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울 근교에 위치한 이곳은 철웅 가든.
이곳은 전국에서 유명한 실장석 요리 전문점으로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을 보면서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으로 세 달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들어올 수 없을 정도로 유명한 식당이다.
이곳이 유명한 이유는 한 가지 더 있다.
실장석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식재료를 가든 내에서 직접 생산하는 건이다. 그야말로 친환경 그 자체.
그리고 이 친환경 식자재를 기르는 것은 인간이 아니다. 사람을 고용하는 인건비가 왠만한 재료값보다 비싸기 때문이다.
여기서 농사를 하는 것은 다름 아닌 노동석들이다.
2.
''자, 노동석들 전원 집합.''
철웅 가든의 사장, 철웅이 호출하자 가든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석들이 모였다.
농사하는 농사석, 식당에서 주문받는 점원석, 청소하는 청소석, 실장육을 생산하는 공장석 등 다양한 노동석들이 여기서 일하고 있다.
극한까지 인건비를 줄이고자 하는 철웅의 노력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오늘은 특별히 전파할 일이 세 가지 있어서 이렇게 소집했다.''
보통 이렇게 전체 소집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만큼 큰 일이라는 사실을 이곳 노동석들이 전부 깨닫았다.
''첫번째. 지난달에 폭동을 일으켰던 노동석, 다들 기억하고 있겠지?''
농사석들이 움찔한다. 폭동을 일으켰던 노동석들은 전부 농사석이였다. 다른 노동석들에 비해 일이 많다고 폭주를 한 것이다. 그 후 한 달 동안 그 누구도 그들은 본 적이 없었다.
''잘 봐라. 인간에 대한 반항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철웅이 손짓을 하자 철웅 전속 노동석들이 식실장 생산용 자판기를 가져온다. 여기 있는 모두가 그 자판기가 누구인지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분대를 개조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덕분에 다른 자판기보다 많은 자를 한꺼번에 낳을 수 있게 되었지. 백치로 만들지 않아서 고통도 그대로 느껴질 거다.''
노동석들은 두려움에 떨며 자신은 절대 반란따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3.
''두번째 소식이다. 너희들 모두 농사석들을 지휘, 감독하던 매니저 '스위트'를 기억하나?''
매니저 실장. 실장석들이 수행하기 힘든 복잡한 노동을 지휘하는 역할의 노동석이다. 다른 노동석보다 압도적으로 똑똑해야 될 수 있는 최상위 노동석.
스위트가 바로 농사석을 지휘하던 매니저 실장이었다.
''그 스위트가 지난 분충들의 반란으로 인해 은퇴하게 되었다.''
''뎃? 스위트챠가 은퇴? 다친 데스까?''
''스위트챠는 무사한 데스까?''
충격에 휩싸이는 노동석들. 스위트는 일을 잘할 뿐만 아니라 친절하고 인기도 많아서 모두에게 사랑받는 실장이었다.
그런 스위트가 갑자기 은퇴를 하게 된 것이다.
''분충들이 던지 운치가 눈에 맞아서 임신을 한 모양이더군. 몸에는 큰 문제 없다. 하지만 자를 가진 실장석은 더 이상 노동석으로 생활하지 못한다. 조금 일찍 은퇴 공원에 보내는 수 밖에''
모두 동요한다. 모두의 사랑을 받던 스위트가 은퇴를 하고 매니저 자리는 공석이다.
이 말은 즉, 새로운 매니저 실장이 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장석은 텃세가 심한 생물, 새로운 실장석의 등장은 갈등을 의미한다
''그래서 세번째로 농사석들을 지휘할 새로운 매니저 실장을 소개한다.''
두둥.
철웅이 손가락을 튕기자 철웅 전속 노동석들이 케이지를 끌고 들어온다. 암막으로 가려진 케이지.
철웅이 케이지의 뚜껑을 연다. 그리고 새로운 매니저 실장이 모습을 드러내자 농사석들이 경악한다. 왜냐하면 새로운 매니저 실장은,
''반가운 레후. 오바상타치. 우지챠는 '감자'라고 하는 레후. 우지챠가 새로운 매니저 실장인 레후. 잘 부탁하는 레후~''
''데에에엣?!''
4.
새로운 매니저 실장은 우지챠였다. 매니저 실장의 상징인 노란 옷을 입고 있는 이 우지챠는 어떻게 봐도 평범한 우지챠.
웅성거리는 노동석들. 당황한 기류는 가운데 서있는 철웅도 느낄 수 있었다.
그야 당연한 일. 우지챠는 실장석의 서열 중 최하위, 비상식량 정도 밖에 되지 않는 하찮은 존재이다. 그런 우지챠가 철웅과 인간 직원 다음으로 높은 매니저 실장에 등극한 것이다.
''사장사마, 질문이 있는 데스.''
한 실장이 손을 들고 앞으로 나온다. 녀석의 이름은 '열심이'. 말 그대로 열심히 일한다고 해서 붙혀진 이름이다.
''말해봐. 열심이.''
''우지챠들은 프니프니를 요구할 정도의 지능밖에 없는 걸로 아는 데스. 그런 우지챠에게 매니저라는 중책을 맡겨도 되는 데스까?''
열심이의 말에 모든 노동석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고도의 지능을 요구하는 자리에 우지챠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 모든 실장들의 생각이다.
철웅도 납득이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너희들 생각은 잘 알겠다. 그럼 너희들에게도 감자의 능력을 보여줘야겠지.''
''레후!''
주인이 감자를 내려본다. 그리고,
''감자! 고추의 모종 심는 시기는 언제지?''
라고 질문하자 감자의 눈빛이 변한다.
''고추는 겨울이 가기 시작하는 2월 초나 중순에 파종을 시작하는 레후! 그리고 봄이 완전히 온 4월 무렵에 모종을 심는 게 적합한 레후!'’
마치 나무위키에서 금방 퍼온 듯한 지식을 자랑하는 감자.
다른 실장석들의 입이 떡하니 벌어졌다. 이 정도 지식을 암기하는 것은 성체 노동석에게도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고추의 비료는?''
''거름과 석회를 사용하는 레후! 거름은 필수적이지 않지만 석회는 땅의 산성화를 막고 고추의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꼭 필요한 레후!''
그 어려운 농사지식을 별 일도 아니라는 듯이 읊어대는 감자. 어려운 일도 아니라는 듯 손을 올리고 콧방귀, 감자의 얼굴은 상당히 거만하고 자신만만한 표정이다.
5.
''그 우지챠는 어디서 온 우지챠인 데스? 어디서 그런 대단한 우지챠가 나온 데스?''
질문을 하는 건 노동석들 중 나름 똑똑한 편인 '순대'이다. 철웅이 새 메뉴 개발하다 붙여진 이름이다.
''이 우지챠는 강제 임신하게 된 스위트가 낳은 자이다.''
두둥.
눈에 운치에 맞은 스위트는 지난 한 달간 임신을 하고 태교를 했다. 비록 자를 가졌지만 똑똑했던 스위트는 자기 자가 잘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에 노동석, 그것도 최상급 노동석이 되도록 열심히 태교를 한 것이다.
''뎃데로게~ 뎃데로게~ 양파는 10월 경에 심어서 다음 해 6월 경에 수확하는 뎃데로게~ 감자는 3월에 심고 100일 자나면 수확하는 뎃데로게~''
자신의 농사지식을 자들에게 모두 전수하고 싶어했던 스위트.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이 대단한 녀석이었지만 엄한 부분도 있었다.
''노동은 신성한 것인 뎃데로게~ 일할 생각없는 분충은 마마의 배에서 나올 생각 하지 마는 뎃데로게~''
그 결과, 분대에서 솎아내기가 진행되어 딱 한마리만 남게 되었고 그 한마리가 바로 '감자'였다.
''주인사마. 비록 이 자는 우지챠이지만 와타시의 지식을 모두 전수받은 데스. 부디 거두어 주셨으면 하는 데스.''
철웅은 신중했다. 스위트를 신용했지만 검증안 된 우지챠를 매니저로 만들 생각은 없었다.
''어떻습니까? 토시야키 선생?''
