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인데스! (낭만곰)



마침내 몇몇 실장들이 우려하던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 후타바 공원의 실장석들이 공원 쓰레기 수거 지역에 땅굴을 뚫은 것이다.

순전히 생태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그것은 공원 들실장들의 영역이 두 배로 늘어난 것과 같은 위업이었다. 안전한 길은 더 많은 물류 이동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그것은 꽤 통찰력 있는 관점이다. 그리고 통찰력보다 때로 더 중요한 감각인 공감력을 가진 정말 드문 들실장들은 걱정하기 시작했다.

- 분명히 무슨 일이 날 것인데스.

그들은 그 분충이 왜 그 들실장 잡는 공사에 나섰는지 기억하고 있었다. 어느 봄날, 대다수의 똥벌레들이 아지랑이 기운에 헤롱대며 계획에 없던 자녀생산을 해대던 날 그 분충, 다른 들실장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커서 입고 태어난 실장복이 터질 것처럼 빵빵해진 거대한 들실장은 보스에게 찾아가 말했다.

- 마마, 와타시가 사업을 구상한데스!

그 거대한 들실장은 보스의 골칫덩이 장녀였다. 비교적 온건하게 공원을 운영한 - 물론 도를 넘은 분충을 독라로 만들어 운치구덩이에 처박고 거기서 생산된 구더기들로 사병을 구성해 통치에 활용하는 정도는 온건한 축에 드니까 - 보스와 달리 과격하고 제멋대로였던 장녀는 툭하면 약한 동족을 습격해 일가를 잡아먹고 그 고기를 제 패거리들에게 나눠주는 등의 행패를 부려 보스의 위석을 지끈거리게 하는 존재였다.

- 이번엔 또 무슨 개소리를 하려고 드는데스.

- 마마는 와타시가 무슨 말만 하려고 하면 무시하는데스. 데프픗. 하지만 이번엔 다를 것인데스. 와타시는 '유료 터널'을 만들어 운영할 것인데스!

- ... 터널? 그런 건 어디서 주워들은데스?

- 똥마마는 터널이 뭔지도 모르는데스? 똥닝겐들이 타고 다니는 크고 무서운 붕붕이들이 쑥쑥 들어가는 동굴이 터널인데스. 와타시는 공원에 터널을 뚫어서...

- 오마에야말로 마마가 터널이 뭔지도 모를 거 같은데스?

- ... 닝겐들의 공물장에 직빵으로 길을 낼 것인데스!

보스는 정말 놀랐다. 그 발상 때문이 아니라 그 발상이 자신의 장녀, 머리에 든 게 싸움질밖에 없다고 생각한 분충에게서 나온 것이라는 사실에.

- ... 누가 알려준데스?

- 알려준 실장 같은 것 없는데스! 와타시의 천재적인 머리로 생각해낸데스! 데프프픗, 공물장까지 가는 길에는 똥같은 학대파들이 우글대는데스. 그래서 지금까지는 똥닝겐들이 없는 때를 노려서 특공대를 보내든가 할 수밖에 없었던데스. 하지만 와타시가 파낼 터널은 그런 위험을 피할 수 있는데스! 더이상 굶어죽는 동족들이 없게 이 세레브한 와타시가 후타바 대터널을 뚫어 우마우마한 밥을 제공하겠는데스!

누가 알려준 게 분명한데스. 보스는 확신했다.

- 그러면 터널은 어떻게 뚫을 생각인데스? 오마에는 들쥐가 아닌데스.

- 세레브한 와타시의 강려크한 힘이면 그 정도는 충분한데스! 와타시는 얼마 전 이런 걸 얻은데스!

자랑스레 장녀가 내보인 물건은 꽃삽이었다. 인간 어린이의 소꿉놀이 세트 같은 데 들어 있을 법한 물건이었다. 과연 저것으로 실장석의 빈약한 몸뚱이가 어느 정도의 길을 파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지만, 제법 튼튼해 보이긴 한다.

- 와타시는 오마에를 못 믿는데스. 단지 들실장 모두를 위해서 오마에가 그 힘든 일을 할 실장이 아닌데스.

