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타바 시의 공원의 가을철. 겨울 준비를 앞둔 이 들실장 커뮤니티는 한창 분주한 시기였다.
총 50가구의 실장석의 목숨을 책임지고 있는 보스실장의 어깨는 무겁기만하다.
보스실장은 다른 실장석들처럼 골판지로 집을 짓기보단, 토굴을 파서 큼지막한 월동용 굴을 만들도록 모두에게 시켰다.
여기는 보스실장의 거대한 굴 속.
거기서 보스실장과 휘하의 공동체 간부들은 남은 가을 기간과 겨울동안 버틸 식량이 얼마나 모이고 있는지 회의하고 있었다.
"닌겐들이 가장 넓은 쓰레기장을 봉쇄하기 시작한데스."
간부실장 중 하나가 얼기설기 그린 동네 지도의 한 지점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직 두 번째, 세 번째 쓰레기장은 멀쩡한데스가, 닌겐들이 언제 봉쇄할지 모르는 상황인데스."
음식물 쓰레기의 양이 줄어들면서 콜로니의 생존이 그렇게 희망차지 않은 상황이었다.
모두들 보스실장을 바라보며 긴장하고 있었다.
마침내 보스실장은 무겁게 입을 열었다.
"공용 운치굴의 엄지들과 우지챠들을 전부 보존식으로 만드는데스. 그거라면 괜찮아지는데스."
그 말에 간부실장 하나가 다른 간부실장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숨막히는 분위기에서 그 간부실장은 힘겹게 말을 잇기 시작했다.
"보스 각하... 공용 운치굴은..."
다른 간부실장이 말을 받았다.
"운치굴의 엄지와 우지챠들을 노예들이 전부 먹어버린데스. 현재 공용 운치굴에는 운치뿐인데스."
토굴의 분위기는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
이미 태어난지 5년이 지난 노년의 보스실장은 금간 안경을 떨리는 손으로 벗어서 지도 위에 올려놓았다.
"...호명하는 간부실장들만 남는데스. 운치굴 담당, 노예 담당, 치안 담당."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호명되지 않은 간부실장들은 서둘러 토굴을 나갔다.
모두가 나가기 무섭게 보스실장은 소리질렀다.
"운치굴의 사수는 명령이었던데스! 운치굴의 엄지와 우지챠들은 반드시 사수하라는 명령이었던 데스!"
분노에 가득 차 소리지르는 보스실장의 무서운 투기는 도저히 노년의 들실장이라고는 믿기지 못할 기백이었다.
"오마에타치가 대체 뭐라고, 감히 와타시의 명령을 거역하는데스? 어째서 일이 이 지경까지 된 데스? 오마에타치 전부가 와타시를 속인 데스! 오마에타치 전부, 심지어 노예들도!"
보스실장은 화에 못이겨 좁은 토굴에서 벌떡 일어났다.
"콜로니의 일원들이라는게 죄다 운치 같은 놈들에, 간부들은 믿을 수 없는 독라 나부랭이들인데스!"
치안 담당 간부실장은 이를 간신히 악물며 조용히 항의했다.
"보스 각하, 와타시는 인정할 수 없는데스. 각하를 위해 피 흘리는 간부들을..."
"그저 겁쟁이들인데스, 배신자타치, 똥노예인데스!"
"보스 각하, 말씀이 지나치신 데스!"
"간부들은 우리 실장석의 운치들인데스!"
보스실장은 손의 나뭇가지를 내동이쳤다.
"염치 없는 놈들인데스! 오마에타치는 다른 일원들과 아주 조금 더 세레브한 주제에 간부라고 우쭐대는데스. 고작 운치 먹기, 분충짓이나 배운 주제에데스!"
보스실장은 온몸을 떨고 있었다.
"그 동안 일원들은 매 가을마다 와타시를 방해해 온 데스. 와타시의 앞길을 막고 있던 것 밖에 한 일이 없는 데스! 진작에 전부 솎아냈어야 한 데스, 사육실장처럼 데스!"
보스실장은 울분을 다 토했는지 조금 진정하고는, 다시 앉았다.
"와타시는 그저, 버려진 사육실장일 뿐인 데스."
양 주먹을 불끈 쥐어 올리며 보스실장은 말을 이었다.
"그래도 와타시는 혼자, 와타시의 힘만으로 겨울씨를 다섯 번을 버틴데스, 그 혹독한 겨울을 말인데스!"
굴 안팎은 모두 침울하기 그지없었다.
"이건 와타시타치 실장석에 대한 극악무도한 반역인데스. 그리고 오마에타치는 그 대가를 치를 것인데스. 오마에타치의 피로 대가를 치를 거란 말인데스. 오마에타치는 오마에 자신의 운치에 빠져 죽어버릴 것인데스!"
굴 밖에서 조용히 상황을 듣고 있던 들실장들의 무리 속에서, 보스의 장녀가 문 밖에서 훌쩍였다.
"테끅... 테끅..."
"진정, 진정하는테치, 오네챠..."
결국 보스실장은 체념한 듯이 고개를 숙였다.
"와타시의 명령은 전부 무시당한데스. 이번 겨울을 잘 넘긴다는건 불가능한데스. 다 끝난데스. 이 겨울은 우리의 패배인데스."
그러나 아직 보스실장의 눈은 시퍼렇게 살아있었다.
"하지만 민나, 와타시까지 죽어버릴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인데스. 차라리 운치를 먹으며 살아남고 말겠는데스."
그 기세에 굴 안팎의 들실장들은 떨었다.
그러나 보스실장 자신은 알고 있었다.
이번 겨울은 지난번보다 길고 더 추울 것을.
이 자리에 모인 들실장들 중 살아남을 이는 단 한명도 없을 것을.
보스실장은 고개를 힘없이 떨구며 말했다.
"...하고 싶은 대로들 하는데스."
보존식은 있으나마나 한 수준에, 쓰레기장은 봉쇄.
아직 들실장들의 겨울은 시작한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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