''확실히 비범하군요. 보통 우지챠가 아닌 게 확실합니다.''
실장석 전문가에게 몇 주에 걸쳐 감자의 상태를 점검했고, A급 양충이라는 인증을 받고 나서야 감자를 메니저 실장으로 임명하기로 다짐했다.
6.
''그렇게 되었으니 앞으로 감자를 메니저 실장으로 모시도록. 혹시 이 녀석에게 해를 끼친다면 나에 대한 반란으로 알고 그 즉시 자판기로 만들겠다.''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 노동석들. 이제부터 우지챠의 명령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그래도 달리 방도가 있을까? 철웅이 부여한 권한은 그들에게 신의 명령과도 같으니 말이다.
''자, 모두 박수~''
짝짝짝~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어설픈 박수를 치는 노동석들. 이렇게 감자와 농사석들이 노동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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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빨리 가는 레후~ 어서 감자챠의 첫번째 노동 현장으로 안내하는 렛레로게~'’
신나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감자.
감자는 다른 노동석의 등에 업혀 농사지대로 이동 중이다. 노동석들은 본능대로 우지챠의 목덜미를 붙잡고 끌고 가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철웅의 역린을 건드려 자판기가 될 것이다.
철웅 가든의 농경지는 손님이 오는 식당에서 50미터 떨어진 곳. 가든 내에서도 가장 인적이 드문 곳이다.
이들은 이곳에서 생활하며 왠만하면 이곳에 사람이 방문하는 일도, 철웅이 간섭하는 일도 없다. 농사의 모든 것은 메니저 실장의 권한.
''우선, 오늘은 부추 레후!''
농경지에 도착한 감자가 명령을 내리기 시작한다.
부추는 철웅 가든의 필수 식재료 중 하나이다. 실장 보쌈을 부추절임과 함께 먹는 것이 이곳의 대표 메뉴. 실장 보쌈은 분대처리만 한 식실장을 장국에 삶는 게 전부이기에 완전히 누린내를 잡으려면 밑반찬으로 부추절임이 필수적이다.
''부추에는 10마리의 노동석을 할당하는 레후! 한꺼번에 많이 생산해야 하니 일도 많은 레후!''
감자는 노동석의 등에 업혀 다니며 부추 담당을 선별했다. 처음 일을 접하는 데도 능숙하게 명령을 내리고 있다. 몸집이 작은 우지챠이기에 높은 발판 위에 앉아있지만, 일을 지휘할 때는 힘겹게 상체를 올리고 조그만 돌기로 이리저리 가리키며 지시를 내린다.
''재능이라는 게 정말 있는 데스~''
''와타시는 두 달 동안 배웠는데도 못하는 일을 태어난지 한 달도 안 된 우지챠가 해내는 데스.''
''두려운 재능인 데스.''
일부 노동석들이 수다를 떨며 게으름을 피우고 있다. 이를 본 감자의 눈에 불이 들어온다. 감자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조그만 버튼을 하나 꺼내 모두가 볼 수 있게 흔들어 보인다.
''뭘 떠들고 있는 레후! 감자챠의 따끔한 찌릿찌릿 맛 좀 보고 싶은 레후!''
2.
하루 전, 감자가 모두의 앞에 나오기 전 일이다.
''자, 이게 내가 특별히 만든 전기 충격 장치다.''
''감사한 레후~''
본래 노동석들을 관리하는 매니저 실장은 채찍을 받는다. 일하지 않는 분충을 정신차리게 하는 용도라 큰 상처는 내지 않지만, 반항하는 녀석의 정신을 차리게 할 정도는 된다.
무엇보다 채찍은 인간에게 부여받은 특권이라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즉, 매니저 실장의 권위의 상징인 것이다. 덕분에 메니저 실장은 자신의 채찍을 목숨처럼 소중히 여긴다.
하지만 감자의 앙증맞은 돌기로는 채찍을 들 수 없다. 그래서 철웅은 감자에게 채찍을 대신할 전기 충격 장치를 주었다.
원리는 간단하다.
''이걸 누르면 모든 노동석들의 목걸이에서 전기가 나온다. 잠깐 마비될 정도의 전기지만 처벌로써는 충분하겠지.''
버튼만 누르면 되는 채찍보다 쉬운 방식. 감자는 버튼을 들고 신나하고 있다.
다시 현재,
''감자챠의 손에는 주인사마가 준 버튼씨가 있는 레후! 전부 찌릿찌릿하고 싶지 않으면 똑바로 일하는 레후!''
감자가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큰 목소리로 말하자 노동석들이 헐레벌떡 일을 시작한다.
''와타시는 노릇노릇해지기 싫은 데스!''
''보고 있을 때 만이라도 일하는 시늉하는 데스!''
다시 모두 일을 시작하자 감자는 콧방귀를 뀐다. 방금의 엄포로 모든 노동석들은 깨닫았다.
감자는 폭군이다. 공포를 무기로 억압하는 폭군.
3.
''적당히 하는 게 어떤 데스.''
전기에 지져지는 게 두려워 모두 일하는 와중에 감자의 옆에 누군가가 다가왔다.
''누구인 레후? 누가 감자챠의 허락도 없이 노동현장에서 이탈한 레후!''
''와타시 데스.''
감자의 옆에 나타난 것은 열심이. 첫 날 감자의 능력을 의심했던 노동석이다. 철웅 가든에서 오랫동안 일한 고참 노동석 중 하나이다.
''수다 정도는 떠들 수 있는 것 아닌 데스? 말도 못하면 와타시타치가 기계랑 다를 게 뭐인 데스!''
모두 전기 충격을 두려워하는 와중에도 열심이는 용기있게 자기 의견을 늘어놓는다. 다른 모든 실장들이 걱정 반 존경 반인 눈빛으로 열심이를 쳐다본다.
물론 그런 영웅적인 모습이 감자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노동은 신성한 것인 레후! 노동 중에는 노동에만 집중해야 하는 레후! 수다 따위 떠들 틈 없는 레후! 한시간 일하면 10분 쉬게 해 주는데 떠들려면 그때 떠드는 레후!''
''오마에의 주장도 이해는 되지만 와타시타치는...''
열심이가 감자를 설득하는 와중에 한가지 말실수를 해버렸다. '오마에'라는 단어는 사용해서는 안 되었다. 눈앞의 상대가 우지챠이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실수를 해버린 것이다.
''...오마에...오마에라고 한 레후?''
감자는 첫 날부터 버튼을 누르고 싶지 않았다. 너무 과한 처벌은 불만을 폭발시키기에. 하지만 열심이는 감자를 하대하듯 '오마에'라고 불렀다. 이건 메니저 실장의 권위를 침범한 것.
노동석의 중요한 규율 중 하나를 어긴 것이다.
''잠깐, 감자챠! 진정하는 데스! 이건 와타시가 말실수를!''
열심이가 서둘러 수습을 해보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엎어진 물을 주워담을 수는 없는 법.
''늦은 레후!''
꾸욱.
4.
바닥을 나뒹구는 노동석들. 버튼 하나를 누르면 모든 노동석의 목걸이가 작동한다.
''감자챠는 이걸 '연대책임'이라 부르기로 한 레후. 한 실장이 잘못하면 모든 실장이 벌을 받는 레후. 오마에타치의 빈약한 생각주머니에 잘 새겨두는 레후.''
그렇게 말하며 감자는 플라스틱 케이지 안으로 기어 들어갔다. 오늘 노동은 물 건너 간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기절한 노동석들이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난다.
''와타시가 잘못한 데스. 아무래도 조금 흥분한 것 같은 데스.'’
열심이는 기가 죽었다. 자신의 말실수로 인해 모든 동료들이 벌을 받았다는 사실에 책임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런 열심이를 위로하는 다른 노동석들.
''열심이챠는 잘못 없는 데스. 와타시타치를 위해 그런 것 아닌 데스.’’
‘‘맞는 데스. 기죽을 거 없는 데스.’’
열심이가 머리를 붙잡고는 바닥에서 몸을 일으킨다. 그런 열심이를 부축하는 동료 노동석들. 어느새 열심이는 그들의 리더가 되어 있었다.
