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장샵의 하루



[어서오세요 ××××입니다~!]

카운터옆의 문을 활짝 열고 들어온 손님에게 인사하는 종업원. 가게에 들어온 남자는 문을 닫지 않고 잠시 열린채로 붙잡아놓았다.

[데스~]

남자가 열어놓은 문으로 들어오는 옷차림이 깨끗한 실장석. 남자의 사육실장이리라...

이상할건 없다. 실장샵에서 대금을 지불하는것은 사육주이지만, 거기서 산 상품을 사용하는것은 사육실장이기에 사육실장을 대동해서 쇼핑을 하는것은 종종 있는일이다.

[에.... 사육실장을 한마리 사고싶은데요. 이녀석 불임처리가 되어있어서 새끼를 못낳거든요. 그래도 너무 큰녀석은 좀 그렇고... 엄지에서 생후 1개월 미만의 자실장으로요]

[네. 그정도라면 저쪽 코너로 가시면됩니다.]

종업원이 안내한곳은 실장샵에서 가장 인기있는코너, 사육실장으로 가장 선호되는것은 엄지와 자실장이기에 입구에서 가장 가까이있었다.

[아! 그이전에 새로 데려갈녀석에게 줄 물건을 먼저 사고요. 바구니 하나 주시겠어요?]

남자의말에 종업원은 카운터 옆에 쌓여있던 쇼핑바구니 하나를 들어서 건네주었다. 고른 실장석을 넣을 미니수조가 달린 특제 쇼핑바구니이다.

이또한 이상할게 아니다. 사육실장을 이미 기르고있다하더라고 새로운 사육실장을 추가로 들인다면 새로운 용품이 필요한것은 당연하기때문이다.

[어디보자.... 실장복은 분홍색에.... 자실장의 입 크기에 맞는 콘페이토..... 환영식때 사용할 미니 스테이크...... 고무공에.......]

남자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자실장용 용품을 몇개 골라서 장바구니에 넣었다.

[테...! 스테이크도 넣는테치!]
[공씨도 있는레치!]
[콘페이토도 엄청많이 들어간테치!]

실장용품코너는 자실장들과 엄지들이 들어있는 수조의 맞은편. 즉 자실장들과 엄지들은 쇼핑바구니에 들어가는 물건들을 실시간으로 보고있는중으로 바구니에 새로운 물건이 추가될때마다 환호성을 지르고있었다.

'한마리는 저기 바구니안에 넣어져 사육실장으로 데려가지는게 분명하다!', '그 한마리는 나일게 분명하다!', '당연히 가장 귀여운 아타치가 선택될게 분명하다!' 따위의 생각을 하며 콧구멍이 벌렁벌렁, 콧김을 쒸익쒸익 내뿜으며 행복한 미래를 상상하는 자실장들과 엄지들.

[저기요~ 물건은 다 골랐고 이제 실장을 고르려는데요~]

남자의 목소리에 카운터에 서있던 점원이 일회용 위생고무장갑을 끼고 다가왔다.

[네~ 어느녀석으로 드릴까요?]

[아! 선택하는건 제가 아니라 이녀석입니다. 어차피 다들 훈육은 어느정도 되어있을테니 키울녀석이 직접 선택하는게 좋을거같아서요]

남자는 발치에 우두커니 서있던 사육실장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아! 그러시군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카운터로 돌아가 발판을 가져오는 점원. 자주 있는일은 아니지만, 사육실장에게 물건을 고르게 하는 경우가 종종있기에 비치된 실장용 발판이다.

다만 사육실장이 다른 사육실장을 고르게하는 경우는 근무한이래로 처음이기에 점원의 눈은 호기심으로 반짝거리고있었다.

[자 미도리. 한마리 골라보렴.]

점원이 가져온 발판위에 들어올려주자, 미도리는 천천히 수조안의 자실장들과 엄지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테츄우우웅~ 오마에가 아타치의 새로운 마마인테츄? 오마에는 빨리 아타치를 고르는테츄~!]

가장먼저 미도리와 눈이 마주친 자실장이 애교포즈를 취하며 어필하기 시작했다.

[......마마를 '오마에'라고 부르는데스? 그런 똥벌레는 와타시의 자로 어울리지 않는데스.]

[테....! 말실수한테츄! 그게 아닌테츄! 마마! 아타치를 자로 기르는걸 허락하는테츄!]

