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아왕 (르클레르)

 

가을이 가고 겨울이 슬거머니 다가 오기 시작했다.

도시의 공원에는 월동 준비를 미리 차곡차곡 준비한 영리한 개체들이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개체들이 태반이다.

결국 그러한 굶주린 실장무리들은 단체로 몰려다니며 영리한 개체들의 집을 습격해서 먹을 것을

빼앗거나 동족식을 서슴치 않는다. 그러한 형태의 무리가 있는 반면 자신의 자들의 안위와

사육실장의 동경을 품으며 탁아를 시도한다.

특히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점에는 유독 탁아시도가 몇십배 급증한다.

탁아의 시도를 위해서는 이또한 준비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공원의 풀숲에 자리잡은 한 게으른 실장석은 월동준비를 가을내내 하지 못했다.

이제 한다고 해도 너무 늦은 시점이었다.

이 실장석에게는 두마리의 자실장이 있었다.

먹을 것이 얼마있으면 떨어지고 곧 추운 겨울이 올것이라는걸 감지하고 있던 실장석이었다.

이번 겨울에는 탁아를 성공 시켜 자신이 사육실장이 되어 따뜻한 겨울을 나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실장석은 주변에 자신의 자실장과 비슷한 무게의 돌을 들어올렸고 힘껏 던졌다.

 '풀썩..'

돌덩이는 얼마 날아가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실장석은 실망한 표정을 짓는다.

 -데에..... 이걸로 부족한 데스... 좀더 힘줘서 던져야 하는 데스..

그리고 다시 돌덩이를 집고 던진다.

그래도 만족할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지금 실장석이 하고 있는 행동은 탁아를 위한 예행 연습이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탁아 연습을 하는 개체는 얼마 되지 않지만...

일부 그나마 좀 머리가 돌아가는 개체는 이러한 연습을 하여 탁아의 성공률을 높이려고 노력한다.

자신의 키와 인간이든 편의점 봉투의 높이를 계산해서 적절한 힘 조절로 던져서 성공을 시키기 위한 연습이었다.

탁아는 인간의 봉투속에 자신의 자를 집어 넣기까지는 긴장을 늦출수가 없었다.

만약 봉투속에 넣지 못한다면 자신의 자실장은 봉투에 떨어져 바닥의 얼룩이 될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안전하고 신속한 탁아 행위.... 결코 쉬운건 아니었다.

몇번의 시도를 했지만 여전히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모두 높이 미달로 자신의 자들이 봉투속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땅에 처박힐 확률이 매우 높았다.

상당히 실망스런 표정을 지었다.

 -데에.. 어떻하는 데스.. 이러면 탁아를 성공 할수 없는 데스... 시간이 없는 데스...

망연자실한 상태에서 주저앉아 버린 실장석...

그때 이웃하고 있던 실장석이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지나가다가 자신을 보고 말을 건다.

 -무슨일인 데스... 데프프...

실장석은 이웃 실장석에게 말한다.

 - 탁아 연습을 한 데스.. 그런데 잘 안된 데스...

그러자 이웃 실장석이 웃으며 말한다.

 -데프프프... 빠가.. 데스? 왜 연습 하는 데스? 맡기면 되는 데스..

이웃실장석의 말에 귀가 솔깃한 실장석.

 -그게 뭐인데스...

이웃 실장석이 말한다.

- 와타시의 자도 맡겨서 탁아를 성공한 데스.. 이제 탁아한 자를 찾으러 가는 중인 데스. 데프프프.. 저기 물이 올라오는 곳 옆에 집이 있는 데스.. 그곳에 탁아왕이 사는 데스. 탁아하기 힘들면 그 실장에게 부탁하면 되는 데스... 데프프..

그러고는 이웃실장은 탁아한 자들의 채취를 맡으며 인간의 집을 찾으러 간다.

이웃 실장석이 사라지자 얼른 방금 가르쳐준곳을 향해 간다. 그리 멀지 않는 곳에 있었다.

물이 올라오는곳은 공원의 분수대를 말하는 것이었다.

그옆에 풀숲에 교묘하게 가려진 골판지 하우스가 보였다.

그리고 실장석은 문을 두드린다.

 -나와 보는 데스.. 어서 데스...

그러자 한 실장석이 나온다.

몸집은 자신보다 조금더 컸고 꽤 오랜세월을 산듯한 실장석이었다.

머리카락 군데군데에 흰머리칼이 조금 보이기도 하였다.

그런데 한쪽눈은 어느 날카로운 것에 베인듯한 상처가 있었고..

