 차녀를 잡으려 했다. 이 정도 높이에서 자실장이 떨어지면 위석 처리가 되어 있지 않는 한 즉사이다.

“데햐아아아 데햐아아아아! 차녀챠! 마마를 잡는 데갸아아아악!”

지뱃.

공중에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옆으로 떨어진 친실장은 왼쪽 머리와 복부에서 상당한 양의 피를 흘려댔다. 이미 왼쪽 팔은 몸뚱아리에 깔려 살점까지 으스러진지 오래였고, 왼쪽 다리 역시 뼈가 피부를 뚫고 나와있었다.

“아픈 데챠아아아아아아! 와타시의 팔이! 와타시의 다리가아아아아! 데에에에! 차녀챠아아아아아아아!”

친실장보다 더 앞쪽에 떨어진 차녀는 이미 바닥에 자신의 전신을 토마토 페이스트처럼 흩뿌린 채로 죽어있었다.

차녀의 머리, 다리, 팔, 그리고 몸 안에 들어있던 것들... 모두가 바닥에 퍼져서 빨간색과 초록색의 형태로 퍼져있었다.

“차녀챠! 어째서.... 차녀챠아아아아!”

울부짖는 친실장의 시야에는 점차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남자가 보였다.

“이 새끼들아. 나 더 이상 건드리지 말랬지? 씨발 사람 말 알아처먹는다는 거 죄다 거짓말 아냐? 이렇게 좆같이도! 말을! 안 듣는데! 이 벌레 새끼들아!”

“데갸악! 데갸아아악! 데챠아아아악!”

피로에 지친 울분을 토해내듯이 남자는 친실장의 그나마 멀쩡한 오른쪽 전신을 마구 발로 가격했다.

“데챠아아아앗! 아픈 데스! 괴로운 데스! 닝겐상 제발 그만하는 데챠아아아아아!”

폭력이 멎었다.

‘데에... 와타시의 절규가 닝겐상을 매로매로시킨 데스...?’

하지만 이는 착각이었다.

순간의 분노로 인해 이성을 잃고 들실장을 때리기 시작한 남자는 아차 싶어 문득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주변에 사람은 없었다. 남자는 한숨을 쓸어담고, 마저 자신의 쌓인 분노를 앞의 들실장에게 풀었다.

“이 좆같은 해충 새끼가. 공원에 한번 구제 민원 넣어야 정신차리지? 아 씨발 너 말고 다른 벌레들 말야. 넌 오늘 여기서 나한테 뒤지고.”

“데갸아아아악! 데갸아아아아아악!”

남자의 무자비한 오른발은 친실장의 초라한 가드를 뚫고 피에 젖은 몸뚱이를 마구 가격했다. 그러더니 몰골이 된 왼쪽 다리로 가서 이를 완전히 짓이겨버렸다.

“데챠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남자는 오른쪽 다리마저 부러뜨렸다.

뚜둑! 우두둑! 우지지지직!

남자의 발이 짓무르고 있는 친실장의 오른쪽 다리에서 뼈와 살점이 터지는 소리가 났다.

“아픈 데챠아아아아아아아!”

친실장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 몸을 마구 비틀었다. 그나마 움직일 수 있는 오른팔을 휘저으며 연신 몸부림쳤다.

“데챠아아아아아아아! 데챠아아아아아!”

“크크크크 어떠냐 이 똥벌레야. 이제야 네가 나한테 몹쓸 짓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냐?”

한편 벤치 근처에서는 삼녀와 사녀의 실랑이가 한창이었다.

“테에에에에에엥 테에에에에엥. 닝겐상이 마마를 죽이는 테에에에엥. 차녀 오네챠를 죽여버린 테에에에에엥”

“오네챠아아! 빨리 피해야 하는 테치! 제발 움직이는 테챠아아아아!”

속옷에서 배어나온 운치를 마구 흩뿌리며 바닥에 주저앉은 삼녀의 팔을 사녀가 다급히 낑낑대며 당기고 있었다.

그러나 패닉에 빠진 삼녀는 그저 작은 목소리로 절망을 주절거릴 뿐이었다.

“다 틀린 테치.. 이대로 저 똥닌겐한테 다 죽어버리는 테에에에엥”

“일단 몸을 피하는 테치! 제발 움직여보는 테챠아아아!”

남자는 현재 친실장을 괴롭히는 데에 빠져있었다. 다리를 죄다 분질러버린 후, 남자는 친실장의 목을 발로 서서히 짓눌렀다.

“데카아아아아아아아악! 데켁! 데케에에에엑!”

숨을 쉬지 못하는 친실장은 괴로워하고 있었다. 몸을 바둥거리면서도 최대한 숨을 들이마시려 코와 입을 필사적으로 낼름거렸지만, 도저히 폐까지 신선한 공기가 닿지를 않았다.

“괴롭냐? 나도 아까 니들이 내는 좆같은 냄새 때문에 숨을 못 쉬었거든?”

친실장은 지금 딱 두 가지를 바라고 있었다.

첫 번째는 이 고통이 빨리 끝나는 것. 인간이 마음이 바뀌어 자신을 때리지 않으면 좋겠지만, 그럴 기미가 도저히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차라리 빨리 파킨해서 더 이상 고통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로는 아직 인간이 발견하지 못한 삼녀와 사녀가 무사히 도망치는 것이었다. 두 자들이 자신 없이 어떻게 살지 생각하면 막막했지만, 일단은 이 자리를 최대한 모면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데게에에엑..데게에엑...”

“그러고보니 아까 내가 차버린 새끼 말고 두 마리 더 있었지?”

“데헤에에엑! 데케에에에에엑! 데캬아아아아악!”

“이 새끼가 꼴에 어미라고 새끼 얘기하니깐 흥분하네. 거봐. 인간 말을 이렇게 잘 알아먹는 녀석들이 왜 아까는 내 경고를 조또 씹었을까? 응?”

남자는 이제 친실장의 목을 서서히 짓누르지 않았다. 그 대신, 다리를 빠르게 들었다 놨다 하면서 친실장의 목과 가슴팍을 연신 밟아댔다.

“데갸악! 데갸아아악! 데흐아아아악!”

“걱정 마, 이 새끼야. 일단 제일 좆같은 너부터 조지고 두 새끼도 같이 사이좋게 하늘나라로 보내줄게. 어차피 너희같은 공원 벌레새끼들 뒤진다고 관리인도 뭐라하지는 않으니깐. 샅샅이 뒤져서 꼭 같이 죽여줄게. 그러니깐 오늘 나를 건드리지 말았어야지 씨발! 새끼! 들아!”

친실장은 점차 호흡 곤란으로 정신을 잃어가고 있었다. 보이지는 않았지만, 위석이 점차 거무스름해지고 금이 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너무나도 아팠다.

상반신의 뼈가 다 으스러져 내장을 찌르고 있는 것이, 목뼈가 바깥으로 튀어나와 대량의 피를 흘리고 있는 것이.

