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개구리 (이광상,윌리엄마셜)



더위가 가고 하늘하늘 거리는 기분이 감도는 계절. 어느 날부터인가 우리 집 마당 한켠에 있는 화단에 실장석이 살고 있다. 성체 실장석이다. 임신을 한 것인지 두 눈은 녹색이다. 처음에는 쫓아낼까 했지만 운치굴도 따로 만들어 사용하고 그 덕에 지력이 자연히 공급돼 해바라기들이 무럭무럭 자라니 그냥 두기로 했다. 녀석은 그 빈약한 힘으로 해바라기를 흔들어 한두 개 떨어지는 해바라기 씨나, 녀석이 알게 모르게 내가 흘려준 과자나 식빵 테두리로 만족해했다. 그 외에도 실장석에게 필요한 세간들을 은연히 흘려주었다. 그중 녀석이 애지중지 하는 건 끄트머리만 제외하고 바닥에 묻은 플라스틱 김 곽이다. 새끼를 칠 때 고인 물이 없다면 새끼 실장석들의 점액이 빨리 말라버려 모두 저실장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비가 내리는 주말. 창가에 앉아 책을 읽고 있으려니 해바라기 정원에서 언제나처럼 즐거운 운율의 태교 소리가 들려온다.

뎃데로게~♬ 뎃데로게~♪
세상은 친절하신 데스~
와타시의 자들도 행복해지는 데스~
풍족하진 않지만 닝겐 사마의 후원으로 유복한 데스~
그러니 건강한 자들은 빨리나 오는 데스~
마마를 행복하게 해주는 데스~ 뎃데로게~♩

후원이라. 녀석은 나의 행동을 어느 정도 눈치챈 모양이다. 하기사, 필요한 물건들이 자기 주변에 툭툭 떨어진다면 눈치 채지 못 하는 게 비정상이다. 아니면 녀석만 특별한 걸까? 다른 실장석이었다면 세레브한 세상의 보배인 자신에게 세상이 감동하여 은혜를 베푼다고 생각할지도 모를 일이다.

뎃데로게~♬ 뎃데로게~♪
세상은 아름다운 데스~
하늘에서 물씨들이 내리는 데스~
자들도 빨리나와 물씨들을 보는 데스~
마마는 비 오는 날 행복의 노래를 부르는 데스~
자들도 함께 노래 부르고 싶은 데스~ 뎃데로게~♩

비가 오는 날이 즐거운 것일까. 녀석은 비가 오는데도 방수포로 마감한 골판지 입구를 열어 바깥 풍경을 보며 즐거운 노래를 부른다. 녀석은 비가 내리는 세상을 빛나는 눈동자로 바라본다. 그러다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낀 것인지 나랑 눈이 마주쳤다. 녀석은 나에게 고개를 숙여 보이곤 다시 뎃데로게 거리며 태교를 시작했다. 나는 녀석을 개구리라 부르기로 했다.

퇴근하고 오니 두 눈이 붉어진 개구리가 출산을 준비 중이다. 개구리는 따로 물을 담은 500ml 페트병 속 물을 김 곽에 담았다. 개구리는 팬티를 벗고 김 곽에 다리를 벌렸다.

뎃데로게~♬ 뎃데로게~♪
세상은 친절하신 데스~
와타시의 자들도 행복해지는 데스~
풍족하진 않지만 닝겐 사마의 후원으로 유복한 데스~
그러니 건강한 자들은 빨리나오는 데스~
자들도 함께 노래 부르고 싶은 데스~
마마를 행복하게 해주는 데스~ 뎃데로게~♩

노래를 끝으로 새끼가 개구리의 총배설구에서 태어났다. 새끼는 자신의 탄생을 세상에 알리고 싶은지 텟데레~♬ 하며 자신의 탄생을 축복했다. 하지만 점막에 감싸여 있어 마음대로 움직이진 못하고 다음 동생들을 위해 저실장 마냥 구석으로 기어간다. 다음 새끼들도 텟데레~♪ 탄생을 축복하며 태어났다. 실장석은 다산하는 동물이다. 한 번의 출산으로 개구리는 네 마리의 새끼를 얻었다.

개구리는 처음 태어난 새끼를 핥아 점막을 벗겨주었다.

"자는 장녀인 데스."

"와타시는 장녀인 테치! 마마 보고 싶었던 테치!"

자실장이 양손을 들고 도통 실장석에게서 보기 힘든 환한 웃음을 지었다.

개구리는 다음 새끼를 핥아주었다.

"자는 차녀인 데스."

"와타시도 마마 보고 싶었던 테치! 세상이 아름다운 테치!"

두 번째 새끼는 텟츙~♪ 하고 애교를 보였다.

개구리는 다음 새끼의 점막을 핥아주었다.

"자는 3년인 데스. 반가운 데스우."

"아타치는 3녀인 레치! 아타치는 탄생의 기쁨에 춤추는 레치."

세 번째 새끼는 껑충껑충 뛰며 엉덩이를 흔들었다.

개구리가 마지막 새끼의 점막을 벗겨주었다. 실장석에겐 아쉽지만 저실장이다. 하지만 개구리는 그것도 기쁜 모양이다.

"우지챠는 4녀인 데스."

"레후? 마마, 우지챠는 구더기인 레후. 그래도 사랑해주는 레후?"

저실장이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개구리가 저실장을 꼭 안아준다.

"괜찮은 데스우. 우지챠도 사랑스러운 와타시의 자인 데스우."

"사랑해주는 테치!"

장녀가 앙증맞은 두 손을 붕쯔붕쯔 흔들며 위로했다.

"막내는 와타시의 보배인 테치!"

차녀가 개구리에게 다가가 저실장을 응원했다.

"힘내는 레치! 아타치가 프니프니 해주는 레치!"

"프니프니후?"

3녀 엄지의 말에 저실장이 꼬리와 귀를 흔들며 프니후! 프니후! 거리며 기뻐했다. 개구리는 흐뭇하게 웃으며 저실장을 3녀에게 주었다.

"프니프니후~♪"

저실장을 받은 3녀는 저실장의 배를 문질렀고 저실장이 꿈틀거렸다.

"자, 모두 하우스로 들어 기는 데스우."

"하이! 마마!"

장녀가 힘차게 대답하고 모두 골판지 하우스로 들어갔다.

뎃데로게~♬ 뎃데로게~♪
세상은 친절하신 데스~
와타시의 자들도 행복해지는 데스~
풍족하진 않지만 닝겐 사마의 후원으로 유복한 데스~
자들도 함께 노래 부르고 싶은 데스~
마마를 행복하게 해주는 데스~ 뎃데로게~♩

골판지 하우스 속에서 실장석들이 행복의 노랫 소리가 들려온다. 내일 출근 전에 별사탕이라도 줄까 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무분별한 악플과 찐따 댓글은 삭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