그러면서 노동석들의 폭군 감자에 대한 불만은 점차 커져만 갔다.
''...저 분충 언젠가는 처리해 주는 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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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첫 날 이후,
농장의 세력은 크게 둘로 나뉘었다. 감자에게 아부하며 권력에 빌붙는 세력과 감자에게 반항하는 세력으로 양분되었다.
반항세력의 리더는 열심이. 그녀는 감자가 강압적이고 독선적인 행동을 할 때마다 당당히 앞에 나와 노동석들의 불만을 대변했다.
''감자챠. 부추 생산을 담당한 동료타치가 힘들어 하는 데스. 조금만 일을 줄여주거나 인원을 늘려줬으면 하는 데스.''
이런 모습을 보고 감화된 노동석들이 열심이를 지지하고 추대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감자가 양보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부추는 서둘러 잡초를 뽑아줘야 하는 작물이라 일이 많은 것인 레후. 일을 줄이면 농사가 망하는 레후! 그리고 오늘부터 고추 모종도 심어야 하는 레후! 인원을 재분배할 여유따위 없는 레후!''
감자에게 1순위는 노동이다. 농작물을 최대한으로 생산해 인간에게 도움이 되고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게 목적이다. 여기에 양보는 없다.
''하지만 이 스케쥴로 일하다가는 와타시타치 전부 파킨하는 데스! 감자챠의 마마였던 스위트챠도 그걸 알고 수확 목표량을 줄인 데스!''
감자의 마마 이야기를 꺼내는 열심이. 스위트는 성과뿐만 아니라 노동석들의 복지까지 신경쓰는 합리적인 메니저 실장이었다. 하지만 감자는 다르다.
스위트로부터 농사지식만을 전수받았기에 농사 이외의 일은 무지하다. 특히 노동석을 다루는 일은 서투른 정도를 넘어 젬병이라고 해야 할 정도이다.
''근성이 부족한 레후! 그런 건 정신력으로 극복하면 되는 레후!''
결국 두 세력 사이의 갈등은 좁혀지지 않는다.
2.
''이대로는 모두 과로사하는 데스.''
열심이는 심각하다. 이미 노동량은 실장석이 견딜 한계에 도달했다. 하지만 감자가 양보할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고 반란할 수는 없는 데스. 와타시는 자판기가 되고 싶지 않는 데스.''
''애당초 감자챠가 버튼 하나만 누르면 와타시타치는 모두 노릇노릇해져 버리는 데스.''
감자의 폭정에 시달린 노동석(감자 반대파)들은 어떻게든 현재 상황을 타파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메니저 실장의 권위를 침범할 수는 없다. 그건 주인인 철웅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니 말이다.
''그럼 주인사마한테 직접 말하는 건 어떤 데스?''
열심파에서 가장 똑똑한 순대가 말을 꺼냈다. 그들이 감자에게 직접 뭐라고 하는 것은 규칙 위반이지만, 가든 최고의 권위자 철웅이 감자에게 뭐라고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는 데스! 주인사마에게 꼰지르는 데스!''
''마음의 편지 쓰는 데스!''
순대의 뜻에 모두 따르는 눈치이다. 하지만 정작 열심이의 표정은 좋지 않다.
''...주인사마의 도움을 받는 게 맞는 행동인지 모르겠는 데스...''
3.
그 날 저녁 휴식시간.
노동석 몇 마리가 모여서 철웅이 있는 사무실로 향했다. 열심이도 마지못해 그들과 함께 가기로 한다.
철웅의 사무실은 숙소도 겸하고 있기에 사실상 집이나 다름없는 곳이다. 거기에 찾아간다는 건 철웅의 사생활에 침범하는 일이나 다름없다.
똑똑똑.
''주인사마! 드릴 말이 있는 데스!''
끼익. 철웅이 피곤한 눈을 비비며 문을 연다. 전 날 그도 늦게까지 손님을 맞느라 피곤한 상태이다. 그런 철웅을 일부러 깨운 노동석들. 차칫 잘못하면 예민해진 철웅의 심기를 거드려 그를 화나게 만들 수도 있다.
''뭐지? 무슨 일이지?''
열심이는 역시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감지했다. 다른 노동석들은 아직 눈치채지 못한 듯 하지만 말이다.
''...주인사마. 감자챠에 관해 드릴 말이 있는 데스.''
열심이가 최대한 공손한 태도로 입을 연다.
4.
''그러니까... 감자가 짠 일정에 따라가지 못하겠다는 거네?''
노동석들은 철웅의 사무실 안에 따라 들어왔다. 철웅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열심이의 말을 모두 들은 철웅은 잠시 생각에 빠져 있다가 입을 연다.
''...너희는 감자가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거냐?''
''아니, 무조건 잘못했다고는...''
''잘못한데스! 스위트챠도 그렇게 와타시타치를 부려먹지는 않은 데스! 이러다 모두 과로사하는 데스!''
열심이의 말을 끊고 큰 소리로 말하는 순대. 그동안 불만이 많이 쌓여 있던 모양이다.
하지만 열심이는 그 이상으로 얼마 전 있었던 일을 기억하고 있다.
한때 동료였던 분충들이 떼거지로 자판기가 되었던 사건. 본래 노동석을 처리하려면 처리해야 할 서류도 많고, 자판기로 적합하지 않은 녀석을 개조하는 데 비용도 많이 들어간다.
그럼에도 철웅은 모든 손해를 감수하고 주저없이 처벌을 시행했다. 철웅은 규칙에 관해서는 양보없는 성격이다.
''좋아. 농장으로 가자.''
철웅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열심이가 생각하던 것보다 일이 생각보다 커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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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인사마가 여긴 어쩐 일로 오신 레후?''
감자가 오랜만에 공손한 태도로 돌아왔다. 다른 노동석들 앞에서는 그렇게 오만방자하고 강압적이었는데 주인인 철웅 앞에서는180도 바뀐 태도이다.
''여기 이 녀석들이 네 방식에 불만이 있다고 해서 왔다''
그 말에 표정을 찡그리며 철웅 뒤에 있는 순대 일행을 째려보는 감자.
'감히 감자챠가 정한 방침에 따르지 않고 그걸 주인사마한테 꼰지르는 레후? 나중에 따끔하게 혼내주는 레후! 100초 동안 찌릿찌릿하는 레후!'
감자와 눈이 마주친 노동석들은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린다. 열심이를 포함한 노동석 일행은 감자에게 제대로 찍힌 것이다.
''주인사마. 감자챠는 잘못한 게 없는 레후. 감자챠는 주인사마에게 배운대로 목표량을 정하고 거기에 맞는 일정을 짠 레후.''
또박또박 자신의 의견을 철웅에게 전하는 감자. 방금 전까지의 찌푸려진 얼굴에서 다시 공손하고 예의바른 양충의 얼굴로 돌아왔다.
''감자챠의 마음과 행동에 일말의 거리낌도 없는 레후! 모든 것은 [노동]레후!''
감자의 주장을 조용히 듣던 철웅이 고개를 끄덕인다.
''좋아. 하지만 노동의 내용도 확인해 봐야겠지?''
2.
''부추 목표 생산량은 얼마지? 감자.''
''15킬로 레후! 밭을 부추로 가득 채울 정도인 레후!''
감자는 자랑스럽게 말하지만 철웅은 당황스러워 한다.
''...겁나 많은데?''
''다다익선인 레후! 본래 목표는 크게 잡고 천천히 줄여가는 법인 레후!''
''그걸 따져도 10킬로는 넘을 텐데 우리 식당에서 전부 소비할 수 있나?''
''레후?''
허를 찔린 감자. 농사 지식에는 능통한 감자이지만 그외에 일은 다른 실장석과 다를 바 없이 무지하다.
''알다시피 식재료는 오래 보관 못한다. 남으면 상해서 버려야 하지. 음식물 쓰레기는 버리는 데도 비용이 들고, 힘은 많이 들고, 노동석들은 죽어나가고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닌데?''
''하지만 레후...''
기가 죽은 감자의 목소리가 기어 들어간다. 철웅은 감자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 주며 위로해준다.