더이상 그눈은 제기능을 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무슨 일 데스우.. 와타시 피곤한 데스..

실장석이 말한다.

 - 너가 탁아왕이라고 듣고 온 데스...

그러자 몸집큰 실장석이 들어오라며 먼저 골판지 하우스로 들어갔다.

 - 와타시는 탁아에 한번도 실패한적 없는 데스우... 탁아를 하면 곧 인간씨에게

 사육실장이 될수 있고 매일 초밥과 스테이크를 먹고 살게 될거인 데스.. '

탁아왕이 이런식으로 말하자.. 실장석은 얼굴에 화색이 돌아서.. 말한다.

 -어서 와타시의 자들을 탁아 시켜주는 데스..

그러자 탁아왕이 고개를 흔들며 대답했다.

 -그냥은 못해주는 데스...댓가를 주는 데스우...

탁아왕의 말에 실장석이 말했다.

 -데에~ 댓가가 필요한 데스?

탁아왕이 대답했다.

 - 와타시는 위험을 무릅쓰고 너의 자를 탁아하는 데스.. 그런데 아무런 댓가없이 해줄거라고

 생각한 데스? 어차피 자를 탁아하면 너가 가진 댓가는 아무것도 아닌 데스.. 인간씨가 너에게
더많은 것을 줄거인 데스...

실장석은 탁아왕의 말에 자신의 모자란 머리를 굴리기 시작하다가 결국 승낙했다.

처음에 놀랬지만 어차피 인간씨에게 사육되면 다 필요없게 되는 것이었다.

집과 얼마 남지 않은 식량들을 전부 주기로 하였다.

그러면서 탁아왕은 내일 해질녘에 다시 오라고 말하였다.

 *                 *               *                *

다음날 아침 실장석은 자신의 자들을 치장하느라 바빴다.

일단 간만에 깨끗이 목욕과 세탁을 시켰고 쓰레기통에서 주워온 포장리본을

목에 장식을 하며 한껏 멋을 부리게 하였다.

 -아주 훌륭한 데스! 인간씨에게 충분히 사랑받을수 있는 데스.

자실장들은 친실장의 말에 기뻐하며 외친다.

 -정말 테치? 와타치들은 이제 인간씨에게 사랑받는 테치? 테프프프프...

그리고 해질녘이 되어서 두마리의 자들을 데리고 탁아왕에게 찾아갔다.

탁아왕은 이미 먼저 기다리고 있었다.

 - 조금 늦은 데스.. 어서 서둘러야겠는 데스..

그리고는 탁아왕은 실장일가를 인솔하며 공원밖으로 나갔다.

해질녘이라서 그런지 인적은 드문 편이었다.

이제는 이러한 지긋지긋한 바깥 생활을 청산하고 행복한 나날만 있을 거라는 생각에 실장석은

눈물을 흘린다.

 -힘들었던 데스.. 이젠 끝인 데스.. 이젠 행복만 가득할거인 데스.

자실장들이 실장석이 눈물을 흘리는걸 바라보며 말했다.

 -그만우는 테치... 계속 울면 행복이 달아날지도 모른 테츄~♪

자실장들은 우는 친실장을 조소하며 장난친다.

탁아왕이 자실장들에게 주의를 준다.

 -그만 입다무는 데스.. 소란스러우면 인간씨들이 눈치채는 데스.. 그럼 실패로 돌아가는 데스..

자실장들은 못내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숙연해졌다.

앞으로의 행복을 생각한다면 이정도 인내는 아무것도 아닐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몇분을 더 걸어서 인적이 드문 지역에 편의점이 하나 있었다.

그리고 편의점 입구옆에 쓰레기통에 숨어서 기회를 노린다.

한인간이 편의점으로 온다.

그리고는 얼마후 편의점 봉투를 가지고 나온다.

그순간 실장석이 탁아왕에게 말한다.

 -지금 .. 지금 데스... 어서 자들을!

탁아왕이 실장석의 입을 손으로 막고 말한다.

 - 이 인간은 아닌데스.

그리고는 그냥 인간을 보내 버린다.

이러한 탁아왕의 행동을 이해할수 없었던 실장석이 화를 낸다.

 - 데에! 어째서 보내버린 데스! 와타시의 자들을 넣을수 있던 찬스 데스!

탁아왕이 말한다.

 -인간씨의 봉지속에 든 내용물을 보지 못한 데스?

실장석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탁아왕이 말한다.