그리고 자신의 육체뿐만 아니라, 소중한 두 자들이 곧 저 인간에게 죽어버린다는 사실이.

하지만 자신은 무력했다.

‘데에에엑....자들... 어서...최대한..... 멀리....피하는.....데스....’

비명을 내지를 힘도 사라진 친실장은 혼미해져가는 정신 속에서 간신히 자들의 안녕을 빌었다.

파킨!

그리고 친실장의 두 눈알은 탁한 회색으로 변했다.

“후우 씨발 일단 제일 큰 새끼 해치웠고.”

축 처진 친실장의 오른팔과 회색빛으로 변해 생기를 잃은 두 눈을 본 남자는 뭔가 후련함을 느꼈다.

“약속대로 다음은 네 새끼 벌레 두 마리 차례다 씨발.”

분명히 작은 새끼들은 벤치 가까이에 있을 것이라 생각한 남자는 뒤를 돌았다.

“하아 이 벌레 새끼가 진짜..”

거기에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 양 손을 눈가에 가져다대고 울고 있는 자실장 1마리만 있었다.


집을 나선 엄지는 먼저 간 자신의 친실장을 쫓아 열심히 달려갔다.

뒤쫓아온 엄지가 말린다고 친실장의 의지가 변할 리는 없겠지만, 왠지 엄지는 자신이 가지 않으면 사녀가 저번처럼 인간의 손에 죽어버릴 것만 같아 불안했다.

조그마한 자신이 간다고 해서 인간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엄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가지 않고는 못견딜 것만 같았다.

비록 크기 차이로 인해 친실장의 한 걸음을 뒤쫓기 위해서 엄지는 몇 달음이나 뛰어야 했지만, 다행히도 친실장을 시야에서 놓치지 않고 꾸준히 뒤쫓아올 수 있었다.

공원의 애호파들을 보거나, 산책로의 여러 인간들을 구경 혹은 물색하거나, 먼젓번의 인간에게 탁아 시도를 하느라 이들이 자주 멈처섰기 때문이었다.

엄지는 멀리 보이는 친실장과 자신의 동생들을 주시한 채 한걸음 한걸음씩 달려왔다.

저 앞에 차녀를 들고 다른 인간에게 재차 탁아시도를 하려는 친실장의 옆모습이 보였다. 사녀는 친실장의 조금 뒤쪽에서 소극적으로 애교를 부리고 있었다.

"레힉..레힉.. 이제 다 온 레치!"

친실장이 인간에게 다가가는 동안, 엄지 역시 이들에게 점차 가까이 다가왔다. 인간은 다행히도 작은 엄지의 접근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갑자기 커다란 인간이 일어선다. 

"레에...."

엄지는 서서히 달리는 것을 멈추었다. 뭔가 불안했다.

그리고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인간이 발을 움직여 친실장을 걷어 차버린다.

"마....마마...."

친실장이 공중에 떠서 차녀를 놓치고, 차녀는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져 터저버린다.

친실장 역시 저 멀리까지 날아가서 땅에 처박힌다. 인간은 한 달음에 친실장에게 온 후에 그 커다란 다리로 마마를 마구 짓밟는다.

"마마....마마....마마아아아아! 레챠아아아아아!"

소리를 지르며 엄지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두려움에 다리가 떨렸다.

브리릿.

무서운 나머지 평소에 해본 적도 없는 빵콘을 해버렸다.

비록 친실장이 미웠지만 그래도 마마는 마마. 엄지가 친실장에게 느끼고 있던 감정은 애증이었다. 생을 의지해왔고 본능적으로 기대왔던 존재가 무자비하게 폭행당한다. 죽을지도 모른다. 아니, 죽을 것만 같았다.

"레에에....레에에..."

인간이 너무나도 무서웠다. 왜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아서 이 꼴이 났냐는 생각 따위는 들지도 않았다. 그저 자신이 목도하고 있는 믿을 수 없이 커다란 존재가 믿을 수 없이 잔인한 폭행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무서웠을 뿐이었다.

그날 짓밟힌 자신의 언니들이 생각났다.

"오네챠....차녀 오네챠아....히끅...레에! 사녀챠!"

자매들을 떠올리고 있으니 문득 사녀 생각이 났다.

"이대로 있으면.... 히끅... 사녀챠도 저 닝겐상한테 죽어버리는 레치...히끅... 그건 안되는 레치...히끅.."

친실장이 폭행당하는 충격적인 장면에서 시선을 돌려 엄지는 사녀가 있는 바로 앞의 벤치 쪽을 바라보았다.

사녀는 주저앉아 망연자실하게 울고만 있는 삼녀를 필사적으로 일으켜세우려 하고 있었다.

엄지의 기준으로도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사녀를 향해 엄지는 엉덩이를 뒤뚱거리며 마구 뛰었다.

"사녀챠아아아아아!"

"테에에에! 엄...엄지 오네챠아아아!"

사녀는 왼쪽에서 엄지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것을 보았다. 차녀는 죽고 친실장은 믿었던 인간에게 짓밟히는 와중에 갑자기 엄지가 튀어온다니... 믿기지 않는 현실에 그저 망연자실하게 삼녀의 팔을 힘없이 당기고만 있었다.

"히끅....오네챠아아.... 마마가...마마가아아아! 테에에에에엥"

"어서 도망가는 레치!"

장녀는 사녀의 한쪽 팔을 잡았다. 비록 자신의 반 밖에 되지 않는 크기의 언니었지만, 사녀는 자신을 잡은 엄지의 손길에서 억센 무언가를 느꼈다.

"오...오네챠아...그치만 삼녀 오네챠가..."

"치에에엥 다 틀린 테치이... 이젠 다 죽는 테치이....테에에에에엥 치에에에에엥"

패닉 상태에 빠진 삼녀는 모든 외부 자극을 차단한 채 눈을 감싸쥐고 울고만 있었다. 엄지가 자신의 옆에 온 사실도 모를만큼 삼녀는 정신이 나가 있었다.

"사녀챠! 정신차리는 레치! 삼녀챠 붙잡고 있다가 닝겐상이 일로 오면 같이 죽을 판인 레치? 살 실장은 살아야 하는 레치이!"

"그치만....그치만...."

"오네챠말을 이번에는 좀 듣는 레샤아아아아아!"

엄지는 눈을 찡그리고 있는 힘을 짜내서 고함을 질렀다. 사녀가 원망스러웠다. 처음부터 자신의 말을 듣고 친실장이 데리고 나가는 것을 거부했다면 사녀도 지금 같은 삶을 위협하는 폭풍에 휘말리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말을 조금이라도 믿어주었다면, 아주 약간만이라도 들어주었다면 소중한 사녀는 지금 여기 있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장녀 오네챠..."

"히끅....제발 믿어주는 레치... 오마에보다 작은 엄지지만.... 그래서 그다지 미덥지 못한 엄지 오네챠지만.... 그래도 와따찌는 사녀챠의 '오네챠'인 레치... 제발 한 번만.. 한 번만 믿어주는 레치.."

