솎아내기

 

'장녀, 이리로 오는 데스.'

'텟? 무슨일인 테치 마마?'


먹이활동을 하고 돌아온 친실장이 장녀를 집에서 조용히 불러냈다. 그리고 숨겨둔 먹이창고를 들춰 식량을 보여줬다.


'분명 와타시는 아마아마한 음식을 아래부터 보관했던 데스. 장녀도 기억할 것인 데스.'

'하이 테치! 가장 아래에는 사탕, 콘페이토, 초코렛이 있는 테츄. 절대 손대면 안된다고 신신당부했던 테츄.'


친실장이 음식을 뒤져 아래를 확인하지만 사탕이나 콘페이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장녀는 창백해진 얼굴로 친실장에게 말했다.


'마.. 마마.. 와타치는 절대 아닌 테치! 와.. 와타치는 잠자리도 마마 옆인 테치! 그리고 일어나면 자매들을 돌보느라 먹이창고 옆에 올 시간도 없는 테츄!'

'아는 데스. 장녀는 가장 현명하고 마마를 따르는 걸 알기에 알린 것인 데스. 이런일이 일어날까 두려워 먹이창고를 집밖에 만들었지만 결국 일어나 버린 데스. 영악한 분충이 있는 데스요.'


자들은 모두 5자매였다.

장녀와 차녀, 그리고 엄지인 삼녀. 비상식인 4녀 5녀는 구더기라 논외였다. 친실장은 다시 먹이창고를 풀과 흙으로 위장했다.


'당분간은 모두에게 비밀로 하는 데스. 장녀도 입단속을 꼭 해야 하는 데스. 알겠는 데스까?'

'하.. 하잇 테츄!'


친실장은 곰곰히 생각했다. 증거도 없이 윽박질렀다간 도리어 분충이 자들을 선동해 일가실각이 일어날 수 있다. 공원에서 3년이나 살아온 현명한 친실장은 그 날 잠자리에 누워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모두들 모여 보는 데스.'

'테? 간식시간인 테치?'

'무슨일인 레치?'

'프니프니가 아니면 사양인 레후~'


친실장이 먹이활동을 나가기 전, 자들을 불러 모으자 저마다 한마디씩 하며 다가왔다. 재잘거리는 귀여운 모습에 흐뭇하게 웃음 짓던 친실장은 자들을 먹이창고로 이끌었다.


'먹이창고가 아무래도 자리가 안좋은 데스. 오늘 아침 먹이활동은 쉬고 함께 먹이창고를 옮기는 데스. 알겠는 데스까?'

'하잇~!'


친실장은 자들과 함께 모든 음식을 봉투로 옮겨 담았다. 봉투는 장녀에게 맡겨졌고 친실장이 떠나자 자들이 모여 봉투에 관심을 보였다.


'테에에.. 일했더니 피곤한 테치. 봉투에서 맛있는 냄새가 나는 테치.'

'오네챠, 마마가 혹시 점심 나눠 먹으라고 하지 않은 레츄?'

'구더기도 점심 먹고 프니프니 받고 싶은 레후~'


장녀는 봉투를 꽉 붙잡고 단호하게 말했다.


'안되는 테치! 이건 비상식이니 절대 손대면 다메 테치!'

'테에에에....'


다들 시간이 흐르자 봉투는 잊고 즐겁게 탁구공을 튀기며 놀기 시작했다. 얼마쯤 놀았을까? 크게 할 일이 없었던 자매들은 평소처럼 낮잠을 자기 시작했고 장녀는 그 틈에 잠시 화장실을 다녀왔다.


'테에에엣? 다들 일어나는 테츄! 누가 봉투에 손을 댄 테챠아아아-!!'


봉투는 엉성하게 풀려 있었고 이를 눈치챈 장녀가 다급히 자매들을 일으켰다. 다들 눈을 비비며 일어나 불만을 토로했지만 장녀는 매섭게 자매들을 몰아 붙였다.


'와타치가 운치를 누고 온 사이 몰래 음식에 손을 댄 분충이 여기 있는 테챠아! 마마가 오기전에 찾아야 하는 테츄!'


장녀는 모든 자매들을 집밖으로 내쫓고 큰소리로 명령했다.


'이제부터 한명씩 집으로 들어와 와타치와 면담을 가지는 테츄! 마마가 없을땐 와타치가 마마인 테치! 말을 안듣는 분충은 와타치에게 솎아내지는 테챠아아!'

'테.. 테에엣-!?'

'강렬한 프니프니가 필요한 레훙~'


차녀부터 장녀와 함께 집으로 들어갔고 자매들은 덜덜 떨며 차례를 기다렸다. 장녀는 들어가자마자 차녀의 뺨을 때렸다.


