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옅은 달빛에 은은히 빛나는 밤에, 어느 골판지 상자 안에서 비통한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문득 궁금해 안을 들여다 보면, 천장을 응시하고 있는 탁해진 두 눈알, 징그럽게 삐져 나와있는 혀, 외상 없는 시체인 채의 친실장.

그리고 그 시체에 둘러앉아 절규하고 있는 친실장의 새끼들, 구더기는 말 없이 그런 자매들을 바라보고 있다.

보존식 통은 텅 비어있고, 운치굴은 매몰되어 있다. 악취와는 괴리되게도 골판지 상자 안은 묘하게 깨끗하다.

무슨 영문인고? 우리는 알 수 없을테다. 그저 덧없는 공수래공수거, 또 다른 실장생이 마무리 되었단 것 외에는 아무것도.

세상이 떠나가라 통곡하는 자실장들은 시간이 흘러 점점 울음소리 내는 것은 그만하고 친실장의 미지근한 온기가 남아있는

시체의 피부에 기대 눈물을 똑똑 흘리며 알아들을 수 없는 옹알이를 시작했다. 차가운 바닥에서 안아주길 바라며 울고 있는 구더기는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참으로 애석하게도 원래부터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는듯,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그리고 구더기도 울음을 멈추고 그저 어느새 잠든 자매들의 발치에 기대 몸을 웅크려 잠들었다.

...어미를 잃은 이 고아들의 평화는 오래 가지 못할 것이다.


달은 어느덧 고층 아파트가 이룬 비자연적인 숲 사이로 사라지고, 반대쪽, 논과 밭을 등진 험준한 산에서 밝은 동이 터오고 있었다.

언제나 고요히 찾아오는 새벽녘이었다.

그것만이 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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