- 데프프픗, 당연한데스! 와타시는 그렇게 뚫은 굴 입구에서 통행료를 받을 것인데스! 구더기를 내지 못하는 분충은 굴에 못 들어가는데스!

진짜 '사업'인데스. 보스는 혀를 내둘렀다. 확실히 들실장들이 공물장이라고 부르는 공원 쓰레기장까지 가는 길은 잉여 인분충 학대파들이 우글대어 실장석이 돌파하기에는 매우 험난한 코스였고, 그 근처에 아예 집을 지으려고 시도해 본 일가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노련한 공원 관리인의 손길에 모조리 실각당한 지 오래였기에 장녀의 말처럼 '특공대'를 꾸려서 파견하는 방법밖에는 없었고 그 성과도 썩 신통찮았다. 하지만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길이 생겨난다면...

- 좋은데스. 그러면 오마에가 마마에게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뭐인데스? 바로 그 '사업' 시작하지 않고 말인데스.

- 데프프픗, 똥마마는 말이 잘 통해서 좋은데스. 와타시가 사업에 착수하는 동안 필요한 식량을 마마가 좀 대 줘야 되겠는데스. 굴 파는 동안은 분충 사냥도 하기 힘들고 와타시 따까리들은 약해서 그런 걸 잘 못하는데스. 보스인 마마가 좀 도와주는데스! 대신 완성되면 마마는 굴을 싸게 이용하는데스. 좋은 거래 아닌데스?

오늘은 놀랄 일 뿐인데스. 이 분충이 대체 어디서 이런 감각을 익혀 온 건지. 진작부터 이렇게 살았으면 분충이라고 괄세하지도, 죽이려고 고양이 앞에 던지거나 하지도 않았을 텐데... 하고 보스는 생각했다.

- 좋은데스. 협상 타결인데스.

- 데프프픗!


* * *


그것은 말 그대로 '사업'이었다. 수십 미터에 달하는 화단 뒤편에 북한군처럼 땅굴을 판다. 방향이 엇나가지 않도록 중간중간 밖으로 나가서 확인을 한다. 식량도 제공하고 나와서 쉬기도 한다. 조명은 두건에 귀한 물건인 야광 스티커를 붙이고 활용한다. 보스의 장녀 분충이 공원을 위한 사업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온 사방의 들실장들이 모여들어 구경을 하며 데스데스거렸다.

- 저 분충이 또 무슨 생각인데스?

- 글쎄 이번엔 보스도 허락한 일이라는데스.

- 쓰레기장까지 저 굴을 파는 게 가능한데스?

- 닝겐의 보검을 얻었다고 들은데스!

- 근데 보검으로 굴을 파는데스?

- 쉿! 분충 나오는데스!

흙투성이가 되어 반독라 상태로 기어나오는 장녀의 손에는 거대한 꽃삽이 들려 있었고, 죽을 듯이 피곤해 보였지만 그런 장녀는 뭔가 노동의 보람을 깨달은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둘러선 실장들은 저 분충이 저러다 정신 차리고 똑바로 살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갖기도 했다.

- 뭘 쳐 보고 자빠진데스! 세레브한 와타시가 오마에들을 위해 일을 하는데 아마아마라도 하나씩 안 가져오는데스? 팔다리를 쳐 뽑아 굴 속에 가둬놓고 죽을 때까지 구더기를 뽑아마실 똥벌레들 같으니데스!

... 정신 차린 건 아니었나 보다 하면서 몰려든 실장들은 후다닥 도망쳤다.

하지만 구경도 한철, 뙤약볕이 내리쬐는 여름이 되어도 별 진척은 없어 보였고 한 번은 터널이 중간에 무너져 장녀는 거의 죽을 지경이 되어서야 간신히 뚫고 나오기도 했다. 보스도 어미였던지라 발을 동동 구르다 장녀가 뚫고 나오자 환성을 질렀지만 장녀는 별 일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 생각했던 것보다 좀 빠른데스. 이제 '그걸' 가져와야겠는데스.