''너도 처음 일이라서 욕심을 부린 거겠지. 이해한다. 열심히 하는 녀석은 나도 응원해. 하지만 어떤 일이건 적정선을 지켜야 해. 그걸 넘어서면 사람이건 실장석이건 분충 취급 받는 거야.''
철웅이 말을 끝내자 감자가 말 없이 고개를 떨군다. 처음보는 감자의 위축된 모습을 본 노동석들이 뒷담화를 시작한다.
''데프픗, 꼴 좋은 데스!''
''우지챠 주제에 너무 나댄 데스!''
''역시 매니져의 그릇이 아니었던 것인 데스~''
철웅의 개입에 의해 감자의 매니저 실장으로써의 자존심이 꺽여버렸다. 이 상황에 약간의 책임이 있는 열심이는 고개를 숙였다.
''이건 와타시가 바랬던 상황이 아닌 데스...''
3.
감자는 구석에 들어가 몸을 돌돌 말고는 조용한 목소리로 중얼거리고 있다.
''...양파는 10월에 심는 레후... 감자는 봄감자가 맛있는 레후...''
철웅의 훈계에 상당히 큰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기왕 여기까지 온 거 발표할 게 하나 더 있다!''
철웅이 모든 노동석들을 향해 큰소리로 말하자 노동석들이 재빨리 하던 일을 마치고 가운데로 모인다.
''다음 달부터 손님들에게 농사지대를 관람할 수 있도록 개방하기로 하였다!''
두둥!
요즘 장사가 잘 안되는 철웅이 궁여지책으로 생각해낸 방법이다.
친환경으로 생산되는 농작물의 모습을 보여주면 많은 미식가들이 흥미를 가지고 방문할 것이다.
그리고 좀처럼 보기 힘든 노동석들의 노동 현장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애호파들도 카메라를 들고 달려들 것이다.
몇몇 노동석들이 수근거리기 시작한다. 구경온 사람들이 자신에게 먹을 걸 주거나 자신을 사육으로 데려가 주지 않을까? 혹은 학대파가 와서 끔찍한 짓을 저지르지 않을까? 하는 대화가 오고 가는 것이다.
''하지만 주인사마? 그러면 와타시타치, 일하기 힘들어 지지 않는 데스?''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철웅에게 질문을 하는 열심이.
''걱정할 거 없다. 손님들이 관람하는 곳은 너희에게서 5미터 이상 떨어진 곳이니까. 일을 방해하거나 먹을 것을 주는 것도 금지할 거다. 노동석의 노동 방해는 법적으로 고소도 가능하니 걱정마라.''
이미 모든 상황을 내다보고 대비책을 마련해 둔 철웅이다. 하지만 아무리 대비해도 때때로 변수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4.
''땅을 깊게 파는 레후! 고추는 이랑을 깊게 팔 수록 좋은 법인 레후!''
한달이 지났다. 그 동안 감자도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성장했다. 철웅의 따금한 충고를 받아드려 노동석들의 노동량을 적당한 수준까지 줄인 것이다.
덕분에 지난 한 달 동안 큰 불만이 나오는 일은 없었다.
''오늘 노동은 이만 끝인 레후! 모두 발 닦고 자는 레후~''
감자가 노동 종료를 외치차 노동석들이 '모두 수고한 데스'라고 하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때,
''데프픗! 똥우지의 명령이나 따르는 똥노예들인 데스~ 데프픗!''
낯선 실장석의 목소리가 노동석들의 신경을 건드린다. 모두 뒤를 쳐다보니 그곳에는 핑크색 옷을 입은 사육실장이 서있었다.
''오마에는 뭐하는 놈인 데스? 여기 들어오는 건 금지인 데스.''
열심이가 사육실장을 노동현장 밖으로 끌어내려고 손을 갖다대려 한다. 그러자,
''데갸앍! 여기 이 분충이 특급 사육실장인 와타시를 공격하려 드는 데스우!!!''
라고 가증스러운 목소리로 소리지르기 시작한다.
''뭐... 뭐인 데스! 와타시는 공격 따위 하지 않은 데스!''
열심이가 당황해서 뒷걸음질 친다. 그 표정에서 당황감과 두려움을 읽은 사육실장은 '데프픗'거리며,
''보호받아 마땅한 특급 사육실장인 와타시와 똥우지의 명령이나 듣는 똥노예인 오마에, 똥닝겐들은 과연 누구의 말을 믿을 거라고 생각하는 데스?''
갑자기 등장한 비열한 사육실장에 모두 분노를 느낀다. 하지만 함부로 나서지 못한다. 사육실장에게 무슨 짓을 했다는 게 알려지면 단순히 자신만 잘못되는 게 아니라 '철웅가든' 전체가 실각할 수 있기에,
5.
''오마에도 규칙을 어긴 레후!''
사육실장에게 정면으로 항의하고 나서며 등장하는 감자. 매니저 실장인 감자는 이 사육분충을 두려워 하는 기색이 전혀 없다.
''이곳은 신성한 노동현장인 레후! 이곳에는 닝겐상들도 함부로 못 들어오는 곳인 레후! 여기 들어온 오마에는 빼도박도 못할 규칙위반인 레후!''
논리적으로 반박하고 나서는 감자. 하지만 사육분충은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는다.
''오마에들 분충이 특급 사육실장인 와타시를 납치 했다고 하면 되는 데스. 어차피 똥닝겐들은 와타시가 하는 말이라면 다 믿는 데스. 데프픗~''
''렛...레후...''
기고만장한 사육분충과의 기싸움에서 순간 기 죽은 모습을 보인 감자. 노동석이 아닌 성체 실장 앞에서 감자는 매니저 실장이 아닌 한낱 우지챠가 되어 버렸다.
''아무래도 특급 사육실장인 와타시가 똥우지에게 서열이 뭔지 가르쳐 줄 필요가 있어 보이는 데스.''
사육분충이 자신의 팬티로 손을 가져간다. 감자에게 투분하려는 것이다. 여기서 운치에 맞는다면 감자의 권위는 영원히 회복될 수 없을 것이다. 매니저 실장으로서 씻을 수 없는 상처인 것이다.
''데프픗!''
''레...''
분충이 투분하려는 순간,
''오마에, 선을 넘은 데스.''
분충의 손을 꽉 쥐어잡아 멈춰 세운 것은 다름 아닌 열심이였다.
==========================================
1.
''오마에! 감히 특급 사육실장의 옥체에 무슨 짓을 한 데스?''
사육분충의 팔을 쥐어짜듯 붙잡는 열심이. 평소답지 않게 사나운 표정이다.
''선을 넘은 데스. 오마에는...''
''이따이! 이따이! 아픈 데스! 와타시의 초세레브한 섬섬옥수가 망가지는 데샤아아!!! 범우주적 손실이 발생하는 데샤아아!!!''
비명을 지르며 발광하는 분충. 똑같은 성체라도 노동으로 단련된 열심이와 순수 우레탄 바디의 분충과는 차원이 다르다.
열심이가 팔을 꺽어 바닥으로 비틀자 분충이 못버티고 쓰러진다.
''뭐하는 데샤! 똥노예는 당장 와타시를 구하러오지 않고 뭐하는 데샤아아!''
분충이 귀가 찢어질 듯한 목소리로 비명을 질러대자 노동석들이 전부 귀를 막고 표정을 찡그린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철웅과 젊은 남자가 분충의 비명 소리를 듣고 이곳으로 온다. 분충이 남자와 눈이 마주치자 더 크게 비명소리를 지른다.
''데갸아아아아! 똥노예! 어서 특급 사육실장인 와타시를 구출하는 데샤아아!''
남자는 한숨을 내쉰다.
''그새를 못 참고 또 사고를 쳤내. 이제 서류에 사인만 하면 되는데.''
열심이가 놀라서 손을 놓는다. 분충의 팔은 뼈가 부러졌는지 너덜너덜하다.
''뭐하는 데샤아! 똥노예! 어서 이 분충들을 전부 능지처참 시켜버리는 데샤아아아!''
''아롱아! 좀 닥쳐!!''
주인남자가 큰 소리를 내자 분충이 놀라서 빵콘을 한다.
