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어렸을 적, 먼 농촌에 살고 계신 마마의 마마 집에 방문했을 때의 이야기인 테치.
일 년에 한 번 정도, 명절에나 겨우 찾아뵙는 마마의 마마, 줄여서 할마마의 집에 도착하자마자 와타시와 장녀 오네챠, 그리고 마마는 할마마에게 인사를 올린 직후 장녀 오네챠와 함께 밖으로 놀러나간 테치.
매캐했던 도시의 공원과는 달리, 너무나 맑은 공기와 상쾌한 바람에 와타시는 장녀 오네챠와 함께 논 주위를 이리저리 뛰어다녔던 테치!
그런데 해가 중천에 떴을 무렵이었던 테치.
갑자기 바람이 그쳤다고 생각한 순간, 기분 나쁠 정도로 섬뜩한 뜨끈한 바람이 후끈 불어 온 테치....
그렇지 않아도 뛰어다녀서 더운데 이런 더운 바람은 뭘까하고, 방금 전까지의 상쾌함이 날아간 불쾌함에 운치를 지릴 것만 같았는 테치.
근데 장녀 오네챠는 조금 전부터 다른 방향을 보고 있었던 테치.
그 방향에는....
닝겐들이 만들어 놓은, 허수아비씨가 서 있었는 테치.
와타시가 저 허수아비씨를 왜 그렇게 쳐다 보냐고 묻자, 오네챠는 허수아비 너머로 무언가가 있다면서 더욱 주의해서 그 쪽을 바라보았던 테치.
와타시도 주의를 집중해서, 논의 저 너머를 지그시 바라보았는 테치. 그러자 확실히 무엇인가 보였는 테치.
뭔가 미세하게 움직였던 테치....
....저게 대체 뭐인 테치?
먼데다 논밭 색깔이랑 비슷해서 잘 안 보였지만, 성체실장 정도 크기의 '초록 물체' 가 구불구불 움직이고 있었는 테치.
게다가 주위에는 논이 있을 뿐, 근처에 닝겐이 있는 것도 아니었는 테치.
와타시는 순간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곧 이렇게 해석해버린 테치.
저것도 허수아비씨 아닌 테치? 바람이 불어서 움직이게 해놓은 허수아비씨 같은 거 말인 테치. 아마 방금 전부터 불고 있는 바람 때문에 움직이는 게 틀림없는 테치!
장녀 오네챠는 와타시의 명쾌한 해석에 곧 납득하는 표정이었지만, 그 표정은 한순간에 사라진 테치.
바람이 딱 멈춘 것인 테치.
그럼에도 저 이상한 '물체' 는, 변함없이 꿈틀대며 움직이고 있었는 테치....
와타시도, 장녀 오네챠도 놀란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는 테치.
특히 오네챠는 계속 신경이 쓰였던 탓인지, 직접 확인해보겠다면서 논밭으로 뛰어간 테치.
와타시는 아직 몸집이 작아서 섣불리 논밭에 들어가진 못했지만, 그래도 오네챠가 정체를 확인할 거라는 생각에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얌전히 기다린 테치.
그런데, 생각보다 장녀 오네챠가 일찍 돌아왔던 테치.
게다가 새파랗게 질려 있었던 테치....
오네챠는 식은 땀을 줄줄 흘리며, 색눈물을 쏟아내고 있는데다 운치까지 지렸던 테치.
와타시는 갑자기 변한 오네챠의 모습을 무서워 하면서도, 용기를 내어 정체가 뭐였는지에 대해 물어 보았는 테치.
하지만 장녀 오네챠는 몰라도 된다면서 그대로 터벅터벅 마마의 마마 집으로 걸어간 테치.
와타시는 곧바로 와타시를 새파랗게 질리게 한 그 '물체' 를 보려고 논밭으로 가볼까 생각이 들었지만, 장녀 오네챠의 말을 들은 터라 볼 엄두가 없었는 테치.
그치만, 계속 신경이 쓰였는 테치.
멀리서 보면, 단지 '초록 물체' 가 기묘하게 구불구불 움직이고 있을 뿐이었는 테치.
조금 기묘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그 이상의 공포감은 일어나지 않았는 테치.
그러니까, 봐야겠는 테치.
도대체 무엇이길래 장녀챠에게 저런 공포를 줬는지, 와타시 눈으로 확인하겠다고 다짐한 와타시는 논밭으로 뛰어가기 일보직전 이었는 테치.
바로 그 때, 마마랑 할마마가 무척이나 당황한 얼굴로 달려오셨는 테치.
와타시가 묻기도 전에, 할미마는 그 논밭에 있는 '물체' 를 본 거냐고, 그 저주받은 것을 봤냐며 역정을 내셨던 테치.
무언가 겁에 질린, 혹은 노발대발하신 할미마의 모습에 와타시는 아직 못 봤다고 반쯤 울먹이며 대답했고,
마마는 다행이다고 말씀하시며, 안심한 모습으로 그 자리에 쓰러져 울었던 테치....
와타시는 그렇게 이유도 모른 채 할마마 집으로 돌아온 테치.
돌아오자, 모두가 울고 있었는 테치.
와타시 때문에? 아니었는 테치.
자세히 보자 장녀챠만 미친듯이 웃으면서, 마치 그 '초록 물체' 와 같이 바닥에 엎드려 몸을 구부린 채 꿈틀대고 있었던 테치....!
그때의 장녀 오네챠의 모습이야말로, 그 기괴한 '물체' 보다 더 무서웠는 테치.
그리고 마마와 함께 집에 돌아가는 날, 할마마가 이렇게 말했는 테치.
장녀는 여기에 놔두는 것이 살기 좋을 거라고.
그쪽 도시의 공원은 여기보다 좁고 험한데다, 그런 곳에선 며칠도 못 가 동족이나 짐승에게 관심이 끌려 죽을 것이라고…
그러니 할마마 집에 보살피다가, 겨울씨가 지나고 나서 논에 놓아주는 게 나을 거라고 말했는 테치….
와타시는 그 말을 듣고, 큰 소리로 울부짖었는 테치.
이제 더 이상 예전의 장녀 오네챠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없는 테치.
내년에 할마마 댁에 다시 와 만난다 해도, 그것은 더 이상 장녀챠가 아닌 테치.
왜 이런 일이 일어난 테치….?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이좋게 놀았는데, 무엇 때문에….
와타시는 필사적으로 눈물을 닦으며, 근심 가득한 마마의 손을 잡고 할마마의 집을 떠났는 테치.
할마마가 내년에 보자며 손을 흔들던 도중, 그 뒤에서 변해 버린 장녀챠가 한순간.... 와타시에게 손을 흔든 것처럼 보였는 테치.
와타시는 멀어져 가던 중, 장녀챠의 표정을 보려고 고개를 돌려보았는 테치.
장녀 오네챠는 분명 울고 있었던 테치.
표정은 웃고 있었지만, 지금까지 장녀챠가 한 번도 보여준 적 없었던 처음이자 마지막의 슬픈 웃는 얼굴이었던 테치....
그리고 곧이어 골목을 돌아 더 이상 장녀챠의 모습은 안 보이게 되었지만, 와타시는 눈물을 흘리며 언젠간 원래대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푸른 논을 멍하니 바라보며 마마와 함께 쭉 걸은 테치.
장녀 오네챠와의 추억을 회상하면서 말인 테치.
….그 때였는 테치.
저멀리 봐선 안 된다는 것을, 그제서야 봐 버렸던 것인 테치.
그 날 공원은 해골 3개를 받아버린 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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