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장덫



-타악!

[테뺘아앗?! 테챠아! 챠아아아!!]

새벽3시가 조금넘은 시간. 적막이 감돌던 주방에 작은 비명소리 하나가 적막을 깨며 울려퍼졌다. 어두운 주방엔 여러 기구들 틈새에 적녹색의 눈물을 흘리며 한마리 자실장이 비틀거리며 필사적으로 몸을 숨기고 있었다. 자실장의 비명소리가 울려퍼지고 몇초뒤 달칵소리와 함께 주방의 불이 켜지며 빛이 내려쪼기 시작했다. 식탁밑에 놓인 실장덫엔 선명한 적록색 피를 뚝뚝 흘리며 잘게 경련을 일으키는 작은 덩어리가 붙잡혀 있었다.

꼬질꼬질한 때와 어깨부근에 탁한 녹색의 조각이 붙은 덩어리는 실장석의 팔이였다. 왼쪽 팔이 고스란히 남은채 떨어진 피는 주방가구들 틈 사이로 향하고 있었고 핸드폰 플래쉬로 틈 사이를 비춰보지만 보이는 것은 없었다. 이리저리 틈 안을 비추던중 어느 한 곳을 스쳐지나가자 익숙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테챠아! 츄아아앗?!! 테츄우우웃!]

강렬한 플래쉬 빛에 시신경에 타격을 입은 자실장은 하나밖에 남지 않은 팔로 두 눈을 가린채 좁은 틈 사이에 울부짖고 있었다. 틈새는 사람 손가락 하나 들어가지 못하는 공간이였고 자실장도 조금은 버겁게 느껴지는 곳이였다. 하지만 생존에 대한 욕구인지 자실장은 어떻게든 그 사이로 몸을 우겨넣었고 사람의 손길을 피할수 있었다. 그렇다고 자실장이 안전한것은 아니였다.

[테에에~...테치? 테치이? 테츄!]

플래쉬의 강한 빛이 사라지자 어둠속에서 눈을 부비며 자실장은 그제서야 안심을 하며 몸에 힘을 탁 풀었다. 하지만.

[테치?! 테챠! 테에에엥-]

팔이 내려가지 않는다. 몸을 움직일수가 없다. 좁은 틈 사이에 꽉찬 자실장 한마리가 서서 어정쩡한 팔을 들며 안절부절 못한채 서럽게 울고 있었다.

한편, 우스운 꼴을 하고 있는 자실장을 보지도 않은채 남성은 효자손의 길이 짧다는 것을 느끼며 고민하고 있었다. 5cm만 더 길었다면 자실장의 생은 장담할수 없었지만 5cm가 아직도 기구사이에서 들리는 울음소리를 유지할수 있게 만들었다. 이리저리 찾아봐도 효자손보다 긴것은 없었다. 결국 액상인 도로리를 굳혀 만든 콘페이토를 주방 한 가운데에 놓고 마저 잠을 청하기로 하였다.

아침에 일어난 남성은 고스란히 남은 콘페이토를 보며 혀를 찼다. 실장덫은 한번 실패하면 어지간히 멍청하거나 다급한 녀석이 아니고선 당하지 않는다. 출근시간까지 조금 남았으므로 주방을 꼼꼼히 살피며 행여나 자실장이 먹을만하다고 추정되는 모든걸 치우고 기구 앞 바닥에 실장끈끈이를 설치하여 붙여놨다.


철커덩 하는 소리와 함께 조용해진 집안에서 작은 소리가 조심스레 울려퍼졌다.

[테치이~? 테치! 테츄웅~]

도와주었으면 좋겠다. 아직 아이인 자신에게 관심과 사랑, 보호가 필요하다. 사실은 인간씨가 상냥하다는 것을 믿고 있다. 여기는 좁고 답답하며 움직일수가 없다. 꺼내주면 좋을것 같다. 한쪽 팔도 나쁜 딱딱이가 뺏어갔다.

밤새 틈 사이에서 나오기 위해 필사적이였는지 하나 남은 팔의 어깨부근의 실장복이 찢어진채 잘잘한 상처가 가득했고 양 사이드에서 눌려 찐빵처럼 부푼 양 볼이 튀어나와 푸들대고 있었다. 피곤한 표정과 힘없이 부들거리는 몸짓. 오랫동안 서 있어서 아픈 다리와 발. 흐르는 눈물이 부풀어 튀어나온 볼 앞을 타고 바닥에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테엥..테에에엔-]

아무도 없는 집안에 이 자실장을 도와줄 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조용히 돌아가는 냉장고 소리만이 쌀쌀하게 들릴뿐이였다.


