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취미는 공원의 실장석 관찰이다. 애호도 학대도 하지 않고 그저 살아가는 실장석을 지켜보는것. 출장이 잦은 직종이라 출장지의 여러 공원을 둘러보며 실장석을 관찰하고 있다.
내륙지방으로 출장을 간 그 날도 일을 끝내고 숙소 근처의 공원을 찾았다. 조그만 공원에는 역시나 실장석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행동을 보니 나름 인간에게 들키지 않게 조심스레 움직이는것 같지만 뻔히 다 보인다.
나는 링갈을 켜고 벤치에 앉아서 녀석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이상하게 어느 공원에나 흔히 보이는 풍경이 없다. 비닐봉투를 들고 오가는 성체의 모습이. 저녁 시간이라 그런걸까.
그런데 자세히 관찰하다보니 이상한게 하나 더 있다. 실장석이란 생물은 특유의 A자 입 때문에 항상 드러나 있는 신체부위가 있다. 하지만 이 공원 실장석들에게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근처 수돗가에서 물을 뜨던 일가를 습격해 성체실장석을 잡았다. 나를 마주보자 덜덜 떨면서 [닌겐상 제발 살려주는데스..] 라고 말한다. 발 아래의 자실장 세마리들도 [제발 마마를 풀어주는테치!] 라고 외치고 있다. 과도한 공포심을 보니 얼마 전에 학살파라도 왔다 간 걸까.
일단 손가락으로 실장석의 입을 열어젖혔다. 역시 예상대로 치아가 하나도 없다. 상태를 보니 맞아서 부러지거나 한게 아니다. 깨끗하게 뽑혀 나간 흔적.
성체를 내려놓고 자실장을 집어들어 확인한다. 역시 세마리 전부 치아가 하나도 없다. 이녀석들은 치아도 재생될텐데 어째서?
세번째 자실장을 내려주자 일가는 바람같이 (물론 실장석 입장에서다.) 사라진다. 다른 실장석들도 몇마리 잡아서 확인해봤지만 다들 치아가 없다. 가끔 한두개가 구석에 남아있는 개체는 있었지만 대부분이 다 빠져 있었다. 확인중에 [데뎃 구강직스파 닌겐인데샤!!] 하던 녀석한테 딱밤 한방을 먹여준것 외엔 특별한 일도 없었다.
학대파의 짓일까? 아마 아닐것이다. 치아마저 재생되는 실장석들의 이를 주기적으로 일일히 뽑아내는 학대파가 있을 가능성은 적다. 그것도 수십마리나 되는 공원 실장석 전부를.
단서를 얻기 위해 실장석들의 집을 찾아 뒤진다. 단서는 금방 발견되었다. 첫번째 골판지 하우스를 열자 중간에 당당히 자리잡고 있던것. 무언가 커다랗고 하얀 덩어리에 빼곡히 박혀있는 하얀 조각들. 물티슈 두개를 꺼내 양손으로 조심히 집어들자 수수께끼가 풀렸다. 하얀 덩어리는 엿 덩어리였다. 하얀 조각은... 물론 실장석들의 치아. 재생되다가 뽑힌것처럼 보이는 불완전한 조각들도 있다.
어떤 인간이 선의든 악의든 공원에 엿 덩어리들을 뿌린것은 분명하다. 크기로 봐선 골판지 하우스마다 찾아다니며 직접 놓아주지 않았을까? 실장석들은 이 선물에 크게 기뻐하며 아마아마한 맛이 나는 덩어리를 힘껏 깨물었겠지. 그 뒤의 일은 명약관화. 애초에 엿이란것은 인간의 치아조차 종종 제물로 삼는 음식이다. 실장석의 연약한 치아로는 상대할 수 없다.
그러나 실장석의 단것에 대한 집착은 고통을 넘는다. 치아가 숭숭 빠져나가면서도 아마아마한 덩어리를 먹겠다고 일가 전체가 달려들어 이를 박아넣었을것이다. 원래 가지고있던 치아도 재생되고있는 치아조차도 모두 엿 덩어리에게 바친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그로테스크한 하얀 덩어리와 구강직스파들이 환영할만한 실장석이 가득한 공원의 완성이다.
이 엿의 주인인 실장석 일가가 아마아마한 보물을 내놓으라고 그르렁거린다. 그 꼴이 되고도 단것에 대한 집착은 여전한걸까. 식량을 모으던 실장석들이 보이지 않던 것도 아마 이 거대한 칼로리 덩어리 때문이겠지.
엿 덩어리를 제자리에 돌려주었다. 실장일가들이 달려들어 또다시 입을 벌린다. 그 모습을 뒤로 하고 나는 숙소로 돌아왔다.
엿은 언젠가는 녹아 사라진다. 그 후에 실장석들은 어떻게 될까. 단맛에 중독되어 올라갈대로 올라간 입맛을 가지고 음식물쓰레기를 먹는 삶으로 돌아갈수 있을까? 그 결과물도 보고싶지만 안타깝게도 내 출장 기간은 그렇게 길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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