장녀가 말한 '그것'들을 똘마니들이 낑낑대며 옮겨오자 보스는 당황했다.

- 이건 닝겐들 집 위에 얹는 돌 아닌데스?

- 그런데스. 와타시가 많이 구한데스.

그것은 기왓장이었다. 곳곳이 깨지고 금가 있었지만 대체로 온전한 것들이었고, 수백 장은 되어 보였다.

- 이걸로 뭘 하는데스?

- 터널 지붕을 받치는데스.

대다수의 실장들이 그게 무슨 소리인지 이해도 못 하는 와중에도 보스는 딸의 뜻을 이해했고, 감탄했다. 기와는 둥글둥글했고, 보스도 장녀도 그것을 인간들이 아치(Arch)형이라고 부른다는 사실까지는 알지 못했겠지만, 그리고 그 형태가 가장 하중을 잘 견딘다는 걸 알 지능은 세상 어느 실장석도 갖고 있지 못하겠지만, 확실히 그 둥근 모양은 터널의 지붕 같았다.

- 그걸 땅굴에 끼우는데스?

- 그런데스. 처음부터 이 돌들을 얻고 사업을 구상한데스. 똥마마는 와타시가 굴 무너져 깔려죽을 걱정도 안 하고 사업을 시작한 줄 아는데스?

- ... 말 참 운치같이 하는데스.

- 운치같은 똥마마 딸이라 그런데스.

여전히 장녀는 며칠에 한 번씩 힘없는 동족을 때려잡았고, 한 번은 장마비에 굴 전체가 무너질 뻔 하면서 굴 입구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도 배웠고, 아닌 척 하면서 보스는 매일 장녀의 상황을 부하를 보내 살폈고, 길을 인도하기 위해 빨래줄에 얹혀진 채 매일매일 기왓장은 땅 속에 들어갔고, 그렇게 하루하루 터널은 길어져 갔다. 실장석의 체력이고 기술이고 깊은 굴을 팔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실장석 하나가 허리를 수그리고 수십 미터를 기어갈 정도의 굴은,

- 완성된데스!

구슬땀으로 범벅이 된 초가을의 어느 날, 때투성이 장녀가 외쳤고 주변의 수많은 동족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 * *


장녀처럼 큰 실장도 기어서 지나갈 수 있으니 이 공원 실장들은 다 이동이 가능할 것이었다. 반대편 출구는 위장을 위해 나뭇잎으로 덮어놓았고 그 앞에 장녀는 털썩 주저앉았다.

- 자, 이제 구더기 3마리를 내고 이 세레브한 터널을 이용하는데스!

- ... 뭐하러 이용하는데스?

- 데?

얼빠진 표정의 장녀에게 몰려든 실장들이 비웃으며 말했다.

- 가을인데스. 이미 밥이 넘치는데스. 월동 준비를 하기에는 충분한데스. 뭐하러 구더기처럼 굴을 기어다니며 밥을 구하는데스?

- 데프프프픗...

비웃던 실장들은 장녀가 화를 내지도, 당황하지도 않는다는 데 놀랐다.

- 오마에들이야말로 참으로 안타까운데스. 오마에들 정말 월동 준비가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스?

- 데엣?

그들은 그 말의 의미를, 집에 돌아가서야 깨닫게 되었다.

- 데엑! 와타시의 월동식이!

- 데갸악! 어떤 분충이 와타시의 세레브한 비상식을 훔쳐간데스!

- 데삐야악!

그런 외침이 온 사방에서 들리는 것을 장녀는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곧 성난 얼굴의 보스 앞에서 장녀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 그런데스. 와타시의 소행인데스. 물건을 팔려면 먼저 물건이 필요하게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데스? 데프프프픗. 수거한 월동식들은 똥마마 창고에 잘 모셔 놓은데스. 물론 와타시 따까리들이 했다는 건 비밀인데스. 데프프프픗.

- 오마에는 도둑놈인데샤?

