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성체실장들도 한 때에는 자유롭게 뛰놀던 시절이 있었다.
그토록 바라는, 눈 앞에 존재한다면 목숨조차 내어줄 수 있다는 그 스테이크와 스시는 고사하고 음식물 쓰레기조차 자신의 분량을 채우기 위해 매일 동족, 이웃들과 경쟁해야 하는 삶, 무심한 일반인들이나 학대파에게 채이고 고통받는 삶을 살았어도 그 때가 그나마 나았다.
여름에는 더워 죽고, 겨울에는 추워 죽으며, 봄과 가을에도 각종 창의적인 이유로 죽어나가는 공원의 삶이었지만 차라리 그 때가 더 나았다.
힘들게 경쟁해서 소량의 음식물 쓰레기라도 구해 자신의 골판지 집으로 돌아오면, 반겨주는 –그것들 기준에선- 예쁘고 사랑스러운 자실장의 모습을 보면 하루의 피로가 싹 날라가는 것 같았다.
공원의 삶이 아무리 힘들고 고단해도, 그 때에는 적어도 내일의 희망을 꿈꾸며 살아갈 수 있었다.
그저 그 날 살아남았다는 것에 감사해하던 삶이어도, 그것이 정말 나은 삶이었다.
이 성체실장들은 한 실장석 공장의 출산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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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특정 시간이 되면 공장에는 기분 나쁜 고음의 사이렌이 울려퍼진다.
그리고, 거의 그와 동시에 출산석들 눈 위에 무언가가 떨어진다. 바로 초록색 색소다.
이것들은 이전의 기억과 다가올 고통을 생각하며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그나마라도 공포감을 덜기 위해 눈을 질끈 감으려고 노력했지만, 이미 공장에 들어올 때부터 눈꺼풀을 붙잡아 고정시킨 탓에 저항할 수 없었다.
그저 벌써 초록색으로 염색되어버린 양쪽 눈에서 눈물을 흘리기만 할 뿐이었다.
모든 출산석들의 눈이 염색되자, 공장 스피커로부터 어떤 소리가 울려퍼진다.
‘뎃데로게 뎃데로게’ 반복되는 실장석들의 노랫소리, 공장 여기저기서 반사되며 웅웅 울려퍼지는 이 소리는, 그 음산한 소리 때문에 공장 직원들에게 ‘저주의 노래’, ‘속박의 노래’라고도 불리우는 태교음이다.
직원들이야 이어플러그를 끼거나 이어폰으로 노래를 들으면서 작업하기에 굳이 태교음을 들을 필요가 없지만, 출산석들은 온몸이 고정되어 있기에 태교음을 끝까지 들어야만 한다.
몇몇 개체는 이미 체념하였는지 두 눈이 허공을 응시하고 있고, 몇몇 개체는 움직이지도 않는 몸을 움직이려고 하며 두 눈에서 눈물을 콸콸 쏟아낸다.
출산석들은 생각한다. ‘저런 건 나쁜 노래다. 나쁜 말이다. 자들은 저런 말을 듣지 말고 내 태교 노래를 들어라.’
하지만 성대 제거 수술을 받은 탓에 자신의 생각을 자에게 전할수도, 하물며 스스로가 내는 태교음이라도 낼 수 없다.
‘인간에게 복종해야 한다’는 등의 의미가 담긴 태교음의 재생이 끝나자, 공장은 쉴 틈도 없이 다시 사이렌 소리가 들려온다.
기분 나쁜 사이렌이 울려퍼지자 공장 내에서는 쉬익 쉬익하는 바람 빠진 듯한 소리로 가득차기 시작한다.
성대가 잘린 출산석들이 고통과 공포에 소리를 지르는 것.
하지만 공장의 기계들은 이런 출산석들의 마음은 추호도 들어줄 생각이 없다는 듯이 작동하기 시작한다.
한 방울, 한 방울.
출산석들의 초록색 눈에 시뻘건 색소가 떨어져 스며들어가기 시작한다.
두 눈이 빨갛게 물든 개체들의 배가 씰룩씰룩 움직이더니, 공장 곳곳에서 ‘텟테레-!’ 하는 탄생음이 들리기 시작한다.
동시에 강제 출산으로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는 출산석들의 바람 빠지는 듯한 소리도 이곳 저곳에서 들려온다.