저 멀리 친실장의 움직임이 잦아들었다. 이제 거의 죽어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이제는 남아있는 자들 차례이리라.

"시간이 없는 레치! 제발 사녀챠...! 사녀 이모우토챠! 제발 삼녀챠를 놓고 이리로 가는 레치이이이!"

"테에..."

엄지의 간절한 호소가 통한걸까? 사녀는 넋을 놓은 채 자신의 두 팔을 힘없이 내려놓았다.

"저리로 가는 레치!"

장녀는 사녀를 꾹꾹 잡아끌며 벤치 옆의 음료수 자판기 쪽을 가리켰다. 장녀가 사녀를 잡아끌며, 이들은 자판기의 뒤쪽을 향해 마구 뛰었다.

아직도 운치를 깔고 주저앉아 혼자서 울어대는 삼녀를 뒤로 하고.

"테히이이이이잉 마마아아아아 치에에에엥"

"레힉...레힉..."

"테힉...테힉...."

그리고 이들이 거의 자판기에 다다른 순간, 타이밍 좋게 남자가 뒤돌았다.

"하아... 이 벌레새끼가 진짜.."

벤치 앞에는 운치를 흘린 채 울고 있는 자실장 한마리 밖에 없었다.

"바퀴벌레 새끼마냥 지 가족 내팽겨치고 뽈뽈뽈뽈 도망갔구만. 아니지. 이 새끼들은 바퀴벌레보다도 못한 새끼들이지. 뛰어가는 속도도 존나게 느려터졌으니까 말야."

남자는 공원의 실장석들이 걷거나 뛰는 모습을 많이 봐왔다. 때문에 실장석의 이동 속도가 매우 느리다는 것 쯤은 알고 있었다.

실장석이 믿기지 않을 속도와 보폭으로 단번에 남자는 벤치 앞까지 돌아왔다. 음흉한 목소리로 남자는 작게 속삭였다.

"네가 뛰어봤자 벼룩이지 이 새끼벌레야. 분명히 요 근처에 있겠지?"

"테에에에에에엥..치에에엥.."

남자가 자신의 바로 앞에 서있는 것도 모른채 삼녀는 여전히 울고만 있었다.

주변을 힐끗 둘러봐서 자신 주변에 사람들이 없으며, 조금 떨어져 있는 이들도 무관심하게 지나갈 뿐이라는 것을 확인한 남자는 조금 큰 소리로 외쳤다.

"야! 똥벌레! 이제 여기 네가 버리고 간 형제 하나를 죽일꺼야! 네가 나오면 너랑 얘는 살려주마!"

그리고 남자는 잔혹하게 미소지었다.

"만약 네가 나오지 않으면 얘를 밟아 터트리고, 너도 여기를 죄다 뒤져서 죽여주마."

엄지와 사녀는 자판기 뒤쪽에서 남자와 삼녀를 보기 위해 고개만 빼꼼히 내밀고 있었다. 다행히도 엄지와 사녀가 크기가 작고, 이들의 옷 색깔이 자판기의 초록색 몸체와 같은 색이었기 때문에 남자는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오....오네챠아아!"

"레치이...."

엄지는 생각했다.

자판기를 벗어나 도망치는 순간, 일대를 주시하고 있는 남자에게 바로 걸린다.

뒤쪽의 풀숲으로 도망치는 것은? 그것도 무리다. 애시당초 잔디가 그다지 자라지 않아있었다. 거의 흙빛인 땅바닥에 자신을 그냥 드러내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높이 올려다보는 남자의 시야는 '판 옵티콘'의 중앙 감시실처럼 엄지의 모든 것을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떻게 하는 레치..."

"엄...엄지 오네챠아... 닝겐상 말대로... 나가야 하는 테치이... 안 그러면 삼녀 오네챠 죽는 테치이...."

"무...무슨 소리인 레치!"

엄지가 깜짝 놀라 사녀를 바라보았다. 지금 자신은 어떻게 하면 이 위기를 탈출할까 생각 중인데 자진해서 인간 앞으로 나가자니?

"니...닝겐상이... 와타치타치가 자수하면.... 전부 살려준다고... 말한 테치... 삼녀 오네챠도.... 소중한 자매인 테치... 살려야 하는..."

"가지마는 레치이이!"

무의식적으로 밖으로 나가려는 사녀를 다시 한 번 엄지가 붙잡는다.

"오네챠 그치만...그치마아아안...."

"절대 안 돼 레치! 닝겐상한테 몸을 맡기는 것 자체가 절대 안 되는 레치! 커다란 닝겐상은 그냥 위험 자체인 레치! 피하는 게 좋은 레치!"

"그치마아아안 닝겐상이 나가면 살려준다고....."

"하아...그래 좋다 이 벌레새끼야."

"치에에에에엥...치에에에..."

지뱃!

분노에 휩싸인 남자는 지금 그다지 참을성이 없는 상태였다.

불과 15초도 지나지 않았지만, 한치의 망설임 없이 오른발을 들어 그대로 무자비하게 삼녀를 바닥의 껌딱지처럼 밟아 터트려버렸다.

"오....오네챠아아아아아!"

"레끅..."

"엄지 오네챠아아아아아! 와타치가 나갔으면 삼녀 오네챠는 죽지 않았을 텐데 테치이이이! 왜 말린 테챠아아아아아아!"

그러나 엄지는 사녀를 제지할 겨를도 없었다. 남자는 무서운 속도로 벤치를 향해 달려갔다.

"아까부터 계속 여기 보고 있었는데 벌레새끼가 도망가는 모습은 보이지도 않더라고. 그러면 분명히 여기 숨어있는 것이 뻔하겠지. 나와라 벌레새끼야."

 다행히도 벤치를 기준으로 자판기 반대편에 있는 쓰레기통과 가로등 주변을 먼저 둘러보았다. 

"오네챠아아아아아! 삼녀 오네챠아아아아아아! 엄지 오네챠 너무한 테챠아아아아아! 테에에에에엥"

'이 틈을 타서 도망치는 레치?'

불가능했다. 이미 벤치로 옮겨와 쥐잡듯이 아래를 뒤지고 있는 남자의 시야를 벗어날 수는 없어보였다.

자실장이 달려나가는 것도 보이지 않고, 벤치에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남자의 시선은 이미 자판기를 향하고 있었다.

"저기밖에 없구만 이 벌레새끼야."

"테에에에엥 테에에에에엥"

"레치이이..."

점차 다가온다.

한걸음 한걸음.

자판기의 직사각형 둘레를 한바퀴 돈다면 남은 벌레를 찾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가지고 남자는 희미하게 웃었다.

바로 그 때였다.

"치이이이이이이이!!"

한마리 새끼 실장석이 자판기 앞쪽으로 달려나왔다. 

필사적으로 자신을 피해 도망가려 했지만, 밑으로 똥을 흘리는 것을 보아 빵콘을 한 것 같아보였다. 그 때문인지 몸을 잘 가누지 못한 채로 뒤뚱거리며, 하지만 온 힘을 다해 달리고 있었다.

