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들실장(주거편)



녹지조성을 목적으로 하거나,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이찾는다거나 하는 극소수의 몇몇을 제외하고는 그 많던 공원이 전부 소멸했다.

그 이유는 간단하게 설명이 가능한데, 공원을 찾는 발길이 매우 줄었기때문이다. 공원의 주 방문객이였던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요즘에는 학원에 다니기 바쁘다거나, 놀더라도 pc방같은곳에 가는 시대이기에 공원의 존재이유 자체가 사라진것이다.

아무튼 공원이 사라지는거야 사실 인간들에게는 별 영향이 없다. 그 이유는 당연히 공원에 가지 않으니까!.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인간들의 사정일 뿐이고 공원에서 주로 서식하던 들실장들에게는 상당히 크나큰 문제였다.

멸종위기에 처한 보호종도 아니요, 아니면 하다못해 긍정적인 인식이라도 있었다면 모를까 해충, 똥벌레 취급받는 들실장들이 살던곳에서 쫓겨나 엉엉 운다해도 그 누구하나 동정심을 갖지 않았다.

이미 들실장글이 살고있던 공원은 전부 허물어지고 새로이 빌딩을 신축하기위해 건축자재가 들어서있는 부지에는 자재도둑은 물론이요, 아무데나 똥을지려 더럽히는 들실장또한 막기위해 튼튼한 벽이 세워졌으므로 들실장들이 숨어 들어갈수도 없다.

그래서 들실장들은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나섰으니, 들실장은 죽을 고비를 여러번 넘긴끝에 지역내 산으로 들어가 산실장들의 새로운 이웃 또는 산실장들의 노예가 되었다. 물론 그런경우는 매우 극소수이고 대다수가 무리한 이주를 감행하다 죽어버렸으며 1할미만의 들실장들만이 공원 근처의 주택가로 숨어드는데 성공할수있었다.




어느 마트의 에어컨 실외기 뒷편.

폭은 좁지만 길이가 길어 그럭저럭 살아갈만한 공간이 있는 그곳에 한 들실장 일가족이 살아가고있었다.

[다녀온데스우....]

해는 이미 중천을 지나 정오가 지난시각. 매우 지친기색의 친실장이 오전중의 수확이 들어있는 봉투를 들고 보금자리로 돌아왔다.

[마마테치!]
[오늘도 무사해서 다행인테치!]

공놀이를 하던가, 아주작은 돌알갱이로 소꿉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내던 자실장 두마리가 친실장의 귀가에 기쁜얼굴로 달려나와 맞이한다.

[오늘도 무사히 돌아올수있었던데스.]

보금자리에 도착할때까지만해도 고된 노동에 오만상을 찌뿌리고있던 친실장이, 자실장들을 보더니 활짝 웃으며 입구까지 마중나온 자실장들의 머리를 몇번씩 쓰다듬어주었다.

아침일찍 나섰다고는 해도 공원에서 살던때와 비교한다면 활동시간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유난히 지쳐보이는 이유는 이곳이 공원이 아니기때문이다.

공원 곳곳에 조성된 수풀에 뛰어들어 숨을수있는 일등공신이였던 녹색의 실장복은, 회색빛 콘트리트나, 검은 아스팔트위에선 발가벗고있는것만 못한 위장을 제공한다.

때문에 친실장들은 입간판이나 쓰레기통같은 장애물을 이용해 은폐엄폐를 반복하며 움직여야했는데, 체력은 둘째치고 정신적인 소모가 엄청났다. 언제 어디에서 천적인 인간을 마주쳐 구제당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1분 1초도 긴장의 끈을 놓을수 없는것이다.

이런생활을 하루도 쉴수없는 친실장이 버틸수 있는 원동력은 두가지. 하나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않을 자실장들과, 고생한만큼 그 보상은 확실하다는것이다.