2.
''똥...똥노예?''
아롱이라 불리는 분충의 주인남자가 한숨을 쉰다. 그 와중에도 상황파악을 못 하고 주인 남자를 똥노예라 부르는 분충.
''너 그동안 네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기억안나?''
아롱이는 멀뚱멀뚱 주인남자를 올려볼 뿐이다. 마치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는 얼굴이다.
''이웃집에 온 택배 멋대로 뜯어먹지를 않나, 경비아저씨한테 투분하지를 않나, 창문 밖으로 물건 던져서 아이들 다치게 만들기 까지 했잖아! 내가 그거 수습하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
''데...뎃?''
남자가 일일히 악행을 나열해도 아롱이는 다른 나라 이야기라도 듣는 듯한 얼굴이다.
''특급 사육실장이 아니라 특급 상분충이었던 레후.''
감자가 혀를 차며 고개를 돌린다.
''이제 아파트에서 너 못 길러. 아파트에서 너 쫒아내기로 각서썼거든.''
''데갸아아아! 똥노예가 책임을 다하지 못한 데샤!''
소리지르며 바닥에 누워 발광해대는 아롱이. 차마 못 볼 꼴이다. 노동석들은 교육받은 대로 눈을 가렸다. 분충을 보면 영향받지 않도록 눈을 가리는 것이 그들이 받은 기본 교육이다.
''그나마 내가 조~~금 정이 남아있어서 널 죽이지 않은 걸 다행인 줄 알아라. 여기 사장님이 노동석으로 널 받아주시겠다니 다행이지 뭐야.''
주인남자가 무슨 말을 하건 분충의 귀에는 닿지 않는다. 남자도 한숨을 내쉰다. 그런 남자 앞에 서류를 내미는 철웅.
''자, 여기에 사인만 하시면 됩니다.''
''네~''
''C급 원사육실장 아롱이, 분양 완료되었습니다.''
3.
넋이 나간 아롱이. 녀석은 한순간에 사육실장의 자리에서 쫓겨나 버렸다.
''데프픗! 분충이 꼴 좋은 데스!''
''특급이니 어쩌니 하더니 C급이었던 데스~''
''와타시타치 중에 B급보다 못한 실장은 없는 데스~''
노동석들에게 놀림받는 처지가 되어버린 아롱이는 구석에 처박혀 울고 있다.
감자는 조용히 철웅에게 다가간다.
''주인사마. 어째서 저 분충을 노동석으로 받은 레후? 분충은 노동에 적합하지 않은 레후.''
노동석들은 현장에 투입되기 전 힘겨운 훈련을 받는다. 덕분에 다른 실장석들이 들지 못하는 짐도 들어올릴 수 있고, 숫자도 100까지 셀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 훈련을 못 받은 아롱이는 어떤 일도 하지 못할 것이다. 다른 노동석의 발목을 잡을 뿐이다. 감자도 저 분충이 방해만 될 거라고 생각한다.
''감자. 천천히 배우겠지만 노동에는 여러가지 종류가 있다. 저 녀석이 앞으로 할 노동도 포함해서 말이지.''
철웅은 구석에 있는 아롱이를 가리킨다. 아롱이 주변으로 다른 노동석들이 다가온다.
''뭐인 데스? 와타시는 혼자있고 싶은 데스.''
아롱이가 으르렁거리며 위협소리를 낸다. 하지만 주변 노동석들은 '데프픗'거리며 더욱 가까이 다가온다.
''오마에, 이제부터 오마에의 노동시간인 데스~''
''무슨...''
퍽.
''데갸앍!''
''데프픗, 오마에 분충 주제에 찰진 타격감을 가진 데스. '샌드백 실장'으로써 재능이 있는 데스요.''
노동석들이 아롱이를 린치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즐겁다는 듯이 웃어대는 노동석들.
''똥닝겐! 뭐하는 데샤! 와타시를 이곳에서 구하....데갸앍!''
철웅을 향해 도움을 요청하지만 그는 미소를 머금은 채 방관하고 있다. 감자는 무슨 상황인지 몰라 철웅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다.
''주인사마? 이건 대체 뭐인 레후?''
''샌드백 실장이다. 노동석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기를 살려주기 위해 넣어주는 노동석 보직 중 하나지.''
노동석들의 노동은 상당히 힘들고 스트레스를 준다. 이런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주기 위해 철웅은 '샌드백 실장'이라는 분출구를 만들어 주었다.
철웅은 몇 달에 한번씩 샌드백 실장이 될 원사육분충을 얻어온다. 파는 입장에서는 처리비용이 굳었으니 이득이고, 철웅은 돈 하나 안들이고 노동석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니 이득, 윈윈인 셈이다.
덕분에 샌드백 실장이 있는 동안 철웅가든의 노동 만족도는 별 다섯개를 받는다.
4.
''취침시간인 레후~ 모든 노동석들은 몸을 씻고 잘 준비하는 레후~''
감자의 통보에 노동석들이 생활관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바닥에 너덜너덜한 상태로 내버려진 아롱이.
''아쉬운 데스. 내일 또 가지고 놀아주는 데스.''
''내일은 와타시 차례인 데스.''
''...데에...메빠...데에...''
감자도 생활관으로 조용히 기어간다. 그러다 그곳에 있는 열심이와 마주친다.
''열심...오바상? 물어볼 게 있는 데스.''
열심이가 멈춰 서 감자와 시선을 맞춘다.
''어째서 그때 감자챠를 구해준 레후? 오바상은 감자챠가 눈에 가시 아니었던 레후?''
그러자 열심이가 웃음을 터뜨린다.
''물론 감자챠의 행동이 마음에 안들었던 적이 있었던 데스.''
그 말에 고개를 숙이는 감자.
''하지만 와타시는 감자챠도 동료라고 생각하는 데스. 같은 처지의 동료끼리는 서로 돕고 살아야 하지 않는 데스까?''
그렇게 말하고 뒤돌아 생활관으로 가는 열심이. 감자는 그 뒷모습을 보고 눈을 반짝인다.
''레후...''
감자의 코에서 아주 조금 은빛 실이 삐져나오지만 감자는 아직 눈치채지 못한다.
=======================================
1.
''데삐얏!''
오늘도 처맞고 있는 아롱이. 샌드백 실장으로써 열심히 노동 중이다.
''가만두지 않는 데샤아! 전부 와타시의 운치굴 노예의 운치굴 노예로 만들어 버리는 데스!''
먹히지도 않을 협박을 하며 위협하지만 노동석들은 비웃을 뿐이다.
''오마에한테 운치굴 노예가 있는 데스? 어디 있는 데스? 아는 실장 있는 데스까?''
''데프픗''
''아주 휼룡한 노동석데스네. 보통 샌드백 실장은 일주일이면 기운 빠져서 재미가 없는데 오마에는 매번 새로운 레퍼토리로 와타시타치를 재미지게 해주는 데스요~''
철웅의 위석처리를 받은 아롱이는 모든 공격을 맞고도 파킨하지 않는다. 식당에서 쓰는 활성제는 회를 쳐도 살아 움직이게 해주기에 이 분충이 죽음으로 도망칠 일은 없을 것이다.
(식당용 활성제는 죽지만 않게 해줄 뿐, 상처를 회복시켜 주는 기능은 다른 활성제보다 약하다.)
''오늘은 충분히 즐긴 데스. 이만 들어가는 데스요.''
아롱이의 오늘 노동은 끝이다. 하지만 몸 여기저기에 생긴 멍과 상처 때문에 제대로 쉬지는 못할 것이다.
''오로롱. 특급 사육실장인 와타시가 왜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는 데스. 오로롱.''
''오마에, 지금 처지에서 벗어나고 싶은 데스까?''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아롱이에게 말을 걸어온다. 놀란 아롱이가 순간 방어자세를 취한다.
''어떤 놈인 데샤! 오늘은 끝난 데스!''
''데프픗. 그렇게 경계하지 않아도 되는 데스. 와타시는 오마에 편인 데스요.''
어둠 속에서 얼굴을 드러내는 녀석. 그 얼굴은 이곳 농장에서 누구에게나 익숙한 얼굴이었다.