- 그러는 똥마마는 공원 타고 앉은 도둑놈이 아닌데샤? 와타시가 미쳤다고 땡볕에 아무도 안 쓸 굴을 팠겠는데스?

모녀는 한참을 서로 노려보았다. 하지만 보스는 곧 주저앉았다.

- 와타시가 오마에를 믿은 게 잘못인데스. 좀 자란 줄 알았는데스...

- 데프픗, 기다리는데스. 이제 와타시의 사업을 이용할 똥벌레들이 구더기를 무수히 바치며 터널을 이용할 것인데스.

장녀의 말대로 되었다.

- 데... 이 구더기로는 안되는데스?

- 죽은 건 안 받는데스! 산 걸 낳아오는데스!

- 데에....

먹을 것이 떨어진 들실장들은 장녀의 똘마니들에게 구더기 3마리를 바치며 터널로 기어들어갔다. 가끔은 먹다 남은 치킨 같은 보물을 건져오기도 했고 가끔은 쓰레기 버리러 온 인간들에게 밟혀죽기도 했지만, 대체로 소득은 꽤 풍족했다. 물론 들어가는 놈과 나가는 놈들끼리 서로 얽혀 소란이 있기도 했지만 들어가는 시간과 나가는 시간을 정하자 그 문제도 해결되었다. 곧 수십 마리의 구더기가 장녀에게 쌓였고 보스도 자신이 사용하던 독라노예 자판기보다 훨씬 효율적인 방식으로 구더기를 얻어내는 장녀의 수완에 감탄했다.

그리고 나도 그 수완에 감탄했다.


* * *


- 제법인데, 똥벌레.

- 데, 데에에엣?

- 데갹? 닝겐상이 여긴 어쩐 일인데스?

자신의 은거지가 인간에게 들통났다는 사실에 경악하는 보스와 달리 내게 아는 체를 하는 장녀를 쳐다보며 나는 씩 웃었다.

- 보스야, 정말 네 모자란 딸네미가 이걸 궁리했다고 생각하니?

- 데... 데엣... 무슨 말인데스... 닝겐상...

- 그 터널 사업 말이야. 내가 가르쳐 준 거야.

- 데엣...?

- 네 모자란 딸네미가 무슨 수로 그런 걸 구상하냐? 그건 사람들이나 하는 방법인데. 내가 알려 줬다고. 근처에서 버려진 기왓장도 구해 주고. 근데 정말 뚫을 줄은 몰랐어. 재밌더라고.

- 니, 닝겐상! 감사한데스! 이 은혜는 꼭 갚겠는데스! 찾아뵙고 싶었는데 어디 계신지 몰라서...

유난을 떠는 장녀에게 나는 다시 한 번 웃어 주었다.

- 그럴 필요 없어. 목적은 달성했는걸. 터널 가 봐.

- 데엣?!

심상찮은 느낌을 받았는지 보스 모녀는 후다닥 달려나갔고 나는 그 뒤를 유유히 쫓았다. 얼마 안 가 그들은 묵직한 바위에 깔아뭉개진 터널 입구와 마주하게 되었다.

- 데, 데햐아아아악?!

- 처음부터 이러려고 한 거였어. 저쪽 입구도 마찬가지야. 이제 이 안에는 실장석 수십 마리가 갇혀서 굶어죽겠지? 맨손으론 굴도 못 팔 거고, 머리 위에는 기왓장이 덮여 있고... 아, 완벽한 계획이야! 봄부터 지금까지 이걸 기다리느라 난...!

이것이 나의 우아한 학대!  보스 모녀는 그제서야 진실을 깨닫고 주저앉아 빵콘을 시작한다. 제법 품위가 있는 놈들이었는데 이 정도 충격엔 어쩔 수 없나 보군. 이제 충격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지만 감상하고 돌아가야지.

그런데 장녀가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 와타시의 돈줄이! 와타시의 노예가! 와타시의 사업이이이이이이이!

장녀는 그대로 꽃삽을 꼬나들고 사람 머리통만한 바위로 돌격했다. 이봐이봐, 그 꽃삽으로는 바위를 치울 수도, 동족들이 굶어죽기 전에 옆을 뚫을 수도 없을 텐데?

