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불 속에 뛰어드는 어리석음이여 (ㅇㅇ(116.127))



햇빛이 쨍쨍하게 비치는 여름, 친실장이 자와 우지챠를 데리고 가까운 곳에 산책을 나왔다. 특별한 의미는 없고 그저 자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줄 생각이다.


''가끔이라면 이런 것도 괜찮지 않은 데스까?''


''그런 테치.''


''우지챠는 선탠을 해서 구릿빛 피부를 가질 것인 레후.''


한가한 생각을 하며 그늘에 자리잡은 일가. 그때 독라실장 한마리가 접근한다. 일가는 딱히 경계하지 않는다.


''이웃상. 상담하고 싶은 게 있어서 온 데스.''


''어서 오시는 데스. 태어날 때부터 멍청해서 마마에게 옷 뺏기고 쫓겨난 독라상.''


친실장은 이 독라가 위협이 되지 않음을 알고 굳이 전투태세를 갖추지 않는다. 자들도 마찬가지.


''상담하고 싶은 게 뭐인 데스?''


''실은 저번에 공원에 온 하얀악마 기억하는 데스?''


''아, 공원에서 탁아나 투분을 일삼는 분충만을 타깃으로 삼아 선별적 구제를 한 단독활동의 구제업자 말인 데스까?''


친실장은 공원에서 똑똑하고 현명하기로 유명한 실장석이다. 그렇기에 많은 이웃실장들이 녀석에게 상담을 하고자 찾아온다. 여기있는 독라처럼 말이다.


''아무래도 그 하얀악마가 와타시를 좋아하는 것 같은 데스.''


''쿨럭! 쿨럭!''


독라의 개소리에 놀란 친실장은 순간 헛기침을 해댄다.


''올 해 들은 소리 중 이렇게 병신같은 소리는 처음인 레후.''


태어난지 일주일 정도 된 우지챠조차 이 소리가 개소리인지는 알고 있다.


''도대체 어떤 행복회로를 굴리면 그딴 결론을 낼 수 있는 데스?''


''오마에가 뭘 몰라서 그런 데스. 그건 사랑이 틀림없는 데스.''


독라가 하는 소리를 듣고 자실장이 풀숲에 들어가 구토를 하기 시작한다. 우지챠가 자실장의 등을 두드려준다.


''근거가 있는 데스. 우선 저번에 구제말인 데스, 그 덕에 와타시를 독라라고 차별하는 분충들이 전부 죽어서 와타시가 살기 편해진 데스.''


''오마에를 차별하지 않던 실장도 다 뒈진 데스.''


구제는 구청이나 시청에서 회사에 요청을 넣고, 회사가 그걸 수락하면 진행되는 일이다. 구제업자가 하고 싶다고 하는 일이 아니란 이야기다.


이 사실은 단 한마리의 실장석을 빼고 모두가 아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 구제 덕분에 식량수급에 여유가 생긴 데스.''


''오마에가 먹는 거 오마에 차별하던 분충인 데스.''


''그리고 하얀악마상 덕분에 드디어 집도 생긴 데스.''


''거듭 말하지만 그 집 오마에를 차별하던 분충들 집인 데스.''


''와타시를 이렇게 위해주는데 와타시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고 하는 데스까?''


''운치굴에 운치싼다고 우지챠를 사랑하는 게 아닌 데스요.''


''맞는 레후! 오바상은 철 좀 들어야 하는 레후!''


우지챠도 따끔한 충고를 날리지만, 독라는 고개를 저으며 여유러운 표정을 짓는다.


''우지챠는 어려서 뭘 모르는 데스네~''


''오마에는 그 나이 쳐 먹고도 모르는 데스네~''


독라의 귀는 납땜이라도 한 듯 자기가 듣기 싫은 말을 모조리 필터링하고 있다. 이럴거면 도대체 뭐하려고 친실장의 조언을 들으려고 온 걸까?


''...그래서 조언을 구하고 싶다는 게 뭐인 데스? 오마에의 헛소리를 계속 듣고 있자니 와타시의 회색 뇌세포가 전부 파킨해버릴 것 같은 데스.''


''아! 이제부터가 중요한 데스요! 우선 하얀악마상이랑 동거하기에 앞서서 악마상의 경제력이나 생활력을 알아야 할 것 같아서 와타시의 운치로 마킹을 해두고 스토킹을 해본 데스!''


''경제력이나 생활력은 모르겠고 전투력과 파괴력은 곧 알게 될 것 같은 데스...''


''마마~ 우지챠는 가스불을 켜두고 온 거 같아 집에 좀 도망가야 할 것 같은 레후~''


친실장은 가슴에 성호를 그리며 놀란 가슴을 진정시킨다.


''그래서 스토킹을 해본 결과, 이 근처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안 데스! 자가가 아니라는 건 조금 마이너스지만 그 정도 결점은 와타시가 봐줄 수 있는 데스!''


''염라대왕님은 오마에를 봐주지 않을 것인 데스...''


친실장의 머리 속에서 독라의 죽음은 이미 확정이고, 이제 얼마나 험한 지옥에 빠질 지를 걱정해야 할 단계이다.


''그런데 집 밖에서 확인하기에는 디테일한 사항을 파악하기 어려워서 하얀악마씨가 잠깐 나왔을 때 창문을 부수고 와타시의 장녀를 밀어넣어 본 데스요.''