''와타시, 순대챠 데스요.''
순대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아롱이에게 다가간다.
''와타시가 오마에를 다시 세레브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데스요. 그 대신 오마에도 와타시의 부탁을 하나 들어줬으면 하는 데스.''
세레브하게 만들어준다는 말에 혹한 아롱이는 순대가 있는 곳까지 단숨에 기어간다.
''뭐인 데스! 당장 말하는 데스!''
순대는 주변을 경계하며 아롱이의 귀에 속삭이듯 말한다.
''감자챠를 죽여주는 데스.''
2.
순대가 처음부터 분충이었던 것은 아니다. 다른 노동석처럼 훈련을 받고 이곳에 배치되었으며, 큰 불만없이 1년 넘게 이곳에서 일을 해왔다.
순대가 처음 분충성을 드러내게 된 것은 두달 전이었다.
전 매니저 실장이던 스위트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은퇴를 하게 되었다. 이때 순대는 생각했다.
'스위트챠 다음으로 똑똑하고 세레브한건 이 가든에 와타시밖에 없는 데스. 그러니 매니저 실장은 와타시의 차지인 데스.'
그렇게 생각하며 순대는 행복회로를 돌렸다. 이 행복회로가 분충화의 첫걸음이었던 것이다.
당연히 철웅은 순대가 아닌 제대로 된 매니저 실장을 새로 뽑을 계획이었기에 순대의 망상은 처음부터 이뤄질 리가 없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순대는 머리 속으로 노란 매니저 실장복을 입고 채찍을 휘두르는 자신을 상상하며 웃고 있었다.
'데프픗. 열심챠는 성실하니 특별히 와타시 전용 수레실장으로 삼아주는 데스요.''
이 망상이 깨지게 된 것은 한 달 전, 감자가 새로운 매니저로 등극하게 되던 날이었다. 매니저 실장이 되어 헤실헤실 웃어대는 감자를 보고 순대는 깊은 분노를 느꼈다.
'감히 빌어먹을 똥우지가 와타시의 자리를 뺏어간 데스! 주인사마를 저 몸(?)으로 유혹한 게 틀림없는 데스!'
순대 머리 속 행복회로는 이상한 방향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순대는 나름 똑똑한 편에 속하는 실장석. 겉으로 분노를 드러내지 않도록 잘 억누르는데 성공했다.
그렇게 한 달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순대는 얌전히 기회를 노렸다. 그리고 며칠 전, 순대에게 딱 맞는 도구가 굴러들어왔다.
그것은 다름아닌 아롱이.
'저 분충을 이용해 빌어먹을 똥우지를 죽이고 와타시가 매니저 실장이 되는 데스! 그리고 저 분충은 와타시가 몰래 죽여버리면 증거는 사라지는 데스~'
그리고 며칠 동안 기회를 엿보던 순대는 마침내 계획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3.
''하지만 와타시가 손을 쓰면 닝겐에게 와타시가 죽을 수도 있는 데스.''
순대의 권유에도 아롱이는 나서기를 망설인다. 죽이는 걸 두려워 하는 게 아닌 들킬까봐 두려워 하는 것이지만,
'이 분충, 분충짓하다 이곳에 온 주제에 신중한 데스.'
하지만 순대는 그것까지 예상을 했다.
''방법이 있는 데스.''
''뎃?''
순대가 저 멀리에 있는 닭장을 가리킨다. 철웅이 계란을 얻기 위해 설치한 것이다.
''저기 있는 나무하우스 보이는 데스?''
''보이는 데스.''
''저 하우스 안에는 무시무시한 맹수가 갇혀 있는 데스. 노동석인 동료챠들도 여러 마리 그 맹수의 공격에 죽은 데스. 저 맹수를 해방하면 농장 전체가 혼란에 빠지는 데스요. 그 틈을 타서 오마에가 감자챠를 죽이는 데스요.''
순대의 계획을 들은 아롱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이 일은 실행하는 자신도 닭의 공격에 휘말릴 수 있는 위험한 일이다. 아롱이는 이미 행복회로에 빠져 생각 못하고 있지만, 순대는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이해하고 있었다.
'데프픗. 동료챠 몇마리가 말려들 수 있지만, 와타시의 정당한 권리를 되찾기 위해서는 필요한 희새인 데스.'
4.
''열심 오바상. 아직 안 자는 레후?''
감자가 열심이의 방에 찾아온다. 열심이는 자다 깼는지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감자챠. 아직도 안 자고 뭐하는 데스. 착한 우지챠는 잘 시간인 데스.''
''할 이야기가 있는 레후. 잠깐 감자챠의 케이지로 오는 레후.''
감자가 돌기를 파닥이며 재촉하자 열심이는 한숨을 쉬며 따라 나간다.
감자의 케이지 앞.
''할 이야기가 뭐인 데스? 와타시는 내일 새벽 근무라 푹 자고 싶은 데스. 빨리 말하는 데스.''
한참을 망설이던 감자는 마침내 입을 연다.
''실은... 감자챠 조만간 우화할 것 같은 레후.''
''데에엣?''
열심이는 순간 놀라서 잠이 다 깨어 버렸다. 감자도 말하고 나서 한숨을 푸욱 내쉰다.
''어제도 코씨에서 실이 나온 레후. 다시 삼켰지만 더 이상 버티기 힘든 레후. 그리고 감자챠도 역시 손발긴긴씨가 되고 싶은 레후.''
''축하하는 데스. 감자챠. 엄지챠가 되서도 열심히 일하는 데스요.''
그 말을 들은 감자는 또 한번 한숨을 내 쉰다.
''물론 손발긴긴 되고 싶지만, 문제가 있는 레후. 감자챠가 꿈주머니 안에 있는 동안, 매니저 실장 자리가 공석인 레후. 감자챠를 대신할 오바상이 필요한 레후.''
''어니언챠나 만두챠, 순대챠 같은 동료챠한테 부탁하는 게 어떤 데스? 감자챠보다 못해도 전부 휼룡한 노동석 데스.''
다른 동료들의 이름을 대며 대타 매니저가 될 노동석을 추천하는 열심이. 하지만 감자는 고개를 젓는다.
''더 휼룡한 노동석은 이미 찾은 레후.''
''데? 누구인 데스?''
감자가 얼굴을 붉히며 말하기를 망설인다. 그러다 결국 입을 연 감자.
''열심 오바상 레후.''
''데에에에엣?''
5.
''열심 오바상이 감자챠의 원픽레후.''
열심이는 전혀 예상도 못 했다는 얼굴이다. 그 동안 감자의 일에 시비를 걸던 자신을 선택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감자챠는 와타시가 매니저 실장의 그릇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데스?''
''부담갖지 않아도 되는 레후. 감자챠가 꿈주머니 안에 있는 며칠 동안만 해주면 되는 레후.''
열심이는 한참 안절부절 하더니 크게 한숨을 내쉰다. 그러고는 감자와 눈높이를 맞춘다.
''믿어줘서 고마운 데스. 하지만 와타시보다 다른 실장에게 맡기는 게 어떤 데스?''
결국은 거절하는 열심이. 감자는 실망한 눈치이다.
''감자챠는 열심 오바상이 아니면....''
콰아아앙!
큰 소리가 나자 열심이와 감자는 고개를 돌린다.
''닭장에서 난 소리 레후!''
''닭씨가 탈출한 데스!''
6.
1분 전,
''데프픗. 이 문만 열면 다시 세레브한 시절로 돌아갈 수 있는 데스~''
아롱이가 몰래 빠져나와 닭장 문의 잠금쇠를 풀어버린다. 그러자 소리에 놀란 닭들이 난동을 부리며 닭장 밖으로 뛰쳐나온 것이다.
콰아아앙!
''데갸앍!!!''
그러면서 머리를 짓밟혀 뭉개진 아롱이는 덤.
멀리 떨어진 뒤에서 쳐다보던 순대는 입꼬리를 올렸다.
''데프픗. 수고가 줄어든 데스.''
감자의 케이지는 닭장에서 바로 정면에 위치해 있다. 뛰쳐나온 닭들이 곧바로 마주칠 곳이 감자의 케이지인 것이다.
