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장 처리장



한때 사육실장붐이 일었던적이 있었다.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것과 비교했을때 사료가격이야 거기서 거기지만 초기 입양비용이 파격적으로 낮았던것이다.

거기에 더해 개나 고양이와는 다르게 인간과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것도 플러스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사육실장붐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는데, 사육실장은 개나 고양이와 다르게 간식을 줄기차게 요구한탓에 추가비용이 발생하였고,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장점은 분충화라는 너무나 큰 단점에 가려저 퇴색되었다.

아무 생각없이 유행을 따라 사육실장을 들였던 사람은 몇개월도 채 지나지않아 후회했으며, 진지하게 사육실장을 키우던 사람들또한 실장석의 본성에 질려 사육을 포기하게되었다.

애완용으로 키우던 실장석이니 새로운 주인을 찾아준다면 별탈없이 적응하여 살아갈수 있을것이지만, 한번 버림받은 실장석은 분충으로 간주되어 그 누구도 자신이 맡겠다며 입양을 해가는사람은 없었다.

그결과

[들실장들처럼 공원에 풀어주면 알아서 살아가겠지..]

라고 누구에게 하는지 모를 변명을 하며 공원에 키우던 사육실장을 버리거나, 보건소에 의탁하는 사람들이 늘어갔다.



여기는 후타바시 보건소에 소속되어있는 실장 처리장.

벽면을 가득 채운 작은 아크릴제 상자속에는 사육실장들이 빼곡하게 들어서있다.

[버려진테치! 버려진테챠아아아아아!]
[데에에에에엥! 데에에에에엥! 어째서인데스! 콘페이토는 하루에 세번씩만 달라고했던데스! 더 많이 받는게 마땅하지만 참았던데스으!]
[들은 싫은테치! 아타치는 사육실장인테치이이이!]
[죽여버리는테스우! 감히 키워주도록 허락한 은혜도 모르는 똥닝겐테스우우우우!]

주인에게 버림받은 실장들이 저마다 억울함, 분노, 슬픔등등을 비명소리로 표출하고있었다.

[어휴... 시끄러워....]

처리장의 직원은 하루종일 그치지 않는 소음에 귀마개까지 착용하고 있을정도로 버려진 실장석들의 소음은 끝이 없었다.

[계세요?]

귀마개를 더욱 깊숙하게 밀어넣으며 사무업무를 처리하는 와중에 방문객이 찾아왔다.

[예~예~ 갑니다!]

귀마개를 하고있으면서도 용케 방문객을 알아차린 직원이 책상에서 일어났다.

방문객은 다름아닌 보건소의 직원. 오늘 하루 의탁된 실장석들을 인계하기위해 찾아온것이다.

[오늘은 34입니다.]

[어유... 오늘은 평소보다 약간 많네요?]

[그러게나 말입니다. 이렇게 금방 버릴거면 키우지나 말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도 인계서에 사인을 재촉한 보건소 직원은 사인을 받자마자 1초도 더 오래있기 싫다는듯이 바쁜걸음으로 실장 처리장에서 떠났다.

[어디보자.... 34개니까....]

다시 책상에 앉아 처리장에 들어온 실장석들의 리스트를 살펴본 직원은 리스트 최상단의 34개의 상자에서 실장석을 꺼내 커다란 수조 하나에 몰아넣었다.

[그..그만두는데스! 와타시는 주인님이 찾으러올것인데스!]
[테에에에엥! 테에에엥! 죽기싫은테치! 아직 스시도 스테이크도 못먹어본테챠아아아!]

수조에 넣어진 실장석들은 지금까지보다 한층 더 큰 비명소리를 지르며 수조의 벽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실장 처리장은 말 그대로 실장석을 '처리'하는곳 이지만 무턱대고 실장석을 처분하는것은 아니다. 어느정도 유예기간을 두고 실장석을 입양할 사람을 기다린후에 남은 실장석을 처분하게된다.

여기 이곳의 실장 처리장은 300마리정도의 실장석을 보관할수있지만 버려지는 실장석의 수가 너무 많은탓에 새로운 실장석이 오면 가장 먼저 들어온 실장석부터 순서대로 처분하는 사이클로 운영되고있었다.

지금 수조에 넣어진 실장석들이 바로 오늘 처분될 실장석들인것이다.

도살장이 따로 없는탓에 언제나 실장석들의 처분은 실장석들이 보는앞에서 진행되었고, 그때문에 실장석들은 수조에 넣어지는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잘 알고있었다.

수조의 뚜껑이 닫히면 내부와 연결된 호스를 통해 역도돈파와 코로리가 배합된 가스가 주입된다.

[뎃갸아아아아아!]
[츄베에에에에에에!]