''뒈지고 싶으면 혼자 죽지, 왜 자까지 끌어들이는 데스?''


친실장은 분노한 인간이 공원에 와 독라를 포함한 모든 실장석을 죽여도 이상할 게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돌아온 장녀에게 물어본 데스.''


''잠깐, 오마에의 장녀가 죽지 않고 살아서 돌아온 데스까?''


''그런 데스요.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 깨끗하고 무사한 상태로 돌아온 데스.''


친실장은 당연히 분노한 인간 손에 고문당하고, 오체분시된 다음 위석처리되어 원흉인 독라를 찾기 위한 도구로 전락했을 거라 생각했다. 무사히 돌아온다는 건 전혀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장녀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하얀악마가 '난 휴일에까지 굳이 일하고 싶지 않다. 그냥 평소에 살생을 많이 한 나의 업보라고 생각하겠다. 삼세번까지는 봐주는 게 내 원칙이기도 하고 말이야. 용서해 줄 테니 돌아가라.' 라고 말했다고 한 데스.''


''다행인 데스! 오마에는 죽어도 싸지만, 와타시들이 휘말리는 일이 없는 건 다행인 데스!''


친실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독라는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뭐, 그래서 와타시의 차녀랑 삼녀도 같은 방식으로 탁아한 데스. 삼세번까지는 봐준다고 했으니 그건 채워야 하지 않은 데스까?''


라고 한다.


''미친 데샤아아아아! 세번까지 봐준 다고 진짜 세번이나 그 미친 짓을 하는 분충이 어디 있는 데샤아아아!''


''마마. 우지챠는 먼저 집에 가서 여권이랑 캐리어 좀 챙겨놓는 레후. 서둘러 남쪽 나라로 망명하는 레후.''


독라는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르는 눈치이다.


''그 하얀악마가 와타시를 설레게 하지 않는 데스까? 이게 섹시도발이 아니고 뭐인 데스?''


''섹시도발이 아니라 시발인 데스...''


친실장은 절망했다.  독라를 죽여도 분이 풀리지 않은 하얀악마가 이 공원에 오면 무슨 짓을 벌일 지 알 수 없다. 아마 다음날이 되면 공원 표지판에 해골 다섯개가 붙어있을 것이다.


''그리고 돌아온 삼녀에게 물어보니 하얀악마가 '목 닦고 기다려라. 내가 지금 간다.'라 했다고 한 데스. 드디어 와타시에게 고백하려고 오는 것 같은 데스.''


''글쎄, go back하면 어디로 가야 하는 데스까~ 데퍄퍄팟~''


친실장은 절망적인 상황속에서 그만 실성하고 말았다.


''마마! 이럴 때일수록 정신줄을 붙잡아야 하는 레후!''


우지챠가 친실장의 발치를 두드리자 녀석의 날아가버린 이성이 뇌로 go back했다.


''뎃! 그런 데스! 하얀 악마가 지금 공원으로 온다고 한 데스까?''


''...그런 데스.''


''그런 자세는 좋지 않은 데스! 오는 걸 기다리는 건 대단히 수동적인 자세인 데스! 요즘 여주인공 트렌드는 다가오기만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먼저 다가가는 스타일인 데스! 즉, 오마에가 먼저 하얀 악마가 있는 곳에 가서 그...사...ㄹㅏㅇ을 받아줘야 하는 데스!''


친실장의 살고자 하는 의지가 max가 되자, 없는 지혜도 저절로 솟아났다.


''듣고 보니 그 말이 맞는 데스! 역시! 오마에에게 상담하길 잘한 데스! 지금 하얀 악마에게 먼저 가서 그 열정적인 사랑을 받아주는 데스!''


그렇게 말한 독라는 뱃살을 출렁이며,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공원 입구를 향해 달려갔다.


''...부디 와타시가 도망갈 시간은 벌어주는 데스...''


친실장은 스스로 불길 속으로 걸어들어가려는 독라의 등을 떠밀어 뛰어들게 만든 것이다.


친실장 일가는 바로 집에 돌아가 간단한 짐을 챙겨 공원 옆 산으로 올라갔다.


그로부터 며칠 후,


''다행히 공원의 실장석에게 추가적인 공격을 하지는 않은 것 같은 데스요. 아무래도 짐 챙겨서 피난까지 할 필요는 없었던 모양인 데스.''


''렛레후레~~ 그냥 호캉스 같다왔다고 생각하면 되는 레후~''


그러면서 친실장은 바뀐 게 없나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공원 입구 쪽에 표지판이 하나 놓여있는 걸 발견했다.


''...분충의 말로데스...''


표지판에는 살가죽이 다 벗겨지고 화상, 타박상, 찢겼다가 다시 꿰매진 자국, 강제출산의 흔적, 총상, 주먹자국 등이 새겨진 독라 한마리가 매달려있었다. 간신히 목숨은 붙어있는 듯 하지만 차라리 죽는 게 나을 정도로 심각한 고통을 받고 있다.


표지판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본보기! 봐줄 때 알아서 기어라!'


공원에 글을 아는 실장석들이 서로에게 이 정보를 전달하며 경각심을 다시 세운다.


''레에... 결국 저 꼴이 난 레후. 그래도 다른 오바상들을 끌어들이지 않고 지 혼자 뒈진 게 그나마 잘한 짓인 레후.''


친실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들을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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