"잡았다 요놈. 크크크크"

주저없이 남자는 이 새끼 실장을 집어들었다. 분노로 인해 손에 묻는 똥이나 오물 등은 신경조차 쓰이지 않았다.

"오냐. 네 가족이 죽어가는 데도 혼자 살아보겠다고 도망쳤다 이거지? 넌 곱게 안 죽여."

남자는 예전에 얼핏 실장석의 생태에 대해서 친구에게 들은 적이 있다. 

"그 때 걔가 뭐라고했더라? 이 새끼들은 옷이랑 머리카락을 죄다 뽑아버리는 걸 제일 싫어한다고 했나?" 

아까 성체실장은 너무 커서 차마 그러지 못했지만, 한 손에 들어가는 요 녀석이라면 충분히 고통을 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게 '독라'라고 했던가?"


"치아아아아아악! 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이 새끼봐라. 독라 소리를 드르니깐 아주 발광을 하네? 좋아. 그러면 너는 독라 확정이다. 이 쪼끄만 벌레 새끼야."

"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울부짖는 손 안의 녀석의 몸부림을 무시한 채, 남자는 일단 앞머리를 똑 하는 소리와 함께 잡아뜯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뒷머리를 한 웅큼 잡아서 단번에 모근까지 뽑아버렸다.

우드드득!

"레챠아아아아아아아아아! 레에에에에엥 레에에에엥"

"슬프냐? 아직 덜했는데?"

그대로 머리에 씌여진 두건을 벗겨버린다. 그리고 신발을 벗기면서 벤치에 앉은 남자는 엄지를 벤치에 내려놓는다.

그리고 양 손의 검지손가락을 엄지의 목 아래로 넣어 옷을 집은 뒤, 그대로 내리찢어버린다.

"레챠아아아아아아아아! 이러지 마는 레챠아아아아아아!"

그랬다. 남자의 손아귀에 잡힌 것은 사녀가 아닌 엄지였다.

도저히 남자의 시선을 벗어날 길이 없어보인 엄지는 자신이 시선을 끌기로 결심했다.

"사녀챠! 닝겐상이 갈 때까지 절대로 여길 벗어나지 마는 레치.. 꼭꼭 숨어있는 레치."

"테에에에에엥...히끅... 엄지 오네챠아..."

"제발 살아주는 레치!"

절망감에 울음을 퍼붓고 있던 사녀가 왜 장녀가 이런 말을 자신에게 했을지 곱씹을 겨를도 없이 엄지는 밖으로 뛰쳐나갔다.

"오...오네챠아아! 안되는 테치이이! 가면 안되는 테챠아아아아!"

나가기 전에 엄지는 살포시 뒤돌아 웃었다. 언니들도 이렇게 잃었다. 이번에도 자신이 사랑하는 가족을 눈앞에서 잃는 것은 싫었다.

쓸모없고 무력한 자신을 입증하는 듯이 가족이 죽는 것을 막기는 커녕 아무것도 못한 채로 있는 것은 싫었다.

'와따찌가 미끼가 되면... 사녀챠는 살 수 있는 레치.'

이 생각을 가지고 엄지는 자판기 앞으로 달려갔다.

마치 자신를 잡으라는 듯이, 자신를 잡고 여기서 끝내라는 듯이.

'사녀챠.. 오네챠가 반드시 살려주는 레치. 슬프지만... 힘내서 살아가는 레치!'

남자가 자신을 잡는 순간에도 장녀는 희미하게 웃고 있었다.



"레챠아아아아아아! 독라인 레챠아아아아아! 이럴 수는 없는 레챠아아아아아아!"

"쪼끄만게 존나게 소리는 빽빽지르네 시발."

기어이 남자가 속옷마저 훌러덩 벗겨 던져버리자, 엄지는 독라가 되었다는 충격에 진녹색 똥을 브리릿 싸지르며 마구 울부짖고 있었다. 

위석이 너무나 아팠다. 

이미 자기희생의 만족감이나 가족을 구했다는 안도감 따위는 잊혀진 지 오래였다.

"어째서인 레치! 어째서 독라인 레챠아아아아아!"

그저 독라가 되어버렸다는 절망감이 엄지의 위석을 마구 누르고 있을 뿐이었다.  

"오네챠아아아아! 엄지 오네챠아아아아! 어째서...어째서....테치이..."

자판기 뒤쪽에서 사녀는 엄지를 독라로 만드느라 무아지경에 빠진 인간을 충격에 휩싸여 바라보고 있었다.

"엄지 오네챠가... 독라가 된 테치이..."

독라가 무엇인지는 위석 정보를 통해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방금 전까지 자신의 옆에 있었던 가족이 이처럼 비참한 신세가 되었다는 것을 두 눈과 귀로 직접 마주하는 것은 충격 그 자체였다.

엄지가 나오지 말라고 신신당부 했지만, 사녀는 나가기 위해 몸을 움직일 수조 없었다. 다리가 후들거려 몸을 가누는 것조차 못했기 때문이다.

"너무한 레치! 너무한 레챠아아아! 왜 이런 짓을 한 레에에에에에엥"

"하아 씨발.. 스트레스가 좀 풀리는 것도 같네. 벌레새끼들 학대하는 새끼들이 왜 그 지랄하는지도 좀 알 것 같네. 자 그러면."

남자는 엄지의 귀를 집어들었다.

"아픈 레챠아아아아아!"

원래대로라면 남자는 엄지를 바닥에 온 힘을 다해 내팽겨친 후에 마구 짓밟아버릴 생각이었다.

"...."

엄지에게는 행운이었을까?

어느 샌가 축구공을 주으러 온 초등학생 하나가 벤치에 앉은 남자를 멀뚱히 바라보고 있었다.

남자 역시 엄지를 들고 일어나기 위해 고개를 돌린 순간, 아이과 눈이 마주쳤다. 

남자와 눈이 마주치자, 아이는 축구공을 든 채로 황급히 도망가버렸다.

남자는 정신이 돌아오는 듯한 감정을 느꼈다. 분노가 가라앉고 제정신이 든 것이다.

"하 씨발... 내가 뭔 짓을..."

"레에에에에엥...레에에에에엥"

몸이 터져 죽은 자실장 두 마리와 폭행당해 처참하게 피를 흘리며 죽은 성체 하나. 그리고 자신의 손에 들려 울고 있는 독라하나.

자신의 신발과 바지 밑단, 그리고 손은 들실장의 운치와 피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러고보니 실장석을 학대하느라 10분 정도를 소모한 것 같았다. 빨리 해야 할 과제도 있는데.

"돌아가자.."

잠은 깬 것 같지만 뭔가 불편한 마음으로 남자는 일어났다. 그리고 손안에 든 엄지를 벤치 뒤쪽의 잔디밭에다가 가볍게 툭 던져 내려놓았다.