''어째서 닭들이 뛰쳐나온 레후!''
''그럴 말할 틈이 없는 데스! 마라나게 뛰는 데스!''
열심이가 재촉하지만 감자는 뛸 수 없다. 조그만 돌기로는 바로 앞 기어가는 데도 한참 걸린다.
''감자챠는 두고 먼저 가는 레후!''
이미 그른 자신은 포기하라고 하는 감자. 하지만 동료애가 강한 열심이는 차마 그럴 수 없었다. 그래서 도망가는 대신,
''데샤아아앍!''
위협을 하며 닭들에게 달려드는 열심이. 부리를 손으로 막지만,
''끼오오오오옷!''
제아무리 노동석이라도 닭의 부리에 맞으면 멀쩡할 수 없다. 심지어 정면 공격에 맞은 열심이의 손은 관통되어 뼈가 드러날 정도로 상처를 입었다.
''데끅, 감자챠... 도망가는... 데스. 이틈에...''
열심이가 피를 흘리며 저항한다. 하지만 감자는 도망가지 않는다. 되려 케이지를 향해 기어가는 감자.
''오로롱. 감자챠의 케이지 안에는 주인사마를 부를 수 있는 호출기가 있는 레후. 주인사마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레후!!!''
감자는 열심히 케이지를 향해 달린다. 비록 느리지만 케이지는 코앞. 열심이가 버티는 사이 감자는 사력을 다해 기어간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 감자가 잊고 있던 게 하나 있었다.
''레후?''
먹구름이 걷히자 하늘에서 달빛이 쏟아진다. 오늘은 보름달이 뜨는 날. 감자의 코에서 참아오던 은빛 실이 쏟아져 나온다.
''안 되는 레후! 지금은 안 되는 레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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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코에서 나오기 시작한 은빛 실이 점차 감자의 몸을 감싼다. 본래 우지챠의 우화는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현상이 아니다. 손톱이 자라고 머리가 자라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이다.
본래 우화를 거부할 이유는 없다. 받아들여서 나쁠 게 없는 일이기에. 하지만 지금은 이야기가 다르다.
''안 되는 레후! 지금은 안 되는 레후!''
바로 옆에서 열심이가 닭들의 전진을 막고 있다. 부리에 여러 번 공격당한 열심이의 팔은 뜯겨져 나가서 가죽만으로 매달려 있다. 다른쪽 팔도 오래 버티진 못할 것이다.
''감자챠가 오바상을 구해야 하는 레후!''
피눈물을 흘리며 기어가는 감자. 하지만 점점 몸에 실이 감겨 움직이기 힘들어진다.
''감...자...챠...''
콱!
피를 너무 많이 흘린 열심이가 결국 부리를 막던 손을 놓쳐버렸다. 결국 열심이의 목에 박히는 닭의 부리.
''데에...''
열심이의 눈이 조금씩 회색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목숨이 다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걸 코앞에서 본 감자는,
''레후! 방해되는 실인 레후!''
이빨을 이용해 자기 몸에 감싸여 오는 실을 뜯어내기 시작한다.
''감자챠는 손발긴긴도! 세레브도! 다 필요없는 레후! 코앞에 버튼만 누르면 되는 레후!!!''
뚜둑!
온 몸을 꼬아대며 이빨로 코와 가장 가까이 있는 실의 끝을 뜯어버린다. 더이상 코에서 실이 나오지 않는다. 이걸로 감자는 영원히 고치를 틀 수 없게 된 건이다.
실을 뜯어버린 감자는 재빨리 케이지 안으로 뛰어들어 철웅에게 이어지는 버튼을 누르는데 성공한다.
''해낸 레후!''
2.
철웅을 부르는 데 성공했지만 당장 열심이의 목숨이 위험하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위험한 건 감자이다.
''레후...''
닭들과 눈이 마주치고 처음으로 목숨의 위협을 느낀 감자. 하지만 죽어가는 열심이를 보고 용기를 낸다.
''당장 그 부리를 치우는 레후!!!''
감자가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한 큰 목소리로 위협의 소리를 내자 순간 닭들이 뒷걸음을 친다. 하지만 곧바로 상대가 작은 우지챠라는 사실을 깨닫은 닭들은 부리를 휘두른다.
그때,
''데샤아아아!''
''데샤아아아!''
사방에서 들리는 실장석들의 위협소리. 놀란 닭들이 뒤로 물러난다.
''레후?''
''감자챠! 열심챠! 구하러 온 데스!''
감자의 뒤에 나타난 것은 철웅가든의 모든 노동석들이다. 모두 감자와 열심이를 구하기 위해 모인 것이다.
''모두 힘을 합쳐 닭들을 몰아내는 데스.''
''데샤아아아!''
모든 실장석들이 함께 위협을 하며 나서자 닭들이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닭들이 닭장으로 다시 돌아가자 모두 만세를 외친다.
''와타시타치가 이긴 데스!''
''아직 끝난 게 아닌 데스. 어서 열심챠를 주인사마에게 데려가야 하는 데스!''
3.
''이게 무슨 일이냐?''
감자의 호출을 받고 뒤늦게 도착한 철웅. 그는 지금 상황을 파악하고자 주변을 둘러본다.
활짝 열린 닭장, 부상당한 열심히, 울고 있는 감자, 그리고 닭장 앞에 있는 아롱이.
''네 짓이냐?''
''데...데데...''
피를 너무 많이 흘려 벌벌 떨며 고통스러워 하는 아롱이. 열심이 이상으로 엉망진창인 상태가 되었다.
''이 녀석 활성제에 담가둬라. 나중에 심문할게 있다.''
''하잇!''
철웅 전용 노동석들이 아롱이를 끌고 사무실로 간다. 그리고 부상당한 열심이를 살피는 철웅.
''다행히 위석에 직접적인 공격은 피했지만 성처가 심각하군.''
노동석들은 별도의 위석처리를 하지 않는다. 위석을 몸에서 꺼내는 건 목숨을 인질로 잡는 행위라는 이유로 법적으로 금지된 것이다.
그래서 열심의 위석도 위험한 상태이다.
''일단 활성제 발라주고, 설탕물 먹여서 내 사무실에 눕혀놔라. 경과를 지켜보도록 하지.''
철웅의 말을 듣자마자 직속 노동석들이 열심의 몸을 옮긴다. 그리고 철웅은 주변을 살핀다.
''순대는 어디있지?''
4.
순대는 혼자 숙소에 숨어있다. 물론 숨으려면 밖에 있는 무리 사이에 숨는 게 나았겠지만, 미처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한 것이다.
''왜인 데스? 왜 저 분충 우지를 돕고 지랄인 데샤아!''
예상치 못한 동료들의 도움에 놀란 순대는 그대로 구석에 도망친 것이다. 거의 본능에 가까운 행동이다. 그리고 실장석이 자신의 본능에 따랐을 때 좋은 결과가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거기 있었구나.''
''데갸? 주인사마?''
노동석 숙소에 뒷짐을 지고 들어오는 철웅. 그의 얼굴에는 단 하나의 표정도 없이 냉정한 상태이다. 순대는 철웅을 보자마자 자기도 모르게 바닥에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
''왜 그러지? 아직 너한테 아무 말도 안했는데?''
순대는 감히 철웅과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바닥만 보고 있다.
''네놈이 아롱이랑 접촉하는 cctv는 봤다. 거기서 닭장이 있는 곳은 왜 가르켰지?''
''그...그냥 풍경이 이쁘다고 한 것 뿐인 데스...''
철웅은 어이가 없다는 듯 콧방귀를 뀐다.
''좋아. 그럼 너는 왜 여기 있지? 다른 노동석들은 전부 밖에 모였는데,''
''너무 깊이 잠에 들어서 못 일어난 데스...''
순대는 그렇게 말하면서 철웅의 올려본다. 순대는 지금 철웅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다. 몇 달전 분충을 처리할 때의 그 얼굴이었다.
''그럼 질문 하나 더,''
''데에...''
''너는 너가 하는 말이 나한테 먹힐 거라고 생각하냐?''