 - 인간씨의 봉지속에 다른 와타시들의 동족의 물건이 든 데스. 그건 집에 다른 동족이 있다는 데스.
 그럴경우 탁아에 성공한다고 해도 행복하지 못한데스.

탁아왕의 예리한 관찰력에 감탄한 실장석. 그리고 별다른 말을 잇지 않고 탁아왕을 믿고 기다려 보기로 한다.

*           *               *            *

3시간이 지났다. 밤은 깊어간다.

그러나 이미 자신들 앞에는 인간들이 벌써 20여 명은 지나쳤다.

실장일가는 조금씩 지쳐가기 시작했다.

탁아왕은 계속 집중하여 편의점 입구를 주시하였다.

 - 데에.. 저기또 인간이 나오는 데스.

실장석은 이번에도 보낼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탁아왕의 능력을 다시 의심하기 시작하였다.

그순간이었다.

 -지금인 데스! 어서 너의 자들을!

편의점에서 나오는 인간은 '관리' 라고 적힌 파란색 모자를 쓴 중년의 남자였다.

마침 중년남자는 편의점 봉투를 들고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길을 멈춰 섰다.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서 담배에 불을 붙였고 뭔가 생각에 잠긴듯이 멍하게 서있었다.

탁아왕은 실장석이 건넨 두 자실장을 품에 안고는 편의점에서 나오는 인간에게 조금씩 다가가기 시작했다.

중년의 남자는 아직 알아채지 못했다.

탁아왕은 안고 있던 자실장에게 말했다.

 - 너희는 절대 봉투안의 물건을 건드려서는 안되는 데스.

자실장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는 먼저 한마리의 자실장을 던졌다.

 -테~
 갑작스럽게 공중으로 붕뜨게된 자실장이 놀란 짧은 비명소리였다.

그러나 인간이 알아챌정도의 소리는 아니었다.

 '풀썩.'

봉투속에 정확히 안착한 자실장을 확인한 탁아왕은 곧이어 나머지 자실장을 능숙하게 던진다.

 -테베~

역시 짧고 작은 소리를 냈고 무사히 봉지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재빨리 탁아왕은 그자리를 피하였고 실장석에게 돌아왔다.

실장석은 탁아왕의 행동에 감탄하고 매우 흥분된 얼굴로 탁아왕에게 말했다.

 -데에.. 굉장한 데스.. 와타시의 자들이 전부 탁아 성공된 데스..

탁아왕은 흉터가난 한쪽눈이 시린지 한손으로 눈을 비비며 말했다.

 - 이제 다끝난 데스.. 너는 이길로 저인간을 미행했다가 자들이 사육실장이 되면 너도 따라가면 되는 데스.
 그리고 약속한 댓가를 주는 데스.

실장석은 바로 자신의 집의 위치를 알려줬다.

실장석은 이제 세상을 다 가진듯한 표정이었고 탁아를 한 인간을 따라갔고 탁아왕은 한참동안

실장일가들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           *            *              *     

깊은밤... 탁아왕은 혼자 공원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실장석이 알려준 실장일가의 집으로 향했다.

골판지 하우스... 탁아왕은 실장석의 골판지 하우스를 해체하기 시작했다.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보다더 많은 골판지를 모아서 집을 덧대서 보강을 해야 했다.

이러한 버려진 골판지 하우스는 자신의 집 보강용으로는 더없이 좋은 재료였다.

집안에는 먹을 것이 조금 있었다.

도토리 바닥에 흩어진, 곰팡이핀 빵쪼가리, 말린 구더기 시체 등등 그리 크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적은 양이다.

자신에게 이런 부탁을 하러오는 실장석이야 안봐도 뻔하지만 말이다.
골판지 하우스재료와 남은 식량을 챙기다가

흉터난 씨린 한쪽눈을 어루만지며 혼자 중얼거렸다.

 -어리석은 실장 데스. 탁아는 결코 행복의 답이 될수 없는 데스. 와타시도 그걸 깨달은걸 너무 늦었던 데스.
 와타시의 눈.. 와타시의 자들... 이젠 돌이킬수가 없던 데스....

그렇게 중얼거린 탁아왕은 물건들을 마져 챙기고 자리를 떴다.

아직 겨울을 나기엔 조금 부족하다.

다른 실장들에게 탁아의뢰를 더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요즘 팔의 힘이 좀처럼 잘들어가지 않는다.

더많이는 받기는 어려워 보였다.

 -와타시도 늙은 데스까..

탁아왕은 그져 밤하늘을 바라보며 자신의 과거를 후회하며 다시 집으로 걸어간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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