호화로운 물건을 잔뜩 고른 인간의 사육실장이 될수있는 기회를 날러버리게 생긴 자실장이 다급하게 팔을 파닥거리며 변명하지만...

[허락이라한데스? 와타시가 왜 오마에의 허락을 받아야하는데스? 오히려 오마에가 와타시의 허락을 구하는게 맞지않는데스? 그런것도 모르는 멍청한 똥벌레는 필요없는데스! 저리 꺼지는데스!]

[테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타치를 고르는테츄! 아타치를 고르는테츄아아아아아아아!]

미도리가 점원을 쳐다보며 고개를 흔들자, 무슨뜻인지 알았다는듯 점원이 퇴짜맞은 자실장을 잡아올렸다. 멀찌감치 떨어트려놓기 위함이다.

[츄아아아아아아아아! 아닌테치! 이야테치! 점원상 놓아주는테치! 아타치는 마마의 자인테챠아아아아!]

점원의 손아귀 안에서 버둥거리며 저항하는 자실장은 '뿌직뿌직'하는 소리를 내며 빵콘마저 해버린다.

[........]

착용한지 얼마 되지 않은 일회용 고무장갑이 빵콘한 운치로 더러워진바람에 점원이 인상을쓰며 자실장을 가게 안쪽으로 들고갔다. 빵콘이나 해대는 실장석은 사육실장에 맞지않기에 즉시 처분한다는것이 이 실장삽의 규칙이므로 즉시 자실장을 처분하러 가는것이다.

[실수테츄! 한번만 용서해주는테츄! 처분은 이야테츄우우우우우!]

비명을 지르며 끌려간 자실장. 그리고 잠시후 스태프 전용 방에서 나온 점원은 더러워진 장갑까지 같이 처분한것인지 맨손으로 돌아왔다.

[죄송합니다.... 훈육이 부족한 개체였던것같습니다...]

점원이 고개숙여 남자에게 사과했다.

[아~ 아닙니다. 애초에 구입하지 않으려는 녀석이였으니까요. 미도리 계속해라. 어서 골라서 집으로 돌아가야지]

남자에게 재촉받은 미도리가 다시 수조안을 살피기 시작한다.

[마마~ 아타치를 고르는테치~ 아타치 춤도 잘추는테치~ 노래도 잘하는테치~ 텟테로체~ 텟테로체~]
[아타치를 고르는테치! 착한자인테치!]
[엄지챠를 보는레치! 귀여운자인레치!]

방금전 자실장이 처분되는것을 본 자실장들과 엄지들은 자기들도 처분당하지 않도록 주의하며 미도리를 향해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추거나, 애교를 부렸다.

[데..... 저자가 좋겠는데스.....]

잠시 고민하던 미도리가 선택한것은, 춤을 추는 자실장도, 노래하는 자실장도, 애교를 부리는 엄지도아닌 수조 구석에서 멍청하게 서있던 엄지였다.

미도리의 선택에 점원이 수조안에서 엄지를 꺼내 남자가 들고있던 쇼핑바구니에 넣어주었다.

[텟?!]
[테에엣?!]
[레!]

일제히 경악하는 선택받지 못한 자실장들과 엄지들. 자기가 선택받아 방금 남자가 바구니에 담은것들을 차지할거라 확신하던 행복한 미래가 깨진것도 원인이지만, 평소 어떤 손님이 와도 어필한번 하지않은 몸약한 엄지가 선택받은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자실장과 엄지들은 그런 왜소한 엄지를 [오마에는 반푼이라 사육실장이 될수없는테치!], [어서 점원상에게 처분당하라는레치!] 라며 평소에 놀려왔었기에 이렇게 뛰어나고 귀여운 자신들이 저런 멍청한 엄지에게 밀렸다는 사실이 충격일수밖에 없는것이다.

[어째서인테치! 어째서 저 똥벌레인테챠아아아아!]
[오마에 빠가테츄? 저런 반푼이를 고른테츄! 저런 반푼이보다 뛰어난 와타시를 선택하는게 맞는테챠아아아!]

미도리는 자신 비난하며 항의하는 자실장들과 엄지들을 무시하고, 바구니에 넣어진 엄지를 사랑스러운것을 보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마치 방금 낳은 자를 보는 실장석과같은 얼굴이다.

