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있던 것



“레후우...마마도, 오네챠도 다 잠자는 레후?”

무언가 한바탕 휩쓸고간 자리.
찢어지고 뭉게진 박스 안에서 정수리가 뭉게진 성체실장 한마리와 자실장 3마리가 혀를 내빼문채 회색빛 눈알을 뜬채 누워있었다.

옅은 가로등 불빛을 의지삼아 말없이 누운 친실장과 자매들을 보며 저실장 한마리는 의아한듯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들 자는 레후? 우지챠도 자는 레후!”

저실장은 자실장 3마리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몸을 말고선 잠이 들었다.

동이 터오르자 강한 햇살에 잠에서 깬 저실장은 잠기운이 가시지 않은채 비몽사몽 비틀거리며 가장 익숙하고 안정적인 체취를 풍기는 친실장 근처로 다가갔다. 운치를 못먹은지 대략 16시간이 지났고 그로인한 영양부족 사태에 위석은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영양소를 찾아 저실장을 이끈 것이다.

-레쨥...레쨥...

우적거리며 반쯤 잠든 상태로 친실장의 옆구리를 파먹는 저실장은 약간의 시간동안 식사를 하고 곧바로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비록 소화하기 힘든 고형물인 친실장의 살점이지만 동족식은 소화율이 높고 실장석 분대에서 분해가 빠르기에 저실장은 프니프니가 없어도 친실장의 살점을 무리없이 소화시킬수 있었다.

“꼬기...맛난..레후.....”

웅얼거리며 잠꼬대를 하는 저실장이 완전히 깨어난 것은 늦은 오후. 불행중 다행인지 박살난 골판지에 관심을 갖는 들실장은 없었기에 다른 실장석들의 침입은 없었다.

자고 일어나 잠결이지만 충분히 영양을 섭취한 저실장의 컨디션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활력과 전신에서 느껴지는 힘은 저실장에게 그 무엇이든 다 할수있다는 믿음을 부여해주었다.

“우지챠 신님인 레후? 우지챠 집안의 왕님인 레후??”

뽈뽈거리며 돌아다녀도 찢어졌다고 해도 골판지는 골판지. 저실장의 신체 따위론 어떻게 해볼 깜냥도 되지 않았다. 저실장은 넘어갈수 없는 골판지 벽은 신경도 쓰지 않고 즐거운듯 꼬리를 좌우로 흔들며 죽은 자실장을 먹기시작했다.

잠결이라고 해도 동족식을 시작해버린 이상 자매들과 친실장은 더이상 가족이 아닌 그저 한끼의 밥으로 인식된 것이다. 저실장은 자실장 한마리를 다 먹고나서 포만감에 취해 다시 잠이 들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다시 하루가, 또 하루가 지나며 시간이 흘러갔다. 저실장이 친실장을 다 먹어치운것은 일주일이 흘렀을때였다.

동족식을 통해서 새끼손가락 한마디 반 만한 저실장은 어느덧 새끼손가락 만해졌도 살도 오동통하게 오를대로 올라서 검지와 중지를 겹친 두께만해졌다.

“먹을게 없는 레후? 우지챠 밥 못먹는 레후? 우지챠 밥 못먹는건 싫은 레후! 그런거 못견디는 레후! 이런 대접 너무 심한 레후!!”

아무리 불평하고 투덜거려도 이미 들실장들 사이에선 ‘없는 곳’ 취급을 당하는 전 들실장 일가 터에 들리는 들실장들은 없었다. 저실장은 슬픔에 울어도, 갑작스런 부당하고 불합리한 대우에 화를 내도 그 누구하나 오지 않았다.

2일이 지나자 저실장은 일반적인 운치굴의 저실장들이 느끼는 공복감의 수십배를 맛봐야 했다. 그동안 친실장과 자실장들의 사체를 파먹으며 만복감이 충족될때까지 먹던게 완전히 체화되어 버릇처럼 변한 것이다.

약간의 공복감도 신체에선 수십일을 굶은 듯한 기아감에 저실장은 패닉상태에 빠져 두려움에 몸을 둘둘 말고선 울기 시작했다.

“프니프니 받고 싶은 레후....”

신체적, 정신적으로 궁지에 몰린 저실장은 극렬한 프니프니를 요원하게 되었다. 스트레스 상황이 심해지자 그것을 회피하기 위한 반사작용이 일어난 것이였다. 문제는 프니프니를 해줄 다른 누군가가 없다는 것.

저실장은 이런 상황에서도 프니프니를 받지 못하자 간질에 걸린 것 마냥 전신을 부들부들 떨며 눈알을 뒤집었다. 입에선 거품이 뽀글뽀글 올라오고 있었고 거품이 섞인 혓바닥이 점점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배를 완전히 까 뒤집은채 물밖으로 나온 물고기 마냥 꼬리와 꾸물거리는 신체의 탄력을 이용해 펄떡이기 시작했다. 짙고 선명한 적록색의 눈물을 점점 진해지면서 종래엔 거뭇거릴 정도로 변했다. 운치를 찍찍 싸아올리지만 프니프니를 받지 못한다는 스트레스는 고작 배변으로 어떻게 할수있는것이 아니였다.

“마...마, 프니..! 오네...! 프...니....프...”

뽀직뽀직 거리며 경련이 최고점에 이르자 척추를 비롯한 뼈가 부러지거나 어긋나면서 내장을 찌르거나 찢기 시작했다. 녹색의 운치는 어느덧 빨갛게 변해버렸고 운치 사이엔 살점이 묻어나기 시작했다.

“레뺘아아아아-! 레삐이잇!”

거듭되며 가속하는 신체적, 정신적 고통. 저실장의 몸은 아치형을 그리며 역방향으로 휜채 꼬리와 정수리가 닿았다. 몸부림이 절정에 이르는 그 순간.

-파킨

위석이 깨지며 저실장의 고통은 끝이 났다. 저실장의 표정은 동족들도 역겨워서 머리를 떼내고 먹을 만큼 고통받고, 고통받고, 고통받으며 자아낼수 있는 복잡하고 미묘하며 몇개 안되는 저실장의 안면근육이 자아낼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그 무언가에 닿아 있었다.

“데에...뭔가 뒈지는 소리가 나서 들렸지만 이런건 못먹는 데스우”

저실장의 파킨소리에 이끌린 지나가던 들실장 한마리가 골판지를 뒤적이다 발견한 저실장을 보며 한숨을 내쉰다. 아직까진 식량사정이 이런걸 먹을 정도로 나쁜것도 아니기에 들실장은 기분나쁜 무언가를 꽨히 봤다는 표정으로 근처에 돌을 하나 들어 저실장의 얼굴을 퍽퍽 후려쳐 완전히 짓이겨놓았다. 그제서야 개운한듯 후련한 표정으로 길을 가는 들실장.

길을 가는 들실장 뒤로 긴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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