34개의 상자에서 꺼내어진 실장석들은 고통으로 얼굴을 일그러트린채 실장생을 마감했다. 괴상한 표정과 포즈로 죽은 실장석들 사체는 실장석종량제봉투에 채워지고, 입주자를 잃은 34개의 상자에는 오늘 들어온 실장석들이 자리잡게된다.



[테에엥... 어째서인테치...]
[마마! 마마아아아아!]
[아타치들 어떻게 되는테치?]

오늘 새로 234번 상자에 입주한 자실장 세자매.

친실장이 동의없이 자를 낳았다며 주인에게 맞아죽었고, 친실장이 구타당하는 와중에 자매중 몇마리는 충격을 받아 파킨해버렸다.

마지막으로 남은 세마리는 죄는 친실장에게만 있다며 불쌍히 여긴 주인이 보건소에 의탁해 새로운 주인을 찾을 기회를 주었기에 여기 실장 처리장에 들어오게 된것이였다.

이 세자매가 처분되기전 새로운 주인을 찾을수 있는 기회는 약 10일.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태어나자마자 처리장에 들어온 세 자매는 그런 사실을 알지 못한채 불안감에 서로를 꼭 끌어안은채 잠에들었다.





시간이 흘러흘러 234번의 세 자매가 실장 처리장에 들어온지 10일째가 되는날.

[테에에엥! 테에에에엥!]
[죽기 싫은테치! 파킨은 다메테치이이이이!]
[마마! 도와주는테치! 아타치타치 죽어버리는테챠아아아!]

앞선 9일간 대략 280마리정도의 실장석들이 처분용 수조안에서 죽어가고, 몇몇 극소수의 실장석들은 기적적으로 새로운 주인을 만나 기쁜 얼굴로 인간의 손에 안겨 나갔다.

이쯤되면 아무리 태어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자실장이라도 실장 처리장의 시스템을 이해하기는 충분할것이다.

오늘은 세자매가 새로운 주인을 찾지 못한다면 처분을 당하는날. 언질을 받은적은 없지만 자신들보다 먼저 와있던 실장석들이 수조안에서 전부 죽었다는것을 두눈으로 보았기 때문에 오늘이 자기들의 차례일거라 확신에 가까운 짐작을 하고있었다.

[닌겐상 어서 와주는테치! 아타치들을 데려가는테치이이이!]

처음에는 다른 실장석들이 왜 저렇게 시끄럽게 울부짖냐며 어리둥절했었던 세자매였지만 지금은 자기들또한 필사적으로 울부짖으며 새로운 주인님이 굳게닫힌 문을 열고 들어오기를 간절히 바라고있었다.

하지만 매정하게도 시간은 점점 흘러간다.

'벌컥!'

세자매의 염원이 통한것일까? 처리장의 문이 열리고 한명의 인간이 처리장 내부에 들어왔다.

[텟챠아아아아아! 아타치타치를 데려가는테챠아아아아!]
[여기테치! 이쪽을 보는테치이이이!]

눈물을 손으로 훔치고 재빠르게 상자의 벽을 두들기며 필사적으로 소리지르는 세자매.

[수고하십니다~]

그러나 방문객은 실장석을 데려가기 위해 온 사람이 아니라, 실장석들 데려온 보건소의 직원이였다.

[테칫?!]
[끝난테챠아아아아!]
[테햐아아아아아!]

보건소의 직원이 왔다는것은 오늘의 처분이 시작된다는뜻. 세자매는 이제 정말로 끝장이라는 생각에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언제나처럼 인수증에 사인을 마치고 책상으로 돌아간 보관소의 직원은 처분대상 선별을 위해 리스트를 꺼내들었다.

'똑똑!'

그때였다. 정말로 기적처럼 노크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더니 처음보는 방문객이 보관소 안으로 들어왔다.

[어서오세요. 입양이신가요?]

[네. 자실장이 필요해서요.]

[제한사항은 따로 없으니 직접 살펴보고 골라보세요.]

아주 잠시간의 연명. 아니 잘하면 아예 살아날지도 모르는 찬스에 세자매는 물론이거니와 다른 실장석들도 일제히 상자벽을 두들기며 필사적으로 자신을 어필하기 시작했다.

[이쪽인데스! 세레브한데스! 와타시의 자들을 데려가는데스!]

자실장이 필요하다는 말을 캐치하고는 자들만이라도 살리자며 양팔가득 자실장들을 안아올려 내미는 친실장.

[아타치를 보는테치! 귀엽지 않은테치? 지금이라면 이모토챠들도 함께인테치!]

세자매와 마찬가지로 자매들 모두가 함께 보관소에 왔었던 어느 장녀의 필사적인 비명.

[텟테로체~ 텟테로치에~]
[텟치!텟치!텟치!]

노래를 부르는 자실장, 그리고 춤을 추는 자실장까지... 자실장들이나 혹은 자실장이 함께있는 상자에서는 새로운 주인님의 눈에 들기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시선을 끌기위해 노력하고있었다.

[어디보자....]