철웅은 뒷짐을 풀고 등에 들고 있던 것을 순대 앞에 던져 놓는다. 그것은 머리만 남은 아롱이.
''데갸앍?''
''데...데...데...''
아롱이는 머리만 남은 상태로 아직도 살아있다. 철웅의 특수한 위석처리 때문이다. 곧 죽겠지만 그 전까지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을 느낄 것이다.
''이미 이 녀석에게서 전부 다 들었다. 네가 뭘 하려고 했는지, 무슨 짓을 했는지 이미 다 알고 있다고.''
''데샤아아아! 와타시는 잘못한 거 없는 데샤아아!''
참아오던 순대가 갑자기 엄청난 소리로 철웅에게 위협의 소리를 낸다.
''저 똥우지가 오마에를 유혹한 게 잘못인 데샤! 오마에가 멍청하게 우지 따위를 매니저로 삼은 게 잘못인 데샤! 똑똑하고 세레브한 와타시를 알아보지 못한 거 잘못인 데샤아아아!''
순대는 피눈물을 흘리며 네 발로 서서 철웅을 노려본다. 철웅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젓는다.
''난 처음부터 너 따위 매니저로 삼을 생각이 없었다. 너가 똑똑한 건 사실이야. 하지만 너보다 똑똑하고 매니저에 어울리는 노동석은 이 가든에 얼마든지 있어. 감자는 그들보다 나았고, 넌 그들보다 못했다. 그뿐이야.''
딱 잘라 말하는 철웅. 그제서야 순대는 그동안 자신의 뇌를 지배하고 있던 행복회로에서 벗어난다.
''주인사마. 와타시가 그동안 미쳤었던 데스. 정신이 나갔었던 데스. 용서해 주시는 데스.''
엎드려 절하며 용서를 비는 순대.
''하아, 이제와서? 닭들도 다치고, 소중한 나의 노동석들도 다치고, 가든은 엉망이 되었는데?''
철웅의 목소리에 겁먹고 엎드린 채로 뒤로 물러난다.
''와타시는 그저 감자챠처럼 되고 싶었을 뿐인 데스. 부디 용서해주시는 데스.''
''감자처럼 되고 싶다고?''
순대는 슬쩍 철웅을 올려본다. 그리고 순대는 자신에게 희망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았다.
''소원대로 해주마.''
5.
순대는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주변에 뭐가 있는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주인사마가 와타시의 소중한 돌씨를 뽑은 건 기억나는 데스. 그런데 여기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보이는 것은 없다.
'숨이 안 쉬어지는 데스? 켁! 켁! 흙이 코로 들어온 데샤!'
철웅은 순대의 소원대로 녀석을 '감자'처럼 만들어 주었다. 산채로 흙에 묻어버린 것이다. 실장석이 빠져나오기 힘들 정도로 깊은 곳에 묻어버린 것이다.
물론 '감자'처럼 수확될 일은 없을 것이다.
'데갸아앍! 꺼내주는 데스! 몸씨가 안 움직이는 데스! 숨을 쉴 수 없는 데스!'
훈련받은 노동석 주제에 운치를 지린 순대. 녀석이 앞으로 지릴 운치는 거름이 되어 밭에 도움이 될 것이다.
'배고픈 데샤아! 운치라도 주는 데샤아아!'
앞으로 녀석이 먹을 것은 잡초의 뿌리 뿐일 것이다. 덕분에 밭에 도움이 되겠지만, 그 누구도 녀석에게 감사할 일은 없을 것이다.
끝없는 어둠과 고통 속에 있던 순대는 위석처리 때문에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었으므로 이내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6.
사건이 벌어지고 한 달 후,
''가든의 모든 노동석들은 본관 앞으로 집합해라.''
철웅이 스피커로 방송하자 노동석들이 일을 멈추고 본관으로 향한다. 감자도 다른 오바상의 등에 업혀서 같이 이동한다.
''세 가지 발표할 게 있다.''
철웅은 한숨을 내쉰다.
''우선 첫번째, 한달 전 순대...분충이 저지른 반란을 모두 기억하고 있을 거다.''
''당연히 기억하는 데스!''
''만나면 흠씬 두들겨 패주는 데스!''
노동석들이 순대의 이름을 듣자 소란스러워 진다. 철웅이 입에 손가락을 갖다대자 그제서야 조용해지는 노동석들.
''녀석은 내가 처벌했다. 그러니 더 이상 그 녀석을 언급하거나 하는 것을 금지한다. 물론 먹는 순대는 괜찮다.''
철웅이 엄격하게 말하자 노동석들이 '하잇'라고 하며 말을 멈춘다.
''두번째로는 좋은 소식이다. '노동석 실권 협회'에서 감자와 열심이를 포함한 '철웅가든'의 노동석들에게 '노동석 명예 훈장'을 수여했다.''
''데에에엣?''
''이건 엄청난 데스.''
실장석이 훈장을 받게 되는 일은 드물다. 노동석은 다른 실장석에 비해 받을 일이 많지만, 그럼에도 천마리 중 한마리 받을까 말까한 큰 명예이다.
철웅가든의 노동석들은 그런 훈장을 단체로 받게 된 것이다.
''열심이는 감자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달려들었고, 감자는 열심이를 구하기 위해 우화를 포기했다. 그리고 다른 녀석들은 동료를 구하고자 힘을 합치는 모습을 보여줬지. 협회는 그 모습에 감동해서 단체훈장을 수여했다고 한다.''
그 소식을 듣고 신난 노동석들. 조금 소란스러워 졌지만 철웅은 피식 웃으며 가만히 내버려 둔다.
''별로 힘든 일도 아니었던 데스.''
''함께 일한 동료를 구하는 건 당연한 일인 데스.''
''감자챠는 우화를 못 하게 되어서 어떻게 되는 데스?''
한 노동석이 우화를 못하게 된 감자를 걱정한다. 하지만 감자는 의젓하게,
''사실 손발긴긴 되어봤자 어색한 레후. 감자챠는 우지챠로 있는 게 좋은 레후.''
라고 말하며 웃어보인다.
7.
''그래서 대표로 훈장 수여식에 참가할 노동석을 골라야 하는데...''
철웅이 슬쩍 감자를 쳐다본다. 다른 노동석들도 철웅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대충 깨닫았다.
''이건 매니저 실장인 감자챠가 받는 게 당연한 데스.''
''감자챠가 받아주는 데스!''
라고 소리치는 노동석들. 하지만 감자는 고개를 젓는다.
''주인사마. 감자챠보다 훈장이 더 어울리는 오바상이 있는 레후. 그 오바상한테 기회늘 주었으면 하는 레후.''
철웅이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그게 누구지?'
''열심 오바상 레후.''
열심이의 이름이 언급되자 노동석들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한달이 지나도록 농장에 나오지 않던 열심이의 생사는 아직도 불확실하다. 일부 노동석들은 열심이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진실을 알고 있던 철웅은 미소를 지으며 사무실의 문을 연다.
''감자는 너가 대표로 받았으면 한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냐?''
''...감사히 받는 데스.''
몸에 붕대를 맨 체 사무실에서 나오는 열심이. 아직 걷는 게 힘든 지 절뚝거리고 있다. 열심이의 모습을 보자 모두 감격에 환호를 지른다.
''세번째로 발표하려 했는데, 열심이는 거의 회복되었다. 다른 실장석들보다 튼튼했던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 하지만 위석에 손상을 입어 은퇴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군.''
훈장 수여식을 마치고 열심이는 양충 보호 공원으로 가게 될 것이다. 감자의 친인 스위트도 있는 그곳에서 남은 여생을 편하게 보내게 될 것이다.
''감자챠. 고마운 데스.''
열심이가 감자에게 손을 내민다.
''감자챠야 말로 고마운 레후. 열심 오바상.''
감자도 조그만 돌기를 내밀어 열심이의 손을 잡는다. 서로 악수를 하는 모습을 본 철웅은 흐뭇하게 웃으며,
''자, 모두 박수~''
철웅가든 전체에 박수소리와 웃음소리가 넘쳐난다.
놀러오세요 실장농장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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