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겨울날... 행복한 엄지실장 (ㅇㅇ(220.118))



개같이 추운 겨울 어느날 아침 10시
레찌이~
엄지실장 미도리는 느즈막히 기지개를 켜면서 일어났다.
실장석들이 가장 무서워 하는 계절인 겨울
먹을것도 없고 날씨는 춥고 매일 같이 굶어죽고 얼어죽는것이 일상인 계절

하지만 미도리가 일어난곳은 실장석들이 매일같이 죽어나가는 공원 같은곳이 아니다.
이곳은 토시아키의 집 베란다 한구석에 놓인 플라스틱 수조
수조 한구석에 놓인 작은 과자 상자가 미도리의 침실이다
특별히 난방장치가 있는 곳은 아니지만 일단 베란다 창문이 찬바람은 막아준다.
그리고 수조는 작은 환기구멍만 뚫려있어 냉기를 막아주고 있고
사방이 보온재로 둘러싸인 과자상자안에는 목욕용 두툼한 수건이 바닥에 깔려있고
미도리는 그 안에서 낡은 수면양말속에 들어가서 밤을 보내는것이다.

후끈후끈... 하다고는 할수 없지만
보온재와 두툼한 수건바닥에 수면양말을 침낭처럼 사용하면
그럭저럭 아늑하게 잠을 잘수 있는 공간이 되는것

상자에서 나온 미도리는 레찌레찌 거리며 수조 한구석에 놓인 화장실로 아장아장 걸어간다
화장실이라고 해봐야 수조 한구석에 구멍을 뚫어 둔것
푸드드득
엉덩이를 까고 총구에 힘을 주자 운치가 쏟아진다

보통의 운치는 설사에 가까운것이 보통
하지만 미도리가 먹는 사료는 엄지용 특수사료라 토끼똥같이 둥그런 놈들이다
배설의 쾌감은 설사쪽이 더 크지만 어치피 공원에서 주워진 미도리에게 선택같은건 없다
약간의 아쉬움을 남긴채 볼일을 마친 미도리는 옆에 놓인 물티슈통에서 물티슈를 하나 꺼낸다

레찌잇!

이것도 엄지실장전용 물티슈라 약한 힘으로도 슉하고 뽑여져 나온다.
물티슈를 고간사이에 넣고 양손으로 슥슥 문지르는 미도리
쾌감이 느껴지는지 약간 얼굴에 홍조를 띠면서 고간세척을 마무리한 녀석은 휴지를 운치구멍에 넣는다
처음 이집에 왔을때는 운치를 싸고난후 렛츙~ 하면서 아첨으로 닦아달라고 했었지만
돌아온건 방금싼 운치가 주사기로 다시 입으로 쑤셔넣어지는 학대였다
게복...게보보복... 거리면서 며칠간을 당하고서야 간신히 물티슈를 사용할수 있게 되었다.  

레찌 레찌 레찌 레찌

배설을 마치고 걸어가던 미도리의 눈이 창밖으로 향한다.
폭설이다. 하늘에서 솜뭉치가 퍼붓듯이 쏱아지고 있다.
바로 밑 공원에서는 벌써 얼어죽은 실장석 몇마리가 널부러져 있는게 보인다.

한달전전 미도리가 주워지던 그날도
이렇게 눈이 쏟아지고 있었다.
진작에 친실장에게 먹혀버린 구더기들
그리고, 이제 미도리 마저 먹힐 위기에 처했을떄 마침 굶주린 독라들이 쳐들어왔고
친실장에 독라들에게 뜯어먹히는동안 미도리는 간신히 도망쳐 나와
공원 화단 경계석에 쓰러져있다가 마침 술에 취해 지나가던 토시아키에게 주워진것이다

꾸르륵~

운치를 싸고 나니 여지없이 배꼽시계가 울린다
프프프... 거리며 수조 한구석의 접시로 걸어가는 미도리
접시에는 엄지실장용 푸드가 한가득 쌓여있다.

처음에는 한끼분량으로 몇알씩만 넣어주던 토시아키는
이것도 귀찮았는지 며칠에 한번씩 접시에 한무더기를 부어넣고 가는것이다

데챱 데챱... 쩝쩝

네발로 엎드린 미도리는 게걸스럽게 푸드를 먹어치운다
싸구려 재료로 만든 푸드이지만 합성감미료가 잔뜩 들어간 놈이라 맛은 좋아서
운치굴에서 살던 미도리에게는 천상의 음식이나 마찬가지다
어차피 푸드 이외 다른음식은 주지도 않으니 역시 선택의 폭같은건 없지만...
성장억제제가 들어가 있어 미도리의 키는 한달전과 다름이 없다.

