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실장은 날이 맑은 밤마다 장녀를 데리고 골판지 상자 집밖으로 나와서 주변에 가까운 가로등이 비추는 장소로 도착했다.
그리고는 장녀의 손을 잡고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장녀챠, 저 하늘이 보이는데스?"
어두컴컴한 밤하늘을 향해 가로등의 빛을 등진 상태로 친실장은 투박한 손을 하늘로 향한 뒤 말을 잇는다.
"보이는데스?"
장녀가 신난다는 듯이 주변을 둘러보고 있자 집중시키기 위해서 다시금 되묻는다.
"보이는테츄. 반짝반짝 별씨가 아름다운테치!"
"마마가 옛날 이야기를 해주는데스."
그렇게 말하자 장녀가 생긋 웃으며 친실장에게 매달렸다.
"기쁜테치! 마마의 이야기는 너무 재미있는테치! 이모토챠들을 데려오는테츄?"
"아닌데스.. 장녀만 들을 수 있는 이야기인데스.."
"텟.. 그래도 좋은테츄! 마마의 이야기는 즐거운테츄!"
친실장이 해준 이야기는 착한 일을 많이해서 인간들을 노예로 부리며 천수를 누리고 하늘로 간 실장석의 이야기였다.
실장석 나름의 교훈이 담긴 이야기지만 실장석의 특성상 앞의 내용은 다 잊어버리고 결국 즐겁게 살았다는 내용만이 머리속에 남아있다.
"잘 들은데스?"
"재미있던테치! 와타치도 하늘로 가고 싶은테치!"
그렇게 말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친실장은 장녀의 손을 꼭 붙잡은채로 떨고 있었다.
"마마? 왜그러는테츄? 마마는 울보인테치~ 알겠는테츄~ 마마도 하늘로 데려가주겠는테치!"
헤맑게 웃으며 장녀는 자신의 친실장이 자신이 떠날까봐 우는줄 알고 달래준다는 듯이 말했다.
그리고 친실장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장녀를 쳐다보고 양눈에서 흐르는 색눈물을 닦으며 장녀에게 말했다.
"사실 뒷 이야기가 더 있는데스."
그렇게 말하곤 친실장은 크게 쉼호흡을 한 뒤 장녀를 향해서 말을 이어나간다.
"하늘로 올라간 실장석은 너무도 착했던데스. 인간들의 횡포를 보면서도 인간도 보살펴 주었던데스. 그렇지만 실장석들을 더 보살펴준데스. 저 반짝반짝 씨가 보이는데스?"
"보이는테츄! 반짝반짝 신기한테치!"
"저게 사실 아름다운 반짝반짝 씨가 아니라 아마아마한 콘페이토인데스."
"텟.. 콘페이토 아마아마해보이는테치.. 배가 고픈테치.."
"괜찮은데스. 장녀. 하늘로 올라간 실장석은 착한 실장석에게 콘페이토를 내려주는데스. 하늘에서 내려온 콘페이토는 하늘에 있는 실장석씨의 구원인데스. 그 콘페이토를 먹으면 장녀는 하늘로 갈 수 있는데스......"
그렇게 말하곤 친실장은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앞에는 가로등을 등지고 있어서 기다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고 밤하늘에서는 아름다운 별빛이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뒤편에 거대한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지만 하늘에서 콘페이토가 내려오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고개를 위로 쳐든 장녀는 그 사실을 알 수 없었다.
친실장이 그 기척을 느끼고 멎었던 눈물을 다시금 흘리며 뒤를 돌아보자 아침에 만났던 인간이 입가에 손가락을 대고 조용히 하라는 제스쳐를 취한다.
그리곤 눈치채지 못하게 장녀의 시야 위로 코로리를 던지고 그대로 가로등 뒤로 숨는다.
"테츄!!!!!!!! 마마! 보는테츄! 와타치가 선택받은테츄!"
장녀는 그 코로리를 하늘에서 내려온 콘페이토로 착각해서 그대로 끌어앉고 웃으며 친실장에게 말한다.
"기쁜테츄! 신나는테츄! 마마도 기쁜테치?"
"그.런 데스...마마도 ..기쁜데.스."
끊기는 목소리로 장녀를 끌어 안은채로 가로등 뒤에 숨은 인간을 지켜보며 장녀와 마지막 인사를 나눈다.
"장녀는 이제 하늘로 가는데스... 보고싶을 것인데스....."
친실장의 눈에서는 색눈물이 하염없이 흐르고 있었다.
"마마? 왜 우는테치? 마마랑 나눠먹고 같이 가는테츄~!"
상황도 제대로 깨닫지 못한채 헤맑게 웃으며 친실장에게 말하는 자실장을 보고 친실장은 말문이 막혔다.
그래서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고자 가로등 뒤편에 인간을 쳐다 본 순간.
인간에 손에 잡힌채 입이 막혀서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자신의 자식들이 보였다.