하지만 후회는 들지 않았다. 이런 똥벌레 가족 하나 죽었다고 공원에서 딱히 제제를 가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공원 관리인 아저씨가 좀 고생하고, 산책하는 아주머니들이 눈살을 좀 찌푸릴 뿐.

남자는 황급히 자리를 떴다. 캔커피캔은 여전히 벤치에 굴러다니고 있었다.

"오....오네챠아아아아!"

남자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자판기 뒤쪽에 숨어있던 사녀가 독라가 된 채 땅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 엄지를 향해 달려갔다.

"엄지 오네챠아아아아아! 일어나보는 테치! 살아있는 테챠아아아아! 테에에에에엥"

"레헤게에에엑...."

남자는 가볍게 엄지를 잔디밭에 던져놓았다고 했지만, 작디작은 엄지에게는 이것도 충분히 큰 충격이었다.

흙더미에 몸이 떨어졌기 망정이지, 보통 잔디밭에 떨어졌다면 아마 두개골이 박살났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 정도 높이에서 떨어졌기에 몸의 뼈 여기저기가 으스러지고, 여러 군데에 찰과상을 입는 데에는 충분했다.

그러나 아직 살아 있었다. 의식이 남아 있었다.

"레헤엑....레헤게에에엑..."

그리고 들렸다.

"테에에에엥 엄지 오네챠아아아아 왜 그랬던 테치! 왜 나갔던 테치이! 왜 독라가 되버린 테에에엥"

자신이 지키려 했던 하나 남은 가족.

소중한 동생 사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녀가 자신을 어루만지는 손길도 느껴졌다.

엄지는 간신히 고개를 조금 들었다.

"레에에... 사녀챠...."

"오네챠아아아! 괜찮은 테치? 안아픈 테치? 테에에에에엥"

자신을 걱정해주고 있다.

"사녀챠....괜찮은....레치...?"

"테에에에엥 테에에에에엥"

이미 하늘나라에 있는 언니들처럼 유일하게 자신을 언니로, 가족으로 인정해준 동생 사녀.

그 사녀를 온전히 지켜냈다는 성취감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가족을 더 이상 잃지 않았다는 안도감 때문이었을까.

엄지는 사녀를 향해 배시싯 웃어보였다.

"사녀챠는... 울보인 레치... 레힛..."

독라가 되고 말았다는 참담함과 바닥으로 던져져 몸 여기저기에 입은 심한 부상. 몸과 마음이 모두 아팠다. 

그러나 엄지는 느끼고 있었다. 가족의 따스한 손길. 자신이 목숨을 걸고 희생한 덕분에 지금 자신을 어루만지고 있는 소중한 동생의 따스한 체온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이 독라가 되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동생을 지켜낼 수 있었다.

자신을 만지는 사녀의 손길이 닿는 순간, 독라가 된 절망감이나 몸의 상처의 고통이 마치 씻은 듯이 사라진 것처럼 느껴졌다.

"레프프프픗.....사녀 이모우토챠.... 울어서.... 못난이가 된 레치..."

"테에에에에에엥 테에에에에에엥"

엄지는 처음 새로운 동생들을 만났던 날을 회상했다.

차녀와 삼녀에게 단지 엄지라는 이유만으로 린치를 당하고 있던 자신을 구해준 것은 사녀였다.

"오네챠아! 몸에서 빨간 피가 많이 나는 테치이! 팔이 이상하게 꺾여버린 테에에에에엥"

비록 온전히 자신의 편만을 들어준 것도 아니었고, 단지 세 언니들이 모두 화목하게 지냈으면 하는 마음과 친실장에게 혼날 수도 있다는 마음에서 말린 것이었지만, 그래도 사녀만이 자신을 생각해주었다.

어떨 때에는 자신의 편이 아니라 차녀와 삼녀의 편에 동조하기도 했던 막내 동생이지만, 그래서 당시에는 서운한 마음도 들긴 했었지만, 결국 사녀의 진심을 언젠가의 환한 웃음으로 느꼈기에, 가족 모두를 생각하는 착한 동생임을 알아버렸기에 엄지는 사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자신이 세상에 하나뿐인 가족을 스스로의 힘으로 구해낸 것이다.

"레힛...이걸로....빚은....갚은....레치..." 

"테에에에엥 오네챠아아아. 다행인 테치이. 오네챠마저 죽어버리면 와타치는 외톨이가 되어버리는 테치이. 마마도 죽고 차녀오네챠랑 삼녀오네챠도 다 죽어버린 테에에에에엥. 오네챠도 독라가 되어버린 테에에에에엥"

사녀는 아직 어린 동생이다.

몸집만 큰 어린 동생.

"마마가 죽어버린 테에에에에엥 이제 와타치타치는 어떻게 살아나가야 하는 테에에에에엥"


친실장을 잃고 앞으로, 아니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할지도 몰라서 울고만 있는, 보살핌이 필요한 어린 동생이다.

엄지는 장녀이다. 

비록 작고 볼품없는 독라이긴 하지만, 자신 역시 오늘 친실장을 잃은 것은 마찬가지 신세이지만 그래도 언니이다.

'사녀챠가 울고 있는 레치..'

동생이 무서움에 떨며 울고 있다면 언니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엄지는 자신이 막내이던 시절, 언젠가 친실장이 평소보다 많이 늦었던 때를 떠올렸다.

'마마가 오지 않는 레치! 오네챠! 와따찌 무서운 레에에에에엥'

그때는 자신에게 매몰차게 대하는 친실장에 대해서도 한없는 사랑을 느끼고 있던 시절이었다.

해가 떨어지고도 친실장이 오지 않자, 엄지 뿐만 아니라 당시의 삼녀, 사녀언니도 마구 울어댔다.

'테에에에에엥'

'테에에에에에엥'

'레에에에에에엥'

하지만 장녀 언니와 차녀 언니는 울지 않았다. 

'히끅...이모우토챠! 거...히끅... 걱정마는 테치!'

'그런 테치....히끅... 마마는... 반드시... 돌아오는 테치!'

약간은 울먹이는 목소리이기는 했지만, 두 언니의 표정은 굳건했다. 

'그걸 차녀 오네챠가 어떻게 하는 레치! 레에에에엥'

'마마는 와타치타치를 사랑하니깐 어떻게든 돌아오는 테치....히끅.. 그러니 마마가 돌아올 때, 힘들지 않도록 얌전히 있어야 하는 테치. 마마가 가르쳐 준, 사육실장이 되기 위한 연습을 하며 기다리면... 마마가 분명 돌아오는 테치!'

'차녀 이모우토챠의 말이..히끅... 맞는 테치. 다들 아첨 연습 시작하는 테치! 일어서는 테치.'

'그치만 마마가 없는 사이에... 무서운 게 오면 어떻게 하는 레에에에엥'

'괜찮은 테치.. 반드시 이모우토챠들은... 자매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와타치가 지켜내는 테치! 그러니 걱정마는 테치!'