다음 순간, 나는 기괴한 꼴을 보게 되었다.

- 와타시의 사업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장녀가 치켜든 꽃삽은 바위도 굴도 아닌, 굴 위쪽의 어느 부분을 파고들어갔다. 한 3분간 죽어라 파낸 결과 늘 그랬듯이 10센티 정도를 파내는 데 성공한 장녀는 흙 속에 파묻혀 있던 빨래줄 끄트머리를 치켜들었다. 가만, 저 빨래줄은...?

- 데기이이야아아아아아아아아!!!!!!

장녀는 간지 쩌는 기합성과 함께 빨랫줄 끝을 잡고 터널 위로 뛰어올라갔다. 어? 저 자식이?

그리고 땅 속으로부터 첫 번째 기왓장이 솟구쳐올라왔다. 푸확! 그제서야 나는 이 분충이 무슨 생각을 한 것인지 깨달았다.


* * *


코앞도 안 보이는 굴 속에 기왓장을 집어넣기란 죽어라 어려운 작업일 것을 짐작했기에 나는 장녀에게 터널 안에 빨래줄을 달고 그 줄 위에 얹어서 기왓장을 옮기라고 조언해 주었다. 원래대로라면 그 줄은 공사가 끝나고 제거했어야겠지만 이 똥벌레들이 그랬을 리가 없지. 장녀는 그것을 생각해낸 것이다. 물론 기왓장이 버티려면 지하 깊숙한 곳까지 굴을 파서는 안 되므로 굴 천장은 아주 얕게 덮여 있었고, 장녀가 기를 쓰고 뚫어낸 그 구멍으로 들실장들이 기어나오기 시작했다.

- 데힉, 데햐, 데햐아아악!

- 뚫린데스! 굴이 뚫린데스!

이... 똥벌레들이! 다음 순간 나는 우아한 학대인생에 오점이 될 만한 분노의 발길질을 하려 했다. 거의 할 뻔했다.

그 분충 장녀가 걷어차이는 제 어미 앞을 가로막지만 않았으면 걷어찼을 것이다.

- 닝겐상! 와타시의 말을 들어주시는데스!

내 발길질이 아슬아슬하게 멈춘 것은, 어쩌면 봄부터 가을까지 지켜봐 오면서 든 정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 뭐냐, 똥벌레?

- 닝겐상이 와타시타치를 괴롭히려고 이런 일을 꾸민 것은 알겠는데스. 하지만 와타시는 닝겐상이 알려 주신 사업을 하면서 깨달은 게 많았던데스! 이제 열심히 사는데스! 제발 와타시타치에게 기회를 주시는데스!

- 알 게 뭐냐, 똥벌레!

나는 잠시나마 정든 기분을 느꼈다는 사실을 화끈하게 부정하기 위해 보스 모녀를 뻥뻥 걷어차서 날려 버리고, 무너진 터널 입구에서 빠져나오는 실장석들도 하나씩 하나씩 걷어차 날려 버리고, 한때 내 우아한 학대의 상징이자 지금껏 진행 현황을 업데이트해 학대 블로그에 올리고 있었던 터널을 아까 장녀가 한 방식대로 빨랫줄을 붙잡고 그대로 우다다다다 달림으로써 통째로 무너뜨려 터널 안에서 빠져나오던 들실장들에게 흙먼지와 기왓장의 아비규환을 선사해 주었다.

씨발, 똥벌레 주제에 어디서 사업하다 철든 척 해. 씨발. 씨발.

씨발, 똥벌레 주제에 어디서 무너진 굴을 빨랫줄로 뚫어. 씨발.

씨발, 똥벌레 주제에 어디 엄마를 감싸.

씨발, 똥벌레 주제에.

씨발.

갑자기 지독하게 한심해져서,

나는 배가 터진 보스와 장녀와 수많은 들실장들 사이에 주저앉아 공원 관리인이 올 때까지 엉엉 울었다.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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