6시가 조금 넘어가자 남성이 귀가하였다. 그는 서둘러 주방부터 확인을 하곤 혀를 찼다. 끈끈이 넘어 콘페이토앞에 턱부근과 가슴앞이 녹아내려 훤하게 내부를 들어낸채 분대가 반쯤 사라진, 진한 녹색의 웅덩이에 잠긴 독라의 자실장 한마리가 콘페이토를 보물처럼 소중하게 껴앉은채 죽어있었다. 끈끈이엔 종이처럼 잘게 찢겨진 녹색 조각들이 가득했고 피와 살점이 뭉텅 남아있었다. 그가 엎어져 죽은 자실장을 나무젓가락으로 뒤집자 홀쭉하게 야윈 얼굴이 여과없이 들어났다.

남성이 떠나고 남은 자실장은 불편한 몸이지만 졸음을 쫓을수 없어 한숨자고 일어났지만 여전히 끼인 몸으로 옴짝달싹 할수가 없었다. 자실장은 고민끝에 죽음을 무릅쓰고 소리를 질러 인간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로 결심했다. 새벽에 알수없는 철컥거리는 기묘한 공격자에게 습격을 받아 팔이 사라진 지금 잘만하면 동정심에 기대 사육될수 있다는 일말의 희망을 품고 30분동안 애처롭게 소리를 질렀고 결국 집안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테치! 테에에..치이! 테치! 테치, 테치테치!]

혼자가 되어 무서우리만치 고요한 집안의 분위기에 압도된 자실장은 고독과 외로움에 몸서리 치며 틈새를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쳤다. 하지만 조금씩 재생되는 왼팔에 몸은 틈새에 더욱더 끼여 새벽보다 더욱더 움직이기 힘들어질뿐이였다.

그렇게 시간이 하염없이 흐르고 팔이 다 자랄쯤 영양분이 말라붙은 자실장은 비틀거리며 한심스럽게 틈새에서 벗어날수가 있었다. 장시간 굳은 몸을 움직이자 우둑 거리는 소리와 함께 근육과 관절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한참을 엎드려 휴식을 취한 자실장은 주린배를 부여잡고 엎드려 엉금엉금 기어나와 평소보다 더 휑한 주방을 보았다.

[테치?]

뭔가 먹을게 없나 한참을 두리번 거리던 자실장의 시야에 작은, 보라색의 알갱이 하나가 떨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야에서 인식을 하자 그제서야 달달한 향이 나는 것을 느끼며 저것이 곧 콘페이토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테챠!? 테츄우~]

군침을 흘리며 언제 힘이 없었냐는 듯 의욕적으로 뛰쳐나갔다. 바로 앞에 하얀색으로 된 끈끈이가 있었지만 지금의 자실장에겐 그런건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모든 의식과 집중이 콘페이토에 쏠려있던 자실장은 두발자국을 가고 세발자국째에 몸이 덜커덕 굳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테..??테챠아! 챠아아아! 테샤아아아!!]

자실장은 자신의 뒤를 보자 바닥에 딱 달라붙음 소중한 구두가 보였다.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 구두를 보던 자실장은 이것이 인간이 만들어놓은 함정이라고 깨달았다. 자실장은 갈등했다. 다시 좁고 배고픈 틈새로 갈지, 콘페이토와 드넓고 자유로운거실로 향할지를. 고민끝에 자실장은 앞으로 네번째 걸음을 딛고 뒷다리를 어거지고 당겼다.

-뿌직

[테챠아아아아아악!]

발바닥 껍질이 뜯어지며 피가 몽글몽글 맺힌채 빨간 속살을 들어냈다. 아픔과 서러움에 눈물젖은 빵콘을 하며 전진에 전진을 하는 자실장은 자신의 시야가 점점 낮아지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조금씩 다리를 뜯으며 가기에 짧아진 다리길이만큼 키도 동시에 줄어드는 것이였다.

여기서 포기할순없다. 자실장은 독한 마음을 품고 단 냄새에 집중하며 고통을 잊으며 다시 전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릎까지 뜯겨 넘어지기 전까진. 주저앉은 자실장은 5분간 끙끙대며 일어섰다. 허벅지 안쪽 피부와 팬티, 엉덩이 살점이 뜯어지며 어떻게든 일어섰지만 그걸로 끝이 아님을 알았다. 바닥엔 축 늘어진 두개의 갈색 털뭉치가 있었고 바로 그 앞엔 녹색종이같은 조각이 놓여있었다. 자실장은 미친듯이 울기시작했다. 또다시 울면서 시간을 보낸 자실장은 눈물을 간신히 그치며 앞으로 향했다.