[테챠아아아아아아아아!]
[저건 와타시의 것인테치! 코오오오온페이토오오오오! 스테이크으으으으으으으!]
[레에에에에엥! 레에에에에에에엥!]

사육실장. 그것도 호화로운 생활을 할수있을게 분명한 기회가 사라졌다는것을 직감한 자실장들과 엄지들이 울음을 터트리며 발을 동동 구르기 시작했다.

[너희들! 조용히해! 처분당하고싶어?]

아직 손님이 가게안에 있는 상황에서 시끄럽게 울도록 놔둘수없었던 점원이 수조안을 째려보며 말하자 겁먹은 자실장들과 엄지들이 울음을 그치며 다리을 X자로 꼬아가며 빵콘을 참아냈다.

[하아... 죄송합니다...]

[아뇨 괜찮습니다. 꽤 괜찮은 엄지를 찾았으니까요. 이녀석은 이제 두고두고 귀여움을 주며 키울겁니다. 지금은 엄지지만 나중에는 성체까지 커서 새끼를 낳을겁니다. 불임수술을 시키지 않을거라서요]

미소짓는 남자는 바구니안의 엄지의 머리를 쓰다듬고있었다.

[계산 부탁드릴게요. 카드로 하겠습니다.]

[네! 카드받았습니다. 계산 도와드리겠습니다!]

점원이 바코드 리더기로 사육실장 물품을 하나씩 찍어 봉투에 담고, 마지막으로 엄지만은 남자의 요청으로 케이지에 넣어주는것이 아닌 미도리의 품에 안겨주었다.

[와타시를 마마라고 불러도 되는데스우..]

[마마레치......?]

[그런데스. 오늘부터 오마에는 와타시의 자인데스]

'파킨!'
'파킨!'
'파킨!'
'파킨!'

엄지를 쓰다듬으며 웃고있는 미도리와, 그런 미도리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남자는 듣지 못했지만, 점원의 귀에 똑똑하게 들린 위석의 파열음.

'하아.... 또인가?....' 라고 점원이 속으로 중얼거리며 남자의 어깨너머로 수조를 보면 검은빛의 눈물을 흘리며 쓰러진 자실장과 엄지가 도합 열댓마리... 수조내 전체 숫자의 3분의 1에 달한다.

사육실장이 팔려나가면 선택받은 동족에 대한 질투와, 선택받지 못한 절망으로 한두마리정도는 위석이 붕괴해 죽는게 일상다반사지만 이번에는 너무 많이 죽었다며 점원이 눈을 찡그렸다. 원가가 낮은 실장석이라지만 이정도로 많이 죽었다면 손해가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원은 모를것이다. 이렇게나 많이 죽어버린 이유가 평소 반푼이라고 우습게보며 멸시하던 엄지가 다정해보이면서도 사육실장에게 어느정도 사치를 허용하는 인간에게 선택받았기에 자신들은 그보다 못한 존재였다며 자괴감을 느끼고 죽어버렸다는것을.....

남자와 미도리가 실장샵에 오기 직전까지 따돌림을 받으며 밥도 재대로 먹지 못한 엄지는 미도리의 품안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미도리를 올려다보며 [레에~...]하며 안도의 울음소리를 짧게 내고는 눈을 감았다. 매일매일 동료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며 쌓인 고통과 스트레스로 위석이 약해지는 나날에서 탈출했다는걸 깨닫고 긴장감을 모두 풀어버린 바람에 저도모르게 잠에 빠진것이다.

[계산 완료되었습니다. 여기 카드...]

그때 결제를 끝낸 점원에게 카드를 돌려받은 남자가 실장샵의 문을 열어주자 엄지를 안은 미도리가 먼저 실장샵 밖으로 나가고, 남자가 뒤따라 나간뒤 문이 굳게 닫혔다.

[하아.... 사유서를 써야하나....]

실장샵 내부에는 방범용 CCTV가 있기때문에 점원이 잘못한것은 없다는 증거가 있지만, 그래도 사유서를 작성하는것만은 피해갈수 없기에 점원이 한숨을 내쉬며 청소용 장갑을 착용했다.

[아... 진짜.... 이번달만하고 때려칠까....]

죽은 자실장과 엄지들의 시체를 꺼내 분쇄기로 옮기는 점원의 어깨가 축 늘어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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