물론 미도리도 식탐이 없는것은 아니다
2주전 토시아키가 먹는 치킨을 보고는 황홀한 냄새에 본능적으로 광분해서 
자기도 달라고 수조를 두드리며 
레짜아악~ 떼를 쓰다가 온몸을 수십번 쥐어박히고 난 후에는
다시는 토시아키의 음식에는 눈을 돌리지 않게 된것이었다.
정말 죽기직전에야 학대를 멈춘 토시아키는 비누곽에 회복용 드링크를 부은후
그속에 미도리를 던져 넣었다.
...자그만치 3일이 지나서야 간신히 눈을 뜰수 있었다.

푸드를 배불리 먹은 미도리는 레에~ 하고 만족한 소리를 내고는
옆에 달린 급수기에 혀를 갖다대고 할짝할짝 핥기 시작한다
그냥 수돗물일 뿐이지만 공원에 있을떄는 이런 신선한 물을 마신다는건 상상도 못할일이었다
친실장이 떠오는 페트병의 물은 친실장과 춘자들의 몫이었으며
자신은 운치를 핥으며 그 수분으로 간신히 목을 축일수 있었던 것이다

밥 먹고 목을 축인 미도리는 다시 과자상자로 걸어간다
레...레칫!
머리가 비대한 가분수의 몸으로 아장아장 걸어가다보니 휘청하고는 넘어졌다
하지만 비명도 지르지 않고 아무렇지 않다는듯 다시 일어나는 미도리
수조 바닥에는 햄스터용 톱밥이 넉넉하게 깔려있어 아무리 넘어져도 다칠일이 없다
게다가 이 톱밥은 보온재 역할도 하고있어 한겨울에도 쾌적하게 생활할수 있는것이다

다시 과자상자로 돌아간 미도리는 수면양말안으로 기어들어간다
아직까지 아까의 체온이 남아있어 따뜻하다
어차피 엄지실장이 할일이라고는 먹고 자고 싸는일 밖에 없다
따뜻한 양말속에서 레에츄~ 레에츄~ 거리면서 이내 깊은 잠에 빠져든다

렛츙~
몇시간만에 일어난 미도리가 고무공을 굴리며 신나게 놀고 있다
수조안에서 가지고 놀것은 이것이 전부이다
키가 5센치 밖에 안되는 미도리이지만
좁은 햄스터용 수조에서 공을 굴리다보면 금새 벽에 부딫치게 된다
보통의 경우라면 좁은 수조에 분노하며 마구마구 짜증을 내야하지만
미도리는 이내 반대쪽 벽으로 공을 굴려서 가면서 신나하는것이다

사실 3주전 좁은 수조에서 꺼내달라며 새벽에 레쨔아아! 거리며 소리지르고
수조벽을 탁탁 두드려대던 미도리였지만
덕분에 새벽에 잠이 깨버린 토이아키는 격분해서
그대로 미도리를 수조에서 꺼내 베란다 바닥에 던져버린것이었다

그대로 베란다 창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가버린 토시아키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는 무시무시한 겨울칼바람
방금전까지 따뜻한 수조안에서 안락하게 살았던 미도리는
수조에 다시 넣어달라며 필사적으로 문을 톡톡 두드렸지만
토시아키는 커튼을 쳐버리고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다.

다음날 아침 가사상태로 베란다 바닥에 웅크린채 꽁꽁 얼어버린 미도리는
드라이기로 1시간 넘게 녹여서야 간신히 눈을 뜨게 되었던것이다.
이후로는 목욕을 위해 수조에서 꺼내는것도 무서워하게된 미도리
이제 이 엄지에게 수조밖은 지옥이며 수조안은 안전하고 안락한 천국인것이다

드르륵~
베란다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토시아키가 들어온다
깜짝놀란 미도리는 무언가 학대를 당하는것이 아닌가 살짝 쫄았지만
그는 수조안에 뭔가를 툭 던져넣고는 다시 방으로 돌아갔다

레에~ 레.... 레짜아악!!!

잠시 어리둥절하던 미도리는 신나서 그것으로 달려든다
그건 우지차의 모양을 본따서 만들어진 봉제인형이었다
본능적으로 우지차와 깊은 유대관계를 가지게 되는 엄지실장
우지차 인형을 끌어안고 프니프니를 해주며 좋아서 난리다.

좁디좁은 플라스틱 수조안에서 갇혀지내는 생활
매일매일 같은 푸드만 먹고 지내는 생활
고무공 하나와 우지차 인형밖에 없는 생활
하지만 지금 미도리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엄지실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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