주택가는 들실장이 생존하기 매우 어렵지만, 그대신 경쟁자인 다른 들실장이 매우 적기때문에 공원에서보다 훨씬 많은 먹이를 얻을수있다. 물론 친실장 본인의 기력소모가 극심해 먹는양또한 공원과 비교했을때보다 많지만 그래도 많은양인것은 확실하다. 또한 인간들에게 들키지 않기위해 자실장을 많이 키울수 없다는것과 맞물려 공원에서 살던 과거의 들실장들과 비교하면 먹는것 하나만큼은 주택가쪽이 월등히 좋다.

[오늘도 우마우마했던테츄~]
[배씨 빵빵한테치~]
[참으로 귀여운 자들인데스...]

배불리 식사를 마친 자실장들이 임신한것마냥 부풀어오른 배를 탁탁 두들기며 누워있는 자실장들을 역시나 충분히 배를채운 친실장이 흐믓한 표정으로 바라보고있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세상일은 형편에 좋은쪽으로만 돌아가지 않는다.

행복한 미소를 짓고있던 친실장의 귀에 '툭.툭.툭.'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뎃?]

깜짝놀란 친실장이 긴장한 얼굴로 조심스레 입구쪽으로 다가간다.

몇번을 말했는지는 모르지만, 이곳은 주택가 한복판이다. 에어컨 실외기 뒷편을 신경쓰지 않는다해도 이 앞을 지나가는 행인은 수도없이 많다. 게다가 가게의 주인이라면 청소를 한다던가 하는이유에서 실외기쪽에 접근하는 경우도 많다.

언제나 아차싶은 순간에 일가실각을 맞이할수도 있기때문에 친실장의 분위기가 달라지는것은 이상한게 아니다. 다만 이번의 경우에는 거주지의 발각이 아닌 좀 다른쪽의 문제였지만...

[테칫! 물씨가 떨어지는테칫!]

툭.툭.툭.툭 소리를 내며 한방울씩 떨어지던 물방울에 얻어맞은 자실장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울상을 짓자 그제야 친실장은 무슨일이 벌어진것인지를 깨달았다.

[비씨가 오는데스!]

무더운 여름을 제외하고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는 들실장에겐 재앙과도 같다. 골판지 상자에서 살고있다면 그것이 비에 젖어 망가지며, 노숙을 하고있다면 온몸과 실장복이 비에젖어 저체온증에 걸리기 쉽상이고, 말려놓은 보존식은 습기를 머금고 금새 상해버리기 일쑤다.

학대파는 악의를 갖고 실장석에게 접근하여 모든것을 파괴하지만, 주변의 모든 실장석을 건드리진 못한다. 그러나 비는 악의를 갖고 내리는것이 아니지만 근방의 모든 들실장이 피해를 입게되니 어느쪽이 더 안좋은것인지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아무튼 실외기 뒤에 살고있는 이 들실장 일가에게도 비는 결단코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불행중 다행인건 실외기 뒷편에 살기 시작한 이후로 몇번 비를 맞아본 경험이 있는덕에 평소에 보존식은 여분의 비닐봉투에 겹겹이 싸두어 보존식이 상하는것은 막을수있다는것뿐.

물론 무사한것은 보존식 뿐이고 나머진 아니지만...

[오마에타치! 어서 우지짱들을 데리고 밑으로 들어가는데스!]

친실장이 서둘러 지시하며, 평소 고약한 냄새가 흘러가는것을 막기위해 세 모녀가 싸지른 운치를 먹어치우는 용도로 낳았던 구더기들을 운치굴로 삼았던 일회용 그릇에서 꺼내어 자실장들쪽에 내려놓자 자실장들이 분주히 구더기를 한마리씩 실외기 아래편 아주 좁은 틈새로 안아옮겼다.

폭우라면 답이 없지만 잠시 지나가는 비라면 실외기 아래의 좁은 틈새는 자실장과 구더기들이 비를 피할 최적의 장소로 탈바꿈한다. 아무리 그래도 친실장까지 들어갈정도로 넓은것은 아니지만, 연약한 자실장과 구더기들은 비를 몇분만 맞더라도 극심한 감기에 시달리다 죽어버릴수도 있으니  그들만이라도 비를 피할수 있는것을 다행으로 여겨야할것이다.