방문객은 신중한 눈빛으로 상자를 하나하나 살펴보기 시작했다.

[텟츄웅~!]
[테체아아아아아???!!!!]

시선을 마주치자 혼신의 힘을 다해 애교를 부리는 자실장. 방문객의 눈이 떠나가자 틀렸다는 생각에 비명을 지르는 자실장까지.... 아무말 없이 쳐다보기만 했을뿐인데 자실장들은 이승과 저승을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락 내리락 하고있다.

[여기요. 이녀석으로 하겠습니다.]

한참을 둘러보던 방문객은 세자매가 들어있는 상자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있었다.

[테쟈아아아아?!]
[무슨짓인테챠! 그런 분충보다는 아타치가 훨씬 세레브한테챠아아아!]
[똥닝겐 장난은 그만두는테치! 재미없는테치이이이!]

선택을 받지 못한 모든 자실장들이 비명을 지르며 상자의 벽을 있는힘껏 두들겨대었다.

[여기 234번상자 맞으시죠?]

[네. 맞습니다.]

보관소의 직원은 혹시나 손가락의 방향을 잘못보았을지도 몰라 확인질문을 하고는 분양된 자실장을 담기위해 서비스로 제공되는 손잡이달린 케이지를 창고에서 꺼내왔다.

[텟츄웅~!]

문이 열리고 상자밖으로 꺼내지자 마침내 자신들이 선택받았다는것을 확신한 세자매가 환호성을 질렀다.

[아! 잠깐만요!]

[예?]

[세마리는 너무 많아서요....두마리만 데려가도 괜찮을까요?]

자신의 형편으로는 두마리가 고작이라는 고백에 보관소의 직원은 당황한 기색을 내비쳤다.

그러나 2마리만 데려간다는것은 개인사정이며, 상자 안에 들어있는 실장석을 전부 데려가야한다는 규정같은것은 없으니 문제는 없다. 게다가 처음에 직원 본인의 입으로 제한사항은 없다고했으니 안된다는 말을 할수도, 할 이유도 없다.

같은 상자안에 넣어진 실장석들은 극소수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전부 가족으로 구성되어 있기때문에 상자내부의 실장석들을 전부 데려가는게 보통이지만 이런 경우도 있을수 있는법이다.

[그러면 두마리만 골라보세요.]

얼른 표정을 추스린 직원은 일단 세자매를 상자안으로 되돌린후에 방문객에게 자리를 비켜주었다.

이렇게 되자 어쩔줄 몰라하는것은 자실장 세자매였다.

죽음의 문턱 앞에서 구원의 동아줄이 내려온것은 좋다. 그런데 그것이 세마리 전부가 아닌 두마리몫밖에 없다는것이 문제다.

태어나자마자 친실장을 잃고 하루에 동족이 몇십마리씩 죽어나가는 보관소에 넘겨졌다. 의지할데라곤 자매들밖에 없었기에 언제나 서로를 꼭 끌어안고있었던 세자매였다.

그런데 이제와서 한마리는 남겨진다는것은 견디기 힘든 고통이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자매들이 헤어지기 싫다고 하자니 사육실장이 되지 못할것이고 세마리 모두 사이좋게 처분당하게된다.

어느쪽이든 어려운 상황에 세자매중 가장 언니 자실장은 그만 울음을 터트려버렸다.

[테에에엥! 심한테치이! 이모토챠들과 헤어지기 싫은테치이!]

눈물겨운 우애라고 할수있는 장면. 그러나 그런 분위기를 깨는 존재가 있었으니...

[아타치 울지않는테치! 씩씩한테치! 데려가는테치!]
[아타치도 테치! 울보가 아닌테치!]

그것은 언니 자실장이 믿고 또 믿었던 두 여동생들이였다.

[테....!]

너무도 기가막히는 상황에 울음이 멈춰버린 언니자실장은 멍하니 동생들을 바라보았다.

기가 막힌것은 상자 내부를 들여다보고있던 두사람도 마찬가지. 아무런 가책도 없이 자매를 버리는 두마리의 자실장을 보고도 웃는다면 성격에 문제가 있는게 아닐까 싶다.

[.....데려가는건 한마리만으로 괜찮나요?]

자세한 앞뒤사정을 모른다해도 자신들이 선택받자고 울고있는 자매를 버리는 자실장을 키우고 싶어할 사람은 어디에도 없는것이다.

보관소의 직원도 옆에서 같이 보고있었던탓에 아무런 대답없이 언니 자실장을 잡아 케이지에 넣어 방문객에게 건네주었다.




[키우는건 둘이라 했던테치!어째서인테챠아아아아아!]
[어째서 오네챠만 사육실장이고 귀여운 아타치가 죽어야 하는테치이이이이!]

이제는 둘만 남아버린 자실장 자매는 사이좋게 처분용 수조에 넣어져 그 짧은 실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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