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변일상 (하게사쿠 禿作)



다리 밑은 실장석이 살기 좋아 많은 골판지가 있다.

하지만, 봄이 되고 눈 녹은 물이 고인곳에 무 잔뜩 실은 트럭이 지나가면
흙탕물이 끼얹어져 가끔 굶은 채로 처량하게 자던 실장석들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어 놓는다.

흙탕물에 골판지가 이지러지다, 잠자던 실장석들 면상에 철푸덕하고 찌그러졌다.

데챠!! 차가운데챠 차가워 죽겠다는데챠!!
덱! 뭐인데스! 도대체 뭐냐는데스! 배도 고파 죽겠는데 왜 찬물을 끼얹느냔데스!

구더기까지 이 운치는 먹을 수 없는레훙 레후레후 거리면서 일가가 튕겨일어났다.


배고픈데스. 배고파 죽겠다는데스. 오늘도 굶을 순 없다는데스.
하면서 찌그러진 골판지를 헤치고 나와 깔고 앉으며 친실장이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다.
자실장들도 저마다 더러워진 옷과 머리를 닦아보지만 잘 되지 않는다.


오늘은 장이 서는 날, 5일에 한 번 있는 먹이의 때다.
친실장은 자들을 앉혀놓고 찌그러진 얼굴로 열심히 일장 훈시를 한다.

자들은 닌겐들에게 싹싹 비는데스. 싹싹 빌면 먹이를 얻는데스.
싹싹 빌어 오늘 먹이를 벌어오는데스.

하지만 자들은 그게 못내 불만이다.

데챠!! 똥마마때문에 세레브한 아따시가 고생인데챠!
먹이는 똥마마가 구해오란데챠! 추운데챠아!!

시끄러운데스! 말 많은 자들은 분충인데스!
오늘 먹이를 못 구하면 네밤을 굶어야하는걸 모르는데샤아아!
하고 말 많은 자실장을 개천가 진흙탕에 거꾸로 처박아주었다.

알았으면 빨리 가란데스!

하고 친실장이 이빨을 보이며 샤아아아 하니, 자실장들이 뽈뽈대고 저마다 데챠데챠하면서 흩어진다.


5일에 한 번 있는 이 전통시장에, 이제 사람은 없고 실장석들만 잔뜩 있다.


친실장은 아까 자기들에게 물끼얹은 트럭으로 갔다.
한참 무를 내리느라 바쁜 사람들에게 데스웅 하고 아첨을 해댔다.

그러나 아무도 친실장따위 신경쓰지 않는다. 오히려 바쁜 사람들은 발에 걸리적거리는 실장석따위
껌 밟듯이 지지밟거나 혹은 깡통 차듯 걷어내고 제 할일에 바쁘다.

괜히 옆에서 분주한 실장석들만 이리 채이고 저리 채인다.
그러다 한 놈이 인부 장화 속으로 자기의 구더기를 던져버리고,
인부 하나가 그 구더기때문에 신경쓰이다 결국 무포대기를 놓쳐버렸다.

데샤아아아!!
하고 절호의 기회에 실장석들이 그 무를 약탈한다.

에구 이 씨불 참피새끼들때문에그냥
예이 이 미친 참피새끼들 꺼져이놈들아
하고 인부들이 죄다 발로 걷어차버리는 가운데

자빠진 인부가 손에 걸린 박살난 무 하나를 친실장을 향해 던지고,
그 무조각이 애꿎은 다른 참피 면상에 맞아 덱 하는 걸
오늘 친실장은 박살난 무 반토막을 얻었다.


자실장 하나는 좌판 깔고 앉은 할머니들을 찾아다니며 데츙데츙하고 있었다.
그래도 할머니들은 에고 이 버러지가 어디서 왔나 하고 쓰다듬어 주는 사람이 있었다.

물론 암말 않고 방한화 벗어 내리치는 할머니 주변은 온통 적록의 껌딱지 실장이 되었으니
그 주변을 피하는게 생존 전략이다.

하지만 할머니도 남는 거 하나 없으므로 귀한 자판의 고사리나물을 줄 순 없다.

에나 에나 이거나 먹어라
하면서 다듬던 파껍질 같은 걸 봉지에 담아 쥐어주니
레치레치 하고 간다.


구더기는 레후레후 거리고 있다.


자실장들은 수산물전에도 나가보았다.
거기에는 먹을 것이 아주 많아서, 통만 기어오르면 먹을 것이 아주 많았다.
하지만 고양이와 싸워야 한다.

오늘 먹이를 얻지 못하면 일단 친실장에게 두들겨 맞아야 하므로
데치데치거리면서 주변을 동동대고 돌아다니다

상인 하나가 기운차게 내려치는 도마에서 튕겨나온 생선대가리를 하나 얻었다.

기가막히게 이를 주워 하수구 구멍으로 도망치니 상인이 이를 어쩔 수 없었다.


자실장 한 무리는 가게 창고를 비집고 들어가보았다.
비닐조각 사이로 묻은 케찹같은것이 또 별미기 때문이다.
순대조각이라도 찾는 날은 그날의 경사다.

과연, 비닐조각 빨간 고춧가루 소금에 잔뜩 묻은 순대가 걸렸다.
금일은 축제다. 하지만 비집고 들어온 틈이 좁다. 이걸 들고 나갈 순 없다.

먹으면 되는데츄!

하면서 배부르게 먹고 잘 나갔다.


나른한 늦은 오후, 이 시장 좌판에
친실장과 자실장들이 그날의 먹이를 셈해본다.

무토막 생선대가리 고사리 파마늘껍질

데쥬우복
하면서 트림하는 자실장들을 두들겨패니 순대를 얻었지만 먹고 왔다고 한다.
친실장은 이녀석들을 빗물 고인 보도블록 홈에 던져버렸다.

아직 많이 모자라다. 하지만 이제 사람이 밀려넘치므로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다.

주변에서 골판지나 얻어 가기로 한다. 일가가 전부 움직여야 세레브한 으뚜기 골판지를 얻을 수 있다.
자들은 비닐봉다리를 찾은 다음 이리로 오라고 시키고, 친실장은 골판지 쌓인 곳을 찾아헤맸다.

골판지 쌓아둔곳을 낮에봤는데 어디인지 헤매다
지금 와 보니 어떤 할머니가 유모차를 끌고 와서 다 가져간다.

데샤!! 그 골판지는 와타시다찌 집인 데샤!!하니
할머니가 운동화를 거꾸로 집어들고 실장석 뺨을 때리며

이놈으 버러지새끼는 으른도 몰라보고 한다는 소리가 데샤데샤
예끼 이 미친 버러지야 느 집엔 에미도 애비도 삼춘도 당숙도 없다더냐
늙은것도 서러운데 참피 새끼까지 날 괄시하네

하면서 일장 연설로 죽어라 팬다.


데치이!! 하고 새끼들이 그래도 자식이라고 울면서 할머니한테 싹싹 비니
할머니가 그래도 보기 안됐던지 작은 푸라면 박스 하나 던져준다.


불쌍한 실장석 일가 여기저기 터지고 찢어진채로 다시 다리 밑으로 돌아와보니 안됐다.
봉다리는 그래도 몇 개 있는데 골판지는 작아서 옴쳐도 다 잘 수 없다.
먹이도 적어 빠듯하게 먹어도 하루를 굶어야한다.


순대 처먹은 분충들은 나가서 자란 데샤!
하고 친실장이 자실장을 뻘밭으로 던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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