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환



어느날 공원을 지다가나 기묘한 광경을 보았다.

“데스..데스데스! 데스~!”
-테치...! 테치테치! 테치이~!

저실장 두마리가 성체실장 한마리를 가운데에 두고 빙빙돌면서 운치로 원을 그리고 있었다. 성체실장은 그 원 가운데서 두 팔을 벌리고 무언가 외치고 있었고 그에 맞춰 그 원 주변을 약 20마리의 자실장들이 빼곡히 둘러쌓아 엎드리며 성체실장의 외침에 맞춰 무언가 말을 하고 있었다.

굉장히 기묘한 광경이 아닐수 없가. 대체 무엇을 하는지 너무나 궁금해져 살금살금 다가가 린갈을 켰다.

“위대한 인간님이여! 이 제물를 바치니 와주는 데스우!”
“와주는 테치!”

“테챠아아아아-! 놓아라 테치! 당장 놓아라 테찌이!”

성체실장의 말에 수풀에서 자실장 4마리에 사지가 붙들린 제법 살이 통통하게 오른 독라자실장 한마리가 붙들려 꿈틀거리고 있었다. 조심스레 원를 건너 성체실장의 손에 놓인 자실장은 눈물을 흘리며 부들거렸다.

“당장 풀어주는 테챠아! 그만두는 테치! 이런짓 그만하는 테치!!”
“닥치는 데스! 오마에의 위석을 제물로 오늘은 반드시 부르는 데스! 와타시의 보검을 준비하는 데스!”

오호라. 이쯤오니 대충 무엇을 하는지 알수가 있었다. 어디서 본건지 모르지만 인간을 소환할려는 모양. 사실 벌레새끼들이 우글거려서 모여있는걸 보고 다 밟아 죽일려고 했으나 이정도 하면 오히려 호기심이 생긴다. 대충 장단을 맞춰줘볼까 싶기도 하고.

“의식을 시작하는 데스!”
“놓아라 테치! 와타시는 이렇게 죽기 싫은 테치!”

-찌이익

녹슨 못이 바닥에 누운 자실장의 배를 가르며 종이 찢어지는 소리를 냈다. 일자로 죽 그어진 검은 선이 벌려지면서 피와 내장이 흘러 내리기 시작했다.

“테갸아아아! 테챠아아아아-!!”

성체실장은 자실장의 뱃속이 잘 안보이는지 두툼한 손을 넣어 자실장의 뱃속을 휘저었다. 내장이 성체실장의 손짓에 어느정도 휘감기자 위로 훅 빼니 내장이 같이 딸려올라왔다.

“테끼이익! 테쨔악! 테삐-!!”
“오...이, 이것을 보는 데스!”

성체실장은 손에 휘감긴 내장사이에 삐죽 튀어나온 위석을 보며 흥분에 찬 고함을 질렀다. 성체실장은 단 한번에 내장과 함께 딸려나온 위석을 보며 감탄을 부르 짖었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제물을 바쳤지만 이렇게 단 한번에 나온 경우는 없었다. 주변을 둘러쌓은 자실장들도 감탄을 내뱉으며 기대에찬 고양된 소리를 내었다.

“자! 이 위석을 바치니 와주는 데스우우우-!”
-오는 테치이이이-!

문득 이녀석들의 장단에 놀아주는 것도 재밋겠다 싶어 핸드폰을 스피커 모드로 돌려놓고 나무 위에 올려놓고 블루투스 이어폰을 통해 나무 뒤로 숨었다.

[......감히 나를 부른 놈이 어떤녀석이냐!]
“데갸악! 데챠! 오...온 데스까! 기다렸던 데스!”

갑작스럽게 하늘에서 들리는 무미건조한 기계음에 살짝 빵콘을 한 성체실장은 두려움에 떨면서 조심스레 대답했다. 자실장들은 너무 놀라 대가리를 땅에 박고 부들거릴 뿐이였다.

[그래, 나를 부른 용건이 무엇이냐? 하잖은 이유라면 너희들을 모두 죽여버릴것이다]
“데엑! 아닌 데스! 절대 아닌 데스! 와타시들은 그저......콘페이토가 먹고 싶어서 그런 데스!”

콘페이토. 사실 진짜 콘페이토는 나름 비싸다. 하지만 실장석 대가리. 별사탕과 콘페이토를 구분할수 없기에 그냥 별사탕을 주면 콘페이토라 알고 좋다고 하기에 한국에선 콘페이토 = 별사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리고 별사탕의 가격은 싸다. 한봉에 100개 들어있는게 500원 정도. 때마침 친구녀석이 사육실장 도리를 처분하면서 집에 남은 별사탕 3봉을 주었기에 나는 나무뒤에서 주머니에서 꺼낸 별사탕을 성체실장의 면상으로 던졌다.

-철퍽

“데걋!”

얼굴에 별사탕 봉지를 맞은 성체실장은 코피와 함께 털푸덕 넘어져 빨갛게 달아오른 코를 만지며 눈물을 찔끔 흘렸다.

-테, 테, 테챠아! 콘페이토인 테치! 진짜 콘페이토인 테치!
“콘페이토! 콘페이토 데스!”

봉지안을 가득채운 형형색색의 별사탕을 보며 감격의 눈물을 주르르륵 흘리는 성체실장과 자실장들.

“감사한 데스! 감사한 데스우!”
-감사 테치이~

[시끄럽다! 앞으로 나를 부를려면 먹고 싶은 별사탕의 갯수만큼 보름달이 머리 위로 뜨는 날 제물을 바쳐라! 자비는 이번 한번 뿐이다]

“알겠는 데스! 감사한데스! 명심하는 데스!”
“...와타시도 콘페이토 먹고 싶은 테보릿!”

-우지끈, 파킨!

“이 미친 제물녀석이 개소리를 지껄이는 데스까.”

[명심해라. 보름달이 머리 위로 뜨는 저녁! 하지만 정성이 부족하면 나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니....]

뱃속이 텅 빈 제물 자실장의 위석을 깨물어 깨뜨린 성체실장은 거듭 조아리며 감사를 하며 별사탕 봉지를 소중하게 끌어안았다.


별사탕 한봉지로 나름 진귀한 경험을 했기에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집으로 향했다.


그뒤로 이 공원에 기묘한 풍습이 생겼다. 보름달이 뜨는 저녁이면 운치로 만든 원 안에 소복히 쌓인 자실장 사체를 놓고 간절히 무언가 비는 실장석들이 생겼다는 것이다. 정성을 더하기 위해 나름대로 머리를 쥐어짠 녀석들은 위석뿐만 아닌 온갖것들을 섞어 의식을 하였고 이 기현상은 뉴스에도 소개되었다. 다만 시에선 미관상 좋지 않다는 이유로 집단구제를 실시, 그렇게 전세계 유일한 사례인 실장석들의 소환의식은 사라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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