엄지는 잠시 눈을 감았다. 당시 차녀 언니의 그 확신에 찬 목소리는 환한 햇살같이 마음 속의 비구름을 지워버렸다.


그 말을 듣고 엄지는 당시 웃었었다. 장녀 언니의 주도로 아첨 연습을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고양이 무리에게서 도망쳐 간신히 집에 도착한 친실장이 돌아왔었다. 

'그때는 차녀오네챠 덕분에... 와따찌는 무섭지 않았던 레치..'

지금 땅바닥에 엎드려 있는 채로 고개만 들고 있는 엄지의 시야에는 바닥에 주저앉아 상실감에 젖어 울고 있는 사녀의 모습이 선명하게 들어오고 있었다.

소중한 동생, 유일하게 하나 남은 가족이 슬퍼하고 있다.

자신이 지켜주어야 할 동생이 절망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자신은 엄지이다.

'그치만 와따찌는...오네챠인 레치...'

동생이 울고 있다면, 자신이 지켜주어야 한다. 친실장이 없다면, 자신이 동생을 이끌어주어야 한다.

'사녀챠...히끅...'

"테에에에에엥 테에에에에에엥"

자신도 막막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독라가 되고 일가실각 직전이 온 지금, 거대한 강을 단신으로 건너야하는 운명에 처해진 자신도 다리가 떨리고 숨이 막혀왔다. 그리고 실제로 심한 부상을 입은 상태인 자신의 몸도 제대로 가누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그 때, 두 언니는 동생들을 향해 웃어보였다.

'그게 아닌 레치..'

엄지는 깨달았다. 

그건 웃은 것이 아니다. 

동생들을 향해 '웃어보인 것'이다.

울음이 나오고, 무서웠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테에에엥 테에에엥 히끅.... 오...오네챠아아!"

엄지는 일어섰다. 

다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한쪽 팔은 뒤로 꺾여 움직이지도 않고, 몸을 일으켜 세우는 것조차 온 힘을 쥐어짜내서야 가능했다.

"치아아아아악! 츄아아아아아아악!"

온 몸이 욱신거린다. 당장에라도 다시 흙더미에 누워버리고 싶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눈물과 침이 새어나왔다.

그러나 엄지는 한 걸음 내딛었다. 

덜렁거리는 한쪽 팔을 휘저으며, 다른 멀쩡한 팔로는 앞으로 딛은 다리가 떨리지 않도록 온 힘을 다해 무릎을 부여잡는다. 

"오네챠아아아아! 무리하지 마는 테치이이이! 이러지 마는 테치이이! 아프면 얌전히 누워있는 테치이!"  

사녀는 어쩔 줄을 몰라하며 발을 동동 구르며 엄지를 말리려고 했다. 

그러나 엄지는 멀쩡한 팔을 들어 자신에게 오는 사녀를 멈쳐세웠다.

"와따찌타치....살아야 하는.....레치..... 어서....집으로 가야....하는 레치....."

그리고 한 발 더 딛었다.

"살아가야 하는....레치.... 포기하면.... 안 돼. 레치...."

"오....오네챠아아아!"

"소중한....이모우토챠... 반드시... 오네챠가..... 지키는....레치...."

엄지는 걸어나갔다. 아주 천천히, 그렇지만 굳건하게.

"닝겐...상...한테서도.... 간신히.... 살아남은...레치..... 이대로... 죽을 수는..... 없는 레치.... 와따찌가..... 지켜줄테니....집으로....가는...레치... 이대로 있으면.... 위험한....레치...."

만신창이의 몸을 이끌고 앞으로 나아가는 엄지를 보면서 사녀는 어쩔 줄을 몰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엄지 오네챠.. 히끅.... 오네챠아아아!"

"울고만 있을...시간이.... 없는 레치.... 어떻게든 집으로.....가는 레치..... 둘이서 가는..... 레치..."

이를 악물며 엄지는 점점 강하게, 그리고 빠르게 발을 내딛어 보였다.

"어서...가야 하는 레치...."

어린 자신들이 여기 있으면 위험하다. 인간들과 고양이 많이 지나다니기 때문이다. 

비록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간신히 살아남은 목숨이기에 포기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울고만 있는 사녀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사녀챠.... 힘든 레치.... 부축해줘 레치...."

자신들이 나아가야 함을, 친실장에 대한 의존 없이 서로를 의지하며 한발한발 살아가야 함을.

이러한 용기를 불어넣어주고 싶었다. 삶의 의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아직 사녀가 혼자가 아님을 알려주고 싶었다.

힘내라고, 일어서라고. 너무나 슬프면 언니를 보라고. 자신이 버팀목이 되어주겠다고.

"테에에! 알겠는 테치, 오네챠! 와타치가 도와주는 테치!"

울음을 그친 사녀가 달려온다. 

자신의 어깨를 감싸쥐며, 엄지의 작은 몸을 기댈 수 있게 옆으로 자신의 몸을 대어준다.

그치만 사녀는 왠지 오히려 자신이 엄지에게 기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엄지 오네챠....."

"집으로 가는....레치..."

초록빛 옷을 입은 자실장 하나와 흙과 피로 맨 몸이 더럽혀진 엄지 독라 하나. 이 둘은 서로 몸을 맞대면서 한걸음 한걸음 공원의 산책로를 걸어나갔다.

화창한 토요일 점심. 선선한 바람과 따스한 햇살은 두 어린 실장석의 여린 몸을 가볍게 씻겨주고 있었다.





































"안 돼! 안 돼! 안 돼! 사녀 이모우토챠아아아아아!"

"오네챠아아아아아악! 살려주는 테챠아아아아악!"

"데프프프픗. 노예는 조용히 하는 데스."

장녀와 사녀의 행진은 불과 3분이 채 되지 않아서 끝나버렸다.

애호 단체가 뿌린 먹이를 다 먹고, 이를 수거하여 돌아오던 어느 들실장과 그 개체의 장녀로 보이는 자실장 하나를 만났기 때문이다.

"테에! 오네챠! 저...저기!"

"레힉....?"

힘에 겨워 땅만 바라보며 사녀에 기대어 걸어가던 엄지가 고개를 들었다.

이들은 어제까지 성체실장이라고는 친실장밖에 본 적이 없으며, 오늘 애호 단체의 먹이를 먹는 들실장들도 조금 떨어진 곳에서 친실장과 함께 본 것이 전부였다.

따라서 이처럼 가까이에서 친실장 외의 다른 성체를 만나는 것은 처음이었다. 

"레에에에...."

"데프프프픗. 호박이 넝쿨채 들어온 데스."

입에 실장푸드가 잔뜩 묻은 걸로도 모자라 실장푸드를 잔뜩 쑤셔박은 비닐봉지를 질질끌고 오고 있던 성체실장은 엄지와 사녀를 보고 탐욕스럽게 미소지었다.

"테프프프픗. 마마, 저기 있는 엄지는 볼품없는 독라인 테치. 똥노예인 테치."

"그런 데스. 그리고 엄지 옆에 있는 분충도 마찬가지로 똥노예인 데프프프픗."