[테챠!]
[테기이이이...!!]
[츄갸아아아!]
[테긋...테그그극! 테츄!]

넘어지고, 엎어지고, 무너지고 쓰러져도 자실장은 일어나 걸었다. 콘페이토 앞에 도착한 자실장은 성한 곳이 없을 정도로 피부가 벗겨지고 살이 뜯어져 군데군데 뼈가 보였다. 살아있는것이 신기할 따름.

하지만 자실장은 그 어느때보다 환하게 웃고있었다. 품안에 들어온 콘페이토. 이것을 먹기위해 옷과 머리카락을 잃었다. 하지만 결코 아깝지 않았다. 어떻게 먹을까 고민하며 시간을 보낸 자실장은 제법 재생이 끝나자 혀를 조심스레 내밀어 햝았다. 그 순간 자실장의 머릿속엔 수백개의 폭죽이 터지며 의식이 하늘로 솟구쳤다. 압도적인 단맛. 과거 몇번 먹어본 단맛은 이것에 비하면 단맛조차 아니였다. 자실장은 정신없이 햝던도중 문득 허전함이 느껴졌다. 정확히는 혓바닥을 짜릿하게 만들던 단맛이 더이상 느껴지지 않자 기이하게 여기며 눈을 아래로 향하는 순간 화들짝 놀라며 눈알이 튀어나올듯이 커졌다.

[...!!.......!!!]

나오지 않는 목소리에 목을 부여잡자 포동포동하게 잡혀야할 목이 텅빈 쭉정이 마냥 손이 움푹움푹 들어갔다. 그제서야 자실장은 자신의 턱과 목이 사라졌음을 깨닿고 부르짖어보지만 녹아내린 성대에선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축축한 느낌에 더 아래를 보자 자실장의 안색이 파랗게 질린채 부들부들 거렸다. 배가 일자로 없어져 안쪽 고기가 휑하니 노출되 녹은 분대와 피가 발아래로 고이고 있었다.

그저 배가고파 콘페이토를 먹었을 뿐이였다. 자실장은 순간 이 귀하디 귀한, 세상에 둘도없을 보물인(인간의 것이 틀림없을) 콘페이토를 허락없이 먹어치운 벌이라고 생각하여 사죄를 하기 위해 굽신거리자 푹 꺼진 배가 접혀 일어날수가 없었다. 자실장은 천천히 밖으로 흐르는 피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끼며 의식을 잃었다.

-....파킨.

실장덫은 집안에 숨은 실장석을 박멸하는데 의의가 있다. 현존하는 실장덫의 종류만 약 300여가지. 하지만 어설프지만 지능을 지닌 실장석에게 실장덫은 모 아니면 도이다. 실패하게 된다면 두번다시 통하지 않는 것이 실장덫. 그는 운이 좋은 편이였다. 본래대로라면 자실장은 실장덫으로 인해 더욱더 꽁꽁숨고 은밀하게 활동한다. 하지만 자실장이 한마리였으며 틈새에 끼여 오랫동안 고통을 받았고 잘린 팔의 재생으로 영양소모가 극심하고 고독과 외로움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정신적, 육체적 한계에 몰려 최소한의 판단조차 가능하지 못한 상태이기에 가능했었다.

죽은 자실장 사체를 실장석전용 봉투에 넣고 주방바닥을 치우던 남성은 문득 깨닿는다. 끈끈이 반대편, 즉 기구바닥 틈 아래까지 긴 녹색줄이 하나 나있음을.

[레..후?? 레후~]

기구틈 아래엔 떨리는 가녀린 저실장 목소리가 들려왔다. 핸드폰 카메라 모드로 플래쉬를 키고 마구 찍어보니 일반 구더기보다 더 작은 구더기가 있었다. 신체가 미성숙인데 가득이나 더 작은 구더기인지라 얼마 못들어가고 몸을 둥글게 만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 정도면 효자손이 충분히 닿을거라 여기며 효자손을 밀어넣고 당겼다.

[레..?! 레뺘아아!]

-포킨

"아..."

효자손 끝엔 고기반죽 같은 덩어리가 작게 매달려 있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무분별한 악플과 찐따 댓글은 삭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