<텟테레~ 마마! 와타치가 태어난 테츄! 어서 할짝할짝 해주시는 테치이-!>
<테에...? 마마! 마마! 어디있는 테에엥->
공장 곳곳에서 어디있는지도 모르는 자신의 친을 이리저리 찾으며 점막을 벗겨달라고 부탁하고 있는 자실장들과 친실장이 보이지 않아 결국 눈물을 터뜨리는 자실장들의 소리가 들려온다.
출산석들은 자신은 여기 있다고, 어서 이리로 오라고 외쳐대었지만 입 밖으로는 그저 바람 빠지는 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팔 다리를 흔들어 자신이 여기 있다고 확인시켜주고 싶었지만, 이미 공장측에서는 출산석들의 팔 다리 또한 잘라버려 ‘독라 달마’상태로 만들었기에 이조차도 하지 못했다.
출산석들이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 멀어지면서 소리를 빽빽 지르는 자실장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거라고는 그저 미안하다고, 미안하다고 머릿속으로 되뇌이면서 눈물을 흘리는 것 밖에는 없었다.
출산석들의 출산이 끝났다.
하지만 공장의 기계는 아직도 멈추지 않았다.
출산석들이 극심한 스트레스로 파킨사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영양분을 공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장의 기계들은 출산석이 한 숨 돌릴 틈도 주지 않고 바로 가동되기 시작하였다.
우웅 하는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기계 소리에 출산석들은 공포에 다시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기계는 실장죽 공급용 파이프를 출산석들의 입과 식도를 거쳐 분대까지 무작정 찔러넣었다.
그리고는 실장죽들을 집어넣기 시작하였다.
이제 입까지 봉쇄된 출산석들은 다음 출산 시기가 될 때까지 바람 빠지는 소리조차 내지 못하게 되었다.
그저 계속해서 쏟아져들어오는 실장죽들을 거부조차 못하고 받아들여야 할 뿐이었다.
차라리 공원에서 죽었어야 했다. 그 때 악착같이 살아남지만 않았더라면 지금같은 삶은 살지 않아도 됐을지 모른다.
하지만 출산석들이 후회를 하고 또 후회를 해도, 절망의 현실은 절대 뒤바뀌지 않는다.
출산석들은 내일도, 모레도, 글피도,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자실장들을 생산하는, 살아있는 기계로서의 역할을 수행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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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가)
“어... 저기 반장님. 저거 수명이 다 된 것 같은데요? 오늘 분량이 엄지실장 한 마리에... 저실장 두 마리밖에 안 되네요.”
“음... 그래? 어디보자.... 그래, 이제 교체할 때가 되었구만.”
두 공장 직원 사이에서 심상치 않는 얘기가 흘러나오자, 공장의 온 출산석들은 고통을 잠시 잊고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지목당한 출산석은 그동안의 고통은 지금에 비해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듯이 피눈물에 약간 검정색이 가미된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둘 중 직급이 낮아보이는 직원이 출산석에게 다가가자, 이제는 없는 팔과 없는 다리를 휘젓는 듯 온 몸을 버둥거리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힘에서 우위에 있던 직원이 손으로 한 번 잡자 이는 가볍게 제압되었다.
직원이 능숙한 솜씨로 입에 꽂혀 있던 공급 파이프를 뽑아내고 지목된 개체를 옆 화로에 넣은 다음 불을 때웠다.
처리 대상이 된 그 출산석은 자신의 눈으로 온 몸이 타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리고 아주 고통스러운 표정에 검은 눈물,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 가며 죽어갔다.
공장의 출산석들은 인간들에 의해 이용당한다. 인간들에 의해 하나의 생명이 아니라 그저 공장 기계의 한 부품으로 다뤄지다가, 이용가치가 떨어지는 순간 버림받아 고통스럽게 죽는다.
이들에게는 희망이 없다. 그저 과거 공원에 살던 기억만 좋은 기억으로 남아 이것들의 마음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 뿐이었다.
이는 지금까지 공장을 거쳐 간 모든 출산석들도 겪은 일이었으며, 교체 대상이 되어 아직은 설레이는 표정으로, 그리고 아직은 분충끼가 빠지지 않는 표정으로 케이스에 담겨 들어오는 저 사지 멀쩡한 실장석도 곧 겪을 일이다.
이 곳의 출산석들은 절대로 더 나은 삶이란 꿈도 꿀 수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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