"오..오네챠아...어떻게 하는 테치이..."

사녀는 본능적으로 두려움에 떨었다. 엄지도 마찬가지였다. 뭔가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다.

그러나 엄지는 결심했었다. 

언니로서 동생들을 이끌어주기로, 사녀가 외톨이가 되지 않도록 자신이 시원한 그늘이 되어주기로.

용기를 내어, 간신히 성체에게 말을 걸어본다.

"레에...저어... 아줌마상. 와따찌타치는 집에 가는 중인 레치. 그러니 그냥 집으로 보내.. 레챠아아아아아아아악!"

친실장은 거칠게 양 손으로 엄지와 사녀를 갈라놓았다. 각기 다른 방향으로 두 자매는 쓰러져버렸다.

"장녀! 오마에는 저기 엄지 독라가 일어나지 못하도록 하는 데스."

"테프프프픗. 이 노예는 와타치의 전속 장난감인 테치."

"레챠아아아! 아픈 레챠아아아아아!"

몸을 필사적으로 감싸면서 들 자실장의 발길질을 막아보지만, 이미 상당한 부상을 입은 몸. 제대로 움직이지도 않는 마당에 방어를 하는 것은 무리었다. 게다가 누적된 부상에 더 심한 폭행이 가해진 엄지는 그나마 조금씩 나아가던 상처가 다시 헤집어지고 뒤틀리는 것을 느꼈다.

애시당초 처음보는 들실장, 그것도 성체가 자신의 말을 들어는 볼 것이라는 전제 자체가 잘못되었다.

엄지는 사녀를 구하는 데에 정신이 팔려 잠시 망각하고 있었다.

자신은 엄지 '오네챠' 이지만 '엄지' 오네챠 이기도 한 것이다.

들실장 사회에서 엄지는 쓸모없는 개체. 자식 취급도 못받는 구더기 돌보기 노예 혹은 비상식량일 뿐이다.

그런 하찮은 존재의 말 따위, 성체 들실장이 들을 리가 없었다.





"레챠아아아아아! 팔은 때리지 마는 레챠아아아아! 레헤게에에에에엑! 아픈 레챠아아아아아!"

"테프프픗. 독라 주제에 시끄러운 테치! 좀 조용히 하는 테치."

"오네챠아아아아! 오네챠를 때리지 마는 테치! 이거 놓는 테치! 이거 놔라 테치!"

사녀는 성체실장의 양 손에 붙들려 있었다. 엄지가 자실장에게 린치당하는 것을 보자, 사녀는 극도로 흥분하여 발버둥을 쳤다.

자신을 잡고 있는 친실장의 손을 마구 내리쳤다. 

"똥노예! 좀 조용히 있는 데스!"

"오네챠를 놔주는 테치! 아줌마의 자가 오네챠를 때리고 있는 테치! 이제 그만 때리게 멈추라고 하는 테샤아아아!" 

자신을 살려주기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로 인간에게 미끼가 되고, 그 결과 독라가 된 데다가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된 엄지였다.

사녀 역시 그런 엄지 오네챠가 자신의 앞에서 무자비하게 맞는 것을 그냥 보고 있기에는 참을 수가 없었다.

분노가 차올랐다. 간신히 인간의 손에서 벗어났는데, 마마도 죽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언니인데, 저렇게 죽을 것같이 막고 있다.

바로 이 성체실장과 그의 자실장 때문에.

"테게에에엡!"

자신의 주먹이 통하지 않자, 사녀는 온 힘을 다해 자신을 잡고 있는 친실장의 손을 '앙' 하고 물어버렸다.

"데챠아아아아아!" 

"테게에에에엡! 절대 안 놔주는 테샤아아아아!"

그러나 고통을 느낀 친실장이 허공에서 오른팔을 세게 아래로 몇 번 흔드는 것으로, 사녀는 입을 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대로 바닥에 내리꽂힌다.

"테챠아아아아아악! 테게에에에엑..."

"레챠아아아...레에에... 레에에에! 사녀 이모우토챠아아아아아!"

엄지는 맞으면서 보았다.

바닥에 내리꽂힌 사녀의 한쪽 다리가 반대로 접혀버린 것을. 온 몸에서 피를 흘리며 고통에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것을.

그리고 성체실장이 사녀를 잡는다.

아니, 땅에서 주운 사녀의 뒷머리를 잡는다.

"안 돼...레치..."

뒷머리가 뽑혔다.

"레헤엑...레챠아아아악...! 그...그러지 마는 레치..."

앞머리가 두건과 함께 사녀의 머리에서 사라졌다.

"그만....그 이상은....그만...! 레헤에에에엑. 레어어어억..."

"뭐라고 주절대는 테치 똥독라! 오마에, 와타치의 운치를 받는 테치. 주인과 노예의 관계를 이로써 확실히 인식시켜주는 테프프픗."

자신의 배를 심하게 걷어찬 후, 이제 속옷을 벗으며 자신의 몸에다 운치를 싸대는 자실장은 신경도 쓰이지 않았다.

방금 자신의 동생 사녀의 초록색 옷이 완전히 찢겨버렸다.

성체실장이 사녀를 그 꼴로 만드는 동안, 사녀는 땅에 떨어져서 입은 부상 때문에 저항은 커녕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했다. 

그저 몸을 부들거리며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와타치....독라.....독라.....독라인....테치.....이게...이게 뭐인....테챠아아아아아아아!"

"데프프프픗. 노예 주제에 와타시에게 반항하면 이 꼴이 되는 데스. 뭐, 오마에가 반항하지 않았어도 독라로 만들 생각이긴 했지만 데프프프픗."

"사녀 이모우토챠..."

자신의 몸에 덮히는 운치는 상관없었다. 

사녀가, 자신이 목숨을 바쳐 구해냈던 사녀가 방금 자신과 같은 독라가 되었다.

소중하게 지켜야 하는 존재가, 반드시 지켜보이겠다고 생각한 유일한 가족이 독라 노예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결정한 데스. 오마에는 이 자리에서 그냥 먹어치우는 데스. 

"테에에? 마마! 와타치의 장난감으로 삼는 테치!"

"자들의 장난감은 거기 있는 엄지 독라 분충으로 충분한 데스. 어차피 운치 구덩이에 독라 자실장 노예도 둘이나 있으니, 이 노예를 데리고 있을 공간은 집에 없는 데스. 그러니 와타시의 먹이로 삼아주는 데스우~"

"안 돼 레챠아아아아아!"

"테에에...테에에... 와타치가....먹이...? 먹히는 테치...?"

독라가 되었다는 절망감에 이미 빠져있던 사녀는 자신의 운명을 선고받자, 현실을 부정하듯이 고개를 마구 가로저었다.

"테에...테에....테에에...."

운치를 몸에 묻힌 채 바닥에 쭈그려 맞고 있는 엄지가 눈에 들어왔다.

"오네챠.... 엄지 오네챠.... 장녀 오네챠아아아! 테챠아아아아아아아!"