[찰싹!]

'테뷁!'

'오마에가 범인인 테치!'

'아.. 아닌 테치! 와타찌가 아닌 테치!'

'와타치는 화장실을 다녀왔고 삼녀와 구더기들은 봉투를 못여는 테치! 모든 자매들이 증인인 테치! 오마에가 무조건 범인이니 마마에게 이르는 테치!'

'테.. 테에에엥... 테?... 테뺫!!'


장녀는 울고있는 차녀를 바닥에 눕히고 짓밟았다. 머리 하나 더 큰 장녀의 힘을 당해낼 수 없었던 차녀는 꼼짝할 수 없었다.


'테.. 테에에에.....'

'이제 오마에는 솎아내지는 테치! 마마가 오기전에 우선 와타치가 손 봐주도록 하는 테치!
마마가 칭찬할 것이 분명한 텟츄웅~♪'

'그럴 필요 없는 데스우.'

'테에에에엣!?'


갑자기 친실장이 집으로 들어왔고 놀란 장녀가 발에 힘을 빼자 차녀가 기어가 친실장 뒤로 숨었다. 장녀는 의기양양하게 차녀를 가르키며 친실장에게 말했다.


'마마! 와타치가 음식을 훔쳐먹던 분충을 찾은 테치! 와타치가 화장실을 간 사이 저 분충이 봉투에 손을 댄 테치! 모두가 증인인 테치! 칭찬해주는 텟츄웅~♥'

'테에엥... 마마아..'


친실장은 울먹이는 차녀를 다독이며 장녀의 말을 조용히 듣기만 했다. 친실장의 싸늘한 반응에 장녀는 진땀을 빼며 외쳤다.


'마.. 마마! 이해가 안되는 테치? 저 봉투의 매듭은 와타치와 차녀만 풀 수 있는 테치! 당연히.... 테에에..? 마마.. 혹시 와타치를.....'

'... 오마에는 정말 영악했지만 실수를 2번한 데스우.'

'테.. 테에.. 마마.. 무슨...'

'먹이창고의 밑바닥에 가장 아마아마한 먹이가 있다는 것은 오마에와 와타시만이 안다는걸 잊은 데스우?'


눈이 구슬만해지며 경악하는 장녀. 하지만 일그러진 얼굴로 위협하듯 친실장에게 외친다.


'테... 테에에에엣!? 하.. 하지만 저 분충이 분명 아마아마한 먹이만 골라먹으려고 뒤져봤을 수도 있는 테챠아아! 똥마마는 와타치를 모함하는 테츄와아아아-!!'


친실장은 두려워 하는 차녀를 집밖으로 내보냈다. 그리고 위협하는 장녀에게 천천히 다가가며 물었다.


'오마에가 그렇게 변명할 수도 있어서 와타시가 수를 쓴 데스. 왜 와타시가 음식이 사라진걸 말해주고 먹이봉투를 맡겼을것 같은 데스?'

'테... 테에에... 테에에에엣...'


잔뜩 잔머리를 굴리며 대답하려는 장녀를 붙잡으며 친실장이 조용히 말했다.


'겁먹은 오마에는 수작을 부릴게 분명했던 데스. 와타시가 오마에와 차녀만 풀 수 있는 봉투를 맡기자 어떻게 한 데스? 화장실에 간게 아니라 누명을 씌울려고 음식을 옮기지 않았냔 데스까?'

'테... 마...마...'

'자들이 있으니 그 자리에서 먹어치우긴 힘들었을 것인 데스. 봉투만 풀어놨다간 와타시가 왔을 때 확실히 누명을 씌울 수 없었을 것인 데스. 와타시가 정말 먹이활동 갔을거라 생각한 데스까? 와타시는 수풀에서 모든걸 지켜 보고 있었던 데스요...'

'테.. 텟츄웅~♥ 와타치는 마마의 첫자식인 텟츙~ 정말 정말 똑똑하고 영특한 텟츄웅~ 차녀는 착하기만 하고 멍청해서 공원에서 살아갈 수 없는 텟츄우~ 삼녀와 구더기들은 미래가 없는 텟츄웅~ 깊게 반성했으니 이제... 테뷁!!'


친실장은 장녀의 목을 순식간에 돌려버렸다.

싸늘해진 장녀의 시체에선 운치가 폭포처럼 터져 나왔고 친실장도 피눈물을 흘리며 주저앉았다.


'아는 데스.. 오마에는 정말 정말 똑똑했지만.. 와타시의 경험을 이길 수 없었던 데스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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