얘기가 달랐다.
자식중에 한마리만 희생하면 가족들을 살려준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래서 그나마 성장이 느렸던 장녀를 골랐다.
남은 일가로 행복하게 살아남기 위해서.
그렇다고 장녀를 싫어한 것은 아니다.
장녀는 성장이 느리지만 마음씨만은 가장 착했다.
항상 동생들에게 양보해주고 편의를 돌봐주었다.
어쩌면 그래서 성장이 늦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지난일이다.
하지만 어째서 인간의 손에 자식들이 잡혀 있는지 알 수는 없었다.
친실장은 결심했다.
"장녀.. 장녀가 먼저 먹고 하늘에서 마마를 기다려주는데스.. 와타시는 이모토챠들을 키운뒤에 남은걸 먹고 가는데스."
장녀가 깨달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런테츄! 어쩔 수 없는테츄! 와타치도 그때까지 기다려주는테츄!"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간다.
이렇게 되면 가족들이 전부 죽게된다.
인간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채 인간의 손아귀에서 놀이감이 되어서 사라지게 된다.
가족 모두가 희롱당하는 미래가 보였다.
미래가 아니다.
얼마 남지 않은 현재다.
친실장은 마음이 급해져 장녀의 손에 있던 코로리를 뺏어 그대로 반항하려는 장녀의 입에 넣었다.
빠각
하는 소리가 들렸다.
급하게 집어 넣어서 장녀의 미숙한 치아가 친실장이 있는 힘껏 밀어넣은 코로리에 밀려 입속을 헤져었다.
장녀는 고통에 소리를 지르려 했으나 입속을 밀고 들어오는 코로리 덕분에 그조차도 불가능했다.
이윽고 코로리의 독성이 온 몸을 퍼졌을 때 장녀는 뒤쪽으로 쓰러지며 인간이 들고 있는 자신의 동생들을 보았다.
그제서야 장녀는 모든 것을 이해했다.
장녀는 성장이 느렸지만 멍청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족 모두가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영양소를 최소한으로 줄여서 동생들을 생존시키고자 했다.
인간의 무서움 또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성장이 부족해서 가끔 어린애스러운 면모가 나왔지만 큰 문제는 아니였다.
장녀는 미소지었다.
자기가 죽어서 동생들과 친실장을 살리면 만족한다는 듯이.
평범한 실장석이라면 자신이 죽을 때 주변의 모든 것을 증오하겠지만 장녀는 달랐다.
그저 동생들과 친실장이 상처받지 않았으면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퍼지는 독에 스르르 감기는 눈으로 친실장을 보고 최후의 힘을 쥐어짜냈다.
"괜,,찮은..테..."
그러나 그 말이 완성되지 못한 채로 장녀는 숨을 거두었다.
친실장은 오열했다.
자식들을 살리기 위해서라지만 자식을 죽였다.
심지어 죽을 때도 모든 것을 알겠다는 듯이 미소지으며 죽었다.
울면서 인간을 쳐다봤다.
울면서 인간에게 다가갔다.
"이제 된데스?"
증오어린 눈빛으로 인간을 쳐다봤다.
인간이 말했다.
"아~니~"
말하면서 던졌다.
친실장의 몸이 으스러지는 것은 당연했다.
친실장은 으스러졌다.
하지만 실장석 특유의 끈질김 덕에 목숨은 부지하고 있었지만 입 밖으로 내장이 빠져나왔다.
얼마 남지 않았다.
그것을 느끼고 인간을 쳐다보았다.
아니다.
인간을 쳐다 본 것이 아니다.
생각해봐라.
인간의 손에 들려있던 것이 무엇인가.
자신에게 날려진 둔탁한 물건은 인간의 손에 들려있던 물건이다.
자신에게 맞고 그대로 튕겨서 바닥을 구른 자식이 있었다.
자식이였던 것이 있었다.
놀란 표정으로 눈을 뜬 채로 죽어있다.
애초에 인간은 친실장 일가는 살려둘 생각이 없었다.
친실장은 깨달았다.
그리고 눈이 감기기 전에 자신이 했던 이야기대로 장녀가 하늘로 올라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채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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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 마마! 왤캐 빨리온테치?"
친실장은 들려오는 소리에 놀랐다.
모두 꿈이였나?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뜨고 일어나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새하얀 세상이였다.
아침에 보이는 하늘이라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장녀가 다가오고 있었다.
"마마!"
친실장은 장녀를 끌어안았다.
"장녀! 다른 아이들은 오지 않은데스?"
"그런테츄!"
친실장은 씁쓸했지만 그래도 만족했다.
장녀와 하늘에 왔으니.
"마마한테 소개해줄 사람이 있는테치!"
그렇게 말하고 친실장의 손을 끌고 나아간다.
"하나님인테츄!"
그곳에는 가로등 뒤에 있던 인간이 웃으며 서있었다.
위석이 들어 있는 통을 든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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