그 순간, 친실장은 사녀의 두 다리를 입안에 넣고 그대로 이빨로 씹어버렸다.

"데챱데챱. 역시 다른 실장의 자가 제일 맛있는 데스. 똥노예가 먹히는 반응을 즐기기 위해 다리부터 먹는게 참 맛이 좋은 데프픗."

"테에! 마마! 와타치도! 와타치도 한 입 주는 테치!" 

"아픈 테챠아아아아아! 오네챠아아아아! 살려줘 테치! 살려주는 테챠아아아아아!"

"제발 그만하는 레챠아아아아악! 사녀챠를 내려놓는 레챠아아아아! 이제 그만...레허어어억! 레허어억!"

"독라 분충이 노예주제에 아직도 시끄러운 테치! 화가 나는 테치! 마마는 혼자서 다 먹을 심산인 테치! 테에....오마에를 샌드백삼아서 화를 좀 풀어야겠는 테치!"

그러나 자신의 배를 연신 걷어차이면서도, 엄지의 시선은 자실장이나 자신의 배가 아닌 사녀를 향해 있었다. 

친실장이 지금 사녀를 전부 자신의 입에 넣으려고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 돼! 안 돼! 안 돼! 사녀 이모우토챠아아아아아!"

"오네챠아아아아아악! 살려주는 테챠아아아아악!"

"데프프픗. 노예는 조용히 하는 데스. 얌전히 와타시의 뱃 속에서 양분이 되는 데아압!"

으직! 우적...우적... 우적...

기분나쁜 소리가 엄지의 귀에 들려왔다.

친실장의 손에 사녀는 없었다. 단지 입에서 나는 무언가 살점을 씹는 소리와 잦아드는 비명, 그리고 친실장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피가 사녀의 말로를 짐작하게 해줄 뿐이었다.

"레챠아아아아아아아! 사녀챠아아아아아!"

지키고 싶었다.

마지막 남은 가족. 자신이 독라가 되는 것을 감수하면서도 살리려 했던 사녀. 

그런 사녀가 허망하게 친실장의 아가리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사녀챠..."

왜 이번에는 지키지 못했단 말인가?

자신이 엄지여서 그런 것일까?

작고 힘없는 존재여서, 바보같이 맞고만 있을 수밖에 없던 것인가?

자신은 그저 동생을 지키고 싶었을 뿐인데...

대체 왜...

엄지는 점점 자신의 의식이 혼미해짐을 느꼈다.

이미 난장판이 된 몸의 상처와 일련의 사태에서 비롯된 극도의 정신적 충격은 이미 엄지의 위석에 잔금을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엄지의 위석이 깨지기 직전, 엄지는 얼핏 자신의 소중했던 자신이 눈 앞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예전에 죽어버린 언니들, 그리고 사녀. 이들이 자신을 향해 웃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행복회로의 발현에도 불구하고, 엄지의 머릿속에 있는 의문은 엄지가 죽을때까지 계속 자신을 찔러왔다.

"와따찌....노력...했는데.....대체....왜.....지키지 못한....."

파킨!

죽기 직전까지 엄지는 생각했다.

왜 자신은 사녀를 지킬 수 없었을까? 왜 자신은 친실장을 말리지 못했을까? 

정말 엄지의 생각대로 엄지가 하찮은 존재였기 때문에 이러한 비극을 맞이한 것일까?

자신은 정말로 노력했는데.....

그러나

현실은 비정하다.

실장석이 아무리 스스로 노력한다 한들, 현실의 조건이 조금만 나쁘다면 그 노력은 모두 헛수고로 돌아가 버린다.

이는 엄지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실장석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엄지가 아무리 사녀를 지키려고 다짐하고, 친실장 없이 살아나가자고 마음을 먹고 집으로 발길을 돌렸어도 그 자리에 들실장이 나타난 것은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다.

그 날이 하필이면 사람이 많은 날이었고, 애호 단체에서 그 날을 주기적으로 먹이를 뿌리는 날로 지정했을 뿐이다.

그리고 바로 그 날에 친실장이 탁아 시도를 한 것이다.

어쩌면 인간의 손아귀에서 두 자실장이 살아남은 것 자체가 운이 좋았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엄지의 노력의 산물으로도 볼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외부 운이 크게 작용했기에 엄지와 사녀는 살아남을 수 있었다..

축구공을 집은 아이가 오지 않았다면 엄지는 그 자리에서 남자 손에 죽었을 것이고, 사녀 역시 엄지가 오지 않았더라면, 혹은 인간이 가로등이 아닌 자판기부터 뒤졌더라면 아마 남자에 의해 죽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엄지가 얼마나 자신이 바랬고, 노력을 했냐와는 무관하게 외부의 현실은 엄지 일가를 덮쳐왔다.

운에 너무나도 쉽게 휩쓸리고, 우연성에 삶 자체가 흔들리는 덧없고 가냘픈 존재.

너무나도 쉽게 죽을 수 있고, 또 쉽게 태어날 수 있는 존재.

실장석이란 그런 존재인 것이다.

그렇다면 모든 실장석이 단순히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의 운에 휩쓸리기만 하며 살아가는가? 

실장석이란 마치 갈대처럼 바람이라는 외부의 조건에만 흔들리는 그런 수동적인 존재인가?

그 질문에는 또 섣불리 예라고 대답하기 힘들다.

어쩌면 대다수의 실장석은 자신의 비극적 운명이 태생적으로 내재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엄지가 언니가 될 수 있는 기형적인 출산 메커니즘, 

인간에게 사육되려하는 본능, 그리고 친실장의 의지를 전달할 수 있는 태교,

그리고 무조건적인 약자 멸시.

분충성이라고 불리는 실장석들의 이러한 습성들이 내생적으로 자신과 후손의 삶을 비극으로 치닫게하는 레일을 마련해주는지도 모른다.

그 레일을 타고, 우연성이라는 외풍에 흔들리면서 자신의 몰락을 향해 나아간다.

실장석의 본능에는 그 개체의 파멸이 예정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덧엎는 이들의 죽음에 상관없이 세상은 돌아가고,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흘러간다.

마치 엄지와 사녀가 죽은 뒤에도 여전히 신선한 바람과 따스한 햇살이 토요일 오후의 공원을 감싸안듯이.


fin.













댓글 3개:

  1. 덧없는 실생인 데스. 그리고 18똥분충 애미는 정말 잘디진 데스. 와타시가 계속 괴롭혀 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미친애미년인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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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마지막에 순간 엄지보다 사녀가 먼저 잡혀서 핀치되려는 순간에 키워줄 닝겐이 나타나서 엄지는 온전하게 구해지고 사녀는 좀 괘씸죄 적용해서 한두군데 튿어진 다음에 구해지는 결말의 행복회로를 돌렸던 데스우...(<인간분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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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인간에게 밟히게 냅뒀으면 산채로 씹혀 먹히는 고통은 느끼지 않았을텐데 답도 없는 엄지데스 데프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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