자실장과 구더기들이 전부 실외기 아래로 피한것을 확인한 친실장은 평소 먹이를 수집할때 사용하는, 비가 오기 전에 식사를 한덕에 지금은 비어있는 비닐봉투을 머리위에 올려 간이 우산으로 활용하여 비를 피한다.

하지만 언제나 비가 올때를 대비해 보존식을 간수할 방도를 궁리하고, 자실장들에게 재빠르게 구더기를 옮기는 몇번씩 연습을 시켰던 친실장이였지만 그런다고해서 완벽하게 피해를 막아낼수는 없었다.

[테! 공씨가!]

비를 피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온이 뚝 떨어진탓에 추위를 느끼고 몸을 약간씩 떨고있던 자실장들이 비에 의해 생긴 물살에 떠내려가는 찢어진 스펀지공을 보고는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너무 급작스러웠던탓에 자실장의 비명을 들은 친실장이 고개를 돌렸을때는 이미 때는 늦어 스펀지공이 보금자리의 입구에까지 떠내려가있었다.

[저건 이미 틀린데스......]

자실장들의 울먹거리는 눈을 보며 친실장은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공원이라면, 비오는날은 자유롭게 바깥을 나돌아다닐수있다. 비가 오는이 공원를 찾는 인간은 거의 없으니까. 하지만 이곳은 주택가. 비가 온다면 외출을 하는사람이 줄어들긴 하겠지만 그래도 행인이 끊이지 않는곳이다. 공을 줍겠다고 무작정 뛰쳐나갔다가는 어떤 위험을 불러올지 모르는일이다.

[테에에엥! 테에에엥!]
[치에에에에엥!]

이제는 실외기 밖으로 흘러가 시야에서 스펀지공이 완전히 시야안에서 사라지자 자실장들은 서럽다는듯이 울음을 터트렸다.

들실장이 사용하는 가재도구는 대부분이 인간이 길에 멋대로 버린 쓰레기를 주워오는것이기에 원하는것을 얻기위해선 운이 상당히 많이 필요한데, 장난감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공원마저 사라지는 판국에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아이는 보기 힘들다.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노는 시대에 자실장이 가지고 놀기 적당한 장난감이 버려지고, 그것을 친실장이 발견하는것은 행운이 몇번은 겹쳐서 찾아와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그 이유는 몰라도 장난감을 구하기 힘들다는것만은 잘 알고있는 친실장또한 착잡한 심정으로 스펀지공이 흘러간길을 바라보았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다.

[울지마는데스. 닝겐에게 들켜버리는데스. 공씨는 마마가 나중에 찾아보는데스.]

비소리가 사방을 가득 메우고는 있어 발각될 위험이 적다고는 하나 가만히 울게 놔둘수는 없으므로 친실장은 가망없는 약속을 하며 자실장들을 달래주었다.

장난감은 기호물품같지만 사실 들실장의 생활에 매우 중요한것중 하나이다. 친실장이 부재중일때 거주지에서 나갈수없는 자실장들이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것으로, 이것이 없다면 친실장의 경고를 무시한 자실장들이 바깥으로 나가 일가족전체를 위험에 빠트리게 될지도 모른다.

게다가 이곳은 주택가. 친실장이 함께있다해도 함부로 바깥에 나갈수가 없다. 친실장 단독으로도 목숨을 걸어야하는 판국에 걸리적거리는 짐짝에 불과한 자실장을 동반하여 외출할수는 없는것이니, 공을 되찾지 못한다면 그 대체품을 반드시 구해야만한다.

[데휴...]

친실장은 대체 어딜가서 장난감을 구해야할지 모르는 막막함에 한숨을 내쉬며 세차게 쏟아지는 빗줄기를 멍하니 바라만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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